토론

[팩트체크]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참여 방해 개입 의혹이 사실인지 확인해봤습니다.

20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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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팩트체크
윤석열 탄핵 국민동의청원 접속 방해있었다?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예약 페이지 등 국회 국민동의청원 시스템 서비스 업체의 과거 사례와 기타 유사 사례를 살펴봤을 때 접속 방해가 아닌 동일한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했습니다.
대체로 사실이 아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7월 1일 기준 8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많은 시민의 접속으로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는 대기열이 만들어지기도 했는데요. 

소셜미디어 X에선 “비행기모드를 껐(다)켰(다) 하는걸로 이게 뚫린다”라며 “동의 인원 늘어나는거 막으려고 서버 장난질 치는거 같”다는 트윗이 올라와 조회수 31만 회를 기록했습니다. 비슷한 내용으로 조회수 1만 6천 회를 기록한 “접속 방해 장난질이 사실이란 의심이 굳어지네요”라는 트윗도 등장했습니다. 시민팩트체커 그룹 K.F.C.는 해당 트윗들이 사실인지 확인했습니다.


비행기모드 켰다 끄는 것으로 대기열 통과 가능?

해당 내용을 다룬 트윗에선 간단하게 비행기모드를 활용해 대기열을 통과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는데요. 그래서 직접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회 국민동의청원 링크에서 해당 방법을 실행해 봤습니다.

7월 1일 오전을 기준으로 대기자는 23,500여 명, 예상 시간은 3시간 16분 남짓이었는데요. 트윗에 나와 있는 것과 같이 비행기모드를 켠 뒤 바로 끄고 기다리자, 대기열이 사라지고 하얀 화면으로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청원 내용과 서명을 할 수 있는 화면은 나오지 않았고, 흰 화면에서 변동이 없었습니다.

검증을 함께 진행한 2명의 팩트체커는 각자 다른 스마트폰 OS에서 실험했으나 양쪽 모두 해당 현상은 구현되지 않았습니다. 

 


비행기모드 우회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 때도 있었다

사실 특정 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해 비행기모드를 켰다 끄는 기술이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같은 기술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에도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 예약 홈페이지에도 적용됐습니다.

당시에도 더 빨리 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해 대기열을 우회하는 방법이 나와 논란이 됐는데요. 2021년 7월 뉴시스는 ‘명령어 입력·비행기모드 '뒷문예약' 막혔지만…다른 '우회접속' 개발 여전’에서 “특정 명령어 입력, 비행기 모드 전환 등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홈페이지를 우회 접속할 수 있었”다는 설명과 함께 이와 같은 방법이 차단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비행기모드 전환을 통한 우회 접속법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동하지 않게 된 현재의 국회 국민동의 청원 사례와 유사합니다. 

비행기모드 등을 포함한 코로나19 백신 사전 예약 대기열 회피 방법은 일부 블로그 등에서도 동일하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블로그에선 동일한 방법으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의 예매 대기열을 우회할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유명 가수의 공연 티켓팅, 한정판 신발의 구매 등에서도 동일하게 비행기모드를 통한 우회 방안이 등장했습니다.


동일한 시스템 사용해 벌어진 문제

국회 국민동의 청원,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 예약, 국가대표 축구 경기 예매 등에서 동일한 현상이 반복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사실 이런 현상이 반복된 원인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동일한 시스템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주식회사 에스티씨랩의 ‘넷퍼넬’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에스티씨랩은 공식 블로그 게시글을 통해 2022년 이 사실을 알리기도 했는데요. 앞서 동일한 문제가 있었던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 예약 역시 넷퍼넬을 활용했다는 점을 에스티씨랩의 공식 블로그 게시글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리해 보면 비행기모드를 통해 대기열을 우회할 수 있는 문제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서만 벌어진 게 아니었고, ‘넷퍼넬’ 서비스를 활용한 사례에서 반복해 등장했습니다. 언론 보도, 해당 회사의 블로그 등을 살펴보면 같은 시스템을 사용한 다른 서비스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했음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접속 방해 시도보단 국회 국민동의 청원 구축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이번에도 발생했다고 해석하는 게 타당했습니다. 이에 소셜미디어에 확산된 ‘윤석열 탄핵 국민동의청원 접속 방해있었다?’는 ‘대체로 사실이 아님’으로 판정합니다.


근거없는 정보 의심하는 습관 길러야

이번 검증엔 간단한 사족이 있습니다. 사실 이번 검증에서 활용한 자료 중 일부는 검증 대상 트윗에 코멘트 형식으로 이미 남아있었습니다. 한 X유저가 남긴 트윗이 그 내용인데요. 이 유저는 “국회 청원 사이트는 넷퍼넬이라는 트래픽 접속제어 솔루션을 사용 중”이라며 “비행기모드로 뚫리는 이유는 네트워크 에러에 대한 에러 핸들링을 제대로 안해두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정확하게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소셜미디어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허위정보를 접하는 공간이 될 수도 있고, 허위정보의 확산을 막는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근거가 없거나 미약한 주장은 끝까지 의심하고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결과물은 시민 협업 팩트체크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K.F.C.(Korean Factcheckers’ Community)의  바다, 수호 시민팩트체커의 협업으로 작성됐습니다.

**이 결과물을 비롯해 더 많은 검증 결과물은 K.F.C.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검증이 필요한 정보를 제보하거나, 팩트체크 활동을 함께 하고 싶다면 팩트체크 그룹 K.F.C.(클릭)에 가입하세요! 누구나 팩트체커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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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에 대해 검증해 주셔서 감사해요 잘 읽었습니다

비슷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었군요. 저는 '그렇게 뚫린다고?'까지만 생각했는데 역시 검증이 중요하네요. 팩트체크 감사합니다.

서니조 비회원

이런 음모론이 있었다니😭 저는 팩트왜곡(음모론 포함)은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을 때 가장 활성화된다고 생각하는데요! 국회국민청원 시스템이 수만의 대기를 발생시킨다는 점이 다들 의아했던 것 같아요. 국회 청원 시스템 차원에서 잘 설명해줬으면 좋았을 텐데요.

근거 없는 소문에 귀 쫑끗하지 말고
각자가 팩트 체크한 후에
판단하는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팩트체크 정신 이어받을수 있게 노력할게요

잘 읽었습니다. 최근은 대기열을 만들어서 좀 나아졌지만, 2014~2017 정도만 하더라도 티켓팅 때 서버가 다운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는데요. 특정 시기에만 인원이 몰리기 때문에 상설서버를 늘릴 유인이 적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잠깐 서버 터지고 욕 먹고 만다는 마인드였던 거죠. 국민청원의 경우에도, 평소 10만도 넘기기 꽤 힘들었던 걸 감안하면, 서버에 몰린 인원이 평소보다 몇 배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 경우 대기열이 있다고 해도 평소와 다른 트래픽에 서버에 과부하가 생겼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인원이 몰리면 일시적으로 수용 인원을 늘릴 수 있는 방안도 있다고 들었지만 잘 모르니 넘기겠습니다 ㅎㅎ..

물론 이런 기술적 내용보다, 마지막 문단에 있는 '팩트체크 정신'이 더 중요한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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