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양치기 소년이 되어가는 윤석열 정부, 이대로 괜찮을까요?💭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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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소비자 아니고, 선명한 효비자 / 흩어진 나의 조각을 모아 빛나는 선물을 만드는 창작자


(출처: unsplash)


살다 보면 가끔 뭔가 싸한 감각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갑자기 배가 아플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에어컨을 안 끄고 외출한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등이 그렇죠. 사회 문제나 이슈에 대해서도 이런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떤 불편한 감각에 대해 ‘나만 이렇게 느끼는 게 아니구나’ 하고 생각이 들 때는 보통 안도를 하게 되는데,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불안감이 증폭되기도 합니다. 최근 우연히 틀어 둔 대한민국이 산유국이 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지요. ‘나만 저 소식이 뜬금없다고 느껴지나?’ 그리고 생각보다 진심이었던 것처럼 진행되는 사업 이야기에 저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곳곳에 펼쳐진 수많은 문제를 내버려둔 채 갑자기 석유 시추라니요? 대통령님? 저기요?🤨

尹 "동해에 140억 배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커…시추계획 승인" (연합뉴스 24.06.03)



긴급 국정 브리핑과 대통령의 발언에 마치 깜짝 파티에 초대된 듯 모두가 당황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여러 정치인이 우려 섞인 의견을 줄줄이 내놓습니다. 국민의힘 의원이 이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 아니냐며 “대한민국이 산유국이 된다는 게 그리 싫나”라고 핀잔을 줬는데요. 뉴스에서 그 음성을 들은 저는 신선한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그 목소리가 머릿속을 맴돌았답니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

“신뢰도 21%인 윤 대통령의 석유 시추 브리핑은 의심만 샀다”, “탐사 시추 지시가 발표 당일이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관련 주식이 불기둥처럼 올랐는데 갑작스러운 발표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윤 대통령과 무슨 관계가 있을지 추적할 것”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가장 황당한 부분은 5,0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드는 엄청난 대형 국가 프로젝트를 산업통상자원부도 잘 몰랐다는 점과 외국 ‘1인 기업’의 보고서만 믿고 투자를 하려 한다는 점”, “이런 식의 국정 운영은 정말 이해가 안 되고 처음 봤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희소식 앞에 민주당은 유독 재 뿌리기에 바쁜 것 같다”, “민생과 국익 앞에서도 정치적으로만 접근하는 야당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성일종 국민의힘 사무총장

“대한민국이 산유국이 되는 것이 그리 싫은가”, “이(재명) 대표는 문재인 정권에서 400조 원이 넘는 돈을 풀었던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서는 사과와 반성도 없다. 이번 사업은 시추 비용에 약 5,000억 원 정도 소요되는데 비난하는 게 맞나”

“野, 대한민국이 산유국 되는 게 그리 싫나”…尹 옹호 나선 與 (시사저널 24.06.07)



(출처: unsplash)


<아마겟돈>이라는 영화에는 갑자기 지구로 날아오고 있는 운석을 처리하기 위해 급하게 우주로 나서게 되는 석유 시추 기술팀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땅속 깊숙하게 드릴을 박아 넣는 기술을 운석에 적용해서, 운석이 지구에 도착하기 전 폭탄을 설치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죠. 바다 위에서 석유를 파내던 사람들이 갑자기 지구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지게 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동해 석유 매장 가능성 이슈는 저에게 이 영화만큼이나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이미 정부의 발표라고 하면 쉽게 믿기 어려운 것이 저의 현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조금 슬프게도, 다른 사람들도 저와 비슷하게 느낀 것 같습니다.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에 대한 대통령에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해 석유·가스 매장 윤 대통령 발표 ‘신뢰 안 해’ 60% ‘신뢰한다’ 28% (경향신문 24.06.14) 



어쨌든 동해 석유 매장 가능성과 관련한 이슈는 세상에 던져졌고, 뒤를 이어 들리는 소식마다 주식시장을 크게 뒤흔들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에서 석유 매장 가능성을 언급한 뒤 석유 관련 주식들이 며칠 동안 폭등했고, 석연치 않게도 이 타이밍에 한국가스공사 임원들이 관련 주식 보유분을 전량 매도하는 등의 일이 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파동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계속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윤 대통령은 “지금부터는 실제 석유와 가스가 존재하는지 실제 매장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탐사 시추 단계로 넘어갈 차례다.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하는데, 1개당 1천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산업통산자원부의 석유가스전에 대한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 석유·가스전 개발은 물리 탐사, 탐사 시추, 상업 개발 등 3단계로 진행된다.

천공 유튜브, '동해 석유·가스 매장' 발표 2주 전 "산유국 안 될 것 같나" (미디어스 24.06.03)



실현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그만한 세금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국민적 공감을 얻으려는 노력은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성실히 납부한 세금이 헛되이 쓰인다고 하면 달가워할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텐데요. 만약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서 석유 사업을 시작했으나 정부가 이야기한 것만큼의 경제적 효과나 이익이 없을 경우가 발생하면 그 손실은 어느 누가 감히 감당할 수 있을까요? 그런 신중함이 느껴지지 않는 언행에 논란과 불신을 부추기는듯한 정부 관료들의 행태가 아슬아슬해 보입니다.


[오늘 이 뉴스] 尹 발표로 가스공사 주가 뛰자 공사 임원들 '우르르' 팔았다 (2024.06.12/MBC뉴스)




예전에 읽은 책 한권이 떠올랐습니다. 동화를 다른 맥락으로 읽어주는 책이었는데요. 양치기소년이 마을 사람들에게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하며 놀다가,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아무도 그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양이 모두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이야기가 있죠. 잘 알려진 교훈은 ‘거짓말을 하지 말자’입니다. 하지만 제가 읽은 책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양치기 소년의 말이 거짓말임을 알고 나서도 그를 그저 무시하기를 택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사회 시스템에 비추어보면 양치기소년의 역할은 위험을 감지하고 알리는 것인데, 이 기능이 잘못 작동하는 것을 공동체 구성원이 알면서 방치한 게 문제라는 것입니다.


석유공사에 ‘당한’ 윤 대통령…국정브리핑 한 번으로 끝내라 (한겨레 24.06.26)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보다 기본적인 신뢰 체계가 무너지는 것에 집중해서 본다면 현재 대한민국의 양치기소년에게 어떤 훈계가 필요할지 조금은 가닥이 잡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그 동화에서 가장 딱한 부분은 양들은 아무 죄없이 잡아먹히고, 영문도 모르는 채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양치기소년이 거짓말놀이를 하면서 도움받을 곳이 사라지고, 어떤 의사도 밝히지 못하고 먹잇감이 된 양들이 제일 불쌍합니다. 저와 가장 비슷한 처지이기 때문에 더 감정이 이입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

양들의 안전보다는 개인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양치기소년과, 그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걸 알면서도 외면하는 정부 관료들이 그려집니다. 기껏 마련한 시스템에 문제가 있지만 아무도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사이,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죄 없는 어린양들은 위험에 노출되는 이 상황이 너무 부당하지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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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반복되는 이유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사회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포항에 석유가 있다는 정부의 발표는 '파보기 전까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싶은데요. 가능성이 극히 낮은 분석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걸 확인하기 위해서 수천억의 돈이 들어가는 게 타당한지 고민이 됩니다.

"하지만 제가 읽은 책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양치기 소년의 말이 거짓말임을 알고 나서도 그를 그저 무시하기를 택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사회 시스템에 비추어보면 양치기소년의 역할은 위험을 감지하고 알리는 것인데, 이 기능이 잘못 작동하는 것을 공동체 구성원이 알면서 방치한 게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정말 생각해봄직한 부분이네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겠습니다.

신뢰를 잃어버린 지도자라는건 그 패거리에게도, 국민에게도 너무 슬픈 일이네요.

'한국가스공사 임원들이 관련 주식 보유분을 전량 매도'했다니... 정말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소 5천 억의 세금이 투입되는데 정말 신뢰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 사태를... 어찌하면 좋을지 화가 납니다...ㅠㅠ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채 무리하게 진행되는 사업은 결국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