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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AI 서비스의 시대
AI 윤리 뉴스 브리프 2024년 9월 4째 주by 🧙‍♂️텍스 1. 오픈AI의 챗GPT o1 프리뷰 공개 2024년 9월 12일, 오픈AI는 새로운 모델인 챗GPT o1을 프리뷰로 공개했습니다. 이 모델은 챗GPT에서 하나의 질문에 대해 복수의 답변과 추론 과정을 생성하도록 학습되었으며, 이 중에서 최선의 답변을 선택하는 능력을 강화했습니다. 추론 과정에서 복수의 응답을 선별하는 단계를 추가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시간과 계산 자원을 할당한 점에서 기존의 모델과 차별화됩니다. 데이터와 모델의 규모가 성능을 담보한다는 신경망 스케일 법칙(neural scaling law)이 학습 과정에만 적용되었다면, 이제는 이 법칙이 추론 과정에 걸리는 시간에도 확장되어 적용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여러 번의 질의 과정을 반복하면 오류가 발생할 확률은 기계적으로 줄어듭니다. 오픈AI의 챗GPT o1 프리뷰 공개 전, 오픈AI가 새 모델에 대해 최대 월 $2000의 구독제를 고려 중이라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현재 챗GPT 구독료가 월 $20임을 감안하면, 가장 비싼 모델은 추론 과정에 꽤 많은 자원을 할당하리라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계산 자원을 할당하면 AGI를 만들기에 충분한 성능을 제공하고 AI 정렬(Alignment) 또한 잘 이루어진다고 오픈AI가 자신하는지 궁금해집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어떤 응답과 추론 과정을 좋은 것으로 간주할지에 대한 기준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공개된 AI 안정성을 위한 강화학습 기법인 Rule-based Rewards에서 일부 기준을 다루고 있지만 그 외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심지어 오픈AI는 새로운 모델의 작동을 분석하는 유저들에게 경고하는 등 서비스용 AI 모델을 더욱더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오픈AI는 새로운 모델이 기존 모델 대비 비약적인 성능 향상을 보여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초적인 산수인 9.11과 9.9의 크기를 혼동하고, 추론 기준이 불투명한 모델에 대한 신뢰는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일 것으로 보입니다. 🦜 더 읽어보기- OpenAI Threatens to Ban Users Who Probe Its ‘Strawberry’ AI Models (Wired, 2024-09-17) 2. AI 사진 앱의 외설스러운 사진 합성 최근 기사에서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의 소다(SODA)와 스노우(SNOW) 사진 앱에서 제공하는 유료 AI 이미지 서비스에서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외설스러운 사진이 합성되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스노우 측은 네거티브 프롬프트(negative prompt)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필터링하려 했으나, 이 기능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며, 앞으로 이를 더욱 고도화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원치 않는 결과에 대한 설명은 담은 네거티브 프롬프트의 개선은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지난 번 AI 윤리 레터에서 공개 데이터셋인 LAION-5B가 여러 포르노 사이트로부터 데이터를 가져와 아동 성 착취물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학습 데이터에 외설 이미지가 없다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지기 때문에, 이미지 생성 파운데이션 모델부터 철저히 검증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파운데이션 모델의 검증 및 재학습은 큰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들은 네거티브 프롬프트와 같은 임시방편적 해결책을 선택하는 유혹을 받습니다. 따라서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모든 기업에 동등하게 적용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문제를 야기한 파운데이션 모델의 폐기를 강제하는 등의 조치가 고려될 수 있습니다. 오픈소스 파운데이션 모델을 사용했다는 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 더 읽어보기- 사진 내리기 말고 할 수 있는 일: AI 기업에 요구하기 (2024-09-04) 3. 소버린 AI와 파운데이션 모델, 그리고 서비스 지디넷이 2024년 9월 16일에 보도한 네이버 하정우 퓨처AI센터장 인터뷰는 미국 시장 외의 기업이 AI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기사입니다. 최근 AI 관련 다양한 주제를 기업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 센터장은 자본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직접적인 기술 경쟁을 피하고, AI를 활용한 킬러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발굴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국내를 넘어 중동이나 아세안 지역에서 파트너 국가를 찾아 소버린 AI 개발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AI를 수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소버린 AI가 단순히 네이버의 어젠다가 아닌 대한민국의 성장 어젠다임을 강조하며, 개별 기업이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AI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발굴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버린 AI를 개발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의문이 듭니다. 소버린 AI라는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AI 시대의 전자정부와 같은 구체적인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또한, 국가 차원에서 GPU 컴퓨팅 센터를 구축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에 비해 한국이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얼마나 될지 고민하게 됩니다. 빅테크의 파운데이션 모델이 한국어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품질 높은 한국어 데이터의 규모가 작은 것이 한 이유일 것이기에, 한국어 공개 데이터만 잘 구축해도 좋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회사들이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더 읽어보기- AI 행정, 피해자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가 대응하려면? (2024-03-14)- 프랑스 AI 스타트업, EU의 뒷통수를 치다? (2024-03-06)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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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대안이 없을까?
정말로 대안이 없을까? by 🥨 채원 저는 요즘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메신저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나누는 대화의 양이 더 많다고 느낍니다.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친구들 뿐만 아니라, 재택 근무하는 직장 동료들, 멀리 떨어진 협업자들과도 메일이나 메신저로 소통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야기를 작성하고, 공유하는 데 사용하는 여러 플랫폼들이 미덥지만은 않습니다. 특히 텔레그램은 앱 내에서 일어나는 불법활동에 대한 조사의 일환으로 CEO가 프랑스에서 구속되었을 뿐만 아니라, 딥페이크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합성된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대규모의 대화방이 알려지며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이라는 인식이 더욱 강화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에는 소셜 미디어 뿐만 아니라, 비교적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공개된다고 생각했던 메신저에 공유하는 사진까지 악의적으로 알아내고 수집하여 범죄에 활용한 수법이 밝혀져, 더욱더 메신저 상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에 불안감을 조성했습니다. 그저 가까운 사람들과 마음 편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러면서도 광고나 다른 불필요한 기능에 시달리지 않는 메신저란 진정 불가능한 것일까요? ‘공짜’로 쓰기 위해서 당연히 감당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불편함을 견딜 필요가 없다면 어떨까요? 시그널 재단의 의장 메러디스 휘태커가 와이어드와 나눈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런 희망사항이 막연히 불가능한 꿈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저는 독일에 오고나서 시그널이라는 메신저를 처음 들어보았는데요, 어딘가 찝찝한 왓츠앱도, 한국 친구들만 사용하는 카카오톡도, 애플 유저들만 사용하는 메시지앱도 아닌 제 3의 메신저라는 사실만으로도 반가게 다가왔습니다. 깔끔한 유저 인터페이스 뿐만 아니라, 나의 동의 없이 대화방에 초대할 수 없게 만든 추가적인 안전장치 등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지점까지 고려된 앱이라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그 이후로 몇 년째 꾸준히 사용하고 있던 차, 얼마 전 읽게된 메러디스 휘태커의 인터뷰는 시그널이 단순히 깔끔하고 좋은 앱 그 이상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는 시그널이 단순히 암호화된 무료 메신저일 뿐만 아니라, 감시 자본주의가 틀렸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시그널은 영리기업이 아닌 비영리재단입니다. 휘태커 의장은 암호화 이메일로 유명한 스위스의 프로톤 메일도 비영리 재단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테크 기업이 나아갈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기술의 미래가 벤처 투자자나 감시 자본주의에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외부 투자도 받지 않고, 광고도 없으며, 사용자의 정보도 수집하지 않는 시그널의 정책은 우리가 알고있는 대부분의 테크 공식을 깨뜨립니다. 인터뷰에서 인상깊었던 구절 몇 가지를 소개하며 마치겠습니다. 인터뷰 전문을 읽어보시기를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우리는 비영리재단입니다. 사람들이 동정하듯 던지는 동전으로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동시대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우리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이러한 조직 구조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 (테크) 업계에서 이익은 감시를 수익화하거나, 감시를 수익화하는 사람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서 발생합니다. 그것은 인터넷에서의 프라이버시를 위한 비지니스 모델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빅테크 제품들을 사용하는 것은, 그렇지 않고서는 사회에 참여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용자를 진정으로 얻은 것이 아닌, 강요입니다. 정부의 외면이나 독점으로 인해 다른 선택권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락인(lock-in)”인 것이죠. 지금처럼 절실하게 대안이 필요했던 적이 없습니다.” 🦜 더 읽어보기- 사진 내리기 말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AI 윤리 레터, 2024-09-04)- 음란물은 딥페이크의 부작용이 아니라 순기능 (AI 윤리 레터, 2024-07-03)- 내년으로 들고 갈 질문 (AI 윤리 레터, 2023-12-06) 제목이 생각나지 않지만 자는 동안 뇌에서 프로세싱 될 거라 믿어요. by. 💂죠셉 일부 학부모님들이 사교육 등에 들어가는 투자와 그 결과로 나오는 시험 성적을 각각 ‘인풋’, ‘아웃풋'이란 단어를 사용해 표현한다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람을 대상으로 쓰기엔 이질감이 느껴지는 표현입니다. 기계와는 달리 사람의 경우 대부분 ‘인풋’만큼의 일정한 ‘아웃풋'을 예측하기가 어려우니까요. 우리의 일상에 들어와 있는 언어 중 이렇게 기계, 그중에서도 컴퓨터와 연관된 은유 (computational metaphors)가 매우 많습니다. 가령 몇 해 전 유행했던 ‘내 마음속에 저-장~’ 이 그렇죠.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겠다는 표현을 위해 ‘저장(store)’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저장' 버튼을 눌러 데이터를 영구보존 하는 방식으로 기억을 저장할 수 없습니다. 어떤 기억을 보존할지, 혹은 지울지를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도 없죠. 그럼에도 ‘저장'이란 표현은 컴퓨터를 한 번이라도 써본 사람은 모두 이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은유로 기능합니다. 여기에 더해 예능 자막에서 많이 사용되는 ‘입력 오류'라든지, 몇 해 전부터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알고리즘’ 같은 단어도 있죠. 당대의 주목 받는 신기술이 인간을 설명하기 위한 은유로 사용되는 건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온 패턴입니다. 가령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는 인간의 뇌를 신경계와 연결된 유압 펌프에 빗대어 설명한 적이 있고, 심리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또한 뇌를 일종의 증기 기관으로 상상한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의 언어에 컴퓨터 은유가 깊이 들어와 있고, 특히 인간의 뇌와 마음을 컴퓨터에 빗대어 이해하게 됐다는 게 그리 놀라운 사실은 아닐 겁니다. 그런데 뇌/마음을 컴퓨터로 이해한다는 게 정확하게 무슨 의미일까요? ‘마음/뇌 컴퓨터 은유의 대안을 찾아서 (In search for an alternative to the computer metaphor of the mind and brain)’라는 제목으로 다미앙 G.켈티-스테판(Damian G. Kelty-Stephen) 등 총 12명의 심리학자, 뇌과학자, 철학자 등이 발표한 논문 중 일부에 따르면 컴퓨터 은유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인풋-아웃풋 시스템: 뇌는 감각 정보(sensory input)를 처리해 특정 행동(behavioral output)을 결과로 출력한다. 코딩: 뇌에 인풋(감각 정보)이 입력되면 일차적으로 시스템을 위한 코딩 작업을 거친 후 뇌의 다양한 영역에서 처리(process)된다. 알고리즘: 뇌가 인풋을 처리해 아웃풋을 내는 방식은 제한된 규칙 집합의 순차적 적용(the sequential application of a limited set of rules)에 기반한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즉, 컴퓨터 알고리즘처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떠신가요?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다는 걸 직관적으로 느끼셨을 겁니다. 위와 같은 과정에서 드러나는 기계의 완벽한 논리성과 합리성, 효율, 합목적성 등이 인간에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컴퓨터 은유는 그동안 인간의 뇌와 마음을 연구하기 위한 최선의 대안으로 여겨져 왔고, 무엇보다 우리 인간이 스스로를 이해하는 방식 중 하나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앞서 언급한 ‘인풋/아웃풋'과 같은 표현은 일상 속 관용구처럼 사용되기에 그 의미가 얼핏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인간이 은연중에 자신의 뇌와 마음, 지능을 어디까지 기계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죠. 한편, 기술 평론가인 메건 오기블린(Meghan O’Gieblyn)은 “behavior,” “memory,” “thinking”등 한때 기계를 설명하는 데 사용하려면 따옴표로 구분될 필요가 있었던 단어들이 이제 AI 업계에서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챗GPT와 같은 언어 모델들이 학습(learn)한다거나, 이미지를 본다(see)거나, 이해한다(understand)는 표현 또한 이제는 쉽게 볼 수 있죠. 인간과 유사한 결과물을 내는 챗봇으로 인해 다양한 사건 사고가 벌어지고, 인간이 감정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중독성 지능(addictive intelligence)’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의인화 경향은 주목할 만합니다. 그리고 컴퓨터 은유에 대한 한 사회의 수용도는 이런 경향에 대한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알고리즘'과 같은 단어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전문가들의 어휘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10년, 20년 후 컴퓨터 은유 또한 철지난 언어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꿈이 실현된다면 ‘우주여행 은유’를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앞서 소개한 논문에서는 현시점에서 컴퓨터 은유를 대체할 만한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살펴보시기를 추천드려요.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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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24년 이태원 2주기, 잘 지내고 계신가요?
    1.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이란    22년 10월 30일 일요일 새벽 4시 30분. 평소와 다르게 알람 없이 1시간 일찍 눈이 떠졌다. 이날은 아침 6시 출근이었다. 그래서 전날 9시에 평소보다 일찍 취침했다. 일어난 김에 눈을 비비고 산책이나 갈까하며 폰을 봤는데 웬 부재중 전화가 30통이나 와있었다. 마지막 전화는 엄마로부터 1시간 전이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큰일이 났음을 짐작 할 수 있었다.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자마자 엄마는 흥분된 목소리로 ‘야! 너 어디야! 이태원 간거 아니지? 정말 다행이다!’하며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별일 없는데..’라고 말하며 부모님을 안심시킨 후 전화를 끊었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이태원’, ‘압사사고’ 등의 이야기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의 흥분된 목소리에서 뭔가 큰일이 난 것임은 분명했다.  그날 새벽의 인터넷은 온통 이태원 참사 이야기뿐이었다. 많은 사건 사고를 봐왔지만 ‘압사사고’라는 건 태어나 처음봤다. 무려 159명이 사망한 너무나 큰 대형 참사였다. 사진으로 본 이태원의 모습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이태원의 엄청난 인파와 압사사고로 인한 심정지 환자들을 심폐소생술하는 의료진과 시민들의 모습이 너무나 참혹하고 안타까웠다. 이후 사망자들의 부모들이 속속 이태원에 도착하여 울부짖는 모습을 봤다. 한순간에 이 세상의 전부였던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심정은 얼마나 비참하고 허무할까. 놀러간다는 아들, 딸의 목소리가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나는 그제야 부모님의 심정이 이해가 됐다.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통화해보니 엄마는 통화가 계속 안 되자 고향인 창원에서 차를 타고 올라오려고 하셨다고 한다. 혹시나 이태원에 갔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30통의 전화를 걸며, 살았을지 죽었을지 모르는 나를 걱정하는 마음과 불안함으로 밤을 지새웠을 부모님께 죄송스러웠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집을 나서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그 뒤로 부모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 헌신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사망자의 대부분이 젊은 20~30대라고 한다.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은 청춘들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부모들의 마음은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내가 참사 피해자의 부모라면, 과연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자식을 둔 부모님의 마음을 처음 절절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날이었다.  출근하는 내내 정신이 없었고 마음이 아팠다. 또한 지금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유가족들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공감과 위로가 되기를 기도하며 직장에 도착했다. ‘힘들겠지만, 부디 잘 견뎌주기를’라고.                                        <  이태원 합동 분향소, 사진 출처 - 23.02.05 네이버포토 뉴스 > 2. 살아서도 죽어서도 마음 편할일 없는    이태원 참사 사건이 발생하고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사망자들을 향한 여러 말들이었다. ‘놀러가서 죽었는데 왜 추모를 해?’, '세월호 때랑 마찬가지로 장사하는거 아니냐?', ‘놀러간 애들 왜 보상해줘야 되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도 아닌데, 왜 희생자로 표현해야 되나?’ 등의 비난이 난무했다. 모든 국민이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애도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그들을 비난하고 혐오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자식을 잃은 것만으로도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을 사람들이다. 위로는 못해 줄 망정 비난은 삼가해야 되는 게 아닌가. 2차 가해를 가하는 사람들에게 분노가 차올랐다. 만약에 내가 저 상황에서 저런 말을 들었다면 참을 수 있을까? 지금 마음은 결코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아마 제정신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까지 우리 사회가 양극화된 사고와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정부가 해주는 보상이든 경제적 지원이든 뭐가 됐든 가장 중요한 것은 유가족들의 아픔을 감싸주고 위로하며, 생존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치료와 사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정부는 사고 직후 바로 다음날 바로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어떠한 질문도 요구도 받지 않겠다는 자세로 보였다. 이후 장례식비(천오백만원)와 위로금(천만원) 등을 지원한다고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그 후 국민들의 비난과 오해는 더 거세졌고 ‘죽은 자식들을 핑계로 돈 뜯어내는 것이 아니냐’는 말은 더 강하게 증폭됐다. 사망자들과 유가족, 생존자들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제대로 된 애도와 위로, 치료와 보상을 받기도 전에 많은 비난과 질책을 받아야 했다. 도대체 무엇을 잘못 했길래?그로 인해 더욱더 고립과 단절되는 생존자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누구 하나 진심어린 위로와 도움 없이 그들은 결국 스스로 정부와 세상을 상대로 진상규명과 대처를 위한 긴 싸움을 이어나가야 했다.   3.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사회    이태원 사건에 관한 뉴스와 다큐를 면밀히 살펴보니 이 사건은 분명한 고위공직자들의 실수로 인해 일어난 사건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코로나로 2년 만에 열리는 이태원 거리에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경고가 3~5일부터 계속 나왔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와 용산구청장, 경찰청장 등의 고위공직자들은 ‘사람이 좀 더 많이 모일 뿐, 언제나 안전했다’라는 말로 방관 했다. 22년 10월 29일 당일 6시부터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오후 6시 30분부터 밤 10시 11분까지 총 11건의 압사를 언급한 112 신고가 접수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질서 정리 및 통제를 위한 경찰기동대 파견은 없었다.  저녁 10시 15분. 압사사고가 터저자 정부와 경찰은 그때부터 부랴부랴 기동대를 파견하기 시작했다. 대통령부터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서장, 용산구청장 등 고위공직자들은 모두 사건이 터진 뒤에 심각성을 인지하고 11시 넘어 현장에 도착했다. 무방비, 무능력 대응의 정부에 젊고 젊은 청춘 159명이 사망했다. 많은 인력이 필요 없이 일방통행만 했어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지 않았을까. 이렇게 좁은 골목에 많은 사람이 모일 거라고 언론, 뉴스 등에서 수차례 경고했지만, 왜 미리 경찰을 배치하지 않았을까. 도대체 정부와 경찰들은 사전에 뭘 했고 왜 대비책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는가.  이태원 참사 이후 다음날 그들은 언론 브리핑에서 미리 인력을 배치했고 할 일을 다했다고 말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대통령, 행정안전부, 경찰청장, 용산구청장 등 어느 누구도 진심어린 사과를 한 사람은 없었다. 위로금과 장례비 등의 금전적인 보상만 있을 뿐, 그들은 이후 현장 방문도, 유가족도 더 이상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국민을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돌봐야 할 대통령은 이태원 사망자 49제에도 참석하지 않고 크리스마스 행사에 갔다고 한다. 유가족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와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닐까. 그러나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살고 있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재난 상황 속에서 고위층들의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정책과 대비로 인해 억울하게 피해입는 사례들이 앞으로 더욱더 많아질 것 같아 두렵다. 국민으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안전한 사회는 더 이상 오지 않는 걸까? 그리고 그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더 나아가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국민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나가야 할까?     4. 참사 2주년, 부디 잘 지내시기를  다가오는 24년 10월 29일은 이태원 참사 2주년이 된다.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이태원 참사의 문제가 뚜렷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노력 끝에 특별법은 만들어졌지만 책임자의 사퇴는 물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정부의 무관심과 사람들의 비난속에서 생존자들은 점점 더 세상밖으로 나오기를 꺼려하고 있다. 유가족은 한 생명이 떠난 것이 슬프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이 나라의 잘못된 대응과 책임회피가 그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기지 않았을까.  이태원 참사를 돌이켜보며 나의 삶에서 중요한게 무엇인지, 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걸어갈 것인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고민해본다. 또한 그동안의 여러 사회적 문제에 무관심한 것도 반성했다. 나는 언제 약자의 편에 한 번이라도 서준적이 있었던가. 아니, 조그만 위로라도 건낸적이 있었던가.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크다. 또한 당장에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딱히 없다는 것에 무기력함이 들기도 한다.  이태원 2주기, 그때의 참사를 떠올리며 유가족들이 겪었을 아픔을 생각해본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고통. 제대로된 사과와 위로받지 못한 아픔과 서러움. 온갖 비난과 욕설을 들어야 했던 비통함과 억울함. 아직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 유가족과 생존자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부디 이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셨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응원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어두컴컴한 새벽이 가고 아침이 오듯, 유가족에게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과 마음 한편에 안정과 평화와 오는 동시에 떠난 청춘들이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이태원 참사]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 (1)
집담회 기획 (22.12.22.) - 말 걸기, 물꼬 트기 "얘들아 이태원 뭐냐..." 그날 저녁, 친구에게 메시지를 받은 나는 무심코 'ㅋ'을 연타하며 답장을 보냈다. 늘상 일이 바빴던 친구이기에, 오래간만에 여유를 즐기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이 친구가 놀러가서 아주 신이 났구나.' 하지만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그 행간이 다르게 읽혀 혹시나 하는 마음에 SNS에 접속하니 충격적인 장면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도무지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지 싶어 오밤중 휴대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내 생각을 멈추고자 쫓기듯 잠을 청했고, 다시 깰 때쯤에는 사상자 숫자가 급격히 불어나 있었다. 한동안 얼이 빠진 채로 방 안 곳곳을 서성였다.Q1) 이튿날 아침, 친구들은 서로의 안부부터 확인했다. 괜찮냐고 물었고, 또한 괜찮다고 답했다. 물론 그래서 정말 괜찮았던 건 아니다. 이미 참사를 둘러싼 반응들에 기진한 상태였다. 한 지인은 현장 사진을 공유하며 "내가 이래서 핼러윈을 싫어하는 거야"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또 다른 지인은 전화로 "너는 저런 데 안 다녀서 다행이다" 걱정스레 덧붙였다. 아직 귀가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지 않냐고, 그런 항변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내뱉지 못했다. 다들 혼란한 와중이라 그러겠거니 이해를 우선하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주변 피해가 없다며 쉽게 한시름 놓던 자신이 부끄러운 탓도 있었다.Q2) 참사 직후 내가 겪었던 것들이란 그렇다. 슬픔과 분노보다 무력감과 소외감이 훨씬 깊었다. 먼저, '왜'라는 의문을 가질수록 무력감에 휩싸였다. 우리 사회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망가졌는지 가늠하기 어려워 그 해결도 요원해 보였다. 그런가 하면, 속절없이 흐르는 일상에 소외감이 들었다. 모두 이 정도 비극쯤은 금세 잊고 지내는 건지 지나치게 조용한 풍경이 이상스러울 때가 많았다. 정치권과 시민 사회는 기민하게 대응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감정은 여전했다. 정권의 책임을 묻는 것 이상의 고민과 국가가 가로막은 애도를 나누기엔, 어쩐지 전부 아쉽게 다가왔다.Q3) 그해 겨울, 수시로 이태원역을 찾았다. 하루는 피켓을 들고 "프리허그"를 외치는 외국인 모녀를 보았는데, 내가 그런 캠페인에 더 이상 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몹시 당황했다. 동시에 방문객들에게 일일이 국화꽃을 쥐여 주는 상인의 모습을 숭고하게 바라보았다. 그만큼 복잡한 심정이 뒤따랐고, 어쩌면 꼭 복잡하게 참사를 해석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초등학교 동창을 잃은 친구와의 동행이었다. 골목 주위를 걷다 정류장으로 돌아오고 나서는 몇 대의 버스를 떠나보냈다. 아무래도 소화하지 못한 말뿐이라 두서는 없었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 있어 다행스러웠다.Q4) 흔히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그런 연결이 어떻게 가능한지 몰라 곧잘 헤맨다. 그 무렵, 나는 갈피를 잡고 싶어 일정이 되는 대로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 대개는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각자의 경험과 기억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반복되는 여성들의 죽음을 연상했다는 목소리도 있었고,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염려된다는 목소리도 있었고, 해외에서 소식을 접하고 추모 공간을 꾸렸다는 목소리도 있었고, 유가족과 생존자의 회복을 돕고 싶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혼자 하던 속앓이를 털어놓으며 치유될 수 있음을, 내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을 수 있음을 실감했던 것 같다.Q5) 집담회를 직접 기획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각자의 경험과 기억을 나누는 데서 출발하고 싶었다. 다만, 전문가의 조언도 유념했다. 허심탄회한 모임은 위험할 수 있다고. 저마다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이 따로 있기 마련이기에, 그런 바람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상처가 덧난다고. 때문에 얼마간 주제를 좁힐 필요가 있어 참석자들과 공유할 몇 가지 질문을 미리 정했다. 또한 그에 대해 내가 먼저 대답해 보았다. 그러니까, 나의 이야기로 말을 걸고 물꼬를 트고 싶었는데, 사실 이 글이 그 당시 그렇게 쓰인 것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데 여전히 유효하지 않나 싶어 조금 고쳐 남겨 본다.Q6) 질문들 Q1) 어디서 어떻게 참사 소식을 접했나요? 어떤 생각과 감정이 들었나요?Q2)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위로 혹은 상처가 되었던 순간이 있었나요?Q3) 참사 이후 우리 사회에 대해 어떻게 느꼈나요? 무엇이 고민되었나요?Q4) 어떻게 추모하고 애도했나요? 그 방식을 어떻게 이어 가면 좋을까요?Q5) 어떤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을까요? 어떤 이야기까지 들어 보았나요?Q6) 지금 당장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까요? 혹은 어떤 실천을 해 왔나요?
안타까운 점이 많은 ‘부천 호텔 화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난 8월 22일 경기도 부천 소재의 호텔 객실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는데요. 객실 810호의 에어컨 누전으로 인한 불똥이 떨어진 매트리스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불이 빠르게 번졌고, 순식간에 유독가스가 퍼지면서 위급상황에 대처가 어려웠는데요. 그래서 사망자 대부분의 사인은 ‘연기로 인한 질식사’였습니다. 도심에서 발생한 화재의 규모, 속도에 비해 피해 규모가 커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왜 피해가 컸을까요?  -스프링클러와 도어클로저의 부재 2017년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소방시설법 시행령) 개정으로 이때부터 6층 이상 모든 신축 건물 내 층마다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었는데, 해당 숙박업소는 2003년 지어져 개정된 법안이 소급 적용 되지 않아 스프링클러가 없었습니다.  자동개폐 장치인 도어클로저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는 호텔 준공시점에도 적용되는 법으로 없다면 명백한 불법입니다.  -완강기 사용, 에어매트 탈출의 어려움  화재가 발생하면 완강기를 통해 탈출하거나, 소방대원이 설치해 준 에어매트로 몸을 던져 탈출할 수 있는데요. 이번 사건에서 에어매트로 먼저 몸을 던진 여성은 모서리로 떨어지면서 매트가 뒤집혔고, 뒤이어 떨어진 남성은 바닥에 추락하면서 숨지게 되었습니다.  완강기를 이용해 탈출한 사람은 없었는데요. 완강기가 김치통에 들어있어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완강기가 눈앞에 있다고 해도 사용법을 모르는 경우 경우가 많고, 에어매트도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부천 호텔 화재 생존자가 “샤워기로 물을 틀고 버텼다"라고 밝혔는데요. 이 방법은 안전할까요? 전문가들은 수막현상으로 일부 유독가스가 번지는 것을 막을 수는 있으나 화장실을 안전한 장소라 볼 수는 없으며, 에어매트는 밖으로 대피하는 유일한 통로일 때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고층에서는 완강기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용법을 미리 숙지하지 않으면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완강기 사용법 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이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법안이 소급 적용되었더라면, 매트가 잘 관리되었다면, 완강기를 사용했다면 등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사전 방지와 사후 대처에 대한 방안이 더욱 촘촘히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천 호텔 화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자유롭게 의견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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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독성” 인정됐지만… “인체 무해” 언론 보도 여전히 방치
2024년 9월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지 13년째 되는 달입니다. 2011년 9월, 보건당국은 원인 불명의 폐질환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13년이 흘렀지만 참사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지난 9월 20일, 피해자 41명이 13년만에 구제 급여 대상자로 선정되었고, 관련 재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디어 감시 매체 뉴스어디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 보도를 살펴보다 놀라운 기사를 찾았습니다. "인체에 무해", "저독성 인정" 등의 문구가 담긴 가습기 살균제 홍보성 기사(기사형 광고)가 정정 없이 남아 있었습니다. 피해자에게 당시에 이 기사를 본 적 있는지, 지금 이 기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었습니다. 뉴스어디는 피해자와 함께 기사의 책임을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책임을 물었을까요? 언론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총 2편으로 된 기사의 1편을 먼저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눠보아요. *여러분의 후원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어디를 지속하게 하는 힘입니다.   뉴스어디를 후원해 주세요. (뉴스어디를 클릭 후, 응원 페이지에서 후원이 가능합니다) “전 국민 상대 흡입독성 실험한 것”…서울고법,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메이트’ 성분 유해성 첫 인정 “영국 저독성 인증받은 항균제”, “인체 무해”⋯ 6개 매체 최소 10년간 홍보 기사 쏟아내  살균제 피해자가 수집한 기사 단서로 10여개 “가습기 인체 무해” 홍보 기사 방치 사실 확인 “가습기 살균제 안전하다” 홍보 기사  써 온 언론들, 법원 판결 뒤엔 정부∙가해 기업만 비판 지난 1월 11일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메이트’ 제조사 SK케미칼, 유통사 애경산업 전직 대표가 항소심에서 금고 4년 형을 선고받았다.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다. 재판부는 “어떠한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은 채 상품화 결정을 해 전 국민을 상대로 가습기 살균제의 만성 흡입독성 실험이 행해진 사건”이라고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규정했다.  이로써 2018년 관계자들이 유죄를 선고받은 ‘옥시싹싹’을 포함해 피해를 야기한 모든 살균제 성분의 유해성이 법정에서 인정됐다. 참사가 알려진 지 13년 만이다. 지금도 검색되는 “살균제 인체 무해” 기사⋯94년부터 10년간 보도돼 가해 기업에 유죄를 선고한 판결 내용은 크게 보도됐지만, 최소 10년 동안 이 가습기 살균제를 홍보하는 기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한 언론은 없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부모이자 피해 당사자인 이은영 씨는 2015년부터 모아온 ‘살균제 홍보’ 기사를 <뉴스어디>에 제공했다. 1994년, 2002년, 2004년, 2005년에 실린 기사 10여 개다. <뉴스어디>는 이를 단서로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더 찾았다. <뉴스어디>가 취재를 진행한 1월 말까지는 인터넷에서 검색이 가능했던 것들이다. 아래는 해당 기사 목록. <가습기용 살균제 선봬>(매일경제, 1994년 11월 15일, 이채열 기자)<가습기 살균제 첫 개발>(한겨레, 1994년 11월 28일)<신상품/ 가습기 세균⋅곰팡이⋅물때 제거>(서울신문, 2002년 10월 15일)<가습기 사흘에 한번 꼭 청소>(경향신문, 2004년 12월 1일, 문주영 기자)<가습기 사흘에 한번 꼭 청소>(교차로신문, 2004년 12월 7일)<애경, 가습기용 방향제 출시>(머니투데이, 2005년 10월 25일, 최정호 기자)<[새상품] 심리적 안정⋅피로 회복 효과도>(일간스포츠, 2005년 10월 26일)<애경 ‘라벤더 가습기메이트’>(파이낸셜뉴스, 2005년 10월 28일)<아이방 가습기 준비하셨나요>(중앙일보, 2005년 10월 28일, 염태정 기자)<애경 ‘가습기메이트 라벤더향’>(문화일보, 2005년 11월 5일) 살균제 개발 첫해인 1994년 매일경제는 “독성실험결과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전혀 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라고 했다. 이후 “영국에서 저독성을 인정받은 항균제를 사용, 인체에 무해하다”(문화일보), “무해한 항균제를 사용한 것이 특징”(서울신문), “인체에 무해한 제품”(동아일보), “아로마테라피 효과와 비슷한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파이낸셜뉴스), “이 제품은 아로마테라피 효과에 의한 심리적인 안정감과 정신적인 피로 회복 효과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머니투데이), “가습기 전용 살균제를 사용하는 것도 가습기를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것으로는 애경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등이 있다”(경향신문)는 보도가 뒤를 이었다. 한겨레와 중앙일보는 가습기 메이트를 언급한 기사는 있지만 인체에 무해하다는 내용은 없었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기사 내용과 달리  ‘가습기메이트’ 제조사 SK케미칼, 유통사 애경산업은 제품 출시 전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았다. 제품 출시 후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서울대 수의대 보고서도 외면한 것으로 지난 1월 11일 재판에서 확인됐다. “안전하다” 홍보 기사  써 온 과거엔 눈감나?⋯법원 판결 뒤엔 정부∙가해 기업만 비판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쓴 기사를 방치하던 언론들이 2024년 1월 11일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전 국민에 독성실험”을 한 것이라는 항소심 판결 내용을 앞다퉈 보도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10년 이상 가습기 살균제를 홍보하는 기사를 써왔다는 사실을 짚은 기사는 하나도 없었다. 가습기 살균제가 “영국에서 저독성 인정받은 항균제를 사용, 인체에 무해하다”고 했던 문화일보는 <12년 지나서야…가습기 살균제 등 ‘비감염질환 대비 체계’ 준비>(2023년 9월 15일)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막을 체계 준비가 늦었다며 보건당국을 비판했다. 살균제를 “인체에 무해한 제품”이라고 소개하던 동아일보도 “기업들이 하루라도 빨리 배상·보상 방안에 합의해 피해자의 어려움을 덜어줘야 한다”고 했다.  가습기를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애경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를 추천하는 기사를 쓴 경향신문은 “돈벌이에 눈이 멀어 소비자 안전은 뒷전이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라며 가해 기업을 질타하는 사설을 썼다. “무해한 항균제를 사용한 게 가습기메이트 특징”이라던 서울신문은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막을 기관은 설립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국회를 비판했다. 살균제 피해자 “광고로 돈 벌더라도 위법 대리는 언론의 선택지 아니다” “가습기 살균제, 인체에 무해하다”는 기사가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 현실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살균제 피해자 이은영 씨는 “이런 것들(가습기 살균제 홍보 기사)이 계속 남아 피해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위법을 대리하는 존재로 전락하는 것이 언론의 선택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 20년 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살균제 홍보’ 기사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언론사를 대상으로 문제를 제기해 볼 생각은 없냐”고 묻자 이은영 씨는 “언론사가 그 기사가 남아있다는 걸 아직 모를까요?”라고 되물었다. 이 씨는 과거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 기사 수정을 요청한 적 있었는데 “언론사가 ‘언론중재위에 신고하라’고 되레 큰소리를 친” 경험을 얘기했다. “기력이 없어 전화도 몇 분 못 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이은영 씨가 정정보도를 신청하려 해도 쉽지는 않다. 언론중재위원회는 보도일로부터 6개월 이내 기사만 피해 구제 신청을 받는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 등 자율 기구는 최대 90일 이내 보도만 심의하고, 대부분 경고에 그치고 언론에 주는 불이익도 없어 피해 회복 효과가 없다. 이 씨는 “(언론사가) 스스로 문제라고 인식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 이런 입장을 내면 좋은 선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 이 씨 같은 피해자가 청구 가능 시일이 지난 보도에 대해 항의해 볼 방법은 없을까. <뉴스어디>는 피해자를 대신해 가습기 살균제 홍보 기사에 정정보도 등을 요청할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가습기 살균제의 마지막 홍보 기사가 나온 때는 2005년, 살균제 피해가 수면 위로 처음 드러난 때는 2011년이다. 보도 시점 등의 제한으로 언론중재위와 자율심의기구에 피해 구제 요청은 불가능했다. <뉴스어디>는 다른 방법을 활용했다. <경향, 20년 만에 ‘가습기 살균제’ 홍보 기사 정정⋯ ‘나 몰라라’ 언론도>에서 공개한다. 취재 박채린(rin@newswhere.org)
친환경차 늘리면 된다? 오답이다
국토교통부 “친환경 차량 증가세 뚜렷하다" 국토교통부가 2024년 7월 21일에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국내 신규 등록 차량은 823,000대다. 이중 휘발류차는 358,000대, 경유차는 70,000대, LPG차는 84,000대가 등록됐고, 하이브리드차는 240,000대, 전기차는 66,000대, 수소차는 2,000대가 등록됐다. 전체 등록 차량 비중에도 변화가 있었다. 친환경 자동차(전기차, 수소, 하이브리드)는 293,000대가 증가해 누적 2,413,000대가 등록됐다. 반면, 내연기관 자동차(휘발유, 경유, LPG)는 107,000대가 감소해 23,539,000대가 누적 등록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변화를 두고 “내연기관차(경유차)의 감소세와 친환경차의 성장세는 뚜렷하다.”라며 국민들이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도록 “자동차 산업에 관심이 많은 국민에게 유용할 수 있는 맞춤형 통계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누적 차량 대수도 증가한다는 것 친환경차의 증가세가 뚜렷하고, 내연기관차의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만 보면 시장과 사회가 친환경으로 돌아선 듯 보인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친환경차가 늘어나도, 누적 차량 대수가 증가한다면 환경에 전혀 이롭지 않다. 2024년 상반기 기준, 국내 누적 차량 등록 대수는 26,134,000대, 전체 인구 51,271,480명이다. 즉, 국민 1.96명 당 1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수치도 더 적은 인구가 더 많은 차량을 소유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인구감소가 대두되고 있지만, 2023년에는 오히려 인구가 증가했다. 인구 증가에도 인구 대비 차량 소유 비율이 감소했다는 건, 인구 증감 속도보다 더 많은 차량이 등록됐다는 의미다. 즉, 인구보다 더 빠르게 차량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친환경차 증가 ‘강조’가 아닌, 누적 차량 증가를 ‘우려' 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보도자료에 ‘친환경 차량 증가'를 강조한다. 마치 친환경이니 괜찮다는 것으로 들린다. 그렇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기후 위기를 걱정했다면, 친환경차 증가 강조가 아니라, 누적 차량 증가를 우려 했어야 한다. 현재 기후 위기는 부족이 아니라, 과해서 발생하는 문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물질 소비, 낭비와 폐기물이 감당안 될 만큼 많아서 발생한 것이다. 너무 많다의 해법은 감소가 되어야 한다. 누적 차량 증가를 우려해야 한다고 한 이유다. 이 차원에서 보면 도로교통부의 보도자료는 “도로교통부는 기후위기에 더 빨리 다가가고 있습니다.”라는 고백이다. 심지어 도로교통부가 말하는 하이브리드 차는 친환경도 아닐뿐더러, 에너지 발전 비중을 살펴보면 국내에 진정한 친환경 차량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국내엔 사실상 친환경 차가 없다 하이브리드차란, 전기와 내연기관 엔진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전기와 석유를 같이 쓴다는 말이다. 실제 증가량도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보다 2배 가량 높다.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로 가는 여정의 징검다리로 여겨진다. 전기차 충전 설비 확충에 시간이 걸리니, 하이브리드차를 먼저 지원해 설비 확충까지 시간을 벌자는 전략이었다. 이런 이유로 하이브리드차를 친환경으로 홍보하고 정부 보조금을 지원했었다. 당연한지만 석탄과 석유를 동력으로 하고, 석탄과 석유로 만든 전기가 동력인 자동차는 친환경이 아니다. 친환경 석유차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전기 생산 동력이 화석 연료라면 친환경이 아니다. “만약 우리가 석탄으로 전기를 만들어 전기차를 운전한다면, 이는 단순히 화석연료를 다른 화석연료로 대체하는 것밖에 안 된다."1) 생산 단계가 아닌 최소 운행 단계에서라도 친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재생 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쓰는 전기차가 운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보면 이 또한 한참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4년 5월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을 보면, 현재 우리나라 발전 에너지 중 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4.4%에 불과하다. 나머지 85.6%는 비재생에너지(석탄, 원자력, 천연가스)로 생산 중이다. 전기차의 전체 비중이 적고, 석유와 함께 운행되는 하이브리드차의 수치가 올라가는 상황, 이에 더해 재생 에너지 발전 마저 적은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국내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차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탄소 배출 세 번째로 높은 ‘수송' 분야, 전환 반드시 필요 수송 분야는 국내에서 반드시 탈탄소화 시켜야 할 분야다. 2023년 우리나라 수송 부문 잠정 탄소 배출량은 약 9,500만 톤이다. 전체 탄소 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한다. 산업과 에너지 전환 부문 다음으로 높다. 우리나라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30년까지 수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6,100만 톤까지 줄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무공해차(전기・수소차)를 450만 대까지 보급할 계획이다. 달성 여부는 요원하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 이후 전기차 구매 심리가 위축됐고,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차를 사겠다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현대차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을 2028년까지 40% 늘려 133만 대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목표이긴 하나, 현대・기아차 국내 점유율이 73%인 것과 소비자 반응을 보면 하이브리드차의 증가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승용차, 승합차, 버스의 평균 사용 연한은 15~20년이다. 즉, 새로 생산되는 모든 차량이 재생 에너지를 연료로 쓴다고 해도, 모든 차량이 화석연료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는 의미다.2) 이런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차의 판매 증가는 갈길 바쁜 탄소 감축과 전환을 더욱 멀어지게 한다. NDC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선, 수송 분야 탄소 배출량을 현재보다 30% 줄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매년 10%씩 감축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현재 상황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전기차를 늘리는 방식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전기차는 징검다리일 뿐 목적지가 아니다 전기차는 목적지가 아니다. 최종 목적지로 가는 징검다리일 뿐이다. 전기로 움직이는 대중 교통 체계 구축을 위한 징검다리 말이다.2) 도로교통과 수송 분야 탈탄소의 목적지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전기차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개인 이동 수단 없이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그 필요성을 못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자동차의 수명 주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누적 차량이 줄어들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적절한 정책과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간단한 예를 들면 이렇다. 도로 폭을 좁히고 인도를 확장  (재생 에너지 만을 연료로 하는) 친환경 대중교통 확충 고속도로의 주행 허용 속도 낮추기독일의 경우 130km로 제한시 190만 톤, 100km 제한시 540만 톤 감축 효과2) 자동차 제품 설계시 최고속도 제한예) 현재 200km를 100km로 제한 특정 거리 이동에는 탄소 배출이 많은 이동수단(항공 등)을 이용 금지 정책화예) 100km 이내에는 항공 이용 불가 집과 직장, 의료시설, 편의시설 접근성 개선15분 혹은 20분 내 도보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역 계획 정책 수립 정부는 이처럼 가능한 대안을 최대한 마련하고, 토론하고, 조율하고, 반영해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정책에는 자동차의 절대량을 낮추는 게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대안이 나와도 탄소 중립을 이룰 수 없고, 기후 위기를 피할 수 없다. 승소한 기후소송, 패러다임 전환으로 대응하는 목표와 방안이 나오길 현대차 창업주 정주영은 “인체에 비유하면 고속도로는 혈관과 같고, 자동차는 혈관을 흐르는 피와 같다. 이 때문에 좋은 자동차를 싸게 공급하는 것은 인체 내에 좋은 피를 공급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3) 라고 말했다.  좋은 차를 싸게 공급한다, 이것이 그간의 패러다임이었다. 이 패러다임 때문에 우리 일상의 자가용은 삶의 부품이 아닌 핵심이 됐다. 이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친환경 차량 늘리기가 아니라, 차량 줄이기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 이동수단 없이도 불편함이 없는 삶의 전환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이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와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개입해야 할 가장 최우선 지렛대다.4) 기후소송 승소로 탄소중립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났다. 정부는 2030년 이후의 탄소 중립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방안에는 늘리는 방식이 아닌, 줄이는 방식이 채택되고, 줄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나 같은 뚜벅이와 따릉이 시민을 위해선 더더욱 그런 방안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론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것도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은 자가용의 대안이 훌륭한 대중 교통이라고 믿지만, 사실 진짜 대안은 훌륭한 동네다. 그것이 자동차를 사회 조직의 중심 원칙이 아니라 삶의 한 부품으로 되돌리는 작업의 핵심 원칙이다.5) 최근 읽은 책에서 발견한 부분이다. 공감이 되어 밑줄을 그었다. 그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말 그대로 자동차 운전은 아무도 좋게 평가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 나쁜 냄새로 공기를 오염시키는 까닭에 중단해야만 한다. 산책이나 계속하자. 발로 걸어다니는 것이 최고로 아름답고 좋고 간단하다. 신발만 제대로 갖춰 신은 상황이라면 말이다.”6) ※ 참고 자료 ※ 1)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 (빌 게이츠/ 김영사/ 2021) p.198 2) <기후책> (그레타 툰베리 외/ 김영사/ 2023) p.284, 348, 350 3)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정주영/ 제삼기획/ 2001) 4) <ESG와 세상을 읽는 시스템 법칙> (도넬라 H. 메도즈/ 세종/ 2022) p.316 5) <자연 자본주의> (폴 호컨 등/ 공존/ 2011) p.125 6) <산책> (로베르트 발자/ 민음사/ 2016) p.19 * 친환경차의 신규 등록 대수와 누적 등록 대수의 변화가 일치하지 않는 건, 폐차가 등록 말소가 포함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보도자료에는 폐차나 등록 말소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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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도 미련도 없이… “제가 아버지를 죽였습니다” [누가 아버지를 죽였나 20화]
붉은색으로 염색한 풍성한 머리로 이마와 뒷목을 덮은 청년이 스타벅스에 나타난 건 늦은 오후였다. 검은색 뿔테 안경과 오른 손목의 은색 팔찌는 조명으로 더 반짝거렸다. “접니다, 기자님….” 키 180cm쯤 되는 호리호리한 청년은 내가 앉은 자리로 걸어와 고개를 숙였다. 검은색 셔츠 탓에 붉은색 머리카락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모르는 얼굴이었다. “저 도영입니다. 강도영.” 그럴 리가. 내 얼굴을 내려다보며 그가 씩 웃었다. 하얀 이가 도드라졌다. 3주 전에 가석방으로 출소한 사람 치고 너무 알록달록한 거 아닌가 싶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가 아는 강도영(가명)과 체격이 너무 달랐다. “저 강도영 맞습니다. 편지로 살 빼겠다고 약속했잖아요. 교도소에서 60kg 정도 뺐습니다.” 강 씨는 뇌출혈로 온몸이 마비된 아버지를 간병하다 사망에 이르게 한 존속살해 혐의로 2021년 8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그해 11월 프로젝트 ‘누가 아버지를 죽였나’를 통해 그의 사연을 자세히 보도했다.  간병노동과 영케어러(young carer)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떠올랐다.(관련기사 : <“쌀 사먹게 2만원만..” 22살 청년 간병인의 비극적 살인>) 그때 법정에서 본 강 씨는 130kg의 거구였다. 대구교도소에서 면회했을 때도 인상은 비슷했다. 면회실 투명창 너머의 강 씨는 몸집이 크고, 얼굴은 둥글고, 표정은 어두웠다. 그를 직접 본 건 그 두 번이 전부였다. 지난 7월 30일 가석방으로 출소할 때까지 셜록은 그와 편지로만 소통했다. 지난 8월 20일, 대구 그랜드호텔 1층 스타벅스에 반쪽이 된 얼굴로 나타난 그를 알아보지 못한 건 당연했다. 무엇보다 ‘강도영 알아보기’를 방해한 건 내 가슴속 편견이었다. 존속살해 혐의로 복역 후 갓 출소한 가난한 청년은 머리 염색이나 액세서리를 하지 않을 테고, 웃음기 없는 위축된 얼굴이나 울분 가득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란 고정관념 말이다. 편견을 버린 뒤에야 ‘병든 아버지를 굶겨죽인 패륜아 사건’의 숨겨진 진실이 보였던 2021년 11월 그때처럼, 나는 내면의 생각부터 정리해야 했다. 살인범이란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야 하는 스물다섯 살 강도영과의 대화는 그 후에야 가능할 듯했다. 이렇게 다짐을 해도 입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저기… 편지로 이야기한 대로, 많은 사람이 도영 씨 근황을 궁금해 해요. 밥 한 끼 대접하고 싶다는 사람도 많구요.” 강 씨는 ‘패륜살인 가해자’로 언론에 처음 등장했다. 셜록의 보도로 그를 향한 여론은 동정과 연민으로 바뀌었다. 밥을 사고 싶다는 사람부터 복지 혜택을 알려주겠다는 사회복지 공무원까지, 강 씨의 안부를 묻는 독자의 문의는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관심은 고맙지만, 기자님과 인터뷰를 끝으로 저는 세상에서 조용히 잊히고 싶습니다. 제가 잘난 일을 해서 관심 받은 것도 아니고….” 오래 생각한 일인 듯 강 씨의 낮은 목소리는 단호했다.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약 3주가 된 때, 강 씨는 친구 집에 머물고 있었다. 출소 후 주민등록을 마치자마자 그에게 날아온 건 돈을 갚으라는 독촉장이었다.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채무였다. 강 씨는 상속 포기 등 생소한 일을 처리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어려운 부탁을 했다. “예전에 아버지랑 살던 집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요? 거기서 인터뷰를 하고 싶은데….” 아버지가 사망하고 자신이 용의자로 체포된 현장, 그의 옛집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다. 그의 근황만이 아니라 정말로 누가 아버지를 죽였다고 생각하는지, 그때의 이야기를 강 씨에게 직접 듣고 싶었다. 그는 거부하지 않았다. 그렇게 인터뷰 장소와 날짜가 잡혔다. 9월 6일,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이 대구 하늘은 회색빛이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2층 다세대 주택이 빽빽한 골목 사이로 덥고 습한 바람이 불었다. 강 씨는 역시 ‘컬러풀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가 아버지와 함께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을 내고 살던 다세대 주택의 2층은 비어 있었다. 사건이 벌어진 그날부터 쭉 그랬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의 마당 한쪽 구석에서 저 혼자 높이 자란 엄나무의 이파리만 무성했다. “저 때문에 세입자가 안 들어오는 건가 싶어, 1층에 살던 주인집 할머니에게 죄송하네요. 아버지 쓰러지고 3개월 정도 됐을 때, 그 할머니가 10만 원도 빌려주셨는데….” 강 씨의 아버지는 2020년 9월 13일 뇌출혈로 쓰러졌다. 강 씨는 군 입대를 앞둔 21세 휴학생이었다. 갑자기 간병청년이 된 그에겐 돈이 없었다. 약 2000만 원에 이르는 아버지 치료비를 삼촌이 댔다. 아버지가 사망한 이듬해 5월까지, 월세·도시가스·전기요금·통신료 등 모든 게 밀렸다. 당시 강 씨는 집주인 할머니에게 10만 원을 빌렸다. 강 씨가 외부인에게 빌린 유일한 돈이다. 그의 삼촌도 더는 병원비를 댈 수 없게 된 2021년 4월 23일, 강 씨는 사지가 마비된 아버지를 퇴원시켜 집에서 간병했다. 약 보름 뒤인 5월 8일, 아버지는 안방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 지경이 될 때까지 그는 왜 공공기관에 도움 요청을 하지 않았을까. “공적 도움을 아예 안 알아본 건 아니에요. 주민센터에 전화로 물었는데 ‘아버지 장해진단서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그 진단서를 받으려면 사설 앰뷸런스 이용 등 최소한 10만 원 이상이 들더라구요. 그때 저는 쌀값 2만 원도 없었는데, 어떻게 그 돈을….” 강 씨는 당시 친구들에게도 사정을 말하지 않았다. “가장 후회하는 부분이에요. 친구들이 ‘왜 우리에게 말을 안 했느냐’고 저를 질책하더라구요. 제 성격 탓이에요. 저는 친구들에게 신세 지기 싫었고, 그게 타인에게 부담 주지 않는 배려라 여겼어요. 근데 친구들은 반대로 제 태도에 실망을 했더라구요.” 후회하는 만큼 강 씨는 출소 후 조금 달라졌다. 이제 그는 타인에게 어려움을 말하고, 필요할 땐 도움도 요청하곤 한다. 그의 친구는 출소 후 지낼 거처를 제공했고, 친구 부모님은 강 씨가 주민등록을 할 수 있도록 주소지를 제공했다. 강 씨는 ‘전태일과친구들’ 관계자와 함께 공공기관을 찾아 긴급생활지원금도 신청했다. 대구 수성구청은 강 씨에게 임시 거주지를 제공했고, 9월 현재 그는 그곳에 거주하고 있다. 곧 청년임대주택에 입주할 예정이다. 강 씨는 외부에 도움을 청하는 건 이기적이고 나약한 태도가 아닌 시민의 권리라는 걸 배우고 있다. 교도소에서 편지로 소통할 때, 강 씨가 가장 자주 언급한 건 “아무도 없는 불 꺼진 집”에 대한 기억이었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즈음에 엄마와 헤어졌다. 일터에 나간 아버지는 늘 밤늦게 귀가했다. 캄캄한 유년의 빈집은 그의 내면에 트라우마로 남은 듯했다. 아버지가 쓰러진 후에도 그에게 가장 큰 고통을 준 것 역시 빈집이었다. “사람들은 아버지 대소변 치우는 게 힘들지 않았느냐고 묻는데, 그건 별 고통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아버지가 병원에 있던 4개월간 혼자 집에서 지낼 때 정말 막막하고 힘들었거든요. 아버지가 퇴원해 집에 돌아온 4월 23일, 저는 오히려 안도감을 느꼈어요. 아, 이제 혼자가 아니구나… 아버지가 옆에 있구나….” 그 안도감은 또 다른 비극의 시발점이었다. 사실 강 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도시가스가 끊긴 집에선 끼니 해결도 어려웠다. 돈을 벌어야 했다. 당혹스런 일은 아버지 퇴원 바로 다음 날인 4월 24일 밤부터 벌어졌다. “편의점에서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거든요. 온몸이 마비된 아버지를 어두운 집에 홀로 두고 일하러 가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혼자 있으면 아버지도 나처럼 막막할 텐데, 혼자 있다가 돌아가시면 어쩌나… 별 걱정이 다 들고 너무 불안했죠.” 이미 깊은 우울증을 앓던 그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일주일 뒤인 5월 1일 강 씨는 편의점 사장에게 해고 통보를 받았다. 강 씨는 “그날의 해고가 결정타였다”고 회고했다. “굉장히 우울하고, 무기력할 때였거든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알바를 했는데, 정신이 없어서 일을 제대로 못하고, 그러다 해고당하고…. 제대로 되는 일도 없고, 나아질 희망도 없고, 노력을 한다고 내일이 달라질 것 같지도 않고,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다 엉망이었죠. 편의점에서 해고당한 날 모든 게 끝장났구나 싶었어요. 저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도 컸구요.” 바로 그날부터 강 씨는 아버지가 누워 있는 안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일주일 뒤 아버지는 시신으로 발견됐다. 재판부는 강 씨의 방치를 고의에 의한 존속살인으로 판단했다. 약 3년 4개월이 지난 지금, 에둘러 가지 않고 강 씨에게 물었다. “재판부 판결대로, 아버지를 본인이 죽였다고 생각합니까?” 강 씨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하늘을 한 번 보고, 땅도 잠시 바라봤다. 작은 한숨도 뱉었다. “그게… (잠시 침묵) 제가 그런 거죠. 제가 아버지를 죽인 거죠.” 뜻밖이었다. 강 씨는 재판 과정에서 유기치사를 주장했었다. 근데 이제 와서 왜? “제가 아버지 누워 있는 방에 안 들어갔으니까요. 그래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거고…. 아버지를 죽일 목적으로 안 들어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안 들어가서 돌아가신 건 맞으니까….” 뭔가 애매한 말이었다. 강 씨의 이런 태도는 처음이 아니다. 사건이 벌어진 그때부터 모든 게 그랬다. 판결문에도 당시 상황이 담겼다. “피고인(강도영)이 피해자(아버지)의 사망을 의욕하고 적극적인 행위로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켰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인은 피해자를 사망하도록 놔두어야겠다고 결심한 이후로도 피해자가 배고픔이나 목마름을 호소하면 물과 영양식을 호스에 주입하는 등 포기와 연민의 심정이 공존하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대구지법 제11형사부 판결, 2021고합248) 여전히 그때의 심정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듯했다. 내가 따지듯 물었다. “그때 도영 씨가 안방에 들어갔으면 아버지가 생존했을 거 같아요?” “(한참 동안 침묵) 확답하긴 어렵네요. 아버지는 제 방치가 아니라 뇌출혈 합병증으로 돌아가셨을 수도 있긴 하죠. 퇴원할 때 의사도 ‘언제든 사망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요. 사망 원인은 누구도 알 수 없죠.” 부검 결과 아버지의 사인은 ‘영양실조에 따른 폐렴’이었다. 언뜻 강 씨의 방치에 따른 결과로 보이지만, 아버지는 병원에 있을 때부터 영양실조였다. 입원 당시에도 생명이 위중한 응급상황이 벌어졌다. 아버지의 사인과 사망 시점을 엄밀히 따져야 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되지 않았다. 과학적으로 판정하기 어려운 내면의 풍경, 즉 ‘강 씨가 아버지의 죽음을 의도했는지’ 여부만 쟁점이었다. 그에게 다시 물었다. “누구도 사인을 정확히 모르는데, 강도영 씨만 처벌받았잖아요! 그게 억울할 수도….” 강 씨가 내 말을 끊었다. “억울하지 않아요. 정말로 합병증으로 사망했을 수도 있지만, 그것 역시 확실한 건 아니잖아요. 결국 확실한 사실로 남은 건, 제가 책임을 안 졌다는 거잖아요.” 세상에서 잊히고 싶다고 말하던 때처럼 강 씨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도의적인 책임에서 비롯된 감정일까? “누구를 탓하고 원망한다고 해서 아버지가 다시 살아나는 것도 아니고, 결과가 달라질 일도 없잖아요. 그냥 제가 책임을 못 졌으니까… 아픈 아버지는 제 책임이었으니까요. 제가 방에 들어가지 않은 건 틀림없는 사실이고.” 강 씨는 그때나 지금이나 자기에게 벌어진 일을 “무슨 말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어떤 말을 해도 세상 사람들은 믿지 못할 것”이란 아쉬움도 밝혔다. 교도소에서 그때의 사건을 수없이 곱씹어 봐도 답을 딱히 내릴 수도 없었다. 생각할수록 마음만 괴로웠다. 결국 그는 “모든 건 내 책임”이라고 스스로 정리했다. 스물한 살 때 겪은 그 엄청난 일을 자기의 언어로 정리해서 설명하려면 아직 더 많은 세월이 필요한 듯했다. “구치소, 교도소 감방 동료들에게 왜 구속됐는지 설명해야 하는 시간이 있었거든요. 있는 그대로 다 이야길 했는데, 다들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더라구요. 감방에 와서야 위로의 말을 처음 들어봤는데, 기분이 디게 묘하더라구요.” 셜록 보도 직후, 강 씨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에 시민 약 6000명이 서명했다.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강 씨에게 직접 편지를 보냈고, 김부겸 당시 국무총리가 복지 사각지대에 대해 사과했다. 강 씨는 역시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감방에서 TV 뉴스를 보는데, 제 이야기가 나오니까 얼떨떨 하면서도 힘을 얻는 계기가 됐죠. 모두가 나를 비난하고 나쁘게 볼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했구요.” 강 씨에게 “다시 아버지가 쓰러진 스물한 살 그때로 돌아가면 어떻게 할 것 같느냐”는 다소 잔인한 질문을 던졌다. 수없이 생각했는지 막힘 없이 답이 나왔다. “아버지와 제가 같은 처지로 돌아간다면, 아버지를 퇴원시키지 않고 제가 멀리 도망갈 거 같아요. 그러면 아버지는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잖아요. 최소한 아버지는 살해 피해자, 저는 살인자는 되지는 않겠죠.” 아픈 부모를 병원에 두고 연락 끊어버리기. 벼랑 끝으로 몰린 가난한 누군가에겐 최악의 수가 곧 최선의 선택이란 걸, 강 씨는 교도소에서 배웠다. 그가 홀로 아버지를 돌볼 때 도움의 손을 내밀거나, 연락을 끊어버리라는, 최악이면서 최선인 길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 강 씨는 학업을 이어갈 길을 모색하고 있다. 강 씨의 꿈은 힙합 뮤지션이다. 그는 구속 전부터 작사·작곡을 했다. 기존에 다니던 대학의 전공은 음악과 거리가 멀었다. 다시 수능을 보는 것까지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알바 등 일자리도 알아보는 중이다. 그는 자립의 중요성을 구속 기간 내내 생각했다. 가족이 없는 그는 스스로 생계를 꾸리고 공부도 해야 한다. 버거운 길을 앞둔 그에게 다시 물었다. “돕겠다는 사람이 많은데, 왜 다 거부하고 세상에서 잊히고 싶다는 겁니까?” 그가 말했다. “계속 간병살인 청년으로 불리면서 과거에 묶이고 싶지 않아요. 그러면 제가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잖아요. 좋은 일도 아니고, 제가 잘한 것도 없잖아요. 좋은 음악인으로 성공해서 유명해지고 싶어요.” 인터뷰는 그가 살던 집 근처에서 끝났다. 우리는 어느 허름한 치킨집 앞에서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나는 큰길 쪽으로, 강 씨는 그의 옛집 골목 쪽으로 향했다. 하늘은 여전히 흐렸고 비는 내리지 않았다. 뒤를 돌아봤다. 당장 재개발 해도 이상할 것 없는 누추한 동네의 골목길에서 강 씨 뒷모습만 유난히 알록달록하게 보였다. 카카오택시는 금방 도착했다. 서울행 KTX를 타러 동대구역으로 향하는 택시 안, 더는 강 씨를 간병살인 청년이라 부르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의 마지막 말은 나에게 한 당부이기도 했다. 래퍼 강도영이 어떤 곡을 들고 세상으로 나올지 천천히 기다리기로 했다. 박상규 기자 comune@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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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원전 3・4호기 짓고, 재생에너지 발전 막는 정부. 뭔 짓거린가
2년 전 예정된 신한울 원전 3・4호기 원전 건설 허가 “고사 직전인 원전 살리겠다" 정부가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허가했다. 준공 예정 시기는 약 8년 뒤다. 3호기는 2032년 10월에, 4호기는 2033년 10월에 완료될 예정이다. 2년 전에 예정된 수순이었다. 지난 2022년 6월 16일, 정부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를 발표하며 “탄소중립・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조속 재개, 운영 허가 만료 원전 계속 운전 등으로 원전 비중을 제고"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0일에는 한발 더 나아가, “원전 중소・중견 기업 ‘돈’ 걱정 사라진다"라며 신한울 원전 3・4호기 보조기기 계약 체결 시 선금 30%를 선지급 하는 ‘선금 특례 제도'까지 마련했다. 계약을 체결해도 실제 납품할 때까지는 대금을 받기 어려웠던 것을 해결해주겠다는 취지였다. 해외 판로 개척도 열심히 했다. 지난해 5월에는 국내 원전 수출 경쟁력 향상을 위해 48억의 신규 수주 지원을 했고, 그 결과 지난 7월 17일에 체코 원전 30조 원 수주에 성공했다. “고사 직전의 원전 생태계를 복원"해서 “탄소중립이자 국부 창출의 주역”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 참여까지 독려하고 있다. 지난 5월 CF100 인증제(Carbon Free 100, 원전・수소 등이 포함된 무탄소 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100% 사용) 창설을 발표했다. 기업의 원전 에너지 사용량을 늘려, 탄소중립을 돕겠다는 취지다. 원전으로 기후위기를 잡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국내 기업 82%는 “CF100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당연하다. 수출로 먹고 사는 국내 기업에게 국제 사회 요구가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국내 기업에게 요구하는 건 RE100(재생에너지 100%로 전력 생산)이다.  만약, 정부가 정말 기업을 생각했다면 원전을 말할 것이 아니라,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높이고, 전력 망을 확충하도록 지원했어야 한다. 비단 기업만이 아니라, 탄소중립과 기후위기를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어야 한다. 정부는 그렇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재생 에너지는 고사 중이다. 진짜 고사 중인 재생 에너지, 아프리카보다 뒤처지고 OECD 꼴찌 수준 정부가 원전을 살리는 사이, 재생 에너지는 고사 중이다. 국내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중은 아프리카 평균보다 낮아졌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OECD 가입 국 중 꼴찌 수준이다. 영국의 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발전량 중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중은 5.4%였고, 아프리카는 4.6%였다. 하지만, 2023년에는 아프리카는 6%가 된 반면, 우리나라는 5%로 하락했다. 지지부진한 재생에너지 발전량과 비중을 늘리는 게 현 정부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태양광과 풍력 등은 탄소중립 달성에 가장 유용한 에너지로 인정받는 에너지다. 정부의 역할은 이 에너지를 확충할 제도와 방안을 마련하고, 지원해야 한다. 또한, 관련해서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지역민(예를 들어 송전탑 건설 등)과 토의하고 토론하며 의견을 수용하고 반영해야 한다. 실제 정부는 주민과 대화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정부는 원전 강화를 말한 새정부경제정책방향 발표 당시 “재생에너지는 주민수용성에 기반하여 보급을 지속하되, 비중을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민수용성에 대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한다고 말한 것에 빗대어 보면, 정부 방향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부, 재생에너지 발전 규제 “사업 허가 안 준다” 주민 수용성 기반한다던 약속은 어디로? 주민수용성이란, 발전사업 개발사가 주민에게 일시적・영구적 피해를 보상하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해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을 말한다. 정부가 말한 주민수용성이 진짜였다면, 재생에너지 보급에도 지역민의 의견을 구하고, 보급 중단에도 지역민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 정부는 그러지 않고 있다. 산업통산자원부는 지난 9월 1일부터 재생에너지 신규 허가 규제를 시작했다. 이로 인해 태양광 발전이 가장 활발한 지역과 해상 풍력 발전량이 많은 제주도의 재생 에너지 신규 허가가 중단됐다. 허가 중단 이유는 “전력을 생산해도 송전 시설이 부족해서 전달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즉, 지역에서 생산해도 다른 지역으로 넘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재생에너지 발전 단체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오히려 현재 이격거리 규제를 풀어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규제를 풀어서 재생에너지 발전을 독려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규제를 걸어 발전을 저해하는 모양새다. 송전시설이 문제라는 건, 정부 스스로 재생 에너지 생산 문제가 아니라, 송전 시설 확충이 문제라는 고백이다. 재생에너지 사업 허가 규제는 전기 전달의 문제를 전기 생산 차단으로 대처한 것이다. 만약 송전 시설이 문제라면, 정부가 나서서 더욱 주민과 토론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게 마땅하다. 주민 수용성을 기반으로 조절하겠다고 한 말이 진심이라면 말이다. IEA “태양광 에너지 투자금이 다른 모든 에너지 투자금보다 많다" 국토 0.7%만 쓰면 2030년 탄소중립 경로 맞출 수 있어 과거에는 태양광의 투자 비용이 많다는 인식이 있었고, 실제로도 석탄과 석유 등 다른 화석 에너지에 비해 단가가 높았다. 하지만, 현재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투자량이 많아져 가격은 싸졌고, 효율성도 높아져 면적 단위당 전력 생산량도 높아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태양광 에너지 투자금이 다른 모든 에너지 투자금보다 많다"고 말한다. IE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태양광 발전 투자량은 5,030억 달러이며, 그 외 에너지 투자량은 4,260억 달러다. 이러한 투자량에 힘입어 태양광 발전의 발전 단가는 싸지고 있고, 에너지 효율도 좋아져 더 작은 패널로 더 많은 발전도 이룰 수 있는 실정이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산지가 70%라 많아 태양광 발전이 용이하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이 높아져 현재 국토의 우리나라 국토의 0.7%만 사용해도 2030년 탄소중립 경로를 맞출 수 있다. 지역에서도 에너지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태양광 발전 움직임과 에너지 지역 자립 움직임이 강하다. 정부의 확장 의지만 있으면 재생 에너지 확장은 분명 가능한 일인데, 느닷없는 원전의 확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10년 뒤에나 완공되는 원전으로 어떻게 탄소중립을? 그와중에 암모니아 혼소 석탄 발전에 3조 투자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원전 완공까지 걸리는 10년의 기간 동안 에너지 부분 탄소중립을 어떻게 이루겠다는 부분이다. 신한울 원전은 약 10년 뒤에나 완공된다. 그 말인즉슨, 10년 내 신규 원전에 의한 전력 생산이 없다는 말이다. 당장 내년에 원전 완공이 가능하고, 바로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면 정부의 원전 정책을 아주 미세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에 도대체 무슨 생각이 있는 건지 의문이다.  만약, 원전과 함께 재생 에너지 발전을 함께 늘리는 방향으로 설정했다면 어느정도 이해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줄이는 정책과 제도를 피고 있는 현 정부의 모습을 보면 과연 탄소중립 의지가 있는건지 의심스럽다. 당장 2030년의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지 않겠다는 것으로도 느껴진다. 그 와중에 2030년부터 적용되는 ‘암모니아 혼소 석탄 발전’에 3조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퇴출 시켜도 모자랄 판에,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화석연료 기득권도 없는데 도대체 왜 화석연료 자원이 있는 국가의 경우 화석연료 추출 기업이나 지지자들의 기득권이 견고하다. 때문에 그들의 로비와 반대로 재생 에너지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해당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혀 다르다. 화석연료 기득권이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오히려 빨라야 한다. OECD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꼴찌인 수준은 정부가 깊이 반성해야 한다. 화석연료 자원이 없는 게 오히려 장점인 상황인데, 그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부족이 아니라 무능이다. 기업들이 반기지도 않는 CF100 인증제를 만들고, 당장 에너지 증가도 없고 2030년의 목표 달성도 어려운 원전을 전면에 내세우며 재생 에너지 발전은 줄이는 게 도대체 뭔 짓거린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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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연금개혁 똑바로 했잖아? 이런 얘기 안 했어💰
폴라리스 항해도 vol. 119 폴라리스 독자님들은 황금연휴를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구직자(백수)라, 연휴의 영향을 받지 않고 평소와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요. 구직 활동을 하다 보면 마주하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자기소개서의 나는 ‘일하고 싶어요! 뭐든 시켜만 주세요!’라고 외치지만 막상 일하게 되면 퇴사를 꿈꿀 것 같다는 거예요. 예전엔 일자리에서 물러나 연금을 받으며 살 때가 되면 이런 딜레마도 끝나리라 생각했지만, 이젠 미래를 생각하면 공포심이 앞섭니다. ‘국민연금 고갈’은 공포를 키우는 데 일조했고요. 지난 국회에서 연금 개혁이 무산된 이후 국민들의 신뢰는 더욱 떨어졌는데요. 다행히도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다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연금 개혁을 ‘숫자’의 문제로 간주합니다.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몇 퍼센트로 할 것인가, 몇 살부터 보험료의 차등을 둘 것인가…. 하지만 숫자에 가려진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본 목적을 떠올리면 더욱 중요한 문제들이기도 합니다. 폴라리스는 이번 연금 개혁에서 절대 지워져서는 안 될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처서 매직’도 비껴간 무더운 추석 연휴, 폴라리스와 함께 보내주세요. "사회보장은 모든 국민이 다양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자립을 지원하며, 사회참여ㆍ자아실현에 필요한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여 사회통합과 행복한 복지사회를 실현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한다.” - 사회보장기본법 제2조   #1 17년 만의 연금개혁, 뭐가 달라지냐면 90년생은 국민연금을 한 푼도 못 받을 거라는 말, 자주 들어보셨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4대 개혁’ 중 하나인 연금개혁안을 지난 4일 발표했습니다. 여야 또한 절충안을 찾아 내년 정기 국회에서는 관련 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죠. 폴라리스가 소개할 조선일보 기사는 독자가 제일 궁금해할 만한 Q&A 4개로 연금개혁안을 정리했습니다. 삽입된 그래픽을 보시면 이해가 배로 쉬우니, 일독을 권합니다. 전문가 의견은 다양합니다. 나이가 아닌 ‘지불 능력’이 보험료율을 결정해야 하는데, 20대 이하부터 50대까지 보험료율 인상 폭을 달리하는 게 위험하다는 우려도 나오고요. 이와 달리 세대 간 공정성 확보를 위한 해법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번 개혁안에서 제일 복잡한 이슈는 ‘자동 조정 장치’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신규 수급자 기준으로 연금 수급 총액의 17% 가까이 깎인다”고 장치 도입에 반대 의사를 보였습니다. 반면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자동조정장치는 한마디로 저출생과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향후 연금수급액이 줄어들도록 설계됐는데요. 정부가 제시한 자동조정장치는 ‘최근 평균 가입자 수 증감률’과 ‘기대 여명 증감률’을 반영해 연금액을 조정하겠다는 게 골자입니다. 현 제도대로면, 내년 물가상승률이 5%일 때, 올해 100만 원이던 연금액이 이듬해에는 105만 원이 되겠죠. 그런데 자동조정장치가 작동하면 가입자 수 증감률(Ex. 1.0%)과 기대여명 증감률(Ex. 0.5%)의 합을 물가상승률에서 제하고 인상하는 겁니다. 현 제도라면 105만 원을 받았겠지만, 자동 조정 장치가 작동하면 103만 5천 원을 받는다는 게 위 기사의 설명입니다. 이번 연금개혁안은 노후 소득 보장과 기금 고갈 등의 문제를 최대한 보완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는 평을 받습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가닿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이번에도 놓쳤다는 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글 보러가기 ⓒ연합뉴스 #2 숫자에 가려진 사각지대 ‘더 내고 더 받기,’ ‘덜 내고 덜 받기’ 등 지금까지 주로 논의됐던 국민연금 개혁안은 근로 소득 징수를 전제로 합니다. 이는 국민연금이라는 제도가 낳는 격차와 불평등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1) 근로 소득이 낮은 경우 2) 회사 부담이 아닌 아닌 개인이 보험료를 100% 부담하는 경우 (지역가입자) 3) 연금 가입 기간이 짧은 사람들 등은 사각지대에 놓이기 마련입니다.  먼저,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사회보험’ 이라는 것을 염두해야 합니다. 이 제도는 필연적으로 소득이 높고 가입 기간이 긴 사람, 즉 노동시장에서 고용이 안정된 사람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보험료를 일정 기간, 정기적으로 납부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노후 보장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죠. 여기에서 사각지대 및 가입자 간 격차 문제가 등장합니다. 사각지대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했거나(적용제외자), 가입했더라도 실업 등 소득상실로 가입이력을 쌓지 못하는(납부예외 및 장기체납) 가입자들을 의미합니다. 숫자로 보면 격차가 더욱 와닿습니다. 국민연금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2020년 말 기준 약 1263만명이라고 추정합니다. 가입자 연령군 10명 중 4명이 사각지대인 셈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격차 문제는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궤를 같이 합니다. 상용직 임금노동자는 연금가입율이 90% 후반대인데 ‘임시일용직’ 정규직 노동자는 53.8%, 비정규직 노동자는 42.8% 불과합니다. 2021년 기준, 비임금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나 프리랜서) 수는 788만명 가량에 달하는데, 이들의 가입률도 낮은 편입니다. 플랫폼 노동자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51.7%에 그쳤습니다. 요약하자면, 노동시장 중심부와 주변부의 격차에 따라 국민연금 가입자별 노후 소득이 달라집니다. 이러한 소득 격차는 노동 시장의 양극화에서 비롯되고요.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문제는 복잡합니다. 고용 형태 뿐만 아니라 성별, 나이에 따라서도 국민연금 수혜자의 모습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음 파트에서 함께 살펴보시죠. 🧭글 보러가기 #3 국민연금은 여성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 연금에도 성별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성별 연금격차는 성차별적인 노동·복지 구조로 인해 발생합니다. 성별 연금격차는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첫 번째로 수령 인구 격차입니다. 남성에 비해 연금 수급 자격을 얻는 여성의 수가 적은 거예요. 두 번째로 수급 금액 격차입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의 수령액이 낮은 거예요. 국민연금에서도 성별 연금격차가 나타납니다.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남성이 여성보다 1.3배 많고, 수령자와 수령액도 두 배 가량 많습니다. 성별 연금 격차가 분명히 나타나지만, 아직 국가 차원의 공식적인 지표는 없습니다. 국민연금의 원칙은 세 가지입니다. ①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한 이에게 준다. ② 소득에 비례해서 준다. ③ 오래 납부한 만큼 더 준다(10년 단위). 간단한 성별 연금격차를 유발하는 공식입니다. 한국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기간 동안 일하지 못하고, 동등한 소득을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복지 제도에서도 불리합니다.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남성보다 취약한 존재입니다. 여성은 고용과정에서의 차별은 물론 경력단절, 임금차별, 불안정고용에 노출되곤 합니다. 성차별적 노동구조는 여성의 지속적이고 평등한 소득 획득에 장애물이 됩니다. 따라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복지 서비스 수급 요건을 획득하고, 수령 금액 증식하는 데 장애물이 됩니다. 경향신문에서 자세한 사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에 출산크레딧 부여 자격을 첫째 아이 출산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있었는데요. 성별 연금격차 해소를 위한 일보 진전이긴 하나 한계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첫 아이에게 크레딧을 부여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데다, 다른 나라에 비해 납부 인정 기간도 너무 짧다는 것입니다. 남녀 모두에게 지급되는 혜택이라 여성에게 불리한 연금구조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실제로 출산·양육 크레딧 수혜자 98%가 남성이란 통계도 있고요. 여성을 고려하지 않는 복지 제도는 여성의 생계를 보장하지 않고, 여성이 남성부양자에게 의존하게 만듭니다. 국민연금 개혁에는 섬세한 젠더 관점을 바탕으로 한 성평등한 변화가 꼭 필요합니다. 🧭글 보러가기 ⓒ연합뉴스 #4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요? 국민연금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지 않으려면 정년 연장 논의도 필요합니다. 정년은 국민연금 개혁에서 아주 중요한 변수입니다. 국민연금 의무가입 기간은 59세, 법정 정년은 60세인 현 구조에서는 59세까지 보험료를 내고 63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60세에 퇴직하고 63세부터 연금을 받는다면 3년의 소득 공백이 생기겠죠. 그런데 최근 정부는 의무가입 기간을 64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가입자가 돈을 내는 기간을 늘려 재정을 안정시킨다는 취지입니다. 문제는 정부가 정년 연장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거예요. 의무가입 기간은 늘어났는데 정년은 그대로라면, 퇴직 후 소득이 없어도 연금 보험료는 계속 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취지가 크게 흔들리게 되는 것이죠. 납부 기간을 늘리려면 일할 수 있는 기간도 늘려야 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생각하면 더 중요한 문제인데요. 일하는 기간을 늘리는 ‘방법’에서 노동계와 정부•경영계의 의견이 갈리고 있어요. 노동계는 법적 정년 연장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에서부터 정년 연장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보다 청년 고용이 쉽지 않아 기존 고령 노동자의 계속 고용이 절실하기 때문이에요. 정부와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취업의 경우 퇴직 전과 동일한 직무를 수행함에도 임금이 과하게 삭감되거나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금이 낮고 고용이 불안한 일자리로 내몰리게 되는 겁니다. 이는 한국의 노인이 빈곤한 이유이기도 하죠. 정년을 바꾸는 건 단순히 퇴직 시점을 정하는 것이 아닌 고령 노동자의 노동 가치와 존엄성을 재고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때입니다. 🧭글 보러가기 에디터가 남긴 편지 “둘 다 덩치가 크고, 회색이며, 사람들한테 아주 인기가 있고, 비둔해 움직이기 힘들다.” 독일의 연금 전문가인 힌리히스 브레멘대 교수는 연금 개혁의 어려움을 '코끼리 옮기기'에 비유했습니다. 연금기금의 규모 자체가 워낙 큰 데다가, 인구구조 및 산업 변화와 같은 사회경제적인 변수에 유동적으로 대처하기가 매우 어렵고 위험하기 때문이죠. 개혁을 잘못했다간 표심을 잃을 수도 있고요.   한국에서 국민연금은 공적 연금 제도로서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가지지만, 몇 년 사이 낮아진 소득대체율 때문에 일각에선 ‘용돈’ 연금이라는 비판도 합니다. 몇십 년째 개혁에 관한 논의는 이뤄졌지만 이렇다 할 해법은 없어 보이는 국민연금, 우리는 이 제도에 굳이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까요? 개혁이 필요하다면 무엇 때문에 해야 할까요? 제가 이번 레터를 준비하며 문뜩 든 의문들인데요. 에디터 레터 지면을 활용해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차근차근 찾고자 합니다. (주의: 못 찾을 수도 있습니다) 다소 장황하지만, 제 고민의 흔적을 함께 따라가 주시겠어요? 1. 기금 수익률, 기금 안정이 제일 중요해? 자, 우리는 여태까지 재정 안정이냐 노후 소득 보장이냐 식의 이분법 담론을 접해왔습니다. 그리고 이 논의에 꼭 언급되는 단어들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었죠. 얼마를 내고 얼마를 받을 것인지 수치 얘기가 계속된 이유는 국민연금이 근로 세대가 퇴직 세대를 부양하는 부분적립방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입니다. 부분적립방식은 보험료 수입을 바로 급여로 지급하지 않고, 남은 자금을 기금으로 적립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다만, 다들 아시다시피 현재 상황으로서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보험료 수급은 줄고 연금 지출은 늘 수 밖에 없죠. 언론, 정치권이 기금 고갈 '공포'를 얘기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정권들은 '재정 안정, 노후 소득 보장'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조율하기도 했고요. 최근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개혁안도 이와 크게 빗나가진 않았습니다.  2. 세대 간 개인들의 연대가 정말 답일까?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개혁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입장입니다. 당장 내야 하는 보험료나 수급액을 조정할 수는 있어도, 인구 구조가 계속 악화한다면 국민연금의 불안정성과 기금 소진은 막을 수 없기 때문이죠.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교수는 재정 안정이 지출 시점 노동 세대의 생산성에 달려있기 때문에 현재 논의되는 저축식 해법은 효용성이 크게 없다고 말합니다. 특히 노동 세대의 생산성은 인구, 사회경제적인 변수 및 불확실한 상황에 좌지우지 될 수 밖에 없고요. 혹시나 지금보다 인구구조 상황이 더 안 좋아져 연금 수입액을 초과하는 수준까지 보험료를 올린다면, 가입자들 사이에 오히려 제도 불신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점점 공적 연금의 효용성을 느끼지 못하겠죠. 민간 연금과의 경쟁에서 국민연금은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을거고요. 중요한 것은, 고소득자 가입자들은 알아서 민간 연금과 같은 플랜 비를 찾을 테지만,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은 노후 소득 보장에서 점점 더 밀려날 것입니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개혁안대로 보험료와 세대별 차등 적용을 한들, 노동 양극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사회 위기에 사각지대 인구는 연금의 수혜자가 되기 더 어려울 것입니다. 어찌됐던, 국민연금이 안정적으로 운용된다면, 사각지대의 사람들에게 공적연금은 여전히 노후 소득의 큰 기둥입니다. 금융시장 상황에 좌지우지되는 사적연금이나 금융상품에 비해 안전성도 비교적 높고, 애당초 사적연금과 목표부터 다르고요. 3. 든든한 사회라는 뒷배가 필요해 현재 제안된 개혁안을 비롯한 다른 모수 개혁안들은 살펴보면, ‘국민연금기금을 소진하면 절대 안 된다’는 신념이 작용했다고 원종현 국민연금기금 상근전문위원은 말합니다. 아니, 기금 소진을 막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싶지만, 원종현 위원은 연금 개혁의 핵심은 그것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물론 기금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노후 보장, 즉 공적연금제도 자체를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한 구조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이 논리를 따라가보면, 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은 곧 노후 보장 강화로 이어집니다. 예컨대, 소득대체율을 인상해 노후 소득이 기초생활을 보장하게 하고, 근로기간에 납부하는 보험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죠. 이는 공적연금제도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미 4월, 500명의 연금개혁 시민대표단 중 다수는 숙의 토론을 통해 ‘소득대체율 인상을 통한 적정 연금 보장’을 선택했습니다. '더 내고 더 받기'를 통한 노후 보장을 선택한 셈이죠.  다만,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근로소득 뿐만 아니라 국가도 국민연금의 재원을 어떻게 충당할지 고민해야 된다고 강조합니다. 즉, 보험료를 개인 가입자들이 더 내는 방안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현행 보험료율 9%는 각 근로자의 소득에서만 징수합니다. 하지만 근로소득만으로 노후 사회보장제도 전체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노동 능력 여부, 고용 형태, 성별, 나이 등에 따라 격차도 벌어질 수밖에 없죠. 한 세대는 단일한 계층으로 구성되지도 않고요. 일각에서는 보험료가 부과되는 소득 기반을 넓힌다면 보험료율은 낮아질 수 있고, 일부 국가가 시행하는 자산소득 등 다양한 소득원에 대한 보험료 부과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보험료의 양보다, 분배의 질서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자,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앞으로 국회는 어떤 안을 내놓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구독자님은 이번 개혁안, 어떻게 보셨나요? 댓글로 의견 알려주세요!  2024. 09. 16.   에디터 산호🐠 드림 만든 사람들: 반달🌙, 모래🏖️, 푸릇🌿, 산호🐠 🧳폴라리스 방학 공지🌕 폴라리스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레터를 열어보셨을 쯤이면 막 시작된 추석 연휴를 즐기고 계시겠네요. 폴라리스 에디터들도 한 주 동안 재정비와 휴식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폴라리스 레터는 9월 30일 꺼뉴다보 13호로 돌아옵니다. 모두 몸 조심하시고, 건강하고 아프지 않은 한가위 되시길 빕니다. 다음 레터에서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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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근로장려세제(EITC)가 복지태도와 증세태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계획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 2024.9.13. KIM DAHYEON, All rights reserved.이 글은 향후 작성자의 학술적 연구를 위한 초안으로, 작성자의 허락없이 복사, 인용, 배포,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연구 계획서] 근로장려세제(EITC)가 복지태도와 증세태도에 미치는 영향- 기초생활보장제도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근로장려세제(EITC)’가 저소득 근로자의 복지태도와 증세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기초생활제도보장제도의 영향과 비교함으로써, 친복지-친증세 태도 함양을 위한 제도적 함의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복지패널(KOWEPS) 데이터를 활용하여 저소득 근로자를 근로장려금 수급 집단, 기초생보 수급 집단, 중복 수급 집단, 미 수급 집단으로 구분한 뒤, 다중회귀분석을 통해 집단 별 복지 태도와 증세 태도의 특징 및 차이를 분석할 것입니다. 본 연구를 통해, 저소득 근로자에게 있어 복지 태도와 증세 태도의 불일치, 즉 태도 이중성은 일정 정도 나타나는 일반적 특성임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근로장려금 수급집단과 중복 수급 집단은 타 집단 보다 복지확대와 증세 모두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기초생보 수급집단과 미수급집단은 복지 확대에 찬성하지만 증세에는 반대하는 태도 이중성이 높은 비율로 확인될 것입니다. 이러한 경향성은 근로장려금과 기초생보 액수가 높을수록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기초생활보장제 보다 근로장려세제가 복지와 증세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확대시키고 있음을 시사할 것이며, 복지태도와 증세태도를 함양하기 위한 제도적 방향성을 논의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1. 서론 ☄️ 문제제기 한국 사회에서 1997년 IMF 외환위기는 빈곤에 대한 지형을 뒤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규모의 구조조정과 해고는 개인이 열심히 일하면 가난을 면할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깼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열심히 일하지만 삶의 불안정성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려운 국민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복지제도 중 하나가, 근로장려세제입니다. 근로장려세제(EITC, Earned Income Tax Credit)는 저소득 근로자들을 위한 근로장려금(현금 급여)로서, 소득세 공제 및 반환을 제공하는 복지제도입니다. 2008년 한국에서 도입된 근로장려세제의 목적은 노동하는 저소득층의 실질 소득을 향상시키고, 노동에 대한 유인을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다차례에 세법개정을 통해 수급 기준이 완화대고 대상이 확대되어 왓습니다. 도입 시기의 목적이었던 재분배 효과와 노동공급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들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고 있고 정착되어있는 제도로, 도입시 목적이 유의미하게 충족되지 않았다고 해도, 제도라는 것은 완전히 폐기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제도를 폐기할 수 없다면, 도입 목적을 보다 잘 달성하기 위한 방안과, 도입 목적 이외의 효과들을 탐구하고 보완하기 위한 방안들이 요구됩니다. 근로장려세제의 초기 목적 이외의 다차원적인 파급 효과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 근로장려세제가 도입목적 외에도 시민들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복지태도”와 “증세태도”에 집중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근로장려세제는, 공공부조(mean tested)에 속하지만, 기초생활보장제도보다 대상층을 폭넓게 두고 있다는 점, 성실한 세금신고를 통해 수급받을 수 있다는 점, 절차 상 공무원의 지위가 가려진다는 점 때문에 낙인감이 적습니다. 이는, 선별적 복지의 한계인 낙인감을 줄이면서도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복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가지게 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 불평등과 삶의 불안정성 등으로 점점 고부담 고복지 사회로 가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고부담 고복지로 가기 위한 조언 들 중 하나는 '일단 맛보게 하라'라는 것입니다. 맛을 본다는 것은, 사회적 위험을 공동으로 대비하고, 내가 낸 세금이 나의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위험을 개인과 가정에서 부담하는 데 익숙해진 한국 사람들이 그러한 체감을 할 수 있다면,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확대되고 있는 근로장려세제가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2. 이론적 논의 1️⃣ 개념 및 이론 💸 근로장려세제(EITC)란? 근로장려세제(Earned Income Tax Credit)는 열심히 일하지만 소득이 적은 근로자, 즉 근로소득이 있는 가구 중 부부합산 총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가구에게 근로장려금이라는 형태로 현금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본 제도의 목적은, 근로빈곤층에게 세금부담을 경감시키고 실질소득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근로 활동을 장려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근로장려세제는 2005년 참여정부의 국정과제회의를 통해 결정되었습니다. 소득 파악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세법 개정을 하는 등 근로장려세제 시행을 위한 준비를 거친 후, 2008년부터 시행되며 경제위기 상황에서 근로빈곤층에 대한 소득지원으로 주목받았습니다(국가법령센터 재인용). 여러 차례의 세법 개정을 통해, 수급 기준은 완화되고 대상은 넓어졌습니다. 💡 복지태도(Welfare Attitudes)란? 복지태도는 주로 20세기 중반 서구 복지국가의 발전과 함께 자연스레 연구되어 온 주제로, 복지태도에 대한 구체적 정의와 개념화는 학자들마다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복지태도는 주로, 개인이 복지제도 전반에 가지는 생각, 의견 및 태도(이홍기·박영준, 2015)를 말합니다. 복지 제도 및 비용의 문제, 소득재분배나 복지국가의 정당성 등에 대한 태도를 포함합니다.(Taylor-Gooby, 1985; Miller, 1999) 또한, Ko- ster(2013)에 의하면, 복지태도는 집단과 기준에 따라 다양한 분절양상(polarizations of welfare attitudes)을 띱니다. 복지태도를 결정하는 영향요인은 개인적 수준(Individual Level)과 국가적 수준(National Level)으로 나뉩니다, 개인적 수준의 대표적 하위요인은 개인의 이익, 이념적 선호, 계급 및 지위 등이 있으며, 국가적 수준의 대표적 하위요인은 복지국가의 제도적 구조, 제도적 유형, 복지국가에 대한 태도 등이 있습니다 국내 복지태도의 체계적 문헌고찰(SLR)에 의하면, 국내에서 복지태도 연구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 무상급식 논쟁을 기점으로 복지확대와 복지정치가 본격적으로 확대된 시점과 일치합니다. 이후 사회복지학을 중심으로 사회학, 정치학, 정치학, 경제학 등 사회과학 전반에서 꾸준히 연구되어 왔습니다. 복지태도에 대한 개념화는 학자마다 다르지만, ‘복지정책 확충 태도’ 와 ‘복지재정 태도’가 자주 사용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복지태도(복지정책 확충 태도)와 증세 태도(복지재정 태도)를 함께 살펴보는 것으로 복지태도를 개념화하였습니다. 국내에서 유의미한 복지태도 영향요인은 일관되어 있지 않지만, 복지제도 수급 여부 및 가능성 등의 ‘물질적 이해관계(self-interest)’와 이데올로기로 밝혀지는 경향성을 띱니다(한상윤, 남석인2023).  본 연구에서는 ‘자기이해적 요인’으로서 근로장려세제 등의 제도의 수급을 다룹니다. 2️⃣ 선행연구 💰복지태도의 ‘자기이해(Self-interest)’적 결정요인 EITC의 수급은 ‘자기 이해(self-interest)’적 관점에서 물질적 이해관계 요인으로서, 복지태도의 영향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한상윤ᆞ남석인(2023)*은  물질적 이해관계 요인으로 복지급여 수혜 여부, 복지 서비스 이용빈도 등 공공복지를 받고 있거나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가 포함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국외에서는 Hasenfeld와 Rafferty(1989)의 연구는 개인의 이익(Self-interest)이 복지정책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미하다는 초기의 논의를 이끌었습니다. 저명한 복지학자 Pierson (2001)*** 또한 신복지정치 이론에 기반하여, 자기이해적 관점에서 물질적 이해관계 요인이 복지태도 결정에 주요한 동기로 작용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안상훈 외(2021)****의 연구에서 복지 지위, 즉 수급자, 납세자, 복지제공자에 따라 복지태도가 주요하게 변화한다는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한상윤ᆞ남석인(2023)*****의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국내의 복지태도 영향요인 연구들은 다소 비일관적이고 합의가 부족하지만, ‘물질적 이해관계(self-interest)’요인은 유의하게 검증되는 추세임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 근로장려세제 (EITC, Earned Income Tax Credits)의 효과성 연구 근로장려세제(EITC)의 수급과 시행은 많은 연구에서 독립변수로 빈번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근로장려세제의 정책목표인 ‘노동공급’과 ‘재분배효과’의 효과성을 검증하는 연구들이 기본적이며, 대체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결과들이 많습니다. 도입배경 이외의 근로장려세제의 영향에 대한 연구들 또한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정책피드백 이론을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한 Rendleman과 Yoder(2020)*에 따르면, 근로세액공제 수급이 선거 투표, 해당 주지사의 승인 등 유권자의 정치참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검증되었습니다. 필자의 연구에서도 채택하고자 하는 독립변수는 ‘복지태도 및 증세태도’로, 이 또한 근로장려세제의 기본적인 정책목표 이외의 효과에 해당하게 될 것입니다. 다음, 김용수ᆞ노희천(2020)**은 재정패널 자료를 활용하여, 근로장려세제가 납세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였습니다. 연구결과를 통해 근로장려금 수급 가구원은 복지확대를 위한 증세에 추가 부담할 의향 있다는 함의를 이끌어내며, ‘증세태도’와 관련된 유의미한 기여를 이루었습니다. 다만, 해당 문헌의 한계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여부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근로장려세제 수급여부에 따라서만 집단을 구분하였다는 점입니다. 기초생활보장제와 근로장려세제를 공통적으로 수급받는 가구와 그렇지 않은 가구가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데, 이러한 구분이 불가능해 혼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본 연구의 차별성 본 연구는, 자기이해적 관점에서 ‘근로장려세제’의 수급여부에 따라 복지태도를 살펴봄으로써, 국내에서 요청되는 복지태도 영향요인의 다각화에 기여할 수 있고, 국제적으로도 개인의 이익 및 자기이해적 관점의 논의를 넓힐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 근로장려세제 연구가 도입 초기의 목적인 재분배와 노동공급에 대한 파급효과에 집중한 반면, 본 연구에서는 그 이외의 파급효과로서 ‘복지 및 증세태도’를 조망한다는 점에서 근로장려세제 효과성 논의를 넓힐 수 있습니다. 또, 저소득자가 받을 수 있는 제도로근로장려세제 또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단일의 제도만을 연구주제로 삼지 않고, 통합적으로 수급, 또는 중첩 및 배제 될 수 있음을 고려하여 연구대상을 구별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각각의 제도가 복지태도에 미치는 경향성을 정책 차원에서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 연구와 구분됩니다. 3. 연구설계 🧪 연구변수 및 연구질문 본 연구에서는 근로장려금 수급과 기초생보 수급을 독립변수로, 복지태도와 증세태도를 종속변수로 두고 아래와 같은 연구질문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H1. 근로장려금 수급 가구원은 다른 집단에 비해 복지태도와 증세태도에 있어 긍정적인가? H2. 기초생보 수급 가구원은 다른 집단에 비해 복지태도는 긍정적이고, 증세태도는 부정적인가? H3. 두 제도의 미수급 가구원과 중복 수혜 가구원은 복지태도와 증세태도에 어떠한 경향성이 두드러지는가? H4. 근로장려금과 기초생보 금액이 높을 수록, 집단 별 복지태도와 증세태도의 경향성은 두드러지는가? 🧫 연구방법 한국복지패널(Korea Welfare Panel Study, KWPS) 데이터를 활용하여 횡단연구를 진행할 것입니다. 연구대상인 저소득 근로자를 제도 수급여부에 따라, 근로장려금 수급 집단, 기초생보 수급 집단, 중복 수급 집단, 미 수급 집단으로 구분할 것입니다. 위 자료를 통해, 다중회귀분석을 통해 집단 별 복지태도와 증세태도의 특징과 차이를 분석할 것입니다. 4. 결론 🗂️ 예상 연구결과 본 연구를 통해, 근로자 집단에게 복지와 증세 태도의 불일치, 태도이중성은 일정정도 나타나는 일반적 특성임이 드러날 것이며, 근로장려금 수급집단과 중복 수급집단은 다른 집단 보다 복지확대와 증세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고, 기초생보 수급집단과 미수급집단은 복지확대에 찬성하지만 증세에는 반대하는 태도 이중성이 높은 비율로 확인될 것입니다. 또, 근로장려금과 기초생보 액수가 높을수록 위와 같은 경향성은 유의미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연구 의의 본 연구는 기존 국내의 복지태도 영향요인 연구와, 근로장려세제 연구에 있어 이하와 같은 의의를 가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첫째, 국내 복지태도 영향요인 연구에 있어, 본 연구는 유의미한 요인으로 밝혀지고 있는 자기이해 요인의 하위범주로서 ‘근로장려세제 수급 경험’을 추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정치권에서는 많은 경우, 복지태도를 포함한 정치적 태도에 대해 소득이 낮은 개인과 가구의 입장은 중요하게 대변되고 반영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본 연구는, 간과될 수 있는 저소득 근로자의 복지태도를 조명하고 있다는 데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셋째, 앞으로 당면한 복지확대 및 증세에 대한 현황 인식을 조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저소득층의 친복지적 태도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때 기초 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본 연구는 기존 국내의 복지태도 영향요인 연구와, 근로장려세제 연구에 있어 이하와 같은 의의를 가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첫째, 국내 복지태도 영향요인 연구에 있어, 본 연구는 유의미한 요인으로 밝혀지고 있는 자기이해 요인의 하위범주로서 ‘근로장려세제 수급 경험’을 추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정치권에서는 많은 경우, 복지태도를 포함한 정치적 태도에 대해 소득이 낮은 개인과 가구의 입장은 중요하게 대변되고 반영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본 연구는, 간과될 수 있는 저소득 근로자의 복지태도를 조명하고 있다는 데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셋째, 앞으로 당면한 복지확대 및 증세에 대한 현황 인식을 조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저소득층의 친복지적 태도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때 기초 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 2024.9.13. KIM DAHYEON,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향후 작성자의 학술적 연구를 위한 초안으로, 작성자의 허락없이 복사, 인용, 배포,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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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 책임? 아니요, 다정한 라이프스타일입니다.
‍ 때로는 비영리 생태계에서(누구는 소셜 섹터라고도, 임팩트 생태계라고도, 사회적 경제라고도 부르는) 일하는 것이 답답할 때가 있어요. 예상보다 더디게 변화하는 속도에 가끔 회의도 들고요. 비슷한 배경의 사람, 관점, 기술, 솔루션을 접할 때면 생태계가 좁게만 느껴져요. 그래서 생태계 바깥에서 움트는, 업계와 무관한 누군가가 만드는, 조금 다른 방법을 시도하는 사례를 발견할 때면 반갑고, 궁금합니다. 기대도 하고요. 사회변화를 얘기하는 콘텐츠, 서비스, 제품이 좀 더 다양한 영역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 <카인들리(kindlyy)>라는 봉사 큐레이션 서비스는 주말 여행 정보를 담은 뉴스레터 <주말랭이>에서 발견했어요. 비영리의 매체·커뮤니티·네트워크가 아닌, MZ세대가 즐겨 찾는 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있죠. 봉사라는 납작한 언어를 “Good things. You Can”, “It’s okay even once” 등으로 발랄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평범한 직장인의 1인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시작한 이 서비스가 어떻게 비영리 문법과 다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 <카인들리>를 소개해 주세요. 카인들리는 봉사 활동을 6가지 취향으로 나누어 선별하고 소개하는 봉사 큐레이션 플랫폼입니다.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봉사라는 관심사로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지향해요. 특히 봉사를 시작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초심자를 위해 친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활동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춰요. 6가지 취향 카테고리는 사회복지, 동물, 자연환경, 우리동네, 재능기부, 해외 봉사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사용자가 자신의 관심사나 능력에 맞는 봉사 활동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요. ‍ | 기존의 봉사 포털 서비스와는 다른 <카인들리>만의 특징은? 많은 사람이 봉사 정보를 찾다가 포기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정보가 없거나 흩어져 있고, 때로는 폐쇄적이고 불친절하기 때문이죠. 자신의 취향을 기반으로 적합한 봉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했어요. <카인들리>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과 같은 감각적인 큐레이션을 지향합니다. 봉사가 어렵게 느껴지지 않도록 알기 쉽게 제안하는 것이 목적이에요. 직관적이면서도 인상적인 이미지와 상황을 연상할 수 있는 카피라이팅을 조합해 콘텐츠를 만듭니다. ‍봉사 활동 뿐만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 왜 이 봉사가 필요하고, 어떤 사람들이 도움을 받는지, 돕는 사람(참여자)에게는 어떤 가치가 있는지 등의 메시지를 스토리로 담아내요. 기존의 봉사 정보가 날짜, 장소, 주의사항 정도만 제공한다면, <카인들리>는 봉사의 의미와 가치를 이야기 형식으로 감각적으로 전달합니다. 그래야 봉사에 대한 심리적 거리를 줄이고, 더 쉽게 봉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 | 서비스의 주 사용자, 선호 활동이 궁금해요. 20대에서 30대 초반 사이의 사용자가 다수입니다. 이 세대는 체험과 경험에 대한 니즈가 커요. 또한 뻔하지 않고, 귀엽고, 즐거운 봉사를 선호하죠. 예컨대 유기견 봉사, 플로깅, 생태공원 가꾸기 같은 활동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교육 분야의 봉사가 더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 | 봉사 활동 참여자의 선호와 실제 봉사 수요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다소 힘든 봉사 활동은 참여가 낮아요. 봉사가 일상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는다면 봉사자 공급이 더 많아질 것이고, 봉사자의 공급이 많아지면 어느 정도 분산되리라 생각해요. ‍ | 카인들리만의 운영 방침이 있나요?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금전 거래가 포함된 기부·봉사는 소개하지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돈에 대해 민감할 수 있고, 자칫 봉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그 시작을 방해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에요. 둘째, 기존의 봉사단체들이 사용하는 어법이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따르지 않으려고 해요. 예를 들어, '꾸준히 해야 한다'와 같은 부담스러운 표현 대신 '한 번만 해봐'라는 식의 가벼운 접근을 선호해요. 셋째, 봉사라는 단어 대신 '좋은 일'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봉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면 기존의 이미지/ 어법과는 다른 표현과 언어가 필요하죠. 넷째, 카인들리의 브랜드 정체성과 저의 정체성을 분리하려고 노력합니다. 카인들리가 저라는 개인이 아닌, 독립적인 브랜드로 인식되길 바랍니다. ‍ | '봉사도 취향이 있다'는 카피가 인상적이었어요. "유기견 봉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거야?", "자연·환경 관련 활동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 이런 질문을 받으면서 봉사에도 취향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취향이란 물건의 소비에만 국한되지 않아요. 마음이 이끌리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봉사도 각자가 이끌리는 선한 마음의 방향이 있다고 보고, 이를 6가지 종류로 나누어 소개했습니다. 봉사를 어렵게 생각했던 사람도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고려했어요. ‍ | ‘진지함을 우회한다’는 소개글도 봤습니다. 어떻게 덜 진지하고 더 일상적인 행위로 만들 수 있을까요? 봉사에 대한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해요. 예를 들어 ‘워컵픽업(WalK Up Pick Up)’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동네 산책 미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각자 동네에서 산책하면서 쓰레기를 줍고, 카카오 단체방에서 랜선으로 인증하는 방식이죠. 또한 '원 스몰 굿 액션(One Small Good Action)'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작은 선행들을 제안했어요. 예를 들어 휠체어 사용자, 통행자를 위해서 쓰러진 공유 킥보드를 세워두는 행동입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봉사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참여자가 좀 더 재밌게 활동하도록 돕는 요소도 배치했어요. ‘워컵픽업’의 경우 참여자가 도장 깨기를 하는 것처럼, 수행 판에 미션 완료 스티커를 부착할 수 있도록 굿즈를 제공했습니다. 랜선 참여자가 하루동안 함께 모여 재활용 시설을 방문하고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프로그램도 구성했습니다. | 봉사 콘텐츠 제작과 큐레이션은 어떻게 하나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해요. 첫 번째는 체험형으로, 제가 직접 봉사활동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소개합니다. 두 번째는 자료 수집을 통한 방식이에요. 온라인에서 봉사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구성합니다. 마지막은 제보 형태입니다. 실제 봉사 경험이 있는 사람이 객원 에디터가 되어 내용을 제공합니다. 현재는 두 번째 방식인 자료 수집을 통한 콘텐츠 제작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요. 아무래도 혼자 서비스를 운영하니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하여 선별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콘텐츠 생산 속도를 높여서 좀 더 많은 활동을 소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 | 혼자서 운영하는지 몰랐어요. 별도의 조직 혹은 프로젝트 팀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마케팅 경력이 있어 웹사이트 구축부터 브랜딩, 콘텐츠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할 수 있었습니다. 거의 비용이 들어가지 않았어요. 대신 시간이 많이 걸렸죠. 회사 업무가 아닌 1인 사이드프로젝트 형식으로 진행하니 더 오래 걸렸어요. 장단점이 모두 있어요. 장점은 의사결정이 빠르고 일관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초기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어요. 단점은 역시 외로움과 고립감입니다. 아이디어를 나눌 동료가 없고, 모든 결정을 혼자 내려야 하는 부담감이 있어요. 또한 업무량이 많아 지치기 쉽고,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기 어렵다는 점도 있고요. 앞으로는 좋은 동료를 모아 함께 서비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 | 카인들리의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나요? 아직까지는 마케팅, 브랜딩 컨설팅 프리랜서 일을 하면서 <카인들리> 서비스를 병행하고 있어요. 가설로 잡은 수익 모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죠. 봉사라는 관심사로 모인 사람들이, 봉사 뿐만이 아닌 재밌고 유익한 활동을 함께하며 웰빙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할 수 있는 유료 멤버십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둘째, 굿즈 판매에요. 봉사활동에 필요한 위생 키트 같은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할 계획이에요. 마지막으로 기업과의 제휴 이벤트입니다. 기업의 CSR 활동이나 임직원 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요. 기부·후원을 통해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싶지는 않아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고 합니다. ‍ | 비용을 지불하고서까지 봉사 활동에 참여할 사람이 있을까요? 일단 베타테스트를 해보려고요. 현재 활성화된 소모임, 커뮤니티 서비스가 몇 곳 있어요. 이런 곳에 봉사 활동을 같이 할 사람을 찾는 게시물이 자주 올라오고, 인기 있는 봉사의 경우 금방 마감됩니다. 단순하게 한 번의 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봉사를 중심으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과 취미 생활을 나누는 모임과 커뮤니티라면 수익화가 가능하리라 봅니다. ‍ | <카인들리>를 통해 구성된 커뮤니티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요? 좋은 경험을 공유하고 성장하는 커뮤니티가 되면 좋겠어요. 봉사는 돈을 통해 얻는 효용과는 다릅니다. 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다양한 경험을 축적할 수 있어요. 경쟁이 아닌 협력의 과정과 성취를 경험할 수 있고요.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으며,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무한 경쟁 시대에, 봉사는 다른 관점과 삶의 의미를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단기적으로는 콘텐츠의 양을 늘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더 많은 봉사 활동을 소개하고 싶어요. 특히 지역에서 할 수 있는 봉사 활동을 많이 발굴하려고 합니다. 또한 앱 서비스 출시도 준비 중이고요. ‍ 장기적으로는 <카인들리>를 5년 이상 지속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봉사가 헌신, 책임, 나눔의 표상보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일상,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으면 좋겠어요. 봉사는 올드하거나 재미없는 것이 아니라 활력 있고 재밌는 일로 인식되고, 봉사를 매개로 여럿이 함께 모여서 만들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면 좋겠어요. ‍ 글 | 최성욱 ‍ ‍ 인터뷰이가 추천하는 ‘1인 작업자를 돕는 도구’를 소개합니다. ‍ AI 챗GPT : 언어모델 생성형 AI / 인간스러운 어휘와 스토리텔링에 강점 구글 제미나이 : 언어모델 생성형 AI / 논리적&체계적 정보 구조화에 강점 MS 코파일럿 : 언어모델 생성형 AI / 아직 학습이 더 필요함 ‍ Image Unsplash : 무료 사진 소스 / 감각적인 무료 사진이 강점 Link Lummi : 무료 사진 소스 / AI가 제작한 무료 이미지, 생각보다 리얼함 Link ‍ Illustration Drawkit : 무료 일러스트 소스 / 세련된 스타일의 일러스트, 무료 소스가 적은 것이 단점 Link unDraw : 무료 일러스트 소스 / 일관된 스타일의 일러스트. 벡터로 지원하여 일러스트 색상 자유롭게 설정 가능 Link Blush : 무료 일러스트 소스 / 컬러풀한 다양한 일러스트가 많음, 라인 타입의 일러스트 종류가 많아 좋음 Link ‍ Editing Tools remove.bg : 배경 제거 툴 / 누끼 이미지 만들때 빠르고 편리함 Link Capcut : 무료 영상&사진 편집 툴 / 영상과 사진의 레이아웃, 그래픽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함 Link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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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촌초 제보자 복직 꿈 커진다… 재단 ‘최종 패소’[이상한 학교의 회장님 11화]
“내가 교육청에 가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선생님들 복직시킬 겁니다.” 이양기 전 우촌초(서울 성북구 돈암동 소재) 교감의 목소리에 여러 감정이 섞여 있었다. 기대와 의지, 그리고 여전한 경계심과 신중함. 해고된 우촌초 공익제보자들이 학교로 돌아갈 가능성이 열렸다. 지난달 28일 학교법인 일광학원 이사회 ‘임원취임승인취소’ 행정소송 2심이 선고됐다. 일광학원의 패소였다. 서울시교육청은 2020년 8월, 우촌초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일광학원 임원 모두의 취임 승인을 취소했다. 2006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무려 13년 이상 이사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광학원 이사회는 회의가 실제로 열리지 않았음에도 회의록을 허위 작성했고, 이사가 아닌 사람이 회의록에 대리 서명하는 방식으로 방만하게 운영돼왔다. 서울시교육청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이사회 임원의 선임도, 그들이 내린 결정도 전부 무효라고 봤다. 일광학원은 서울시교육청의 임원 취임승인 취소 결정에 불복해 즉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 싸움은 4년 넘게 이어졌다. 일광학원은 지난 10일 ‘상고 포기서’를 제출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2019년 우촌초 최은석 교장, 이양기 교감, 유현주, 박선유 등 6명의 교직원은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를 서울시교육청에 제보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74)이 스마트스쿨 사업의 예산을 약 24억 원으로 부풀리고, 미리 섭외한 업체가 입찰에서 선정되도록 사업에 부당 개입한 정황을 적발했다. 이 외에도 학교장 업무방해, 학교 예산 횡령 등 각종 비리가 밝혀졌다. 이규태 회장은 일광공영(현 아이지지와이코퍼레이션)을 설립한 ‘1세대’ 무기중개상이다. 그는 2015년 방산비리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이 회장은 우촌초 교직원에게 스마트스쿨 비리를 ‘옥중 지시’한 의혹을 받는다.(관련기사 : <“무릎 꿇고 빌게 될 것” 회장님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사실 이 회장은 학교에 어떤 일이든 지시할 권한이 없다. 이 회장은 우촌초 인수자이자, 우촌초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일광학원의 ‘전’ 이사장. 2015년 회계 부정으로 이미 임원취임 승인이 취소된 상태였다. 이후 일광학원 이사회는 이 회장의 지인으로 채워졌다. 스마트스쿨 비리 폭로 이후, 일광학원 이사회는 공익제보자들에게 ‘보복성 징계’를 내려 전원 해고했다. 학교에 돌아간 제보자는 이양기 전 교감이 유일하다. 나머지 공익제보자들은 5년째 복직을 기다리고 있다. 유일하게 복직한 이양기(58) 전 교감의 복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일광학원에서 해임된 후, 국민권익위원회는 신분보장조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일광학원은 ‘면직’ 카드를 꺼냈다. 다시 교원소청위원회에서 면직 취소 결정을 내렸으나, 일광학원은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2022년 6월 이양기 전 교감이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기까지, 2년 8개월이 걸렸다. 복직한 뒤에도 괴롭힘은 계속됐다. 학교 측은 과학전담교사를 맡은 이 전 교감에게 교무실 책상을 주지 않았다. 과학실에서 다른 교사가 수업을 하거나 방과후교실로 쓰이는 시간이 되면, 그는 늘 혼자 운동장을 돌았다. 누군가 그를 감시하고, “이양기 과학교사의 동향 추가 보고”라는 제목의 문서를 만들기도 했다.(관련기사 : <2년 반 만에 복직한 학교… 그 교사의 책상은 없었다>) “교무실에 책상을 마련해달라고 했더니, 자리가 없어서 안 된다는 거죠. 학교 입장에서는 최대한 다른 선생님들하고 접촉을 줄여야 하고, 제가 오가는 게 보이면 불편하기도 하니까, 그냥 (과학실이 있는) 별관에만 머물도록 근무 공간도 정해준 거죠.” 이 전 교감은 복직 이후 겪은 스트레스 때문에 수면장애가 생겼다. 설상가상 대상포진까지 발병했다. 결국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간 병가를 냈다. 지난 1월 병가를 마치고 복귀한 이 전 교감에게 학교 측은 징계 통지서를 내밀었다. 2023년 7월 작성된 ‘경고장’을 6개월이나 지나 통지한 것. 그는 ‘뒤늦은’ 징계 통지서를 근거로 사학수당 지급에서 제외됐다. 최은석 전 우촌초 교장(55)은 지난해부터 기간제 교사 일을 시작했다. 가족들은 서울에 남겨두고 일자리를 찾아 광주로 떠났다. 최근 경기 부천시로 학교를 다시 옮겼다. 최 전 교장은 교장직을 맡을 때부터 언젠가 평교사로 돌아갈 생각을 했지만 ‘이런 방식’이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행정실장 직무대리였던 유현주 씨(46)의 상황도 녹록지 않았다. 징계를 받아 ‘해임’된 유 씨는 다른 학교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이 회장이) 학교에 찾아와서, (공익제보는) 없었던 걸로 넘어가 줄 테니까 (스마트스쿨 사업) 하라고 해서, 제가 안 하겠다고 했어요. 그때부터 저를 해고하고 학교 못 나오게 하고, 그다음부터 고소・고발을 하고….” 공익제보 이후, 이 회장과 일광학원은 유 씨에게 10건 이상의 보복성 고소・고발과 소송을 퍼부었다. 유 씨는 경찰서로, 검찰청으로, 법원으로 정신없이 불려다녀야 했다.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 유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5년째 정신과 약을 복용 중이다. “제 40대 인생은 이 회장과 싸우면서 의미 없이 없어져버리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와서 포기할 수도 없고. 무조건 싸워야 하고, 무조건 직진인데, 정말 살 수 있게, 이기고 싶어요.” 심지어 유 씨는 집을 빼앗길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2021년 일광학원은 유 씨가 허위 공익신고를 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유 씨의 집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 소송은 약 3년 만에 유 씨의 승소로 끝났다. 조만간 가압류 취소 신청서를 접수해 집 소유권을 되찾을 예정이다. 유 씨는 얼마 전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고소・고발 사건이 대부분 혐의 없음 또는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2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행정실에서 함께 근무했던 박선유 씨(46)도 보복성 징계 탓에 다른 학교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처지다. 수사기관에 불려 다니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할 일이 많아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 어려웠다. 박 씨는 지난해 8월부터 택배 물류센터와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박 씨는 올해 초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일광학원에 고소당했다. 학교에 7200만 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지난 6월 불송치 결정했으나, 일광학원은 다시 이의신청을 했다. 결국 지난달 검찰의 불기소처분으로 사건은 마무리됐다. 4년 만에 일광학원 측의 패소로 끝난 임원취임승인취소 행정소송. 서울시교육청은 일광학원 이사회 전체에 대한 임시이사 파견을 검토 중이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임시이사 선임을 결정하기까지 한두 달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임시이사들은 2~4년간 학교법인 이사회를 운영하며 학교 정상화를 추진하게 된다. 임시이사가 파견되면 공익제보자들이 복직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기존 이사회 임원 전원의 승인이 취소되면서 그들이 내린 결정도 없던 일이 됐다. 공익제보자들이 받은 보복성 징계 역시 무효화될 가능성이 크다. 공익제보자들은 행정소송 판결 소식에 ‘축배’를 들었다. 지난 4일 최은석, 이양기, 박선유 제보자를 만났다. 한층 밝아진 표정이었다. 하지만 복직에 대한 기대를 애써 감추려는 것처럼,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했다. “신랑이 언제 복직하냐고 묻는 거예요. 내년 3월 신학기까지 복직 못하면 저도 학교로 돌아갈 마음은 접으려고요.”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크기 때문일까. 박선유 씨는 언제 복직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 지쳐 있었다. “앞으로 임시이사 선임이 정말 중요합니다. 복직 절차도 계속 알아보고 있어요. 하루빨리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합니다.” 이양기 전 교감은 공익제보자들 복직에 마지막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아직 복직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법인 정상화 절차를 잘 지켜봐야 한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두 가지. 이규태 회장을 포함한 12명은 스마트스쿨 비리 혐의로 2021년 12월 기소됐다. 1심 재판만 약 2년 9개월째 진행 중이다. 누구에게 어떤 잘못이 있는지 낱낱이 밝혀지고, 그에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남은 하나는 공익제보자들이 학교로 돌아가는 일. 5년 동안 공익제보자들은 그날만을 기다렸다. 이양기 전 교감은 동료들의 복직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언젠가 좋은 시절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셜록은 지난 1월 이 회장과 일광학원 측 반론을 듣기 위해 우편∙전화∙문자 메시지∙방문 등 23차례나 접촉했지만 아무 답변도 받지 못했다. 이 회장은 내내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보도가 시작되니 지난 4월 기자를 고소했다. 사유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이다. 고소 사건은 지난달 ‘불송치(혐의없음)’결정으로 마무리됐다.(관련기사 : <이규태 회장은 셜록의 입을 막지 못했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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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에 죽은 것 : 대전시의회, 대덕구의회, 여성인권
9월 4일에 죽은 것 : 대전시의회, 대덕구의회, 여성인권 - 대전 지방자치와 여성인권, 모두 죽었다 2024.09.11. 1. 대전시의회 성인지 감수성, 죽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지난 뉴스레터에서 대전시의회 송활섭 의원 성비위 사건을 전달했는데요. 오늘은 그 징계의 결과를 공유합니다. 송활섭 의원의 성추행을 두고 대전시의회는 후반기 윤리특별위원회를 다시 구성했어요.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 윤리특별위원장은 이중호 의원이 맡았고요. 윤리특별위원회를 열기 전 윤리자문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요. 윤리자문위원회에서는 송활섭 의원 징계에 대해 출석정지 15일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냈어요. 성추행을 한 정황도 있고, 경찰 조사도 받고 있는데 출석정지 15일이 적당할까요? 이 의견 이후 윤리자문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어요. 하지만 윤리자문위원회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윤리특별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어요. 8월 16일 윤리특별위원회는 징계안 의결을 위해 회의를 진행했어요. 윤리특별위원회에서는 제명을 하기로 결정했고요. 윤리특별위원회는 해당 제명안을 본회의에 회부시키고, 이제 본회의 투표를 통해 최종 징계를 결정하기만 하면 되는 거였죠. 2024년 9월 4일, 대전시의회는 제281회 본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여기서 송활섭 의원의 징계가 결정되는 거였는데요. 앞서 언급했듯, 송활섭 의원이 제명되기 위해서는 22명의 의원 중 15표 이상(재적의원의 3분의 2)의 찬성 표가 나와야 했는데요.  그런데 투표 결과, 송활섭 의원의 징계안은 부결되었어요. 찬성 7표, 반대 13표, 기권 1표였는데요. 당일 회의 직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본회의 방청을 하고 있던 여성・시민단체는 분노를 금치 못했습니다.  투표 이후 조원휘 의장은 겨우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의원들의 뜻을 받아 회의를 진행 한 것 뿐이라는 말만 되풀이했고, 피해자를 향한 그 어떤 사과도 없었어요. 이중호 윤리특별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취지를 설명할 때 선출직 공직자로서 더 높은 윤리의식과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 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부끄럽다"고 말했어요.  대전시의회는 성추행 가해자에 대해 어떤 징계도 내리지 않고 넘어간 결과를 보여줬어요. 징계로 제명은 물론, 출석정지조차 내리지 못했어요. 대전시의회는 의원이 잘못을 해도 오히려 옹호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시민의 투표로 당선된 선출직 공직자의 매우 낮은 성인지감수성을 포함해, 낮은 도덕성과 윤리의식만을 확인했습니다.  대전시의회 및 송활섭 의원 규탄 장례식 집회 대전의 시민사회와 시민들은 송활섭 의원 제명 부결 이후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어요. 9월 9일에는 "시민을 위한 대전시의회는 죽었다"는 내용으로 장례식 집회를 진행했고요. 송활섭 의원의 주민소환 청구를 통해 직접 제명을 하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성추행 가해자를 옹호하는 지방의회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띠모는 징계안 부결의 여파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대전시의회는 시의원의 성범죄 등의 범죄 또는 윤리의식 부재에서 비롯된 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되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에요. 이후 대전시의회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을 때, 제대로 된 징계가 가능할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9대 대전시의회의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아요. 성범죄에 대해 아무런 감각이 없는 대전시의회가 앞으로 성평등 정책을 이야기하고, 여성 정책을 이야기하면 진정성이 느껴질까요? 예를 들어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전시의회의 역할도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대전시의회가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낸다면, 이는 띠모와 시민에게 위선적인 대안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매우 높죠.  이것이 대전시의회가 역대 최악의 결정을 통해 시민의 신뢰를 저버린 결과입니다. 2. 대덕구의회는 그냥 죽었습니다 대덕구의회는 원구성을 아직도 못했습니다. 9월 4일은 대덕구의회 의장단 구성 세 번째 투표였는데, 이마저 부결로 무산되었습니다. 송활섭 의원 제명안 부결과 같은 날에 벌어진 일이니, 띠모는 9월 4일을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날이라고 명명하기로 했어요. 지난 뉴스레터에서 대덕구의회 원구성을 다뤘죠. 당시에는 김홍태 의원이 계속해서 의장 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을 가져왔는데요. 이번 의장단 선거에는 김홍태 의원이 등록하지 않고, 국민의힘 양영자 의원만 의장 후보에 등록했어요. 이렇게 김홍태 의원이 의장 연임을 포기하면서, 의원 간의 합의가 이뤄진 줄로만 알았죠.  하지만 9월 4일 선거 당일, 1・2차 투표 모두 4:4 동률이 나오며 과반을 얻지 못해 또 다시 의장 선출에 실패했어요.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대덕구의회 원구성 실패 44일 규탄 기자회견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와 진보당 대전시장, 정의당 대전시당은 세 번째 원구성 실패 뒤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의정활동비 반납, 의장선출 규정 개선 등을 요구했어요. 이마저도 하지 못한다면 사실 사퇴하는 게 맞다는 이야기도 나왔어요. 사실 의장단을 새로 선출하는 이 시기에 지방의회는 할 일이 정말 많아요. 후반기 의장단을 꾸리면, 상임위원회도 새롭게 구성해야 해요. 각 의원은 상임위원회가 바뀌면, 소관 부서의 업무도 다시 파악해야 하고요. 그러다 11월이 되면 행정사무감사를 하고, 곧바로 2025년도 예산안 심의를 해야 하죠. 그런데 지금까지 의장단 구성도 하지 못해 이 모든 일이 밀려있어요. 다음 본회의는 다시 열리더라도 추석 명절 이후 열리게 될 거 같은데요. 다음 본회의에서 의장단을 새로 구성한다고 해도, 남은 짧은 기간 안에 이 모든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까요? 띠모는 잘 모르겠어요. 더군다나 대덕구의회는 질의 수준을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질의가 많이 없는 의회였어요. 실제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기도 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대덕구의원들은 의정활동비 반납 등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하지 않을까요? 의정활동비는 의정활동을 위한 자료수집, 주민들 만남에 쓰는 비용이죠. 자료 수집과 주민의견 수렴은 공식적인 회의장소에서 질의, 조례 발의 등으로 표현될 텐데요. 그런데 지금 질의를 할 수 있는 회의도 열리지 않고, 조례안도 심의하지 못하니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봐도 무방해요. 이마저도 못하겠다면 사퇴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대덕구의원들은 앞으로 어떻게 의정활동을 할 건지 보여주길 바라요. 더 이상 지방자치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지방의원을 뽑는 것은 집행부에 대한 견제, 감시를 위함인데요. 하지만 선출직 공직자가 지녀야 할 태도 또한 무시할 수 없어요. 의정활동의 정당성은 지방의원의 윤리와 도덕성에서 기반되는 거죠. 그리고 그것들이 지켜질 때 지방의회 무용론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 . 대전 지방의회의 성인지감수성과 지방자치가 모두 죽었다는 의미로 띠모크라시를 보냈습니다. 띠모는 보내면서도 꽤나 착잡했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이 글은 뉴스레터로 발행된 지난 띠모크라시의 일부입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띠모크라시 모아보기🧡 띠모크라시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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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25년 경력단절을 넘어서
25년 경력단절을 넘어서 (2024-09-09) 서윤경 | 약국 파트타임 직원 약장에는 일반 약들이 종류별로 정리되어 있는데, 빠진 약들을 파트타임 직원이 중간중간 채워두어 판매를 원활하게 돕는다. 필자 제공 결혼하고 20년 넘게 전업주부로 살았던 나는 두 아이를 키우며 호시탐탐 사회로 나갈 궁리를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런저런 일로 사회에 나갈 방도는 생기지 않았고 어느덧 쉰을 넘긴 나이가 됐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누군가의 아내,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온 25년이었다. 이제부터는 내 이름으로 활동하는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 20대 때의 회사 경력이 단절된 나는 사회에 다시 나가는 게 무척이나 어렵게 느껴졌다. 내 성격과 적성에 맞는 일을 찾고 싶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일하고 싶었던 약국에 아르바이트 지원을 했다. 감사하게도 면접의 기회가 주어졌고 면접이 끝나갈 무렵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냐는 말을 듣고 가슴이 뛰었다. 일을 해도 티가 나지 않는 집안일과 달리 약국에서의 일은 또 다른 즐거움과 보람이 있었다. 집안일을 어느 정도 해놓고 오후에 파트타임으로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게 좋았다. 나는 주 5회 하루 네시간 정도 약국에서 일한다. 약국에는 약을 짓고 복약 지도하는 약사님들, 약이 떨어지지 않게 물량을 주문하고 재고를 관리하며 약국 살림을 담당하는 풀타임 직원분들, 그리고 약사님들의 일을 보조하는 파트타임 직원분들이 있다. 파트타임 일을 흔히 약국 알바라고 말한다. 광고 내게 처음 맡겨진 일은 시럽이었다. 처방 스티커가 나오면 투약 병에 스티커를 붙이고 해당 시럽을 용량에 맞게 따르는 일이었다. 이제는 시럽뿐만 아니라 처방전 입력, 일반 약 판매와 결제, 약장 채우기, 약 포장지 준비 등 내가 하는 일이 늘었다. 일이 익숙해진 덕분인지 눈앞에 일이 보이면 바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잘 몰랐던 많은 약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 약이 들어오면 약 이름과 기본 효능 정도는 알아두려고 한다. 약은 처방전에 나온 대로 정확하게 나가는 게 중요하다. 다양한 약들을 챙겨야 하므로 꼼꼼하게 약의 위치나 이름 등을 미리미리 암기해놓으면 좋다. 재밌는 점은 약의 이름이 지어지는 방식이었다. 쓰임에 맞춰, 기억하게 좋게 약의 이름이 지어졌다. 약 이름을 잘 모를 때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손님이 ‘작감정’을 달라고 하셨는데, “네? 닭강정이요?”라고 되물어서 약국이 웃음바다가 됐다. 50여년 동안 소비자로서 약국을 드나들며 느꼈던 약국의 느낌은 평온하고 친절하며 물 흐르듯 편안해 보였다. 그러나 약국 보조로 일하며 조제실 안이 이렇게 바쁘고 할 일이 많은 곳이었는지 처음 알게 됐다. 힘든 점이라고 하면 역시나 쉴 틈 없이 밀려드는 처방전들이다. 바쁠 때는 화장실 가는 것도 잊고 물 마실 시간도 없이 모두가 눈코 뜰 새 없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한건 한건 처리해 나간다. 약국 안을 가득 메우고 있던 손님들이 모두 약을 처방받아 가고 한두분 남았을 때가 돼야 겨우 숨을 돌린다. 우리 약국에는 총 아홉명이 일한다. 서로 돌아가며 출근 시간을 달리해 일하는데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일하고 있다. 50대인 나는 젊은 분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이 크다. 또 하나의 즐거움은 아기 손님들이다. 요새는 길을 가다가 유아차에 탄 아기들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 같은 건물에 소아과 병원이 있는 약국이다 보니 아기 손님들이 많이 온다. 손을 흔들며 약국 안으로 들어오는 아기들을 보면 천연 비타민이 따로 없다. 약국에 있으면서 약국이란 곳이 생로병사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곳이라는 걸 느꼈다. 오랫동안 근무한 약사님들은 오랜 단골손님 중에 어릴 적부터 다니던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거나 군대에 가고, 어르신들은 하루가 다르게 나이 드심이 보이고 가끔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손님 가족들에게서 듣게 된다고 했다. 우리 약국은 참 바쁘지만, 친절하다. 약도 정말 빠르게 나온다. 근무자가 여유 있게 배치돼서이기도 하겠지만, 약국 분위기가 쾌활하고 태도는 친절하며 응대 또한 빠르다. 약국도 하나의 작은 사회다. 약을 준비하는 손이 정신없이 바쁜 날도 있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존중과 배려, 협동이 있어 바쁜 날도 웃으며 일할 수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일을 하되 자기 일이 아니어도 서로 도와가며 정확하고 신속하게 약이 나갈 수 있게 하는 흐름이 중요하다. 한마디로 손발이 맞으면 바쁜 날도 순조롭게 일이 진행된다. 이처럼 작은 이해가 큰 차이를 만든다.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노동X6411의 목소리X꿋꿋프로젝트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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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을 부정하는(과학 지식을 부정하는) 고위공직자 임명의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진화론은 거짓이며, 창조론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차별금지법은 질병을 증가시킨다!이런 신념을 가진 고위공직자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떤 의견이 있는지 궁금해서 과학기술인 커뮤니티 숲사이에서 설문조사로 진행해 보았습니다.  ------------------------------------------------------------고위공직자의 과학 지식 수용 태도가 직무 수행에 미치는 영향 인식조사    고위공직자(국무위원)의 과학 지식을 수용하는 태도가 직무 수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조사입니다. 최근 고위공직후보자의 발언에서 나타난 과학 지식을 부정하는 태도가 논란이 된 가운데, 공적 업무에 있어서 과학 소양이 필수 요소인지, 나아가 이러한 과학 지식을 수용하는 태도가 공직자로서 적합성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고자 합니다. 과학 지식의 수용 태도가 국가의 중요한 정책 결정 과정과 직무 수행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고민해보는 자료로 활용 될 것입니다.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의 과학 지식과 관련하여 논란이 된 발언 요지> '창조론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며, 진화론은 과학적 근거 없다.’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항문암·A형간염’ 질병이 확산된다.‘ ■ 설문기간: 2024.09.10. ~ 09.15. (6일간) ■ 설문진행: 숲사이(soopsci.com) ■ 질문수: 6문항 (예상 소요시간 1분 내외) 설문 참여하기: https://forms.gle/7MYSpzEEJQ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