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에 죽은 것 : 대전시의회, 대덕구의회, 여성인권
- 대전 지방자치와 여성인권, 모두 죽었다
2024.09.11.
1. 대전시의회 성인지 감수성, 죽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지난 뉴스레터에서 대전시의회 송활섭 의원 성비위 사건을 전달했는데요. 오늘은 그 징계의 결과를 공유합니다. 송활섭 의원의 성추행을 두고 대전시의회는 후반기 윤리특별위원회를 다시 구성했어요.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 윤리특별위원장은 이중호 의원이 맡았고요.
대전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 (출처: 대전시의회 홈페이지)
윤리특별위원회를 열기 전 윤리자문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요. 윤리자문위원회에서는 송활섭 의원 징계에 대해 출석정지 15일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냈어요. 성추행을 한 정황도 있고, 경찰 조사도 받고 있는데 출석정지 15일이 적당할까요? 이 의견 이후 윤리자문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어요. 하지만 윤리자문위원회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윤리특별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어요.
8월 16일 윤리특별위원회는 징계안 의결을 위해 회의를 진행했어요. 윤리특별위원회에서는 제명을 하기로 결정했고요. 윤리특별위원회는 해당 제명안을 본회의에 회부시키고, 이제 본회의 투표를 통해 최종 징계를 결정하기만 하면 되는 거였죠.
2024년 9월 4일, 대전시의회는 제281회 본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여기서 송활섭 의원의 징계가 결정되는 거였는데요. 앞서 언급했듯, 송활섭 의원이 제명되기 위해서는 22명의 의원 중 15표 이상(재적의원의 3분의 2)의 찬성 표가 나와야 했는데요.
그런데 투표 결과, 송활섭 의원의 징계안은 부결되었어요. 찬성 7표, 반대 13표, 기권 1표였는데요. 당일 회의 직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본회의 방청을 하고 있던 여성・시민단체는 분노를 금치 못했습니다.
투표 이후 조원휘 의장은 겨우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의원들의 뜻을 받아 회의를 진행 한 것 뿐이라는 말만 되풀이했고, 피해자를 향한 그 어떤 사과도 없었어요.
이중호 윤리특별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취지를 설명할 때 선출직 공직자로서 더 높은 윤리의식과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 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부끄럽다"고 말했어요.
대전시의회는 성추행 가해자에 대해 어떤 징계도 내리지 않고 넘어간 결과를 보여줬어요. 징계로 제명은 물론, 출석정지조차 내리지 못했어요. 대전시의회는 의원이 잘못을 해도 오히려 옹호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시민의 투표로 당선된 선출직 공직자의 매우 낮은 성인지감수성을 포함해, 낮은 도덕성과 윤리의식만을 확인했습니다.
대전시의회 및 송활섭 의원 규탄 장례식 집회
대전의 시민사회와 시민들은 송활섭 의원 제명 부결 이후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어요. 9월 9일에는 "시민을 위한 대전시의회는 죽었다"는 내용으로 장례식 집회를 진행했고요. 송활섭 의원의 주민소환 청구를 통해 직접 제명을 하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성추행 가해자를 옹호하는 지방의회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띠모는 징계안 부결의 여파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대전시의회는 시의원의 성범죄 등의 범죄 또는 윤리의식 부재에서 비롯된 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되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에요. 이후 대전시의회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을 때, 제대로 된 징계가 가능할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9대 대전시의회의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아요. 성범죄에 대해 아무런 감각이 없는 대전시의회가 앞으로 성평등 정책을 이야기하고, 여성 정책을 이야기하면 진정성이 느껴질까요?
예를 들어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전시의회의 역할도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대전시의회가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낸다면, 이는 띠모와 시민에게 위선적인 대안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매우 높죠.
이것이 대전시의회가 역대 최악의 결정을 통해 시민의 신뢰를 저버린 결과입니다.
2. 대덕구의회는 그냥 죽었습니다
대덕구의회는 원구성을 아직도 못했습니다. 9월 4일은 대덕구의회 의장단 구성 세 번째 투표였는데, 이마저 부결로 무산되었습니다. 송활섭 의원 제명안 부결과 같은 날에 벌어진 일이니, 띠모는 9월 4일을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날이라고 명명하기로 했어요.
지난 뉴스레터에서 대덕구의회 원구성을 다뤘죠. 당시에는 김홍태 의원이 계속해서 의장 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을 가져왔는데요. 이번 의장단 선거에는 김홍태 의원이 등록하지 않고, 국민의힘 양영자 의원만 의장 후보에 등록했어요. 이렇게 김홍태 의원이 의장 연임을 포기하면서, 의원 간의 합의가 이뤄진 줄로만 알았죠.
하지만 9월 4일 선거 당일, 1・2차 투표 모두 4:4 동률이 나오며 과반을 얻지 못해 또 다시 의장 선출에 실패했어요.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대덕구의회 원구성 실패 44일 규탄 기자회견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와 진보당 대전시장, 정의당 대전시당은 세 번째 원구성 실패 뒤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의정활동비 반납, 의장선출 규정 개선 등을 요구했어요. 이마저도 하지 못한다면 사실 사퇴하는 게 맞다는 이야기도 나왔어요.
사실 의장단을 새로 선출하는 이 시기에 지방의회는 할 일이 정말 많아요. 후반기 의장단을 꾸리면, 상임위원회도 새롭게 구성해야 해요. 각 의원은 상임위원회가 바뀌면, 소관 부서의 업무도 다시 파악해야 하고요. 그러다 11월이 되면 행정사무감사를 하고, 곧바로 2025년도 예산안 심의를 해야 하죠.
그런데 지금까지 의장단 구성도 하지 못해 이 모든 일이 밀려있어요. 다음 본회의는 다시 열리더라도 추석 명절 이후 열리게 될 거 같은데요. 다음 본회의에서 의장단을 새로 구성한다고 해도, 남은 짧은 기간 안에 이 모든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까요? 띠모는 잘 모르겠어요.
더군다나 대덕구의회는 질의 수준을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질의가 많이 없는 의회였어요. 실제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기도 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대덕구의원들은 의정활동비 반납 등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하지 않을까요? 의정활동비는 의정활동을 위한 자료수집, 주민들 만남에 쓰는 비용이죠. 자료 수집과 주민의견 수렴은 공식적인 회의장소에서 질의, 조례 발의 등으로 표현될 텐데요. 그런데 지금 질의를 할 수 있는 회의도 열리지 않고, 조례안도 심의하지 못하니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봐도 무방해요.
이마저도 못하겠다면 사퇴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대덕구의원들은 앞으로 어떻게 의정활동을 할 건지 보여주길 바라요. 더 이상 지방자치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지방의원을 뽑는 것은 집행부에 대한 견제, 감시를 위함인데요. 하지만 선출직 공직자가 지녀야 할 태도 또한 무시할 수 없어요. 의정활동의 정당성은 지방의원의 윤리와 도덕성에서 기반되는 거죠. 그리고 그것들이 지켜질 때 지방의회 무용론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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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지방의회의 성인지감수성과 지방자치가 모두 죽었다는 의미로 띠모크라시를 보냈습니다.
띠모는 보내면서도 꽤나 착잡했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이 글은 뉴스레터로 발행된 지난 띠모크라시의 일부입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코멘트
5이런 일이 있었군요; 덕분에 알게됐습니다. 정말 분노가 치미네요. 오늘은 님 코멘트에 공감합니다.
시의원의 성범죄를 시의회가 나서서 덮어주면 사실상 시의원은 무소불위의 권력 아닐까요? 이 정도면 의원 한 명이 아니라 의회 전체가 징계를 받아도 모자란 것 같네요.
궁금한게 시의회에서 제명하지 않으면 형사적으로 재판받는 등으로 따로 처리되는 것은 없는건가요? 일정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의원직이 자동으로 상실되는 것으로 알고있었는데.
띠모라도 없었으면 이런 사실을 어떻게 접할 수 있었을까요.... 감사합니다.
혼란스러운 요즘이네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