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친환경차 늘리면 된다? 오답이다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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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입니다

국토교통부 “친환경 차량 증가세 뚜렷하다"

국토교통부가 2024년 7월 21일에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국내 신규 등록 차량은 823,000대다. 이중 휘발류차는 358,000대, 경유차는 70,000대, LPG차는 84,000대가 등록됐고, 하이브리드차는 240,000대, 전기차는 66,000대, 수소차는 2,000대가 등록됐다.

전체 등록 차량 비중에도 변화가 있었다. 친환경 자동차(전기차, 수소, 하이브리드)는 293,000대가 증가해 누적 2,413,000대가 등록됐다. 반면, 내연기관 자동차(휘발유, 경유, LPG)는 107,000대가 감소해 23,539,000대가 누적 등록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변화를 두고 “내연기관차(경유차)의 감소세와 친환경차의 성장세는 뚜렷하다.”라며 국민들이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도록 “자동차 산업에 관심이 많은 국민에게 유용할 수 있는 맞춤형 통계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누적 차량 대수도 증가한다는 것

친환경차의 증가세가 뚜렷하고, 내연기관차의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만 보면 시장과 사회가 친환경으로 돌아선 듯 보인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친환경차가 늘어나도, 누적 차량 대수가 증가한다면 환경에 전혀 이롭지 않다.

출처 : 자체제작

2024년 상반기 기준, 국내 누적 차량 등록 대수는 26,134,000대, 전체 인구 51,271,480명이다. 즉, 국민 1.96명 당 1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수치도 더 적은 인구가 더 많은 차량을 소유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출처 : 자체제작

인구감소가 대두되고 있지만, 2023년에는 오히려 인구가 증가했다. 인구 증가에도 인구 대비 차량 소유 비율이 감소했다는 건, 인구 증감 속도보다 더 많은 차량이 등록됐다는 의미다. 즉, 인구보다 더 빠르게 차량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친환경차 증가 ‘강조’가 아닌, 누적 차량 증가를 ‘우려' 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보도자료에 ‘친환경 차량 증가'를 강조한다. 마치 친환경이니 괜찮다는 것으로 들린다. 그렇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기후 위기를 걱정했다면, 친환경차 증가 강조가 아니라, 누적 차량 증가를 우려 했어야 한다.

현재 기후 위기는 부족이 아니라, 과해서 발생하는 문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물질 소비, 낭비와 폐기물이 감당안 될 만큼 많아서 발생한 것이다. 너무 많다의 해법은 감소가 되어야 한다. 누적 차량 증가를 우려해야 한다고 한 이유다.

이 차원에서 보면 도로교통부의 보도자료는 “도로교통부는 기후위기에 더 빨리 다가가고 있습니다.”라는 고백이다. 심지어 도로교통부가 말하는 하이브리드 차는 친환경도 아닐뿐더러, 에너지 발전 비중을 살펴보면 국내에 진정한 친환경 차량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국내엔 사실상 친환경 차가 없다

하이브리드차란, 전기와 내연기관 엔진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전기와 석유를 같이 쓴다는 말이다. 실제 증가량도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보다 2배 가량 높다.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로 가는 여정의 징검다리로 여겨진다. 전기차 충전 설비 확충에 시간이 걸리니, 하이브리드차를 먼저 지원해 설비 확충까지 시간을 벌자는 전략이었다. 이런 이유로 하이브리드차를 친환경으로 홍보하고 정부 보조금을 지원했었다.

출처 : X

당연한지만 석탄과 석유를 동력으로 하고, 석탄과 석유로 만든 전기가 동력인 자동차는 친환경이 아니다. 친환경 석유차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전기 생산 동력이 화석 연료라면 친환경이 아니다. “만약 우리가 석탄으로 전기를 만들어 전기차를 운전한다면, 이는 단순히 화석연료를 다른 화석연료로 대체하는 것밖에 안 된다."1)

생산 단계가 아닌 최소 운행 단계에서라도 친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재생 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쓰는 전기차가 운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보면 이 또한 한참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출처: 2024년 5월 기준 재생에너지(태양광) 발전 비중 IEA
출처: 2024년 5월 기준 재생에너지(풍력) 발전 비중 IEA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4년 5월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을 보면, 현재 우리나라 발전 에너지 중 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4.4%에 불과하다. 나머지 85.6%는 비재생에너지(석탄, 원자력, 천연가스)로 생산 중이다.

전기차의 전체 비중이 적고, 석유와 함께 운행되는 하이브리드차의 수치가 올라가는 상황, 이에 더해 재생 에너지 발전 마저 적은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국내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차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탄소 배출 세 번째로 높은 ‘수송' 분야, 전환 반드시 필요

출처 :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수송 분야는 국내에서 반드시 탈탄소화 시켜야 할 분야다. 2023년 우리나라 수송 부문 잠정 탄소 배출량은 약 9,500만 톤이다. 전체 탄소 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한다. 산업과 에너지 전환 부문 다음으로 높다.

우리나라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30년까지 수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6,100만 톤까지 줄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무공해차(전기・수소차)를 450만 대까지 보급할 계획이다.

달성 여부는 요원하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 이후 전기차 구매 심리가 위축됐고,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차를 사겠다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현대차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을 2028년까지 40% 늘려 133만 대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목표이긴 하나, 현대・기아차 국내 점유율이 73%인 것과 소비자 반응을 보면 하이브리드차의 증가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승용차, 승합차, 버스의 평균 사용 연한은 15~20년이다. 즉, 새로 생산되는 모든 차량이 재생 에너지를 연료로 쓴다고 해도, 모든 차량이 화석연료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는 의미다.2) 이런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차의 판매 증가는 갈길 바쁜 탄소 감축과 전환을 더욱 멀어지게 한다.

NDC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선, 수송 분야 탄소 배출량을 현재보다 30% 줄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매년 10%씩 감축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현재 상황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전기차를 늘리는 방식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전기차는 징검다리일 뿐 목적지가 아니다

전기차는 목적지가 아니다. 최종 목적지로 가는 징검다리일 뿐이다. 전기로 움직이는 대중 교통 체계 구축을 위한 징검다리 말이다.2) 도로교통과 수송 분야 탈탄소의 목적지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전기차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개인 이동 수단 없이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그 필요성을 못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자동차의 수명 주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누적 차량이 줄어들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적절한 정책과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간단한 예를 들면 이렇다.

  • 도로 폭을 좁히고 인도를 확장 
  • (재생 에너지 만을 연료로 하는) 친환경 대중교통 확충
  • 고속도로의 주행 허용 속도 낮추기
    • 독일의 경우 130km로 제한시 190만 톤, 100km 제한시 540만 톤 감축 효과2)
  • 자동차 제품 설계시 최고속도 제한
    • 예) 현재 200km를 100km로 제한
  • 특정 거리 이동에는 탄소 배출이 많은 이동수단(항공 등)을 이용 금지 정책화
    • 예) 100km 이내에는 항공 이용 불가
  • 집과 직장, 의료시설, 편의시설 접근성 개선
    • 15분 혹은 20분 내 도보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역 계획 정책 수립

정부는 이처럼 가능한 대안을 최대한 마련하고, 토론하고, 조율하고, 반영해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정책에는 자동차의 절대량을 낮추는 게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대안이 나와도 탄소 중립을 이룰 수 없고, 기후 위기를 피할 수 없다.

승소한 기후소송,

패러다임 전환으로 대응하는 목표와 방안이 나오길

현대차 창업주 정주영은 “인체에 비유하면 고속도로는 혈관과 같고, 자동차는 혈관을 흐르는 피와 같다. 이 때문에 좋은 자동차를 싸게 공급하는 것은 인체 내에 좋은 피를 공급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3) 라고 말했다. 

좋은 차를 싸게 공급한다, 이것이 그간의 패러다임이었다. 이 패러다임 때문에 우리 일상의 자가용은 삶의 부품이 아닌 핵심이 됐다. 이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친환경 차량 늘리기가 아니라, 차량 줄이기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 이동수단 없이도 불편함이 없는 삶의 전환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이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와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개입해야 할 가장 최우선 지렛대다.4)

기후소송 승소로 탄소중립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났다. 정부는 2030년 이후의 탄소 중립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방안에는 늘리는 방식이 아닌, 줄이는 방식이 채택되고, 줄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나 같은 뚜벅이와 따릉이 시민을 위해선 더더욱 그런 방안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론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것도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은 자가용의 대안이 훌륭한 대중 교통이라고 믿지만, 사실 진짜 대안은 훌륭한 동네다. 그것이 자동차를 사회 조직의 중심 원칙이 아니라 삶의 한 부품으로 되돌리는 작업의 핵심 원칙이다.5)

최근 읽은 책에서 발견한 부분이다. 공감이 되어 밑줄을 그었다. 그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말 그대로 자동차 운전은 아무도 좋게 평가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 나쁜 냄새로 공기를 오염시키는 까닭에 중단해야만 한다. 산책이나 계속하자. 발로 걸어다니는 것이 최고로 아름답고 좋고 간단하다. 신발만 제대로 갖춰 신은 상황이라면 말이다.”6)


※ 참고 자료 ※

1)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 (빌 게이츠/ 김영사/ 2021) p.198

2) <기후책> (그레타 툰베리 외/ 김영사/ 2023) p.284, 348, 350

3)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정주영/ 제삼기획/ 2001)

4) <ESG와 세상을 읽는 시스템 법칙> (도넬라 H. 메도즈/ 세종/ 2022) p.316

5) <자연 자본주의> (폴 호컨 등/ 공존/ 2011) p.125

6) <산책> (로베르트 발자/ 민음사/ 2016) p.19

* 친환경차의 신규 등록 대수와 누적 등록 대수의 변화가 일치하지 않는 건, 폐차가 등록 말소가 포함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보도자료에는 폐차나 등록 말소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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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크게 공감합니다.
저의 블로그에 올리고자 합니다.
글의 출처는 명확히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맞아요 친환경차 라는 것은 없습니다

최근에 전기차 화재로 조금 시들해지긴 했지만 테슬라를 비롯해 현대, 기아 등 한국에서 소비되는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의 전기차 판매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었는데요. 전기차를 사려고 마음 먹은 사람들이 꼭 봤으면 하는 글이네요.

'친환경 차' 라고 불리우는 것들이 그린워싱된 '사실은 안 친환경'이라는 점, 그리고 우리가 계속해서 소비하고 탄소를 발생시키는 한 친환경일 수 없다는 점을 짚어주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에도 환경파괴가 많이 수반되더라구요.
대중교통이 징검다리이고, 말씀하신 '좋은 동네'로 도달하는 걸 목표로 우리사회가 변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혜택을 받고 있지만 사실은 친환경이 아니니...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어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시해주신 대안들이 정책으로 통과될 수 있다면 훨씬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너지 분야는 정말 어려운 점이 많은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