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신한울 원전 3・4호기 짓고, 재생에너지 발전 막는 정부. 뭔 짓거린가

20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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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입니다

2년 전 예정된 신한울 원전 3・4호기 원전 건설 허가

“고사 직전인 원전 살리겠다"

정부가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허가했다. 준공 예정 시기는 약 8년 뒤다. 3호기는 2032년 10월에, 4호기는 2033년 10월에 완료될 예정이다.

2년 전에 예정된 수순이었다. 지난 2022년 6월 16일, 정부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를 발표하며 “탄소중립・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조속 재개, 운영 허가 만료 원전 계속 운전 등으로 원전 비중을 제고"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0일에는 한발 더 나아가, “원전 중소・중견 기업 ‘돈’ 걱정 사라진다"라며 신한울 원전 3・4호기 보조기기 계약 체결 시 선금 30%를 선지급 하는 ‘선금 특례 제도'까지 마련했다. 계약을 체결해도 실제 납품할 때까지는 대금을 받기 어려웠던 것을 해결해주겠다는 취지였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출처 : 한국수력원자력 보도자료

해외 판로 개척도 열심히 했다. 지난해 5월에는 국내 원전 수출 경쟁력 향상을 위해 48억의 신규 수주 지원을 했고, 그 결과 지난 7월 17일에 체코 원전 30조 원 수주에 성공했다. “고사 직전의 원전 생태계를 복원"해서 “탄소중립이자 국부 창출의 주역”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 참여까지 독려하고 있다. 지난 5월 CF100 인증제(Carbon Free 100, 원전・수소 등이 포함된 무탄소 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100% 사용) 창설을 발표했다. 기업의 원전 에너지 사용량을 늘려, 탄소중립을 돕겠다는 취지다. 원전으로 기후위기를 잡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국내 기업 82%는 “CF100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당연하다. 수출로 먹고 사는 국내 기업에게 국제 사회 요구가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국내 기업에게 요구하는 건 RE100(재생에너지 100%로 전력 생산)이다. 

만약, 정부가 정말 기업을 생각했다면 원전을 말할 것이 아니라,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높이고, 전력 망을 확충하도록 지원했어야 한다. 비단 기업만이 아니라, 탄소중립과 기후위기를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어야 한다. 정부는 그렇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재생 에너지는 고사 중이다.

진짜 고사 중인 재생 에너지, 아프리카보다 뒤처지고 OECD 꼴찌 수준

정부가 원전을 살리는 사이, 재생 에너지는 고사 중이다. 국내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중은 아프리카 평균보다 낮아졌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OECD 가입 국 중 꼴찌 수준이다.

영국의 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발전량 중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중은 5.4%였고, 아프리카는 4.6%였다. 하지만, 2023년에는 아프리카는 6%가 된 반면, 우리나라는 5%로 하락했다.

지지부진한 재생에너지 발전량과 비중을 늘리는 게 현 정부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태양광과 풍력 등은 탄소중립 달성에 가장 유용한 에너지로 인정받는 에너지다. 정부의 역할은 이 에너지를 확충할 제도와 방안을 마련하고, 지원해야 한다. 또한, 관련해서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지역민(예를 들어 송전탑 건설 등)과 토의하고 토론하며 의견을 수용하고 반영해야 한다.

실제 정부는 주민과 대화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정부는 원전 강화를 말한 새정부경제정책방향 발표 당시 “재생에너지는 주민수용성에 기반하여 보급을 지속하되, 비중을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민수용성에 대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한다고 말한 것에 빗대어 보면, 정부 방향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부, 재생에너지 발전 규제 “사업 허가 안 준다”

주민 수용성 기반한다던 약속은 어디로?

주민수용성이란, 발전사업 개발사가 주민에게 일시적・영구적 피해를 보상하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해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을 말한다. 정부가 말한 주민수용성이 진짜였다면, 재생에너지 보급에도 지역민의 의견을 구하고, 보급 중단에도 지역민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 정부는 그러지 않고 있다.

산업통산자원부는 지난 9월 1일부터 재생에너지 신규 허가 규제를 시작했다. 이로 인해 태양광 발전이 가장 활발한 지역해상 풍력 발전량이 많은 제주도의 재생 에너지 신규 허가가 중단됐다. 허가 중단 이유는 “전력을 생산해도 송전 시설이 부족해서 전달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즉, 지역에서 생산해도 다른 지역으로 넘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재생에너지 발전 단체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오히려 현재 이격거리 규제를 풀어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규제를 풀어서 재생에너지 발전을 독려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규제를 걸어 발전을 저해하는 모양새다.

송전망(grid) 출처 : Unsplash

송전시설이 문제라는 건, 정부 스스로 재생 에너지 생산 문제가 아니라, 송전 시설 확충이 문제라는 고백이다. 재생에너지 사업 허가 규제는 전기 전달의 문제를 전기 생산 차단으로 대처한 것이다. 만약 송전 시설이 문제라면, 정부가 나서서 더욱 주민과 토론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게 마땅하다. 주민 수용성을 기반으로 조절하겠다고 한 말이 진심이라면 말이다.

IEA “태양광 에너지 투자금이 다른 모든 에너지 투자금보다 많다"

국토 0.7%만 쓰면 2030년 탄소중립 경로 맞출 수 있어

과거에는 태양광의 투자 비용이 많다는 인식이 있었고, 실제로도 석탄과 석유 등 다른 화석 에너지에 비해 단가가 높았다. 하지만, 현재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투자량이 많아져 가격은 싸졌고, 효율성도 높아져 면적 단위당 전력 생산량도 높아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태양광 에너지 투자금이 다른 모든 에너지 투자금보다 많다"고 말한다. IE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태양광 발전 투자량은 5,030억 달러이며, 그 외 에너지 투자량은 4,260억 달러다. 이러한 투자량에 힘입어 태양광 발전의 발전 단가는 싸지고 있고, 에너지 효율도 좋아져 더 작은 패널로 더 많은 발전도 이룰 수 있는 실정이다.

전세계 태양광 발전(PV)에 대한 투자는 다른 모든 에너지를 합친 것보다 많다. 출처 : IEA
태양광 외 에너지 투자금 출처 : IEA

과거 우리나라에는 산지가 70%라 많아 태양광 발전이 용이하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이 높아져 현재 국토의 우리나라 국토의 0.7%만 사용해도 2030년 탄소중립 경로를 맞출 수 있다. 지역에서도 에너지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태양광 발전 움직임과 에너지 지역 자립 움직임이 강하다. 정부의 확장 의지만 있으면 재생 에너지 확장은 분명 가능한 일인데, 느닷없는 원전의 확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10년 뒤에나 완공되는 원전으로 어떻게 탄소중립을?

그와중에 암모니아 혼소 석탄 발전에 3조 투자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원전 완공까지 걸리는 10년의 기간 동안 에너지 부분 탄소중립을 어떻게 이루겠다는 부분이다. 신한울 원전은 약 10년 뒤에나 완공된다. 그 말인즉슨, 10년 내 신규 원전에 의한 전력 생산이 없다는 말이다. 당장 내년에 원전 완공이 가능하고, 바로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면 정부의 원전 정책을 아주 미세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에 도대체 무슨 생각이 있는 건지 의문이다. 

만약, 원전과 함께 재생 에너지 발전을 함께 늘리는 방향으로 설정했다면 어느정도 이해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줄이는 정책과 제도를 피고 있는 현 정부의 모습을 보면 과연 탄소중립 의지가 있는건지 의심스럽다. 당장 2030년의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지 않겠다는 것으로도 느껴진다.

그 와중에 2030년부터 적용되는 ‘암모니아 혼소 석탄 발전’에 3조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퇴출 시켜도 모자랄 판에,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화석연료 기득권도 없는데 도대체 왜

화석연료 자원이 있는 국가의 경우 화석연료 추출 기업이나 지지자들의 기득권이 견고하다. 때문에 그들의 로비와 반대로 재생 에너지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해당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혀 다르다. 화석연료 기득권이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오히려 빨라야 한다. OECD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꼴찌인 수준은 정부가 깊이 반성해야 한다. 화석연료 자원이 없는 게 오히려 장점인 상황인데, 그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부족이 아니라 무능이다.

기업들이 반기지도 않는 CF100 인증제를 만들고, 당장 에너지 증가도 없고 2030년의 목표 달성도 어려운 원전을 전면에 내세우며 재생 에너지 발전은 줄이는 게 도대체 뭔 짓거린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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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국가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있는 건 탄소배출 감소에 대한 엄청난 의식보단 경제성이 더 큰 요인이 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결국 기술이 조금 더 발전하면 재생 에너지가 더 싼 방식의 전기생산 수단이 된다고 판단하는 거죠. 한국은 그 정반대에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 큽니다. 안전상의 위험 부담, 폐기물 처리 부담, 비경제적 수단 등 원전을 포기해야할 이유가 늘어가는데 원전 만능주의가 이제 문을 닫아야 할 원전을 억지로 살려놓는 것 같네요.

국토 0.7%만 사용해도 2030 탄소중립 경로를 맞출 수 있다는 분석이 흥미롭네요. 결코 작은 면적은 아니지만 원전에 비하면 시도해볼만한 대안으로 보이네요.

재생에너지가 뒤쳐지고 원전을 필두로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포부에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각각에 대해 파편화된 정보만 슬쩍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하나에 모아 정리해주셔서 사안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가 점차 관심을 얻어가는 것 같아 좋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