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9월 4일에 죽은 것 : 대전시의회, 대덕구의회, 여성인권
9월 4일에 죽은 것 : 대전시의회, 대덕구의회, 여성인권 - 대전 지방자치와 여성인권, 모두 죽었다 2024.09.11. 1. 대전시의회 성인지 감수성, 죽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지난 뉴스레터에서 대전시의회 송활섭 의원 성비위 사건을 전달했는데요. 오늘은 그 징계의 결과를 공유합니다. 송활섭 의원의 성추행을 두고 대전시의회는 후반기 윤리특별위원회를 다시 구성했어요.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 윤리특별위원장은 이중호 의원이 맡았고요. 윤리특별위원회를 열기 전 윤리자문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요. 윤리자문위원회에서는 송활섭 의원 징계에 대해 출석정지 15일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냈어요. 성추행을 한 정황도 있고, 경찰 조사도 받고 있는데 출석정지 15일이 적당할까요? 이 의견 이후 윤리자문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어요. 하지만 윤리자문위원회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윤리특별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어요. 8월 16일 윤리특별위원회는 징계안 의결을 위해 회의를 진행했어요. 윤리특별위원회에서는 제명을 하기로 결정했고요. 윤리특별위원회는 해당 제명안을 본회의에 회부시키고, 이제 본회의 투표를 통해 최종 징계를 결정하기만 하면 되는 거였죠. 2024년 9월 4일, 대전시의회는 제281회 본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여기서 송활섭 의원의 징계가 결정되는 거였는데요. 앞서 언급했듯, 송활섭 의원이 제명되기 위해서는 22명의 의원 중 15표 이상(재적의원의 3분의 2)의 찬성 표가 나와야 했는데요.  그런데 투표 결과, 송활섭 의원의 징계안은 부결되었어요. 찬성 7표, 반대 13표, 기권 1표였는데요. 당일 회의 직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본회의 방청을 하고 있던 여성・시민단체는 분노를 금치 못했습니다.  투표 이후 조원휘 의장은 겨우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의원들의 뜻을 받아 회의를 진행 한 것 뿐이라는 말만 되풀이했고, 피해자를 향한 그 어떤 사과도 없었어요. 이중호 윤리특별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취지를 설명할 때 선출직 공직자로서 더 높은 윤리의식과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 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부끄럽다"고 말했어요.  대전시의회는 성추행 가해자에 대해 어떤 징계도 내리지 않고 넘어간 결과를 보여줬어요. 징계로 제명은 물론, 출석정지조차 내리지 못했어요. 대전시의회는 의원이 잘못을 해도 오히려 옹호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시민의 투표로 당선된 선출직 공직자의 매우 낮은 성인지감수성을 포함해, 낮은 도덕성과 윤리의식만을 확인했습니다.  대전시의회 및 송활섭 의원 규탄 장례식 집회 대전의 시민사회와 시민들은 송활섭 의원 제명 부결 이후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어요. 9월 9일에는 "시민을 위한 대전시의회는 죽었다"는 내용으로 장례식 집회를 진행했고요. 송활섭 의원의 주민소환 청구를 통해 직접 제명을 하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성추행 가해자를 옹호하는 지방의회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띠모는 징계안 부결의 여파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대전시의회는 시의원의 성범죄 등의 범죄 또는 윤리의식 부재에서 비롯된 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되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에요. 이후 대전시의회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을 때, 제대로 된 징계가 가능할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9대 대전시의회의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아요. 성범죄에 대해 아무런 감각이 없는 대전시의회가 앞으로 성평등 정책을 이야기하고, 여성 정책을 이야기하면 진정성이 느껴질까요? 예를 들어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전시의회의 역할도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대전시의회가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낸다면, 이는 띠모와 시민에게 위선적인 대안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매우 높죠.  이것이 대전시의회가 역대 최악의 결정을 통해 시민의 신뢰를 저버린 결과입니다. 2. 대덕구의회는 그냥 죽었습니다 대덕구의회는 원구성을 아직도 못했습니다. 9월 4일은 대덕구의회 의장단 구성 세 번째 투표였는데, 이마저 부결로 무산되었습니다. 송활섭 의원 제명안 부결과 같은 날에 벌어진 일이니, 띠모는 9월 4일을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날이라고 명명하기로 했어요. 지난 뉴스레터에서 대덕구의회 원구성을 다뤘죠. 당시에는 김홍태 의원이 계속해서 의장 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을 가져왔는데요. 이번 의장단 선거에는 김홍태 의원이 등록하지 않고, 국민의힘 양영자 의원만 의장 후보에 등록했어요. 이렇게 김홍태 의원이 의장 연임을 포기하면서, 의원 간의 합의가 이뤄진 줄로만 알았죠.  하지만 9월 4일 선거 당일, 1・2차 투표 모두 4:4 동률이 나오며 과반을 얻지 못해 또 다시 의장 선출에 실패했어요.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대덕구의회 원구성 실패 44일 규탄 기자회견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와 진보당 대전시장, 정의당 대전시당은 세 번째 원구성 실패 뒤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의정활동비 반납, 의장선출 규정 개선 등을 요구했어요. 이마저도 하지 못한다면 사실 사퇴하는 게 맞다는 이야기도 나왔어요. 사실 의장단을 새로 선출하는 이 시기에 지방의회는 할 일이 정말 많아요. 후반기 의장단을 꾸리면, 상임위원회도 새롭게 구성해야 해요. 각 의원은 상임위원회가 바뀌면, 소관 부서의 업무도 다시 파악해야 하고요. 그러다 11월이 되면 행정사무감사를 하고, 곧바로 2025년도 예산안 심의를 해야 하죠. 그런데 지금까지 의장단 구성도 하지 못해 이 모든 일이 밀려있어요. 다음 본회의는 다시 열리더라도 추석 명절 이후 열리게 될 거 같은데요. 다음 본회의에서 의장단을 새로 구성한다고 해도, 남은 짧은 기간 안에 이 모든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까요? 띠모는 잘 모르겠어요. 더군다나 대덕구의회는 질의 수준을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질의가 많이 없는 의회였어요. 실제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기도 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대덕구의원들은 의정활동비 반납 등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하지 않을까요? 의정활동비는 의정활동을 위한 자료수집, 주민들 만남에 쓰는 비용이죠. 자료 수집과 주민의견 수렴은 공식적인 회의장소에서 질의, 조례 발의 등으로 표현될 텐데요. 그런데 지금 질의를 할 수 있는 회의도 열리지 않고, 조례안도 심의하지 못하니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봐도 무방해요. 이마저도 못하겠다면 사퇴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대덕구의원들은 앞으로 어떻게 의정활동을 할 건지 보여주길 바라요. 더 이상 지방자치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지방의원을 뽑는 것은 집행부에 대한 견제, 감시를 위함인데요. 하지만 선출직 공직자가 지녀야 할 태도 또한 무시할 수 없어요. 의정활동의 정당성은 지방의원의 윤리와 도덕성에서 기반되는 거죠. 그리고 그것들이 지켜질 때 지방의회 무용론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 . 대전 지방의회의 성인지감수성과 지방자치가 모두 죽었다는 의미로 띠모크라시를 보냈습니다. 띠모는 보내면서도 꽤나 착잡했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이 글은 뉴스레터로 발행된 지난 띠모크라시의 일부입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띠모크라시 모아보기🧡 띠모크라시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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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마케터의 도파민 터지는 사회변화 캠페인 기획법
‍ 전직 마케터의 도파민 터지는 사회변화 캠페인 기획법 👉🏻 긴 글은 PDF로도 받아볼 수 있어요 ‍ 📣 모두가 '캠페인' 하는 시대 ‍ 캠페인이라는 단어를 보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기업에서 하는 광고 캠페인이나 브랜딩 캠페인도 있고, 비영리 조직이나 공공기관에서 하는 공익 캠페인도 있습니다. 정치인이나 정당에서 하는 정치 캠페인도 있어요. ‍보통 영리 목적의 ‘마케팅 캠페인’과 공익을 위한 ‘사회변화 캠페인’이 많이 다르다고들 생각합니다. 주체나 메시지의 목적만 봐도 다른 점이 정말 많죠. 그런데 이 둘을 모두 경험한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비슷한 점이 많았어요. 자동차 브랜드의 마케팅 캠페인을 예로 들어볼까요? 이 캠페인은 시승 신청을 위한 개인정보 수집이 목적일 때가 많았는데요. ‘어떻게 하면 자동차 구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쉽고 간단하게 개인정보를 입력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시승 신청 사이트와 홍보 콘텐츠를 기획했습니다. 몇년 뒤 대선을 앞두고 기후, 청년, 소수자 인권 등에 대한 대선 후보의 공약과 입장을 요약한 ‘대선 캐비닛’ 콘텐츠를 알리는 캠페인을 했는데요. 마찬가지로 ‘어떻게 하면 대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쉽고 간단하게 이메일 주소를 입력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구독 페이지와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두 가지 캠페인은 운영 주체와 궁극적인 목적, 대상과 규모까지 모두 달랐지만, 소식을 받아볼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다는 점에서는 아주 유사하죠. ‍ ✅ 마케팅 캠페인과 사회변화 캠페인의 공통점 1) 먼저,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진행한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알릴지, 사회문제와 활동을 알릴지 차이일 뿐이죠. 2) 알리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도 비슷해요.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캠페인이 많습니다. 마케팅 캠페인은 주로 ‘구매' 행동을, 사회변화 캠페인은 ‘참여’ 행동을 유도하죠. 3) 행동 변화를 넘어서 ‘팬’을 만들기도 합니다.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충성 고객이 필요하고, 비영리 조직이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지하는 회원들이 필요하니까요. ‍ 이 공통점들은 바로 캠페인을 하는 목적이자 본질이기도 한데요. ‘캠페인’의 어원은 전쟁 용어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사회 이슈와 운동, 그리고 이를 알리기 위한 캠페인과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 이 경쟁 상황 속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알리고, 변화시키고, 연결되는 것이 바로 ‘캠페인’인 거죠. ‍‍ 🌊 ‘사회변화’ 캠페인 물결 속에서 ‍검색창에 ‘캠페인’을 입력하면, 초록색 이미지가 가득합니다. 연관검색어로 ‘환경’과 ‘공익’ 등이 보여요. 이제는 기업들도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익 캠페인을 하고, 반대로 비영리 단체들도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을 시도합니다. 아예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는 소셜 섹터의 비중과 영향력도 점차 커지고 있어요. ‍ ESG 경영과 가치소비, ‘브랜드 액티비즘’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 속에서 기업과 단체는 모두 사회변화 캠페인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는 아직도 남아있고 더 많은 사람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런 캠페인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기획하는 사회변화 캠페인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우리의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고, 그들의 인식과 행동에 변화를 만들고, 사회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 🏄 ‘뼈케터’의 캠페인 기획 노하우 저는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설득 커뮤니케이션’에 매료되었어요. 그래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하고, 광고연합동아리에서 활동하고, 광고회사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디어를 만들고 파는 일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잘 팔리는 기획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 왔어요. 어느새 ‘뼈케터’(뼛속까지 마케터)라는 별명이 생겼습니다. 사회변화 캠페인을 할 때도 마케터의 시선과 태도를 적극적으로 적용했던 거죠. 마케팅의 기본 개념인 STP 전략, SWOT 분석, 4P 기획부터 AIDMA, AISAS 등 소비자 행동 모델과 퍼널 전략까지 활용해 왔습니다. (이중 모르는 개념이 있다면, 검색해 보고 공부하며 적용해 보길 추천 드립니다.) ‍특히 캠페인의 메인 컨셉을 도출하기 위해 아이디어 발상법을 꼭 적용했습니다. 세상에 많은 크리에이티브 개발법이 있는데요. 당연히 정답은 없지만, 여러 이론을 살펴보고 실제로 시도한 결과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했어요. 정보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숙성의 시간을 거쳐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다음 구체화를 하면서 실행하는 과정이죠.‍ ‍ 기획 과정의 예시로 실제 진행했던 캠페인을 소개하려 합니다. 가장 최근에 청소년기후행동과 함께 기후 헌법소원을 위한 국민참여의견서를 모으는 캠페인을 기획했어요. ‘말풍선 보내기’라는 컨셉을 중심으로 ‘기후대응 이의있음! 우리의 말은 헌법재판소로 간다'는 슬로건을 뽑았습니다. 이 메시지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 1) 수집과 분석 기획에 앞서 다음 세 가지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 📌 캠페인 내용과 관련된 정보 저는 기후단체에서 활동했던 경험도 있고 비건 유튜브를 운영하며 IPCC 기후보고서를 다뤄왔기 때문에, 기후 이슈에 관한 배경지식이 있었어요. 최근 기후 이슈들을 다시 살펴보며 이해도를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기후 헌법소원 소송에 대한 자료를 공부했죠. 국민참여의견서 캠페인을 시작한 배경과 목적부터 보도자료, 변론요지서 등을 꼼꼼하게 파악했어요. 기후 이슈를 다루는 소셜 계정을 탐색하며 콘텐츠 내용과 구성을 수집했습니다. ‍ 📌 캠페인 형식과 관련된 참고 자료 캠페인 기획에 참고할 만한 국내외 캠페인 케이스와 웹사이트를 모아 서로 공유했어요. 주제와 무관하게 다양한 형식의 캠페인을 함께 살펴보며, 우리 상황에 맞게 어떤 부분을 참고하고 어떤 부분을 다르게 해야 할지 이야기했죠. ‍ 📌 관련 없어 보이지만 연결할 수 있는 것들 함께한 팀원들과 소통하는 슬랙방 중에 ‘짤방 공유방’이 있었어요. ‘짤방 공유방’에서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밈을 틈틈이 공유했죠. 이후 구체화 및 실행 단계에서 콘텐츠에 활용되었습니다. ‍ 광고회사에서는 마케팅 전략을 짜기 위해 자사, 타사(경쟁사), 시장 상황, 잠재 소비자 등을 분석한 팩트북을 만들곤 합니다.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생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조합만 있을 뿐이죠. 자료를 분석하며 어떤 전략이 필요할지 방향을 잡습니다. ‍‍ 2) 발산과 수렴 먼저 어떤 톤앤매너와 컨셉을 가진 캠페인이 필요한지 고민했습니다. 국민참여의견서를 모으는 이유는 단순히 권위 있는 전문가의 의견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도 함께 듣기 위한 거였어요. ‍구체적으로는 청년과 더불어 어린이, 청소년, 중년, 노년 모두 자신만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거주지나 직업, 정체성의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야 했어요. 그러려면 이 소송의 맥락을 쉽게 전달하고, 간단하지만 솔직하게 의견을 낼 수 있는 판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어렵고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편안하고 재미있는 톤앤매너가 필요했어요. ‍그렇다고 너무 착하기만 한 이미지나 투쟁적인 이미지도 지양했습니다. 대신 헌법소원까지 했고, 단순히 좋아요나 후원이 아닌 ‘의견서’까지 받기로 한 결정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광기와 진심을 담았어요. 처음 보는 사람들도 ‘와 이건 함께 해야 해!’라고 느끼길 바랐습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며 아이디어를 나누었어요. “국민참여의견서를 작성해서 제출해 주세요, 하면 어렵고 막막하게 느껴지잖아요. 단어도 익숙하지 않고, 나 말고 더 똑똑한 사람이 써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좀 있거든요. 근데 이 의견서를 글로 쓰는 게 아니라, 말로 하게 하면 어떨까요? 모든 글은 ‘말’에서 시작하니까요.” “글 대신 말이 좋겠어요. 직접 말하는 것보다 더 편한 건 ‘채팅’인 것 같아요. 이 의견서를 재판장님에게 보내는 ‘말풍선’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때요? ‘아니 근데 재판장님, ~ 한데요. ~한 판결을 내려주세요’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는 거죠.” “사람들이 만든 말풍선들이 헌법재판소로 슝 보내지거나, 그 주위를 둘러싸는 이미지가 생각나요. 지도에서 헌법재판소 위로 메시지 알람이 마구 쌓이고, 의견서를 전달한 후에는 읽음 처리가 되는 거죠!” 회의 때 나누었던 이야기를 재구성했어요. 머릿속에 그림이 딱 그려지지 않나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처음부터 이 컨셉이 뚝딱 나오지는 않았어요. 여러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발산하는 회의를 했죠. 이때 처음부터 완벽한 아이디어를 내려고 하거나, 현실적인 조건을 생각하면서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 안에서만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떠오르는 생각을 가감 없이 다 던질 수 있어야 새로운 생각을 연결할 수 있어요. ‍ 3) 구체화 그렇게 발산, 수렴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후대응 이의있음! 우리의 말은 헌법재판소로 간다”라는 메인 슬로건을 정했습니다. 캠페인 사이트는 메신저로 대화하듯이 이야기를 나누면 자연스럽게 헌법재판소에 보내는 말풍선 형식의 의견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구성했죠. 덕분에 어린이부터 중년과 노년,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분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었어요. ‍ 채팅과 말풍선이라는 컨셉을 살려 홍보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참여를 독려하기도 하고, 공개변론일에 정부와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나눈 대화를 채팅으로 재구성해서 알리기도 했습니다. 이때 참여 유도 메시지에서 기존에 공유했던 밈과 짤들을 적절히 활용했어요. ‍ 온라인 캠페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캠페인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더 긴 글을 쓰고 싶은 분들을 위해 글쓰기 키트를 기획하고 함께 글을 쓰는 자리도 마련했어요. 동시에 이 글쓰기 키트를 온라인에 게시해서, 어디서든 글쓰기 모임을 열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서울부터 제주까지 그야말로 전국구에 있는 많은 다양한 분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었어요. 🌝 ‘즐겁게’ 일해야 하는 이유 ‍마케팅 캠페인과 사회변화 캠페인이 비슷하다고 했지만, 다른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영리 기업의 마케팅을 주로 하다가 사회변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겪은 실무적 어려움과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나눠볼게요. 우선, 예산의 한계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기업도 ROI(광고 지출 대비 수익률)를 계산하면서 돈이 되는 마케팅만 하려고 하는데, 사회변화 캠페인의 성과는 금전적인 수익이 아니잖아요. 경제적인 부분과 더불어 인력이나 시간 등 여러 리소스가 부족한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뭔가를 만들거나 행사를 열면 필연적으로 쓰레기가 생기게 되는데, 이게 정말 큰 딜레마입니다. 많은 캠페이너가 캠페인을 물리적으로 경험하게 할 수단을 고민할 때마다 어려움을 마주합니다. 어떻게 하면 쓰레기가 되지 않을 유의미한 굿즈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떤 공간을 만들고 어떻게 행사를 기획해야 폐기물이 덜 나올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게 되죠. 게다가 공익을 위한 캠페인임에도 보수적인 조직이 주체가 되거나 협업의 대상이 되면 처음 목표와 달리 타협을 하거나, 메시지를 둥글게 깎아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후대응 이의있음’ 지하철 광고를 할 때도, 캠페인 슬로건을 그대로 쓰지 못했어요. 논쟁적인 의견광고라는 이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죠.‍ ‍ 이런 어려움 속에서 실무자들이 지친다는 문제도 있어요. 지난 몇 년 동안 번아웃을 겪는 활동가와 기획자, 창작자들을 봐왔습니다. 한국의 많은 사회문제는 죽음, 폭력, 차별 등의 문제를 갖고 있는 데다가, 혐오세력의 악플이나 공격에 대응해야 하는 때도 있으니까요. 그럴수록 함께하는 동료와 많이 이야기하면서 지치지 않게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돌봄과 나눔이 가능한 관계에서 더 많은 아이디어와 가능성이 열립니다. 회의 시작 전후로 일상을 나누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서로 무엇을 바라는지 욕망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고민을 나눌 때 많은 문제가 해결되니까요. ‍ 즐겁게 해야 한다고 해서, 모두의 감정이 꼭 밝고 행복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분노로 흥분하거나, 슬픔을 나누며 기획할 때도 있고, 답답한 마음이나 불안한 마음으로 몰입할 때도 있죠. 중요한 건 그 감정을 없는 것 취급하거나 무시하면서 일하는 게 아니라, 동료와 마음을 나누고 솔직한 연대를 쌓으며 일하는 거죠. 재밌다고 평가받는 캠페인과 콘텐츠 뒤에는 늘 동료와의 공명이 있었습니다. 제 2회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 PM을 맡았을 때, “퀴어 퍼레이드는 보이지 않은 곳에서 하라”는 정치인의 발언이 있었어요. 동료와 함께 분노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발언을 향한 반발심으로 공명하며, 어떻게 하면 퀴퍼를 더 잘 보이게 할 수 있을까? 인스타그램에서만 하던 온라인 퀴퍼를 바깥으로 꺼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퍼레이드를 여는 공간 말고도 여기저기 마구 보이게 하고 싶은데… 하며 아이디어를 모았어요. ‘우리의 퍼레이드는 막을 수 없고, 어디서든 열릴 수 있다’는 뜻을 담아 “우리는 어디서든 길을 열지”라는 슬로건을 뽑았습니다. 지하철 광고로 마음을 표현하는 팬덤 문화와 영리기업의 온오프라인 통합 캠페인들을 떠올리며, 오프라인 연계 광고 캠페인을 제안했죠. ‍ 그렇게 옥외 광고를 위한 펀딩 사이트를 열었고, 며칠 만에 1차 목표액인 천만 원을 달성했어요. 빠르게 늘어가는 펀딩금액을 보면서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총 2천 만 원의 광고 예산으로 서울과 부산, 대구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에 우리의 존재를 드러냈어요. 광고회사 업무 경험을 활용해서, 제한된 예산 내에 최대한 많은 공간에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미디어믹스를 구성하고 집행했는데요.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하는 퍼레이드 장면을 여러 공공장소에 내보냈을 때의 그 짜릿함은 잊을 수 없습니다. 이후 이 광고는 아르코미술관 기획전에 전시되어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었어요. ‍ 광고 매체뿐 아니라, 퀴어 퍼레이드를 지지하는 커뮤니티의 힘도 적극 활용했습니다. 퀴어 퍼레이드에 신청한 분들께 포스터를 보냈습니다. 학교 게시판부터 동아리방, 음식점과 카페, 미용실, 친구 집 대문, 국회의원실까지. 퀴어프렌들리한 공간마다 포스터가 붙었어요. 기획자로서 메시지와 매체가 일치할 때 큰 쾌감을 느끼는데요. 어디서든 길을 열겠다는 슬로건과 실제로 다양한 공간에 우리의 존재를 드러냈던 캠페인 방법이 일치해서 즐겁고 감사했습니다. ‍ 🔥 캠페인 ‘성공의 기준’을 고민해야 할 때 ‍ 그렇다면 제가 했던 캠페인은 과연 ‘성공적인 캠페인’일까요? 많은 사람이 참여하면 성공일까요? 후원금을 많이 모으면 성공일까요? 재미있다고 평가받거나, 소셜 섹터에서 이야기되면 성공인 걸까요? 아니면, 법과 제도를 변화시켜야만 성공일까요? 물론 캠페인 성공의 기준은 캠페인의 목적과 규모에 따라 달라집니다. 정량적으로는 콘텐츠 도달, 캠페인 참여, 웹사이트 방문이나 팔로워 수, 관련 키워드 검색량 등을 측정할 수 있고요. 참여자들의 피드백이나 후기, 이슈와 관련된 사람들의 인터뷰나 자체적인 회고를 통해 정성적인 결과를 얻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회변화 캠페인이 성과 측정에 어려움을 겪어요. ‘사회변화’ 캠페인인 만큼 결국 ‘변화’를 이끌었느냐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인데요. 이를 측정하기 위한 수단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보통 캠페인은 짧은 기간 진행하는 데 반해, 사회는 천천히 변화합니다. 그렇다고 기업에서 하듯이 장기간 조사를 염두에 두면서 리서치 회사에 큰 비용을 주고, 대중의 인식과 행동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경우는 드물죠. 게다가 실제로 유의미한 사회변화가 있더라도, 마케팅 캠페인과 달리 하나의 이슈에 하나의 캠페인만 실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중 어떤 캠페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차지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런 성과 측정의 어려움은 꽤 심각한 문제입니다. 성과를 알기 어려운 캠페인은 계속해서 필요한 리소스를 획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요. 사회변화 캠페인의 숫자는 늘고 있지만, 진짜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을 가진 캠페인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동시에 그린워싱과 같은 ‘허울’ 뿐인 캠페인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했다’는 데에만 의의를 두는 캠페인을 기획하느라, 진정한 변화를 만들 기회와 가능성은 고려되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실무자로서 ‘단 한 명이라도 이 캠페인(콘텐츠)으로 삶이 바뀌었다면, 성공한 거지!’하고 생각하는 순간도 있지만, 캠페인을 하기 전과 후의 세상이 아무 변화가 없는 것 같아 무력감을 느낄 때도 많아요. 이렇게 성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면 당연히 지치게 됩니다. 일을 쉬거나 그만두는 경우도 생겨요. 그렇게 사회변화 캠페인 실무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는 것은 점차 어려워지죠. 사회변화 캠페인이 지속하고 확장하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이 이 캠페인들의 성과 측정 방법을 더 고민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조사와 분석에 필요한 자원을 지원할 수도 있고, 시상을 하거나 성공 사례를 나누는 자리와 지면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더 많은 사회변화 캠페인이 가시적인 성과를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많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 🤝 경계를 넘나드는 ‘연결’을 꿈꾸며 ‍ 마치 사회변화 캠페인의 전문가인 것처럼 글을 썼지만요. 제목에서 밝혔듯 저는 사회변화 캠페이너로 쭉 커리어를 쌓아온 게 아니었습니다. 광고AE, 마케터, 프로젝트 매니저, 제작자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여러 일을 해왔습니다. 동시에 비건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영화도 만들고, 글방에 다니면서 소설과 에세이도 썼고요. 독서모임과 회고모임도 하고, 전시와 영화제도 다니고, 그림과 타투와 타로도 배우고, 요즘엔 윤리학과 법 공부도 하고 있어요. 직장인과 활동가 사이, 기획자와 제작자 사이에서 그 어디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한 채, 정체성의 경계에 서 있다는 감각으로 일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이런 복합적인 정체성 덕분에, 저만의 시선을 가지고 사회변화 캠페인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었어요. 솔직히 저보다 기획 잘하는 사람, 콘텐츠 잘 만드는 사람, 사회변화 캠페인에 대한 전문 지식이 많은 사람은 많을 겁니다. 그렇지만 광고홍보학과 문학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에서 여러 브랜드 마케팅을 하다가 미디어 스타트업에서 캠페인과 콘텐츠를 만들고, 비건 지향을 하면서 오픈 퀴어로 살아가는 여성 청년 캠페이너는 많지 않죠. ‍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과 취미, 관심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직업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변화 캠페인 기획에 더 많이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들만 사회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편견을 버리고, 사회운동은 활동가들만 하는 거라는 구분 짓기를 그만두고,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것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을 넘어서길 바랍니다. 누구나 자신이 바라는 세상을 위해 사회변화 캠페인을 기획하고 참여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변화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더 많은 경계에서 협업이 필요합니다. 여러 조직과 개인이  만나고 섞이기를 바랍니다. 시인이자 카피라이터인 함민복 시인은 <모든 경계에서 꽃이 핀다>고 했는데요. 우리 더  기웃거리고 딴짓하면서, 이곳저곳의 경계에서 만나요! 글 | 장은나 ‘비건먼지’ 유튜브와 팟캐스트 운영자이자, 프리랜서 캠페인 기획자.비건 퀴어 페미니스트 정체성으로 글을 쓰고 영화를 제작한다.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잠들어버린 대전, 꺼져버린 재미!
잠들어버린 대전, 꺼져버린 재미! - 의아한 대전 0시축제 2024.08.28. 여러분, 0시축제 가보셨나요? 혹시 어땠나요? 띠모도 모니터링 하면서 0시축제를 다녀왔는데요. 지난해와 비슷한 콘텐츠와 다른 지역 축제와 다를 것 없는 축제 운영 등이 큰 흥미를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어요.  대전0시축제는 "잠들지 않는 대전, 꺼지지 않는 재미"를 컨셉으로 2년째 진행해오고 있는데요. 현재 0시축제는 사실 2022년 0시뮤직페스티벌이 그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과거의 영광, 대전역 0시축제 2009년, 이장우 시장이 대전 동구청장이던 시절 대전역 0시축제를 동구에서 개최했어요. 당시 대전역 일원에서 펼쳐졌던 0시축제는 동구청장 재선에 실패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했는데요. 이장우 시장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으로 당선이 됐죠. 그러면서 대전0시뮤직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축제를 진행했어요. 2022년에는 지금보다 규모는 훨씬 작았어요. 중구 대흥동 우리들공원에서 연예인 무대공연이 진행되기도 했고요. 이때부터 매일 매일 새로운 연예인들을 부르기 시작한거죠. 대전시 축제로 부활한 0시축제는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어요. 과거-현재-미래 다 잡을거야! 대전 0시축제는 옛충남도청부터 대전역 앞까지의 도로를 막고 진행되는 축제인데요. 2024년 8월 9일부터 17일까지 9일간 진행된 0시축제! 대전의 대표 축제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로 시작했어요. 이미 축제 규모, 교통통제부터 대표 축제가 되어버렸죠. 하지만 지난 축제부터 어디선가 본 듯한 부스, 연예인으로 메우는 빈약한 콘텐츠 등은 계속해서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어요.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는 님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0시축제 콘텐츠 이야기 띠모에게 들려주세요! 그럼.. 0시축제 예산은 얼마야? 2024년 본예산은 언제 세운다고 했었죠? 2023년 연말에 집행부에서 세운 다음 의회 승인을 받아야 2024년 예산안 성립이 된다고 했었는데요. 이걸 본예산이라고 해요. 2024년 0시축제 본예산은 29억이었어요. 여기에 별도로 0시축제 교통통제 용역 4억 5천, 0시축제 자매우호도시 초청 행사 예산 1억6천5백만원 등이 책정되어 있었죠.그리고 2024년 대전시는 추경을 통해 0시축제 예산을 13억 추가했어요. 0시 축제 본예산 29억에 13억 추가 돼 42억이 됐죠. 기본적으로 축제를 운영하기 위한 예산이 42억인거에요. 이 예산에 매일 매일 초청한 가수 등 연예인 섭외 비용도 다 포함되어 있어요. 예산 30억 이상은 중앙투자심사를 받아야 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맞아요. 지자체의 자체 재원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대규모 재정이 투여되는 겅우, 투자 심사를 받도록 되어 있어요. 지난해 국세가 덜 걷힌 영향으로, 대전시도 2024년 본예산을 축소해서 편성했죠. 재정여건이 쉬운 상황은 아닌만큼, 투자 사업 등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요.대전 0시축제는 지난해 10월, 이 중앙투자심사를 조건부 추진으로 통과했어요. 여기서 투자 심사를 받아야 하는 항목은 별도로 있는데요. 행정안전부 장관 심사를 받아야 하는 항목이 있어요.  - 총사업비 200억원 이상의 투자사업- 외국의 자본이 도입되는 총사업비 10억원 이상의 투자사업- 총사업비 30억원 이상 홍보관 사업과 공연·축제 등 행사성 사업- 채무부담행위, 보증채무부담행위, 예산 외 의무부담에 따른 지자체 부 담의 대상 사업(나라살림연구소 2023년 지방자치단체 중앙투자심사 결과 분석 중 정리 표 발췌) 그러니까 30억 이상의 축제를 진행하려면 심사를 받아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지난해 2023년과 2024년 0시축제 본예산은 29억으로 편성됐어요. 그런데 0시축제 예산을 29억으로 편성한 것이 중앙투자심사를 피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는데요. 본예산을 29억으로 맞추고, 다른 부서에 0시축제 사업 예산, 용역 등을 편성 한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었어요. 이후 대전시는 0시축제 본예산을 더 편성하기 위해 중앙투자심사를 받았고 지난해 10월 조건부 추진으로 통과됐어요.  그렇다면 그 조건이 뭘까요? 나라살림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중앙투자심사 결과 중 조건부 추진 결정은 해당 조건이 공개가 안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어요. 시민의 알권리 차원에 굉장히 필요한 일이나, 행안부를 비롯한 지자체에서 공개가 안되고 있다라는 거죠. 이 조건이라는 것이 행안부가 먼저 공개하지 않더라도, 각 지자체가 공개하는 것도 맞지 않을까요? 대전시는 0시축제가 어떤 조건을 달성해야 30억 이상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게 먼저라고 봐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해서 30억 이상의 사용되는 알 수 없는 0시축제 예산을 살펴볼 테니까요. 0시축제인지예산을 만들어봐요 성인지예산을 알고 계신가요? 성인지예산은 대전시 예산 중 사업의 집행 과정과 결과, 직·간접적으로 성평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 예산을 말해요. 즉, 성인지 예산은 성평등 정책 등 별도의 사업 예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 정도는 알고 계시죠?그런데 이런 사업 이름에 0시축제가 안 들어가는 예산들도 많이 있어요. 하나 예를 들면, 0시축제 기간에 중앙시장 먹거리 존 가보셨나요? 중앙시장 먹거리존에서는 다회용기 대여 시스템을 운영했는데요. 이 예산은 다회용기 재사용 촉진 사업 등의 이름으로 진행됐는데요. 0시축제에서 다회용기 지원사업은 약 2억원 가량의 예산이 들어간 사업이에요. 하나 더 찾아보면 0시축제 연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대전부르스 가요제도 진행됐어요. 사업 명에 0시축제는 찾아볼 수 없죠. 하지만 0시축제 기간 때 대전시 예산 1억을 투입해 진행 되는 사업이에요. 이러한 예산이 0시축제와 무관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자세히 찾아보지 않으면 0시축제 예산인지 아닌지 모르는거죠. 이 외에도 대전시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도 행사에 참여 했는데, 이 예산은 대전시 예산이 아닌걸까요? 총 예산액이 얼마인지 한데 모아 확인 하는 작업도 필요해요. 성인지예산처럼 0시축제인지예산을 우리가 만들어서 총 0시축제의 직,간접적 예산이 얼만지 확인해보는 건 어떨까요?여러분이 알고 있는 0시축제 예산이 있다면 별도로 아래 링크를 통해 예산을 알려주세요! 오늘은 0시축제 예산을 간략하게 알아봤는데요. 0시축제는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는 축제예요. 그래서 30억 이상 쓰기 위해 중앙투자심사도 받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예산 수립부터 결산까지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죠. 그 길이 더 나은 축제를 만들어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0시축제 환경 모니터링도 진행했는데요. 모니터링 결과는 아직 취합중이에요. 결과가 나오면 공유할게요. 2024년 0시축제는 끝났습니다. 내년에 또 축제를 할 텐데...... 0시축제 예산 사용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다양한 시민이 참여 할 수 있는 기획을 하길 바라요. . . 29억이라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축제, 이렇게 진행되어도 괜찮을까요?  띠모의 제안대로 '0시축제 인지예산'제도라도 도입해야하는 건 아닐까요?  여러분의 지역에도 이렇게 큰 지역 축제가 있나요? 띠모는 너무 궁금합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이 글은 뉴스레터로 발행된 지난 띠모크라시의 일부입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띠모크라시 모아보기🧡 띠모크라시 구독하기💚
대덕구의회는 하모니의회?
대덕구의회는 하모니의회? -이번에 또 안 하니, 원구성? 지긋지긋하다! 2024.08.14. 대덕구의회 원구성을 다루고 있는 오늘, 알 수 없는 감정이 올라와요. 도대체 뭐 때문에, 이들은 아직도 원구성을 안 한 걸까요? 2022년 전반기 원구성 당시처럼, 후반기 원구성까지 자리 싸움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대덕구의회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드리기 위해, 대덕구의회 원구성 상황을 일지처럼 구성해봤습니다. [기] 원구성 갈등의 시작 2024년 7월 12일, 제277회 대덕구의회 임시회 집회 공고와 함께 대덕구의회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위한 선거 일정이 공고됩니다. 제277회 임시회는 7월 24일 실시되었고, 의장 후보자 등록은 7월 23일까지, 부의장 후보자 등록은 7월 24일까지였어요. 지난 뉴스레터에서 대전시의회 의장 선거에서 후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했는데요. 대덕구의회도 마찬가지로 공개하고 있지 않아요. 대덕구의회는 선거 전날까지 후보자 등록을 받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더 여유가 없기도 하고요.  시간이 흘러 후보자 등록이 끝나고 보니 의장 후보에는 전반기 의장직을 수행했던 김홍태 의원만이 등록했고, 부의장 후보에는 아무도 등록하지 않았어요. 뭔가 심상치 않음이 느껴지시나요? 다시 한번 보고 가는 대덕구의회 정당별 의원 수 대덕구의원 탈당으로 인해, 정당별 의원 수에 변화가 있었는데요. 2022년 당선 당시에는 국민의힘 의원 4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4명으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유승연, 전석광 의원이 탈당 하면서 국민의힘 의원 4명(김홍태, 이준규, 조대웅, 양영자 의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김기흥, 박효서 의원) 무소속 유승연, 전석광 의원 2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승] 원구성 갈등의 전개 7월 24일 오전 10시, 본회의를 열어 후반기 의장을 선출해야 했겠죠? 하지만 본회의장에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인 김홍태, 이준규, 조대웅 의원 3명만 출석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정회를 선포 했어요.  그리고 같은 날 오후에 다시 본회의가 열리게 됐는데요. 의장후보에는 김홍태 의원만 단독으로 입후보 했어요. 1차, 2차 투표 모두 과반 득표를 얻지 못해 다시 의장 후보 공고부터 해야될 처지에 놓이게 된거죠. 이렇게 자연스럽게 4:4로 갈라지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죠. 그러면 어떻게 갈등이 발생했는지 살펴볼게요. 더불어민주당 김기흥, 박효서 의원과 무소속 전석광 의원 본회의 시작과 함께 본회의장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어요. 기자회견은 '대덕구의회 김홍태 의장의 부당한 후반기 의장 연임 시도' 에 대해 반대하는 기자회견이었고요.  기자회견 내용은 '1991년 이후 대덕구의회에서 단 한 번도 연임 금지의 불문율이 깨지지 않았고, 김홍태 의장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유례 없는 의장 연임을 추진하고 있어 그동안 지켜온 민주주의 합의 정신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이야기 했어요. 여기서 출석한 의원 3명, 기자회견 한 의원은 3명이잖아요. 그럼 2명의 의원은 어디있던걸까요?  국민의힘 양영자 의원은 같은 정당의 의견을 따를거로 예상되지만, 본회의장에 출석하지 않았고요. 무소속 유승연 의원은 본회의장도, 기자회견에도 참석하지 않았어요. 양영자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김홍태 의원의 의장 연임에 반대한다고 밝혔어요. 그런데 왜 연임 반대하는 의원들은 의장 후보가 없어? 대덕구의회 구성을 살펴봐야하는데요. 현재 대덕구의회 다선의원은 김홍태 의원이 재선으로 유일해요. 김홍태 의원을 제외한 의원들은 모두 초선인거죠. 대덕구의회 기본조례에서 의장 선거를 규정하고 있는데요. 1차, 2차 투표까지 과반을 얻지 못하면 결선투표까지 하게 돼요. 결선투표에서도 득표수가 같을 경우 최다선의원이 의장에 당선 돼요. 그러니까 결선투표까지 가게 되면 김홍태 의원의 연임 반대하는 의원들 입장에서는 누가 후보로 나와도 김홍태 의원이 다시 의장으로 선출 되는 거죠. 이러한 이유로 후보를 내지 않은 것으로 추측 돼요. [전] 원구성 갈등의 폭발 띠모는 여기가 갈등의 폭발인지 모르겠어요. 아직 원구성은 현재진행형이니까요. 의장 선거 부결 이후 7월 26일 국민의힘 김홍태, 이준규, 조대웅 3명의 의원은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어요.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전반기에도 법과 원칙을 무시한 채 의장 자리를 요구하며 의회를 보이콧하더니 지금도 얼토당토않은 변명과 궤변으로 일관하고 있다'와 과거에 의장 연임 한 사례가 있다라고 이야기 했어요. 대덕구의회 연임 사례가 없어? 연임 사례가 있어요. 연임 사례는 지방자치가 다시 시작한 90년대에 찾아 볼 수 있었는데요. 띠모가 찾아와봤어요.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90년대를 제외하고 보면 5대의회 때 연임을 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었어요.하지만 이때도 의장 연임에 대한 문제, 의장 선거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해서 있었고 결국 사임 하고 다시 의장선거를 진행했어요. 연임을 하긴 했으나 의장직을 내려놓은 것까지 확인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전반기 의회 원구성 당시 합의한 내용을 말했는데요. '의석수 변동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반기에 맡지 않은 당이 의장을 맡기로 한다'고 합의했었다고 해요.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이 탈당하면서 변화가 생겼으니 변수가 발생한거죠.  이러한 내용들이 원구성 실패에 사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순히 연임을 반대한다거나, 연임을 해야 하는 양쪽의 근거는 너무나도 부족해요. 이렇게 장기간 원구성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어느 한쪽의 잘못이 아닌 양쪽의 잘못이라고 봐요. 양쪽 모두 의장직을 수행해야 하는 이유, 그 근거를 대덕구 주민분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결] 엔딩이 없는 대덕구의회 대덕구의회 원구성의 결말은 아직 안났어요. 마치 매주 기다리는 드라마, 웹툰 같은 걸까요...? 대덕구의회는 다음주인 8월 20일(화요일)에 다시 의장 선거를 진행해요. 19일이 의장 후보 제출 마감이니 아직 누가 다시 후보로 나왔는지 알 수 없어요. 띠모는 이 결과가 이제 궁금하지 않아요. 그저 자리를 위해서만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대덕구의원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띠모의 생각 띠모는 고민이 드는데요. 의장 연임을 반대한다고 하는 의원들은 의장 연임한다고 민주주의 정신이 위협 받는다고 했었죠. 그런데 어떤 의장이 될건지도 모르는 의장 선거를 하는게 연임보다 더 큰 위협 아닐까요? 그리고 지금까지 의장 연임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연임을 하면 안 된다라는 이유는 단순히 자리싸움이라고 봐요. 그렇다면 어떤 의원이 의장을 할 거고, 대덕구의회의 운영 방향, 대덕구청 견제 방향 등을 제시했어야 하죠. 현재 김홍태 의장도 연임을 하는 것은 욕심을 넘은 탐욕이라고 밖에 안 보여요. 전반기 원구성도 원만하게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같은 문제가 발생한거죠. 전반기 의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왔었는지 설명도 필요하죠. 그리고 연임을 해야 한다면, 연임을 해야 되는 이유, 어떤 역할을 더 해나가겠다든지의 설명도 필요한데 그저 연임만을 주장하고 있죠.  지난 5월 21일 대덕구의회는 보도자료를 냈어요. 전반기 주요 의정 뉴스라고 하면서 발표했는데 첫번째 이슈가 전반기 의회 원구성이었어요. 대덕구의희는 하모니의회? ①제9대 대덕구의회 전반기 원구성 ‘위기를 기회로’=제9대 대덕구의회는 초반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은 ‘전화위복(轉禍爲福)’ 의정활동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여야 간 이견으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던 전반기 원구성 과정 이후 ‘하모니 의회’로 화합과 존중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 (출처: 대덕구의회 보도자료) 정당 간 갈등을 넘어 같은 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있는데 어떤 화합과 존중을 실천하고 있다는 걸까요? 아무도 믿지 않을 하모니의회 이런 말 보다 실제 의정활동으로 보여줬야 하죠.  띠모는 대덕구의회의원들이 최소한 의정활동비를 반납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의정활동비는 의정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보조하기 위해서 지급하는 비용이죠. 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 비용 등이겠죠? 그런데 지금 원구성 지연으로 사실상 의정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죠.만약에 다음주에 원구성을 한다고 하더라도 한 달가량 대덕구의회의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노동을 하지 않았는데, 의정활동비를 받는다라는 건 이해가 가지 않아요. 그리고 이런 문제를 두번이나 연달아 초래했다면 의정활동비를 반납하는 등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모습도 보여줘야죠. 김홍태 의원도 의장직 불출마를 선언하고 초선 의원들 간 투표를 통해 의장을 선출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여러가지 방법들을 제안하고 협의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길 바라요.개인의 명예 등 다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죠. 하지만 지방의회의원은 선출직 공직자예요. 그만큼 더 높은 도덕성과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해요. 의장직을 왜 맡아야 하는지, 어떻게 의회를 운영해 나갈것인지 이야기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저 연임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대덕구 정책을 두고 이야기 하는 것이 의원의 역할이죠.  원구성 이후 대덕구의회를 비롯한 지방의회에서 고민해야 할 지점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많은 지방의회에서 결선투표까지 과반을 얻지 못하면 최다선, 연장자가 당선 된다라는 규정이 있어요. 이는 원구성이 이뤄지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인거죠. 이 규정이 맞다라고 볼 수는 없죠. 단순히 의원을 많이 하고, 나이가 많다라는 이유로 의장을 해야 될 이유는 없으니까요. 의장 선거에서 어떤 규정이 필요할지 앞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해보여요. . . 지방의회 원구성이 실패하는 동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가게 됩니다.원구성을 못하는 기간 만큼 지방의원은 본연의 업무를 전혀 하지 못하고요. 그렇다면 그 동안의 의정활동비*는 어디에 쓰인 걸까요?  지방의원은 원구성 실패가 지속되는 기간에 의정활동비를 반납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지방의원의 의정비는 매달 정해진 급여인 '월정수당'과 자료를 모으고 연구하는 데 쓰이는 '의정활동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현재 의정활동비는 비과세 항목인데다, 사용내역을 공개하고 있지 않아요.)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자유롭게 이야기해주세요-! *이 글은 뉴스레터로 발행된 지난 띠모크라시의 일부입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띠모크라시 모아보기🧡 띠모크라시 구독하기💚
지방의회 원구성 특이하다, 특이혀
지방의회 원구성 특이하다, 특이혀 - 드디어! 대전시의회 원구성이 완료됐어요 2024.07.24. 지난 뉴스레터를 통해 7월 10일 의장 선거 2차투표 결과(조원휘 의원 11표, 박주화 의원 9표, 이병철 의원 1표, 이재경 의원 1표)까지 알려드렸죠. 2차투표에서도 과반 득표자가 없어 결국 결선투표까지 진행했어요. 최다 득표자인 조원휘 의원과 다음 득표자인 박주화 의원의 결선투표였는데요. 결과는 조원휘 의원 15표, 박주화 의원 7표로 조윈휘 의원이 의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의장 선거 이후 진행된 부의장 선거에서는 제1부의장으로는 더불어민주당 송대윤 의원, 제2부의장에는 국민의힘 황경아 의원이 당선되었어요.  7월 15일에는 상임위원장까지 선출하며 원구성을 완료했어요. 행정자치위원장에는 국민의힘 정명국 의원, 복지환경위원장에는 국민의힘 이효성 의원, 산업건설위원장에는 국민의힘 송인석 의원, 교육위원장에는 국민의힘 이금선 의원, 운영위원장에는 국민의힘 이용기 의원이 선출되었어요.  조원휘 의장은 후반기 원구성 관련하여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는데요. 그리고 본회의 마지막 날에는 "대전시의원 모두 초심을 되새기며 상생의 의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대의기관으로서 본분을 잊지 않고 집행부에 대한 견제, 감시와 함께 시민 목소리에 귀기울이겠다"고 이야기했어요. 앞으로 의회를 어떻게 운영해나갈지 잘 지켜봐야겠죠. 오늘 소개했던 조례 내용인 갑천 물놀이장 건설에 대한 대전시 정책 방향 견제, 송활섭 의원의 성희롱 징계 문제 등 보여줘야 할 것들이 바로 앞에 있어요. 남은 2년, 전처럼 대전시 정책에 무조건 동의만 하는 의회가 될지는 띠모와 함께 열심히 지켜보자고요! 헤이 띠모, 5개 구의회 원구성 상황 알려줘 1) 대덕구의회 대덕구의회 원구성은 이번주에 진행되어요. 어제(7/23)까지 의장・부의장 후보 등록을 마쳤고, 오늘(7/24) 오전 10시에 선거를 진행합니다. 상임위원장 선거는 내일(7/25)이네요.   2) 동구의회동구의회는 7월 10일 의장・부의장 선거를 시작으로, 7월 12일 상임위원장 선거까지 마쳐 원구성을 완료했어요. 의장에는 국민의힘 오관영 의원이, 부의장에는 국민의힘 강정규 의원이 선출됐어요.   3) 서구의회서구의회는 6월 20일 본회의에서 의장・부의장 선거를 진행했어요. 상임위원장 선거는 7월 1일 진행했고요. 의장에는 더불어민주당 조규식 의원이, 부의장에는 국민의힘 정현서 의원이 당선됐어요.  4)유성구의회유성구의회는 6월 24일 의장・부의장 선거를 진행해, 국민의힘 김동수 의원과 국민의힘 여성용 의원이 각각 의장, 부의장으로 선출되었어요. 다만, 투표는 재적의원 14명 중 국민의힘 의원 9명만 참여했는데요.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은 “다수당인 국민의힘이 후반기 의장단을 독점했다"며 모두 투표에 불참했어요.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 만으로도 투표는 가능했지만, 이후 협치를 잘 해나갈지는 지켜봐야해요.  5)중구의회중구의회는 7월 8일 의장・부의장 선거를 진행했는데요. 투표 당일, 재적의원 11명 중 5명만 참여해 의결 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진행되지 못했어요. 오후로 미뤄진 회의에서는 6명 참여로 의결 정족수를 충족해 투표를 진행했죠. 그렇게 더불어민주당 오은규 의원이 의장으로, 국민의힘 김옥향 의원이 부의장으로 선출되었어요. 이 갈등은 초선인 오은규 의원이 후보자 등록 마지막날 갑자기 의장 후보자로 등록하며 시작됐어요.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결정한 의장 후보자(육상래 의원)이 있음에도 출마한 것인데요. 이후 상임위원장 선출 등 원구성은 마쳤지만, 내부 갈등이 예상됩니다. . . 지역 불문, 의회 불문! 계속 반복되는 원구성 실패. 이대로 지켜보기만 해야 할까요? 지방의회 원구성 실패는 해결될 수 있을까요? 시민의 입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 글은 뉴스레터로 발행된 지난 띠모크라시의 일부입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띠모크라시 모아보기🧡 띠모크라시 구독하기💚
[속보] 돌려 돌려 대전시의회
[속보] 돌려 돌려 대전시의회 - 원구성이 되지 못해 ▲가 된 대전시의회 2024.07.10. 벌써 대전시의원의 임기가 2년이 지났어요. 이제 다음 지방선거까지 대전시의회를 이끌어갈 의장을 뽑아야 되는데, 계속해서 선출을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상임위원장 선출 등 후반기 의회 원구성도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선출이 계속 안 되고 있는지 띠모가 정리해왔어요. 원구성이 뭐야? 원구성은 지방의회가 활동과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의회 조직을 구성하는 걸 말해요. ①의회의 의장과 부의장을 뽑은 후②상임위원회에 각 위원을 배치하고 위원장을 뽑고③특별위원회에 각 위원을 배치하고 위원장을 뽑아요.더 자세한 설명은 지난 뉴스레터를 참고해주세요! 1. 의원 총회 결과가 뒤집히다 먼저 시간을 좀 되돌려볼게요. 6월 24일, 대전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원 총회를 열어 김선광 의원을 당내 의장 후보로 선출했어요. 그런데 조원휘 의원이 이에 불복하고 의장 후보 등록을 진행한 거예요. 이때부터 갈등이 시작된 거죠. 그런데 본회의 전날 조원휘 의원이 의장 후보 사임을 발표했어요. 띠모는 이렇게 갈등이 마무리되는 줄 알았어요. 2. 의장 선거가 진행되다 6월 26일, 대전시의회 제279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의장 선거를 진행했는데요. 김선광 의원이 단독후보였어요. 그런데 본회의 시작 직후 정회가 선언되며 명분 없는 자리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속개된 본회의 1차 투표에서 김선광 의원이 찬성 11표, 무효 11표로 과반수 득표를 하지 못했어요. 이어진 2차 투표는 김선광 의원을 포함한 11명의 의원이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았고, 정족수 미달로 의장 선출이 무산됐어요. 이렇게 원구성의 시작인 의장 선거부터 아예 진행되지 못하게 되었어요. 3. 2차투표를 진행하다 투표 무산 이후, 의회사무처는 ‘회기 계속의 원칙’에 따라 2차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어요. 지방자치법 제79조에는 회기계속의 원칙이 명시되어 있는데요. 지방의회에 제출된 의안은 회기 중에 의결되지 못한 것 때문에 폐기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에요. 2차투표가 가결과 부결된 상황이 아니고, 계류된 것으로 본 거죠. 그래서 의원들이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아 2차투표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단 거예요. 그렇게 7월 3일, 김선광 후보에 대한 2차투표가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재적의원 22명 중에 찬성 11표, 무효 11표로 또 부결 처리되었습니다. 해당 의장 선거는 부결된 것으로, 의장 선거를 공고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4. 의장 후보가 무더기로 등장하다 2차투표 부결 이후, 대전시의회 홈페이지에는 7월 10일 의장 선거를 재진행하며 7월 8일까지 의장 후보 등록을 받는다는 내용이 올라왔어요.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총 5명(기존 6명, 1명 사퇴)의 의원이 후보로 등록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김선광 의원은 2번의 선거 이후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요.  * 박종선·박주화·송인석·이병철·이재경·조원휘 의원 등록(송인석 의원 사퇴) 5. 같은 실수는 반복된다 유명한 말이 있죠.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번 9대 대전시의회는 지난 8대의회와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어요. 지난 8대 대전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이였어요.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권중순 의원을 후반기 의장으로 내정하고 임시회를 개회해 의장 선거를 진행했어요. 그런데 1차투표부터 3차투표까지 과반을 얻지 못해 의장 선출에 계속 실패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4차 투표만에 권중순 의원이 의장에 선출되었지만, 당내 의원 간 갈등 문제만 남겼죠.  지난 대전시의회와 이번 대전시의회가 정말 데칼코마니 같지 않나요? 똑같이 다수당에서 의장 후보를 결정했지만, 부결된 과정이 너무 실망스러워요. 그리고 그 과정에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두 시당의 역할도 부재한 것도 문제에요. 두 당 모두 원구성 실패 책임을 물어 의원들을 징계했지만, 거기까지였어요. 반복되는 원구성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한 대책을 고민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죠. 이번 9대의회에서 국민의힘 대전시당이 제 역할을 찾아 하길 바라봅니다. 그런데 의장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요? 우선 의장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있어요. 의장은 다른 상임위원장보다 더 많은 업무추진비를 사용 할 수 있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업무추진비를 활용할 수 있는게 장점이겠죠. 두번째는 상임위원회 회의를 안 해도 된다는 거예요. 의장은 회기 중에 본회의 진행이 주 역할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회의 준비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죠. 그 시간에 지역 행사, 토론회 등을 갈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본인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죠. 그래서 의장이 되면, 다음 지방선거 때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많아요. 상임위원회에 배정된 의원들보다 좀 더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죠. 이외에 왜 의장을 하려고 하는지 다른 생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의장 후보를 공개하는 건 어떨까? 그런데 언론보도가 아니면, 우리는 의장 후보에 누가 나왔는지 알기 어려워요. 대전시의회 뿐만 아니라 다른 의회 홈페이지에서도 누가 의장 후보로 등록했는지 찾기 어렵죠. 선거를 진행하는데, 누가 후보로 나왔는지 왜 시민에게 공개를 하지 않는 걸까요? 띠모는 의장 후보 등록이 끝나면 의회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전광역시의회 기본조례를 살펴봐요 먼저 대전시의회 기본조례를 잠깐 보면요. 대전광역시의회 기본조례 12조에서 ‘① 의장 또는 부의장이 되고자 하는 의원은 해당 선거일 2일 전일의 공무원 근무시간까지 의회사무처에 서면으로 후보자 등록을 하여야 한다. 이 경우, 후보자 등록은 중복으로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의장 선거 2일 전에 후보자 등록을 해야 된다고 되어 있어요. 이 기간을 최대한 늘려보자는 거예요. 의장 선거할 때 후보 공개도 안 하지만, 우리는 의장 후보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의회를 운영할지, 대전시는 어떻게 견제・감시할지 등 목표와 비전 등을 알 수 없어요. 본회의장에서 10분 이내 정견 발표는 가능하지만, 10분이라는 시간은 너무 적고 시민이 그걸 지켜보기에도 현실적으로 어렵죠. 그래서 띠모가 다음과 같이 생각해봤는데요. 띠모의 제안이 뭐냐면요: 대전광역시의회 기본조례 12조 개정안 대전광역시의회 기본조례 12조  ‘① 의장 또는 부의장이 되고자 하는 의원은 해당 선거일 15일 전까지  공무원 근무시간까지 의회사무처에 서면으로 후보자 등록을 하여야 한다. 이 경우, 후보자 등록은 중복으로 할 수 없다’ 후보자 등록을 마친 의원은 다음 항목을 제출하여야 한다. 대전시의회 의장 후보 공약 대전시의회 의장 후보 정견 대전시의회 운영 방향 그 밖에 의장 선거에 필요한 사항 의장 선거 15일 전까지 후보 등록을 마치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의장 후보 공약, 운영 방향 등을 담은 간략한 자료를 의회에 제출하고 이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거예요. 시민에게 최소한으로라도 정보공개를 하자는 거죠. 그리고 의회 홈페이지에 공고하면 되기 때문에 별다른 시스템 구축 비용도 들어가지 않을 거예요. 이런 내용은 원구성 이후 시민들이 의정활동을 모니터링 할 때 기준으로 활용할 수도 있어요. 의장이 된 의원이 본인이 말한 대로 의회 운영을 하고 있는지 새로운 기준으로 세울 수도 있고요. . . 띠모는 의회가 시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만큼, 의회를 대표하는 의장 선거에서 시민에게 최소한의 정보공개를 하자고 제안합니다. 조례 개정을 통해서요! 이러한 띠모의 제안,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이 글은 뉴스레터로 발행된 지난 띠모크라시의 일부입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띠모크라시 모아보기🧡 띠모크라시 구독하기💚
‘가건물 민주주의’를 넘어: 한국정치와 대의제 민주주의의 혁신
1. ‘87년 체제의 명암’: ‘민주주의의 민주화’를 위하여 1987년의 민주화 이후 37년의 세월이 흘렀다. 2024년 한국의 민주주의는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 그 사이 일곱 차례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어지면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 기반한 대의 민주주의 체제가 공고화되고 한국은 어느덧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선진국이 되었다. 그러나 ‘IMF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빠르게 신자유주의적 불평등 체제로 변모하였고, 정치적 평등 원칙에 기반한 민주주의 정치가 이러한 경향을 역전시키지 못한 채 오히려 이를 증폭하는 역설적 현상이 지속되었다. 특히, 1987년 체제가 채택한 5년 단임의 결선투표 없는 대통령제와 1988년 총선부터 적용된 소선거구제 중심 의회 선거제도의 결합은 한국 민주주의를 유례없이 강한 다수제적 민주주의(majoritarian democracy)로 진화시켰다. 그 결과 민주화 이후 한국은 단 1표만 더 얻어도 모든 권력을 차지하는 승자독식(winner-takes-all) 정치를 민주주의의 근본 규범으로 내면화하면서 대립적 진영 정치와 정치 양극화가 계속 심화됐다. 주기적 선거를 계기로 ‘환희’와 ‘실망’의 사이클이 무한 반복되는 가운데 소셜 미디어 시대의 민주주의는 모두가 포퓰리스트처럼 행동하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40년이 다 되도록 우리는 대한민국 정치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정초적(foundational) 개혁과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미완의 민주주의와 지체된 복지국가를 살고 있다. 표준적인 대의 민주주의 너머를 상상하는 민주적 혁신 실험은 미시적, 고립적 접근에 머물고 있으며, 그마저도 정권이 교체되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회귀하는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대가 요구하는 열린, 포용적 민주주의 시민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2. 현대 대의 민주주의의 전환적 위기와 도전들 대의제 민주주의의 규범적 가치와 제도적 질서가 점차 공허해지고 정치적 극단주의와 포퓰리즘의 도전이 거세지는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선거-의회-정당 중심의 표준적인 대의민주주의 기제가 더 이상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특히, 다양한 사회적 집단과 이익을 대표, 중재하며 공동체 차원의 집합적 의견 형성과 의지 형성을 주도하는 핵심 주체인 정당이 안팎으로 도전받고 있다. 더 교육받고 더 많은 정보를 손에 쥔 ‘비판적 시민들’은 선거 참여를 넘어 더 많은, 더 직접적인 참여를 요구한다. 동시에, 적극적 시민들과 수동적 시민들 간에 새로운 격차와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기후위기,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따른 불평등 체제의 재심화, AI 혁명과 노동의 변환 등 난제들(wicked problems)이 분출하고 있지만 기성 정당과 대표 기구들은 무기력한 대응으로 일관하며 위기를 증폭시킨다. 전통적 좌우 구분을 넘어서는 다양한 정치적 균열이 분출하면서 새로운 사회계약의 필요가 커졌지만, 젠더·세대·인종 등에 기반한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의 한계도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소셜미디어 기반 시민정치는 정보 공유와 투명성 증대의 이면에 정치적 극단화와 파편화를 부추기는 양면성을 드러낸다. 분명한 것은 “정당과 대의 기구들의 역할에 기반한 고전적 – 표준적 또는 ‘교과서’적 민주주의 모델은 더 이상 우리의 정치 시스템을 충분히 묘사하지 못한다(Papadopoulus 2013: 3)”는 것이다. 현대 대의 민주주의가 기반한 정치적 대표(political representation)의 개념, 원리, 제도, 실행 방식 전반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상상력이 요구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3. 민주적 혁신의 이론과 실천: 대표+참여/숙의/직접 민주주의 그리고 대안적 시민성 체제 민주적 혁신(Democratic Innovations)이란 “시민 참여를 확대, 심화함으로써 전통적인 대의제 정치를 쇄신, 재구성하기 위한 제도, 과정, 운동(김주형, 서현수, 2021)”을 가리킨다. 20세기 후반 이래 참여 민주주의와 숙의 민주주의에 기반한 다양한 혁신 실험들이 전개돼 왔다. 잘 알려진 참여예산제, 21세기 타운홀미팅 등 열린 민회, 그리고 무작위 추첨 원리에 기반해 구성된 시민들의 의사소통적 토의를 통해 합당한 의사결정에 도달하는 다양한 숙의적 미니공중들(mini-publics)이 대표적인 유형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자주 실험되는 공론조사, 그리고 최근 전세계적 관심을 모으는 시민의회(Citizens’ Assembly) 모델은 숙의적 미니공중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직접 민주주의 기제인 시민발의(citizens’ initiatives)와 시민투표(referendums)도 민주적 혁신의 중요한 유형이다. 민주적 혁신 기제들이 표준적인 대의 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대표의 개념과 기제들은 앞으로 더욱 쌍방향적이고 역동적인 과정으로 새롭게 재구성되어 갈 것이다. 이에 더해 참여, 숙의, 직접 민주주의에 기반한 민주적 혁신 기제들은 새로운 정치적 다이내믹을 불러일으키며 열린, 포용적 정치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개념적으로도 대표(representation), 참여(participation), 숙의(deliberation)는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들로 반드시 배타적이기보다 상보적 속성을 갖고 있다. 실제로 아일랜드 시민의회, 핀란드 시민발의제, 미국 시민발의리뷰 등 최근 높은 관심을 받는 혁신 사례들은 대표, 참여, 숙의 기제들을 적절히 연계한 하이브리드 모델에 가깝다는 점이 중요한 통찰을 준다. 나아가, 민주적 혁신의 실험과 제도화 과정은 정부 주도의 top-down 방식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시민 자력화(citizen empowerment)를 지향할 필요가 있으며, 대의제 정치과정과의 연계와 동시에 시민사회와 공론장 그리고 전체 공중(maxi-public)과의 연결이 중요하다. 정치이론가 라퐁트(Lafont)는 이를 ‘참여적 숙의 민주주의(participatory deliberative democracy)’로 명명하며, 필자는 ‘역동적 민주주의(dynamic democracy)’ 전망으로 제시한다.   4. 한국 정치와 대의제 민주주의 혁신의 길: 역동적 민주주의를 향하여 역동적 민주주의 관점에서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 혁신 과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기존 대의 민주주의 제도의 혁신적 재구성: 승자독식 민주주의를 넘어 권력공유 원칙에 기반한 합의 민주주의를 향한 제도 개혁 - 헌법개혁, 선거제도 개혁, 의회 개혁, 참정권 개혁, 지방자치 거버넌스 개혁 등 민주적 혁신 실험의 체계적 실시 및 제도화: 온라인국민청원, 공론화위원회 실험 등의 체계적 평가와 재설계 + 시민발의, 시민투표 등 적절한 형태의 직접민주주의 기제 도입 등 대표 + 참여/숙의/직접 민주주의 기제의 역동적 결합: 아일랜드 시민의회, 미 오리건주 시민발의리뷰, 핀란드 시민발의제 등 적극 참조 국가 + 지역 차원의 <민주주의 정책 프로그램> 및 지속적 추진체계 구축: ‘민주주의 정책 프로그램 & 행동계획’/ 의회 ‘민주주의·시민정치위원회’/ 상설 ‘시민의회’ 제도화/ 민주주의 온라인 포털 플랫폼 구축 등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적극적 사회정책 실행: 2040 역동적 민주주의와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사회적 합의 도출(새로운 사회계약) *이 글은 <노회찬 6주기 추모 심포지움> 발표자료를 요약한 것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심포지움 자료집을 참조하시기 바란다(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가능).  --> http://hcroh.org/notice/575/ 🎁코멘트 달고 도서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이벤트 응모하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 나도 할 수 있을까
[인터뷰] 뜨거운 문제 의식으로 냉정하게 연구하는 방법 알려주는 플랫폼 '나이오트'                                                                                                                                                                -인터뷰어 및 정리 : 김재경 * '세상을 바꾸는 인터뷰' 시리즈는 기존 인터뷰들과 색다른 접근(인물, 이슈 등)을 통해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김민준(오마이뉴스 시민 기자)과 김재경(연구활동가)가 함께 약 2주에 한 번  오마이뉴스, 캠페인즈, 얼룩소, 브런치에 연재합니다. 해수면 기온 상승과 같은 환경문제나 지역 소멸 문제 등 현대의 사회 문제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집니다. 이런 암울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엄밀한 연구가 중요할까요, 열정적인 활동이 중요할까요? 질문에 '둘 다 함께'라고 대답하는 연구훈련 플랫폼, 나이오트를 인터뷰해봤습니다. 사회 문제 해결 위한 최선의 선택, '연구 스타트업' 나이오트 - 안녕하세요! 두 분의 자기소개와 함께 나이오트를 만들게 된 과정, 나이오트에 합류하게 된 과정을 알고 싶습니다. 두 분 다 어떤 일을 하시다가 나이오트 팀으로 일하게 되셨나요? 윤상 : 저는 나이오트의 공동대표이자 나이오트의 대외 업무와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하윤상이라고 합니다. 행정학 대학원을 다니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플랫폼이 무엇인지 연구하다 '연구 플랫폼'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이후 나이오트를 창업하게 됐습니다.보은 : 안녕하세요, 저는 공동대표로 있는 심보은입니다. 저는 원래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 대학원을 거쳐 연구원 생활을 거쳐 박사 과정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기후위기를 해결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나이오트의 광고를 보고, 나이오트의 초기 프로그램이었던 ‘연구산악대’에 참여하게 됐죠. 나이오트가 단순히 논문을 읽고 쓰는 걸 넘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고 ‘이거다!’싶어 나이오트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신문 기사를 작성하거나 정치에 입문해서 법을 만드는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그 중에서 '연구'와 '스타트업'에 주목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윤상 : 말씀하신대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가 ‘연구’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사회 문제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활동들도 중요하지만, 그 활동들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사회 문제를 진단하고 분석하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기존 연구 생태계에서는 주로 정부 주도의 정책 연구나 기관,기업 발주의 연구가 이루어져,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그러던 중 많은 스타트업이 시장의 특정 문제를 풀고자 하는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됐고, 사회의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 역시 스타트업의 형태로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사회문제 연구 스타트업’을 런칭하게 됐어요. - 사회문제를 연구하는 곳은 대학원이나 연구소 등 많아요. 이런 기관들이 이미 있는데도 나이오트가 연구원정 부트캠프를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윤상 :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우선, 기존 연구소나 대학원이 지식을 습득하여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만드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연구원정 부트캠프에서는 ‘사회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고 주체적으로 연구 방법과 지식을 습득하도록 도와주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요. 또한, 연구원정 부트캠프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표준화된 연구 방법을 익히기 어려운 많은 분들을 위해 어떻게 사회 문제를 연구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사정상 대학원에 가기 어려운 분들, 현장에서 활동하다 연구의 필요성을 느낀 분들, 심지어 대학원이나 연구소에 다니고 있는데도 연구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연구원정 부트캠프를 찾아주고 계셔요.보은 :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있어요. 학과 중심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생산하는 기존체계에서 사회문제해결형 대안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사회문제해결’이라는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과 그들을 위한 시스템이 필요했고, 그렇게 부트캠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기존 연구자를 배척하자는 게 아닌, 새로운 ‘목적’을 가진 분들을 모집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합류하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는 '뜨겁고도 차가운, 펄펄 끓는 얼음 같은 연구'라고 표현하셨던 게 인상 깊어요.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윤상 : 저희도 인용한 문구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선 사회 문제에 공감해야 하고, 해결하려는 열정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요소들은 뜨거운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는 냉정하고 엄밀해야 합니다. 이런 요소들은 차가운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는 뜨겁지만 차갑게, 펄펄 끓는 얼음 같은 연구가 되어야 합니다.보은 : 펄펄 끓는 얼음 같은 연구를 하는 분들을 저희는 활동적인 연구자(Active Researcher)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연구 방법론이나 엄밀한 연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고, 그렇다고 배경지식 없이 무작정 활동하지 않는, 지식과 열정을 모두 갖춰 두 가지가 큰 시너지가 나는 분들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문제 해결 위한 16주간의 훈련, 연구원정 부트캠프 - 연구원정 부트캠프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윤상 : 연구원정 부트캠프는 기본적으로 5개 분야(기후위기, 교육 문제 등) 내에서 16주동안 연구 계획서를 만드는 프로그램입니다. 연구 주제를 찾고 논문을 읽으며 본인만의 연구 계획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원래는 연구 계획서 한 편을 만드는 데에만 초점을 두고 나이오트의 커리큘럼이 운영됐다면, 최근에는 참가자가 어떤 사회 문제를 풀고 싶은지, 그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연구해야 하는지를 알아가도록 하는 게 연구원정 부트캠프 운영의 핵심 목표가 됐습니다.보은 : 참가자 분들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주도적 훈련'입니다. 연구원정 부트캠프 참가자가 목표를 위해 원하는 걸 찾고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저희의 목표거든요. 그래서 수동적으로 참가자가 배운다는 뜻의 교육이나 학습이 아닌, 적극적으로 연구 방법을 찾아나간다는 의미에서 프로그램 이름도 '부트캠프'라고 이름 짓게 됐습니다. - 연구산악대부터 연구원정 부트캠프까지 여러 번 연구 훈련 커리큘럼을 운영하셨는데요. 지금까지 이룬 성과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윤상 : 2022년부터 지금까지 약 500명의 연구자분들(모든 참여자를 연구자로 지칭)을 만났고, 함께 약 150편 정도의 논문들을 리뷰하면서 연구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이자 챌린지는 연구 부트캠프를 만든 것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IT분야에서나 진행되었던 부트캠프를 사회 문제 연구 분야로 옮겨와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기존 프로그램인 연구 탐사대를 거쳐 연구 부트캠프를 운영하면서 많은 연구자분들이 자기만의 연구 계획을 만들고, 심지어 연구원정 부트캠프에서 만든 연구계획으로 실제 논문을 쓰신 분들도 나왔습니다. 보은 : 처음에는 ‘도대체 그런 짓을 왜 해?’라는 질문을 받다가, 이제는 많은 분들이 나이오트의 목표를 공감해주시고 활동을 지지해주시는 걸 많이 느낍니다. 이제는 주위에서 먼저 나이오트와 관련된 정보나 소식, 제안을 먼저 저희에게 해주시기도 할 정도에요. 또한, 앞서 하윤상 공동대표님이 말해주신 것처럼 저희의 기존 활동들이 2년간 축적된 것도 여러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축적된 활동을 바탕으로 행복나눔재단에서 진행하는 SK Sunny의 파트너사로 합류하기도 했고, 프로그램에 참여한 연구자들 역시 새로운 연구 참여 기회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 가장 인상 깊었던 연구자 혹은 연구 사례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 윤상 : 저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연구자분은 본인이 정기 교육을 받지 않은 학교 밖 청소년 출신인 교육학 대학생이세요. 학교 밖 청소년들의 실태를 연구하고 공론화하고자 저희 프로그램에 들어오셨는데, 대학원생이 아닌 대학생 출신이신데도 어려운 연구 원정 부트캠프 과정을 무사히 마치셨어요. 이후 퀄리티가 높은 연구를 진행하고 이걸 연구 원정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면서  연구원정 컨퍼런스에서 가장 많은 분들의 지지를 받을 정도로 성장하셨어요. 연구자 자신의 삶의 맥락 그리고 현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문제 의식이 확실하신 분들은 어려운 연구 과정도 결국 해낼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사례로 기억돼요.보은 : 저는 현직 심리상담사 분이 생각나요. 연구자분이 심리상담사를 10~15년정도 하신 분인데, 현장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위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문제 의식 하에 심리상담사와 박사 과정을 동시에 하고 계셨어요. 박사 과정을 수업하는 대학원은 서울이고 심리상담사 활동은 세종이라 엄청 힘드셨을텐데,두 가지를 다 하시면서 연구 원정 부트캠프까지 들으시는 모습을 보고 앞서 이야기한 '펄펄 끓는 얼음'같은 분이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연구원정 컨퍼런스에서 본인의 연구주제를 발표해주셨는데, 가장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어요. 연구 원정 부트캠프를 넘어, 사회 문제 해결 플랫폼으로 - 나이오트는 연구원정 부트캠프를 운영하는 것을 넘어,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하는 '연구훈련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왜 연구훈련 부트캠프를 넘어 플랫폼을 지향하고 계시고, 어떤 일들을 더 해 나갈 계획이신가요? 윤상 : 나이오트는 처음부터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플랫폼을 지향했고, 그 시작으로 연구원정 부트캠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더 활발해지는 문화와 해당 연구를 수행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을 만들기 위해선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최근 진행했던 연구 원정 컨퍼런스처럼 연구자가 연구를 발표하고, 청중은 연구를 지지하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합니다.또한 단순히 논문을 쓰는 것을 넘어 연구자들이 연구를 관련 사업과 연계하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 유튜브나 인스타의 인플루언서처럼 본인의 연구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갖출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기획중입니다."보은 :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연구 훈련 과정을 제공하는 것이 연구원정 부트캠프였다면, 이들의 연구활동이 세상에 공유되고, 실제 사회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우리가 구상하는 연구 플랫폼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윤상 : 나이오트를 운영하면서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하는 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가 필요하고 이 연구를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저희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는 겁니다. 단순 연구 계획 수립을 넘어 실제 연구까지 수행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중이니 저희와 뜻이 맞는 많은 분들이 오셔서 저희와 함께하면 좋겠네요!보은 : 저희가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은 일종의 씨앗을 심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싹을 틔우는 씨앗이 있을테고, 아닌 것들도 있겠죠. 씨앗을 심어 숲이 만들어지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도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숲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씨를 뿌리고 물을 준다면 언제가는 반드시 이 황폐한 땅이 생명력이 가득한 울창한 숲으로 되살아날 것이라고 확신해요. 다만, 더 많은 연구자들과 그 연구자들을 도와줄 지지자들이 함께할 때 이 과정을 조금 더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원래 농사는 혼자 못 짓잖아요! 함께 꿈꿀 동료를 언제나 기다리고 있답니다.
장혜영, 또 다른 시작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21대 국회에서 이들의 권익을 최전선에서 외친 정치인은 장혜영 의원이었습니다. 페미니스트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을 당당하게 내걸었고, 차별금지법 등 가장 민감한 법안들을 망설임 없이 추진했습니다. 초선 의원의 4년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정의당은 안에선 흔들렸고 밖에선 밀려났습니다. 장혜영은 격랑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가 외치던 책임과 혁신은, 이제 스스로에게 돌아왔습니다. ‘총선 0석’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국회 밖에서 책임과 혁신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첫 단추는 확장입니다. 장혜영은 ‘소수를 대변한다’고 평가되는 그의 정치가 실은 보편의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지난 25일, 선거 후에도 남아있는 장혜영 의원의 마포 지역사무소를 찾았습니다. 또 다른 시작 앞에서 정치인 장혜영의 4년을 돌아봤습니다. 활동가에서 정치인으로, 장혜영의 국회 4년 앞으로 국회에서 남은 한 달을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요? 21대 국회의 양심과 책임을 위한 10대 과제를 선정해서 입법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꼭 한 가지 힘주어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임신중지 보완입법인데요. 총선 다음날인 4월 11일이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 불합치를 판결하고 국회에 보완 입법을 지시한 지 4년이 되는 날이었어요.2020년 12월 31일까지 보완 입법을 하라고 했는데 하지 않았죠. 대한민국의 의료 체계와 보건 체계가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서비스를 제공할 지 규정이 필요한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요. 병원마다 천차만별이죠. 수술을 해 주는 병원인지도 물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수술 가능 기간과 가격도 다 달라서 한마디로 무법지대거든요. 임신 중지에 관련된 보안 입법은 반드시 21대 안에서 맺어야 해요. 지난 4년간의 입법활동을 돌아보면, 가장 뿌듯했던 일과 아쉬운 일은 무엇인가요? 그 질문이 제일 어려워요. (웃음) 아쉬운 일이 뿌듯한 일보다 많았어요. 탈시설지원법을 통과시키지 못한 게 가장 아쉬워요. 제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하고도 맞닿아 있는 내용인데, 의제가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그 의제를 이야기하는 주체 자체가 정치적 탄압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이 상황을 막아내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크게 느껴요. 다른 선택지가 있었을까요? 제가 할 수 있는, 그리고 하고 싶은 정치는 3점 슛을 넣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탈시설지원법이 3점 슛이었죠. 국회의원을 오랫동안 준비한 정치인이 아니잖아요. 많은 상황과 조건이 맞아떨어져서 국회의원이 됐죠. 삶에서 마주한 장애인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법과 제도를 발견했고, 그래서 정치를 한 번 해보기로 했어요. 정치 전체를 바라보는 식견이나 큰 흐름 속에서 역할을 찾기보다는 제가 알고 있는 영역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들어왔어요.지금은 한 세트, 시즌을 이기지 않으면 3점 슛을 넣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요. 세트의 룰을 이해했다면, 진작 권력 그 자체에 도전하고 투쟁하는 일을 했다면 무언가 달랐을까…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이 커요.(21대 국회 활동은) 제가 바라보는 정치적인 세계가 의제에서 정치 그 자체로 확장되는 시간이었어요. 지금의 정치 환경에선 논리와 근거와 진정성이 의제를 관철하는 힘이 되지 못한다는 걸 느꼈어요. 어떻게 하면 정치 세력으로서 시민들에게 인정받을지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해야죠. ‘대중 정치인’이라는 속성을 갖춰야 한다는 말씀 같은데요. ‘장혜영’ 하면 특정 의제와 소수자에게만 먹힌다는 이미지가 있죠. 확장을 위해선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장혜영이 포기할 수 없는 가치와 연결할 수 있을까요? 제가 받는 가장 큰 오해가 ‘소수자를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는 거예요. 물론 구체적인 소수자 운동이나 단체와 연대해 온 사안이 많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인간의 취약함이라는 주제는 정말 보편적이에요. 우리 사회가 무너지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지난 24일이 탈시설 장애인연대 2주년이었어요. 한국 사회에서 시설에 살고 있는 장애인은 2만 8천 명 정도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시민이 마음속에 시설을 가지고 살아요. 지금은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늙고 병들고 연약해지면 마음속으로 시설로 들어갈 준비를 하죠. 그런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누구든 적절하게 도움을 받으면 자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탈시설 장애인연대가 우리 사회에 가르쳐주고 도와주면 좋겠다, 우리 사회도 자립하기 위해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기념식에서 말씀드렸는데요.우리는 아주 짧은 시간에 경쟁 사회를 구축했고 그걸 통해서 경제적으로 발전했지만, 이제는 자기 자신을 소외시키는 참혹한 미래를 마주하고 있어요. 어떻게 취약한 존재로 오래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해요. 장애인, 노인, 성소수자는 그 고민을 먼저 한 사람들이에요. 저는 이 지혜가 보편화되기 위한 다리를 놓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추구해 온 가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벗겨내는 과정이 우리 사회가 이 가치를 소화해 내는 과정과 연결된다는 강한 확신이 있어요. 첫 지역구 출마였습니다. 지역구 활동에서 말씀하신 확장 전략의 프로토타입을 시험해 보셨나요? 가장 염두에 두었던 건 사람들에게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었어요. 사람들을 만나면서 지금의 마포 정치에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과 경청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거든요. 일단 만나주지를 않고, 물어봐도 답이 없고, 서울시나 정청래 의원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지역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았어요. 적어도 이 사람은 주민을 존중하는 정치인이라고 신뢰를 쌓아나가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느꼈어요.상암동에 계시는 분들이 일산에 대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요. 과거에 개발에 대한 약속이 있었는데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길게 보면 난지도 때부터 공공과의 악연이 깊은 거예요. 그래서 공공, 상생 이런 단어가 싫은 거예요. 그런데 제가 인터뷰를 하면 그런 단어를 쓰잖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지역 맘카페에서 저희 사무실을 찾아오셔서 주민들이 그런 말은 싫어한다고 조언해주신 거예요.사람들이 진보정당에 대해서 갖는 편견이 있잖아요. 어떤 사안에 대해서 분명히 이런 입장일 거라고요. 저도 지역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거죠.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엄청나게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소각장 문제도 처음에는 님비라고 생각하고 접근했지만, 들어보니까 순환 경제와 이어갈 수 있는 문제였죠. 이제는 아파트 동별로 주민 간담회를 하면 주민 입에서 생산자 규제 얘기가 나오거든요. 지역에서 변화의 잠재력을 많이 느꼈어요. 원외 정의당, 어디로 가나 확실히 진보정당은 교조적이라는 이미지가 있죠. 그게 정의당이 고전한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고요. 정의당의 실패에 대한 의원님의 진단은 무엇인가요? 정치적 비전에 대한 당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요. 어떻게 권력을 얻을지를 두고 노선이 갈리죠.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으니 어쨌든 민주당하고 연합할지, 아무리 어렵더라도 독자적 진보정당으로 양당 체제를 견제할지요. 치열한 토론을 통해서 둘 중 하나의 길을 택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그 토론을 하는 순간 당이 깨진다는 두려움이 많았어요. 끝까지 그 얘기를 하지 못한 채로 총선을 치렀어요. 재창당을 천명한 시점에서 노선 토론을 해야 했다고 생각해요.조국혁신당이 주장하는 민주당 견인이 정의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던 시민들이 있죠. 그래서 정의당에 표를 줬지만 정의당이 그 역할을 할 생각이 없다고 느끼신 것도 사실이에요. 독자적 진보정당 노선과 병립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요한 주제일 수밖에 없어요. 현재 정의당 안에서 관련된 논의가 진행되고 있나요?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된 후에 본격적으로 반성과 평가가 이뤄질 예정이에요. 그 과정에서 제가 잊지 않으려고 하는 건 평론가적인 방식으로 말하지 않는 거예요. 당에서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참여한 판단과 그 근거를 망각하고 이랬어야 된다, 저랬어야 된다 하지 말아야죠. 그러려면 저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일단은 임기를 잘 마쳐야 할 것 같네요. 평론가적 비판이요. 일명 내부총질과 정말 필요한 비판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말 몇 마디보다는 그 사람의 당내 행보에서 형성되는 신뢰의 크기라고 생각해요. 현재의 정치지형에서 ‘다당제의 실현’, ‘정치 양극화 방지’라는 미션은 정의당이 아닌 제3정당에서도 수행 가능하다고 여겨지는데요. 그럼에도 정의당이 그 역할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22대 총선 결과지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아닌 정당이 있다고 해서 양극화가 아니라는 평가는 동의하지 않아요. 결국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자장 안에 있는 정당 아니면 위성정당이고, 무소속으로 당선된 의원은 아무도 없어요. 양당에 흡수되지 않은 표를 가지고 당선된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국회가 22대 국회죠. 그 어느 때보다 양극화된 방식의 국회가 구성됐어요.다당제 정치가 필요한 이유는 시민을 닮은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이렇게나 다원화된 사회의 국회에 두 가지 목소리밖에 없다면 과연 이 사회의 수많은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조정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 거죠.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양당의 이해관계를 견디면서 낼 수 있는 세력이 과연 있는지가 가장 걱정이에요. 그 목소리의 명맥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게 정의당에게 주어진 어려운 과제입니다. 앞으로의 정의당이 윗세대로부터 계승해야 할 것과 보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계승해야 할 것은 꿈이에요. 나머지는 다 다시 만들어야 하고요. 정의로운 복지국가로 요약되는 명확한 비전이 있었죠. 성장을 하고, 그 결실을 분배를 통해 나누자는 메커니즘이었는데요. 이제는 테두리가 하나 더 생겼어요. 생태 한계선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준이에요. 이 꿈을 어떻게, 누구와, 무슨 돈으로 할 지는 처음부터 고민해야죠. 정의당에 남기로 결정하셨죠. 분명 큰 정당에서 제안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많이 있었죠. 사람마다 선택이 다를 수는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기득권은 현재의 세계가 유지됨으로 인해서 힘을 얻어요. 제가 원하는 변화가 이 세계가 유지되어서는 이뤄질 수 없다면 균열을 강화하는 쪽에 힘을 더하는 게 맞죠.예를 들면 장애인 시설 유지의 큰 이해관계자는 종교와 복지 사업체들이에요. 한국전쟁 이후 돌봄의 수요를 가정과 국가가 감당할 수가 없었을 때 종교를 필두로 한 복지법인들이 생겨났어요. 이들을 국가가 지원했고, 이제는 그 카르텔이 시설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큰 힘이거든요. 지역사회의 정치와 경제와 연결되어서 촘촘한 경제공동체를 이루고 있어요. 그래서 시설 없는 사회를 만들려면 다른 사회를 조직해 내는 길 말고는 다른 방법을 모르겠어요. 같이 사는 공동체를 위해 그렇다면 현실의 한계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역설적으로 지금 기득권 정치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봐요. 교회나 사회복지 법인만큼 조직된 다른 정치적 공동체를 만들어 내지 못한 거잖아요. 양당의 구조에 균열을 내려면 새로운 정치적 공동체를 만드는 과제를 결국 수행해야 하는 거죠. 정의당이 달성하지 못한 과제기도 해요.선거 후 녹색정의당에 대한 비판과 걱정이 쏟아졌는데, 그중 좋았던 칼럼의 키워드가 민중의 발명이에요. 마치 유권자 집단이 이미 있는 것처럼 상정하잖아요. 2030 여성,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이렇게 얘기하지만 사실 그 유권자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이 환상은 아니었을까? 조직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데, 이 사람들을 묶어내고 정치적인 힘을 발휘해 나갈 존재로 만들려면 아예 민중을 발명해야 하는 걸지도 몰라요. 이게 정의당의 다음 과제라고 생각해요. 그 지점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성공했다는 평가도 있는데요. 이준석 대표가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때 20대 여성과 남성을 갈라치는 걸 보고 섬뜩한 느낌을 받았어요. 한국 사회를 불태워서 그 에너지로 이 사람은 상승하겠구나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죠.이준석 정치 10년에 한국 사회가 뭐가 나아졌는지 생각해 보면 잘 떠오르지 않는데, 뭐가 나빠졌는지 얘기하면 두 가지는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어요. 2030 여성, 특히 페미니스트 혹은 페미니스트로 패싱되는 여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심해졌고 전장연으로 대표되는 장애인권운동에 대한 탄압과 혐오도 더 심해졌다는 거예요. 이준석이 권력을 얻었기 때문에 성공한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준석이 권력을 얻은 덕분에 사회가 나아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의정활동 중 다양한 이익단체를 만나셨을 텐데, 현재의 시민사회 조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민주당발 위성정당에 흐린 눈을 하는 시민사회를 보면서 완벽히 세속화되었다고 느꼈죠. 시민사회는 제대로 대표되지 못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건강한 견제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시민사회 안에서 이야기해 왔던 많은 가치에 대해 눈 감아가면서 자신의 행보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 취급하는 세태가 된 것에 대해 굉장히 실망하고 있어요.일단 위성정당이라는 플랫폼 자체를 시민사회 인사들의 국회 등용문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질문해야 해요.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는 양당이 아닌 소수정당들에게 공간을 주겠다는 거였어요. 위성정당은 시민사회가 함께 얘기해 왔던 다당제 연합정치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였어요. 21대 총선에서는 사람들이 적어도 부끄러워했거든요. 22대 때는 그렇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들어오지 않는 사람들을 바보 취급하는 지경에 이르렀어요.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시민사회를 넘어서서 민주노총과 민변에도 해당되는 얘기고, 그 조직들도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해소해 나갈지를 두고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알고 있어요. 2030은 공동체라는 개념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세대죠. 정당과 시민사회 차원에서 관련해 어떤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임기를 마무리하고 나서 지역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재구성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싶어요. 좋은 정당과 강한 정당이라는 두 축을 놓고 보면, 강한 정당을 만든 다음 좋은 정당이 되자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어렵더라도 좋은 정당을 만든 다음 강해지는 경로를 구상하고 있거든요. 좋은 정당은 공동체 구성원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조직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당원을 동원하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당원의 안부를 묻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어요.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소홀했고요.저도 동생을 데리고 나와서 살면서 처음으로 공동체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취약함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도움을 주고받을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것이고, 저는 그걸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사람이거든요.선거에서 발견한 지역의 문제를 지역민의 필요와 결합해 나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형성해 나갈 수도 있고요. 지역의 이해관계를 거울처럼 대변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가치에 비추어서 보는 노력이 필요해요. 즐겁게 느껴지는 일입니다.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결심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자주 지치고 피곤한 스타일인데, 그만큼 치고 올라오는 것도 빨라요. 자주 좌절하고 자주 다시 일어섭니다. 굳이 일어서는 이유는 살고 싶은 삶이 있기 때문이죠.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사랑하는 사람과 둘 다 인간답게 살려면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요.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 사회가 되지 않는 한 그럴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죠.진보정당이 필요하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도 이보다 더 나은 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주 좌절해도 좋으니 빨리 일어날 수 있게 주변에 좋은 동료를 만들자고 당부드리고 싶어요.코로나와 함께 임기를 시작했는데요. 출마 선언하면서 “우리는 다시 같이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었어요. 코로나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생각해요.
유네스코 등재, 세계가 인정한 4.19 혁명의 가치
들어가며 4월 19일,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상징적이고 중요한 날이다. 이 날은 독재 정권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처음으로 명확한 성과를 이룬 기념비적인 순간을 기리는 날이다. 4·19 혁명은 단순한 시위를 넘어서, 대한민국에서 민주적 가치가 꽃피우기 시작한 역사적 전환점이 되었다. 2023년, 이 혁명의 중요성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로써 4·19 혁명은 한국 내부의 역사를 넘어 전 세계에 그 의미를 전달하게 되었다. 2024년 4·19 혁명 기념일은 이 특별한 인정을 받은 후 처음 맞이하는 해로서, 우리는 4월 19일을 통해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앞으로도 그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할 중요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4·19 혁명 흐름을 간단히 살펴보며, 이 날이 우리 모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그 정신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3.15 부정 선거 1960년은 우리나라가 여러모로 어지러운 시기였다. 일제에 의한 경제 수탈에서 회복 중이었고, 한국전쟁의 상처가 아물기 전이었다. 어지러운 시국을 틈타 이승만은 경찰력과 물리력을 동원해 대한민국을 자신의 입맛대로 다스리고 있었다. 이승만은 1952년 부산 정치 파동, 1954년 사사오입을 통해 영구 집권을 노렸다. 자유당은 1958년 12월 24일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을 강제로 축출하고 국가보안법 및 지방자치법을 개악했다. 국가보안법에는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을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고, 지방자치법은 선거로 선출하던 지방자치단체장을 정부가 임명하겠다는 쪽으로 개악됐다. 이를 '24파동'이라 한다. 결국 1년 뒤, 3.15 부정선거가 발생했다. 1960년 1월 23일에 실시된 경북 영일군(을)과 영주군 국회의원 재선거는 3.15부정선거를 위한 예행연습이었다. 이 재선거에서는 자유당은 미리 기표한 투표용지 40%를 투표함에 미리 넣어두는 부정을 저질렀고, 여기에 더해 3명과 9명씩 짝을 지어 조장이 기표 사실을 확인하는 공개투표까지 저질렀다(3인조·9인조 공개 투표). 이러한 수법은 이후 3.15부정선거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다.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 계획을 사전 입수한 민주당은 3월 3일 언론을 통해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 비밀지령’을 폭로했다. 선거 전 부정선거 계획이 들통났음에도 이승만 정권은 계획대로 강행했다. 민주화운동사전에서 정리한, 대표적인 부정선거 방법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1) 민주당 참관인의 투표소 입장 및 참관 방해. 2) 투표 개시 이전, 새벽부터 참관인 없이 진행된 사전 투표(지역에 따라 사전 투표율은 75~80%에 달함). 3) 민주당 참관인에 대한 폭행과 축출. 4) 유권자와 취재기자 폭행. 5) 한 기표소에 3명이 함께 들어가는 3인조 공개 투표. 6) 야당 지지자는 투표하지 못하도록 번호표 미교부. 7) 참관인석에서 볼 수 없는 위치에 투표소와 기표소 설치. 8) 대리 투표와 무더기 투표. 1960년 3월 15일 부정선거에 맞서 대규모 규탄 시위가 마산에서 일어났다. 경찰은 이를 진압하기 위해 물리력을 행사하는 강경진압을 택했다.이때 마산 집회에 참가한 고등학생 김주열 군이 집으로 돌아 오지 않았다. 4.19혁명 약 한 달 후인 4월 11일 오전, 마산 앞바다에서 최루탄이 박힌 채 시신 한 구가 떠올랐다. 김주열 군이었다. 김 군은 3월 15일 시위 때 경찰이 쏜 최루탄에 목숨을 잃었으며, 경찰은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기 김주열 군의 시신을 바다에 유기한 것이었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마산 시민들은 분노했다. "살인 선거 물리쳐라", "시체를 인도하라"라고 외치며 시의회 의장 김성근, 자유당 허윤수, 파출소, 경찰서를 습격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발포로 또 다른 시민이 한 명이 사망했다. 마산 시위는 12, 13일까지 계속 이어졌다. 다만 한 달 전의 시위와 달리, 4월 마산에서의 시위는 새로운 요구사항이 나타났다.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구호가 등장한 것이다. 3월 15일 부정선거 항의 시위에서는 주로 학원의 자유, 정치 도구화 반대, 부정선거 배격, 공명선거 보장 등의 구호가 외쳐졌다. 시위는 곧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고등학생이 주도하는 가운데 4월 12일 대전, 14일 진주, 15일 마산, 16일 청주 그리고 18일 부산과 청주에서 대규모 학생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었다.  4월 18일 고려대 학생 3000여 명이 모여 "민주 역적 몰아내자", "자유, 정의, 진리 드높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가두행진으로 이어 가려 했지만, 경찰의 저지선을 뚫지 못 했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몰래 빠져나와 국회(현 서울시의회 건물) 앞에서 1000여 명이 다시 결집했다. 시위대는 연행된 학우들의 석방과 이승만 대통령이나 최인규 내무부장관의 부정선거 해명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6시 40분경 평화적으로 해산했다. 그러나 귀가하던 고려대 학생들이 봉변을 당했다. 종로4가 천일백화점 앞에서 유지광 대한반공청년단 동부특별단 부단장이 이끄는 화랑동지회 소속 정치깡패 60여 명이 흉기를 들고 학생들을 습격했다. 이로 인해 50여 명의 학생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다음 날, 고려대 학생들의 피습 소식이 대서특필되었고, 다른 대학 학생들에게도 급속도로 퍼졌다. 이 사건으로 인한 학생과 시민들의 분노가 일제히 폭발하면서 4월 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4월 19일 오전, 대광고와 동성고 학생들이 가두 행진을 진행하면서 국회(현 서울시의회 건물) 앞에 모인 학생과 시민이 1만 명에 달했다. 점심 전후로 동국대에서는 2000여 명이, 중앙대에서는 4000여 명이 한강대교를 넘어왔다. 한편, 광화문 쪽에서는 성균관대, 연세대, 홍익대 학생들이 서대문 이기붕 집 앞에서 경찰대, 헌병, 정치깡패와 대치했다. 내무부(현 외환은행 본점, 을지로입구역) 앞에서도 서울대, 건국대, 동국대, 성균관대 학생들이 시위를 벌였다. 늦은 오후가 되자, 중앙청(조선총독부 건물)에서 남대문까지의 대로를 10만 명이 넘는 군중이 메웠다. 경찰이 곳곳에서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 사상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광주, 부산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시위가 일어났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이승만 정권은 계엄령을 고려했다. 내무부장관 홍진기가 계엄령 선포를 건의했고, 국방부장관 김정렬이 동의했다. 이승만의 승낙으로 오후 3시경 서울지구 일대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다. 김정렬은 가평에 있는 국군 제15사단을 끌어 들여 시위를 무력 진압하고 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시위는 '피의 화요일'로 불리는 4월 19일부터 4월 26일까지 계속되었다. 서울은 물론 부산, 대구, 대전, 인천, 김천, 목포, 천안, 포항, 울산, 공주, 원주, 묵호(동해), 진주, 밀양, 여수, 수원, 임실, 제천 등 전국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4월 26일 오전 8시 30분경 동대문, 세종로 일대에 75,000여 군중이 모였다. 시위대는 광화문 사거리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뚫고 중앙청(조선총독부 건물)으로 나아갔다. 진압대는 이에 최루탄으로 맞섰다다. 오전 10시경 시위대는 10만 명으로 늘어났다. 이때 주한미국 대사 월터 매카너기는 김정렬 국방부장관에게 정부통령 재선거 문제를 논의하고 이승만의 장래 역할을 숙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이승만은 대통령직을 내려놓기로 결심한다. 약 한 달 뒤인 5월 29일 이승만은 하와이로 망명을 떠났다. 4.19 혁명이 남긴 것 4.19 혁명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독재에 맞서 국민이 직접 일어나 목소리를 높인 최초의 사례이며, 대한민국 최초로 전국적으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이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가 시위를 주도하였고, 이후 시민들의 대규모 참여로 사회 전반의 민주화 운동으로 확대되었다. 이는 학생과 시민이 사회 변화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더 큰 의미에서 볼 때, 4.19 혁명은 내전으로 확전되지 않고 비교적 평화로운 방법으로 대통령을 하야시킨 시민혁명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러한 평화적 접근 방식은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시민혁명은 약 55년이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다.  2023년 5월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6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4.19 혁명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사실은 이 혁명의 세계적인 의미와 가치를 입증한다. 4.19 혁명을 기념하며, 우리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결코 잊지 말자. 4.10 혁명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정의의 기반을 마련해주었다. 참고문헌  4.19혁명디지털아카이브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4·19혁명 (四一九革命)’민주화운동사전 ‘4월혁명(4.19혁명) ‘국가기록원 <연표와 기록>《조선일보》, 1960. 3. 14.(석간)《동아일보》, 1960. 3. 14.(석간)《부산일보》, 1960. 3. 15.(석간)《조선일보》, 1960. 3. 15.(석간)《조선일보》, 1960. 3. 15.(조간)《동아일보》, 1960. 3. 16.(석간)《마산일보》, 1960. 3. 16.《서울신문》, 1960. 3. 15.(석간) 《고려대학교 4.18의거 실록》, 고려대학교출판부, 2012, 586쪽. 일상 속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학습 놀이터 '성찰과성장' 글 작성 및 편집 : 박배민 성찰과성장.com
👨‍🚒시민 이슈 구조대 활동을 보고합니다
22대 국회의원선거를 두고 많은 수식어가 등장했는데요. 그중 하나는 ‘의제가 사라진 선거'였습니다. 그래서 캠페인즈는 기후위기, 저출생, 젠더, 노동 등 함께 이야기해야 하는 의제를 찾고, 나의 의제를 더 많은 시민과 공유하는 ‘함께 행동: 시민 이슈 구조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4월 5일, 활동을 마무리하며 시민 이슈 구조대가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 모였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을 나눴는지 지금 바로 확인해 보시죠! “지치지 않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번 모임에선 창작그룹 성찰과 성장의 신동주 님과 ‘세상은 망했는데 눈 떠보니 투표일?! 전국투표전도 2024’의 저자 조현익 님이 초대손님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먼저 이야기를 시작한 성찰과 성장의 동주 님은 ‘총선에서 의제가 실종된 이유와 이민자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눴는데요. 동주 님은 선거 시기 의제가 사라진 다양한 원인과 함께 극우정당의 이주노동자 혐오 행동에 주목했습니다. 이어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이주민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사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지치지 않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의제가 실종된 선거 = 다음 선거 때까지 의제를 만들 기회’를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한 현익 님은 기존의 정치방식에서의 개선방향을 짚었습니다. 현익 님은 저서에서 썼던 “민의를 ‘받드는’ 정치 말고, 민의를 ‘만드는’ 정치가 필요하다”라는 문장을 언급하며 유권자와 정치인이 함께 의제를 만드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현실 정치에서의 활동 경험과 정치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후 “세상이 망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끝에 『세상은 망했는데 눈 떠보니 투표일?! 전국투표전도 2024』를 발행했다”라고 저서 작성 배경을 공개했습니다. “내일을 위해 투표를 하자"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줄 손님들의 목소리와 함께  3주간 다양하게 활동했던 시민 이슈 구조대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겠죠? 이번 이야기 모임엔 4명의 캠페이너가 시민 이슈 구조대로 활동한 경험을 나눴습니다.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이자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철빈 캠페이너는 ‘2030 유권자 네트워크 - 지겨운 절망을 넘어, 내일을 위한 투표를!’을 통해 전세사기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와 투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철빈 캠페이너는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로 전세사기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 자체를 지금 제대로 논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내일을 위해 투표를 하자"라고 제안했습니다.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하고 있는 짠미 캠페이너는 ‘프리랜서 번역가는 최저 시급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를 통해 프리랜서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이야기했습니다. 짠미 캠페이너는 동일한 업무임에도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열악한 프리랜서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언급하며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회 문제에 관심은 있지만, 생업과 육아로 인해 참여하기 쉽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고민과 논의에 참여해 보게 되어 좋았다"라는 함께 행동 프로젝트 참여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창작그룹 성찰과 성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배민 캠페이너는 ‘부적격자는 밖으로: 대한민국 낙천낙선운동’을 통해 그동안 이뤄졌던 시민사회의 낙선, 낙천 운동을 정리했습니다. 박배민 캠페이너는 낙천, 낙선 운동이 성장해 온 과정을 설명하며 의미를 짚었고, “단순히 인물 교체에만 초점을 맞추며 근본적인 정치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 강한 당파성으로 인해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점” 등 한계를 함께 정리했습니다. 바둑,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작성하고 있는 백아인 캠페이너는 ‘알고리즘, 인공지능이 결정하는 선거의 결과’를 통해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야기했습니다. 백아인 캠페이너는 “우리가 제대로 된, 자신의 선택에 따른, 공정한 선거를 치르려면 오히려 원론적으로 각 정당과 후보들의 정책을 스스로 찾아 보고 직접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라며 유권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양한 사람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초대손님과 시민 이슈 구조대의 이야기 후엔 모임에 참여한 캠페이너들이 함께 ‘의제가 사라진 선거가 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는데요. 그 중에선 “당사자성의 결여로 인한 공감 부재”, “극단적인 상황을 부각하는 언론 보도”와 같은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어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는데요. “시민의 목소리를 의제화하는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 “조직된 힘이 필요하다” 등 변화의 시작점을 찾고, 실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40분의 테이블 토론 시간이 훌쩍 지나간 뒤 오늘 이야기 모임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과 터놓고 이야기하는 게 오랜만이어서 좋았고, 이런 대화가 캠페인즈에서도 이루어지면 좋겠다”라는 소감을 남긴 캠페이너도 있었습니다. 캠페인즈의 함께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시민 이슈 구조대의 더 많은 활동은 함께 행동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캠페인즈의 함께 프로젝트는 더 많은 시민이 사회 문제를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앞으로 진행될 함께 프로젝트는 캠페인즈와 시티즌패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변지 도봉구갑, 김재섭이 뽑힌 이유
수도권의 두 이변 2024년 4월 10일 총선,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애초 더불어민주당 우세로 전망된 총선이었다. 파란색 물결은 누구나 예상했다. 기대한 건 이변의 발생이었다. 의외 지역에서 이변이 나왔다. 첫 째는 경기도 화성시 을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당선이다. 더불어민주당 텃밭으로, 더불어민주당 공영운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된 지역이다. 이준석 후보는 여론조사부터 공영운 후보에게 밀렸다. 첫 여론조사에서 20.2%가 나왔고, 공영운 후보는 43%가 나왔다. 결말은 달랐다. 이준석 후보가 최종 42.41%의 득표율로 공영운 후보 39.73%를 누르고 당선됐다. 여론조사부터 지지율 20%를 끌어올린 이변이었다. 화성시을에서 이변이 일어나는 사이, 서울 동북부에도 이변이 일어났다. 도봉구갑 김재섭 후보의 당선이었다. 도봉구는 더불어민주당 텃밭으로, 더불어민주당 안귀령 후보 당선이 예상된 지역이었다. 출구조사도 안귀령 후보가 52.4%로 김재섭 후보 45.5%를 약 7% 앞섰다. 현실은 달랐다. 최종 득표율은 김재섭 49.05%, 안귀령 47.89%였다. 현 도봉구갑 국회의원인 인재근 의원이 3선이라는 면에서 12년만의 교체였다. 예상못한 이변이었다. 궁금증은 왜 이변이 발생했는가다. 전문가와 평론가의 의견은 그들의 생각일 뿐이다. 정확한 답은 유권자에게 있다. 도봉구갑 이변은 도봉구갑 유권자에게 물어야 한다. 김재섭 후보를 찍은 유권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흥미로웠다. 인터뷰 내용이다. — Q. 자기소개 부탁한다 도봉구 주민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 도봉구에서 나왔다. 이사도 도봉구에서 맴돌았다. 토박이다. Q. 김재섭을 찍었다. 이유는 난 언더독 편이다. 뻔한 결말은 재미없다. (웃음). 농담이고 간단하다. 안귀령은 도봉구에 비전이 없었고, 김재섭은 있었다. 그 비전이 내가 추구하는 것과 맞든, 맞지 않든 난 비전있고 해보려고 하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표를 준 이유다. Q. 언더독 이변에 대한 심정은?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다. 기쁠 것도 없고, 슬플 것도 없다. 김재섭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능력 있다고 생각해서 뽑은 게 아니다. 후보자 모두 국회의원으로서 능력을 판단할 만한 근거가 없었다. 소위 경력자가 없었다. 다만, 김재섭이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하니까, 해보라는 마음이었을 뿐. 안귀령은 그게 없었을 뿐이다. Q. 녹색정의당 윤오도 해보고 싶은 건 있었을 것 같은데 맞다. 윤오도 4번째 도전하는 것으로 안다. 문구가 기억난다. ‘땀이 빽을 이기는 정치’였다. 땀 흘릴 기회를 얻지 못했다. 개인은 많이 아쉬울 거다. 그런데 그런 말이 있지 않나. 노비 생활도 대감 집에서 하라고. 같은 땀을 흘려도, 큰 정당이냐 작은 정당이냐에 따라 받는 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걸 타파하려면, 대감 집에 가거나 소속된 정당을 대감 집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지 못했다. 녹색정의당이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만큼 컸다면 그가 뽑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 인물 자체도 어필이 안 됐다. 같은 시간 같은 노동을 해도 대기업은 돈을 많이 벌고, 중소기업은 적게 번다. 정치도 다르지 않다. 같은 비전이 있다면 난 더 가능성 있는 사람에게 힘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일 할 사람 뽑는 거다. 그렇다면 일할 가능성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총선 전 현수막 Ⓒ 한량 Q. 유권자로서 김재섭에게 비전이 있고, 안귀령에게 없다고 생각한 이유가 궁금하다 현수막부터 차이가 난다. 김재섭은 현수막에 “재건축, 재개발 용적률 개선, SRT와 KTX를 창동으로 가져오겠다” 등 공약을 걸었다. 안귀령은 “검찰 독재 못살겠다. 심판하자.”였다. 생각해봐라. 누가 도봉구에 비전이 있어 보이겠나? 선거 공보물도 차이가 난다. 안귀령은 얼굴과 구호만 있다. 그나마도 검찰・정치・언론개혁이 절반이다. 지역 발전이 없다. 어느 구에 내놔도 다 쓸 수 있는 내용뿐이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선거는 구호와 사진이 아니라, 공약이다. 주먹 꽉 쥐고 열심히 하겠다가 비전이 될 수 없다. 반면, 김재섭은 공보에 지역 발전 공약을 나열했다. 이것만 봐도 누가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는 건지 바로 나온다. 추진하겠다고 한 정책 옆 사진을 봐도 “아, 이 사람이 지역에서 뭔가를 했구나.”를 알 수 있다. 보여주기라고 해도, 중간에 본인 사진 크게 배치한 사람과 지역 활동 사진 배치한 사람 중, 누가 지역에서 뛰었는지는 명확히 나온다. 또한 김재섭은 각 동별 정책을 정리해놨다. 내가 사는 '동'의 정책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안귀령 공보물엔 없는 내용이었다. 물론 안귀령도 공약은 있다. 하지만 내가 사는 동의 공약은 찾기 어려웠다. 애초, 유권자가 왜 일일이 그걸 찾아야 하는지 싶다. 뽑히고 싶으면, 유권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게 맞다. 유세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김재섭과 윤오가 직접 와서 하는 유세를 보진 못했다. 근데 안귀령은 우연히 봤다. 마이크를 잡고 말하는 데, 거기서도 도봉구에 대한 비전은 들리지 않았다. Q. 뭐라고 했었나 창동역 부근에서 한 차량 유세였다. 안귀령이 이런 말을 했다. “이번 총선은 첫 번째가 윤석열 정권심판, 두 번째가 도봉구 발전입니다.” 도봉구 후보로 나온 사람이 첫 번째로 하겠다는 게 도봉구 발전이 아니라니, 말이 되나? 아무리 정권심판이 프레임이었다고 해도, 너무 안일한 거 아닌가? 지역구 후보가? 이걸 듣고 누가 지역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겠나. 지역 무시로 보이지. Q. 안귀령은 후보 전략 공천부터 말이 있었다 도봉구가 더불어민주당 텃밭이다. 지금 현역 의원도 3선인가 했다. 3선 의원이 당 대표 말에 후보 자리를 포기했다. 그것도 이상했다. 아니 괴상했다. 저렇게 쉽게 물러나나? 그 뒤 전략공천 한 게 안귀령이었다. 누군지도 몰랐다. 연고가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다. 연고가 없어도 능력과 인물 파워가 되면 뽑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전 YTN 앵커, 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이라는 걸 빼면, 가진 게 없었다. 애초 그 경력이 도봉구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나 싶었다. 또 갑자기 떨어진 인물 아닌가. 도봉구를 알리도 없고, 전문성이 있을리도 없다. 과거엔 지역 연고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안귀령을 보니까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후보로 세우는데 도봉구와 주민을 어떻게 본 건지 싶다. 텃밭이니 될 거라 생각한 건 아닌지. 정당 전략 공천이 왜 중요한지 알겠다. Q. 개혁신당 이준석도 연고가 없는데 뽑혔다. 연고가 중요하지 않다는 방증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준석과 안귀령은 입장이 다르다. 그간 보여준 모습 자체에 차이가 크다. 이준석이 대중에 등장한 건 10년도 넘었다. 거기에 여당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했다. 경력이 다르다.  이준석은 원래 다리 건너 노원구에서 세 번인가 나왔다. 노원구가 고향인 걸로 안다. 계속 나오다 안 돼서 경기도로 내려갔다. 고향에서 3번 나와서 안 됐는데,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내려와 당선되는 것도 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이준석 SNS에 들어가면 “~동 주민은 친구추가 최우선 순위” 이런 걸 써놨다. 노원구에 있을 때부터 그랬다. 개인적으론 주민과 가까워지겠다는 신호로 느껴졌다. 지역을 생각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안귀령은 오히려 "여기가 어느 동이냐"는 주민 물음에 아무 답변도 못했다. Q. 안귀령이 유세 동을 몰랐던게 유권자 입장에선 어떻게 보였는지 “아, 지역을 모르는구나.” 그게 패착인지는 알 수 없어도, 유권자가 안귀령을 안 뽑을 이유는 됐다고 생각한다. 치명타는 이재명 고향은 알았다는 점이다. 지역은 모르는데 당대표 고향은 안다라. 참. 그 외중에 후보 포스트에는 ‘도봉 대변인’으로 써놨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인 걸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말과 행동이 다르게 느껴졌다. 박자와 음정을 못 맞추는 가수가 좋은 노래를 할리 없다. 총선 이후 현수막 Ⓒ 한량 Q. 도봉구갑 출구조사와 실제 결과가 달랐다. 어땠는지. 출구조사를 보곤 “그래, 뭐 그렇지.”라며 당연하게 생각했다. 예상 결과도 5% 이상 차이가 났다. 5% 이상이면 뒤집기 어렵다. 오차범위 밖이니까. 그런데 막상 까보니 달랐다. 김재섭이 근소하게 이겼다. “어? 이긴다고? 이걸?” 출구조사 한 사람들이 출구를 잘못 안건 아닌가 싶다. (웃음). Q.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프레임은 정권심판이었다. 실제 민심이 안 좋기도 했고. 그래서 더 먹힐 줄 알고 텃밭에 신입을 후보로 냈는데, 인터뷰를 해보니 그 심판론이 역으로 먹혔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점에선 김재섭이 더욱 발전을 이야기할 수도 있어서 유리했다고도 생각이 드는데, 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실제 지역발전보다 심판이 우선한 걸 비판했으니 그렇게까지 생각은 안 해봤다. (웃음). 갑자기 생각해보면, 심판받아야 한다는 당의 입장에선 심판을 막아달라고 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다. 더군다나 정부가 헛발질을 너무 많이 하자 않았나. 민심이 돌아선 건 여당 후보라도 다 알았을 것이고. 심판 단어 언급 자체가 꺼림칙 할 테니. 질문처럼 발전을 더 말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도봉구갑 개표 결과 켭처 생각해보면 김재섭은 몇 년 전부터 계속 자신을 어필했다. 지하철 입구, 신호등 주변에 현수막을 걸고 어필했다. 내 기억으론 GTX 개통과 지하화가 확정 됐을 때 모두 그랬다. “저 홍보 예산이 어디서 나오나" 이런 생각도 했었다. 그 모든 게 메시지였고, 총선에 작용 한 것 같다. 최소 하늘에서 떨어진 후보가 아니라, 몇 년간 준비해 올라왔다는 인식을 주니까. 혹시 아나, 안귀령도 김재섭처럼 어필하면 다음 총선에서 뽑힐지. Q. 밑에서 올라온 사람과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의 차이라는 것인지 내겐 그랬다. 사실 그간 도봉구 발전에 김재섭의 기여는 없다고 생각한다. 시의원도, 구의원도 아닌데 지역 발전에 무슨 기여를 할 수 있었겠나. 그래도 계속 어필 한 게 통한 것 같다. 놀라운 점은 안귀령이 꽤 많은 표를 가져갔다는 점이다. 김재섭과 불과 1% 남짓 차이였다. 텃밭은 텃밭이다. 만약 안귀령이 정말 도봉구에 정착해서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면, 다음번에는 뽑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낙하산 이미지로도 1% 남짓 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김재섭처럼 이미지를 쌓아 올린다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말하면 도봉구갑 주민 절반은 김재섭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곧 4년 동안 보여주는 게 없으면 다음 기회는 없다는 의미다. 물론 4년 뒤 김재섭이 나온다는 가정하에 이야기지만. 1% 남짓으로 진 안귀령이, 4년동안 차곡차곡 입지를 쌓아 올린다면 다음에는 된다고 생각한다. 김재섭은 지난 총선에서 인재근에게 졌다. 아마 4년간 계속 준비했을 것이다. 이젠 보여줄 때다. 과연 4년 동안 진짜 지역을 위해 뛰었는지, 사진찍기 위해 뛰었는지 기대가 된다. Q. 윤오도 가능성이 있나 아, (침묵) 그게 참 (침묵) 힘들다. 한 정당에서 한 지역구에 4번이나 같은 후보를 냈다. 그런데 계속 떨어진다. 지지율 10%를 넘긴 적도 없고. 정당과 후보 모두 힘이 없다는 의미다. 22대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이 단 1석도 못 가져 간 건 물론 당의 실패다. 하지만 윤오가 도봉구갑에서 보여준 게 없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총선 이후 현수막 Ⓒ 한량 소수정당이 소신있는 건 좋다. 철새보다 훨씬 낫다. 하지만, 소수의 소신이 소수에 머무는 건 이유가 있다. 윤오가 4번째 나왔다는 것도 몰랐었다. 4번이면 익숙할 법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4번 모두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고, 존재감도 없었다는 의미다. 같은 후보를 계속 내는 것도 당에 인물이 없다 의미고. 4년 후에 또 뵙겠습니다, 라고 하던데. 다른 결과가 나올지 의문이다. Q. 도봉구에 새인물이 온 건 어떻게 생각하나. 어째든 3선 의원이 물러난다. 개인적으로 물러난 의원이 다시 돌아오진 못한다고 생각한다. 후보 등록을 양보했다는 건 지역을 스스로 떠난 거니까. 이번 선거 양강 후보 모두 젊었다. 두 후보는 4년 뒤에도 만 40세 이하다. 이 점이 주민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 좋다. 개인적으로 국회의원이 3선 넘어서까지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3선이면 12년이다. 국회의원이 300명인 상황에서 한 인물이 너무 오래하는 건 좋지 않다. 고이면 썩는다. 그 점에서 3선이 나가고 새인물이 들어온 건 좋다. 질문처럼 김재섭과 안귀령은 4년 뒤에도 젊다. 한 지역에 젊은 정치인들이 경쟁하는 건 그 자체로 좋은 현상이다. 개인적으론 내 지역이 젊은 사람들의 무대가 돼서 좋다. 젊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만, 늙었다고 더 좋은 것도 없다. 4년 뒤에는 어떨지 벌써 기대 된다. Q. 비례대표는 어느 정당을 뽑았나 조국현식당을 뽑았다. (웃음). 개인적으로 조국을 좋아하지 않는다. 현 정권은 더 좋아하지 않는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부다. 조국이 잘났다는 것도, 과오가 없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잘못한 사람들 밖에 없다면, 부끄러움을 알고, 여론의 난도질을 당한 사람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최소 같은 과오를 반복하진 않을 테니까. 그 점에서 조국혁신당은 현 정부를 비판하며, 제 1야당에게 영향력도 행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Q. 지역구 의원은 정부 여당 후보를, 비례대표는 그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당을. 아이러니하다.  지역구에는 지역 발전을 말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민심이 정권에 불만족스럽다는 걸 아는 여당 당선인이라면, 민심을 우선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 점에서 여당 정치인 뽑는 걸 현 정부에 힘을 실어 주는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당 당선인이 민심을 따르면 정부 비판에 더 힘이 실린다고 생각한다. 김재섭이 당선돼서 그렇지, 실제 안귀령과 표 차이 얼마 나지도 않는다. 윤오까지 합치면, 김재섭 지지자는 과반이 안 된다. 도봉구을은 더불어민주당이 뽑히기도 했고. 눈치 볼 거라고 생각한다. 22대 총선 결과 하면 캡쳐 Q. 민심은 정부에 반한다고 생각하나 총선 결과에 답이 있다. (웃음). 개혁신당도 철저히 야당 입장이라던데. 생각 제대로 있는 정치인이라면, 민심이 뭔지는 정확힐 알 거다. Q. 다음 총선에선 누굴 뽑을 건가 (웃음) 총선 끝난지 언제라고 벌써 다음이냐. (웃음). 난 언더독 편이다. 이제 언더독이 누구일까? (웃음)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재밌었다. 정치 얘기하면 싸우기 마련인데, 다 까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누굴 뽑고, 어느 당을 지지하느냐가 그 사람을 보여주는 건 아닐 텐데. 어째 사회는 그렇게 몰아가려는 것 같다. 그 점에서 신선한 대화였다. — 22대 총선 및 인터뷰 후기 : 이변을 만드는 건 유권자다 개인적으로 소신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그 소신이 나와 맞다, 안맞다는 다른 문제다. 제 22대 총선 도봉구갑 선거에서 소신 있는 사람은 김재섭과 윤오였다. 김재섭은 21대 총선에서 낙선하고 다시 나왔고, 윤오는 3번의 낙선을 딛고 다시 나왔다. 이 자체로 지역에 대한 소신은 증명됐다고 생각한다. 인터뷰이의 말대로 그 소신이 진짜였는지는, 김재섭 당선인이 향후 4년동안 보여줘야 할 모습이다. 평가는 4년 뒤 총선에서 유권자가 할 것이다. 도봉구갑 지역의 개표 과정은 흥미로웠다. 출구조사부터 승리가 점쳐진 안귀령 후보는 개표 초기, 김재섭 후보를 앞서나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차이가 좁혀지더니, 김재섭 후보가 역전을 했다. 이후 탑독이던 안귀령이 언더독이 되어 김재섭 후보를 따라가는 모양새였다. 그 차이가 너무 미묘해, 개표가 완료될 때까지 '유력'이란 글자가 뜨지 않았다. '당선'이라는 글자는 선거 다음날 새벽이 되어서야 떴다. 덕분에 나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서울 도봉갑과 경기도 화성을을 보며 두 가지가 보였다. 첫째, 선거는 시작 시점 숫자가 아니라, 끝날 때의 숫자로 하는 경기라는 것. 둘째, 그 경기의 이변은 유권자가 만든다는 것. 도봉갑과 화성을은 모두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었다. 이변이 보여주는 건 텃밭이라고 안심하지 말고, 지역 유권자의 바람을 정확히 알라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언제나 이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텃밭이 당의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지역은 당의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 즉 유권자의 것이다. 텃밭이 누구 텃밭인지도 지역 유권자가 만든다. 김재섭이 이변을 만들었다, 이준석이 이변을 만들었다는 건 맞지 않는 표현이다. 유권자가 만든 이변이 정확한 표현이다. 인터뷰에서 보여주는 건, 지역민은 당의 프레임이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해 투표한다는 것이다. 후보가 지역에 어떤 비전과 공약을 갖고 있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 인터뷰였다. 김재섭 당선인이 어떤 지역 발전을 이룰지, 낙선한 안귀령 후보가 어떤 절치부심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가 된다. 안귀령 후보는 "여기가 무슨 동이냐"는 지역민의 물음에 우물쭈물하며 답하지 못했다. 그걸 보고 지역민이 "어차피 철새처럼 떠날 사람인데, (왜 뽑냐)"고 하자, 안귀령 후보는 "아니에요, 저 이제 여기에 뿌리 박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 말이 진심인지 기대가 된다. 진심이라면 행동은 따라올 것이다. 소신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다음 총선에서도 소신있는 후보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때는 진짜로 내 한 표가 선거를 결정짓는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작할 때의 숫자가 아닌, 끝날 때의 숫자에 내 표가 영향력을 줄 수 있도록, 내 표를 누구한테 줄지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김재섭, 안귀령, 윤오 모두 지역을 위해 힘 내줬으면 좋겠다.
선거가 끝났다(feat. 이승빈 - 무지개 대한민국).
선거가 끝났다. 출구 조사와 다른 결과에 놀란 사람도 있고, 계속된 접전 끝에 새벽이 다 지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번 총선에 대해 큰 기대나 관심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검색창을 새로고침하고 개표 방송을 한 번씩 보면서 어떤가 확인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선거를 몇 번 하다 보니 눈에 익은 얼굴들이 생겼고, 어쩌다 보니 관계가 있는 분들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정치는 세상을 바꾸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국가의 모든 예산은 법에 근거해서 집행된다. 정치를 통해 법을 만들고, 법 한 줄, 예산을 이야기하는 근거를 만든다. 그 한 줄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다툰다. 그러나 아직 누군가에게 투표를 해야 한다고 설득할 자신은 없다. 나 한 사람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냐는 물음에 그동안 쌓인 불신을 해결할 만한 해결책은 없다. 표 하나가 얼마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아무리 뉴스에서 이야기해도 각자의 삶이 바쁜 지금, 우리들에게는 와닿지 않는다. 그렇게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1.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정계 은퇴를 발표했다. 4선 의원이자 2번이나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던 인물이다. 그는 이번에 경기 고양시갑 선거에서 18.41%로 3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가 소속된 녹색정의당은 2.14%를 기록해 국회에 한자리의 의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이전 선거 때는 10% 가까이 차지할 만큼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던 그들의 자리는 어느새 사라졌다. 녹색정의당은 이번 선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타격이 많았다. 의원들의 탈당부터, 내/외부의 다양한 이슈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에 의구심이 생겼다. 그뿐만 아니라 조국혁신당, 새로운물결 등이 눈에 들어오며 정의당만의 날카로움과 뾰족함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노회찬에서 시작해서 심상정으로 이어지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의 인물은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10%의 기대감은 어느새 2%의 실망감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20년 진보 정치가 그렇게 막을 내렸다. 21대 국회의원인 장혜영 의원은 서울 마포구을에서 8.78%로 3위를 기록했다. 그다음을 기약한다면 여기에서부터 시작이지 않을까. 거대담론과 뜬구름 잡는 이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와닿는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따라 다음 도약의 시기는 달라질 것이다. 2. 극단의 정치가 계속된다. 조국혁신당이 24.25%를 기록해 12석을 차지했다. 개혁신당은 3.61%를 차지해 2석을 가져갔다. 그리고 이준석은 지역구에서 당선되어 개혁신당은 총 3석을 확보했다. 엘리트주의와 혐오를 통해 지지를 얻기 시작한 그들은 정책이 아닌 정권 심판에만 집중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정당별 특색과 정책이 보이지 않았다. 서로를 심판하겠다는 이야기 외의 모든 이슈는 묻혔다. 그들의 전략과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지역구를 공천하지 않고, 비례에만 집중해 민주당의 빈 부분을 끌어들인 조국혁신당의 전략,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고 여론&출구 조사 모두 뒤지고 있었지만 결국 역전을 통해 가능성을 증명한 이준석과 개혁신당. 당선이 확정된 조국은 바로 대검찰청으로 달려가 김건희 여사 소환 조사를 외쳤다. 내가 괴롭힘당한 것처럼 나 역시도 응징하겠다는 표현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몰려든다. 네거티브와 혐오가 더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더욱 커지고, 이로 인해 앞으로의 선거는 정책 없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비판과 타인에 대한 비난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점점 더 우리는 끝으로만 모이고 있다. 3. 무엇이 남았을까. 우리에게는 무엇이 남았을까? 더불어민주당이 잘 해서 지금의 의석을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는 역전을 당하기도 했고, 예상외로 비슷한 득표를 보였던 지역도 많았다. 그렇다면 국민의 힘은 무엇을 했을까? 기존에 가지고 있는 지지자층을 열심히 다시 모았다. 그리고 그 사이를 혐오와 비판으로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이 들어왔다. 그게 전부다. 조국과 이준석의 돌풍에 놀라고, 국민의 힘을 보며 손가락질하고, 녹색정의당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검색창을 닫는다. 앞으로 4년 동안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우리 동네 의원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다음에 또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4. 그럼에도 조금씩 변한다. 내가 살고 있는 도봉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였다. 몇 년 동안 접전은 있었더라도 꾸준히 민주당이 당선되었다. 그러나 이번에 이변이 나타났다. 심지어 당선인은 기존 유력 인사가 아닌 젊은 신인 정치인이다. 서울 도봉구갑에서 국민의힘 김재섭 후보가 2% 차이로 당선되었다.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 동북권에서 여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당선되었다. 도봉구 토박이일 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내 입장에서도 정말 열심히 유세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를 가도 계속 있고, 그 누구보다 일찍 나와 좋은 자리를 많은 사람들과 차지했다. 여러 방송에도 등장하고, SNS를 통해 10대 청소년들과 소통하는 그의 모습에 도봉구 주민들도 다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의힘에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보게 된다.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이 이번에도 재선에 성공하고, 김재섭 후보가 공천에 성공하고 당선될 만큼 세대교체도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무엇이,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투표를 하는 이유는 이런 변화를 기대하고 보기 때문이지 않을까. 5. 무지개 대한민국을 그린다. 요즘 가끔씩 보는 유튜버가 있다. 피아노 방송을 하는 '이승빈'이다. 피아노 코드를 굉장히 잘 치면서도 살짝 나사가 빠진 모습이 재미있어 보인다. 어느 날 이분이 과거에 발매한 노래를 하는 쇼츠를 보았다. 노래의 제목은 무려 '무지개 대한민국'. 살펴보니 만 19세일 때 노래를 발매했다고 한다. 노래를 발매했던 당시에는 굉장히 악플을 많이 받았는데, 오히려 지금 사람들이 많이 듣기 시작했다고 한다. 노래 가사가 굉장히 와닿고, 어렵지 않아서 이동할 때 계속 반복해서 듣는다. 다 같이 사이좋게 하하호호 웃으면서 지낸다는 말은 동화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바뀌고, 같이 있는 사람들도 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와 비난의 시대에서 함께 웃는 그 모습을 오늘도 한 번 더 상상한다. 남녀노소 서로간의 갈등부 가난 대물리는 신분좌우남북 슬픈 편 가르기두려움 가득한 색안경 하나로모든 것이 나뉘어져 가는 혐오의 시대 ... 그대와 내가 좋아하는 색이 달라도서로를 미워하지는 말아줘요하늘에 만개하는 무지개 나라에서도일곱 요정들이 서로 손을 잡아요촛불을 드는 아이도 태극기 할아버지도다 아름다운 꽃과 같은 사람들누구나 함께해요 무지개 대한민국 ... 두려움을 떨치고 서로를 바라봐줘요조금 다를 뿐 우린 모두 아름답죠내 편은 생각하는 것만큼 선하지 않지만그들도 생각만큼 악하지 않아요누구나 함께해요 무지개 대한민국
의제가 실종된 선거 = 다음 선거 때까지 의제를 만들 기회
제가 쓴 책의 작가로서 “함께 행동”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의제가 사라진 선거가 된 이유’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사실 그렇습니다. 저는 확고하게 지지하는 정당이 있고, 그 정당의 주요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기도 합니다. ‘정치 산업’에 꽤 깊이 발을 담근 사람으로서, 저는 의제가 사라진 선거라고 평가받는 2024년 총선을 만드는 데 알게 모르게 기여한 장본인일지도 모릅니다. 지역과 전국 단위 정치활동에서 아무리 의제를 발굴하고 내세우더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찾거나 만들지 못하고, 미리 잘 만든 의제를 다른 정당에 빼앗긴 뒤에는 “너희 당은 늘 비현실적이고 엉뚱한 이야기만 한다”는 핀잔을 듣길 반복하다보니 지치는. 그래서 의제를 내세우는 정치활동에는 비전이 없다고 포기하게 되는, 그런 장본인이요.  돌이켜보니 이런 회한이 제가 쓴 책 〈세상은 망했지만 눈 떠보니 투표일?! 전국투표전도 2024〉에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정치로 세상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세상이 너무 망해있다는 공감대에서 시작한 이 책은, 특정 정당이나 정권을 막론하고 지난 6년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망해갔는지 과거의 사건들을 복기하는 내용으로 출발합니다. 총 43가지 주제, 295개의 사건으로 정리한 이 내용 하나하나가 (저를 비롯한) 정치 산업 종사자와 정치 그 자체가 실패해서 한국 사회가 망해버린 모습이고, 또 우리 유권자가 선거에서 다뤄야한다고 생각하는 의제일 것입니다.  이런 의제들이 왜 지금껏 소외되었는지 생각해보니, 정치 산업 종사자 그리고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정치 평가의 기준이 수명을 다 한 것 아닌가 합니다. 그 중 하나로, 책에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민의를 ‘받드는’ 정치 말고, 민의를 ‘만드는’ 정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민의를 받드는 것이 정치인의 최고 덕목이라고 일컬었지만, 사실 민의를 받든다는 것은 모든 유권자가 갈등 없이 함께 바라는 것, 예를 들어 지역개발 사업이나 지원금 사업 같은 것을 추진할 때에나 가능합니다.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이해관계가 직접 충돌하는 갈등 사안에서는 어느 정치인이라도 모든 민의를 받드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결국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지요. (1) 양쪽 중에서 원래 조직력과 자본을 많이 가진 쪽이 주장하는 의견, 즉 대세를 따르거나. 아니면 (2) 사안에 대한 논의 자체를 뭉개고 회피하거나. 이렇게 의제가 실종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미 존재하는 민의를 받들겠다는 정치 말고, 민의를 만드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갈등이 있고 깊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에 정치인들이 뛰어들어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의견이 민의의 대세가 되도록 사람들을 설득하고 조직하는 일. 또는  민의가 만들어질 때까지 공론장을 열고, 정치인들이  갈등하는 사람들끼리 조율하고 협상하도록 중재하는 일.  이런 일을 가치있게 평가하고 좋은 정치라고 인정하는 사회가 된다면, 정치에서 실종된 의제를 다시 복원하고 망해버린 세상도 되살릴 기회가 생길 겁니다.  “민의를 ‘받드는’ 정치 말고, 민의를 ‘만드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말은 사실 정치 산업 종사자 뿐만 아니라 우리 유권자에게도 적용되는 말입니다.  우리는 지금껏 정당·정치인에게 우리의 민의(의제)를 받들어달라고 요구하거나, 우리의 민의를 받들어 줄 사람을 발굴하여 열광적으로 응원하고 출마시키는 것에만 익숙했습니다. 2024년 총선에는 그럴 만한 정당·정치인을 찾을 수 없어서 절망적이라고 느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유권자가 이렇게 수동적으로만 정치할 이유는 없습니다.  유권자도 직접 민의를 만드는 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 나와 같은 요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서 모으고, 약간 다른 위치성을 가지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비슷한 요구를 가진 사람들도 합류할 수 있도록 의제를 키워보고, 이렇게 키워진 민의를 외부에 위협적으로 드러내서 더 큰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동료 유권자들은 ‘아하, 이 뜻에 동참하는 게 좋겠어 / 내게도 뭔가 이익이나 도움이 되겠구나’ 라고 느끼고, 정당·정치인들은 ‘아하, 이 뜻에 동참하면 내 가치관도 실현하고 표의 이익도 되겠구나’ 라고 느끼며 우리와 함께 움직일 겁니다. 이런 시도에 참고할 사례가 2가지 떠오릅니다.  첫째는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주간경향 기사) 입니다. "체제전환운동"은 지금까지의 정당 질서의 논리에 무비판적으로 편입되지 않고, 기후위기 대응과 자본주의 체제 변화 등의 주제를 정치에 적용시키려고 하는 사회운동 및 시민운동 활동가들의 모임입니다. 10대부터 60대까지, 여러 성별을 넘나들며 모인 이들은 서로 다양한 입장을 가졌지만 "적어도 총선의 시계에 우리의 시간을 맞추지 말고 [정치에 대응하는] 우리의 시계를 만들자는 취지"(미류 공동집행위원장)에 동의하여 공동행동을 조직하고 앞으로의 활동을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 일정에 연연하지 말고 기후위기와 자본주의 체제 변화를 주제로 하는 의제화에 꾸준히 도전하여 독자적인 힘으로 정치를 움직이자는 시도이지요.  둘째는 플랫폼P(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를 지키기 위한 "플랫폼피 입주사 협의회"의 활동입니다. 마포구청이 운영하던 플랫폼P를 다른 창업지원기관으로 용도변경하려는 계획이 추진되고 센터 운영이 파행에 빠지자, 센터에 입주해 있던 소형 출판사, 작가, 디자이너, 프리랜서 편집자, 번역가, 사진작가 등 50여 개 입주사가 협의회를 결성하고 이를 막는 운동을 벌였습니다. (잡지 '출판문화' 기고글) 마포구 주민과 도서문화를 사랑하는 전국의 개인/단체 2,000여 곳의 서명을 조직하고 "마포책소동" 북페어 등의 캠페인을 벌인 결과 마포구청은 결국 센터를 존치시켰으며, 2024년 총선에서는 이 지역구(서울 마포구 을)의 후보 3명이 모두 이 이슈에 주목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플랫폼P를 비롯한 마포의 출판·디자인 관련 공약을 내걸기에 이르렀습니다. 플랫폼P 문제를 일찍이 지역 정치와 전국적인 출판문화 이슈로 만들어, 끝내 선거에서 의제화하는 데에 성공한 셈이지요.  사실 선거 직전 며칠 동안 이번 선거를 살펴보고는 의제가 실종되었다고 실망하기만 할 것은 아닙니다. 유권자든 직업 정치인이든 민의를 ‘만드는’ 작업에는 몇 년씩 시간이 걸리기 마련입니다. 그 작업을 우리가 미리 해놓지 못했기 때문에 2024년 선거에서 너무 많은 의제가 실종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선거를 시작으로 4년의 긴 시간동안 정당·정치인과 유권자들이 더 많은 민의를 조직하고 의제를 쌓도록 해서, 2028년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더 풍부한 의제를 논의하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만약 그 과정에 도움이 될 만한 정당·정치인을 (운 좋게도) 발견할 수 있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그에게 우리의 소중한 표를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총선에서 의제가 실종된 이유와 이민자에 대한 고민
정쟁만 있고 의제는 없는 이번 선거에 대해 그 이유를 한 번 고민해본 적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정답은 찾지 못하였지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든 생각은 ‘실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2016년 총선 때에는 ‘청년’이 의제였습니다. 청년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반영이 되지 않은 시기였고 청년 후보라고 나온 이들은 40세가 넘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부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청년기본법이 제정되었으며, 진짜 청년 나이대인 국회의원도 등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청년의 삶이 그다지 나아진 것 같지 않습니다. 청년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은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을 하였고, 청년이 직접 정책을 제안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정책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청년수당, 청년센터 등 제안 정책이 막상 실현되어도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기도 했습니다. 재작년부터 큰 이슈로 뜨고 있는 전세 사기 피해자의 50% 이상이 2030 청년이었지만, 정부는 이들을 구제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정치권은 계속 청년을 위한 정책을 하겠다고 부르짖지만 여전히 청년세대의 목소리는 기성세대 목소리보다 작습니다. 담론의 당사자인 청년의 입장에서 이러한 현실은 정치에 대한 관심을 사그라들게 만듭니다. 청년 외에도 다양한 의제가 있었습니다. 여성, 환경, 기본소득 등 2010년대 후반부터 과거에는 대중적이지 않았던 의제들이 대중화되었습니다. 여성 의제는 우리의 실생활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지만(몰카 범죄, 성범죄가 ‘범죄’임을 인식하도록 함) 이에 대한 백래시는 엄청 납니다. 레디컬 페미니스트의 행동을 일반화하면서 페미니즘을 혐오하는 현상이 생겨나고, 대다수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정치인들은 더 이상 ‘여성’을 의제로 하지 않습니다. 한편으로 ‘페미니스트’ 의제로 정치인이 된 이들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환경 의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개인의 노력이 지구를 고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됨에 따라 약해졌습니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체감하지만, 금세 무기력해집니다. 많은 이들이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강력한 운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기본소득도 한때 혁신적인 의제였으나, 완전하지 않은 기본소득(청년수당, 재난지원금 등 소득기준 없이 지급되었던 소득)이 지급된 후, 그 정책은 단지 삶에 약간의 도움을 주는 복지 정책이 되었습니다. 기본소득만으로는 지금의 경제 문제들을 해소할 수 없음을 경험한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실망들이 모여 의제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지 않았나 추측합니다.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의제들이 선거 후에는 지속적으로 실망을 안겨주니, 사람들도 더 이상 의제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이러다 영영 의제가 사라지는 선거만 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두렵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우울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최근 주변 친구들에게 투표를 할 건지 물어본 적이 있는데요, 친구들이 하나같이 ‘남들은 안할 것 같은데 나는 할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무엇을 보고 후보를 뽑을 것이냐는 질문에 ‘지역을 위해서 일할 것 같은 사람’이라는 뻔한 답변을 받았지만, 중요한 것은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2030 청년의 투표율은 점점 오르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누군가가 ‘실망하지 않을, 그러면서도 매력적인 새로운 의제’를 띄우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그 의제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렵겠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이민자와 관련해서 최근 큰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위 기사는 극우성향 정당 자유통일당의 총선 후보자와 자국민보호연대라는 단체가 이주노동자들을 강제 검문·체포하는 활동을 했다는 기사입니다. 저는 이 기사를 처음 접하고 나서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불법이민자’를 직접 잡아서 경찰서에 넘기는 행위를 총선 전략으로 세웠다는 것과 그것을 실행하는 단체 이름이 ‘자국민보호연대’라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비인간적 행위를 총선전략으로 선택했다는 것은 사람들이 암암리에 가지고 있는 이민자 혐오를 이용하겠다는 것이고, ‘자국민보호연대’라는 이름을 사용했다는 것은 이민자를 자국민의 적으로 보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전형적인 약자에 대한 혐오입니다. 경제가 불안정해지고 삶이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되는 어떠한 집단을 혐오하게 되는데, 앞으로의 혐오 대상이 ‘이민자’가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과거부터 여러 나라에서 이어져온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는 이민자가 많지않아 정책적인 고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면서, 마치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을 간 것처럼,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들어오고 있어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민자들은 한국에서 고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제도에 의해 불법체류자가 되고, 실생활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사실 작년까지 크게 관심을 가져보지는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가을에 두바이에 가게 되면서 이민자를 자국민과 차별하는 것이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두바이가 속해있는 아랍에미리트는 80%가 이민자로 구성되어있는데 2021년 이전까지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거의 내주지 않았습니다(21년도부터 부동산을 보유하거나 과학자, 의사, 엔지니어, 예술가, 작가 등 특별한 재능과 직업을 가질 때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음). 그래서 온갖 복지혜택은 20%의 자국민만 받고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은 모두 이민자가 하고 있으며, 자국민은 주로 편안한 일자리를 얻습니다. 이 사실을 처음 인지하였을 때, ‘이민자 문제’가 얼마나 큰 문제인지 깨달았습니다. 그 나라 경제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80%가 정치적 권리를 가질 수 없다니,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리트만큼 자국민이 적지는 않으나 이민자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2015년 1,711,013명이었던 외국인주민 수는 2022년 2,258,248명으로 증가함). 이들은 우리나라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치적, 경제적으로 차별당합니다. 정치적 권리가 없으며 수혜의 대상으로만 인정됩니다. 신체적으로 힘든 일을 주로 하며, 비자가 끝나 불법체류자가 되면 그나마 있던 보호망도 잃은 체 저임금으로 착취당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시민권이 없다면 차별은 계속될 것입니다(물론 시민권 획득이 충분조건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생김새, 말투 등에 의해 시민권을 획득했더라도 차별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시민권 획득은 정치적 권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두바이에 같이 간 지인에게 너무 심각한 문제이지 않냐고 물어보자 “어쩔 수 없지 뭐. 자국민이 먼저지”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지인에게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주는 방법을 고민해봐야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했을 때, 그 지인은 절대 그러면 안된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너무나 단호하여 당황한 기억이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국제결혼 했지만 남편이 아기 태어난지 일주일 만에 죽어서 한국 국적을 따지 못한 여성에 대한 영상을 보았는데 많은 댓글들이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주면 도망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늦게 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이 문제를 다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두가 이민자 친구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집단에 대한 혐오는 그 집단의 구성원을 직접 만나고 이해했을 때 해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친구가 이민자일 때, 이민자에 대한 차별을 목격하면 함께 분노하겠죠. 다만 이민자와 친구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정책입안자 분들이 고민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이민자 권리를 확대하는 캠페인을 하거나, 공론장 논의 주제로 띄우거나, 관련 컨텐츠 등을 만드는 활동이 있을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이민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의제를 어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유통일당과 같은, 인권에 대한 아무런 의식도 없고 타인에 대한 혐오로 가득한 극우 정당이 득세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총선 공약, 국민에게 ‘힘’이 될 수 있을까?
🌪️총선이 성큼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각 정당은 공식 선거운동에 나섰고 후보자들이 나와 토론회를 여는 모습도 보입니다. 제일 재밌는 것 중 하나가 싸움 구경이라지만, 선거철 후보들의 입씨름을 보는 마음은 그리 유쾌하지 않습니다. 하나뿐인 표를 어디에 던져야 할지도 고민이고 어디에 투표한들 좋은 변화가 있을지 불안하기도 합니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가져와 봤어.”라며 갖가지 공약을 쏟아놓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시민을 위해 뛰겠습니다”라며 입바른 소리를 하지만... 과연 이번엔 믿어도 될까요?🤔 정말 나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 존경하고 나를 위해 일해줄 후보라면 나와 닮은 점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장 둘러보았을 때 제 삶을 이해할 것 같은 후보는 보이지 않습니다. 후보들의 평균 나이는 작년보다 높아졌고, 여성 후보의 비율은 줄었습니다. 다양한 삶은 끼어들 틈을 잃고 절박한 의제들이 외면받는 것 같다고 느끼는 건 저 하나뿐일까요? 허울좋은 단어로 길어진 고속열차가 달리는 동안 걸어서 이동하는 수많은 사람은 잔상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질 것만 같습니다. 🏃‍♂️🏃‍♂️🏃‍♂️ 저는 벌써 다리가 아프네요. 나열하기에 끝도 없을 문제들이 한국인의 삶을 짓누르고 있는 지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캠페인이 한창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이 복합적 위기들은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 시민이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결국은 정부와 정치권이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문제들이다. 정부와 21대 국회는 대부분의 미래 의제들에 대해 눈을 감고 입을 닫아 대안을 생산하지 못했다.  미래 의제가 사라진 선거, 괜찮은가요? (참여연대 2024.03.29) 그래서, 뭘 하시겠다고요? 👀 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각 정당의 공약을 둘러보니 나열한 순서에 따라 어떤 분야를 우선하고 있는지 알 것 같은데요. 1호 공약이 아무래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의제일 테니까요. 재미있게도 국민의 힘에서 발표한 1호 공약은 가족, 육아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지만요. 여가부 폐지를 염두에 둔 듯 해당 부처의 업무를 흡수하는 ‘인구부’를 신설한다는 내용이 눈에 띕니다. 일터와 가정에서 ‘모두 행복’할 수 있게 하겠다면서 여성/가족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는 폐지하겠다는 기조가 참 아이러니합니다. 국민의힘 '저출생' 총선 1호 공약…부총리급 '인구부' 신설 (노컷뉴스 2024.01.18)  우편으로 오는 공보물이 아닌, 선관위 홈페이지와 각 정당의 보도자료를 찾아 읽으면서 공약을 정독한 건 처음이었는데요. 매 호마다 다른 작성자에 의해 쓰인 티가 많이 난다는 걸 느끼면서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로 느껴진 감상은 답답함, 실망감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제목에는 청년의 행복, 희망 같은 것을 적었지만, 세부 내용을 읽다 보면 반가운 변화나 희망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지원을 확대하고 이것저것 바꾸겠다고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제 삶에 적용될지 그려지지 않는 것도 같습니다. (글쎄요, 아무래도 공약에 기술된 청년은 결혼을 준비하는 청년, 여성은 일도 하고 아이도 낳는 여성이었달까요) 저출생 등 주요 의제에 관해 여야의 주요 공약을 비교하는 기사도 읽어봤지만, 글에 인용된 전문가 역시 ‘아쉽다’는 평을 내놓았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여야 정책의 차별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청사 세종 이전이나 차별금지법, 경제민주화 등 논쟁적인 공약도 적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날 통화에서 “정치인들이 큰 어젠다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측면도 있고, 한국 사회가 고도화·선진화돼서 선택지가 좁아진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여야가 띄운 총선 화두는 ‘저출생과 기후위기’ (경향신문 2024.03.14)  휴, 저의 힘은 안 되어주실 모양😅 제 눈앞의 여러 문제를 ‘국민의 힘 총선 공약’이라는 채에 걸러보았는데, 걸러지는 것 없이 후두둑 제 몫으로 남은 것 같습니다. 가진 것 없이 먹고 살아야 하는 저의 주거 문제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혼자서도 잘 살고 싶은 저의 노후는 어떻게 상상해야 할까요? 🤯 ‘청년 없는 총선’이 맞는 것 같아서 한숨이 조금 나오지만, 투표를 포기할 순 없고요. 남은 시간 동안 작고 소중한 제 표 하나가 어디로 향해야 할지 고민해 보려 합니다.. 총선을 앞두고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이라면,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각 정당의 공약을 통합 조회해 보시길 권합니다. 묘하게 재미있는 시간일 수도 있어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정당까지 줄지어 총 59개 정당이 표시되어 있는데요. (선관위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정당의 버튼은 비활성 되어있습니다) 분석이 포함된 정보가 필요하다면 총선을 위해 작성된 여러 읽을거리를 함께 참조해도 좋습니다.  📌그래도 들여다 보자! 총선 공약 바로가기 📌 🔎22대 총선 관련 캠페인즈에서 더 읽기🔎 총선 저출산 공약, 함께 비교해볼까요? - 지은의 투표 | 캠페인즈  제22대 총선 친환경선거만들기 캠페이너 | 디지털 시민 광장, 캠페인즈  🤝총선, 인재영입이 말해주는 것 - 애증의 정치클럽의 토론 | 캠페인즈  요즘 핫한 동물권, 총선에서도 핫할까? - 진솔의 토론 | 캠페인즈 
부적격자는 밖으로: 대한민국 낙천낙선운동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 지난 1월 3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이하 2024 총선넷)'가 '다시 한번, 기억 약속 심판'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식을 가졌다. 90여 개의 시민 조직이 참여한 2024 총선넷은 혐오 정치를 종식시키고 희망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낙천낙선 활동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대한민국 시민사회가 이뤄온 낙천낙선운동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 *본 글에서는 낙천낙선운동을 처음 시작한 진보 진영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다룬다.▲ 2024총선시민네트워크 출범식 모습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제공 낙천 그리고 낙선 지난 3월 한 달간 뉴스에서 자주 등장한 단어는 아마 '공천'일 것이다. 데이터 분석 서비스 'Sometrend'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공천' 키워드 언급은 2,145건으로, 단순 계산 시 하루 평균 71.5건, 시간당 세 번씩 뉴스에서 다뤄졌다. 공천이란, 정당이 선거 출마자를 당의 후보로 공식 추천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성찰' 정당 소속 '박성장'이 선거에 출마하려면, 공천을 받아야 '성찰당의 박성장입니다'라고 소개할 수 있다. 공천에서 떨어지면 선거를 포기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한다. 낙천낙선운동은 바로 이 공천에서 시작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낙천(공천에서 탈락시키기) 운동은 부적격자를 사전에 정당 밖으로 나오지 못 하게 하는 것이며, 낙선(후보자를 탈락시키기) 운동은 이미 후보로 등록된 사람을 선출하지 않는 것이다. ▲ 지금도 쏟아 지고 있는 ‘공천’ 키워드 ⓒ성찰과성장 감시에서 낙천낙선으로 대의민주주의(의회정치)에서 정당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다. 정당은 다양한 사회적 이해관계를 하나의 정치적 의제로 집약하여 유권자가 자신의 의견을 정책과정에 반영시킬 수 있게 한다. 또한 정당 활동을 통해 유권자가 정치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시민 참여가 촉진되고, 민주적 참여 방법에 대해 배우게 된다.그런데 이런 정당 시스템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 할 때, 정당의 역할을 대체하려는 새로운 흐름이 생겨난다. 이미 유럽(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는 1970년대부터 유럽의 시민사회는 기성 정당 체제(위계적이고 비민주적인 대의 방식)에 비판을 제기하며, 새로운 정치 이슈를 제안해왔다(Lawson and Merkl, 1988; Dalton and Keuchler, 1990).이런 세계적 흐름 속에서 등장한 것이 2000년 ‘총선시민연대’다.  잠시 세기말로 눈을 돌려보자. 1999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등 중앙시민단체를 주축으로 ‘국정감사 모니터 시민연대(이하 국감연대)’가 결성됐다. 목적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평가였다. 하지만 국회 14개 상임위원회 중 9개 상임위가 국감연대의 방청을 불허하고, 2개 상임위는 부분 방청만 허용했다. 국회의 입장은 시민이 감히 국회의원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 변호사 출신 의원은 “시민단체가 무슨 권력 집단이냐? 아예 완장 차고 교통단속도 하지 그러냐.”라며 비꼬았다(참여연대 2012).상임위 회의실에 입장조차 못 한 국감연대는 좀 더 근본적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실무자를 중심으로 낙천낙선 운동팀을 꾸렸다. 여성단체연합,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이 주축이 돼 2000년 총선시민연대를 결성했다. 총선시민연대는 2000년 1월 1차로 66명을, 2월 2차로 42명의 공천 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부적격 기준은 부패 행위, 선거법 위반, 헌정파괴 반인권 이력 등이었다. 총선시민연대가 부적격자로 판단한 102명 중 64명은 결국 당의 추천을 받아 총선 후보로 공천되었다. 2000년 4월, 총선시민연대는 64명에 출마자 22명을 더해 86명의 낙선 대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최종적으로 86명 중 59명(68.6%)이 낙선되는 성과를 얻었다. 시대별 낙천낙선 운동 낙천낙선운동은 16대(2000), 17대(2004), 19대(2012), 20대(2016) 총선에서 이뤄졌다. 18대와 21대 총선은 연대 조직이 결성되지 않았다. 이 운동은 각 시기의 쟁점에 맞춰 부적격자 기준을 조정했다. 구성 조직이나 세부 방향에 차이는 있어도 핵심은 낙천낙선운동이었다. 현직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17대 총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찬성투표 의원들이 낙천낙선 대상에 추가되었다. 또한 ‘비례대표 부적격 후보’도 개별적으로 별도로 발표했다. 17대 총선에서 낙선 대상자 63%를 낙선시키는 성과를 얻었다(206명 중 129명 낙선).18대 총선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반대 운동을 펼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는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 등으로 인해 진보 진영 시민사회가 결집하는 총선 대응 조직은 꾸려지지 않았다. 각 단체에서 개별 대응하거나 분야별(2008총선미디어연대)로 대응 조직이 꾸려졌다.19대 총선에서는 ‘2012총선유권자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낙천낙선운동이 개진됐다. 해당 시기의 뜨거운 쟁점이었던 한미자유무역협정, 의료 민영화 등이 부적격자 기준이 되었다. 19대 총선에서는 낙선 후보 55명 중 15명(27%)만 낙선하는 아쉬운 성과를 얻었다.20대 총선은 비극적인 세월호 참사 이후 치러진 첫 총선이었다. 부적격자 기준에 세월호 참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기준 등이 추가되었다. 또한 시대 흐름에 맞춰 ‘3분 총선’ 등 온라인 환경을 적극 활용했다. 2016총선넷이 추린 집중심판대상자(낙선명단) 35명 중 15명(42.9%)이 낙선했다.21대 총선에서는 18대 총선처럼 범연대 조직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경실련이 '21대 총선 후보 선택 도우미(vote2020.ccej.or.kr)' 사이트를 통해 특정 후보자에게 ‘낙선’ 표시를 달았고, 환경운동연합은 각 당의 환경 공약을 평가하여 등급을 매기는 등 단체마다 개별 대응했다. 성과 그리고 과제 2000년에 시작된 낙천낙선운동은 높은 낙선율로 시민운동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성과를 보였다. 이 운동을 주도한 총선시민연대는 낙선 대상자의 67%를 낙선시키며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특히, 수도권에서 비적격 판정을 받은 20명 중 19명을 낙선시키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 운동은 권력 감시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형태의 정치운동으로 발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그러나 이 운동에는 명확한 한계도 있었다. 단순히 인물 교체에만 초점을 맞추며 근본적인 정치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 강한 당파성으로 인해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점,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네거티브 운동이라는 비판이 그것이다. 이러한 비판을 수용하여, 2004년 총선부터는 긍정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한 당선 운동도 등장했다.▲ 2024총선넷에서 선정한 ‘최악의 후보’ ⓒ2024총선넷 누리집 갈무리한편 2024년 총선시민네트워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 운동이 과거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구체적인 정치 개혁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시민사회와 정치권 사이의 건설적인 대화와 협력의 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단순히 부적격자를 배제하는 것을 넘어, 유능하고 도덕적인 인물들이 정치에 참여하도록 격려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신뢰와 참여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해나가길 기대한다.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의 노력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동력이 되길 바란다.참고문헌 참여연대 누리집 경실련 누리집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누리집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정치] 의정 감시에서 업그레이드된 정치 참여 시민운동, 낙천낙선 운동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요?>, 2020.10.13. 강창구, <안산 시민 70% 시민단체 낙천ㆍ낙선운동 공감>, 연합뉴스, 2000.12.16. 김호경, <20대 총선 낙천·낙선 운동 본격화…공천 부적격자 기준은?>, 동아일보, 2016.2.23. 손봉석, <20대 총선 낙선·낙천운동 위력은?…16·17대 총선은 낙선운동 성공률 60% 넘어>, 경향신문, 2016.3.23. 김태진, 이수현, <시민단체 '총선 사이트'는 낙천·낙선운동 버전?>, 매일신문, 2020.4.29. 조재연, <보수·진보 시민단체 4·15 총선 낙천·낙선운동 시동>, 문화일보, 2020.2.21. 김현철, <‘낙선운동 합법’ 2024 총선넷 “혐오정치 끝내고 희망정치로”>, 인천투데이, 2024.1.31. Lawson, Kay and Peter Merkl, eds. 1988. When Parties Fail.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Dalton, Russell and Manfred Kuechler. 1990. Challenging the Polit cal Order.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대안을 배달해드립니다 - 창작그룹 '성찰과성장'글 작성 및 편집 : 박배민성찰과성장.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