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8일 SNS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독도가 사라졌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게시자는 윤석열 정부와 이전의 문재인, 박근혜, 이명박 정부를 비교하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독도가 언급된 횟수를 나열하였는데요. 이전 정부에서는 적게는 26번에서 많게는 39번까지 독도가 언급된 반면, 현 정부는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아 횟수가 0이라고 게시되어 있었습니다. 해당 게시글은 253.4만 명이 조회했으며, 재게시는 1.6만에 달했는데요. 확산된 이 글의 내용이 사실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사진: SNS 화면 캡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사라진 독도, 그 시작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독도가 사라졌다는 글은 어떻게 올라오게 되었을까요. 힌트는 해당 트윗에 있었는데요. 해당 트윗엔 각 정부의 업무보고 속 독도 언급 횟수와 함께 경향신문 기사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기사 내용을 확인해보면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의 주장을 인용했음을 알 수 있었는데요.
핵심 내용은 “이명박 정부 5년 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독도를 28차례,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독도를 26차례”, “문재인 정부 때에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대통령 업무보고에 독도가 모두 39차례” 언급된 반면 “윤석열 정부 들어선 해수부가 독도 관련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라는 점이었습니다.
10일 오전에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임 의원이 유사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 날, 임 의원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대통령 업무보고에 독도와 관련된 언급이 없다. 왜 이런 거냐”고 물었고, 독도 주변 해양 조사에 대한 일본의 항의 사건을 언급한 뒤 역대 정부에서 업무보고 받을 때 독도가 언급된 횟수를 공개했습니다. 이후 이 발언 내용은 다양한 언론사의 보도로도 이어졌습니다.
※ 뉴스 자료: 구글 검색 화면 캡처
업무보고에서 독도가 사라졌다?
이제 SNS의 글과 맥을 같이하는 임미애 의원의 말이 사실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임 의원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연도별 해양수산부의 업무보고를 살펴봤습니다. 연도별 업무보고 내용은 해양수산부(이명박 대통령 임기에는 국토해양부. 현재 국토교통부)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업무계획에서 확인했으며, 임 의원 주장과 동일하게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정부로 한정하여 진행했습니다.
발언 횟수 확인을 위해 문서 내 키워드 검색기능을 활용함과 동시에 직접 읽으며 ‘독도’가 들어간 내용을 추출했습니다. 동일한 내용이 중복된 경우는 배제했고, 해당년도의 업무계획에서 독도와 관련된 언급만 뽑아 정리했습니다. 다만 임 의원이 어떤 기준으로 횟수를 세었는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불가능했습니다.
위의 조건으로 업무보고 내용을 확인한 결과, 이명박 정부 13회, 박근혜 정부 25회, 문재인 정부 20회의 독도 언급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경우 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서 독도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정리해보면 임 의원 주장은 이전 3개 정부의 언급량에서 일부 숫자의 차이가 있었으나 윤석열 정부의 경우 언급이 없었기에 사실이었습니다.
※ 해당 표는 해양수산부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업무보고의 내용을 발췌하여 제작하였습니다.
업무보고에는 어떤 내용이 있었을까
업무보고 양식에는(연도에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지난해 성과, 올해 국내외 상황, 업무계획, 일정, 업무계획 요약, 예산, 관련 법률 등이 들어있습니다. 앞서 확인한 각 정부별 언급 내용을 보면 현 정부 이전 세 정부는 독도와 관련된 여러 정책을 계획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의 독도 관련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영토주권 강화’를 위한 정책 뿐만 아니라 생태계 보전, 학술 조사, 시설 확충 등 다각도에서 독도와 관련된 정책이 수립되었습니다.
다만 윤석열 정부 시기 해수부의 업무보고에는 해당 내용이 없었으나, 독도와 관련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해양영토 보존, 이용, 개발’에 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 정책에 독도가 명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실제로 업무가 실행되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끝으로 지난 7월 10일 열린 해수부 전체회의에서 임미애 의원은 강도형 해수부 장관에게 “다음에 보고하실 때 독도와 관련된 보고를 정확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8월에 독도와 관련된 지속 가능한 사업이 있다”며 “사업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거기서 나오는 시사점들을 담아서 국회에 올 때 어떻게 할 건지 다시 보고”한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이후에 대통령에게 독도와 관련된 업무보고가 이뤄질지, 어떤 내용의 보고가 올라갈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건 어떨까요.
*이 콘텐츠는 노무현시민센터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 활동으로 작성됐습니다.
**노무현시민센터는 지원 외에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의 활동에 개입하지 않으며,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가 작성하는 콘텐츠는 독립적으로 기획, 작성됩니다.
***콘텐츠 작성은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와 시민팩트체커 그룹 K.F.C.의 협업을 통해 진행됐습니다.
코멘트
5오.... 최근에는 독도 관련 뉴스도 많이 못 본 것 같은데... 그것과도 연관되어 있을까요...
신기하네요. 독도에 대한 언론과 대중의 언급은 여전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사회의 관심은 그대로인데 담당하는 해수부에서 언급이 '0회'라니 놀랍습니다. 기존에 20회 가까이 되던 것이 다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완전히 0회가 된 것은 무언가 방침이나 전략이 바뀌는 배경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하게 되네요.
정말 이해가 안되네요.. 보수는 친일이라는 프레임은 정치양극화만 부추기는 별로 안좋은 프레임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한 국가가 국가의 영토를 수호하는데 역할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행위를 한다면 국가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게 됩니다. 정작 일본은 수많은 작은 섬들을 영토로 가지고 있어 실질적인 해양제국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상황인데 말이지요. 최근에 독도가 오래전부터 우리 땅이었다는 증거가 또 나왔다고 하던데 말이지요..
이런 지적 이후 어떤 업무동향을 보고할지 궁금해지네요. 그래도 변화가 없다면 의도적인 행동이었다고 볼 수 밖에 없겠습니다.
임미애 의원 주장과 실제 확인된 독도 언급 숫자가 조금 다르긴 한데 핵심인 윤석열 정부 업무보고엔 언급이 없다는 건 사실이네요.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는 각 부처가 하는 핵심 업무가 담기기 때문에 언급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일로 생각하느냐 아니냐를 따지는 기준이 되어왔죠. 그래서 이 사실이 더 의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독도가 이렇게 별일 아닌 것처럼 치부되어도 되는 시기가 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