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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에너지 생산하고 판매까지... 이런 동네, 가능합니다
▲  시민들이 기후위기에 대응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언플래쉬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협력은 어떻게 가능할까?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에너지 전환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에너지원을 바꾸는 것만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에너지를 소비하는 태도 전반에 걸친 변화를 포함합니다. 작게는 일상에서 에너지 사용 습관을 바꾸는 것부터 도시의 구조,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변화, 에너지 소유와 통제 시스템까지. 에너지 전환을 위해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방식을 상상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에너지를 어떤 식으로 전환할지, 우리 일상을 바꿔야 하는 문제에 대해 보다 많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고 협력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에너지자립마을은 주민들 스스로 마을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공동체를 말합니다. 주민들이 에너지 생산, 공급에 직접 참여하여 에너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지역의, 일상의 에너지 전환을 만들어 간 국내외 에너지자립마을의 사례를 통해 시민주도의 에너지 전환의 의미와 기후위기의 대응에서 시민협력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상상하고 나누는 노력, 에너지자립 마을 성대골 성대골은 서울시 동작구 상도 3, 4동 성대시장에 자리 잡은 도시형 마을입니다. 대도시 안에 있는 에너지자립마을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2011년부터 지금까지 에너지 전환을 위해 안 해 본 것이 없는 국내의 대표적인 에너지자립마을입니다. 성대골 마을은 일본 후쿠시마 제 1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주민들을 중심으로 ‘절전소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주민 스스로 에너지 강사가 되어 학습과 실천을 통한 변화를 만들어 갔습니다. 또한 에너지 문제를 다루는 기업을 만들자는 데 뜻을 모으며 ‘마을닷살림' 협동조합을 만들고, 마을기업 ‘에너지 슈퍼마켙’도 열었습니다. 특히 여성, 청소년, 다문화, 인권, 노동 등 성대골에 함께 있는 다양한 활동 커뮤니티와 연결됨으로써 주민 중심의 에너지 전환운동이 확장되고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성대골의 에너지 전환운동은 ‘서울시 원전하나 줄이기 정책'에 반영되어 에너지자립마을을 만드는 파트너로 함께 성장했고, 일상의 실천을 넘어 시스템적인 변화에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시민회의를 조직한 것도, 온실가스 총량을 줄이지 않는 국가에 대한 소송도 성대골에서 제안하고 적극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성대골 마을의 활동 원동력은 참여하는 주민들이 에너지자립의 필요성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가 쓰는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에서 오는지를 알고, 절약과 효율로 내가 쓰는 전기를 먼저 줄이는 것부터 시작한 후 자연적인 방식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까지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민에게 저 멀리 떨어진 발전소와 송전탑을 거쳐 이 전기가 나에게 오는 동안 누군가의 희생과 부담이 있었을지 상상하고 나누려는 노력. 에너지전환은 이런 시민 스스로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실천과 이를 지원하고 확대하는 정책이 함께 해야 가능할 것입니다. ▲  성대골 마을기술학교의 ‘우리집 그린케어'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성대골 전환센터 '우리가 바꿀 수 있다' 오스트리아 무레크 에너지 전환 오스트리아의 무레크(Mureck)는 몇몇 주민의 아이디어로 마을에서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 아이디어에 동의한 지역 농민 200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에너지 협동조합(SEEG)을 설립했습니다. 농민들은 협동조합의 설립뿐만 아니라 민주적인 운영을 위해 주민들의 투표로 임기제 사장을 선출하거나 주요 사항을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며 주체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에너지 전환이 자신들의 일이 된 무레크 주민들은 지역의 대학과 산학협력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매뉴얼에 따라 적극적으로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참여했습니다. 그 결과 폐식용유 등 마을 자체에서 생산하는 연료로 지역의 난방, 주유 등의 에너지를 100%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쓰고 남은 70%의 잉여에너지는 다른 지역에 판매하여 수익까지 만들어냅니다. 지역 주민으로부터 시작한 아이디어가 주민들의 지지로 길을 열고,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 개인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그 개인들의 행동이 모여 커다란 변화를 일구어낸 것. 무레크의 지역 주민들은 이 모든 과정을 직접 겪었습니다. 그리고 주민의 참여와 협력이 이 지역 전체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며, ‘우리가 해낼 수 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성취감을 가지게 된 무레크 주민들은 이후 지역의 목재를 활용한 열에너지 전환과 전력 분야의 자립 등 에너지 전환 실험을 끊임없이 시도해나갑니다. 이처럼 중앙 정부의 주도로 진행한 하나의 정책이 아닌, 주민의 주도와 협력으로 이루어진 실험과 성공은 그 지역 주민들의 또다른 동력이자 귀한 자산이 됩니다. 무레크의 사례는 인근 지역인 그라츠(Graz)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라츠는 지역에서 생산할 에너지의 다양한 원료를 주민들의 일상에서 효과적으로 얻기 위해 지역 주민들과 앱(App)을 통해 폐기물의 정보와 수거방식 등을 적극적으로 공유했습니다. 특히, 주민들이 매뉴얼대로 폐기물을 버릴 뿐만 아니라 직접 폐기물의 사진을 촬영하여 앱에 업로드하면 GPS 기반으로 폐기물의 빠르고 정확한 수거로 이어지는 방식은 작은 실천을 통해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성취감을 안겨줍니다. ‘우리가 할 수 있다'라는 자기효능감은 개인의 변화만이 아니라 주변 지역에도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줍니다. ▲  유채로 바이오디젤을 만들고 있는 무레크 마을의 모습 ⒸSEEG Mureck 홈페이지 시민 중심의 에너지협동조합을 통한 에너지 전환 독일의 재생에너지 협동조합 역시 시민참여를 통해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해 온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독일의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1990년대만 하더라도 전체 생산 전력의 3.1%에 불과했지만, 2018년 기준으로 40%를 넘기며 발전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에너지전환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에너지전환 기조를 유지하며, 사회적 합의를 발전시켜온 가장 큰 동력으로 '주도적 시민참여'를 뽑았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2019)에 따르면 협동조합의 장점은 재생에너지 생산을 통해 창출한 경제적 수익을 분배한다는 점 외에도, 조합원들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돕는다는 데 있습니다. 주식회사와 달리 주민 모두가 동등한 의결권을 가짐으로써 지역의 에너지문제 해결과정에서 자발성을 가질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에너지전환을 통한 협동조합 배당금(실질적 수익)이 그리 높지 않음에도 재생에너지 사업이 지역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내 손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효능감과 만족감 덕분이기도 했습니다(프레시안, 2020). 확대된 시민의 역할을 바탕으로 진행된 지역의 에너지전환은 실제 에너지 공급에도 큰 기여를 했습니다. 기존 화석연료가 바탕이 된 중앙집중식 전력수급 체계와 달리, 지역 단위의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도출된 해결책은 자급이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만들고 남은 에너지는 판매함으로써 중앙정부도 협동조합 활성화를 적극 권장하고 지방정부의 거버넌스를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시민 중심의 에너지전환이 지역을 넘어 중앙 정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요. ▲  독일 재생에너지 기반 발전량과 에너지 협동조합 개수의 변화 (1990년~2017년)Ⓒ독일에너지전환대화(2018) 에너지 전환 속 시민주도성 국내외 에너지자립마을의 사례는 훨씬 많고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함께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 지구적 위기에 우리 스스로, 함께 풀어야 하는 문제라는 인식이 그만큼 확장되었기 때문이죠. 우수한 에너지자립마을의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지점은 ‘시민주도’입니다. 에너지 정책의 파트너로, 변화의 주체자로, 의사결정자로, 다양한 시민주도 에너지 전환활동을 통해 시민들의 협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전환은 삶의 전면적 전환이고 국가의 힘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나의 자리에서부터 에너지 자립을 실천하고 그 실천의 마음들이 계속 연결되어야 합니다. 빠띠도 에너지 전환을 위해 작은 실험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린워싱을 주제로 시민들과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협력해 공익데이터를 만들어 보는 데이터실험 활동(링크)입니다. 시민주도는 문제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해 작은 행동과 협력 이런 경험들이 서로를 성장시키며 우리 모두의 일로 공감을 확장하는 것에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확장된 연결들이 사회 변화의 축이 되어 시민이 중심이 된 에너지 전환을 더 많은 일상과 마을에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 : 우디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활동가 / woody@parti.coop 이 글은 오마이뉴스, 빠띠 홈페이지, 빠띠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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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시설에서 탈출한 얼룩말은 동정과 귀여움의 대상이 되고, 마찬가지로 시설에서 탈출한 장애인은 비난과 혐오의 대상이 된다. 만약 얼룩말이 누군가를 다치게 했다면 어땠을까. 만약 그랬다면, 다친 이에 대한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어떻게든 제압해서 안전하게 시설에 가두어야 할 위험한 존재로 취급받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얼룩말과 장애인은 과연 구분될 수 있었을까. 누구의 평화이고 누구의 폭력인가. 평화와 폭력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수시로 반복하는 질문이다. 그렇다면 누구의 위험이고 누구의 안전인가. 시설은 누구의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가. 왜 사람들은 (사람들에게도 얼룩말에게도) 위험천만했던 얼룩말의 탈출을 그토록 재빨리, 우연히 일어난 귀여운 에피소드로 취급해버리는가? 그것은 무엇을 지워버린 채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시도인가? 지워지는 건 무엇인가? 그 평화로운 일상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평화를 깨뜨리고 사회가 위험과 폭력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하는 장애인은, 존재 자체가 그 위험을 증언하고 있기에 위험한 존재가 된다. 위험한 존재의 등장을 사람들은 반기지 않는다. 그것은 기존의 일상을 다시 보게 만들고, 폭력의 시스템에 실은 동조해왔음을 자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불편하고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언은 언제나 예언이다. 다치거나 아프거나 늙으면 당신도 시설로 들어가야 한다고, 실은 학교나 군대나 감옥이나 공장까지도 시설의 또 다른 종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나아가 형제복지원처럼,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 갑작스레 위험한 존재가 되어 시설에 가둬지곤 한다는 것까지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이라고 과연 거기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역사를 통틀어 당대에 사랑받는 위험한 예언자는 없다. 그러나 세상의 희망은, 거대한 폭력의 연쇄에 가해자로 연루되어 간 사람들이 아니라, 예언자의 말을 들을 줄 알고 간신히 산속으로 낯선 땅으로 도망쳤던 사람들일 것이다. 얼룩말은 그 온 몸으로 내달려 과연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지하철에 타는 장애인들은 과연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몸뚱아리 밖에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제 몸으로 깎아가며 무언가를 말한다면, 그럴 때 문제는 말하는 쪽이 아니라 듣는 쪽에 있기 마련이다. 이 글은 제 페이스북에도 동시에 업로드 되었습니다. 
장애인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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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적인 대일외교에 대하여: 강제징용 문제
인간사는 비정한 데가 있다. 입으로는 선한 것을 이야기하면서도 속으로는 복잡하게 머리를 굴리며 계산을 하고, 수많은 생명이 죽어가는 것도 그저 숫자로만 보고 넘긴다. 누군가 친절을 베풀면 그를 배신하려 들고, 누군가 예의를 차리면 그를 우습게 여기려 든다. 개개인의 일에서도 이런 측면이 있는데, 외교는 오죽하랴! 미얀마의 민주화운동,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튀르키예의 강진을 보면서 무엇이 이득이고 무엇이 손해인지를 따지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경상도 말로 ‘천지빼까리’다. 물론 외교라는 것에는 늘 고공에서 줄을 타는 것 같은 위태로움이 존재한다고 하니 냉정한 손익계산을 무시할 수야 없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으면 살짝 지치는 마음이 들고 너무 심하면 저것들이 언제 사람되나 싶은 마음도 든다. 그런데, 이 비정한 현실 속에서 국민 누구도 해달라고 한 적 없는데, 피해자가 가해자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제발 좀 친하게 지내자고, 당신들이 뭐라시던 우리는 모든 피해를 잊고 당신을 위해 살겠다고 우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보이는 태도가 바로 그렇다. 하지만, 우리가 납작 엎드려 우리가 가진 것을 다 긁어가쇼 하고 읍소를 하면 할 수록, 그 읍소를 받는 사람들이 고마워할 리는 만무하다. 도리어 더 내놓으라고 할 것이다. 이것 또한 현실의 비정함이다. 2022년 광복절, 윤 대통령은 일본을 두고 ‘함께 힘을 합쳐야 하는 이웃’이라고 했다. (MBC.2022.08.15.) 대체 광복절에 굳이 이런 소리를 해야하는 이유가 뭐였을까? 이런 말을 듣고 가장 좋아한 것은 미국이다. 미국의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수석부차관보는 “윤 대통령의 이런 접근법이 잘 관리되고 일본이 윤 대통령의 선의에 상응하는 조치를 한다면 그것은 동북아시아의 안보 역학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일본은 이런 말을 듣고 뭐라고 반응했을까? 닛케이아시아(日経アジア) 신문은 한일관계를 잘 풀고 싶으면 윤 대통령이 해결책을 찾아서 들고 오라고 말했고(비지니스포스트.2022.08.18.), 산케이신문은 한국이 먼저 보여주는 것도 없는데 관계 개선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産経新聞.2022.08.20.) 한국 국민들은 생각지도 못한 카운터 펀치를 얻어맞은 것이다. 그러더니만, 금년 삼일절에는 더 뒤집어지는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연합뉴스.2023.03.01.) 유관순 기념관에서 진행된 이 행사에서,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과거사 왜곡에 관한 이야기는 한줄도 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온 나라가 시끄러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삼일절이 뭔지는 알고 온 걸까?” 이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당연히 찬사를 보냈고(서울신문.2023.03.02.) 일본에선 대꾸도 안 했다. 일본에게 침략을 당했던 중국에선 윤 대통령의 기념사에 대해 ‘이례적인 아첨‘이며 ’외교정책이 몽유병 상태‘라고 말했다. (Globaltimes.2023.03.02.) 물론 중국의 이러한 날선 반응에는 미국에 대한 견제도 들어있지만, 같은 피침략국으로서 한국이 해선 안 되는 말을 했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며칠 후, 나는 깨달았다. 이 날의 기념사가 강제징용 배상금의 한국 기업 대납을 위한 빌드업이었음을. 세상에 어떤 나라에서 피해자가 자기 돈으로 피해에 대해 보상하고 배상을 한다는 말인가! 어떤 피해자가 제대로 된 사과도 보상도 없는데 가해자에게 손을 내밀며 잘 지내보자, 과거는 다 잊으마 한다는 말인가! 비참할 따름이다. 심지어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일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 (윤 대통령과 요미우리 신문의 인터뷰 일부) “과거 강제징용과 관련하여, 65년의 협정이나 양국 정부의 조치를 문제로 삼아, 한일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2018년 대법원 판결에 의해, 한일관계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즈음의 정치, 외교적인 양국의 입장과 협정에 관한 사법부의 해석 사이의 부분은, 정부가 지혜를 짜내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나는 정치를 시작하기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제3자 변제라고 하는 해결법은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내가 정치를 하기 전에 법률가로서 활동하고 있었을 때에도, 이런 해결책이 합리적이지 않은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강제징용문제로 악화된 한일관계를, 반드시 정상화해 발전시키는 것이, 내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이기도 하다.” “내가 정치에 발을 들이기 전에도, 강제징용의 해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 재단의 기금을 통한 해결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하기도 했고, 또 내가 취임한 이후, 이 부분을 국가안보실과 외교부에서 진행해 왔다. 관계가 있는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고, 이후에 다시 구상권이 행사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검토하여, 이번에 강제징용 해결책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물론, 한일관계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려고 하는 정치 세력도 많다. 그러나 나는 이런 대외관계, 외교관계를 국가의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관철시켜 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외교 문제를 국내정치에 끌어들이는 것은, 국익의 차원에서도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학생 때 생각한 것은, 일본은 선진국 답고 깨끗하다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정직하고 무엇이든 정확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히토츠바시대학 교수의 집에도 초대받아 식사를 했다. 매우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또 나는 일본 음식이 너무 좋다. 모리소바나 우동, 장어덮밥 등을 너무 좋아해서, 지금도 <고독한 미식가>가 한국 텔레비전에 나오면 반드시 본다.” (読売新聞.2023.03.15.) 그렇다고 일본 정부가 이에 호응하며 고맙다고 해주었는가? 그것도 아니다. 한국정부가 한국 기업에게 돈을 걷어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겠다는 말을 하고 3일 후(9일), 일본의 외무대신(외교부 장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는 중의원에서 이렇게 말했다. “강제노동에 관한 조약” 상의 강제노동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들(개별도항, 모집, 관 알선 등)을 강제노동이라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強制労働に関する条約』上の強制労働には該当しないと考えている。これら(個別渡航、募集、官斡旋など)を強制労働と表現するのは適切ではないと考える (WoWKorea.2023.03.11.) 사실상 일본의 입장에는 아무 변화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요란을 떨며 일본까지 가서 한 정상회담은 또 어땠는가? 한국 국민들에게,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오므라이스 말고 기억에 남는 게 도대체 무엇이 있는가? 일본에서는 한국의 강제징용 대납 결정에 환영한다고 말하면서도 일본의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 등의 경제/무역 문제에 대해선 가타부타 직답을 피하고, 한국이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보겠다는 식의 말을 슬그머니 내놓고 있다. (헤럴드경제.2023.03.17.) 결국, 과거사 문제를 협상 카드로 내밀며 저자세로 나갔지만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 일본의 경제산업대신(한국으로 치면 산업 부처의 장관) 니시무라 야스토시의 트위터. 일본 정부가 한국 대상 수출관리를 해제하고 한국도 WTO 제소를 취하하겠다고 보도한 NHK 뉴스를 리트윗하며 이렇게 말했다. “수출관리조치는 ‘해제’한 것이 아니다. 한국의 WTO 제소 취하를 확인하고 사흘간의 정책 대화를 통해, 세 가지 품목 - 반도체의 소재가 되는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플루이미드, 플루오린화 수소 - 의 수출 관리 체제 운용을 신중하고 꼼꼼하게 확인을 한 후, 일정 정도의 개선을 확인할 수 있으면 운용을 재검토할 것이다. 국가 단위의 대처는 이후 정책대화를 통해 무역관리의 실효성을 다시 확인할 것이다. 한국 측의 자세를 신중하게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그뿐인가?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는 박근혜 정부 시절의 회담을 한국측에서 착실히 이행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NHK.2023.03.16.) 기시다 총리의 말이 사실이냐고 한국 기자들이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물으니, 장관은 자기가 답할 사항이 아니라고 답을 한다. (KBS.2023.03.18.) 외교 사안을 외교부 장관이 답할 수 없다는 게 무슨 말인가? 백번 양보해서 정상회담에서 오간 이야기 전부를 일반에 공개할 수 없다고 쳐도, 일본이 저런 이야기를 한게 사실인지 아닌지 정도를 확인해 주는 이야기를 못 한단 말인가? 논란이 되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2023.03.22.) 양국의 정상회담 내용을 기억에 의존한다는 말인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 결정은 한국 사법부가 인정한 개인 위자료 청구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또 일본 기업의 사죄나 배상 없이 오직 돈에만 집착하는 해결책이어서 피해자의 존엄성 회복이나 식민주의 극복과는 거리가 멀다.” 강제동원 진상규명 네트워크 대표 히다 유이치(飛田雄一) 씨의 말이다.  일본 정계에서 2018년에 잠깐 유행했던 말로 ‘밥 논법(ご飯論法)’이라는 게 있다. “아침밥 드셨어요(아침식사 하셨어요)?”라는 질문이 들어왔을 때, 정치인들은 자기가 답하기 곤란하다고 느끼면 “쌀밥은 먹지 않는다”라고 답한다는 것이다. 맥락에 관계 없이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서 논점을 뒤틀고 자신은 논의에서 빠져나가는 수법이다. 식민 지배에 대해 배상을 하라는 것은 돈을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과를 하라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일 외교를 주관하는 자들은 혹시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를 개인끼리 술 마시고서 치고 받아서 생기는 술자리 다툼 문제쯤으로 아는 것일까? 그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이런 결정을 통해 당신들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대한민국의 영업사원이 되겠다는 말이, 대한민국을 팔아먹겠다는 뜻이었는가? 이완용은 나라 팔아서 돈이라도 챙겼지, 지금 정부는 되려 돈을 주고 나라를 팔아 치우려 하고 있다. 한국의 국민으로서 비참하고 참담한 마음 뿐이다. 한국은 제국주의 피침략국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 성공한 나라라고 회자된다. 그래서 식민지를 겪었던 수많은 나라에서는 한국의 경험을 배우기 위해 한국의 사례를 공부하고 한국으로 유학을 오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한국이 이런 굴욕적인 저자세를 보이는 것은 과거 제국주의 시절의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안 좋은 신호를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식민지배를 겪었던 나라들이 자신의 피해를 이야기하려 하면, 구 제국주의 국가들은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른다. “야, 한국을 봐!” 일본인 중에도 강제징용 피해자, 위안부 피해자들이 있다. 우익들이 이번 한국의 자체 배상 소식을 들고 와서 그들에게 “한국을 보라”고 말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도무지 뉴스를 보고 싶지 않은 지금이다.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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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의를 향한 민주주의의 여러 얼굴
기후정의를 향한 민주주의의 여러 얼굴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기후위기의 심각함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이어지는 기후변화가 있다’는 문항에 대한 긍정 95%, 인간 활동 때문에 기후변화가 발생했다고 믿는 비율 86%, 기후위기 대응이 미흡하다는 응답 73.5% 등의 수치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기후활동가 아빠, 2023)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기에 대한 인식만큼 시민적 대안 도출을 해내지 못해서일까요? 전문가들의 문제일까요? 시민들을 대의하지 못하는 정치권의 문제일까요? ‘기후정의’는 기후위기의 원인이 정의롭지 못함을 인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천하는 사회운동을 말합니다. ‘민주주의'는 기후정의와 떼려야 뗄 수 없이 함께 등장합니다.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민주주의가 필수적이라는 말인데, 이 민주주의는 어떤 의미일까요?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민주주의의 다양한 의미라는 차원에서 지난 일들을 살펴봄으로써,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실질적 대응의 방향을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복원해야 할 민주주의 기후정의운동에서의 민주주의의 의미 중 하나는 ‘민주주의의 복원'입니다. 전지구적인 자본주의 영향 속에서 ‘경제성장’이 사회의 지상명령이 되는 것은 기후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인간의 생산은 생존을 넘어 욕망과 축적을 위해 지속불가능한 방향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가진 나라, 가진 자의 부를 늘릴 뿐이기 때문에 양극화와 불평등, 탄소배출에 따른 기후위기가 심화됩니다. 부유한 나라, 부유한 계급의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은 점점더 강해지고, 민주주의는 훼손되고 형식화됩니다.  이처럼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는 자본에 의한 정치·사회의 식민화에서 비롯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후위기로 피해를 얻게 될 다수의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행사하는 민주주의를 복원, 혹은 실현하는 것이 기후정의의 목표가 됩니다.   시민행동으로서의 민주주의 두 번째는 ‘시민행동’입니다. 기후위기를 인식한 시민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및 비영리조직 등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천하는 다양한 시민행동이 또 다른 민주주의의 의미입니다. 2021년 9월 24일 5만여명이 참가한 ‘9.24 기후정의행진’이 최근의 시민직접행동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400여개 단체와 2,400여명의 추진 위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조직위원회에 의하면 “기후정의행동은 정부와 기업의 녹색성장과 탄소중립 정책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돈벌이 시장을 창출하는 것에 불과한 상황에 맞서, 기후정의를 기치로 기후위기를 초래한 현 체제에 맞서고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세계를 만들기 위한 싸움”으로 정의됩니다.(9.24 기후정의행진 홈페이지)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가 기후정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말은 시민행동이 민주주의의 또 다른 의미라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세 번째는 다양한 ‘캠페인’과 ‘공론장’입니다. 기후정의을 위한 수많은 캠페인들과 상호 토의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국가 탄소중립기본계획'의 최소한의 기준을 책임있는 대상들에게 요구하는 ‘지역에너지넷’의 촉구 캠페인이 진행중입니다. 뿐만 아니라 고물가와 기후위기의 대안으로서의 '1만원 교통패스' 도입을 추진하는 ‘1만원 교통패스연대’의 서명 캠페인, ‘청소년기후행동’의 기후소송 제기 등 다양한 캠페인이 이루어집니다. 시민과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어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도서관의 사례도 있습니다. 시민들은 우주개발의 환경에의 영향, 탈원전의 필요, 대중교통 확충의 필요, 탄소중립농업의 다양한 방법과 가능성,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교통의 한 가능성으로서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찬반, 일회용컵보증금제의 필요 등 다양한 기후위기 관련 이슈에 대해 서로 토의하며 정답 혹은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갑니다.  2022년 9월 24일 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기후정의행진 홈페이지 영상 갈무리) 거버넌스 제도로서의 민주주의 네 번째는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거버넌스’입니다. 2019년 시민사회의 기후위기 비상선언, 2020년 국회와 지자체의 비상선언을 거쳐, 정부가 탄소중립 목표와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2021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되고,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 위원회(탄중위)가 꾸려졌습니다. 2023년 3월 25일에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습니다. (장윤석, 2023) 이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부족하나마 탄소중립이라는 법과 목표를 정립한 것입니다.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르면 탄중위는 “청년, 노동자, 시민사회 등 각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되도록 구성해야” 합니다.(들썩들썩떠들썩, 2023) 탄중위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거버넌스 제도인 것입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의 탄중위를 둘러싼 시민사회의 평가는 엇갈렸습니다. 탄중위가 기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체제의 유지를 위한 정부와 자본의 논의 틀이라는 비판, 사회적 합의와 숙의가 정부 책임의 외주화로 기능한다는 비판, 탄중위의 기준과 목표치에 대한 비판 등이 존재하며, 시민사회의 탄중위 불참 후 기후정의행동으로 가시화 되었습니다.(구준모, 2021)(오연재, 2021)  다른 한편으로는 숙의와 결합된 더 나은 사회적 대화, 즉 정부와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하는 거버넌스와 공론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한 예로 영국의 기후시민의회는 추첨으로 구성된 시민들의 모임으로 숙의 공론장을 거쳐 보고서를 제출하고, 그 보고서가 의회 정책 권고안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후정의에 대한 지지가 높아졌습니다.(들썩들썩떠들썩, 2023) 탄중위는 법으로 다양한 계층의 대표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국민참여분과의 설치는 시민의 목소리를 더욱 반영하기 위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거버넌스를 강조하는 입장에는 다양한 계층의 주장과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민주적 테이블을 거치지 않고서는 기후정의의 진전이 어렵다는 전제가 작동합니다. 민간위원, 협의체, 시민회의, 공론장 등 다양한 층위를 포함하는 거버넌스 구성의 시도는 그 자체로 바림직한 것입니다. 다만 충분한 시간을 거쳐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권오현, 2023)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탄중위는 정권과 시민의 지지에 따라 제한적인 목표라도 설정하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추진하고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힘이 되거나, 형식화 된 정부 정책의 정당화 기제가 되거나 하는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시민참여 제도가 됩니다. 탄중위를 둘러싼 대립하는 시각들은 나름의 이유와 독자적인 합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이라는 비전과 탄중위의 기준 및 목표가 제한적이라는 주장,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공론을 형성하고 제도화 하는 거버넌스의 필요에 대한 주장은 시공간적 맥락에 따라 옳은 것이 될 수도 있고 그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자는 때로 공허한 구호로 그치고, 후자는 때로 시민 없는 제도의 형식화로 귀결됩니다. 기후위기에 실질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시간 안에 기후정의로 나아가기 위한 시민적 압력, 그리고 그와 결합된 정치적 제도화를 이뤄야 합니다. ‘기후정의행동’과 ‘탄소중립 거버넌스’의 간극을 좁히는 집단적 실천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기후정의를 위한 체제의 전환이 어려운 양당정치체제 내에서라면, 특히 더 거버넌스 제도 안팎에서의 시민 활동을 활성화 해야 합니다. 2021년 9월 11~12일 개최된 ‘2050 탄소중립위원회 탄소중립시민회의 시민대토론회'(탄중위 유튜브 갈무리) 정치제도로서의 민주주의 다섯 번째는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민주주의의 제도적 조건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가 기후 위기에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이 제대로 대의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선거에서 정당이 받은 표와 의석수에서의 차이가 큰 불비례성, 공고한 양당체제, 그로 인해 시민들이 대의가 되지 않는 점이 문제입니다.(기후활동가 아빠, 2023)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하더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되고 작동된다면, 양당제가 아니라 다당제로 이동 할 수 있다면, 기후위기에 대한 실질적 대응의 가능성은 높아지게 됩니다. 공정한 의석배분, 다양한 목소리의 반영, 정책의 질 향상, 지역구도 완화를 기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례대표제 국가들은 “환경정책에서 더 엄격”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대체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비례대표제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은 9.5%, 승자 독식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45.5%라는 수치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기후활동가 아빠, 2023)  민주주의는 어떤 얼굴을 해야 하는가?  이처럼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민주주의는 여러 얼굴들을 가지고 있고, 서로 대면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기후위기는 생산력을 중시하고 경제성장을 지상과제로 여기는 개발 자본주의로 인해 심화됩니다. 시민의 집합적 힘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토대입니다. 기후정의를 위한 정치 제도화를 강제하기 위한 시민의 집단적인 압력 없이는 체제의 구조적 힘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기후위기에 대해 시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고,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시민은 집단적인 역량을 강화합니다. 특히 2016년 촛불시위와 같이 시민의 거대한 직접행동은 국가와 자본에 의한 독점 권력을 극복하고 정치적 민주주의를 복원 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이 힘은 정치 제도 차원의 민주주의가 지금보다 더 나은 조건일 때 체제의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양당체제에서는 정치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의 할 동기가 적습니다. 시민의 목소리를 더욱 잘 대의하는 제도정치적 조건을 마련할 때 기후정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시민행동과 제도정치는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적인 두 차원입니다. 분리되어 있다면 시민행동은 휘발되고 제도정치는 형식화되기 쉽습니다. 때문에 이를 매개하고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시민참여의 제도화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다양한 주체를 대의하는 거버넌스 제도의 구성, 집단적인 시민들의 숙의 공론화를 구현하는 공론화 제도의 구성은, 시민행동이 제도화되고, 제도정치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실질적인 힘입니다. 물론 거버넌스와 공론장 제도 또한 시민행동이 없을 때 형식화 될 수 있고, 제도정치적 조건이 부재할 때 시민행동의 하나로 환원되어 버릴 수 있다는 점을 조심해야 합니다.  이처럼 민주주의의 한 차원으로 환원하기보다는, 민주주의의 여러 차원을 일직선상에 놓고 생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연계된 힘을 발휘 할 수 있도록 할 때 기후정의를 실현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정한 국면에 민주주의의 어떤 차원이 강조되어야 할 지는 시민의 숙의, 그리고 시민의 집합적 힘에 달려 있습니다.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제도정치 조건 하에서 다양한 시민 활동을 통해 역량강화된 시민들과 전문가 및 이해당사자들이 공론장에서 숙의하여 공론화 하고 거버넌스를 통해 목소리를 낼 때, 기후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고,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기후정의를 위한 제도화, 더 나아가 체제 전환이 가능할 것입니다.  ✏️글 : 람시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이사, 캠페인즈팀 리더 / ramsci@parti.coop 이 글은 오마이뉴스, 빠띠 홈페이지,  빠띠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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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는 법률 개정안?
국회에서 가사근로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습니다. 뉴스를 어제(21일) 본 것 같은데 제안 날짜가 오늘(22일)이라 다시 확인해보니 이런 상황이었습니다. ‘차별 논란’ 휩싸인 외국인 가사도우미 법안, 철회됐다 재발의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21일 발의한 개정안이 22일 오전 철회됐다가 22일 오후 다시 발의됐습니다. 21일 발의에 이름을 올렸던 의원 중 일부가 발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의원 10인 이상 동의'라는 요건 미충족으로 철회되었죠. 그리고 다른 의원들이 발의에 참여하면서 다시 요건을 충족하여 지금은 의안정보시스템에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대정환 조정훈 의원과 국민의힘 의원 10인, 총 11인이 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조정훈의원 등 11인) 의안정보시스템 내용을 옮기면 해당 개정안의 제안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현재 가사근로자 고용시장은 내국인과 중국동포 중심임. 고용허가제 대상인 16개 국가의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가사근로는 허용되지 않고 있음. 그런데 최근 육아를 하는 맞벌이 가정을 중심으로 가사근로자가 필요함에도 찾기 어려워, 일과 가정의 양립이 위협받고 있음. 이에 저출산 문제 해결과 여성의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을 통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음. 실제 싱가포르는 1978년부터 저임금의 외국인 가사근로자(Foreign/Migrated Domestic Worker) 제도를 도입하여, 여성의 경제활동을 장려 및 지원하고 있음. 한국도 저임금의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을 통해 맞벌이 가정의 가사부담을 덜고 특히 여성의 경력단절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음. 궁극적으로 이는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한편, 외국인이 보이지 않는 곳이 아닌 같은 생활권에서 일하면서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사회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됨 개정의 주요내용은 바로 이것 입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간 외국인 가사근로자 정책 실험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고자 함(안 제6조제1항 단서 신설). 현행 가사노동자법(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입니다. 제6조(다른 법률과의 관계) ①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가사근로자는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최저임금법」 등 근로 관계 법령의 적용이 제외되는 가사(家事) 사용인으로 보지 아니하고,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가사근로자가 행하는 가사서비스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등 근로 관계 법령의 적용이 제외되는 가구 내 고용활동으로 보지 아니한다. 근로기준법, 고용평등법, 최저임금법은 가사노동자에게 해당 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왜지?) 그런데 이 가사노동자법을 적용받으면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고평법의 적용을 받는 가사노동자가 됩니다. 그리고 지금의 발의안은 제6조 제1항에 단서를(단,~~~) 만들어서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가사근로자로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더라도, 외국인이면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겠다는 내용으로 보입니다. 노동법에서 배제된 가사노동자를 가사노동자법으로 일부 보호했다가 그 중 외국인 가사노동자는 다시 보호를 배제합니다. 배제의 배제의 배제...! 사실 가사노동자법 자체도 2021년 우여곡절 끝에 제정되어 2022년 시행된 최근의 법이고 입법 당시 가사근로자를 보호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가사노동자 고용개선법, 환노위 통과돼 "68년만“ 다시 오늘의 가사노동자법 개정발의안으로 돌아가면 ‘한국의 저출산과 여성 경력단절 문제의 해결책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로 한 줄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련하여  한국여성단체연합 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은 최저임금 적용제외 발의안이 가사노동에 대한 심각하고 지독한 폄하임을 규탄하며, 가사근로자법은 이주 가사노동자를 수탈하기 위한 법이 아님을 주지합니다. 결론적으로 모든 차별과 배제의 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차별적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선주민 여성의 문제를 이주 여성 노동자를 수탈하여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한편, 발의에 동참한 의원들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저출산 대책으로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남성의 육아휴직 의무화와 더불어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안을 긍정적으로 살피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는 이 같은 안을 중점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합니다. 1월 출생아 또 '역대 최저'…이대로면 0.7명대도 위태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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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이 팩트체커가 돼야 하는 이유
팩트체크는 우리에게 왜 필요할까 팩트체크의 중요성이 국내에 알려진 계기로 이른바 ‘가짜뉴스’를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허위조작정보와 오보 등이 확산되며 정보의 검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팩트체크는 이른바 ‘가짜뉴스’를 척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팩트체크는 허위조작정보와 오보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정보를 마주하는 우리 삶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성장은 시민 누구나 정보의 생산자가 되고, 정보의 공유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시대가 왔음을 보여준다. 언론이나 전문 교육 등에서 접할 수 있던 정보는 다양한 플랫폼의 성장을 통해 스마트폰만 있다면 어디서든 접할 수 있게 됐다. 누구든 정보를 평등하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플랫폼의 성장은 큰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다양한 플랫폼의 성장을 만났을 때 누구든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은 양날의 검으로 변신한다. 우리 사회에서 다양하게 등장했던 허위조작정보와 오보의 피해 역시 쉽고 빠르게 정보를 확산하는 기술의 역효과로 볼 수 있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는 수많은 정보 중 어떤 정보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이 질문에 답을 주는 것이 팩트체크다. 이 글에서는 국내 팩트체크의 현황과 당신이 팩트체커가 돼야 하는 이유를 간략하게 풀어보려 한다.   시민은 언론사 팩트체크 결과물의 ‘소비자’로 머물러야 할까 당신이 팩트체커가 돼야 하는 이유를 짚기 전에 국내 팩트체크 현황을 간략하게 먼저 다뤄보려 한다. ‘팩트체크’라는 용어의 확산은 JTBC의 저녁종합뉴스 <뉴스룸>과 함께 이뤄졌다. JTBC는 저녁종합뉴스에서 팩트체크 꼭지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팩트체크도 뉴스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JTBC의 사례를 보며 다른 매체들이 팩트체크 보도를 작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정치인의 발언을 비롯해 다양한 실생활 정보를 검증하며 팩트체크 전문매체를 지향하는 뉴스톱의 활약도 ‘팩트체크’를 사회에 알린 계기였다. 개별 언론사의 활약 외에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SNU팩트체크도 존재한다. SNU팩트체크는 JTBC, 뉴스톱 등 다양한 언론사와 제휴해 검증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포털사이트 다음이 뉴스 페이지에서 팩트체크 기사를 종합해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눈치가 조금 빠른 독자라면 지금까지의 설명에서 공통점을 찾았을 것이다. 바로 ‘언론사’가 쉼 없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뉴스, 커뮤니티, 유튜브 등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하는 우리는 언론이 팩트체크 기사 쓸 때까지 기다려야만 할까? 시민은 언제까지나 팩트체크 기사의 ‘소비자’로만 머물러야 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정보를 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검증됐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허위조작정보와 오보 앞에서도 검증 여부를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면 두려울 이유가 없다. 당신이 팩트체커가 돼야하는 이유와 모든 시민이 팩트체커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든 시민은 팩트체커다 그렇다면 시민은 어떻게 팩트체커가 될 수 있을까? 모든 기술이 그렇듯이 팩트체크도 교육과 경험을 통해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역량과 기술을 펼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재단법인 팩트체크넷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민의 팩트체크 역량 강화와 시민 참여 팩트체크 활성화를 위해 2020년 11월 동명의 플랫폼을 오픈해 운영중이다.   팩트체크넷은 제휴 언론사 소속 언론인을 비롯해 환경, 데이터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팩트체커와 팩트체커 양성교육 이수자, 팩트체크 공모전 수상자 등으로 구성된 시민팩트체커를 합쳐 50여 명의 팩트체커가 활동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플랫폼의 회원이라면 누구나 검증이 필요한 정보를 제안할 수 있고, 제안된 정보는 팩트체크넷에서 활동중인 팩트체커들이 검증하게 된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나도 시민팩트체커로 활동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을 것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모든 시민은 팩트체커가 될 수 있고, 돼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역시 한 명의 시민이고, 모두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문 지식, 경험을 바탕으로 객관적 자료를 활용해 팩트체크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혼자서 하는 어려운 팩트체크를 넘어 함께 정보를 검증하는 협업 팩트체크 문화는 모든 시민이 팩트체커가 되는 것만큼 중요하다.   물론 팩트체크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이라면 교육을 통해 천천히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런 분들을 위해 팩트체크넷에서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팩트체크 프로젝트, 팩트체커 양성교육을 진행중이다. 프로젝트, 양성교육에서는 팩트체크 과정에 대해 배우고, 팩트체크 결과물을 전문 멘토의 자문을 거쳐 직접 작성해볼 수 있다.   다양한 허위조작정보에 맞서기 위해선 보다 많은 팩트체커가 필요하다. 허위조작정보의 다양한 해결책 중 가장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해결책은 바로 ‘당신이 팩트체커가 되는 것’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작년에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 웹매거진에 보냈던 원고를 주섬주섬 꺼내봅니다. 시민 참여 오픈 팩트체크 플랫폼 팩트체크넷은 올해 초 운영을 중단하고, 재단법안 해산 절차에 돌입했는데요. 오픈 팩트체크 플랫폼 실험의 최종 결과와는 별개로 시민과 전문가의 협업을 통해 정보를 검증하는 과정에는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이 직접 정보를 검증하는 과정은 당연히 수년간 경험을 쌓아온 전문 언론인과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민의 검증에는 전문 언론인이 생각하지 못한 관점과 접근방식도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시민과 언론인을 포함한 전문가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받기도 했습니다. 시민 참여 팩트체크 활동에 참가한 시민들은 "생각보다 팩트체크가 쉽지 않다"는 말을 자주했습니다. 시민 참여 팩트체크는 '정보의 확산은 빠르지만 검증은 느리고, 그만큼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될 경우 피해가 커진다'는 걸 시민들이 느끼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모든 시민은 팩트체커가 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과 주장을 구분하고, 근거가 있는 발언인지 판단하고, 제시한 근거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선 검증된 정보를 바탕으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는 걸 직접 체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팩트체크넷은 운영이 종료되었지만 앞으로는 캠페인즈에서 많은 팩트체커가 등장하길 기대합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 말처럼 당분간은 언론과 팩트체크에 대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해보려 합니다. 마음 속으로는 '매주 하나씩 써보자!'라고 다짐하고 있지만 아이패드에 적은 글감들을 꾸준히 완성시킬 수 있을지는 저도 못믿는 제 성실함에 달린 것 같네요. 산책 하면서, 샤워 하면서, 퇴근하며 지하철에서 뉴스를 보다가 당장 떠오른 5가지 물음표를 첫 시리즈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굳이 제목을 붙이자면 '한국 언론의 언론 윤리 이대로 괜찮을까요?' 정도가 되겠네요. 언론(보다 정확히는 저널리즘)과 팩트체크에 관심이 있는 시민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캠페인즈에서 즐겁게 논의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럼 또 뵙겠습니다.
s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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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하는 디지털 공론장
기후위기, 정보를 나누고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 필요합니다 기후위기에 공감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시민과 단체가 있습니다. 전지구적인 기후위기 문제를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정보를 더 널리 공유할 수 있고, 더 많은 목소리를 모을 수 있습니다.아카이브부터 공론장까지, 디지털 공간을 활용한 기후위기 대응 활동 사례를 모아봤습니다. 내가 만드는 그린 뉴딜, “녹색전환으로", 녹색오리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인 문제이지만, 지역에 따라 문제가 나타나는 방식도 해결 방법도 다양합니다. 이런 지역별 이슈와 대응 활동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녹색전환연구소의 ‘녹색오리’는 우리나라 방방곡곡에서 열린 기후위기 공론장 소식, 지방정부 정책을 모아 볼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2013년 7월 10일에 창립된 녹색전환연구소는 한국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서 생태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모여 녹색전환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수집, 분석, 정리, 공유하는 활동을 하는 곳입니다. 빠띠는 녹색전환연구소(이하 녹전연)와 탄소중립 활동이 어려운 지방정부에서 민주적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중앙정부에 제안하고자 공론장 플랫폼 빠띠 믹스를 활용하여 ‘녹색오리’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녹색오리는 지방에서 오프라인 공론장을 매달 정기적으로 열고 참여 신청을 받으며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공론장의 활동이나 정보를 지도를 활용하여 노출함으로써 사람들이 관심있는 지역의 정보를 쉽게 찾아보고 전체 활동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또한 십여개의 기본 의제와 녹전연이 강조하고자 하는 주제들을 태그로 활용하여 연관되는 콘텐츠를 필터링하여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하였습니다. 이러한 기능을 통해 지방정부가 참여한 탄소중립 활동을 지역별, 주제별로 편리하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아카이빙하여 공유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청년의 목소리와 행동으로, 청소년기후행동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과 제도도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이하 청기행)은 국회의원들에게 온라인 행운의 편지를 발송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디지털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청기행은 기후위기로부터 어느 누구의 삶도 무너지지 않도록 1.5도 이내로 지구 평균 온도상승을 막기 위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단체인데요. 지난 캠페인에서는 국회의원들에게 1.5도 기후상승을 막을 정치적 결정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아 행운의 편지를 발송하는 액션을 하며 정책결정권자에게 직접 이야기를 전달하였습니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후보들의 기후행보에 대해서 비판과 정책요구로 이어지도록 하는 장을 만들었습니다. 청기행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다양한 액션을 하며 기후위기를 막는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parti2022 디지털로 만드는 기후위기 대응행동 발제를 통해 김보림 활동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략을 점검하고 열린 창구를 통해 비동기로 더 많은 의견을 받아 변화에 더 닿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확장성이라는 디지털의 장점을 활용하여 누구나 안전한 공간에서 서로 이야기하고 변화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우리는 온라인 공간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활동할 수 있을까요? 디지털 공론장의 모든 것 녹색오리는 오프라인에서 진행한 지역별 기후위기 공론장 활동을 디지털 플랫폼에 공유하고 아카이빙하며, 청기행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변화를 촉구하는 메일을 발송하고 대선후보들의 기후행보에 대한 이야기하고 기후위기에 대해 더 많은 시민들이 대화하는 장을 만들었습니다. 시민참여가 중요하게 대두되는 기후위기 속 온라인 활동을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많은 사람들과 피드백에 대한 내용을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구체화 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의견들을 모아 투표하고 토론하며 구체화하고 구체화된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략을 점검하면서 실행하고 모여서 활동해야합니다. 활동 데이터를 지역별, 주제별로 정리하여 아카이빙하여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공유해야하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이야기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점점 더 심해지는 기후위기에 대해 우리 모두는 지금 지구의, 우리의 상태를 인식해야 합니다.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떤 해결책들이 나오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을 활발히 하고, 더 많은 더 다양한 시민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공간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정리하고 공유하며 강조해야만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녹전연과 청기행처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단체들의 홈페이지나 게시글을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해보는 것 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글 : 썬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활동가 / ssun@parti.coop 이 글은 오마이뉴스, 빠띠 홈페이지, 빠띠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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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개발할거면 보호구역은 왜 지정하나요?
1월 31일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는 흑산도 일부 0.675㎢ 구역을 국립공원에서 해제했다. 1981년부터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에 공항이 들어설 예정이다. 멸종위기종 철새들의 기착지로도 유명한 흑산도는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매, 흰꼬리수리 등 야생생물 1급 조류가 발견되었다. 이곳에 공항이 들어서면 새와 항공기가 충돌할 가능성 등으로 생물다양성 문제인 동시에 안전 문제가 예상된다.  "법치 운운 윤석열 정부, 정작 '꼼수'로 흑산공항 짓는다" (프레시안) 2월 27일 환경부는 '조건부 협의'결정으로 설악산 오색케이블가 사업을 허가했다. 설악산은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국립공원, 백두대간보호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5가지 보호구역으로 겹겹이 지정되어 있는 우리나라 야생의 핵심지역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정치적 허가’…지리산·북한산 다 뚫릴라 (한겨레) 3월 6일 환경부는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협의의견을 제출했다. 2021년 환경부는 맹꽁이, 두견이 등 법정보호종의 서식지 보전방안과 제주의 특징적인 환경자산인 숨골의 보전가치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등을 이유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반려한 바 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입지선정 부실, 환경훼손…’ 논란 속 8년 (경향신문) 연이은 환경부의 환경부답지 않은 결정에 지금 나는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인가 걱정이 앞선다. 한편에서는 기후위기와 생물종 멸종이라는 지구적 위기를 말하고, 한편으로는 개발과 지역경제를 내세우는 불합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국립공원은 자연공원법에 따라 보호하는 지역으로, 국립공원 홈페이지에는 아래와 같이 소개되어 있다. "전 국토대비(100,399㎢) 국립공원 면적은 4.0%(해상면적 제외)해당하는 6,726㎢이며, 국립공원 면적 중 59.1%인 3,972㎢가육상이며, 나머지 2,754㎢(40.9%)가 해상 공원구역입니다.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국립공원은 국내 기록 생물종(45,295종)의 45%에 해당하는 20,568종이 서식·분포하며, 국내 멸종위기종(246종)에 한정하여 보았을 때는 65%에 달하는 160종이 국립공원 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우리나라 국토 중 보호지역은 17%인데 그중에서도 국립공원은 약 4%에 그친다. 전 국토대비 얼마 되지 않은 면적이지만 다양한 생물종들이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생물종이 줄어든다는 것은 이 생태계가 위기에 놓여있다는 뜻이고 생물학적 특성을 가진 인간도 위기에 빠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물의 다양한 종을 보존해야 우리도 안전하다. 그 생물종들이 살고 있는 서식지를 보호하고 이곳 만큼은 개발되면 안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을 두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에서 타당성 없다는 지적은 무시하고, 개발을 하기 위해 국립공원에서 해제하는 꼼수를 동원해서라도, 공약사업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밀어부치는 것으로 개발만을 우선한다면 법과 원칙은 왜 필요한 것인가. 얼마 되지도 않는 국립공원 면적에 각종 개발 사업을 허가해주고, 이용객들을 위한 편의시설만 늘어나다보니 국립공원이 보호구역이라는 생각이 잘 안 들기 때문일까? 편하게 이용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시끄럽게 자연을 즐기고 간 사이 우리에게 자연은 개발과 이용의 대상,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 버렸다.  국립공원의 원조인 미국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도 산불조심 표지판이나 가드레일도 없다. 미국 국립공원청 첫째 사명은 '탐방객에 대한 서비스'가 아닌(우리나라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안전한 탐방, 이용 만족도 향상, 공원자원의 훼손 예방 등이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말한다) '국립공원 안 자연, 문화, 자원의 보전'이다.  개발의 광풍속에서 우리가 정말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생태 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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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 당사자 운동을 넘어 대안적 사회 전환의 정치로
‘청년정치’에서 ‘청년’이 강조되는 것이 청년의 ‘당사자성’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암묵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당사자는 기존의 공론의 영역에서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들리도록 해야 한다는 자발적인 주체성의 발현으로 등장한다. 이는 전문가 엘리트에 의한 대의가 충분치 않다는 조건과 관련된다. 대표적인 예로 청년당사자운동에서 청년유니온은 제도정치, 그리고 노동자를 대의하는 민주노총에서조차 청년불안정노동을 대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독자적인 활동을 시작하여 피자집 30분 배달제 폐지,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지급, 편의점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등 청년노동과 관련된 이슈들을 제기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었다.  당사자가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다거나 당사자가 객관적 진리를 담보하고 있다는 식의 과잉된 당사자중심주의가 아니라면, 당사자의 목소리는 중요하다. 정치의 영역에서 당사자는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다. 당사자는 자신이 처한 문제의 사회구조적 위치성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날것으로든 심화된 인식으로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거나 비판적인 지식을 창출해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권력의 강고함, 이데올로기 등으로 인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당사자에 대한 특성, 사회구조적 위치성 등에 대해서 비당사자들이 이야기를 할 수 없거나 지지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성이 전혀 확보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사자들을 대상화하는 것이고 동원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청년팔이) 반면 당사자의 이름으로 모인 사람들이 자신만의 고정된 인식을 객관적 진리라고 말한다면 당사자라고 호명된 개인들의 내부에서의 차이와 다른 경험들과 의견들에 대한 무시와 배제 속에서 특정 개인, 특정 집단의 과잉대표와 권위주의로 귀결 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이 모여 공동의 인식을 창출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당사자들의 문제의식(특수성)이 더 나은 사회로의 전환의 중요한 일부임(보편성)을 설득하여 비당사자들의 지지,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열린 당사자성을 전제로 사회구조적 문제와 관련된 또 다른 당사자들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공동의 인식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엄청난 고통을 유발하는 '당사자 정치'이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청년정치는 청년을 이용하는 정치는 아니며, 청년을 위한 정치이다. 청년을 위한 정치이긴 하지만 청년만을 위한 정치여서는 안된다. 그리고 청년에 의한 정치를 포함해야만 한다. 청년에 의한 정치는 단순히 연령 차원이나 단순히 양적인 차원의 의미여서도 곤란한다. 청년정치는 청년에 의한 정치이되 청년들의 임파워먼트를 위한 정치여야 한다. 청년정치는 청년 자신들의 조건에 대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하되, 자신들의 문제의식을 보편적인 문제의 일부로 위치시켜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청년만이 아닌 모두를 위해 더 나은 한국사회로의 전환에 대한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여야 한다.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다시 움직이겠다고요?
몇 해 전 우연히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비교적 가까운 자리에서 긴 호흡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행운처럼 알게 된 배경과 쟁점. 다양한 맥락, 그리고 결과를 중심으로 짧은 글로 정보전달을 해볼까합니다. 글을 쓰기에 많은 부분이 망설여졌습니다. 가장 처음 이슈 카테고리에 대한 선택부터 힘들었네요. 환경보전, 참여, 거버넌스, 공론화 등... 여러가지에 해당하는 복합 내용인데 저의 선택은 '국가폭력'입니다. 제주 제2공항은 장시간의 제주공항의 포화, 인프라 확충의 요구가 빗어낸 배경이자 결과라고 합니다. 공항인프라 확충방안에 대해 비상도민회의 등 반대 의견을 가진 도민과 단체는 “사업추진과정의 절차적 타당성 결여, 주민 생존권, 환경 파괴” 등을 이유로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해 맹렬하게 반대했습니다. 그리고 제주도민 의견수렴을 위한 도민 공론화를 통해 ‘제2공항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반면에, 제주도청 및 국토교통부, 제주 제2공항과 관련해 찬성의견을 가진 도민과 단체는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방안으로서의 제주 제2공항 건설이 필요하고 국책사업으로서의 조속한 추진”, 제2공항 건설 관련 공론화는 그간 충분한 도민사회 의견수렴을 거쳤기에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 조사결과를 두고 제기된 각종 의혹과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비상도민회의 등 반대 단체의 요구를 수렴했습니다. 국가 공공정책의 사전타당성 결과를 다시 검증한다는데에는 이례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전타당성조사 검토위원회 운영기간 동안 조사결과와 관련된 쟁점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고 운영 결과 역시 미흡하게 종료되었습니다.  20년 봄 쟁점해소를 위한 연속토론회가 도내에서 4차례 열렸습니다. 다시 한번 제주는 제2공항을 두고 분열했습니다. 이때 공항인프라 필요성과 기존공항의 활용가능성, 입지선정의 적절성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해소되지 못한 쟁점을 서로 다른 입장에서 다루었지요. 찬반의견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사실관계를 둘러싼 쟁점을 확인, 해소하고 제주 지역사회에 종합적인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했습니다.차마 그안에 불거진 adpi 검증, 입지평가와 선정 결과, 숨굴 등 환경 보전과 생태계를 열거해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이후 제주도의회를 중심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간략하게 전달하자면 제2공항 건설 반대 의견이 51.1%로, 찬성(43.8%)보다 오차범위를 보다 많았습니다. 별도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반대’가 47%, ‘찬성’이 44.1%를 기록했습니다. 반면에 후보지 성산읍의 결과는 건설 찬성 응답이 두 조사 모두 약 두배정도 높았습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찬성 64.9%, 반대31.4%, 2개 여론조사기관에서는 찬성 65.6%, 반대 33%)  환경부의 두 차례에 걸친 “제주 제2공항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재보완” 통보에 대해 국토교통부의 보완서 제출하였습니다. 검토 결과 환경부는 최종 ‘동의’ 여부 결정 과정에서 평가서를 반려함으로서 일단락이 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지난 2021년 7월 20일 보완내용 미흡으로 반려)http://www.me.go.kr/home/web/b... 23년 3월 6일 환경부 환경영향평가과에서는 반려 사유에 대한 보완이 평가서에 적정하게 반영되는 등 입지타당성이 인정됨에 따라 조건부 협의를 통보했습니다. 행정계획 확정 및 이후의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지지역 주민과 제주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제기되는 다양한 쟁점을 해당 계획과 사업 승인 등에 검토·반영하도록 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21년 이후 1년 반 만에 첨예한 쟁점이 되던 제주의 환경은 무엇이 변경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전의 '반려'가 '조건부협의'로 바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그리고 국내 정치 환경이 바꼈다는 것도 알겠고요. 그밖에는 건설 여부를 둘러싼 문제가 해결되거나 대안이 제시되지도 않았는데 제2공항 건설계획은 다시 움직이고 있습니다. 참고로 2018년 영리병원(녹지병원) 설립과 관련해 공론조사의 판단을 근거로 하겠다는 정책결정을 뒤집었던 도지사는 장관이 되어서 다시 제주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경위에 대한 정리는 해보겠는데요. 너무 답답한 마음에 내용에 대한 결과는 정리할 수가 없겠습니다. 설렁 옳은 방향이라고 해도 모두가 동의하지 않으면 가지 않아야 할 용기가 필요하겠고요. 정책의 실패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의 태도에 대해서도 묻고 싶습니다. 제주공항의 안전, 환경, 장래, 수용력을 볼 때 무리가 있다는 공직자. 제주의 미래를 위해 안전하고 쾌적한 대중교통을 만들겠다던 국토교통부 관계자의 토론회 마지막 말을 다시 상기해봅니다. 모두가 동의하지 않은 제2공항을 건설하고 탄소중립을 고려한 친환경 공항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강정마을의 비극이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요. 단지 저는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던 국가의 폭력성을 요즘 모습으로 다시 한번 보게 되어 매우 유감스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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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뜯어 고치는 헌법
노무현리더십학교에서 공부하며 헌법을 내맘대로 뜯어고치는 과제를 수행했다.아래는 그 개헌안과 설명문이다. “제 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 33조 1.노동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2.공무원인 노동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3.법률이 정하는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 4.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모든 생산수단에서 종사하는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독려하고,경제분야에 있어서 민주주의 원칙을 확대 해야한다."   제 2장의 '근로자'라는 단어를 '노동자'라 수정하고,4조를 새롭게 삽입했다.   4 조항을 추가한 이유는 우리 사회의 노동자들이 기업경영에 참여하는 비중이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약 70%의 국민들이 노동자로 일하며 기업에 몸담고 있지만, 노동자 스스로 경영에 참여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른바 재계가 독점하고 있는 기업의 방침에 따라 노동자들 역시 기업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경영권이 없다는 이유로 부조리를 겪기도 하고 심지어 죽기까지 한다.   얼마전 대두되었던 경제민주화의 요체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경제권력 즉,기업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특권층에게만 부여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개입해 그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독일같은 경우는 ‘노동이사제’라는 법제를 통해서 자국 노동자들의 경영참여권을 보장하고 있다.독일 기업들의 권력은 노동자들이 쥐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처럼 우리도 우리에게 맞는 경제민주주의를 되찾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우리 사회에 적용시켜야 한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경제민주주의의 요체를 헌법에서부터 적용하고 싶었다.그 결과물이 바로 이 과제물이다.   "제 2장 41조 ②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350인 이상으로 한다."   국회의원 정족수를 최소 200인에서,350인으로 수정했다.   얼마전 홍준표의원이 국회의원 정족수를 줄이겠다고 공약했다.그러한 공약을 내건 이유는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홍준표 의원은 국민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특권을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국민들이 홍준표 의원의 공약에 찬성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일안하고,세금만 받아먹는 ‘무능한 세금도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국회의원이 가지는 혜택과 특권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지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방향이 답이 될 순 없다.   우리의 국회의원 정족수는 현저히 적다.국회의원 한사람당 대표하는 주민수가 많은 것이다.국회의원 한사람당 대표하는 주민수가 많다는 것은 그들이 관할해야할 지역사안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회의원 수를 늘려, 그들이 대표할 수 있는 주민수를 줄이고 주민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줘야한다.이것은 곧 주민들이 체감할 정치효능감을 증폭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주민들이 체감한 정치효능감은 주민들이 정치에 참여하고자하는 의지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그 과정들을 살리고 북돋는 과정속에 선순환이 이어질 것이라 희망했다.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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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더불어 사는 나라,민주당이 만들어야 한다
대선 이후 민주당 내부의 행보가 우려스럽다.박지현씨가 민주당의 비대위원장이 되면서 여성 할당제와 ‘페미니즘’을 들고 왔기 때문이다.박지현 씨는 권좌에서 내려 왔지만, 박지현 씨가 들고 온 페미니즘은 여전히 '개딸'들에게 지지받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내세우는 페미니즘 정책은 엘리트 여성을 위로 올려 보내기 위한 장치임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스트들은 과거의 여성차별에 대한 보상으로 여성할당제를 시행해야된다고 한다.하지만,여성할당제는 여성에 대한 교육,능력 개발 등이 아닌 무조건적인 기회 제공에 해당한다.자본주의 경쟁사회인 현시대에 우리 사회는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무조건적인 결과의 평등만을 보장하는 것이다.이 시점에서, 페미니즘과 여성할당제를 내세우는 것은 보수에게 몰린 20대의 표를 몰아주는 일 밖에 되지 않는다.  또,서울시는 2009년부터 ‘여행(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여성전용주차공간 의무화를 실시했다.이후 여성전용주차공간은 여성우선주차장으로 명칭이 변경됐다.여성우선주차장은 페미니스트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은 제도이다. 하지만, 다수의 평범한 시민들은 여성우선주차장을 두고 반대했다.누리꾼들은 “여성들이 스스로 약자를 자처하는건 진정한 페미니즘이 아닌 것 같다”, “여성을 장애인으로 분류하는 듯하다”, “남성은 행복하지 않아도 되는군” ,“내가 여자라면 자존심 상하겠다” ,“자동차야 그렇다쳐도 자전거 주차도 제대로 못해서 전용이 만들어진걸까요? ”, “이정도면 배려가 아니라 무시”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렇듯 페미니스트들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여성우대정책은 공정성에 부합하지도 않으며,평등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인식을 심어 성평등에 위해를 끼치고 있다. 내 나이 또래 남성들이 그렇듯, 그 누구보다 성평등을 존중하는 세대에 속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여성이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와 같은 20대남성들은 남존여비의 영향을 받지 않은 세대이고, 무한경쟁에서 여성에게 밀리는 세대이기 때문이다.(적어도 당사자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성역할 고정관념도 없는 이대남에게 성 인지 감수성이라는 어려운말을 들이밀어 그들에게 '여혐주의자'라는 누명을 씌운다면 반작용이 일게 뻔했다. 앞세대가 여성에게 갖고 있는 부채의식을 고스란히 20대 남성에게 투영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단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특권을 누리던 시절과 다르다. 모든 비용을 더치페이하고, 결혼 이후 업주부로 살 수도 있는 이대남에게,페미니즘은 그저 '남성혐오'일 뿐이다." 굳이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꺼내지 않아도 성평등 사회를 이룰 수 있다.지난 대선의 결과는 성평등에 대한 '반동'이 아니라 페미니즘에 대한 ‘반작용’이다.우리가 아는 그 페미니즘은 그 자체로 우상이 되어 버렸다.평범한 여성이라도 페미니즘이라는 명제를 비판하면 '자칭' 페미니스트들에게 조리돌림당하는 현실이 이를 증명해준다. 우리는 남성과 여성의 편가르기 게임에서 빠져나와,진짜 타겟을 재확인해야 한다.진보를 자처한다면, 남성과 여성으로 갈려져 박터지게 싸우고 있는 대중을 하나로 묶어내,자본으로 사회를 후리는 재벌, 그 재벌과 이해관계를 유착해온 세력과 싸워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국제사회가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면서 원자재값이 폭등했다고 한다.이로 인해 노동자,서민들의 생계는 더욱 팍팍해졌지만,국내외 기업들은 폭익을 취했다.전쟁으로 희생당하는 이들은 노동자,서민인데 전쟁으로 이윤을 취하는 이들은 재벌들인 셈이다. 이런데도 민주당은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윤석열 정부의 실정이 뻔히 보이는데도 이재명 당대표의 사법리스크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국민들이 민주당에게 170석에 가까운 의석을 준 것은 노동자,서민의 민생을 책임지고 정치개혁을 완수하라는 뜻이었다. 우리는 혹여 연대하고 공생해야 될 상대와 싸우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한다.이대남 백재민은 우리의 고통이 어디서 나오고 있는지를 확실히 못박아두고 싶다.우리의 적은 우리가 아니다.아무런 힘이 없는 나는 부디 민주당이 정의당을 닮아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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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을 살리는 학생의 힘-고객센터도 없는 지방대가 지방을 죽인다]
대학 동기들에 의하면, 서라벌대학교가 경주대학교와 통합한다는 안건으로 시끄러운 모양이다. 항간에 떠도는 정보를 종합하면, 서라벌대학교 내부에서는 경주대학교와 통합하여 열악한 재정 상황과 학생정원 미달을 해결하고자 하는 통합파와 자신들의 이권과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해 통합을 반대하는 반대파가 있는 모양이다.지금 총장은 아무래도 통합파라는 듯하다.학교 정문에 총장의 취임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올라가자마자,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달렸다고 한다.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위덕대학교는 현재 입학지원자가 현저히 줄어들어 캠퍼스내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울 정도다.명지대학교는 폐교 위기에 처했다.2009년 명지대를 운영하는 명지학원은 본래 명지초,명지고,명지외고,명지전문대등을 운영하는 큰 재단이었다.하지만 10년 전 즈음에 이사장의 비리로 빚더미에 앉는 수모를 겪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17년 뒤인 2040년에는 전국의 대학 가운데 수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학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최근 대학교육연구소가 낸 보고서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에 따르면,2040년 지방 사립대학은 대부분 입학 지원자가 없어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또,통계청이 2016년 4월 발표한 ‘2015~2045년 장래인구 추계 시·도편’에 따르면 2015년 기준 892만 명인 학령인구는 2045년 612만 명으로 280만 명 감소할 전망이다.교육부는 이 같은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해 지난 2021년까지 대학 정원 5만 명을 줄이는 '2차 대학구조개혁평가' 기본 계획을 추진했다.대학구조개혁평가는 박근혜 정부가 도입한 대학구조조정 정책이다.이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매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3년을 한 주기로 기간을 나눠 평가한다.박근혜 정부 이후 교육부의 대대적인 대학구조조정의 압박감 속에서 지방사립대학들은 자체적으로 학과 통폐합 등의 응급처치를 해왔다. 위덕대학교 총학생회가 2022년에 주관한 토론회에서, 배영호 교수는 지방 사립대 위기가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한다고 이야기했다.지역에 위치한 사립대가 위기에 처하면 자연스레 지역역시 퇴보한다.그것을 반증해주는 사례가 경상북도에 위치한 경산이다.경산은 대구대학교,경일대학교등 대학이 많은 도시다.최근 경산에 위치한 대학교들이 활기를 띄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경산의 도심지 역시 활기를 띄고 있다.이는 지방사립대가 살면, 지방이 산다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반면에 대학들이 퇴보하는 경북 포항은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서울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 대학 입학생 수가 증가하면서,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강화되는 양상이 나타났다.2021년을 기준으로 신입생 모집 미달사태가 속출했는데, 그중 90%가 지방대학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 지방대학이 고사하면,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학을 넘어서 지방경제가 위험에 빠지고 지방소멸이 가속될 수 있다. 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이 자신의 대학의 문제를 꼼꼼히 살펴보고 토론하며, 대안도 모색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학생들이 직접 학교를 감시하거나 학교 경영에 참여하는 등, 학생 자치를 실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한 예로 위덕대학교 총학생회를 들 수 있겠다.2021년 위덕대학교 총학생회는 수업중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한 교수를 파면시키기 위해 교내외 운동을 벌였다.그 결과 해당교수는 징계를 받았다.학생은 누구보다 학교와 가까운 사람이다. 그리고 학생에게는 힘이 있다. 학생들의 민주주의는 불가능하지 않다.
교육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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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술을 활용한 사회 혁신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사례가 있습니다. 공적 마스크 배포 과정에서 정부, 기업, 시민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만든 앱이 바로 그것입니다. 정부는 약사들이 입력한 마스크 판매 이력을 모아 마스크 재고 현황을 공공 데이터로 공개했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KT 등 기업은 현황 데이터를 원활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서버를 제공했고요. 시빅해커(시민개발자)들과 관련 기업들은 마스크 재고 API를 활용해 약국의 마스크 수량을 확인하는 앱을 개발했습니다. 약사들이 손으로 입력한 데이터가 시민의 손에 닿는 과정을 정부와 기업, 시빅해커가 일주일이 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함께 만들어낸 것이죠. 이런 일이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이루어졌을까요?  중요한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 이롭다는 정부의 방침과 재난 극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빅해커들의 열정이 상호작용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기술은 민주주의 혁신의 수단으로 기대받고 있습니다. 동시에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라는 민주주의의 상징적인 슬로건은 기술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공공재나 공유재로서 다수가 기술을 함께 소유합니다. 누구나 쉽게 사용 가능한 기술을 만듭니다. 기술에 영향을 받는 이들이 기술의 작동 방식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합니다. 기술을 활용해 더 안전하고 풍요로우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갑니다. 하지만 이런 낙관적인 전망에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기술을 함께 소유하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며, 기술 활용으로 창출되는 부가 가치가 모두를 위해 쓰이도록 민주적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술의 민주적 구성이 중요한 이유는 기술 활용의 낙관적인 전망의 이면에 있는 부정적인 가능성 때문입니다. 로봇으로 대표되는 생산 수단을 일부가 독점하여 극단적인 빈부격차가 생기는 사회나, 과도한 환경 파괴와 자원 남획으로 인류 및 생태계가 멸종 위기에 처하고 기후 변화가 일어나는 사회도 우리는 예상합니다. 현대문명 기술로 서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이 때문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세계로 퍼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우리는 미래를 전망할 때 과학 기술을 원인이자 해결책으로 지목하곤 합니다. 대전염병이 인류를 멸망시키거나, 지금보다 퇴보한 사회를 만들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은 기술 발달로 인해 초-연결된 사회 때문이라고 분석하죠. 한편 물리적 거리두기에도 사회적 연대를 유지하는 데 화상회의, 온라인 강의 등 초-연결 기술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기술이 원인이자 해결책으로 지목되고, 그 기술의 판단이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다면, 우리는 다수가 기술에 접근하고 기술을 만들고 소비하는 데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기술에 접근하는 순서를 바꾸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최첨단 기술이 펼쳐질 미래를 상상할 때,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먼저 생각하곤 했습니다. 이제는 기술이 다수를 위해 활용되도록, 기술을 함께 소유하고 기술에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 기술의 발전이 민주주의와 함께 지속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음 원칙들에 대한 지속적인 합의와 실천이 필요합니다. 민주주의와 함께 기술이 발전하기 위한 6가지 원칙  1.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 2. 정부 및 기업 데이터를 모두가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공유 3. 특별한 소수가 아닌 평범한 다수를 위한 플랫폼 서비스 제작 4. 플랫폼에 가치를 더하는 사람들을 플랫폼 운영 및 소유에 참여 유도 5.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기술의 작동 원리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요 정책을 시민과 함께 결정 6. 코딩 등의 교육을 넘어 시민 누구나 기술을 이해하고 비판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 모두를 위한 기술을 기대한다면 이 6가지 원칙에 따른, 모두에 의한, 모두의(가 함께 소유하는) 기술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이때 가능한 선택지는 다양하게 열려있는데요. 선택지를 살펴보려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다음은 유명한 SF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솔라리아'라는 행성을 묘사한 내용입니다. "대화할 필요가 생기면 화상으로만 이야기를 나눕니다. 고도로 발달한 로봇이 필요한 모든 물품을 생산하고, 시설을 관리하기에 더 이상 인간의 노동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집단을 이루면 갈등이 생겨 내 의지를 꺾거나 상대의 의지를 꺾어야 하는 일이 생기니, 자원과 권한을 둘러싼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서로 거리를 두고 행성 전체의 인구도 섬세하게 관리합니다." 코로나19로 물리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서로에게 혐오와 두려움을 느끼는 동시에 원격 근무를 실험하며 안락함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가는 지금, 우리 사회는 '솔라리아'를 닮아가게 될까요? 그러나 아이작 아시모프의 SF 세계에서 '솔라리아'는 인류가 우주로 나가면서 개척한 행성 중 마지막 50번째였고, 나머지 행성들은 각각의 상황에 따라 다른 삶의 방식을 만들어갔습니다. 우리의 미래에도 가능한 선택지가 다양하게 열려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잠깐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보죠.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당신과 후손들이 살아가게 될 미래를 선택하는 과학과 기술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나요? 영향력을 끼치기 위한 장치와 제도, 토론과 논쟁이 충분히 가능한 환경인가요? 앞서 얘기했던 시빅해커들의 모습을 떠올려봅시다. 마스크 재고 앱 개발에 참여한 시민은 중학생부터 대학생, 스타트업 개발자 등 다양했습니다. 다양한 오픈소스와 간편한 기술 인프라에 더해 공공 데이터가 적극적으로 제공되어 누구나 마스크 재고 앱 개발에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빅해커들은 자신들의 기술로 사회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 보람을 느꼈고, 정부의 적극적인 데이터 공개와 누구나 참여 가능한 기반 제공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를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시민의 디지털 역량이 커지고, 공공의 디지털 자원이 보편적으로 접근 가능할 때 사회가 문제를 다루는 방식도 달라지고 서로에 대한 신뢰도 커진 것이죠. <노동 없는 미래>를 쓴 팀 던럽은 기술 발전으로 노동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를 제시하면서도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만일 소수가 원하는 것들보다는 다수가 필요로 하는 것들에 응하는 정부를 재창조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모든 걸 포기한 채 새로운 로봇 지배자들을 환영하고, 남부럽지 않은 중산층의 삶을 살 기회가 싹 사라져 버린 세상, 그리고 그들과 우리로 갈라져 대립해야 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불행한 미래가 다가오기 전에 기술을 둘러싼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공공과 사회가 공유하는 기술을 늘려나가야 합니다. 다수를 위한 디지털 기술 기반의 사회 혁신이 작동하도록 다수의, 다수에 의한, 다수를 위한 기술을 만들고 그에 필요한 환경 구축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캠페이너100에 참여하며 2020년 5월 7일에 썼던 글을 다시 끄집어 내봅니다. 인구 소멸과 노동 소멸이 맞물리면서 아시모프가 그린 솔라리아를 닮아가는 세상으로 우린 점점 더 다가서는 것 같습니다. 결국 누구의 손에 기술이 놓이느냐에 따라 그 기술이 누굴 위해 활용될지를 결정할 텐데요. 기술 공공성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더 많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기술 비판을 넘어 공동체의 공공재로 만드는 운동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기술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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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에 따른 전공 선택? 불평등으로 이어진다고?
여러분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이하 마블)의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정말 좋아하는데요? 극 중에서 정말 똑똑하고,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수 많은 캐릭터가 나오죠! 여러분은 어떤 캐릭터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마 많은 분들은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최고 경영자, ‘토니 스타크’를 먼저 떠올리실 거라고 생각해요. MIT를 졸업한 뒤, 아버지의 군수회사를 인수 받고, 이후 로봇 슈트를 만들어서 세상을 구하는 멋진 캐릭터이지요. 저는 여기에 덧붙여서 헐크의 본 인격, ‘브루스 배너’가 떠오르네요. 여러 개의 박사 학위를 따고, 감마선에 능통한 똑똑한 공학 박사님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이지요. 또한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도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우리의 친절한 이웃은 영화에서 화학, 물리 등 다양한 과학 분야 및 수학에 능통한 캐릭터로 나옵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을까요?   물론 세상을 구하는 멋진 히어로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저는 이들이 모두 ‘남성’임에 주목해보았습니다. 왜 기계를 다루고, 물리를 공부하며, 화학과 엔지니어링에 능숙한 캐릭터는 대부분 남성으로 그려지는 것일까요? 이는 단순히, 구조화 되어있는 사회의 젠더 스테레오타입이 작용하는 것일까요?   마블 팬의 작은 궁금증에서 시작한 이번 인터뷰는, 교육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 ‘하영’과 함께 해보았습니다!     효경: 하영 님 안녕하세요!   하영: 안녕하세요, 하영입니다!   효경: 제가 마블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데, 영화를 볼 때마다 ‘왜 공대나 자연대 등 이과 계열을 전공한 캐릭터들이 대부분 남자로 나오지?’ 이런 궁금증이 늘 들었거든요. 사회에 만연한 젠더 스테레오타입이 작용하는 걸까요?   하영: 저는 마블을 잘 안 보지만 대충 몇 캐릭터들이 그려지네요. (웃음) 저는 이런 현상들을 ‘성별 전공 분리’랑 맞물려서 보고 있어요. 사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교육 현실을 보면, 남녀 격차가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진학률이나, 성적이나 이런 면이 사실 과거에 비해서는 성별에 따라 엄청 구분되진 않거든요. 기회가 비슷하게 주어지는 편이라고 볼 수 있죠. 그렇다면 왜 이렇게 전공에 따라서 성별이 나뉘나, 저도 비슷한 고민을 했는데요.   효경: 전문적인 말로 정리해주시니까 훨씬 좋네요. (웃음) 사실 멀리 나가서 생각하지 않아도,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 문과랑 이과를 나누면 이과에 남학생들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하영: 맞아요. 문이과로 나눠지는 과정에서 이과 자체를 여성들이 덜 가는데, 사실 이과 계열 중에서도 성비가 비슷비슷한 학과들이 있긴 해요. 그런데 아까 효경 님이 이야기 해주셨던 것처럼 특히 공학 분야에서 격차가 진짜 심하거든요.   효경: 제 주변에서도 공대에 다니는 여자 친구들을 많이 못 본 것 같긴 해요.   하영: 저도 많이 못 봤어요. 그런데 사실, 공대라고 하면 조금 막연한 생각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돈을 잘 번다, 취업이 잘 된다’라고 이야기가 나오곤 하잖아요. ‘이렇게 돈도 잘 벌고, 취업도 잘 된다는데 왜 여성들은 공대에 진학하지 않지?’. 이 부분이 계속 의문으로 남는 거죠. 일반적으로, 어떻게 보면 취업이라던지, 경제적인 보상이 공학이 좋다, 라는 게 공식처럼 자리 잡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선택하지 않는 것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효경: 오… 흥미로운 포인트인데요? 그렇다면 하영 님은 왜 여성들이 이과 계열 중에서도 공학 계열 선택이 조금 낮다고 생각하시나요?   하영: 공학이라는 이미지가, 효경 님이 이야기하신 것처럼 미디어에서도 그렇고 우리의 고정관념도 그렇고. 조금은 ‘남성의 분야’라는 이미지가 작용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을 무시하기 어렵잖아요. 인식의 측면은 이럴 것 같고, 이제 현실적인 측면을 보았을 때 이미 남성들이 지배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여성의 진입이 어려울 수도 있고요. 또 여기에 사회문화적인 요인들이 많이 작용도 했을 거고요. 여성으로서 어떤 전공이 취업에 유리한지 등,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들이 있을 것 같아요.   효경: 정말 복잡하고 많은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이런 성별에 따른 전공 분리가 사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예를 들어서 임금 격차라던가…   하영: 네 맞아요,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를 설명할 때에 전공 분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 또한 꽤 큰 포인트라고 이야기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공학 계열을 가야 한다, 이런 이야기는 아니구요. (웃음) 불평등의 요인 중 하나로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걸 이야기 드리고 싶었어요. 이런 격차가 사실 고등학교, 대학교 이럴 때에만 격차가 나는 것이 아니라, 사실 또다른 불평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중요하거든요. 전공 분야의 성별 분리 같은 경우는 워낙 이후의 삶과 연결이 되어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큰 생각 없이 보았던, 토니 스타크, 브루스 배너, 피터 파커와 같은 캐릭터들이 현실 속의 ‘성별에 따른 전공 분리’를 담아내고 있었다니! 성별 전공 분리가 생각보다 우리 삶의 깊숙이 들어와있다는 것이 느껴지셨나요? 또한 단순히 성별에 따라서 전공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이로부터 사회의 불평등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성별 전공 분리의 사례들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이런 현상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차별일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교육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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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 12주기를 보내며 우리가 돌아봐야 할 점들
지난 3월 11일은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긴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피해와 오염은 계속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 역시 지지부진합니다. 무수한 생명을 위협하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원전에 대한 과거로부터의 과제, 현재 마주한 상황, 또 앞으로 가져가야 할 고민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둘러싼 정부, 전문가, 시민 간의 입장 차☢️ 올 1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생성된 방사성 오염수에 대해 “올해 봄부터 여름쯤 시점에 해양 방류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부터 현재까지 고열의 원자로 연료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연료와 접촉한 냉각수가 빗물·지하수와 섞이며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발생했고, 다량의 오염수를 저장하는 탱크가 감당하지 못하자 ‘해양 방류’를 선택한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시설(이하 ALPS)로 처리하면 해양 생태계에 무해한 “처리수”가 된다며 “2023년부터 30년간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경향신문, 23.02.06.) 국내외 전문가들은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다양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페렝 달노키 베레스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는 "(오염수 저장) 탱크의 4분의 1만 측정했기 때문에 데이터는 완전하지 않“는다며 천여 개가 넘는 저장 탱크 가운데 일부만 방사성 검사를 진행하는 ALPS 방식을 우려했습니다. 아르준 마키자니 미국 에너지환경연구소장은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구체적으로 ”얼마나 처리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며 비판했습니다.(KBS, 23.01.07.)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오염수 해양 방류로 인한 국내 어업이 입을 피해를 걱정하며 ”수산물 소비 감소로 인한 어민 피해, 오염수 침투로 인한 남해안 등지의 양식장 피해 등이 예상되므로 어민소득 보전 정책 등도 마련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경향신문, 23.02.06.) 한편 주변국들은 방사성 오염수 해방 방류에 미온적인 대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오염수로 인한 방사능 유출 및 인체·해양생태계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식품의약국의 보고서를 여러 차례 발표하는 등 이전부터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찬성해왔습니다. 중국의 경우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방 방류 발표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면서도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상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1년 발간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영향 및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이동하며 반감기가 짧은 방사성 물질은 빨리 소멸하고, 반감기가 긴 물질은 1년 이상 바닷물과 희석되면서 우리나라에 해류가 도착할 때쯤엔 유해성이 낮은 상태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합니다. 태평양 생태계와 국내 어업에 대해서 역시 “오염수의 직접적인 영향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해 시민들이 비판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전국 곳곳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12주기를 맞아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함께 행진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부산에서 진행된 행진 중 오하라 츠나키 핵없는세상 교육홍보팀장은 “일본과 한국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비용이 가장 저렴한 해양 방류를 선택한 일본과 도쿄전력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국제신문, 23.03.11.) 같은 날 제주에서도 19개의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거리 행진을 펼쳤습니다. 행진에 참여한 정근효 제주청소년기후평화행진 단장은 “시민들을 대변해줘야 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오영훈 지사는 오염수 해양 투가에 대한 사후 대책만 세울 것이 아니라 사전에 막기 위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습니다.(헤드라인제주, 23.03.13.)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해 한국과 일본정부에 보내는 탄원서’에 서명을 받고 있고, 87개의 시민사회단체로 이루어진 핵발전소폐쇄 서명운동본부에서는 ‘기후위기의 위험을 심화하는 발전소 폐쇄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를 윤리적으로 해결하고 이와 같은 참사가 앞으로 더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서명 운동과 같은 작은 시작이 곧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보유 원전 세계 5위, 착공 원전 세계 4위... 한국 원전의 현주소? 작년 12월 경북 울산에 위치한 신한울 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하며 현재 국내에는 25개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 뒤로는 이미 완공되어 운영 허가를 기다리는 신한울 2호기와 운전 시험을 거치고 있는 새울 3, 4호기(구 신고리 5, 6호기)가 줄줄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내의 원전 현황은 세계적인 동향에서도 제법 눈에 띄는 부분입니니다. 오늘날 전 세계에는 33개 국가가 422개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중 한국이 보유한 원전이 전체의 5.9%이자 세계 5위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전 세계에서 착공 혹은 운영대기 중인 원전 수 역시 1위 중국(19개), 2위 인도(8개), 3위 터키(4개) 다음으로 한국(3개)이 4위를 차지하며 상위권에 속합니다.(IAEA PRIS) 그렇다면 한국 원전을 둘러싼 세계적인 순위와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그저 한국을 원자력 발전량이 많은 국가, 혹은 원전 기술 강국으로 이해하면 되는 것일까요? 혹은 경제성만을 믿고 계속해서 원전을 확대하면 되는 것일까요? 흔히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유럽 주요 국가들은 일찌감치 원전의 위험성을 우려하여 ‘탈원전’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원전에 의존하지 않고 다른 대안을 찾겠다는 결정인데요. 이탈리아는 무려 36년 전 1987년 국민투표로 탈원전을 확정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역시 1978년 국민투표를 통해 원저 첫 운영을 무산시켜 이후 1997년 핵 없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독일의 경우 점진적으로 원전을 운영 중단하고 있으며, 현재 남아있는 3개는 내년 상반기까지 폐기로 했습니다. 벨기에도 2025년까지 5개의 원전을 모두 영구적으로 중지하기로 발표했습니다.(경향신문, 22.01.05.) 독일 환경단체 ‘젠더CC-기후정의를 위한 여성(GenderCC-Women for Climate Justice e.V.)’의 파리나 호프만은 탈원전을 향한 움직임은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원전은) 우라늄 자원에 접근하기 위해 넓은 면적의 땅을 오염시키거나 생물다양성을 파괴한다”며 따라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세대에게 결과를 떠넘”기는 결과를 만든다고 합니다. 또 그는 원전의 경제성은 “정부의 보조금이나 원자력에 대한 세금 면제”가 받쳐주기 때문이고, “폐기물 저장과 시설 확보 등 원전의 전체 수명에 걸친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합니다.(한겨레, 22.02.08.)  호프만은 원전의 대안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이야기합니다. 실제 유럽국가들은 2000년대부터 원전과 화석연료의 대체재로서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2010년 전체 전력 생산의 19%였던 재생에너지 비중을 2018년 40%로 올렸고, 2050년까지 10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화석연료 수입에 99% 의존하던 덴마크 또한 현재 전체 전력의 70% 이상을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직접 생산하고 있습니다.(프레시안, 20.03.27.) 오늘날 다수의 국가들은 환경 오염, 방사능 위험, 천문학적인 건설·운영·처리 비용 등 장기적인 피해를 예상하기 때문에 원전 운영을 뒤로하며 더욱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 가운데 한국이 원자력 발전에 크게 의존하거나 원전 강국으로 거듭나는 것은 어딘가 이질적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한국 또한 홀로 외롭게 고집 피우지 말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 탄소중립·에너지 안보의 핵심은 원전? 정부의 원전 정책 방향은 어디로...? 최근까지 한국 역시 탈원전을 선언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함께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핵발전소 축소, 재생에너지 확대를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는 집권과 동시에 국내 최초이자 노후 원전인 고리1호기를 영구 정지시켰습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고리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원전 국가로 가는 출발“이며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는 의미를 부각했습니다.(정책브리핑, 17.06.19.) 물론 이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표심’을 의식하여 ‘2060 탈원전’과 같은 초기 목표가 상당 부분 지체되어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탄소중립화를 확약했자는 면에서 일정한 성과를 보였다고 평가되기도 합니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22.06.30.)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대선 당시부터 그간의 탈원전 기조와는 상반된 가치를 내세웠습니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10대 공약 중 9번째 공약은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원전 최강국 건설’을 제시했고, 페이스북에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고 ‘한 줄 공약’을 남기기도 했습니다.(그린포스트코리아, 22.02.17.) 당선 이후 윤석열 정부는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해 원전 산업을 국가의 핵심전략산업으로 키워갈 것“이라며 원전 기업을 대상으로 1000억 원 규모의 정책 자금과 특례 보증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노후 원전을 ‘수명 연장’하는 계속 운영 작업도 이행 중입니다.(정책브리핑, 22.08.18.) 돌아오는 4월로 40년의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 고리 2호기는 기존 탈원전 정책대로라면 운영 중지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탈원전 정책이 폐기되며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부터 고리2호기 계속 운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연합뉴스, 23.02.23.) 윤석열 정부는 원전을 중심으로 한 행보의 의의를 ‘탄소중립’에 두고 있습니다. 화석발전보다 원자력 발전이 탄소배출이 적기 때문에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논리인데요. 이에 관해서는 앞서 설명했듯이 방사능 위험과 장기적 비용이 뒤따른다는 비판과 더불어 원전 운영의 전체적인 과정을 미루어봤을 때 탄소배출이 더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녹색당은 원전 운영에 있어서 ”건설, 운영, 연료 생성, 해체 등의 과정에서 배출되는 막대한 온실가스“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은 ‘그린워싱’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지진 등 이상 기후로 인해 후쿠시마 사례와 같은 원전 사고의 위험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을 제시하며, 기후위기에 적응 및 대응할 수 있는 탄소중립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녹색당, 22.10.27.) 계속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를 마주하는 요즘, 우리는 어떻게 지금의 원전 기조와 정책을 마주해야 할까요? 당장 손에 주어지는 경제력과 긴긴 피해와 재난을 맞바꾸고 있지는 않은지, 미래에 더 큰 책임을 부여하는 식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주간입니다. 여러분의 생각과 고민도 들려주세요! ? 이외에도 캠페인즈에서 원전·탈핵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습니다! [투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 어떻게 해야 할까요? [투표]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투표] ‘탈원전’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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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탄소중립, 정치로 풀 순 없을까?'
빠띠는 우리의 삶터가 '개인이 안전과 행복을 누리는 공동체'가 되길 바랍니다. '서로 협력하고 기꺼이 기여하는 공동체'이자, '모두가 주인인 공동체'가 되길 바랍니다. 빠띠는, 시민이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 하고,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여러 차원의 장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이에 매월 우리 삶과 긴밀한 주제를 정해서, 이를 빠띠 활동에 녹여내는 실험을 시작합니다. 관련해서 공론장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학습과 연구도 하여 콘텐츠로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콘텐츠를 많은 시민분께 전해드리려 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세 번째 주제는 '탄소중립'입니다. 2020년 한국은 국제 사회의 흐름에 맞춰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올해 3월 25일에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민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았는데요. 빠띠는 미처 주목하지 못한 시민들의 대표성과 참여의 불균형은 없었는지 살펴보며, 시민의 목소리가 담긴 탄소중립 실현을 논의하기 위한 공론장을 마련하였습니다. [✍️ 후기] 들썩들썩떠들썩③ 탄소중립, 정치로 풀자 지난 3월 8일, 들썩들썩떠들썩 두 번째 주제 ‘이동권 보장, 함께 나누어야 할 이야기’에 이어 세 번째 주제인 ‘탄소중립, 정치로 풀자’ 공론장이 열렸습니다. ‘탄소중립’은 개인, 회사, 단체 등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의미로, ‘탄소제로(Carbon Zero)’라고도 하는데요. 최근 들어 탄소중립과 관련한 이야기를 일상 속에서 많이 듣게 되었지만, 정부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무엇을 진행하고 있고, 실천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알기 어렵습니다. 기상이변과 기후위기는 시민들의 일상에서 밀접한 문제이지만, 실제로 우리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선뜻 말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빠띠는 탄소중립의 개념과 정치•제도적 현황 정보를 알기 쉽게 정리하고,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공론장을 기획하였습니다. 발제1. 정부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첫 번째 발제는 로컬에너지랩 대표 신근정 님이 ‘정부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요. 한국 정부 탄소중립 • 녹색성장 비전과 추진전략의 큰 흐름을 살펴보며, 에너지 전환의 과정에서 시민들이 함께 해야 할 과제와 정부를 향해 요구할 수 있는 작고 큰 실천 방안들을 정리해주었습니다. 정보공개청구, 열린 민원실 게시판 활용, 정치인의 SNS에 의견 전달 등 ‘개인의 차원’에서 당장 시도해볼 수 있는 일부터 주민자치회, 기후위기 관련 단체 활동 참여 등 ‘조직의 차원’에서 개인이 기여할 수 있는 일까지. 신근정 님은 ‘행정의 가장 기본 단위는 동이기 때문에 주민자치에서부터 참여와 행동을 시작하는 순간 당신이 이미 지역리더입니다!’라고 강조하며, 탄소중립을 위해 무엇부터 해야할지 어려워하는 분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발제2. 국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두 번째 발제는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 이유진 님이 ‘국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그동안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많은 시민들이 목소리 내었으나, 그 목소리가 정치에 잘 반영되지 않는 상황을 날카롭게 지적하셨는데요. 이유진 님은 지난 대선에서 ‘기후위기는 공공의 책임이다’라는 입장을 가진 후보자들은 당선되지 못했던 것을 짚으며, 선거 제도를 비롯하여 정치 개혁이 필요함을 강조하였습니다. 이에 입법권과 재정 감시 역할을 하는 국회를 어떻게 시민들이 활용할지 초점을 맞추자고 이야기 해주셨는데요. 21대 국회의 기후위기 대응 의정 활동을 모니터링한 ‘그린뉴딜 시민행동’,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에 관한 국민청원’등의 사례를 들며, 시민들의 집단적인 행동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마무리하였습니다. 발제3. 정의로운 전환, 지역별 책임과 부담 마지막 발제는 사단법인 넥스트 미디어 총괄 윤지로 님이 ‘정의로운 전환, 지역별 책임과 부담’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만약 기후위기에 기업들이 대응하지 못한다면 기업이 도산하게 되고, 그것이 노동자들의 실직으로 연결되며, 결과적으로 지역사회의 위기까지 연결되는데요. 윤지로 님은 기후위기를 대응하지 못했을 때 예상되는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의 저탄소 산업 전환이 시급하다고 언급하였습니다. 기후 변화 문제는 크게 온실가스 ‘감축’ 의무, 고령화와 평균 기온 상승에 대한 ‘적응’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구분되는데요. 지역별로 발전소 의존도,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양, 고령인구 비율과 인구당 의료기관 수, 기온 상승 폭이 제각기 다른 상황에서 지역 간 격차가 존재합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감축’과 ‘적응’ 과정에서 지역별로 위험도가 다른 것이지요. 대규모 인프라를 보유하고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권 지역에서는 소비가 많은 한 편,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소비보다 에너지 생산과 산업공정 배출량이 높은 상황입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생산’과 더불어 ‘소비’의 관점에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발제를 마무리하였습니다. ?️ 발제 자료 보러가기 소그룹 토론 : 우리는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할까? 발제가 끝나고 이어지는 소그룹 토론에서는 국회, 정부, 정의로운 전환 세 가지 키워드로 그룹을 나누어 진행하였습니다. ‘탄소중립에서 배제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정부/국회/사회구성원에게 요구 혹은 요청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라는 두 가지 질문으로 열띈 토론이 진행되었는데요. 두 번째 질문에 대한 참여자들의 구체적인 요구와 실천은 들썩들썩떠들썩 캠페인즈 목소리 모으기에 기록하였습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도시에서 토론하는 내용을 듣다 보면 농촌 지역의 상황과 괴리감이 많이 듭니다. 저희 할머니께서는 예전에는 고추를 말릴 때 햇빛에 말렸는데, 지금은 전기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말릴 수가 없어졌습니다. 자급자족하고 에너지 소비가 거의 없어서 탄소배출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 저희 할머니 같은 농민 분들은 이런 탄소중립 실현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탄소중립에서 배제되고 있는 사람 뿐만 아니라, 기후 문제로 인해 영향을 받는 생명, 동물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석탄발전소 노동자, 건설 노동자, 배달직 등 빠른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위협 받는 노동자들이 배제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탄소중립과 관련한 정보를 확인하고 관심 갖기 어려운 시민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탄소중립과 관련한 공론장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청소년, 장애인, 장년층 등 모든 주체들이 배제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국회/사회구성원에게 무엇을 요구 혹은 요청해야 할까요? 목소리 모으기 캠페인의 팻말들을 살펴보면, 시민의 역할과 행동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공통적으로 보입니다. 국회, 정부 등 대상마다 요구하는 것들은 다르지만, 대체로 정책이 실제로 집행되는 과정을 시민으로서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시는 것 같습니다. ? 들썩들썩떠들썩 캠페인즈 목소리 모으기 참여하기 빠띠 크루 조아가 본 ‘탄소중립, 정치로 풀자’ 공론장이번 공론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토론하며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들 덕분에 탄소중립과 기후정의에 대해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제가 참여했던 소그룹 토론에서 최근 난방비 인상 이슈를 보며, 탄소세 도입의 명과 암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필연적인 일이고, 미래 세대를 위해 현재 세대가 부담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1인가구, 취약계층의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한 대책이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서 현 상황에서는 탄소중립으로 인한 탄소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장의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답답하더라도,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낙관적인 태도로 작은 일들을 실천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한 편으로 왜 일이 계속 커지도록 방치한 것인지, 지금의 젊은 세대들 중에 기성 세대를 원망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현 세대가 실천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젊은 세대가 기성 세대가 되었을 때, 미래 세대의 원망을 들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누군가를 탓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했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저보다 먼저 탄소중립, 기후정의를 고민해오신 동료 시민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이번 공론장을 계기로 앞으로 더 관심 가지고 공부하면서 함께 목소리 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탄소중립, 정치로 풀자’ 공론장 이후 더 적극적인 시민으로서 탄소중립 과정에 참여하고 싶다면, 이번 공론장의 공동 주최인 로컬에너지랩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에 참여해주세요! 아래에 있는 링크로 들어가시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파탄에 빠진 '국가 탄소중립기본계획'최소한의 기준을 요구합니다 ✏️글 : 조아 / 빠띠 공론장팀 활동가 모두가 민주주의 위기를 말할 때, 빠띠는 디지털 기술로 민주주의를 혁신합니다. 더 많고 더 나은 일상의 민주주의를 위해 빠띠를 후원해주세요! → 빠띠 후원하기 : https://han.gl/wm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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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는 우리의 노동을 줄여줄까요? 줄인다면 얼마나 줄여줄까요?
챗GPT 광풍이 부네요. 저는 가입만 하고 아직 써 보진 않았습니다. 쓰지 않은 까닭은 아직 어떻게 써야 할지를 모르겠기 때문입니다.  광범위한 정보를 압축해서 잘 정리한다는데, 지금 저는 요약된 정보보다는. 다양한 이슈별로 어떤 주장이나 대안들이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직접 자신의 이야길 하는 사람들이 알고 싶거든요. 찾아보는 맛이랄까, 또 내가 원전을 찾아 내 식으로 이해하면서 느끼는 맛이랄까가 지금은 중요하다 보니 아직 챗GPT를 쓸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챗GPT는 사람이 던진 질문과 가까운 패턴의 문장들을 다시 생성해서 그럴싸하게 배열하는 기술이라고 들었습니다. 한국어로 된 문장들을 어디서 가져왔을까를 생각했을때 내 질문에 매칭해서 돌려주는 값이 어떤 선입견과 잘못된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지도 불분명하기에 아직 사용을 꺼리게 됩니다. 무튼 그럼에도 극찬의 메시지들이 끊임없이 들립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단연 "생산성의 눈부신 향상"입니다. 몇일이 걸렸던 일을 몇분만에 해 냈다는 식인데요. 확실히 보조하는 인공지능(assistive ai)로 중요한 역할을 하겠단 기대감이 저도 듭니다. 하지만 몇가지 질문이 따라 생깁니다. 챗GPT를 통해 정말로 우리의 노동시간이 줄어들까요? 벌써부터 어떻게 써야 잘 쓸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글과 강의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돌이켜봐도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기술들은 대체로 내가 모르던 기술을 하나 더 배우기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고, 결국 그 기술이 현장에서 쓰이는 경우는 대체로 드문데다가, 전반적으로 노동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본 요건이 늘어나게 만드는 후에, 더욱 더 최신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는 노동자가 되어야만 전반적으론 줄어들지 않은 노동시간에 종사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SNS, 뉴스레터, 톡방, 디지털 마케팅, 디자인, 영상 등등. 챗GPT는 기존에 쏟아져나왔던 기술과 달리 정말로 우리 노동시간을 줄여줄까요? 더 무서운 것은, 지금 내가 요구받던 일, 즉 내 업무 범위에 속하는 일의 본질이 지금 내가 챗GPT를 통해 간단히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면. 나에게 이 일을 준 사람이나 조직이 앞으로도 나에게 이 일을 요구하게 될까요? 나같은 사람 10명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의 일꺼리조차 되지 않게 되는 것이 지금 이 일을 하는 나에게 좋은 일인가 싶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생산성이 올라가겠지만요. 결국 생산성이 높아졌을때 그 이익을 누리기 위해선 그 생산성이 높아지는 수단을 스스로 보유해야 합니다. "내 일을 이만큼이나 단축시켜줬어"라고 열광하는 분들 중에 앞으로 일자리 걱정을 해야 할 분들이 많아질 것 같은데요. 챗GPT를 비롯한 신기술은 우리의 노동을 정말 줄여줄까요? 아니, 결국 아예 없애버리지는 않을까요? 우리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기술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려면 잘 쓰는 것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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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이 지나간 자리의 사람들, 기후 난민
기후 난민,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단어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영화 ‘인터스텔라’를 먼저 떠올려보겠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지구의 기후 변화로 인해, 기아 문제, 전염병 등 더 이상 지구에서 살 수없다고 판단한 인류가 대체할 행성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기후 난민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쉬우시겠죠? 영화를 아직 시청하지 않으신 분들도 이해할 수 있게 기후 난민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기후란, 수십 년 동안 한 지역의 날씨를 평균화한 것입니다. 기후는 위도, 바다로부터의 거리, 식물, 산의 존재 또는 다른 지리적 요소에 의존하기 때문에 장소에 따라 다양하며, 또한 시간에 따라서도 다양합니다. 즉, 계절과 계절, 1년 주기, 10년 주기 그리고 빙하 시기 같은 시간의 규모에 따라서도 다르게 됩니다(기후변화 홍보 포털).   이어서, ‘난민’이라는 단어도 낯설진 않으실 겁니다.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이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 등의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는 근거가 있을 때에 본인의 나라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어서 살던 곳을 떠나오는 사람들을 이야기합니다(국가법령정보센터). 따라서 유엔난민기구는 ‘기후 난민’의 양상이 기존의 ‘난민’의 정의와는 다른 부분이 있어,‘기후 난민’ 이라는 용어 사용을 지양하며, 대신 ‘자연 재해 또는 ‘기후변화로 인한 강제 실향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본 글에서는 용어의 혼동을 방지하고자 기후 난민이라는 용어를 채택하였음을 명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된 링크를 통해 확인이 가능합니다! [기후 변화와 강제 실향①] 기후 변화가 가져온 비극…강제 실향과 난민).   그렇다면 ‘기후’와 ‘난민’이 합쳐진 ‘기후 난민’이라는 단어는 기후와 관련이 있는 난민일까요?   맞습니다! 기후 난민이란, 자연재해로 삶의 터전이 망가지면서 이주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자연재해가 지구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후변화와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에 따라, 스티브 킬레리아 IEP(비영리 독립 싱크탱크인 경제평화연구소) 회장은 “생태위협과 기후변화는 세계평화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대규모 인구이동은 난민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 세계가 위기에 빠진다는 것을 인식하고 국제적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세계일보). 대표적인 난민기구라고 할 수 있는 유엔난민기구 또한 기후 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처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2050년까지 약 2억 명 이상이 기후 변화로 인한 강제 실향민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기후 변화와 강제 실향①] 기후 변화가 가져온 비극…강제 실향과 난민). 전문가들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듯, 아래의 표에서도 자연재해로 인한 난민의 수가 결코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기후변화와 기후위기가 지속되면 ‘인터스텔라’에서처럼 기후 변화로 인해, 기아 문제, 전염병 등 더 이상 지구에서 살 수 없어질 지도 모릅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기후변화는 극단적인 기상 이변을 일으키기 때문에 식량 생산의 어려움을 초래하고 기아에 대한 우려가 생겨나고 있으며, 이미 전세계 인구의 10% 이상이 영양부족 상태에 있다고 합니다. 또한 산림들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고 있는데요. 지금도 전 세계 5억 명의 사람들이 사막화 된 지역에 살고 있고, 토지가 유실되어 사람들이 살고 있는 터전을 점차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분쟁으로 인한 이주보다, 기후와 관련된 재해로 본래 살던 곳을 떠나는 사람들이 더욱 많음을 아래의 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살 곳을 잃은 사람들은 음식을 구하고 더 안전한 곳에서 살기 위해 이주를 선택하게 되었고, 당연하게도 전세계적인 이주민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위험에 처한 국가들은 대부분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개발도상국과 최빈국들입니다. 이 국가들은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우 적습니다. 아래의 통계 자료는 기후변화 유발에 책임이 거의 없는 국가들이 더욱 취약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인구의 20%이하인 선진국들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를 배출하지만, 기후변화의 피해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3%만을 배출하는 저위도 개발도상국이 겪고 있는 ‘불평등’한 모습을 보여줍니다(국가인권위원회). 이에 따라, 2003년 9월 24일, 투발루 수상인 Saufatu Sopoanga는 UN 총회에서 전세계를 향해 호소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기후변화가 초래한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과 싸우고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과 혹독한 기상이변은 산호섬에 살고 있는 모든 국민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 위협은 우리에게 직면한 심각한 현실이자, 숨죽이며 다가오는 테러와도 같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기후 난민’과 거리가 멀게 느껴지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초등학생 때엔 ‘대한민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이다’라고 배웠던 것이 벌써 옛말이 되었을 정도로, 한국은 기후위기를 매년 실감하고 있습니다. 봄가을은 매년 짧아지고 있고, 여름은 비이상적으로 더워서 사람들이 온열질환으로 쓰러지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하며, 비이상적으로 눈이 많이 오거나 눈이 오지 않아야 하는 계절에 눈이 오기도 합니다. 환경부와 기상청에서 발표한 대한민국의 폭염일수 변화를 보면 기후위기가 더욱 실감이 됩니다. 이와 같은 전망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또한 기후위기, 그리고 기후 난민이라는 주제에서 결코 동떨어져있지 않음을 상기해야 합니다. 땅이 너무 뜨거워지고, 이에 따라 전염병이 다시 전 세계를 강타하며, 가뭄과 홍수가 빈번히 발생한다면, 우리는 언젠가 ‘인터스텔라(행성 간의) 난민’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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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국민참여를 확대하라 - 1기 탄소중립위원회 국민참여분과 활동 회고
2030년까지 우리는 탄소배출을 얼마나 줄여야 할까? “국민참여분과는 NDC 목표를 50% 이상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총괄위원회에 제출하겠습니다.” 2021년 10월 12일, 탄소중립위원회 국민참여분과는 “NDC 50% 이상 상향 필요"로 결론을 내렸다. 몇달간에 걸친 위원회 내에서의 검토, 교육계, 종교계, 청년, 시민사회를 비롯한 다양한 단위의 의견 수렴, 그리고 탄소중립위원회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와 보다 강력한 감축 정책을 요구하고 눈물을 흘리며 사퇴한 종교분과위원들의 호소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이후 탄소중립위원회 총괄위원회는 NDC 안을 “40%"로 결정하고, 2021년 11월 2일 최종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이상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누군가는 “40% 이상 감축 목표"가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했다. 또 누군가는 “50% 이상 감축도 부족하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탄소중립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50% 이상 감축"으로 의견을 내기까지 고민이 적지 않았다. 모두의 생존을 결정지을지도 모를 NDC 감축 목표를 위원회는, 위원 개개인은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면밀히 검토해서 정확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동시에 있었다. 하지만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국민참여분과의 위원인 나는 국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으로 설치한 위원회는 법률로도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공인,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사회계층의 대표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50명 이상 100명 이내의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도 법률로 명시하고, 기후환경위원회를 통폐합한 까닭도 사회 각계각층의 대표성을 반영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민간위원 70여명을 구성한 후에도 특별히 국민참여분과를 만든 까닭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에 다양한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와 아직 집단으로 형성되지 않은 국민의 목소리까지도 더욱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함이었다(고 나는 기대했다). 하지만 시민사회협의체를 구성하려 했던 노력은 대다수의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거절당했다. 협의체 구성에 참여하는게 아님을 확인받은 후에야 몇몇 시민사회단체들과 겨우 간담회를 열수 있었다. 위원회 바깥에서 위원회 해체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토론회에 참석해서 귀동냥을 했고, 보다 절박하고 과감한 정책을 호소하는 종교 지도자 분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서 함께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위원회에 함께 했던 목사님, 신부님, 스님은 강력한 감축 목표안을 촉구하며 사퇴하셨지만, 사퇴하신 분들이든 짧은 기간동안 만나는 것조차 거부했던 분들이든 모두 “보다 획기적인 감축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분명하게 하고 있었다. 국민참여분과는 우리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은 목소리들도 전체 의사 결정에 반영하거나 기록으로 남기려 했다. NDC 40% 목표가 비과학적이라거나 산업계의 주장에 귀기울이지 않았다는 주장들이 있는데, 거꾸로 반문하고 싶다. 과학자가 아닌 시민들이 적절하고 가능한 목표를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거나, 데이터를 제공했냐고. 또한 산업계를 비롯한 정부 거버넌스에 익숙한 단위들은 충분하진 않을수 있어도 함께 대화하고 의견서를 제출할 기회가 있었지만, 여전히 보통의 국민들이 참여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도. 정책 결정은 과학적이기 이전에 민주적이어야 하고, 민주적이기 위해서도 과학적이어야 한다. 또한 다양한 계층의 주장과 이해관계를 조율하려는 전제가 우리 모두의 공동의 이익을 향해 있어야 한다. 참여분과 위원으로서 나는 내가 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더 나아가 NDC와 탄소중립시나리오안 확정은 끝이 아니라, 좋은 대화와 논의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탄소중립정책 논의에 국민의 공간을 어떻게 만들까? 수많은 숫자와 난해한 기술들, 여러 이해관계가 갈리는 입장 차이까지 탄소중립 논의는 무척 어렵다. 그렇기에 과학과 기술, 산업의 전문가들이 모여 옳고 그른 것을 엄밀하게 찾아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모두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기후위기와 이에 대응하는 정책은 당연하게도 국민들이 이해관계자로서도 참여해야 하고, 실질적으로도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이해와 공감에 기반한 공동 실천이 필수적이다.  위원회는 중요한 권한을 위임받은 위원회의 책무성과 함께 국민들의 이해와 공감을 위해서도 회의록을 모두 공개하기로 결정한다. 모든 이들의 실명을 명시하는 수준까지는 못 갔지만, 대부분의 위원들은 회의록 결정을 당연하게 공감했고, 지금도 탄소중립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회의록을 볼 수 있다. 대통령직속위원회로서는 흔치 않은 공개 결정이었지만, 한편으론 강력한 권한을 가진 위원회일수록 회의록을 더욱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미래의 어떤 시점에서든 누구나 그들의 미래를 결정지은 중요한 논의와 결정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위원회가 소중하게 모으고 공개하려고 했던 또 다른 자료는 위원회에 취합된 다양한 입장과 주장, 제안을 담은 의견서들이었다. 위원회는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간담회를 통해서 탄소중립시나리오와 NDC 초안을 전달하고 의견을 나누었는데, 그 과정에 94개 단체가 의견서를 만들어 전달했다. 이 의견서를 위원들이 꼼꼼히 읽고 최종안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위원회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게시함으로써 다양한 입장을 드러내고 더 나은 논의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했다. NDC 상향안 초안을 공개하며,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온라인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위원들과 단체들 뿐만 아니라, 가능한한 국민들이 협의와 논의 과정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으로 추진하였던 토론회였다. 아쉽게도 2차례밖에 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정책 논의 과정이 더 많이 기록되고 더 많이 국민들에게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들을 대표하는 국민들, 탄소중립시민회의 국민들을 대표하는 국민들인 ‘탄소중립시민회의’도 국민참여의 일환으로 진행하였다. 인구 비율을 고려해 구성한 533명은, 특히 2030년과 2050년을 정면으로 살아갈 10대들을 23명 포함함으로써 미래세대의 대표성을 강화하였고, 100세 시대를 감안하여 보통 60대 이상으로 모집하는 고령층 그룹도 60대와 70대 이상으로 세분화하였다는 특징을 가진다. 10년, 30년 후의 세대 구성을 고려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미래세대와 청년세대에 가중치를 높이는 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의 논의를 통해 시민들은 탄소중립정책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며, 다양한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각자의 판단을 숙성시켜 나갔다. 시민들의 판단은 4차례에 걸친 설문조사로 반복해서 확인하였는데, “탄소중립은 2050년보다는 빨라야 한다”는 의견을 55.2%가 내었고, “노후 석탄발전소의 폐쇄 시기”는 1차 설문조사에서는 2030년이 바람직하다고 35.2%가 의견을 내었으나 4차 설문조사에서는 2050년이 바람직하다고 30.8%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는 탄소중립 추진 과정에서 기대/우려하는 점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꼽았던 시민이 2차에 1.9%였던데 비해 4차에는 14.3%로 증가한 것과 함께 관찰되는 지점으로 일자리 문제와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가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탄소중립시민회의는 위상과 권한 등 여러 과제들이 남아 있지만, 앞으로 맞닥뜨릴 다양한 쟁점을 대표성을 가진 시민들이 숙의를 통해 때론 당사자로서, 때론 중재자로서 역할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국민들에게 충분한 자료와 설명이 제공된다면, 탄소중립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참여, 제대로 더 잘 이어나가야 돌이켜보면 이 과정은 짧아도 너무 짧았다. 시민회의는 기본적으로 2년은 운영해야 하고, NDC안과 탄소중립시나리오는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듣는 것을 넘어, 다양한 입장들이 서로 부딪히는 토론회와 공론장을 충분히 열면서 천천히 만들어야 했다. 더 나아가 탄소중립시나리오라는 말처럼 다양한 상상을 담은 시나리오를 사회 각계각층이 만드는 장을 위원회가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2년을 약속했던 위원회조차 정권이 바뀌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했고, NDC와 탄소중립시나리오를 확정한 후에 더 충실하게 국민과 함께 논의하며 내용을 채우겠다던 약속은 지킬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와 지켜야 할 시점을 맞추기 위해서도, 여러 의미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서도 위원회에 참여한 민간위원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노력했다. 국민 참여도 짧은 시간 동안 여러가지 형식을 갖추며 할 수 있는 시도를 하려고 노력했다.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크지만, 국민참여를 확대하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연속적으로 이어나가야 한다. 그럴때 다음 사안들을 꼭 고려하길 바란다. 우선 거버넌스다. 많은 비판에 직면했지만 위원회는 여러 노력의 결과다. 기존의 기후환경 관련 위원회를 통폐합해서 대표성과 실효성을 부여했고, 각계각층에서 위원을 선정하도록 법률로도 명시하였다. 협의체와 시민회의 등 국민과의 협력 및 참여 모델도 실행했다. 하지만 커진 규모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구체적인 거버넌스 운영 체계는 미흡했다. 책무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의록을 공개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고, 실제로 의결과 심의를 담당하는 법률로 규정한 위원회였지만, 위원회 내에서도 논의와 의사 결정 체계, 권한의 범위, 추진 체계를 아쉬워하는 위원들이 적지 않았다. 이는 곧바로 협의체 구성에서도 문제로 이어졌고, 시민회의로까지도 이어진다. 권한과 책임의 범위, 기대하는 역할, 논의와 의사 결정 체계, 추진 체계는 참여하려는 단위가 어디든 누구나 먼저 확인하게 되는 내용들임에도 이를 준비할 충분한 시간이 위원회에 없었다. 시민의회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마찬가지로 본인들의 역할과 권한의 범위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 민간위원, 협의체, 시민회의, 공론장 등 다양한 층위로 국민으로 초대해 거버넌스를 구성하려는 시도는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커다란 바구니 하나에 좋은 것들을 일단 담아둔 셈이었기에 아쉽다. 다양한 국민 참여의 체계들의 역할을 어떻게 나누고 실행할지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두번째는 공론장의 확대다. 시민회의에서 많은 시민들이 석탄발전소의 문제를 깊게 생각한 까닭은 정의로운 전환, 즉 일자리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올해 초부터 시민들이 피부로 실감하는 전기세와 난방비 문제 역시 탄소중립 정책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슈다. 정책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이해와 공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만큼, 국민들이 직접 겪게 될 여러 어려움들이나 이웃들이 겪게 될 어려움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함께 해결에 나서야만 탄소중립은 실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보다 긴 시간을 들여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국민들이 이야기하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들이 이야기하고, 미래세대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야기나누는 공론장을 지역별로, 주제별로 다양하게 진행해 나가야 한다.  탄소중립은 무겁고 어려운 주제이지만, 국민 참여를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탄소 배출을 줄이고 배출한 탄소를 흡수하는 일련의 계획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함께 다양한 시각으로 상상하는 계획으로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는 과학 기술의 가능성을 다양하게 모색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일자리 소멸의 충격을 혁신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할 수도 있다. 기후 약자를 돌보는 것을 넘어 생태 전반을 함께 되살리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도 있다. 여기에 산업과 경제의 역할을 재구성하고 더욱 더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가는 방향을 누군가가 제시할수도 있다. 다양한 상상과 각자의 전문성이, 집단의 지성과 협력으로 발휘되도록 장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을 위원회가 가지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 를 충분히 만들고 공개해야 한다. 누군가가 면밀하게 검토해서 최적의 감축안을 만들어내기에도 현재의 데이터는 충분하지도 파악하기 쉽지 않다. 탄소중립정책은 다른 정책에 비해 데이터로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데이터로 달성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정책이기에, 데이터 기반 행정을 도입하기에 적합하다. 더 나아가 국민들이 다양한 기후위기 극복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제시하기 위해서 국가는 국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기후 관련 공공 데이터를 민간과 함께 더 적극적으로 더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데이터가 충분히 존재해야 NDC가 35%냐, 40%냐, 50% 이상이어야 하냐의 논쟁이 과학적이면서도 민주적인 대화와 설득, 경쟁과 합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국민참여 없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탄소중립 정책 수립 과정에 각계각층의 다양한 국민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던 국민참여분과는 그러나 지금 정부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3월에 나올 기본계획은 국민들이 논의에 참여하기커녕 내용조차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국민참여는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되어서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러면 1기의 위원회가 국민참여를 충분히 잘해서 더 이상 필요가 없어서일까? 그 역시 아닐테다. 복합적이고 절박한 위기의 시대는 우리 모두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는 보다 더 민주적인 탄소중립 정책 추진 체계를 마련할 의무가 있고, 국민들 역시 정부가 국민의 참여, 국민과의 협력, 즉 민주성을 확대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위기인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하는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한다. ✏️글 : 시스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이사장 / ohyeon@parti.coop 이 글은 오마이뉴스, 빠띠 홈페이지, 빠띠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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