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광풍이 부네요. 저는 가입만 하고 아직 써 보진 않았습니다. 쓰지 않은 까닭은 아직 어떻게 써야 할지를 모르겠기 때문입니다.
광범위한 정보를 압축해서 잘 정리한다는데, 지금 저는 요약된 정보보다는. 다양한 이슈별로 어떤 주장이나 대안들이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직접 자신의 이야길 하는 사람들이 알고 싶거든요. 찾아보는 맛이랄까, 또 내가 원전을 찾아 내 식으로 이해하면서 느끼는 맛이랄까가 지금은 중요하다 보니 아직 챗GPT를 쓸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챗GPT는 사람이 던진 질문과 가까운 패턴의 문장들을 다시 생성해서 그럴싸하게 배열하는 기술이라고 들었습니다. 한국어로 된 문장들을 어디서 가져왔을까를 생각했을때 내 질문에 매칭해서 돌려주는 값이 어떤 선입견과 잘못된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지도 불분명하기에 아직 사용을 꺼리게 됩니다.
무튼 그럼에도 극찬의 메시지들이 끊임없이 들립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단연 "생산성의 눈부신 향상"입니다. 몇일이 걸렸던 일을 몇분만에 해 냈다는 식인데요. 확실히 보조하는 인공지능(assistive ai)로 중요한 역할을 하겠단 기대감이 저도 듭니다. 하지만 몇가지 질문이 따라 생깁니다.
챗GPT를 통해 정말로 우리의 노동시간이 줄어들까요? 벌써부터 어떻게 써야 잘 쓸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글과 강의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돌이켜봐도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기술들은 대체로 내가 모르던 기술을 하나 더 배우기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고, 결국 그 기술이 현장에서 쓰이는 경우는 대체로 드문데다가, 전반적으로 노동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본 요건이 늘어나게 만드는 후에, 더욱 더 최신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는 노동자가 되어야만 전반적으론 줄어들지 않은 노동시간에 종사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SNS, 뉴스레터, 톡방, 디지털 마케팅, 디자인, 영상 등등. 챗GPT는 기존에 쏟아져나왔던 기술과 달리 정말로 우리 노동시간을 줄여줄까요?
더 무서운 것은, 지금 내가 요구받던 일, 즉 내 업무 범위에 속하는 일의 본질이 지금 내가 챗GPT를 통해 간단히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면. 나에게 이 일을 준 사람이나 조직이 앞으로도 나에게 이 일을 요구하게 될까요? 나같은 사람 10명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의 일꺼리조차 되지 않게 되는 것이 지금 이 일을 하는 나에게 좋은 일인가 싶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생산성이 올라가겠지만요.
결국 생산성이 높아졌을때 그 이익을 누리기 위해선 그 생산성이 높아지는 수단을 스스로 보유해야 합니다. "내 일을 이만큼이나 단축시켜줬어"라고 열광하는 분들 중에 앞으로 일자리 걱정을 해야 할 분들이 많아질 것 같은데요. 챗GPT를 비롯한 신기술은 우리의 노동을 정말 줄여줄까요? 아니, 결국 아예 없애버리지는 않을까요? 우리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기술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려면 잘 쓰는 것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코멘트
7새로운 기술 혹은 도구가 등장할 때마다, 빠르게 확산될 때마다 해야할 고민으로 보입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차이, 기능과 역할의 차이 때문에 적합한 예시일지는 모르겠지만)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휴대전화 시장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고, 그 영향으로 규모가 크게 줄어들거나 휴대전화 사업에서 철수한 노키아, LG 등의 회사가 떠올랐는데요. 특히 노키아의 경우 노동자를 해고하면서 생산공장이 있던 독일, 헝가리 등 여러 국가에서 사회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읽으면서 문득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한켠으로는 청각장애인의 진입장벽이 매우 높았던 클럽하우스 등 음성 기반 SNS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기술 혁신'이라 부르는 것들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제공되지 않는다면 소수자와 다수자의 격차를 만들고, 차별을 강화하는 도구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저도 가입만 해두고 아직 써보질 못했네요. 한 번 써보고 싶긴 합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변화되는 사회의 핵심적인 한 부분인 것 같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것의 사회적 의미가 무엇인지 잘살펴봐야겠습니다. 이 글은 그 사회적 의미를 찾아가는데 하나의 중요한 관점을 제시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사이버타리아트>라는 책이 생각나네요. 세탁기, 냉장고, 식기세척기와 같은 가전제품의 발달이 여성의 가사노동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일을 빠르게/한번에 처리해야 할 것을 요구했고, 그리고 가정 내 다른 종류의 다른 '돌봄'노동과 병행하게 (육아를 비롯하여 정서적인 차원에 관한 여성의 성역할과 규범이 강해졌다고) 되었다는 식의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요.. 과연 어케될까요. 이 기술의 발달이, 정말 해방적일지? 아니면...챗지피티들이 이제 취약한 노동을 해야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동료가 될지...?
대통령도 챗GPT 사용을 공무원에게 독려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본인의 업무(신년사)에도 활용해 보았다고도 하고요. 그런 동시에 초장시간 노동인 69시간 노동 정책을 추진하기도 합니다. 정책방향으로서 인공지능과 노동의 연관성이 궁금해집니다.
이 이슈에 대해 chat gpt에 돌려봤습니다.
라고 하네요. 요즘 chat gpt에 대해 분석하는 콘텐츠가 하도 많이 쏟아지지만, 공통된 이야기는 '이 도구를 잘 사용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인 것 같습니다. 본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노동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특히 이렇게 노동 시장에 전반적인 영향을 주는 기술이라면 모든 사람들이 이 이점을 누릴 수 있도록 접근이 가능하고 포괄적인 것인지 확인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몇년 전만해도 기술이 발전하면 인간은 육체 노동, 위험하고 힘든 노동을 안 하게 될 것이라고 했었는데, 컴퓨터는 절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던 바둑과 예술부터 깨져나가는 것을 보고 그 동안 인간들이 참 거만했구나, 육체를 정말 경시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챗GPT가 앞으로 어느 정도 발전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발전한 사업이 가져다 주는 이익이 그렇지 않은 사업으로 어느 정도 이전되지 않으면, 즉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그 발전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금 들게하는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학가에서도 챗 GPT를 이용해서 과제를 제출하는 사례도 빈번히 있다고 하더라고요...! 지식을 배우고 향유하는 공간에서 ai가 적어준 글을 과제로 제출한다는 것이 '정말 지식의 사유가 맞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또한 어릴 때에 배웠던 인터넷 상에서의 윤리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이슈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