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다 개발할거면 보호구역은 왜 지정하나요?

202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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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소설책, 스릴러 영화를 좋아합니다. 오늘 부족했다면, 내일은 더 나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1월 31일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는 흑산도 일부 0.675㎢ 구역을 국립공원에서 해제했다. 1981년부터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에 공항이 들어설 예정이다. 멸종위기종 철새들의 기착지로도 유명한 흑산도는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매, 흰꼬리수리 등 야생생물 1급 조류가 발견되었다. 이곳에 공항이 들어서면 새와 항공기가 충돌할 가능성 등으로 생물다양성 문제인 동시에 안전 문제가 예상된다. 

2월 27일 환경부는 '조건부 협의'결정으로 설악산 오색케이블가 사업을 허가했다. 설악산은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국립공원, 백두대간보호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5가지 보호구역으로 겹겹이 지정되어 있는 우리나라 야생의 핵심지역이다.

3월 6일 환경부는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협의의견을 제출했다. 2021년 환경부는 맹꽁이, 두견이 등 법정보호종의 서식지 보전방안과 제주의 특징적인 환경자산인 숨골의 보전가치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등을 이유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반려한 바 있다.  

연이은 환경부의 환경부답지 않은 결정에 지금 나는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인가 걱정이 앞선다. 한편에서는 기후위기와 생물종 멸종이라는 지구적 위기를 말하고, 한편으로는 개발과 지역경제를 내세우는 불합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국립공원은 자연공원법에 따라 보호하는 지역으로, 국립공원 홈페이지에는 아래와 같이 소개되어 있다.

"전 국토대비(100,399㎢) 국립공원 면적은 4.0%(해상면적 제외)해당하는 6,726㎢이며, 국립공원 면적 중 59.1%인 3,972㎢가육상이며, 나머지 2,754㎢(40.9%)가 해상 공원구역입니다.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국립공원은 국내 기록 생물종(45,295종)의 45%에 해당하는 20,568종이 서식·분포하며, 국내 멸종위기종(246종)에 한정하여 보았을 때는 65%에 달하는 160종이 국립공원 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우리나라 국토 중 보호지역은 17%인데 그중에서도 국립공원은 약 4%에 그친다. 전 국토대비 얼마 되지 않은 면적이지만 다양한 생물종들이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생물종이 줄어든다는 것은 이 생태계가 위기에 놓여있다는 뜻이고 생물학적 특성을 가진 인간도 위기에 빠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물의 다양한 종을 보존해야 우리도 안전하다. 그 생물종들이 살고 있는 서식지를 보호하고 이곳 만큼은 개발되면 안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을 두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에서 타당성 없다는 지적은 무시하고, 개발을 하기 위해 국립공원에서 해제하는 꼼수를 동원해서라도, 공약사업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밀어부치는 것으로 개발만을 우선한다면 법과 원칙은 왜 필요한 것인가.

얼마 되지도 않는 국립공원 면적에 각종 개발 사업을 허가해주고, 이용객들을 위한 편의시설만 늘어나다보니 국립공원이 보호구역이라는 생각이 잘 안 들기 때문일까? 편하게 이용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시끄럽게 자연을 즐기고 간 사이 우리에게 자연은 개발과 이용의 대상,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 버렸다. 

국립공원의 원조인 미국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도 산불조심 표지판이나 가드레일도 없다. 미국 국립공원청 첫째 사명은 '탐방객에 대한 서비스'가 아닌(우리나라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안전한 탐방, 이용 만족도 향상, 공원자원의 훼손 예방 등이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말한다) '국립공원 안 자연, 문화, 자원의 보전'이다. 

개발의 광풍속에서 우리가 정말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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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환경부의 환경부답지 않은 결정에 지금 나는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인가 걱정이 앞선다.



환경부, 여가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등 다들 그 이름에 맞지 않는 결정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찔해지는 문장입니다. 조건을 걸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닌 환경영향평가에 '조건부 협의'를 일삼는 환경부를 보니 어쩌면 맞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그 이름에 반하는 지경에 이른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초록 비회원

윤대통령은 혁신이랍시고 개발 분야에 투자를 남발하지만 시민과의 소통없이 휘두르는 독단입니다. 그는 미래세대와 환경보전은 뒷전이고 그냥 개발에 집착하는 사람입니다. 개발이 성장의 지표가 되기 때문이겠죠. 비젼이고 뭐고 없이 텅 빈 머리로 권력을 휘두르는게 이렇게 무서운 일인데, 그 피해는 왜 일반 시민들이 입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 개발할 거면 보호 구역을 왜 정하는 거냐는 제목이 정말 많은 환경 이슈들을 관통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모르는 새에 보호의 의미가 바뀌었나 싶은 요즈음이었는데, 정리해주신 사례를 보니 다시 한 번 가슴이 답답해지는...

다른 토론에서 케이블카 같은 개발이 이동권과 접근성에 도움을 주니 괜찮은 면도 있는거 아닌가 싶었는데요. 

국립공원의 원조인 미국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도 산불조심 표지판이나 가드레일도 없다. 미국 국립공원청 첫째 사명은 '탐방객에 대한 서비스'가 아닌(우리나라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안전한 탐방, 이용 만족도 향상, 공원자원의 훼손 예방 등이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말한다) '국립공원 안 자연, 문화, 자원의 보전'이다. 

위 문장을 보니 그 생각이 사그라드네요.

'개발로 이권 챙기는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없이 다음세대의 미래는 없을 것만 같습니다.

1980년 이후 자연훼손이 심한 국립공원 내 개발 사업을 중단했음에도 30년 만에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들고 나온 2010년 이명박 정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위한 테스크포스를 비밀리에 조직한 2015년 박근혜 정부, 끝내 시계를 43년 전으로 되돌리는 결정을 내린 2023년 윤석열 정부. 이들에게 생태계와 환경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실패했듯이 제 멋대로 결정해 환경파괴를 일삼는 시도는 반드시 실패하도록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