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사회 축소판' 아닌 22대 국회... 시민 대표할 수 있나
'사회 축소판' 아닌 22대 국회... 시민 대표할 수 있나 [녹색정치리포트] 제22대 국회의원과 일반 시민의 성별·연령·학력·재산 비교 분석 민주주의 연구의 대가인 로버트 달(Robert A. Dahl, 1915~2014)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로 '정치적 평등'을 꼽았다(Dahl 2008). 시민이 정치적 평등을 누리기 위해서는 첫째는 참정권을 확보해야 하고, 둘째는 의회를 통한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이미준 2021, 82). 특히 오늘날과 같은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의회를 통한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의회의 대표성에 관해서는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하나는 의회의 구성이 전체 사회의 구성과 일치해야 한다는 '축소판 모델'이다. 또 하나는 축소판이 아니더라도 선출된 대표가 선출한 시민을 위한 결정을 내리면 된다는 '대리자 모델'이다(전용주 2012, 41-42).  ▲  국회의사당 전경 ⓒ needpix.com  그런데 우리 시민들은 국회의원을 '대리자'로서 신뢰하지 않는다. 한국행정연구원의 기관별 신뢰 정도 조사(2024)에 따르면 국회를 '전혀 믿지 않는다'는 응답이 31.1%, '별로 믿지 않는다'는 응답이 44.2%로, 믿지 않는다는 응답을 합치면 75.3%에 달했다. 반면에 '약간 믿는다'는 응답은 20.2%, '매우 믿는다'는 응답은 4.5%에 그쳤다. 그렇다면 '축소판'으로서는 어떨까? 이 글은 제22대 국회의원과 일반 시민의 성별·연령·학력·재산 등을 비교함으로써, 제22대 국회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대의민주주의와 정치적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살펴보겠다.  [성별] 유권자는 여성이 더 많은데, 의원은 80%가 남성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제22대 총선이 열렸던 2024년 4월 기준 우리나라의 총 인구수는 5128만 5153명이다. 이 중 투표권을 가진 만 18세 이상 유권자는 총 4428만 2420명이며 남성이 2194만 8065명, 여성은 2233만 4355명으로써, 비율은 남성이 49.6%, 여성이 50.4%다. 그런데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는 총 300명 중에서 남성이 240명, 여성이 60명으로써, 비율은 남성이 80.0%인데 비해 여성은 20.0%에 불과했다. 제22대 국회에 여성 국회의원이 역대 최고로 많다고 하지만, 실상은 심각한 성별 불균형으로 나타났다. 즉 대한민국 유권자는 성비가 비슷하며 여성이 약간 더 많지만, 제22대 국회는 남성 국회의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  표1. 대한민국 유권자와 제22대 국회의원의 성별 비교 ⓒ 박제민 2024 ▲  그림1. 대한민국 유권자와 제22대 국회의원의 성별 비교 ⓒ 박제민 2024 [연령] 50대 남성 과대대표... 전체 유권자 9.9%가 의원 40% 차지   성별 결과를 연령비로 세분화해보았다. 그 결과 50대 남성과 여성, 60대 남성이 유권자 성비 및 연령비에 비해서 의원 성비 및 연령비를 초과했다.  즉 50대 남성은 유권자 비율이 9.9%였지만, 의원수는 총 120명으로 그 비율이 40.0%였다. 60대 남성 역시 유권자 비율이 8.6%였지만, 의원수는 총 89명으로 의원비가 29.7%였다. 50대 여성은 유권자 비율이 9.8%였는데 의원수는 총 30명으로 의원비가 10.0%로 가장 유사했다. 반면에 50대 남성과 여성, 60대 남성을 제외한 다른 성별과 연령층에서는 유권자 비율에 비해 의원수 및 의원비가 턱없이 모자랐다. ▲  표2. 대한민국 유권자와 제22대 국회의원의 성별 및 연령 비교 ⓒ 박제민 2024 ▲  그림2. 대한민국 유권자와 제22대 국회의원의 성별 및 연령 비교 ⓒ 박제민 2024 [학력] 서울대 출신 25%, 'SKY' 출신 43%  제22대 국회의원 중 학부 출신학교를 기준으로 고려대학교,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가나다순) 등 3개 대학 출신이 전체 300명 중에서 129명으로 43.0%에 해당했다. 세부적으로 서울대 출신이 75명으로 25.0%, 고려대 출신이 32명으로 10.7%, 연세대 출신이 22명으로 7.3%였다.  ▲  표3. 대한민국 제22대 국회의원의 출신학교 ⓒ 박제민 2024 ▲  그림3. 대한민국 제22대 국회의원의 출신학교 ⓒ 박제민 2024 한편 제22대 국회의원 300명 전원이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이 중에 229명은 대학원에 진학했거나 졸업했다. 세부적으로 박사 77명, 박사수료 25명, 박사과정 1명, 석사 105명, 석사수료 14명, 석사과정 1명, 전문석사(로스쿨) 5명, 전문석사(로스쿨) 수료 1명이었다. 반면에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대한민국 평균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 0.9%, 중학교 졸업 8.0%, 고등학교 졸업 38.8%, 전문대학교 졸업 19.7%, 대학교 졸업 31.7%, 대학원 이상 졸업 0.9%으로 나타났다.  ▲  표4. 대한민국 시민과 제22대 국회의원의 학력 비교 ⓒ 박제민 2024 ▲  표5. 대한민국 제22대 국회의원의 학력 ⓒ 박제민 2024 [재산] 평균 재산 33억 3000만 원... 일반 시민에 7.6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분석(2024)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시민의 평균 재산은 약 4억 4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부동산 재산이 약 4억 1000만 원, 증권 재산은 약 8840만 원으로 나타났다(출처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한편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평균 재산은 약 33억 3000만 원으로 일반 시민의 약 7.6배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부동산 재산이 약 18억 9000만 원으로 일반 시민의 약 4.6배였으며, 증권 재산은 약 8억 6000만 원으로 일반 시민의 약 9.7배였다.   ▲  그림4. 시민과 제22대 국회의원의 평균 재산 비교(단위: 억 원)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2024를 수정 사회 '축소판' 아닌 국회, 시민을 대표할 수 있을까 제22대 국회의원과 일반 시민의 성별·연령·학력·재산 등을 비교한 결과, 제22대 국회를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없었다. 제22대 국회의원들의 평균적인 모습은 '명문대를 나오고 돈 많은 50대 남성'이었는데, 이는 우리 사회의 인구학적·사회경제적 특성과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구는 여성이 좀 더 많지만 국회의원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50대 남성·50대 여성·60대 남성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은 유권자 비율에 비해 국회의원 비율이 턱없이 낮았다.  또한 국회의원들 상당수는 특정학교 출신에 몰려 있고, 평균 재산은 33억 3000만 원으로 시민 평균에 비해 7.6배나 높았다. 물론 사회의 인구학적·사회경제적 특성을 의회에 완벽하게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비슷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에서는 정치적 대표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평범한 시민과의 유사성(resemblance)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에서 참정권, 그중에서도 투표권이 폭넓게 보장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통해 의회에 진출하는 집단이 매우 한정적이라면(이관후 2016, 40), 그 사회의 대의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으며, 주권자인 시민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인 정치적 평등을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자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2024. "22대 국회 당선인 평균 재산 1인당 33억, 국민 평균 7.6배" 보도자료. (2024. 5. 21.). 이관후. 2016. "민주화 이후의 정치적 대표에 대한 비판적 고찰 :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시민과세계』 제29호. 27-56. 이미준. 2021. "여성할당제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 여성의 정치적 평등과 할당제의 효과". 『정치사상연구』 제27집 제2호. 75-102. 전용주. 2012. "제19대 국회의원의 특성 : 사회경제적 배경을 중심으로". 『의정연구』.제18권 2호. 39-64. 중앙선거관리위원회,「당선인 통계」,  2024, 2024.07.03, 학력별, 국회의원선거 한국행정연구원,「사회통합실태조사」, 2023, 2024.07.03, 기관별 신뢰 정도 행정안전부,「주민등록인구현황」, 2024.05, 2024.07.03, 행정구역(시군구)별, 성별 인구수 (재)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기업가정신실태조사(개인편/기업편)」, 2022, 2024.07.03, 학력 Dahl, Robert A. 2008. On Political Equality.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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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그림’ 구속영장 치던 그 시절… 윤석열 풍자 가수도? [우상의 정원 18화]
풍자와 패러디는 그에겐 빼놓을 수 없는 도구였다. “이번에 KTV가 저작권법으로 고소했지만, 사실…. 건희야(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네가 한 거잖아. 직접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맞다이(맞상대) 떠야지. 뒤에 숨지 말고!“ 대통령 풍자 노래를 만들었다가 고소당한 가수 백자(본명 백재길, 52세)는 이번엔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패러디했다. 지난 1일, KTV 고소 규탄 기자회견 중 나온 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정책방송원(KTV)은 지난 3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가수 백자를 형사고소했다. 대통령실이 올해 설 명절 메시지로 가수 변진섭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라는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백자가 “탄핵이 필요한 거죠”로 개사해 부른 걸 문제 삼았다.(관련기사 : “풍자 유튜버 고소? 명품백 받은 죄인부터 잡아가라”) 백자가 유튜브 계정 ‘가수 백자tv’에 올린 풍자 영상은 KTV의 신고로 게시 3일 만에 삭제됐다. 이번 KTV 민간인 고소 사건에 대통령 부부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보는 이유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저작물 무단 이용을 문제 삼는 거지만, 사실 뒤에선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보기 때문.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를 해서 저를 괴롭힐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별건으로 또 다른 (형사 사건이) 들어올 수도 있겠죠. 예를 들어 제가 활동했던 다른 건을 갖고 국가보안법 문제를 건다거나… 윤석열 정부에선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2024. 7. 16. 백자 인터뷰) 근거 없는 우려가 아니다. KTV 민간인 고소 사건은 이명박 정부 시절 있었던 한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2010년 ‘G20 쥐 그림 사건’이다. 그해 11월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다. 서울 곳곳에는 회의 개최를 알리는 포스터가 부착됐다. 2010년 10월 31일 자정. 대학강사 박정수 씨는 그날 분필 대신 스프레이를 잡았다. G20 정상회의 포스터에 ‘쥐 그림’ 틀을 대고, 검은색 스프레이를 뿌렸다. G20 포스터에는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세계지도를 바탕으로 청사초롱이 그려져 있었다. 박 씨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포스터 오른쪽 편에 쥐 그림을 그려 넣었다. 마치 쥐가 청사초롱의 손잡이를 잡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다. 박 씨와 일행들은 서울 곳곳에서 22개의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경찰에 붙잡혔다. 훈방 조치 정도로 끝날 법한 ‘낙서’ 사건. 하지만 수사기관은 오히려 사건을 키웠다. ‘공안 검사’를 등장시켰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2부가 사건을 맡았다. ‘불순한 의도’를 밝히겠다는 취지였다. 수사기관이 주목한 건, 이들이 그린 동물이 토끼나 호랑이가 아닌 ‘쥐’라는 점이었다. 쥐 그림이 누군가를 연상시킨다는 것. 바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다. 해프닝에 가까운 풍자 낙서가 무려 ‘공안사건’으로 비화된 상황. 당시 박 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본인의 입장을 이렇게 항변했다. “쥐라고 하는 형상에는 꼭 그렇게 단순하게 특정인만 결부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이 사회의 거대한 권세라든가 많은 부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권력에 대한 욕망이나 탐욕이나 우리의 건강한 시민의식을 갉아먹는 그런 어떤 병균을 옮기는 그런 모든 사람들, 어떤 영혼의 상징적 표현이다. (…) 제 등 뒤에서 등을 떠민 배후를 묻는다면 이 시대의 무거운 공기가 아닐까 생각한다.”(2010. 11. 17.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 인터뷰 중) 강제수사도 동원했다. 서울남대문경찰서는 박 씨와 동료를 긴급체포했다. 그리고 공동손괴 혐의로 구속영장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수사기관은 박 씨 주변부까지 수사망(?)을 넓혔다. 배후세력을 찾겠다는 거였다. 그가 학술연구모임인 ‘수유+너머’ 회원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검경은 쥐 그림을 그렸거나 지켜봤던 회원 5명 전원을 소환 조사하기도 했다. 결국 박 씨는 유죄를 확정받았다. 2011년 1심 법원은 ‘공용물건 손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씨에 대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결국 벌금 200만 원의 원심이 확정됐다. “이 사건 공용물건을 훼손한 범죄행위는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피고인 박 씨가 G20 행사를 방해할 목적이 아닌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한 방법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점,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해학적인 의미로 해석되어 예술적 표현의 일종으로도 보여질 수도 있는 점 (…) 여러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피고인에 대해 벌금형을 선택하여 판결한다.”(1심 판결문 양형이유) KTV 민간인 고소 사건에서 ‘G20 쥐 그림’ 사건이 떠오른 건 이 때문이다. 가볍게 넘길 수 있는 해프닝에 가까운 사건에, 수사기관은 온 힘을 다해 강제수사란 칼날을 휘두르고, 결국 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어낸 전력이 있어서다. 가수 백자의 법률대리인 김종귀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는 두 사건의 유사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쥐 그림’ 사건을 피상적으로 접하신 분들은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벌금형을 받았다고 생각하실 수가 있는데, 공용물건 손상죄로 유죄 판결이 난 것입니다. KTV (민간인 고소) 사건에서도 대통령실이나 KTV가 실질적으로는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나 명예훼손으로 걸고 싶었겠죠. 하지만 (해당 혐의로는) 유죄가 안 나올 것 같으니까, 저작권법이라는 걸 이용해서 (민간인을) 고소했다는 점에서 이명박 ‘쥐 그림’ 사건과 동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2024. 8. 1. 기자회견) 윤홍기 사단법인 오픈넷 연구원도 “이번 KTV의 민간인 고소는 대통령의 심기 경호와 정부 비판적 여론을 위축시키기 위해 시민들을 형사 절차로 겁박하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심각한 반민주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풍자물에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이제는 공공기관이 나서서 일단 저작권 침해를 무리하게 주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KTV는 가수 백자를 고소하기에 앞서, 지난해 11월 유튜버 ‘건진사이다’ 채널을 운영하는 ‘조장’ 이필승(가명) 씨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조장 이 씨는 주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공적 활동 영상을 활용해 풍자 영상을 만들어왔다.(관련기사 : 김건희 저격 고소당한 유튜버 “채널 폐쇄 목적 확실”) KTV가 민간인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한 건, 2007년 설립 이래 이때가 처음이다. 사건을 담당한 수서경찰서는 피의자 조사 일주일 만에 이 씨를 검찰로 송치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받고 사건이 빛의 속도로 넘어가더라고요. 조금 의아하긴 했습니다. (…) 검찰로 사건이 넘어간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검찰이 (피의자가) 유튜버들이니까 괘씸하게 보고, ‘범죄 혐의가 악의적이고 재범의 우려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가족들 생각하면 걱정이 안 될 수 없습니다.”(2024. 7. 15. 건진사이다 인터뷰) 이 씨에 대한 KTV의 형사고소를 대리한 법률대리인이 최지우 변호사(법무법인 자유)라는 사실도 ‘숨은 의도’에 대한 의심에 힘을 더한다. 최 변호사는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 출신으로, 현재 영부인 김건희 씨가 연루된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등을 대리하고 있다. 백자 역시 스스로 같은 절차를 밝을 거라 예상한다. “검찰도 여론이 부담스러우니 (기소 여부를) 쉽게 결정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일단 압수수색을 같은 걸 해서 대통령 부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겠습니까. ‘괴롭히고 있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여사님의 뜻을 따라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죠.”(2024. 7. 16. 백자 인터뷰) 셜록은 KTV에 반론을 요청했다. KTV는 지난달 22일 “‘가수 백자tv’와 ‘건진사이다’ 채널은 KTV의 저작물의 무단사용 외 개·변조의 정도가 심하고 악의적으로 저작재산권, 저작인격권 등을 침해해 저작권법으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추가 질의는 이메일로 이어졌다. KTV는 가수 백자 형사고소 사건에서 선임한 법률대리인에 대해서도 답변했다. KTV는 착수금 495만 원에 법무법인 동백과 위임계약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동백은 언론사 뉴스토마토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 민사소송에서도 원고 KTV를 대리하고 있다. KTV는 정부법무공단을 선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정부법무공단은 국가로펌으로 다양한 유형의 국가소송을 하기 때문에 수임제안을 하였으나 업무분야에 ‘형사고소’는 수임하지 않아 계약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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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 유튜버 고소? 명품백 받은 죄인부터 잡아가라” [우상의 정원 17화]
“탄핵이 필요한 거죠” 대통령 풍자 노래를 만들었다가 고소당한 가수를 만나러 가는 길. 지난 16일, 그의 작업실이 있는 서울 마포구로 향했다. 4층 상가 건물로 들어가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회색 현관문 앞 초인종을 누르자, 그가 나왔다. 가수 백자(본명 백재길, 52세)다. 백자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민중가요 노래패 ‘우리나라’의 멤버이자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일명 ‘촛불가수’로도 알려진 싱어송라이터. 백자는 작업방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2평 크기의 작업방은 컴퓨터 책상으로 이미 절반은 차 보였다. 그 옆으로 마이크와 통기타가 세워져 있었다. 벽 곳곳에는 공연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책장에는 유튜브 ‘실버 버튼’도 전시돼 있었다. 유튜브 본사가 10만 이상 구독자를 보유하는 채널에게 주는 상. 백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수 백자tv’의 구독자 약 18만 명이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유튜브 수익 창출이 안 되고 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진보 유튜버들 대부분이 그런 상황이에요. KTV 쪽에서 진보 유튜버들을 상대로 계속 유튜브에 신고하고 있지 않습니까. 윤석열 정부가 ‘길들이기’를 하는 거라고 봅니다.” 백자는 한국정책방송원(KTV)으로부터 형사고소를 당했다. 한국정책방송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으로 ‘KTV국민방송’을 운영하고 있다. 두 번째다. KTV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민간인을 고소한 사례는. KTV는 지난 2월 8일, 한 영상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제목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직원이 부릅니다. 변진섭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윤석열 대통령이 드리는 설 명절 인사!>. 영상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직원, 그리고 대통령실 합창단 ‘따뜻한 손’이 가수 변진섭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라는 노래를 함께 부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로부터 5일 뒤. 가수 백자는 이 영상을 가져와 풍자 영상을 만들었다. 제목은 <대통령실이 부릅니다. ‘탄핵이 필요한 거죠~’>. 그는 본인 유튜브 채널에 해당 영상을 올렸다. 풍자 영상은 백자의 윤석열 대통령 성대모사로 시작한다. 윤석열 대통령(백자 더빙) : “그러나 저러나 우리 이 실장도 감옥에 가셔야지.”이관섭 비서실장 : “저는 뭐 상황 봐서.” 이후 백자는 개사한 노래를 더빙으로 불렀다. 원곡 가사에서 ‘사랑’을 ‘탄핵’이나 ‘특검’으로 바꿔, ‘윤석열의 탄핵이 필요한 거죠’와 ‘김건희의 특검이 필요한 거죠’로 불렀다.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와 관련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디올백 받고서 입 닫을 때’ 등의 가사도 언급했다. “앞서 가신 장모님과 뒤에서 따라 들어갈 마누라 마누라 짐 싸~한동훈 똘마니도~ 구속이 필요한 거죠 (짐 싸)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디올백 받고서 입 닫을 때그 순간이 바로 김건희의 특검이 필요한 거죠나라는 망해도 맨날 지각 술이나 처먹고 나뒹굴 때그 순간이 바로 윤석열의 탄핵이 필요한 거죠탄핵이 필요한 거죠 탄핵이다!” “당시에 명품백 논란이 불거졌는데 김건희가 사과를 안 했거든요. 사과는 안 하면서 대통령이 대통령실 직원들이랑 나와서 춤추고 노래 부르니까 열 받는 거죠. 풍자 만화를 그리시는 ‘오뎅’ 작가님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해서 쓰신 가사를 재밌게 봤거든요. 여기에다가 앞뒤에 ‘탄핵’ 가사를 더 붙여서 더빙으로 노래를 불러본 거죠.” 당시 설 인사 메시지로 대통령실이 공개한 합창 영상은 논란이 되기에 충분했다. 영부인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 논란이 한창 뜨거웠던 시기와 겹치기 때문. 예능 프로그램 ‘SNL코리아’ 시즌5(쿠팡플레이)에서는 합창 모습을 재연하며 풍자하기도 했다. 노래를 같이 부르던 한 출연자(권혁수)가 혼자 튀는 모습을 보이자 경호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입을 틀어막고 그를 끌고 나갔다. 윤 대통령은 과거 대선후보 시절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치 풍자는) SNL의 권리”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말은, 정치 풍자는 ‘SNL만의’ 권리라는 뜻이었을까. 백자의 풍자 영상에 대해 KTV는 발 빠르게 조치했다. 백자가 올린 풍자 영상을 유튜브에 곧바로 신고했다. 영상 공개 2일 만이다. 사유는 저작권 침해. 그에 따라 해당 영상은 2월 16일 삭제됐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KTV는 형사고소까지 강행했다. 올해 3월 가수 백자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세종남부경찰서에 고소했다. “윤석열이 대선주자로 언급되던 시기(2020년)에 ‘춘장 트롯’이라는 풍자 노래를 만들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KTV뿐만 아니라 어디 기관로부터도 풍자 노래를 갖고 신고를 당한 적은 없습니다. 국가나 공공기관이 민간인을 상대로 (풍자를 이유로) 형사 고소했다는 걸 들어본 적도 없었고요. 당연히 대통령실 합창 영상은 공적 영상이라고 생각하고 풍자 영상을 만들었던 거죠. (이번 형사고소는) KTV의 과잉 충성 아니면, 의도적으로 저를 괴롭히고 싶었던 거라고 봅니다.” KTV가 2007년 설립 이후 저작권법 위반으로 민간인을 형사고소한 사례는 현재까지 총 두 건. 모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다. KTV는 가수 백자를 고소하기에 앞서, 지난해 11월경 유튜버 ‘건진사이다’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고소했다. ‘건진사이다’는 주로 영부인 김건희 씨에 대한 풍자 영상을 올렸다.(관련기사 : 김건희 저격 고소당한 유튜버 “채널 폐쇄 목적 확실”) 가수 백자는 정보공개를 통해 고소장을 받아냈다.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고소취지와 사건 경위 정도였다. 고소인과 고소인의 법률대리인에 대한 정보는 모두 가려져 있었다. “피고소인(가수 백자)은 고소인(KTV)이 제작하여 유튜브 채널에 게재한 영상을 복제 가공하여 피고소인의 유튜브 채널에 게재함으로써 저작권법을 위반하여 고소인의 저작재산권,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고소장 고소이유 요지) 고소장 전문 15장 중 10장은 아예 ‘백지’였다. 유튜버 ‘건진사이다’가 받은 고소장과 비슷했다. ‘건진사이다’의 경우 고소장 전체 15쪽 중 12쪽이 아예 생략된 채 전달됐다. 영상 제목에 쓴 영부인 김건희 씨 이름마저 다 가렸다. “처음에는 경찰청에서 저에 대해 통신조회를 했다고 문자가 왔어요. 기분이 몹시 나쁘더라고요. ‘완전히 나를 감시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요. 당시만 해도 왜 통신조회를 했는지 예상을 전혀 못 했죠. 이후에 KTV에서 고소한 걸 보고 ‘이것 때문에 알아본 거구나’ 알게 된 거죠.” 가수 백자와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민중가요 가수로 활동해왔다. 2009년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에서 ‘다시 광화문에서’라는 노래를 부르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촛불행동 주최로 열리는 ‘촛불대행진’에도 적극 참여해 ‘촛불가수’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다. 지난 13일 열린 ‘제98차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 현장에서는, KTV로부터 고소당한 풍자 노래를 직접 불렀다. “윤석열 정부 이후 이번 사건까지 포함해서 세 번째 경찰 수사를 받게 됐습니다. 저는 정말로 (이런 행태가) 국가적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중대 범죄도 아닌데 경찰들에게도 시간 낭비, 인력 낭비하는 겁니다. 사실 진짜 죄 지은 놈들을 잡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몰래 명품백 받고 이런 죄인들을 잡아가야죠.” 사실 윤석열 정부의 ‘입막음’ 논란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먼저, ‘윤석열차’ 논란이다. 지난 2022년 한국만화진흥원이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 작품 속 달리는 열차 정면에는 윤석열 대통령 얼굴이 그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풍자했다는 해석이 나오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주최 측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가상연설 영상’이 긴급차단 되기도 했다. 논란이 된 영상은 지난해 11월 23일 틱톡에 올라온 <가상으로 꾸며본 윤대통 양심고백연설>이라는 제목의 영상.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지난 2월 23일 통신소위 임시회의를 긴급하게 열고 해당 풍자 영상에 대해 통신사에 접속 차단을 요구했다. ‘입틀막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강성희 당시 국회의원(진보당, 전주을)은 지난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대통령경호처 경호원들에 의해 사지가 들리고 입이 틀어막힌 채 끌려나갔다. 카이스트 졸업생 신민기 씨도 학위수여식에서 R&D(연구개발) 예산 관련 구호를 외치다가 경호원들에게 제압을 당했다. 역시 입이 틀어막히고 사지가 들린 채 퇴장당했다. “‘입틀막’에 이은 ‘유틀막’(유튜브 입틀막) 아닌가요. 윤석열 정부에서 다 같은 한 맥락으로 사건들이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듣기 싫은 소리는 ‘절대 듣지 않겠다’ 그런 거죠. ‘꼴도 보기 싫다’ 이런 것 같아요.” 백자는 8월 1일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제가 올린 대통령실 합창 풍자 영상을 오픈 소스로 열어놨거든요. 다른 유튜버들이 이 영상에서 (가사가 뜨는) 자막을 그대로 쓰면서 음성만 다시 새롭게 부르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영상들은 KTV가 문제를 안 삼았는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KTV가 저를 본보기로 삼아서 본때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KTV의 ‘유틀막’은 가수 백자만 겪은 일이 아니다. 그동안 KTV는 개인 유튜버들을 유튜브에 꾸준히 신고해왔다. 양문석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안산시갑) 자료에 따르면, KTV는 지난해부터 올해 4월 총선 직전까지 개인 유튜버를 대상으로 총 55건의 삭제 신고를 했다. 이중 약 70%인 38건이 영부인 김건희 씨 관련 영상. 나머지 17건은 윤석열 대통령 관련 영상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관련 유튜브 영상 삭제 요청은 특정 시기에 집중됐다. 하종대 한국정책방송원 전 원장이 취임한 2022년 10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것. 하 전 원장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캠프 출신이다. 특히, 유튜브 영상 삭제 요청이 올해 총선 직전까지만 이뤄진 사실이 밝혀지면서, ‘KTV 총선 개입’ 의혹도 제기됐다. KTV가 지난해부터 올해 4월 총선 직전까지 총 55건의 영상 삭제 요청과 2건의 형사고소를 진행했던 것. 총선 이후로는 단 한 건의 영상도 삭제 요청을 하지 않았다. 이에 양문석 의원실은 “선거 개입을 위한 부정적 여론 차단 즉 여론조작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양 의원실은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윤석열 대통령이 ‘기소당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절단난다’는 발언을 한 것처럼, 유튜버들을 고소로 위협하고 비판과 풍자를 차단하려 했다. 이는 ‘입틀막’ 시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셜록은 KTV에 반론을 요청했다. KTV는 지난 22일 답변을 보내왔지만, 가수 백자 고소장에 적힌 고소이유 요지, 즉 “백자가 저작권법을 위반해 KTV의 저작재산권,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을 반복했을 뿐이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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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저격 고소당한 유튜버 “채널 폐쇄 목적 확실” [우상의 정원 16화]
책상 위에 놓인 휴대전화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지역번호 ‘044’로 시작하는 전화번호가 떴다. 유튜브 채널 ‘건진사이다’ 운영자 ‘조장’ 이필승(가명) 씨는 고개를 갸웃하며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상대는 세종남부경찰서. 전화를 받자, 담당 수사관은 “고소장이 접수됐으니 조사받으러 나오라”고 말했다. 이 씨는 “고소인이 누구인지” 물었다. 최소한 누가 고소했는지는 확인해야 했으니까. 믿기 어려운 대답이 돌아왔다. 이 씨는 다시 되물었다. “고소인이 누구라고요? 한국정책방송원이요?” 한국정책방송원(KTV)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영방송사로 ‘KTV국민방송’을 운영하고 있다. KTV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이 씨가 제작한 영상 총 18건을 유튜브에 신고했다. 저작권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신고에 따라 영상 대부분은 삭제 조치됐다. 이 씨는 고소인의 신분을 들은 순간 직감했다. ‘올 것이 왔구나.’ 이번엔 형사고소였다. KTV는 지난해 11월 건진사이다 운영자 이 씨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고소했다. 최초였다. KTV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민간인을 형사고소한 것은 2007년 설립 이래 처음. KTV가 왜 직접 형사고소까지 나섰을까. 이 씨는 특별한 이유가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대통령 배우자가 때로는 윤석열 대통령보다 더 화제성이 있고, 논란의 중심에 서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 배우자가 (제가 만드는 영상을) 민감하게 생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씨의 지적대로, KTV가 신고한 이 씨 영상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모두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와 관련된 영상이라는 것. KTV의 신고로 삭제된 일부 영상의 제목(일시)을 보자. <차마 끝까지 보기 힘든 김건희 방사능급 발암 가식 웃음>(2023.07.18)<양평테마곡 “사기를 쳤다”>(2023.07.26)<김건희 활동 재개하자마자 대형사고! 여..여사님>(2023.07.28)<김건희 리투아니아 도착하자마자 맹활약! 턱건희 떳다>(2023.07.28)<김건희 과거 조는 모습들>(2023.08.20)<삐삐머리로 전향한 김건희, 간만에 등장… 그런데…>(2023.08.26) 모두 김건희 씨와 관련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대통령 배우자의 공적 활동 영상을 활용해 풍자 영상을 만들었던 것. 대체로 2분 미만의 영상을 만들었다. 심지어 대통령실에서 직접 홍보하고 있는 자료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윤석열’에선 대통령의 국정 활동을 홍보하는 영상을 올려놓는데, 이 씨는 원본 영상에서 일부만 발췌해 활용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영상 및 사진 뉴스’에 게시돼 있는 자료와도 겹친다. “대통령 내외의 행사 모습을 정부의 저작물이라고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KTV 채널에만 나오는 영상도 아니고, YTN, 연합뉴스, JTBC 등 뉴스에서 똑같이 보도되는 현장이니 저작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전체를 다 갖다가 쓴 게 아니라 일부를 부분적으로 발췌해서 재해석한 겁니다.” KTV의 이번 형사고소를 대리한 법률대리인은 최지우 변호사(법무법인 자유)다. 최 변호사는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 출신으로, 김건희 씨가 연루된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등을 대리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김건희 씨를 대신해 입장문을 내고 언론사와 인터뷰를 진행해 ‘김건희 변호사’로 통한다. 최근 검찰이 대통령 부속청사에서 김건희 씨를 출장 조사한 일로 불거진 ‘황제 조사’ 논란 때도, 최 변호사가 김건희 씨를 대신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경찰 조사에 앞서, 이 씨는 정보공개를 통해 고소장을 받아냈다. 하지만 알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일부였다. 첫 페이지에 쓰여 있는 고소인과 고소인의 법률대리인 정보는 모두 가려져 있었다. 고소장 여백에 쓰인 법률사무소 이름만 공개돼 있었다. 고소장 전체 15쪽 중 12쪽은 아예 생략된 채 전달됐다. 심지어 영상 제목에 쓴 대통령 배우자 이름마저 다 가려졌다. “이번 사건은 사인 간의 다툼이 아니라 정부와 개인 사이에서 벌어진 문제이지 않습니까. 개인과 공공기관의 ‘저작재산권’ 중에 무엇이 더 우선돼야 하겠습니까.” 이 씨는 지난 1월 피의자 신분으로 수서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그제서야 세부 내용을 알게 됐다. KTV가 문제로 삼은 영상은 총 16건. 지난해 6월부터 11월 사이 제작된 일반 동영상 및 숏츠에서 김건희 씨가 등장하는 영상들이었다. “유튜브 매체 특성상 휘발성이 짙지 않습니까. 빠르게 넘어가는 영상을 갖고 저작권법을 적용한 다음에 ‘너 몇 초 동안 위반했어’ 이렇게 따지는 것 자체가, 법적인 걸 떠나서 행정력 낭비라고 느껴지는 거죠. (변화한)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어리석은 정부입니다.” 이 씨는 KTV의 목적이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건진사이다 채널은 지난해 8월 KTV의 연속 신고로 인해 3주 동안 채널이 정지된 적 있다. 신고당한 영상은 모두 삭제 조치됐다. “KTV가 유튜브 규정을 악용해 채널 건진사이다를 폐쇄시키려고 한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굳이 4회에 걸쳐 영상을 신고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첫 번째 신고(8월 25일)에서는 영상을 3개만, 두 번째 신고(8월 30일)에서는 ‘3회’에 걸쳐 5개씩 총 15개를 신고했습니다. 한 번에 신고할 수도 있는데, 굳이 3회에 나눠서 신고한 것부터가 의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에 따르면, 저작권 침해 등으로 위반 신고를 당한 횟수가 90일 동안 3회 이상 누적되면, 채널은 영구적으로 폐쇄될 수 있다. KTV는 형사고소 이후에도 신고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 2월경 건진사이다 영상 1건을 유튜브에 추가 신고해 삭제 조치했다. 이 씨는 지난해 9월 KTV 관계자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건진사이다 채널을 폐쇄하려는 목적을 갖고 여러 차례에 걸쳐 유튜브에 신고한다는 것. 하지만 경찰은 KTV 관계자들을 검찰로 넘기지 않고 사건을 종결 처리해버렸다. KTV의 신고 남발은 이 씨만 겪은 일이 아니다. 실제 KTV는 개인 유튜버들을 저작권 위반으로 유튜브에 꾸준히 신고해왔다. 양문석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안산시갑) 자료에 따르면, KTV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1년 동안 개인 유튜버를 대상으로 삭제 신고한 영상만 총 47건이다. 이중 약 80%인 38건이 모두 김건희 씨와 관련된 영상. 나머지 9건이 윤석열 대통령 관련 영상이었다. KTV가 신고한 영상 대부분은 삭제 조치됐다. 그렇다면 KTV가 제작한 영부인 김건희 영상을 사용한 모든 유튜버들이 제재를 받았을까? 단적으로 살펴보면, 영부인 김건희 팬클럽 운영진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삼삼오오’는 예외였다. KTV는 ‘삼삼오오’가 무단으로 저작물을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유튜브 신고 등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KTV는 “저작권 및 공공저작물 관련 법령에 근거하여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만 그 심각성을 고려해 제재 조치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윤홍기 오픈넷 연구원은 KTV의 민간인 형사고소 사건을 두고 이렇게 분석했다. “당사자인 김건희 여사가 아니라, 영상 제작자인 KTV가 나서서 저작권법으로 고소를 한 상황이지 않습니까. 이들에겐 피고소인들이 유죄가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가 중요한 게 아닌 걸로 보입니다. 형사고소가 들어가면, 수사기관에서 알아서 수사를 할 테고 영장 청구 등 강제 수사도 진행될 수도 있으니까요. 피고소인들에게 위축 효과가 생기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셜록은 KTV에 반론을 요청했다. KTV는 지난 22일 이번 민간인 형사고소 건에 대해서 “KTV의 저작물을 무단사용 외에 개·변조 정도가 심하고 악의적이라 저작재산권, 저작인격권 침해, 저작물의 공정 이용 위반 등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면서 “저작권법을 위반할 경우 민간인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형사고소 등 법적 조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형사고소를 취하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지만, “향후 수사 과정, 기소 등 법률적 진행 상황을 살펴보면서 검토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수서경찰서는 피의자 조사 일주일 만에 이 씨를 검찰로 송치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 1월 보완 수사를 명령하며 사건을 다시 경찰로 이송시켰다. 수서경찰서는 6월 14일 이 씨를 검찰로 재송치했다. “경찰 조사받고 사건이 빛의 속도로 넘어가더라고요. 조금 의아하긴 했습니다. (…) 검찰로 사건이 넘어간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검찰이 (피의자가) 유튜버들이니까 괘씸하게 보고, ‘범죄 혐의가 악의적이고 재범의 우려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가족들 생각하면 걱정이 안 될 수 없습니다.” KTV 홈페이지에는 이런 방침이 안내돼 있다. “KTV의 공공저작물은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확대 개방하겠습니다.”(고객 서비스 이행표준) 실제 공공저작물의 경우 누구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저작권법에도 이미 명시돼 있는 권리다. 저작권법 제24조의2(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상 만든 저작물일 경우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8조에서도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ㆍ비평ㆍ교육ㆍ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명시해놓았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한국정책방송원(KTV)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으로 공공기관으로 볼 수 있고, 이에 따라 KTV에서 송출하는 영상은 공공저작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 변호사는 “건진사이다의 풍자 영상은 KTV가 직접 만든 영상이라는 오인(‘동일성유지권’ 침해)을 불러일으킨 게 아니라서 저작인격권 침해로도 보기 어렵다”면서 “개인이 만든 패러디, 풍자물에 대해 국가기관이 형사고소까지 제기한 건 정치적인 압박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양문석 의원은 ‘KTV 총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양문석 의원실은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KTV의 윤석열 대통령 부부 관련 유튜브 영상 삭제 요청은 윤석열 대선캠프 출신인 하종대 원장 취임 후 2023년 내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3년부터 총선 직전까지 김건희 여사 관련 영상 38여 건을 포함해 총 55건의 삭제 요청과 2건의 형사 고소가 있었으나, 총선 이후에는 삭제 요청이 단 한 건도 없었다”면서 “이런 점에서 선거 개입을 위한 부정적 여론 차단 즉 여론조작 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이후 KTV가 형사고소 한 민간인은 또 있다. 가수 백자다. 이 씨에 이은 두 번째 사례. 그의 이야기는 다음 화에서 이어진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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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근황 총정리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결렬됐습니다. 500명의 시민이 공론조사에 참여해 개혁안을 골랐지만, 국회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어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은 종료됐고, 공은 22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연금개혁이 1년 지체될 때마다 국민들의 부담액은 수십조 원 늘어납니다. 그런데도 ‘폭탄 돌리기’만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대한 간단하게 정리해봤어요. 국민연금은 국가에 보험료를 내고 노후에 연금으로 돌려받는 사회보험제도입니다. 보험료의 일부는 연금으로 지급되고, 나머지는 기금으로 적립됩니다. ⚙️보험료율: 월 소득에서 국민연금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 보험료율이 높을수록 보험료 금액이 커집니다. ⚙️소득대체율: 연금액이 생애 평균 소득을 대체하는 비율. 소득대체율이 높을 수록 돌려받는 연금액이 커집니다. 현행 국민연금은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입니다. 2007년 노무현 정부의 연금 개혁을 마지막으로 바뀌지 않았죠. 이대로라면 1990년생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2055년에 국민연금은 고갈됩니다. 원인은 저출산과 고령화입니다. 보험료를 낼 인구는 줄어드는데, 연금을 받을 사람은 늘어납니다. 2078년에 지금과 같은 수준의 연금을 받으려면 보험료율을 35%까지 올려야 합니다. 현재 5세 이하인 아이들이 일하는 시기입니다 공론조사 결과 어땠어? 공론조사에서 검토한 안은 2가지입니다. 일명 ‘소득보장론’과 ‘재정안정론’입니다. 1️⃣ 소득보장론: 더 내고 더 받기 보험료율은 13%로 올리되,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리자는 안입니다. 기금 고갈 시점을 2061년으로 미룹니다. (+6년) 기금 고갈 뒤 미래 세대가 내야 할 보험료율은 43.2%로 현행 안보다 오릅니다. ⭕ 찬성: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면 연금 가입자들의 소득 안정이 중요하다. 소득대체율이 높아져 연금액이 많아지면 내수도 활성화된다. 소득대체율이 높아져 생기는 구멍은 국가 재정을 투입하면 감당할 수 있다.” ❌ 반대: “기금 소진 후의 미래 세대 부담이 커진다. 높은 소득대체율은 고소득 장기가입자에게 혜택을 준다. 국가 재정은 연금 가입자 전체보다 연금을 덜 받는 사람을 지원하는데 써야 한다.” 2️⃣ 재정안정론: 더 내고 그대로 받기 보험료율은 12%로 올리되,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자는 안입니다. 기금 고갈 시점을 2062년으로 미룹니다 (+7년) 기금 고갈 뒤 미래 세대가 내야 할 보험료율은 35.1%로 현행 안과 비슷합니다. ⭕ 찬성: “미래 세대를 위해 안정적인 재정 운영이 중요하다. 노후소득 보장은 기초연금, 퇴직연금을 함께 강화해 해결해야 한다.” ❌ 반대: “국민연금이 낮은 상황에서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을 올리긴 어렵고, 다층 연금제도를 강화하면 민간 연금의 영향력이 커질 우려도 있다. 보험료를 안 내도 세금으로 지원하는 기초연금이 오히려 미래 세대에게 부담이다.” 시민대표단이 선택한 안은 1안입니다. 참여자 56%가 찬성했어요. 조사가 진행될수록 1안으로 의견이 기울었습니다. 미래 세대의 부담이 더 높은데도 불구하고 20대의 찬성율이 높다(53.2%)는 점이 주목할 만 합니다. 그만큼 20대가 노후를 막막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로 해석됐어요. 한편 공론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 공론조사 과정이 잘못됐어 숙의 토론이 총선 직후 급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공론조사가 여론과 떨어져 진행되면서 제대로 된 ‘공론화’는 없었다는 겁니다. 토론 자료가 공론조사 막바지에 올라와 충분히 검토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 팩트체크 제대로 안됐어 시민대표단 참여자는 “양측의 데이터 산정 방식이 너무 달라 결론 도출에 한계가 뚜렷했다”고 말했습니다. 어느 쪽의 데이터가 정확한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토론 자료에도 오류가 있었습니다. 소득안정론 측 자료에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저소득층 월 연금이 50만원 오른다고 적혔는데, 실제로는 23만원이 오릅니다. 양측이 반박을 주고받지 못하고 각자의 주장만 나열하는 식으로 진행돼 시민대표단이 혼란스러웠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어떻게 한대? 결론적으로 여야는 합의에 실패했고, 국회 연금특위는 5월 7일 종료됐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정치가 시민을 버렸다”며 분노했습니다. ✅ 연금특위 결과 공론조사 결과에 대해 민주당은 수용, 국민의힘은 수정을 요구했습니다.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인상하는 것에는 여야가 합의했습니다. 소득대체율을 두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45%가 절충안으로 제안됐지만, 국민의힘이 43%를 언급하면서 합의가 멀어졌어요. 국민의힘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숫자만 논할 것이 아니라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 제3의 관점 ‘소득보장 VS 재정안정’이라는 구도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도 있어요. 두 가지 모두 연금개혁의 목표가 되어야 하기에 한 쪽으로 기울어져 해석되면 안 된다는 겁니다. KDI에서는 국민연금을 ‘구연금’과 ‘신연금’으로 나누자는 안을 제시했어요. 구연금의 적자는 국고로 지원하고, 신연금(2006년생부터 적용)은 보험료를 낸 만큼만 연금을 받게 하자는 내용입니다. 개혁신당에서 지지하는 안이에요. 공론 과정에서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안 내고 안 받으면 안 되겠느냐’는 얘기도 나왔어요. 연금제도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연금개혁은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았어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영수회담에서 연금개혁을 22대 국회로 넘기자고 언급했습니다. 다음 국회로 공이 넘어가면 특별위원회 구성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논의가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야는 보험료율 인상을 두고 공감대를 형성했고, 소득대체율 안도 2%p밖에 차이나지 않습니다. 타협의 여지는 남아있습니다. 진보 진영은 소득보장론, 보수 진영은 재정안정론을 주장해왔지만, 각 진영 내에서 이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인구구조가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고, 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의당이 지난 대선에서 ‘소득대체율 인상 없는 보험료율 인상’을 공약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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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끝, 국정쇄신 시작?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참패 수습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인사들을 교체하고, 취임 후 처음으로 이재명 대표에게 회담을 제안했는데요. 참모들에겐 소통을 강조하는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계와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합니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총선 후 윤 대통령의 행보와, 앞으로 놓인 과제를 정리해봤습니다. 지난 2년 간의 윤석열 대통령 주요 행보·논란 ✅ 정책 추진에 난항 : 유치원·어린이집 통합(유보통합), 주64시간제, 의대 증원 확대 등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반대 여론이 커지면서 정책 유보 ✅ 여소야대 국회에서 9차례의 거부권 행사 : 양곡관리법을 시작으로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 김건희·대장동 특검법, 이태원참사특별법 등 야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법안 거부 ✅ 인사 논란 : 18명의 장관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임명 강행, 그중 일부가 중도 낙마 ✅ 각종 참사에 관한 대응 논란 :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채상병 사망 사건 개입 의혹, 이종섭 전 국방장관 호주 대사 임명 ✅ 배우자 비리 논란 :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의혹,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침묵 ✅ 협치·소통에 관한 비판 : 취임 후 이재명 대표와의 회담 거부,  취임 100일 기자회견 후 기자회견 중단, MBC 압수수색 및 MBC·KBS 인사 교체 총선 이후 어떻게 하고 있어?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투표한 유권자 10명 중 1명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었습니다. 윤 대통령(33.5도)에 대한 유권자들의 ‘감정 온도’(호감도) 역시 이재명 대표(43.1도), 조국 대표(41.7도), 이준석 대표(39.0도)보다 현저히 낮습니다. 이번 총선이 윤 대통령에 대한 심판 성격을 가졌다는 뜻입니다.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큽니다. 특히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정치인들이 불만을 표출합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윤 대통령이 여러 일로 지지층을 축소했다며 비판했고, 한동훈 전 국힘 비대위장도 윤 대통령의 오찬 제안을 거절하며 거리를 뒀습니다.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은 윤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을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50분’이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60분 회의 중 50분 동안 혼자 말한다는 비판입니다. 이처럼 일방적인 국정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1️⃣ ‘비공개’ 사과 윤 대통령은 총선 이후 6일 만에 국무회의에서 직접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고 말했습니다. 물가 관리, 부동산 정상화 등의 정책 성과를 강조하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출국, 김건희 여사 논란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정책 성과만 강조한 발언에 비판이 일자, 대통령실 관계자가 대통령이 비공개 회의에서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추가로 전했습니다. 지난 1일 의대 증원 대국민 담화와 비슷한 소통 오류가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의 담화가 의대 증원 갈등의 해법 대신 증원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치중됐다고 비판받자, 성태윤 정책실장이 추가 설명에 나섰습니다. 2️⃣ 인사 교체 총선 이후 한덕수 총리와 이관섭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주요 인사들이 사의를 표했고, 윤 대통령이 수용했습니다. 그간 정부의 인사 논란이 많았던 만큼 새로운 인사 발탁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릅니다. 17일 TV조선과 YTN은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민주당 의원이, 비서실장으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두 명 모두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였던 만큼, 여당과 야당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사 검토가 대통령실의 공식 라인이 아닌 비선 실세로부터 흘러나왔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여론을 떠보는 ‘아니면 말고’식 간보기 행태라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논란 끝에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을, 정무수석으로 홍철호 전 의원이 선정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직접 출입 기자단 앞에 나서 신임 인사들을 소개하고, 1년 5개월 만에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국정 운영에서 소통을 강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야당은 정진석 비서실장의 과거 막말 논란을 언급하며 협치에 부적절한 인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앞으로 해결해야 될 과제는 뭐야? 총선 후 윤 대통령의 입장 발표에서 야당과의 대화에 대한 메시지가 빠졌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에게 첫 회담을 제안했고, 이재명 대표가 화답했습니다. 남은 3년간 지속될 여소야대 형국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 국정을 운영하기 힘든 현실을 고려한 행보로 보입니다. 하지만 회담에서 논의될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은 벌써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내세우는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 지원금’을 두고 충돌이 있습니다. 이 대표는 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예산 편성이 회담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정부는 현금 지원과 추경에 부정적입니다. 일전에 윤 대통령은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를 망치는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 특별법도 회담에 올려야 한다고 봅니다. 민주당은 다음 달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할 계획입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두고는 민주당 내에서도 입장이 갈립니다. 일부는 당장의 대화에선 조심스럽다고 말합니다. 23일 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동이 열렸으나, 아직 의제와 일정을 합의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윤 대통령은 의제를 민생으로 좁히고, 만나서 소통 물꼬를 트는 데 의미를 두자는 기조입니다. 반면 민주당은 구체적인 의제와 국정 전반을 논의하자는 입장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그간의 국정 운영에 대한 사과와 거부권 행사 자제도 요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통령실은 불쾌한 기류를 내비쳤습니다. 민주당이 제시하는 의제에 윤 대통령이 얼마나 화답할지가 관건입니다. 채상병 특검법 통과 임박?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대통령실 개입 정황이 한층 뚜렷해졌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5월 2일 본회의에 특검법을 처리할 계획입니다. 국민의힘은 특검 후보자를 야당이 추천하도록 한 조항이 부당하다며 특검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확률이 높지만, 국민의힘에서 8명이 찬성하면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이 가능합니다. 이미 안철수, 조경태 의원 등이 찬성 입장입니다. 개혁신당에서도 국민의힘이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 한 발짝 물러선 정부 정부가 올해 의대 입시 인원은 대학별 자율로 허용하고, 이후의 증원 규모는 재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정부가 발표했던 의사 증원 장기 계획(5년간 1만명 증원)도 수정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단, 의료계의 ‘과학적이고 통일된 증원안’ 제시를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전공의 단체와 의협은 증원 전면 백지화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의대 교수들은 오늘부터 차례로 사직에 들어갑니다. 다음 주부터는 주 1회 중증, 응급을 제외한 모든 진료를 중단할 계획입니다. 국민의힘의 미래 국민의힘 낙선자 모임에서 총선 패배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수도권 후보들은 ‘야당 심판’ 전략을 지적하며, 전통적 지지층인 영남과 노년층만 바라봐선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통적 지지층이 1년에 30만씩 돌아가시고 계신다. 5년 뒤 150만 명이 돌아가신다.”라는 과격한 발언도 나왔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층이 인구학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참여자들은 3040을 공략하는 정책 없이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장덕진 교수(서울대 사회학과)는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되는 ‘연령 효과’와 젊은 시절의 경험이 정치 성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코호트 효과’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학생운동 경험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6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들은 나이를 먹어도 보수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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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의 언론과 시민단체 탄압, 많은 민주주의 지표 하락 이끌어
 윤석열 정권 3년차, 민주주의 평가하기②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선행 게재되었으며, 이후 얼룩소에 동시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 1편에서 우리는 민주주의 지수를 분석하는 이유와 분석을 위해 V-Dem 지수를 사용하는 이유,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권 동안 자유민주주의 지수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보았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권하에서 자유민주주의 지수는 문재인 정권 때보다 크게 하락하여 10년 전 박근혜 정권 때와 같은 점수를 기록하였다. 2편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지표들의 하락이 윤석열 정권 동안 자유민주주의 하락에 영향을 주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자유민주주의 지수를 구성하는 수많은 세부 지표 중 임의로 지표를 선정하여 분석할 경우 공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분석에서는 스테판 하가드와 로버트 카우프만이 2021년에 발표한 연구 ‘Backsliding’에서 러시아 푸틴 정권, 미국 트럼프 정권 등의 민주주의 퇴행 사례를 살펴볼 때 활용한 네 가지 지표를 똑같이 활용하고자 한다. 스테판 하가드와 로버트 카우프만의 연구에 따르면, 민주주의가 퇴행한 여러 사례에서 이 네 가지 지표가 공통으로 하락하였다. 네 가지 지표는 각각 ‘시민단체 억압 지표(CSO repression)’ / ‘선거관리기관 자율성 지표(EMB autonomy)’ / ‘정부 미디어 검열 지표(Government censorship effort - Media)‘ / ’고등 법원 독립성 지표(High court independence)’,이다. 이 그래프는 중앙에서 멀어질수록 지표 점수가 높아 민주주의 점수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이를 참고하여 2021~2023년 사이 네 가지 지표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고등 법원 독립성 지표를 제외하고 나머지 지표들은 2021년에 비해 2023년에 크게 하락하였다. 고등 법원 독립성 지표의 경우, 2021년부터 0.02점 하락하는 것에 그쳐,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부터 나머지 3가지 지표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시민단체 억압 지표, 2016년 이후로 최저 시민단체 억압 지표는 2021년 3.87점에서 2023년 2.93점으로 약 1점 가까이 하락했다. 0에 가까울수록 정부가 시민단체를 심하게 탄압한다는 의미다. V-Dem 지표 설명을 덧붙이면 4점의 경우 시민 단체의 조직이나 의사 표현이 자유롭고 정부의 제재를 받을 위협이 없음을 나타낸다. 3점의 경우 정부가 시민 단체의 활동과 표현을 억제하며, 시민단체가 정부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경우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벌금 등의 물질적 제재를 가하는 단계다. 윤석열 정권이 집권한 2년 사이에 약 4점에서 3점 아래로 급격하게 내려간 셈이다. 윤석열 정권에서 시민사회가 느끼는 탄압이 실제 지수로도 나타났음이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의 노조 때리기, 예산 삭감 역시 지수에 반영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아직까진 괜찮아 보이는 선거관리기구 자율성. 하지만… 선거관리기구 자율성은 2021년 3.63점에서 2023년 3.05점으로 약 0.58점 하락했다. 이 점수가 낮을수록 선거관리기구(한국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앞서 인용한 연구 Backsliding에 따르면, 선거 관리 기관의 자율성은 정치 시스템이 민주적이라고 간주되기 위해 최소한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표 설명에 따르면, 이 점수가 3점에 가까우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식으로 선거관리기구가 집권 정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2023년 국정원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전날 선관위 시스템이 해킹에 취약하다고 지적한 사건 등이 점수 하락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보도로 인해 전용기를 못 탄 MBC 기자들, 정부 미디어 검열 지표의 급락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논란 이후 MBC 기자들이 전용기에 탑승하지 못한 일, ‘더 라이브’ 등 시사 프로그램 폐지 등 수많은 언론 탄압 사건이 정부 미디어 검열 지수 하락에도 드러났다. 정부 미디어 검열 지표는 낮을수록 정부가 신문/방송 등의 미디어를 더 많이 검열함을 나타내는데, 2021년 3.78점에서 2023년 2.24점으로 약 1.54점 하락했다. 이 지표에 대한 설명을 보면 3점을 기록할 경우 정부가 민감한 이슈에 대해 간접적으로 언론을 검열한다고 평가하고, 2점을 기록할 경우 정부가 민감한 이슈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론을 검열한다고 평가한다. V-Dem 지표에 따르면 정부는 민감한 이슈에 대해 점점 언론을 직접적으로 검열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 동안 후퇴한 민주주의, 야당과 시민도 책임이 있다. 윤석열 민주주의 성적표 시리즈의 1편과 2편을 모두 본 독자라면, 필자가 일부러 윤석열 정권 동안 내려간 민주주의 지수와 지표를 선별하여 보여주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찾아본 민주주의 지수와 지표 중 상승한 것을 찾지는 못했다. 오히려 2021년보다 하락했음에도 소개하지 않은 민주주의 지수와 지표가 많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한 2년 동안 여러 방면으로 민주주의는 후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데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지 못한 야당의 책임,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에게 투표로 권력을 부여한 시민들에게도 분명 민주주의가 후퇴하게 만든 책임이 있다. 내일부터 실시(사전투표 5~6일)될 총선에서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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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10년 후퇴한 윤석열 정권의 자유민주주의
윤석열 정권 3년차, 민주주의 평가하기①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선행 게재되었으며, 이후 얼룩소에 동시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 우리가 특정 정권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경제 성장이 얼마나 됐는지 평가할 수도 있고, 외교 문제를 얼마나 잘 헤쳐 나갔는가, 복지를 기준으로 얼마나 잘 분배했는가, 과학 기술을 얼마나 발전시켰는가 등 우리는 중요하고 다양한 분야의 업적을 기준으로 삼아 정권의 실적을 평가한다. 그 다양한 분야 중 필자는 윤석열 정권 3년 차의 ‘민주주의’에 대한 성적을 매기고자 한다. 민주주의 평가는 다수 시민의 뜻이 공정하게 정치에 반영되고 있는가를 보는 것으로, 특정 정권에서 다양한 사회 문제가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해 해결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민주주의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건 민주주의 데이터를 참고하는 것이다. Freedom house나 Economist 등 다양한 기관에서 민주주의 지수를 정리하여 공개하고 있는데, 그중 이번 분석에서는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의 V-Dem 연구소가 관리하는 ‘V-Dem(Varieties of Democracy) Index(이하 V-Dem)’가 민주주의 평가에 있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어 사용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해 윤도원 정치체제 연구자는 ‘V-Dem은 정치 체제나 민주주의를 연구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대부분 다루고 있는 좋은 데이터’이며, ‘정치 체제나 민주주의 관련 분야 연구에서 최근 가장 많이 쓰이는 데이터가 V-Dem’이라며 V-Dem 지수에 대해 좋게 평가했다. 이번 연재에서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1편에서는 윤석열 정권 3년 차의 자유민주주의 지수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이루어진다. 2편에서는 더 나아가 자유민주주의 지수를 구성하는 세부 지표들과 독재화(Autocratization)와 관련된 세부 지표들을 분석하고 평가한다. 모든 분석은 민주화 전후 변화를 비교하고자, 가능한 한 1986년부터 2023년까지 데이터를 분석하였음을 밝힌다. 또한, 연재에 사용된 모든 그래프는 V-Dem 그래프 툴 홈페이지(https://www.v-dem.net/graphing/graphing-tools/)를 활용하여 제작하였음을 미리 밝힌다. 윤석열 정권의 자유민주주의, 10년 전 박근혜 정권 시절로 후퇴해 V-Dem 대표적으로 다섯 가지 민주주의 지수(숙의/평등/자유/선거/참여)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자유민주주의 지수(Liberal Democracy Index)’를 통해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유는 2가지인데, 우선 2024년 V-Dem 연구소에서 출간한 ‘민주주의 리포트 2024’에서 주로 활용한 지수가 자유민주주의 지수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 등 중요한 연설에서 ‘자유’,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해 온 만큼, 자유민주주의 지수가 실제로 잘 나왔는지 확인하는 게 다른 민주주의 지수를 확인하는 것보다 더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정권의 2023년 자유민주주의 지수를 살펴본 결과, 0.6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에 비해 0.13점 하락한 것으로, 민주화 이후 가장 크게 하락한 것이다. 민주화 이후 자유민주주의 지수가 0.6점 이하를 기록한 건 노태우 정권과 박근혜 정권으로, 2014년 0.6점을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점수가 0.6점을 기록했다. 즉, 윤석열 정권이 집권한 2022-2023 사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10년 전으로 후퇴했다. 윤석열 정권하에 민주주의 지수가 하락한 것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V-Dem 연구소의 ‘민주주의 리포트 2024’에서 사용된 ‘독재화’라는 표현을 강조하여 기사를 작성했다. 이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관련 설명에 따르면 ‘독재화’는 ‘선거민주주의(Electoral Democracy Index) 점수가 최소 0.1점 이상 하락’했음을 나타낸다. 즉,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가 이전에 비해 유의미하게 후퇴했음을 나타내긴 하지만, ‘윤석열 정권이 독재자 같은 통치를 하고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V-Dem 리포트에서 한국의 2023년 민주주의 상태는 여전히 ‘자유민주주의’로 분류되어 있다. 이는 V-Dem에서 정치 체제를 구분하는 네 가지 기준(자유민주주의 / 선거민주주의 / 선거권위주의 / 폐쇄적 권위주의) 중 가장 높은 민주주의 단계이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 상대적으로 낮은 민주주의 점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윤석열 정권 이래로 지속해서 모든 민주주의 지수가 하락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특별한 변화 없이 2024년이 지나가면 한국의 민주주의 평가는 더 내려갈지도 모른다. 세부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가 후퇴했는지는 2편에서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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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인재영입이 말해주는 것
총선 시즌만 되면 정당들은 인지도 높은 인재를 영입해 ‘리프레시’를 시도합니다. 특정 분야를 대표하거나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내세워 당의 방향성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막 깃발을 올린 제3지대에서는 인재영입이 한창입니다. 양당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외부 인재를 영입해왔죠. 각 정당의 영입인재와 인재 전략을 정리해봤습니다. 인재영입 특정 분야의 상징성 있는 인물, 숨은 인재를 발굴하는 인재 영입은 20대 총선부터 본격화됐습니다. 영입 시스템과 후보자 선출 시스템은 별개입니다. 영입 인재는 각자 지역구나 비례대표를 선택해 당내 후보자 선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각 당은 인재영입기구를 따로 두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당 사무총장을 지낸 이철규 의원을,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인재영입기구 위원장으로 지명했습니다. 민주당은 국민들이 직접 총선 인재를 추천하는 국민추천제를 전격 도입했습니다. 추천 인재가 인재위 검증을 거치면 총선 후보로 나서거나 정책 자문을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서울 강남, 대구, 울산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만 국민추천제를 적용합니다. 어디서 누구를 영입했는데? 🟥국민의힘(48명) 키워드 #인지도 #범죄 #체육 #탈북민 #과학기술 1호 인재: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여성 대상 범죄 전문가입니다. 이외에 육아 서적 <삐뽀삐뽀 119 소아과>로 알려진 소아청소년과 의사 하정훈 , 전 사격 국가대표 진종오, 탈북민 출신 현대제철 책임연구원 박충권, 전 삼성전자 사장 고동진 등을 영입했습니다. 90년대생 4명을 영입해 청년인재를 눈여겨보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국힘은 지역구 공천에서 청년, 여성 비중이 지난 총선보다 낮아져 비판받고 있었습니다. ➡️평가: 대표 분야보다는 인지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모습입니다. 기업인·관료 출신 비중이 높습니다. 한편 영입인재의 대다수가 험지로 보내지거나 공천이 진행되지 않아 ‘홀대’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역을 우선시하는 소극적인 공천의 영향으로 해석됩니다. 🟦더불어민주당(27명) 키워드 #기후위기 #정권심판 #교육 #시민운동 1호 인재: 박지혜 플랜 1.5 변호사, 환경 분야 공익 소송을 해온 기후위기 전문가입니다. 윤석열 정부 비판에 앞장선 인사들을 우선 영입하고 있습니다. 정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 류삼영, 이지은 전 총경 영입이 대표적입니다. 이외에 앤씨소프트 전무를 역임한 미래산업 전문가 이재성, 전 현대자동차 사장 공영운, 전국초등교사 노조 수석부위원장으로 서이초 사건에서 목소리를 내온 초등교사 백승아, ‘직장갑질119’를 창립한 노동인권 변호사 이용우 등을 영입했습니다. ➡️평가: 특정 분야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 보수정권에 저항한 인물을 영입해 당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국힘과 달리 영입인재 대부분이 지역구에 우선 공천됐습니다. 이에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개혁신당(3명) 1호 인재: 김범준 전 부산대 특임교수, 거제도를 기반으로 정책을 연구해왔습니다. 합당 전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최연소 광역의원 출신인 이태환 세종시의회 의장을 영입했습니다. ➡️평가: 지역기반을 다질 수 있는 인재 영입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조국혁신당(8명) 1호 인재: 신장식 변호사, MBC 뉴스하이킥 진행자였으나 ‘편파 진행’ 논란으로 하차했습니다. 이외에 법무부에서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 감찰에 관여한 박은정 전 검사, 문재인 정부 법무비서관이던 김형연 변호사 등을 영입했습니다. ➡️ 평가: 가장 최근에 인재 영입을 밝히며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검찰개혁을 주장해온 인사들이 눈에 띕니다. 이외에 새로운미래는 청년 전문가 4인을, 녹색정의당은 30년 경력의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를 각각 1호 인재로 영입했습니다. 외부 영입이 해결책일까? 정당의 인재 충원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외부 인사를 영입하거나, 정당 내부 인재를 발굴하는 겁니다.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인재 영입을 안 하면 ‘그 나물에 그 밥’, 인재 영입에 몰두하면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나옵니다. 외부인사 영입 👍장점: 각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영입해 의제를 확고히 할 수 있습니다.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단점: 외부인사는 현실 정치 경험이 부족합니다. 지지기반이 확고하지 않아 당의 강성 지지층에 휘둘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당에서 오래 활동한 사람들이 배제되면서 당의 정체성이 약해집니다. 내부인사 발굴 👍장점: 현실 정치에 익숙하고 당과 국회의 구조,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습니다. 내부 인재를 많이 등용하면 당의 인력 유출도 막고, 장기적으로 인재를 육성할 수 있습니다. 👎단점: 내부인사는 차별화된 관점을 내놓기 어렵고 기존의 정치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부 경쟁이 치열해져 계파 싸움이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여론은 두 방식 모두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외부인사 영입 긍정 여론은 41.9%, 당내 신인 육성 긍정 여론은 39.5%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내부 인재 육성 시스템을 만들고 외부 인재는 선거와 무관하게 수시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외부 인사는 선거에 이용될 뿐, 이들의 확장 시도는 가로막힌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민주당 이탄희, 홍성국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대표적입니다. 초선 영입인재인 두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영입돼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의 정치 환경에선 뜻을 펼칠 수 없다며 불출마했습니다. ‘선거 흥행’에 급급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영입인재 2호가 데이트 폭력으로 사퇴했고, 미래통합당 영입인재는 돈 봉투를 받았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이 뒤늦게 밝혀져 영입이 취소됐습니다. 올해는 민주당에서 영입한 백범 김구의 증손자 김용만, 유동철 동의대 교수의 음주 운전 경력이 논란입니다. 민주당은 음주운전을 공천 배제 사유로 보지만, 윤창호법 시행(2018년 12월 18일) 이전 적발된 건은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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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청년정치를 거부한다
*본 기고문은 캠페인즈x정치학교 반전의 공동 기획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지난 2022년 12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약 반 년 동안 <정치학교 반전>의 첫 시즌을 함께했다. ‘한국정치의 반성과 비전을 말하자’는 반전의 제안에 반응하고 모여들 사람들이 궁금해서 문을 두드린 것이 시작이었고, 살아온 배경도 정당도 관심사도 제각각인 이들을 관통한 공통의 문제의식을 수 개월간 반복적으로 탐구하면서 우리가 발 딛고 서야 할 정치의 본질은 무엇인지 하나씩 다시 차근차근 세워보며 금새 6개월을 보냈다. 그간의 여정을 매듭짓는 ‘실천선언문’ 작성을 맡았던 나는 우리의 이름으로 어떤 반성과 다짐을 최종적으로 남겨둘 것인지 거듭 고민한 끝에 첫 번째 선언의 문장을 이렇게 썼다. “첫째, 지금까지의 청년정치를 거부합니다.” *사진=정치학교 반전 1기 수료식, 2023. 05. 20 우리가 ‘지금까지의 청년정치를 거부’하기로 결심한 이유 청년정치라는 말 자체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지난 선거에 왔던 청년정치 죽지도 않고 또 왔다 말해도 어색함 없을만큼 선거철마다 특히 자주 소환된다. 하지만 이 안에 ‘청년의 삶’도 함께 소환되어 왔을까? 이제껏 정치 기득권이 청년정치를 위치시킨 자리를 살펴보면 가늠할 수 있다. 나이가 어리고 젊으니 새롭고 신선해보이는 ‘이미지’를 전면에 배치시켜 보정효과를 톡톡히 노리고 주로 2030세대에 해당하는 스윙보터의 표심을 가져오려 애쓰지만, 정작 필요한 권한과 자리 앞에서는 ‘젊으니까 다음 번에도 기회가 있다’며 후순번을 쥐어준다. 청년다운 패기로 정치 생태계를 바꿔줄 것을 주문하지만, ‘우리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라는 전제 조건은 차마 빼놓지를 못한다. 별다른 고민 없이 솔깃한 제안에 응하는 청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청년 정치인들은 이 현실을 아주 모르지 않는다. 다만 애석한 건, 알면서도 스스로를 장식품 내지 들러리로 세우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적잖다는 점이다. 그렇게라도 열리는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지 않으면 또 얼만큼의 시간을 기다리며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존 정치 생태계에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식으로 소모되었던 청년정치를 마땅히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수동적인 위치에 세우는 일, 어느 쪽에 줄 서야 더 유리할지 골몰하는 일, 의사결정 과정에 마땅히 내야할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는 일, 부당함과 불합리함을 관행으로 여기는 데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일을 거부하지 않고서 새로운 정치를 말한다는 건 모순이다. 시민들이 ‘청년정치’에 실망하면서도 거듭 기대를 걸어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너무 많은 걸 손에 쥐어버린 이들은 결코 쉽게 할 수 없는 말과 행동, 결단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아가 조금 더 주체적으로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할 수 있다고 믿기에 약간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청년정치가 복원해야 할 기준은 바로 여기에 있다. 본질은 ‘젊은 나이로의 교체’가 아닌 ‘세계관의 교체’ 그렇다면 청년정치의 주체가 되겠다고 나선 우리는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얼만큼 제대로 준비하고 있을까? <정치학교 반전> 졸업 이후 몇몇 동료들과 그동안의 고민과 논의를 숙성시켜 실체가 있는 행동으로 전환해나가기 위한 그룹을 만들었다. 첫 모임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일곱가지 원칙을 정했다. 만장일치로 채택된 첫 번째 원칙은 “나이가 아닌 감각과 대안으로 승부한다” 였다.  그동안 청년정치인들이 자주 쓰던 핵심 구호는 ‘나이가 어린/젊은 사람에게도 기회를 제공하라’는 것이었다. 일견 필요한 주장이다. 제21대 국회에서 2030대 의원은 2.4%에 불과하다. 지방의회의 경우 약 10%에 해당하지만, 30%에 달하는 청년세대 유권자를 대변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수치다. 하지만 ‘청년정치는 다르다’고 말하려는 이들이라면, 젊음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젊음을 바탕에 둔 대안과 방향은 어떻게 다른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당장 5-10년 뒤에 거대한 현실의 문제로 닥칠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외교-안보위협, 지역소멸 등과 이로 인해 생겨날 새로운 유형의 불평등을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의 문제로써 어떻게 유능하게 풀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청년정치인이 주류에 설 수 있도록 하는 힘의 본질은 ‘젊은 나이로의 교체’가 아닌 ‘세계관의 교체’에서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과거 선배세대의 성공 사례만을 답습하거나 관성적 사고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가 가장 잘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는 문법으로 이 다음을 상상하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많은 시민들에게 유효한 미래는 이 뱡향이라고 설득하고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 지금껏 청년정치를 표방하는 개인이나 그룹 단위에서 이러한 논의가 제대로 깊이있게 전개된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본질을 잃은 기득권 정치를 비판하기 전에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이미지=정치의 본질에 다시 집중하기 위해, 가치-비전 수립 및 미래 의제 우선순위 세우기 (2023. 10~) 청년 정치인들만의 개인기로 돌파 가능할까 그렇지만 동력을 잃은 청년정치의 현주소의 책임을 과연 청년 정치인 개개인에게 오롯이 돌릴 수 있을까. 분명 그간의 청년정치가 보여준 행보엔 아쉬운 지점이 많지만, 동시에 ‘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앞선 제안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 정치 영역에서는 꽤 높은 수준의 역량과 자질이 요구된다. 충분한 훈련의 기회와 준비의 공간이 필요한 이유다. 흔히 청년정치의 비교 사례로 언급되는 유럽의 어느 젊은 총리나 국회의원들 역시 반짝 탄생하지 않았다. 10대 시절부터 정당 내외에서 꾸준하게 훈련하고 실력을 쌓을 여건이 뒷받침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요 정당에서는 이런 당내 인재 양성 시스템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정당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청년정치를 그저 소모하고 있으니 ‘정치학교 반전’과 같은 기획이 정당 바깥에서 생겨난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이렇듯 준비운동을 할 여건은 하나도 갖춰지지 않았는데, 출전하기 위한 장벽은 너무 높게 설정되어 있다. 출마를 위한 각종 제반비용은 물론이고 유권자와의 연결이나 당 내외 네트워크까지, 청년 정치인은 이미 완벽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군분투할 수 밖에 없다. 기울기를 임의로라도 조정하고 그나마의 가능성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어떻게든 당내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의 신임을 받는 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개인의 신념과 비전을 펼치기 쉽지 않은 이유다. 이런 고질적인 시스템과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청년 정치인 개개인만을 비판할 수는 없다.  더 이상 망가진 정치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어서 뭐라도 직접 해보겠다고 나선 친구, 동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수 번을 다짐한 것들이 때때로 꺾이고 무너지고 길을 잃기도 하면서 실망하는 날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럼에도 지키고 싶은 존재와 가지고 싶은 미래를 포기하지 않고 끝내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위기의 순간 가장 먼저 손쉽게 밀려나고 지워졌던 우리 세대의 이름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우리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세우고, 유효한 힘을 가지고, 책임을 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구조적 문제와 현실의 한계를 지적하되 비판자의 위치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선명히 제시하며, 근거있는 희망을 품고 성실하게 미래를 준비해나가자.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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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 정당, 어떻게 봐야 할까?
캠페인즈 미디어를 통해 직접 캠페이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안녕하세요, 애증의 정치클럽 건조 에디터입니다. 빠띠 캠페인즈를 통해 인사드리게 되어 너무나 반갑습니다! 22대 총선까지 앞으로 두 달 남짓이 남았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여러분이 기대하는 그림은 무엇인가요? 승리하길 바라는 정당이나 당선되길 바라는 정치인이 있으신가요?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는 무당층이라면, 혹시 제3지대 소식에 관심을 두고 계신가요?  제3지대의 가능성은 매 총선 때마다 화제였습니다. 유권자들은 제3지대에 기대를 품었다 양당으로 회귀하길 반복해왔어요. 22대 총선은 제3지대 바람이 돌아올 순서입니다.  그 열망에 응답하듯, 이미 다수의 진영이 제3지대 야영장의 텐트를 펼쳤죠. 캠페인즈에서 그 야영장의 풍경은 어떤지 정리해보고, 그 앞에서 유권자인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 얘기해보려 합니다. 제3지대 야영장 훑어보기 이번에 새로 세워진 텐트는 현 시점에서 3개입니다. 개혁신당, 개혁미래당, 새로운선택입니다. 개혁신당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창당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양향자 의원이 창당한 한국의희망과 합당했습니다. 개혁미래당 더불어민주당 탈당파 중심입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새로운미래와 이원욱 의원 등의 미래대연합이 공동창당했습니다. 새로운선택 더불어민주당 출신 금태섭 전 의원이 창당했습니다. 류호정 전 의원이 이끄는 정의당 내 그룹 세번째권력이 합류했습니다.  이들이 이번 총선에서 유의미한 규모로 자리잡으려면 하나의 빅텐트로 뭉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빅텐트 만들기는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우선 각 세력 중심 인물의 출신 정당을 보면 알 수 있듯, 정치적 성향의 차이가 있습니다. 세 정당 모두 중도를 표방하긴 하지만 페미니즘 등 특정 의제를 두고는 노선이 크게 다르죠. 다들 합당의 가능성은 보고 있지만, 절차와 형식을 두고 계산이 복잡합니다. 한 정당에 흡수 합당되어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죠.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당을 공동 창당하기도 까다롭습니다. 각 세력의 지지층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죠. 역사로 보는 제3지대 성공조건 제3지대 아영장의 모두가 공유하는 고민은 두 가지입니다. 1) 빅텐트로 합칠 것인가, 2) 어떻게 정치권에 뿌리내릴 것인가.  제3지대 흥망성쇠의 역사를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겠죠. 지금까지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되는 제3정당은 통일국민당, 자유민주연합, 국민의당입니다.  통일국민당: 재벌의 정치사업 1992년 14대 총선에서 31석을 얻었습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창당했습니다. 정주영은 1992년 통일국민당 대선 후보로 나서 16.3%의 득표율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정주영이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당은 빠르게 몰락했습니다. 은퇴 사유는 대통령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인한 검찰 수사였습니다.  통일국민당이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정주영의 천문학적인 자금 지원 덕분이었습니다. 소속 의원들은 그가 가진 가능성만을 보고 모였기 때문에 이념이나 유대감을 공유하지 않았죠. 즉 정주영 없는 통일국민당은 존속 이유가 없었고, 대다수의 의원들은 탈당 후 당시 여당이던 민주자유당에 입당했습니다. 자유민주연합: 지역을 쥔 캐스팅보트 1996년 15대 총선에서 50석을 얻었습니다. 민주자유당을 탈당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창당했습니다.  김종필은 한국 현대사의 결정적인 순간을 만든 캐스팅보트를 쥐어왔습니다. 3당 합당으로 김영삼 대통령을, DJP 연합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을 당선시켰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는 최초이자 마지막인 연립 정부를 구성했어요. 이러한 영향력은 튼튼한 지역 기반 덕분에 발휘됐습니다. 충청 기반의 자민련이 지역정치 구도를 비호남권(영남+충청)과 호남권으로 재편하며 정계가 크게 바뀌었죠. 그 결과 지역주의는 더욱 강화됐습니다. 국민의당: ‘새정치’에 대한 기대 2016년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었습니다. 2012년부터 ‘새정치’를 내세우며 돌풍을 일으킨 안철수 의원이 창당했습니다.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삼았습니다. 2016년 호남 지역구 28개 중 23개에서 국민의당 후보가 당선됐죠. 호남의 젊은 세대가 호남을 ‘잡힌 물고기’ 취급하며 홀대하는 민주당에 불만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모호한 정치적 입장으로 갈수록 지지율이 떨어졌고, 내부 분열도 심해졌습니다. 결국 창당 2년 만에 해산하고 보수정당 계열의 바른정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이 됐습니다. 2020년 안철수 의원은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다시 국민의당을 창당하지만, 2022년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과 합당했습니다. 세 가지 성공 사례의 공통점은 대선 주자급 인물과 탄탄한 지역 기반입니다.  특히 중심 인물들의 특성을 통해 제3지대에 걸린 기대의 성격을 분석해볼 수 있는데요. 정주영과 안철수는 정치 입문 전부터 대중적 인기가 높았습니다. 정치 경력의 부재는 기성 정치에 냉소적인 대중들에게 외려 매력으로 작용했어요. ‘그놈이 그놈’인 정치판에 완전히 새로운 판을 깔아줄 참신한 영웅으로서 부상한 겁니다. 정치혐오를 등에 업고 성장한 측면이 있죠. 김종필은 탄탄한 정치 경력과 강력한 지역 기반을 융합시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현 시점에서 지역 기반의 중요성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는 말 그대로, 지역이 전략적으로 사용하기 유리한 지지층이란 것이고, 둘째는 꼭 지역이 아니더라도, 확실하게 지목할 수 있는 타겟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조건들은 제3정당이 지속되지 못한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중심 인물이 이탈하자마자 정당 조직이 무너졌죠. 지역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지역 기반도 빠르게 약해졌습니다. 결론적으로, 인물과 지역은 제3정당 부상의 조건일진 몰라도 지속의 조건은 되지 못합니다. 제3지대, 어떻게 바라볼까 과거 사례들에 비추어 지금의 제3지대를 살펴보면 어떤가요? 핵심 텐트로 불리는 개혁신당과 개혁미래당에는 각각 이준석, 이낙연이라는 인지도 높은 인물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어요. 지역을 놓고 보면, 개혁신당은 대구를 중심으로 당원 모집을 하고 있습니다. 개혁미래당은 호남을 노릴 가능성이 높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제3지대의 성공 여부는 무엇보다 새로운 세력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에 걸려 있습니다. ‘새정치’를 한다는 세력이 기성 정치와 똑같아 보인다면 전혀 매력적이지 않겠죠. 또한 정치 구도 개편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합의가 필요합니다. 당장 확실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고, 여기에 나서 줄 안정적인 세력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면 불확실한 제3지대는 선택지에서 제외될 테니까요. 유권자들은 이미 숱한 실패를 목격했어요. 제3지대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상황입니다. 제3지대가 기회를 얻으려면 ‘어차피 오래 못 가고 거대양당과 합당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야 합니다. 이제는 부상과 지속의 가능성을 동시에 증명해야죠. 이에 제3지대 세력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해답은 ‘합리성’과 ‘원칙’입니다. 기존의 이념 중심 정치에서 벗어나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정치를 추구하고, 정치의 원칙에서 벗어난 양당과 달리 공정한 태도를 보여주겠다는 건데요. 중도·무당층을 노린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4%가 ‘제3지대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답했고, 그중 무당층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렇다면 제3지대를 바라보는 여러분의 마음은 어떠신가요? 몇 가지 질문을 준비해봤어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한국 정치가 가장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요? 제3지대의 출현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나요? 제3지대 세력들과 거대양당이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제3지대가 모두 손잡고 ‘빅텐트’를 이룬다면, 부상과 지속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까요? 참여자들 간 노선 합의는 지지층을 모으는 데 긍정적일까요, 부정적일까요?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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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관점을 가진 사람이,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다
2024년 4월 10일,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길을 걷다보면 벌써 현수막을 걸고, 국회의원 후보 혹은 예비 후보라며 자신을 어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내 지역구에서도 볼 수 있었다. 내 지역구의 한 후보자는 현수막에 윤석열 정권 심판을 써놨다. 맞은편 다른 후보자는 자신을 마음껏 부려먹어 달라고 써놨다. 그 옆 또다른 후보자는 자신이 지금까지 이룬 성과와 지역구에 만들 인프라를 써놨다. 후보자 현수막에서는 그들의 관점과 어필 대상을 알 수 있다. 윤석열 정권 심판을 내건 후보자는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며, 본인과 동일한 생각을 갖는 유권자에게 어필함을 알 수 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유권자는 포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마음껏 부려먹어 달라는 후보자는 구민을 위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무엇을 하겠다는 건 보이지 않았다. 모든 걸 손에 쥘 수는 없다. 너무 삐뚤게 보는 걸수도 있으나,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걸로도 보였다. 마지막 다른 후보자는 구 전체에 돌아갈 이득을 말한 것으로 보였다. 인프라 구축되면 구민이 이용할 시설이 늘어나는 것이니 혜택이 돌아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관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얼핏 알 수 있다. 한편으로, 지금 인프라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새로운 인프라가 늘어난다고 해서 좋아지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았고, 유세 운동도 펼치지 않은 상태라 정확한 판단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현수막을 내 건 세 후보 모두 실망스러웠다. 자신과 다른 유권자는 포기하는 태도, 단순히 열심히 하겠다는 구호, 구의 성장을 이끌겠다는 어필 모두에서 ‘구민'을 위한 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4년을 이끌어 갈 정치인을 뽑는 선거에, 이번에도 뽑을 후보가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 이 정치이고, 정치인은 이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만들고, 펼쳐야 한다. 나는 여기서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 후보자라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다운 삶이 무엇이고,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이 누구냐의 판단 기준과 관점은 다양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불평등과 혐오, 차별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열심히 하루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대개 눈에 보이지 않는다. 환한 낮과 화려한 밤에 버려진 쓰레기가 아침만 되면 사라져 있는 이유는 새벽 어스름에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 미화원이 있기 때문이다. 바닥에 버려진 수많은 폐지가 아침이 되어서 사라져 있는 이유는 새벽에 일어나 리어카를 끌고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 때문이다. 혐오와 차별을 받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없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그들이 말없이 참고 견디고 있기 때문이며, 말없이 참고 견디는 이유는 혐오와 차별에 대한 고통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의 조롱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 조롱으로 인해 받을 더 큰 상처가 두렵고, 아무른 흉터마저 다시 벌어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좋은 정치란 이러한 사람들의 고통을 헤아려서, 그들까지도 인간 답게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좋은 정치인이란 그들의 고통을 보는 눈과 보이지 않는 그들을 찾아가는 노력과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쓴 신형철 교수는 인간이 배울만한 것중 가장 가치있고, 어려운 것은 타인의 슬픔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자질로) 혹자는 성품이 아니라 능력을 봐야 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성품이냐 능력이냐'라는 물음은 잘못된 양자택일이다. (중략) 성품이 곧 능력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고통받아 본 사람이 고통받는 사람의 마음을 안다. 그들은 가만히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능력과 그것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능력 때문에 (중략) 귀 기울일 것이다. 반값 임금에 혹사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말을, 차별당하는 소수자들의 말을, 그 고통을 알겠어서, 차마 도망칠 수 없어서, 무슨 일이라도 할 것이다.”* 고통받지 않았다고 해서, 고통받은 사람을 헤아리지 못하고,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다. 그들이 고통받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 만약 그런 사람들이 고통받는 사람을 보는 눈을 갖고, 그런 사람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는 관점을 가진다면 수많은 동일한 고통을 받은 적 없는 사람들을 향해 저들을 고통과 슬픔을 헤아려야 한다며 설득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관점이다. 약자의 고통을 알고, 그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걸 아는 사람이 그들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약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상이 얼마나 잔인하고, 잔혹한지 아는 사람이 사회를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 그것이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한다는 정치의 의의와 맞닿는다고 생각한다.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한겨레 출판/ 2021) p.27, 203, 204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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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은 청년 정치, 어떻게 볼 것인가?
 이 글은 대화 참여자들의 주장을 압축하여 재구성한 것으로 오마이뉴스에 2023년 12월 13일에 발행된 글입니다. '이준석 정치', 청년들은 어떻게 보고 있나? [오마이뉴스 23.12.13] ▲ 청년 정치 10년 평가 정당에서 청년 몫 비례의원을 할당한 것은 2012년 19대 총선을 시초로 한다. 이후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청년 정치는 어떤 모습일까? ⓒ 정보영  한국에서 청년 문제가 본격 등장한 것은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한다. 경쟁과 수익자 부담 원칙을 동력으로 한 발전 전략이 본격화하면서 과도한 등록금 인상 문제가 떠올랐고, 이전에는 쉽게 들어볼 수 없었던 '청년 실업'이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대학 진학률이 70~80%를 상회하는 나라에서 청년 시기를 보내는 비용은 계속 늘어났지만, 삶의 질은 점차 후퇴했다.정치권도 청년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해결책으로 찾은 것은 '당사자성'이다. 청년 문제를 청년 스스로 해결하도록 2012년 총선부터 '청년 후보'를 선출하고 몇 명은 '청년 의원' 배지를 달았다. 그리고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청년 정치는 어떤 모습일까?청년 정치 10년을 주목하는 시선이 없지는 않지만, 아직 체계적인 논의가 진행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만큼 청년 정치를 둘러싼 여러 쟁점과 이슈는 복잡하고, 방향성은 모호하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논쟁과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는 '대담한 대화'에서는 비록 난상토론이 되더라도 청년 정치 10년 평가를 진행해 보기로 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청년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장하나 전 의원, 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이주형 대표, 39세 미만의 젊은 정치인을 지원하는 정치스타트업 뉴웨이즈 박혜민 대표가 쉽지 않은 자리에 참여했다. 이들의 대화를 축약하고 재구성해 싣는다.청년 정치, 청년 의원 개인과 동일시 할 수 없어청년 정치 평가가 까다로운 점은 세대론과 유사하게 집단으로서의 청년과 젊은 의원 개인을 동일시할 때 나타나는 여러 모순과 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대론은 특정 세대의 지배적 특성을 요약하거나 다른 세대 집단과의 상대적 차이를 비교할 수는 있지만, 그 집단 내에는 매우 다양한 편차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세간의 청년 정치 평가들은 세대와 개인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쉽게 범한다. 청년 정치를 평가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이주형(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청년 정치는 3개의 층이 있는 것 같아요. 첫째는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려는 게 청년 정치죠. 이건 생물학적 나이가 청년일 필요는 없어요. 둘째는 생물학적 청년 당사자가 정치를 하는 것을 청년 정치라고 해요. 마지막으로는 민주화 이후에 새로운 세계관을 교체하려는 정치를 청년 정치로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복잡성을 봐야 하는데, 지금은 청년 한 명이 국회에 들어가면 (청년과 관련된 일을) 옴팡 뒤집어써요. 그래서 청년 의원이 되면 청년 정치에만 집중하거나 청년 정치를 버리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죠."  ▲ 이주형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이하 ‘전청넷’) 대표를 맡고 있다. 전청넷은 지역 청년의 협력과 제도 개선으로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는 단체다. 최근에는 청년 정치 제도를 고민하고 있다. ⓒ 정보영    김설(청년유니온 위원장): "사실 청년 정치는 청년들이 권력을 획득한 것이 아니라 기성정당들로부터 '주어졌다', '배려되었다'고 평가되는 것 같아요. 청년 정치세력화가 이뤄지지 못한 조건에서 능력 있는 개인이 국회에 진출한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던 것이 한계죠. 청년 정치인이 정당 안에서 훈련되고 숙련되지 못하니까, 외부에서 수혈해서 전시하는 것처럼 청년 정치가 활용되고 있어요."   박혜민(뉴웨이즈 대표): "청년 정치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밖에 없고 복잡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데 보통 단순한 답을 원하니까 설명할 기회가 별로 없어요. 어떤 의사를 결정할 때 사회적 다양성을 위해서는 사회적 보정이 필요한데, 우리는 청년 정치인을 그냥 '청년'의 범주에 묶어 놔요. 정당 내에 새로운 정치인을 육성하기 위한 시스템이 없다는 사실은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그냥 개인이나 집단이 제대로 못 했다는 식으로 평가하고 끝내죠."장하나(19대 국회의원): "국회의원 300명 중에 청년 의원이라고는 두어 명밖에 안 되는데 뭘 어떻게 해요? 당 전체가 움직이면 모를까. '청년 의원이 청년을 대변했느냐'는 질문을 하려면 '중년 의원은 평균 중년을 대변했느냐'는 질문도 같이해야 해요. 청년 문제를 잘 살펴보면 사실 계급 문제예요. 2020년 21대 국회의원 평균 재산이 27억 5천만 원이었어요. 평균적인 사람들이 아니에요. 중년 정치인도 평균 중년을 대변하지 못했던 거죠."386의 끼리끼리 정치, 하나회의 보상시스템과 닮았다?청년 국회의원이 존재한다고 해서 이들이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거나 청년 정치세력화가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 국회 청년 의원의 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헌의회 의원의 평균 나이는 47.1세였지만, 21대 국회의원의 평균나이는 54.9세로 7.8세가 늘었다. 그나마 20대의 55.7세보다 0.8세가 줄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까?21대 총선 당시 39세 이하 유권자는 전체의 32.6%를 차지했지만, 당선된 39세 이하 의원은 단 13명으로 전체의 4.3%에 불과하다. 우리 국회의 청년 정치인 비율은 유럽은 물론 통상 청년 정치인 비율이 낮은 미국, 일본, 중국보다도 더 낮다.장하나: "사실 청년 정치인은 아주 예전부터 있었죠. 그런데 이른바 86세대(80년대 대학에 다닌 60년대생) 이후로 청년 정치인이 사라져 버린 게 문제예요. 386이 486, 586이 되면서 다음 세대 정치인을 키우지 않았어요. 정치적 주도권을 계속 잡고 있으니까 이후 세대를 등장시켜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한 것 같아요. 선거가 다가오면 자기들끼리 '누구 (의원) 못하고 있지?', '이번에는 (의원에 당선될 수 있도록) 누구에게 힘 몰아 주자'는 식으로 예전 동지들 밀어줬던 것 아닌가요?"  ▲ 장하나 19대 국회의원 19대 총선에서 청년 몫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지금은 ‘정치하는 엄마들’이라는 단체에서 사무국장을 하고 있고 제주도에서 9살 딸을 키우는 엄마로 살고 있다. ⓒ 정보영    김설: "영화 <서울의 봄>에 군부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보상시스템으로 하나회가 나오잖아요? 여기에 저항한 반독재 민주화 운동 세대의 의제나 윤리적 정당성은 인정해요. 그런데 민주화 이후에는 라인 정치, 하마평 같은 이름으로 하나회와 유사한 보상시스템이 작동한 것 아닌가요? 이게 86세대 정치의 가장 큰 한계 같아요. 2012년에 등장한 청년 정치도 이런 풍토를 극복하거나 깨지는 못한 것 같고."   이주형: "그래서 청년 정치를 좀 나눠볼 필요가 있어요. 첫째로는 2012년 총선에서 청년 국회의원 만들었던 흐름이 있고, 둘째로는 청년유니온이나 민달팽이 유니온같이 청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운동과 단체가 등장한 흐름이 있어요. 사실 청년 정치는 청년들이 청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실천할 것이냐를 두고 갈증이 있었기 때문에 나온 것이거든요. 이걸 제대로 보지 않으면 청년 정치를 마치 기성정당이 만든 것으로 평가되어 버려요."박혜민: "청년 정치를 어떻게 정의하더라도 의원 두 명, 세 명으로 청년세대를 대변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해요. 사실 지방의회에는 국회보다 청년 정치인이 많은데, 왜 청년이 결혼을 안 하려고 하는 지 중·장년 의원들에게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다 간다고 해요. 제가 만나본 청년 의원들은 '당이 달라도 상관없으니까 청년 3명만 (의회에) 있으면 훨씬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해요."  ▲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젊치인(젊은 정치인)의 도전과 성장을 돕는 에이전시인 뉴웨이즈라는 단체에서 대표를 맡고 있다. 젊은 정치인 성장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 정보영      이준석 정치, 청년 정치의 새로운 비전인가?청년 정치가 청년 운동과 연계되지 못했거나, 주류 세력이 다음 세대 고민을 하지 않은 것 모두 청년 정치의 현실을 평가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향과 가치의 차이를 접어 두면, 비슷한 조건에서도 현재 청년 정치, 젊은 정치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청년 정치 담론을 주도했던 야권이 아니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들은 이준석 전 대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여기에는 세대별 시각 차이도 보인다.장하나: "청년 정치인의 파이를 늘리는 건 맞지만, 어떤 청년이어야 하는지도 논의해야 해요. 1997년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택시 운전하는 아버지가 4인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노동의 가치가 개똥보다 못한 시대예요.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한 무한 경쟁 시대가 펼쳐졌는데, 다른 선택지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정치가 필요해요. 이준석 같은 정치인은 그런 선택지를 보여줄 수 없어요. 경쟁이 공정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말도 안 되는 경쟁 자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잖아요?"김설: "글쎄요.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에 내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어떤 종류의 안전망도 누릴 수 없다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학습된 세대예요. 그런 점에서 보면, 이준석 전 대표는 지금의 정서를 잘 포착해서 대변하고 있어요. 내가 매력을 느끼는 건, 세계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혐오를 양산하는 팬덤 정치, 극성 지지자로부터 국민의힘을 떼어내기 위한 노력에서 큰 역할을 한 건 사실 아닌가요? 이준석 전 대표의 세계관에 동의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시도가 우리에게 일종의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청년세대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 위원장이다. 청년세대의 노동권을 비롯한 삶의 권리를 높여내기 위한 다양한 고민과 활동을 한다. ⓒ 정보영    박혜민: "저도 그가 당내 기득권을 상대로 싸웠다는 점이 눈에 들어와요. 기성정치와 계속 대립각을 만들고 있잖아요? 또 이준석 대표는 진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혐오를 하고 있다고 단정하지 말고 공론장에서 이야기해 보자'라고 말하고 있어요. 이 말이 진심이라면 당대표를 할 때와 태도가 달라진 거라고 봐요. 다원화되고 있는 사회의 민감성을 포착하고 있는 거죠."이주형: "개인적으로 이준석 전 대표의 세계관에 하나도 동의하지 않지만, 그가 세계관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는 건 인정해요. 그런데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논의가 과잉된 측면도 있어요. 지금 청년은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고 여러 의제를 두고 입장이 갈리고 대립해요. 그런데 우리 사회가 청년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니까 이준석 전 대표를 청년 정치의 상징처럼 말하고 있어요."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려면?기성세대는 이준석에 대해 비교적 입장이 분명하지만, 청년들은 복잡한 심경이다. 이 반응에는 청년 정치를 주도했던 이들이 이준석 전 대표처럼 새로운 정치운동의 기치를 들거나 확장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읽힌다. 그래도 청년 정치의 화두는 쉽게 놓을 수 없다. 재생산과 전환이라는, 어쩌면 모순적인 과제의 돌파구는 어떤 층위의 의미로나 청년 정치에서 찾아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왜 청년 정치는 매번 풀기 어려운 숙제처럼 남아 있을까? 어디에서 열쇠를 찾아야 할까?김설: "건강한 정당 문화와 정치질서는 (정당 외부가 아니라) 정당 내에서 만들어지는 게 맞아요. 정당 안에서 교육받고 성장하면서 직업 정치인으로서의 자기 소명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정치나 정당을 때 묻은 적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정당정치가 발전하지 못하고 자꾸 정당 밖에서 정치엘리트를 찾아요."박혜민: "저도 청년 정치인보다 정당에 책임을 묻고 싶어요. 사실 청년 정치가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당내 시스템이 없잖아요? 내년 총선도 청년들이 움직이는 건 제한적이에요. 거대 양당 공천 시스템이 체계적이지도, 투명하지도, 개방적이지도 않아요. (이런 조건에서는) 정치 신인이 (출마를) 결심하기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정치의 가능성을 믿고 도전하는 청년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믿고 주목한다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어요."장하나: "정당 내 청년 정치인 육성시스템을 이야기하시는데, 솔직히 지금 민주당이 새로운 정치인을 육성할 만한 곳인가요? 지금 민주당 수준이나 능력, 실력을 보면, 누굴 키워서는 안 되는 상황이에요. 사실 지금까지도 민주당 내에서 성장한 사람은 별로 없어요. 다 외부에서 활동하다가 들어왔지. 오히려 정당 밖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청년이 비례대표로 현실정치에 많이 참여하는 게 현실적인 답이에요. 다만 계파 간섭을 안 받는 외부 인사들이 공천 심사를 해야죠."이주형: "밖에서 들어오건, 내부에서 육성하건 여전히 청년 정치인이 많이 당선되는 건 중요해요. (19대부터 21대까지) 900명의 국회의원 중에 청년이라고는 25명 만들어 놓고, 그동안 청년 정치인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했던 것 아닌가요? 한편으로는 요즘은 자기 생각을 제시하기보다 모두가 플랫폼만 자임해요. 청년 정치도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자기 생각을 명확히 밝혀야 해요."친·반윤석열, 친명·반명이 정국을 휩쓰는 지금의 구도에서 청년 정치는 주요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아마도 곧 예고되어 있으나 여전히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정계 개편이나 총선 룰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청년세대가 하나일 수 없듯, 청년 정치의 방향도 하나일 수 없다는 사실만은 자명하다. 다만 그 다양한 이야기들도 골방이 아니라 공론장에서 꺼내 들어야 새로운 방향성도 조금씩 구체적 모습을 갖춰갈 수 있을 것이다. 청년은 늘 새롭게 태어나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대들이니까. * 이 글은 청년 정치 10년의 평가 대화를 축약하고 재구성한 것입니다. 대화 전문은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대담한 대화 전문 보기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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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아무도 수용하지 않았다, 권위 없는 인권위원회​​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001년 출범했습니다. 구성 과정에서 사법부의 산하기관이 아닌, 헌법기관에 준하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진 독립기구로 설립하기 위한 논의 과정이 길게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인권위 설립의 기초가 된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이 법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하여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설명합니다. 인권위는 국가기관으로서 지금껏 호주제 관련이나 군 인권 등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설립 후 2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국내 여러 이슈와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인권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최근, 트랜스젠더 환자의 입원실 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를 보건복지부가 수용하지 않으면서 다시 논란이 되고 있죠. 트랜스젠더 환자의 입원실 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정 권고 | 국가인권위원회 시작은 이렇습니다. 트랜스젠더인 환자가 입원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환자는 아직 법정 성별을 정정하기 전이었습니다. 병원은 환자의 법정 성별에 따라 입원실을 배정하고자 했고, 이에 환자는 입원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법정 성별 정정은 전입신고처럼 간단한 민원 업무로 처리되는 분야가 아니다 보니 행정 절차를 준비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됩니다. 따라서 언제 어떤 일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지 모르는 현대사회에서 이같은 일이 이번만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죠. 환자는 이 사건을 인권침해로 여겨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하였고, 인권위는 조사 후 보건복지부에게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복지부는) “전국의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이를 일률적으로 권고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복지부의 소명에 대해 “복지부 안내 사항이 주관적이고 포괄적이어서 병원마다 다르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트랜스젠더가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때 불이익을 당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복지부, “트랜스젠더 입원 가이드라인 마련” 인권위 권고 불수용 - 경향신문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보건복지부는 어떻게 될까요?  사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인권위의 의견은 ‘권고’일 뿐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더라도 법적 처벌을 받거나 기관의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권고를 수용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는 합니다만, 권고-> 수용 거부 이후 인권위 차원에서 선택할 방안이 다양하지 못합니다. 그래서인지 인권위의 권고는 때로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모순적인 개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인권위의 한계 지점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인권위 권고는 '쇠귀에 경읽기'?...장관·도지사도 '불수용' / YTN 인권 침해를 당한 피해자는 본인과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합니다. 인권위가 인권침해로 사건을 판단하고 시정 권고를 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큰 지지가 되어줄 것입니다. 그런데 인권위의 권고가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의견이 되고 만다면 실제로 같은 피해의 재발을 막을 방법이 요원하게 되면서 피해자에게는 무력감만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법률상 인권위는 ‘인권 전담 국가기관’으로서 독자적인 권리를 보장받지만, 역대 주요 활동 내용을 보더라도 인권위의 역할은 주로 의견 표명과 시정 권고에 그칩니다.  인권위 스스로 권리 신장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더 적극적으로 인권침해 문제에 대응하고 의견을 내야 하는 기관임에도 지속해서 ‘이름값’을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죠. 최근 문제가 되는 교권 이슈에 관해 인권위에서 진정 신청을 받지 않은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교사 인권침해 접수 안 받는 인권위…“현실·형평성 반영해야” / KBS 2023.09.14. 줄줄이 문제를 일으키는 언행을 하는 위원도 있어서 골치입니다. 여당 추천으로 상임위원이 된 이충상 상임위원은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있는 자리에서 참사의 원인이 피해자들에게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물의를 빚었습니다. 이 위원은 판사 출신으로, 현역 시절부터 있던 논란으로 임명 당시 몇몇 단체에서 지명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상임위 회의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공연히 소수자 관련 혐오 발언을 하며 인권위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데 이바지하고 있지만, 인권위에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습니다.👀 [자막뉴스] 국가 인권위원이 '기저귀' 운운..어떻게 임명됐나 봤더니.. (MBC뉴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죠. 한국 인권위는 밖에서 보기에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국제 인권 기구 포럼 아시아의 의장인 제랄드 조셉은 지난 11월 23일 열린 ‘파리 원칙’ 30주년 국제 컨퍼런스에서 한국 인권위의 상황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 "한국 인권위 상황은 '대형 참사'"‥국제인권기구 의장의 쓴소리 (2023.11.29/뉴스데스크/MBC) 제랄드 조셉은 한국 인권위의 위원 선출 방식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인권위가 독립기구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독립된 과정으로 위원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경우를 예로 들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위원 구성을 위한 선출 위원회가 먼저 구성되며 입후보자를 공개모집, 1년의 검증 과정을 거쳐 상임위원을 선발한다고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와 대통령, 대법원장이 각각 추천한 인사로 위원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독립성과 다양성’을 위해 이런 방식을 채택했다고 인권위는 설명합니다. 하지만 국회와 대통령,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탄생한 위원회가 이 주체들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인권은 모든 이가 가진 것으로, 모두의 인권 향상을 위해서는 우리가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논의에 앞장서야 할 인권위가 정치에 휘둘리거나 업무에 주저함이 있다면 (인권위의 목적인) 모두의 인권 향상은 점점 멀어질지 모릅니다. 트랜스젠더 환자의 병원 입원 가이드라인 제정 권고만 봐도 그렇습니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조차 부재한 동안 수많은 환자가 인권 침해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권위’ 없는 인권위원회의 권고와 수많은 불수용 사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인권위 ‘아프면 쉴 권리 보장’ 권고에 고용노동부 ‘사실상 불수용’ 검찰·공수처, ‘영장 없는 통신자료 조회 최소화’ 인권위 권고 불수용 - 경향신문 법무부, '수용자 인권 증진' 인권위 권고 상당수 불수용 국방부, ‘대체복무 기간 단축’ 인권위 권고 ‘불수용’ - 경향신문 정부, “공무원·교원 정치적 자유 제한 법률 개정” 인권위 권고 ‘불수용’ ‘성소수자 인권광고 거부’ 서울교통공사, 인권위 권고 불수용 - 여성신문 ⁉️ 인권위에 필요한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 댓글로 의견을 이야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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