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김건희 저격 고소당한 유튜버 “채널 폐쇄 목적 확실” [우상의 정원 16화]

20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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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고, 퍼트리고, 해결합니다'

책상 위에 놓인 휴대전화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지역번호 ‘044’로 시작하는 전화번호가 떴다. 유튜브 채널 ‘건진사이다’ 운영자 ‘조장’ 이필승(가명) 씨는 고개를 갸웃하며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상대는 세종남부경찰서. 전화를 받자, 담당 수사관은 “고소장이 접수됐으니 조사받으러 나오라”고 말했다. 이 씨는 “고소인이 누구인지” 물었다. 최소한 누가 고소했는지는 확인해야 했으니까.

믿기 어려운 대답이 돌아왔다. 이 씨는 다시 되물었다.

“고소인이 누구라고요? 한국정책방송원이요?”

한국정책방송원(KTV)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영방송사로 ‘KTV국민방송’을 운영하고 있다. KTV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이 씨가 제작한 영상 총 18건을 유튜브에 신고했다. 저작권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신고에 따라 영상 대부분은 삭제 조치됐다.

이 씨는 고소인의 신분을 들은 순간 직감했다.

‘올 것이 왔구나.’

이번엔 형사고소였다. KTV는 지난해 11월 건진사이다 운영자 이 씨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고소했다.

최초였다. KTV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민간인을 형사고소한 것은 2007년 설립 이래 처음.

KTV가 왜 직접 형사고소까지 나섰을까. 이 씨는 특별한 이유가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대통령 배우자가 때로는 윤석열 대통령보다 더 화제성이 있고, 논란의 중심에 서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 배우자가 (제가 만드는 영상을) 민감하게 생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유튜브 ‘건진사이다’는 지난해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한 영부인 김건희 영상을 활용해 풍자 영상을 만들었다가, KTV의 신고로 삭제 조치당했다. 이 사진은 대통령실 홍보 사진이다. ⓒ대통령실
유튜브 ‘건진사이다’는 지난해 용산 분수정원 다둥이가족 초청행사에 참석한 영부인 김건희 영상을 활용해 풍자 영상을 만들었다가, KTV의 신고로 삭제 조치당했다. 이 사진은 대통령실 홍보 사진이다. ⓒ대통령실

이 씨의 지적대로, KTV가 신고한 이 씨 영상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모두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와 관련된 영상이라는 것. KTV의 신고로 삭제된 일부 영상의 제목(일시)을 보자.

<차마 끝까지 보기 힘든 김건희 방사능급 발암 가식 웃음>(2023.07.18)
<양평테마곡 “사기를 쳤다”>(2023.07.26)
<김건희 활동 재개하자마자 대형사고! 여..여사님>(2023.07.28)
<김건희 리투아니아 도착하자마자 맹활약! 턱건희 떳다>(2023.07.28)
<김건희 과거 조는 모습들>(2023.08.20)
<삐삐머리로 전향한 김건희, 간만에 등장… 그런데…>(2023.08.26)

모두 김건희 씨와 관련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대통령 배우자의 공적 활동 영상을 활용해 풍자 영상을 만들었던 것. 대체로 2분 미만의 영상을 만들었다.

심지어 대통령실에서 직접 홍보하고 있는 자료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윤석열’에선 대통령의 국정 활동을 홍보하는 영상을 올려놓는데, 이 씨는 원본 영상에서 일부만 발췌해 활용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영상 및 사진 뉴스’에 게시돼 있는 자료와도 겹친다.

대통령 내외의 행사 모습을 정부의 저작물이라고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KTV 채널에만 나오는 영상도 아니고, YTN, 연합뉴스, JTBC 등 뉴스에서 똑같이 보도되는 현장이니 저작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전체를 다 갖다가 쓴 게 아니라 일부를 부분적으로 발췌해서 재해석한 겁니다.”

유튜브 ‘건진사이다’는 지난해 리투아니아에 방문한 영부인 김건희 영상을 활용해 풍자 영상을 만들었다가, KTV의 신고로 삭제 조치당했다. 이 사진 역시 대통령실 홈페이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통령실
유튜브 ‘건진사이다’는 지난해 한산모시문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영부인 김건희 영상을 활용해 풍자 영상을 만들었다가, KTV의 신고로 삭제 조치당했다. 이 사진은 대통령실 홍보 사진이다. ⓒ대통령실

KTV의 이번 형사고소를 대리한 법률대리인은 최지우 변호사(법무법인 자유)다. 최 변호사는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 출신으로, 김건희 씨가 연루된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등을 대리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김건희 씨를 대신해 입장문을 내고 언론사와 인터뷰를 진행해 ‘김건희 변호사’로 통한다. 최근 검찰이 대통령 부속청사에서 김건희 씨를 출장 조사한 일로 불거진 ‘황제 조사’ 논란 때도, 최 변호사가 김건희 씨를 대신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경찰 조사에 앞서, 이 씨는 정보공개를 통해 고소장을 받아냈다. 하지만 알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일부였다. 첫 페이지에 쓰여 있는 고소인과 고소인의 법률대리인 정보는 모두 가려져 있었다. 고소장 여백에 쓰인 법률사무소 이름만 공개돼 있었다. 고소장 전체 15쪽 중 12쪽은 아예 생략된 채 전달됐다. 심지어 영상 제목에 쓴 대통령 배우자 이름마저 다 가려졌다.

“이번 사건은 사인 간의 다툼이 아니라 정부와 개인 사이에서 벌어진 문제이지 않습니까. 개인과 공공기관의 ‘저작재산권’ 중에 무엇이 더 우선돼야 하겠습니까.”

고소장 전체 15쪽 중 12쪽이 생략된 채 전달됐다. 마지막 페이지는 아예 가려졌다. ⓒ건진사이다 제공

이 씨는 지난 1월 피의자 신분으로 수서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그제서야 세부 내용을 알게 됐다. KTV가 문제로 삼은 영상은 총 16건. 지난해 6월부터 11월 사이 제작된 일반 동영상 및 숏츠에서 김건희 씨가 등장하는 영상들이었다.

“유튜브 매체 특성상 휘발성이 짙지 않습니까. 빠르게 넘어가는 영상을 갖고 저작권법을 적용한 다음에 ‘너 몇 초 동안 위반했어’ 이렇게 따지는 것 자체가, 법적인 걸 떠나서 행정력 낭비라고 느껴지는 거죠. (변화한)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어리석은 정부입니다.”

이 씨는 KTV의 목적이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건진사이다 채널은 지난해 8월 KTV의 연속 신고로 인해 3주 동안 채널이 정지된 적 있다. 신고당한 영상은 모두 삭제 조치됐다.

KTV가 유튜브 규정을 악용해 채널 건진사이다를 폐쇄시키려고 한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굳이 4회에 걸쳐 영상을 신고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첫 번째 신고(8월 25일)에서는 영상을 3개만, 두 번째 신고(8월 30일)에서는 ‘3회’에 걸쳐 5개씩 총 15개를 신고했습니다. 한 번에 신고할 수도 있는데, 굳이 3회에 나눠서 신고한 것부터가 의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에 따르면, 저작권 침해 등으로 위반 신고를 당한 횟수가 90일 동안 3회 이상 누적되면, 채널은 영구적으로 폐쇄될 수 있다.

KTV는 형사고소 이후에도 신고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 2월경 건진사이다 영상 1건을 유튜브에 추가 신고해 삭제 조치했다.

이 씨는 지난해 9월 KTV 관계자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건진사이다 채널을 폐쇄하려는 목적을 갖고 여러 차례에 걸쳐 유튜브에 신고한다는 것. 하지만 경찰은 KTV 관계자들을 검찰로 넘기지 않고 사건을 종결 처리해버렸다.

유튜브 ‘건진사이다’는 영부인 김건희 풍자 영상을 주로 올린다. 유튜브 ‘건진사이다’ 채널 화면 캡쳐 ⓒ유튜브

KTV의 신고 남발은 이 씨만 겪은 일이 아니다. 실제 KTV는 개인 유튜버들을 저작권 위반으로 유튜브에 꾸준히 신고해왔다.

양문석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안산시갑) 자료에 따르면, KTV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1년 동안 개인 유튜버를 대상으로 삭제 신고한 영상만 총 47건이다. 이중 약 80%인 38건이 모두 김건희 씨와 관련된 영상. 나머지 9건이 윤석열 대통령 관련 영상이었다. KTV가 신고한 영상 대부분은 삭제 조치됐다.

그렇다면 KTV가 제작한 영부인 김건희 영상을 사용한 모든 유튜버들이 제재를 받았을까? 단적으로 살펴보면, 영부인 김건희 팬클럽 운영진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삼삼오오’는 예외였다. KTV는 ‘삼삼오오’가 무단으로 저작물을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유튜브 신고 등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KTV는 “저작권 및 공공저작물 관련 법령에 근거하여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만 그 심각성을 고려해 제재 조치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윤홍기 오픈넷 연구원은 KTV의 민간인 형사고소 사건을 두고 이렇게 분석했다.

“당사자인 김건희 여사가 아니라, 영상 제작자인 KTV가 나서서 저작권법으로 고소를 한 상황이지 않습니까. 이들에겐 피고소인들이 유죄가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가 중요한 게 아닌 걸로 보입니다. 형사고소가 들어가면, 수사기관에서 알아서 수사를 할 테고 영장 청구 등 강제 수사도 진행될 수도 있으니까요. 피고소인들에게 위축 효과가 생기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셜록은 KTV에 반론을 요청했다. KTV는 지난 22일 이번 민간인 형사고소 건에 대해서 “KTV의 저작물을 무단사용 외에 개·변조 정도가 심하고 악의적이라 저작재산권, 저작인격권 침해, 저작물의 공정 이용 위반 등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면서 “저작권법을 위반할 경우 민간인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형사고소 등 법적 조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형사고소를 취하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지만, “향후 수사 과정, 기소 등 법률적 진행 상황을 살펴보면서 검토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수서경찰서는 피의자 조사 일주일 만에 이 씨를 검찰로 송치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 1월 보완 수사를 명령하며 사건을 다시 경찰로 이송시켰다. 수서경찰서는 6월 14일 이 씨를 검찰로 재송치했다.

“경찰 조사받고 사건이 빛의 속도로 넘어가더라고요. 조금 의아하긴 했습니다. (…) 검찰로 사건이 넘어간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검찰이 (피의자가) 유튜버들이니까 괘씸하게 보고, ‘범죄 혐의가 악의적이고 재범의 우려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가족들 생각하면 걱정이 안 될 수 없습니다.”

KTV 홈페이지에는 이런 방침이 안내돼 있다.

“KTV의 공공저작물은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확대 개방하겠습니다.”(고객 서비스 이행표준)

KTV 홈페이지, 공공저작물 확대 개방에 대한 안내 ⓒKTV홈페이지 화면 캡쳐

실제 공공저작물의 경우 누구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저작권법에도 이미 명시돼 있는 권리다. 저작권법 제24조의2(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상 만든 저작물일 경우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8조에서도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ㆍ비평ㆍ교육ㆍ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명시해놓았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한국정책방송원(KTV)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으로 공공기관으로 볼 수 있고, 이에 따라 KTV에서 송출하는 영상은 공공저작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 변호사는 “건진사이다의 풍자 영상은 KTV가 직접 만든 영상이라는 오인(‘동일성유지권’ 침해)을 불러일으킨 게 아니라서 저작인격권 침해로도 보기 어렵다”면서 “개인이 만든 패러디, 풍자물에 대해 국가기관이 형사고소까지 제기한 건 정치적인 압박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양문석 의원은 ‘KTV 총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양문석 의원실은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KTV의 윤석열 대통령 부부 관련 유튜브 영상 삭제 요청은 윤석열 대선캠프 출신인 하종대 원장 취임 후 2023년 내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3년부터 총선 직전까지 김건희 여사 관련 영상 38여 건을 포함해 총 55건의 삭제 요청과 2건의 형사 고소가 있었으나, 총선 이후에는 삭제 요청이 단 한 건도 없었다”면서 “이런 점에서 선거 개입을 위한 부정적 여론 차단 즉 여론조작 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이후 KTV가 형사고소 한 민간인은 또 있다. 가수 백자다. 이 씨에 이은 두 번째 사례. 그의 이야기는 다음 화에서 이어진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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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유튜브 채널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들지만 KTV의 고발은 매우 부적절해보이네요. 대상이 된 영상 목록만 보더라도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고발 사유도 납득하기 힘들고요. 이런 식으로 대통령과 배우자에 대한 비판을 모조리 불가능하게 만드는 시도들을 반복하고 있는데 '언론 탄압'이라는 말을 안 들으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네요.

일선에 있는 주무관들도 실행하면서 자괴감을 느끼지 않았을지 걱정이 됩니다.

대통령실에서 공개한 홍보영상에 저작권을 핑계로 영상을 못만들게 하는 것은 실질적인 탄압이라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한 방식이 정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잘모르겠네요.

제가 영상을 직접 보지 않아서 판단하기 어렵네요. 풍자와 비판, 그리고 조롱. 이 3가지 사이에서 우리는 균형을 어떻게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듭니다. 캠페인즈에 있는 다른 글 https://campaigns.do/discussions/1542 에서 사이다성 유튜브 보도와 올바른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글을 읽고 나니 생각도 더 많아지는 것 같구요.

대통령실에서 공개한 홍보영상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다니 아쉽네요. 동일하게 KTV의 영상을 활용해 김건희 여사를 좋게 표현하는 콘텐츠는 두고, 풍자 콘텐츠만 골라 소를 제기한 것을 보면, 본래 목적은 저작권 침해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라 명예훼손에 대한 문제제기 쪽이 아닌가 싶네요. 알려주신 정황들까지 종합해 보면,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판/풍자 콘텐츠를 제재하고 압박을 가하기 위해 KTV라는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기관의 저작권을 내세운 것으로 보여 매우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