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팩트체크] 특검은 수사기관의 수사가 끝난 이후 결과가 미진할 때 도입한다는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의 발언이 사실인지 확인해봤습니다

202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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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특검은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하면 개시하도록 되어 있다?
현행 특검법에는 수사대상을 ‘수사 종결 후 수사결과가 미흡한 사건’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역대 특검 사례를 살펴봤을 때도 법안 도입 시기에 대한 일정한 기준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특검은 수사기관의 수사가 끝난 이후 결과가 미진할 때 도입한다는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의 발언은 대체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대체로 사실이 아님

지난 2일, 야당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김웅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채상병 특검법 처리 추진을 ‘입법 폭주’라고 규탄하며, 본회의장을 표결 직전에 퇴장했는데요.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처리 절차뿐만 아니라, 아직 경찰 조사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끝나지 않은 사건에 대한 특검법을 도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지난 6일,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채상병 특검법 통과를 두고 “원래 특검이라는 건 수사가 끝난 다음에 수사가 미진하면 하도록 돼 있는 게 특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검은 관련 수사가 모두 종결된 이후에만 도입할 수 있는 것일까요? 특검법의 수사대상 조항과 그동안 실시된 역대 특검법을 톺아보며 김종혁 총장 발언의 사실 여부를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특검법 수사대상 조항에는 ‘수사 종결 이후’와 ‘수사 결과 미진 시' 언급 없어

우선, 특검법 수사대상이 명시된 현행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검법)의 제2조를 살펴봤습니다. 

제2조(특별검사의 수사대상 등) 

①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
  2. 법무부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

② 법무부 장관은 제1항제2호에 대하여는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시행 2014. 6. 19.]

법적으로 국회가 혹은 법무부장관이 정치적 이해관계 등으로 검찰 수사가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되기 힘들다고 판단할 때, 독립적인 수사를 진행하는 특별검사팀을 꾸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해당 조항에 ‘사건에 대한 기존 수사기관의 수사종결 여부’나 ‘사건 수사 종결 이후 수사결과의 미진함' 등의 언급은 전무하다는 점입니다. 발췌한 제2조뿐만 아니라 특검법의 전 문항을 살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사기관의 수사가 다 끝났음에도 수사결과가 미흡하다고 판단할 때 특검을 도입할 수 있다는 김종혁 총장의 주장은 법적 사실과 맞지 않습니다.


역대 특검법과 특검 도입 시점 비교

법적 근거가 따로 없다면, 통상적으로 역대 특검법들이 수사기관의 수사 종료 이후 국회에서 통과됐는지도 확인해봤습니다. 총 15차례 진행된 특검과 당시 검찰 수사 진행상황을 스프레드시트로 정리해봤습니다. 링크를 클릭하시면 역대 특검 관련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위에서 살펴본 ‘특별검사 임명에 관한 법률'은 2014년에 제정된 상설특검법입니다. 여아의 정치적 공방을 줄이고, 특별검사가 최대한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사를 할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든 셈입니다.

특검검사를 도입한 총 15개의 사건 중  2020년 ‘4·16세월호참사 증거자료의 조작·편집 의혹 사건’만이 상설특별법에 따라 특별검사가 임명됐습니다. 그 외 14개의 사건 모두 개별특검법을 통해 진행됐고, 1999년 처음으로 특검을 도입했던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유도 사건과 옷로비 의혹 사건은 한 개의 특검법으로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각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할 당시 검찰 수사가 종결된 사건은 9건, 수사 중인 사건은 5건, 그리고 수사를 유보한 사건은 1건입니다. 일반적으로 수사가 종결된 이후 수사결과가 미진해 특검이 이후에 이뤄지는 사례가 많았지만, 수사 중 혹은 유보인 사건임에도 특검이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점은 수사 종결 상황은 특검 도입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아님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즉, 수사 종결 이후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할 때 특검을 도입할 수 있다는 김 총장의 주장은 관례적으로도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검찰의 수사 부진 및 이해충돌 가능성으로 특검 도입 사례 존재 

<표 일부 발췌>

시행일자

특검법 공식 명칭

관련 사건

특검법 도입 시점

2007.12.10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삼성 비자금 및 불법로비 의혹

수사 중

2016.11.22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 중

그렇다면 왜 국회는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특검법을 통과시켰던 것일까요? 

대표적으로 수사 중에 특검을 도입했던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살펴봅시다. 당시 9-10월 한겨레, JTBC 중심으로 청와대와 K스포츠 및 미르재단의 유착관계 보도가 터져나오자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거워졌는데요. 이에 9월 29일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서울중앙지검에 최순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뇌물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했습니다. 10월 5일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사건을 접수해 형사8부 배당했지만,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참고인 조사를 시작한 것은 약 3주 뒤인 20일이었습니다. 물증을 확보하기 위한 재단 압수수색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수사에 대한 검찰의 미온적 태도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특검에 대한 논의가 물살을 탔습니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줄곧 야당의 특검 요구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해왔으나 악화하는 여론, 점점 커지는 사건의 규모, 그리고 지지부진한 검찰 수사 등을 이유로 10월 26일 특검 도입안에 찬성 의사를 밝히며 야당과 특검법에 합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자 검찰은 다음날 27일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기로 하며, 특검 전까지 초기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시간을 더 거슬러 2007년에 특검이 진행됐던 삼성 비자금 및 불법로비 사건도 살펴봅시다. 삼성 비자금 및 불법로비 사건은 2007년 10월 29일,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 변호사가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삼성 불법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것에서 시작됐습니다. 

김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삼성이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사회 지도층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로비 행각을 해왔다고 폭로했습니다. 이에 대한 증거로 50억원대 현금과 주식이 들어있는 자기 명의 은행계좌 3개 및 증권계좌 1개와 자신이 삼성에 재직할 당시 불법로비를 받았던 현직 검찰 최고위 간부들의 명단도 공개했습니다. 명단에는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폭로 이후 11월 6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이건희 당시 삼성그룹 회장,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로비 대상 검사 리스트를 밝히지 않으면 공정한 수사가 어렵다며 초동 수사부터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당시 정치권은 수사에 미온적인 검찰이 애초에 ‘내부 식구'를 공정하게 수사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고,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은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특검법을 각각 추진했습니다. 특검 도입이 가시화된 11월 15일, 검찰은 해당 사건을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특별수사·감찰본부'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위 사례들을 통해 크게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검증대상인 특검 도입이 수사 종결 여부 및 수사결과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특검 추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사건의 사회적 파장과 여론의 관심 정도, 그리고 사건을 대하는 정치권의 태도입니다. 두 번째는 수사기관의 미진한 수사와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경우, 수사기관이 사건 수사 중에 있더라더 특검을 도입했다는 것입니다. 

끝으로 MBC가 지난 5월 3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채상병 특검법이 나쁜 선례를 남긴다’고 언급한 것에 대한 팩트체크를 진행했는데요. 제가 진행했던 팩트체크와도 유사한 듯 다른 내용을 담고 있어 함께 공유합니다. 


*이 콘텐츠는 노무현시민센터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 활동으로 작성됐습니다.

**노무현시민센터는 지원 외에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의 활동에 개입하지 않으며,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가 작성하는 콘텐츠는 독립적으로 기획, 작성됩니다.

***콘텐츠 작성은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와 시민팩트체커 그룹 K.F.C.의 협업을 통해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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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사실 저도 비슷한 형태로 특검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무언가 잘 안 되고, 결과가 의심스러우면 특검을 통해 더 강하게 수사하는 것이라고 막연히 상상했는데... 그렇지 않았군요.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은 관례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걸까요? 어떤 의도를 담은 발언이었을지 궁금해지네요.

채수근 상병 특검법 본회의 통과 후 비슷한 주장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법적으로도, 역대 사례를 확인해봐도 수사중인 사안에 특검법을 도입하는 게 불가능하진 않다는 게 사실이네요. 다만 사실 보다 중요한 맥락은 수사 중인 사건이 특검법으로 이어진 역대 사례들을 보면 다수의 시민이 가지고 있는 '불신'이 공통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수사기관이 권력에 의해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 수사기관이 사건에 개입되어 있어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특검법 도입의 시작점이 된 것 같은데요. 채수근 상병 특검법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의미의 불신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굳이 정리하자면 대통령이 개입되어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어서 정부가 사건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 데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