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2년 만에 10년 후퇴한 윤석열 정권의 자유민주주의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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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사회에 관심이 많은 연구활동가

윤석열 정권 3년차, 민주주의 평가하기①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선행 게재되었으며, 이후 얼룩소에 동시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

Dall E 3로 필자가 직접 생성. 썸네일용.

우리가 특정 정권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경제 성장이 얼마나 됐는지 평가할 수도 있고, 외교 문제를 얼마나 잘 헤쳐 나갔는가, 복지를 기준으로 얼마나 잘 분배했는가, 과학 기술을 얼마나 발전시켰는가 등 우리는 중요하고 다양한 분야의 업적을 기준으로 삼아 정권의 실적을 평가한다. 그 다양한 분야 중 필자는 윤석열 정권 3년 차의 ‘민주주의’에 대한 성적을 매기고자 한다. 민주주의 평가는 다수 시민의 뜻이 공정하게 정치에 반영되고 있는가를 보는 것으로, 특정 정권에서 다양한 사회 문제가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해 해결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민주주의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건 민주주의 데이터를 참고하는 것이다. Freedom house나 Economist 등 다양한 기관에서 민주주의 지수를 정리하여 공개하고 있는데, 그중 이번 분석에서는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의 V-Dem 연구소가 관리하는 ‘V-Dem(Varieties of Democracy) Index(이하 V-Dem)’가 민주주의 평가에 있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어 사용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해 윤도원 정치체제 연구자는 ‘V-Dem은 정치 체제나 민주주의를 연구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대부분 다루고 있는 좋은 데이터’이며, ‘정치 체제나 민주주의 관련 분야 연구에서 최근 가장 많이 쓰이는 데이터가 V-Dem’이라며 V-Dem 지수에 대해 좋게 평가했다.

이번 연재에서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1편에서는 윤석열 정권 3년 차의 자유민주주의 지수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이루어진다. 2편에서는 더 나아가 자유민주주의 지수를 구성하는 세부 지표들과 독재화(Autocratization)와 관련된 세부 지표들을 분석하고 평가한다. 모든 분석은 민주화 전후 변화를 비교하고자, 가능한 한 1986년부터 2023년까지 데이터를 분석하였음을 밝힌다. 또한, 연재에 사용된 모든 그래프는 V-Dem 그래프 툴 홈페이지(https://www.v-dem.net/graphing/graphing-tools/)를 활용하여 제작하였음을 미리 밝힌다.

윤석열 정권의 자유민주주의, 10년 전 박근혜 정권 시절로 후퇴해

V-Dem 대표적으로 다섯 가지 민주주의 지수(숙의/평등/자유/선거/참여)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자유민주주의 지수(Liberal Democracy Index)’를 통해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유는 2가지인데, 우선 2024년 V-Dem 연구소에서 출간한 ‘민주주의 리포트 2024’에서 주로 활용한 지수가 자유민주주의 지수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 등 중요한 연설에서 ‘자유’,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해 온 만큼, 자유민주주의 지수가 실제로 잘 나왔는지 확인하는 게 다른 민주주의 지수를 확인하는 것보다 더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지수 V-Dem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그래프 그리기 툴을 이용해 그린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지수(Liberal Democracy Index). ⓒ V-Dem Project

윤석열 정권의 2023년 자유민주주의 지수를 살펴본 결과, 0.6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에 비해 0.13점 하락한 것으로, 민주화 이후 가장 크게 하락한 것이다. 민주화 이후 자유민주주의 지수가 0.6점 이하를 기록한 건 노태우 정권과 박근혜 정권으로, 2014년 0.6점을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점수가 0.6점을 기록했다. 즉, 윤석열 정권이 집권한 2022-2023 사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10년 전으로 후퇴했다.

윤석열 정권하에 민주주의 지수가 하락한 것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V-Dem 연구소의 ‘민주주의 리포트 2024’에서 사용된 ‘독재화’라는 표현을 강조하여 기사를 작성했다. 이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관련 설명에 따르면 ‘독재화’는 ‘선거민주주의(Electoral Democracy Index) 점수가 최소 0.1점 이상 하락’했음을 나타낸다. 즉,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가 이전에 비해 유의미하게 후퇴했음을 나타내긴 하지만, ‘윤석열 정권이 독재자 같은 통치를 하고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V-Dem 리포트에서 한국의 2023년 민주주의 상태는 여전히 ‘자유민주주의’로 분류되어 있다. 이는 V-Dem에서 정치 체제를 구분하는 네 가지 기준(자유민주주의 / 선거민주주의 / 선거권위주의 / 폐쇄적 권위주의) 중 가장 높은 민주주의 단계이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 상대적으로 낮은 민주주의 점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윤석열 정권 이래로 지속해서 모든 민주주의 지수가 하락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특별한 변화 없이 2024년이 지나가면 한국의 민주주의 평가는 더 내려갈지도 모른다.

세부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가 후퇴했는지는 2편에서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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