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윤석열 지키기 ‘허위성명’ 밝혀져도… 기사는 그대로[윤석열을 감옥으로]
이화여자대학교 5개 중앙동아리 연합 명의로 조작된 ‘윤석열 지키기’ 허위 성명서가 SNS상에서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허위 성명서에 이름이 올라간 동아리 5곳 중 4곳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단체였고, 나머지 1곳도 명의를 도용당한 걸로 확인됐다. 하지만 허위 성명서가 현재도 SNS상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일부 온라인 매체 중심으로 이를 인용한 기사도 나왔다. 뒤늦게 허위사실임을 확인하고 기사를 비공개 처리한 매체도 있다. 국민의힘 지역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도 ‘윤석열 지키기’ 허위 성명서에 속아 넘어갔다. 김기남 국민의힘 광명갑 당협위원장은 지역 당원협의회 온라인 카페에 허위 성명서를 그대로 게시하며, “젊은이들이여 깨어나라!”를 외치기도 했다. 지난 3일 <국민을 지킨 대통령, 이젠 우리가 지키겠습니다>란 제목으로 ‘이화여자대학교 5개 동아리 연합 성명’이 SNS상에 퍼졌다. 당일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처장 오동운)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인근 대통령 관저로 찾아가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날이었다. 주로 X(구 트위터)에서 ‘이화여대 5개 동아리 연합 성명’이 무분별하게 퍼져나갔는데, 7일 기준 조회수가 27만 회에 달한 게시물도 있다. 해당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이화여대 중앙동아리는 총 5곳. ‘한국경제연구회’,’ E.H.C.’, ‘참 신앙인’, ‘CCC’, ‘분덕스’. 하지만 이중 중앙동아리 4곳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단체로 확인됐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이화여대 홈페이지 내에 공개된 ‘중앙동아리’ 86곳(공연 16개, 문화 12개, 사회 14개, 종교 11개, 체육 18개, 학술 15개)와 이름을 일일이 대조해보았다. 확인 결과, ‘한국경제연구회’,’ E.H.C.’, ‘참 신앙인’, ‘분덕스’란 이름의 중앙동아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화여대 CCC는 명의가 도용된 걸로 확인됐다. 이화여대 CCC는 지난 3일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을 통해 “‘이화여대 중앙동아리 CCC 성명’으로 유포되고 있는 성명 글은 사칭 글“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화여대 CCC는 “CCC 간사, 임원진 포함 구성원은 해당 성명서 포함 어떠한 곳에도 일체의 동의나 서명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국민을 지킨 대통령, 이젠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제목의 ‘이화여대 5개 동아리 연합 성명’은 허위로 조작된 가짜 성명서인 셈이다. 셜록은 A4용지 약 2장 분량의 허위 성명서 내용도 검증해봤다. 허위 성명은 고려대학교 재학생들이 지난해 12월 10일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윤석열 탄핵을 반대한 내용의 실명 대자보 <계엄, 나였어도>와 내용이 거의 똑같았다. 고려대 학생들이 쓴 대자보를 바탕으로, 시의성에 맞게 후반부에만 새로운 내용이 덧붙여 작성한 걸로 보인다. 아래에 고려대 대자보와 이화여대 허위 성명서의 마지막 대목을 인용한다. ‘기울임’ 글꼴로 표현한 문장 위로는 모두 똑같고, 마지막 세 문장만 달랐다.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당장의 여론과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려 노력해야 한다. 학생들은 대통령과 여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내걸고 단체 시위를 하는 데 열중하고, 총학은 이와 다를 바 없는 선언문으로 화답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우리에게 주어진 지성인으로서의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 아닐까? 가슴은 뜨겁되 머리는 차가워야 하는 법이다. 취임 이후 118차에 이른 촛불집회의 의미를 깊이 있게 성찰하고, 그 이면의 진실을 꿰뚫어 보려는 노력이 우리 지식인들에게 먼저 요구되는 것이다.”(고려대 대자보 2024. 12. 10. <계엄, 나였어도> )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당장의 여론과 감정에 횝쓸리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려 노력해야 한다. 현재의 체포는 국민감정에 휩쓸려 저질러버린 사실상의 내란이자 폭동에 불과하다. 이러한 내란을 국민들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벌써 관저에 모인 애국시민들을 봐라! 공수처의 내란 행각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허위 ‘이화여대 5개 동아리 연합 성명’ 2025. 1. 3. <국민을 지킨 대통령, 이젠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일부 온라인 매체를 중심으로 허위 성명을 팩트체크 없이 그대로 보도하기도 했다. ○○○경제는 지난 6일 기사 <이대 동아리연합, 국회·공수처 비판…”체포는 사실상 내란·폭동”>을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허위 성명의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기사 하단에는 허위 성명서 전문을 싣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코리아’도 <[이대] 이화여대 5개 동아리 연합 성명 “국민을 지킨 대통령, 이젠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한국경제연구회, Е.Н.С., 참 신앙인, CCC, 분덕스.> 제목으로 허위 성명 내용을 그대로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문제는 두 곳 모두 기사 및 영상에 대해 삭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누리꾼들이 ‘이화여대 5개 동아리 연합 성명’이 허위 성명이란 사실을 댓글로 알려줬음에도 말이다. 언론사 ○○○PRESS의 경우 뒤늦게 허위사실임을 확인하고 기사를 비공개 처리한 걸로 보인다. 7일 현재 기사 링크를 누르면 “관리자가 검토 중인 기사입니다. 잠시 후 이용해주세요.”란 안내문이 뜬다. ○○○○코리아가 올린 영상에는 현재 이런 댓글들이 달려 있다. “이화여대 CCC는 위와 같은 서명을 한 적 없습니다. 대자보 내용도 타 대학에서 나온 것을 그대로 옮겨서 서명만 거짓으로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확인하시고 영상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해당 대자보는 타 대학 학생이 작성한 내용을 누군가 조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화여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동아리 이름과 특정 동아리를 사칭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됩니다. 현재 관련 기관에 신고가 진행 중이며, 혹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글이나 영상을 내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경제 기사에는 스스로 허위 성명 작성자라고 소개한 사람이 지난 6일 직접 댓글을 달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허위 성명문 작성자입니다. 귀하께서 기사에 소개하신 성명문은 제가 국민의힘 갤러리에서 속이는 것을 목적으로 작성한 글로, 과거 작성된 “계엄 나였어도”를 그대로 복사한 것에 불과한 성명문입니다. 동아리 이름 모두 거짓으로 지었으나, 우연으로 실제 CCC 동아리가 이화여대에 실존하여 CCC 동아리가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국민의힘 갤러리에 올라간 글 역시 삭제되었으며, CCC 역시 피해를 호소하고 있사오니, 글을 내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관련 기사 첨부합니다.” 국민의힘 지역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도 허위 성명서에 속아 넘어갔다. 김기남 국민의힘 광명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5일 지역 당원협의회 온라인 네이버 카페에 허위 성명서를 그대로 게시했다. 그러면서, 김 당협위원장은 게시글 맨 마지막에 이런 코멘트를 붙였다. “젊은이들이여 깨어나라! 일어나라!” 김 당협위원장은 지난해 이뤄진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광명갑 후보로 출마한 인물이다. 그렇다면, 허위 성명 작성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 받을 수는 있습니다. 헌정문란 행위를 하고 내란 행위를 한 대통령을 비호하는 허위 성명을 쓴 것 자체가 사회적 평가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 같아요. 이화여대 CCC는 존재하는 동아리니까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로 형사처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그런데 동아리 4곳이 실존하지 않아 이 부분이 애매한데요. 명예훼손 구성 요건상 (피해) 특정성의 요건이 없어져서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인격권을 침해당했다고 볼 수 없게 됩니다. (허위로 단체명을 만들었는데도) 오히려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들이 SNS상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 자체도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될까? “그건 어렵습니다. 명예훼손은 과실범이 아니라 고의범이기 때문인데요. 허위사실을 진짜로 믿어서 유포한 거라면, (단순 유포만으로) 개인들을 처벌할 수 없습니다. 개인들한테까지 팩트체크를 요구할 의무는 없으니까요. (‘가짜뉴스’ 규제가) 자유로운 소통을 옥죌 수 있는 도구로 남용될 수도 있어서요.” 셜록은 지난 6일 허위 성명 피해자인 이화여대 CCC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화여대 CCC 담당자는 “현재 상황이 해결되지 않아 인터뷰에 응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형사고소 등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 중인 상황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김기남 국민의힘 광명갑 당협위원장에게도 7일 연락을 시도했다. 3차례 이상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기자는 문자메시지로 허위 성명을 네이버 카페에 공유한 경위 및 허위 성명 인지 여부 등에 대해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기자가 반론을 요구한 직후인 당일 오후 4시경, 돌연 네이버 카페에 있던 허위 성명 게시물이 삭제됐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새로운 시대 : 비영리 공익활동 단체들의 위기와 기회
‍ 👀 에디터 노트 ‍여러분은 어떤 한 해를 보내셨나요? 2024년, 저출생과 고령화는 더욱 가팔라지고, 기후 위기는 더욱 가까워졌으며, 한쪽에선 주 4일제를 논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투잡·쓰리잡이 일상이 되었고, AI가 삶을 바꾸리라는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시대, 비영리·공익활동 조직은 어떤 방향으로 걸어가야 할까요? ‍오늘의 Pick 레터에서는 2회에 걸쳐 가치혼합경영연구소 김재춘 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이번 1편에서는 비영리·공익활동 분야가 마주한 위기와 기회 요인을 살펴보고, 2편에서는 우리가 준비해야 할 혁신 전략과 실천 과제를 제시할 예정입니다. ‍현장의 목소리와 경험을 접목한 이 글이, 새해 사업 계획을 준비하는 비영리·공익활동 참여자들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차가운 겨울, 갑작스러운 국가 비상사태에 놀라 거리로 나온 시민들의 옷차림은 8년 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지만, 집회 현장의 분위기부터 모인 이들의 특성과 손에 쥔 도구들은 꽤 많이 달라졌다. 여느 집회처럼 광장에는 노조와 애드보커시(advocacy) 단체가 만든 작은 무대가 설치되었으나, 흘러나오는 음악은 기존 집회에서 듣던 민중가요나 투쟁가가 아닌 최신 K-팝이었고, 참여한 이들도 20~30대 여성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재기발랄한 깃발과 피켓, 그리고 이제는 ‘저항과 연대’의 상징이 된 응원봉이 촛불과 만장을 대신하고 있었다. 이 집회 현장 속에 현재 비영리 공익 ‘판’의 변화를 상당 부분 보여주는 키워드들이 담겨 있다. ‍ 모든 면에서 ‘빨리빨리’가 생활화된 대한민국 사회에서 사회·문화·경제적 변화는 어지러울 정도이다. 비영리 공익활동 역시 이 변화의 태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찌 보면 다른 어떤 영역이나 분야보다도 빠른 환경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시류를 인지하고 대비한 단체들에게는 기회가 되겠지만, 가뜩이나 영세하고 자산·자원이 부족한 단체에게는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위협으로 여겨지고 있다. ‍ ‍ 복잡한 사회문화적 생태계가 으레 그러하듯 비영리 공익활동도 하나로 정의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관련 단체들의 상황도 제각각 다르다. 그럼에도 이념적 지향, 활동 지역과 분야, 다루는 주제, 사업의 방식, 설립 법인격 등의 차이를 떠나 비영리 공익활동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몇 가지 현상들이 존재한다. ‍ 공익 의제들의 변화 ‍아이러니하게도 비영리 공익활동 단체들의 존재감과 효능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을 때는 사회문제가 심화될 때다. 그래서 사회문제와 비영리 공익활동은 한 몸이고 공동운명체다. 하지만 문제의 양상은 수십 년 전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공익 의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한국 사회는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랐고 정치 민주화와 경제 발전도 상당 부분 이루었다. 거기에 한류의 성과로 국가적 자부심도 높아졌고, 정책과 제도를 비롯한 사회 시스템도 안정화되었으며, 삶의 기반이 되는 행정 체계와 사회 자본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개선되었다. 높은 교육열로 고등 교육이 일반화되었고, 인권에 대한 국민 의식도 크게 향상되었으며, 축적된 국가 재정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복지 수준도 높아졌다. 이러한 진보화 과정에서 한 축을 담당했던 비영리 공익활동은 빛과 소금의 사명으로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고 현재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활동가들과 단체들은 목숨을 걸고 인생을 갈아 넣어야 하던 암흑기를 지나왔기에, 이제야 비로소 한숨을 돌릴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사회문제는 쉬지 않고 달리는 폭주 기관차다.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사회경제적 불평등 심화, 기술 부작용(가짜뉴스 등), 환경 위기, 혐오와 갈등 심화 등 한국 사회가 경험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 시민사회의 생산성과 집중력은 예전만 못해졌다. 과거의 아젠다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으며, 새로운 문제들에 대한 대응의 수준과 강도도 과거의 성과를 상회하지 못하고 있다. ‍‍ 대체 주체들의 등장 ‍지난 코로나19 시절 파이낸셜타임스는 “코로나19에 따른 재난 상황에서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생활필수품과 재난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라며 “과거 적십자사의 역할을 아마존이 대체하는 시대가 열렸다”라고 전했다. 이는 전통적인 비영리단체들의 활동이 다른 주체들로 대체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환경을 위한) 중고품 거래가 과거에는 아름다운가게나 아나바다운동 등 공익단체의 조직적 활동으로 이루어졌다면, 현재는 당근(마켓)을 통해 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비영리단체의 활동이 위축되거나 제한되는 영향을 받고 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애쓰는 복지 기관과 단체들이 많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영화를 방영한 넷플릭스가 짧은 기간에 더 많은 성과를 냈다고 평하는 이들도 있다. 기업들은 전통적인 일방향성 사회공헌인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넘어 전략 차원인 CSV(Creating Shared Value), 경영 레벨 차원인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담론을 만들어내며 공익활동의 주축으로 변모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생겨나면서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 역시 모호해졌다. 신발 하나를 사면 아프리카 아이에게 신발 하나를 기부하는(One for One) 탐스슈즈의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공익적’이지만 법적으로 영리기업이며, 사회문제 해결형 제품과 서비스 제공하는 소셜벤처들도 대부분 ‘주식회사’ 법인격이다. 말 그대로 공익사업은 더 이상 비영리 공익단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 시민사회에 친화적인 민주 정부들을 거치면서 많은 공익 주제가 정책화·제도화되어 행정 영역으로 편입된 것도 단체들의 활동 위축에 일부 영향을 주었다. 시민사회단체의 고유목적사업이었던 것들이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또, 안정적인 인건비와 사업비를 보조금으로 받는 다양한 센터들이 생겨나면서 일선 단체들의 의제 생산력과 사업 주도권이 일부 왜곡되기 시작했고, 일부 사업들은 중복 논란 끝에 사라지기도 했다. 이처럼 공익 아젠다·이슈·사업에 대한 기업, 민간, 정부·지자체·공기관 등의 참여로 공익 생태계에서 기존 단체들의 지분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 성공의 덫에 걸린 단체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모르는 단체들은 없다. 하지만 발 빠르게 변화에 맞춰 자신들의 미션과 사업, 조직문화, 업무 수행 방식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중단하기가 쉽지 않다. 기존 사업들을 정리하자니 여전히 필요해 보여 버리기 어렵고,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자니 재원도 없고 방법도 모른다. 과거가 미래의 발목을 잡는 격이다. 또한 이전에 효과가 있었던 방법론이 지금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환경단체는 그동안 진행해 왔던 오프라인 ‘환경영화제’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일반 사회에서도 영화 소비 트렌드는 오프라인 영화관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환경 인식 제고라는 사회적가치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영화 상영으로 참여(관람)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이벤트 성격의 ‘아는 사람만 오는’ 오프라인 행사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이전의 성공 공식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세상이 왔다. 발전적 해체만이 답이라는 것을 알지만, 새로운 성공 공식에 대한 무지와 역량 부족으로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상자와 이해관계자들의 공익사업 ‘소비(참여)’ 패턴 변화 과거 취약계층이나 사회문제 당사자들은 단체들의 활동 지원이나 정보 제공, 교육, 재원 보조 등에 의존했고, 단체들은 이러한 관계 속에서 변화를 만들어갔다. 사회경제적 시스템의 변화는 이러한 공익 전달 체계를 흔들고 있다. 공익 정보는 단체의 홈페이지보다 구글,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에 더 많고, 함께할 동료나 배울 선배들도 단체 사무실이 아닌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여 있다. 교육 역시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유튜브와 TED, MOOC 등 온라인 학습 플랫폼에서 더 양질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 이렇다 보니 ‘공익 정보(서비스)’는 특정 단체들의 전문성을 요하는 특별한 것이 아닌,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공소비재가 되었고, 공급자인 단체와 소비자인 대중 간의 ‘정보 비대칭성’도 이미 해소되었다. 공익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매우 넓어진 것이다. 물론 고급 맞춤형 정보, 긴밀한 관계 형성, 높은 수준의 문제 해결 개입 등 뉴미디어나 범용 기술이 담당하지 못하는 영역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부분은 단체들 역시 역량 구축과 접근이 어렵다. 결국 단체들 사이의 ‘전문성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젊은 세대의 사회참여가 적어졌다는 기사나 연구들이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가 기존 세대와  다른 참여 방식을 선호하기에 보이는 분석 오류일 수 있다. 즉, 거리에서 투쟁하거나 서명에 참여하는 방식이 아닌, 이슈 관련 굿즈를 구매하거나(가치소비) 플랫폼을 활용한 챌린지에 참여하고, 댓글과 인증사진, 풍자밈을 남기는 방식으로 변모했다. 참여의 경로, 방향, 방법, 도구, 구조, 동인 등이 모두 달라졌기에 ‘공공선에의 참여’라는 행위나 인식이 적어진 것처럼 보이는 착시라고 주장하고 싶다. 없어진 것이 아니라 달라진 것이다. ‍‍ 신규 회원들의 감소 ‍‘회원 없는 회원조직’이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하지만, 공익 단체들의 활동 동력은 단연코 회원이다. 좁은 의미에서 ‘회원’은 사단법인의 회원이나 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처럼 의결권 있는 총회의 구성원을 말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자원봉사자나 기부 후원 회원까지 포괄하며 사업의 참여자나 이해관계자도 포함할 수 있다. ‍현재 단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신규회원, 특히 젊은 회원층이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는 사이 기존 회원들의 이탈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는 단체의 활동력에 큰 공백을 초래하며 재정적으로도 상당한 압박이 되고 있다. 절대 인구의 감소와 인구 분포 변화가 그 기본 원인이겠지만, 앞서 말한 공익활동계의 여러 환경 변화에서도 영향을 받고 있다. ‍혹자들은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그에 따라 이타적이고 공동체 중심적인 사회 참여에 대한 관심이 낮아져서 생기는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정치, 국제, 복지, 사회 이슈 등에서 보여준 젊은 층의 관심과 참여로 볼 때, 그들의 공익활동 필요성 인식이나 참여 의지가 상실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잠재 대상자 분석, 참여 결정 요인과 저항 요인의 확인, 참여 동인, 단체의 참여 권장 활동 등을 따져봐야 한다.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대체로 ‘외부 환경 탓’일 가능성이 크다. ‍‍ 인력난과 재정난 가중 ‍비영리 공익단체들에게 인력과 재정의 어려움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현재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우선 참신한 인재 확보가 어렵고 기존 활동가들의 노령화도 진행되고 있다. 사회복지나 청년 분야 등 보조금 등의 유입이 있는 곳을 제외하면, 많은 풀뿌리 시민단체의 운영실무진 주축은 40~50대가 된 지 오래다. 이는 인구 감소의 영향도 있겠고, 경제적 안정성 부족이나 구태의연한 조직문화, 젊은 세대가 원하는 혁신 사업의 부재 등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사회참여 의식과 열정을 갖춘 인재 공급처의 역할을 해왔던 ‘학생 운동권’의 쇠퇴를 그 이유로 들기도 한다. ‍젊은 활동가들이 있는 단체들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이다. 꽤 많은 단체가 조직 내 세대 갈등을 겪기도 한다. ‘목숨 걸고 투쟁했던’ 민주화 세대 최고관리자들과 ‘착한 일 하고 싶은 직장인’ 실무진들이 바라보는 사업과 업무, 운영 행태는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이 구도는 지나친 일반화일 수 있으나, 한때 현장에서 많이 발생했던 갈등의 양태이다). ‍재정 면에서 지금은 거의 한겨울이다. 시민사회, 비영리, 사회적경제 등에 비우호적인 정책들이 추진되면서 상당한 공적 자금이 축소되었고, 이에 따라 단체들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공모지원 사업들도 씨가 말랐다. 정권의 눈치를 보는 기업들 역시 공익단체들에 대한 지출을 줄였다. 여기에 일부 사이비 단체들의 불법 모금으로 인한 기부포비아(Phobia:공포증)가 확산되어 후원자들의 의심이 커졌으며, 기다렸다는 듯 정부는 규제 강화 등에 나서 모금 활동을 위축시켰다. 이러한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극한 상황에 몰린 단체들이 많으며, 일부 활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곳들도 상당수여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 ‍‍ 2024년 12월 국가 비상사태에서 국회 보좌관들의 저항 행동이 하나의 이슈가 되었다. 왕년에 담을 넘고, 스크럼을 짜고, 바리케이드를 짜서 공권력에 대항해 본 경험이 잘 쓰였고, 군부독재에 항거해 본 이들의 경험과 감각, 위기의식도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었다는 농담 섞인 평가가 있다. 그간 철 지난 구닥다리 운동권 출신들의 무용담이라 조롱받던 과거 역량이 필요할 때 잘 쓰인 것이라 볼 수 있다. ‍비영리 활동가들의 필독서인 행동경제학 서적 ‘스위치’에는 “조직이나 개인이 변화를 원할 때, 가지고 있는 ‘밝은 점’을 찾아라”라는 조언이 담겨있다. 조직의 약점과 환경의 위협 요소들만 생각하면 패배감으로 의기소침해지고 자칫 문제 자체에 잠식당할 위험이 크다. 그래서 조직의 강점과 환경의 기회 요인들을 우선 살피고 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그 해결책을 강구하라는 말이다(긍정 기반). 즉, 없는 것을 탓하지 말고 있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비영리 공익단체들이 시대 변화에 적응하여 더 나은 공익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밝은 점’은 무엇이 있을까? ‍ 1. 비영리 공익영역에는 여전히 변화를 만들어 낸 경험과 사회참여 활동의 변화 효능감을 간직한 세대들이 존재하며, 그들의 열정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 비록 새로운 시대에 대처하는 유연성과 기민함은 떨어질 수 있으나, 사회책무의식과 학습 능력을 갖추고 있어 적절한 방법론과 업무만 주어진다면 ‘필요시’ 나름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 ‍ 2. 비록 앞서 과거 성공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지만, 시대가 바뀌어도 사회시스템은 그리 쉽게 교체되지 않는다. 그래서 과거의 성공 공식 중 상당수는 여전히 그 효력을 발휘한다. 세련되지 않거나 효율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작동에는 문제가 없으며, 단체의 운영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어본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 역시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 3. 공익사업에도 상당한 자산과 자원이 필요하다. 다행히 많은 단체는 그동안의 활동 역사 안에서 만들어낸 사무실과 집기 같은 물적 자산, 자원봉사자와 이해관계자 네트워크 등의 인력 자산, 경험과 노하우 및 정보 등의 무형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기반 면에서만 보면, 경력 30년이 넘는 한 활동가의 말처럼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 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 4. 사회시스템과 제도들도 우호적인 편이다. 전국의 ‘공익활동 중간지원조직’이나 기업의 공익재단들이 정치의 풍향에 흔들려 위태롭기는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또한 시민의 공익활동 참여와 공공 협치 활성화하기 위한 법률이나 조례, 지침, 기본 계획들이 촘촘하게 마련되어 운신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 5. 무엇보다도 오랜 시간 동안 피와 땀을 흘려 애써온 시간이 모두 증발하지 않았다. 비영리 공익활동이 일상화되면서 물과 공기처럼 존재감이 옅어졌을지라도, 지역사회와 사회문제 이해관계자들에게는 기억으로 남아 고마움이라는 화폐로 저장되어 있다. 이는 매우 큰 사회적 자본이다. 만약 새로운 계기와 납득할 만한 참여 기회가 제공된다면, 이 화폐가 다시 공익활동에 불을 붙이는 불꽃이 될 것이다. ‍‍ <2편 ‘관성 탈출 : 비영리 공익 단체들의 혁신 전략과 실천 과제’에서 계속> ‍ ‍ 글 | 김재춘 '삶의 실상'에 관심이 많은 공익활동가이자 컨설턴트 '세상을 바꾸는 사람을 돕고,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바꾼다.'라는 모토를 가진 연구소의 소장.
[월간이슈 시민대화 후기] 다시 만난 세계, 다시 쓰는 우리 이야기
다시 만난 세계, 다시 쓰는 우리 이야기 뜬금없는 계엄 선포를 시작으로 탄핵안이 가결되기까지, 속보와 특보에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모두들 고생 많으셨지요. ’이제 헌재의 시간’이라고들 하지만, 민주주의가 정상 작동하는 그날까지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빠띠가 준비한 대화모임! 2024년이 저물어가던 12월 27일, 서울, 인천, 경기, 청주 등 각지에서 모인 8명의 시민들이 온라인으로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고 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의 시민대화는 9개의 열린 질문과 1개의 조커 질문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번호에 구애받지 않고 각자 이야기 나누고 싶은 주제를 고르는 방식이었는데요. 무엇이든 첫 번째가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법이지요. 과연 ‘속보에 가려진 우리의 이야기’ 대망의 첫 질문은 무엇이었을까요? 첫 번째 질문은 바로 2번 [12.3 내란 이후 나의 한 달을 2-3가지의 키워드로 돌이켜본다면?]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 악몽 같았던 12월을 저마다의 키워드로 회고했는데요. 뉴스, 저항군, 광장과 행진, 참담함과 희망 등 다채로운 키워드가 쏟아졌답니다. 실제로 탄핵안이 가결되기까지 ‘뉴스’에 눈을 떼지 못했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한 중년 여성 참가자는 늘 남아돌던 모바일 데이터가 모자라서 추가 요금을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고백하셨는데요. 다른 분들도 자기 모습인 것 마냥 크게 공감해주셨어요. 돌아서면 뉴스 한번, 화장실 다녀와서도 뉴스 한번, 이렇게 속보와 특보에 사로잡힌 나날들을 보냈다고 말이죠. 한편 한 남성 청년 참가자는 본인이 즐기는 게임에 빗대어 ‘저항군’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기도 했어요. 제국이 세계의 99%를 점령한 상태에서 주인공들이 저항군을 조직해 맞서는 게임인데, 대통령과 시위대가 마치 그 게임 속 제국과 저항군 같았다고 하네요. 그런가 하면 청주에 계신 여성 참가자는 ‘광장’과 ‘행진’의 경험을 들려주셨어요. 내가 나고 자란 곳에서 가두 행진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복잡미묘했던 그날의 기분을 전해주셨답니다. 또 다른 여성 참가자는 ‘참담함’과 ‘희망’이라는 상반된 키워드를 나눠주셨는데요. 탄핵안 투표가 투표 불성립으로 종료되었을 때 느꼈던 모멸감과 참담함이 시민들의 해학과 재치로 해소되는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긴장을 완화시키는 유머의 힘, 그리고 자기 삶에 기반을 둔 평범한 시민들의 자유발언에서 희망을 본 것이죠. “2016년 촛불이 타오를 때만큼 많이 모여서 깜짝 놀랐어요. 집회에 최적화된 시민들이구나 생각도 했고요.”  그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1번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던 12월 3일 밤, 뭘하고 계셨나요?]로 정해졌습니다. 12월에서 12.3 당일로 줌인하여 회고를 이어나갔는데요. ‘그날 일찍 잔 사람이 승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 불면의 밤을 보낸 분들이 많았지요. 시민대화 참가자들도 자느라 몰랐던 사람, 자다가 연락 받고 깬 사람, 깨어있어서 실시간으로 다 지켜본 사람 등 당시 각자의 상황을 공유하며 그때 느낀 감정을 나누었습니다. 밤을 꼴딱 새운 사람도,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접한 사람도, 모두 엄청난 당혹감과 분노를 드러냈어요.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두려움 섞인 분노가 느껴졌는데요. 아마도 상대적으로 군사 정권에 대한 기억이나 직간접적 경험이 또렷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너무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는데 요즘 학교에서 교육을 되게 잘 시키더라고요. 저희 아이가 ‘대통령은 5.18을 공부 안 했나?’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이어서 3번 [시민들의 집회에서 인상적인 장면과 순간이 있다면?]으로 넘어갔습니다. 각자 머릿속에 찰칵 하고 찍어둔 장면들을 공유했는데요. 💡이번 시위의 시그니처 아이템 응원봉 이야기가 제일 먼저 나왔습니다. 한 참가자는 전기 촛불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줄 알았다가 아이돌 응원봉이라는 사실을 알고 주변의 놀림을 받았다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을 드러내는 집회 문화가 보기 좋았다고 해요. 또 다른 참가자는 응원봉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어떤 상징 같은 느낌이라며, 이런 모습들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 다음으로 공유된 모습은 훈훈함 한도초과의 대명사인 선결제 연대였어요. 액수를 떠나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하고 참여하겠다는 마음이 감동적이었다는 한 참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선결제로 표현된 연대의 마음이 여의도 칼바람을 이겨낸 원동력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편 어린 아이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한 가족 단위 시민을 언급한 분도 있었어요. 안면이 있는 여성 시위 참가자가 온 가족을 대동하고 나온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쉽지 않은 선택임을 알기에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고 하네요. 끝으로 소개해드릴 장면은 여의도 모 건물에서 일어난 유쾌하고 감동적인 일화입니다. 🚻 여의도 집회에 계셨던 분들은 한 번쯤 화장실 때문에 곤란하셨을 텐데요. 그날도 그랬다고 해요. 여자화장실 줄이 너무 길어서 남자화장실을 같이 쓰기로 했는데, 남녀 동시 사용이 생각만큼 쉽지 않지요. 그때 들려온 한 중년 남성 분의 외침! 📢 “지금은 비상 상황이니까요. 여기는 그냥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화장실입니다. 그냥 다 같이 들어가세요, 다 같이!” 그분이 간결하고 단호한 메시지로 상황을 정리해 준 덕분에, 그리고 모두가 그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한 덕분에 줄이 빠르게 줄었다고 해요. 성중립 화장실이 실현된 기적 같은 순간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 “저는 평범한 학생인데요. 지난 한 달 동안 연대하고 함께하고 공유하는 것의 가치를 느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지방에 살다 보니까 서울 집회에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온라인 서명 운동에 참여하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알리면서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애들에게도 소식을 전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게 속보에 가려진 진짜 우리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여러분의 2024년 12월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새해가 밝았지만 2025년이 유예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요즘인데요. 진정한 ‘송구영신’을 이룩하는 날까지, 쉼 없이 모이고 웅성웅성 떠들고 당당하게 소리쳤으면 좋겠습니다. 시민들의 모임과 대화가 있는 곳에 빠띠도 함께할게요! 🤗 [부록] 슬기로운 시민생활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추천작 리스트 ✊🔥 시민대화 참가자들이 손수 뽑아준 내란 극복 추천작, 여러분도 감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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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It Together! 같이 고쳐볼까요?
여러분 혹시 DIT(Do It Together)란 말 들어보셨나요? DIY(Do It Yourself)는 들어봤는데 DIT는 처음이라고요? DIT는 두잇투게더! 여럿이 함께하자는 의미잖아요. DIY를 ‘여럿이 함께’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참여형 시공인 DIT는 장소에 관심 있던 사람들이나 장소와 관련된 커뮤니티, 시공 기술을 배우고 싶은 사람 등이 모여 진행해요. 참여자들에게 참여비를 받을 때도 있고, 지자체 등 지원이 결합하면 참여비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네요. 짧게는 하루, 보통은 2~4일 정도 진행하고요. 맞춤 수납장 제작이나 단열, 수리 등 필요한 작업을 정해 참여자들과 해당 부분을 시공해요. DIT는 윤주선 충남대학교 교수(건축학)가 제안하는 개념이에요. 개인이 완수하기 어려운 대규모 업무나 노동 강도가 높은 작업을 소수 전문가 지도하에 건물주, 건축가, 운영자, 시공인, 지역민 등 다수 참여자가 커뮤니티를 이뤄 작업을 완성하는 방식을 의미해요. 소비자에서 생산자로의 변화에 가치를 부여하는 문화운동인 메이커 운동(기술 민주주의), 예술을 삶 속에 스며들게 하는 생활문화 운동(문화 민주주의)과 결을 같이 하고 있어요. 전문가만의 영역이었던 것을 문화이자 놀이로 가져와 함께 즐기며 공유하고 필요하면 노동을 분담하는 것이 목표죠. DIT는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 운동과는 달라요. 해비타트 운동은 봉사자들이 중심이 되어 건물을 고치거나 새로 지어주는 반면, DIT는 개인 공간이나 커뮤니티의 공간을 개·보수할 때 함께 협력하는 방식이거든요. 이웃끼리 일손을 빌려주며 서로를 돕던 ‘품앗이’ 전통을 연상시키죠.  낡은 건물 같이 고쳤더니 사람들이 모이네 지난해 1월 대전 유성구에서 ‘핸드메이드 어바니즘 국제포럼’이 열렸어요. ‘핸드메이드 어바니즘’을 우리말로 옮기자면 ‘직접 손으로 만드는 도시 혹은 도시 생활 양식’ 이런 느낌 정도겠죠?😊 포럼에는 ‘핸드메이드 어바니즘’ 주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깊이 있게 논의할 수 있도록 DIT 유경험자, 로컬 거점 공간 시공전문가, 오픈스페이스 기획자 등이 연사로 참여했어요. 기조 연사로 나온 일본의 스페이스R디자인의 요시하라 카츠미 대표는 사람들이 모여 직접 함께 공간을 고치는 것이 마을과 지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사례를 통해 소개해 주셨어요.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빈집과 낡은 건물, 방치된 공간이 문제였대요. 요시하라 대표는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후쿠오카시 하카타구에 소재한 가족 부동산을 물려받았지만, 곧 경영난에 시달렸다고 하네요. 무려 건물(!)을 물려받았으니 좋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나 봐요. 당시에도 30년이 훌쩍 넘은 낡은 건물이었기에 손볼 곳도 많았고, 인기도 없었대요. 임대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문 앞에서 되돌아가는 일도 있었다고요. 그렇다고 건물을 허물고 신축하거나 리모델링 전문업체를 쓰자니 큰돈이 들고요. 그래서 요시하라 대표는 건물을 직접 개보수하기로 하고, 예술가 친구와 둘이 오래된 자재와 소품 등을 활용한 DIY(손수 제작) 방식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요시하라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과거에서 현재로 시대를 이식하는 개념”이었죠. 건물을 함께 고칠 ‘동료’를 찾기 위해 요시하라 대표는 두 가지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바로 ‘스터디’를 조직하고 ‘마르쉐(marché는 프랑스어로 시장이라는 의미)’를 연 것이죠. 스터디에서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고 멋진 공간들을 체험하는 일을 반복했대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오래된 건물도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요. 스터디를 만들고, 작업 과정을 담은 사진전을 열고, 고쳐지고 있는 건물을 볼 수 있도록 문을 개방하니, 점차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모였대요. 참여자들과 마을 주민이 파티를 열고, 건물 개보수 과정에 대해 함께 얘기하며 느슨하면서도 우호적인 관계들도 만들어졌고요. 시간은 비록 좀 걸렸지만, 여러 사람의 땀과 손이 묻은 작업을 통해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건물이 탄생했죠. 당연히 임대도 들어왔고요. 문화적으로도 부동산적 가치로 보더라도 좋은 결과를 얻어낸 것이에요. 요시하라 대표는 이러한 방식이 지역에 필요한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며 “새로운 건물을 만드는 것은 문화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건물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문화를 응원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어요. 현재 요시하라 대표는 일본 23개 지역에서 활동가들과 함께 ‘디아이와이(DIY) 리노베이션 위크’를 만들어 연대하며 활동하고 있어요.  빈집이 있는데, 사람들 좀 불러볼까? 부산 ‘이바구 캠프’로 유명한 ㈜공유를위한 창조는 2019년 부산에서 거제로 자리를 옮겼어요. 둥지를 튼 장승포는 원도심이면서 5분이면 바다에 갈 수 있는 도심형 어촌마을이었죠. ㈜공유를위한창조는 동네에 오래된 가옥을 회사의 첫 보금자리로 삼고, DIT 방식으로 그곳을 보수하기로 했습니다! ㈜공유를위한창조는 소셜미디어 등으로 함께 공사를 진행할 사람들을 공개 모집했어요. DIT는 보통 설계 및 시공 역량이 있는 기획자가 참여자들을 모집해 함께 공간을 재구성하는데요, 참여 자격은….관심과 체력일까요?💪 이렇게 모인 참여자들과 함께 거제 장승포 빈집 옥상에 인조 잔디를 깔고 바닥 데크를 설치했고, 아웃도어를 주제로 하는 ‘밗’이 완성되었대요. ‘밗’은 바다와 강 그리고 산을 하나로 모은 단어로, 아웃도어 가게이자 커뮤니티 라운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재밌는 건 조용하던 동네에 청년들이 드나들자, 주변의 건물주들이 먼저 찾아왔다는 겁니다. 100년 된 적산가옥을 월 10만원에 임대하겠다거나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매각하겠다면서요. 여러 우여곡절이 있기도 했지만 벌써 거제에만 4곳을 DIT로 개·보수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해요. DIT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거제 주민이 반, 다른 지역에서 관심을 가지고 온 사람들 반 정도라네요. 박은진 대표는 “공간을 직접 구성하는 작업에 참여하면 성취감과 애착이 생겨나요. 그 지역에 정주하지 않더라도 ‘내가 만든 곳’을 이따금 찾고 계속 관심을 두는 관계 인구가 되는 것이죠. DIT 방식으로 사람들의 땀과 이야기가 입혀지면 ‘공간(space)'이 ‘장소(place)'가 됩니다”라고 말해요. 전화 통화 중에 박 대표로부터 이 말을 들었는데, 머리에 느낌표가 딱(!) 숨이 헉(!)하고 멈출 정도로 마음에 들어왔어요. 그동안 공간과 장소라는 용어에 대해 차이를 두지 않고 사용했었거든요. 포털에 검색해 보니 오~래전에 이-푸 투안이라는 지리학자가 이 차이를 구분해서 설명했더라구요. 참고로 박은진 대표는 거제 이곳저곳을 장비 들고 다니며 뚝딱뚝딱 고치다 보니 자연스레 동네 ‘홍반장’으로 등극하셨다고 해요. 이웃 가게 데크가 부서졌으면 가서 고쳐드리고, 주민센터에 망가진 운동기구가 있으면 가서 고쳐드리고요. 거제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니까요.😁 ‘핸드메이드 어바니즘’ 국제포럼을 기획하고 진행한 DIT 전문 기획 기업 ㈜스튜디오우당탕탕 채아람 대표는 “DIT는 지역 및 관계 주민, 외지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팀을 이루어 공간을 함께 만드는 작업이면서 교육을 기반으로 한 지역 재생 방법”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DIT 과정에서 생겨나는 무형의 결과물 때문이죠. 작은 부분이더라도 공간에 대한 기획부터 직접 시공에 참여한 분들은 그곳에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을 거예요. 2박 3일 함께 먹고 일하며 맺어지는 관계들도 있고요. 지역민이라면 커뮤니티와 공간에 좀 더 밀접하게 연결되고, 다른 지역에서 오신 분이라면 해당 지역에 애착이 생기는 ‘관계 주민’이 되는 거죠. 마을재생과 도시재생의 필수인 ‘관계’와 ‘커뮤니티’의 씨앗이 자리 잡는 거예요. “서울과 다른 지역에 4층짜리 건물이 있다고 쳐요. 인건비며 자재비며, 건물 고치는데 평당 비용은 비슷할 거예요. 그런데 서울과 지역에 있는 건물을 똑같이 리노베이션 했다고 부동산 가격이 같아지나요? 그렇지 않죠. 이제 부동산 개발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역은 더이상 신축 혹은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할 수 없어요. 전국에 방치된 공간들을 주민이 재생할 수 있도록 공공에서 역할을 해야 해요” DIT를 처음 제안한 윤주선 교수는 마을과 지역 재생의 방법론으로 DIT를 강조해요. 전국적으로 140만호가 넘는 빈집을 공적 자금으로 다 수리하려 한다면 천문학적 돈이 들 거예요. 그래서 윤 교수는 DIT를 통해 빈집 혹은 낡은 건물을 보수하는 것을 좀 더 활성화하자고 말해요. DIT를 통해 사람들이 오가고 그 공간에 애정과 이야기를 덧입혀 마을과 지역에 숨을 불어넣자는 거죠. DIT가 그저 여럿이 하는 집수리가 아닌 문화와 환경, 관계성과 부동산적 가치를 담고 있다면서요. 자, 보세요. 요즘 창고형 카페가 유행한다고 하면 서울에서 제주까지 비슷한 느낌의 건물이나 인테리어가 들어오잖아요. DIT라면 해당 공간과 지역에 대한 역사와 맥락을 이해하고 공간에 필요한 자재와 재활용, 재사용할 수 있는 소품들을 활용해 시공하게 되겠죠. 공간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애정을 담아 고치고 시공하면 ‘하나이면서 유일한’ 결과물이 나오게 되잖아요. 시공과정에서 지역의 특색이 담긴 재료나 이야기가 담긴 재활용품, 폐자재 등을 수리해 활용하니 지역 내 자원순환에도 도움이 되구요.  윤 교수는 일단 뭔가 고치고 수리할 수 있는 문화가 확산되려면 공공의 장소가 필요하다고 말해요. 미국 포틀랜드와 일본 나가노현의 리빌딩센터처럼 주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 목재나 천 등을 다루고, 버려지는 가구나 소품을 수리, 전시하는 공유 공간이 생겨나야 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공간들이야말로 지역의 특색을 담은 자원순환의 출발점이자, 지역 활성화를 위한 지역 커뮤니티의 장이 될 수 있다는 말이에요.  집에서 무언가를 직접 고쳐본적이 있으신가요? DIT는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공간 수리가 가능하고 운영자의 취향과 필요 사항을 반영할 수 있어요. DIT를 통해 해당 공간과 지역에 대한 애착이 생기고, 함께 작업한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결실일 테고요. 스스로 수리와 시공 능력을 기르며 삶의 주체성을 확보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큰 성취일 거예요. 그래서 채아람 대표는 DIT를 “다른 지역 사람들이 지역살이를 탐색할 기회이자 자신의 공간을 기획하고 수리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계기”라고 말해요. 스피커스를 읽고 난 뒤, 2025년이야말로 모두의 손으로 함께 변화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시나요? 😀  ※ 이 콘텐츠는 뉴스레터 스피커스에 게재되었습니다. 
[6411의 목소리] ‘개같이 뛰고 있다’…쿠팡은, 국가는 무얼 했나
‘개같이 뛰고 있다’…쿠팡은, 국가는 무얼 했나(2025-01-06) 쿠팡 로켓배송 사망 노동자 정슬기씨 아버지인 필자는 지난해 9월부터 매일 오전 11시30분부터 한시간씩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필자 제공 정금석 | 쿠팡 택배 사망노동자 고 정슬기의 아버지 저는 쿠팡 로켓배송 사망 노동자 정슬기의 아버지 정금석입니다. 사망 노동자의 아버지로 7개월을 살며 거리를 헤매고 다니지만 오늘도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7개월 동안 저는 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않는 나라는 나라가 아니라고 외쳤습니다. 결국 지난해 12월3일 대통령의 불법 무도한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이는 확실하게 증명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지난해 5월28일, 외국에 있던 제게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급히 귀국해서 장례를 치르고 아들이 일하던 택배회사 대리점에 갔습니다. 산업재해 인정은 어려우니 합의를 하자는 말이 이상해서 여기저기 알아보니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있었습니다. 노동조합의 도움으로 산재를 신청하고 과로사를 인정받았습니다. 아들처럼 쿠팡에서 일하다 죽은 노동자의 유족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유족들이 모여야겠다 싶어서 저도 같이하겠다고 했습니다. 세상에서 사람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고 생명은 한번 잃으면 돌이킬 수 없기에 더욱 존엄하다는 말이, 아들의 빈자리를 보며 어찌할 수 없는 저의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41살 건강했던 아들을 지키지 못한 아비는 남은 생애를 죄인으로 살아야 합니다. 갑자기 남편을 잃고, 아버지를 잃은 며느리와 네 손자들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아들은 일을 시작한 지 몇주 만에 체중이 10㎏이나 빠지고 무릎이 닳아 없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꼈습니다. 14개월을 밤을 꼬박 새워가며 일을 하다 쿠팡에 끝내 ‘개같이 뛰고 있다’는 말까지 하였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질병판정서’에는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업무 시간은 74시간24분, 12주 동안 주간 평균 업무 시간이 73시간21분’이라고 써 있습니다. 그 무거운 택배를 나르며 주 6일 내내 야간 근무를 했고, 배송 마감 시간으로 정신적 긴장 상태에 있어서 심장 혈관이 정상적인 기능을 못 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렇게 아들은 사망했습니다. 지난해 9월12일 쿠팡 본사 앞에서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광고 서울 잠실대로 고층빌딩 앞에 팻말을 들고 섰는데, 그저 내 한 몸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아들을 잃은 상실감, 슬픔, 분노 이 모든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란 마음으로, 아들과 같은 죽음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것, 쿠팡에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쿠팡은 유가족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쿠팡 임원들이 불려가던 어느 날, 죄송하다는 문자가 날아오더니 팻말을 들고 있는 제게 쿠팡 상무라는 이가 찾아왔습니다. ‘가족 문제니까 조용히 이야기하시자’라고, 쿠팡 상무가 말하더군요. 저는 ‘쿠팡 문제는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연대 단체들, 노동자, 시민들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심야노동은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이 판명되어서 가능한 한 자제하고 있는 21세기에, 쉼 없이 계속 심야노동을 강요하는 쿠팡의 행위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물류창고나 쿠팡캠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너무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쿠팡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2020년부터만 세어도 20명의 노동자가 죽었다고 하는데, 쿠팡은 죽음을 방지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죽은 이들에게 책임을 지우고 유족들을 무시했습니다. 쿠팡에서 노동자가 죽어가는 동안 택배사업을 허가하고 관장하는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무엇을 하였는가요? 기업을 감시해서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하도록 해야 하는 책임은 누가 져야 합니까?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동안 한번이라도 제대로 된 근로감독이라도 해보았나요? 국가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면 힘없는 국민은 마냥 죽어가야만 하는 것인가요? 기업의 횡포와 약탈로 신음하는 노동자들은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하는가요? 노동자들도 차별받지 않고 자유와 평등을 이루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억압당하던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가족과 함께 최소한의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노동자들에게 ‘법적 조치’ ‘법적 대응’ 한다고 협박하면서 기세등등하던 쿠팡도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노동X6411의 목소리X꿋꿋프로젝트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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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이너를 소개합니다] 솔루션 저널리즘 플랫폼 슬로우뉴스의 도전과 야망
1월 첫째주 빠담빠담 '이달의 캠페이너'에 소개된 슬로우뉴스 서면 인터뷰입니다'문제 해결의 출발은 정확한 문제 정의부터, 솔루션 저널리즘 플랫폼 슬로우뉴스의 도전과 야망' 1. 디지털 시민 광장 빠띠 이용자들에게 슬로우뉴스를 소개해 주세요. 빠띠 여러분, 반갑습니다. 슬로우뉴스는 빠띠 ‘토론’에 날마다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낯설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슬로우뉴스는 2012년에 이른바 ‘파워 블로거’들이 모여서 만든 ‘팀 블로그’ 성격의 미디어 실험이었습니다. 속보 경쟁의 이면을 돌아보고 느리더라도 깊이 있게 구조와 본질에 집중하자는 문제의식이었죠. “빠른 것은 좋다, 느린 것은 더 좋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정보 공유와 토론의 새로운 속도를 제안해 보자는 아이디어로 뭉쳤습니다. 슬로우뉴스 공동체를 거슬러 올라가면 2010년 프로젝트 ‘인터넷 주인 찾기’와 2008년 팀 블로그 ‘블로그래픽’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웹의 본질과 공론장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슬로우뉴스의 역사에 담겨 있습니다. 지난 12년 동안 슬로우뉴스에 글을 쓴 필진이 500명이 넘습니다. 민노씨와 써머즈, 캡콜드, 강정수, 펄, 아거, 들풀, 뗏목지기, 예인, 필로스, 제라드, 노모뎀 등의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블로거들이 슬로우뉴스의 창간 멤버로 함께 했습니다. ‘오터레터’의 박상현님이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김민섭님, ‘K를 생각한다’의 임명묵님도 슬로우뉴스 고정 필진이었고요. ‘블로그 전성시대’라고 부를 만한 2015년 무렵에는 수십 만 뷰에 이르는 바이럴 콘텐츠가 숱하게 터졌습니다. 들풀님의 ‘셀프 종북 테스트’는 페이스북 ‘좋아요’가 수만 건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링크와 추천을 주고 받는 트랙백 문화가 살아 있었고 느슨한 연대가 작동했던 시대로 기억합니다. 레거시 언론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의미있는 관점과 주장을 세상에 실어 보낼 수 있는 우리 만의 플랫폼을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연대 의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7년을 고비로 블로그의 시대가 꺾였고 소셜 플랫폼이 공론장의 질서를 바꿔놓았습니다. 먹방과 쇼츠, 라이브의 시대가 됐고요. 알고리즘이 우선 순위를 바꿔놓았고 토론의 공간도 달라졌습니다. 슬로우뉴스도 전략과 방향의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2. 이정환 대표님은 슬로우뉴스 창간 멤버였지만 풀타임으로 합류한 건 1년 반 전이네요? 네. 2023년 4월 합류했습니다. 창간 멤버였습니다. 2012년 3월 슬로우뉴스 창간 기획에 “특종과 오보, 그 미묘하고도 아슬아슬한 경계”라는 글을 썼죠. 그때만 해도 슬로우뉴는 팀 블로그나 커뮤니티 성격이 강했습니다. 저는 미디어오늘에서 경제부 기자로 일할 때였는데 농담 반, 진담 반, “내 직업은 블로거고 부업으로 회사를 다니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이정환닷컴과 슬로우뉴스에 애정이 많았습니다. 이정환닷컴에 쓴 글을 묶어 ‘투기자본의 천국’도 쓰고 ‘한국의 경제학자들’도 썼습니다. 미디어오늘에서 편집국장과 사장까지 지내면서 어느 순간 다시 현장 기자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슬로우뉴스에 올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2023년 4월 미디어오늘을 퇴사하고 슬로우뉴스에 합류했습니다. 슬로우뉴스 유한회사를 슬로우뉴스 주식회사로 전환했고 지금은 제가 100% 지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슬로우뉴스는 이제 본격적인 대안 언론으로, 솔루션 저널리즘 미디어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민노씨가 창간 때부터 편집장을 맡고 있고 캡콜드(드렉셀대 교수)님이 준독립편집자(Editor-at-Large)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희용(전 연합뉴스 미디어전략팀장)님이 편집자문위원을 맡고 계시고요. 미디어오늘 경영기획실장을 지낸 박용성님이 비전 오피서(CVO)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슬로우뉴스는 가장 혁신적이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미디어 스타트업입니다. 얼리 스테이지 시드 투자를 받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연락 주세요. 3. 슬로우레터는 출근 시간에 이슈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다양한 관점을 따라 잡으면서 풍성하게 맥락을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슬로우레터는 슬로우뉴스에서 발행하는 데일리 뉴스레터입니다. 슬로우뉴스 2.0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유효 독자와 고정 방문자를 확보하는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슬로우뉴스는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이슈와 쟁점을 분석해서 5분 안에 읽을 수 있도록 돕는 뉴스레터입니다. 날마다 아침 7시에 발송합니다. 신호와 소음을 구분하기 쉽지 않은 시대입니다. 세상에는 뉴스가 너무 많고 진짜 중요한 뉴스를 찾아 읽기가 너무 힘들죠. 뉴스를 분석적으로 읽는다는 건 생선에서 가시를 발라내는 것처럼 뉴스를 해체하고 본질을 다시 구성하는 작업입니다. 슬로우레터는 단순히 뉴스를 압축하거나 요약하는 게 아니라 해석하고 의미를 구성합니다. 뉴스를 해체해서 워딩과 숫자와 케이스를 추출하고 사실과 의견을 분리하고 핵심을 끌어내는 방식입니다. 우리의 질문은 언제나 “이게 왜 중요한가”로 시작합니다. 이 질문은 과거의 데이터에 기반하면서도 현재의 시점으로 언제나 새롭게 의미 부여를 하고 검증하고 반론에 열려 있어야 합니다. 숙련된 저널리스트의 통찰과 식견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4. 콘텐츠를 작성하고 배포하는 과정도 궁금합니다. 날마다 새벽에 배송되는 10종의 조간 신문을 읽고 핵심 이슈를 정리해서 7시에 뉴스레터로 발송합니다. 종이신문에는 인터넷 타임라인에서 찾을 수 없는 고급 정보가 있습니다. 종이신문 기사가 인터넷에 그대로 실리긴 하지만 종이신문의 지면 배열에는 맥락과 밸류에이션이 반영되죠. 신문 지면을 보면 권력과 여론이 작동하는 방식을 읽을 수 있습니다. 먼저 1면 머릿기사를 한꺼번에 훑고요. 보수-진보 순으로 가거나 진보-보수 순으로 가거나 다른 논조의 신문을 교차해가면서 읽습니다. 한겨레-조선일보-경향신문-중앙일보-한국일보-동아일보, 이런 순서로 가거나 거꾸로 가거나 그렇죠. 경제지도 살펴보고요. 주요 외신도 교차 확인합니다. 오후에 기초 취재를 하고 다음날 아침 신문에서 주요 쟁점을 크로스 체크하는 방식으로 뉴스레터를 작성합니다. 슬로우레터는 크게 ‘쟁점과 현안’, ‘더 깊게 읽기’, ‘다르게 읽기’, ‘해법과 대안’, ‘오늘의 TMI’,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등의 카테고리로 구성됩니다. 전문가가 썰어주는 ‘뉴스 오마카세’ 같은 콘셉트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슬로우뉴스의 콘텐츠는 슬로우레터와 다음 채널, 네이버 프리미엄, 뉴스마켓 등에 소셜 채널까지 더하면 콘텐츠 건당 조회수가 10만 뷰가 넘습니다. 웬만한 일간 신문보다 강력한 도달률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5. 슬로우레터는 다양한 기사와 자료를 통해 이슈를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된 것 같습니다. 콘텐츠를 작성하실 때 주로 어떤 매체나 데이터를 참고하시는지 궁금합니다. 1차적으로 종이신문의 기사 밸류에이션을 봅니다. 어떤 기사를 중요하게 배치하는가, 그리고 이 기사에 어떤 맥락을 부여하고 있는가를 확인한 뒤 해체해서 다시 구성해야 합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왜 이 신문과 이 신문이 다른 이야기를 하는지 파고드는 게 중요합니다. 모든 신문이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그냥 흘러 지나가는 정보입니다. 뭔가가 충돌하고 부딪히고 박 터지게 싸우는 지점이 있다면 여기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누군가의 미래가 걸려 있는 것입니다. 직접 팩트 취재와 인터뷰, 사실 검증도 하지만 사건과 사건을 연결하는 패턴을 읽고 구조를 드러내는 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동안 한국 저널리즘 생태계에는 이런 맥락적 콘텐츠가 너무 부족했습니다. 모든 정보 출처에 최대한 원문 링크를 제공하는 것도 슬로우레터의 특징입니다. 링크는 웹의 기본이고 모든 지식 공유의 근간입니다. 우리는 거인의 어깨 위에 있고 링크는 인류가 수천 년을 쌓아온 지식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연구와 이론은 복원 가능해야 하고 입증 가능해야 합니다. 언론이 결론을 내릴 수는 있지만 독자들이 원한다면 언제나 원본 소스에 접근해서 직접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판결문과 학술 논문, 국회 토론회 데이터도 좀 더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슬로우레터를 제작할 때는 텍스트 데드라인도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본문에 인용하는 정부나 국회 자료나 연구 데이터 등은 가능하면 원본을 확인하고 직접 데이터를 추출해서 인포그래픽을 뽑습니다. 저는 데이터를 다룰 때 가능하면 시계열을 길게 잡는 걸 좋아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크기를 줄여서라도 숫자를 집어넣죠. 언론 보도를 보면 중간에 잘라서 적당히 비율이나 추세만 보여주는 그래프가 많은데요. 저는 “올해 성장률 전망이 1.9%”라는 말을 들으면 지난 20년 동안 숫자를 다 보고 싶거든요. 큰 흐름을 봐야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6. 슬로우뉴스만의 오리지널리티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하루에 한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뉴스가 10만 건에 육박합니다. 뉴스는 생물이고 사실 모든 뉴스는 하나로 연결돼 있죠. 모든 뉴스가 각각 독립된 콘텐츠처럼 보이지만 맥락을 연결하고 차이를 비교해서 읽으면 새로운 의미가 드러납니다. 슬로우뉴스의 오리지널리티는 맥락과 통찰에 있습니다. 빠르게 핵심을 분류하고 본질을 짚고 리듬감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맥락을 풀어내는 뉴스레터는 한국에서 슬로우레터가 유일하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미디어오늘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언론 비평을 해 왔는데요. 뉴스 분석은 단순한 요약도 아니고 압축도 아닙니다. 맥락을 끌어내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입니다. 인공지능의 확률적 앵무새가 흉내낼 수 없는 비판적 사고의 영역이 있다고 믿습니다. 한 사회의 저널리즘은 거대한 협업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죠. 그래서 프레임을 읽는 게 중요합니다. 누가 의제를 주도하고 여론의 흐름을 지배하느냐의 전쟁이죠. 강력한 프레임이 여론을 움직입니다. 우리는 프레임의 영향을 받고요. 그래서 같은 이슈라도 관점과 해석의 차이를 짚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슬로우레터 뿐만 아니라 슬로우리포트와 민노 인터뷰 시리즈도 슬로우뉴스의 핵심 콘텐츠입니다. 철도 노조가 파업을 하면 수백 건의 기사가 쏟아져 나오지만 왜 파업이 계속되고 무엇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기사는 많지 않죠. 필리핀 가사 도우미 논란이나 정년 연장 논의, 종합부동산세 논쟁, KT 구조조정, 이대남의 보수화와 포퓰리즘 논쟁, 디지털 단두대와 캔슬 컬처 등의 정치‧사회 현상을 깊게 파고 들면서 통찰을 끌어냅니다. 슬로우뉴스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실험하는 언론입니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한창 인기를 끌 때는 학교 폭력 이슈를 6개월 가까이 취재하기도 했습니다. “오래된 문제, 학폭의 해법을 묻는다” 연속 기획은 아직 미완성 프로젝트입니다. 지역 소멸 이슈를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고요. 건설 노조의 작업 중지권 도입 사례를 소개했고요. 군산의 맥주 보리 프로젝트를 집중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무의의 장애인 접근권 프로젝트도 팔로업하고 있습니다. 솔루션 저널리즘의 기본 개념이나 사례가 궁금하시면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 사이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7. 슬로우뉴스가 생각하는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읽으면 바뀌고, 읽어야 바뀝니다. 이렇게 이야기해 볼까요? 연못에 금붕어가 죽어 있으면 사람들이 금붕어가 왜 죽었지? 하겠죠. 그런데 금붕어가 계속 죽어나가면 그때서야 누군가가 연못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것입니다. 슬로우뉴스는 사건을 넘어 구조와 시스템을 이야기하는 언론입니다. 문제를 넘어 본질을 보고 해법을 모색하는 언론입니다. 그래야 더 늦기 전에 금붕어를 살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많은 문제가 있죠. 우리는 그 문제들을 자동차 사고처럼 늘 어딘가에서 발생하는 불행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로 취급해 왔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항공기 사고처럼 접근하면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합니다. 원인을 분석하고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수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완성해 가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참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언론이 해답을 내놓을 수는 없고 언론의 본령도 아닙니다. 다만 언론이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달라집니다. 우리는 저널리스트 그룹이고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정확하게 사실 관계를 추적하고 본질을 드러내고 문제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정확한 문제의 정의가 단계적 해법으로 가는 출발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솔루션 저널리즘 교육과 시민 참여 프로젝트, 지역과 학교를 연계하는 해커톤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학교, NGO 그룹과의 협업 프로젝트도 열려 있으니 연락 주세요. 참고로 지난 연말 민주노총과 공동으로 진행한 콘텐츠 프로젝트는 누적 조회수 100만 뷰를 넘겼습니다. 지난해 제주대에서 솔루션 저널리즘 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올해는 성공회대 등과 협업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8. 슬로우뉴스가 생각하기에 세상을 바꾸기 위해 중요한 이슈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도 함께 말해주세요. 슬로우뉴스가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잡았던 큰 주제는 지역 소멸과 기후 변화, 노인 빈곤, 젠더 갈등, 산업 재해, 교육 격차 등이었습니다. 핵심은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현상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패턴과 구조를 드러내고 시스템을 건드려야 합니다. ‘솔루션 저널리즘 네트워크’에서 강조하는 ‘복잡하게 쓰기(Complicates the Narrative)’라는 문제 해결 방법론이 있습니다. 갈등의 구조를 외면하지 않고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접근이죠. 애틀랜틱의 탐사 보도 전문기자 아만다 리플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다양한 의견과 관점을 담을수록 좀 더 완전하고 정확한 기사가 된다. 사람들은 복잡한 내러티브를 맞닥뜨릴 때 호기심을 갖고 다른 생각에 귀를 기울인다.” 우리에게는 복잡한 문제가 많습니다. 복잡한 문제가 왜 복잡한가를 정확히 이야기해야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슬로우뉴스의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는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의 텍스트를 제안하고 행동과 참여를 끌어냅니다. 실제로 변화를 만드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아직 인력도 재원도 많이 부족합니다만 올해부터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솔루션 저널리즘 네트워크’는 빌 게이츠와 록펠러 재단 등의 후원을 받아 다른 언론사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여전히 ‘솔루션 저널리즘 네트워크’도 선언적인 프로젝트에 그치는 부분이 있는데 슬로우뉴스는 좀 더 실질적인 힘을 갖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해법의 마지막 단계는 정책과 입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와 연계한 정책 제안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문제 해결 저널리즘의 모델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9. 슬로우뉴스가 빠띠에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이용자와의 상호 작용 경험이 있을까요? 일단 빠띠 권오현 대표님과는 10여 년 전부터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함께 했습니다. 슬로우레터의 초기 모델이었던 이슈브리핑닷컴을 만들기도 했고요. 미디어 해커톤도 몇 차례 함께 진행했습니다. 팩트체크넷도 직간접적으로 관심도 갖고 참여도 했죠. 건강한 공론장이 민주주의의 핵심 인프라라는 데 공동의 문제의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빠띠와 제휴를 맺고 다양한 각도의 콘텐츠 제휴를 하고 있습니다. 슬로우뉴스의 CMS(콘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빠띠의 믹스온으로 옮겨가려고 검토하고 있고요. 권오현 대표님이 주도하시는 코드포코리아나 디지털 민주주의 프로젝트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슬로우뉴스와 협업할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대화’ 프로젝트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저는 콘텐츠 주도의 사회 혁신이 기술 혁신과 만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 없는 기술은 공허하고 기술 없는 콘텐츠는 취약하죠. 강력한 콘텐츠가 강력한 의제를 형성하고 강력한 의제가 강력한 플랫폼과 만나면 변화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슬로우뉴스의 콘텐츠와 빠띠의 플랫폼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핵심 키워드는 참여와 소통입니다. 10. 빠띠는 목소리를 모으고, 대화의 장을 열고, 사회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시민이 활동하는 디지털 시민 광장입니다. 이런 활동에 함께하는 슬로우뉴스는 ‘시민대화’와 그 외의 ‘시민활동’들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의제 설정이 언론의 핵심 기능이라고 생각했지만 언론의 영향력은 결국 독자에서 나옵니다. 한때 종이신문 판매 부수가 언론의 영향력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TV는 시청률과 시청자 수였고요. 언젠가부터 클릭 수나 조회수가 언론의 영향력인 것처럼 변질되기도 했지만 본질은 얼마나 읽느냐보다 얼마나 바꾸느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끌어냅니다. 우리는 윤석열 탄핵과 퇴출을 넘어 다른 세상을 이야기해야 하는 시점에 왔습니다. 대통령을 갈아치우는 것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윤석열이라는 괴물을 낳은 낡은 가치와 결별해야 할 때입니다. 강물은 구불구불 흘러 바다로 간다고 하죠. 계속해서 실패하고 좌절하곤 했지만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열망을 쉽게 꺾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빠띠에 애정과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빠띠의 실험이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좀 더 강력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좀 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1. 디지털 시민 광장 빠띠를 추천한다면 어떤 분들께 권하고 싶나요. 빠띠의 이용자들에게 슬로우뉴스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문제 해결이라는 큰 방향에서 슬로우뉴스와 빠띠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많습니다. 저희는 좋은 글이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고 믿는 저널리스트 그룹이고 빠띠는 행동하는 시민들의 네트워크 플랫폼입니다. 슬로우뉴스는 빠띠가 만드는 공론장의 연료와 엔진이 되겠습니다. 세 가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첫째, 슬로우레터를 구독하세요. 빠르게 정보를 탐색하고 핵심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드립니다. 둘째, 문제 해결 프로젝트에 함께 해주세요. 읽으면 바뀝니다. 셋째, 제안을 주세요. 제보와 아이디어, 비판, 협업 제안 등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참여가 변화를 만듭니다. 빠띠와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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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경 의원 “가짜뉴스 제조기… 국힘 정신 차려라” [윤석열을 감옥으로]
윤석열 체포 밤샘 집회 사진을 ‘윤석열 지지자’로 조작한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만행에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이 ‘본인 등판’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지난 주말 시민들과 함께 눈을 맞으며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체포 밤샘 집회를 이어갔는데, 이 모습이 SNS에서 ‘인간 키세스’로 불리며 큰 화제가 됐다. 이상휘 국민의힘 국회의원(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이 페이스북에 윤석열 탄핵 반대 글을 올리면서 해당 사진을 자의적으로 편집한 왜곡된 사진을 써 논란이 됐다. 정혜경 의원의 모습은 잘라낸 채, 은박 담요를 덮고 있는 시민의 모습만 담기도록 편집해 마치 탄핵 반대 시민들인 것처럼 조작한 사진이었다.(관련기사 : <‘윤 체포’ 시위 사진을 지지자로 둔갑시킨 국힘 의원>) 정혜경 의원은 6일 오전 9시 국회 소통관에서 ‘가짜뉴스 제조기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 의원은 지난 주말 시민들과 함께 밤샘 집회를 이어갔던 당시 상황을 먼저 설명했다. “지난 3일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경호처에 막히면서 성난 시민들의 한남동 관저 앞 농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 3일부터 2박 3일의 철야 농성에 함께했습니다. (…) 영광스럽게도 눈이 오는 와중에 시민들과 함께 즐겁게 ‘윤석열 체포’를 외치며 노래하던 저의 사진은 SNS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어 정 의원은 자의적으로 편집한 왜곡된 사진을 페이스북에 멋대로 사용한 이 의원의 만행을 규탄했다. “그런데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장이라는 직책을 맡은 이상휘 의원은 함박눈이 오는 와중에도 ‘윤석열 체포’를 외치던 시민들의 결기가 참 부러웠나 봅니다.이상휘 의원은 저희 의원실 사진을 불법으로 도용, 편집하여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리고서는 마치 함박눈이 오는 와중에도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사진을 도용한 것도 부족했던지, 저의 얼굴은 자르고 편집하는 섬세함까지 보여주셨습니다.(…) 저희는 국민의힘에게 도덕과 양심을 바라지 않습니다. 제발 법이라도 제대로 지키시기를 바랍니다. 원작자의 허가 없이 사진을 도용하면 저작권법 위반이며,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명예훼손죄에 해당합니다.” 원본 사진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및 정혜경 의원실에서 제공한 사진이다. 이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확대해 자세히 살펴보면, 정 의원의 얼굴 일부와 팔꿈치 일부도 보인다. 공교롭게도 원본 사진이 SNS에서 ‘인간 키세스’로 화제가 됐던 날(5일), 국민의힘은 또 다른 허위사실 유포로 논란을 일으켰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산하 ‘진짜뉴스 발굴단’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경찰청 직원 명의로 게시된 ‘우리 직원 머리 맞아서 혼수상태’라는 글이 올라왔다”고 밝혔지만, 경찰 측 확인 결과 이는 허위사실로 판명됐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상휘 의원. 가짜뉴스를 잡겠다고 적극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특위 위원장이 손수 가짜뉴스 생산에 앞장서고 있는 꼴이다. 정 의원은 국민의힘의 이 같은 허위사실 유포 문제도 함께 비판했다. “인터넷 뉴스 검색만 해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을, 무슨 의도인지 블라인드 게시판 내용만을 근거로 가짜뉴스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쯤 되면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와 ‘진짜뉴스 발굴단’은 가짜뉴스를 찾는 곳이 아니고, 가짜뉴스를 제조하는 곳 아닙니까?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가짜뉴스로 국민을 속이는 국민의힘은 정신 차리시기를 바랍니다.” 셜록은 지난 5일 이상휘 의원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못했다. 기자가 “사진을 왜곡하고 조작해서 사용한 부분에 대해 인정하는지” 문자로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셜록이 문자를 보낸 직후인 당일 오후 7시 30분경, 이 의원은 돌연 문제의 사진을 내리고 다른 사진으로 수정했다. 새로 바뀐 사진은 한남동 북한남삼거리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모습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7일 국회에서 이뤄진 윤석열 탄핵소추안 1차 표결에 불참한 의원이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 105명은 1차 표결에 집단으로 불참해 표결 자체가 성립되지 못했다. 이 의원은 대선 당시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 기획실장을 지냈다. 이 의원은 언론사 데일리안 공동대표 출신으로, 국회의원 출마 전 세명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일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엔 청와대 춘추관장과 홍보기획비서관 직무를 맡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힘 의원 30여 명은 6일 오전 6시경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해 대통령 관저 앞으로 집결했다. 여기에 이상휘 의원도 참석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
‘윤 체포’ 시위 사진을 지지자로 둔갑시킨 국힘 의원[윤석열을 감옥으로]
이상휘 국민의힘 국회의원(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이 윤석열 탄핵 반대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사실을 왜곡한 사진을 사용했다. 윤석열 체포 밤샘 집회에 참석한 ‘인간 키세스’ 사진을 편집해, 마치 탄핵 반대 시민들인 것처럼 조작한 것. 이상휘 의원은 5일 오후 6시경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렇게 버티고 있습니다. 29번의 (더불어민주당의) 탄핵과 내란과 반역이라는 겁박에도 이렇게 지켜내고 있습니다. 결국은 이겨낼 것입니다. (…) 이분들의 애국은 그것을 기어이 드러내게 할 것입니다. 오늘 이 대한민국의 처절한 아스팔트가 그렇게 웅변하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게시글을 올리면서 사진 두 장을 첨부했다. 문제는 이 의원이 사실을 왜곡한 사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 의원이 지칭한 “이분들”은 탄핵 반대 시민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첨부한 사진은 윤석열 체포와 파면을 촉구하는 밤샘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었다. 해당 사진은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시민들과 함께 눈을 맞으며 대통령 관저 인근(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밤샘 집회를 이어간 모습으로, 당일 SNS에서 ‘인간 키세스’로 불리며 큰 화제가 됐다. 해당 사진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및 정혜경 의원실에서 제공한 사진이다. 이상휘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은, 해당 사진을 자의적으로 편집한 것으로 보인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의 모습은 잘라낸 채, 은박 담요를 덮고 있는 시민의 모습만 담기도록 편집했다. 이 의원이 올린 사진을 확대해 자세히 살펴보면, 정 의원의 얼굴 일부와 팔꿈치 일부도 보인다. 조잡한 방법으로 악의적으로 왜곡된 사진. 이상휘 의원이 이를 알았든 몰랐든, 현직 국회의원이란 사실을 볼 때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걸로 보인다. 심지어 이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5일 진실탐사그룹 셜록에게 이렇게 말했다. “민주노총에서 제공한 사진을 갖다가 대통령 탄핵 반대 쪽에서 한 집회인 것처럼 썼더라고요. 그리고 정혜경 의원만 안 나오게 해서 (탄핵 찬반 시민) 구분이 안 가도록 (사진을) 편집해서 쓴 거는 상당히 악의적이라고 봅니다.눈 오는 가운데 밤샘 농성을 하고 있는 이 사람들의 헌신과 노고를 자기네들(국민의힘) 걸로 이렇게 훔치려고 한 거죠. 탄핵 반대 집회 쪽에서 ‘스탑 스틸(stop the steal)’ 이런 피켓을 들고 있는 것 같던데, 이 의원의 행동이야 말로 훔치는 거지요. 악랄하게 불법적인 행동을 자행하고 있는 게 국민의힘 집단이 아닌가 싶습니다.” 셜록은 5일 이상휘 의원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했다. 5번 넘게 전화를 걸었지만, 이 의원을 연락을 받지 않았다. 기자가 “사진을 왜곡하고 조작해서 사용한 부분에 대해 인정하는지” 문자로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상휘 의원은 당일 오후 7시 30분경, 문제의 사진을 내리고 다른 사진으로 수정했다. 새로 바뀐 사진은 한남동 북한남삼거리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모습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7일 국회에서 이뤄진 윤석열 탄핵소추안 1차 표결에 불참한 의원이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 105명은 1차 표결에 집단으로 불참해 표결 자체가 성립되지 못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체포영장이 집행 중이던, 지난 3일 대통령 관저로 찾아가기도 했다.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거나 집행에 반대하는 데 동참하기 위한 걸로 해석된다. 이 의원은 대선 당시엔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 기획실장을 지냈다. 한편, 서울서부지법은 5일 윤석열 측이 신청한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발부받은 체포영장 유효기간은 오는 6일까지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
연말정산 매니절! 2024 Recap 해줘. (下)
이번 2024 연말정산 콘텐츠는 두 편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연말정산 매니절!  2024 recap 해줘. (上) : 1월-7월 연말정산 매니절!  2024 recap 해줘. (下) : 8월-12월 8월 1일 청라 전기차 화재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 1층에 주차된 벤츠 EQE 350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진압에만 무려 6시간 가까이 소요되었으며 다수의 이재민들이 발생했습니다. 약 4개월 동안 경찰이 수사하고 있지만, 정확한 화재 발생 원인을 밝히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경찰 조사를 받은 벤츠 본사 소속 기술자는 “배터리 자체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구성권 청구 대상을 특정하기 어려워지면서, 벤츠 측도 형사 처벌을 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사고와 더불어 여러 차례 전기차 사고가 발생하자, 시민들은 전기차에 대한 불안이 커져 ‘전기차 포비아’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일부 아파트에서는 ‘전기차주가 눈치껏 지상 주차장에다가 주차하라’는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합니다. 현대와 기아가 전기차 화재 관련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6일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입국 2023년부터 정부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저출생의 원인으로 꼽히는 육아와 돌봄의 부담을 값싼 외국인 인력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것인데요. 이들의 최저임금 적용 여부에 대한 논란도 많았습니다. 결국 시법사업에는 최저임금이 적용되었지만,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에서는 저출생 해결을 위해서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필수적이라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후 9월 23일, 두 명의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숙소를 무단으로 이탈하여 강제 출국한 사태가 벌어졌는데요. 혹자는 가사관리사를 외국인에게 맡긴 문제라고 비난을 가했지만, 그 실상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었습니다. 7개월이라는 짧은 계약 기간, 여전히 논의 중인 최저임금 적용여부 등은, 고용의 상태를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그들은 한국어 시험, 국가 가사관리사 자격증 등 한 달이 넘는 채용 과정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 빚을 안고 한국에 오게 됩니다. 그런 그들이 마주한 불안정성은, 가사관리사 업무를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닌, 공장에서 미등록 이주민으로 일하게 만들게 되는 것이죠. 근본적으로 저출생 해결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2월이면 시범사업의 계약기간이 종료됩니다. 현재 ‘무정부’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적합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29일 아시아 첫 기후소송 위헌 8월 29일, 정부의 기후 대응이 일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 소송은 아동과 청소년, 시민단체, 영유아 등이 직접 참여한 아시아 첫 기후 소송이었는데요. 정부가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를 규정하지 않은 것을 위반사항으로 본 것입니다. 2024년 4월은 1973년 이후 지난 51년 사이 가장 더웠다고 합니다. 5월도 아닌 4월에 한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르기도 했지요. 6월부터 열대야도 시작했습니다. 11일 강원도 강릉에서 첫 열대야가 발생했고, 21일 서울에서도 시작되었습니다. 미친 듯이 더웠던 여름, 온열질환 환자들도 늘어났습니다. 5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전년도보다 31.4% 늘어 3,704명이 온열질환을 겪었고, 폭염으로 인해 34명이 사망했습니다. 사망자 대다수는 노동자, 농민, 빈곤층이었습니다. 몇 년 전 추석에는 니트를 입고 할머니집에 방문을 했었는데요. 올 추석에는 반팔을 입었습니다. 11월에 때 이른 폭설도 이례적이었고요. 한국만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홍수, 가뭄, 폭염, 폭우, 산불 등 예측할 수 없는 참사들이 일어났습니다. 기후위기는 필연적으로 불평등과 엮이게 됩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죠. 뜨거운 햇볕 아래 개인이 잘 버틴다고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구조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2025년에는 범지구적으로 적극적인 기후 대책이 마련되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도록 많은 시민들의 관심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딥페이크 범죄 확산 지난 8월, 딥페이크 피해학교 명단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하지만 실제 피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는데요. 그런데도 전국 각지에서 자신이 딥페이크 합성물에 피해자라는 10대들의 신고들이 잇따라 접수되었습니다. 이에 2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는 명단에 포함된 학교들을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최소 50곳에서 실제 피해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딥페이크 성 착취물 유포는 텔레그램을 통해서 진행되는데요. 8월 텔레그램 이용자 증가 폭의 3분의 1인 약 10만 명이 10대 이하로 집계되었고, 전월보다 31만이 넘는 인원이 이용했습니다. 국내에서 딥페이크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10대의 비중이 큰 만큼, 빠른 대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2024년이 끝날 때까지 딥페이크 관련 대책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10월 초에 있는 국정감사에서는 딥페이크라는 단어조차 언급되지 못했는데요. 교육부에서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9월 15일 프로야구 천만 관중 시대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 ‘천만 관중 시대’가 열렸습니다. 2024 KB리그는 15일 4개 구장에 총 7만 7,084명이 입장했고, 시즌 관중 1,002만 758명을 찍었습니다. 제 주변에도 프로야구에 입문하게 된 친구들이 많은데요. SNS에서 가장 쉽게 프로야구를 볼 수 있는 릴스는 ‘삐끼삐끼’ 응원입니다. 삐끼삐끼 춤은 해외에서 한국 프로야구리그의 응원 문화를 소개하는 온라인 밈이 되었는데요. 한국 프로야구 영문 팬사이트를 운영하는 댄 커츠는 “한국 야구 경기에선 점수는 중요하지 않다. 팬들은 일어나 노래를 부르고 환호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12월 내내 이어진 시위 현장이 떠올랐는데요. 민주주의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콘서트 현장을 만든 시위, 그곳에는 2030 여성들의 몫이 컸습니다. 프로야구 천만 관중 시대를 열게 된 주요 원인으로도 2030 여성이 꼽히고 있는데요. KBO가 7월 올스타전의 예매 성향을 분석한 결과, 여성이 68.6% 남성이 31.2%로 두 배 이상의 격차를 보입니다. 이 정도면 2030 여성들이 한국 문화를 이끌어가는 주역으로 볼 수도 있겠네요 😊 19일 뉴스토마토, 명태균 게이트 첫 보도 지난 4월 총선 때 김건희 여사가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이 뉴스토마토를 통해 보도 되었는데요. 이곳에서 ‘명태균’이라는 이름이 등장하게 됩니다.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그는 ‘미래한국연구소’라는 여론조사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윤석열-명태균 과의 전화, 김건희-명태균과의 텔리그램 문자 등이 공개된 상태인데요. 미래한국연구소의 회계 책임자 강혜경씨가 10월 4일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되어 많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입니다. 명태균이 여론조사 마사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이끌었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렇게나 얘기하던 선거조작, 그만큼 심각한 것이 여론조사 조작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표면에 불과했는데요. 명태균은 국민의 힘 곳곳에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습니다. 김영선 전 의원의 소개로 이준석 대표, 김종인 전 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다양한 국민의 힘 주요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안철수 의원, 김진태 강원지사, 박완수 경남 지사는 단일화 및 공천 지원의 의혹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한 나라의 여당에서 뜬금없는 한 인물이 비선 실세로 당원들을 조롱한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11월 15일 명태균과 김영선 전 의원은 모두 검찰에 구속되었으며, 23일에는 명태균의 황금폰 녹취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10월 10일 한강 노벨상 수상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기뻐하지 않은 이가 있었을까요? 한국의 역사 속 폭력에 대해 글을 쓰는 한강 작가. 저는 중학교 시절부터 ‘윤동주 시인의 시는 정말 아름다운데, 이를 오직 한국어가 모국어인 한국인들만 이해할 수 있어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번역이 까다로운 한국어로 쓴 글이 타국에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제 편견이 있었나봅니다. 당연히 노벨 문학상 수상을 기대하지 않은 제가 부끄럽네요. “for her intense poetic prose that confronts historical traumas and exposes the fragility of human life”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영약함을 드러내는 강력한 서정적 산문”을 이유로 한강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습니다. 10월 17일, 한강 작가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라는 말을 전하며 수상 기념 기자회견과 축하연을 모두 사양했습니다. 국가폭력이 더 섬세해지고 교묘해진 현대 시대에 ‘스스로가 폭력을 저지르고 있지는 않은가’ 돌아볼 수 있는 작가님의 말이었습니다. 12월 7일, 노벨상 수상자로서 특집 강연도 했는데요. <소년이 온다>의 자료들을 정리하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계엄령이 선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은 과거의 계엄령 속 죽은 자들을 떠올립니다. 그렇게 우리는 과거에 빚을 집니다. 폭력이 난무한 세계에 사랑을 찾기 위해 노력할 용기가 생기지 않나요? 저는 그렇습니다. 15일 하니 ‘직장 내 괴롭힘’ 국정감사 참고인 출석 2024 국정감사를 떠올릴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단연코 ‘하니’인데요. 해당 국정감사에 관한 이슈로는 두가지를 뽑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이목 끌기 식의 국정감사. 둘째, 노동자로서의 아이돌 그룹. 10월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고, 그 자리에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팜 하니가 출석했습니다. 한화오션 노동자 사망사고(5명)도 현장에서 함께 다뤄졌는데요. 한화오션 사장이 하니와 함께 밝은 웃음으로 셀카를 찍어 논란이 되기도 했지요. 특히 한국어가 서툰 하니의 출석이 ‘올바른 국정감사’인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당일 뉴스들에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내용보다는 하니의 말투, 하니의 사진, 하니의 외모에 대한 내용 가득했습니다. 국가 기관을 견제하는 수단으로서 진행하는 국정감사, 제대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뉴진스는 이전 아이돌 그룹과 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 듯 보입니다. 11월 28일 뉴진스는 독자적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회사의 계약 위반에 대해 밝혔습니다. 이전까지 한국에서 아이돌 그룹은 엔터사의 계약에 묶여 소유물처럼 여겨졌는데요. 해당 기자회견은 주체적인 아티스트의 면모를 보이며, 앞으로 연예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11월 21일, 노동부에서는 뉴진스 하니가 노동자가 아니라며 직장 내 괴롭힘 민원을 종결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의 형태가 변하고 있습니다. 콜센터 노동자, 프리랜서, 새벽 배달노동자, 가짜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 유튜버, 크리에이터 등. 변화에도 불구하고 제도는 굳어져 있습니다. 노동자의 권리 또한 신장되지 못하고 있죠. 2024년 뉴진의 행보는 그저 ‘영약한 아이돌의 대응’이 아닙니다. 노동의 확장성,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내용입니다. 11월 11일 동덕여대 공학 전환 반대 시위 11월 5일 동덕여대 대학비전혁신추진단은 ‘남녀공학 전환’이 포함된 다양한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내용이 동덕여대 커뮤니티에 빠르게 퍼지자, 총학생회장은 사실 여부에 대해 본부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대학 본부와 학생회의 입장이 달라지는데요. 대학 본부는 ‘교무위원회의 이후에 총학생회나 전체 학생들과 논의할 것이며,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을 했습니다. 반면 총학생회는 ‘공식 회의 안건은 아니었지만 논의된 건 사실이며, 그 자리에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이후 11일, 대학 본부는 총학생회장과의 회의 취소를 통보했습니다. 이를 두고 학생들은 ‘학교 본부는 소통할 의지가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사실 이런 생각은 한 번에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학교 내에서 트럭에 치여 학생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학교의 느린 대처, 학생 의견 수렴없이 학사제도 개편, 교내 외국인 남학생의 캣콜링에 대한 무대응 등. 이미 수차례 불통이 있던 것이 학생들이 분노를 참지 못하는 원인이 되었던 것이죠. 12일에는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온 경찰이 “나중에 애 낳아야 하는데”라는 말을 하며 여성의 역할을 축소하기도 했으며, 16일 오후에는 보수 성향 단체 ‘신남성연대’가 학생들을 ‘폭도’로 규정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공학 전환 반대’의 의제로만 바라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본부로 인한 불만은, 동덕여대 말고도 전국 각지 대학들에서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학내에서 일어하는 성추행, 교수의 지위를 활용한 갑질 등과 같은 사건이 일어나면, 본부는 학생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사건을 수습하기 급급하죠. 우리는 근본적으로 질문해야 합니다. 2024년의 대학은 학생을 소비자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요?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대학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20일 전세사기 법정 최고형(15년) 판결 1월 24일, 부산에서 180억 원의 전세사기를 벌인 가해자에게 1심 판결로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난 11월 20일, 대법원은 그대로 확정지어, 선고할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을 선고했습니다. 여러 청년들에게 고통을 준 전세사기 사건 중 처음 나온 대법원 판결이기에, 앞으로의 전세사기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저 또한 이때 판결문을 읽으며 눈물을 많이 흘렸는데요. 원래 판결문 중 양형은 길어야 1~2쪽 분량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해당 판결문에는 15쪽에 달하는 양형 이유가 적혀져 있습니다. 부모에게도 말하지 못한 전세사기 피해자 청년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들 앞에 놓인 미래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따뜻한 언어, 그리고 피고인의 문제를 정확하게 꼬집는 냉철한 언어, 멋있는 어른입니다. 26일 폭설 11월 26일, 2024년의 첫 눈이 내렸습니다, 근데 좀 많이 곁들인. 아침에 일어나니 온 세상이 하얗습니다. 등교하는 길 내내 아이들은 눈싸움을 하고, 아빠들은 썰매를 끌고, 학생들은 눈사람과 눈오리를 만드는 모습을 보았죠. 서울은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7년 만에 역대 11월 최대 적설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아직 단풍이 가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에 눈이 쌓입니다. 알록달록 색 위에 흰 눈, 예쁘게 보이기도 하지만 어딘가 무섭기도 합니다. 돌아보면 9월 추석 때까지 매우 더운 날씨가 이어졌는데요. 이로 인해 바닷물이 평년보다 더 따뜻해졌고, 이 상태에서 찬 공기가 만나 습기가 가득한 눈구름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쉽게 눈사람을 만들 수 있는 ‘습설’이 되어 오랜 기간 폭설이 내린 것이죠. 3일 내내 내린 눈은 엄청난 피해를 몰고 왔습니다. 고속도로에서 화물차들이 미끌어지거나 추돌하는 사고들이 발생했습니다. 강원도에서는 블랙아이스로 인한 53중 추돌 사고도 발생하였는데요. 항공기와 대중교통, 여객선 등 운영이 잠시 중단되었습니다. 지풍이 파손되거나 소나무 등의 가로수들이 부러져 인명피해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제설작업 중이던 시민들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14일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 대통령 직무 정지 22일 남태령 대첩 27일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탄핵 31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해야 할 말이 정말 많습니다. 수많은 사실들이 나오고 있지만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군을 동원하였다.’ 이후 최상목 대통령 권항대행 부총리의 헌법재판관 2명으로, 헌법재판소가 8인 체제가 되었습니다. 속도를 더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죠. 국정이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빠르게 내란 동조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필요할 듯 합니다. 투쟁! 30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탭승객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추락하여 179명이 사망했습니다. 겨울이 정말 길게 느껴지네요. 아직까지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인데요. 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한 기체 고장과 콘크리트 둔덕에 의한 화재 등, 다양한 원인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진상 규명도 중요하지만, 참사로 인해 돌아가신 피해자분들에 대한 애도는 잊혀져서는 안됩니다. 박한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협의회 대표는 긴급 브리핑을 열어 기자들에게 호소했는데요. 정부 사람들과 약속했던 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가족들의 시신을 보호하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참사 피해자들이 끝까지 존중될 수 있도록, 온전히 애도하는 마음으로 함께하고 싶습니다. 1월 3일 오늘 오후 13시 30분경,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이 중지되었습니다. 저는 2024년을 돌아보는 글을 작성하며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만큼 시민이 모여야 바뀌는구나’ 그리고 ‘이만큼 시민이 모여도 힘들구나’. 갑자기 뜬금없이 해외에 사는 제 지인의 말을 빌리고 싶은데요. ‘한국은 정말 이상해. 어떤 것은 정말 빠르게 성공적으로 끝내고, 또 어떤 건 심각하게 변하질 않아.’ 한국 사회를 꿰뚫는 말이네요. 우리의 한국은 때론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것을 180도 변하게 만드는 힘도 있고, 기존의 것을 꾸준히 유지하려는 관성도 있습니다. 이제 시민들이 그 기준을 정할 때가 된 것 같아요. 변해야 할 것과 끝까지 지켜야 할 것. 2024년 12월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우원식 의장님의 말을 빌려 여러분들께 외쳐봅니다. 취소했던 송년회를 재개하세요! 대화하고 연대해 민주주의 직접합시다!
연말정산 매니절! 2024 Recap 해줘. (上)
이번 2024 연말정산 콘텐츠는 두 편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연말정산 매니절!  2024 recap 해줘. (上) : 1월-7월 연말정산 매니절!  2024 recap 해줘. (下) : 8월-12월 연말과 연초, 다들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새해 계획을 세워본 경험이 없는데요. 새해를 맞이해 해돋이를 본 적도, 새로운 마음을 다잡은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하는 게 있다면! 한 가지! 애정하는 지인들과 따뜻한 인사를 나누며 지난해를 돌아본답니다. 그리고 나만의 어워드를 만들고는 하죠. 애정하는 빠띠와 함께하는 송년회 이벤트로 2024년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2024년의 한국 사회를 그려보며, 사회에서의 ‘나’는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떠올려보아요! 1월 1일 평창 LPG 충전소 폭발 사고 2024년 새해 첫날, 평창 LPG 충전소 폭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현장에 있던 차량 블랙박스와 인근 CCTV를 보면, 영화 <엑시트>의 한 장면 혹은 안개처럼 가스가 도로에 깔린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운전기사의 부주의가 결정적 사고 원인이었는데요. 현장에서의 안전불감증이 큰 영향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공급자 부주의 사고는 2022년 5건, 2023년 4건, 2024년에는 7건으로 역대 최대치라고 합니다. 2월 6일 의대 증원 발표 2월의 시작인 1일, 정부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는데요. 이를 뒤이어 6일, 보건복지부장관은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발표했습니다. 4년 예고제 없이, 2000명에 대한 구체적인 배경 없이, 2025학년도 입학 정원을 늘렸다는 것에 반대하며, 대한민국 전역에서 반대 집단행동이 이어졌습니다. 2월 19일 밤 11시 기준으로 5,41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이는 소속 전공의의 55% 수준에 달합니다. 2월 19일 피해 신고 지원센터가 운영되고 피해 상담이 지속적으로 접수되었지만, 정부에서는 의료 공백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5월 25일, 27년 만에 2,000명이 아닌 1,509명 증원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소통과 합의 없이 이루어진 결정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2025학년도 의대 수시 지원에는 7 만명이 몰렸습니다. 두 학기째 휴학하고 있는 의대생들이 복학하고, 늘어난 신입생들까지 학교에 몰리게 된다면 수업 진행 과정 혹은 학사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런 상황 속 응급실 뺑뺑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적다 보니, 소방대원들뿐만 아니라 함께 있는 보호자도 병원에 전화를 돌립니다.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모인 톡방에는 수시로 가능한 병원이 어딨는지, 묻는 글들이 올라옵니다. 구급차에 탔지만 1시간 이상 차에만 있어야 하는 현실 속 사망 사례들이 종종 나타납니다. 영국의 NHS(National Health Service, 국민 보건 서비스)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의료 복지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의료복지도 그에 못지않은 찬사를 받습니다. 의료보험이 전국으로 확대된 이후, 우리는 비교적 의료에 대한 접근이 쉬웠는데요. 단 1년 만에 의료 체계는 전부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다음 정부의 가장 중요한 해결 사안은 의료 대란 종식이어야 할 것입니다. 16일 “R&D 예산 삭감 항의” 카이스트 졸업생 입틀막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은 R&D예산을 5조 2000억 원을 삭감했습니다. 정부는 예산 사용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낡은 관행을 걷어내기 위함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우수하다고 평가받은 사업들의 예산 또한 삭감되었죠. 과학 강국을 만들겠다던 정부는 오히려 기존 카르텔을 강화하는 방향을 택한 것입니다. 그리고 2024년 2월 16일,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하던 중 석사과정 졸업생이 “R&D 예산을 복원하라”고 외쳤고, 대통령 경호처 경호원들에 의해 ‘입틀막’ 당한 채 경찰서로 연행되었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입틀막은 이 사건 전후로 여러 차례 이어졌습니다. 1월 18일, 대통령에게 국정 기조를 바꾸라고 소리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입틀막 이후 사지가 들려 퇴장당했습니다. 2월 1일, 대통령이 참석한 의료개혁 민생토론회 행사장에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윤 대통령에게 전할 말이 있다’고 경호처 경호원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언쟁이 시작되자 결국 그들은 임회장의 입을 틀어막고 경찰에 연행했습니다. 민생토론회,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토론회였지만 권위주의적인 방식으로 시민을 제압한 현장이었습니다. 3월 과일값 폭등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에서 과일류의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전년도에 비해 사과는 91.0%, 배는 61.1%, 귤은 78.1%, 딸기는 23.3% 등 주요 과일 가격이 모두 폭등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사과를 ‘금사과’라고 부르며 ‘귤’을 찾았고, 또다시 귤의 가격이 높아진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가격 상승에 대한 주요 원인은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량 급감으로 보고 있습니다. 10월에는 배춧값이 폭등하여 김장이 어렵다는 기사들이 쏟아졌는데요. 배추 한 포기에 2 만원 혹은 두 배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앞선 과일 폭등과 마찬가지로, 여름철 폭염으로 인해 고랭지 배추의 생육이 부진했다고 합니다. 정부는 배추 가격 급등에 대응하여 중국산 배추를 공급하기도 하였습니다.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제22대 대통령 윤석열의 임기는 2022년 5월 10일 시작되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 총선을 진행했죠. 모두가 알다시피, 22대 총선은 야당의 압승, 여당의 참패였습니다. 혹자는 총선이 ‘정권심판’이라고 합니다. 지난 2년 동안 윤석열 정권에 실망한 사람들이 대다수였을까요. 여당은 전체 의석의 36%만을 차지하게 됩니다. 야당이 200석을 넘게 가져가게 된다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 가능하고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175석을 가져가게 되면서 민주당은 국회의 주도권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당은 야당, 특히 민주당의 동의 없이 법률이나 예산안 통과가 불가능해졌고, 대통령 또한 인사권을 제왕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4년 전과 똑같은 정치 지형. 국민의 힘은 그동안 뭘 한 걸까요? 여당도, 대통령도, 이에 대한 적극적 고민과 반성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요. 2024년 후반까지 같은 행보를 유지한 것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22일 어도어 경영권 분쟁 - 민희진 어도어는 2021년 설립된 하이브 산하 레이블입니다. 그리고 민희진은 어도어의 대표이죠. SM에서도 소위 ‘잘나가는’ 프로듀서였던 민희진이 하이브의 러브콜을 받고 이직해 온 것입니다. 한편 올해 4월, 하이브는 내부고발자의 제보로, 하이브가 보유하고 있는 어도어의 주식을 팔아 ‘탈하이브’하고자 한 정확을 포착했다며 민희진 대표 등에 감사를 착수했습니다. 4월 22일, 민희진은 방시혁과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사태’로 인해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맞지만, 경영권 탈취에 대한 내용은 반박하는 공식 입장문을 게시했습니다. 이후 25일, 민희진은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어 그간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해명했습니다. 방시혁과 나눈 카톡과 뉴진스가 아닌 다른 아이돌 그룹 및 회사들이 언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죠. 이뿐만 아니라 공식 석상임에도 거친 언행으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럴까, 통쾌하다’ 라는 지지를 동시에 받기도 합니다. 해당 기자 간담회를 통해 ‘국힙원탑’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하였으며, SNS에서는 각종 패러디가 넘쳐났고, 당일 입었던 모자와 옷의 정보들이 SNS상에서 돌아다녔습니다. 이후 11월 20일, 민희진 전 대표는 사내이사에서 사임하였습니다. 단순히 민희진과 하이브의 갈등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건입니다. 하이브 내부 거버넌스에서의 문제들과 산하 레이블에서의 구조적 문제들도 발견되었는데요. 민희진은 자신이 뉴진스의 ‘엄마’라고 하며 뉴진스의 처음부터 모든 걸 만들어낸 ‘창조주’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뉴진스의 정체성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앞으로 성공하는 아티스트들의 정체성은 고유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5월 28일 북한 오물 풍선 살포 북한은 28일 밤부터 오물을 담은 풍선을 대한민국 영토에 살포했으며, 20일 오전에 경기·강원·전라·충청 등에서 150여 개가 처음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군에서는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하여 대북 심리전 수단인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신원식 국방장관은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 장소에 총격이나 포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 중”이라고 밝혔지만, 생명의 해를 가할 수 있음에도 소극적인 대처를 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한편 12월 26일, 경찰에 압수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북방한계선 북 공격 유도’ ‘백령도 작전’ 등의 메모가 발견되었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오물 풍선 원점 타격을 지시했다는 주장도 나타났습니다. 이때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안보 위기를 이유로 비상계엄 선포에 활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6월 24일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 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났습니다. 23명이 사망했고, 이들 중 18명은 이주민입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18명 중 17명은 재외동포(F-4) 비자를 가진 중국 동포들입니다. 이들은 인력업체 ‘메이셀’을 통해 아리셀에 일용직 노동자로 파견된 것입니다. 한편 조사 과정을 통해, 메이셀이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에 가입하지도 않았으며, 도급계약도 맺지 않은 상태임을 발견했습니다. 비전문취업(E-9)비자의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변경의 제한, 체류 기간의 제한, 취업 가능 업종에 제한을 받습니다. 하지만 중국동포들은 이와 같은 제약이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한데요. 그런데도 불법적인 인력업체인 메이셀을 거쳐,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아리셀 공장에서 일하다 결국 사망하게 된 것입니다. 현재 노동의 가장 말단에는 이주노동자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 마치 인도의 카스트제도의 계급처럼 - 비자를 통해 근로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데요. 더 세분된 비자 체계는 오히려 배제와 차별을 낳게 됩니다. 예외 상황에선 더욱 취약하죠. 더불어 노동 실태 파악도 어렵습니다. 한국의 1.2차 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의 노동에 질려 모두 떠나가면 어떻게 될까요? 제발, 있을 때 잘했으면 합니다. 7월 1일 시청역 역주행 사고 7월 1일 오후 9시, 시청역 교차로에서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를 200m가량 역주행하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했습니다. 사망자들 중 일부는 회사에서 상을 받은 날이었고, 일부는 승진 축하 자리였던 사연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이 이어진 사고입니다. 운전자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8월 20일 검찰은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이 사건의 또 다른 이슈는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증 반납’이었습니다. 운전자가 68세 고령 운전자인 점을 주목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전체 교통사고 가운데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 비율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교통사고 5건 중 1건이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였는데요. 서울시에서는 70세 이상 어르신이 운전면허를 자진반납했을 때 10만원 교통카드의 혜택을 준다고 합니다. 한편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 자가용의 필요성이 덜하지만, 지방의 경우 자가용이 아니면 이동이 매우 어렵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기도 합니다. 18일 대법원의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소득이 적거나 없는, 직장가입자의 배우자는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공단은, 사실혼 관계였던 동성부부 김용민씨와 소성욱씨에게 ‘동성 결합은 사실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등록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전했는데요. 이에 소성욱씨는 “실질적 혼인 관계인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하는 것은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에 어긋난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 결과 대법원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사실혼 관계가 아니라고 판단한 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에서 나온 사실상 첫 판결인데요. 평등으로 가는 길, 인권이 존중받는 길, 우리 잘 걸어오고 있나 봅니다. 27일 2024 파리 올림픽 개회 - 안세영 선수, 대한배드민턴협회 부조리 폭로 지난 7월과 8월은 올림픽의 열기(+ 기후위기)로 한국이 한껏 후끈후끈하였는데요.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 총 32개로 종합 순위 10위에 달했습니다. 어떠한 나라들보다도 작은 땅에서 이렇게나 우수한 선수들이 있다는 게 정말 벅찬 올림픽이었던 것 같습니다. 양궁 최고의 나라답게 전 종목에서 금메달 석권을 했지요. 지금 봐도 정말 주몽의 후예답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사격’ 종목이 많은 이목을 이끌었는데요. 사격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으며, 김예지 선수의 멋짐을 우리 모두 보았죠. 지금도 김예지 선수의 사격 장면에서, 제가 총을 맞는 것처럼 녹아내리네요😂 한편 8월 5일, 안세영 선수는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 획득 이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부조리를 폭로했습니다. "협회는 (선수들의) 모든 것을 다 막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한다. 한국 배드민턴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번에 금메달이 1개 밖에 안 나온 이유에 대해 뒤를 돌아봐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이후 안세영 선수에 대한 적절하지 않은 지원뿐만 아니라, 협회 임원진이 선수단 지원을 소홀히 하였으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가대표 선발에 개입한 정황도 파악하였습니다. 운동 협회들에 대한 비리 문제는 정말 ‘없는 곳이 없다’할 정도로 일파만파 퍼져있는 듯 합니다. 선수들 또한 노동자로서 일하는 만큼 건강에 대한 지원은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티몬.위메프 사태 이커머스 업체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자 대금 지급 환불 중단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다시 말해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환불 받지 못하고 있고, 판매자는 판매자대로 정산금을 받지 못한 것이죠. 이런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이커머스 정산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었는데요. 이커머스 업체의 수입은 거래금액의 수수료가 됩니다. 하지만 약 10% 정도 되는 수수료로는 큰 플랫폼을 운영하기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초기에 거대 투자를 받거나, 거래 업체의 정산을 늦춰 그 금액을 통해 운영을 하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남의 돈으로 돌려막기’하는 셈이지요. 지마켓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큐텐 사장 구영배 대표는, ‘큐텐’을 통해 ‘물류 사업’으로 나스닥 상장을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몸집을 키우기 위해 큐텐은 자본잠식 상태였던 티몬과 위메프를 싼 값에 인수하게 되었고, 이후 미국 온라인 몰 ‘위시’도 인수합병하게 됩니다. 인수 과정에서의 부족한 현금은, 또다시 정산금에서 끌어왔고, 그 결과 정산금은 점점 더 부족해지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커머스에서 정산의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3세대 이커머스는 어떻게 어려움을 해결해 낼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
📰 나중된 자들이 만든 광장, 새 민주주의로 향할까 🕯️
꺼진뉴스 다시보자 vol. 20 이번 호는 2024년 폴라리스 레터의 마지막 호입니다. 꺼뉴다보 20호에서 소개하는 모든 기사들은 12.3 내란 사태를 다룹니다. 연말이 연말 같지 않고, 연초가 연초 같지 않습니다. 내란이 철저히 준비된 과정과 그 엄중성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으며, 사태를 무마하기 위한 시도들에 대응하고 새로운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무기한의 과제를 맞게 되었습니다. 2024년과 2025년에 걸친 이 겨울은 참 이상야릇한 미완의 시간으로 남을 듯합니다. 과제의 무게와 장기성을 고려하여, 읽기와 리터러시의 필요를 놓치지 않으며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12.3 내란 사태의 타임라인을 잘 정리한 두 링크를 꺼뉴다보 20호와 함께 공유합니다. 한겨레가 정리한 12.3 내란 모의, 집행 타임라인과 독립언론네트워크가 아카이브하고 있는 12.3 내란 사태 이후 정국 전개입니다. 뉴스 외에는 그 좋아하던 것들조차도 보지 않게 되었다는 지금과 앞으로에 도움이 될 기록들입니다. 마지막으로 제주항공 7C2216편 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하며, 부상자들의 회복과 명백한 진상규명 및 수습을 기원합니다. 1. 사건과 구조: ‘극우 유튜버’처럼…왜 대통령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사로잡혔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월 12일 담화에서 비상계엄을 결심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선관위에 대한 국정원의 보안 점검을 꼽았다. 극우 유튜버의 부정선거 음모론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재료를 대통령도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기보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확산하는 데 권력의 의지가 투영된 흔적에 가깝다.✍🏻 이효상 기자, <경향신문> 12월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보여준 극우 유튜브에 심취한 노인과 같은 모습에 충격을 받으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당일 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명분으로 선거관리위원회 해킹, 시스템 부실 의혹을 골자로 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높은 비중을 할애하여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경향신문>의 기사는 부정선거를 증명하고자 대통령실과 국정원이 선거관리위원회에 가해온 외압과 부정선거 음모론의 불가능성을 소상하게 밝힙니다. 윤 대통령은 음모론에 빠져 사리분별을 못하는, 그런 불쌍한 사람이 아닙니다. 국가기관, 여당, 극우 유튜버와 사업자들과 조직적으로 음모론을 생산하고 관철하려 시도한 핵심 이해관계자입니다. 계엄 시도 무산 후에도 ‘계엄 당일 민주당 지지자들에 막혀 국회 출입을 못했다’는 나경원 의원, 남태령 트랙터 시위에 대해 ‘폭력적 난동으로 몽둥이가 답’이라 한 윤상현 의원의 발언과 같이 내란을 무마하기 위한 여론공작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가짜뉴스와 선동에 대해 촉각을 세우는 동시에, 망가진 언론 지형과 자유를 되살리기 위해 필요한 노력들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경향신문의 기사와 곁들여 윤 대통령과 여당, 극우 유튜버들의 음모론과 여론 장악 시도에 대한 몇가지 읽을거리들을 함께 부칩니다. 한겨레21은 윤석열 대통령의 12.12 담화 내용과 극우 유튜버 방송의 유사성을 중심으로 한 윤 정권의 극우 유튜버 의존 및 공생 관계를 다룹니다. 뉴스타파는 윤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부정선거 음모론 생산과 여론 공작에 관여하고 있는 조직의 실체와, 여당 유력 정치인들의 관여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5개 언론사가 합작한 언론장악 카르텔 추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명박-박근혜 시절 불법 지원으로 성장한 보수단체가 윤 정권의 여론 공세에 함께하고 있음을 밝힌 한겨레의 보도도 함께 읽어보세요. 뉴스 보러 가기 🔥 2. 오피니언: 87년 체제 너머 저 낮은 곳, 응답하라 정치야 2024년 윤석열 탄핵집회의 양상은 비슷하되 다르다. 무엇보다 구성원이 달라졌다. 민주화 투쟁을 경험한 기성세대의 참여는 여전했지만, 이번에는 촛불 대신 아이돌 응원봉을 든 젊은이가, 여성이 시위대의 다수를 차지했다. 성소수자의 깃발이 곳곳에서 나부꼈고 장애인도, 외국인도 드물지 않았다. 수많은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가 함께했으리라. 중산층 시민이라는 범주로는 포괄되지 않는 이들, 87년 체제가 제대로 대변하지 않는 이들이다. 삶의 위기가 이들을 광장으로 불러냈다. 정치가 응답할 차례다.✍🏻 조형근 사회학자, <한겨레21> 지난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불과 11일 전 내란 사태로 위기에 처했던 한국의 민주주의는 시민의 힘으로 회복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았으나 윤석열의 수사 불참석, 국민의힘의 미온적 대응 등 풀어야 할 과제는 많습니다. 한겨레21 칼럼은 2024년 윤석열 탄핵집회의 구성원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삶의 위기가 이들을 불러냈다고” 말하며, 촛불시위의 계보를 설명하기 위해 1987년 체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87년 체제는 군부독재에 맞선 6월 항쟁의 승리로 만들어졌지만, 당시 민중과 재야 (민중운동, 시민사회)를 배제한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직선제, 5년 단임제, 소선거구제를 골자로 하는 제도는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동시에 불평등 구조를 고착화하고 양당 독점 정치로 이어졌습니다. 형식적 민주주의는 진전됐지만,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배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이어져 왔습니다. 칼럼은 87년 체제가 이런 한계를 안고 반복되는 정치적 위기와 국민적 실망 속에서 그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번 탄핵과 광장의 목소리는 그 연장선에 있다고 말합니다. 기존의 체제가 대변하지 못했던 젊은 세대, 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광장으로 나섰고, 그들은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닌 근본적인 체제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탄핵 이후 올 민주주의는 더 포용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할테지요. 개헌 논의와 정치개혁, 그리고 배제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체제 구축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민주주의를 도래하길 바라면서, 칼럼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뉴스 보러 가기 🔥 3. 인터뷰: 장혜영·박지현 “2030 여성 새로운 정치 만들어갈 주체… ‘나중에’ 정치 멈춰라” "20대 남성들이 왜 계엄 사태에도 불구하고 광장에 나오지 않았는가는 기본적인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갖추는 데 실패한 것이다. 또, 반대로 2030 여성들이 많이 나왔으니까 여성들이 훌륭하다는 방식의 이야기는 여성을 대상화하는 것이다. 그 평가의 주체는 20대 여성 자신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권력층이 그때그때 자기의 입맛에 맞게 어떤 때는 20대 여성을 칭찬하고, 어떤 때는 20대 남성을 호명하면서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윤석열 탄핵이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윤석열 탄핵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신다인 기자, <여성신문> ‘여성들이 정말 많이 나왔네’ 탄핵소추안 가결 촉구를 위한 집회가 이어지던 12월 초엔 어렴풋한 짐작이었습니다. 집회가 거듭되며 짐작은 데이터로 증명됐습니다. 2030 여성은 민주주의를 이끌어가는 주체로 우뚝 섰습니다. 추운 겨울 여성들은 망설임 없이 광장으로 나섰고, 약자와 연대했습니다. 매번 여성을 지우고 외면해 왔던 정치권도 2030 여성을 호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과 의심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과연 차기 대선에서 정치권이 광장을 지켰던 여성들의 모습을 기억할 것인가 의문이 남습니다. 단순히 청년 여성들이 집회에 많이 나왔다는 사실보다 여성들의 정치적 에너지가 무엇을 성취할 것인지 주목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여성신문은 두 청년 여성정치인에게 정치권이 2030여성이 새로운 정치적 주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 물었습니다. 장혜영 전 정의당 국회의원과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입니다. 이들은 정치권이 젊은 여성들을 기특해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여성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지를 말합니다. 2030 여성이 여느 때보다 주목받는 현 상황에 대한 해석과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지점을 충실히 담아냈습니다. ‘응원봉을 쥔 손이 의사봉을 쥘 수 있게‘ 하려면 어떤 구조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지 짚은 2편까지 이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뉴스 보러 가기 🔥 에디터가 남긴 편지 매번 연말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지만, 올해의 12월은 정말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12월 3일 이후 우리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환호합니다. 여느 때보다 뉴스에 집중하고, 주말엔 방한용품으로 무장한 채 광장으로 나섭니다. 가만히 있어도 피로가 몇 배로 누적되는 요즘 무엇보다 힘이 되는 건 시민 간의 연대입니다. 폴라리스에도 그런 따뜻한 마음을 전달해 주신 독자분들이 계시는데요. 이번 에디터 레터에서는 이슈 딥다이브 9호 <이주노동자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가?>를 읽은 한 독자분이 남겨주신 글을 공유해 드리려 합니다. 정성스러운 피드백을 남겨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표합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2024.12.30. 에디터 모래🏖️ 드림 만든 사람들: 푸릇 🌿, 산호 🐠, 모래 🏖️ 지난 토요일 탄핵 찬성 집회를 마무리하고 돌아가던 중, 같은 시간에 광화문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서 참여자 수 과대추산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것 같다는 말이 SNS에 돌았었습니다. 동남아계로 추정되는 외국인들이 목에 탄핵 반대 팻말을 걸고 인파 속에 있는 사진과 함께요. 당연히 가짜뉴스(e.g., 사진 자체가 조작되었거나, 자발적으로 시위에 나왔을 경우 등)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이 평소에 처한 삶을 생각하면 이런 단기 알바가 제법 매력적일 수 있겠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돈도 주고,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고, 주말에 진행되며, 위험하지도 않으니까요. 전에 어떤 책에서 '우리는 이주 노동자들을 무시하지만, 이주 노동자들이야말로 그들이 나고 자란 곳에서는 가장 진취적이고 현명한 사람들'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자국의 경제적 지위, 타국에 나갔을 때의 비용과 효익 그리고 자신이 활용 가능한 제도까지 모두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곳에서 이방인으로서 살아남겠다 하는 의지와 실행력이 필요하지요. 아무리 그 과정에 브로커가 있다 한들, 결정은 본인 스스로 내린 것 아니겠나요. 자신의 삶을 개혁하고 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을 이 사람들이 과연 이 시위에서 사진이 찍히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을지, 이 시위의 맥락을 이해하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치는 흐름이기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단번에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자국에서 있을 때에 비해 정보를 접하는 인프라가 열악할 수밖에 없죠. 한국의 언론사들이 익숙하지도 않고, 일상표현이 아니라 정제된 한국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자국에 한국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는 언론이 없다면, 이들은 자의적으로 판단할 기회마저 박탈당한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결코 우민이 아니었을 이들이 언어적 장벽과 타국의 정치적 맥락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우민으로 이용되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주 노동자들이 안전한 환경, 법적인 보호 뿐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고 목소리를 낼 권리마저 잃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석하게도 사랑보다 혐오가 쉽고, 변화보다 관성이 쉽지요. 외부인으로서 한 사회에 녹아들기까지의 하루하루는 사실상 수많은 편견과 배척에 대한 투쟁의 과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와중에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 보통의 사람들의 삶이 팍팍해지니 이들에게는 추운 겨울이 얼마나 더 지속될 지 걱정도 됩니다. 트럼프의 정치 연설 법칙 중 하나가 최대한 쉽고 과격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하죠.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나,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사람들을 지지층으로 흡수하는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레토릭을 사용하는 글은 해석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피로감을 유발한다고 해요.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이들이 교육 수준이나 정치적 관심도가 낮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정치적 텍스트는 무조건 쉽고 직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안 그래도 혐오를 기반으로 한 정서는 통합되기 쉬운데,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마저 쉬우니 얼마나 파급력이 크겠습니까. 그래서 많은 국가의 극우주의 정당들이 저 방법을 택하고는 하지요. 국가를 막론하고 극우 세력이 전에 비해 득세하고, 자국우선주의가 강화되는 현 시점, 이주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행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이들의 생존,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위해 필요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적는 내내 나도 이주 노동자에 대한 편견이 가득해서 이런 말을 하고있는 것은 아닌지 수도 없이 읽어보게 됩니다. 아무리 제가 이런 저런 말을 늘어놓아봤자 저는 한국인이고 해외에서 살아본 경험이라고는 제도와 기관의 보호를 받는 교환학생으로서의 반년이 전부거든요. 당사자성이 없는 일에 대해 말은 얹는 것은 늘 조심스러워집니다. 응당 그래야 하는 것이구요. 실제 이주노동자들이 보면 허황된 소리고 위선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잔인하게도 현실에서 소수자 당사자만으로 해결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소수자의 목소리는 쉽게 무시되고 짓밟히기 때문입니다. 흑인 인권 운동 시기에도 흑인 운동가보다는 백인 운동가가 더 조명되었고, 여성주의에 대해 논할 때도 여성 운동가들은 조롱당하고 위협당하지만 남성 운동가의 발언은 주목을 받죠. 그래서 공감과 사회적 합의, 연대가 중요한 것 아닐까요. 저도 다른 안건들에 대해서는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이 일에 관해서만은 주류이기에 연대하고 싶어 몇 자 적었습니다. 늘 정성 담긴 뉴스레터 감사드립니다.
나를 위해 살아도 괜찮아
‍ ‍ 가족 안에서 때로 소외감을 느낀 적 있으세요? 공부 잘하거나 특출난 재능 있는 형제자매한테 관심이 쏠리면 서운한 티라도 낼 수 있겠죠. 하지만 아픈 가족을 돌보느라 부모님이 바쁘시다면? '너는 알아서 잘할 수 있지?'라는 말을 들어도 혼자 고민하게 되잖아요. 이런 경험, 한 번쯤 해보셨나요? 이번 인터뷰는 이런 감정들을 더 깊고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분들, 바로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를 둔 '비장애형제'들을 만나보았어요. '비장애형제모임'을 이끄는 은아, 영아, 신영 님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 안에서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개인의 행복에 대해 함께 생각해봤죠. 아울러 같은 경험을 가진 이들이 모여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돕는 과정에서 어떻게 가족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독립된 개인으로서 함께 행복을 찾아가는지, 그 여정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어요. 이 이야기들이 우리 모두의 삶과 어떤 식으로든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읽어보시겠어요? ‍ ‍ 정당한 소외 속에 자라는 ‘착한 아이’ ‍ | 세 분 소개 부탁드려요. 정영아 (35세)  다운증후군을 가진 연년생 남동생과 함께 자랐어요. 현재 ‘나는’ 운영진으로 활동하며 다른 비장애형제들을 돕고 있어요. 이은아 (36세)  한 살 차이 셋째 여동생이 중증 발달장애를 갖고 있어요. 나만 이렇게 힘든 건지, 다른 비장애형제들은 어떤지 궁금해 나와 같은 사람들을 찾아보다 모임을 시작하게 됐어요. 김신영 (32세)  3살 아래 남동생이 자폐성 중증 장애인 이예요. 2018년 ‘나는’에서 출간한 책 북토크를 통해 저와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때부터 모임에 참여하고 있어요.   ‍ | ‘비장애형제’는 누구인가요? 은아, 영아 | 비장애형제란 장애인의 형제자매 중 장애가 없는 사람을 말해요. ‘나는’에서는 주로 정신적 장애인을 형제자매로 둔 청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정신적 장애에는 조현병과 같은 정신장애, 그리고 발달장애, 자폐성장애, 지적장애 등이 포함돼요. 청년 시기에 공통적으로 가지는 고민이 있기에 처음에는 20~30대를 중심으로 모임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40대 이상도 참여하고 있죠. 장애의 종류에 따라 경험도 다양한데, 예를 들어 조현병은 청소년기 이후나 성인기 초반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발달장애는 처음부터 장애를 갖고 태어나죠. 저 같은 경우에는 1살 차이 발달장애 형제와 함께 자라며 그의 삶을 내내 지켜보며 돌봄에 참여해 왔어요. 부모님은 대개 자녀를 통해 장애를 처음 접하면서 큰 충격을 받아요. 장애를 치료하고 교육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게 되죠. 이렇게 장애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족 안에서 비장애형제는 종종 뒤로 밀리는 경험을 하게 돼요.‍ ‍ | 발간한 책『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에서 ‘정당한 소외’, ‘착한 아이’, ‘죄책감’ 등 문구가 와닿았어요. 비장애형제들의 공통된 경험은 무엇인가요?‍ 은아 | 저는 어릴 때부터 유기불안과 인정욕구를 많이 느낀 것 같아요. 엄마가 동생을 돌보느라 바쁘셔서, 제가 조금이라도 말썽을 부리면 엄마가 떠나실까봐 늘 불안했죠. 아버지가 자식에게 장애가 있다는 걸 오랜 기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셔서 엄마 혼자 고군분투 하셨거든요. 항상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하다보니 20대 후반에  뒤늦게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어요. '나는 장애인의 언니일 뿐인가?'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던졌죠. 신영 | 저는 '2인분의 몫'을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어요. 부모님을 비롯하여 친척분들께서도 '너라도 잘해야지'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고 그 말은 제게 큰 책임감을 안겨 주었어요. 그러나 열심히 노력했지만, 부모님께서 원하는 기대에 다다르지 못했을 땐 '네가 이렇게 밖에 못 한다면 대체 우리 집에서는 누가 해낼 수 있겠니?'라고 채근하셨죠. 장애를 가진 형제의 몫까지 감당해내야 한다는 기대와 부담감이 버거웠어요. 영아 | 저는 좀 다른 경험을 했어요. 부모님이 제게 미안해하시는 마음이 커서인지, 제게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요구하신 적이 없어요. 항상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만 하셨거든요. 공부하란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어요. 자유로워 보이겠지만 사실 부모님의 관심과 의견이 필요하기도 했는데 어리고 속상한 마음에  방임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삶의 대부분의 결정들을 혼자 알아보고 결정했어요. 이렇게 자라다 보니 모든 일을 알아서 대비하고 혼자서 결정하는 독립적인 성격이 됐어요.‍ ‍은아 | 가족에게 느껴지는 죄책감도 문제예요. 성인이 되고 나서 제가 뭘 하고 싶은지 알아가기 시작했는데, 그게 가족들의 기대와 다르다는 걸 깨달을 때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죠. 유학을 가거나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하고 싶어도, 가족을 위해 안정적인 선택을 해야 하나 고민하게 돼요. 심지어 친구들과 영화 보러 가는 것조차 '나만 이렇게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우리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압박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자식 노릇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이나 직업 선택과 연애, 결혼에 대한 고민도 무게감을 더하죠. 장애 형제의 존재가 우리의 인생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쳐요.‍ ‍ | “언니 같은 비장애형제 때문에 제가 엄마한테 욕을 먹는 거예요.”란 문장이 기억에 남아요. 비슷한 경험 속에도 각자의 느낌과 대응은 다른가봐요.‍ 은아 | 그 '언니 같은'의 언니가 바로 저예요. 신영님과 영아님은 모두 특수교육 전공인데, 저희 모임에도 특수교육이나 사회복지 전공인 분들이 과반 이상이에요. 장애 형제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족 환경 속에서 자란데다 가족을 돕고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 영아 | 자라온 환경의 영향도 크겠지만 저는 제 일을 너무 좋아하고 적성에도 잘 맞아요. 동생한테 말을 가르쳐주는데 동생이 잘 따라왔던 순간의 희열을 지금도 기억하거든요. 그래서 동생 같은 아이들을 위해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특수교육을 진로로 결정했어요. 스스로 선택한 진로이긴 하지만, 마흔 이 후엔 다른 일을 해볼까도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독립해  다른 지역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2주에 한번씩은 꼬박 집에 내려가 가족과 시간을 함께 보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좀 벅차단 느낌이 들더라구요. 내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서른이 넘어 사춘기가 찾아온 것 처럼 정신적 독립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자식 노릇을 해야 할 사람이 나 밖에 없다는 부담감, 또 그걸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에 맞춰 사는 게 어느 순간 너무 힘들어져서 물어볼 사람을 찾았어요. 그래서 모임의 문을 두드렸는데, 각자의 상황도 비슷한 듯 다르고, 사는 모습도 다양하더라구요. 은아 | 맞아요. 다들 저희처럼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모임에서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어요. 되려 장애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완전 다른 전공과 진로를 선택한 경우도 있었어요. 그분들을 통해서 이런 선택도 할 수 있구나..를 알게 됐죠. 타인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려 애쓰는 삶이 가족 안에서 끝나는 게 아니더라고요. 직장이나 사회에서도 항상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데 언제나 그럴 수 만은 없잖아요. 결국 자신을 몰아붙여 소진하게 되는데 이건 건강하지 않지요. 다른 비장애형제들을 통해 비슷한 상황에서도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고, 나 중심으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 ‍ ‍ 서로 나누며 ‘나’를 찾는 방법, ‘나는’ ‍ | 자조모임을 만든 계기와 과정이 궁금해요. 은아 | 처음에는 그냥 비장애형제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대학교 때 저를 종종 챙겨 주시던 발달장애 자녀를 두신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는데 지인 분의 자녀를 소개해주셨죠. 그렇게 처음 만나 얘기를 나눠보니 너무나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장애에 대한 어떤 설명 없이도  바로 통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았죠. 그러고 나니 다른 사람들도 더 만나고 싶더라구요. 같이 모임을 시작해 4-6명 정도가 되었을 때, 전국에 퍼져 있을 비장애형제들을 더 모아보자고 합심해서 홈페이지도 만들고 여러 방법으로 홍보를 시작했어요. 그 때가 ‘16년이었는데 이후 모임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어요. ‍ | ‘나는’ 이라는 모임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은아 | 모임 이름을 고민하던 중 한 친구가 외국의 비장애형제 관련 책을 언급했어요. 그 책 제목이 'What about me?'였는데, 우리말로 하면 '나는?'이 되죠. 비장애형제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워해요. 나라는 존재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죠. 우리는 가족 안에서 하기 어려운 이야기, 수용되지 못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어요. 그래서 나에 대해 질문을 하는 모임이 되자는 의미에서 ‘나는?’, 나아가 'It's about me', 즉 '나는!'이라는 의미를 담아 '나는'으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는, It's about me'를 같이 사용했는데, 모임 이름을 더 간결하게 하고자 지금은 '비장애형제모임 나는'을 정식 이름으로 쓰고 있어요. ‍ ‍ | 모임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 은아 | 주요 프로그램으로 '대나무숲티타임'이라는 자조모임을 운영하고 있어요. 비장애형제들이 모여 어디에서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예요. 상, 하반기로 나눠 월 1회씩 3개월간 진행하며 한 번에 15-20명 정도가 참여합니다. 주제는 연애, 결혼, 독립 등 비장애형제들의 관심사를 다루고, 경험 많은 선배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있어요. ‍심리검사 프로그램도 운영 중인데, 전문적 지원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비장애형제 상담사가 심리검사를 진행하고, 필요시 상담으로 연결해드려요. 위기 상황에 처한 비장애형제들을 위한 긴급 상담 지원도 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 DM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 모임 운영에 있어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은아 | 가장 큰 고민은 모임마다 비장애 형제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 듣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고 갔는지 여부예요. 그리고 모임에서 ‘앞으로 난 이렇게 살 거야’ 하는 결심을 하더라도 현실에서는 장벽에 부딪히게 마련이거든요. 예를 들어 내가 원하는 일상을 살려면 부모님이 안 계실 때 장애 형제를 어떻게 돌볼지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딱히 대안을 찾기 어렵죠. 그래서 해결 방법에 집중하다보면 '나는'이라는 모임의 목적이 흐려질 수 있어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아요. ‍영아 | 우리 모임의 목적은 정해진 답을 찾기보다, 각자에게 맞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나누는 거라 생각해요.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고, 특히 부모님 사후 문제 같은 건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 당장 방법을 찾기도 어려워요. 처음엔 답을 얻기를 기대하고 왔다가 함께 이야기 나누며 결국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은아 | 운영 관련해서 연령대별 니즈가 다른 부분도 고민이에요. 모임을 지속하며 원년 멤버들의 나이가 들어가는지라 40대 모임도 따로 운영해봤는데, 같은 나이대라고 해서 꼭 비슷한 삶의 단계에 있는 건 아니더라구요. 20-30대에 해결했어야 할 문제를 40대에 가져오는 분들도 계셔서, 이런 차이를 어떻게 다룰지도 어려운 부분이에요.‍ ‍‍ | 자조모임을 통해 느끼는 나의 변화는 무엇인가요? ‍ 신영 | 우리 가족의 모습을 한 걸음 떨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어요. 같은 경험을 나눈 사람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며, 그 과정에서 ‘우리 가족은 어떤 사람들인지’, ‘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등 우리 가족을 정의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변화죠.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도 되고, 나를 위해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중요한 변화예요. 마음먹는다고 해서 바로 행동이 바뀌는 것은 어렵지만 모임에서 서로 주고받는 응원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강한 원동력이 되기도 해요. ‍ 영아 | 고립감에서 벗어났어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진정한 공감을 받을 수 있었죠. 같은 고민을 해본 사람들이 주는 위로가 더 와닿고 든든하게 느껴지거든요. 은아 | 저는 한때 우울증 상태였는데, 모임을 통해 ‘그냥 존재 자체로 살아도 되는구나’를 느꼈어요. 또한 이 모임 자체가 저를 설명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비장애 형제 모임을 하는 나’로 소개할 수 있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과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됐어요. 그냥 ‘장애 형제가 있다’고 하는 것보다 훨씬 가볍게 받아들이더라고요.‍ ‍ | 주변이나 가족들의 변화도 감지되시는지요?‍ 신영 | 대학 졸업 이후 물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는 일찍이 독립했지만, 정서적으로 독립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어요.  집에 자주 내려가서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한 몫 했죠. 하지만 점차 동생을 보살피는 것보다 내가 살아가고  싶은 일상을 선택하는데 집중하며 작은 변화부터 시도하기 시작하였어요. 놀랍게도 제가 먼저 변하자 부모님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적응하시더라고요. 결국 부모님께서도 제게 기대하던 역할을 내려놓으시고, 본인들만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가셨어요. 은아 | 저희 부모님의 경우, 활동지원 제도 같은 정부 지원을 활용하지 않으셨어요. 동생을 돌보는 건 항상 가족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셨거든요. 그래서 저는 '일당을 달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씀드리고, 활동지원사를 적극 활용하자고 제안했어요. 처음엔 갈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지원 제도를 이용하시면서 부모님도 편해지셨죠. 어머니와도 1년 넘게 대화를 나누며 설득한 끝에 저를 많이 이해하시게 됐어요. "엄마가 그때 잘 몰랐다. 미안하다"라고 말씀하셨죠. 하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자식된 도리'를 강조하세요. 모든 부모가 변화하는 건 아니에요. 부모 교육을 해보면, 정작 교육이 필요한 분들은 잘 오시지 않아요.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이미 자녀를 잘 이해하고 계신 분들이에요. 변화가 필요한 부모님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에요. ‍ ‍ ‍ 1인분만 해도 괜찮은 삶 ‍ | 사회나 장애 가족이 아닌 사람들에게 기대하시는 바가 혹시 있으신가요? ‍‍영아, 신영 | '2인분을 하는 아이'가 아닌 '1인분을 하는 아이'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비장애형제라고 하면 안쓰러운 눈빛으로 보시는데, 환경의 일부분일 뿐 ‘비장애형제’가 우리를 온전히 대표하는 건 아니에요. 모든 사람이 각자의 상황에서 특별할 수 있잖아요. 그냥 "아, 그렇구나"하고 평범하게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어요. 일반적인 형제자매 이야기하듯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은아 | 우리 주변에 장애가 잘 보이지 않아서 더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특히 우리 사회에는 나이 든 장애인들의 삶에 대한 대책이 없어요. 이건 가족 내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예요. 저는 실제로 부모님이 안 계신 상황을 겪으면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어요.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우리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은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영아 | 맞아요. 이건 정말 큰 문제예요. 비장애형제나 장애인 가족들이 자신의 삶을 살려면 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이 필요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탈시설화 이후 오히려 갈 곳이 없어졌어요. 특수학교도 부족하고, 성인 장애인들이 활동할 곳도 없어요. 그래서 장애인들이 주변에 잘 보이지 않는 거예요. 결국 가족들이 모든 부담을 떠안게 되는 거죠. 이런 부분들이 사회적으로 개선되었으면 좋겠어요. ‍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 은아 | 모임은 주로 서울역 근처에서 하고 있어요. 지역에서 오시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이죠. 지역마다 모임이 생기면 좋겠지만 각기 주도적으로 운영할 분이 있어야 하기에 활성화가 쉽지 않아요. 부산 지역에서 모임을 결성했었는데 정기적으로 지속하고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참여 문의가 계속 있어서 꾸준히 지역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지원하려고 해요. 코로나 때 온라인 모임도 시작했는데, 대면 모임과 병행하기에 힘에 부치더라고요. 직접 만나 소통하는 게 더 깊이 있는 나눔이 가능해서 현재는 대면 모임에 집중하고 있지만 온라인 모임도 계속할 생각은 있어요.‍ 비장애형제들의 이야기를 알리는 일에도 집중하고자 해요. 우리가 모든 비장애형제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의 이야기를 통해 홀로 힘들어하는 비장애형제와 그 가족들이 도움을 얻었으면 좋겠거든요. 유튜브 채널도 오픈했는데 풀타임 직장과 병행하려니 관리하기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은 인스타그램에 비장애형제들의 이야기를 짧게 올리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죠. 전시를 해보자는 이야기도 나누고 있는데, 올해 오티즘 엑스포에서 부스를 운영해보니 부모님들과 관련 기관 등의 반응이 좋았어요. 부모 교육도 계속하고 있어요. 주로 특수학교나 복지관에서 요청이 와요. 주로 초등학생 부모님들 대상인데, 한 달에 한 번 정도 진행하고 있죠. 우리는 이미 다 컸지만, 다음 세대는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 | 비장애형제, 또는 나만의 어려움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영아 | '나를 알자'란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우리는 스스로를 표현할 기회가 없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자신을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죠. 그러려면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해요. 저도 심리검사, 상담 외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 알게 됐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그리고 강점과 한계를 아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죄책감 없이 자신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어요. 신영 |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처음 모임에 오셔서 ‘이런 이야기를 할 곳이 없었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만큼 혼자서 모든 것을 감내해왔다는 뜻이겠죠. 저 역시 이 모임에서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았어요. 여러분도 혼자가 아니라는 걸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은아 | 저는 ‘행복해도 된다, 그리고 나의 가족도 나의 행복을 바라고 있다’는 말을 다시 한번 하고 싶어요. 저도 이 말을 계속 스스로 되뇌고 있거든요. ‍ ‍ 글 | 김지선 ‍ ‍ 나는, 어떤 비장애형제들의 이야기 도서, 296쪽 ‍이 책은 정신적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를 둔 청년들의 솔직한 경험을 담았어요. 장애인 가족의 현실을 생생히 그려내며, 비장애 형제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죠. 가족 관계와 정체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기도 해요.‍ 책 정보 살펴보기 ‍ 나는 여전히, 오늘도 괜찮지 않습니다 도서, 264쪽 ‍이 책은 정신 장애인 가족의 형제들을 위한 매뉴얼과 같은 도서인데요. 비장애 형제들이 직면하는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 제시하고 있어요.  건강과 가족 관계에 관해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 떠오른 책이에요. 책 정보 살펴보기 ‍ 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 도서, 360쪽 ‍정신질환을 겪는 이들과 그 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쓰인 책이에요. 심리학적 통찰과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어려운 감정을 다루는 법, 균형 있는 돌봄의 중요성,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죠. 더 나은 일상을 위한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거예요. 책 정보 살펴보기 ‍ ‘손이 덜 가는 아이’ 어떤 비장애 형제·자매의 이야기 기사 자조모임 ‘나는’의 구성원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 형제에 대한 책임감, 가정에서 느낀 외로움과 부모의 기대,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등을 풀어낸 시리즈예요. 형제 관계와 장애, 가족 내 역할 분담에 관한 사회적 시선을 재조명하며 비장애 형제들의 감정과 고민을 생생히 다루고 있어요. 인터뷰 보러 가기
지역을 살리는 마법, CWB를 아시나요?
영국 북부 맨체스터에서 차로 한 시간여 거리에 있는 인구 16만의 도시, 프레스턴을 아시나요? 산업혁명과 함께 번성했지만, 영국 제조업이 쇠퇴한 1970년대 이후 기업들이 프레스턴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높은 실업률, 영국 내 최고 수준의 자살률과 아동빈곤율 등 쇠락한 도시의 문제점들을 안게 되었죠. 도시 내 양극화도 심해져 부촌과 빈촌 거주자 간 기대수명이 15년 이상 차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국내 지자체장 중 프레스턴의 사례를 안 들어본 분이 없다네요.😁 영국의 소도시가 요즘 한국에서, 아니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이유,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요? 바로 ‘프레스턴 모델’로 불리는 지역재생 프로그램의 성공 때문입니다. 프레스턴은 2011년부터 인구감소, 고령화, 도시 집중 및 지역 간 불평등, 지방소멸 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부유한 지역공동체 만들기’(Community Wealth Building, 이하 CWB)’*전략을 실행했습니다.  *부유한 지역공동체 만들기(Community Wealth Building, CWB) 지역사회 부(富)를 증대시키고 이를 다시 지역경제로 순환시키는 로컬 경제전략이에요. 원어를 직역한 ‘공동체자산구축’이라고도 불리는 이 전략은 ▲공정한 노동 ▲지역 금융 ▲토지와 자산의 공정한 이용 ▲진보적 조달 ▲포용적이고 민주적인 기업의 5가지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합니다. CWB는 공공기관, 대학, 병원 등 지역에 깊이 뿌리내린 ‘앵커’기관들의 조달을 통해 지역 소상공인의 참여를 확대합니다. 또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의 설립을 지원해 지역 주도의 경제 활동을 촉진합니다. 이 모델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가는 주택·부동산 정책도 포함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민주적이고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선순환을 목표로 합니다. CWB는 2010년대부터 미국 클리블랜드와 영국 프레스턴 등에서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왔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역경제 활성화 모델입니다.  CWB는 기존 자본을 활용해 지역의 부(富, wealth)를 증대시키고, 이를 다시 지역경제로 순환시켜 민주적으로 축적하는 전략입니다. 이는 지역순환경제의 한 방법론으로, 2004년 미국의 비영리기관인 ‘협의하는 민주주의’에서 개념을 정립했어요. CWB는 △지방정부 및 지역 대학, 병원 등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는 앵커 기관의 조달(물품 및 서비스 구매) 시장에 주민 참여를 증대하는 시민 중심 조달,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주민 주도 사업체 설립을 촉진하는 창업 정책, △약자를 보호하고 주민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주택·부동산 정책 등을 아우른 민주적 지역경제 선순환 모델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희망제작소에서 2024년 9월30일부터 나흘간 ‘2024 지속가능한 로컬경제전략 국제포럼’을 열어 프레스턴시 등의 CWB 적용 사례를 탐구하고 그 가능성을 살펴봤어요. 이 포럼에는 매슈 브라운 영국 프레스턴시 시의회 의장과 닐 매킨로이 미국 협력하는 민주주의 글로벌 리더가 참석했어요. 특히 매슈 브라운은 시의원 시절부터 프레스턴 모델을 이끌어 온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프레스턴은 1990년대부터 글로벌 개발사들과 복합 쇼핑센터 등을 포함한 대규모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어요.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프로젝트는 무산되었고 투자자들은 떠나버렸죠. 설상가상으로 보수당이 집권한 중앙정부가 돈줄을 바짝 죄며 긴축재정을 선언하면서 프레스턴 시의회 보조금 중 약 2천만 파운드(약 349억원)가 삭감되었습니다. 기업들도, 재개발 계획도, 보조금도 사라지자 도시에는 실망감과 좌절감만이 남았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전개죠? 보통은 도시가 황폐해지고 슬럼화되어가는 결말이지만, 프레스턴은 CWB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4년 만에 프레스턴의 지역 조달 지출이 5%에서 18.2%로, 랭커셔 지역의 조달 지출이 39%에서 79.2%로 증가했습니다. 지역 공급망이 강화되어 일자리가 늘어나고 취업률이 상승했으며, 실업률과 아동빈곤율은 감소했어요. 숫자로 보이는 성과 외에 주민들의 정신건강과 행복감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이러한 사례를 공유하고 한국과 영국의 지역경제, 공동체, 중앙정부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대담이 마련되었습니다. 시민사회 운동가 출신이자 구청장으로 지역 행정 실무를 경험했던 박정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바쁜 일정에서도 흔쾌히 대담자로 참여했어요. 대담은 2024년 10월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희망제작소에서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대담의 주요 내용을 옮겨볼게요! “당연히 외부 투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대규모 자본 투자가 주거 문제나 임금 수준, 노동자와 아동 처우 등에서 지역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죠. 대체로 투자자들은 지역의 부를 추출해 가는 경향이 있어요. 프레스턴의 CWB 전략은 대규모 투자에만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경제의 균형을 새롭게 잡으려는 시도입니다. 이는 더 회복력 있는 경제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역에 적절한 보호 장치가 있다면, 외부 투자가 들어왔을 때도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오랫동안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하고 시의원으로 일하면서, 외부 대규모 자본을 유치해 지역 발전을 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습니다. ‘무망함’(희망이나 가망이 없음)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네요. 그래서 구청장 선거 때도 그런 내용은 공약에 넣지 않았습니다. 자본 유치는 어렵고, 설사 성공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가 발생합니다. 자본은 공짜로 들어오지 않아요. 결국 주민의 삶의 질, 편의성, 지역순환경제, 전반적인 발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브라운 의장께 궁금한 점이 있어요, 프레스턴도 대규모 쇼핑센터 건설이 중단된 경험이 있고, 그 대안으로 CWB 전략을 구축했죠. 그런데 시 행정이나 정치권에서 지역순환경제에 대한 이해가 먼저 있었나요? CWB는 기존의 대자본 투자 유치와는 다르고,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요. 오랜 시간이 지나야 성과가 나타나는 정책을 추진한 동력이 궁금합니다.” “프레스턴은 1990년대 말부터 쇼핑센터 건설을 추진했지만, 금융위기 여파로 결국 2011년에 중단되었습니다. 실패하고 나니 보였던 것 같습니다. 지역의 명운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것의 위험성을요. 그래서 지역 개발 전략을 다양화하자는 취지에서 CWB 전략을 추진하게 되었죠. 어쩌면 아이러니하게도, 실패한 경험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모델이 뿌리내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그 효과는 분명합니다. 지역에 일자리가 늘어나고, 부가 창출되고, 불평등이 완화되는 등 지역의 회복력이 강화되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우리는 지역에 잠재적 수요를 확인했고, 이제는 주민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프레스턴의 CWB 전략은 생활임금 도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공공부문에서 먼저 최저임금보다 약 20% 높은 생활임금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대학이나 병원 등 지역의 ‘앵커’ 기관들에도 생활임금 지급을 권장했습니다. 프레스턴시는 랭커셔의 행정 수도(주도)로, 시청과 주 청사가 함께 있죠. 이 두 기관이 생활임금과 진보적 조달 정책의 선도적 역할을 했습니다. 대형 병원과 대학들도 이에 동참했고요. 조달 참여 기관들에 생활임금 기준 충족을 요구함으로써 이를 지역 전반으로 확산시킬 수 있었고, 민간 부문에도 장려했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조달이었습니다. 대기업 중심의 조달 및 유통 모델이 지역 가치 창출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른바 ‘진보적 조달 정책’을 펼치며 지역 기반 조달을 위해 조달 문턱을 낮추고, 지역 기업의 참여를 독려했죠.” “프레스턴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호응했네요. 수용성도 높았고요. 대덕구도 그랬습니다. 대덕구는 지역화폐인 ‘대덕 e(이)로움’을 발행해 지역 내 경제 순환을 촉진하고자 했어요. 대덕구는 대전의 5개 구 중 사업장 가입자 평균 월 소득이 가장 높아요. 그런데 대덕구민 평균 월 소득은 3위(2018년 기준)에 머물렀어요. 이는 대덕구 소재 사업장 근로자들이 대덕구에서 돈을 벌어 다른 지역에서 소비하는, 소비 유출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대덕구는 자영업 비율이 높아요. 주민들에게 우리 지역에 돈을 써야 소상공인들이 살고, 우리가 산다고 직접 설명하고 다녔어요. 지역화폐 성공은 주민 참여에 달려 있죠. 그래서 명칭부터 공모전 통해 정했고, 소규모 모임도 많이 조직했어요. ‘통장 협의회’나 ‘주민 홍보단’ 등 소규모 모임을 통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했고요. CWB와 같은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에 지역 화폐가 디딤돌 역할을 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정치인의 영향력은 공식적인 지위보다는 그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속한 영국 노동당은 지방 분권을 활성화하고자 하며, 지역에서 교육이나 주거 등과 관련해 자체 정책을 더 많이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형식적 분권이 아닌 실질적으로 지역의 힘을 강화하는 분권입니다. 저는 지자체들이 CWB와 같은 방법을 같이 실천할 때 지역의 자립과 힘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한국에서도 프레스턴의 CWB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느낍니다. 더욱이 한국의 여러 사례, 특히 지역화폐 도입이나 지역주민 중심의 에너지 프로젝트, 영암군처럼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창고를 복합문화센터로 탈바꿈시킨 사례 등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개별적 시도들이 지역 경제 전반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정책으로 발전해야 하겠죠.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와 지방의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사회 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지역의 내발적 발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어요. 지역 발전의 핵심 기반은 공동체 자치력이며,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와 관련하여 국회에서는 주민자치기본법, 공동체지원기본법, 사회적경제기본법 등을 논의하고 있죠. 또한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사람들의 구심점 역할을 할 플랫폼이 필요해요. 제가 대덕구청장으로 재직할 당시 중간지원조직 개념의 주민자치회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행정 언어와 주민들이 사용하는 언어 사이에는 간극이 있어 일종의 ‘통역’이 필요하죠. 플랫폼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어요. 플랫폼을 통해 주민과 행정이 만나고 소통하면, 양측의 협력이 훨씬 원활해집니다. 이러한 플랫폼에서 주민 자치력을 강화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그 의미를 지역에 전파할 수도 있고요. 플랫폼은 주민들이 모일 수 있도록 돕는 좋은 도구예요.” 아쉬운 사례가 있어요. 박정현 의원이 대덕구청장으로 재직할 당시 도입한 지역화폐 정책은 좋은 성과를 냈었어요. 이에 고무된 대전시는 이 정책을 광역시 전체로 확대 적용했었지요. 그런데 중앙정부가 광역 단위에서만 지역화폐를 발행하도록 결정을 내린 거예요. 대덕구를 비롯한 기초지자체는 독자적인 지역화폐를 발행을 할 수 없고, 대전시와 같은 광역 단위 지역화폐만 사용 가능해진 것이죠.  지역화폐나 CWB 전략 모두 격차를 해소하고 부의 역외 유출을 막자는 것이 핵심이잖아요? 사실 대전 안에서도 원도심과 신도심 간 격차가 꽤 크대요. 신도심 인구가 원도심보다 12% 정도 많고, 점포 수도 약 6% 더 많아 소비 활동이 신도심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요. 대덕구는 원도심에 가까워, 구 차원의 지역화폐 발행을 통해 지역 내 자영업자들에게 경제가 순환되도록 했는데, 중앙정부의 결정으로 대전시 전체에 통용되는 지역화폐만 남게 된 거예요. 원도심 소상공인에게 지역의 부가 순환되는 지역 화폐의 이점이 사라져 버린 거죠. 정책의 원래 취지와 어긋나는 결정을 중앙정부가 잘 모르고 내려버린 것이죠.😣 새삼 지역 맞춤형 정책의 중요성과 중앙-지방 간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대담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함께 방한한 닐 맥킨로이 미국 싱크탱크 ‘협력하는 민주주의’의 CWB 글로벌 리더는 세계 곳곳의 CWB 사례를 연구하며 지역별 맞춤 전략을 고민하고 있어요. 맥킨로이는 CWB는 모두 똑같은 모습이 아니며 지역의 상황과 특색을 반영한 경제전략 모델로서 유효하다고 말합니다. ‘2024 지속가능한 로컬경제전략 국제포럼’에서 그는 “CWB를 구성하는 5개 기둥을 한꺼번에 도입하기보다는 지역에서 즉시 적용 가능한 것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변화의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어요. 지역의 현황을 면밀히 분석한 후 지역순환경제라는 큰 틀 안에서 적합한 전략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거겠죠. 당연한 말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이번 대담은 알고 보면 오랜 인연 끝에 열린 행사입니다. 박정현 의원이 시의원과 구청장 시절 지역경제와 공동체에 관한 여러 사례를 연구하던 중 프레스턴 사례가 눈에 띈 거예요. 지난해 봄, 그는 지방정부 단체장들의 모임에서 프레스턴 모델을 주제로 한 토론을 제안한 적이 있다고 해요. 그런데 정작 토론회 당일 박 의원은 코로나19 양성반응으로 참석하지 못했고요. 여하튼, 그 토론회를 계기로 희망제작소는 지난해 가을, 지자체장들과 함께 프레스턴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포럼은 대한민국을 가로지르며 전국적인 규모로 진행되었어요. 전남 영암군과 서울 국회의사당, 경기도의회 등에서 CWB 관련 포럼이 열렸고, 대전과 서울 성수동 등 사회연대경제 현장 방문 및 간담회가 있었거든요. 매슈 브라운 의장은 일정 중간에 병원에서 링거까지(...😥) 맞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한국의 사례를 주의 깊게 관찰하며, 지역재생에 대한 아이디어와 생각들을 나눴답니다. 프레스턴 사례를 처음 접했을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조달 계약 시 공정한 고용조건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부분이었어요. 보통 구매나 조달에서는 비용을 중요하게 보니 최저가 입찰이 많잖아요. 그런데 프레스턴은 조달 계약 시 직원과 고객이 연령과 성별, 인종과 종교 등으로 차별받지 않는지, 생활임금을 지급하고 있는지, 비용 절감만을 위해 무리한 인력 배치를 하지는 않는지 등을 살펴보더라고요. 조달을 통해 사회적 효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죠. 계약 시 중요하게 여기는 관점만 살짝 바꿔도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정책 입안자는 물론이고 우리에게도 필요한 가르침이지 않을까요? ※ 이 콘텐츠는 뉴스레터 스피커스에 게재되었습니다. 
기억을 위한 기록 - 더 나은 내일에 대한 믿음을 가지며
'옳음'이란 무엇일까? 여의도에 다녀왔다. 오늘은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기존 일정을 취소하고 여의도로 출발했다. 여의도의 풍경은 광화문과 비슷했다. 한 쪽에서는 탄핵을 이야기하고, 한 쪽에서는 지지를 선언한다. 탄핵을 말하는 사람만큼 지지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 대부분은 50~60대였고, 저녁 늦지 않게 해산했지만 매번 상반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고민이 찾아온다. '옳음'이란 무엇일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기보다는 기존 생각이 강화되는 오늘, 옳음이란 무엇일까. 몇 년마다 반복되는 질문이다. '더 나은 사회가 가능할까?'에 대한 물음은 여전히 그렇다 와 그럴까 사이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진리'란 우리가 알 수 없다.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이를 진리라 부른다. 알 수 없지만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각자의 진리를 찾는다. 개인의 생각이 모여 사회의 방향을 정하고, 사회의 방향은 사람들이 원하는 세상의 모습과 가까워진다. 때로는 오히려 멀어질 때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뒤로, 위로 아래로 반복하며 조금씩 나아간다. 우리는 영원히 진리에 다다를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진리를 향해 나아간다. 개인의 상황과 기존의 경험과 현재의 마주함 속에서 절대적 옳음을 고민한다. 우리가 영원히 다다를 수 없겠지만, 그렇기에 옳음을 고민하고, 이상향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이번에도 그렇게 우리는 나아간다. 각자의 상황과 책임 동일한 상황이지만, 모두 다른 생각을 한다. 혼자 살아가는 사회가 아니기에, 나의 위치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이 생겨난다. 회사에서 사원/대리/과장/임원/대표의 입장이 다른 것처럼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은 있다. 회사로 치면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범죄를 저질러서는 안 되고, 범죄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는 선이 있다. 정치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다.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는 행동이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옳음'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고민한다.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과 전략은 다를 수 있다. 정치인이 속한 당의 전략에 따라 방법이 달라질 수 있지만 바뀌지 않는 단 한 가지는 '국민을 위한다는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듣고, 고민해야 한다. "주변 시민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그냥 간과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투표에 참여하고 찬성 표를 던진 국민의 힘 김예지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먼저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속한 당의 당론과 관계없이 지금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말하는지를 듣고 반영하고자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내가 가진 지지층만을 바라보며 그 외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는다. 탄핵이 가결되면 정권이 바뀌고, 바뀐 정권이 자연스럽게 다음 선거의 흐름에 영향을 주고, 지금 내가 있는 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기에 탄핵에 반대한다. 철저한 개인의 욕심이다. 개인의 욕심을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정치인이라면 그렇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당론에 반대되는 의견이라도 오히려 과감하게 앞으로 나가 찬성을 이야기하면 시민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을 텐데, 당에서 미움을 받더라도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다면 자리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김예지 의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고, 이 기세를 몰아 다음 의원직도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윤상현 "탄핵 반대해도 1년 지나면 다 찍어주더라" 기존의 경험과 사례가 있기에 앞으로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전 박근혜 탄핵 때도 먼저 탄핵에 찬성하고 앞장섰던 의원들 중 현재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탄핵에 반대해도 기억하지 못하고, 여전히 동일한 사람을 찍어주는 경우도 빈번하다. 변화를 만들기 위해 일어났지만 생각보다 변화는 빠르지 않다. I 변화의 시작 - 3.5%의 시작 하지만 때로 변화는 굉장히 빠르게 찾아온다. 뉴스가 계속 나오고, 시민들이 여의도에 모였지만 가결까지는 시간이 꽤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박근혜 탄핵 때도 가결되기까지는 거의 두 달의 시간이 걸렸다. 이번에는 경험이 있고, 사건의 심각성이 다르기에 더 시간은 단축되겠지만 한 달 정도는 걸리겠다는 말을 속으로 삼켰다. 3.5% 법칙: 소수는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 BBC News 코리아 3.5% 법칙이 있다. 사회 변화의 원동력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인구의 3.5%가 저항 운동에 참여하면 정치적 변화가 보장된다는 의미다. 시민들의 운동으로 인해 정권이 바뀌거나, 1년 이내에 목적이 달성되었을 때를 조사했을 때, 인구의 3.5%가 참여할 경우 실패한 사회 운동이 없다는 결과가 있다. 또한, 비폭력 사회 운동이 폭력적 사회 운동에 비해 4배 많은 참여 수를 보인다는 연구도 함께 나타난다. 3.5%는 사회 전체에서 보면 굉장히 소수다. 하지만 3.5%의 적극적인 참여자들이 있다는 의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운동에 동의하고, 지지한다는 의미다. 3이라는 숫자가 자주 보인다. 세 사람이 모이면 그때부터 집단이 형성되고, 주장에 힘이 실린다는 심리학적인 현상부터, 삼인성호라는 과거 고사성어, 삼세판이라는 우리 사회의 통념 등 삶 속에 3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일 때, 우리는 힘이 생기고 변화를 만들 수 있다. I 뻔하지만 기본으로 - 시민의 힘 정말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다. 다양한 연령, 성별이 각자의 응원봉을 들고 소녀시대의 노래를 불렀다. 남녀노소가 아니라 젠더노소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늘어날 만큼 각자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공통의 목소리를 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지도 중요하겠지만 그만큼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는지도 중요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내는 한 목소리. 광장의 역할은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 속내는 조금씩 다르다. 탄핵이 되어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고, 어떻게 해야 좋은 방향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은 하지만 딱히 뚜렷한 대안이 생각나지 않았다. '탄핵되면 당연히 이재명이 대통령 되고 정부도 문재인 정부 때나 비슷하겠지' 이런 식으로 우리 스스로가 상상을 제한해 버리는 순간, 실제로 다른 가능성들이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기대는 자기 실현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완전히 새롭게 열려 있는 광장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서 진짜로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는 어떤 나라이고 대통령제가 문제라면 어떤 방식으로 보완해야 되는지 이런 얘기들을 차분하고 끈질기게 해나가야 된다. [인터뷰]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 - 프레시안 어느 순간 내일을 향한 기대감이 줄어들었을까? 반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소통하고 함께 하자고 말했던 나와 지금의 나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생각도 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기 위해 우리는 광장에 모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뉴스를 보며 분노하고, 울고, 웃는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나아간다. 더 나은 내일이 있다고 분명히 믿으며.
인간에 대한 예의, 유족에 대한 예의 그리고 ‘우리’
[최경호 칼럼] 무안 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2014년 7월의 비극을 떠올렸습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 유족에 대한 예의를 ‘우리’라는 울타리로 생각해 봅니다. 네덜란드, 어떤 ‘비극’에 관한 기억 세월호 당시 박근혜 정부의 유족에 대한 ‘예의’ 그때 그 오열의 현장, 카메라 플래시는 없었다 “다행히도 한국인 희생자는 없었습니다”… ‘우리’를 생각한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을 이륙한 말레이시아 항공이 격추된 것은 2014년 7월 17일. 저는 주네덜란드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네덜란드, 어떤 ‘비극’에 관한 기억 퇴근 시간이 다가올 무렵, 공사님 방의 열린 문틈에서 나오는 뉴스 속보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얼른 검색해 보니 큰 사고가 난 것이었습니다. 격추라니, 전쟁으로 비화하지나 않을까. 이게 무슨 일인가. 대사님은 만찬 약속으로 외부에 계셨고, 공사님 주재하에 간단하게 회의를 마친 후 영사님과 제가 먼저 공항으로 출동했습니다. 대사님과 서기관님도 저녁 약속을 일찍 끝내셨는지 어땠는지, 부랴부랴 공항으로 오셨습니다. 각국 대사관들은 탑승자 국적 확인을 위해 난리였습니다. 우리는 특히 애가 탔습니다. 초기에 전원 구조라는 오보가 났었던 세월호 참사가 불과 석 달 전이었습니다. 잘못된 정보를 보고할 순 없었습니다. 그러나 공항에 마련된 상황실에는 탑승객의 가족 외에는 외교관들은 물론 기자들도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불규칙하게 이어진 당국의 공식 브리핑에서도 항공사와 확인 중이라며 탑승객의 명단과 국적을 바로 확인해 주지 않았습니다. 외교관분들은 항공사의 공식 발표 이전에라도 빨리 파악하기 위해 항공사와 공항은 물론 타국 대사관의 인맥 등을 총동원했습니다. 밤 12시 (한국 시각은 아침 7시) 경에는 대사님과 한국 언론사의 전화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선후 관계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비슷한 시각에 공항 상황실이 유족들을 위해 모처에 마련된 숙소로 이동하도록 조처되었습니다.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사고 브리핑도 유족 숙소에서 할 것 같아 (오로지 한국인 탑승 여부에만 관심이 있던) 우리가 따라가려 하니 장소는 비밀이라고 합니다. 왜? 언론사의 관심으로부터 유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탑승자 및 사망자 명부도 배포나 확인해 주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왜? 유가족에 대한 예의가 우선이라서. 네덜란드 정부의 공식 입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유가족이 결코 언론사나 다른 경로를 통해 가족의 부음을 먼저 접하게 할 수 없다.”네덜란드 정부 가슴이 쿵 했습니다.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던 기억입니다. 세월호 당시 박근혜 정부의 유족에 대한 ‘예의’ 사실 뭐가 더 좋은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시 네덜란드 당국이 무조건 잘했다고 판단할 만큼 제가 양국의 문화나 재난 대비 매뉴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상황실에서 언론을 내보내고자 하는 명분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또는 종편에서 출연자가 다른 이야기를 열심히 떠드는 동안 화면 아래쪽에서 무심히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흘러가는 자막 속에 가나다순으로 사랑하는 이의 이름이 지나가더라도, 그렇게라도 빨리 확인하고 싶어 하는 가족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어떠한 대우, 아니 취급을 받았는지가 생생하던 때였습니다. 그렇기에 유족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원칙은, 방법론에서 어떻게 하느냐를 떠나 제 가슴을 깊이 때렸습니다. 하여 이태원 참사 때 희생자 명단을 언론이 공개하거나 합동 추모의 방식으로 공개하는 것에 대해 저는 우선 부정적이었습니다. 유족들의 동의 없이 그래도 되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시대마다 문화권마다, 또는 참사의 성격에 따라, 장례의 절차나 인간과 망자와 유족에 대한 예의는 여러 형식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원칙에 따른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고통을 겪고 있을 가족들이 제일 덜 아픈 방향으로, 그리고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그때 그 오열의 현장, 카메라 플래시는 없었다 대사님 인터뷰 전에 모 우방국 대사관을 통해 명단을 확보하긴 했었습니다. 거기에 익숙한 한국식 이름 표기는 없었지만, 한국인일 가능성이 있는 애매한 이름을 가진 이들이 몇 명 있었습니다. 또한 국제 결혼 등의 경우도 있을 테니 영문 이름만으로 국적을 확정할 수는 없기도 했습니다. 성과 이름과 이니셜을 놓고 오만가지 경우의 수를 상상해 보는 밤이었습니다. 어찌어찌하여 탑승자 가족을 모신 호텔을 알아내어 그곳으로 갔습니다. 딱히 외교관들을 위한 공간은 없어서, 서성이던 중에 대사님은 내일 일정을 위해 귀가하시고, 저와 영사님은 남아서 계속 대책본부의 발표를 쫓기로 했습니다. 밤이 되어서 그런지, 가족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된 컨벤션 홀에 외교관들도 들어가서 카펫 바닥에 좀 앉기도 할 수 있었습니다. 옆에 보니 일본 대사관 직원이 두엇 있었습니다. 망설이다가 말해줬습니다. 우리가 입수한 명부에 명백한 일본식 이름은 없더라. 하지만 국적은 또 모를 일이니 더 확인해 보시라. 딱히 정보로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지 몰라도, 여전히 확실한 정보는 아닐지 몰라도, 마음 졸이고 있을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하릴없이 로비에 나왔다가 밤공기를 쐬러 왔다 갔다…. 들고 갔던 논문 읽다가…. 하던 중에, 갑자기 웅성웅성했습니다. 추가로 신원확인이 된 모양이었습니다. 상황실에서 나온 이가 원탁에 앉아 있는 가족을 찾아가더니, 조용히 문서를 내밀며 (아마도) 이분이 댁의 가족 맞느냐며 묻는 것인지, 무언가 통보를 하는 것인지 하는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누가 슬픔의 표현에 동서양의 차이가 있다고 하던가요. 그 이후 보고 겪은 일들을 그 옛 소셜미디어에 나만 보기로 적어두었는데, 오늘은 굳이 꺼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오열의 현장에 카메라 플래시는 없었다는 것만은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밤을 새웠고, 이튿날 오후엔가 외교부 브리핑에서 국적을 확인해 줄 때까지 안절부절못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한국인 희생자가 없음을 확인하고는 대사관이 비상근무 체제로 들어가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었습니다. “다행히도 한국인 희생자는 없었습니다”… ‘우리’를 생각한다 사실 그 사고 이전에 저는 외국에서 무슨 사고가 났을 때 한국 뉴스진행자가 “다행히도 한국인 희생자는 없었습니다”라고 하면 울컥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기본적으로는 화가 납니다. ‘다행…? 누가 대신 죽어서 다행? 전체 사망자가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그날 한국인 희생자가 없었던 것이 우리(대사관 식구들)에겐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한편,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그때 이후 저는 지구촌 어디선가 사고가 났다는 뉴스를 보면 바로 ‘아이고 저 동네 한국대사관 직원들 초비상 걸려 고생이겠구나’ 라는 생각부터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도 요새는 점점 더 옅어져 가고 있었음을 이 글을 쓰다가 오늘 새삼 깨달았습니다. 저에게는 ‘우리’가 좁아졌다가, 다시 넓어졌다가 희미해진 것일까요? 아니면 좁아졌으되 촘촘해졌다가, 요즈음은 성겨진 것일까요? 관념으로서의 세계시민과 체험으로서의 동료의식 사이의 ‘우리’에 대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어디선가 비상근무를 해야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과, 어느 사고에든 ‘우리’가 아닌, 그래도 또 ‘우리’인 희생자들도 있다는 것을, ‘유족들에 대한 예의가 먼저다’는 원칙과 함께, 항상 상기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필자: 봄날의 곰 ‘어쩌면, 사회주택’(2024) 저자. 해산물에 환장하는 딴따라 불령선인으로, 한량을 빙자하나 알고보면 연구를 하는 중. Comme l'esperance est violente, comme la vie est lente 희망이 격렬한 만큼 삶도 너무 느린 증세를 보임. 블루스카이는 @chezgom.bsky.social.
2016년 양재IC, 2024년 남태령
2016년 11월, 그때도 '전봉준투쟁단'은 서울로 트랙터 상경을 시도했다. 그때는 양재IC 부근에서 막혔다. 28명이 연행됐고, 3명이 다쳤다. 광화문 집회에선 '존경하는 시민' 운운하며 무기력으로 일관하던 경찰이, 양재IC의 농민은 때려잡았다. 그때는 농민들을 위해 달려나간 시민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8년 지난 12월, 오늘 전봉준투쟁단이 다시 막혔다. 이번엔 남태령역. 하지만 이번엔 응원봉 시민들이 달려나갔다. 시민들이 지켜보니 경찰도 무리한 진압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나도 못 가고 있는 입장이지만... 운동권들은 경복궁에 집중했고, 남태령역에는 운동권 조직이 많지 않아 보인다. 2030 여성 시민들에겐 운동적 관성이 없다. 이것저것 재지 않는다. 연대해야 할 일이 있다면 일단 달려나간다. 농민단체의 무엇에 동의할 수 없어 연대를 꺼리는 식의, 그런 '전술적 판단'을 이들은 하지 않는다. 시민을 무작정 상찬하는 건 내 취향에 안 맞는 일이지만, 운동권의 관성을 직시케 하는 이들의 행동력은 상찬하는 수밖엔 없다. 늘 대중을 염원하면서 막상 대중이 몰려나오면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우리 안의 비관주의를 직시해야 한다. 농민들의 안위가 걱정되면서, 시민들의 연대에 엄청나게 감동했다. 8년. 우리의 세계는 이만큼 달라졌다. 8년 동안 대중에게 각 부문의 가치를 환기하고 설득하기 위해 애써온 사람들의 공이라고 생각한다.
남태령 대첩을 보며 활동가의 역할을 생각하기
남태령 대첩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집회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흔한 논리를 시민들이 나서서 부수는 모습. SNS 등에서는 전장연 시위와 민주노총의 파업에까지 연결되어, 집회나 시위 행동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막는 탄압이 시민들의 불편의 원인이며, 이에 대해 앞으로는 집회 측이 아니라 경찰에게 항의하겠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그 흔한 ‘불법집회’ 프레임에 대해서도, 민주주의 국가에 불법집회가 어딨냐며 응수한다. 사실 운동권들이 흔히 공격당하는 레파토리를 대중운동의 장에서 시민들이 나서서 부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촛불집회에서는 시민들이 나서서 단체에게 ’깃발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종북 빨갱이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에 대해 스스로 검열하는 정서가 시민들 사이에서도 작동했었다. 그러나 2016년 탄핵집회에서는 ’배후를 색출하라‘는 이야기에 시민들이 너도나도 깃발을 만들어 들고 나왔다. ’내가 배후다‘라고 외치며 각양각색의 깃발을 들고나오는 항의행동은, 종북 빨갱이, 전문 시위꾼들을 배후로 삼는 전통적인 공격 프레임을 전면으로 조롱하며 무화시키는 기발한 기획이었다. 이번에는 불편함은 시위의 주체들 때문이 아니라, 시위를 보장하지 않는 경찰과 정부의 문제라고 시민들이 나서서 이야기하고 있다. 또 하나의 프레임을 부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런 변화들이 우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흔히 시민들을 주체성 없고 정체없는 집단으로 쉽게 상정하곤 하지만, 사실 다이나믹한 한국의 집회시위 역사에서 시민들 또한 운동의 경험이 축적되고 있다. 시민들은 이전의 운동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반성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운동 내부에서는 부술 수 없는 논리들이 대중운동의 장에서는 부숴진다. ‘대중’이 발화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각성한 시민들은 ‘순수한 대중’이라는 이미지조차도 전략적으로 활용할 줄 안다.  나는 대중운동이 분출하는 장에서만 가능한 진일보가 있다고 믿는다. 물론 시위에서 나오는 급진성이 대중운동이 끝난 이후로도 일상적으로 꾸준히 전부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운동의 장에서만 가능한 진일보라는 것이 분명히 있고, 그런 것들은 회귀하지 않는다. 2008년에는 ‘배후세력’ 프레임이 먹혀들어갔지만, 2016년에 ‘배후세력 색출’이라는 프레임이 파괴된 뒤, 2024년에는 그 프레임이 씨알도 먹히지 않는 것처럼. 그런 부분들에 주목한다면, 대중운동의 장에서 활동가들이 해야 할 역할들이 좀 더 명확해진다.
[6411의 목소리] 유기견 쉼터가 모두 없어질 그날까지
유기견 쉼터가 모두 없어질 그날까지 (2024-12-30) 처음 견사를 만들어서 데리고 들어와 적응하는 과정이다. 손도 안 타던 아이가 먼저 필자에게 다가와 장난도 치고 안기고 있다. 필자 제공 김미숙 | ‘동공당’ 대표 20년 동안 마을에서 개장수를 하던 할아버지가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그곳을 알게 되었고 주변 분들과 그곳의 개들을 구조하기로 하였다. 그곳 아이들은 이른바 짬밥(음식물쓰레기)을 먹고 살고 있었다. 동네 음식점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를 가져다 그릇도 없이 길바닥에 부어주는 식이었다. 묶여 있지 않은 아이들은 시내를 돌아다니며 길고양이 사료를 먹거나 남의 집에 들어가 개밥을 훔쳐 먹으며 다녔다. 동네 주민들이 민원을 넣어도 주인이 있는 개라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는, 마을의 골칫덩어리였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사람들이 모였고 주말마다 봉사를 다니며 환경을 조금씩 개선하면서 할아버지를 설득하고 ‘동물자유연대’에도 도움을 청했다. 우리의 설득으로 할아버지는 개들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고 가족들에게 돌아갔다. 새로운 곳을 찾아 쉼터를 짓는 것보다 20년 넘게 수많은 아이들이 팔려 나가고 죽어 나간 그 자리에 쉼터로 만들고 시작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그 자리에 쉼터를 짓기로 결정했다. 개똥과 쓰레기더미로 뒤덮인 그곳을 몇날 며칠 치워가며 아이들이 지낼 수 있는 견사를 지었다. 단체 이름도 만들었다. 근사한 영어 이름도 거론되고 여러 이름이 추천되었는데 다수결로 ‘동물과 공존하는 당신’을 줄여서 ‘동공당’으로 결정됐다. 그동안 쉴 새 없이 태어나는 강아지들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채 입양처를 구하고 임시보호처를 구해서 보내기에 바빴다. 겨울에 시작된 공사는 봄이 되어 마무리되었다. 견사가 완성되고 길거리 아이들을 포획해서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에서 중성화를 해주고 사료와 후원금도 보내주었다. 그사이에도 수많은 생명들이 태어나 가족을 찾아가고 또 죽어갔다. 처음 시작할 때 같이 있었던 사람들도 절반 이상은 떠나가고 바뀌었다. 광고 마을 사람들의 반발도 있었다.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농사를 망치고 들개처럼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잡아주어 고맙다고 인사하던 사람들이 견사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철마다 밭에서 나오는 농작물을 사주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 아이들이 입양만 가면 다 끝날 줄 알았던 이 일을 나는 5년간 하고 있다. 개체 수는 그때보다 지금이 더 늘었다. 솔직히 나는 쉼터가 지어지고 아이들이 중성화되면 입양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쉼터가 안정되고 들개에 가까웠던 아이들이 훈련을 통해 순화되고 누가 봐도 순하고 이쁜 집 강아지가 될수록 아이들은 입양을 가기가 더 어려웠다. 아니 입양 기회가 없어지고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갔다. 너무 비참하고 불쌍하고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아이들에게 밀려서 말이다. ‘일이년이면 되겠지’ 하고 겁 없이 시작한 이 일이 이제 햇수로 6년째 접어들고 있다. 처음 아이들을 입양 보내고 쉼터를 정리하겠다는 생각은 이제 포기했다. 남은 아이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잘 돌봐주고 행복하게 잘 살다 가게 해주는 것으로 목표를 바꾸었다. 목표를 바꾸고 나니 마음도 편해지고 해야 할 일도, 목표도 생겼다. 쉼터 아이들도 집 아이들과 다르지 않게 좋은 환경에 좋은 사료로 키우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다. 후원금에만 의지하지 않고 자체적인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올해부터 인식 개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모르거나 잘못 알고 계신 분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정착을 위한 교육을 하는 것이다. 동공당의 최종 목표는 사단법인을 만드는 것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큰 단체로 크는 것도 아닌 해체다. 나도 6년째 이어지는 백수 생활을 하루빨리 정리하고 싶다. 아니 돈 쓰는 백수 일은 고만하고 싶다. 그리고 나처럼 이런 일을 하는 분들을 도와서 전국의 사설 쉼터를 하나씩 없애는 것이 나의 최종 목표다. 유기견, 유기묘가 없다면 우리 같은 사설 쉼터가 있을 이유가 없을 테니까. 모자라는 대표를 믿고 함께해주는 동공당 운영진에게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보내며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외친다. 사지 말고 입양해주세요. 버리지 마시고 끝까지 책임져주세요.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노동X6411의 목소리X꿋꿋프로젝트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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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의 양가감정] 나도 '우리' 안에 포함될 수 있나요?
🎶 추천곡 🎶 black eyed peas <where is the love> '그냥 사람들'의 논의되지 못한 삶들 지난해 역대급 세수 펑크를 기록했다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매번 역대급을 달고 나와 이젠 익숙해진 걸까. 여야 모두 감세로 뜻을 모았다. 올해 7월, 정부는 ‘2024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고 그 중 상속세 개편이 핵심이었다. 상속재산에서 공제하는 액수를 늘리고, 세율과 과표구간을 조정하여 ‘중산층’의 상속 부담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개편으로 인해 가장 큰 혜택을 받는 이들은 초고액 자산가들이었다. 개편된 내용에 따르면 상속재산이 100억  원 이상인 고액 자산가들의 혜택이 늘어났다. 100억원 이상인 경우 세금이 23% 줄었고, 200억 원 상속 시에는 효과가 점점 더 커졌다. 상속세 개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전체 피상속인의 6.3%, 약 1,200명 -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약 0.00002% - 에 불과하다. 국회에 국민을 대변해 입법자로 나선 사람들과 나라의 행정을 책임지는 사람들의 논의 테이블에는, 초고액 자산가들 혹은 그들을 위한 의제가 놓여있다. 중산층을 위한다는 껍데기 속 본질은, 초고액 자산가들을 위함이다. 상속세와 관련된 논의는 국민의 99.99%의 ‘그냥 사람들’을 위함이 아니었다. 반면 딥페이크, N번방 등은 어떠한가. - 20대 여성에서 가장 와 닿는 이슈를 가져왔을 뿐 범죄나 사회 문제의 경중을 나누는 행위가 아님을 알아주시길 -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사건이며, 피해자의 규모조차 파악이 어려운 딥페이크 범죄는 오히려 예산이 삭감되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새로운 사회문제를 매번 접한다. ‘와 이 이슈 정말 역대급으로 심각하다. 관심 가져야겠다.’ 그리고 다른 이슈를 만나면 또다시 나는 ‘와 이 이슈 정말 역대급으로 심각하다. 관심 가져야겠다.’ 그리고 다른 이슈를 만나면 ‘'와 이 이슈 정말 역대급으로 심각하다. 관심 가져야겠다.’ 그리고 또 다른 이슈를 만나면…. 이와 같은 상황의 무한 반복. 매번 역대급을 갱신하는 사회에, 내가 모르는 또 역대급 최악이 있는 사회에 역겨움을 느낀다. 이와 같은 ‘그냥 사람들’의 이야기는 논의조차 되기 어렵다. 당연하게도 ‘그사세’의 공론장에는 올라가기도 어렵다. 여전히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의제들은 널리고 널렸다. 시민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 계엄 선포된 이후 나는 친구들과 함께 광장에 나갔다. 친구, 친구의 친구, 그의 친구, 또 그의 친구들이 모였다. 미리 만나 버려진 종이박스에 각자가 원하는 구호를 담았다. 학교 앞 현수막 전문점에서 깃발도 만들었다. 학생들이 모였기에 학교의 특색을 담으면서도, 그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특별하지 않은 학생임을 담고 싶었다. 누구든 배제되지 않는 단어를 찾기 위해 1시간이 넘도록 회의가 이어졌고 우리는 ‘그냥 학생들’이라는 문구를 달고 광장으로 나아갔다. 가는 길에 만난 수능을 본 고3 학생과 그의 어머니는 우리에게 떡을 나눠주셨고, 학교 깃발을 보고 선배님들과 학우분들을 만나 응원의 이야기도 들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그냥 학생들’에 많은 호응을 해주셨다. “그냥 학생들이래~ 맞지, 그냥 학생일 수도 있네~” 모두들 ‘그냥 시민’으로서  광장에 모였다. 질서정연했고 민주적이었고 선진적이었다. 우리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고, 노래에 맞추어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무드등, LED 촛불, 크리스마스 트리등, 응원봉 등 다양해진 촛불들에 민주주의가 물씬 느껴졌다. 옆 사람이 찬 바닥에 그냥 앉으니 자신의 기말고사 시험지를 가방에서 꺼내 준 고등학생들, 조심히 지나가라며 밝은 웃음으로 교통 정리를 해주는 경찰들, 밀집도가 높아지자 자발적으로 간격을 벌리는 시민들. 계엄이라는 수단을 들고 권력을 유지하려는 권위주의에 맞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가장 선두에서 등불을 밝혔다. 이후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윤석열 퇴진으로 한마음이 된 사람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고 박수쳤다. 한 페미니스트가 나와,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밝히고 윤석열이 성차별주의자임을 규탄하자 분위기는 이전과 사뭇 달랐다. 누군가는 침묵으로, 누군가는 눈짓으로,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어 페미니스트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음을 드러냈다. 민주주의의 한가운데에서 또다시 권위주의가 자행했다. ‘시민이 승리’라는 구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시민이 존재하는 자리였다. 그사세에서만 일어나는 ‘논의되지 못함’의 행태는 광장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학생사회에서의 광장 계엄이 선포되기 2주 전, 캠퍼스 중앙에 위치한 중앙도서관 외벽에 교수들의 시국선언문이 붙었다. (제목 :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우려하는 중앙대학교 교수들의 시국선언문) 시국선언문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색채를 드러내지 말라는 학생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한편, 이 시국선언문이 붙은 중앙도서관 바로 앞에는 ‘의혈탑’이 자리 잡고 있다. 4•19 혁명 당시 중앙대 학생 5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고, 1명은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6명의 선배를 기리고 그들이 지킨 민주주의를 위해 의혈탑을 세웠다. 비단 중앙대학교만의 일은 아닐 테다. 많은 학생들이 죽거나 다쳤고 그들로 인해 민주주의를 바로 설 수 있었다. 학생사회는 항상 선두이자 핵심이었다. 계엄이 선포된 후 학교 곳곳에 대자보들이 붙었다. 학생 개인이 손으로 쓴 손자보부터 학과 차원에서 쓴 대자보, 동아리에서 쓴 대자보, 교수들이 쓴 대자보 등 다양한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이와 동시에 수업 때 계엄에 대해 언급한 교수들을 신고하는 일도 일어났다. 학내 커뮤니티에는 대자보 목소리를 응원하는 학생들과 이를 비판 혹은 비난하는 학생들이 동시에 존재했다. 학생사회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강해지자, 총학생회는 재적 중인 모든 학생들이 모이는 ‘학생총회’를 개최했다. 학생사회는 얼어가고 있는 걸까. 학생총회의 정족수는 재학 인원 중 10%인 2,500명, 결국 절반밖에 모이지 못해 학생총회는 개최되지 못했다. 총회 이후에 진행하고자 했던 학생들의 자유발언은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여의도 광장에서 들었던 불편한 감정이 이어지지 않길 간절히 바라며, 핫팩과 친구들의 온기에 의지하며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학생사회에서만큼은 탄핵 이후의 민주주의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진정 바라는 민주주의 사회가 무엇인지, 그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광장이 우리에겐 필요했다. 그리고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박다안 학우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학내 청소노동자의 이야기로 시작한 발언은, 민주주의 사회를 이륙하기 위한 우리의 다짐으로 끝맺었다. 탄핵만이 우리의 목표가 아님을, 탄핵 이후의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야 함을 상기시키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또다시 교수들의 시국선언에 대한 반응처럼, 학생들의 비난이 난무했다. 탄핵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청소노동자 얘기는 존재할 수 없었다. 박다안 학우의 자유발언 전문 광장에서의 양가감정 각양각색의 깃발들, 직접 만들어 개인의 색채가 가득 담긴 피켓들과 개성이 가득 담긴 촛불(의 대체재)의 다양성에서 안도감과 아름다움을 느꼈지만, ‘탄핵’이 아니면 다른 주제에 대해서 말하자는 그 공기가 소름 끼치도록 무서웠다. 광장에서 탄핵을 외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면 생각이 많아졌다. 6년 전에도 광화문에 나가 ‘박근혜 하야’를 외쳤던 사람들이 이곳에서도 ‘윤석열 탄핵’을 외치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탄핵 이후의 국면을 이야기해야 한다. 민주주의 재건은 별개의 일이며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광장에서 탄핵 이후에 변해야 할 제도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별안간 나는 ‘탄핵 반대 지지자’가 되어버렸다. 지금은 탄핵만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룰이 존재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모여 한목소리로 소리를 내는 것이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윤석열 퇴진’이라는 두 단어로 모든 게 간결해지는 것이 언짢았다. 그 속에 논의되지 않는 것들이 있음을 알기에 불편했다. 윤석열을 뽑은 것이 누구인가, 바로 우리들이 아닌가. 정계에 입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흔쾌히 받아준 것이 누구인가, 바로 우리들이다. 우리의 선거로, 우리의 권력으로 만들어낸 그가 우리에게 계엄으로 위협을 가했다. 그 권력을 바로 다잡아야 하는 것도 우리이며, 이전과 같은 일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야 하는 것도 우리다. 논의해야만 하는 것은 퇴진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전반이다. 그들에게서만 문제를 찾는 것이 아닌, 우리 자신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위헌적인 계엄 선포에 맞서 민주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자부심도 느꼈지만, ‘촛불’에 담긴 평화로워야 한다는 메시지는 불편했다. 악을 평화로, 사랑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편으로 이상적이기도 하다. 허나 광장의 현장에서는 흐트러진 질서를 용납하지 못했기도 하다. 학생총회에서 학생들의 자유발언 때 학생의 말투로 비난을 가한 자들이 존재했다. 학과에 누가 되었다며 사과하라는 담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누구나 발언할 수 있는 광장에서, 우리는 반드시 평화롭고 질서 있고 선진적이어야 했다. 광장을 대표하는 그들만의 기준으로.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이 각자의 삶에서 치열하게 살다, 평일 저녁 혹은 주말에 나오는 것이 애달팠다. 하지만, 이 정도 마지노선에만 움직이는 사람들에 싫증도 났다. 최악만은 면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상살이가 힘들어 세상일에 관심 갖지 않는 것에 한편으론 이해도 하지만, 이것이 반복되고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이상적인 사회를 합의하기 위해 광장에서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반복되는 정치 사태, 이제는 지겹지 않은가. 최악만을 피하고자 하는 이에겐 ‘더 나은 사회’란 존재하지 않는다. 나도 ‘우리’ 안에 포함될 수 있나요? ‘시민이 승리’라는 단어를 외치며 정치적 효능감을 느꼈지만, 시민에 속하지 않은 모든 것들을 떠올리며 회의감도 들었다. 광장에서 울려 퍼지는 ‘우리’라는 말에, 과연 우리는 모두를 담아내고 있었는가? 모든 영역에서 차별하지 않는 ‘우리’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자신을 노래방 도우미라고 소개한 시민의 발언이 요 며칠 계속 맴돈다. “나도 ‘우리’ 안에 들어갈 수 있나요?”라고 외치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노동의 많은 영역을 이주민들이 책임지고 있음에도, 시위의 현장에서 조선족에 대한 혐오는 줄어들지 않는다. 친구에게 ‘물살이*’라는 단어를 배운 이후로 ‘국민이 개돼지입니까?’라는 말에 자꾸 멈칫한다. *물살이 : 돼지는 ‘돼지고기’와 ‘돼지’가 엄연히 다른 존재로서 자리한다. ‘고기’라는 단어에는 ‘식용하는 동물의 살’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반면 물고기는 식용이라는 기준에 따라 변하는 단어가 아니다. 물에 사는 수많은 어류를 모두 물고기라고 지칭한다. 이것에서 시작된 종평등 언어. 나는 이번 광장에서 기쁨과 안도의 눈물도 흘렸고 분노와 애달픔의 눈물도 흘렸다. 양가감정을 안고 매주 광장으로 나갔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한가운데 위치했지만, 외로움을 느꼈다. 6년 전 혹은 더 이전보다 작금의 광장이 더 민주적이라는 것도 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민주적으로 투쟁하고 있음을 안다. 하지만 더 나아졌다 하여, 더 낫다고 하여 안도하고 싶지 않다. 나는 차별과 배제 없는 완전해진 민주주의를 위해 앞으로도 이 감정을 안고 광장으로 나아갈 것이다. 여의도에서의 ‘우리’가 확장된 모습과 남태령에서의 계층을 망라한 연대의 모습을 떠올리며, 보수(질서)적인 형태로 진보되는 사회를 마주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