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6411의 목소리] 유기견 쉼터가 모두 없어질 그날까지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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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재단은 6411 버스 속의 사람들처럼, 지치고 힘들 때 함께 비를 맞고 기댈 수 있는 어깨가 되겠습니다.

유기견 쉼터가 모두 없어질 그날까지 (2024-12-30)

처음 견사를 만들어서 데리고 들어와 적응하는 과정이다. 손도 안 타던 아이가 먼저 필자에게 다가와 장난도 치고 안기고 있다. 필자 제공

김미숙 | ‘동공당’ 대표

20년 동안 마을에서 개장수를 하던 할아버지가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그곳을 알게 되었고 주변 분들과 그곳의 개들을 구조하기로 하였다. 그곳 아이들은 이른바 짬밥(음식물쓰레기)을 먹고 살고 있었다. 동네 음식점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를 가져다 그릇도 없이 길바닥에 부어주는 식이었다. 묶여 있지 않은 아이들은 시내를 돌아다니며 길고양이 사료를 먹거나 남의 집에 들어가 개밥을 훔쳐 먹으며 다녔다. 동네 주민들이 민원을 넣어도 주인이 있는 개라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는, 마을의 골칫덩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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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였고 주말마다 봉사를 다니며 환경을 조금씩 개선하면서 할아버지를 설득하고 ‘동물자유연대’에도 도움을 청했다. 우리의 설득으로 할아버지는 개들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고 가족들에게 돌아갔다. 새로운 곳을 찾아 쉼터를 짓는 것보다 20년 넘게 수많은 아이들이 팔려 나가고 죽어 나간 그 자리에 쉼터로 만들고 시작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그 자리에 쉼터를 짓기로 결정했다.

개똥과 쓰레기더미로 뒤덮인 그곳을 몇날 며칠 치워가며 아이들이 지낼 수 있는 견사를 지었다. 단체 이름도 만들었다. 근사한 영어 이름도 거론되고 여러 이름이 추천되었는데 다수결로 ‘동물과 공존하는 당신’을 줄여서 ‘동공당’으로 결정됐다. 그동안 쉴 새 없이 태어나는 강아지들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채 입양처를 구하고 임시보호처를 구해서 보내기에 바빴다. 겨울에 시작된 공사는 봄이 되어 마무리되었다. 견사가 완성되고 길거리 아이들을 포획해서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에서 중성화를 해주고 사료와 후원금도 보내주었다. 그사이에도 수많은 생명들이 태어나 가족을 찾아가고 또 죽어갔다. 처음 시작할 때 같이 있었던 사람들도 절반 이상은 떠나가고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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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의 반발도 있었다.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농사를 망치고 들개처럼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잡아주어 고맙다고 인사하던 사람들이 견사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철마다 밭에서 나오는 농작물을 사주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

아이들이 입양만 가면 다 끝날 줄 알았던 이 일을 나는 5년간 하고 있다. 개체 수는 그때보다 지금이 더 늘었다. 솔직히 나는 쉼터가 지어지고 아이들이 중성화되면 입양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쉼터가 안정되고 들개에 가까웠던 아이들이 훈련을 통해 순화되고 누가 봐도 순하고 이쁜 집 강아지가 될수록 아이들은 입양을 가기가 더 어려웠다. 아니 입양 기회가 없어지고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갔다. 너무 비참하고 불쌍하고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아이들에게 밀려서 말이다.

‘일이년이면 되겠지’ 하고 겁 없이 시작한 이 일이 이제 햇수로 6년째 접어들고 있다. 처음 아이들을 입양 보내고 쉼터를 정리하겠다는 생각은 이제 포기했다. 남은 아이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잘 돌봐주고 행복하게 잘 살다 가게 해주는 것으로 목표를 바꾸었다. 목표를 바꾸고 나니 마음도 편해지고 해야 할 일도, 목표도 생겼다. 쉼터 아이들도 집 아이들과 다르지 않게 좋은 환경에 좋은 사료로 키우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다. 후원금에만 의지하지 않고 자체적인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올해부터 인식 개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모르거나 잘못 알고 계신 분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정착을 위한 교육을 하는 것이다. 동공당의 최종 목표는 사단법인을 만드는 것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큰 단체로 크는 것도 아닌 해체다. 나도 6년째 이어지는 백수 생활을 하루빨리 정리하고 싶다. 아니 돈 쓰는 백수 일은 고만하고 싶다. 그리고 나처럼 이런 일을 하는 분들을 도와서 전국의 사설 쉼터를 하나씩 없애는 것이 나의 최종 목표다. 유기견, 유기묘가 없다면 우리 같은 사설 쉼터가 있을 이유가 없을 테니까. 모자라는 대표를 믿고 함께해주는 동공당 운영진에게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보내며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외친다. 사지 말고 입양해주세요. 버리지 마시고 끝까지 책임져주세요.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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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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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쉼터가 없어지는 날이 오길 바라며, '동공당'은 유기동물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싸웁니다. 입양과 책임 있는 반려동물 문화 정착이 핵심! 더 이상 버리지 말고,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이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듭니다. #유기견입양 #반려동물책임 #동공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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