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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탄소 가격 책정 메커니즘의 성공적인 도입과 실행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에 대한 연구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 탄소 중립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각 국가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성공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각 국가는 이러한 정책의 성공 여부에 대해 다른 결과를 보이고 있다. 스웨덴은 탄소 세를 도입하여 효과적으로 실행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프랑스는 탄소 세를 도입하려 했지만, 노란 조끼 운동과 같은 국민의 반대로 인해 계획이 실패로 끝나게 되었다. 한국은 아직 탄소 세를 도입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와 스웨덴의 사례를 비교하여 그 차이점을 분석하고, 한국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스웨덴과 프랑스는 모두 탄소 가격 책정 메커니즘을 도입하고 있지만, 그 배경과 결과는 다르다. 스웨덴은 실제로 탄소 세를 도입하여 지속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모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1990년대 초에 도입된 스웨덴의 탄소 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되어 왔다. 스웨덴의 탄소 세는 온실 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청정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2014년에 '기후 에너지 기여금(CCE)'으로 알려진 탄소 세를 도입하려 시도했으나, 이는 노란 조끼 운동과 같은 저소득층의 반대로 인해 중단되었다.   스웨덴과 프랑스의 사례를 통해 탄소 가격 책정 메커니즘의 성공적인 도입과 실행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을 탐구하는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다:   "스웨덴과 프랑스의 사례를 통해 탄소 가격 메커니즘의 성공적인 도입과 실행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무엇인가?"   이 연구 질문은 탄소 가격 이니셔티브의 결과를 형성하는 데 있어 대중의 인식과 정책 설계의 역할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환경적 맥락과 같은 다양한 요인을 탐구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우선 기존 문헌 연구를 통해 탄소 중립으로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정치, 경제, 사회적 요인을 파악하고, 이러한 요인이 스웨덴과 프랑스에서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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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나의 연구학습계획> 높아져만 가는 비만율,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1.     제가 연구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소개해드립니다. 제가 이 문제에 고민하게 된 이유는요!    ‘비만‘,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비만‘이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하는 1인 입니다. 우리나라의 ’비만 유병률‘은 증가추세 이구요, ’비만‘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각종 질환(대사증후군, 고혈압, 심혈관 질환, 당뇨병, 불임, 수면무호흡증, 암 등)의 원인이 되어 사회를 병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비만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의 출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국민건강지식센터)    제가 이 문제를 고민하게 된 것은 만병의 근원인 ‘비만‘이 지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은 제가 연구원정을 지난 3주간 참여하며 정리해본 생각의 흐름입니다. 질문 자체의 난이도는 누구나 던질 수 있는 매우 쉬운 수준이라 생각함과 동시에, 우리가 평소 쉽사리 답하지 못했던 사각지대의 질문들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그림>을 통해 <나의 연구학습계획>을 보다 탄탄하게 세워나가 보고자 합니다. 함께 응원해주실거죠? <그림1>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흐름 2.     자, 그렇다면 ‘비만’ 문제에 대해 어떤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비만‘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질병‘으로 등록된 지는 꽤 오래됬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무려 50년이 지났습니다.건강과 관련된 학계, 산업계에서도 그만큼 오랜기간 동안 ’비만‘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을 해 왔는데요. 가장 최근 ’비만‘과 관련해 이슈가 되었던 사례는 바로 아래 사례입니다.    이외에도, 국내에서는 ‘대한비만학회‘에서 ’비만‘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부가 ‘비만‘문제 해결을 위한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요? <사례1> 비만은 국가가 관리해야 하지만 급여는 수술뿐? 비만은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으로, 비만 진료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학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략)…최근 10년간 국내에서 체질량지수(BMI)가 25kg/㎡ 이상인 비만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고된다. …(중략)…비만은 만성적이고 재발하며 진행하는 질환으로, 만성 대사질환과 암, 골관절염, 정신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해 개인과 사회에 큰 부담을 준다. 이 때문에 지속적이면서 체계적인 비만 치료와 돌봄이 필요하다. 기사 출처: 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0417 (메디컬 옵서버, 2024)     ‘비만’ 문제와 관련된 학계를 살펴보았는데요, [1] 사회경제학의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2] 정책학의 ‘보건정책’ [3] 행정학의 ‘공공보건의료’, ‘사회역학’이 있습니다. 세 가지 모두 ‘비만’을 ‘문제의 대상‘으로 보며 각 학문분야가 가진 전문성을 살려 ’비만문제를 해결‘하려는 학문적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역시, ’비만‘문제는 현대사회의 특성인 (VUCA; Volatility 급변성, Uncertainty 불확실성, Complexity 복잡성, Ambiguity 모호성)이 골고루 반영된 사회적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아래 <표>를 통해 비만과 VUCA를 살펴보세요. 여러분의 의견도 궁금합니다. <표> VUCA의 Scope로 ‘비만 문제‘ 살펴보기    뿐만 아니라, 제가 최근 ‘비만’과 관련해 눈길이 갔던 연구는 다음 사례와 같습니다. 미래세대를 위협하는 ‘비만’, 꼭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례2>  부모 모두 비만이면 자녀 중년에 비만 될 확률 6배 높다 부모가 모두 비만인 경우 자녀가 중년이 돼서 비만이 될 확률이 6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노르웨이 트롬쇠 북극대 연구팀은 2천여 명의 부모와 자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연구 결과, 부모와 자녀의 중년기 체질량지수 사이에는 강한 연관성이 있었으며 부모가 모두 중년에 비만인 자녀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중년기 비만이 될 확률이 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부모 중 한 명만 비만인 경우에도 자녀가 중년기에 비만이 될 확률은 3배 이상 높았습니다. 기사 출처: https://science.ytn.co.kr/program/view.php?mcd=0082&key=202403081625154992 (YTN 사이언스, 2024.3.) 3.     저는 ‘비만’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앞으로 아래와 같이 학습해나갈 계획입니다!     저는 앞으로 남은 연구원정 프로그램을 통해 저는 제가 가진 질문의 범위를 점차 좁혀나가 보고자 합니다.지난 3주간 프로그램을 통해 제가 가진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찾아나가며 연구질문을 러프하게 도출해 내보는 시간을 보냈다면, 이제는 그 연구질문에 대한 답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학계분야의 선행연구들을 찾아보며 연구의 방식, 연구 결과, 한계점 등을 체계화 시키는 작업을 해보려 합니다.    지난 3주간의 시간을 브리핑 해보았는데요, 가장 어려웠던 점은 ‘비만을 사회적 문제로 보는 것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접근해 나갈 것인가?’였습니다. 아무래도 문제가 가지는 복잡성과 제 마음 속 조바심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가 연구해보려 하는 주제에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며, 새로운 인사이트가 있다면 가감없이 공유 부탁드리겠습니다.긴 글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끝으로, 연구원정 파이팅!
이슈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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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선원의 환경교육이 해운산업의 지속가능성, 개도국의 환경인식 개선의 불씨가 될수 있을까요?
2024년에 선원이란? 저는 작년까지 외항선 기관사로 해운산업에 종사했습니다. 선원이라고 하면 농사와 같이 고대 부터 인류문명 발현부터 함께 해온 익숙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리스토텔리스는 세상엔 세가지 사람이 있다는 구문을 남겼습니다. 산자, 죽은자, 바다에 나간자. 아직까지도 이어지는 바다에서의 폐쇄성과 단절을 잘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2024년에 선원은 어떤 의미일까요? 더이상 탐험할 바다나 육지는 없고 개발지와 미개발지로 구분됩니다. 하지만 많은 기술발전으로 다양한 운송수단이 개발됨에도 아직까지 90% 이상의 세계 무역은 선박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데에 그 필요가 존재할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증기기관의 등장부터 지속되어온 화석연료를 사용한 선박운항에 항해의 낭만보다는 환경오염의 위험성이 더 많이 숨어있습니다. 제가 목격한 안타까운 장면들은 그 일부겠지만 선박 접안시 부두에서의 대기오염, 육지와 인접한 해협에서 어구나 생활쓰레기들이 끝없이 부유하던것, 개도국 항만 노동자들의 환경의식 부재, 발트해 폐수 유입 등이 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선박에서 발생하는 생활 폐기물, 각종 슬러지나 화학약품 잔여물, 선체 업무과정에서 많은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환경문제에 관한 선원들의 교육, 동기부여를 통한 작업습관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 낼수 있을지 고민할수 있었습니다. 해운산업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안전하고 정확한 시간안의 프로덕트 운송, 개인의 차원에서는 선박 안전 운항의 책임감, 경제적인 부분도 있을것 같고요. 여기에 더해서 선원들은 국제 무역의 최전선에 있으며 모든 행동이 해양환경에 직접 영향을주며 그곳이 일터인 직업으로 해양환경 보전에 대한 가치 역시 지금보다 훨씬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 라는 개인이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연구를 할수 있을까. 사실 환경오염에 대한 경험을 통해 직관적으로 선원 교육에 대해 고민하게된것은 아닙니다. 그 고민의 과정도 공유하고 싶은데요. 먼저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생겼던것 같습니다. 실제로 날씨가 조금 바뀌거나 공기가 조금 나빠지는것이 아닌 산업의 구조자체가 바뀌고, 우리 삶의 방향이 바뀌어야 할수도 있다는 생각, 지구의 자생력을 초과해 예측불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는 각 환경 요소 임계점의 존재들을 접하게 되면서 어떤 대의나 거창한 목표를 위한것이 아닌 내가 살고있는 집인 지구에 문제가 생기면 나도 살수 없잖아? 같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이유가 동기가 되었고 이것을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거창한 목표나 대의를 품는것 역시 중요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혼자서 해결할수 없는 거대한 문제, 원인을 명확히 파악할수 없는 복잡한 문제들에 잠식되거나 무기력해지는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저의 첫 연구주제로써의 접근은 제한된 시간안에 한정된 자원과 인력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해야하는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효율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나의 경험과 세상의 필요가 만나는 점을 찾아 큰 얼개를 국제 선박 운항으로 인한 해양환경 오염으로 짠 후에 어떤 영향과 원인이 있는지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선박운항으로 인한 어떤 환경오염의 요소로 1. 극지방 환경오염, 2. 기름유출 사고, 3. 환경 규제로 인한 운임, 물류비 상승으로 개도국의 소외나 비용전가, 4. 생태계 교란 선박운항으로 인한 해양환경오염을 야기시킨 원인으로는 크게 1. 무분별한 화석 연료사용, 2. 배출량 지분이 큼에도 관심이 적은점. 3. 무한 성장의 경제 시스템으로 인한 무역증가, 4. 온난화로 인해 북극 통행이 가능해진 점. 이러한 확산의 과정을 거치고 실제 기사들과 관련한 많은 자료들로 더 디테한 부분들을 메꾸어 가며 제 단 하나의 연구주제는 뭘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정보를 얻으면 얻을수록 단순한 원인 결과의 현상이 아닌 국제관계, 경제, 정치등 너무 많은 분야가 연결되어있어 특정하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내린 결론이 다시한번 거창한 목표가 아닌 그냥 내 경험 하나에 집중해보기 였습니다. 이 단순한 결론 내리기가 제 3주간의 활동중 가장 어려웠던것 같습니다. 나의 고민과 삶의 철학을 관통하는 이거다! 하는 그런 주제를 기다리고 찾는것 보다. 기후위기 해결이라는 큰 방향성안에서 일단 내가 발걸음을 떼어보는것에 의의를 두려고 합니다 설령 그 주제가 생각했던것보다 가슴뛰거나 임팩트를 주지 않아도 꾸준함으로 만들어낸 결과가 훨씬 값질수 있겠다 라는 믿음에서요.  결론적으로 제가 초점을 좁히게 된 주제는 선박 운항 중 발생하는 환경 문제에 대한 선원 교육 및 훈련의 역할, 지속 가능한 해운을 위한 선원의 작업 습관 변화 동기부여 방안 입니다. 바다라는 폐쇄적 상황의 특수성으로 많은 사고나 재난들이 인재로 인해 일어나고, 훈련과 교육으로 그저 기술의 적용이 아닌 산업의 분위기를 바꿀수 있을것이라 기대합니다. 또한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여 개인의 책임감만이 너무 부각되는것은 부족하므로 어떤식으로 동기부여나 해양 환경보전에 기여를 하고있는지를 느끼게 할수 있는지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안타깝게도 환경교육에 관한 대한민국에서의 현위치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승선을위해 진행하는 필수 교육 중에서도 소방과 안전 관련해서는 납득할만한 시스템이 있는데에 반해 환경오염과 관련해서는 해양 기름유출에 관한 주의를 강조하는것 이외에 뚜렷한 교육이 없는것이 굉장히 아쉽습니다. 먼저 관련주제 조사를 위하여 필요한 정보는 1.교육학 그중에서도 환경 교육을 어떻게 정의할것인가, 어떻게 접근할것인가, 환경 문해력 (지식, 태도, 동기부여), 그리고 환경 정보를 어떻게 전달할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에 대해 조사해볼 것입니다. 관련해서는 Wei-Ta Fang, Arba'at Hassan, Ben A. LePage 저자의 The Living Environmental Education: Sound Science Toward a Cleaner, Safer, and Healthier Future 도서가 해외의 최신 환경교육 정보를 얻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2. 해양과학, 그중에서도 해양 오염 관련하여 선박에서 어떤 오염의 가능성이 있는지 자세한 분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런 확실한 분류를 바탕으로 교육과 훈련이 수반된다면 연구나 조사로써는 찾아내기 힘든 실무, 필드로 부터의 새로운 문제제기나 방지책이 나오는것을 기대합니다. 관련해서는 Cambridge University Press 에서 발간된 Environmental impact of ships 자료가 제가 참고해본 모든 자료 중 가장 전문적이고 세분화되도록 환경에 대한 선박의 영향들을 기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3. 마지막으로 국제 해사기구 IMO 의 국제규제, 환경규제와 선원 인권 및 교육을 담당하는 파트 별로 나누어 최신 정책들을 꾸준히 follow up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운산업 선원들의 비중은 선진국들에서는 사양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업무의 강도나 고립에 의한 심리적 취약성 등 많은 부정적 영향때문이라고 추측 되는데요 그렇기에 현재 가장 많은 선원을 배출하고 있는 필리핀, 그 뒤로 중국, 러시아 아시아 동유럽 등 환경인식에 대한 수준이나 탄소중립 실천도가 비교적 높지않은 나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에 체계화된 환경교육이 그들에게 더 큰 기회를 줄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더 큰 비전으로 환경인식이 많이 부족한 나라들에게 해운산업으로 부터 비롯된 해양환경 보전의 불씨가 일반 대중들에게 번질수 있는 효과까지 기대해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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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장애인 노동권을 보장하는 수단으로서 장애인 고용의무제의 현황과 한계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회문제는 복잡다단하죠. 그래서 우리는 이와 같은 문제들을 사회적 난제,  Wicked Problem 이라고 부릅니다.”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소개글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많은 사회문제를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Wicked problem, 즉 ‘사악한 문제’입니다. 다음 문장은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면 이렇게 서술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가 직면한 사회문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 하나의 명약을 찾아내려는 것이 아닙니다.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탐구하며 계속해서 변이하는 이 문제들에 대한 우리만의 방어체제, 면역체계 ****Immune System ****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한 군데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표현이 있습니다. “근본적 해결”입니다. ‘급변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VUCA) 등의 특징을 가진 현대사회의 사악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싶은 것입니다. 물론 ‘근본적 해결’을 위한 ‘하나의 명약’을 찾는 프로젝트는 아니라는 취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오해는 없습니다.) 연구원정에서 다루는 문제는 아마 모두 ‘사악한 문제’에 해당할 것입니다.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장애인 고용 혹은 일자리 문제 또한 그러합니다. 장애인에게 더 많은 일자리가 주어져서 일하는 장애인이 많으면 좋겠다는 견해는 매우 강력한 지지를 받을 것입니다. 복지관대성에 관한한 한국은 매우 소극적인 국가에 속하고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접근은 복지국가가 본격적으로 발전한 이후에도 정당성을 쉽게 얻고 있으니까요. 이동권과 기타 장애인 권리 보장을 요구하면서 지하철역에서 시위하는 장애인에 차가운 눈길을 주는 시민도 장애인에게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에는 흔쾌히 동의할 것입니다. 이렇듯 폭넓은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고 국가가 나름 다양한 정책을 통해서 보장하려고 하는데도 장애인 고용의 현실은 썩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사악한 문제’와 관련된 전형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장애인 고용은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크게 개선되지 않을까? 어떤 접근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이 주제에 대한 연구 관심사의 바닥 층위에 있습니다. 사전에 따져 볼 수 있는 질문이 있습니다. 왜 장애인이 꼭 일을 해야 하는가? 일을 하지 않을 권리는 없는가? 장애인 고용을 강조한다면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장애인을 한 번 더 배제하는 접근 아닌가? 장애, 장애인은 도대체 어떤 상태와 어떤 대상을 지칭하는 개념인가? 장애 정의도 크게 다르고 장애의 상태에 따라 일자리, 노동 관련성이 크게 다른데, 장애인 고용으로 통틀어서 이야기하는게 정당한가? 실제 장애인 고용률이 그렇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가? 여러 정책이 동원되고 있는데 통틀어서 얘기할 게 아니라 구분해서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떤 정책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거나 혹은 효과가 없는지? 이러한 질문은 모두 따져보고 연구해야 할 중요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되고 있고 이에 대한 문헌도 방대합니다. 다만 나의 연구에서는 이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기로 합니다. 한 사람의 연구자가 새롭게 제시할 수 있는 지식이나 사회에 대한 기여는 매우 작을 수 밖에 없는데 그걸 위해서라도 선택과 집중은 불가피하니까요. 선택과 집중의 대상은 “장애인 고용의무제”입니다(지난 1991년부터 국가와 지자체,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인 민간 사업자에게 일정 비율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 비율은 2024년 기준 공공 3.8%, 민간 3.1%.). 한국에서 장애인 고용에 대한 공적 접근을 대표하는 정책이니까요. 실제 고용의무제 대상 인원으로 산정된 장애인이 전체 고용상태에 있는 장애인 중에서 차지하하는 비중이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고용의무제는 고용 인원을 넘어서서 갖는 의미가 큽니다. 무엇보다 장애인 고용의무 미이행 사업체가 내는 고용부담금은 장애인 고용정책을 펼치는 주용한 재원입니다(장애인 고용의무 미이행 공공기관과 상시 노동자 100인 인상 기업은 고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부담기초액은 고용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데 미이행 1개의 일자리에 대해서 월 1,237,000~ 2,060,740원이다.) 장애인 고용의무제는 많은 국가에서 장애인 고용을 위한 중요한 정책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이 제도가 없거나 혹은 폐지한 국가도 있습니다. 그런 국가에서도 다른 정책 수단을 통해서 장애인 고용의 활성화를 꾀합다. 장애인 고용정책은 여러 프로그램과 정책 수단의 믹스다. 이런 점이 특정 정책의 효과성 판별을 어렵게 만듭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판별하기는 쉽지 않지만 일반적인 결론을 내릴 수는 있습니다. 장애인 고용정책은 그 어떤 구체적 정책 수단을 쓰더라도 그 어떤 국가에서도 장애인 고용률을 눈에 띄게 개선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사실 그리 놀랍지만은 않은 현입니다. 대부분의 복지선진국은 일반적으로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 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고용을 담당하는 핵심 주체인 민간 기업의 고용 결정은 국가의 정책적 노력 보다는 경기 등 경제와 시장 자체의 맥락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입다. 장애인 고용정책의 효과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구체적 정책의 효과를 판별하기는 힘들다. 고용의무제의 경우 장애인 고용 이슈를 환기시킨다거나 관련 정책 수행을 위한 재정 조성 등에서 그 기능을 찾기도 합니다. 장애인 고용정책은 나름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 왔고, 고용의무제 역시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세부 정책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러한 장애인고용정책의 발달과 변화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수행되어 왔습니다. 주로 사회복지학, 장애인복지학, 행정학, 정책학, 사회학 분야에서 이를 다루고 있습니다. 학계 바깥에서는 주로 장애인 당사자단체에서 장애인 고용문제를 꾸준히 다루면서 개선책도 제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관련 논의가 상대적으로 덜 활발한 편이고 제시되는 논지나 대안도 재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신선한 접근이나 새로운 이슈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그런 지점을 연구자의 시선으로 포착하려는 것입니다. 최근 한국의 장애인 고용의무제는 어떤 방식으로 발전(진화)하고 있는가? 그 양상은 무엇이고, 원인은 무엇인가? 고용의무제의 변화는 장애인 고용의 궁극적 목적인 장애인의 직업세계와 노동시장으로의 포함(inclusion), 일자리를 통한 소득 보장, 사회권 등 인권 보장 등의 관점에서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까지 관찰한 바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려 볼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고용의무제는 1980년대 후반 도입 논의와 발전 과정에서 장애인 노동권을 보장하는 획기적 수단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서 도입되었지만 그 이후 정책의 대상, 재정, 사업범위 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2000년 큰 폭의 법개정이 있었고 그 이후로는 그 틀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부침이 있었는데 지금은 안정적입니다. ‘안정’은 다면성을 가진 표현인데, 한편으로는 변화의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장애인고용의무제는 지금 전반적으로 안정적입니다. 크게 변화를 가져 올 계기를 찾기 힘듭니다. 오히려 고용의무제의 변화는 고용의무제 자체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방향을 택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고용의무 이행으로 인정되는 고용 형태 중에는 일종의 편법으로 볼 수 있는, 장애인고용브로커를 통한 재택근무나 간접근무 방식이 채택되고 있습니다. 장애인 고용을 돕기 위해서 배치되는 ‘근로지원인’제도도 발달장애인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는데 그 실행 현실을 보면 장애인 근로자의 업무 독립성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장애인 일자리와 사회적 일자리를 동시에 창출한다는 점에서 확대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처럼 장애인 고용의무제는 제도 자체의 경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미세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제도가 유지될 때 주어지는 수확, 편익을 관련 행위자들이 나눠 갖고 있는 셈입니다. 이 경로가 아닌 어떤 새로운 경로가 있을까요? 고용의무제보다 더 나은 대안도 쉽게 떠올리기 힘든 것도 사실이니까요. 편익을 나눠 가고 있기 때문에,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고용의무제는 장애인의 노동권의 온전한 보장이란 측면에서는 결함이 많음에도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대안적 접근이 없는 것은 아닙디다. 장애인 일자리 뿐 아니라 노동에 대한 패러다임적 전환을 요구하는 시도로 볼 수도 있습니다. 먼저 일자리 개념의 확장이다. “이것도 노동이다!”는 관점에서 장애인의 권리 증진 활동을 권리 중심 일자리로 지원하는 정책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서울시의 경우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폐지되었습니다. 또 다른 대안은 일개념의 확장입니다. 자원봉사, 돌봄 등의 활동을 일에 준하는 사회적 참여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는 탈노동(post-work) 패러다임입니다. 이러한 대안적 접근은 지나치게 이상적이거나 그 적용범위가 제한적이어서 고용의무제를 대체하거나 변화를 자극하는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큰 변화는 작은 변화의 축적으로 인한 결과이기도 해서 이런 변화의 의의를 간과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장애인 고용정책, 특히 고용의무제를 둘러 싼 다양한 변화의 양상을 파악하고 그 원인과 의의 등을 추적하는 것을 연구의 방향으로 삼고 있습니다.
장애인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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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업계 그리고 국가보조금 - 어차피 자식도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하는 거니깐.
** 제가 이 텍스트를 '조세정의'로 분류한 것은, 기후를 위해 무엇을 해야한다, 라는 아이디어라기보단, 관련한 정책이 대부분 세금으로부터 조달된 보조금으로 운영되는데도 이렇다, 는 문제의식에서입니다. I. 결국 내 세금인데 이렇게 쓰이는 건 싫다 저는 신재생에너지업계에서 근무했던 적이 있습니다. 미국 회사 특유의 프로페셔널함을 상상하던 제게 회사의 분위기는 다소 충격이었습니다. 매출의 99%가 국가보조금임에도 불구하고, '국고니깐 더 깐깐히 써야지'가 아니고, '언제 끊길지 모르니깐 한 푼이라도 더 땡기자'는 마음으로 다들 지나친 연봉을 받고 오후 4시 퇴근의 라이프를 누리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가정을 꾸린 마당에 정의를 논할 수 있냐,고 한다면 저는 아무 할 말이 없습니다. 게다가 저는 청년수당 국가장학 등 국가에서 주는 혜택엔 해당사항이 되어본 적이 없었기에 더더욱 국가보조금에 대해 '어련히 잘 쓰이겠지', '다 필요한 분들이 받아서 잘 쓰고 계시겠지'라고 막연히 믿(고싶)었습니다. 그렇게 순수했던 한 청년의 기대가 어제 산 스마트폰에 아직 강화스티커도 붙이지 못한 채 콘크리트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순간이었습니다. 3여년이 채 안되는 기간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저는 현금성 정책, 그 중에서도 업계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에 대해 관심의 주파수를 높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6년만에 다시 신재생에너지 업계에 발을 들입니다. 확실히 10년 전보다는 기후 위기에 대해 시민의 관심도가 높아졌고, 정책적 논의도 활발합니다. 저는 기후 이슈를 개개인의 단위에서 저는 일회용품을 더 쓴다고 너는 비윤리적이야, 라고 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보단 텀블러를 든 분들이 훌륭하다고 봅니다. 텀블러는 마음만 먹으면 당장 지금부터라도 시작할 수 있죠. 개인의 행동양식은 이렇게 간단히 적은 비용으로도 '의지'로 바꿔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 단위로 가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적은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닐 뿐더러 짧은 시간 내에 해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냉정하고 치밀한 계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하게 계량할 수 없어도, 계량해보기 위한 치열한 시도가 계속되어야 합니다. 숫자가 그나마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기 유용한 수단이니깐요. 이 계량은 자금 조달을 하는 단계와, 자금이 쓰이는 단계에서 각각 진행되어야 합니다만은, 저는 우선적으로 자금 조달 단계에서 지금이 최선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국고보조금이 더 많이 쓰이면 쓰일수록 뒷단의 편익에 대한 논의도 더욱 첨예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II. 계산을 해봅시다 저는 최근까지 투자업계에서 근무했습니다. 코로나와 초저금리라는 초유의 사태를 몸소 경험하며 사모펀드 환매 대란, 부동산 자금 경색, 전세 대란, 건설사 파산이라든가 부정 IPO(상장) 등의 사례를 실전으로 겪어냈죠. 이 과정에서 제가 배운 건, 1. 사람들의 관심을 모아내기 위해서는, '돈'이라는 매개로 풀어내는 게 확률적으로 사람들이 귀를 기울일 가장 높은 접근법이라는 씁쓸하지만 직시해야하는 현실, 2. 아무나에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을 주지 않고,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되는' 사람(기업)을 초대해야 망해도 사회적 비용이 높지 않다는 점, 3. 나랏돈은 굳이 이미 자본이 충분한 자에게 충분히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HUG 보증이 있으면 금융기관에서는 아무리 똑똑한 사람을 채용해두더라도 다른 조건에 대한 검토를 다소 부실하게 하고 (부실 사업장이든 뭐든 HUG가 처리해주겠지~) 투자를 진행하게 됩니다.  예나 지금이나 보조금이라 함은, 불특정 다수라는 즉 여러분이나 제가 낸 세금을 국회의원 및 공무원이 편성해 분배되는 형식입니다. 솔직히 지급 과정상 시민이 간섭할 여지는 제로에 수렴합니다. 물론 하나하나의 과정에 대한 깐깐한 검토와 감사 방식도 유효하지만, 애당초에 적게 지급되는 것으로 시선을 바꿔볼 수 있지도 않을까요? 어차피 자본이 있고 이윤을 전제로 하는 주체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기본조차도 누릴 수 없는 이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전자의 정책을 위해서는 현금성 보조금 지급보다 경쟁에 대한 조정이라든가 세금 감면 등으로도 충분한 혜택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이 핫 이슈가 된 배경엔 시장 조성보다 보조금 지급이 우선적으로 진행되고, 보조금 지급 방식이 사후에 효율성에 대한 측정 없이 진행되어온 것 때문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신재생에너지도 '업계'입니다. 까페를 창업할 때와 대단히 다른 논리가 적용될 이유는 없습니다. 은행에서도 대출을 받고, 자영업자 보조금을 구청에서 받는다고 가정합시다. 하지만 그 어떤 자영업자도, 보조금 딱 그만큼을 목표로 창업하지 않습니다. 이를 토대로 "훨씬 큰"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 기대될 때 리스크를 쓰는 것이죠. 그 리스크의 일부를 국가가 같이 지는 것이구요. 신재생에너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뒷단의 그 모든 이야기는 차치하고 우선 맨 앞단에서, 직접적인 현금성의 국가보조금은 줄이면서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감당하게 하는 자금조달은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현재 이미 시행되고 있는 직접적 보조금 외의 각종 정책에 대해서 분석해보고, '대출성'과 '투자성'으로 나누고, '세금 감면' 측면과 '현금 지급' 측면으로 나누어 살피고자 합니다. 돈은 될 업계입니다만 돈이 별로 모이지 않는 이유 국가보조금이 적어진다면 그만큼 민간에서 투자자금을 모아야 합니다. 가장 처음 들어야 할 생각은, "국가보조금이 적어지면 여기 왜 투자해?"겠죠. 부침은 있다고 해도 세계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만큼 '돈'도 이 곳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관련한 기술은 파고 들어가다보면 AI, 반도체, 배터리 등 지금 핫한 그 모든 것들이 연관되어 있죠. 한국에서 많이 더딜 뿐 금융업에서 Green fund, Climate fund 등 기후와 관련한 펀드는 펀드 하나에서 750억 달러를 유치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과거에 하나금융그룹에서 1,900억원, 최근에 이지스자산운용에서 500억원을 모은 정도 외엔 기후나 신재생에너지 관련한 큰 행보는 보이지 않아 아쉬운 바입니다. 국민연금도 해외 최고 운용사들에는 수조원의 '녹색' 펀드에 투자 중이지만 막상 국내 금융기관에는 투자할 전문 운용사도 마땅치 않고 투자처도 모호한 상태입니다. 이런 자금들이 더욱 풍부해진다면 당연히 국고보조금의 필요성은 더 줄어들겠지요! 따라서 현재 국내외 민간에서 조달하고 있는 각종 그린 펀드 관련한 현황을 알아보고, 한국에서 유난히 부진한 배경에 대해서 각종 자료를 비롯해 업계 사람들의 인터뷰를 청취해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최근 한국에서 원자력을 강력히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그 정책 자체를 옳고 그르다라고 하는 것 이전에 세계적인 글로벌 운용사들이 만든 펀드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 원자력 발전 기술이 포함되어 있는지 아닌지를 보는 것이죠. 왜냐하면 그런 펀드에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들이 투자하고 있기에 기준이 아주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각종 유력 기관투자가들의 그린펀드 투자 기준과 각 그린펀드의 상세한 투자 기준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른 업계가 돈을 버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데 시너지를 못내는 이유 한국의 전력소비량은 571.93TWh로서 2020년 기준 세계 7위 (출처: https://tips.energy.or.kr/statistics/statistics_view0903.do)로서, 1인당 전력소비량은 2019년 기준 아이슬란드, 미국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출처: https://www.index.go.kr/unify/idx-info.do?idxCd=4291) 이 소비량은 가정보다는 산업 부문의 전력 사용으로 기인하였고, 오히려 가정은 전력 사용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적은 편이라고 합니다.이러한 점은 우리가 '전기를 아껴쓰자'는 방식으로 에너지 정책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기업의 경제 집중도가 옳고 그른지에 대한 논의는 우선 차치하고, 현상만을 볼 때 2021년 기준 100대 기업의 경제기여액이 명목 GDP의 6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중에서 1위인 삼성전자가 160조원을 기록해 대한민국 GDP의 7.8%을 차지했습니다. (출처: https://m.khan.co.kr/economy/industry-trade/article/202207200806001/amp) 이는 전력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전력 소비량이 26.95TWh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만 2위에서는 경제 기여도는 현대자동차가 2위를 기록한데 비해 전력소비는 SK하이닉스가 2위(23.35TWh), LG디스플레이가 3위(15.37TWh)를 보였는데요, 이 또한 한국의 가장 유력한 수출종목으로 생각하는 반도체 생산이 전력소비가 높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기업들도 잠재적인 신재생에너지 자금조달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이 다소 막연하지만 혹시나 이러한 시너지를 창출해낼 제도나 움직임은 없는지 알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작업일 것입니다. III. 결론 다소 중언부언되고 결론이 모호해보이는 이슈 제기입니다만, 기후 관련해 신재생에너지가 단순히 국고보조금을 타먹는 수준에선 탈피해야 합니다. 지금의 아이돌 비즈니스, 반도체 산업처럼 하나의 큰 장이 될 수 있고, 그렇다면 훨씬 막대한 민간 자금이 유입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여러가지 정책 중, 자금 조달이라는 직관적 측면에서 신재생에너지 업계가 더욱 효율적이고 '똑똑한' 분야로 나아가길 바라는 바입니다.  제가 놓치고 있거나 더 알아보면 좋겠다는 점 그 무엇이든 환영입니다!
조세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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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잘 듣고' 있을까요?
2010년 05월 06일, 가능하다면 평생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이 제 삶 속으로 들려왔습니다. “암인 것 같은데, 빨리 병원에 가 보는 게 좋겠습니다. 꽤 진전이 많이 된 것 같아요.” 난생처음 듣는 말인데다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말이라 정신이 혼미했습니다. “내가 암이라고? 다음 달이면 조기 취업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이게 말이 돼?” 그러나, 피할 수 없는. 받아들여야만 하는 가혹한 현실이었습니다.  그 후, 총 4곳의 대학병원에서 같은 진단을 받았습니다. “3기 후반입니다. 20대 초반이라 암 전이 속도가 무척 빠르니, 수술이 시급합니다.” 믿기지 않는 현실에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쏟아내던 어느 날,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겼습니다.  “나 왜 암에 걸린 거지? 도대체 뭐 때문이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그런데 그 순간 지금껏 내 몸이 보내온 작은 신호들이 떠올랐습니다. 매일매일 미세한 열이 지속되었고, 계속 잠이 몰려왔고, 끝도 없이 피곤했으며, 감기약을 먹어도 좀처럼 감기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내가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그 시간만큼 암은 진행되어왔고, 암 세포의 크기가 점점 커졌단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내 몸과 소통하지 못했습니다. 내 몸의 소리를 가볍게 여기며 무시했고, 듣지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듣지 않았던 시간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오래도록, 많이 아파야 했습니다. 크게 아프고 나자, 세 가지 교훈이 가슴에 남았습니다. 삶에 어떤 순간이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니, 그때 그때마다 하고 싶은 말과 마음을 후회 없이 잘 전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 몸의 소리, 마음의 소리, 타인의 소리 등을 “잘 들으며” 살아야 한다는 것 남 탓/상황 탓하지 말고, 나의 현실을 오롯이 인정 및 수용하며 변화를 위해 노력할 것 삶의 유한함을 깨달은 후, 나는 위 3가지 교훈을 잊지 않으려 적극적으로 노력했습니다. 그러자 삶에 작은 파문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부당한 것들에 대해 용기 낼 힘이 생겼고, 불편한 것들을 변화시켜야겠단 의지가 생겼으며, 내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이런 제 모습을 지인들은 낯설게 느끼거나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변화가 꽤 오랜 시간 지속되자,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의 변화가 사회의 공고하고 단단한 벽을 만났을 때, 기성 질서와 부딪혔을 때- 변화는 갈등을 촉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 2024년 3월의 어느 날, 동묘 앞 다이소에서 경험한 일입니다.  다이소에서 구매한 물건을 교환하기 위해 줄을 서고 기다리던 중이었는데, 내 차례가 되어 교환할 물건을 계산대에 올려놓던 순간! 갑자기 뒤에서 중년 남성 한 분이 새치기를 시도했습니다. 본인의 물건을 다이소 점원에게 건넨 후, 빨리 교환해달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저는 당황&멈칫하며,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라고 나지막이 불편함을 표현했습니다. 그랬더니 대뜸 그 남성은 제게 “말이 많다.”고 했습니다. 남성의 태도에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물러서지 않으며 “함부로 말씀하지 마시라!” 단호하게 대응했고, 이후 제게 돌아온 말은 “그 입 닥치라” 였습니다. 상황이 이 정도에 이르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본인 행동이 부끄럽지 않으세요? 왜 자꾸 함부로 말씀하시는 건데요! 왜 제가 입을 다물어야 하는데요! 함부로 말씀하지 마시란 말이에요!”라고 크게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분에 못 이기는 얼굴로 “그 입 안 다물어? 어린 게 어디서”라는 말과 함께 손찌검이 날아오려던 순간, 다이소 직원분이 급히 달려오셨고 주변 손님들도 한마디씩 하시자 그 남성은 조용히 다이소를 나갔습니다. 만약 그 남성으로부터 손찌검을 당했다면, 직접적 폭력을 경험했다면, 그날 그 상황은 제게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요? 다시 그 장소에 갈 수 있을까요? 앞으로 제게 생기는 부당한 일들에 대해 두려움 없이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요? 저는 그 날, 듣지 않으려는(듣고 싶지 않은) 마음이 어떻게 폭력으로 발현되는지를 목격했습니다. 이 사회에서 자신보다 약자라고 생각되는 이를 함부로 대하며, 자신의 위치성을 공고히 하길 원하는 심리가 내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졸업식에서 일어난 일명 ‘입틀막’ 사건 당사자 신민기씨는, 4월 9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신씨는 당시 자신이 발언을 하지 못하도록 강요당했고, 대통령 연설이 끝날 때까지 다른 방에 가둬져 있는 등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헌재의 판단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권력에 의한 기본권 침해를 구제받기 위해, 나를 비롯해 대한민국의 누구도 다시는 겪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청구한다.”는 자신의 의견을 밝혔습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권력을 가진 가해자가 문서와 역사적 서사를 독점한 상황에서 힘없는 피해자들의 경험과 목소리는 배제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진실에 대한 공개적 인정과 정의 실현도 가능했습니다. 생존자의 권리가 공개적으로 옹호되고 은폐되어 있던 잘못들이 공개적으로 인정되는 과정은, 정의로 나아가는 첫 걸음을 표상하기 때문입니다.  신민기씨의 말을 들으며,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 제 삶에 강렬한 순간을 남긴 그 남성에겐, 최은정이란 사람이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요? ▶ “함부로 말씀하지 마시라!”는 제 목소리가, 그 남성의 귓가에 조금이라도 닿았을까요? ▶ 조금이라도 본인의 잘못을 인지하게 되었을까요? 그는 자신의 행동이 폭력임을 알았을까요?  ※ 그런데 이것이 제 삶에만 일어난 특별한 경험일까요? ※ 현재 우리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문제와 이슈들이 제가 목격 및 경험한 것들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면, 우리는 지금부터 어떤 이야기를 함께 나눠야 할까요? 4.10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후보들은 한껏 몸을 낮추며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읍소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넙죽 큰절을 올리기도 하고, 자신들이 부족했으니 기회를 달라며 간절히 호소합니다. 더 낮은 자세로 경청할 것이라고, 국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왜 선거가 끝나면, “진정으로 듣고자 하는” 국민의 대표는 잘 보이지 않는 걸까요?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민을 대신하여 정치를 하도록 했지만, 우리의 대리인들은 국민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잘 듣기”가 되지 않아서 지금 우리 모두가 아픈 건 아닐지, 몸 속의 암세포가 자라듯 대한민국이 점점 병들어가고 있는 건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저는 책 ‘진실과 회복(저자: 주디스 허먼)’ 중 일부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부당한 사건들 앞에 ‘머 세상 일이 원래 그렇지’라고 자조하는 사람들은 이미 방관자가 된 이들이다. 폭력의 생존자들에게 방관자들의 공모와 침묵이 더 큰 배신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즉 우리가 피해자가 되면 친구들, 친척들, 이웃들의 무관심과 공모가 직접 당한 피해보다 더 큰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는 말이다. 독재의 규칙도 공동체의 암묵적인 허락과 동의에서만 가능하다. 즉,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생존자 정의의 제1원칙은 공동체가 피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비가시화되고 암묵적으로 용인해온 각종 폭력을 공동체가 인정해야만 정의가 설 수 있다.” “우리 안에 너무나도 깊이 박혀 있는 억압 체계들을 해체, 마치 숨 쉬는 것처럼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무의식의 세계로 녹아든 억압 체계들을 낯설게 보고 불편하게 만들고 의식의 영역으로 끄집어내는 것.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모든 사람을 포함하고, 모든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새로운 체계들을 창안하는 것” 제게 이번 4.10 선거는 그동안 자행된 폭력과 억압에 대한 불편함과 부당함을 표현하고 모아내는 장으로서의 의미를 지닙니다. 투표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통해 공동체가 입은 피해와 상처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며 국민의 목소리를 회복하는 순간이 오길, 위태롭게 흔들리는 공동체의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길 염원하고 있습니다.  투표를 통해 표현될 대한민국의 현재를 모두가 겸허히 인정하고, 그 안에 내재된 목소리들을 듣고, 모든 사람을 포함하며 모든 사람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새로운 체계가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그렇게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더 전진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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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남자들] 페미니즘 글에는 왜 꼭 “너만 힘드냐”는 댓글이 달릴까?
성평등 교육을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흘렀다. 직장인부터 시민사회단체 구성원, 초·중·고등학교 청소년과 군인 등 다양한 참여자를 만났다. 막상 어마무시한 저항이 있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꼭 참여자 표정이 굳기 시작하는 대목은 있다. 바로 여성이 경험하는 차별을 이야기 할 때다.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한 여성 어린이가 자신의 가족 제사 때 겪은 성차별을 이야기했더니, 옆자리 남자 어린이가 "너는 대신 군대 안가잖아!"라고 소리치는 모습을 봤다. 의아해진 나는 남자 어린이를 진정시키며 물었다. "혹시 저 어린이가 군대에 보낸건가요…?" 여성 차별에 "너만 힘드냐"라니 이런 사례가 결코 적지 않다. 페미니즘 관련한 글, 아니 꼭 페미니즘이 아니더라도 여성이 경험하는 차별과 폭력에 대한 글마다 '남성도 힘들다!'는 댓글로 가득하다. 남성의 삶이 어렵지 않다고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고통이 다른 이의 고통을 상쇄해 주는 것도 아닌데, 대체 이게 무슨 생뚱맞은 이야기일까? 뉴스에서 흑인을 향한 폭력, 장애인을 향한 차별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자신을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는 거냐며 발끈하는 경우가 드문데, 왜 젠더 문제에 대해선 그런 반응이  흔할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실제로 모르기 때문이 크다. 나도 학창시절, "성차별은 옛날 일"이라고 생각했다. '당장 학교만 봐도 똑똑하고 대학 잘 가는 여자애들이 이렇게 많은데, 무슨 성차별이냐'는 생각이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2년 국가성평등보고서'에 나타난 '성평등한 사회참여 영역 분야별 성평등 수준 현황'에 따르면, 학교 같은 교육·직업훈련 영역은 94.5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부터다. 경제활동영역 76.4점, 의사결정영역은 38.3점으로 처참한 수준이다. 고용률만 봐도 그렇다. 20대 때까지는 비슷하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고 여성이 임신·육아·출산을 경험하는 시기에 엄청난 격차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100대 기업 임원 비율은 여전히 6.8% 수준이다. 누구도 이를 제대로 가르쳐준 적 없으니 각인된 오해가 쌓이고 쌓여 오늘날의 성별인식격차가 됐다. 인권은 뺏고 빼앗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모르면 알아가면 그만인데, 왜 알려고 하기보다 화부터 낼까? 인권을 '제로섬 게임'으로 여기며 여성의 인권이 올라가면 남성의 인권이 추락할 것을 생각하며 불안에 떨기 때문이다. 나아가 성폭력을 오직 '피해자'와 '가해자'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자신은 피해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장애 이동권을 위해 생긴 지하철 엘레베이터가 모두에게 편리함을 줬듯, 인권은 함께 증진될 수 있다. 성폭력은 권력의 문제이기에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우리는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는 동반자로 나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남성들이 이러한 이해 없이 페미니즘에 학을 뗀다. 어떨 때는 이런 남성들의 분노가 일종의 비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남성의 어려움 어디에서 왔는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교육 현장에서 듣게 되는 이야기나 글에 달리는 댓글을 찬찬히 살펴보면 결론이 비슷하다. 군대에 가야해서, 연애나 결혼할 때 경제적으로 부담이라, 더 위험하고 어려운 일에 내몰려서 '힘들다'는 이야기다. 힘들 수 있다. 실로 더 많은 남성들이 일터에서 사망한다. 2022년 자살률 역시 남성이 여성보다 두 배 이상 더 높다. 그러나 드러내지 못한다. 나약하다고, 남자답지 못한 '하남자'라고 낙인 찍힐까봐 염려하느라 꽁꽁 숨기고 산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감정은 분노다. 그래서 그렇게 길 잃은 엉뚱한 분노로 자신의 비극을 발산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불행 배틀은 할 수 있을지언정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남성들이 꽃다운 나이에 군대에 가게 된 원인이 무엇인가? 연애, 결혼에서 남성이 더 경제적인 부담을 지는 이유는?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운다는 말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모두 옆에 앉은 여성 때문이 아닌, 우리 사회의 성별고정관념과 성차별적 문화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그리고 그 비극을 끝내기 위해 목소리 내는 사람들이 바로 페미니스트다.  늦지 않았다. 문은 언제든 열려있다. 지금껏 그랬듯 세상은 더 나은 쪽으로 변할 수 있다. 언제까지 '너만 힘드냐!'며 불행에 머물 것인가. 문제의 원인을 찾으며 함께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것인가. 당신은 언제나 선택할 수 있다.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은 남성연대에 균열을 내고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실천하고자 교육, 연구, 집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벌거벗은 남자들> 시리즈는 그간 가부장제 아래 왜곡된 남성성에 변화를 만들고자 남함페 활동가 5인이 남성 섹슈얼리티, 관계, 돌봄 등 남성의 삶 전반을 페미니즘적 시선으로 톺아보려 합니다. 본 글은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의 이한 활동가가 작성하여 여성 신문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 여성신문 원문 주소 : https://n.news.naver.com/mnews...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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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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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기억] 당신에게 세월호란
당신에게 세월호란? -현(hyun) 질문자 : 현 장소: 니트생활자 사무실 *인터뷰이: S, H(닉네임으로 작성했습니다)  *인터뷰이는 니트컴퍼니 모임 닛커넥트 에서 만난 멤버들로, 2시간 가량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니트컴퍼니 : 무업 청년들이 모인 가상회사로, 해마다 상/하반기 기수를 모집하고 있으며 온라인/오프라인에서 업무 인증과 주간 회의, 전시 등의 활동을 합니다. Q1. 10년 전 4월 16일, 그 날 여러분은 어떤걸 하고 있었나요? S: 미국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주변 지인들로부터 세월호 참사에 관한 연락을 받았고, 도서관에서 내내 기사에 대해 찾아봤다. 토론 시간마다 세월호가 소환됐다. 언론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분노했다. 묻고 싶은 것이 많은 외국인들 앞에서 나는 한국인으로서,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H: 그 날은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던 첫 날이었다. 하루 종일 정신없이 일하고 퇴근 길에 참사 소식을 듣게 되었고, 한 주가 우울했다. 아무것도 못 하고 참사를 목도할 수 밖에 없어서 충격이 컸다. Q2. 어떤 것을 기억해왔나요? 어떤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S: 유학 시절 기숙사 화재경보기 알람이 울렸을 때, 모두 1층으로 내려가는데 나는 안전불감증이라 알람이 꺼질 때까지 귀를 막고 잠을 잤다. 그 정도로 안전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호를 겪고 나서 내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은 건널목에서도 멀리 떨어져서 기다릴 만큼 다가오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걱정한다.  H: 말도 안 되는 참사가 계속해서 일어나는 이유는 참사 원인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 여러 참사를 지나며 생겨난 리본을 4개나 봤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리본을 달게 될지 무섭다. S: 이태원 참사 때 주변에 있었다.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참사 소식을 접했다. 그날, 밤새도록 SNS에서 여과 없이 노출된 참사 현장을 봤다. 근처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살아있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들었다.  Q3. 세월호 참사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H: 국민을 지켜야 할 국가가 없구나, 각자도생 사회구나,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구나, 어른들의 탐욕으로 아이들을 바다에 수장시킨 참사로구나. 수장이라는 표현이 세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이 단어만큼 세월호를 잘 표현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416재단에서 만든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가 문을 열어 개소 강좌를 듣고 왔다. 김일란 영상감독, 홍은전 기록활동가, 그리고 김승섭 교수님이 와서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올해가 세월호 10주기라 책도 많이 나오고 영화도 많이 나올 테니 관심을 갖고 함께 해달라고 하셨다. S: 요새 친구들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 살아있는 사람도 지켜주지 않는 나라에서 아이를 낳으라고 종용한다. 축하한다는 반응조차 나오지 않는다.   Q4. 세월호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세월호를 어떻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S: 내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가르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럼에도 학교에서는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의 의미를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 또한, 생명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정치가 묻을 수 없다.  H: 앞서 들었던 김승섭 교수님 강연에서 해주신 말씀으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했던 말을 인용한다.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지 않아서 저희 오빠가 죽은 거잖아요. 여러분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꼭 용기를 내주세요" 이 말을 듣고 교수님이 책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하셨다. 세월호를 이렇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 담지 못한 인터뷰 비하인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여과없이 참사 현장을 전하는 SNS의 보도윤리에 대해 이야기 나눴을 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겐 일상 곳곳이 참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남성 위계에 의한 여성 피해자의 사망사건과 더불어 여전히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는 여성들의 죽음이 가려지는 이유와 문제도 짚어보았습니다. 참사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느냐를 떠올린 시간이었습니다. 작년 사회적으로 충격을 준 신림역• 서현역 칼부림, 동작역 침수사고는 큰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아직도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채 덮어둔지라 언제 사고로 이어질 지 몰라 두려웠습니다. 해결되지 않고 넘어간다면 안전한 사회는 멀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전을 원한다면 참사를 기억하라’   작년 이태원 참사 1주기 기억식에 나온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선 책임을 좌시해선 안될 것입니다.
4.16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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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기억] 🎗 시민이 기억하는 모습, 시민이 해야 할 질문
🎗 시민이 기억하는 모습, 시민이 해야 할 질문 기억하자는 말에서 출발한 질문 2014년 이후 4월 16일마다 “기억하겠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고 궁금했다. 무엇을 기억하겠다는 걸까?, 어떤게 미안하다는 걸까?  기억하자와 미안하다는 말에 주어가 없는 느낌이었다. 기억하겠다는 사람이 많을 수록 내 의문은 더 많아지고 깊어졌다. 그 의문은 두 개로 좁혀졌다. 저 말로 참사를 막을 수 있을까? 참사 원인을 드러내고 있을까?  세월호를 기억하는 이유는 참사 방지다. 만약, 기억하겠다와 미안하다는 말이 참사 원인에 접근도 못 하고, 제거도 못 하고, 행동하게 하지 못 한다면, 우리는 같은 참사를 또 겪을 게 뻔하다. [함께 기억] 프로젝트로 세 편의 글을 썼다. 그 중 두 편은 인터뷰였다. 모임도 참여했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모임에 참여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세월호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알고 싶었다. 둘째, 기억하자는 말에 무엇을 떠올리는지 알고 싶었다. 셋째, 그 기억이 참사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 알고 싶었다.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결론을 내렸다. "그들의 기억은 참사 예방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번 글은 이렇게 생각한 이유와 내가 생각하는 세월호 참사 원인, 시민이 기억해야 할 것에 대한 내용이다. 시작은 떠내려오는 아이들부터다. 떠내려 오는 아이들 두 사람이 강가에서 소풍을 즐기고 있었다. 갑자기 강 쪽에서 다급한 외침 소리가 들렸다. 어린아이가 물에 빠진 것이다. 아이는 온 힘을 다해 “살려주세요.”라고 외쳤다. 소리를 들은 두 사람은 서둘러 아이를 구했다. 그런데 숨 돌릴 틈도 없이 또 다른 아이가 도움을 요청했다. 이번엔 한 명이 아니었다.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아이들이 보이고, 보이고, 또 보였다. 아이들이 계속 떠내려오고 있던 것이다. 두 사람만으로는 구하기 벅찰 만큼 많은 아이들이었다. 그때 한 친구가 물 밖으로 나와 어디론가 향했다. 물에 있던 사람이 “너 어디가?!”라고 물었다. 친구가 답했다. “상류(Upstream)로 올라가서 아이들을 물속에 던져 넣는 놈을 잡으려고.” 업스트림,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가는 여정 해당 사례는 행동 경제학자 댄히스가 ⟪업스트림⟫에서 소개한 사례다.1) 업스트림이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거나, 그 문제로 인한 피해를 체계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반면, 다운스트림은 문제가 발생한 뒤에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댄 히스는 업스트림으로 올라가며 문제 원인을 찾고,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1) 문제 발생 후 해결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애초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탓하는 게 아니라, 소가 왜 탈출하려고 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앞선 사례는 아이들이 떠내려오는 상류(Upstream)로 올라가서, 애초 밑(Downstream)에서 아이들을 구할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예시다. 참사 발생 이후 인명 구조, 피해자 수습, 책임자 처벌에만 집중하지 말고, 참사 근본 원인을 찾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피해자 수습, 배 인양, 책임자 처벌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자체가 참사를 예방하는 건 아니다. 문제불감증, 업스트림으로 가는 길에 마주하는 방해물 업스트림으로 올라가는 여정은 어렵고 오래 걸린다.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감춰진 문제와 원인이 보이고, 그 위에 또 다른 문제와 원인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문제불감증'이다. 문제불감증이란, 부정적 결과가 자연스럽고 통제할 수 없으며, 바꿀 수 없다는 믿음이다. 어떤 문제에 무지할 때, 마치 그것을 날씨 대하듯 “어쩔 수 없지"라며 어깨를 으쓱하고 마는 것이다.1) 문제를 당연시하는 태도는 문제와 원인을 못 보게 한다. 원인이 그대로인데, 문제가 사라질 리 없다. 때문에 문제불감증은 업스트림으로 가는데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기억하자는 말은 참사 당시 우리의 문제불감증을 기억하고 경계하는 구호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산재한 문제를 볼 수 있다. 기억의 현주소를 보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문제를 제대로 보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기억의 현 주소 모임에 참여하고, 인터뷰하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답변은 ‘그렇다’였다. 무엇을 기억하냐고 물으면, 참사 날짜, 타고 있던 사람들, 목적지, 언론 오보, 정부 대처, 선장의 탈출 시점과 선내 상황 등이었다. 또한, 참사 당일 자신들이 하던 일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수업 듣고 있었다, 일하고 있었다, 카페에 있었다. 낮잠을 잤다. 식사 준비를 했다” 등등 다양했다. 선명하고 깔끔한 기억이었다.  그 외 기억은 그날의 감정이었다. 분노와 슬픔, 비참함, 죄책감 등이다. 한 사람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알게 됐어.”라고 말했다. 다른 한 사람은 “그 당시 아무것도 할 수 없던 것에 죄책감을 느꼈어.”라고 말했다. 표정은 침울했고, 일부는 울었다. “2024년 4월 16일에,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발생하면, 뭘 할 거야?” 내가 던진 질문이다. 답변하는 사람은 없었다. ‘할 말이 없다’가 더 정확할 것이다. 참사 현장에 없는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드물다. 직장인은 일을, 학생은 수업을, 부모는 자식을 위한 식사 준비를 해야 한다. 잠시 멈출 수는 있겠지만, 그 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부는 팽목항에 간다고 할지도 모른다. 서울시청부터 팽목항까지는 약 420km다. 시속 80km로 가도 5시간이 걸린다. 물에서 숨을 가장 오래 참은 기록은 24분 33초다. 도착했을 때 생존자가 있을까. 아마 도착해서 10년 전과 똑같이 분노와 슬픔, 죄책감만 느낄 것이다. 참사 후 느낀 감정은 참사의 원인이 아니다 참사 후 느낀 감정과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건 참사 예방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사 희생자가 나온 뒤 느낀 감정과 참사 이전 상황은 인과관계가 없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이유는 참사 방지다. 때문에 참사 후 감정이 아니라, 참사 원인과 막지 못한 이유를 기억해야 한다. 혹자는 시스템 부재를 원인으로 말한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큰 원인은 참사 이전 누구도, 시스템 부재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스템 부재를 눈치챘다면, 우리는 배가 뒤집혀도 바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을 것이고, 304명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연하다” 시스템 부재를 눈치 못 챈 문제불감증 앞서 "2024년 4월 16일에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발생하면 뭘 할 거야?"라는 질문에 기대한 반론이 있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돼지."였다. 그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상하다. 또다시 참사를 마주해서, 2014년 4월 16일의 괴로움을 느끼지 않기 위해 세월호를 기억하겠다고 하는 것일텐데. 왜 이런 질문을 그대로 받아 들일까. 기억하겠다 하면서도 마음 속으론 참사는 발생해, 라며 체념한 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한 체념 속에서, 질문 자체가 '발생하면'을 가정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질문이 발생하면인데, 당연하다 반문할 수도 있다. 그 당연하다는 태도가 문제 불감증이다. 시스템 부재를 눈치 못 챈 이유는, ‘시스템이 당연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비됐고, 작동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작동 안 했는지, 없었는지 모를 시스템을 우리는 굳게 믿고 있었다. 그 믿음 자체가 문제임을 알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그 시스템이 있었고, 작동했나? 답은 바로 나온다. 문제불감증은 “눈앞의 문제가 문제인지 모르는 무지”1)에서 비롯된다. 문제를 모르면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 태도는 세월호 이전부터 만연했고 참사 후 드러났다. 다큐멘터리 <그레이존>이 보여준 모습이다. 세월호 오보는 왜 발생했나 다큐멘터리 <그레이존>은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 상황을 보여준다. 전원 구조로 보도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그대로 보도됐다. 자막을 쓴 사람도, 보도를 본 기자도,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그레이존>에서 가장 심각하게 들렸던 대사는 “정부가 다 구했대.” “그래서 그걸 믿었죠.” 였다. 상부 지시와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상부 지시는 당연히 맞겠지 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결과다. 질문하고 확인했다면 막을 수 있었지 모르는 오보였다. 우리 주변에 이를 막을 신호가 없었을까? 국내 언론은 세월호 이전부터 질문하지 않았다. 2010년 방한한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국내 기자들에게 질문하라고 했다. 손을 든 건 중국 기자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내 기자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며, 국내 기자에게 손들어 질문하라고 했다. 손든 기자는 없었다. 질문권은 중국 기자에게 돌아갔다.  강남순 교수는 이를 보고 “질문하기가 삶의 방식이어야 하는 저널리스트조차도, 왜 제대로 질문권을 행사하려고 하지 않는가.”2)라며 비판했다. 모두가 똑같이 행동했다는 건, 그게 당연한 문화였다는 것이고, 누구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걸 방증한다. 외부에도 질문 안 하는 기자가, 내부 지시에 질문할 리 없다. 국민도 다르지 않았다 당연하다는 태도가 기자만의 문제였을까? 아니다. 국민도 다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보도를 보고 처음에 의문을 제기했던 사람은 없었다. 언론 보도가 당연히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세월호 구조 오보가 충격적이었던 이유다. 만약, 2010년 질문하지 않는 기자들을 보고 “왜 질문하지 않냐”, “내부에서 질문하지 말라고 했냐”,  “질문하지 않는 걸 문제라고 생각한 적 있냐”, “질문하지 않는 문화는 언제부터 왜 만들어졌냐”고 물었다면 오보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레이존> 출연 기자들에게 질문하고 싶었다. ①왜 지시에 대해 의심하고 질문하지 않았는지. ②질문하지 않는 것에 의문을 갖거나 문제라고 생각한 적 있는지. ③질문하지 않는 모습은 어디에서부터 만들어졌는지. ④같은 참사가 있을 때, 더는 오보를 안 내도록 바뀌었는지. 세월호 이후 기자들은 ‘기레기(기자+쓰레기)’로 불렸다. 항상 붙는 말은 “기레기 니들이 그렇지"다. 이는 문제를 당연시하는 태도다. 문제가 뭔지 알았으면 원인이 뭔지 찾고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고, “원래 그렇지"라는 말에 머무는 건 방관일 뿐이고, 쓰레기가 쌓이는 걸 지켜만 보겠다는 말이다. 시스템 부재가 문제일까? 부재에 무지했던 게 문제일까?  어떤 게 참사를 예방하는 기억일까? 세월호 참사로 구조 시스템이 없었고,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 이 자체로 큰 문제다. 더 큰 문제는 부재를 몰랐다는 것이다. 시스템 부재를 알아차렸다면, 시스템을 만들고,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시스템 부재를 모르면, 당연히 있다고 생각한다. 혹은 애초 시스템이 뭔지도 모르게 된다. 시스템이 있다고 믿으면, 참사가 벌어질 때까지 부재를 모르고, 참사가 발생해야 알아차린다. 비극이 있은 뒤에야 대비되어 있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시스템 부재를 눈치 못채고 있다. 그게 세월호 행사여도 말이다. 화재 발생시 대피 경로가 무엇인가요? 누가, 어디로, 어떻게 대피시키나요? 장애인, 비장애인, 남녀노소 중 누구를 최우선 순위로 대피 시키실 건가요? R&R 어떻게 분배되어 있나요? 세월호 행사에 가면 묻는 질문이다. 답변하는 사람들은 한 명도 없었다. 행사 기획자와 참여자 모두 생각지 못한듯 당황한다. 난 이게 진짜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4월 16일마다 노란리본을 달고, 세월호를 기억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게 현실이 아니라, 시스템이 없는데, 아무도 그 부재를 눈치 못채는 게 진짜 현실이라 생각한다. 세월호가 이렇다면 다른 행사는 불보듯 뻔하다. 개인적으론 안전이나 대피 계획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대피하지 못해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만 생각해도 충분히 계획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거창필 필요도 없다. 119에 누가 신고할 것인지, 누가 비상구로 안내할 것인지, 장애인이나 노약자 혹은 부상자가 있다면 누가 전담할 것인지 등만 사전에 대비하고 R&R만 분배해도 되는 일이다. 그 어느 조직과 개인도 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후 10년이 지났는데도 이렇다면, 대체 우리 사회가 10년 동안 뭘 배우고, 변한건지 의문이든다. 만약, 안전부터 신경 쓴다면 어떤 모임이든 참여자 모집부터 달라질 것이다. 특이사항으로 장애나 부상 등 도움이 필요한 점을 반드시 남기게 했을 것이다. 누가 오는지 알아야, 그에 맞게 준비할 수 있다. 그렇게 도움이 필요한 참석자가 파악되면, 행사 좌석 배치 부터 달라질 것이다.  기억의 주소는 감정과 상황이 아니라 부재를 몰랐다는 것, 부재를 몰라서 예방하지 못했다는 것 세월호 참사는 배만 안 뒤집히면 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드러나지 않은 문제점들을 살피고, 개선해서, 새로운 유형의 참사를 예방하자고 말한다. 문제 원리를 알면 어떤 문제도 풀 수 있지만, 유형만 알면 다른 유형을 풀 수 없다. 핵심 원리는 안전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대비 시스템 부재를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이 원리를 기억하고 모든 유형의 참사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모습은 ①시스템의 부재 ②시스템 부재를 못 봤다는 점 ③ 시스템 부재를 못 본 이유, 이 세 가지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시스템 부재를 못 본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다. ① 문제가 문제인지 몰랐던 무지 ② 문제가 있는지 보려고 하지도 않은 무관심 ③ 만연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체념 ④ 만연한 문제에 대한 방관  ⑤ 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 ①~④번은 무능함이고, ⑤번은 비겁함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 간 우리의 모습이다. “무능하고 비겁한 어른들이 많나요?” [함께 기억] 프로젝트 중 성현이 내게 한 질문이다. 그렇다는 답변에 성현은 다시 물었다. “어른들은 뭘 했나요? 10년 동안.” 10년 동안 발견하지 못하고, 놓친 위험요소가 얼마나 많았을까. 그 위험 요소들을 봤었다면, 우리는 얼마나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었을까. 그렇게 놓친 기회가 몇 번일까. (사)4・16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총괄팀장 장동원 씨는 이태원 참사 뒤에 “유가족들에게 미안했어요. 참사를 만들지 않겠다고 싸웠는데, 결국 또 희생자가 나왔잖아요.”라고 말했다. 미안해야 할 건, 기억하겠다고 한 모든 사람이지, 가장 앞에서 싸우는 한 사람이 아니다. 안전은 일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월호를 기억하겠다고 한 말이 진심이었다면, 일부에게만 맡겨서 안 된다. "기억하겠다, 위로한다, 안전에 투표하겠다"에 멈추고, 그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건, 세월호 유족과 일부 법조인, 정치인, 기자가 해결할 거라며 맡겨 놓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어느 정치인도 내가 서 있는 곳의 문제와 위험요소를 모른다. 故노무현 전 대통령 사후 발간 된 책, ⟪운명이다⟫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종료 후 고향인 김해에 내려가 화포 습지를 복원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엉망이 된 화포천을 보고 탄식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말했다. "어디 화포천만 이렇겠는가. 온 나라가 다 이럴 것이다. 대통령을 하면서 강의 지천과 실개천, 습지들이 이토록 처참한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몰랐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3) 가장 많은 권한을 가진 대통령도 가장 밑의 현실은 알지 못한다. 대통령이, 국회의원이, 시의원이, 구의원이 아무리 국민과 내 지역을 생각한다고 말 해도,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의 문제는 알 수가 없다. 내 주변 문제를 알고, 알아차려야 하는 건 나 자신이다. 참사는 일상에 있다. 기억하겠다고 말한 사람들은 일상의 참사 위험요소를 알아차려야 한다. 그 문제를 알아차리기 위해 가장 쉬운 실천은, 질문이다. 일상에 녹여야 할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말과 질문 “현실 세계의 변화는 단순한 해답을 가져오는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져 왔다. 좋은 질문을 통해서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들에 대해 각자의 정황을 새로운 눈으로 들여다보게 된다. 좋은 질문은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게 하고,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게도 이끄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장치가 되어준다.”2) 앞서 세월호 행사에서 대피경로와 우선순위를 질문했을 때, 비로소 그 어떤 안전 시스템도 없다는 게 드러났다. 이처럼 질문은 보이지 않던 문제를 드러나게 한다. 드러난 문제는 해결하고 예방해야 하며, 그 순간마다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말을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세월호를 기억하자고 말해야하는 순간 5가지는 이렇다. ①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때 ②문제가 없는지 의심이 들 때 ③문제 인식을 못하고 있을 때 ④문제 개선 중에 “이렇게까지 해야 돼?”라고 할 때 ⑤ ①~④을 다 알고도 스스로 아무것도 안 할 때. 세월호와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한번에 의미와 중요성을 전달할 수 있는 표현은 많지 않다.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말은 그 일을 해내는 소중한 표현이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도 이 표현을 자주 써야 한다. 1년에 한번 말하는 “세월호를 기억하자”가 아니라, 일상에서 말하는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말이 304명의 죽음에서 반성하고,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태도다. 은유 작가는 “우리가 의심 없이 행했던 일을 의심하는 순간 해방의 바람은 불어오고 있을 것입니다.”4)라고 말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의 우리들이 더욱 안전하기 위해서는 “나쁜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신호를 찾아서 그 신호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1)  세월호 유족에게 가장 모욕적인 말은 “지겹다"가 아니라, “어차피 참사는 또 발생해"라는 말이며, 가장 모욕적인 태도는 ‘문제를 알고도 행동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의심 없이 행하는 것에 원인이 있다. 그것들에 의심하고 질문하면, 10년 뒤 우리는 더는 세월호를 떠올리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부디 세월호를 기억하면서, 10년 뒤 아직도 무능하고 비겁한 어른들이 많냐는 질문과 10년 동안 뭘했냐는 질문에, 10년 동안 우리 사회가 정말 안전해졌고 모두가 일상의 위험을 알아 본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1) ⟪업스트림⟫ (댄히스/ 웅진지식하우스/ 2021) p.15, 41, 140 2) ⟪질문 빈곤 사회⟫ (강남순/ 행성B/ 2021) p.63, 65 3) ⟪운명이다⟫ (노무현, 노무현재단/ 돌베개/ 2022) p.311 4) ⟪해방의 밤⟫ (은유/ 창비/ 2023) p.250
4.16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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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기억] 참사와 함께 살아가기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래?” 이것은 내 기억 속에 찌꺼기처럼 남은 문장.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참사가 일어난 지는 꼬박 2년이 지났었고, 검고 촌스럽기로 유명했던 우리 학교 교복, 내 재킷에는 노란 리본 배지가 매달려 있었다. 누가 내게 저런 말을 했었는지는 사실 기억나지 않는다. 블러처리 된 영상을 보는 것처럼 흐린 얼굴의 누군가가 내게 저 말을 건넨다. 어쩌면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짓고 빻던 동창일 수도, 너희가 지금 뭘 할 수 있느냐며 공부나 하라던 선생일 수도 있을 것이다. 기억 속에 찌꺼기처럼 남은 문장은 언젠가부터 새로운 질문이 되어 나를 두드린다. 언제까지 이렇게 슬퍼야만 하느냐고, 언제쯤이 되어서야 4월의 한가운데에서 시간이 종종 멈추는 일을 그만할 수 있느냐고.   오랫동안 나를 두드리는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아니 답하지 않았다.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자꾸만 참사의 순간으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야 했으니까. 그렇지만 오늘에서야 짧은 대답을 하고자 한다. 참사가 일어난 뒤 몇 년간은 참사 자체에서 오는 비통함도 있었지만, 참사로 인해 생긴 슬픔과 애통, 분노의 감정들에 자꾸만 어떤 의도가 있다는 듯 덧씌워 비난하는 말들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입에 담기는커녕 생각조차 함부로 할 수 없는 말들을 쏟아내는 이들을 보면서 그들과 내가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공포스러울 때도 있었다. 그러나 더욱 피부에 와닿는 공포는 그런 상황을 목격하며 ‘언제까지 슬퍼할 거야.’ 하며 점잖은 체를 하는 이들이었다. 언제까지라니, 우리가 제대로 슬퍼할 수 있었던 순간도 없었는데. 참사가 일어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란 리본을 다 떼겠다느니, 노란 리본을 이용한다느니 하던 기억들은 모두 휘발된 채 멈춰있을 수 없다며, 산 사람은 살아야 함을 운운하는 이들을 보며 막막한 심정으로 자문했다.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그리고 생각했다. 우리는 여전히 참사와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해 모르고 있다고.   자크 데리다는 애도는 어떤 순간을 두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상실된 대상을 떠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유령처럼 존재하지 않지만, 그 존재를 문득 느낄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우리가 애도의 대상으로부터 멀어져, 이들을 잊고 살아가는 순간부터 우리는 애도에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실패한 애도의 부채는 파도처럼 우리에게 밀려온다. 그것이 분노나 원망의 이름을 빌리는지, 혹은 감당할 수 없는 무력감이라는 이름을 달고 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반드시 돌아와 우리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참사 앞에서 너무나 빨리 애도를 거두어 왔다. 심지어는 ‘애도 기간’이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된 시작도 전에 끝을 정해두기도 했다. 이 또한 우습고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리석은 짓의 결과는 늘 참사로부터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들의 상처로 귀결된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날 선 비판을 지껄인 주제에 나 역시 지난 몇 년간 참사와 오롯이 함께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4월 16일이 되면 버릇처럼 착잡한 마음을 끄적이고, 시간이 멈춘 듯한 하루를 보냈지만, 마치 그날의 의식처럼, 연례행사처럼 지나갔을 뿐이다. 10년이 지났다. 이제는 언제까지 할 것이냐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떠난 참사의 자리에서 여전히 애도의 부채와 맞서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참사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몇 년이 더 지나고 나면 이 슬픔과 비통함을 오롯이 아로새길 수 있을까. 대답을 하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도 나는 여전히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기억의 잔재에 남아있던, 이 오랜 질문의 원본에는 이제야 답할 수 있겠다. 우리는 더 많이 기억하고, 더 많이 이야기하고, 더 많이 슬퍼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참사에 온전한 애도를 보내고, 언젠가 이 참사와 함께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4.16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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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와 나
1.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나는? -속보와 오보 -실시간 생중계 -침몰하는 세월호와 오열하는 가족들 -외신과 기레기     2. 2014년 4월 16일, 그날로부터 10년 -재난보도준칙 제정 -꾸준함과 연대 -애도와 책임 -<시사IN> 시리즈 보도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   “이태원 참사를 보며 유가족들에게 미안했어요. 그런 참사를 만들지 않겠다고 싸워왔는데 결국 또 희생자가 나왔잖아요(세월호 생존자 장애진씨의 아빠 장동원씨).”   “10년이 지났는데, 저는 몇 년밖에 안 지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현재 우리는 진행형이잖아요. 10주기를 계기로 많은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진짜 간절해요. 근데 또 한편으로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렇지만 멈추면 안 될 것 같아요(세월호 생존자 장애진씨 엄마 김순덕씨).”     3. 지난 10년 사이 한국 사회는 얼마나 나아갔나? 그럼에도…   【운항관리규정, 비상 부서배치표에 나타난 선원들의 임무와 실제행동】 직위 이름 비상사태 시 역할 실제 행동 도주 여부 (나이) 선장 이준석 선내총지휘 승객들에게 선내대기 지시만 하고 도주   (69) 승무경력 27년9월 선원들과 도주, 승객들을 선내에         갇히게 만듦   1등 강원식 현장지휘 최초 구조요청을 진도VTS가 아닌 제주 도주 항해사 (42) 우현 미끄럼틀 VTS로 해 사고 전파에 차질 빚음       승무경력 20년5월 청해진해운 직원과 통화만 함               신정훈 1등항해사 보조 제주운항관리실과 교신, SSB 도주   (34) 우현 슈트 투하 도주하는 선원에게 구명조끼 전달       승무경력 3년7월 다른 선원의 진도VTS와 교신에 끼어들어         원활한 교신방해   2등 김영호 선장보좌, 좌현 미끄럼틀,구명뗏목 진도VTS와 교신   항해사 (47) 승무경력 2년4월 여객부에 선내대기방송 무선지시 도주 3등 박한결 선장보좌 비상부서배치표상 의무 실행하지 않음   항해사 (26) 비상통신 힐링펌프 조정하다 실패 보고 도주     승무경력 2년1월 조타실 좌현 출입구에서 울고 있었음   1등 박경남 조타수, 구명뗏목 진도VTS와 교신   조타수 (60) 승무경력 5년9월 조타실 좌현 출입구에서 바깥쪽 쳐다만 봄. 도주 2등 오용석 좌현 구명뗏목 2등항해사가 VHF 교신 시 통신기기 전달   조타수 (58) 승무경력 9년11월 GPS 위치를 알려줌 도주       도주하는 선원 위해 출입문에 고무호스         묶어줌   3등 조준기 우현 구명뗏목 조타기 잡고 있었음   조타수 (56) 사다리투하   도주 기관장 박기호 기관실 총지휘 조타실에서 엔진정지     (54) 승무경력24년11월 기관실에 있던 기관부 선원도주 지시 도주       3층 기관부 객실복도에 대기하다 도주   1등 손지태 우현 미끄럼틀 3층 기관부 객실복도에 대기하다 도주 도주 기관사 (58) 구명 뗏목, 승무경력21년3월     3등 이수진 기관장 보좌 3층 기관부 객실복도에 대기하다 도주 도주 기관사 (26) 승무경력1년4월     조기장 전영준 우현 미끄럼틀 3층 기관부 객실복도에 대기하다 도주 도주   (61) 구명 뗏목 승무경력23년11월     1등 이영재 좌현 미끄럼틀 3층 기관부 객실복도에 대기하다 도주 도주 조기수 (56) 구명 뗏목 승무경력28년8월     2등 박성용 우현 비상사다리 3층 기관부 객실복도에 대기하다 도주 도주 조기수 (59) 승무경력27년7월     3등 김규찬 우현 비상사다리 3층 기관부 객실복도에 대기하다 도주 도주 조기수 (62) 승무경력10년4월     사무장 양대홍 승객유도 5층, 4층, 3층 다니며 승객탈출유도 사망   (45) 안내방송     사무원 강혜성 승객유도 선내대기 안내방송 탈출   (32)   4층으로 승객유도     박지영 승객유도 3층 안내데스크에서 조타실에 무전 사망   (22)   3층 좌현 출입문으로 승객탈출 유도         4층으로 승객이동 대피유도     정현선 승객유도 4층에서 승객들 좌현 출입문 탈출유도 사망   (28)       이벤트 안현영 선원 아님 승객들 3층에서 4층으로 이동대피 유도 사망 담당직원 (28) 비상시 역할 없음     조리장 최찬열 승객유도 곧바로 도주 도주   (58)       조리수 김문익 승객유도 3층 기관부 객실 복도로 떨어짐 사망   (61)       조리원 이묘희 승객유도 3층 기관부 객실 복도로 떨어짐 사망   (56)         김종임 승객유도 곧바로 도주 도주   (51)       출처: <책임을 묻다>     “책(<책임을 묻다>)을 덮고도 유난히 마음에 남는 구절이 있다. 승객 탈출 업무에 나선 선원은 숨졌고, 도망간 선원은 살았다는 사실을 정리해둔 일지다. '구조'과 '도주'로 나뉜 세계에선, 해야할 일을 한 사람만 희생당했다. 선원만이 아니다. 고위공직자가, 대통령이, 국가가 책임자 자리에서 내뺐다. 그래서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겪고 감히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말을 들으라고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기, 온몸으로 그 세계에 저항하며 앞으로 나아가려 한 이들이 있다. 세월호 가족과 변호인들이 수사·재판 기록을 바탕으로 지난 10년을 치열하게 복원해놓았다. 깊은 감사를 전한다.” 
4.16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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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휠체어로 지하철타기, 뭐가 문제냐구요?
휠체어로 지하철타기, 뭐가 문제냐구요? (2022-07-20) 황시운 | 소설가 휠체어 생활자가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를 힘겹게 건너고 있다. 백소아 기자 친구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국립현대미술관에 가서 산책하듯 전시를 관람한 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어려울 게 없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이 간단하고 평범한 일정을 실행할 용기를 내기까지 장장 11년이나 걸렸다. 2011년 봄에 일어난 추락사고로 척수가 손상되면서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리고 척수손상 후유증으로 신경병증성 통증을 앓게 됐다. 사고 이후 내 인생은 그전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산책과 미술관을 좋아하던 나는 더는 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휠체어 생활자가 됐고, 경제적으로 한없이 무능력해졌으며, 온종일 하반신이 불에 타거나 살갗을 사포로 갈아내는 것 같은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광고 하루아침에 몸의 절반을 잃고 휠체어를 타게 된 내게 세상은 불친절하기만 했다. 문밖으로 나서면 온갖 턱과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았고, 믿었던 사회안전망은 성기고 약해서 나를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했다. 게다가 마약성 진통제로도 잡히지 않는 끔찍한 통증은 번번이 내 발목을 잡았다. 세상이 내게 등을 돌렸다고 믿었다. 그리고 내게 등 돌린 세상을 피해 긴 세월 좁은 방 안에 숨어 웅크리고 있었다. 다시 산책하고 미술관에도 가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봄. 낯선 도시의 골목을 걷고 또 걷는 꿈을 꾸기 시작한 뒤의 일이었다. 꿈이 거듭될수록 바람은 점점 더 간절해졌다. 친구에게 반복되는 꿈과 그로 인해 갖게 된 바람을 이야기하자, 친구는 지하철을 타고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인덕원역에서 친구와 만나 함께 승강기를 타고 지하철 승강장까지 내려갔다. 인덕원역은 승강기를 통해 지상에서 지하 승강장까지 어려움 없이 내려갈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수많은 장애인이 이 당연한 편리를 위해 얼마나 오랜 세월 뼈아프게 투쟁해왔는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승강기를 탈 때 잠시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친구와 나는 지하철을 기다리며 지하철 이용이 생각했던 것보다 편리하다는 얘기를 나눴다. 이런 정도라면 나 혼자서도 얼마든지 휠체어를 타고 서울로 미술관 나들이를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자, 친구도 내 말에 동의하며 용기를 북돋워줬다. 광고 광고 지하철이 도착했고 우리는 휠체어 표식이 있는 승강장을 통해 별 어려움 없이 지하철에 올랐다. 늘 그랬듯 사람들이 흘끔대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불쾌하단 생각이 들진 않았다. 앞으로 혼자서 지하철을 타고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잔뜩 신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간단한 일을 그동안 왜 못하고 있었나, 자책감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하차할 역에 도착해 지하철 문이 열리는 순간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지하철을 탈 때와 달리, 내가 타고 있는 수전동 휠체어가 통과하기에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 거리가 너무 멀었다. 걷는 사람들에겐 발이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서 건너면 그만일 틈이, 휠체어를 탄 내게는 앞바퀴가 빠져버릴 것이 분명할 만큼 넓었다. 휠체어가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의 틈에 끼는 것만도 위험했고, 그 과정에서 휠체어에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2차 장애를 입을 수도 있었다. 나도 친구도 어쩌면 좋을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사이 지하철 문이 닫혔다.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 버렸다는 사실에 불안이 몰려왔다. 다행히 나보다 침착하고 요령있는 친구는 지하철이 다음 역에 도착하자 내 휠체어를 뒤로 기울여 앞바퀴를 든 다음 휠체어를 밀어 지하철에서 내리도록 도와줬다. 어쩌다 보니 한 정거장을 더 와서 내리게 된 우리는 승강기를 찾아 긴 승강장을 한참 헤맨 끝에야 건너편 승강장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잠시 뒤 반대 방향으로 가는 지하철이 도착했다. 이번에도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 거리는 너무 멀었다. 친구는 다시 한 번 내 휠체어를 뒤로 기울였다. 지하철 안 사람들이 나와 친구를 흘끔거렸다. 이번에는 불쾌했고 화도 났다. 얼굴이 화끈거렸고 온몸에서 땀이 흘렀다. 다음 역에서 마찬가지 방식으로 친구가 도와줘 하차할 수 있었다. 휠체어 표시돼 있는 장애인용 승강장이었지만, 자력 휠체어 승하차는 불가능했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미술관에 도착했을 땐, 전시회 관람이고 뭐고 이미 진이 다 빠져버린 뒤였다. 광고 친구 덕분에 무사히 건너올 수 있었지만, 나 혼자서는 건너기 힘든 간극과 마주할 때마다 한껏 의기소침해졌다. 겨우 10여㎝ 틈이, 여차하면 내 삶을 집어삼키고 말 크레바스라도 되는 양 절망스러운 기분마저 들었다. 후에 나보다 오래 장애를 가진 채 살아온 선배 장애인은 승하차 역마다 미리 연락해서 타고 내릴 때 역무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해줬다. 하지만 매번 하차할 역에 시간 맞춰 전화해 승강장으로 역무원을 불러 내리는 일도 보통 일은 아닐 것 같았다.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누구도 소리 내 거절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세상은 늘 수많은 턱과 장애물을 둬 끊임없이 거절의 메시지를 던졌다. 휠체어를 타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마주해야 했던 턱과 장애물들이 주르륵 떠올랐다. 휠체어 생활자가 된 뒤 나는 매 순간 세상의 거절과 마주한다. 그리고 차곡차곡 쌓이는 거절들에 밀려 점점 집 안으로 숨어들었다. 내 딴에는 용기를 내서 시도한 11년 만의 지하철 타기를 통해 세상이 여전히 내게 등 돌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내게 등을 돌린 세상에서 언제쯤 다시 산책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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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대 총선 결과 정리
22대 총선이 끝났습니다.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 국민의힘의 참패인데요.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내내 국회에서 여당보다 야당이 큰 첫 대통령이 됐습니다.총선은 끝났지만 유권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많습니다. 당선자들이 제대로 일하는지 감시하고, 원하는 것을 요구해야겠죠. 나의 선택이 선거 이후에도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요.앞으로 3년이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해보는 것으로 우리의 다음 일을 시작해봅시다. 22대 총선 결과 정당별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175석, 국민의힘+국민의미래 108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입니다.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당선자 중 2명은 새진보연합(용혜인, 한창민), 2명은 진보당(정혜경, 전종덕) 후보입니다. 이들은 원래 당으로 복귀합니다. 투표율은 67.0%입니다. 지난 32년 간의 총선 투표율 중 가장 높습니다. 21대 국회의원 297명 중 149명이 이번 총선에서 다시 당선됐습니다. 민주당에서 92명, 국민의힘에서 55명입니다. 22대 의원 평균 나이는 56.3세입니다. 최고령자 당선인은 민주당 박지원(81세), 최연소자는 민주당 전용기(32세)입니다. 성별은 남성 80%(240명), 여성 20%(60명)입니다. 지역구 여성 당선인은 36명으로 역대 최다입니다. 앞으로 뭐가 달라져? 🟥 정부와 여당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자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정치권을 잠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올 것으로 예측됩니다. 국민의힘은 당분간 윤재옥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됩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참모들도 사의를 표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어가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그간 거부해온 이재명 대표와의 만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 야당 이번 총선에서 범야권(민주당+조국혁신당+새로운미래+새진보연합+진보당)은 총 189석을 확보했습니다. 보수 성향 야당인 개혁신당까지 합치면 192석입니다. 국회에서 180석 이상을 가지면 법률안 패스트트랙 단독 처리와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가 가능합니다. 야당이 거부하는 인사 임명도 불가능합니다. 대통령 탄핵은 어렵습니다. 200석 이상을 확보해야 가능합니다.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와 헌법 개정안 의결, 국회의원 제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는 이번 총선 승리로 입지를 굳혔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에서의 위상과 대권 주자 자리를 지켰고, 조국 대표는 정치 복귀 성공을 넘어 이재명 대표의 라이벌로 떠올랐습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사법 리스크가 남아있습니다. 조국 대표는 유죄가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대선 출마도 막히게 됩니다. 유죄 판결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국혁신당의 미래도 불투명합니다. 🟩 진보정당 녹색정의당은 0석을 얻으며 원외정당으로 밀려났습니다. 정당 투표율도 2.14%로 비례 의석 배정 마지노선인 3%를 넘지 못했습니다. 정의당 창당 12년만에 처음입니다. 심상정 의원은 5선 도전에 실패하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녹색당과 정의당은 4월 말부터 개별 정당으로 돌아갑니다. 이후 원외정당으로서 어떤 길을 가느냐에 따라 정의당의 존속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습니다. 심상정 이후의 정의당을 이끌어갈 인물을 양성하고, 제3정당으로서의 차별화를 분명히 하는 것이 과제로 제시됩니다. ✅️ 22대 국회가 열리면22대 국회 공식 임기는 5월 30일부터 시작됩니다.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먼저 추진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거부한 이태원참사 특별법 재추진과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국정조사도 우선순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눈여겨봐야 할 당선인 누가 있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예상외의 승리를 거뒀습니다. 4번의 출마 끝에 첫 당선인데요.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정치인인 만큼 ‘국회의원 이준석'의 행보는 어떨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재섭 당선인도 의외의 결과를 냈습니다. 민주당 텃밭인 도봉갑에서 승리했죠. 개혁신당 이준석, 천하람 당선인과 더불어 새로운 보수의 얼굴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이들의 원내활동이 보수 세대교체의 밑그림이 될 수 있습니다. 국회 최고 ‘경력직'들의 귀환도 화제입니다. 민주당 박지원(5선), 정동영(5선), 추미애(6선), 국민의힘 나경원(5선)이 복귀했습니다. 추미애 당선인은 차기 국회의장 1순위로 예상됩니다. 울산 북구의 윤종오 당선인은 진보당의 유일한 지역구 의원이 됐습니다. 지역의 노동자 표심이 집결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대전에서는 첫 여성 국회의원이 둘이나 탄생했습니다. 민주당 박정현, 황정아 당선인입니다. 각각 환경,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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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났다(feat. 이승빈 - 무지개 대한민국).
선거가 끝났다. 출구 조사와 다른 결과에 놀란 사람도 있고, 계속된 접전 끝에 새벽이 다 지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번 총선에 대해 큰 기대나 관심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검색창을 새로고침하고 개표 방송을 한 번씩 보면서 어떤가 확인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선거를 몇 번 하다 보니 눈에 익은 얼굴들이 생겼고, 어쩌다 보니 관계가 있는 분들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정치는 세상을 바꾸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국가의 모든 예산은 법에 근거해서 집행된다. 정치를 통해 법을 만들고, 법 한 줄, 예산을 이야기하는 근거를 만든다. 그 한 줄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다툰다. 그러나 아직 누군가에게 투표를 해야 한다고 설득할 자신은 없다. 나 한 사람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냐는 물음에 그동안 쌓인 불신을 해결할 만한 해결책은 없다. 표 하나가 얼마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아무리 뉴스에서 이야기해도 각자의 삶이 바쁜 지금, 우리들에게는 와닿지 않는다. 그렇게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1.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정계 은퇴를 발표했다. 4선 의원이자 2번이나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던 인물이다. 그는 이번에 경기 고양시갑 선거에서 18.41%로 3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가 소속된 녹색정의당은 2.14%를 기록해 국회에 한자리의 의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이전 선거 때는 10% 가까이 차지할 만큼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던 그들의 자리는 어느새 사라졌다. 녹색정의당은 이번 선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타격이 많았다. 의원들의 탈당부터, 내/외부의 다양한 이슈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에 의구심이 생겼다. 그뿐만 아니라 조국혁신당, 새로운물결 등이 눈에 들어오며 정의당만의 날카로움과 뾰족함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노회찬에서 시작해서 심상정으로 이어지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의 인물은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10%의 기대감은 어느새 2%의 실망감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20년 진보 정치가 그렇게 막을 내렸다. 21대 국회의원인 장혜영 의원은 서울 마포구을에서 8.78%로 3위를 기록했다. 그다음을 기약한다면 여기에서부터 시작이지 않을까. 거대담론과 뜬구름 잡는 이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와닿는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따라 다음 도약의 시기는 달라질 것이다. 2. 극단의 정치가 계속된다. 조국혁신당이 24.25%를 기록해 12석을 차지했다. 개혁신당은 3.61%를 차지해 2석을 가져갔다. 그리고 이준석은 지역구에서 당선되어 개혁신당은 총 3석을 확보했다. 엘리트주의와 혐오를 통해 지지를 얻기 시작한 그들은 정책이 아닌 정권 심판에만 집중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정당별 특색과 정책이 보이지 않았다. 서로를 심판하겠다는 이야기 외의 모든 이슈는 묻혔다. 그들의 전략과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지역구를 공천하지 않고, 비례에만 집중해 민주당의 빈 부분을 끌어들인 조국혁신당의 전략,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고 여론&출구 조사 모두 뒤지고 있었지만 결국 역전을 통해 가능성을 증명한 이준석과 개혁신당. 당선이 확정된 조국은 바로 대검찰청으로 달려가 김건희 여사 소환 조사를 외쳤다. 내가 괴롭힘당한 것처럼 나 역시도 응징하겠다는 표현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몰려든다. 네거티브와 혐오가 더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더욱 커지고, 이로 인해 앞으로의 선거는 정책 없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비판과 타인에 대한 비난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점점 더 우리는 끝으로만 모이고 있다. 3. 무엇이 남았을까. 우리에게는 무엇이 남았을까? 더불어민주당이 잘 해서 지금의 의석을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는 역전을 당하기도 했고, 예상외로 비슷한 득표를 보였던 지역도 많았다. 그렇다면 국민의 힘은 무엇을 했을까? 기존에 가지고 있는 지지자층을 열심히 다시 모았다. 그리고 그 사이를 혐오와 비판으로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이 들어왔다. 그게 전부다. 조국과 이준석의 돌풍에 놀라고, 국민의 힘을 보며 손가락질하고, 녹색정의당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검색창을 닫는다. 앞으로 4년 동안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우리 동네 의원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다음에 또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4. 그럼에도 조금씩 변한다. 내가 살고 있는 도봉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였다. 몇 년 동안 접전은 있었더라도 꾸준히 민주당이 당선되었다. 그러나 이번에 이변이 나타났다. 심지어 당선인은 기존 유력 인사가 아닌 젊은 신인 정치인이다. 서울 도봉구갑에서 국민의힘 김재섭 후보가 2% 차이로 당선되었다.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 동북권에서 여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당선되었다. 도봉구 토박이일 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내 입장에서도 정말 열심히 유세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를 가도 계속 있고, 그 누구보다 일찍 나와 좋은 자리를 많은 사람들과 차지했다. 여러 방송에도 등장하고, SNS를 통해 10대 청소년들과 소통하는 그의 모습에 도봉구 주민들도 다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의힘에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보게 된다.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이 이번에도 재선에 성공하고, 김재섭 후보가 공천에 성공하고 당선될 만큼 세대교체도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무엇이,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투표를 하는 이유는 이런 변화를 기대하고 보기 때문이지 않을까. 5. 무지개 대한민국을 그린다. 요즘 가끔씩 보는 유튜버가 있다. 피아노 방송을 하는 '이승빈'이다. 피아노 코드를 굉장히 잘 치면서도 살짝 나사가 빠진 모습이 재미있어 보인다. 어느 날 이분이 과거에 발매한 노래를 하는 쇼츠를 보았다. 노래의 제목은 무려 '무지개 대한민국'. 살펴보니 만 19세일 때 노래를 발매했다고 한다. 노래를 발매했던 당시에는 굉장히 악플을 많이 받았는데, 오히려 지금 사람들이 많이 듣기 시작했다고 한다. 노래 가사가 굉장히 와닿고, 어렵지 않아서 이동할 때 계속 반복해서 듣는다. 다 같이 사이좋게 하하호호 웃으면서 지낸다는 말은 동화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바뀌고, 같이 있는 사람들도 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와 비난의 시대에서 함께 웃는 그 모습을 오늘도 한 번 더 상상한다. 남녀노소 서로간의 갈등부 가난 대물리는 신분좌우남북 슬픈 편 가르기두려움 가득한 색안경 하나로모든 것이 나뉘어져 가는 혐오의 시대 ... 그대와 내가 좋아하는 색이 달라도서로를 미워하지는 말아줘요하늘에 만개하는 무지개 나라에서도일곱 요정들이 서로 손을 잡아요촛불을 드는 아이도 태극기 할아버지도다 아름다운 꽃과 같은 사람들누구나 함께해요 무지개 대한민국 ... 두려움을 떨치고 서로를 바라봐줘요조금 다를 뿐 우린 모두 아름답죠내 편은 생각하는 것만큼 선하지 않지만그들도 생각만큼 악하지 않아요누구나 함께해요 무지개 대한민국
청소년 및 촉법소년의 범죄, 부모는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하는가?
후배 때려놓고 SNS 자랑...등교 정지 처분받고 가족여행 형사미성년자 여러분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촉법소년'.  걷다가 떨어진 돌에 참변…돌 던진 아이들 처벌 못해 심야 도심서 흉기 난동 벌인 10대 '우리는 청소년이기 때문에 처벌 안받아', '우리는 청소년이기 때문에 무적이야' 등... 많은 촉법소년들의 범죄들은 사회를 분노하게 했습니다.  인생이 완전히 망가진 피해자와 가족들, 그리고 무책임한 가해자의 가족... 저도 촉법소년 관련 소식들을 보면, 촉법소년의 부모들이 진심으로 먼저 사과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아이가 그럴리가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거나, 심지어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자식만 소중하다는 태도를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미국 사회와 법조계의 큰 관심을 받는 재판이 있었습니다.  바로 '옥스퍼드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재판이었습니다.  미성년자가 총기를 난사했다면 그 책임을 부모에게도 물어야 할까? 옥스퍼드 고교 총기난사 사건 옥스퍼드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은 학생 4명이 사망하고 총 7명이 부상당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범인 이선 크럼블리는 당시 15살이었습니다.  이선 크럼블리는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는 것을 많이 보였습니다.  1. 범행 당일 시험지에 총탄에 맞은 사람, 총기, 사방에 뿌려진 피를 묘사한 그림을 그리고 '그 생각이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를 도와달라'고 적었습니다.  2. 일기장에 작성한 내용이 법정에서 공개되었습니다. '나는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고, 학교에서 총을 쏠 것 같다.', '나는 도움을 받고 싶지만, 우리 부모님은 내 말을 듣지 않으시고, 그래서 나는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총기난사 사건으로 이선 크럼블리는 지난해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선 크럼블리의 부모님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나오게 되면서 미국에서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고교생 총기난사, 부모 책임 얼마나 있나 이선 크럼블리의 부모님은 아들의 폭력성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적절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결국 총기 난사를 불러왔다는 이유로 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법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일단 검사와 검찰 측 의견입니다:  이선의 아버지인 제임스 크럼블리는 총기 난사 사건 발생 수일 전 아들에게 권총을 사줬으며 어머니인 제니퍼는 아들을 사격장까지 데리고 가 사격 연습을 시켰다. 크럼블리 부부는 사건 당일에도 총기와 피해자 모습 등을 그리는 등 아들의 이상행동으로 인해 학교에 불려 갔으나 당장 의학적인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전문상담교사의 권고를 무시한 채 아들이 그대로 수업받도록 했다. 크럼블리 부부는 아들이 총기를 가지고 등교했다는 사실도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분명한 폭력적인 성향이 나타났는데도 제니퍼가 평범한 보살핌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제니퍼도 아들의 자행한 총기 난사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크 키스트 오클랜드 카운티 검사는 아들이 자행한 총기 난사에는 어머니 제니퍼의 책임도 있다면서 제니퍼는 자신도 알고 있던 위험을 의도적으로 무시했기 때문에 기소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크럼블리 부부가 아들이 체포된 뒤 자택을 떠나 디트로이트에서 숨어 살았다는 점도 지적하면서 제니퍼는 사건 직후 거짓말을 하려 했고 그 다음에는 도망쳤다고 비난했다. 다음은 변호사 측 의견입니다:  검찰의 기소는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비난을 아들 양육에 최선을 다한 여인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시도일 뿐.  이선은 자신의 상태를 부모에게 숨겼고 학교 관계자들도 이선의 심각한 이상행동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크럼블리 부부가 사건 직후 디트로이트로 간 것은 살해 위협 때문이었고, 기소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자수하려 했었다. 그리고 바로 며칠 전 판결이 나왔습니다.  미국 ‘고교생 총기난사’ 가해자 부모에 첫 징역형 미국, 총기사건 '가해자 부모' 첫 형사책임 인정 판사는 제임스 크럼블리와 제니퍼 크럼블리 부부에게 10~15년의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검찰이 자녀의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이선의 어머니에게 책임을 물은 것은 그가 아들에게 총을 사준 점, 아들의 정신 건강 치료를 적절하게 하지 않은 점 등을 중대 과실로 봤기 때문이다. 이에 총기 난사 사건에 이른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다.' 법정 영상을 보다 울컥했는데, 바로 총기난사로 사망한 4명의 학생 유가족들이 법정에서 크럼블리 부부를 성토했기 때문입니다.  -'당신들은 부모로서 실패했어요. 당신들이 받는 어떤 처벌도 우리에게는 충분하지 않을 겁니다. 제 딸은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당신들 중 누구도 아들 (이선 크럼블리)을 소중하게 여겼거나, 애지중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집니다. 하지만 저는 저의 아들을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당신들의 실수가 우리 가족에게는 영원히 계속될 악몽을 만들었습니다.'  -'당신들이 아들과 책임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을때, 저는 부모로서 가장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해야 했습니다. 저의 소중한 딸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크럼블리 부부가 부모로서 할 일을 다 했다면 이런 일을 겪을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판사는 "이번 판결은 잘못된 양육에 관한 것이 아니며, 다가올 폭주 열차를 멈출 수 있었던 행동을 하지 않은 반복된 부작위에 대한 유죄 판결"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소식에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법적보호자가 아이들 제대로 양육하지 못한 책임', '일진, 학폭 가해자 부모들 잡아들여라', '학폭 가해자 부모들도 저래야되는데' 등 촉법소년이 저지른 범죄, 학교폭력 등의 가해자 부모들에게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것이 우리나라에 도입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물론 이는 '연좌제'라는 반대 의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시점으로는 '내 자식만 소중하다'는 '과잉보호'와 '오냐오냐'식으로 키우는 잘못된 훈육 방식이 문제이기 때문에, 부모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일부 찬성합니다.  물론 가해자 가정의 상태를 봐야 할 것입니다. (부모의 알코올 중독, 폭력, 도박중독, 빈곤, 이혼 등)  그러나 진정한 부모는 자식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인정하며 자식이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부모입니다. 제가 이렇게 잘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저의 부모님이 어린 시절과 10대일때 저를 올바르게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 '네가 저지른 잘못은 네가 책임을 져야한다' 등 저에게 해주었던 말들이 생각납니다.  그만큼, 이번 미국의 판결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나요?  '촉법소년의 범죄, 부모는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하는가?' 
재해·위험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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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하는 인간과 효도하는 로봇
2024 총선 정책공약으로 보는 AI 분야 by 🎶소소 2024년 4월 10일은 대한민국 22대 국회의원 선거일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AI 분야를 언급한 정책공약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AI와 관련 있는 정책공약은 크게 AI 산업 경쟁력 강화, AI 활용 분야 확대, AI 도입 부작용 완화 정책으로 나뉩니다. 처음에는 정당별 차별점을 파악하여 전달하고자 했으나, 대동소이한 정책 간에 특별한 차이를 발견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구독자님들께서도 정당보다는 2024년 대한민국 정치가 AI 기술과 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신다면, 가볍게 읽으실 수 있겠습니다. ※ 레터에서 검토한 정책은 의석수 1석 이상의 10개 정당 정책이며, 언급 순서는 당해 선거 기호순입니다. 1. AI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정부 입장에서 AI 분야는 유망한 산업군 중 하나입니다. 여러 정당이 AI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양당은 AI 기술이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게임 체인저'라는 유사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습니다. AI 기술 개발 및 인재 양성 정부의 과학기술 분야 지원 정책에서 빠지지 않는 항목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눈길이 가는 정책은 없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AI 전문대학원 및 연구기관 중심의 고급 인력 양성 및 배출, 현업 산업전문인력의 AI 역량 강화 지원 (국민의힘) 미래 유망분야에 도전적 연구, AI 대학원을 통한 인재 양성, 해외 유수 대학과의 협력 (개혁신당) 인공지능 과목 이공계 입시 반영 AI 학습 데이터 확보 AI의 핵심 요소인 학습 데이터 확보를 지원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것인데요. 정부에서 꾸준히 언급해 온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아 실행 여부가 더 중요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공공데이터 및 민·관이 함께 투자한 AI 학습용 데이터 전면 개방, 통합데이터포털 설치·활용, 데이터 가치평가, 품질인증제 도입, 공공·민간 데이터 통합 활용 추진 (국민의 힘) 법률, 의료, 교육, 교통, 로봇 등의 특수 분야의 학습용 데이터 확충 (개혁신당) 폐터널과 폐광산을 활용한 데이터 센터 증설 AI 인프라 지원 AI 인프라 지원 정책으로는 클라우드 산업과 AI 반도체 개발 지원이 언급되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AI-클라우드 연계 관리체계 마련, 공공 분야 클라우드의 국내 민간 클라우드로 전환 추진 (국민의힘) 고성능·저전력 국산 AI 반도체 개발과 AI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및 활성화 그 외의 산업 활성화 지원책으로 AI 분야 창업 지원, 바우처 정책 등도 제시되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부 출연기관의 AI 분야 연구원의 창업 지원 (국민의힘) 정부와 민간의 정책 금융 대폭 지원 (새로운미래) AI 등 딥테크 벤처투자 정책 펀드의 투자 규모 및 운용 기간 확대 Image bySteve Johnson on Unsplash 2. AI 도입 및 활용 확대 제시 AI 기술을 어떤 분야에 활용하면 국민에게 가장 이익이 될까요? 정당이 제안하는 AI 활용 분야를 살펴보면, 모든 분야에 AI를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특히 국민의힘은 AI를 “성장 정체를 돌파하여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하고, 각종 사회적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혁신적인 해법”이라고 표현합니다. 각 정당에서 AI를 활용하겠다며 제시한 분야는 아래와 같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된 AI 활용 분야는 재난 예측입니다. 산업에 AI를 활용한다고 이야기하는 공약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산업 재해가 많은 위험 산업에 AI를 우선 적용하겠다는 공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신약 개발, 홍수, 산사태, 지진 등 자연재해 예측, 국가침입외래종 관리, 흉악범죄 예방, 국방, 미래 농업 (국민의힘) 국민 체감이 높은 분야(유사 판례 제시, 질병 예측 및 심리 상담, AI 교과서, 지능형 CCTV, 현장인파 관리, 자동 번역), 암표 방지, 스마트 물류, 신약 및 의료 솔루션, 재난 예방, 안전한 통학로, 복지 사각지대 (새진보연합) 제조업 중 산업 재해 및 화학 약품 노출도가 높은 위험 산업 (방사선 사용, 위험 물질, 동물임상실험 등) (새로운미래) 선제적 재난 예방 그중에는 우려스러운 활용 분야도 있습니다. 국방 AI, 지능형 CCTV의 경우 전쟁 중 인간 살상이나 국민 감시에 악용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유의해야 합니다. 실시간 학생과 교사의 의견 수렴 없이 추진하여 논란이 된 현 정부의 AI 교과서 같은 교육 분야도 언급되었습니다. 반면 AI를 활용하지 않을 분야로 치매·우울증·고독사 관리 분야를 꼽은 공약도 있습니다. (새로운미래) ‘AI’가 아닌 ‘사람’과의 연결을 위한 ‘실버콜센터’를 확대 정책은 AI의 무조건적인 활용을 경계해야 함을 생각하게 됩니다.  3. AI 도입 부작용 완화 방안 AI 도입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를 고민한 정책은 AI 경쟁력 강화나 활용 방안에 비해서 적다고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각 정당 정책에서 언급한 AI 도입의 부작용을 살펴보면 지향하는 가치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AI로 인해 발생가능한 문제의 종류에 따라 관련 정책공약을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AI 정보 격차 해소 (더불어민주당) 대학의 평생교육원 등 SW, AI 디지털 교육과정 수강 지원 (국민의힘) 디지털포용법 제정, 디지털/AI 제품과 서비스의 접근과 활용을 전 국민의 보편적 권리로 보장 허위 정보, 가짜뉴스 생성 (국민의힘) 가짜뉴스 대응 협의체(포털, 해외 플랫폼 사업자 등 참여) 운영, AI 생성물 식별 표시제(워터마크 등) 도입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침해와 AI 저작물 보호 체계 마련 (더불어민주당) 생성형 AI 학습 데이터 보상체계, 데이터 공개 플랫폼, 생성AI 저작물 보호체계, 콘텐츠 불법 유통 근절을 위한 국제 공조 (녹색정의당) 창작자의 동의 없는 창작품 학습 금지, AI 학습으로부터 창작자의 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술 개발 기술매개 성폭력 (녹색정의당) 기술 기반 젠더 폭력, 디지털 성폭력 강력 대응, 이루다봇 방지, 인공지능 산업 인력에 대한 성별 실태 파악, 인공지능 개발 가이드라인 보완 (새로운미래) “기술매개 성폭력" 대응 강화 AI 기술 전환으로 인한 노동자 피해 (녹색정의당) AI로 약화된 노동권 강화 (새로운미래) AI 도입으로 해고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 그 외에도 AI 기술개발 단계부터 주요 부작용에 대한 엄격한 규제(더불어민주당), 알고리즘 서비스가 이용자에게 해를 끼칠 우려에 대한 조사와 시정명령을 포함한 ‘알고리즘 투명화법’ 제정(녹색정의당)이 정책으로 제안되기도 했습니다. 정책에 AI로 인한 정보 격차, 성범죄, 허위·조작정보 생성, 저작권 침해 등의 문제 인식과 해결 의지가 반영된 것은 고무적입니다. 아직 해결 방안이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기는 합니다. 올해의 정책공약이 사안별로 어떠한 제도를 어떻게 적용해 해결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구독자분들도 각 정당 정책을 확인하실 수 있도록 정책공약마당 링크를 남깁니다. 사실 정책 공약을 살펴보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AI 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정당정책집에 AI라는 용어조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경우도 꽤 많았기 때문입니다. AI 업계에서 일하다보니 밤낮으로 쏟아지는 AI 뉴스에 제가 갇혀 살고 있었던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구독자분들도 AI 정책보다도 대한민국의 유권자로서 지향하는 가치에 맞는 좋은 선택을 하시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로봇이 효도한다구요? by. 🥨 채원 ‘효돌’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효돌은 ‘효도’와 인형을 가리키는 영어단어 'doll’을 합친 것에서 알 수 있듯, 고령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돌봄 로봇입니다. 효돌은 7세 손주 페르소나를 구현하여 돌봄과 정서 교감을 구성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효돌은 작년 MWC(Mobile World Congress)에서 "커넥티드 건강 및 웰빙을 위한 최우수 모바일 혁신"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효돌 외에 해당 어워드에서 수상한 다른 한국 기업이 삼성전자와 SKT라는 대기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소한 이름의 국내 업체의 수상 소식이 더욱 이례적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효돌이 일반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실버케어 분야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솔루션입니다. 전자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전국 156개 지자체, 1만여명이 이미 효돌을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효돌은 2017년 처음 출시된 이래, 2023년에는 챗GPT를 탑재한 2세대 모델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효돌은 대학, 병원 등과 협력하여 의료 취약 지역, 특정 질환·상황에서의 문제 해결을 위한 비대면 의료 서비스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효돌을 사용하여 독거 노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우울 척도에서 개선을 보였다고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고독감과 외로움에서 비롯되는 각종 사회 문제가 만연해질수록 효돌과 같이 기술적인 해결책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언어 모델이 출시되기 이전에도, 각종 챗봇이나 로봇을 사용하여 노인의 외로움이나 치매와 같은 질병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연구는 무수히 개발되어 왔습니다. 잘 알려진 소셜 로봇 파로는 귀여운 하프 물범의 외관을 가진 로봇으로, 사용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유대감을 형성합니다. 최근 인기있는 챗봇 서비스 중 하나인 레플리카의 사용자들 천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레플리카 챗봇을 이용하는 것이 사용자들의 외로움과 자살충동을 완화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챗봇을 최대한 많이 도입하는 것이 좋을까요? 기술적 해결책을 도입하는 적정선이 어디인지, 어떤 기술이 어떻게, 누구에게 적용되어야 하는지는 각 사례마다 고유하게 고민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특히 고연령의 사회적 취약 계층에게 이러한 기술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 또한 철저하게 평가되어야 합니다. 일례로 이러한 소셜 로봇을 사용하였을 때 사용자가 해당 로봇에게 지나친 애착 관계를 형성하여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이러한 기술을 도입함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기존의 제도들에 대한 영향 평가나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영향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인간의 외로움이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까요? 여태까지 뛰어난 성능의 언어 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현대 사회의 외로움이나 고령화 시대 돌봄 문제가 지속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기술이 해당 문제에 대처하는데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대개 복잡한 사회 구조적인 분석을 필요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가능해지는 해결책을 고려하는 노력 만큼이나, 각종 문제 저변에 깔린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보는 것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합니다. 효돌이 아니라 그 어떤 AI도 지방의 인구 소멸 문제라든가 돌봄 노동의 소외, 가부장제의 한계와 같은 문제까지 해결해줄 수는 없을테니까요.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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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길’이 아닌 ‘집’에서 살아야 합니다.
'길'에서 '집'으로, 아니 다시 '거리'로 50년생, 남성 김수호님(가명. 이하 김 씨). 그는 집이 없었다. 거리를 전전하다가 한 고시원에 터를 잡았다. 오랜 거리 생활 끝에 구한 거처라 맘이 놓였다. 하지만 자꾸 복통이 시달리던 그는 대장암 초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암이라는 생각에 앞으로의 일이 두려웠다. 해서 그 길로 고시원을 나왔다. 그렇게 다시 한동안 거리를 떠돌다가 어느 지인의 집으로 거처를 두었다. 그 지인 또한 형편이 좋지 않았고 월세를 살고 있었기에 주거비 부담이 되었다. 김 씨는 그에게 조금의 돈을 지불하고 방 하나를 얻었다. 그렇게 1평 남짓의 방을 주거로 삼아 수급 신청을 했는데 행정복지센터에서 지인과 김 씨를 동거인으로 접수하였다. 이를 뒤늦게 안 김 씨는 본인의 채무로 인해 지인이 피해를 볼까 서둘러 짐을 챙겨 나왔다. 대장암 환자인 김 씨는 다시 거리로 나왔다. 62년생, 남성 박민수님(가명. 이하 박 씨). 그는 어디든 본인이 몸을 뉘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했다. 사업에 실패한 후 노숙을 한지 해가 지나가니 어느 날은 아침에 일어났더니 구안와사(안면마비)가 왔다고 한다. 그렇게 마비증상은 오른손까지 타고 내려왔고 시간이 지나도 증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해서 쪽방이든 고시원이든 어디든 좋다고 했다. 그저 맘 놓고 쉴 수 있는 곳이라면 괜찮다고 했다. 휴대폰이 없던 그가 수급 신청을 할 때 필자의 휴대폰 번호를 빌려주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서 이따금씩 박 씨를 찾는 전화가 온다. LH에서 주거 실태조사를 나가겠다는 전화이다. 그가 살던 쪽방에 찾아가봤지만 그를 만날 수는 없었다. 그는 어디에서 살고 있는 걸까. '주거' , 빈곤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표상     나 한 몸 쉴 수 있는 곳 ‘집’을 찾으려 하지만 찾을 수 없는 힘든 여정을 지금 이 순간에도 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필자가 만난 이들도 그러했다. 그들이 거리로 흘러나오기까지 이유는 다양하지만 특별하지 않았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업에 실패하거나 사기를 당하거나 하는 그런 이유들이다. 그렇게 극한의 빈곤 상황에 내몰린 이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포기하는 것이 집이다. 그렇기에 주거는 빈곤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표상이다.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누구에게나 있어야만 하는 것. 그것이 매우 열악하거나 그조차 없다는 사실은 그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매우 위기의 상태에 놓였다는 의미다. 혹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그에게 있다고 한다. 온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결코 옳은 말도 아니다. 우리 사회는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이를 글로 명시한 것이 헌법 제10조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10조는 국가의 목표,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명시했다. 최저빈곤선에서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이들의 인간다운 삶을 외면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최저수준의 주거비를 보조하는 수준인 현실 그래서 지금의 한국사회는 어떻게 국민의 주거의 안정을 보장하고 있는가. 정부는 저소득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수요자 보조방식(주거급여, 보조금 지원 등)과 공급자 보조방식(공공임대주택 공급 등)을 통해 주택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 모든 방식이 대상과 지원 범위를 확장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효과가 유효하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다. 대표적으로 주거급여의 경우 급여 대상이 매년 확대되었고 이에 따라 주거급여 지급액도 증가하였다.(아래 표 참고)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4년 기준 중위소득의 48%의 가구가 주거급여 대상이며, 서울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경우 34만 1천원이 최대로 지급된다. 하지만 이는 물가 상승에 따른 수준의 변동이며, 더욱이 빈곤 비즈니스의 형태로 쪽방과 고시원은 급여에 맞춰 임대료를 올리고 있다. 지금의 주거급여는 그저 거리에서 생활하지 않을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주거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정권에 따라 흔들리는 공공임대주택, 후퇴하는 공급물량 공공기관이 직접 주택을 공급하거나 주택공급이 확대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은 보다 주거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은 지속적으로 공급되어 왔는데 2021년 국토교통부는 "10년 이상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2020년 말 기준 170만 가구를 기록해 재고율은 8% 수준으로 추산된다"며 "OECD 국가들 간 상이한 산정기준을 감안할 경우에도 임대주택 공급 수준이 상위권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이는 한국은 공공임대 재고율이 8.9%로 OECD 평균의 6.9%를 상회한다. 당시 38개국 중 8번째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면밀히 들여다 보면 이또한 상당 수 부풀려져있다. 전세임대와 분양전환 아파트 등 민간이 소유하고 있거나, 일정시간이 지나면 민간 소유로 넘어갈 주택도 정부가 추산한 공공임대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한국도시연구소 분석 결과에 따르면 10년 임대(10년 후 분양전환)와 전세 임대를 빼면 2022년 기준 공공임대 주택 비율은 5.8%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정권이 바뀜에 따라 관련 공공임대 정책은 시대를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거·시민단체 모임인 ‘내놔라 공공임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연평균 18.8% 삭감되었고 2024년 예산에서는 6조원으로 축소됐다. 반면 분양주택·민간임대지원(융자) 예산은 2023년 3조 2000억원, 2024년 4조 3000억원으로 연평균 40.4% 늘어났다. 그나마도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공공주택이 당초 목표 대비 11.7%에 그친 것으로 밝혀지면서 공공임대주택 공급 부족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실제로 서울 내 매입임대주택에 입주하려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대기 기간만 1년 이상 걸린다. 취약계층에게 주거는 당장에 닥친 문제인데 정권의 방침에 따라 이들의 주거안정은 몇 달이고 몇 년이고 밀려간다. 계속해서 늘어가는 취약거처 거주자, 총선에서 주거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고시원·판잣집·쪽방 등 집이 아닌 취약거처에 사는 사람들은 최근 5년간 7만 3,625가구가 늘었다. 이는 국토교통부의 2022년 ‘주택 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 에 따른 것으로 서울에만 9만 2,890가구이고 전국으로 44만 3,126가구가 주택이 아닌 곳에서 거주하고 있다. 주거는 다시 한번 더 강조하지만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 중 하나이다. 우리가 이번 총선에서 ‘주거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비적정 거주지로 밀려나가는 이들이 늘어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요원한 지금, 모두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사회로 만들어가기 위한 첫발로서의 투표가 절실한 때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2024년 4월 10일, 주거안정을 당연히 요구하고 그것이 지켜지는 사회로의 변곡점이 되기를 마음 속 깊이 희망한다.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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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 '선구제 후구상' 방안은 비용이 얼마나 들까?
2024년 2월 27일,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본회의 회부를 의결했다. 작년 12월 27일에 국토교통위 안건조정위를 통과한 특별법 개정안이 법사위에 계류된지 60일동안 여당의 비협조로 심사 한번 받지 못하자 국토교통위에서 본회의에 직회부하기로 의결한 것이다. 그러자 여당에서는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한 인천지역에 출마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냐"라는 황당한 내용으로 반발하고(언론보도), 2월 28일에는 국토교통부에서 '특별법 개정안에 포함된 선구제-후구상 방안으로 인해 수조원의 혈세 낭비가 발생하며 상당 액수는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냈다. (링크) 이에 반발해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국토부의 혈세낭비 프레임은 상당 부분 과장되어있으며, 실제는 먼저 투입한 세금의 대부분은 회수가능하며 실제 지출해야할 예산은 4,000억원 이하라고 추정한다고 반박했다. (링크) 비록 여당의 반발로 총선 전 특별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은 무산되었지만, 총선 이후에는 전국의 수만명의 피해자가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야당·시민사회·피해자들의 입장 차가 첨예한 가운데, 도대체 특별법 개정안에 나오는 그 선구제-후구상 법안은 어떤 내용일까? 그리고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피해자들은 지금의 전세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그리고 소위 '선구제-후구상' 방안에 소요되는 비용은 얼마나 될 것인가? 이 부분을 한번 짚고가려고 한다. ✔ 솔직하게 고백하겠다. 나는 전세사기 피해자로서 글을 쓰고있기에,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이 글을 쓰지 못한다. 그렇기에 객관적이고 면밀한 팩트체크를 기대하신 분이라면 실망하실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다. 1. 특별법 개정안에 들어간 선구제 후구상 방안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특별법 개정안 원문과 회의록을 확인해보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제28조4에는 '선구제 후구상' 방안의 핵심인 임차보증금채권의 매입에 대해 규정되어 있다.    제28조의4(임차보증금반환채권의 매입) ① 제28조의2에 따른 신청이 있는 경우 채권매입기관은 매입을 신청한 전세사기피해자의 전세사기피해주택에 관한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법에 따라 공정한 가치 평가를 거쳐 매입할 수 있다. 이 경우 채권매입기관의 매입가격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에 따른 우선변제를 받을 보증금의 비율 이상으로 한다. 여기서 나오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에 따른 우선변제는 소액임차인과 최우선변제 규정을 가리킨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는 다음과 같다. 제8조(보증금 중 일정액의 보호) ① 임차인은 보증금 중 일정액을 다른 담보물권자(擔保物權者)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 이 경우 임차인은 주택에 대한 경매신청의 등기 전에 제3조제1항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② 제1항의 경우에는 제3조의2제4항부터 제6항까지의 규정을 준용한다.③ 제1항에 따라 우선변제를 받을 임차인 및 보증금 중 일정액의 범위와 기준은 제8조의2에 따른 주택임대차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다만, 보증금 중 일정액의 범위와 기준은 주택가액(대지의 가액을 포함한다)의 2분의 1을 넘지 못한다. <개정 2009. 5. 8.>[전문개정 2008. 3. 21.]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와 시행령을 종합하면, 임차인이 '근저당 설정일 기준 시점의 소액임차인 보증금 상한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했다면 경·공매가 진행되더라도 선순위 근저당/압류금액보다 우선적으로 보증금의 1/3 이하 금액을 돌려받는다는 것이다. 각 지역별 현행 소액임차인(최우선변제금) 기준은 다음과 같다.  추가로, 국토교통위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채권매입방안의 취지에 대해 설명한 대목이 있다. 조정위원장 맹성규 : 주요 내용은 전세사기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보증금 반환을 위하여 임차보증금의 선구제 후회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을 채권매입기관으로 하 며, 채권매입기관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매입가격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에 따른 우선변제를 받을 보증금 비율 이상으로 하도록 하여, 전세사기 피해자가 적어도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금 이상의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 2023.12.27  국토교통위원회회의록 3p- 즉, 법안 원문과 회의록을 살펴보면 피해자 누구라도 보증금채권매입 방안을 통해 최소한 최우선변제금만큼의 보증금은 피해자에게 먼저 돌려주는 것이 현재 국회에서 논의중인 특별법 개정안의 '선구제-후구상' 방안이다. 국가에서 먼저 투입한 비용은 비용은 피해주택을 경매·공매 등으로 환가하거나 전세사기 가해자에 대한 형사절차를 통해 범죄수익·부당이득을 몰수·추징하게 된다. 특별법 개정안 본문만 나오고 시행령과 세부 기준이 나오지 않아 정확한 채권매입방안을 알 수는 없으나, 보증금채권 매각의사가 있는 피해자가 채권매입기관을 통해 채권평가를 거쳐 감정가를 산정한 후 감정가에 보증금채권을 판매하고 그 대금을 회수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단, 보증금채권의 감정가가 최우선변제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라도 최우선변제금 수준만큼의 금액은 보장해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는 '보증금의 30%를 보장해준다.'는 내용으로 와전되어 보도가 되고있지만, 법적으로 최우선변제금 상한이 정해져있어 돌려받는 금액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다. (언론보도) 그런데, 시행령과 채권매입기관의 세부방침이 나오기 전까지는 보증금채권매입 방안은 해석의 여지가 크다. 현행 소액임차인(최우선변제금) 판단 기준시점은 계약일 기준이 아니라 근저당 설정 기준인데, 위 특별법안에서 소액임차인 규정을 준용한다면 채권평가액의 하한선 기준을 어떻게 할지 정해야한다. 다시 말해, 위 보증금 채권매입 방안에서 준용하는 소액임차인(최우선변제금) 기준일을 근저당 설정일/계약일/현재 중 어느 시점으로 하느냐에 따라 피해자들이 돌려받는 금액에 큰 차이가 생긴다. 이 문제는 특별법 개정안이 본회의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큰 산 2개를 넘은 다음에도 계속 불거질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자를 돕는다는 취지를 고려하면 현재 시점의 최우선변제금 기준을 적용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놀랍게도, 피해자가 정말 많은 대전/부산 등에서는 보증금채권 매입을 실행해서 현재 기준으로 최우선변제금을 받는다고 해도, 피해자가 보장받을 수 있는 금액은 2,800만원에 불과하다. 최근 3월 20일 기준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1억 이상의 피해를 본 피해자가 최소 57%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다.) 2. 그럼 선구제-후구상 방안에는 어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판단할 수 있는 근거자료 자체가 많지 않아 소요되는 비용을 예상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다. 호기롭게 총선 전에 이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여러 자료를 찾아봐도 쓸만한 자료를 찾아보는게 너무 어려웠다. 국토교통부는 정기적으로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 접수된 내역을 '집계'해서 발표하지만, 그건 정말로 말 그대로 피해자 신청 접수내역을 기계적으로 취합한 결과일 뿐 유의미한 분석결과라고 보기가 어렵다. (참고 링크) 국가의 공식기관 어디서도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재까지의 전세사기 피해규모와 향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세사기 규모를 분석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2월 말에 국토교통부가 공식적으로 수조원의 혈세 낭비가 예상된다는 것은 정밀한 데이터에 근거하지 않은 과장된 주장으로 보인다. 그리고 국토부는 국가가 먼저 피해자를 구제하는데 투입하지만, 추후 회수가능한 비용이 있음에도 투입하는 비용 전부가 혈세낭비이자 회수불가능한 손실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피해자대책위에서 주장하는 소요 예산은 작년 10월에 발표된 보고서에 근거하고 있다. (표본이 전체 피해자를 표본으로 하지 않고, 조사기간도 한정되어있다는 점에서 전체 피해규모를 정확히 알기에는 한계가 존재하지만, 그래도 전국의 피해자들을 광범위하게 직접 조사한 보고서는 이 문서가 유일하다.) 시민사회와 피해자대책위에서 판단한 결과, 선순위 임차인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우선변제금 이상은 받을 수 있을 것이고, 후순위 임차인 중 최우선변제금을 받는 임차인은 채권매입방안을 통해 보증금을 회수하지 않아도 최소한의 금액을 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정말 세금이 투입되는 것은 소액임차인 기준을 벗어나 최우선변제금조차 건지지 못하고, 거액의 전세대출 부담을 지고,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후순위 임차인일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들의 평균 보증금은 1억 2,711만원(보고서 51p)이고, 최우선변제금 대상이 아닌 후순위 임차인 비율은 48.6%(보고서 79p)이다. 지역별 최우선변제금이 다르고 보증금의 1/3도 안 되는 경우가 많지만, 계산 편의를 위해 보증금의 30%, 피해자가 2만명에 달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1억 2,711만원 x 48.6% x 30% x 2만명) = 약 3,706억원이 산출된다. 물론 국민의 세금은 정말 소중하지만, 그럼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하기 위해 이 정도의 금액을 쓰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2023년 대한민국의 실질 GDP는 2천조원에 육박하고, 2024년 정부 예산은 650조원에 달하는데, GDP의 0.1% 또는 예산의 0.3%만이라도 전세사기 피해구제를 위해 쓴다면 문제해결은 훨씬 쉬워진다. 다른 사기피해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피해자 구제에 부정적이며 어떠한 방안도 고려하지 않는 정부는, 부동산 PF 부실에 수십조원을 선뜻 내놓는 모순된 행태를 반성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만약 정부의 재정만으로 부담을 느낀다면, 작년 12월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주장한 것처럼 은행의 초과이윤 중 일부라도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에 활용하도록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언론보도) 사기성이 의심되는데도 국가의 보증을 받아 불법/편법 전세대출을 남발하고, 문제있는 전세계약을 막지 않은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측면에서 은행이 재원을 출연할 명분은 충분하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정확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선구제-후구상 방안에 따른 비용을 추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현 시점에서는 근거가 부실한 추정에 기댈수 밖에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전세사기 피해 전수조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3. 전세사기 피해 전수조사, 도대체 왜 안하고 있을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는 아직도 전세사기 피해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미래에는 얼마나 발생할지 알지 못한다. 어느정도 신뢰할만한 데이터가 있어야 계산을 하고, 대책을 세울텐데 데이터 자체가 없으니 나오는 대책마다 맹탕이고, 실효성이 극히 제한적이다.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 전세사기 지뢰가 터질지 모른다. 글을 작성중인 4월 8일에도 수원 지역에서는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언론보도) 그런데, 정부는 이 문제에 있어 사실상 손을 놓고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진정성있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예방/관리감독 대책을 엄격히 시행해서 신규 전세사기를 막고, 기존 전세사기 피해에 대해서는 종합적이고 세심한 피해구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전 정부의 책임으로만 돌리며 전세사기 문제해결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특별법이 제정된지 1년이 되어가는데 정확한 피해실태조차도 파악하지 못한게 현실이다. 그래도 앞으로도 계속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총선 이후에는 부디 정부가 정신차리고 문제해결에 진지하게 임하기를 바라본다. (피해자들 좀 살려주세요!!!) 관료조직의 전가의 보도인 '관련 근거가 없고, 선례가 없다'는 핑계를 댈까봐 특별법 조문을 가져왔다. 현재 시행중인 전세사기 특별법 제13조를 보면 전세사기 피해조사를 위한 근거는 마련되어있다.   제13조(피해사실의조사) ① 국토교통부장관은 제12조제1항에 따른 신청이 있는 경우 제14조에 따른 전세사기피해자등 결정 등을 위하여 임차주택의 가격 및 실태, 임차주택의 권리관계, 임대인의 채무 등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조사할 수 있다.② 국토교통부장관은 제1항의 조사를 수행하는 경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1. 임차인, 임대인등, 이해관계인 및 참고인에 대한 진술서 제출 요구  2. 임차인, 임대인등, 이해관계인 및 참고인에 대한 관련 자료 제출 요구  ③ 국토교통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조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국가기관,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에 대하여 자료 또는 정보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요청을 받은 기관의 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 13조 내용을 모두 서술하지는 못하지만, 제13조3항 각 호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조사를 위해 법원, 한국자산관리공사, 지자체, 국토교통부, 근로복지공단, 국세청, 행정안전부, 국민연금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금융기관, 검찰청, 경찰청, 보증기관, 기타 국가기관·공공기관·금융기관 등 전세계약에 관여하는 매우 많은 기관을 대상으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조사 협조요청을 받은 기관은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따라야한다고 되어있어 강제력도 있는걸로 보인다. 이제라도 국토부에서는 현행 전세사기 특별법에 근거해 전세사기 피해규모 실태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4. 전세사기 피해 전수조사, 이렇게 해봅시다! 우선, 국가적 차원에서 전세사기 피해조사를 진행하기 전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관계당국과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의 지속적이고 심도깊은 소통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만큼 이 문제에 천착하고, 중요한 포인트를 세밀히 짚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존재하겠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들만큼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피해 인지 단계부터 해결 단계까지 구체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는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쓰고, 건강과 생계를 망쳐가며 에너지를 쏟은 피해자들이 수년간 집단지성으로 축적한 정보는 비전문가라고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실제로 피해자들은 피해자지원센터나 은행에 도움을 받으러 갔다가 도리어 전세사기에 익숙하지 않은 각 영역의 전문가 분들을 가르쳐드리고 있다.) 그럼 전세사기 피해 전수조사는 어떻게 진행해볼 수 있을까? 각 분야에 대해 전문적으로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법적/실무적인 제약은 고려하지 않고, 이렇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상상만 해본다. 1) 조사범위 좁히기 : 악성임대인 목록 취합- 전세사기 명목으로 기소된 임대인 정보 (검찰청/경찰청)- 보증기관에서 대위변제가 발생한 임대인 정보 (HUG/HF/SGI)ㄴ 2023년 말부터 공개하고 있는 악성 임대인 정보는 신규 보증사고가 발생한 악성임대인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공개대상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기준으로 삼기에 부적절하다. (수도권에서 전세사기로 유명한 임대인의 이름 대부분은 악성임대인 명단에서 빠져있다.) 2) 악성임대인 채권채무 등 권리관계 확인- 금융권 근저당 (1금융권, 2금융권, 3금융권)- 세금체납내역 (세무서, 지자체 세무과)- 보증보험 가입/대위변제 여부 (보증기관 전체)- 4대보험 관련 미납내역(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등)- 전세권·임차권 등 주택임대차 관련 채무- 기타 채무 (민사 채무로 인한 압류/가압류 등) 3) 권리관계 분석- 임대인 신용도, 자기자본 비율 등 조회 (금융권)- 임대인-임차인 간 전세계약 체결내역 조회(행정부 및 지자체 확정일자내역, 전월세신고내역 / 법원 전세권설정 내역)ㄴ 선순위 임차인/후순위 임차인/무권리 계약 여부-  위험도 분석ㄴ 해당 지역 경매정를 고려한 예상 피해금액ㄴ 임차인 자산 및 소득수준 / 전세대출 등 채무 규모 4) 데이터 취합한 유형 정리 & 맞춤형 대책 설계- 전세사기 피해자를 그룹화하고, 피해자 그룹에 맞는 대책 설계ㄴ ex) 다세대주택 후순위 임차인과 신탁사기 피해자, 다가구주택 피해자는 문제 접근방향부터 다르기 때문에 각 피해유형에 특화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1~4의 과정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과정에서 관계 당국과 피해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방안을 찾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피해자들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낮밤/주말 가리지 않고 무급으로라도 이 일을 할 수 있다. ///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얼른 총선이 끝나고, 이번 21대 국회가 문을 닫기 전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최우선변제금 수준의 돈만 우선 돌려받는 '선구제-후구상' 방안과 몇가지 대책이 추가되는 것 정도이다. 이 방안에 따라 보증금을 돌려주면 시장의 거래질서를 어지럽히고, 대한민국이 당장이라도 망할 것처럼 쉽게 말하기 전에 제대로 된 데이터를 가지고, 면밀히 따져봤으면 좋겠다. 국가의 미래를 계속 이끌어가야할 2030 청년들이 전세사기 덫에 걸렸는데 언제까지 방치하고 있을 셈인가. 지금부터라도 전세사기 피해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 참고 페이지 1 :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지금 당장, 특별법 개정을 외치는 이유참고 페이지 2 : 전세사기 오해와 진실 3가지참고 페이지 3 : 캠페인즈 함께살자 이벤트 페이지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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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그런 식으로는 내 표 못 받아
필자는 이대남이다. 부산이 고향이지만 인생의 1/3을 서울에서 살고 있다. 반골 기질이 있어 권위적인 것을 싫어하고 자유와 다양성을 추구한다. 동시에 대한민국 육군 장교 출신이며 안보에 있어 보수적인 편이다. 그리고 페미니스트로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번 총선, 어디에-누구에게 투표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의 고민이며, 내 친구의 고민이자, 많은 주변 사람의 말이다. 나는 큰 걸 바라지도 않는다. 획기적인 기후 정책이나 신냉전에 맞설 새로운 외교-안보 노선을 제시하는 정치인을 기대하지 않은지는 이미 오래됐다. 그저 공인답게 품격 있고, 사회적 참사에 슬퍼할 줄 알며, 타인을 차별하지 않는, 그저 조금 더 공공선을 지향하는 인물(정당)이면 표를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가 안일했다. ‘이재명 후보가 차은우보다 잘생겼는지’, ‘대파 가격이 한 단인지 한 뿌리인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내가 이상한 멀티버스 지구에 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모 당의 후보는 지역을 여성의 가슴에 빗대 성적 대상화를 하질 않나. 다른 당의 후보는 ‘연예인 성적 대상화’부터 ‘난교’ 발언 등 처참한 성인지 감수성으로 논란을 빚다 공천이 취소되기도 했다. 큰 걸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혐오 표현’을 하지 않는 것도 기성 정치엔 매우 어렵고 큰 일인가 보다. 나도 선거를 뛰어봤다. 유권자들을 설득하며 정책을 제안하고, 나라는 인물을 세일즈 해 본 경험이 있기에 선거의 어려움을 안다. 이기기 위해 애쓰다 보면 보다 대중적인 정책을 고민하게 되고, 더욱 자극적인 멘트로 연설을 구성하게 된다. 하지만 넘어선 안 될 ‘선’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다. 공인의 책임이 있고, 선출직 후보자의 품위라는 게 있다. 그리고 그 전에 인간으로 해야 할 도리가 존재한다. 그 선을 넘으면 ‘괴물’이 되는 것이다. 2차 가해를 저지르거나, 피해자를 탓하고 공격했던 전력이 있는 인물들을 떳떳하게 후보로 내세우는 주요 정당을 보며 정말 놀랐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러한 가해 전력과 검증 부실에 대한 국민과 당원의 비판을, 오히려 ‘우리 편’이라며 옹호하거나 감싸는 행태였다. 비판이 거세지자 마지못해 낙마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끝내 피해자에게는 단 한 문장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괴물’이었다. 왜 정치는 혐오를 놓지 못하나.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 여성과 소수자, 장애인과 참사 피해자에 대한 혐오를 늘어놓아도 제대로 된 제재나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나아가 그것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과 비판을 불러오더라도, ‘상대편’을 잘 공격하는 일이면 오히려 승승장구 하게 되니 너도나도 괴물이 되길 주저하지 않는다. 이러한 ‘대결 정치’와 ‘혐오 정치’를 해결할 희망은 없는 걸까. 우린 이대로 훌리건과 헤이러에게 이 사회를 맡기고 자포자기해야 하는 걸까. 아니다. 극약 처방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대결을 부추기는 정치 구조를 개혁하는 일일 테고,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다양성에 투표하는 일’이다. 현역 정치인의 대다수는 여성도, 소수자도, 장애인도, 피해자나 약자도 아닌 ‘기득권 중년 남성’이다. 당장 현 21대 국회만 봐도 여성 비율은 19%에 불과하고, 2030 청년 비율은 5%가 채 안 된다. 그에 비해 5060 정치인은 무려 82%에 육박한다. 만약 국회가 중년 남성과 같은 숫자의 여성과 소수자와 장애인과 다양한 사회적 약자로 구성된다면, 그때도 함부로 이들을 대상화하고 혐오하는 표현이 난무할 수 있을까. 회색빛 국회가 무지갯빛으로 다양해진다면, 더욱 획기적인 기후 정책과 사회적 안전망 확립부터 자살 문제와 지역 불균형 문제 해결 그리고 성평등 사회 실현과 디지털 전환까지 수많은 시급한 의제들을 ‘자기 일’처럼 다룰 일꾼들이 늘어날 것이다. 이들에게 대결 정치는 사치다. ‘자기 일’인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시간이 부족할 테니까.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당신이라면, 혹은 대결 정치와 혐오 정치에 질려버린 당신이라면, 이번 총선 투표 테마로 ‘다양성 있는 국회’를 적극 제안한다. 본 글은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의 김연웅 활동가가 작성하여 여성 신문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 여성신문 원문 주소 : https://n.news.naver.com/mnews... 
선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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