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분들을 추모합니다. "행동하는 사회연대경제인 SE-ACT"
"행동하는 사회연대경제인 SE-ACT"는 질문(WHY)하겠습니다! 그리고 연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행동하겠습니다! -행동하는 사회연대경제인 SE-ACT 두 번째 연대와 행동- 행동하는 사회연대경제인 SE-ACT는 12.3내란사태 이 후, 우리 사회의 수많은 사회문제와 이슈에 연대하고 행동하기 위하여 조직화되었습니다. 지난 24년 12월 29일(일) 아이와아침 식사를 하며 평화로운 일요일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긴급 속보 "전남 무안 국제공항 181명 태운 여객기 추락..." 보았습니다. 사상자에 대한 정보는 확인 할 수 없었습니다.여객기의 추락으로 승객이 생존 할 확률은 희박하다고 하나, 승객 전원이 꼭 생존하길 간절히 바라며...뉴스 속보 이 후 평소 조용했던 카톡방이 소란스럽기 시작했고 가족, 친구, 지인들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무슨일이 생기지 않으면 평소 연락도 잘안하는...ㅠㅠ)그 이유는 MC기동이 고향이 '전라남도 영광군' 입니다. 영광은 무안 공항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으며 무안 공항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승객이 전라남도 도민이기에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는 마음에 전화를 주셨던 겁니다. 다행이라고 말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친인척 중에는 여객기 승객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뉴스 속보는 사상자 수를 안내하기 시작하였고 결국 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고, 2명이 구조되었습니다.어떠한 말로도 위로할 수 없지만 다시 한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분들을 추모하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25년 1월 1일 새해를 맞이하면...! 이제 막 8살이 된 아들과 함께 고양시 문화광장 위치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조문하였습니다.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가 추모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국화 헌화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었습니다.(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지만...함께 기도했습니다.)저는 아이에게 "OO아~ 너가 어른이 된다면  항상 남을 배려하고 모두에게 사랑 받는 사람이 되어라" 이야기? 해주었습니다!(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재난 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면 안되겠지만, 혹시 발생한다면 함께 슬퍼하고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새해 첫 날 행동하는 사회연대경제인 SE-ACT는 유가족을 위로하고, 추운 날씨 속 사고 수습을 위해 애쓰시는 소방관, 경찰, 군인 그리고 자원봉사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따뜻한 커피차'를 후원하였습니다. 더 이상 재난 사고(인재)가 발생하면 안 될 것입니다. 절대 발생하며 안되지만 혹여나 발생한다면 SE-ACT는 함께 연대하고 행동하겠습니다! 이제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명명백백 진상규명하고 유가족의 시각에서 제대로 추모 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정치] 윤석열을 체포하라, 근데 누가?
폴라리스 항해도 vol. 123 새해 같지 않은 새해입니다. 모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려 해도, 매일 아침 '혹시…' 하는 기대와 조바심을 갖고 눈을 뜨는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계엄령이 선포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다들 피로감을 느끼고 소진되었을 것이라고 감히 예상합니다. 그래도 끈질기게 버티는 마음으로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아무래도 홀로 되새기는 것보다는 함께 시간 내어 되돌아보는 게 덜 힘겨우니까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수사 상황을 간단히 짚어보자면요. 내란죄 수사권을 가진 경찰이 국가수사본부를,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검찰과 경찰에 사건 이첩을 요청하며 내란죄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이후 11일에는 공수처, 경찰, 국방부가 공조수사본부를 꾸려 12·3 내란과 관련된 인물들을 조사 및 구속하고 수사를 이어갔어요. 물론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출석을 요구했습니다만, 대통령 측은 세 차례 요청 모두 거부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정말 많은 이들이 연루되고 오랜 기간 치밀하게 계획된 내란이라는 게 밝혀지고 있습니다. 죄목은 점점 분명해집니다. 이에 죄를 판별하는 것은 너무도 쉬워 보이는데, 사건의 내막을 밝히는 수사 과정은 꽤 복잡하고 지지부진해 보입니다. 결국 가장 궁금한 질문은 이것이겠죠. 위법한 내란죄를 적법하게 수사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철저한 진상 규명과 내란 세력 엄벌을 위해서는 ‘법적인 결함’ 없는 수사 과정이 필수적인 것을 넘어 필사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수사 과정을 제대로 알아야 하겠습니다. "민주주의는 정지된 것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되는 행진이다." -프랭클린 D.루스벨트- #1 수사권 지키려는 공수처, 왜? 윤석열 대통령 수사를 둘러싼 혼란이 갈수록 커지는 중입니다. ‘이첩’, ‘수사권’, ‘직접 관련성’과 같은 단어를 들으면서 “수사 과정이 왜 이렇게 복잡하지?”라고 생각해 보셨을 것 같아요. 첫 번째 꼭지에서는 내란죄 수사권을 둘러싼 법적 쟁점, 윤석열 대통령의 논리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각자의 주장을 한번 살펴볼게요. 경찰, 검찰, 공수처는 모두 자신들에게 내란죄 수사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수사 대상인 윤석열 대통령 측은 검찰과 공수처에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죠. 한편, 공수처는 내란죄 혐의가 적용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과정에서 서울서부지방법원 영장판사로부터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법적 쟁점들, 지금부터 차차 풀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공수처에는 윤 대통령 내란죄 수사권이 있을까요? 윤 대통령 측은 헌법 84조를 근거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는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조항을 근거삼았죠. 이때 공수처는 내란죄를 직권남용죄 ‘관련범죄’로서 수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고검장을 지낸 A변호사는 “직권남용죄와 내란죄의 사실관계가 동일해 직권남용죄와 내란죄 모두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죠. 내란죄 수사권의 주체를 따지는 일부터 혼선이 빚어졌지만 더 큰 문제는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공수처의 체포 역량입니다. 1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에 실패하자 공수처는 지난 6일 경찰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하겠다’고 했지만 경찰은 거절했습니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오랜 숙원이던 ‘검찰과의 평등한 협력관계’를 이뤄낸 만큼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죠.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도 공수처의 행태를 두고 “공사 일부를 하청주듯 다른 수사기관에 (집행을) 일임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공수처가 검ㆍ경에 수사권을 넘겨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이미 공수처는 공수처법 24조에 따라 검ㆍ경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바 있습니다. 재이첩을 하면 이후에는 사건을 돌려받을 수 없고 수사를 포기하는 셈이라 선택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공수처로선 ‘문 닫아야 한다’는 비판에 할 말 없게 되는 것이니까요.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시점, 내란죄 수사권은 향후 재판에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 등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형사사법제도의 혼란과 허점이 이번 수사로 드러난 셈인데요. 법적 쟁점을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분께는 최근 SBS가 정리한 취재파일을 참고하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수사권을 둘러싼 흐름을 먼저 이해하고 싶다면 아래 링크에 첨부된 경향신문 기사를 추천합니다. 🧭글 보러가기 #2 키세스 시위대의 외침, 그리고 윤석열 수호대 법원이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후 10여일간 한남동 인근은 대통령 윤석열의 체포를 촉구•반대하는 시민들로 가득했습니다. 그 가운데 ‘키세스 시위대’가 있었습니다. 서울 전 지역에 폭설이 내려 앉은 그 날 그들은 관저 앞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신속체포’를 요구하며 밤샘 농성을 이어갔습니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 키세스 시위대가 밤샘 농성을 이어갈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 실패로 인한 ‘윤석열의 장기 불복종’과 ‘대통령 관저의 요새화’가 자리합니다. 공수처가 1차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하고, 체포영장 집행을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는 사이 대통령 윤석열은 한남동 관저 곳곳에 공수처의 진입을 막을 저지선을 구축하면서 관저를 요새화했습니다. 대통령 경호처는 관저 철문 앞 도로 쪽에 대형버스를 세워 진입을 막았는데요. 철문 뒤 관저로 향하는 길목에도 버스 세 대를 세워 통행을 막았습니다. 또 도로변 벽에 철조망을 두르고 문에 쇠사슬을 감아 진입로 방어를 보강했습니다. 이 시도를 두고 ‘석열산성’이라는 말도 등장했습니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체포영장까지 발부된 상황에서 대통령 경호처가 무리하게 대통령을 경호하는 것은 대통령의 신변 경호가 아니라 ‘내란 수괴 혐의자 은닉’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통령이 요새에 꼭꼭 숨어 있는 사이 ‘영남 자민련’을 자처한 여당 국회의원 45명은 한남동 관저 앞에 등장해 윤석열 엄호 태세를 갖췄습니다. 극우 시위대는 이에 열렬히 환호했고요. 윤석열의 서울대 법대 동문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비상계엄 선포를 강하게 반대”했다면서도 대통령 윤석열 체포를 위한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 윤석열의 신속체포를 요구하는 키세스 시위대의 외침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향한 외침이기도 합니다. 윤석열의 불복종과 불복종에 동조하며, 불복종의 장기화에 기여하는 법조·관료 엘리트 집단은 ‘한남동 카르텔’이라는 오명을 얻었습니다. 내란 수괴의 체포가 계속해서 지연되면서 국민은 끝없는 불안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키세스 시위대의 울분을 해소할 수 있을까요? 🧭글 보러가기 #3 공수처와 수사권은 결국 어디로?  이렇듯 내란죄 수사는 검찰-경찰-공수처 간 얽히고설킨 복잡한 권한과 관계 속에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지연되는 수사와 더불어 1차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하자, 내란죄 수사를 주도하는 공수처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는데요. 일단 인력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공수처의 검사와 수사관 인력을 모두 모아도 50명 남짓한 데다, 현장에 나갈 수 있는 인원은 30명에 불과한 실정을 공수처 이재승 차장이 언급하기도 했죠. 체포 과정에 동원할 수 있는 공수처 인원이 소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관저 출입 저지와 같은 경호처의 비협조를 대비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공수처의 이번 내란죄 수사 과정에서 비판받는 지점입니다. 이에 더해 공수처법을 보완해 공수처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오랜 요구가 대표적입니다. 공수처는 판ㆍ검사, 경무관 이상의 경찰공무원을 수사 및 기소할 수 있지만, 대통령, 국회의원을 비롯한 기타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수사권만을 집행할 수 있습니다. 후자 같은 경우에는 공수처가 수사를 마친 후 검찰 측이 사건 기소를 담당하는데요. 이 탓에 24년 ‘감사원 뇌물 사건’처럼 공수처와 검찰의 법리 해석이 갈려 갈등이 빚어진 적도 있습니다. 기관의 지위와 수사 체계가 법적으로 정비되지 못해 발생한 문제였죠. 이번 내란죄도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이므로 공수처가 사건 수사를 마치면 수사 기록을 검찰에 송부해야 합니다. 이미 수사 기관 간 충돌 전적이 있는 상황에서, 1차 체포영장 집행이 실패하며 공수처의 수사 능력에 의심까지 피어나자, 내란죄의 진상 파악과 법적 심판이 지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사실 현재 공수처의 문제는 설립 초기부터 개선 필요 지점으로 언급되어 온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출범한 지 4년이 지났음에도 공수처의 한계가 아직까지 보완되지 않은 이유는 입법부인 국회가 공수처의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인데요. 지난 21대 국회와 현재 22대 국회에서 통과된 공수처법 개정안은 1건뿐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이 반박하는 법률 쟁점도 공수처에 관한 것입니다. ‘공수처의 권한 없는 수사’, ‘불법 영장’이라는 식의 발언으로 공수처와 관련한 법적 공백을 절차의 위법성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추후 내란죄 재판에 있어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지점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크게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가 특검법입니다. 특검법이 시행되면, 수사권과 기소권이 모두 특검에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측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권한 논란이 해소될 수 있죠. 현재 야6당이 국회에서 내란 특검법을 두 차례 발의했는데요. 8일 내란 특검법이 찬성 2표가 부족해 부결되자, 바로 다음 날 특검 후보자 추천 권한을 제3자인 대법원장에게 부여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보완한 내란 특검법을 재발의했습니다. 이 2차 내란 특검법은 10일에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해, 이르면 14일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됩니다. 두 번째는 공수처가 공조본의 수사 주도권을 경찰에 재이첩하는 방안입니다.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를 집행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라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만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방법 역시 공수처의 불법 수사라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잠재울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고요. 그렇지만 공수처가 이첩요청권을 발동해 놓고도 수사권을 다시 반납하는 듯한 모양새가 된다면, 공수처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시선을 오랜 시간 떨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상황이 매일 급변함에 따라 내란죄 수사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잘 예측되질 않는데요. 앞으로의 수사가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더라도, 이렇게 수사 과정을 살펴보는 시도가 차후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동력으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글 보러가기 에디터가 남긴 편지 “덜 사랑하는 사람은 권력을 갖고, 더 사랑하는 사람은 이야기를 갖는다.” 독일의 영화감독인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가 한 말입니다. 이분이 만든 영화는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이분이 한 말을 좋아해서 이름 10글자를 외우고 다녀요. 일대일 인간관계에서도, 공동체 안에서도 이 감독님이 하신 말씀은 통하는 듯해요. 세계가 사랑하는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노래 가사에 녹여냅니다. 그녀는 온 마음을 다해 애인을 사랑하고, 이 이야기를 제 노래에 적절히 풀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졌습니다. 그녀를 보고 있자면, 덜 사랑하면서 얻는 권력이란 얼마나 공허하고 알량한지 묻게 됩니다.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그게 단 하나의 진짜 질문이다, 라고 나는, 결국, 생각한다.” 영국 소설가 줄리언 반스가 쓴 <연애의 기억>에 나오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을 조금만 확장해볼까요? 내가 속한 공동체인 국가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때, 나는 이 공동체를 더 사랑하면서 더 괴로워할 것인가, 아니면 덜 사랑하면서 덜 괴로워할 것인가. 지난해 세밑에 우리나라 국민이 광장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 질문에 적확한 답이 되어줍니다. 영하의 추위를 견디고자 발바닥에 핫팩을 붙이고, 수건에 핫팩을 끼워 넣어 방석을 만들면서 이 공동체를 더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은 더 사랑하면서 더 괴롭기로 결심한 듯합니다. 한편으로는 더 사랑하는 일이 더 괴로워서가 아니라, 사랑하지 않고 외면하는 일을 도저히 견딜 수 없기 때문에, 기꺼이 사랑을 택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지켜만 보는 일보다, 버선발로 공항에 달려가 봉사하는 일이 덜 괴로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광장에 모인 인원들에게 핫팩과 따뜻한 차를 나눠줘야만 이 냉혹한 시국을 견딜 수 있는 사람들이 우리 공동체를 지탱해왔을 거라고, 감히 생각해봅니다. 저는 이들을 보면서 더 사랑하는 일이 더 괴로운 일이라는 반스의 말을 뒤집게 됩니다. 대문호의 말에도 언제나 예외는 있군요. 권력을 쥔 지도자의 친위 쿠데타가 실패한 현 상황도 세계적으로 꽤 예외적인 일이라고 하죠. 한국이 지금 처해있는 이 예외 상황을, 우리는 결국 사랑으로 극복해낼까요? 유럽,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이 입모아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는 지금, 한국은 ‘민주주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시금석’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체포영장 집행부터 탄핵 인용, 나아가 다음 지도자 선출까지 부침이 거듭되겠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사랑으로 예외 상황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되는 새해입니다. 폴라리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듬뿍 받으세요! 2025. 01. 13.에디터 반달 🌙 드림 만든 사람들: 해안🌊,부기 🐢, 콜리🥦, 반달🌙
탁! 치니 억! 하고 - 박종철의 유산과 국가폭력의 민낯
1987년 1월 14일. 새해를 맞아 희망과 기대 속에서 하루를 시작했을 그날, 대한민국은 역사에 남을 큰 상처를 입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동분서주하던 한 청년이 경찰 손에 목숨을 잃었다. 분주하고도 평화로워야 할 새해의 한복판에서 남영동 회색 벽돌 건물 5층에서 청년은 차가운 타일 바닥에서 온기를 잃어 갔다. 1월 14일을 맞아 박종철 열사의 이름과 그 뜻을 다시 떠올려 본다. 21세 청년, 고문으로 사망하다 -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1987년 1월 13일,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3학년이던 박종철 열사는 경찰에 의해 불법 체포되었다. 경찰의 목적은 민주화추진위원회 활동과 관련된 수배자 박종운(한나라당, 자유공화당에서 활동하던 그 박종운이다)을 찾기 위해서였다. 다짜고짜 박종철을 체포한 경찰은 열사를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남영동 분실로 끌고 가 고문을 가했다. 물고문과 전기 고문이 쉼 없이 이어졌고, 이튿날 새벽 끝내 열사는 사망했다.  ▲ 박종철 열사가 사망한 남영동 대공분실 5층 고문실. 당시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박배민(2020년 촬영) 경찰은 언론 브리핑에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내놓았다. 당시 전두환 정부는 치안본부장 강민창과 내무부 장관 김종호를 해임하며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 하지만, 부검 결과 물고문과 전기 고문에 의한 살인이 밝혀졌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마티아 김승훈 신부가 사건의 진실을 폭로하며, 경찰 고위층과 정부 기관의 은폐 조작 시도가 세상에 드러났다.  ▲ 1987년 추모 시위 모습. 최루탄에 대비해 눈에 비닐을 두르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국가기록원 김 신부의 발표는 말 그대로 온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다. 단순한 분노를 넘어, 억눌린 사회적 울분과 정의에 대한 갈망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은 그동안 억눌려온 자유에 대한 열망과 부당함에 대한 저항을 외치며, '우리 종철이를 살려내라!'며 절규했다. 박종철 열사의 죽음은 기폭제가 되어 대한민국 현대사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었다. 열사의 희생은 6월 항쟁으로 이어져 직선제 개헌을 포함한 민주화의 초석을 놓는 데 기여했다. 열사의 뜻을 잇다 - 박종철기념사업회 박종철 열사의 '의로운 죽음'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에도 정의와 인권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이를 기리기 위해 박종철기념사업회(이하 사업회)는 2003년부터 '박종철인권상'을 제정해 열사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 상은 정의와 신의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던 박종철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작년(2024년)에는 군 내부 부조리를 고발한 채 상병 순직 사건의 박정훈 대령이 수상자로 선정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 박종철센터에 벽면에 있는 박종철 캐릭터 ⓒ성찰과성장 2023년부터는 박종철센터(이하 센터)가 개소하여 열사의 삶과 사상을 되새길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대학교가 있는 관악구에 위치한 센터는 열사의 유품뿐 아니라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자료를 전시하며, 시민들이 열사의 정신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센터가 개소하기에 앞서 2020년, 관악구에서는 박종철 열사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박종철거리’를 조성하였다. 이 거리에는 박종철 열사를 기억하기 위한 야외공간을 마련하고, 벤치와 동상도 설치했다. “저들이 비록 나의 신체는 구속을 시켰지만 나의 사상과 신념은 결코 구속시키지 못합니다.”라는 옥중 편지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  박종철센터와 동상은 기억의 공간을 넘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교육하고 전파하는 중요한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31년 만의 고백, 남영동의 수사단장 ▲ 박종철 열사의 희생 과정과 당시 사회상을 잘 표현한 영화 '1987'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박종철 열사를 고문했던 경찰들은 이후 어떻게 살아갔을까. 안타깝게도, 법의 심판을 받았음에도 그들의 삶은 비교적 평온하게 마무리되었다. 1927년생인 치안감 박처원(영화 1987의 김윤석 배우)은 1996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이후 80세까지 살다 생을 마쳤다. 치안본부장 강민창(영화 1987의 우현 배우)은 징역 8개월을 복역한 뒤, 2018년 노환으로 사망하기까지 85세를 살았다. 법은 그들의 죄를 인정했지만, 고문이라는 행적에 비해 단죄의 무게는 충분치 않았다. ▲ 1987년 추모 시위 모습 ⓒ국가기록원 한편, 반성하며 살아가는 인물도 있다. 사건 당시 남영동 대공분실의 수사단장이었지만 유일하게 구속당하지 않았던 전 모 씨는 사건 이후로 죄책감에 시달리며 은둔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2018년, SBS와의 면담에서 전 씨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후회를 꺼내 놓으며, 사건이 터진 날의 긴박했던 상황과 자신이 지휘관으로서 느꼈던 책임감을 상세히 밝혔다.  ▲ 박종철 추모제와 관련해 명동성당 입구를 막고 있는 경찰 ⓒ국가기록원 전 씨는 당시 대공분실 내부에서 이루어진 체계적인 고문과 폭압적인 지시들이 조직적이고 정권 차원에서 강요된 것이었음을 증언했다. 전 씨는 강민창 치안본부장으로부터 '검거율이 많이 떨어졌다'며 공개 질타를 받는 등 폭력 수사에 대한 강한 압박이 있었음을 밝혔다. 경찰의 폭력과 고문 수사는 몇몇 극단적 행동이 아니라 공권력으로 포장된 정권의 구조적 문제였다. 전 씨의 증언을 통해 박종철 열사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국가 폭력의 필연적 결과였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아들 곁으로 떠난, 어머니 정차순 2024년 4월 17일,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 여사가 향년 91세로 막내아들의 곁으로 돌아갔다. 정차순 여사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과 막내아들과 함께 마석 모란민주열사묘역에 영면했다. ▲ 남영동 대공분실.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했다. ⓒ박배민 (2020년 촬영) 1987년 2월, 정차순 님은 경찰의 저지로 아들의 서울 추도식에 참석하지 못했고, 대신 부산 괴정동 사리암에서 종을 치며 아들의 넋을 기렸다. “종철아 이 종소리 듣고 깨어나거라!”라며 통곡하던 여사는 아들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남편 고 박정기 선생과 함께 민주화운동과 막내 아들 죽음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일생을 헌신했다.   ▲ 남영동 대공분실의 5층 복도 모습. 각방에서 서로 확인할 수 없도록 문이 교차되어 만들어져 있다. ⓒ박배민 (2020년 촬영) 여사는 생전에 남영동 대공분실이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곳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랐다. 그 뜻은 사그라지지 않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박종철기념사업회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2020년에 임시 개관했던 남영동 대공분실은 재정비를 마치고 2025년 연내 개관을 앞두고 있다. 너는 밟힌 자가 될 수 없음을 죽음의 공포 앞에서 박종철 열사가 남긴 용기와 정의감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엄숙한 울림을 전한다. 한겨울에도 꺾이지 않고 버티는 매화처럼, 혹독한 고난 속에서도 열사의 의지는 희망의 꽃을 피워냈다. 민주주의가 다시 흔들리는 작금의 시대에 열사의 삶은 우리에게 용기와 연대의 힘을 가르치며,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일깨운다.  ▲ 1987년 서울대 언어학과 학우 일동이 발표한 추모 시 ⓒ성찰과성장(이미지 제작) 열사의 삶은 짧지만 강렬했고, 숭고한 희생은 우리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박종철 열사 추모 시에서 필자가 좋아하는 구절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우리.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다. 너는 밟힌 자가 될 수 없음을.> - 일상 속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학습 놀이터'성찰과성장'글 작성 및 편집 : 박배민성찰과성장.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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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원 여러분, 윤석열 지키려다 징계 받고 연금 날아갑니다.
[차성안 칼럼] 몸싸움 피하고 부당한 명령은 거부하세요… 불안에 떨고 있을 경호처 직원과 가족용 법률 상담 7문 7답. 경호처 직원들은 체포영장 집행 저지로 받은 형사책임을 둘러싼 법적 쟁점에 생각보다 민감하고, 또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합니다. 경호처 직원들이 궁금할 쟁점에 관해 성실하고 치밀하게 법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일반인도 알기 쉽게 쓰되 핵심적인 법적 논리를 살려둔 대중적 글쓰기로 기사화하여, 포털과 구글, 네이버 검색에 걸리도록 하고, 이를 어떤 경로로든 경호처 직원, 가족, 지인에게 직접적으로도 전달해 경호처 직원들 내부에서 활발히 공유되도록 할 필요가 더 있습니다. 이런 전략이 성공하면 경호처 직원들의 실력 행사 자제로 이어져, 평화적 영장 집행을 가능케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최대한 빨리 경호처 직원, 가족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역사를 여러분의 힘으로 바꾸고, 여러분의 손가락 클릭과 타이핑으로 헌법을 구할 수 있습니다. 평화적 영장 집행의 키는 MZ 경호처 직원과 그 가족, 지인입니다. 어떻게든 머리를 써봐 주세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평균 3.6명으로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를 믿고. 평균이니 2명이 될 수도, 5명이 될 수도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창의력을 발휘해 주세요. Q1. 영장 집행 막으라는 지시‧명령을 거부하면 항명죄 처벌받지 않나요? A1. 법원이 발부한 체포‧수색영장 집행의 저지처럼 위법함이 명백한 명령에는 복종할 의무가 없습니다. 이번에 나온 채상병 사건의 박정훈 대령 무죄판결은 물론 그 \전에도 다수의 판결에서 확인된 확고한 법리입니다. 더구나 경호처 직원은 군인이 아닌 공무원(대통령경호법 제6조)으로서 군인의 명령 불복종만 처벌하는 항명죄(군형법 제44조)의 대상도 아닙니다. Q2. 경호하는 시늉만 할까도 하는데, 직무유기죄로 처벌받을까요? A2. 공무원의 직무유기죄(형법 제122조)는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한 때 성립하는데, 위법한 지시에 대한 복종의무는 없기 때문에 아예 거부하셔도 처벌되지 않습니다. 또한 실제 직무유기죄 처벌 사례는 매우 적은데, 판례가 “직무에 관한 의식적인 방임 내지 포기”가 아닌 “태만, 분망, 착각 등으로 인하여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나 형식적으로 또는 소홀히 직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성실한 직무수행을 못 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직무유기죄를 인정하기 않기 때문입니다(대법원 97도675 판결 등 다수). 현장에 서 있되 적극적 실력 행사를 안 하는 것은 직무유기가 아닌 직무태만 정도로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직무유기는 형량도 1년 이하의 징역(중한 형 기준, 이하 같음)으로 특수공무집행방해죄의 7년 6개월 이하의 징역(형법 제144조, 제136조)보다 훨씬 낮습니다. Q3. 그래도 지시불이행으로 징계받지 않을까요? A3. 위법함이 명백한 지시에 복종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대법원 99도636, 2015도9010 판결 등 다수) 그 거부도 징계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설사 억지로 징계하려고 해도 경호처 직원 직권면직은 고등징계위원회 동의(대통령경호법 제10조), 징계는 고등(1-5급)‧보통(6급 이하)징계위원회 심사‧의결 등 절차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소청심사 등 불복절차도 있어 몇 개월이 걸릴 절차입니다. Q4: 지시받은 대로 한 건데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될까요? A4: 지시‧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특별한 상황’이 있으면 ‘강요된 행위’(형법 제12조)로서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어 처벌을 면할 수 있으나, 법원 발부 영장 집행 저지처럼 그 위법성이 명백한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15도9010 판결). 경호처 직원들은 단체‧다중이므로 특수공무집행방해죄(징역 7년 6개월 이하)로 처벌되고, 단 1명의 경찰관이 작은 상해라도 입으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징역 3년 이상), 사망 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죄(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가 공동정범(형법 제30조)인 윤석열 대통령과 경호처 직원 전체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형법 제144조 제2항). 추가로 법원의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는 것은 대통령 신체에 가하여지는 위해(危害)(대통령경호법 제2조 제1호)가 아니므로, 영장 집행을 막는 것은 경호 업무에 관한 직권남용죄(5년 이하의 징역)로도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대통령경호법 제21조 제1항, 제18조). Q5: 경호하는 시늉까지 거부할 용기가 안 나는데 처벌을 면할 방법이 없나요? Q5: 확실한 것은 영장 집행 거부 현장 투입 지시‧명령을 거부하시는 것입니다. 다른 경호처 직원 동료들과 본 법률 상담 Q&A를 나누고 거부 방법을 협의해 보시고, 외부에 도움을 청하세요. 제 상담이 필요하시면 저에게 이메일(hyesungan1@uos.ac.kr), 페이스북 글 댓글, 메신저로 연락주세요(이메일, 페북에 전화번호 남겨주시면 전화로 연락드릴 수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경호하는 시늉을 하는 경우에는, 공무집행방해는 공무원에게 광의의 폭행, 협박, 즉 “사람에 대한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를 하면 성립하는 것이니(대법원 2017도21537 판결), 몸싸움은 완전히 피하십시오. 폭행죄의 협의의 폭행, 즉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보다 넓은 “사람”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이니, 경찰, 공수처 사람을 때리지 않는 것은 물론, 소극적인 힘을 사용하는 몸싸움도 피하세요. 몸이 접촉되지 않도록 하고 절대 어떤 식으로든 경찰, 공수처 사람의 행동을 막는 식의 일체의 실력 행사나 위협을 피하세요. Q6: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치사) 유죄판결은 제 신분, 공무원연금에 영향이 있나요? A6: 징역형 실형 또는 징역형 집행유예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즉시 당연퇴직 됩니다(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33조 제3, 4호). 공무원연금은 수사‧재판 중 퇴직해도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의 일부(재직기간 5년 미만 1/4, 5년 이상 1/2)가 일단 지급 정지되고(공무원연금법 제65조 제3항), 징역형 판결이 확정되면 퇴직급여의 1/4(재직기간 5년 미만) 또는 1/2(5년 이상)과 퇴직수당의 1/2이 감액(박탈)됩니다(공무원연금법 제65조 제1, 3항,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제61조 제1, 4항). Q7. 제가 총기 등 무기를 쓰면 어떤 처벌을 받나요? A7. 절대 그러시면 안 됩니다. 총기를 쓴 본인은 물론 영장 저지에 가담한 대통령과 경호처 직원 모두를 살인죄(사형, 무기, 5년 이상 징역, 형법 제250조) 공동정범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총기는 그 자체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기라, 사람을 향해 쏘는 것 자체로 살인죄 고의가 인정되기 쉽고, 이 경우 안 죽어도 살인미수죄로 처벌됩니다(형법 제254조, 제25조). 더 큰 문제는 1명의 그러한 일탈이 공동정범(형법 제30조) 관계로 묶여 있는 대통령과 그 경호처 직원들 전체에게도 미친다는 것입니다. 안 죽더라도 만약 사전에 총기 사용이 허용된 경우 영장 집행 저지에 가담한 대통령, 경호처 직원 모두 살인미수의 공동정범으로도 처벌됩니다. 동시에 총기 사용으로 누군가 다치거나 죽으면 영장 집행 저지에 참여한 대통령과 경호처 직원들 모두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 또는 치사죄의 공동정범으로 각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됩니다. 이 경우 부진정결과적 가중범인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과 살인(미수)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인데(대법원 2008도7311 판결), 이 경우 형량은 법정형이 더 높은 살인(미수)죄가 적용됩니다(형법 제40조). 영장 집행 저지 목적은 무기를 사용할 상당한 이유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무기 사용 자체는 대통령경호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제19조(무기의 휴대 및 사용) 제2항을 위반한 범죄행위로서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추가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불행한 결혼
추상화를 좋아하시는 분은 적지 않겠지만 이론이나 추상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스피커스를 쓰는 저도 그렇습니다. 바로 오늘 모실 분이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저출생하면 바로 떠오르는 단어나 정책은 뭐가 있을까요? 경력 단절, 결혼 기피, 고된 육아, 높은 집값, 교육비, 불안정한 일자리, 불공평한 가사 분담…이렇게 열거된 것 중 중요하지 않은 건 하나도 없을 겁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더 큰 구조에서 저출생 현상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좀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는 저출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던 걸까요? 국가 차원에서 출생률이 낮다고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호들갑을 떠는 나라에 살지만 정작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나라가 별 보탬을 주는 것 같지도 않는 현실, 이런 간극은 왜 존재하는 걸까요? 이번 스피커스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추상’, ‘이론’하면 어렵다거나 따분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편지는 쓰기 전부터 재미를 포기했습니다.😅 그렇다고 ‘유익함’마저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재미 없는 이론과 사상, 관념이 막상 현실을 바꿔온 역사는 숱합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한 말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어떤 지적 영향력으로부터도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실무가들조차도 대개는 죽은 경제학자들의 노예에 불과하다.” 노예란 말이 좀 불편하게 들리긴 하지만, 우린 앞선 어느 사상가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인구 문제에 맞서 숱한 아이디어를 내고 처방전을 쓰고 있지만, 어쩌면 우리도 의식하지 못한 채 오늘 소개할 낸시 폴브레와 같은 경제 사상가의 영향을 받고 있거나 앞으로 받을지 모릅니다. 낸시 폴브레. 그녀를 가장 잘 수식하는 말은 ‘페미니스트 경제학자’입니다. 그녀는 지난해 노동시장에서 성별 격차의 원인을 규명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클라우디아 골딘을 떠올리게 합니다. 둘 다 공통으로 여성주의 시각에서 경제학에 접근했지만 골딘이 ‘시장’에, 폴브레는 제도로서 시장에 편입되거나 인정받지 못한 ‘돌봄’에 더 주목했다고 봅니다. 그녀는 인류 역사 내내 거의 여성이 수행해 온 무급 돌봄 노동, 시장 밖(비시장) 노동, 재생산 등의 연구에 헌신해왔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폴브레 앞에 ‘돌봄 경제학 분야 선구자’란 호칭이 따라붙습니다. 그녀는 명예교수로 있는 매사추세츠대 정치경제학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젠더와 돌봄 노동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말로 번역 소개된 책 ‘돌봄과 연대의 경제학’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 돌봄 노동, 재생산, 젠더 불평등 문제를 역사적 맥락과 주요 경제 이론을 폭넓게 활용해 교차 분석했습니다. 그녀는 지난 1998년 각 분야에서 탁월한 독창성과 헌신을 보여준 인물에게 주는 맥아더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아시아미래포럼에 참석한 폴브레 교수는 크게 세 가지 틀로 저출생 문제를 짚어줬습니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그리고 돌봄. 이를 페미니스트 경제학자 시각에서 하나로 엮어냅니다. 그녀는 포럼 기조 강연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론적인 부분, 추상적인 부분으로 들릴 수 있다.” 수백명의 청중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말투였습니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자세를 한껏 낮췄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① 자본주의, 개인의 이익 추구만으론 저출생 문제 해결 못해 폴브레 강연 자료에 붙은 제목은 ‘경쟁, 협력, 돌봄’입니다. 경쟁과 협력은 대치되지만 사실 한 묶음입니다. 그가 자본주의의 프리즘으로 저출생을 진단하면서 가져온 개념들입니다. 경쟁은 저출생 현상을 악화했다면 협력의 가치는 그런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적 가치로 제시됩니다. 그런데 저출생 문제를 논하는데 왜 딱딱한 자본주의란 말까지 꺼내는 걸까요.🤔 그나마 쉬운 지점에서 한 번 출발해보면 어떨까요. 구독자님께서는 개인의 이익 추구가 더 중요하다고 보세요, 아니면 타인에 대한 배려가 더 중요하다고 보세요?  폴브레 교수는 이 두 가지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현실은 개인의 이익 추구에 치우쳐 경쟁을 부추깁니다. 과도한 경쟁은 공동체와 개인에게 위협마저 되고 있습니다. 진화론, 적자생존, 각자도생, 성장...자본주의 핵심 가치 반열에 오른 개인의 이익 추구를 때론 합리화하고 때론 추동하는 이러한 단어는 보이지 않게 우리 삶의 방식을 규율합니다. 폴브레는 이를 하나하나 각개 격파합니다. 그녀가 돌봄을 얘기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입니다. 폴브레는 이러한 ‘위협’에 맞서고 벗어나기 위해서 돌봄의 필요성을 말합니다. 돌봄은 일상에서 어린이나 노약자, 아픈 사람을 돌보는 것으로 인식되는데 그녀는 좀 더 큰 틀에서 “인간의 역량을 생산하고 유지하는 활동”으로 일컫습니다. 오늘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뤄지는 출산과 육아로 한정해 이해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그녀는 우리를 향해 “경쟁을 통해서 가족을 만들어 낼 수는 없지 않냐”고 반문합니다. 즉 ‘시장’을 대명사로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개인의 이익 추구를 통한 성장으로는 돌봄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저출생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심지어 그녀는 “각자도생은 멸망의 지름길”이라고 단언합니다. ② 돌봄 가치 인정 않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불행한 결혼’ 폴브레 교수가 쓴 책 ‘돌봄과 연대의 경제학’의 부제는 ‘가부장제 체제의 부상과 쇠락, 이후의 새로운 질서’입니다. 책의 부제는 가부장제를 빼놓고 그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페미니스트 경제학자로 호명되는 그녀로서 어쩌면 당연한 접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자본주의에서 ‘물질적 생산’과 ‘사회적 재생산’의 연결 고리의 한 형태로 가부장제를 주목합니다. 물질적 생산은 경제활동으로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녀는 사회적 재생산을 ‘사회가 재생산되는 과정’으로 재정의 하지만 여전히 어려워, 이번 편지에서는 출생과 돌봄을 묶어 이해하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그녀가 가부장제를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인구 문제에 한정해서만 얘기하자면, 가부장제는 가족 돌봄을 할 수 있게 보장했답니다. 그 결과로 인구 증가도 이뤘죠. 여성도 혜택을 보긴 했지만 남성의 권위가 강화됐고 더 큰 혜택을 봤다고 말합니다. 이 가부장제 위에 효율성을 중시하면서 기술 변화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는 자본주의가 결합하게 됩니다. 폴브레는 둘의 ‘불행한 결혼’이 사회의 재생산 과정을 위협한다고 봅니다. 포럼에서 한 그의 말을 압축해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가부장제를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에서 여성은 종속적 존재가 되었다. 주로 여성이 맡은 가족 돌봄이 경제적 산출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혜택을 거의 받지 못했다. 더 나아가 생산의 단위로서 가족의 중요성은 간과됐다. 또 자녀의 양육 비용을 증가시키면서 결국에는 출산율 감소로 이어졌다.’ 인구 구조의 변화를 역사적 관점에서 조망한 그의 통찰은 사실 한 문장에 응축돼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가족 돌봄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정작 노동력을 생산하는 가족에 보상하지 않은 채 노동력을 이용하고 있다고 폴브레는 말하죠. 이는 가족 돌봄을 떠맡는 여성에 대한 배제와 차별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또 출산은 경제적 기여보다는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될 뿐이랍니다.  폴브레 교수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결합이 남성은 유급 노동, 여성은 무급 돌봄노동이란 성별 역할 분담을 고착해왔다고 지적합니다. 저출생은 이러한 구조가 이제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적색 신호등’입니다. 누군가 이런 상상을 할지 모르겠습니다. ‘가부장제의 귀환을 통한 인구 문제의 해결도 가능하지 않을까?’ 포럼에 앞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폴브레는 이런 식의 접근에 불쾌감을 내비쳤습니다. “정확히 어떻게 작동할까요? 노예제처럼요?! 피임과 낙태를 불법화하자는 걸까요? 아니면 수갑과 감옥? 정확히 누가 가부장적 강압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지, 그들이 또한 인권이라는 개념에 대해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는 궁금합니다. 돌봄을 제공하도록 강요당한 여성이 다음 세대의 노동자와 시민, 부모를 잘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③ 미래세대와 돌봄…공공재로 접근해 투자하고 관리해야 폴브레의 가장 독창적인 부분은 인구 문제를 돌봄의 틀로 본다는 데 있습니다. 돌봄은 사회의 재생산을 위해 꼭 필요하고, 누군가는 맡아야 하죠. 하지만 시장에서 가치가 제대로 매겨지지 않습니다. 마땅히 평가받지 못하지만 사실 돌봄은 미래세대를 키워내는 데 투입되는 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노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돌봄과 미래세대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공공재와 비슷합니다. 공공재는 누구나 공짜로 이용할 수 있지만 없어서는 안 될 공기, 물, 숲이라고 교과서에서 배우신 분이 있을 겁니다. 폴브레는 인구 그 자체도 공공재로 접근해 사회의 재생산 과정을 공공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접근할 것을 주문합니다. 폴브레가 ‘불공정한 복지국가’를 말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닿아 있습니다. 조금은 익숙한 연금 고갈을 둘러싼 세대 간 형평성 논쟁과는 조금 결이 다른데요. 폴브레는 인구 구조의 변화와 맞물려 복지 혜택의 ‘외부성’(외부효과)에 주목합니다. 부모가 사적 비용으로 키워낸 자녀가 미래 자녀를 두지 않은 노인의 복지까지도 책임지게 된다는 주장입니다. 자녀 없는 노인의 ‘무임승차’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겠죠. 자칫 오해할 수 있는데 자녀 없는 부부나 노인을 ’하차’시키자는 게 초점이 아닙니다. 그녀가 하려는 이야기의 요점은 인구 특히 ‘미래 세대’를 공공재로 보고 공동체가 지속할 수 있도록 여기에 ‘투자’해야 한다는 겁니다. 단순히 경제적 지원 확대를 뜻하지 않습니다. 폴브레는 이 투자를 ‘사회적 지원’이라고도 표현합니다. 어쩌면 세계 최저 출생률은 우리나라가 사회적 재생산 과정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빈약하게 해온 나라라는 걸 보여주는 거울 아닐까요. 지금까지 살펴본 폴브레의 주장을 다소 거칠게 묶어 이렇게 정리할 수도 있을 겁니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결혼 생활이 결국 저출생이란 불행을 낳았고, 이는 공공재인 미래 세대를 재생산하는 과정을 개인 특히 여성에게 내맡기면서 파국을 초래했다.’ 그렇다면 그의 청진기로 한국 사회를 진단하면 어떨까요? 그녀는 ‘한국통’은 아닙니다. ‘삼포 세대’로 청년이 처한 경쟁 압박과 불안을 설명하면서도 한국 상황을 잘 모른다고 전제한 뒤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폴브레는 “진보를 재정의하고 사회 제도를 재설계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그녀의 포럼 강연 뒤 열린 원탁회의에서 윤자영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좀 더 풀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성장과 진보를 다르게 정의 내리지 않는다면 돌봄에 대한 지원과 투자도 결국 어떻게 하면 경제(GDP, 국내총생산)를 성장시킬 것인가, 어떻게 일자리를 확장할 것인가에 매몰되는 데 그칠 것이다.” 실제 저출생 문제를 주로 경제 성장과 그 동력의 약화로 보고 접근하는 국내 전문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폴브레는 “성공의 척도로 GDP에 의존하는 것을 자제”하라면서 이런 접근을 경계합니다. 성장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버리라는 한국 사회를 향한 외침이 정책 설계자들에게도 들리면 좋겠습니다. 폴브레는 이와 맞물려 ‘(문화적 규범을 포함한) 사회 제도의 변화’, ‘보다 포괄적인 접근의 필요성’ 등의 표현으로 기존의 단편적, 대증적 처방을 넘어서는 저출생 해법을 모색하라고 조언합니다. 특히 지난 20년 한국 정부가 펼쳐온 저출생 대책의 ‘실패’ 원인을 “생산(물질적 생산)과 출산(사회적 재생산)을 연계하는 기본 제도의 전체적인 틀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개별 정책이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문합니다. 구체적으로 그녀는 한국 사회의 낮은 유급 돌봄 서비스 질, 저조한 유급 가족휴가(육아휴직) 사용률, 부모가 되기까지 걸림돌로 작용하는 불평등과 불안을 문제가 있는 현실로 언급합니다. 이는 공통으로 한국 사회의 과도한 경쟁이 낳은 산물이죠. 그녀는 “너무 심한 경쟁은 불충분한 경쟁만큼이나 좋지 않다”고 합니다. 어느 나라보다 경쟁을 중시하는 문화를 ‘연대’와 ‘협력’을 더 중시하는 사회로 바꿔나갈 수 있을까요? 어쩌면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사회를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바꿔내는 게 눈에 보이는 정책의 백화점식 나열보다 더 중요할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불행한 결혼’(이하 불행한 결혼)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이 글을 쓰는 저 또한 최근에서야 처음 들어봤습니다. 물론 몰라도 이번 스피커스를 읽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겠지만, 아는 분은 틀림없이 더 쉽게 폴브레의 주장을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있었을 거 같습니다. 폴브레는 기조 발제자로 나선 이번 포럼에서도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엮어 저출생 현상의 구조적 원인을 설명했습니다. 포럼이 열리기 한 달 전쯤 그녀가 참석한다는 소식을 접한 지인이 저에게 이런 글을 보내왔습니다. “낸시 폴브레는 이른바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 반대편에 있는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로 분류되는 급진 지성입니다. 엥겔스는 가부장제와 가족, 성차별은 자본주의 발달 과정에서 소멸할 거라고 했는데, 폴브레는 그게 틀렸다고 봤죠. 가부장제와 자본이 공모하고 동맹을 맺는, 성차별이 더욱 강화하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불행한 결혼’이라는 유명한 주장을 했습니다”. ‘불행한 결혼’은 폴브레가 43년 전 페미니즘 이론가인 앤 퍼거슨(매사추세츠대 철학과 명예교수)과 함께 쓴 글의 제목입니다. 그녀의 사상은 명쾌한 듯하면서도 어떤 분들에겐 확 와 닿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녀의 생각을 보다 자세히 탐구하고 싶다면 ‘돌봄과 연대의 경제학’이나 ‘보이지 않는 가슴’을 읽길 권합니다. 이 책들 또한 쉬운 책은 아닙니다. 두 책 모두 폴브레 기조강연 뒤 토론자로 함께 한 윤자영 교수가 번역했습니다. 윤 교수는 폴브레 제자로 매사추세츠대에서 여성주의 가족경제학과 돌봄 노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폴브레 사상의 해설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폴브레 교수의 저출생 진단은 익숙한 듯 새롭습니다. 개별 정책이나 수치에 매몰되지 않고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라는 구조적 문제를 짚어냅니다. 그가 해법으로 제시하는 ‘돌봄’은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닌, 우리 사회의 작동 방식 자체를 바꾸자는 제안입니다. “너무 심한 경쟁은 불충분한 경쟁만큼이나 좋지 않다”는 그녀의 말처럼, 경쟁 일변도의 한국 사회가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어떻게 키워나갈지 깊이 고민해볼 때입니다. ※ 이 콘텐츠는 뉴스레터 스피커스에 게재되었습니다. 
[6411의 목소리] 20년차 독서지도사가 만난 가장 어려운 책은?
20년차 독서지도사가 만난 가장 어려운 책은? (2025-01-13) 독서지도사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책을 미리 못 읽어 와서 죄송하다며 건네준 그림. 필자 제공 이원희 | 독서지도사 ‘책을 좋아한다.’ ‘책 읽기를 좋아한다.’ ‘아이들을 좋아한다.’ ‘아이들과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배우기를 좋아한다.’ ‘내 아이를 돌보며 일을 하고 싶다.’ ‘내 아이들을 책과 함께 키우고 싶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이런 분이라면 직업으로 독서지도사가 딱 맞다. 나 역시 그렇다. 큰아이가 첫돌이 지났을 무렵, 독서지도사 자격증 과정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아, 이거다. 나한테 딱 맞는데’ 하는 생각에 무작정 자격증 과정을 밟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민간 자격증을 따고 바로 일을 시작한 게 꼭 20년 전 일이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이상은 아이들과 책 읽고 토론하며 그들의 사고력 증진과 독서 생활화에 이바지하고, 돈도 벌고 내 아이도 책으로 훌륭하게 키워내는 슈퍼 워킹맘. 하지만 현실은 몇년간 필독서 구매 비용과 수업 자료 잉크값도 안 나오는 수입에, 수업에서도 내 아이는 항상 뒷전으로 밀린다. 광고 독서지도사는 대체로 개인사업자로, 집이 곧 사업장인 1인 기업이다. 자기가 속한 지역의 특수성, 영업력, 홍보력, 지도력에 따라 성공 여부가 천차만별인 세계가 사교육 분야지만, 독서 교육은 특히나 정착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물론 방문 과외 형태도 있고, 상가로 나와 운영하는 교습소 형태도 있지만, 사정은 대개 비슷하다. 20년 전 파주에서 독서지도를 시작할 때는 상황이 더욱 열악했다. 처음 몇년은 도서관과 지역아동센터, 보육원 등에서 하는 봉사활동이 더 많았다. 그러니 이렇다 할 안정적인 수입이 될 때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여전히 보육원 아이들과 20년 가까이 책으로 만나고 있다. 독서지도사로서 또 하나 마주한 현실은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독서지도사 조건에 ‘배우기를 좋아한다’를 넣은 것도 이런 까닭이다. ‘끊임없는 공부’는 독서지도사에게 가장 현실적인 생존 조건이다. 아이들과 매달 문학, 비문학 분야 책을 읽는데, 비문학 책은 역사, 철학, 사회, 과학, 예술, 법, 기술, 컴퓨터 등 거의 전 학문 분야를 망라한다. 아동·청소년 도서라고 만만하게 볼 수준이 아니다. 독서지도사로 일한 20년 가운데 10년은 계속 무언가를 배우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정작 독서지도사로서 만난 가장 어려운 책은 아이들이었다. 책을 안 읽어 오는 아주 일반적인 문제부터 책상 밑에 드러눕는 아이,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힘들다 재미없다고 투덜대는 아이, 말 안 하는 아이, 글 안 쓰겠다는 아이 등을 많이 만난다. 그럴 때마다 독서지도사로서 부족한 능력과 자질을 자탄했다. 교과 지식이 아닌 생각을 키워주는 수업이라 진심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내고 싶었고, 온몸으로 말하는 아이들의 언어를 번역하고 싶었다. 난독증이나 학습 장애,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으로 독서가 힘든 아이들을 만날 때는 더욱 안타까웠다. 그래서 치유적 독서에 관심을 두고 독서치료사 과정을 또 공부했다. 이 공부는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라 나였다는 것. 나를 이해하고 내 문제를 알게 되니 수업이 한층 여유롭고 편안해졌다. 내가 변하니 아이들도 변했다. 아니 아이들은 그대로인데, 내가 그들을 바로 보게 되었다. 발표나 연설을 거부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스스로 회장 선거에 나가 연설을 하고 회장이 되었다며 자랑했다. 수업 시간에는 글쓰기를 그렇게 싫어하더니 정작 학교 글쓰기 대회에서는 상을 타 왔다. 책 읽기를 싫어하던 아이가 꿈이 독서지도사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작은 변화에 매일 크게 감사하고 작게 보람을 느낀다. 독서가 만능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책이 아이의 마음을 읽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날은 놀이 도구가 되고, 또 어느 날은 읽기·말하기 도구, 글쓰기·그리기 도구, 치유의 도구가 된다. 독서지도사는 이 도구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스스로 자란다. 광고 광고 독서지도사는 영원히 미완성형 교사인 것 같다. 20년을 해도 아이들은 여전히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어려운 책이다. 세상에 읽을 책은 많고 많다. 세상은 시시각각 변하고 알아야 할, 알고 싶은 지식은 넘친다. 그래서 독서지도사들도 매일매일 공부하고, 매일매일 큰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노동X6411의 목소리X꿋꿋프로젝트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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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테파파의 나라에서 찾은 교훈
아빠 4명, 엄마 15명. 지난해 9월19일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유아차를 끄는 부모의 숫자를 셌습니다. ‘저출생 축소사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제15회 아시아미래포럼 앞두고, 저출생 대응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스웨덴을 취재차 방문했을 때 일입니다. 스웨덴은 ‘라테파파’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라테파파(Latte Papa)’란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론 유아차를 끄는 아빠를 표현하는 말로,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라테파파란 단어가 생길 정도로 남성의 육아 기여도가 높다는데, 과연 어느 정도일까?’란 궁금증에 스톡홀름 공항에 내려 시내에 짐을 맡긴 오전 10시부터 첫 인터뷰가 시작되는 오후 4시 전까지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라테파파의 숫자를 세봤습니다. 사실 6시간 동안 목격한 라테파파가 4명뿐이란 점은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엄마 홀로 아이를 데리고 나온 경우가 15명이었으니 4분의1 정도입니다. ‘스웨덴은 이렇게 많은 아빠가 엄마만큼 육아에 참여한다’는 내용을 유아차를 끄는 엄마와 아빠의 숫자를 비교해 보여주려던 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그래도 평일인 목요일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일 낮에 아이와 함께 외출한 아빠가 한국과 비교해 많은 편이었네요. 서울에선 평일에 유아차를 끄는 아빠를 본 적이 없거든요. 이번 스피커스에서는 ‘육아 천국’으로 알려진 북유럽의 실상을 들여다봅니다. 특히, 스웨덴과 덴마크의 현장을 통해 이들 국가가 직면한 저출생 문제와 그에 대한 대응 방식은 어떨까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북유럽의 모습은 실제와 얼마나 일치할까요. 현장을 살펴보며, 저출생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안해보려 합니다. 북유럽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① 모법 답안도 완벽하진 않다 ‘복지 천국’이라 불리는 북유럽도 한국 저출생 문제의 ‘정답’은 아닙니다. 스웨덴 스톡홀름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만난 사람들은 입을 모아 “우리도 아이를 점점 안 낳는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제가 묵었던 에어비앤비 숙소의 60대 여성 호스트도 “내 딸도 그렇지만, 요즘 애들은 아이를 안 낳으려 한다”며 혀를 찼습니다. 실제로 스웨덴과 덴마크의 합계출산율도 낮아지고 있죠. 리비아 올라 스톡홀름대 교수(인구학)는 “북유럽도 젊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옛날엔 ‘평생직장’ 개념이 있었는데 지금은 제한된 기간에만 고용하는 형태가 많아져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면서 “미국의 ‘집중적 양육(intensive parenting)’처럼 일정 기간에 자녀에게 모든 것을 올인하는 개념이 스웨덴에도 확산하고 있는데, 젊은 사람들은 이런 환경을 숨막혀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상황과 꽤나 비슷하죠. ‘오답’ 없는 완벽한 나라는 없습니다. 북유럽 국가들도 전 세계적인 저출생 흐름을 따라가고 있죠. 가끔 한국의 공무원과 전문가들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봐라, 북유럽도 출산율 떨어지고 있는데 그들의 복지정책도 소용이 없다”라고요. 스웨덴이라고 해서 유아차를 끄는 아빠와 엄마가 ‘반반’은 아닙니다. 그러나 서울에선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평일 낮 홀로 유아차를 끄는 아빠가 4명이나 눈에 띄었죠. 우리는 북유럽을 ‘정답’으로 삼을 필욘 없습니다. 그들도 완벽하지 않으니까요. 그들에게 본받을 점을 찾아 한국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면 될 일입니다. ② ‘정책’을 넘어 ‘문화’를 보다 “한국에서 온 기자님들은 대부분 덴마크가 무슨 정책을 펼치는지 위주로 취재하고 가세요. 그런데 제가 봤을 때 더 중요한 건 이 나라 사람들의 문화 같아요.” 덴마크에서 통역을 도와준 한국인 사장님은 처음 만났을 때 이런 말을 했습니다.정책과 문화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북유럽의 정책들은 오랜 시간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졌고, 이는 다시 그 나라의 문화와 인식에 영향을 줍니다. 그렇게 국민의 문화와 인식 토대 속에 정책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육아휴직이 몇 개월이고, 급여는 얼마를 주는지보단 북유럽 사람들은 출산과 육아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한국의 문화·인식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들여다보려 했습니다. 그들의 문화와 인식의 저편엔 어떤 배경이 있는지도 살펴봤습니다. ③ 삶과 일의 균형, 시간의 문제 북유럽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가 느껴진 부분은 노동시간입니다. 출산·육아를 얘기하다 왜 갑자기 노동시간이냐구요? 일하는 부모가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덴마크와 스웨덴의 법정 노동시간은 주 37시간입니다. 한국(주 52시간)과 최대 15시간이 차이 납니다. 미취학 자녀가 있는 직원은 일반적으로 오후 2시30분∼3시쯤 회사를 나와 아이를 데리러 갑니다. 한국 근무 시간으로 보면 3시간 일찍 퇴근하는 것 같지만, 북유럽 근무 시간으론 30분 정도 일찍 나가는 수준입니다. 북유럽의 하루 근무 일과는 보통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3시∼3시30분이면 끝나기 때문이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가 정규 근무 시간은 한국으로 치면 5시30분쯤 퇴근하는 셈이네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30분 정도 직원이 육아를 위해 일찍 회사를 나선다고 하니 회사도, 동료 직원들도 이해합니다. 기업 문화 역시 한결 유연합니다. 오후 6시 ‘칼퇴’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한국의 회사 분위기와는 다르죠. 스웨덴에서 만난 워킹맘은 육아휴직을 시간 단위로 쪼개 썼습니다. 덴마크에서 만난 워킹맘들도 육아휴직을 여러 번 나눠서 사용했고,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30분 일찍 퇴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육아휴직을 무조건 길게 쓰는 것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일하는 감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아이를 키우며 근무 시간을 유연하고 자유롭게 조정하고, 회사와 동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문화가 핵심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소득은 크게 줄어들지 않습니다. 기존 급여의 80∼100%까지 보전됩니다. 급여는 국가재정과 기업이 모은 기금 등에서 지급됩니다. 반면, 한국은 ‘장시간 노동’이 미덕인 나라입니다. 칼퇴도, 연차도, 휴직도 눈치 보지 않고 쓰기 어려운 회사가 많죠. 최근에는 반도체 등 특정 업계를 중심으로 더 긴 노동시간을 허용해야 한단 논의마저 나옵니다. 송다영 인천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이번 포럼에서 “가부장적 기업 문화의 근간은 장시간 노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송 교수는 “오래 일하는 사람들이 회사에 충성도가 높다고 여기는 문화에서 벗어나, 충분한 사랑과 애정으로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부장제 기업 문화에서 벗어나 돌봄이 기반이 되는 사회로 가는 것의 근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짚었습니다. 윤자영 충남대 교수(경제학)도 “근로 시간을 좀 더 유연하게 하는, 근로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의무를 기업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덴마크에서 만난 한 워킹맘은 이전에 한국 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이미 한 차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나머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위해 한국인 상사에게 보고를 올렸습니다. 그러자 한국인 상사가 그에게 눈치를 줬습니다. “너는 이미 한 차례 육아휴직을 썼잖아. 왜 또 휴직하려 하느냐”라고요. 워킹맘은 “여기는 덴마크고, 육아휴직을 쓸 권리가 있다”고 답한 후 당당하게 육아휴직을 썼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그가 회사로 복귀했을 때 별다른 차별은 없었다고도 했죠. 한국이라면 어땠을까요. 육아휴직을 쓴다고 하니 “그만두라”는 말을 듣거나, 복귀 후 기존 업무와는 전혀 다른 자리로 ‘보복 인사’를 당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내놓은 저출생 추세 반등을 위한 종합대책에서 ‘일·가정 양립’을 강조했습니다. 육아휴직 급여를 늘리고, 육아기 근무 시간 단축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만’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은 미완의 정책입니다. 다 함께 노동시간이 줄어야 부모의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직장 동료가 아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3∼5시간 일찍 퇴근하는 것은 30분 일찍 퇴근하는 것보다 심리적 저항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과 같은 극도의 경쟁 사회에선 근무 시간을 단축하는 부모 역시 회사에서의 성취는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크죠. 그리고 이는 대부분 여성의 부담이 될 것입니다. 저출생 추세를 획기적으로 반등하고 싶다면, 기존 제도만 일부 손질하고 합계출산율 0.01이 오르냐 마냐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 감축과 소득 보전 등 사회구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렇게 일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애인을 만들겠습니까? 가족과 시간을 어떻게 가질 수 있나요? 친구들과의 시간은 어떻게 만들겠습니까? 당신도 잠을 자야 하고, 하루는 24시간밖에 없습니다. 평일은 5일이지만, 주말은 단 2일뿐이죠. 이런 시스템은 누구에게도 행복을 주지 않습니다.” 덴마크의 워킹맘에게 한국의 주52시간 근무제도와 제 노동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 답변이 한국 저출생 문제의 핵심을 찌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라테파파를 찾아 나섰던 스톡홀름의 거리에서, 우리는 예상과는 다른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한’ 모습 속에서도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죠. 완벽한 해답은 없겠지만, 북유럽이 보여주는 중요한 시사점은 노동문화에 있었습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도를 손보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 이 콘텐츠는 뉴스레터 스피커스에 게재되었습니다. 
무관심의 광장: 2024년 12월 14일에 생각한 다시 만날 세계
 지난 14일 토요일, 삼 일 간 지내던 병원에서 퇴원하고 집에 들러 짐을 챙긴 후 두 번째 토요일 집회에 갔다. 허리에 약한 통증이 남아있었다. 이틀 전, 고속도로에서 택시에 탑승한 채로 120km로 달려오던 차에 들이받혔다. 2박을 꼬박 입원하고, 허리가 좀 나아질 기미가 보이자 바로 집회에 가기로 한 것이다.    서강대의 ‘집회 참가단’ 오픈채팅방에는 약 60여명의 사람들이 참가했다. 사람이 많은 여의도역 스타벅스 인근에서 깃발을 올렸다. 또 카톡이 먹통이다. 깃발을 보고 찾아온 스무 명 정도의 사람들과 인파를 따라 여의도 광장 중심부로 조금씩 걸어나갔다.    경찰들은 사고 예방을 위해 시민들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었다. 경찰의 표정과 몸짓은 분명 ‘막기 위한 것’이 아닌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바로 전 날, 나는 차마 시각장애인 친구에게 같이 여의도로 가자고 말하지 못했다. 자신 같은 전맹은 레어템이니 소중히 대하라는 친구에게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함께 오라고 말하고 같이 이동할 자신이 없었다.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은 국회 밖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다시 국회로 돌아와 표결에 참여했다고 한다. 나는 아직도 주저하고 있다.      운 좋게 여의도공원 벤치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었다. 이랑의 노랫소리도 멀리서 들려왔다. 친구들이 깃발을 흔들었다. 사람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잠시 화장실을 들르고 담배를 태우러 사람들 사이에 골목처럼 나 있는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수많은 사람들이, 저기 비탈길까지 꽉 채운 사람들이 보였다. 원래의 목적은 잊어버리고 넋을 놓고 일대를 둘러보았다. 말 그대로 끝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    사람의 수만큼 다양함이 보였다. 각양각색의 깃발들, 나는 거기서 민주주의의 화려한 무지개를 보았다. 분노와 절망 속에서 해학을 찾는 사람들의 깃발과 누군가의 응원봉, 외치고 싶은 말을 적어온 피켓, 사랑하는 강아지의 사진을 붙여놓은 팻말을 보았다. 내 손으로 들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한 노란 빛깔의 정의당 깃발도 많이 보았다.    ‘이들은 왜 여기에 나왔을까.’ 서울시의 ‘서울 생활인구 데이터’에 따르면 최소 50만 명의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 이들이 자리를 지키는 이유는 최소 오십 만 가지라고 생각했다. 한참을 목놓아 둘러보았다. 민주주의의 광장으로 보이는 곳을.      괜히 끝을 보고싶어 더 멀리 걸어나갔지만, 인파의 경계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간이 화장실에 들르고 다시 서강대 학생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분명 비어있던 사람들 사이의 샛길은 인파로 가득 차 아주 조금씩만 움직일 수 있었다. 30분에 걸쳐 겨우 가방을 두었던 곳으로 돌아왔다.      잠시 뒤, 뉴스 생방송 소리가 들려왔다. 수십만의 입은 적막을 닫고 귀만 열어두었다.     “가(可), 이백 네 표.”    ‘환호성’이었다. 수십만의 사람들은 표정을 활짝 피고 소리질렀다.    그리고 이틀 전 업로드 된 한 진보정당의 영상에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 국회의장이 등장한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 후보 토론회 영상이다. “제가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만, 저 역시 기독교인으로 동성애에 반대하고 ‘그것’은 옳지 않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때, ‘땅땅, 땅’하는 소리와 함께 국회에서 의사봉을 두들겼다.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익숙한 멜로디로 시작하는 그 노래.     ‘전해주고 싶어 슬픈 시간이, 다 흩어진 후에야 들리지만 …’    다시 만난 세계.    그 때 나는 당황스러웠다. 내가 울고 있었다. 그런데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슬픈 시간이 흩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슬픔이 커져갔다. 헤매임의 끝이 아닌 시작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뻐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는 만날 수 없는 세계의 희미한 빛 만을 볼 수 있음을 너무나도 분명히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피켓을 들었다.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  ‘윤석열 탄핵 오세운 OUT’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주황색 피켓이었다.      고인이 된 학교 선배의 노래 ‘그대에게’가 흘러나올 때에도 나는 피켓을 일부러, 더 높이 들었다. 몇 명의 사람들이라도 더 이 피켓을 읽어주었으면 했다.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광장에 나온 그 수많은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비정상’으로 규정되어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눈치챌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일부러 더 높이 뛰었다. 탈진할 때까지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은 내가 손에 든 ‘장애인’이라는 문구 때문에 위축되어있었다.    며칠 전 보았던 현 거대 야당 대표가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박경석 선생님 이런 행사하는데 와가지고 그렇게 하면, 그게 호소력이 있겠어요? 더 미움만 받지.”      한참 뒤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버스도 택시도 잡을 수 없어서 여의도 공원을 따라 동쪽으로 걸어갔다. 저 뒤에서 마이크를 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1 야당 대표의 목소리와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저 뒤에서 울려왔다.      그러나 나는 보았다. 민주도 흔들리고 공화도 뿌리내리지 못한 이곳 대한민국에서, 찬란하게 빛나던 다채로운 사람들을. 앞을 보지 못하는 국회의원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누구보다 헌법을 수호하려 했음을. 그리고 나는 들었다. 집회에서 탄핵 구호를 외칠 때마다 끝에 “투쟁-.”이라고 애써 덧붙이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발언 준비 전 차별적인 발언에 맞서 당당하게 무대 위에서 외치는 여성의 용기를. 냉혹한 무관심을 돌파하는 사람들을.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금도 무엇이 나아졌는지 당최 알지를 못하겠다.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고 미국 대선은 불안정성을 가중시키며 여전히 전쟁이 진행중이다. 대학의 총학생회장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 퇴진을 외친다고 말하고, 내가 사실상 선본장의 역할을 맡았던 한 대학에서 소위 ‘운동권’으로 분류되어버린 선본은 14.5%를 득표했다. 비상계엄에 대응하여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동시에 또다시 내 이름에는 ‘정의당’과 ‘운동권’이라는 꼬리표가 달렸고, 익숙해졌지만 늘 새로운 악플은 계속해서 달렸으며, 학생 ‘일동’이라는 표현에는 서강대를 대표하는 이름을 짓지 말라는 훈계조의 익명 댓글들이 달렸다. 무구한 역사. 7년 전보다 더 차가워진 반응을 피부로 느꼈다. 패배해온 수많은 기억과 그 일부였던 자신의 무능 또한 잊지 않기로 했다.    믿는다고 다 이뤄지진 않지만, 믿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희망은 만들어가는 것이라 했다. 그럼에도 한 줄기 빛이 있을 것이라고 믿기로 결심했다.  
다시 시작해 봅니다
블루오션으로 오세요 by 💂🏻죠셉 몸보다 마음이 쌀쌀한 12월이었습니다. 그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셨지요? 잠시 쉬어간 AI 윤리 레터 팀의 2024년 마지막 활동은 북클럽이었습니다. 이번 시즌 주제는 ‘AI 윤리’입니다. ‘윤리’ 레터 팀이 그간 읽은 건 뭐길래 주제를 이렇게 잡았냐 물으신다면, 그간 AI 관련된 책을 다양하게 많이 읽어왔지만, 막상 AI 윤리라는 분야를 찬찬히 조망하며 구조화해 볼 기회는 가지지 못했다는 불안이 있었거든요. 마침, 해당 주제로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 서울시립대학교 목광수 교수님의 <인공지능 개발자 윤리>를 함께 읽고 토론했습니다. 제목이 말해주듯 이 책은 AI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위한 윤리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쓰였습니다 (여기서 ‘개발자’는 프로그래머뿐만 아니라 기획자와 디자이너 등 AI 개발에 참여하는 광범위한 전문가 집단을 지칭합니다.) 내용에는 중 일부에는 공감했고, 일부에 대해선 의문이 남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의의는 AI 윤리의 ‘층위’ 개념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AI 윤리가 사실 1) 개인 윤리 층위, 2) 이론 윤리 층위, 그리고 3) 제도 윤리 층위로 나뉘어 있다고 분석합니다. 다른 주안점을 가진 세 층위를 뭉뚱그려 ‘AI 윤리’로 이야기하다 보니 실제론 같은 목표를 추구함에도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 보인다는 것이죠. 책을 한두 달만 일찍 읽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 윤리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 실제로 제가 일하는 곳에서 있었던 일이거든요. 죠셉💂🏻: 초등학생들을 위한 AI 윤리 교육이 필요해 보이는데 현재 일본 상황은 어떤가요? (*일본 회사에서 일합니다) J🧑🏻‍💻: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근데 내가 생각하는 AI 윤리는 알고리즘 편향, 규제 이런 것들인데, 기술에 대한 비판적 성찰 교육…? 리터러시 교육은 투자 대비 임팩트가 떨어지지 않아? 이렇게 의사결정권자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많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데 그 방법이 너무 상이해 보이니 둘 중 더 효율적인 방법을 묻게 되고, 둘은 상호 보완이 아닌 상호 배제의 관계가 됩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에게 ‘층위’라는 새 언어가 생겼다는 사실은 환영할 만합니다. 💂🏻“어, 그러니까 지금 제도 층위 이야기를 하고 계신 거죠? 저는 개인 층위를 말하고 있어요.” 저는 개인 층위에 관심이 많습니다. 1년 전 필진으로 합류한 이후 쓴 글들을 보면 그렇습니다. 얼룩말 세로의 탈출을 보며 생성형 AI로 인해 흐려지는 현실과의 경계를 이야기했고, 기술에 대한 낙관과 비관 사이 새로운 가능성으로 신 러다이트 (Neo Luddites)를 소개했습니다. 전치형/홍성욱 교수의 <미래는 오지 않는다>를 읽은 후엔 기술-미래 예측의 메커니즘에 대한 생각을 남기기도 했고, 가장 최근엔 이세돌 사범 특강 등을 다녀와 생성형 AI가 가져다준 편의와 전능감 너머 유실되는 가치, 경험들에 대해 끄적여봤습니다. 제가 남긴 글들을 관통하는 한마디는 ‘내가 살고 싶은 세상으로부터 시작하기’입니다. 기술 철학적이면서 가장 개인적인 질문이죠.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은 어떤 모습이고, AI (혹은 그외) 기술이 만들고 있는 세상은 무엇인지. 그리고 둘 사이 간격에 대해 나는 뭘 할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자칫 일상과 멀게 느껴질 수 있는 AI 윤리 이야기를 '개인'과 이어보려고 뉴스레터도 하고, 가끔 강의도 맡고, 올해는 책도 씁니다. 그러니까, 제가 개인 층위에 관심을 가진다는 말은 저 질문을 함께 고민할 동료들의 수를 늘릴 방법을 찾고 싶다는 말과 같습니다. 가장 자주 받는 피드백은 ‘이상적, 엘리트주의적’입니다. 주식이 얽혀있는데, 먹고 살기에 바쁜데 기술과 나의 관계 성찰이라니, 사람들이 듣겠냐고요. (팩폭 그만..) 하지만 지난 2년 남짓 AI 이야기가 배고파 이런저런 모임에 참석하며 느낀 건 ‘아직 AI 윤리의 관점을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이 너무 많다.’ 입니다. 당연히 냉소적인 반응도 많았지만, 들은 이후 깊은 고민을 시작한 소수도 있었습니다. 전체 파이를 놓고 보면 작은 일부일지언정 유의미한 소수라고 믿어요. 현재 AI 윤리 담론은 규제 등을 이야기하는 제도 층위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인공지능 개발자 윤리>에서 눈여겨 볼 또 다른 내용은 세 층위 간의 상호보완적 관계입니다. 즉, 세 층위가 함께 가며 시너지를 내는 게 중요하겠죠. 어쩌면 갈수록 무력감이 커지는 현재 AI 윤리 씬에 필요한 건 세 층위의 동반 성장이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AI 윤리의 개인 층위는 아직 제대로된 시도조차 없었던 블루오션(?)이 아닐까 합니다. 매일 최신 뉴스를 허겁지겁 빨아들여도 도저히 발 맞춰가기 힘든 AI. 새해에는 더욱 정신 없을 거라고 하네요. 제게 중요한 질문들을 잊지 않도록 정신 단디 차려야겠습니다.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댓글- (🧑‍🎓민기) 글을 읽고 나니 스스로가 얼마나 제도 오타쿠(?)인지 깨닫게 되네요. 윤리의 층위를 용어로 구분하는 건 자신이 어디 쯤에 있는지 알아보기에도 아주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AI와 권리 사이에서 속도감 터득하기 by 🧑‍🎓민기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파란만장한 2024년이었습니다. 수많은 의제가 소용돌이치고, 12월에는 불법계엄이라는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기를 맞이하였습니다. 그 사이에도, 세상의 일정(특히 마감날짜!)은 이상하리만치 바쁘게 돌아가는 것이 야속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와중에 AI는 우리 곁에 부쩍 가까이 다가왔고, 이제 일상대화로도 AI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게 어색하지 않아졌죠. 최근에 인상 깊게 봤던 장면들로 말문을 열어볼까 합니다. 어느 법안의 필요성과 부작용을 두고 온라인 상에서 논쟁이 있었습니다. 한 사용자는 자신이 생각한 부작용을 챗GPT가 요약해 준 내용을 포함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게시했고, 그 글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법안이나 그 행동의 잘잘못을 떠나, 법 제정의 부작용을 법률가가 아닌 AI에 질문하는 것도, 또 단지 AI가 읽기 좋게 요약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눈길을 끄는 것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소한 일입니다. AI가 우리 삶에 정말 깊숙이 들어왔음을 실감했습니다. 작년 12월 26일에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이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AI의 개발 및 육성을 위한 관계법령이 시급하다고 주장해온 쪽에서는 이를 환영하는 한편, 시민사회단체들은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 일련의 논의 중에서도 12월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의 토론 내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김용민 의원과 이건태 의원이 국방·국가안보 AI는 AI 기본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게 하는 조항에 대해 우려를 표하자, 과기정통부 유상임 장관은 이렇게 답변합니다. “이 AI가 최소한의 규제를 가지고 진행을 하자라는 게 기본 취지고 (…) 더 구체적이 되려면 국방 관련된 새로운 법령을 제정해서 넣으면 될 것 같습니다.” 설령 위 조항이 필요한 조항이라고 하더라도, 소관기관의 장이 ‘최소한의 규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 태도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기술이 점차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데에 비해 정치의 반응은 정말 느리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예를 들어, 연구관리체계에 관한 법 개정은 10년, 20년이 지나도록 미뤄지기도 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최소한의 규제’를 강조하며 속도 버프를 받은 법이 하필 자본이 집결되고 있는 AI 분야의 기본법이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업과 자본을 대변하는 목소리에 맞먹을 정도로 평범한 시민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죠. 그러려면 우선 AI 윤리레터도 열심히 참여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거리에 모인 시민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다양한 소망을 가지고 있듯, 새해에는 더 다양한 목소리가 AI 정책에 반영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초저출생 극복 지름길=성차별 없는 사회
2023년 기준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자녀 수) 0.72명. 한국이 직면한 저출생, 인구감소 위기를 상징하는 숫자입니다. 통계청은 현 추세라면 인구가 2024년 5175만명에서, 50년 정도 뒤인 2072년에는 3622만명으로 30%(1553만명) 급감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인구감소가 경제 사회적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일종의 상식이죠. <총균쇠>의 저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 같은 일부 학자들은 “AI 시대를 맞아 인구감소 위기는 극복 가능하고, 오히려 축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대다수 학자는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경제성장과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합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선진국클럽인 OECD 회원국 중 최저입니다. OECD 평균인 1.49명(2022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죠. 합계출산율이 1에 못 미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한국을 제외하고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폴란드도 1.12명(2023년)입니다. 전문가들조차 한국의 0.72이라는 숫자는 “현실성이 없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자연적으로는 존재하기 힘든 현상이라는 의미이죠. 한겨레가 지난해 10월 24일 주최한 <제15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저출생 축소사회’를 주제로 잡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시아미래포럼 개최에 앞서 지난해 9월초 일본의 저출생 상황과 정책 대응을 취재했습니다. 일본 저출생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어린이가정청을 인터뷰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을 알아보기 위해 도쿄 북쪽 군마현의 전원마을인 가와바촌을 방문했습니다. 인구와 경제 문제에 관심이 많은 박상준 일본 와세다대 교수도 만났죠. 한국과 일본은 서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유사한 사회·경제·문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일본의 저출생 대응 경험은 한국에 유용한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저출생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89년의 ‘1.57 쇼크’입니다. 합계출산율이 종전까지 가장 낮았던 1966년의 1.58명보다 더 낮아진 데 대한 충격이 컸다고 합니다. 일본은 1994년 첫 종합대책인 ‘에인절플랜’을 수립했습니다. 한국이 2005년 ‘저출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한 것과 비교하면 최소한 10년 이상 빠른 것이죠. 이후 아베와 기시다 정부를 거치면서 저출생 문제 해결을 더는 미뤄서는 안되고, 국가의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합니다. 최슬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은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저출생 현상은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종합 결과”라고 표현했습니다. 각국의 저출생 정책이 매우 다양한 이유입니다. 결혼·출산·양육·돌봄 지원은 기본이고, 출산휴가·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 지원, 일자리·주거·교육 등 사회구조 개선, 성평등 개선 또는 성차별 해소(윤석열 정부는 양성평등으로 표현) 등 사회와 기업의 환경 개선, 장시간노동 개선과 잔업 폐지 등 노동시장 개선을 망라합니다. 각국의 사정이나 조건이 다른 만큼 어느 정책에 우선점을 둬야 할지가 고민입니다. 같은 국가라도 해도 환경 변화에 따라 정책 변화도 필요할 것입니다. 2024년 9월3일 도쿄에서 만난 나카하라 시게히토 일본 어린이가정청 종합정책담당 참사관에게 지난 30년간 일본 저출생 정책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맞벌이 부부들을 위한 보육시설 확대가 핵심 키워드였다. 이후 남성의 육아 참여 필요성이 대두됐다. 2010년 이후에는 결혼 장려 정책이 중요시되고 있다.” 일본 저출생 정책의 강조점이 보육시설 확대→남성의 육아 참여→결혼 장려로 변천했다는 답변입니다. 일본에서 돌아온 뒤에도 일본 경험과 한국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우리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 어디에 우선점을 둬야 하는지가 계속 화두로 남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일본 저출생 정책 흐름과 맥이 닿는 흥미로운 분석이 다뤄져 소개합니다. ① 낮은 성평등이 낳은 동아시아의 저출생 위기 캐런 에글스턴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실장은 기조연설에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공통적인 저출생 현상에 주목하고 그 원인을 규명했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한국(0.72명) 뿐만 아니라 일본(1.2명), 중국(1.0명), 대만(0.87명) 등 모두 낮은 합계출산율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합계출산율 2.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에글스턴 실장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성평등이 서구에 비해 낮은 것에 착안했습니다. 성차별이 출생률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고, 출생률을 높이려면 성평등 개선이 긴요하다는 주장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에글스턴 실장은 성평등과 출생률 간의 상관관계를 과학적 실증분석을 보여줘 주목을 끌었습니다. 에글스턴 실장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통으로 낮은 합계출산율로 인구감소 위기에 직면한 것과 관련 “남성의 가사와 육아분담 비율과 출생률이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면서 실증분석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가사·육아 분담비율은 2012년 기준 17~18%에 그치고, 일본은 한국보다 더 낮은 16%에 불과합니다. 이는 출생률이 높은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의 분담비율이 30% 이상인 것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의 합계출산율은 1.8~2.0명으로 한국의 2~3배에 이릅니다. 그는 또 “한국은 전체 가사노동 시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1990년 89.2%에서 2019년 77.6%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서구에 비하면)높은 수준”이라면서 “한국의 세계경제포럼 성격차지수가 2024년 기준 세계 146개국 중 94위에 그쳤고, 중국은 106위, 일본 118위로, 동아시아 국가 모두 세계 최하위권에 그쳤다”고 강조했습니다. ② 일본의 저출생 대책, 남성의 육아휴직 85%가 목표 일본이 2023년 12월 기시다 전 총리의 지시로 수립한 ‘어린이 미래전략’의 4가지 포인트 중 하나인 ‘일하는 방식의 개혁’은 남녀 모두 보육에 좀 더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모두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현재의 30%에서 2030년 8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죠. 최근에는 종업원 100명 이상 기업은 잔업시간과 육아휴직 사용률 공표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통과시켰습니다. 시게히토 참사관은 지난 30년간 일본 저출생 정책의 종합평가를 요청하자 “엔젤대책을 수립할 당시 어린이들이 보육원에 못들어가고 대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 문제가 해결된 것이 성과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육아를 맡기는 문화가 바뀌지 않아. 여성이 결혼하면 커리어를 살리기 어렵고, 여성이 결혼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아직도 많은 일본 남성들, 특히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들은 육아와 가사는 여성이 할 일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신은 출세를 위해 회사에 뼈를 갈아 넣으려면 시간과 여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이런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저출생 위기 극복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박상준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일본의 ‘일하는 방식의 개혁’에 대해 “여성에게 육아휴직을 주고, 일-가정이 양립하도록 혜택을 줘도, 남성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여유가 없으면 육아에 참여할 수 없다”면서 “현대 여성들은 육아와 가사를 남성과 함께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 잔업 폐지, 남성들의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③ 성차별 지표로 본 한국의 현실, 12년째 OECD 꼴찌 그럼 한국의 성차별, 성평등 상황은 어떨까요?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6.8%입니다. 2021년의 4.1%에 비하면 큰 폭(2.7%)으로 상승한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30%에 비하면 아직 4분의 1에도 못미치는 낮은 수준입니다. 아직도 상당수 직장에서는 남성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한겨레가 지난 10월6일 여론조사업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19살~44살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월10~13일) 결과도 흥미롭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부부가 가사 분담이 공평하냐”는 질문에 ‘그렇다’(69.3%)는 답변이 ‘아니다’(30.7%)의 두배를 넘습니다. 또 “부부간 양육분담이 공평하냐”는 질문에도 그렇다(61.9%)는 답변이 ‘아니다’(38.1%)보다 많았습니다. 젊은 세대의 성평등이 부모세대보다는 진일보됐지만, 아직도 충분치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에글스턴 실장의 발표에서도 나타났지만 한국의 극심한 성차별은 글로벌 사회에서도 악명이 높습니다.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김현미 연세대 교수는 한국의 ‘유리천장지수’가 OECD 29개 회원국 중 최하위라고 강조했습니다. 유리천장지수는 남녀 고등교육 격차, 소득격차, 여성의 노동 참여율, 고위직 여성 비율, 남녀육아휴직 등 세부지표를 종합해 산출합니다. 한국은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1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OECD 회원국의 남녀별 평균 임금격차는 지난해 12%입니다. 반면 한국의 임금격차는 31.1%로 두배를 넘습니다. 1996년 OECD 가입 이후 27년간 부동의 최하위입니다. 저출생, 축소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이대로 가다간 공동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출산율 제고에 방점을 두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출생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은 추세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저출생 조건 하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민 확대, 이주노동자 확대 등이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됩니다. 두가지 의견 모두 옳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모두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중요한 것은 성차별 해소, 성평등 개선은 출산율 제고나,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모두 핵심 요소라는 것이죠. 또 이 문제는 수단적인 성격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목표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닙니다. 윤석열 정부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정책의 3대 핵심분야로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지원을 제시했습니다.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모두 꼭 필요한 정책들입니다. 하지만 성차별 해소, 성평등 개선을 전면적으로 내걸지 않은 것은 아쉽습니다. 물론 정부가 이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10월30일 제5차 인구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내년 3월부터는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한 민간기업 2600여 곳을 대상으로 남녀 직원의 육아 휴직 사용률을 의무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현재는 공공기관만 공개하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일본은 이미 법으로 강제하는 사항입니다.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사회의 성차별 해소, 성평등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한국 기업들도 저출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출생은 궁극적으로 기업경영과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에 당연합니다. 부영그룹이 2024년 초 출산 직원에게 자녀 1명당 1억원을 지급하기로 한 게 상징적입니다. 경제단체들도 앞다퉈 저출생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일종의 주도권 다툼 양상을 띠기도 하죠. 얼마 전 경제단체의 한 간부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말해달라고 부탁까지 했습니다. 일본 정부와 기업은 저출생 위기 극복의 핵심 과제로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 제고를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 노동유연성, 잔업 금지, 노동시간 단축 등과 같은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정부와 기업 공동으로 추진합니다. 남성의 육아휴직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기업들의 협조가 중요합니다. 우리 기업들과 경제단체들도 일본처럼 ‘노동유연성’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그 핵심은 “주52시간 근로제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것입니다. 오로지 자본 이득 극대화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노동유연성입니다. 일본이 남녀 모두 보육에 좀 더 충실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려고 노동유연성을 강조하는 것과 딴판이죠. 당연히 일본이 강조하는 잔업 폐지, 근로시간 단축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기업이나 경제단체들이 입으로만 저출생 극복을 말하는 한 진정한 위기 극복은 힘들 것입니다. 기업들은 깜짝쇼보다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중에 인구 감소, 노동력 부족으로 허둥대지 말고 미리미리 노력해야 합니다. 스탠퍼드대 에글스턴 실장의 연구가 보여주듯, 성평등과 출산율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일본은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통해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2030년까지 85%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습니다. 반면 한국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6.8%에 그치고, 유리천장지수는 OECD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출생 문제 해결의 핵심은 결국 성평등에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선언적 구호를 넘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 이 콘텐츠는 뉴스레터 스피커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아이유 만나러 무작정 서울로… 공고 교사의 도전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17화]
어려운 환경 탓에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한 아버지는 술을 드시면 지인들에게 이런 자랑(?)을 하곤 한다. “니 그거 아나? 우리 아(아이)가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친다. 교사 되는 기 을매나 어려운지 알제?” 아무리 취해도 “공고에서 국어를 가르친다”고 말하는 법이 없다. 언제나 ‘공고’를 뺀다. 내게 이렇게 물으신 적도 있다. “한구야, 니 공고 말고 일반고에서 가르치면 안 되나? 일반고 국어교사는 더 되기 어려운 기가?” 오늘은 이런 아버지에게 아들이 공업고등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하는지 알려드리고 싶다. 벌써 10여 년이 훌쩍 지난 추억이자 오늘도 반복되는 그 일은, 가수 아이유와 깊은 관련이 있다. “You can do it!”“I can do it!” 2010년대 초, 그 시절 이 두 문장이 날마다 공고를 흔들었다. 당시 정부는 공교육을 마치면 자연스럽게 이중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일을 추진했다. “우리 아(아이)들이 한국말도 잘 모하는데, 무슨 수업을 영어로 하라 캅니꺼? 때려치우라 카이소.” 선생님들의 원성은 컸지만, 방학마다 누군가는 직업 영어 연수 현장으로 보내졌다. 우리 공고에서도 국어, 체육, 전자, 화공 등 과목과 상관없이 뜻이 비슷한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영어교육팀’이 만들어졌다. 나도 여기에 포함됐는데, 우리의 목표 중 하나는 학생들을 위한 ‘3분 영어’ 영상 제작이었다. “샘들, 우리는 ‘아(아이)들이 이것도 모르겠나’ 싶을 정도로 쉬운 영어 문장을 영상으로 제작해야 합니더. 야들이 좋아할랑가 모르겠네예.” 공고에 온 아이들은 대체로 영어 과목을 꺼린다. 영어 자체를 읽을 줄 모르는 아이들도 있고, 외계어쯤으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대학보다는 취업 현장으로 향하는 공고 학생들은 어렵고 힘든 영어를 굳이 배우고 싶어 하지 않았다.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은 물론 시험을 쳐도 같은 번호만 찍는 학생도 많다. 이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어교육 영상을 만든다? 영어교육팀은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영상의 길이는 3분을 넘기지 않을 것.둘째, 아이들이 보고 싶게 만들 것.셋째, 실생활에 필요한 내용으로 만들 것. 우리 교사들은 식당에서 음식 주문하는 법, 차표 끊는 법 등 다양한 상황에 맞춰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현장에서 직접 촬영도 했다. 이렇게 제작된 ‘3분 영어’는 매주 화요일 1교시 시작 전 모든 교실에서 방영됐다. 초기 반응은 좋았다. 아이들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직접 출연하는 것에 관심을 보였다. 영상에는 이런 장면도 들어갔다. 교사 : “모니터에 있는 얼굴이 어떤 표정일까요?”학생 : “웃고 있어요.”교사 : “웃다, 영어로 뭘까요?”학생 : “smile, smile, smile!“ 초등학교 저학년 혹은 유치원에서나 배울 법한 영어를 고등학교에서 영상으로 제작하다니. 누군가는 ‘설마 이렇게 쉬운 걸 모를까’ 반문하겠지만, 정말로 모르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 영상을 재미있게 보던 아이들도 같은 교사가 반복적으로 출연하고, 그것도 한 주에 몇 번씩 반복해서 봐야 하니 금세 흥미를 잃어갔다. 급기야는 영상을 틀자마자 자는 아이까지 생겼다. 국어교사가 영어를 가르치는 것도 버거운데, 아이들까지 관심을 놓으니 맥이 풀려버렸다.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이들에게 물었다. “그라믄, 우째 하면 (3분 영어 영상) 볼 낀데?” 자고 있던 서준이(가명)가 고개를 들며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샘 말고 아이유 나오면 볼게요.” 이 말에 다른 아이도 고개를 들고 말했다. “서준이 니 미쳤나? 우리 같은 따라지 학교에 아이유가 나오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샘, 그냥 대충 만들고 치아요.” 자신이 다니는 곳을 “따라지 학교”라 부르는 아이들. 안타깝고 답답했지만, 동시에 내면에서 오기 같은 게 훅 올라왔다. “진짜 아이유가 ‘3분 영어’에 나오면 니 어떡할래?” 내 물음에 서준이가 답했다. “그라믄 절~대 안 졸고 졸업할 때까지 ‘3분 영어’ 다 볼게요.”“알았다. 그라믄 내가 우째든지 아이유 영상 담아 올 끼다.” 교실에 있는 아이들 누구도 정말로 아이유가 영상에 나오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아이들에게 말했다. “우리가 죄 짓는 것도 아니고, 지방 공고에서 학생들을 위한 교육 영상 하나 찍겠다는데, 이렇게 거룩하고 멋진 일에 우리나라 최고 가수가 동참해주지 않겠나. 샘이 가능하게 만들어보께. 기대해라잉.” 아이들에게 덜컥 말을 뱉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일단 여러 인맥을 동원해 SBS 인기가요 공개방송이 있는 날 방송국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 뒤 선생님들께 이 사실을 알렸다. “그라믄 방송국 들어가서는 우짤 긴데요. 아이유가 쉽게 찍어주지도 않을 낀데예.”“아이유는 무슨, 거기 가수들한테 말 걸 수 있는 기회라도 있을랑가예?” 우려의 말이 쏟아졌다. 포기하느냐, 아니면 도전하느냐 기로에서 체육 선생님이 말했다. “걍 한번 가보지예. 도전해보고 안 되믄 그냥 마는 기고, 안 해보는 것보다는 안 낫십니꺼?” 선생님들 눈빛에 묘한 생기가 돌았다. 3분 영어의 슬로건은 ‘l can do it’이었다. ‘나는 할 수 있다’라는 말과는 반대로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은 우리 아이들에게 작은 힘이라고 주고 싶었다. 우리는 팀원 8명, 원어민 교사 1명, 학생 3명까지 섭외해서, 서울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실패 가능성이 컸기에 학교 예산은 따로 요청하지 않고, 모든 걸 자비로 해결하기로 했다. 대구에서 총 5시간을 이동해 SBS에 도착한 뒤, 또 3시간을 더 기다려 드디어 인기가요 촬영 현장 안으로 입장했다. 미로 같은 방송국에서 우리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 일단 스태프로 보이는 사람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물었다. “혹시 가수 아이유 대기실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손가락이 한 곳을 가리켰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곳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아이유는 이미 무대에 올랐는지 대기실 쪽에서 만날 수가 없었다. 우리는 한참을 서성이며 기다렸다. 얼마쯤 지났을까, 드디어 저쪽에서 TV에서만 보던 가수 아이유가 나타났다. 나는 고개를 푹 숙여 인사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저기요, 죄송한데요. 저희는 대구의 공고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인데예. 애들을 위해 교육영상을 찍으러 왔는데, 좀 도와주이소.” 국어교사인 내가 그렇게 말을 더듬는 줄은 몰랐다. 지방 사투리가 그토록 어색하고 부끄러웠던 적도 없었다. 그래도 준비한 말을 다 해야만 했다. 나는 학생들의 영어교육을 위해 작은 영상을 만들었으나, 지금 망해가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아이유 당신이 우리를 도와준다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등의 말을 두서없이 길게 쏟아냈다. 다시 없을 기회여서 최대한 간곡히 부탁했다. 할 말을 마치고 아이유 씨의 표정을 살폈다. 아이유 씨는 우리 교사들이 무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흔쾌히 웃으며 영상 촬영을 허락했다. 아이유 씨는 카메라를 보면서 외쳤다. “○○공고 학생 여러분, 여러분들은 할 수 있습니다. You can do it!” 이날 아이유 외에도 카라, 2AM, 린, M4, 브레이브걸스, FT아일랜드, 나인뮤지스, 미스에이, 케이윌, 빅뱅 등 여러 가수들이 우리 학교의 ‘3분 영어’에 기꺼이 출연했다. 해당 영상을 서준이 반에서 상영하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 교단에 선 뒤 그토록 큰 박수를 받은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학생만이 아니라 부장 선생님도 우리를 칭찬했다. 갓 교사가 된 20, 30대 선생님들이 만든 3분 영어는 우리 학교의 자랑이 됐다. 교육청에서는 사례 발표 요청까지 했다. 앞의 ‘smile’ 사례에서 웃은 독자들은 이번에도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다. 어쩌면 나의 아버지는 고작 “You can do it!”이란 문장 하나 때문에 서울까지 올라간 아들을 안타깝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많은 독자들 역시 “설마 고교생이 그걸 모르겠느냐”고 속으로 반문하고 있을 터다. 고백하자면, 공고에서 일을 시작한 초기에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위에서 언급한 상황처럼, 이를 테면 “설마 공고 애들이 이것도 모를…” 하며 말끝을 흐리는 누군가의 반응을 접하면 저절로 마음이 쪼그라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그런 마음은 거의 사라졌다. 우리 학교에는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은 다문화 가정 아이도 있고, 마음이 아프거나 외부적 환경 탓에 학교 수업 자체를 힘겨워하는 학생도 있다. 아이유의 “You can do it” 영상 이후 10여 년이 흘렀다. 그 사이 아이유는 더 멋진 가수가 됐다. 나의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같은 학교에서 종종 일부의 아이들에게 ‘가나다라…’를 비롯한 읽기와 쓰기 수업을 한다. 자괴감이 들지 않느냐고? 천만의 말씀. 누구는 잠 잘 거 다 자면서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해도 수능 만점 받고 서울대 갔을 때, 나는 고작(?) 지방 국립대에 들어갔다. 촘촘히 비교하자고 들자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 비해 ‘따라지 인생’일 수밖에 없다. 사람에 따라 실력에 편차가 있는 건 자연스런 일이다. ‘smile’을 모르면 가르치면 되고, 한글 읽기에 서툴면 함께 공부하면 된다. 그게 학교와 교사인 내가 할 일이다. 교사로서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 버거울 때면, 영어 문장 하나 때문에 서울로 향했던 교사 초년 시절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그 시절 공고 교실에서 “You can do it!” “I can do it!”을 메아리처럼 주고받았던 나의 제자들도 이젠 모두 30대가 됐다. 그 한 문장 외운 게 삶에 얼마나 보탬이 됐을지 잘 모르겠다. 다만, 살면서 혼자 넘기 힘든 거대한 벽을 마주할 때면 속으로 “난 할 수 있다”를 작게 되뇌어보길 바랄 뿐이다. 요즘 내가 종종 그러하듯이 말이다. 지한구 교사 longlong19@hanmail.net ※ 이 콘텐츠는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정의구현의 시작… ‘인간 키세스’ 훼손 게시자 고소[윤석열을 감옥으로]
‘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작품 원작자가 결국 ‘고소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러스트레이터 장충만(활동명) 작가는 윤석열 체포를 촉구하는 본인의 ‘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작품을 훼손한 쓰레드(Threads) 이용자 A 씨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고소했다. A 씨는 장 작가의 일러스트 작품에 태극기와 빨간 경광봉을 그려넣어, 마치 윤석열을 지지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떠올리게 했다. 장 작가는 8일 경찰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을 통해 우선 신고하고, 9일 오전에는 대전유성경찰서를 직접 방문해 정식 사건 접수를 마쳤다. “반드시 계정의 주인을 찾아내서 응당한 처분과 처벌을 받게 해주십시오. 현재 자신이 퍼나르는 글과 그림이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 인지하도록 하고, 온라인상에 이뤄지는 불법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도 반드시 처벌받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합니다.“(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 고소 내용 중) 지난 4일 밤부터 5일 아침까지, 눈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윤석열 체포 촉구 밤샘 집회. 시민들은 은박 담요를 덮어쓰고 추위를 견디며 밤새 자리를 지켰는데, 그 모습이 은박 포장으로 유명한 초콜릿과 비슷해 ‘인간 키세스’라 불렸다. 장 작가는 이들의 모습을 일러스트 작품으로 그리고, “고맙고 미안하고 벅차도록 눈이 부신 소녀들에게”라는 문구를 넣어 SNS에 게시했다. 하지만 다음 날 누군가에 의해 작품은 훼손됐다. 마치 윤석열을 지지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떠올리게 했다. 문구 역시 “감사합니다 어르신”, “이젠 2030이 함께 지키겠습니다, 함께 싸우겠습니다”로 바뀌었다. 윤석열 체포와 파면을 촉구하며 밤샙 집회를 이어간 시민들의 뜻을 완전히 반대로 왜곡한 것. A 씨는 훼손된 그림과 함께 이런 멘트를 공유했다. “이 포스터는 이제부터 우파 껍니다.” 타인의 일러스트 작품을 훼손해 완전히 반대로 의미를 왜곡하는 행동. 저작권법 136조 2항에 따르면, 저작인격권을 침해하여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관련기사 : <‘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훼손하고 “이제 우파 꺼다”>) 장 작가는 왜 형사고소까지 마음 먹었을까? “원래 꾸준히 그림을 그리다가 아기 낳고 아예 손을 놓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다시 그림을 그려야지, 생각했던 계기가 이번 ‘인간 키세스’ 시위단이에요. 그분들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마음이 계속 쓰였어요. 처음에 (제) 그림이 공격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심각하게 생각 안 했어요.그런데 같이 분노해주시고 자기 일처럼 더 싸워주시는 분들 보면서 마음을 다잡은 거죠. ‘내 그림이 그 절박한 국민들의 싸움 한복판에 있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지를 해주는 거니까 더 열심히 싸워야겠다.’“ 박지환 법무법인 혁신 변호사는 “저작자의 허락 없이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했고, 원저작물에서 일부를 삭제하고 새로 추가한 문제가 있어 저작인격권 침해로 볼 수 있다”면서, “저작자의 취지를 완전히 반대로 비튼 건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한 걸로도 볼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정 작가는 형사 고소까지 진행했지만, 수사기관의 태도에 고민이 깊다. “어제 남편이랑 머리를 맞대서 고소장을 직접 썼습니다. 아무래도 12.3 내란 이야기를 안 넣을 수가 없더라고요. 일반적인 고소 사건은 아니어서 고민을 많이 하면서 내용을 썼습니다.그런데 사건을 접수하러 경찰서에 갔다가 오히려 첫 장벽을 만난 듯합니다. 담당 경찰관이 고압적인 태도로 녹음을 저지하고, 협조적이란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제가 물어보려고 하면 귀찮아하고 불친절하게 대하니까 심리적으로 위축되더라고요. 사건을 잘 진행하려면 수사기관의 의지가 중요할 텐데, 걱정이 큽니다.“ 작품을 훼손당한 건 장 작가 한 사람만이 아니다. A 씨는 본인의 쓰레드 계정에 다른 일러스트 작품를 훼손한 그림도 여럿 올려놓았다. 우산을 쓰고 ‘윤석열 체포’ 밤샘 집회를 이어간 사람들을 형상화한 일러스트 작품엔, “12,000원 주면서 눈도 내리고 비도 내리고 너무한 거 아니냐? 퇴근하자”라고 쓰여 있기도 했다. 시민들이 일당을 받고 시위에 참가했다는 식의 맥락으로 읽힌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가짜로 그려넣고는 “태극기를 들어야 진짜 국민”이란 멘트가 달아 놓기도 했다. A 씨는 이런 안내를 달아놓은 게시물을 올려놓기도 했다. “좌뺄럼들 아트 작업 한 거 있으면 @A(자신의 계정) 소환해주세요. 약간 수정해서 애국자 아트로 바꿔드리겠습니다.” 심지어는 왜곡 게시물 작성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했다. 사실상 본인이 직접 타인의 저작물을 훼손하고, 사실과 다른 왜곡된 게시물을 작성하고 있다는 자백에 가까워 보인다. “사실과 거짓을 섞는 게 제일 중요해요! 사실의 비율이 올라 갈수록 훌륭한 거짓말이 완성됩니다. 자 이제 가서 좌파 진영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트려 볼까요?” “예를 들면 ‘금일 오후 4시경 민노총에서 간부들이 비밀리에 해외 자금을 유입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중국 자금과 관련된 증거가 미 정보기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니 저희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라는 식으로요.” 이중 일부 기업 광고를 훼손한 게시물도 찾아볼 수 있었다. A는 인공기로 만든 ‘MBC 로고’를 넣어서 MBC를 후원하는 업체를 정리한 게시물을 올려놓기도 했다. 실례로 감기약 ‘판피린'(동아제약) 광고에 있는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문구 대신에, “공산당 조심하세요~”를 넣어놓은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광고 캐릭터 모델 뒤로 인공기가 휘날리고, 인공기로 만든 MBC 로고와 함께 ‘MBC 후원업체’라는 안내도 넣어놓았다. 화장품 고혼진 광고에는 “고혼진 그 위대한 힘으로부터”를 “김일성 그 위대한 힘으로부터”로 조작했다. 여기서도 인공기로 만든 MBC 로고를 박고 ‘MBC 후원업체’라는 안내 문구를 빼놓지 않았다. 셜록은 8일 쓰레드 이용자 A에게 반론을 요구했다. 본인이 직접 타인의 저작물을 훼손하고 있는 게 맞는지, 그 사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하지만 셜록이 반론을 요구한 이후, A씨의 쓰레드 계정이 아예 검색되지 않고 있다. 계정을 비공개 처리하거나 없앤 것으로 추정된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광장의 여자들: 빠순이에서 탄핵 광장의 주체로
[박미숙의 새필드] 탄핵 광장의 원형적 기억을 생활 민주주의로 확장할 구체적인 방법론이 필요하다. 영국 셰필드에서 대중문화를 공부한 필자의 소박한 세상 이야기.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나라가 휘청거리고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위기의 순간, 거기 늘 여성이 있었다. 윤석열 탄핵 광장뿐 아니라 그 어떤 역사적 광장에도 여자들이 늘 거기에 존재했다. 오히려 2024년 윤석열 탄핵 광장에 2030 여성이 2030 남성을 압도하고 있다는 호들갑은 마치 과거를 잊은 건망증 환자의 놀라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광장의 역사를 주도해 온 여성의 역사를 지워 버리는 착시 효과마저 가져온다. 광장의 계보, 응원봉의 기원 2002년 6월 13일, 14살 신효순 심미선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졌다. 2002년 월드컵의 환호가 광장을 뒤덮던 때였다. 꽃 한번 피우지 못한 꽃봉오리 같은 나이였다. ‘우리 딸’ 같은 아이들이었다. ‘미선·효순 살인사건 진상규명’ 모임들이 전국 각지에서 결성됐고, 이들은 진상 규명 활동과 정기적인 추모 행사 지속했다. 이 활동과 모임을 주도한 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성들, 특히 어머니들이었다. 지금 그 기록은 아무 곳에서도 남아 있지 않다. 다만 몇 개의 논문과 특집 르포로만 그 흔적을 기억할 수 있을 뿐이다. 효순이와 미선의 죽음을 규명하기 위한 여성들의 노력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촛불시위]로, 2008년 이명박 정권에 대항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의 ‘아마조네스 부대’로 이어졌다. 이들은 촛불을 든 어린 여학생으로 상징되는 ‘촛불 소녀’와 아이와 함께 나온 엄마를 뜻하는 ‘유모차 부대’라는 사회적 상징을 획득했다. 그 후 2016년 5월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2016년 7월 이화여대의 ‘미래 라이프 대학 반대 농성’, 그리고 그해 10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집회’까지 여성은 정치∙사회적 ‘위기의 순간’에 늘 광장의 주인공으로 역사와 함께해 왔다. 2008년 촛불집회는 무엇보다 초기에 ‘소녀’들에 의해 점화되었고, 이어 다양한 여성 집단들의 광장 진출에 의해 지금의 단계로 발전했다.  가령 2016년 박근혜 탄핵 집회 때, 당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현재 강원도지사)이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2016. 11.17)고 하자 여성들은 꺼지지 않는 발광 LED 촛불과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나오는 기지를 발휘하였다. 이것이 2024년 12.3 내란 사태에서 윤석열을 탄핵하라는 광장을 채운 ‘응원봉 혁명’의 기원이다. ‘빠순이’의 추억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문화는 권위적인 어른 남자의 시선으로 재단되어 왔다. 대선에 두 번이나 도전했던 이회창의 ‘빠순이’ 발언을 떠올려 보자. 이회창의 ‘빠순이’ 발언을 우연한 일회성 해프닝이나 무지의 소산으로 볼 수도 있다. 대중문화에 무지한 나이 든 남성의 실수로 아무런 악의도 편견도 없이 호명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빠순이’라는 말은 불과 20여 년 전인 21세기 초입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여성은 객체화하고 종속적인 ‘어떤 것’ 취급되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빠순이는 사람을 부르는 말이 아니라 ‘어떤 것(들)’을 부르는 말이다. 설마 ‘빠순이’를 사람을 부르는 인격적 호명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지금도 있는 건 아니겠지? 그 씁쓸하고 어이없는 추억을 불러와 보자. (학생들이 ‘창이 오빠’라고 연호하자)“여러분들을 보니 ‘빠순이 부대’가 많은 것 같아요. 나도 지방에 다니면 오빠부대 많아요. 오빠가 아니라 ‘늙빠’지. 늙은 오빠”이회창, 2002년 5월15일, ‘스승의 날’, 서울 은평구 동명여자정보산업고에서. 한국 사회는 가장 최근까지도 대중문화산업의 ‘호갱’이자 만만한 ‘빠순이’로 여성을 객체화했다. 그녀들은 몰지각한 소비문화에 편승하고, 능력 있는 남성에 기생하는 불완전한 존재로서, 김치녀나 된장녀 같은 멸칭으로 폄하되어 왔다. 이들 여성의 객체화를 주도한 건 남성이라기보다는 남성 중심의 정치권력 시스템, 문화산업의 구조 그리고 아무런 반성도 성찰도 없는 미디어와 언론이었다. 한국에서 여성은, 에드워드 사이드식으로 말하면,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별에 기반한 대립적 사고방식이자, 여성을 지배하고 재구성하며 억압하기 위한 남성의 제도 및 스타일’이다. 빠순이라는 말은 이 구조 속에서 필연적으로 생산된 말이다. 우연적이거나 개인적이지 않다. ‘빠순이’는 철저하게 구조적이고, 권력적이며, 사회적인 언어다. 그 뒤를 이어 한국 여성을 ‘대표'(?)하는 언어로 시대를 풍미한 된장녀(2001), 김치녀(2010) 등의 언어는 철저하게 여성을 타자화하며 자신의 주체성을 획득하는 한국 남성의 동업조합적 시스템의 언어 전략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열정이 있어야 사랑하고 분노한다 “빠순이 무시하지 마라.빠순이가 그 열정으로 사회에서 얼마나 열심히 사는데.”– 응답하라 1997, 성시원 2002년 이회창에게 호명된 ‘빠순이’는 K-컬처의 세계화 흐름 속에서 팬덤 문화를 온몸과 마음으로 체화하며 이제는 ‘오빠들’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자기 자신을 이야기하는 탄핵 광장의 주체로 성장했다. 빠순이로서 체험한 그 모든 것들은, 그저 단순하게 문화산업의 ‘호갱’으로 객체화된 소비문화의 톱니바퀴가 아니라 스스로 애정하고 치열하게 응원하고 분노하며 때론 싸우기도 하는 ‘민주 광장의 훈련소’이기도 했다. 그 결과를 광장의 여자들, 2002년 늙은 남자 대선 후보에게 빠순이로 불렸던 그 여자들, 그 여자의 후배들이 당당하게 보여주고 있다. 소녀의 K-팝 팬덤 문화와 기술의 발전 그리고 문화소비와 문화산업의 관계는 다층적이다. 그것은 인간이 여러 가지 환경들 속에서 다면적이고 입체적으로 구성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조건과 환경 속에서 다채롭게 재구성할 수 있는 유동성을 가진다. 이들은 K-팝 팬 활동을 통해 스타들을 ‘우상’ 혹은 ‘나의 오빠’로 여기며 어느 정도는 개인적으로 또 어느 정도는 공동체적으로 또 어느 정도는 주체적으로 또 어느 정도는 객체화된 채로 그 문화와 산업의 구조 속에 개입한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역할을 ‘연습’하고 ‘훈련’한 1020 여성이 2008년 촛불 집회를 점화하고, 답보 상태에 빠진 한국 민주 진영에 새로운 전망을 마련하는 주체가 된 것은 우연적이라기보다는 필연적으로까지 보인다. 2008년 촛불집회를 두고 기존 운동권이 가장 놀랐던 건 이들이 가진 조화와 조율 능력이었다. 그런데 그 여성들은 집단적인 정치 운동과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이 모습을 경향신문은 2008년 7월 9일 자에 “촛불집회는 사실상 여성들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촛불 참여자의 70%는 여성이 차지했다. (중략) 1987년 6월 항쟁의 불길을 ‘넥타이 부대’가 키웠듯이 촛불집회는 ‘아마조네스 부대’가 이끌었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다시 말해, 2008년 광장에서 밤새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여성들은 평소에는 소비문화의 객체이자 주체였으며 온 가족의 안전한 밥상을 걱정하는(이것만큼 개인적이고, 이것만큼 공적인 사명이 또 있을까) 평범한 1040 엄마와 딸들이었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를 미국산 수입 소에 관한 오정보로 인한 거대한 해프닝으로 취급하는 보수 언론은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한 정부의 실패를 먼저 짚는 게 옳은 순서다. 역사적 진실은 다양한 조건과 환경, 그 변인들 속에서 치열하게 구성되는 것이지 몇 가지 단편적인 사실과 조건을 추출해서 마치 시험지 채점하듯 평가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젠더화된 ‘광장’의 껍질을 깨고: 시(詩)에서 산문으로 광장은 역사적으로는 여성과 친하지 않았다. 아테네 유일의 시장이자 광장이었던 ‘아고라’에서 그랬듯 한국에서도 여성은 오랜 시간 광장에서 자기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광장은 젠더화된 공간으로 남았다. 그러나 2002년 촛불 집회로부터 2024년 탄핵 광장까지, 여성도 광장도 진화했다. 이제 탄핵 광장의 여성은 단순히 젠더화된 광장의 껍질을 깨는 것을 넘어 광장의 주체이자 주인공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일년 내내 소풍만 갈 수는 없다. 축제의 불꽃으로 매일 하늘을 채울 수는 없다. 시(詩)를 노래하는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다시 일상을 채우는 산문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윤석열의 “여성가족부 폐지” 선언은 비상계엄보다 덜 미친 짓이었나. 윤석열은 한국 사회의 ‘정치적 돌연변이’가 아니다. 국민의힘이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입증되지 않은 ‘외부 용병’ 하나 잘못 영입해서 미친 짓을 했다고 그 의미를 축소하는 것은 책임을 면피하려는 수사적 헛소리에 불과하다. 윤석열은 징후적이다. 윤석열은 “여성가족부 폐지” 선언의 광기에서 ‘비상계엄’ 선포의 광기까지 미친 듯한 속도로 달려왔다. 하지만 그 광기는 민주적으로 제어되지 못했다. 그 광기의 동조자들은 여전히 남아 있고, 여전히 뻔뻔하게도 탄핵 반대를 외친다. 보수를 참칭한 극우 집단이 집결하고 있다. 광기의 동조자들이 꿈꾸는 세계가 무엇인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증오와 배제의 정치, 적대적 공생 구조 속에서 아무런 대화와 성찰도 없는 맹목의 혐오가 이제 바로 우리 문 앞에 와 있다는 걸, 아니 이미 문을 열고 우리 속에서 어슬렁거리며 우리의 영혼을 넘보고 있다는 걸 나는 피부로 느낀다. 그리고 어느새 탄핵 반대 여론은 30%에 육박했다(중앙일보, 경향신문 조사 각각 28%).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에서 여성은 4분의 1 수준이었다. 여성부장관이 9개월 넘게 공석이었지만, 세상은 평화롭고 고요했다. 9개월이 아니라 11개월이 흐른 지금도 여성부장관은 공석이고, 여전히 신영숙 차관이 직무대행인 채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윤석열 이후를 이야기해야 한다. 돌봄, 육아, 경력단절, 젠더 갈등, 정치적 참여, 경제적 기회, 육아휴직, 공공 영유아원, 외로움, 노인, 청년, 이주노동자 문제 등 여성을 중심으로 놓고 고민해야 할 정책적 과제는 너무 많고, 광대하다. 그 모든 정책의 출발점은 광장이어야 한다. 광장에서 ‘인간 키세스’가 되어 품었던 따뜻한 온기, 가족과 사회와 자녀와 나 자신을 위한 꿈, 그 소망이 온전하게 그 온기를 품고 다시 논의 테이블 위로 이어져야 한다. 행시 사시 패스한 남자들이 얼마나 무능하고 얼마나 비겁한지를 우리는 너무 생생하게, 지금 이 순간에도 지켜보고 있다. 그들에게 우리 운명을 맡길 수 없다. 여성의 목소리, 시민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는 새로운 정책적 ‘브레인스토밍’, 그 거대한 폭풍을 우리 스스로 요구하고 쟁취해야 할 시간,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낳지 않을 결심
요즘 어딜 가나 저출생이야기죠. 정치권과 중앙·지방정부, 각계에서 다양한 진단과 정책이 쏟아지고 있어요. 지난해 7월1일엔 정부가 저출생·고령화 등의 문제를 총괄할 전담부처로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구요.  그런데 관련 발언을 하는 이들 중 여성과 청년, 아동·청소년의 얼굴은 찾아보기 어렵지 않으셨나요? 저출생 관련 공론장이 넘쳐나지만, 스피커스는 이들의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안테나를 계속 세워 왔어요. 때마침, 여성계의 목소리가 한 데 어우러지는 자리가 있더라고요!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연구소, 한국여성학회는 2024년 7월23일 ‘낳지 않을 결심: 젠더 불평등과 저출생’을 주제로 ‘정부의 저출생 대응 담론과 정책 진단’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스피커스는 토론회 내용을 중심으로 젠더불평등과 저출생 이야길 이어 가보려 합니다! 2024년 6월19일 ‘인구 국가비상사태’가 선언됐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정부는 반전을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어요. 하지만 이날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두고 성평등 관점이 빠졌단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요. 성평등 관점이 빠진 일·가정 양립 정책이 되려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겪는 불이익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고요. 그래서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연구소, 한국여성학회는 지난해 7월2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정부의 저출생 대응 담론과 정책 진단’ 토론회를 열어 이러한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여성가족부 장관을 맡았던 정현백 성균관대 명예교수(사학과)가 사회를 맡았고, 발표자로는 신경아 한림대 교수(사회학)와 송다영 인천대 교수(사회복지학), 토론자는 조은주 전북대 교수(사회학), 임선희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국장, 백경흔 이화여대 강사(여성학)가 참여했습니다. 참, 이날 토론 내용은 영상(유튜브)과 자료집, 한겨레 기사에서 다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성평등 비전 없이 ‘반전’ 가능할까? 지난해 6월19일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보면, 앞서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1~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포함됐던 ‘성평등’, ‘양성평등’ 같은 용어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용어 자체가 사라진 거죠.😑 신경아 교수는 정부의 대책에 대해 “성평등에 대한 비전도 없고, 통합적인 정책체계도 소실된 상태로 젠더 관점(성인지적 관점)이 결여된 정책들을 내세웠다”며, “저출생 대책이 도구화·파편화됐다”고 지적했어요.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에서 강조하는 일·가정양립 정책이 오히려 여성의 ‘마미 트랙(Mommy Track, 출산·육아로 유연근무를 하나 승진·승급 등의 기회가 적은 취업형태)’, ‘모성 패널티(motherhood penalty, 유자녀 여성이 일터에서 겪는 불이익)’를 강화할 수 있다고 비판합니다. 특히 성평등 관점이 빠진 단기 육아휴직, 육아기 근무단축 강화(유연근무제), 남성 육아휴직 50% 달성 목표 등에 대한 비판이 나왔어요. 성평등 관점이 빠진 일·가정양립 정책은 결국 여성이 일과 가정을 동시에 챙기도록 유도하고, 남성 중심의 장시간 유급노동 문제는 다루지 않아 정작 일·가정양립을 저해한다는 지적이에요. 송다영 교수는 “성평등과 젠더 관점(성인지적 관점)이 결여된 정책은 오히려 저출생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어요. 이를테면, 여성들이 유연근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마미 트랙’에 사로잡힐 것으로 예상되는 거죠. 그래서 단순히 유연근무만이 아니라, 모든 성별에 대한 평등한 고용기회를 보장한다는 등의 성평등 비전이 필요합니다. 인구정책에서 성평등 비전은 왜 중요한가? 인구정책에서 성평등 비전이 중요한 이유가 뭘까요? 21세기 들어 선진국의 출산율 반등을 분석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요. 출산율과 성평등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으로는 Arpino(2015), Esping-Andersen & Billari(2015), McDonald(2000) 등이 있지요. 연구자들은 성별분업 초기에는 성평등이 확산될수록 출산율이 감소하지만, 전환점을 지나 성평등이 더욱 확산되면 출산율이 높아진다고 이야기합니다. 신경아 교수는 ‘성형평성(gender equity)과 출산율의 변화’를 설명한 Arpino의 연구에 주목했어요. 왼쪽 그래프는 성형평성이 높아질수록 출산율 예측치(Predicted TFR)는 U자형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신 교수는 “성평등 인식 수준(성 형평성)과 사회 환경 변화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라고 말해요. 이어 “초기에는 돌봄, 노동시장 등 사회적 환경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출산율이 감소하지만, 사회 환경 변화에 따라 성평등 의식이 75% 이상에 달하면 출산율이 회복되는 경향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하지만 성별 태도의 격차(gender gap)가 크면 반등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해요! 오른쪽 그래프는 국가별 성별 태도의 격차와 출산율 간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연구에 따르면, 성별 태도의 격차가 클수록 출산 의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격차가 클수록 남성과 여성이 인식하는 성평등 정도의 차이가 커지는데요, 이는 남성이 여성보다 평등하다고 느끼는 정도가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해요. 빨간색은 격차가 3%로 가장 작은 국가를 나타내고, 파란색은 격차가 중간(8%)인 국가, 초록색은 격차가 15%로 가장 큰 국가를 나타냅니다. 신 교수는 한국의 현재 상태가 초록색에 가깝다고 평가했어요. 격차가 너무 크면 반등이 이뤄지지 않고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어요. 우리의 저출산 정책이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연구죠. 한국이 어떤 색깔의 그래프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1) 노동시간 재구조화 송다영 교수는 “남성 중심의 장시간 유급노동이 일·가정양립을 저해한다”고 봤어요. 2023년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유급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 가장 길고(한국 남성 421.9분, OECD 313.8분), 무급 노동시간은 일본 다음으로 가장 짧아요(한국 남성 45분, OECD 135.7분). 여기서 무급 노동시간은 주로 가사·돌봄노동에 참여한 시간을 의미합니다. 한국 여성은 OECD 평균 대비 유급 노동의 129%를 수행하고(한국 여성 273.3분, OECD 211.4분), 무급 노동은 86>#span class="stb-fore-colored"###(한국 여성 227.3, OECD 264.8분) 수준을 보입니다. 한국 여성의 총 노동시간은 유급과 무급을 불문하고 OECD 국가 중 가장 길었어요(한국 여성 500.6분, OECD 476.2분).😱 송 교수는 “국내 맞벌이 여성들이 가족과 일을 병행할 때 겪는 이중부담과 시간갈등의 정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어요. 정부의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은 “육아휴직 등 혜택을 확대하고 있지만, 남성의 장시간 노동 문제와 여성의 이중부담 문제엔 눈을 감고 있다”며 “노동시간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어요.  노동시간을 재구조화하려면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겠죠? 송 교수는 이번 대책을 두고 “여전히 기업을 제3자로 전제하는 관점”이라며 “국가 비상사태에 대한 기업의 역할과 기여에 대해 구체적인 요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어요. 우리보다 앞서 저출생 문제를 겪으며 합계출산율 1.2명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2003년 저출산사회대책기본법을 제정하면서 ‘사업주의 책무’를 포함했다고 해요. 기업의 노력을 촉진하기 위한 행동계획으로 ‘차세대육성지원대책추진법’을 제정하기도 했구요. 이 법엔 남성을 포함한 일하는 방식에 대한 검토와 사업주의 육아지원 방안이 담겨 있어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2) 성별 임금격차, 불안정 노동자, etc. 한국은 OECD에 가입한 1996년 이후 줄곧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2022년 기준,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31.2%로 OECD 평균 12.1%를 훌쩍 넘어섰어요.  성별 임금격차는 한국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젠더 불평등의 농축된 결과라고 해요. 남성이 돌봄 노동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성별 임금 격차가 클 땐 그 효과가 반감된다고 합니다. 남성에게 가족 내 돌봄노동에 참여하라는 압박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전문가들은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이 성평등한 저출생 정책을 달성하는 데 있어 상징적 지표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해요. 정부 대책에 불안정 노동자의 사각지대 해소 대책이 빠져있단 지적도 나왔어요. 신경아 교수는 “비정규직, 프리랜서, 자영업과 중소영세기업 노동자 등 정책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모든 당사자에게 수혜자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없었다”고 비판했어요. 송다영 교수도 “육아휴직·출산휴가 등 기존 대책을 강화해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들(대기업·공무원 등 정규직 중심)의 부담을 완화하려는 방안은 담겼지만,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또는 ’아이를 낳기 어려운’ 사람(불안정 노동자 등)에겐 큰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 지적했어요.   전문가들은 정부의 저출생 대응 정책이 기존 정책인 단기 육아휴직, 남성 출산휴가, 육아기 유연근무제, 공공주택 공급, 결혼 특별세액공제 도입 등을 확장하고 있지만, 아이 낳기를 포기하거나 꺼리게 만드는 ’구조'는 그대로 두고 있다고 말합니다. ’성평등’ 관점이 빠진 정책, 반전의 지렛대를 만들 수 있을까요?  "여성도 아동도 함께 행복해야"…여성주의 관점의 아동돌봄 백경흔 강사는 덴마크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의 성평등과 아동돌봄 정책이 어떻게 강화되어야 하는지 설명했어요. 2021년 덴마크의 합계 출산율은 1.72명으로, 같은 시기 한국(0.81명)의 두배가 넘습니다. 백 강사는 “덴마크는 전일제 맞벌이형 성평등 국가”라며, 덴마크 여성들이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배경으로 주 37시간 근무, 오후 4시 퇴근 정착, 연간 5주 유급휴가 등의 근로조건을 꼽았어요. 덴마크는 고품질의 지불가능한 공적 아동돌봄서비스 공급 확대에 집중했어요. 돌봄에 있어서 탈가족화를 우선적으로 추구하고, 유급휴가와 같은 가족중심 정책은 공적 아동돌봄을 보완하는 정도로만 시행헀죠. 백 강사는 “공적 아동돌봄 공급이 충분히 양질로 제공되기 때문에 관대한 육아휴직이 불필요해졌다”고 설명했어요. 일상에서 가족이나 조부모, 친족 돌봄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해요. 백 강사는 “아동 돌봄을 단순한 보호 서비스가 아닌 새로운 전문성을 가진 교육적 실천으로 제도화”하면서 “아동돌봄을 페다고지(pedagogy)로 개념화하고 페다고그(pedagogue)가 직무를 수행하도록 했다”고 설명했어요. ‘엄마 일’을 원형으로 하는 돌봄과 동일시하지 않고, 높은 숙련 수준을 가진 훈련된 페다고그(3년 반 사회교육 전문 학사-교육학 분야의 이론적·실천적 전문성 중시)가 종사하는 일로 변화시킨 거죠. 페다고그의 임금은 덴마크 근로자 평균보다 높다고 해요. 특히, 덴마크 공적 아동돌봄(‘소셜 페다고지’라고 칭함)은 아동을 시민으로 바라보고 아동의 돌봄권을 보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부모의 수혜 자격을 따지는데요. 덴마크는 ‘아동’을 중심으로 ‘돌봄권’을 해석하고 있어요. 이때 △충분한 돌봄을 받을 권리 △아동 관점에서 더 좋은 돌봄을 추구할 권리(과도한 돌봄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돌봄권리가 잘 보장되는지 결정하는 공적 과정에 참여할 권리까지 폭넓게 보장하고 있죠. 물론, △부모 입장에서 돌보지 않을 권리(전일제 모성, 누군가의 독박돌봄에서 벗어날 권리)도 돌봄권 해석의 중요한 기준이라고 해요.  백 강사는 “정부가 발표한 정책에서 정책 당사자인 아동의 관점은 실종되고, 틈새돌봄 보장이라는 명목으로 시간제 보육, 야간연장보육 등 돌봄을 시간 단위로 쪼개 확장하고, 수요자 선택권 확대라는 명목으로 민간 시장에 의존한 돌봄 확충을 꾀하고 있다”고 꼬집었어요. 정작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안정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조건, 아동 입장에서 일관성과 연속성을 중시하는 공적 시스템 확대 등 아동 안녕의 목표가 실종되어 있다는 거죠.  영화 좋아하시나요?😊  ‘괴물’, ‘브로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바닷마을 다이어리’...모두 오늘 스피커스가 다룬 주제에 흥미를 가진 분이라면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아닐까 싶어요. 바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말이죠. 그의 작품엔 ‘가족’의 서사가 줄곧 등장합니다. 하지만 평범한 가족이 아니에요. 잔잔한 온기가 있으면서도, 참혹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의 지독한 현실이 복합적으로 그려져요. 그는 “우리가 항상 정해진 대로 가족이라고, 부모·자식이라고 생각하는 걸 흔들고 의문을 던지고 싶은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특히, 그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인 ‘브로커’는 일본의 아기우편함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한국의 베이비박스(부득이한 사정으로 아기를 직접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아기를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생명 보호 장치’)에 대한 기사에서 영감을 받아 시나리오 작업이 이뤄졌다고 해요. 영화의 엔딩 시퀀스는 이 아기의 가족이 어디까지 확장되었는지를 보여주며 마무리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더 큰 차원의 (베이비)박스가 필요하다”며, “아이를 키우는 건 사회 모두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라고 말했어요. 양육을 부모만의 책임으로 돌리면 안 된다는 거죠.  인구위기는 출산과 양육 중심의 단편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삶의 질 향상, 가족다양성 존중 등 다차원적인 접근을 필요로 해요. 임선희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정부의 인구 대책이 “가부장적이고 전통적인 이성애 중심의 정상가족 범주에 속해 있거나, 4대 보험에 가입된 노동자 중심의 정책”이라고 지적했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를 통해 정상가족의 사각지대를 돌아보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아요.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이죠. 가족의 테두리를 넘어 “개개인의 자격보단 좀 더 큰 테두리에서 아이를 지켜볼 수 있는 어른들의 존재를 생각해야 한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당부에 귀를 기울여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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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훼손하고 “이제 우파 꺼다”[윤석열을 감옥으로]
윤석열 체포를 촉구하는 ‘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작품을 훼손해 “우파 꺼”라고 SNS에 유포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4일 밤부터 5일 아침까지, 눈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윤석열 체포 촉구 밤샘 집회. 시민들은 은박 담요를 덮어쓰고 추위를 견디며 밤새 자리를 지켰다. 특히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이 시민들과 함께 눈을 맞으며 응원봉을 흔드는 사진 한 장이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런 시민들의 모습을 은박 포장으로 유명한 초콜릿에 빗대, ‘인간 키세스’라 부르기도 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장충만(활동명) 작가는 지난 6일 ‘인간 키세스’ 시민들의 모습을 일러스트 작품으로 그렸다. 장 작가가 그린 일러스트 작품엔 함박눈이 내리는 배경 가운데 한 소녀가 앉아 있다. 몸에는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 있고, 두 손엔 밝게 빛나는 응원봉을 들고 있다. 두 볼은 추위로 빨개졌지만 소녀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머리 위에는 ‘윤석열 체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장 작가는 응원의 멘트도 빼놓지 않았다. “고맙고 미안하고 벅차도록 눈이 부신 소녀들에게” “(5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인간 키세스’ 시위대 사진을 봤습니다. 눈도 막 쌓여 있는데 그대로 자리를 지키며 시위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대단하고 고맙고 이런 마음이 느껴져서, 꼭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장 작가는 개인 SNS 계정과 촛불행동 X(구 트위터) 계정에 일러스트를 게시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7일. 장 작가가 지인을 통해 받은 한 쓰레드(Threads) 게시물엔, 그의 일러스트 작품을 훼손한 그림이 올라와 있었다. 장 작가의 일러스트 작품에 태극기와 빨간 경광봉을 그려넣어, 마치 윤석열을 지지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떠올리게 했다. 장 작가가 써놓은 멘트 대신 “감사합니다 어르신”, “이젠 2030이 함께 지키겠습니다, 함께 싸우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윤석열 체포와 파면을 촉구하며 밤샙 집회를 이어간 시민들의 뜻을 완전히 반대로 왜곡한 것. 게시자 A 씨는 훼손된 그림과 함께 이런 멘트를 공유했다. “이 포스터는 이제부터 우파 껍니다.” “2030이 응원봉을 들고 밤을 새워서 서로 연대하는 그 모습을 이른바 ‘태극기 부대’에 갖다 썼다는 사실 자체가 불쾌하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소녀들이 촛불시민을 상징하고 있는데, 그런 가치를 감히 가져가서 이런(훼손하는) 식으로 그림을 도용했다는 게 모욕적입니다.”(장충만 작가) 장 작가의 일러스트 작품만이 아니었다. A씨는 본인의 쓰레드 계정에 다른 일러스트 작품를 훼손한 그림도 함께 올려놓았다. ‘인간 키세스’를 형상화한 캐릭터 일러스트엔 빨간 경광봉이 그려져 있었다. 우산을 쓰고 ‘윤석열 체포’ 밤샘 집회를 이어간 사람들을 형상화한 일러스트 작품엔, “12,000원 주면서 눈도 내리고 비도 내리고 너무한 거 아니냐? 퇴근하자”라고 쓰여 있기도 했다. 시민들이 일당을 받고 시위에 참가했다는 식의 맥락으로 읽힌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을 본뜬 일러스트 작품에는 인물의 손에 태극기와 성조기, 그리고 경광봉을 그려넣었고, “태극기를 들어야 진짜 국민”이란 멘트가 달려 있다. 그림 하단에는 패러디 작품이라고 소개하며, “원작에 대한 창의적 해석과 비판적 관점을 담았습니다. 본 작품은 원작을 패러디한 창작물로 비영리적 목적을 가집니다”고 써놓았다. A씨는 이런 안내를 달아놓은 게시물을 올려놓기도 했다. “좌뺄럼들 아트 작업 한 거 있으면 @A(자신의 계정) 소환해주세요. 약간 수정해서 애국자 아트로 바꿔드리겠습니다.” 타인의 일러스트 작품을 훼손해 완전히 반대로 의미를 왜곡하는 행동. 이런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될까. 정보인권 보호 활동을 벌이는 시민단체 오픈넷 윤홍기 연구원은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저작권법 제13조에서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유지권을 규정하는데, 이를 침해한 걸로 보입니다. 교육 목적 등 침해 예외 사유에도 해당되지 않고요.” 박지환 법무법인 혁신 변호사는 “저작자의 허락 없이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했고, 원저작물에서 일부를 삭제하고 새로 추가한 문제가 있어 저작인격권 침해로 볼 수 있다”면서, “저작자의 취지를 완전히 반대로 비튼 건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한 걸로도 볼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법 136조 2항에 따르면, 저작인격권을 침해하여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셜록은 8일 오후 2시경 SNS 계정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게시자 A에게 반론을 요구했다. 본인이 직접 타인의 저작물을 훼손하고 있는 게 맞는지, 그 사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그리고 쓰레드 게시물 댓글로 재차 반론을 요청했다. 셜록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오지 않았다. 오후 5시경부터는 A씨의 쓰레드 계정이 아예 검색되지 않고 있다. 계정을 비공개 처리하거나 없앤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셜록은 지난 5일 대통령 탄핵 밤샘 집회 사진을 윤석열 지지자로 둔갑시킨 국민의힘 국회의원에 대해 보도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국회의원(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은 페이스북에 윤석열 탄핵 반대 글을 올리면서 자의적으로 편집한 왜곡된 사진을 써 논란이 됐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의 모습은 잘라낸 채, 마치 탄핵 반대 시민들인 것처럼 조작한 사진이었다.(관련기사 : <‘윤 체포’ 시위 사진을 지지자로 둔갑시킨 국힘 의원>) 이에 정혜경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가짜뉴스 제조기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 규탄’ 기자회견을 직접 열기도 했다. 이상휘 의원실은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상휘 의원이 다른 데서 검증된 사진인 줄 알고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잘못된 사진이라는 걸 알고 다른 사진으로 바꾸는 조치를 했다”고 해명했다. 이상휘 의원은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박정훈 대령 1심 판결, 시민이 해봤습니다!
1월 9일 오전 10시 ‘채상병 사망사건’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1심 선고가 이뤄집니다. 디지털 시민 광장 빠띠에선 박 대령 1심 선고를 시민이 직접 해보는 ‘박정훈 대령 1심 판결, 시민이 해봅시다!’ 투표가 1월 3일 개설됐습니다. 오늘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한 박정훈 대령 1심 선고 결과와 참여한 시민들의 의견을 정리했습니다. 바로 확인하시죠! 시민 97% ‘박정훈 대령 무죄’ 이번 투표는 총 3개 선택지가 마련됐습니다. 각각 군검찰, 박정훈 대령 측 주장과 기타입니다. 군검찰은 박 대령에게 항명죄, 상관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징역 3년을 구형했습니다. 반면 박 대령은 정당한 수사였음을 주장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각 주장을 확인한 시민들의 선택은 어땠을까요? 전체 투표 177회 중 172회가 박정훈 대령이 주장한 ‘무죄’ 선택지를 골랐습니다. 반대로 군검찰이 주장한 ‘징역 3년’은 3회에 그쳤습니다. 투표 결과를 보면, 대다수의 시민들은 박정훈 대령의 주장에 동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법한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게 왜 항명이 됩니까?” 투표와 함께 전달된 의견도 있었습니다. 한 시민은 “박정훈 대령은 순리에 따랐고, 상관들은 위법한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며 “위법한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게 왜 항명이 됩니까?”라고 되물었습니다. 또 다른 시민은 “예전 속담에 백성이 정치에 관심이 없어야 태평성대라는 말도 있”다며 “정치가 혼란하니 국민들이 알아야 할 게 너무 많아지는 것 같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셨다면 ‘박정훈 대령 1심 판결, 시민이 해봅시다!’에서 투표에 참여하고, 의견을 남겨주세요! ‘채상병 사망사건’도 디지털 시민 광장 빠띠에서! 1월 9일 오전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진행된 군사법원 1심은 박정훈 대령에게 항명죄와 상관 명예훼손죄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박 대령은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 성원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있었다”라며 무죄 판결을 환영했습니다. 이번 투표를 비롯해 채상병 사망사건과 관련된 뉴스, 투표, 토론 등 다양한 활동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채상병’ 이슈 타임라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월 9일 오전 10시 진행되는 박정훈 대령 1심 선고 등 다양한 사회 이슈를 실시간으로 이야기 하고 싶다면 빠띠 디스코드에 입장하세요! 👉빠띠 디스코드 입장하기 누구나 다양한 사회 이슈를 이야기하는 디지털 시민 광장 빠띠는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됩니다. 디지털 시민 광장 빠띠의 멤버 ‘빠띠즌’이 되어 후원과 활동으로 함께 광장을 만들어 주세요! 👉빠띠즌 되기
‘아동학대살해’ 징역 30년… 시우의 마지막 일기 [이시우, 향년 12세]
살인자는 살인죄로 처벌한다. 정의가 살아 있는 한. 그러나 법원은 내 아이를 죽인 사람에 대해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는 죽었는데, 살인자는 없었다. 엄마는 거리로 나섰다. 그동안 계절은 일곱 번 바뀌었다. 그리고 어제(7일), 법원에서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피고인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합니다.” 억울하게 죽은 시우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판결이었다. 2023년 2월 7일, 열두 살 시우는 세상을 떠났다. 사망 당시 시우의 몸에는 200군데가 넘게 찍힌 흉터가 발견됐다. 연필, 컴퍼스, 가위 등으로 찔렸다. 심지어 알루미늄 봉과 플라스틱 옷걸이에 수차례 맞아 온몸에는 퍼런 멍이 남아 있었다. 사망 당시 시우의 체중은 29kg. 초등학교 2학년 남아 평균(31kg)에도 못 미쳤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시우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건 계모와 친부였다. 원심은 계모 A에게 ‘아동학대치사죄’로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해 ‘아동학대살해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반전은 대법원에서 일어났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A에 대한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아동학대살해죄를 다시 다툴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었다.(관련기사 : <“살해의 미필적 고의 있다” 대법원, 시우군 사건 ‘반전’>) 그렇게 해서 7일 열린 파기환송심.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설범식 부장판사)은 의붓아들 시우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계모 A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시우가 쓴 일기장은 이번 재판에서 중요한 열쇠가 됐다. 일기에는 계모가 지속적으로 신체·정신적 학대를 가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시우는 일기장에 신년 목표를 남겼다. 집에서 초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한 해를 보내야겠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 다만 특이점이 있다. ‘순종하기’. 그리고 ‘빨리 없어지기’. 열두 살 아이의 신년 계획이었다. 시우의 일기는 2020년 5월에 시작해 2023년 1월에 끝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내용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왜 그렇게 엄마가 변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에 내가 너무 말썽 피워서, 아님 열 살이어서, 아님 ○○(동생) 재우고 있어서, 아님 엄마가 힘들어서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들뜨는 걸 어떻게 할까? 나는 어디에 쓸모 있어 태어난 걸까? 궁금하다.(2020년 5월 9일) 일기의 주인공은 시우다. 엄마의 ‘변화’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이때 등장하는 엄마는 2018년부터 함께 산 계모 A다. 시우는 화내는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2020년(일기)에는 시우의 생생한 자기 생각이 담겨 있어요. 그런데 이후에 작성된 일기를 보면 ‘빨리 죽어야 된다’ 이런 이야기가 많이 등장해요. 나는 빨리 없어지고 죽어야 된다, 그래야 다른 사람이 행복하다, 이런 식으로.” 송미강 부모따돌림방지협회 대표는 일기장에서 “시우의 ‘자아’가 상실되는 과정이 보인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연세대학교 상담학 박사로, 지인정신분석상담연구소 소장이다. 그는 2023년 2월 시우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초기부터 사건에 주목했던 사람이다.  그동안 사건 파일을 열어볼 용기가 없던 친모 정빈 씨는, 시우를 보낸 지 2년 만에 사건기록을 살펴보고 용기를 냈다. 정빈 씨는 파기환송심 재판을 앞두고 진실탐사그룹 셜록에 시우의 일기장을 전하며, 기사화를 부탁했다. 셜록은 일기장 내용을 통해 시우의 심리를 분석하기 위해 지난 6일 송미강 대표에게 자문을 구했다. 나는 죽어야 된다. 내가 있으면 모든 게 다 불행해진다. (…) 빨리 죽자. 제발, 빨리.(날짜 미기입, 2022년 12월 28일 이후로 추정) 2년 만에 시우는 전연 다른 내용의 일기를 썼다. 죽음에 관한 구체적인 진술과 불안정한 심리가 엿보였다. 그동안 시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시우가 쓴 일기에 그 답이 있었다. 나는 오늘 저녁 먹고 나서 쓰레기 20리터짜리 두 봉지 재활용 큰 박스 두 개에 안에 재활용들을 버리고 와서 손 씻고 나서 샤워를 하고, 아버지가 ○○(동생) 장난감 정리하라고 하셔서 나는 정리하고 다 마른 이불을 개고 나서 일기를 썼다. 쓰레기, 재활용, 신발 정리, 설거지들은 내 역할이다. 보람이 있었다. 늘 하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우유를 먹고 잠을 잤다.(2020년 11월 9일) 시우는 집안일을 도맡았다. 쓰레기를 버리고, 분리수거하고, 신발을 정리하고, 설거지하고, 이불을 개고, 동생 장난감을 정리했다. ‘보람’ 있는 일이자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던 시우. 여기에 계모 A는 코멘트를 덧붙였다. “제발 가족 좀 소중히 생각해라.” 다른 페이지에서도 계모 A의 답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못 자고 기다리다 나는 새벽 2시까지 채점하고, 넌 자고. 넌 또 날! 실망시켰네! 살고 싶지 않다, 정말.” “너 요즘 들뜨고 정신 나가는 이유가 학교에 가서인 것 같다.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엄마 지금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정신 차리고 말을 줄이고 행동 조심 안 하면 넌 이제 (정신)병원으로 가.” A는 검찰 조사에서 “시우가 부족한 점을 이야기하면 그런 점을 고치면 좋겠다, 라고 의견을 쓰기도 하면서” 시우와 “소통했다”고 진술했다. 그가 늘 부정적인 메시지만 남긴 것은 아니다. A는 “어느 날은 응원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인천지방검찰청 증거기록으로 제출된 일기는 총 121페이지. 이중 긍정적인 메시지가 적힌 페이지는 단 3장이었다. “시우야~ 언제나 영원히 사랑해~ 엄마의 1호 아들” “시우야, 엄마 핸드폰에 시우는 내 보물 1호 아들이라고 되어 있어.” 송 대표는 A의 극단적인 태도는 “사랑일 수 없다”고 말했다. “거짓된 애정을 주는 거예요. 아이들이 그 순간은 ‘이게 진짜인가’ 하고, 또 그런 사랑을 받고 싶잖아요. 감질나게 하는 거죠. 학대당한 아이한테는 얼마나 큰 희망이 되겠어요. 아이를 채찍과 당근으로 조련한 셈이에요.” 어머니, 사랑해요. 내일 마사지해드릴게요. 저, 어머니 제일 많이 생각하는 것 아시죠? 힘내세요!(이쁜 어머니)(날짜 불명) 아픈 허리를 가지고 병원 가는 길에 동생들 위해서 떡과 뻥튀기를 사시고 편의점에 가시는 어머님의 모습을 정말 본받고 싶었다. 나도 크면 희생하면서 살아야겠다, 어머니를 위해서.(2023년 1월 30일) 시우는 신체·정신적 학대를 받으면서도 계속해서 계모 A에게 애정을 표현했다. 친모와 연락은 완전히 차단되고,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A였다. 송 대표는 “오랜 가스라이팅으로 자아가 사라지고, 우상화된 가해자에게 완전히 함몰돼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학대받은 아이들한테 많이 나타나는 양상이에요. 내가 나쁜 아이이고, 우리 부모는 좋은 사람이니까 ‘내가 잘하면 부모도 좋은 사람이 될 거야’ 하면서 부모를 옹호해요. 그런 생각이 강화되면 가해자를 신격화해서 숭배하고 찬양하면서, 누군가한테 도움을 구한다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죠.” 시우는 당시 계모와 친부,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두 명과 살고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학교도 가지 못했고, 이후에는 계모 A가 ‘홈스쿨링’을 결정해 등교할 수도 없었다. 집에 갇혀 성경 필사를 하고, 집안일을 도울 뿐이었다. 오늘 나는 락스를 가지고 화장실을 깨끗이 청소하였다. 보니까 타일 사이사이에 먼지와 실리콘으로 타일을 이은 부분에도 핑크색 물곰팡이가 있었다. (…) 앞으로 토요일마다 화장실 청소를 해야겠다.(2021년 11월 13일) 일기장에 나타난, 시우가 집에서 해야 하는 일은 이러하다.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동생 장난감 정리, 설거지, 화장실 청소, 엄마 마사지, 동생들 혹은 엄마 밥 챙겨주기 등이다. A는 용돈을 받고 시우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한 일이라고 검찰 조사에서 해명했다. 오늘 아침 반성시간에도 그 틈도 못 참고 방 밖으로 나와버렸다. 정말 주책없는 나다. 그래서 5분 후 어머니께서 의자에 말하신 대로 (나를) 묶고 나가셨다. 묶인 채로 있었던 게 아직도 생각난다. 정말 끔찍했다. 그래서 다시는 어머니께서 하지 말라고 한 것은 절대로 안 할 것이다.(2022년 11월 26일) 어머니께서 나한테 뭐 하시지도 않았는데 내가 움찔거려가지고 어머니께 혼났다. 나도 왜 그렇게 위협을 느끼는지, 예전처럼 어머니께 왜 친근하게 다가갈 수 없는지를 잘 모르겠다. 내 몸이 예전에 나 같지가 않다. 제발 내 몸이 어머니에게 편안히 다가갈 수 있는 몸으로 바꼈으면 좋겠다.(2022년 12월 17일) A가 행한 신체·언어적 폭력이 직·간접적으로 드러나는 대목들도 있다. 그러나 시우는 폭력에 대해 인지하기보다는 더욱 더 사랑받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어머니 사랑하고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사세요. 사랑하고 스트레스 많이 드려서 죄송합니다. 또 저를 사랑해 주시고 병○ 같은 정신병자인 저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2022년 12월 5일) 피학대아동이 상처를 주는 부모학대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려 자신이 학대받아 마땅하다는 부정적인 생각하고 있음을 밝혔다.(고미영 <학대받은 아동에 대한현상학적 연구> 일부, 2004년) 시우는 문제의 화살을 계모가 아닌 자신에게 돌렸다. 스스로를 ‘정신병자인 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라고 서술하며, 계속해서 애정을 갈구했다. 저녁시간은 최악이었다. 그 이유는 ○○(동생)와 □□(동생)가 싸웠는데, 거기서 엄마가 폭발해서 ○○도 때리고 그다음 나도 때렸다. 또 다 나 때문이라고 하셨다. 또, 내가 빨리 죽으라고 하셔서 나는 빨리 무슨 교통사고 나서 죽을 것이다. 필리핀에서 오토바이 치였을 때처럼 말이다. 내가 빨리 없어지고 죽어야 다른 사람이 행복하니까 빨리 죽을 것이다. 엄마의 말처럼 내가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 그냥 빨리 죽어야겠다.(2022년 12월 24일) 애정을 갈구하던 시우의 생각은 ‘자신이 사라져야 가족들이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죽음에 관한 서술은 시우가 집 안에 고립되면서 더욱 자주 등장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민감성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착취당하는 아이를 본 주변 이웃들이 의심이 간다고 생각할 때 (피해 아동을)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죠.” 송미강 대표는 “이웃들이 시우를 조금 더 유심히 들여다보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시우는 친모로부터, 학교로부터 격리돼 있었지만, 집안일을 하며 외출을 했기 때문에 이웃들과 마주쳤을 거라는 주장이다. 사회가 시우를 조금 더 일찍 발견해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었다. 학교도 전화로만 시우의 안전을 확인할 것이 아니라, 직접 방문해서 아동의 상황을 파악했다면 어땠을까. 시우는 초등학교 5학년 2학기에만 1차례 질병결석을 하고, 4차례 ‘가족 동반 체험학습’을 이유로 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실상은 그와 달랐다. 강제로 성경을 필사하고, 무릎 꿇고, 회초리로 맞는 등 신체·정신적 가혹행위가 이어졌다.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 사건이라고 하면 주목하기는 하는데, 어떻게 예방할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불모지인 것 같아요.” 아동학대 사건은 사람들의 분노와 공감을 이끌어내지만, 사후 대책에 대한 논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하는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매년 약 44명의 아이들이 아동학대로 죽는다(2023년 기준). 폭력에 굴레에 갇힌 아이들은 오늘도 구조를 기다린다. 한편, 7일 계모 A에게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해 징역 30년을 선고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자신의 학대로 피해 아동에게 또 다시 중한 학대를 가할 경우 아동 사망 위험 내지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그럼에도 중한 학대와 엄벌을 계속해 사망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은 살해의 미필적 고의가 없었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는데 원심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기장에도 주목해 “피해 아동은 학대당할 때마다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리고 용서를 구하며, 피고인의 애정을 갈구하는 내용을 빼곡하게 기록했다”며, “피고인에게 용서를 구하는 등 사망 무렵에는 12세 아동이 작성했다고 상상하기 어려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으나 피고인은 철저히 냉대하며 학대를 지속했다”고 지적했다. 시우의 친부는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형이 확정됐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알고리즘의 함정, 윤석열이 빠져든 유튜브 토끼굴의 수익 구조. 여러분의 생각은?
[슬로우데이터] 부정선거 음모론에 이태원‧제주항공 참사 조작설까지… 탄핵 반대 이슈 몰이로 성창경‧이봉규 등 월 억대 매출. “세계 최초로 알고리즘이 촉발한 내란 선동”.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홍성국(전 민주당 의원, 혜안리서치 대표)의 말이다. “윤석열의 가장 큰 지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면서 윤석열을 한미 동맹의 챔피언으로 미화하는 우파 유튜버들”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가 보기에 한국판 MAGA(미국을 더 위대하게, 트럼프 선거 슬로건) 같은 느낌이었을 수도 있지만 양상이 다르다. 오늘 슬로우데이터에서는 비상계엄 이후 한국의 보수 유튜브 채널의 동향을 살펴본다. 이봉규TV, 윤석열이 자면서도 본다는 채널. 이봉규(이봉규TV 운영자)의 주장이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가 자면서도 내 방송을 본다”고 주장했다. 김진표(당시 국회의장)가 이태원 참사 직후 윤석열을 만났는데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면서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석열이 극우 유튜브 채널에 빠져 있다는 말이 계속 돌았는데 그 채널 가운데 하나가 이봉규TV일 가능성이 크다. 이봉규TV는 구독자가 95만 명이다. 동영상을 1만2000개 올렸고 누적 조회수는 7억6000만 뷰다. (이하 유튜브 데이터는 1월7일 기준) 한 달 추정 수익은 1억5000만 원이다. 최근에는 제주항공 사고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내보내기도 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이 개입했고 이재명(민주당 대표) 피습은 조작됐고 등등 온갖 지저분한 음모론의 온상이 바로 여기다. 윤석열 취임식에 초청받은 유튜버들. 이봉규TV, 시사창고, 시사파이터, 너알아TV, 짝찌TV, 애국순찰팀, 가로세로연구소, 안정권, 박완석 등이다. 자유청년연합과 자유통일당 관계자들도 초청을 받았다. 대부분 김건희 초청이었다. 보수 유튜브 전성 시대. 2018년부터 50대 이상 유튜브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보수 유튜브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1세대 보수 유튜버가 문재인 정부 시절 정규재(당시 펜앤마이크 대표)와 조갑제(조갑제닷컴 대표), 신의한수, 황장수, 가로세로연구소, 뉴스타운TV 등이었다면 윤석열 정부 들어 성창경(전 KBS보도제작국장)과 이봉규(데일리안 TV본부장) 등이 치고 나왔다. 탄핵 국면에서는 홍철기TV와 김상진TV 등이 트래픽을 끌어모으고 있다. 정규재는 지난해 4월 총선 직후 “보수는 죽었다”고 선언하고 “틀튜브를 끊고 부정선거 음모론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극우 유튜브와 선을 그었다. 조갑제와 정규재 등이 그나마 전통 언론의 DNA가 남아있었다면 2세대 보수 유튜버들은 작정하고 음모론과 혐오, 분열의 메시지로 트래픽 장사에 나섰다. 1월7일 기준으로 주요 보수 유튜브 채널 가운데 진성호방송이 구독자가 185만 명으로 1위다. 신의한수가 159만 명, 배승희 변호사가 137만 명, 고성국TV가 117만 명 순이다. 배승희는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계엄”이라는 등의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성창경TV과 이봉규TV 구독자는 각각 102만 명과 85만 명이다. 유튜브 분석 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신의한수는 지난 한달 동안 슈퍼챗 수입으로만 1억5070만 원을 벌어들였다. 비교를 위해 살펴보면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같은 기간 동안 7816만 원이다. 조회수는 성창경TV가 압도적으로 높다. 한 달 동안 1억1791만 뷰를 기록했고 4억1812억 원의 광고 매출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창경TV는 10분 남짓한 영상을 하루 10~20개씩 올리는데 최근 한 달 동안은 대부분 10만 뷰를 넘겼다. 슈퍼챗 수익은 신의한수에 이어 홍철기TV와 김상진TV 순이다. 진성호방송과 성창경TV는 라이브를 하지 않기 때문에 슈퍼챗 수입이 없다. 트럼프와 윤석열의 차이. 트럼프는 미디어를 잘 이용했다. 극우 포퓰리즘을 주류 담론의 영역으로 끌어와 중도를 공략했다. 노혜령(프레스온 대표)이 이렇게 분석했다. “다양한 관점을 가진 언론들이 백가쟁명 하면서 전체적 균형을 달성하는 새로운 언론 지형이 뉴노멀이 됐다. 여러 보도 양식이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 윤석열은? 극우 유튜브 채널의 세계관에 빠져들어 보수 진영 전체를 볼모로 잡았다. 미디어를 활용하기는커녕 잡아 먹힌 상황이다. 조중동 가운데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일찌감치 윤석열을 손절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해 지금 윤석열을 싸고 도는 사람들은 윤석열을 지키려는 게 아니다. 윤석열이 무너지면 잃을 게 많다고 보는 사람들이 시간을 끌고 있을 뿐이다. 극우 유튜버들이 “곧 뒤집어진다”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건 그게 돈이 되기 때문이다. 김정하(중앙일보 논설위원)는 윤석열은 권력 중독과 유튜브 중독, 알코올 중독의 3중 중독에 빠져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신문‧방송은 국정 운영의 문제점을 꼬치꼬치 따지지만, 유튜브에선 이 모든 게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하는 종북 반국가 세력의 음모 때문이라고 시원하게 정리해 주니 얼마나 듣기가 편한가.” 한국의 특수성. 언론사 직접 방문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다. 언론사 웹사이트를 직접 방문해서 읽는다는 비율이 6%에 그쳤다. 한국은 유튜브에서 뉴스를 본다고 답변한 비율이 53%다. 43개국 평균은 30%였다. 한국은 어그리게이터(포털) 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다. 67%나 된다. 스스로를 진보나 보수라고 믿는 사람들일수록 뉴스에 대한 불신이 큰 것도 한국적 특성이다. 유튜브 보는 시간이 하루 평균 67분으로 TV(22분)나 TV 뉴스(6분)보다 압도적으로 길었다. 이게 의미하는 것은, 첫째, 뉴스와 뉴스가 아닌 것의 경계가 사라졌고, 둘째, 뉴스의 맥락적 소비가 잘 안 되는 환경이다. 셋째, 뉴스의 해석과 평가를 강력한 주장성 콘텐츠에 의존하는 시대, 무엇을 볼 것인가를 결국 알고리즘이 결정하게 된다. 주류 언론은 여전히 문제가 많지만 언론 전반의 신뢰가 무너질 때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훨씬 더 질 낮은 주장과 선동, 그리고 음모론이다. 보고 싶은 것만 골라본다. 위의 그림은 권오성(기후솔루션 팀장) 등의 연구에서 주요 채널 이용자의 정치적 성향을 분석한 것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민주당 지지자가 97%인데 배승희 변호사 채널은 96%가 국민의힘 지지자다. 이보다 더 극단적인 유튜브 채널들이 이번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부상한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유튜브 알고리즘은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이 광고를 보게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 자극적이고 더 선정적인 콘텐츠를 더 많이 노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뇌썩음 현상. ‘뇌썩음(brain rot)’. 지난해 옥스퍼드 랭귀지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다. 숏폼 동영상을 과도하게 소비하면서 지적 능력이 퇴보하는 현상을 말한다. 원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 나오는 말이다. “영국은 썩은 감자(potato rot)를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훨씬 더 광범위하고 치명적인 ‘뇌 썩음(brain rot)’을 치료하려는 시도는 왜 없는가.” ‘뇌썩음’은 단순히 숏폼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 알고리즘 전반에 해당한다. 남 이야기가 아니다. ‘뇌썩음’에 빠지지 않기 위해 다음 몇 가지를 점검해 볼 것을 추천한다. 유튜브 자동 추천 옵션을 반드시 해지할 것. 주기적으로 스마트폰의 캐시를 초기화할 것. 토끼 굴에 갇혀 있지 않은지 돌아보고 스스로를 객관화할 것. 다른 생각과 의견을 차단하지 말 것. 알고리즘의 편향을 극복하려면 대화가 필요하다. 뉴스를 꾸준히 읽고, 밥 먹고 차 마시면서 가족이나 동료, 친구들과 폭넓게 의견을 듣고 교류할 필요가 있다. 이 기사 봤어? 하고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커뮤니티가 해법이다. 함께 있는 사람들과 대화가 단절되면 토끼굴에 빠져들게 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윤석열이다.
윤석열 지키기 ‘허위성명’ 밝혀져도… 기사는 그대로[윤석열을 감옥으로]
이화여자대학교 5개 중앙동아리 연합 명의로 조작된 ‘윤석열 지키기’ 허위 성명서가 SNS상에서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허위 성명서에 이름이 올라간 동아리 5곳 중 4곳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단체였고, 나머지 1곳도 명의를 도용당한 걸로 확인됐다. 하지만 허위 성명서가 현재도 SNS상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일부 온라인 매체 중심으로 이를 인용한 기사도 나왔다. 뒤늦게 허위사실임을 확인하고 기사를 비공개 처리한 매체도 있다. 국민의힘 지역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도 ‘윤석열 지키기’ 허위 성명서에 속아 넘어갔다. 김기남 국민의힘 광명갑 당협위원장은 지역 당원협의회 온라인 카페에 허위 성명서를 그대로 게시하며, “젊은이들이여 깨어나라!”를 외치기도 했다. 지난 3일 <국민을 지킨 대통령, 이젠 우리가 지키겠습니다>란 제목으로 ‘이화여자대학교 5개 동아리 연합 성명’이 SNS상에 퍼졌다. 당일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처장 오동운)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인근 대통령 관저로 찾아가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날이었다. 주로 X(구 트위터)에서 ‘이화여대 5개 동아리 연합 성명’이 무분별하게 퍼져나갔는데, 7일 기준 조회수가 27만 회에 달한 게시물도 있다. 해당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이화여대 중앙동아리는 총 5곳. ‘한국경제연구회’,’ E.H.C.’, ‘참 신앙인’, ‘CCC’, ‘분덕스’. 하지만 이중 중앙동아리 4곳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단체로 확인됐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이화여대 홈페이지 내에 공개된 ‘중앙동아리’ 86곳(공연 16개, 문화 12개, 사회 14개, 종교 11개, 체육 18개, 학술 15개)와 이름을 일일이 대조해보았다. 확인 결과, ‘한국경제연구회’,’ E.H.C.’, ‘참 신앙인’, ‘분덕스’란 이름의 중앙동아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화여대 CCC는 명의가 도용된 걸로 확인됐다. 이화여대 CCC는 지난 3일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을 통해 “‘이화여대 중앙동아리 CCC 성명’으로 유포되고 있는 성명 글은 사칭 글“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화여대 CCC는 “CCC 간사, 임원진 포함 구성원은 해당 성명서 포함 어떠한 곳에도 일체의 동의나 서명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국민을 지킨 대통령, 이젠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제목의 ‘이화여대 5개 동아리 연합 성명’은 허위로 조작된 가짜 성명서인 셈이다. 셜록은 A4용지 약 2장 분량의 허위 성명서 내용도 검증해봤다. 허위 성명은 고려대학교 재학생들이 지난해 12월 10일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윤석열 탄핵을 반대한 내용의 실명 대자보 <계엄, 나였어도>와 내용이 거의 똑같았다. 고려대 학생들이 쓴 대자보를 바탕으로, 시의성에 맞게 후반부에만 새로운 내용이 덧붙여 작성한 걸로 보인다. 아래에 고려대 대자보와 이화여대 허위 성명서의 마지막 대목을 인용한다. ‘기울임’ 글꼴로 표현한 문장 위로는 모두 똑같고, 마지막 세 문장만 달랐다.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당장의 여론과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려 노력해야 한다. 학생들은 대통령과 여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내걸고 단체 시위를 하는 데 열중하고, 총학은 이와 다를 바 없는 선언문으로 화답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우리에게 주어진 지성인으로서의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 아닐까? 가슴은 뜨겁되 머리는 차가워야 하는 법이다. 취임 이후 118차에 이른 촛불집회의 의미를 깊이 있게 성찰하고, 그 이면의 진실을 꿰뚫어 보려는 노력이 우리 지식인들에게 먼저 요구되는 것이다.”(고려대 대자보 2024. 12. 10. <계엄, 나였어도> )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당장의 여론과 감정에 횝쓸리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려 노력해야 한다. 현재의 체포는 국민감정에 휩쓸려 저질러버린 사실상의 내란이자 폭동에 불과하다. 이러한 내란을 국민들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벌써 관저에 모인 애국시민들을 봐라! 공수처의 내란 행각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허위 ‘이화여대 5개 동아리 연합 성명’ 2025. 1. 3. <국민을 지킨 대통령, 이젠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일부 온라인 매체를 중심으로 허위 성명을 팩트체크 없이 그대로 보도하기도 했다. ○○○경제는 지난 6일 기사 <이대 동아리연합, 국회·공수처 비판…”체포는 사실상 내란·폭동”>을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허위 성명의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기사 하단에는 허위 성명서 전문을 싣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코리아’도 <[이대] 이화여대 5개 동아리 연합 성명 “국민을 지킨 대통령, 이젠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한국경제연구회, Е.Н.С., 참 신앙인, CCC, 분덕스.> 제목으로 허위 성명 내용을 그대로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문제는 두 곳 모두 기사 및 영상에 대해 삭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누리꾼들이 ‘이화여대 5개 동아리 연합 성명’이 허위 성명이란 사실을 댓글로 알려줬음에도 말이다. 언론사 ○○○PRESS의 경우 뒤늦게 허위사실임을 확인하고 기사를 비공개 처리한 걸로 보인다. 7일 현재 기사 링크를 누르면 “관리자가 검토 중인 기사입니다. 잠시 후 이용해주세요.”란 안내문이 뜬다. ○○○○코리아가 올린 영상에는 현재 이런 댓글들이 달려 있다. “이화여대 CCC는 위와 같은 서명을 한 적 없습니다. 대자보 내용도 타 대학에서 나온 것을 그대로 옮겨서 서명만 거짓으로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확인하시고 영상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해당 대자보는 타 대학 학생이 작성한 내용을 누군가 조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화여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동아리 이름과 특정 동아리를 사칭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됩니다. 현재 관련 기관에 신고가 진행 중이며, 혹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글이나 영상을 내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경제 기사에는 스스로 허위 성명 작성자라고 소개한 사람이 지난 6일 직접 댓글을 달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허위 성명문 작성자입니다. 귀하께서 기사에 소개하신 성명문은 제가 국민의힘 갤러리에서 속이는 것을 목적으로 작성한 글로, 과거 작성된 “계엄 나였어도”를 그대로 복사한 것에 불과한 성명문입니다. 동아리 이름 모두 거짓으로 지었으나, 우연으로 실제 CCC 동아리가 이화여대에 실존하여 CCC 동아리가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국민의힘 갤러리에 올라간 글 역시 삭제되었으며, CCC 역시 피해를 호소하고 있사오니, 글을 내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관련 기사 첨부합니다.” 국민의힘 지역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도 허위 성명서에 속아 넘어갔다. 김기남 국민의힘 광명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5일 지역 당원협의회 온라인 네이버 카페에 허위 성명서를 그대로 게시했다. 그러면서, 김 당협위원장은 게시글 맨 마지막에 이런 코멘트를 붙였다. “젊은이들이여 깨어나라! 일어나라!” 김 당협위원장은 지난해 이뤄진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광명갑 후보로 출마한 인물이다. 그렇다면, 허위 성명 작성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 받을 수는 있습니다. 헌정문란 행위를 하고 내란 행위를 한 대통령을 비호하는 허위 성명을 쓴 것 자체가 사회적 평가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 같아요. 이화여대 CCC는 존재하는 동아리니까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로 형사처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그런데 동아리 4곳이 실존하지 않아 이 부분이 애매한데요. 명예훼손 구성 요건상 (피해) 특정성의 요건이 없어져서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인격권을 침해당했다고 볼 수 없게 됩니다. (허위로 단체명을 만들었는데도) 오히려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들이 SNS상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 자체도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될까? “그건 어렵습니다. 명예훼손은 과실범이 아니라 고의범이기 때문인데요. 허위사실을 진짜로 믿어서 유포한 거라면, (단순 유포만으로) 개인들을 처벌할 수 없습니다. 개인들한테까지 팩트체크를 요구할 의무는 없으니까요. (‘가짜뉴스’ 규제가) 자유로운 소통을 옥죌 수 있는 도구로 남용될 수도 있어서요.” 셜록은 지난 6일 허위 성명 피해자인 이화여대 CCC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화여대 CCC 담당자는 “현재 상황이 해결되지 않아 인터뷰에 응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형사고소 등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 중인 상황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김기남 국민의힘 광명갑 당협위원장에게도 7일 연락을 시도했다. 3차례 이상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기자는 문자메시지로 허위 성명을 네이버 카페에 공유한 경위 및 허위 성명 인지 여부 등에 대해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기자가 반론을 요구한 직후인 당일 오후 4시경, 돌연 네이버 카페에 있던 허위 성명 게시물이 삭제됐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