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음'이란 무엇일까?
여의도에 다녀왔다. 오늘은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기존 일정을 취소하고 여의도로 출발했다. 여의도의 풍경은 광화문과 비슷했다. 한 쪽에서는 탄핵을 이야기하고, 한 쪽에서는 지지를 선언한다. 탄핵을 말하는 사람만큼 지지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 대부분은 50~60대였고, 저녁 늦지 않게 해산했지만 매번 상반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고민이 찾아온다.
'옳음'이란 무엇일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기보다는 기존 생각이 강화되는 오늘, 옳음이란 무엇일까. 몇 년마다 반복되는 질문이다. '더 나은 사회가 가능할까?'에 대한 물음은 여전히 그렇다 와 그럴까 사이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진리'란 우리가 알 수 없다.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이를 진리라 부른다. 알 수 없지만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각자의 진리를 찾는다. 개인의 생각이 모여 사회의 방향을 정하고, 사회의 방향은 사람들이 원하는 세상의 모습과 가까워진다. 때로는 오히려 멀어질 때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뒤로, 위로 아래로 반복하며 조금씩 나아간다. 우리는 영원히 진리에 다다를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진리를 향해 나아간다.
개인의 상황과 기존의 경험과 현재의 마주함 속에서 절대적 옳음을 고민한다. 우리가 영원히 다다를 수 없겠지만, 그렇기에 옳음을 고민하고, 이상향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이번에도 그렇게 우리는 나아간다.
각자의 상황과 책임
동일한 상황이지만, 모두 다른 생각을 한다. 혼자 살아가는 사회가 아니기에, 나의 위치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이 생겨난다. 회사에서 사원/대리/과장/임원/대표의 입장이 다른 것처럼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은 있다. 회사로 치면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범죄를 저질러서는 안 되고, 범죄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는 선이 있다.
정치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다.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는 행동이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옳음'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고민한다.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과 전략은 다를 수 있다. 정치인이 속한 당의 전략에 따라 방법이 달라질 수 있지만 바뀌지 않는 단 한 가지는 '국민을 위한다는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듣고, 고민해야 한다.
"주변 시민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그냥 간과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투표에 참여하고 찬성 표를 던진 국민의 힘 김예지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먼저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속한 당의 당론과 관계없이 지금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말하는지를 듣고 반영하고자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내가 가진 지지층만을 바라보며 그 외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는다. 탄핵이 가결되면 정권이 바뀌고, 바뀐 정권이 자연스럽게 다음 선거의 흐름에 영향을 주고, 지금 내가 있는 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기에 탄핵에 반대한다. 철저한 개인의 욕심이다.
개인의 욕심을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정치인이라면 그렇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당론에 반대되는 의견이라도 오히려 과감하게 앞으로 나가 찬성을 이야기하면 시민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을 텐데, 당에서 미움을 받더라도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다면 자리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김예지 의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고, 이 기세를 몰아 다음 의원직도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의 경험과 사례가 있기에 앞으로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전 박근혜 탄핵 때도 먼저 탄핵에 찬성하고 앞장섰던 의원들 중 현재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탄핵에 반대해도 기억하지 못하고, 여전히 동일한 사람을 찍어주는 경우도 빈번하다. 변화를 만들기 위해 일어났지만 생각보다 변화는 빠르지 않다.
I 변화의 시작 - 3.5%의 시작
하지만 때로 변화는 굉장히 빠르게 찾아온다. 뉴스가 계속 나오고, 시민들이 여의도에 모였지만 가결까지는 시간이 꽤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박근혜 탄핵 때도 가결되기까지는 거의 두 달의 시간이 걸렸다. 이번에는 경험이 있고, 사건의 심각성이 다르기에 더 시간은 단축되겠지만 한 달 정도는 걸리겠다는 말을 속으로 삼켰다.
3.5% 법칙: 소수는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 BBC News 코리아
3.5% 법칙이 있다. 사회 변화의 원동력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인구의 3.5%가 저항 운동에 참여하면 정치적 변화가 보장된다는 의미다. 시민들의 운동으로 인해 정권이 바뀌거나, 1년 이내에 목적이 달성되었을 때를 조사했을 때, 인구의 3.5%가 참여할 경우 실패한 사회 운동이 없다는 결과가 있다. 또한, 비폭력 사회 운동이 폭력적 사회 운동에 비해 4배 많은 참여 수를 보인다는 연구도 함께 나타난다. 3.5%는 사회 전체에서 보면 굉장히 소수다. 하지만 3.5%의 적극적인 참여자들이 있다는 의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운동에 동의하고, 지지한다는 의미다.
3이라는 숫자가 자주 보인다. 세 사람이 모이면 그때부터 집단이 형성되고, 주장에 힘이 실린다는 심리학적인 현상부터, 삼인성호라는 과거 고사성어, 삼세판이라는 우리 사회의 통념 등 삶 속에 3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일 때, 우리는 힘이 생기고 변화를 만들 수 있다.
I 뻔하지만 기본으로 - 시민의 힘
정말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다. 다양한 연령, 성별이 각자의 응원봉을 들고 소녀시대의 노래를 불렀다. 남녀노소가 아니라 젠더노소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늘어날 만큼 각자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공통의 목소리를 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지도 중요하겠지만 그만큼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는지도 중요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내는 한 목소리. 광장의 역할은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 속내는 조금씩 다르다. 탄핵이 되어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고, 어떻게 해야 좋은 방향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은 하지만 딱히 뚜렷한 대안이 생각나지 않았다.
'탄핵되면 당연히 이재명이 대통령 되고 정부도 문재인 정부 때나 비슷하겠지' 이런 식으로 우리 스스로가 상상을 제한해 버리는 순간, 실제로 다른 가능성들이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기대는 자기 실현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완전히 새롭게 열려 있는 광장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서 진짜로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는 어떤 나라이고 대통령제가 문제라면 어떤 방식으로 보완해야 되는지 이런 얘기들을 차분하고 끈질기게 해나가야 된다.
[인터뷰]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 - 프레시안
어느 순간 내일을 향한 기대감이 줄어들었을까? 반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소통하고 함께 하자고 말했던 나와 지금의 나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생각도 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기 위해 우리는 광장에 모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뉴스를 보며 분노하고, 울고, 웃는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나아간다. 더 나은 내일이 있다고 분명히 믿으며.
코멘트
2비폭력에 기반한 3.5%가 참여하는 사회운동이라는 시민의 힘에 대한 믿음. 동의합니다. 탄핵 이후가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를 마지막에 소개해 주셨는데, 이 부분까지 고민이 다들 치열하게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2016년 촛불이 대표적이지만 그 외에도 항상 같은 일의 반복이었기 때문입니다.
깊이 있는 통찰이 돋보이는 글이네요. 특히 '옳음'에 대한 고민과 3.5%의 힘을 이야기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더 나은 내일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는 마지막 메시지에 깊이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