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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은 청년 정치, 어떻게 볼 것인가?
 이 글은 대화 참여자들의 주장을 압축하여 재구성한 것으로 오마이뉴스에 2023년 12월 13일에 발행된 글입니다. '이준석 정치', 청년들은 어떻게 보고 있나? [오마이뉴스 23.12.13] ▲ 청년 정치 10년 평가 정당에서 청년 몫 비례의원을 할당한 것은 2012년 19대 총선을 시초로 한다. 이후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청년 정치는 어떤 모습일까? ⓒ 정보영  한국에서 청년 문제가 본격 등장한 것은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한다. 경쟁과 수익자 부담 원칙을 동력으로 한 발전 전략이 본격화하면서 과도한 등록금 인상 문제가 떠올랐고, 이전에는 쉽게 들어볼 수 없었던 '청년 실업'이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대학 진학률이 70~80%를 상회하는 나라에서 청년 시기를 보내는 비용은 계속 늘어났지만, 삶의 질은 점차 후퇴했다.정치권도 청년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해결책으로 찾은 것은 '당사자성'이다. 청년 문제를 청년 스스로 해결하도록 2012년 총선부터 '청년 후보'를 선출하고 몇 명은 '청년 의원' 배지를 달았다. 그리고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청년 정치는 어떤 모습일까?청년 정치 10년을 주목하는 시선이 없지는 않지만, 아직 체계적인 논의가 진행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만큼 청년 정치를 둘러싼 여러 쟁점과 이슈는 복잡하고, 방향성은 모호하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논쟁과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는 '대담한 대화'에서는 비록 난상토론이 되더라도 청년 정치 10년 평가를 진행해 보기로 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청년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장하나 전 의원, 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이주형 대표, 39세 미만의 젊은 정치인을 지원하는 정치스타트업 뉴웨이즈 박혜민 대표가 쉽지 않은 자리에 참여했다. 이들의 대화를 축약하고 재구성해 싣는다.청년 정치, 청년 의원 개인과 동일시 할 수 없어청년 정치 평가가 까다로운 점은 세대론과 유사하게 집단으로서의 청년과 젊은 의원 개인을 동일시할 때 나타나는 여러 모순과 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대론은 특정 세대의 지배적 특성을 요약하거나 다른 세대 집단과의 상대적 차이를 비교할 수는 있지만, 그 집단 내에는 매우 다양한 편차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세간의 청년 정치 평가들은 세대와 개인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쉽게 범한다. 청년 정치를 평가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이주형(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청년 정치는 3개의 층이 있는 것 같아요. 첫째는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려는 게 청년 정치죠. 이건 생물학적 나이가 청년일 필요는 없어요. 둘째는 생물학적 청년 당사자가 정치를 하는 것을 청년 정치라고 해요. 마지막으로는 민주화 이후에 새로운 세계관을 교체하려는 정치를 청년 정치로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복잡성을 봐야 하는데, 지금은 청년 한 명이 국회에 들어가면 (청년과 관련된 일을) 옴팡 뒤집어써요. 그래서 청년 의원이 되면 청년 정치에만 집중하거나 청년 정치를 버리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죠."  ▲ 이주형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이하 ‘전청넷’) 대표를 맡고 있다. 전청넷은 지역 청년의 협력과 제도 개선으로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는 단체다. 최근에는 청년 정치 제도를 고민하고 있다. ⓒ 정보영    김설(청년유니온 위원장): "사실 청년 정치는 청년들이 권력을 획득한 것이 아니라 기성정당들로부터 '주어졌다', '배려되었다'고 평가되는 것 같아요. 청년 정치세력화가 이뤄지지 못한 조건에서 능력 있는 개인이 국회에 진출한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던 것이 한계죠. 청년 정치인이 정당 안에서 훈련되고 숙련되지 못하니까, 외부에서 수혈해서 전시하는 것처럼 청년 정치가 활용되고 있어요."   박혜민(뉴웨이즈 대표): "청년 정치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밖에 없고 복잡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데 보통 단순한 답을 원하니까 설명할 기회가 별로 없어요. 어떤 의사를 결정할 때 사회적 다양성을 위해서는 사회적 보정이 필요한데, 우리는 청년 정치인을 그냥 '청년'의 범주에 묶어 놔요. 정당 내에 새로운 정치인을 육성하기 위한 시스템이 없다는 사실은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그냥 개인이나 집단이 제대로 못 했다는 식으로 평가하고 끝내죠."장하나(19대 국회의원): "국회의원 300명 중에 청년 의원이라고는 두어 명밖에 안 되는데 뭘 어떻게 해요? 당 전체가 움직이면 모를까. '청년 의원이 청년을 대변했느냐'는 질문을 하려면 '중년 의원은 평균 중년을 대변했느냐'는 질문도 같이해야 해요. 청년 문제를 잘 살펴보면 사실 계급 문제예요. 2020년 21대 국회의원 평균 재산이 27억 5천만 원이었어요. 평균적인 사람들이 아니에요. 중년 정치인도 평균 중년을 대변하지 못했던 거죠."386의 끼리끼리 정치, 하나회의 보상시스템과 닮았다?청년 국회의원이 존재한다고 해서 이들이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거나 청년 정치세력화가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 국회 청년 의원의 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헌의회 의원의 평균 나이는 47.1세였지만, 21대 국회의원의 평균나이는 54.9세로 7.8세가 늘었다. 그나마 20대의 55.7세보다 0.8세가 줄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까?21대 총선 당시 39세 이하 유권자는 전체의 32.6%를 차지했지만, 당선된 39세 이하 의원은 단 13명으로 전체의 4.3%에 불과하다. 우리 국회의 청년 정치인 비율은 유럽은 물론 통상 청년 정치인 비율이 낮은 미국, 일본, 중국보다도 더 낮다.장하나: "사실 청년 정치인은 아주 예전부터 있었죠. 그런데 이른바 86세대(80년대 대학에 다닌 60년대생) 이후로 청년 정치인이 사라져 버린 게 문제예요. 386이 486, 586이 되면서 다음 세대 정치인을 키우지 않았어요. 정치적 주도권을 계속 잡고 있으니까 이후 세대를 등장시켜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한 것 같아요. 선거가 다가오면 자기들끼리 '누구 (의원) 못하고 있지?', '이번에는 (의원에 당선될 수 있도록) 누구에게 힘 몰아 주자'는 식으로 예전 동지들 밀어줬던 것 아닌가요?"  ▲ 장하나 19대 국회의원 19대 총선에서 청년 몫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지금은 ‘정치하는 엄마들’이라는 단체에서 사무국장을 하고 있고 제주도에서 9살 딸을 키우는 엄마로 살고 있다. ⓒ 정보영    김설: "영화 <서울의 봄>에 군부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보상시스템으로 하나회가 나오잖아요? 여기에 저항한 반독재 민주화 운동 세대의 의제나 윤리적 정당성은 인정해요. 그런데 민주화 이후에는 라인 정치, 하마평 같은 이름으로 하나회와 유사한 보상시스템이 작동한 것 아닌가요? 이게 86세대 정치의 가장 큰 한계 같아요. 2012년에 등장한 청년 정치도 이런 풍토를 극복하거나 깨지는 못한 것 같고."   이주형: "그래서 청년 정치를 좀 나눠볼 필요가 있어요. 첫째로는 2012년 총선에서 청년 국회의원 만들었던 흐름이 있고, 둘째로는 청년유니온이나 민달팽이 유니온같이 청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운동과 단체가 등장한 흐름이 있어요. 사실 청년 정치는 청년들이 청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실천할 것이냐를 두고 갈증이 있었기 때문에 나온 것이거든요. 이걸 제대로 보지 않으면 청년 정치를 마치 기성정당이 만든 것으로 평가되어 버려요."박혜민: "청년 정치를 어떻게 정의하더라도 의원 두 명, 세 명으로 청년세대를 대변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해요. 사실 지방의회에는 국회보다 청년 정치인이 많은데, 왜 청년이 결혼을 안 하려고 하는 지 중·장년 의원들에게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다 간다고 해요. 제가 만나본 청년 의원들은 '당이 달라도 상관없으니까 청년 3명만 (의회에) 있으면 훨씬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해요."  ▲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젊치인(젊은 정치인)의 도전과 성장을 돕는 에이전시인 뉴웨이즈라는 단체에서 대표를 맡고 있다. 젊은 정치인 성장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 정보영      이준석 정치, 청년 정치의 새로운 비전인가?청년 정치가 청년 운동과 연계되지 못했거나, 주류 세력이 다음 세대 고민을 하지 않은 것 모두 청년 정치의 현실을 평가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향과 가치의 차이를 접어 두면, 비슷한 조건에서도 현재 청년 정치, 젊은 정치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청년 정치 담론을 주도했던 야권이 아니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들은 이준석 전 대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여기에는 세대별 시각 차이도 보인다.장하나: "청년 정치인의 파이를 늘리는 건 맞지만, 어떤 청년이어야 하는지도 논의해야 해요. 1997년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택시 운전하는 아버지가 4인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노동의 가치가 개똥보다 못한 시대예요.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한 무한 경쟁 시대가 펼쳐졌는데, 다른 선택지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정치가 필요해요. 이준석 같은 정치인은 그런 선택지를 보여줄 수 없어요. 경쟁이 공정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말도 안 되는 경쟁 자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잖아요?"김설: "글쎄요.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에 내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어떤 종류의 안전망도 누릴 수 없다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학습된 세대예요. 그런 점에서 보면, 이준석 전 대표는 지금의 정서를 잘 포착해서 대변하고 있어요. 내가 매력을 느끼는 건, 세계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혐오를 양산하는 팬덤 정치, 극성 지지자로부터 국민의힘을 떼어내기 위한 노력에서 큰 역할을 한 건 사실 아닌가요? 이준석 전 대표의 세계관에 동의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시도가 우리에게 일종의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청년세대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 위원장이다. 청년세대의 노동권을 비롯한 삶의 권리를 높여내기 위한 다양한 고민과 활동을 한다. ⓒ 정보영    박혜민: "저도 그가 당내 기득권을 상대로 싸웠다는 점이 눈에 들어와요. 기성정치와 계속 대립각을 만들고 있잖아요? 또 이준석 대표는 진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혐오를 하고 있다고 단정하지 말고 공론장에서 이야기해 보자'라고 말하고 있어요. 이 말이 진심이라면 당대표를 할 때와 태도가 달라진 거라고 봐요. 다원화되고 있는 사회의 민감성을 포착하고 있는 거죠."이주형: "개인적으로 이준석 전 대표의 세계관에 하나도 동의하지 않지만, 그가 세계관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는 건 인정해요. 그런데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논의가 과잉된 측면도 있어요. 지금 청년은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고 여러 의제를 두고 입장이 갈리고 대립해요. 그런데 우리 사회가 청년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니까 이준석 전 대표를 청년 정치의 상징처럼 말하고 있어요."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려면?기성세대는 이준석에 대해 비교적 입장이 분명하지만, 청년들은 복잡한 심경이다. 이 반응에는 청년 정치를 주도했던 이들이 이준석 전 대표처럼 새로운 정치운동의 기치를 들거나 확장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읽힌다. 그래도 청년 정치의 화두는 쉽게 놓을 수 없다. 재생산과 전환이라는, 어쩌면 모순적인 과제의 돌파구는 어떤 층위의 의미로나 청년 정치에서 찾아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왜 청년 정치는 매번 풀기 어려운 숙제처럼 남아 있을까? 어디에서 열쇠를 찾아야 할까?김설: "건강한 정당 문화와 정치질서는 (정당 외부가 아니라) 정당 내에서 만들어지는 게 맞아요. 정당 안에서 교육받고 성장하면서 직업 정치인으로서의 자기 소명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정치나 정당을 때 묻은 적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정당정치가 발전하지 못하고 자꾸 정당 밖에서 정치엘리트를 찾아요."박혜민: "저도 청년 정치인보다 정당에 책임을 묻고 싶어요. 사실 청년 정치가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당내 시스템이 없잖아요? 내년 총선도 청년들이 움직이는 건 제한적이에요. 거대 양당 공천 시스템이 체계적이지도, 투명하지도, 개방적이지도 않아요. (이런 조건에서는) 정치 신인이 (출마를) 결심하기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정치의 가능성을 믿고 도전하는 청년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믿고 주목한다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어요."장하나: "정당 내 청년 정치인 육성시스템을 이야기하시는데, 솔직히 지금 민주당이 새로운 정치인을 육성할 만한 곳인가요? 지금 민주당 수준이나 능력, 실력을 보면, 누굴 키워서는 안 되는 상황이에요. 사실 지금까지도 민주당 내에서 성장한 사람은 별로 없어요. 다 외부에서 활동하다가 들어왔지. 오히려 정당 밖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청년이 비례대표로 현실정치에 많이 참여하는 게 현실적인 답이에요. 다만 계파 간섭을 안 받는 외부 인사들이 공천 심사를 해야죠."이주형: "밖에서 들어오건, 내부에서 육성하건 여전히 청년 정치인이 많이 당선되는 건 중요해요. (19대부터 21대까지) 900명의 국회의원 중에 청년이라고는 25명 만들어 놓고, 그동안 청년 정치인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했던 것 아닌가요? 한편으로는 요즘은 자기 생각을 제시하기보다 모두가 플랫폼만 자임해요. 청년 정치도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자기 생각을 명확히 밝혀야 해요."친·반윤석열, 친명·반명이 정국을 휩쓰는 지금의 구도에서 청년 정치는 주요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아마도 곧 예고되어 있으나 여전히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정계 개편이나 총선 룰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청년세대가 하나일 수 없듯, 청년 정치의 방향도 하나일 수 없다는 사실만은 자명하다. 다만 그 다양한 이야기들도 골방이 아니라 공론장에서 꺼내 들어야 새로운 방향성도 조금씩 구체적 모습을 갖춰갈 수 있을 것이다. 청년은 늘 새롭게 태어나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대들이니까. * 이 글은 청년 정치 10년의 평가 대화를 축약하고 재구성한 것입니다. 대화 전문은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대담한 대화 전문 보기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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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궁금해?_등대 편
등대(Lighthouse) 팀은 ‘그럼에도 우리는’ 2기 프로젝트에서 성평등 문화에 대해서 관련된 보드게임 만들고 있는 팀이다. 보드게임을 통해 단어 블록을 쌓으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성평등 및 성소수자 단어나 이슈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는 등대팀을 만나보았다.    *‘그럼에도 우리는'은 성평등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활동으로 2022년 1기 13팀에 이어 올해는 9팀이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을 꾸려가는 빠띠의 활동가 포터가 그럼에도 우리는 참여팀 ‘등대’의 팀원 일리(왼쪽부터), 화영, 혜연, 한결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Parti   서로의 가치가 뭉쳐 ‘등대’가 되기까지   한국에서 무섭게 다뤄지는 성평등,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먼저, 화영의 경우 프랑스에 살면서 소수자 친구들을 많이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성평등 이슈에도 관심과 경험이 많아졌다. 그런데 화영이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성평등 이슈에 있어서 한국에서는 이미 관심있거나 아는 사람들끼리만 모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성평등 관련 활동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고 이런 맥락에서 등대팀의 활동 방향과 개인적인 니즈가 잘 맞았다.  일리 또한 성소수자 주제에 관심이 있었는데 게임을 통해 주변 친구들에게도 성소수자에 대해 소개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아 합류하기로 했다. 특히, 기능적으로나 가치적으로 다양한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포괄적 디자인(inclusive design)에 관한 관심도 있었는데, 이를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았다. 혜연은 대학원 친구들을 만나면서 성평등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는데, 성소수자 이슈와 성평등에 대한 가치관을 더 잘 알고 싶은 마음이 들어 프로젝트에 함께하고 있다. 또 시각디자인과를 전공하면서 항상 컴퓨터로만 작업을 했기에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적인 활동 중심으로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한결은 이전에 교육이나 환경에 관련된 사회 문제에 대해 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성소수자 문제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그 활동 방식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그러던 중 대학원에서 디지털과 융합하여 어려운 문제들을 재밌게 풀어내는 작업을 보게 되었다. 특히, 대학원에서 혜연이 만든 VR로 혐오표현을 지우는 게임*을 보면서 사회적인 이슈를 흥미로운 경험을 통해 풀어낼 수 있구나 알게 되면서 성소수자 이슈를 다루는 게임도 만들어보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어두운 바다의 길을 밝혀준 등대를 좋아한 한결은 어느 날 학과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교수님이 꺼지지 않는 대학원 연구실의 불빛이 등대 같다고 말한 게 기억에 남았다. 이후 다양한 팀프로젝트의 활동명을 ‘등대’로 하기 시작했다. 물론 대학원생은 고단하고 치열하게 지내니까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실을 등대로 표현하는 건 자조적인 면이 있지만, 연구자이자 예술가인 우리가 등대처럼 다양한 이야기들의 가치를 밝히고 그 외연을 확장해나가겠다는 의미로써 등대라고 팀 이름을 정했다.   VR로 혐오표현을 지우는 게임 : 오늘의 행동 사회적협동조합이 만든  '혐오에 대항하는 도구KIT'를 VR로 구현한 게임(자세히 보기) ⓒ오늘의행동   등대의 불빛이 만들어지는 과정   처음에는 여러 보드게임을 직접 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한결이 보드게임 워크숍을 다녀와 책자와 5가지 게임을 들고 왔다. 직접 해보고 논의하면서 어떤 게임을 모티브로 삼을지 함께 고민한 끝에, 자음과 모음을 결합하는 단어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어렵지 않으면서 재밌고 교육용으로도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단어게임에서 어떤 요소를 더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식으로 아이디어를 쌓기 시작했다. 교구를 만드는 과정도 흥미롭다. 처음에는 납작한 카드 모양의 모형을 준비했다가 우연히 연구실에 있던 정사면체 목재 블록이 눈에 들어와 그걸 활용해 교구로 만들어보게 되었다. 만들어 보니 목재라는 재료가 주는 따듯함이 좋았다. 또 단어를 쌓아간다는 행위도 게임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록은 바닥에 두고 조합할 수도, 위로도 쌓을 수도 있다. 단어 블록을 쌓으면 예컨대 책상에 두는 DP(전시용 사진)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하려고 한다. 게임 중이 아닌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주고 싶어 고안한 아이디어다.  게임의 취지에 따라서 게임을 할 때 최대한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했다. 포괄적인 디자인을 적용하여 자음과 모음의 글씨체는 다색의 글씨체인  길벗체*를 사용했다. 받침이 없는 단어 블록의 빈칸에는 다양한 성 정체성을 나타내는 프라이드 플래그**도 추가할 수도 있어 시각적으로도 재밌는 요소를 주었다. 마지막으로 게임의 방식은 대부분의 한국이나 아시아의 보드게임처럼 점수제 같은 경쟁방식보다는 협동게임을 중심으로 제안하려고 한다. *길벗체 : 성적소수자 활동가이자 자긍심의 무지개를 고안한 길버트 베이커(Gilbert Baker)를 기리는 길버트체처럼 한글 글꼴 글자색을 무지개색으로 한 한글 글꼴이다. (자세히 보기) **프라이드플래그(pride flag) :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나타내는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한 깃발이다.   등대팀이 만든 프로토타입 보드게임으로 '빠띠'단어를 만든 모습 ⓒParti   함께 단어를 쌓고 발화하는 시간   발화의 사전적인 의미는 ‘소리를 내어 말을 하는 현실적인 언어 행위’ 다. 한국에서는 성평등이나 성소수자의 주제가 유독 무겁게 느껴진다. 이에 대한 말을 꺼내기도 어렵고 또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도 전혀 많지 않다. 등대는 보드게임을 매개로 좀 더 일상적으로 성평등이나 성소수자에 관한 단어, 예컨대 ‘퀴어'에 대해 입으로 꺼내고 또 그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한다. 그것은 성평등 활동가나 성소수자 당사자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을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 간 대화의 장이 될 것이다. 막상 말해지기 시작하면 어렵게 느껴졌던 주제들이 침묵의 무게를 벗고 한편의 후련함을 주지 않을까.   “알지만 모르는 척하고 말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이런 단어들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어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일리)   ”실제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게임을 해봤다. 뿌리는 같은 곳에서 출발하는데, 뻗어 나가는 가지가 다른 방향으로 가지만 동시에 따뜻하게 한곳에 모여있는 느낌이 들었다. “(화영)   먼저 대학원에 같이 있는 연구실의 동료와 게임을 해보고 싶다. 성평등이나 성소수자에 관한 단어를 모르는 사람도 많아서 “이 단어 알아? 이게 뭐게.”라고 물어보면서 이런 문화에 익숙해 질 수 있는 활동을 동료와 해보고 싶다.  또한 퀴어동아리 친구들,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부모님과 게임을 해보고 싶다. 작년까지 퀴어동아리 청소년들과 글을 쓰는 프로그램을 했었는데 게임을 하면서 한 번 더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또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활동가들에게 게임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친구가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활동가인데, 특히 그 친구와 부모님과 해보고 싶다. 부모님과 청년, 아이들 세대 간에도 편하게 이야기할 매개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든다. 이렇게 점점 확장하다 보면 야외 부스에서 게임을 들고 나가 다른 시민이랑 대화하는 매개체로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등대의 한결과 화영이 그럼에도 우리는 2기 '피드백 살롱'에서 보드 게임에 대한 피드백을 듣고 있다. ⓒParti   등대 팀이 밝히고자 하는 앞으로의 변화   “팀으로서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 패키지도 제작해서 완성품으로 만들고 2차 생산도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예술 공모단체같이 큰 단체들에서 성평등을 주제로 공모가 많이 열리고 작품들도 활발히 나왔으면 좋겠다.” (화영)    “이 프로젝트가 사람들이 꺼내기 무거워하는 주제에 대해 더 많이 인식하고 논의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해서 관심을 둘 수 있게 하는 방법들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혜연)   “우리의 활동도 학회들에 조금씩 내보내면서 과정을 공유하고 싶다. 다른 성평등이나 성소수자 이슈에 관해 연구하는 연구자 뿐만 아니라, 일반 창작자나 대중에게도 참고되면 좋겠다. 한국에는 퀴어에 대한 작품이나 활동의 절대적인 양이 너무 적다는게 항상 아쉽다. 등대 팀의 활동처럼 다양한 게임을 만들면서 성평등 활동에 관한 사례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결)   “친구 중에 성평등이나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사실은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른척 하고 싶어하거나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 하지만 막상 이야기 할수록 되게 재밌다는 점, 오히려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게임을 같이하고 싶다. 나라는 사람은 알면 알수록 다양한데 이를 잊고 살기도 하니까. 자신을 알아가면서 해방을 느끼면 좋겠다.” (일리) 글ㅣ오다움 사람들이 모여야만 경험할 수 있는 순간들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경직된 몸을 이완시키는 글쓰기나 움직임 활동을 구상하며 지낸다. 아마추어 정신의 프로가 되는 것이 최종 꿈이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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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대한 비관과 낙관, 그 사이에 선 인간
*본 포스팅은 기고요청을 받아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 먼저 작성된 글입니다. 허가를 받아 출처를 밝힌 후 캠페인즈에 업로드합니다. *지난번 샘 알트만 해고 사태를 포함하여, 기존에 AI에 대해 작성한 글들의 내용과 중복되는 부분도 많습니다! 2023년이 끝나가는 지금, 딱히 기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AI’라는 단어를 한 번쯤은 접했을 것이다. 그만큼 AI는 우리에게 이전보다 친숙하게 다가온 개념이다. 2022년 11월에 출시된 ChatGPT 3.5를 필두로, 2023년 3월에 출시된 ChatGPT 4를 비롯해 구글, 네이버 등 국내외 대기업에서 잇따라 AI모델을 내놓고 있다. 여러 기업이 앞다투어 AI 기술 및 상품 발전 경쟁을 이어나가는 지금, AI는 점점 더 발전하고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따라서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도 점점 커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는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고 여러 사람들의 그림, 글을 훔쳐 저작권을 침해하는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AI 발전을 우려한다. 반대로 AI의 발전에 따라 인류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의학 등 인류에 이로운 과학기술 발전을 가져오고, 인간의 업무를 덜어 노동시간을 단축시킬 것이라며 AI 발전을 긍정적으로 본다. AI 발전에 대한 비관과 낙관 사이,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1. 좋거나 나쁜 과학 기술은 없다. 인간이 좋거나 나쁘다 AI를 두고 대립하는 낙관적/비관적인 시선의 대립은 기존 과학 기술들에도 존재해왔다. 이는 과학 기술이 언제나 인간에게 이롭게 쓰이면서도, 해롭게 쓰여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벨의 다이너마이트는 광산을 뚫는 이로운 기술이지만 사람을 죽이는 데에도 쓰였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우리는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게 됐고 원격으로 토론도 가능해지며 민주주의의 발전에 도움을 줬지만, 동시에 가짜뉴스의 확산이나 자기 의견이 강해지는 반향실 효과를 불러일으키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그렇다면, 왜 과학기술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모두 존재하는가? 과학기술은 인간이 개발하고 사용하며 적용하기 때문이다.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과학 자체는 편견이 없으며 세상과 현상을 다루는 학문이다. 하지만 필자가 여러 책에서 정의하는 ‘과학 기술’의 의미를 분석해본 결과, 편견이 없던 과학이 인간의 이익을 위해 개발되는 과정에서 ‘과학 기술’은 인간의 가치가 개입된다. 정부의 개발비 지원도, 기술기업의 이익추구도, 개인의 호기심도 결국 모두 누군가의 가치가 개입되는 과정이 존재한다.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에는 돈이나 욕심 등 이기적인 가치와 선의, 정의 등 이타적인 가치가 모두 존재하기 때문에 과학 기술 역시 인간 사회에 부정적인 가치와 긍정적인 가치를 모두 가지게 된다.   즉, 우리는 특정 과학 기술이 ‘좋다’ 혹은 ‘나쁘다’ 라고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다. 모든 과학 기술은 천천히, 자세하게 뜯어보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좋은 점도 있으면서 동시에 나쁜 점도 있다. 하지만 역시나 사람과 마찬가지로, 특정 과학 기술에 대한 좋은 점은 극대화하고 나쁜 점은 최소화하는게 제일 좋다. 이를 위해 AI라는 과학 기술의 양면적인 모습을 몇 가지 살펴보고,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2. AI라는 양날의 검은 무엇을 찌르는가 ① 생성형 AI, 편리한 도구지만 인간의 저작권을 침해해  우리는 생성형 AI를 통해 다양한 지식을 빠르게 탐구하거나 글이나 정보를 빠르게 찾고 정리할 수 있다. AI에게 철학적인 질문을 하며 토론을 할 수도 있고 데이터 분석을 도와달라고 할 수 있다. 이전 부분에 삽입한 과학 기술 이미지도 몇 번의 수정을 거치긴 했지만 그림을 전혀 그리지 못하는 필자가 몇 분 안에 그린 이미지다. 뿐만 아니라 AI가 가수처럼 노래를 대신 불러준다던가, AI로 영화를 만든다던가 하는 등 창작의 영역에서도 AI가 점차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 전문성도 점점 갖추고 있다.   하지만 개인이나 기업 단위에서 AI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AI 기술 도입과정에서 주요 애로사으로 ‘투자 대비 성과의 불확실성’, ‘내부 운용의 기술력 부족’을 2,3위로 꼽으며 AI를 ‘잘’활용하는 방법과 AI가 실제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어떻게 쓸지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기업 단위나 개인 단위에서 업무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생성형 AI를 어떻게 다룰지 다양한 경험과 배경지식을 공유하고, 교육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좋은 도구로서 주목받는 만큼, 생성형 AI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저작권’이다. 생성형 AI가 사용자의 요청에 맞게 특정 결과물을 생성하려면 결국 기존 인간의 창작물을 학습해야 하는데(생성형 AI 작동원리 등에 대한 기본 지식이 궁금하다면 필자의 이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동의 없이 학습된 데이터도 많다. 수많은 사람들의 글과 그림과 같은 창작물들의 저작권이 보장받지 않는다면, 기자나 작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생계 보장이 어려울뿐더러 창작물이 감소하여 사회적 이익이 저해된다. 생성형 AI 저작권 문제로 ChatGPT를 만든 OpenAI가 소송을 당하기도 하고, 이미지 생성 AI기업들이 단체로 아티스트들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생성형 AI가 일으키는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AI의 저작권 침해와 관련된 법안 등의 규제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AI관련 법안 및 규제와 관련하여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곳은 유럽연합(이하 EU)와 미국이다. 비록 최근에 프랑스 등의 반대로 AI 법 제정이 불투명해지긴 했지만, EU에서는 2021년부터 AI 관련 법안의 제정을 준비해왔다. 주요 내용 중 생성 AI가 학습데이터의 저작물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조항 등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저작권청에서 직접 생성형 AI가 일으키는 저작권 문제에 대한 논쟁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AI 기업에 자율규제를 요구하고 안전과 보안, 신뢰를 위해 기업을 강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은 현재 AI규제와 관련된 입법을 시도하고 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생성형 AI의 학습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를 면책해야 한다는 법 도입이 시도되며 우려를 낳고 있다. AI 저작권 문제의 심각성을 많은 국민이 알고 관련 논의와 여론 형성이 활발해지길 바란다.   두 번째 해결책은 기술적으로 AI가 저작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여러 가지 기술이 활용되곤 하는데, 가장 많이 연구되는 방식 중 하나는 AI의 학습 자체를 망가뜨리는 방법들이다. 최근 나온 ‘나이트셰이드’라는 도구는 생성형 AI가 데이터를 잘못 학습하게 하여 사용자의 의도와 다른 결과물을 출력하도록 한다. 기사를 보면 모자 데이터를 학습하여 케이크를 출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웹 개발 과정에서 사람은 인지할 수 없지만 컴퓨터는 인식할 수 있는 문장을 넣어 생성형 AI의 학습을 막는 방법 등도 활용되고 있다. 제도적 해결책과 기술적 해결책 모두 생성형 AI로 인해 나타나는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하다.   ② 편향적이고 차별적인 AI vs AI가 편향적이지 않게 하려는 인간의 노력 앞서 AI가 인간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여러 결과물을 만든다고 설명한 바 있다. 주로 인터넷에 있는, 혹은 회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학습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이 과정에서 AI가 기존 인간의 편향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경우가 자주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한 회사에서는 AI가 고령의 구직자를 자동으로 탈락시켜 소송을 받았다. 또한,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경찰이 얼굴 인식 기술로 용의자를 특정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흑인 여성이 용의자로 지정되기도 했다. 기존 사회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던 나이, 성별, 직업, 인종 등에 대한 편견과 편향을 AI 역시 그대로 학습할 확률이 높으며, 편향적인 AI가 여러 분야에 활용된다면 기존의 편향과 편견이 더 넓게, 더 강하게 퍼질 수 있다.   이런 AI 편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자와 연구자들은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러 기술 기업에서는 AI 편향성을 측정하고 평가하기 위한 모델들을 개발하고 있다. 아예 AI 학습 및 설계 단계에서부터 편향성을 줄이기 위한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또한, 우리는 AI에게 편향성을 줄여달라고 직접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AI의 편향성을 줄일 수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편향과 편견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흔적이 인터넷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AI가 학습할 데이터에 직접 소수 의견, 편향된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을 넣는 캠페인을 벌여 AI의 편향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이런 기술적인 노력 외에도,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시민들이 가질 수 있게 하는 노력이 함께 진행되어 인간이 가진 부정적 편향을 근본적으로 줄여 나갈 필요가 있다.   ③ 일자리를 위협하는 AI vs 노동시간을 줄여주는 AI AI의 발전에 따라 예상되는 또 다른 대표적인 사회 문제로, 인간의 일자리를 AI가 뺏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속도도 빠르고 능력도 좋은 AI가 산업 전반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될 경우, 자연스럽게 인간의 일자리를 AI가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을 많은 사람이 내놓고 있다. 앞서 AI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소개했는데,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일자리 역시 AI가 침해하고 있다. 다른 일자리는 어떨까? 한국은행은 화학공학 기술자나 철도 및 전동차 기관사 등 국내 일자리 중 약 341만개(전체 일자리의 12%)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AI의 발전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기만 할까? 인간의 관점에서는 두 가지 대응방안이 있다. 하나는 개인의 역량으로 인공지능과 대결하는 게 아닌, 사회적 협동역량을 길러,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간 사회와 문명이 발전할 수 있던 이유는 인간 개개인의 역량이 모여 집단 지성의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개개인보다 뛰어날 수 있지만, 특정 집단과 사회의 역량으로 대응한다면, 아직 일반인공지능(AGI)에 도달하지 못하고 한계가 분명한 AI의 역량에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선 인간 간의 소통과 교감이 필요한데 이 역시 AI가 인간을 대체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발전한 AI가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 아닌,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AI의 생산성이 늘어난다는 것은 인간이 일할 자리를 줄일 수도 있지만, 고용된 인력은 비슷하게 유지한 채로 인간이 일할 시간 자체를 줄여줄 수 있다는 말도 된다. 빌게이츠는 미국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기계가 모든 음식과 물건을 만들어줘서 사람들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주 5일 이상 근무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며, 아마 주3일 근무를 해도 괜찮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를 위해선 근로 시간을 조정하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3. AI는 결국 인간의 문제라는 걸 일깨워준 OpenAI CEO 샘 알트만의 퇴출과 복귀 글에서 다룬 내용 외에도 미처 언급하지 못한 AI의 장점과 단점은 정말 많다. 결국, AI의 발전은 인간의 삶에 여러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AI의 발전을 보는 시각은 복잡하고 다르게 나타난다. 현재 최고의 AI회사인 OpenAI의 이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AI의 발전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OpenAI의 CEO인 샘 알트만의 퇴출 사태로 이어졌다.   OpenAI는 세계 최고의 AI를 빠른 속도로 발전시키며 큰 수익을 얻으며 사회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OpenAI는 AI의 발전을 두고 갈등하기 시작했다. AI가 너무 빠르게 발전시키면 AI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발전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효과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와 많은 사람이 발전된 AI로 인한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발전 속도를 빠르게 해야 한다는 효과적 발전주의(Effective Accelerationism)를 두고 이사회 내부에서 갈등이 생겼고,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효과적 발전주의에 가까웠던 OpenAI의 CEO인 샘 알트만과 OpenAI의 공동창업자인 그렉 브록만이 갑자기 퇴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샘 알트만이 퇴출되고 나서 OpenAI의 투자자, OpenAI의 직원 대다수, 그리고 OpenAI의 최대 파트너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샘 알트만의 복귀를 원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만을 MS로 영입한 후, 남은 OpenAI의 이사회 전원 사임을 전제로 둘이 OpenAI에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결국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만은 OpenAI로 복귀했으며, 이로 인해 OpenAI는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글로벌 대기업의 영향을 더 크게 받게 되었으며, 이전보다 효과적 발전주의에 입각한 AI 발전에 더 속도를 올리게 되었다.   우리는 샘 알트만의 퇴출과 복귀 사태를 통해 AI 문제에 대해 두 가지 생각할 점이 있다. 하나는 AI 발전에 대해 고민할 때 효과적 이타주의와 효과적 발전주의 중 어떤 시각이 맞는지, 혹은 또 다른 시각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AI의 발전에 따라 인간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이 공존하는 만큼, 우리는 AI 발전속도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지 고민이 된다. 효과적 이타주의가 AI등의 과학기술의 발전에서 오는 이익을 누리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너무 빠르게 발전한다면 AI가 인간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더 커지고 많아질 수 있다.하지만 이미 많은 국가와 기업이 AI 발전 경쟁을 하고 있는 만큼, 특정 회사나 국가가 AI 발전 속도를 늦추자고 하는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AI를 빠르게 발전시키되, AI로 인해 나타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는 게 최선일 수 있다. 앞선 두 시각과 다르게, AI의 영향력을 현실에 비해 너무 과대평가할 수 있으며, AI HYPE 뉴스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효과적 이타주의와 효과적 발전주의 모두 AI의 미래 영향력에 대한 일종의 ‘믿음’에 근거한 주장인 만큼, AI의 영향력과 가능성에 대해 현실적 감각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샘 알트만 퇴출 및 복귀 사태는 결국 AI 문제가 인간의 문제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OpenAI의 가장 큰 위기는 경쟁사와의 AI 경쟁, 해커의 공격 등 기술적 문제가 아니었다. 이사회 구성원 간의 견해 차이로 인해 발생한 OpenAI의 위기는 회사 구성원들의 의사,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다수의 투자자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해결되었다. 만약 샘 알트만이 복귀하지 못했다면 OpenAI는 내부 분열과 투자 중단으로 원하는 일반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어려워졌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더 안전한 AI를 개발하자는 목소리가 전세계적으로 더 커졌을 수도 있다. 결국 AI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어떻게 규제할지 정하고 그에 따른 결과는 인간에게 좋든 나쁘든 큰 영향을 미친다. 이 글이 사회에 영향을 미칠 AI 관련 의사결정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에 도움이 되고, 그 도움이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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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의 유학생 강제출국, 한번에 정리해 드립니다!
👀무슨 일이야? 지난 11월 27일 한신대학교가 한신대 부설 어학당(경기도 오산시 소재)의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22명을 강제출국 시켰습니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습니다.  11월 27일, 한신대 부설 어학당에서 공부하던 우즈베키스탄 출신 유학생 23명은 모두 한 버스에 올라탑니다. 학교측이 “외국인 등록증 수령을 위해 출입국 관리소에 가야 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버스는 평택 출입국 관리소가 아니라 인천공항으로 향합니다. 도중에 버스는 경기도 화성시의 병점역에서 사설 경비업체 직원들을 태웠고요. 버스에서 교직원들은 “지금 출입국 관리소에 가면 여러분은 감옥에 가야한다”고 말했고, 경비업체 직원들은 학생들의 휴대폰을 압수합니다. 공항에 도착한 후, 교직원과 경비업체 직원, 통역사는 탑승보안구역까지 대동하여 학생들의 비행기 탑승을 확인합니다. 23명 중 건강문제를 호소한 1인을 제외한 22인의 우즈베키스탄 유학생들은 모두 강제로 귀국조치에 처해진 것입니다. 그리고 한신대는 귀국한 학생들에게 본인 동의로 출국했음을 인정하는 서약서에 서명해야 남은 등록금을 환불하겠다고 통보합니다.  한신대는 이날 비행기에 오른 우즈베키스탄 유학생들 모두를 제적 처리했습니니다. 출입국 서류 미제출, 기숙사 무단이탈 사고, 학습 태도 불량, 품위 위반 등을 이유로 삼았고요. 한신대는 이것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합니다. 어학당 관계자는 “법무부 출입국 관리소가 11월 6일 학생들의 잔고증명서를 요구했는데, 대다수의 학생이 체류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런 사실을 통보하면 학생들이 도망쳐 불법체류가가 될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죠. 대학측은 유학생이 불법체류자가 되면, 이후 유학생 모집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했죠. (한겨레, 2023.12.12) ❓문제가 뭔데? 1. 한신대는 임의적으로 유학생들을 예비 불법체류자로 간주했습니다. 설령, 한신대 교직원의 말대로 유학생들이 출입국 관리소에 갔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은 감옥에 가지 않습니다. 당시 출국된 유학생 중 다수가 체류를 위한 잔고증명서 기준을 미충족 한것은 사실이지만, 보호대상이 되거나 체류자격을 상실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체류자격을 상실한 경우에도 원칙상 법무부 출입국관리소가 자진 출국을 권해야 합니다. 게다가 강제출국 당시 학생들의 비자는 만료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이들의 비자만료 기간은 학기가 끝나는 12월 20일 전후까지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학측의 임의적 판단으로 학생들은 예비 불법체류자 취급을 받으며 자신들의 짐마저 챙기지 못한채 본국으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한겨레, 2023.12.12) 2. 한신대는 체류자격을 위한 통장잔고 유지에 대해 학생들에게 잘못된 공지를 했습니다.  한신대는 현지에서 유학연수생을 모집할 때 한국 체류에 필요한 잔고 유지기간을 1일로 안내했습니다. 이에 한국에 입국한 연수생들의 대부분이 중도에 체류 예치금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후 법무부로부터 3개월의 잔고유지기간을 통보받은 한신대는 기준에 미달하는 유학연수생들이 불법체류자가 될 것을 우려해 이들을 출국시킬것을 결정합니다. 한신대와 법무부는 이 지점에 맞서고 있습니다. 법무부가 애초에 유학경비 잔고증명 필요 기간을 1일로 잘못 안내해놓고, 학생들의 입국이 임박한 9월 11일에 갑자기 3개월로 말을 바꿨다는 것입니다. 반면 법무부는 수차례 재정능력 심사 기준과 관련한 규정을 설명했다고 반박했습니다. (한겨레, 2023.12.12) 한편, 법무부는 2023년 7월 3일부터 해외 우수인재 유치와 유학생 국내 정착 유도를 위해 ‘외국인 유학생 사증발급 및 체류관리 지침’을 일부 개정하고 이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학비자 발급 시  재정능력 입증 기준이 ‘달러’에서 ‘원화’로 변경되고, 지방대학 유학생의 경우, 학위과정은 1천 6백만 원, 어학연수생은 8백만 원 상당의 재정능력을 입증하도록 기준이 완화되었고요. (법무부 보도자료, 2023.06.23) 🔍현재 상황은 어때? 한신대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한신대 유학생 강제출국 사태 대응 학생모임은 12월 14일 성명서와 연서명을 통해 학교 당국을 규탄하며, 유학생에 대한 차별에 함께 맞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성명서에 따르면, 학생들은 ‘유학생이 이탈해 불법체류자가 될 경우 이후 유학생 모집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여 이러한 결정을 했다는 학교 당국의 설명은, 학교가 외국인 유학생들을 학교 공동체의 구성원이 아닌 수입원 유치를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하며, 현 사태에 대해 ‘유학생은 기본적인 인권조차 고려되지 않는 처우가 불가피하다는 식의 태도는 학교 당국의 이주민 차별적인 시선을 보여준다’고 꼬집었습니다. 한신대는 12월 15일 총장명의의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담화문에서 강성영 총장은  “학생들은 관할 출입국 사무소에 의해 이미 비자 연장을 거절 당했고, 이로 인해 출국할 수 밖에 없게 됐다”며, “등록금도 환불해주고, 다음에 재입국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명분으로 취해진 조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동시에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방법이나 과정이 옳지 못했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제도 보완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죠. (한신대학교 어학당 학생 출국 관련 총장 담화문 전문) 현재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관, 오산경찰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사건을 조사중에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법무부의 체류자격 판단 정책 기준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주민을 늘리면서 막상 이들을 관리할 책임을 과연 법무부가 잘 지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잔고증명서의 유지가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COP28은 지구 온도를 지킬 수 있을까요?
(사진:프리픽) COP28이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자국 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로, 세계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2023년 11월 30일부터 아랍에미리트에서 진행되고 있는 COP28은 12월 12일 마무리 될 예정이었지만, 합의가 되지 않아 연장되고 있습니다. IPCC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는 1.5도의 한계를 넘지 않기 위해서는 10년 안에 전세계 탄소 배출량을 절반 이하로 감소해야한다고 전망했지만, COP28의 합의문이 화석연료의 퇴출과 멀어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COP28의 여러 문제에 대해 함께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 시작 전부터 생긴 논란?  이번 COP28은 석유 수출 세계 6위인 아랍에미리트에서 개최되고, 의장으로 세계적인 석유회사의 CEO 술탄 알자베르가 임명되며, ‘화석 연료의 퇴출’이 주요 쟁점인 회의의 진행을 석유회사의 임원이 맡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SBS Biz 2023.12.07) 영국 BBC는 “올해 화석 연료 생산자와 관련된 대표단 수가 작년보다 4배 이상 늘었다”고 보도하며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그 결과에 최대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 왔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겨레 2023.12.06)  또한 정부 대표단의 공식 행사가 이루어지는 구역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가스수출국포럼(GECF) 등 화석연료와 관련된 단체들이 부스를 운영하자, 미국의 기후환경단체 ‘오일체인지 인터내셔널’의 한 연구원은 “무기상들을 평화회담에 초대하지는 않는다”며 비판했습니다. (한겨레 2023.12.06)  ✔️ 식량으로 분산시키는 책임? 술탄 알자베르 의장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데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는 과학적이지 않다”며, 화석연료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스경제 2023.12.07)  알자베르 의장은 “기후변화에 기여하는 것은 석유와 가스만이 아니다”며, “농업과 토지 이용 변화를 포함한 모든 부문의 배출량을 고려하며 탄소 배출에 맞서 전세계가 연대해 단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식량과 농업 문제를 핵심 의제로 선정했습니다. (뉴스트리 2023.10.23) 주최측은 식량문제를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으로 삼은 COP28의 기조에 맞춰, 총회에서 제공하는 25만끼 중 3분의 2를 비건 및 식물성인 ‘1.5도 메뉴’로 제공했습니다. 뿐만아니라 ‘세계 식량의 날’을 지정하고 ‘기후를 위한 식량’부스를 마련하는 등  식량과 농업에서 비롯되는 기후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있습니다. (제주의 소리 2023.11.26) 하지만 정작 COP28의 최대 의제인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대한 논의는 성과 없이 후퇴하며, 국제 사회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화석연료의 퇴출? 감축? 폐회일이 지났음에도 화석연료 사용량을 0으로 만들지, 사용량을 줄일지를 두고 국제사회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석유에 의존하는 국가들과,  화석연료를 통한 개발이 필요한 개발도상국이 ‘화석 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기후 특사 아델 알주베이르 국무장관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고 경제발전을 이룬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석유나 가스 등 화석연료가 앞으로도 수십 년 간 함께할 것이라며 화석연료의 퇴출에 부정적 입장을 표했습니다. (연합뉴스 2023.12.06) 우간다의 루스난카비르와 센타무 에너지광물개발부 장관은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려면 700억달러(약 92조원)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화석 연료를 개발하면 470억(약 61조원)달러를 벌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나이지리아의 이지아크 쿤레 살라코 환경부 장관은 자원과 투자 없이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감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생명 유지 장치 없이 숨 쉬는 것을 멈추라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연합뉴스 2023.12.13) 이에 반해 세계 시민단체와 국제노동조합연맹(ITCU)은 지난 5일 발간한 보고서 ‘공정한 화석연료 추출의 퇴출’을 통해 1.5도 목표를 유지하며 소득과 의존도를 고려했을 때, 2050년에는 화석연료를 퇴출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경향신문 2023.12.06)  2년 전 COP26에서는 석탄에 한정한 ‘단계적 감축’에 합의했고, 작년 COP27에서는 감축 대상을 모든 화석연료로 확대하는 안이 논의되었으나 결국 합의하지 못해 불발되었습니다. 올해 COP도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명시하는 문구가 합의문 초안에서 빠지자, 최종 합의가 결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YTN 사이언스 2023.12.13) ✔️ 한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캠페인과 문제점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캠페인을 RE100,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와 원전, 수소 등으로 충당하는 캠페인을 CF100이라고 합니다. CF100은 RE100에 비해 현실성이 높고, 원전을 주로 사용하는 한국과 같은 국가에게 비용적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한국 정부는 원전을 포함한 CF100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82%는 CF100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제안하는 CF100의 구체적 이행 수단이 불분명하며, CF100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반응입니다. (한스경제 2023.12.12)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현재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은 거의 포화 상태로, 내진 설계나 외부 충격에 대비되지 않는 임시저장시설로 고준위핵폐기물을 저장하려는 계획”이라고 지적하며 “원전은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속도를 맞출 수 없기에 기후위기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세계일보 2023.12.07)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CF100에서 파생된 정부의 ‘무탄소에너지(CFE)’ 캠페인에 대해, 재생에너지 비중이 10%를 밑도는 한국이 국제사회 압박을 피하기 위해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가릴 수 있는 낯선 캠페인을 주장하고 있다며 비판했습니다. 또한 “기후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느냐는 논쟁은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에서 매우 정치적으로 다뤄졌다”며, 정권에 따라 변화하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한국일보 2023.12.09) ✔️ 국내와 해외에서 다른 정부의 태도 국내와 해외에서 다른 정부의 태도도 문제입니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을 3배 확대한다는 국제서약에 서명했지만, 정작 국내의 재생에너지 지원은 줄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출범 후 국무조정실, 검찰, 감사원, 국세청, 금융감독원을 통해 재생에너지 업계의 비리를 적발 후, 이를 근거로 지난 1월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30.2%에서 21.6%로 낮췄습니다. (아이뉴스24 2023.12.04)  권오현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목표를 낮추면서 해외에서는 진전되는 것처럼 홍보하는 정부의 행태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진전이 아니기 때문에 일종의 ‘그린워싱’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습니다. (KBS 2023.12.03)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려면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 비영리기구 클라이밋그룹은 지난 4일 보고서 ‘에너지 전환의 자금 조달:정부가 기업 투자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을 발간하며,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해상풍력 인허가, 망 사용료와 부대비용까지 지불해야하는 PPA 등 한국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방해하는 요인들을 제시했습니다. (아이뉴스24 2023.12.04)  ✔️ 구속력 없는 합의, 효과가 있을까? 2015년 진행된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21)에서 지구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지 않기로 협의했지만, 학술단체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는 지난 4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7년 안에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뉴스1 2023.12.07)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온실가스의 순배출을 0으로 만드는 캠페인 ’레이스 투 제로’를 분석하는 컨소시엄 ‘넷제로 트래커’가 포브스 2000대 기업의 넷 제로 목표 달성 정도를 분석한 결과, 2000대 기업 중 1003개 기업이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로 목표치를 충족하고 있는 기업은 4%에 불과했습니다. (ESG 경제 2023.11.06)  COP와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이니셔티브는 법적 구속력과 강제성이 없는 만큼 각 국가와 기업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실에서의 실현으로는 기대만큼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잡음이 많은 이번 COP28은 지구 온도를 지킬 수 있을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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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궁금해?_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FDSC) 편
“디자이너는 작업물로 말해야 해.” 과거 디자이너와 대화 중 들은 말이다. 그 말을 증명하듯 디자이너들은 항상 포트폴리오를 쌓는다. 포트폴리오를 통해 외주를 따거나, 회사 입사 지원을 한다. 그런데 만약 디자이너가 자기 작업물을 포트폴리오로 가져갈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개인적으로 디자이너의 언어가 없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언어와 말을 없애는 게 과연 맞을까?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이하 FDSC)는 디자인 업계의 불공정 계약이나 법적 분쟁에 대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만연한 문제에 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변화를 이끌고자 한다. 과거 디자인 외주를 맡겼던 여성 디자이너가 내게 말했다. “이거 혹시 제 포트폴리오로 올려도 될까요?” “당연하죠"라고 말하면서도 ‘왜 당연한 걸 묻지?’라는 의구심이 있었다.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 FDSC와의 대화를 통해 그때의 의문이 조금은 풀렸다. FDSC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우리는'은 성평등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활동으로 2022년 1기 13팀에 이어 올해는 9팀이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을 꾸려가는 빠띠의 활동가 우디(맨 오른쪽 아래)가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 FDSC’(이하 FDSC)의 팀원 윰(위쪽 중간), 지경(맨 오른쪽 위). 경주(맨 왼쪽 아래), 소미(아래 중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Parti   사라지는 것에 ‘왜?’라는 의문을 갖고 시작된 ‘FDSC’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이하 FDSC)의 시작은 간단했다. 여성 디자이너끼리 모여 정보 공유하고, 공부하는 모임이었다. 모임의 질문이 있었다면, “왜 여성 디자이너가 35세 이상이 되면 사라지는가?”였다. ‘사라진다’에 집중된 것. 그러던 중 사라지는 것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왜 사라지는가에 집중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 의문을 갖고 그렇게 되는 문제를 하나씩 뒤집어 보자고 생각하고 운영하게 됐다. “모임을 통해 나보다 가진 게 많고,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또, 다양한 사람이 이야기를 나눠서 목소리를 내면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FDSC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겠구나 생각했다.” (소미)   “참여 계기는 각자가 다르겠지만, 디자인 업계에서 느꼈던 공통 분모가 있었다. 무엇보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디자인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눌 동료가 필요했다. 처음 디자인을 시작했던 사람들이 점점 디자인 업계를 떠나는 걸 보면서 더욱더 갈구 했던 것 같다.” (윰)   “디자이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대학교 졸업 후 바로 신청했다.” (경주)   “디자이너 커뮤니티 안에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주변에 아는 디자이너가 많이 없어서 외로웠다. FDSC에서 동료가 많이 생기고, 관심사 표출도 가능했다.” (지경)   동료가 필요해서 들어온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페미니즘에 관심도 많았다. 또한, FDSC의 활동을 통해 페미니즘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내가 차별을 받았구나, 평범하지 않았구나.”라는 걸 자각하기도 했다.   나만의 디자인으로 존중하는 문화, FDSC에 남아있게 하는 힘   FDSC의 매력은 다양하다. 이곳에 오면 일로 쌓인 긴장감을 풀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스타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된다. 디자이너들은 멋진 결과물을 만든다는 인식이 있다. 때론 나와 다른 디자이너를 비교하기도 한다. 그런 점이 긴장을 만든다. 하지만, FDSC는 그런 게 없다. 너무나 많은 디자이너가 있고, 작업물이 있다. 나만의 디자인이 있고, 그게 존중받는다.   “이 안에는 너무나 많은 디자이너가 있고, 다양한 작업물이 있다. 그 때문에 나도 나만의 디자인이 있고, 내가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지경)   “기존 디자인업계는 항상 스타 디자이너만 주목하고, 그런 사람들이. 인터뷰나 행사에 초청받는다. 그러나 FDSC에서는 꼭 스타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사람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게 쌓인 긴장도를 해소할 수 있는 것 같다. 그게 매력이다.” (윰)   활동을 하면 할수록 긴장도가 내려간다. 또한 그 과정에서 나에 대해 알아가고, 일에서 오는 번아웃이 해소가 된다. 그것이 FDSC에 남아 있게 되는 힘인 것 같다.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다. FDSC를 통해 무언가를 할 수 있고, 여기서 알게 된 걸 현장에서 직접 말해 변화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힘을 얻는 게 매력이자 장점이다.   디자이너의 ‘몫+소리’를 지켜내기 위해   그럼에도 우리는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이너들이 겪는 불공정 계약이나 법적 분쟁에 대응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콘텐츠는 칼럼 형태다. 변호사님과 3편을 만들고, 노무사님과 2편을 만든다. 현재 3회 분량 녹음이 진행됐고, 3회가 공개된 상태다. 칼럼은 FDSC와 협력하고 있는 변호사님이 작성해 주신다. 디자이너들이 겪는 사연을 모아서 변호사님께 전달해 드렸다. 전달해 드린 내용은 디자인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법적 문제점 등이다. 이 부분에 변호사님이 답변하는 형태로 칼럼이 진행된다. 이 콘텐츠를 통해 공정한 계약과 협상, 디자이너 본인의 권리를 지키는 법에 대한 법률 정보를 알리려고 한다. 12월 2일(토)에는 디자이너 각자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을 진행했다. 꼭 디자인 업계가 아니어도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고자 했다. 40명 정도 규모로 계획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행사에 함께 해주셨다.   디자이너의 목소리로 여성의 일을 말하는 팟캐스트 디자인FM을 통해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디자이너가 법을 근거로 대응하는 방법을 들을 수 있다. ⓒFDSC   FDSC 활동 자체가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말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중에 여성 비중이 높다. 70% 이상이 여성으로 알고 있는데 여성의 수는 많지만 정규직 형태가 아닌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프리랜서 입장에서는 외주를 받을 때 회사와 비교하면 협상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개인 작업을 진행하는 것도 벅찬데 법적인 권리를 찾아 배우는 게 쉽지 않다. FDSC의 활동이 그런 여성 디자이너들에게 내 권리를 알려주고 말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현실적인 면에서 계약서를 잘 쓰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법적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여성 프리랜서 비율이 70% 이상으로 높다. 회사와 계약을 진행할 때 협상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런 여성 디자이너들이 혼자 전전긍긍 하는 게 아니라, 물어볼 수 있는 곳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도움이라고 생각한다.” (소미)    또한 비단 여성에게만 도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약자를 위한 무언가가 존재할 때, 그것이 모두에게 혜택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FDSC 활동도 여성만 혜택을 받는 게 아니라. 소수자 혹은 약자 위치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약자에 대한 권리를 옮기는 게 아니라 모두의 권리를 옮기는 것이다.   12월 2일(토)에 진행한 ‘법딱뚝딱' 행사 장의 모습.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이 도움 받을 수 있는 법 지식을 다루고 있다. ⓒFDSC   FDSC가 꿈꾸는 변화   현재 팟캐스트를 3화까지 녹음했다. 내용이 계약상의 권리와 의무다. 디자인권, 저작권 권리 관련 내용을 다뤘다. 결론적으로 현재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바꿔야 할 부분도 많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예를 들면, 작업물이 회사에 귀속되어 내가 쓰지 못하는 게 현재 법이다. 디자이너는 포트폴리오로 말하는데, 내 작업물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 법은 이런 디자이너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런 부분은 회사와 협약을 통해 바꿔야 한다. 시작은 작지만 모두에게 필요한 내용을 다루다 보니, 확산이 된다면 디자인 업계 전체에 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렇게 하고 싶다.   “최근 스타트업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계약서상 내용을 변경했었다. 저작물이 회사에 귀속된다는 부분이었다. 스타트업에 직접 말씀드려서 수정했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전혀 몰랐다며 오히려 고마워하셨다. 이런 점에서 자신감을 얻고, 법적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데에서 자신감이 생겼다.” (경주)   FDSC의 프로젝트 강연 ‘법딱뚝딱'의 강연을 듣고 있는 참가자의 모습 중 ⓒFDSC   FDSC 팟캐스트를 통해 디자이너가 아님에도 디자이너 문화에 대해 이해했다는 분들이 계셨다. 꼭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프리랜서로 일을 하시는 분들은 공감되는 내용이 많을 거 같다. 이렇게 그동안 넘어갔던 부분들을 되짚어 보고, 문제를 제기를 함으로써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팟캐스트도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변화를 상상하는 사람이 변화를 만드는 것 같다. 내가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목소리를 내고, 함께 만들어 가는 것 같다. FDSC에서 내 목소리를 내는 경험이 쌓여서, 내 권리와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지경)   “법이라는 게 완벽하지 않고, 개선되어야 하고, 더 편하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서 법이나 법정이 염라대왕 앞에 가는 느낌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그처럼 법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보고 싶다. 법적으로 주장하지 못할 때, 같이 권리를 요청할 수 있는 연대가 강화됐으면 좋겠다.” (윰)   “'디자인 업계가 디자인 작업만 잘하면 되고, 다른 건 문제가 아니야' 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권력이나 높은 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 일에서 소외된 채 기존 질서에 따라가거나 참고 견딘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외된 사람들은 본인들의 경험이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디자인하면서 접해야 하는 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인식개선을 하고 싶다. 이런 활동이 넓게 보면 디자인 업계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궁극적으로 길을 열어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디자인업계에 들어오는 후배들이 억울하거나 부당한 경험을 더 이상 겪지 않도록, 앞으로의 나에게도 이런 일을 미연에 막을 수 있도록 하는 그런 활동을 하고 싶다.” (소미)   “법이나 저작권뿐만 아니라 디자인 업계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다양한 분야에서 바꿔야 할 부분들을 개선하는 활동을 하다 보면 많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향후에는 내가 기획해서 목소리를 직접 내보고 싶다.” (경주)   글ㅣ윤성민 한량이다. 말과 글,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을 존경한다.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한다. 하고 싶고, 배우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게 많다. 우선 하고 싶은 일을 '신나게' 해내려고 한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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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학생인권조례 폐지’ 여러분의 생각은?
처음으로 <충남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었습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교교육과정에서 학생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별로 제정, 공포해 시행하는 조례를 말합니다. 각 시도 교육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1) 차별받지 않을 권리 2) 표현의 자유 3) 교육복지에 관한 권리 4) 양심과 종교의 자유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직 전국 모두에서 시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로서는 경기도, 광주광역시, 서울시, 전라북도, 충청남도, 제주특별자치도가 시행 중에 있었습니다. 이것은 세계의 흐름 중의 하나이자 학생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보호받는 것에 그나마 도움이 되며, 실상은 아직 완전히 지켜지지 않고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와중에 있습니다.  뉴시스에 따르면, 2023년 12월 15일 <충남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었습니다. 이날 도의회 표결은 “본회의 재석 44명 중 찬성 31명, 반대 13명으로 나타났으며, 찬성표는 모두 국민의힘 의원들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하고 ‘학습권을 침해’하는 등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반대”해왔습니다.  충남도교육청은 이날 표결 직후 “충청남도학생인권조례의 폐지는 헌법, 법률 등에서 규정한 평등권 및 비차별 원칙에도 어긋나며, 단순히 조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차별과 폭력이 없는 인권친화적 학교의 교육적 가치가 후퇴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학생인권조례 왜 필요할까요?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 교육의 중대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주어지는 학생의 인권을 통해 우리는 세상 사회에서의 인권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됩니다. 80년대 학생의 머리카락 길이와 치마 길이, 심지어 스타킹 색깔 등, ‘학생답다’는 명목으로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표현의 자유가 억제 되었고, 정해진 틀 안에서만 사고하도록 하는 사회적 피해로도 연결되었습니다.  단순히 어른들의 가치관 주입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의사를 결정하고 학교에서 부당한 차별과 폭력을 인지할 수 있는 교육이야 말로 앞으로의 학생들이 배워나가야 할 가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학생인권조례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최근 서이초 사건과 관련하여 교권 침해와 연관시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비판의 날이 서고 있습니다. 학생의 교육 과정에서 핸드폰을 수거하거나, 학생에게 훈계하는 것이 교사에게 허용되지 않는 빌미를 학생인권조례가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입니다.  예를 들어 <충남학생인권조례>에는 다음과 같은 사안이 있습니다.  제10조(사생활과 개인정보를 보호 받을 권리) ① 학생은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보호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② 교직원은 학생의 동의 없이 학생의 소지품을 검사해서는 안 된다. 다만, 안전 확보와 건강보호 등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해당 학생에게 목적과 이유를 밝힌 후 학생의 사생활이 보호되는 곳에서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다.  ③ 교직원은 학생의 동의 없이 일기장, 개인수첩 등 사적기록물 제출을 요구하거나 열람해서는 안 된다.  ④ 교직원은 학생의 성적 등 개인정보를 본인 또는 보호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공개할 수 없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 등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공개할 수 있다.  ⑤ 학교의 장은 교직원과 학생의 안전, 학교재산 보호를 위해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카메라를 설치할 경우 교직원과 학생의 인권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제11조(정보접근권) ① 학교의 장은 학생이 학교도서관 이용 규정에 따라 학교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② 학교의 장은 학생이 학습활동 목적으로 인터넷을 활용하고자 할 경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③ 학교의 장은 학생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소지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 다만, 학교의 장은 교육활동의 원활할 운영 및 학습권 침해의 방지를 위하여 학칙으로 전자기기의 소지 및 사용범위를 정할 수 있다.   제13조(보호를 받을 권리) ① 학생은 학교에서 모든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 ② 교육감과 학교의 장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하여 필요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③ 교육감과 학교의 장은 학교폭력이 발생한 경우 피해학생에 대한 적절한 구조 및 보호조치와 피해회복을 위하여 신속한 조치를 취해여야 한다.  ④ 학교의 장은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학생을 발견한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관계기관과 연계하여 긴급구조 및 보호조치 등을 취해야 한다.  ⑤ 학교의 장과 교직원은 제3항 및 제4항의 폭력을 신고한 학생을 적절하게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에서는 학생에 대한 모든 폭력을 보호하고, 전자기기의 소지를 금지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다른 학생들에 대한 학습권이 침해되는 경우에는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조례에 대한 확대 해석일 뿐, 교사의 학습권에 방해가 되는 경우 조율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게 왜 문제가 된다는 걸까요? 이 부분에 대한 과도한 해석으로 학생들에 대하여 어떤 제재로 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교사들에게는 손발을 묶어 놓는 듯한 조례로 인식되고, 80년대의 학교를 겪어 온 현재의 학부모들은 응당 학생은 제재를 받고 학업에만 열중하게 해야 한다는 식의 관념이 남아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의 문제점 해결 방안은 과연 폐지뿐 일까요?  학생인권조례의 기본 의의, 즉,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자는 생각에 반대할 사람은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조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조례가 발전해 나가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만한 지점입니다.  교사가 교육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제재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학생들이 스스로의 인권에 대한 의식을 갖고 그것을 악용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특히 서이초 사건과 관련하여 학부모의 과도한 요구와 압력에 조례가 악용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일례를 들자면 일본의 경우, 학생이 휴대폰을 가지고 학교에 오는 것은 중대한 자연재해나 문제가 있을 시 사용하기 위한 것일 뿐, 수업이나 쉬는 시간에 자유롭게 휴대폰을 사용하게 하는 의미가 아닙니다. 대만 등 각국에 경우에도 학교 내에서의 제재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 동의를 받는 절차를 시행합니다.   충남도의회 학생인권조례가 첫 폐지됨으로서 그 영향은 클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교권과 학생인권조례를 나누어서 혹은 대립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학생을 위한 방법이 무엇일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충남교육청은 재의 요구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N뉴스토마토에 따르면 “조례안이 지방의회를 통과할 경우 의장은 의결된 날부터 5일 이내에 교육감에게 전달하고, 교육감은 20일 이내에 이를 공포해야 하는데, 도의회의 의결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저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교육감은 20일 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중략) 또한 재의할 경우 재석의원 3분의 2가 찬성 해야 하는데, 재의에서 다시 의결될 경우 교육감은 재의결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기회 교사의 권위가 아닌 교사의 인권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기회가 여기에 녹아놔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간과하지 말하야 할 것은 학생인권조례가 전국 모든 학교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귀밑 3센치, 적정 치마 길이 등을 강요하고 그것이 학업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며, 학생들이 본인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차별과 폭력 앞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는 학교 안팎에 존재하는 편견과 부당에 좀더 주의를 기울이고, 교사도 교사로서 존중받으며 교육의 앞날을 같이 설정해 가길 희망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왜 어떤 산재는 보이고 어떤 산재는 보이지 않는가
캠페인즈 미디어를 통해 직접 캠페이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왜 어떤 산재는 보이고 어떤 산재는 보이지 않는가 전수경/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산재가 험하고 힘든 일을 하다 사망하는 남성 노동자의 이미지를 갖게 된 데에는 산재 사망의 심각성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사망 만으로 산재 문제 전체를 보기는 어렵다.  누구든, 어떤 일이든 일을 하면서 몸이나 마음이 상하기도 하고 다치기도 한다. 하루의 삼분의 일 또는 이분의 일을 보내는 공간, 작업 또는 보이지 않는 관계 같은 것들이 사람의 신체와 마음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보통 산재라고 부르는 것들은 국가가 정한 기준 즉 산재보상법이 정하는 산재의 요건을 통과한 것을 가리킨다. ‘4일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질병, 부상이라면 산재의 기본적 요건이 된다.  그러나 이론과 현실은 다르기에 노동하는 사람이 처한 조건에 따라 국가의 산재보험 제도에 접근이 불가하거나 보험 이용을 포기, 또는 거부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산재보험 이용자 수에 집계되지 않았다고 해서 산재가 아닌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22년 107,214명의 노동자가 사고를 당하고, 23,134명의 노동자가 직업병으로 판명되어 모두 130,348명의 노동자가 산재를 입었다고 발표하였다. 130,348명의 노동자 가운데는 사고사망자 874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 통계 자료의 하단에는 ‘산재요양 승인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임에 유의’하라는 문구가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두 가지이다. 산재보험을 신청할 수 있느냐가 첫째, 산재보험을 신청했지만 ‘승인’받을 수 있느냐가 둘째이다. 건설 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노동자, 공장에서 기계설비에 끼여 사망하는 노동자와 같이 산재로 인한 사망이 명백한 사례들이 최근 수년간 많이 알려져 시민들의 마음을 울리고 산재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왔다. 이와 같은 사망을 포함하여 일반적으로 제조업이나 건설업 현장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쉽게 산재보험을 신청하고 쉽게 ‘산재요양 승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그러나 ‘전국건설노동조합’ 활동을 정부가 탄압하고 경찰수사에 들어가면서 노동조합의 활동이 어려워지자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재가 은폐되고 있다는 제보가 많아지고 있다- ‘떨어지고 끼이고 부딪쳐 가며’ 아파트를 짓고 배를 만들고, 빵을 생산해야 하다니, 노동자의 사망과 사고 뉴스를 접하며 우리는 사람보다 경제가 먼저인 체제의 비정함을 직관적으로 느낀다.   그런데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산재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을 통해 개인 사업자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일을 하다 다치거나 사망하였다면 어떻게 되는가? 최근 2~3년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처럼 불안정하고 유동적인 노동을 하는 이들이 600만~700여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노동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상시적으로 일감을 받고 한 곳에서 일을 해도 고용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언제든지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살얼음판 같은 조건에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이들 불안정한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고용보험 가입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 가입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 정부는 말하고 있다. 다행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산재는 쉽지 않다. 최근 뉴스 사회면에 자주 등장하는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를 보자. 정부의 산재사망 통계에 포함되려면, 쓰러진 택배 노동자가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야 하고, 쓰러진 후 산재 신청을 했을 때 가령, ‘ 일주일 이내 업무량이나 시간이 이전 12주 (발병 전 1주일 제외) 평균보다 30% 이상 늘거나 업무강도 및 업무환경 등이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 였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어야 산재 사망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빗길 배달을 가다 오토바이가 미끄러져 사망한 배달 라이더, 고속도로 졸음 운전으로 사망한 화물차 기사에 대한 뉴스를 보았다면, 이 죽음이 산재라고 생각해 보았는가.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졸음 운전에 이르기까지의 노동시간, 업무량 등을 입증해서 산재 승인을 받을 수 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산재 사망 노동자의 숫자로 헤아려질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교통사고 사망자이다. 산재 사고의 수, 산재 사망자의 수가 적다, 많다, 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으로 생계를 하고 가족을 부양하는 노동자임에도 다치거나 사망하였을 때 그 자신과 가족의 사회적 안전망이 사라지거나 부족해지는 것이다. 노동자의 자격이나 산재의 조건은 사회적 흐름에 따라, 필요에 따라 변화하고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인데, 정부는 이를 방치한다.  이런 의문도 든다. 사망에 이르지 않지만 천천히 오는 산재는 어찌할 것인가. ‘산재요양 승인’은 요건만 갖추면 형식적으로는 모든 노동자에게 열려 있지만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에 산재보험 이용 자체를 시도하지 않는 노동자가 많다. ‘비용과 시간의 소요’라 함은 산재 신청을 위한 정보탐색과 상담, 법률서비스 구매,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기간, 이의제기 등의 지난한 과정이 수반된다는 것을 뜻한다. 노동자들의 증언, 사례발표, 실태 조사 등을 통해서 제도의 복잡성, 접근성의 장벽은 이미 드러나 있지만 고용노동부와 산재보험운영기관 근로복지공단은 외면해 왔다. 또한 앞서 말한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가 아니더라도 고용이 안정적인 일부 노동자층을 제외하고는 많은 노동자들이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다른 노동자가 내 일을 대체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비정규직일수록 불안은 더 크다. 아파도 출근하고, 참기 어려우면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는다. 2019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산재보험으로 치료해야 할 노동자가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건강보험에서 새어 나가는 돈이 연간 최소 277억 원에서 최대 3,2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일을 하다 다치거나 아픈 노동자의 21.0%~42.4%가 산재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산재보험을 운영하는 <근로복지공단>은 보험료를 더 걷었다며 해마다 수백억의 산재보험료를 기업에게 환급해 준다. 일을 하다 다치고 아픈 노동자가 산재보험을 통해 치료받도록 산재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은 기업의 책임이고, 제도를 통해 더 많은 노동자가 보험을 이용하도록 촉진하는 것은 국가의 역할이다.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 이용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개혁하지 않고,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를 축내도록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산재보험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기 전에는 산재 발생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다.   제도와 노동 현실의 불안정함이 만나 산재를 감추는 한편에 또 하나의 쟁점이 있다. 정부는 산재요양 승인 노동자 집계를 발표하면서 성별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2022년 산재사고 사망 노동자 874명 가운데 여성 32명, 이라고 분류한 사망자료 외에 산재 전체에서 여성을 구분해 발표하는 통계가 없다. 고용이 더 불안정하고, 더 낮은 임금을 받는 이들일수록 산재보험 이용을 꺼릴 가능성이 큰 상황이고 그 조건에 여성의 비중이 큰 현실을 고려하면 정부의 발표는 너무 안이하다. 여성 노동자의 산재로 최근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는 학교 급식조리 노동자의 폐암이다. 2023년 11월 현재, 4만 명이 넘는 학교 급식조리 노동자가 건강검진을 받았고 이 가운데 폐암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노동자가 130여 명에 이른다. 환기시설 없는 조리실에서 노동자 1명당 학생 100~200명 분량의 식사를 준비하는 노동강도를 감당하며, 굽고 튀기고 볶는 과정에서 조리흄을 흡입하면서 폐암이 왔다. 학교 무상급식 시행 12년차, 학교급식실 조리노동자의 작업환경에 교육 당국은 관심이 없었다. 중년 여성의 ‘밥 짓는 일’을 노동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무상급식 12년이 되도록 잠복되어 있던 여성노동자들의 직업병은 노동조합이 나서지 않았다면 여전히 가리어져 있었을지 모른다.  <노동건강연대>가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2022~2023년 ‘청년여성 산재회복 지원사업’을 펴며 청년 여성 노동자들의 산재 신청 현황을 살펴보았다. 결과는 참담했다. 사업에 신청서를 낸 600여 명의 청년 여성 노동자 가운데 단 5명만이 산재보험을 신청했다고 답했다. 여성 노동자의 산재는 아직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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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하는 제화 산업, 노사 상생의 길은?
이 글은 대화 참여자들의 주장을 압축하여 재구성한 것으로 오마이뉴스에 2023년 11월 13일에 발행된 글입니다. 20만원 수제구두 만들면 노동자 6500원, 사장님은? [오마이뉴스 23.11.13] ▲ 성동구 수제화 거리 성동구 성수역 인근에는 수제화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 서울시  성동구 성수역 인근에는 작은 구두상점들이 줄지어 있고 거대한 구두 모양의 조형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성동구에서 지역 특화사업으로 지원하는 성동 수제화 거리다.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성동구에는 462개의 신발이나 부품 제조 사업체가 있고, 1985명이 일하고 있다. 엄청나다고 놀랄 일은 아니다. 이 숫자는 매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2012년부터 성동구를 비롯해 서울시와 중소기업청 등 여러 기관이 제화산업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펼쳤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이런 가운데 제화공들의 불만은 2018년에 한 번 크게 터졌다. 수년째 동결된 수제화 공임을 견디다 못해 파업(형식적으로 개인 사업자인 제화공들은 파업권이 없다. 정확한 표현은 '일손 놓기'다-기자 말)을 감행했고, 제화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낮은 임금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이후 전태일재단이 나서 2021년부터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상생위원회가 추진되었고, 올해 9월, 드디어 '제화산업 노사상생발전협의회'가 발족했다.그러나 한국 제화산업의 문제는 하청 업체 내 노사 합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의 산물이다. 제화 대기업은 생산비가 싼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고, 복잡한 다단계 유통 구조는 사업주마저 열악하고 위태위태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게다가 개수임금제(구두 제작 개수에 따라 일정 금액을 받는 체계)와 도급제는 기본적인 노동권마저 가로막는다.힘겨운 과정을 거치며 노사가 상생의 해법을 모색하기로 했지만, 갈 길이 멀 뿐만 아니라, 아직 어디로 가야 하는지조차 안갯속이다. 이제 막 상생을 위한 첫발을 뗀 제화업체 대표 2명과 제화공 2명이 제화산업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논하기 위해 '대담한 대화'에 나섰다. 이들의 대화가, 새로운 방향을 찾아낼 수 있을까?"구두 하나 만들면 노동자는 6500원, 사장은 7000원"  ▲ 제화산업 노사, 상생의 길은? 제화 노동자와 사장이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대담한 대화에 나섰다. 지난 10월 31일 성수역 인근 성수다방에서 진행한 대담한 대화 ⓒ 임지순    제화 하청업체 사장들은 직접 제화공으로 구두를 만들 때부터 계산하면 모두 40~45년 정도 제화 일을 했다.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지만, 현재 제화산업을 보는 시각은 절망적이다.이종찬(사측. 구뚜슈즈 대표): "직접 구두 만드는 일을 할 때부터 치면 40년 동안 제화 일을 했는데, 바뀐 게 없어요. 원청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같은 하청 업체에 주는 단가만 깎으려고 하고. 원재료 가격은 매년 올라가는데 이걸 반영하는 걸 본사에서는 용납 안 해요. 오히려 계속 깎으려고만 하지. 안 깎아도 공임을 올려 주지 않으면 사실상 깎이는 거예요.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는 계속 올라가니까." 경철호(사측. 프리뷰슈즈 대표): "구두 일은 45년 정도 했고, 공장을 맡은 지는 21년 됐어요. 뭐 한때는 벌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 까먹고 있지요. 솔직히 말하면 이 일 그만두고 다른 일 하면서 조금만 벌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아요. (제화공들이) 인건비 올려달라고 하는데, 내가 어느 정도 받으면 올려 주고 싶죠. 구두 하나 만들면 마진으로 3000원, 관리비로 4000원 벌어요. 물론 이것도 모두 똑같이 기계처럼 만들어서 불량이 없는 경우에 그 정도야. 기스(흠집)라도 조금 있으면 죄다 반품이야. 마진 3000원 받는다고 이게 3000원이 아닌 거지. 최소한 마진이 5000원은 넘어야 뭘 쪼개줘도 쪼개주는데... 또 원재료도 딱 맞춰 살 수 없으니까 재고도 많이 쌓이고."제화산업은 다단계 하청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백화점과 같은 대형 유통사와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대기업 원청, 하청 공장, 그리고 제화공의 4단계 구조다. 하청 업체는 원청이 주는 원가 내에서 마진과 제화공 임금을 비롯해 각종 임대료와 원재료비를 감당해야 한다.그렇다고 노동자가 속 편히 월급을 받아 챙기는 것도 아니다. 제화공은 구두 하나를 만들 때마다 공임을 받는 개수임금제에 묶여 있다. 예전에는 기술자가 인정받았지만, 지금은 일하는 기계 같다는 자조가 나온다.이창열(노측. 제화지부 성수분회장): "구두 일은 37년인가 38년 했어요. 처음 이 일 시작할 때만 해도 팀으로 일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3~4명씩 같이 다니다가 사장하고 싸우면 우르르 데리고 나가고. 그러면 사장이 힘드니까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좋지. 기술자들도 인정해 줬고. 그런데 (1997년) IMF 지나면서 싹 바뀌더라고요. 사장님들이 우리를 일하는 기계로밖에 여기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는 월급제가 아니기 때문에, 일이 없으면 돈을 못 받아요. 그래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거나 딴 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박완규(노측. 제화지부 지부장): "16살부터 명동하고 미아리에서 구두 일을 하다가 20살에 성수동에 와서 일했는데, 벌써 35년이 됐네요. (하청 업체 사장님들과) 현장을 오래 겪어왔기 때문에 대표님들 생각이나 처지도 잘 알아요. 구두 일에서 일제 강점기부터 안 바뀌고 있는 게 도급제예요. 제화산업은 개수임금제, 도급제 때문에 노동자들이 뭉치지도 못해요. 공장장 따라서 여러 명이 함께 움직여 다니니까 노동자들끼리 서로 일감 받으려고 라이벌처럼 만들어 놓고. 출퇴근이 있고 월급제 하면 (노동자들에게) 좋은 조건을 만들 수 있지만, 개수임금제, 도급제 때문에 아무것도 안 되는 거예요."  ▲ 제화 하청업체 대표 경철호 프리뷰슈즈 대표(좌)와 이종찬 꾸뚜슈즈 대표(우)는 모두 구두일을 40년 이상 한 제화 하청업체 사장이다. 제화 공장의 해외 이전, 중국산 신발 수입으로 쇠락하는 제화 산업의 현실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 임지순    제화산업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구두 한 켤레에 들어가는 항목별 구성비를 알아야 한다. 사업장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이렇다. 구두 한 켤레의 원가는 보통 5만 원 정도 잡는다. 소비자 가격, 즉 우리가 사는 구두값은 원가의 4배 정도다. 원가 5만 원 중 업체가 이익을 남기는 마진은 3000원이다. 또 구두를 만드는 노동자는 파트별로 1명씩, 총 2명이 붙는다. 이들은 한 켤레를 만들 때마다 6500원 정도 받는다. 품질을 관리하는 업체 사장은 여기에서 관리비 4000원을 받는다. 나머지는 원부자재값이다.대체로 원청이 소비자가의 25%, 즉 원가만큼의 금액을 이익으로 가져가고, 백화점 등 유통업체가 38%를 가져간다. 여기에 한 켤레를 팔 때마다 판매 매니저가 12%를 보수로 받는다. 하청 업체의 마진은 발주 물량이 많으면 더 줄어든다. 예를 들어 200족 이상이 발주되면 마진은 3천 원에서 2천 원으로 떨어진다.  ▲ 구두 한 켤레 당 원가 구성비(추정) 제화산업은 구두를 만들 때마다 공임을 받는 개수임금제다. 구두 한 켤레를 만들면 하청 업체 사장은 마진과 관리비로 7000원을, 제화공은 6500원을 가져간다. 물론 업체와 상품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 대담한 대화  사시사철 일정한 물량이 발주되지 않으니, 월급제를 도입하기도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물량마저도 계속 줄고 있다는 점이다. 원청은 인건비와 재료비가 싼 중국이나 인도네시아로 공장을 옮기고 있고, 이제는 어느 정도 품질을 갖춘 중국산 제화도 밀려들고 있다.물량이 없다 vs. 물량 있으면 일할 사람은 있나?이종찬(사측. 구뚜슈즈 대표): "물량이 부족한 게 현실이에요. 20년 전만 해도 동대문에서 만들어 달라는 물량이 하청 일감보다는 많았어. 그때는 일감이 부족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일감이 없어요." 경철호(사측, 프리뷰슈즈 대표): "동대문은 팔 수 있는 물량이 적으니까 중국에서 대량 수입은 못 하고 우리 같은 공장에 주문했었는데 지금은 거기도 죽었잖아요? 원청에서는 우리하고 단가가 안 맞는다 싶으면 중국으로 생산공장을 옮겨 버려. 계속 일감이 주니까 일하는 사람(제화공들)에게 뭘 해주고 싶어도 어려워요." 박완규(노측. 제화지부 지부장): "사실 물량이 늘어나도 문제 아닌가요? 현장에 가보면 50대 중·후반은 다 다른 곳으로 이직하고 없어요. 주로 건설업으로 옮겨요. 이런 상황에서는 물량이 늘어나도 만들 사람이 없잖아요? 사장님들은 물량이 늘어야 한다시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는 건 고민 안 하고 있어요. 건설 쪽은 하루 8시간 일하면 한 달에 400만 원은 벌어요. 우리가 하루 8시간 일해서 400만 원 벌 수 있어요? 못 벌어요." 이창열(노측. 제화지부 성수분회장):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 정도 일해야 겨우 400만 원 벌 수 있어요. 중노동 해야 그 정도 버는 거예요. 게다가 일 년 내내 일감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일감 없을 때는 수입도 없어요." 박완규: "그 정도 벌 수 있는 게 일 년에 5~6개월밖에 안 돼요. 이때는 우리만 힘든 게 아니라 사장님들도 힘들다는 거 알죠."비교적 젊은(?) 제화공들은 주로 건설업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남은 이들은 대체로 62~63세로, 은퇴를 얼마 남겨놓지 않았다. 사람들은 떠나지만 새로운 사람은 들어오지 않는다. 월급제가 아니니 퇴직금도 일 년에 백만 원 정도로 합의하는 형편이다. 4대 보험은 엄두도 못 낸다. 그나마 노조가 생기면서 성수지역에는 4대 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이 3곳 생겼다.박완규: "지금은 두 곳이에요. 한 곳은 폐업했어요. 4대 보험에 가입하려면 월급을 정해야 하니까 한 곳은 280만 원, 다른 곳은 230만 원 정도로 합의해서 4대 보험을 납부하고 있어요. 이것도 노조 때문에 겨우 얻어낸 것이니까 아마 (노조가 없는) 다른 지역은 4대 보험 가입한 곳이 거의 없을 거예요." 이창열: "꾸준히 일을 하는 사람은 한 달에 250만 원 정도 벌지만, 나머지는 그것도 힘들어요. 우리 사장님에게 4대 보험 들어달라니까 해주겠대요. 그런데 제화공들이 (가입하러) 안 간대요. 다 늙어서 4대 보험 들어서 뭐 하냐고. 자기부담금조차 아깝다는 거죠."4대 보험 중 자기부담금조차 아까운 제화공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은 노동자들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경철호: "사장들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매일 생각해요. 당장 내일부터라도 안 하고 싶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장들도 아마 99~100% 같은 생각일 거예요. 내가 사장이지만 일하는 사람이랑 똑같이 나와서 똑같이 들어가요. 뼈가 빠지게 일했어요. 이러고 내 한 달 수입이 얼마인지 알아요? 일하는 사람들하고 별반 차이가 없어요. (돈을) 못 가져갈 때도 있고 더 넣어야 할 때도 있어요." 이종찬: "사업주 입장에서는 일이 없다고 비용이 안 나가는 게 아니에요. 고정비는 계속 들어가요. 임대료도 내야 하고, 제화공은 아니지만 월급 주는 직원도 있잖아요."나만의 브랜드 갖고 싶은 이들... '상생'이 힘이 될 수 있을까?  ▲ 제화 노동자 박완규 제화지부 지부장(좌)과 이창열 제화지부 성수분회장(우)은 구두일로 잔뼈가 굵은 노동자다. 이들은 기본적인 노동조건도 보장되지 않는 제화산업의 현실에 분노하지만, 하청업체 사장들도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한다. ⓒ 임지순    이런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성동구를 비롯해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여러 기관에서 제화산업을 살리기 위해 지원했다. 그런데 대부분 수제화 거리를 조성하거나 조형물을 만드는 데 투입됐다.과도한 유통 마진을 줄이기 위해 제조업자가 직접 매장을 열 수 있도록 낮은 임대료의 상점도 열었다. 그러나 남의 제품을 베끼지 않는 한, 직접 디자인해서 수량을 맞추기는 어렵고 독자적으로 마케팅을 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원가가 오르고 가격 경쟁력이 생기지 않는다. 몇만 원만 더 주면 백화점에서 브랜드 구두를 살 수 있는데, 왜 노상에서 사겠나?그래도 구두장이들의 꿈은 한결같았다. 원청과 유통업체에 덜 의존하고 나만의 브랜드를 갖춘 구두를 만드는 것. 이들은 그 꿈 때문에 아직 일을 놓지 못한다.이창열: "(수제화 거리에 있는 구두) 가격이 18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예요. 몇만 원 더 주면 백화점에서 사지, 왜 노상에서 사겠어요? 백화점 단가에 맞추니까 안 되죠. 나도 점포 열어서 해보려고 오래 구상해 봤어요. 주위 노동자들이 힘 모아서 월급제도 해보려고. 그런데 사업주가 아니라서 들어가지 못했어요."이종찬: "내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구두 일을 계속 한 건, 내 브랜드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나도 내 브랜드 만들어서 거기 한 번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어렵더라고요." 경철호: "나는 지금도 내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안되면 공동 브랜드라도 만들고 싶어. 4~5개 업체 정도가 힘을 합쳐서. 각자 잘 만들 수 있는 걸로 4~5점씩 모아서 같이 해보는 거예요. 원청에서 지금처럼 일감 받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이에요. 지금은 물량도 줄고 있고 그나마 중국으로 다 빠져나가. 구두 일을 계속한다면, 내 브랜드를 가지고 돌파구를 찾고 싶어요." 박완규: "지금 국내 제화산업이 생각할 수 있는 대책은 딱 3개예요. 첫째 단기적으로는 유통 쪽이 1%만 양보하는 거예요. 그러면 지금의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어요. 둘째는 국내 물량을 중국이나 외국으로 넘기지 않고 유지해 주는 거죠. 그래야 먹고 사니까. 마지막 셋째는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거예요. 지금 제화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복지나 근로조건이 다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나 돌파구는 찾아야죠."아직은 꿈으로만 남아 있다. 그러나 이들은 대화가 끝나고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 방법에서 '우리들의 브랜드'를 만들 방법까지 한참이나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단순히 어려운 영세사업장의 살길 찾기가 아니라, 좀 더 사회적인 가치를 담은 도전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영세자영업자와 노동자가 손을 잡고, 상생과 나눔의 가치를 담고, 사회와 지역을 연대의 가치로 연결한다면? 우리는 구두를 사면서 사회적 가치까지도 살 수 있지 않을까?물론 갈 길은 산 넘어 산이다. 그러나 이들은 맨 앞의 산 하나쯤은 이미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일단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사장과 노동자가 손을 잡지 않았는가? * 이 글은 참여자들의 대화를 요약하고 재구성한 것입니다. 대화 전문과 제화 산업의 현황 글을 보시려면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십시오. - 대담한 대화 전문보기
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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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안전] 경과를 쫓는 일
임금체불과 직장내괴롭힘으로 노동자가 분신 사망하고 계절이 바뀔만큼 시간이 지나도 가해자가 아무런 사과나 반성이 없다면, 10년 넘게 일한 노동자가 질병 산재로 사망한 후 소속 행정기관 앞에 분향소를 마련할 때 공권력과 물리적 충돌을 겪어야 한다면,  2인1조의 작업 매뉴얼도 비상정지 장치도 작동하지 않는 곳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했을 때 아무도 실형을 받지 않는다면  그 사회의 산업재해는 줄어들 수 있을까요? 2023년 12월, 여의도 한강성심병원 주차장 한편에는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한 택시노동자 방영환 열사의 분향소가 있습니다. 법으로 정해진 택시월급제를 지키지 않는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택시월급제를 준수와 체불임금 지급을 촉구하던 방영환 노동자는 사측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습니다.  지난 9월 26일 회사 앞에서 분신한 방영환 노동자는 10월 6일 사망했습니다. 유족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산재를 신청했습니다. 사측은 방영환 노동자의 사망 후에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재발방지 대책도 내지 않았습니다. 방영환 노동자가 사망하고도 70여 일이 지나고 나서야 해성운수 대표의 구속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분신 택시노동자 방영환씨 유족 산재 신청 (2023.11.30. 매일노동뉴스) “때리고 화분으로 위협”…‘분신 택시기사’ 업체 대표 구속 (2023.12.12. KBS) 12월 4일, 14년 동안 경기도의 학교에서 학교급식 노동자로 일한 이혜경 노동자가 폐암 투병 끝에 사망했습니다. 단시간에 다량의 음식을 조리하며 발생하는 발암물질(조리흄)은 학교급식 노동자의 폐암 발병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2021년 학교 급식노동자의 폐암 산재 첫 인정 후 현재까지 113명의 학교급식 노동자의 폐암이 산재로 승인됐습니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12월 6일 이혜경 노동자 추모 분향소를 경기도교육청 앞에 설치하려 했습니다. 교육청 직원은 이를 막아섰습니다. 곧 경찰이 출동하여 분향소가 철거되고 노동조합 관계자를 연행해 갔습니다. 이틀 후, 노동조합과 경기도교육청은 노사합동으로 지하 1층에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학교급식실 노동자 폐암 산재인정, 2년 만에 113명 (2023.10.5. 매일노동뉴스) 폐암으로 숨진 급식노동자 분향소, 노사 합동 설치 합의 (2023.12.9. 참여와혁신) 12월 6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김용균 노동자 5주기 현장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추모제에서는 계속되는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비판, 작은 사업장의 위험을 외면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다음 날인 12월 7일, 김용균 노동자 사망과 관련하여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당시 대표이사의 대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이로써 김용균 노동자 산재 사망에서 실형을 받은 원, 하청 임원은 아무도 없게 되었습니다.  “일하다 죽는 ‘죽음의 외주화’ 중단하라”…고 김용균 5주기 현장추모제 열려 (2023.12.6. 서울신문) ‘김용균 사건’ 원청 법인·대표 모두 무죄 확정 (2023. 12. 7. 한겨레) 산업재해 이후의 이야기를 접할 때면 이래서 어떻게 산업재해가 줄어들까 싶은 심정이지만, 그렇기에 현시점의 상황들을 우리는 더욱 정면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 같습니다. 산업재해 이후 사건의 경과를 쫓아가야 합니다. 이 경과를 보고 듣고 말하여 책임과 추모가 당연하도록 만드는 것이 이미 발생한 산업재해 현장의 오늘을 바꾸는 일이고, 앞으로 발생할 산업재해 현장의 내일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어떤 산업재해의 무엇을 목격하고 또한 기억하는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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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동성애 ~ 이동환 목사 출교 사건을 보고
(사진출처 서울신문.2022.07.16.) 1 동성애에 대한 성경 속 이야기 기독교에서 동성애를 죄라고 보는 성경적 근거는 이러하다. 우선 첫째로 『창세기』에서 신이 인간을 처음 창조할 적에 아담(남성)을 만들고 그 짝으로 하와(여성)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내용에 근거하여 이성애적 성 결합이 성경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이성애적 결합은 모두 일부일처제여야 마땅하다. 신이 아담에게 여러 여성을 취하라거나, 그의 배필로 여성을 여러 명 만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경 안에서도 일부다처제나 축첩을 하는 남성 인물들이 여럿 나온다. 당장 유대 민족과 아랍 민족의 기원으로 언급되는 아브라함도 두 명의 여인에게서 각각 자식을 낳았다. 이에 대해 지금 우리의 기독교는 신약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구약은 이미 지켜진 옛 약속이기 때문에 구약을 반드시 근거로 들어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둘째는 『레위기』 18장과 20장의 서술이다. 『레위기』 18장에는 가증한 풍속-신이 미워하실 풍속-으로 이성애적 결혼 관계를 기반으로 한 성관계 이외의 모든 성관계를 가증한 풍속이요 죄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근친상간, 불륜, 태어난 아기에게 다른 신인 몰렉의 축복을 받게 하는 것, 수간, 생리 중인 여성과의 성행위, 그리고 남성 간의 동성애가 가증한 성행위로 거론되고 있다.  『레위기』 20장에서는 반드시 죽여야 하는 죄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다른 신을 섬기는 자, 부모를 저주하는 자, 불륜을 저지르는 자, 근친상간을 하는 자, 수간을 하는 자, 남성끼리 동성 성행위를 하는 자들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레위기』에서 말하는 남성 사이의 동성 성행위는 성폭력이나 성매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성행위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셋째는 다소 논란은 있으나 『창세기』 19장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의 저주 이야기가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문란한 성생활이고, 그 문란한 성생활 중 하나로 동성애가 언급되고 있다. 저녁때에 두 천사가 소돔에 이르렀다. 롯이 소돔 성 어귀에 앉아 있다가 그들을 보고 일어나서 맞으며,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청하였다. "두 분께서는 가시는 길을 멈추시고 이 종의 집으로 오셔서 발을 씻고 하룻밤 머무르시기 바랍니다.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셔서 길을 떠나시기 바랍니다." 그들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우리는 그냥 길에서 하룻밤을 묵을 생각입니다." 그러나 롯이 간절히 권하므로 마침내 그들이 롯을 따라서 집으로 들어갔다. 롯이 그들에게 누룩 안 든 빵을 구워서 상을 차려 주니 그들은 롯이 차려 준 것을 먹었다. 그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소돔 성의 각 마을에서 젊은이 노인 할 것 없이 모든 남자가 몰려와서 그 집을 둘러쌌다. 그들은 롯에게 소리쳤다. "오늘 밤에 너의 집에 온 그 남자들이 어디에 있느냐? 그들을 우리에게로 데리고 나오너라. 우리가 그 남자들과 상관(相關-서로 관계함) 좀 해야 하겠다." 롯은 그 남자들을 만나려고 바깥으로 나가서는 뒤로 문을 걸어 잠그고 그들을 타일렀다. "여보게, 제발 이러지들 말게. 이건 악한 짓일세. 이것 보게, 나에게 남자를 알지 못하는 두 딸이 있네. 그 아이들을 자네들에게 줄 터이니, 그 아이들을 자네들 좋을 대로 하게. 그러나 이 남자들은 나의 집에 보호받으러 온 손님들이니까, 그들에게는 아무 일도 저지르지 말게." 그러자 소돔의 남자들이 롯에게 비켜서라고 소리를 지르고 나서 "이 놈이 저도 나그네살이를 하는 주제에 우리에게 재판관 행세를 하려고 하는구나. 어디, 그들보다 네가 먼저 혼 좀 나 보아라" 하면서 롯에게 달려들어 밀치고 대문을 부수려고 하였다. (표준새번역『창세기』19장 1~9절) 이상이 구약에서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다. 넷째는 『로마서』를 비롯한 신약성서 안에서의 동성애 관련 서술이다. 『로마서』는 사실상 기독교의 창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도 바울이 일곱 교회에 보낸 편지 중 하나로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사도 바울은 원래 예수 승천 이후,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던 사람들을 박해하다가 다마스쿠스에서 예수의 음성을 듣고 회개하여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기로 결심하였다. 이 시기에는 아직 기독교가 하나의 종교로 성립되기 이전이었다. 원래 사도(아포스톨로스 απόστολος)는 예수를 직접 만난 자여야만 했는데, 사도 바울은 자신이 예수 살아 생전에 그를 만난 적은 없지만 예수의 계시를 직접 들었다고 주장하였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믿지 않았으나 바울의 사촌인 바나바의 중재로 결국 사도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이 시기 예수의 제자들 사이에서는 예수의 가르침을 기존 유대교 가르침의 발전 정도로 보는 사람들도 있었고(베드로, 야고보 등) 예수의 가르침은 유대교와 단절된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사도 바울은 후자에 속했다. 『사도행전』에는 여러 사도들이 열심히 여기 저기 전도하다가 어쩌다 한번 모이기만 하면 이 문제로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이런 갈등의 주된 주제 중 하나는 유대교적 전통을 새로운 모임 안에서 시행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이 중 가장 크게 문제가 된 것은 할례였다. 이 시기의 할례는 이런 식이었다. 어떤 성인 남성이 예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기로 선언하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성기를 꺼내어 테이블 같은 곳 위에 얹어 놓고 음경의 포피를 흑요석으로 잘라내는 것이었다. 일단 다 큰 성인이 다른 사람 앞에서 성기를 내놓는 것도 꺼림찍한데,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성기 피부 일부를 잘라내고 피를 보는 일은 할례 당사자가 아니라고 해도 썩 보기 좋은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예수의 가르침에 매력을 느끼고 모임에 참여하길 바라던 자들이 할례 이야기를 듣고는 모임에 참여하길 거부하고 떠나는 일도 있었다. 이에 사도 바울은, 예수의 가르침에 할례를 포함한 유대교적 율법 전통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하며 유대교와의 단절을 주장했다(『로마서』 2장 25절~29절, 『사도행전』 15장) 초기 기독교에 있어서 유대교와의 단절을 주장한 사람들에게 유대교와 유대인은 단절의 대상이었고 속된 말로 ‘너무 설치는’ 사람들이었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예수의 가르침과 유대교의 단절을 선언하면서 예수의 가르침을 기독교라는 종교로 만들어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이 마음의 욕정대로 하도록 더러움에 그대로 내버려 두시니 서로의 몸을 욕되게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하나님의 진리를 거짓으로 바꾸고 창조주 대신에 피조물을 숭배하고 섬겼습니다. 하나님은 영원히 찬송을 받으실 분이십니다. 아멘. 이런 까닭에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을 부끄러운 정욕 속에 내버려 두셨습니다. 여자들은 남자와의 바른 관계를 바르지 못한 관계로 바꾸고 또한 남자들도 이와 같이, 여자와의 바른 관계를 버리고 서로 욕정에 불탔으며, 남자가 남자로 더불어 부끄러운 일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 잘못에 마땅한 대가를 스스로 받았습니다. (표준새번역『로마서』1장 24절~27절) 『로마서』 이외에도 신약 안의 여러 곳에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불의한 자가 하나님의 나라를 상속받지 못하리라는 것을 여러분은 알지 못합니까? 착각하지 마십시오. 음란한 자나, 우상을 숭배하는 자나, 간음하는 자나, 남창노릇을 하는 자나 동성연애를 하는 남자나, 도둑질하는 자나, 탐욕을 부리는 자나, 술 취하는 자나, 남을 중상하는 자나, 남의 것을 약탈하는 자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상속받지 못할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6장 9절~10절) - 『고린도전서』는 사도 바울이 코린토스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다. 당시 코린토스 교회 사람들은 베드로파와 아볼로파로 나뉘어 파벌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사도 바울은 이를 매우 가슴 아파 하면서 두 번 편지를 보냈는데 그 중 먼저 보낸 편지가 바로 『고린도전서』다. 『로마서』가 비교적 이성적인 느낌이라서 “바울의 복음”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것과 대비되어 『고린도전서』는 교회의 분열에 대한 가슴 절절함과 비통함이 강하게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우리가 알기로 율법은 사람이 그것을 적법하게 사용하면 선한 것입니다. 율법이 제정된 것은 의로운 사람 때문이 아니라 법을 어기는 자와, 순종하지 않는 자와, 경건하지 않은 자와, 죄인과, 거룩하지 않은 자와, 속된 자와, 아버지를 죽인 자와, 어머니를 죽인 자와, 남을 죽이는 자와, 간음하는 자와, 남색하는 자와, 사람을 유괴하는 자와, 거짓말하는 자와, 거짓 맹세를 하는 자와, 그 밖에도 무엇이든지 건전한 교훈에 배치되는 일 때문임을 우리는 압니다. 건전한 교훈은, 복되신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복음에 맞는 것이어야 합니다. 나는 이 복음을 선포할 임무를 맡았습니다. (『디모데전서』 1장 8절~11절) - 『디모데전서』의 “디모데”는 사람 이름이다. 디모테우스(Τιμόθεος)라는 인물로 사도 바울의 제자뻘 되는 젊은 교역자다. 『디모데전서』는 사도 바울이 젊은 교역자 디모데에게 보내는 조언의 편지다. 다만 최근에는 이 편지가 진짜 바울의 편지가 아닐 것이라고 추측하는 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일부 진보적인 성직자나 신학자들이 “성경이 고의로 왜곡되었다”거나 “해석이 잘못 되었다 - 남색이 아니라 남창이다”라고 이야기하긴 하지만, 이러니 저러니 아무리 이야기해도 성경적으로 동성애는 죄가 맞을 것이다. 이런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성경 속에 거론된 여러 죄 중에서 왜 유독 “동성애”만 걸고 넘어지냐고 비판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레위기』에 나오는 “새우를 먹지 말라”라던가 “두 종류의 원단이 혼합된 것을 입지 말라”고 하는 구절들을 그대로 다 지키지도 않으면서 왜 동성애만 걸고 넘어지냐고 비판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창세기』 38장 9절에서는 남성의 자위행위를 죄로 규정하고 있고, 『디모데전서』 3장과 『디모데후서』 1장에서는 이혼과 재혼을 죄로 규정하고 있는데 몇몇 대형교회에 청년부, 아동부 등과 함께 돌싱부도 있는 것을 내가 여러 곳에서 보았다는 사실을 더 거론하지는 않겠다. 또, 동성애를 포함해 성경 속에 거론된 여러 성적인 죄/일탈들은 거의 대부분 주체가 남성으로 되어 있다. 예를 들면 근친상간의 경우에도 남성이 가족/친족 내의 여성(모친, 자매, 딸, 여자 조카, 장모, 처제, 며느리 등)을 대상으로 정욕을 품거나 성행위를 하는 경우를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여성에게 죄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을 오로지 대상으로만 존재하게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신약에서는 여자가 교회에서 말을 하지 않아야 하며 남자를 통하지 않고 말하면 머리를 밀어버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단에 따라서는 여성 목사도 존재하는 시대에 왜 동성애는 안 되는 것인지, 이에 대해 기독교인들은 시원한 해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나는 너희가 알기를 원하노니 각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요 여자의 머리는 남자요 그리스도의 머리는 하나님이시라. 무릇 남자로서 머리에 무엇을 쓰고 기도나 예언을 하는 자는 그 머리를 욕되게 하는 것이요, 무릇 여자로서 머리에 쓴 것을 벗고 기도나 예언을 하는 자는 그 머리를 욕되게 하는 것이니 이는 머리를 민 것과 다름이 없음이라, 만일 여자가 머리를 가리지 않거든 깎을 것이요 만일 깎거나 미는 것이 여자에게 부끄러움이 되거든 가릴지니라. 남자는 하나님의 형상과 영광이니 그 머리를 마땅히 가리지 않거니와 여자는 남자의 영광이니라. 남자가 여자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여자가 남자에게서 났으며, 또 남자가 여자를 위하여 지음을 받지 아니하고 여자가 남자를 위하여 지음을 받은 것이니, 그러므로 여자는 천사들로 말미암아 권세 아래에 있는 표를 그 머리 위에 둘지니라. (『고린도전서』 11장 4절. 개역개정판) 2 동성애에 대한 현대 기독교 교단들의 입장 기독교와 동성애에 대한 견해는, 교파는 물론이고 성직자, 신앙인 개개인에 따라 크게 다른데 완전히 죄라고 보는 입장과 적극적으로 수용하자는 입장, 두 가지의 극단적인 축이 있고 나머지는 이 사이의 어딘가 점으로 존재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한국 기독교는 전반적으로 죄로 보는 입장에 가깝다) 실제로 미국 성공회 같은 경우는 동성애에 대한 입장 때문에 둘로 갈라져 있기도 하다. 동성애를 여전히 죄로 들고 있는 교단에서는 구약과 신약에 일관되게 동성애를 죄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일관성이 있고, 또 성서무오설이라고 하는, 성경이 보여주는 구원에 대한 지침은 완벽한 것이며 일부 오류가 있는 부분이 있을 수는 있으나 대체로 큰 오류는 없다고 보는 생각에 그 근거를 두기도 한다. 이와 비슷하게 성경의 글씨 하나하나는 모두 사람의 의지가 아니라 신의 영감으로 쓰여진 것이라는 축자영감설도 존재한다. 흔히 성서무오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시대의 변화를 인정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하는 성서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역사적/시대적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부터 벌써 성서무오설은 그 논리가 깨진다. 성서에 오류가 없다면 역사적/시대적 변화가 있다고 해도 그것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또 시대적/역사적 배경을 무시하고 성서의 모든 문자에 동일한 가치가 있어서 그것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성경 속에 등장하는 의미가 서로 배치되는 여러 문장들에 대해 배경 설명 없이 오로지 문자/문장의 논리만을 이용해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신약 안에서도 어딘가에선 선행이 최선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또 어딘가에서는 선행은 부차적인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배치되는 문장이 존재하는 것은 대화에 상황적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시대적/역사적 배경을 무시하고 성경적 가치를 사회에서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 성경적으로도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 지 알 수 있다. 동성애에 대해 포용적/수용적인 기독교 교단에서는 예수가 동성애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고 있지 않음을 그 근거로 든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이 현대 기독교는 예수교가 아니라 기독교다. 예수가 그냥 예수가 아니라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온 구원자이며 우리를 대신해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희생한 희생자라는 사실 뿐 아니라, 신과 신의 아들(예수), 신의 말씀(성령)이 사실은 같은 것이라고 하는 삼위일체론, 언젠가 심판의 날이 오고 예수가 다시 이 세상에 나타나(재림) 사람들을 구원할 것이라는 종말론까지를 전부 믿어야만 하는 것이다. 기독교를 믿는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닌 것이다. 3 기독교가 아니라 예수교로 예수운동(Jesus Movement)이라는 말이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1960년대 이후 히피들 사이에서 유행한 예수 운동이 가장 유명하지만, 원래는 예수의 공생애부터 기독교 성립 이전까지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했던 사람들과 그들의 행동, 지향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청년 예수가 진짜 자기 스스로를 신의 아들이라고 지칭했을지는 알 수 없다. 유대교의 개혁을 원했는지, 새로운 사상을 창조하려 했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의 파격적인 행보에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흔히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었다고 말하고 있고 네 복음서는 모두 그렇게 기록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유대인 중의 보수파, 극우집단들이 청년 예수를 나무에 매달아 놓고 때려죽였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사복음서 성립 이전에 쓰여진 사도 바울의 편지들이나 사도들의 말에 보면 예수가 ‘나무에 매달려’ ‘매를 맞아’ 죽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너희(유대인들)가 나무에 달아 죽인 예수를 우리 조상의 하나님이 살리시고 (『사도행전』 5장 30절. 개역개정판) 성경에 그를 가리켜 기록한 말씀을 다 응하게 한 것이라 후에 나무에서 내려다가 무덤에 두었으나 (『사도행전』 13장 29절. 개역개정판) 친히 나무에 달려 그 몸으로 우리 죄를 담당하셨으니 이는 우리로 죄에 대하여 죽고 의에 대하여 살게 하려 하심이라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너희는 나음을 얻었나니 (『베드로전서』 2장 24절. 개역개정판) 하지만 사도 바울 이후부터 지금까지 기독교의 역사는 역사적 예수에 대해 무관심했다. 역사적인 예수가 어떤 인물이었고 어떤 삶을 살다 갔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예수는 신의 아들이자 또 하나의 신이요, 그 자체로 곧 신의 말씀이며 어느 순간 다시 나타나 이 세상의 나쁜 것들을 다 쓸어버리고 예수가 구원자요 희생자임을 믿는 자들만 살려주어 그들의 왕국 속에서 살게 하실 분이라는 것, 그것 이외에는 별 관심이 없다. 모든 종교가 다 그런 측면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말이 많아지고 말이 많아지면 말만 할 줄 아는 이들만 많아져 집단 자체가 타락해 버린다. 어쩌면 고대부터 근대까지 (더 나아가 현재까지도) 유럽의 사상사라는 것이 기독교를 타락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한 역사일지도 모른다. 예수는 어차피 처음부터 베일에 쌓여진 채 알려진 인물이었다. 기독교인들은 부정하지만 (그리고 어떤 이들은 이런 얘기를 하면 무슨 이유인지 되게 기분 나빠하지만), 예수는 끊임없이 사도 바울에 의해서, 교부(처치스 파더)들에 의해서, 성직자들과 신앙인들에 의해서 새로 해석되고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예수는 지금 여기다. 우리는 우리의 시대에 맞는 예수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복음서 이전의 예수, 사도 바울 이전의 예수를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시간을 두고 기다린 들, 지금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심판과 재림이 이 세상에 당도할 리가 없다. 식민지 상황 속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보수화되고 배타성을 강하게 품게 된 유대인들 사이에서 예수라는 존재는 그 자체가 반역이었고, 그 시대, 그 민족과의 불화였다. 하지만 예수는 스스로를 세상의 빛이요, 부활이요 생명이라고 했다. 예수의 등장은 그 자체로 재림이고 심판이었다. 지금 한국 기독교는 신구교를 막론하고 증오와 배타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식의 배타성을 드러내지 않고는 짧막한 설교 하나도 못하는 불쌍한 종교가 되어 버렸다. 기독교에서 심판과 재림, 천국과 지옥을 말하는 것은 이 세상이 그저 그렇게 살다가 죽으면 땡인 덧없는 공간, 거기서 끝나버리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서 언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죽고 썩어 없어질 우리네 인생에서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무언가가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만이 우리 삶의 의미인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이 있지만 그런 이야기는 접어두기로 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독교의 심판과 재림이 언제가 나타날 이벤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한국 기독교 안에서 사이비니 이단이니 정통이니 해가며 싸우는 것은 다 덧없는 일이다. 언젠가 불벼락으로 불의한 것들을 싹 쓸어버리겠다는 생각을 못 버리는 한, 내 눈에는 정통교회나 <나는 신이다>에 나오는 사이비 교회들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 교회와 성직자, 신앙인들이 다시 예수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란다. 이 세상 만물은 자극이 없으면 가만히 있는다. 그게 물리적 법칙이다. 이런 세상에서 그 자체로 반역이고 불화인 사람들이 있다. 나는 성소수자의 존재가 그런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최근 감리교단(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성소수자에게 축복 기도를 했고, 성소수자 인권단체를 개설했다는 이유로 이동환 목사를 절차적 정당성도 무시하고 출교 처분을 내렸다. (한겨레.2023.12.08.) 나는 이동환 목사의 존재가 심판이요 재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는 네가 감히 그 사람과 예수님을 동일하게 보느냐고 호통을 칠지도 모른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나오는 대심문관 이야기 같은 것을 굳이 거론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출교를 명한 그 기독교인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마음 속으로 정말 진실이 무엇인지 정말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논리도 빈약하고, 사회의 이득도 되지 않는 낡은 생각에 사로잡혀 진정한 진실이 이 세상에 오는 것을 거부하는 그들에게 안타까움의 기도를 보낸다.
성소수자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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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안전] 아무 말도 안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생각하며 일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노동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불만이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노동자’라고 하면 왠지 '빨갱이'스럽고 깃발을 들어야 하는 것처럼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향신문과 우리리서치·공공의창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와 노동자 중 평소 주로 접하는 단어를 묻는 항목에는 ‘근로자’라는 응답이 71.3%였다. ‘노동자 동질감’을 물은 항목에는 ‘노동자라고 하면 거리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49.9%로 ‘동질감을 느낀다’(33.8%)보다 16.1%포인트 높았다. (2022.11.18 경향신문)  인류 역사와 분리할 수 없는 ‘노동’을 남 이야기 인듯이 다루려는 것에서 본능적인 거부감이 든다. 우리가 개인의 성장을 위해 이야기하는 워라벨, 커리어 같은 것들 모두 노동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왜 노동권이라고 하면 운동권스럽고,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성실하며 갓생을 지향하는 화이트칼라의 이야기로 여기는 것일까? 우리는 당연한 이야기가 당연하지 않게 여겨지는 사회에 살고 있다. 당연한데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려 한다.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건 산업재해에도 적용된다. 쉽게 말하면 ‘구조적 무감각증’이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기준 한해 재해자수는 130,348명, 사망자수는 2,223명에 달한다. 여기서 집중해야 하는 건 이 지표에서조차 소외된 사람들은 없냐는 것이다. 2021년에 ‘은폐되는 산재 건수가 전체의 66.6%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노동조합은 산업재해 발생과 은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한국노동연구원 김정우 전문위원)가 있었다. 국민권익위원회 또한 2014년 ‘산재 은폐율이 최소 54.8%에서 93%에 달한다’는 연구보고서(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 개선방안)를 냈다. 노동계는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 등 취약 계층 노동자의 산재 은폐율이 정규직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유해물질에 노출됐더라도 수년에서 수십년의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는 암에 걸린 상당수 노동자는 병의 원인을 ‘운명’이나 ‘자신의 탓’으로 돌리곤 한다. 자신이 다루는 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른 채 근무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2023.3.14. 한겨레) 문제라고 말하지 않으면 정말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여겨지기 마련이다. 즉, 다치고 죽어가는 사람이 있는데 그 직접적인 원인이 노동에서 온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여겨지는 원인은 산재 예방 정책의 방향에 있다. 서울대학교 직업환경건강연구실의 김승섭 교수는 “한국의 산재 예방 정책은 그 의도와 무관하게 산재 발생을 실제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산재 발생시 보고하는 숫자를 줄이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즉, 노동자의 목숨이 숫자놀음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방법은 놀라웠는데, 제도상 아무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끔 처리하는 것이 목표였다.  “조금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는 특정 병원을 지정해서 산재가 아닌 ‘공상’이라는 이름으로 치료를 합니다. 공상의 경우 당장 필요한 치료비는 내주지만 산재보험과 달리 이후 후유증을 치료할 수 없을뿐더러 증상이 악화되어 결근하면 임금을 보전해주지도 않습니다.”, “2014년 진행된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산재 위험직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하다 다쳤던 조선소 하청 노동자 125명 중 산재보험으로 치료받았던 이는 9명(7.2%)에 불과했습니다.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못했던 가장 흔한 이유는 ‘원/하청업체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고’였습니다.”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김승섭. 난다 ) 위의 사례는 공상으로 들었지만, 이 자체도 기업에게 위험부담이 된다고 판단했는지, 일명 ‘위험의 외주화’. 다치기 쉬운 업무는 하청업체에게 넘겨 버리는 일도 발생한다. 다치면 고용이 단절되어 버리는 하청 노동자들은 다쳐도 산재보험에 신청하지 못하고 만다.  또 다른 원인은 미비한 처벌에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산재 은폐에 대한 처벌은 4년 동안 41건, 산재 미신고는 4년 동안 3805건에 불과했다. 최근 4년간 산업재해 은폐 및 미신고 건수는 15만건이 넘었지만 처벌은 전체의 2.5%인 3846건에 그쳤다. 사업주는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그대로 보고하는 경우 기업의 평판 저하와 이로 인한 시장에서의 신용저하 등이 우려돼 은폐하는 경우가 많다”고 여기며,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은폐해도 기껏해야 과태료만 부담하기 때문에 사업주로서 이러한 과태료를 감수하면서도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은폐하고자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2023.4.28. 안전신문) 강태선 서울사이버대학교 안전관리학과 학과장은 “한국의 산재 은폐율이 높은 이유는 노동자가 회사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자유롭게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하도록 사업주를 독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대산업재해가 아닌 일반 재해의 경우 감독이나 처벌보다 예방과 지원에 더 집중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산재 신청이 크게 늘어나겠지만, 그것이 우리가 현재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실태를 알아야 산재를 줄이는 법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2023.3.14. 한겨레) 앞서 노동권을 말하면 빨갱이고 커리어와 워라벨을 말하면 화이트칼라냐는 다소 이분법적인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본 글을 쓰면서 발견한 이야기가 이 구분이 아예 말이 되지 않는 건 아니라는 답을 해주는 것 같다고 느꼈다. “앞서의 논문을 준비하며 만난 활동가는 ‘산재가 왜 이렇게 반복될까’라는 질문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화이트칼라가 죽는 거 봤냐?” 맞는 말이다. 만일 대학교수가 1년에 900명씩 연구실에서 사망한다면, 대기업과 공기업의 관리직·전문직 종사자들이 매일 3명씩 산재로 사망한다면 이 문제가 이렇게 방치되었을까? 조선소에서 하청 노동자가 죽으면 ‘보상금 5000만원’이 거의 관행처럼 통용된다. 정규직의 3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으로 “죽음마저도 그렇게 헐값”이다. 반복적인 재래형 산재사고의 본질은 불평등 문제다.” (2021.1.9. 시사in) 매년 발표되는 산업재해 통계에는 일하다 다치거나 죽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다. 그런데, 이 통계에서조차 소외받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중 상당수가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노동자, 이주노동자라는 점은 이들의 산업재해가 숫자로 기록되지 않은 이유가 우연은 아니다. 사회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들은 더 많이 다치면서도 자신들의 아픔에 대해 소리 내지 못하고 있다.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다친 이야기가 배제된 숫자에만 주목하며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 무관심 뒤에서 하염없이 쌓여왔던 사고들은 사람이 죽고 나서야 기록된다.  우리는 이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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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 빼앗긴 서울에도 봄은 오는가
*영화 내용에 기반한 해석입니다. 실제 있었던 일에 대한 사실 여부는 이미 여러 매체에 걸쳐 나왔으니 거길 참고하시면 됩니다. 이와 관련해, 영화 유튜브 <거의잡스럽다> 거의없다님의 발언을 인용하고자 합니다. “역사 영화의 용도는 (역사적)사건을 알려준다기보단, 사건에 흥미를 갖게 만드는 거다. 이 사건이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곱씹어 보는 거지“   *전두환과 전두광 이름을 편하게 혼용했습니다.1979년 10월 26일 박정희가 죽은 뒤 전두환과 하나회 신군부가 등장했다. 그 후 44년이 흐른 2023년 11월 22일 전두환이 직접 등장하는 최초의 영화가 마침내 개봉했다. 이 영화는 실제 사건에 픽션이 가미된 영화다. 영화적 연출이 가미되었으니 역사적 디테일은 실제와 다를 수 있다. 대신 변하지 않는 사실은 ‘전두광’은 ‘전두환’이라는 것이고 악마라는 것이다. "그게 될 거라고 믿었습니까? 밖에 나가 보세요. 바뀐 거 하나도 없습니다. 세상은 그대로야!!" 박정희 사망 후 김재규를 조사하던 전두광의 대사가 영화 초반부터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박정희 사살로 세상이 바뀔 줄 알았겠지만 내가 있는 이상 세상은 그대로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현재까지 바뀐 게 없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때는 군부 독재 세력이 있었다, 지금은 검찰과 언론 그리고 일부 정치 세력이 권력을 휘두루고 있다. 검찰의 시대. 대통령부터 검사 출신이니까. 검찰 세력은 김영삼의 하나회 척결 이전부터 등장했다. 1992년 검사 출신 김기춘이 자리한 초원복국집 사건의 ”우리가 남이가“부터. ”검사동일체“라는 말까지. 한국 역사의 중심에는 늘 권력을 지닌 세력이 항상 있었다. 슬프게도 한국의 역사는 이렇게 흘러왔다. 전두광의 "세상은 그대로야라는 발언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전두광과 하나회의 소신 : 떡고물 전두광과 하나회는 박정희가 사망한 틈을 타 명분을 만들어 정부를 장악하려 애쓴다. 명분은 단순하다. 박정희가 사망한 장소에 참모총장이 같이 있었으니 수상한 점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것, 그러니 참모총장을 체포해야 한다는 것. 그럴듯해 보이는 명분이지만, 사실 아무런 확증 없는 명분이다. 하지만, 이 명분을 앞세워 대통령 재가를 받아 합법적 절차를 만들어 계획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학연, 지연, 혈연 가용한 모든 끈을 동원한다. 그 중심은 하나회다. 이들의 목표는 정부 장악을 통해 출세, 편안함, 생존 등의 사적 욕망을 채우는 것이다. 전두환은 떡고물을 쥐여주고 완벽한 독재를 꿈꾼다. 하나회는 전두환이 건네줄 떡고물을 기대하며 어떤 일이든 한다. 떡고물 앞에서 무너진 인간의 양심은 얼마나 가벼운가. 인간의 자격도 없다는 말이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적절하다. 사사로운 선택의 누적 영화는 전두환과 하나회 패거리들의 작당에만 초점을 맞추진 않는다. 역사의 진행 방향이 거대한 힘에 의해 결정되었다기보다는 권력을 지닌 사사로운 개인들 선택의 누적으로 결정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또 다른 초점을 맞춘다. 한국 역사가 얼마나 어처구니 없이 독재의 길로 빠지게 되었는지 보여주고 각성시키게 한다. 전두광과 하나회에 속한 군인들이 이태신만큼은 아니더라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가졌다면 그날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갔을지 모르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탄생도 다르지 않다. 부자가 되고 싶은 다수의 욕망이 모여 이명박이라는 권력자를 만들었다. 유일하게 다른 점은 이명박은 다수의 욕망을 실현시키기보단 자신을 위해 국가를 수익 모델로 삼았다. 권력을 자신만을 위해 사용했다. 당시 다수의 욕망이 부자 되는 것이 아니었다면 이명박은 그저 그런 정치인이나 기업가 명함을 단 채로 사장되지 않았을까. 한 명의 권력자가 내리는 선택도 역사의 방향성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만, 다수 개인들의 사사로운 욕망이 모여진 선택도 역사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숱한 사사로운 욕망들과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서울의 봄이 던지는 생각해 볼 만한 또 다른 메시지다.이태신의 소신 : 사즉생(死卽生) 이태신은 전두광과 하나회와 달리 책임감 넘치는 참된 군인이다. 두려움도 없다. 전두환과 하나회 쪽으로 전세가 기우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군인답게 싸우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두광 무리를 복도에서 마주치는 장면과 바리케이드를 혼자 넘어가는 마지막 장면이 그렇다. 행주대교에서의 이태신 모습은 뇌리에 박힌다. 영화적 연출이 과장되긴 했지만. 그의 성격으로 볼 때 매우 어울리는 장면이다. 천안문 탱크 앞 중국 청년의 모습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이순신 장군의 ”한 명이 길목을 지키면, 천명의 사람이 두렵지 않다”라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이태신의 사무실에 사즉생(死卽生)이라는 족자가 걸려있다.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전두광 패거리 대갈통을 뭉개주러 출동하는 장면이 사즉생 정신으로 볼 수 있다. 죽기를 각오하고 군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 수경사령관 직책을 박탈당하고 더 이상 방법이 없어도 어떤 식으로라도 끝까지 맞서고자 바리케이드를 하나하나 넘어가는 이태신의 모습이 주는 울림. 한국의 역사를 돌아볼 때 우리의 리더라는 자들은 과연 이런 모습을 보여줬었던가. 임진왜란 때 선조가 한양을 버리고 도망쳤지만 이순신이 자신의 책임을 다했던 것처럼. 장태완 수경사령관을 모티브로 했지만, 사실 이순신 장군에 더 가까운 인물이 아닐까. 현재, 우리의 리더에게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가. 절망적 모습 아닌가. 대화는 사람끼리 전두광이 위병소에 잡혀있을 때 헌병감이 전두광을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리지만 참모차장이 명령을 철회한다. 그리고 상황 파악을 위한 대화 시도를 하다가 전두광을 놓친다. 육본의 별들은 전두광을 체포하기 위해 진돗개를 발령한 후에도 전두광과 신사협정을 맺으며 갈팡질팔 하다가 전두광과 하나회에게 뒤통수를 맞는다. 사람이 아닌 악마들과 대화한 결과다. 반면에 이태신과 헌병감, 특전사령관은 전두광 패거리와 대화하려 하지 않는다. “대화는 사람끼리 하는 것”이라며 그 어떤 빌미도 제공하지 않는다. 상대방과 서로의 입장을 교환하고 이해하는 행위가 대화다. 하지만, 상대방이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인 주장과 태도를 견지한다면 대화가 무슨 소용일까. 그런 상대를 위해서 대화라는 끈을 끝까지 이어가야 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본 바로는 영화도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대화를 하면 안 될 상대들과 어떻게든 대화를 해보려고 하는 사람들조차 한심하게 그리고 있다. 대화와 타협이 허울 좋은 단어로만 이용되지 않았으면 한다. 대화는 사람과 해야 하는 것이고, 그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전두환과 하나회가 쏘아 올린 ‘신세계’ 서울의 봄은 조명과 빛을 사용한 연출, 역사적 고증 등 전체적으로 영화적 연출이 우수한 영화다. 영화에서 길게 나오지 않지만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장면이 있다. 하나회와 전두환이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그들 스스로가 그리는 신세계(新世界)를 완성하기 위해 총력을 펼칠 때. 이에 제동을 걸고자 이태신이 마지막까지 분투하며 출동하는 순간 빨간색의 신세계(新世界) 백화점 글자가 스쳐지나 가는 장면이다. 빨간색 신세계 글자는 전두광의 ‘세상은 그대로야’라는 말처럼 박정희 시대와 같이 핏빛으로 물든 세상을 의미한 것으로 보였다. 한국 역사에 큰 흉터를 남긴 그들만의 신세계 였기에 빨간색으로 그린게 아닐까.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原則) 김염삼의 하나회 해체로 신군부 세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군부세력을 잇는 다른 권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먼저, 1992년 대선을 앞둔 시점으로 돌아간다. 당시 검사 출신인 김기춘 법무부장관 및 부산 기관장들이 초원복국집에 모였을 때 나온 “우리가 남이가”라는 발언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선다”라는 발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 시간 그리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과 2022년 검사 출신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검찰 권력은 한국 사회 중심부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전두환은 ‘우리는 하나’라는 구호로 군부 세력을 사조직화해 권력을 잡았다. 지금 검찰은 검사동일체 원칙을 구호로 하고 있다. 대통령부터 검사 출신을 밀어주고 당겨주며 검사가 정부 주요직을 차지하게 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일개 공무원 조직이 요직에 진출해 나랏일을 맡고 있는 상황이 얼마나 웃픈가. 신군부 세력은 김영삼의 하나회 척결에 한 번에 사라졌지만. 검찰 권력은 그렇지 않았고, 않고 있다. 무소불위 검찰 권력이 하나회보다 더 하면 했지 덜하진 않다. 그들의 권력은 언제쯤 무너질까.    여담이지만, 하나회가 참모총장 납치를 위해 합법적 절차를 만들려고 애쓰는 과정을 보면 검찰의 야당 대표 압수수색이 떠오른다. 합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모습은 지금이나 이전이나 다르지 않다. 시민이 도와줘야 돼 무소불위의 권력이 나대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뭘 해야 할까? 어디에 기대야 하는 걸까? 그 정답은 이태신의 대사에 묻어있다.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 대사다. 이태신이 서울로 진격하는 반란군을 막기 위해 전화를 돌리는 장면에서 나온 대사다. “시민이 도와줘야 돼”이다. 이 대사에 영화의 모든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깨어있는 시민들이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막을 수 있다고. 어떤 권력도 시민을 넘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몸이 뜨거워지는 <서울의 봄>이였다.
새 이슈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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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5주기] 산업재해 피해자로 마주한 삶
우리 부부는 자식이 태어나며 더욱 행복이 충만한 가정이 되었다. 모든 중심은 용균이었고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별 탈 없이 잘 자라는 것을 보며 너무나 행복했었다. 특별히 공부하라고 다그친 적도 없이 알아서 노력하는 편이라 내신성적만으로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어느덧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도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1년 동안 자격증도 여러 개 따놓았다. 이제 직장만 잘 얻으면 되는 일이었다. 전국을 다니며 잘 나가는 기업들 상대로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수십 번을 봤지만, 아들은 경쟁에서 밀려 매번 떨어지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곁에서 괜찮다고 달래 주었지만, 아들은 점점 자존감이 낮아져 힘들어했다. 그러다 김천에서 최종 합격 연락을 받았다. 그렇지만 한 달 후 합격이 무산되었다는 비보... 운조차 따라주지 않았다. 그래서 비정규직 일자리라도 우선 다니기로 했나 보다. 아들은 태안 서부발전 하청 한국발전기술에 입사하게 되었다.  안전장치 없는 현장에서 발견한 위험의 외주화 입사한 지 석 달 못 되어서 아들 사고 소식을 접했다. 하청 이사가 처음 만난 나에게 아들 잘못으로 사고가 났다고 했는데 뭔가 미심쩍었다. 그래서 아들이 어쩌다 사고를 당했는지 알고 싶어 사고 현장에 들어갔는데 현장은 70년대 탄광을 연상케 할 만큼 열악했다. 아주 비좁은 캐비닛 안에는 배고플 때 먹을 컵라면이 있었고 고장 난 플래시가 있었다. 입사한 지 사흘 만에 안전교육도 없이, 인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현장에 투입되었다고 한다. 랜턴 하나 지급받지 못한 채 어두컴컴한 현장을 개인 핸드폰 불빛으로 밝히며 1~2킬로나 되는 긴 거리를 혼자서 점검하러 다녀야 했다. 낙탄이 쌓이거나 탄 덩이가 회전체에 끼면서 불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이상 유무를 파악하는 것이 아들의 점검 업무 중 핵심이었다. 외항의 철재 구조물 속 컨베이어벨트 위에 수많은 회전체가 안전 커버도 없이 돌아가고 있었으므로 사고의 이유를 금방 짐작할 수 있었다. 더욱 비상식적인 것은 개구부와 회전체가 일치하지 않아 머리를 개구부에 넣어야만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2인 1조는 규정에만 존재했으므로 회전체에 몸이 딸려 들어가 죽을 때까지 아무도 안전줄을 당겨줄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너무도 비참했다. 그것도 모자라 마지막 사고 난 장소를 갔는데 사측은 이미 물청소로 모든 증거를 없앤 뒤였다. 그때부터였다. 진상규명 책임자처벌이 꼭 되도록 제대로 밝힐 것을 다짐한 것이. 사람들에게 공공기관조차 현장의 안전이 엉망진창이라는 것을 더 알리고 싶었다.  부르는 곳마다 연대하러 갔지만 실상은 아들의 위험한 작업장을 알리고 부당한 처우를 사회에 고발할 목적으로 다녔다는 게 더 맞을 것이다. 그 와중에도 산재 사망 소식은 끊임없이 들려왔고 모두 아들과 같이 안전하지 않은 현장에서 사람들이 죽었다. 아들의 피켓을 이어받아 하청에 월급도 주고 구체적 작업지시까지 하면서 안전 예산을 짜고 인력을 늘릴 권한이 있는 원청은 안전을 책임지지 않았다. 위험의 외주화로 발생하는 산업재해였다는 것이다. 업무 수칙을 더 잘 지키면 지킬수록 죽는다는 것이다. 원청은 하청을 주었으니 내 직원 아니라고 했고, 하청은 내 사업장이 아니라 현장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원하청 단절로 아무도 안전에 책임지지 않았으므로 동료들의 28번의 위험 시정 요구는 모두가 묵살시킨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사고 당사자한테 모든 잘못을 덮어씌우면 기업 입장에서 가장 피해가 없는 손쉬운 처리 방법일 것이다. 이런 부당함과 싸우기 위해 아들이 피켓을 든 이유처럼 나 또한 이어받아 싸우고 있다.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한 유족들은 모두가 내가 당할지 몰랐다고 했다. 특히 위험하고 힘든 일일수록 걱정 끼치기 싫어서 부모에게 알리지 않으니 더욱 현장 상황엔 어둡기 마련이다. 하청에 재하청일수록 급속도로 위험한 현장이 증가했고 다치거나 죽는 것도 내려갈수록 더 심해진 것을 알게 되었다. 유족들은 각자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모이다 보니 서로가 큰 의지가 되면서 산재피해가족 네트워크 ‘다시는’이라는 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산재 피해 유족들의 바람은 하나같이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 더 이상 우리처럼 억울하게 가족을 잃는 끔찍한 아픔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수많은 죽음을 용인하는 사회 지난 7일 갑작스레 잡힌 아들에 대한 대법 재판을 하게 되었다. 정부 차원으로 이뤄진 특조위 조사에서 아들의 잘못이 아님을 낱낱이 밝힌 많은 증거가 있었기에 그대로 적용하면 원청 대표까지 처벌이 가능할 거라고 예상했다. ‘구의역 김군’ 사건도 원청을 처벌할 수 있었으니 당연히 좋은 결과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대법은 판결은 원심 그대로 ‘기각’이었다. 오늘을 위해 5년 동안 열심히 싸워 왔는데 예상은 빗나갔고 결과는 참담했다. 용균이를 서부발전이 죽인 것은 맞지만 처벌은 하지 않겠다는 기업 봐주기. 실제 감옥에 가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너무 부당한 판결이다. 사법 정의가 죽었다는 생각이 들어 절대로 인정할 수 없었다. 중대재해처벌법 50인 이하 사업장 즉시 적용해야 할 이유를 재판에서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느꼈다. 원청에 사망사고의 책임이 묻지 못하면 아무도 처벌받지 못한다는 것이고 이러함은 수많은 죽음들을 용인하겠다는 것인데 국민의 생명 안전을 보호할 국가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중대재해처벌법부터 지킬 수 있도록, 함께 여러 유족의 손을 잡고 힘을 주며 함께 했다. 마사회 문중원 기수 때도 동국제강 이동우 사건도 디엘이엔씨를 쭉 겪고 느낀 점은 기업은 기업이미지 리스크가 크면 클수록 잘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유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 수립과 함께 합의를 성의 있게 협상하는 것을 봐왔다. 더 큰 성과는 시민들의 안전 의식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는 것이고 노동자 죽음이 과거에는 대부분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기업 살인이라는 인식이 크게 변한 것이다. 하지만 이편한세상 아파트를 짓는 디엘이앤씨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7번의 사고로 8명이나 죽었는데 단 한 번도 기소되지 않았다. 아마도 기업이 유족들에게 처벌불원서에 사인을 해야만 합의를 해준다고 협박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동안 죽음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던 문제였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든 취지마저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또 현재 50인 이하 사업장 유예하자는 경총의 의견을 받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사망사고 80%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함에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힘은 기업을 봐주기 위해 국민의 눈치를 보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도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사람의 목숨을 놓고 협상하자고 나서고 있다. 이미 2년을 유예했음에도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다시 2년을 더 유예해달라고 함은 앞으로도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예는 곧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이기에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중차대한 일이 가장 시급한 민생임을 저들은 왜 망각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수많은 시민을 살리기 위해 내년 초 예정했던 그대로 당장 시행하길 바란다. 뒤늦은 후회는 무엇도 되돌릴 수 없으니 생명과 안전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을 막는 일에 모두가 나서길 바란다.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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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활동가들, 시민사회의 현실에 대해 논하다
이 글은 대화 참여자들의 주장을 압축하여 재구성한 것으로 오마이뉴스에 2023년 11월 21일에 발행된 글입니다. 시민운동 운동권세대 보십시오... MZ 활동가들 4시간 성토 [오마이뉴스 23.11.21] ▲ 시민사회 현실에 대한 3인의 대화 시민사회의 현실에 대한 난상토론을 위해 3명의 시민사회 활동가가 모였다. ⓒ 손우정  변화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시민사회단체는 이전과 결이 다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치열했던 1980년대를 뒤로하고, 계급보다는 생활을, 민중보다는 시민을 중심으로 한 일상적 민주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활발하게 전개된 시민운동은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주체로 자리 잡았다.일부 시민운동 출신 인사는 정치권으로 나가기도 했고, 작은 생활 속 이슈만이 아니라 낙천낙선 운동, 정치개혁 운동으로까지 확장됐다. 노무현 정부 시기부터는 보수적 시민운동도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시민사회의 분화와 함께, 시민운동도 다양화, 세분화되었다. 사실상 하나의 이름, 하나의 성격으로 불릴 수 있는 시민사회, 시민운동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무엇보다 시민운동도 사회의 다른 여러 분야와 마찬가지로 세대교체를 경험하고 있다. 여전히 시민운동을 이끌고 있는 간부들은 격렬한 학생운동의 경험과 민주화 시대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지만, 새롭게 유입되고 있는 활동가들은 소위 'MZ적 감수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거대한 시대의 변화가 우리 사회 곳곳에 반영되며 충돌하는 중이다. 시민단체에서는 이 충돌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을까?다양한 의제를 둘러싼 논쟁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는 '대담한 대화'에서는 이질적 세대가 각축하는 시민운동의 현실을 들여다보기 위해 세 명의 활동가를 초대했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5년 차 활동가인 조선희 활동가(민주언론시민연합, 이하 '민언련')와 서민영 활동가(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이하 '연대회의'), 그리고 벌써 18년 차 활동가가 된 권복희 대표(민주시민교육 곁, 이하 '곁')다. 이들의 대화를 축약하여 싣는다."경험과 세계관 모두 다르다"연대회의 교육위원회에서는 지난 7월 19일부터 8월 20일까지 전국 시민사회운동 활동가 101명을 대상으로 시민운동의 현실과 과제를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설문 결과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저연차 활동가(5년 미만)와 중견 활동가(5~20년), 임원급 활동가(20년 이상)의 응답이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조선희(민언련 활동가, 5년 차): "임원급이나 20년 차 이상의 활동가와 저연차 활동가의 차이는 어쩌면 당연한 것 같아요. 악을 상대하는 방식이랄까?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파악하는 방식, 세계관이나 가치관, 경험이 전부 달라요. 5060세대는 2030세대의 문제인식이 안일하거나 얕다고 보시는 것 같아요. 거악과 싸우고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게 우선이라고 보시니까. 반면에 2030 세대는 '내부의 민주주의부터 정립해야, 외부를 향한 활동도 정당성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해요. 40대의 존재는 그동안 좀 간과해 왔던 것 같은데, 50대, 60대의 지지자나 후원자라고 생각했었어요."권복희(곁 대표, 18년 차): "네? (우리 세대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어요. 우린 낀 세대예요. 영향력 있던 시절의 선배(50~60대), 청년 후배 사이에 끼어있죠. 다만 선배들이 '야'라고 하면 '어'라도 대답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문화가 있긴 해요. 거절을 잘 못하는 세대이기도 하고. 선배들과 다른 방식으로 활동하고 싶지만 여러 상황으로 어렵기도 하고, 항상 조심스러워서 소통을 잘 못하는 세대일 수는 있어요."서민영(연대회의 활동가, 5년 차): "40대 활동가 선배들을 보면, 대부분 학생운동 경험을 공유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뭔가 그 윗세대와 끈끈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여요. 옛날에 전통적인 운동했던 분들이 그러지 않나요? 선후배가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고, 막 토론하다가도 선배 그룹이 딱 등장해서 뭐라고 말하면 싹 정리되는."조선희: "맞아요."(웃음)권복희: "아니라니까요!"서민영: "나쁘게 보인다기보다는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요. 2030 세대는 뭘 하려면 일단 설득이 되어야 하는데, 선배들은 설득 과정 없이 뭔가 확 모이는 것 같은? 물론 경험에서 나오는 차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잘 이해가 안 되는 측면이 있어요."조선희: "설문 결과를 보고 좀 복잡한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시민사회의 가능성 같은 질문에 40대에 해당하는 선배들이 가장 부정적이잖아요. '아, 이분들이 많이 지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에는 그냥 이분들이 60~70대의 지지그룹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와 잘 대화하면 이해의 폭을 넓힐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권복희: "우리는 소위 586으로 불리는 선배 세대를 이해는 하지만 경험이 달라요. 그런데 청년 활동가들은 우리와 선배들을 다 같이 묶어서 비판하는 것 같아요.  ▲ 권복희 민주시민교육 곁 대표 권복희 대표는 흥사단 인턴으로 시작해 이제 18년 차 시민운동가가 되었다. ⓒ 손우정    86세대(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1960년대생)와 97세대(1990년대에 대학을 다닌 1970년대생)는 학생운동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지만 일정한 '단절'이 존재한다. 당사자들은 그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지만 이후 세대의 눈으로는 같은 그룹, 혹은 서로를 지지하는 그룹일 뿐이다. 그만큼 86·97세대와 이후 세대의 간격은 86세대와 97세대의 간격보다 더 크다. 그래서 여기저기 불협화음이 들린다.조선희: "생각해 보니까 우리가 반성할 점도 있는 것 같아요.(웃음) 선배들에게 '비민주적'이라고 지적할 때가 있는데, 이 말을 너무 쉽게 썼다는 생각도 들어요. 선배들은 이 말을 굉장히 공격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이시더라고요. 우리 세대가 적절한 언어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더 많은 언어가 필요한 건 사실이에요."서민영: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상급자는 직급과 경험에서 오는 권위가 있잖아요? 그래서 권위가 있다고 했더니 '내가 권위적이라고?' 하면서 굉장히 놀라고 당황하더라고요.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권복희: "권위는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권위적이라는 말은 우리에겐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돼요. 저도 '민주시민교육 한다는 사람이 그래도 되냐?'는 말을 들으면 굉장히 상처받거든요. 생각해 보면 그 말을 했던 분도 적절한 언어를 찾지 못해서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아이디어 내면, "네가 책임질 수 있어?"'적절한 언어'의 사용,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오해와 실수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차차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제는 '서로 다른 생각'이 원하는 만큼 교통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새로운 세대는 기성세대가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세상의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시민운동의 정체를 낳는다고 보고 있다.서민영: "시민운동의 방식이 잘 안 변해요. 늘 농성, 단식, 삭발... 물론 이런 방식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니까 계속하는 것이라고 이해는 하는데, '계속 반복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이번엔 단식했으니까, 다음은 누가 삭발할래?' 같이 거의 매뉴얼처럼 움직인달까? 시민들이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움직일까 싶고, 너무 갇혀 있는 느낌이에요. 낙천·낙선 운동하면 잡혀간다고 겁주는데, 저는 잡혀가면서까지 운동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진짜 무서워요."권복희: "선배들은 학생운동 하면서 구속과 수배를 불사했기 때문에 그렇지만,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서 (사기업 취직 대신) 공익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 같아요. 그런데 예전에는 단식하고 삭발하고 행진하는 방식을 통해서 실제로 많은 걸 바꾼 경험이 있어서 새로운 운동 방식을 생각하거나 시도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은 예전과 같은 효능감이나 확장력이 없는데도요. (시민사회가) 의제도 주체도 다양해졌으니까 운동 방식도 다양해질 수 있는 논의와 시도를 계속해야죠."조선희: "문제가 터지면 자동으로 '기자회견 열자'고 해요. 그럼 금방 열어요. 그런데 기자는 안 와요. 토론회도 입장이 다른 사람과 해야 의미가 있는 건데, 너무 비슷한 사람들하고만 해요. 입장이 다른 사람을 부르자고 하면 당황하는 경우도 있어요."새롭고, 세련된 방식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실패의 가능성이 공존한다. 대신 기존방식은 안전하다. 그래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은 섣불리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어렵다. 그래도 누군가 실패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도전하지 않는다면 변화가 있을 리 없다. 이들은 제안이라도 충분히 해봤을까?조선희: "우리에게 결정권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회의는 대부분 실무자를 정하고 업무를 나누는 시간이에요. 새로운 시도나 아이디어를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에요."  ▲ 조선희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조선희 활동가는 5년 차 민언련 활동가다. ⓒ 손우정    서민영: "아이디어를 내면, '네가 의견 냈으니까 실현 가능하게 책임져'라는 식이에요. 의견을 내면 같이 고민해 주지 않고 '제안서 만들어와' 이런 식이면 또 의견을 내기 힘들어요. 나도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그래서 젊은 활동가들은 동아리나 책모임 같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많이 해요. 조직 내에서 소화를 못 하니까."권복희: "시민단체 처장들이나 팀장들은 다들 너무 바빠요. 새로운 것보다 당장 지금 하는 일을 책임지는 게 중요한 사람들이죠. 나를 포함해 처장님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난 (새로운 방식을) 잘 모르니까 확신이 안 서,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하는데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할 것 같아요.""사회적 영향력? 생각하는 의미가 서로 달라"새로운 세대는 기존의 시민운동이 정체되어 있다고 느끼고, 시민운동의 사회적 영향력이 줄었다는 평가도 많다. 그런데 연대회의가 진행한 설문조사 중 의외의 부분은 시민단체의 사회적 영향력이 높다는 것에 동의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물론 40대의 긍정 응답 비율은 가장 낮다. 여기에는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이 섞여 있다.  ▲ 2023년 시민사회단체 현황조사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에서 2023년 7월 19일부터 8월 20일까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1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사회적 영향력 부분에서 40대 활동가의 응답이 가장 낮다. ⓒ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권복희: "86세대에 해당하는 20년 차 이상은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한 경험을 이미 해 봤어요. 그런데 우리 세대는 윗세대가 영향력을 행사할 때 지원만 했지, 우리가 한 일로 느끼지는 못했어요.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니까 (40대가) 낮게 응답한 것 같아요."서민영: "사회적 영향력을 서로 다른 의미로 이해하는 것 같아요. 선배들은 사회적 영향력이라고 하면 어떤 결과가 바뀌는 것으로 생각하잖아요? 우리는 이걸 '내 친구들이 알고 있느냐'로 판단해요. 우리의 주장이 널리 알려지면 영향력이 있다고 보는 거죠."조선희: "전 5년 차 미만 활동가들이 사회적 영향력이 높다고 응답한 건, 현실에서 그런 걸 경험해 봤다기보다 희망이나 기대가 섞인 결과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일반회사에 취업할 수도 있었지만, 시민운동을 선택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어요. 그런데 우리 활동이 아무런 영향력도 없다고 하면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영향력을 경험할 틈이 없었던 것 같아요. 어떤 일이 끝나면 평가해서 '아, 이런 영향력이 있었구나'하고 느껴야 하는데 바로 다음 이슈로 넘어가기 바빠요."서민영: "평가 자체를 잘 안 해요. 단순히 바빠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성과에 대한 피드백이 없으니까, 활동가들이 쉽게 지치는 것 같아요. 힘들게 뭘 마치고 나면 '수고했다'하고 끝. 한 시간만이라도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었고 어떻게 하면 더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활동의 의미를 더 잘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건 개인의 몫으로 남겨 놓는 거죠."조선희: "변화보다는 남아있는 문제에 더욱 집중하는 것도 문제 같아요. 우리 단체에서 지원해서 포털에 이태원 참사 2차 가해 댓글을 막는 일을 한 적이 있어요. 처음에는 많이 참여 안 했는데, 두 번째 할 때는 1차에서 참여 안 한 곳들이 많이 참여했어요. 3차 때는 2차 때 안 한 곳이 또 많이 참여하고. 아주 작고 소소하긴 하지만 이런 작은 변화도 분명히 영향력인데, 조직에서는 성과를 강조하기보다 '아직 동참하지 않은 언론사'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결과가 쓰였어요. '우리 조직은 이런 작은 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나? 너무 작은 변화라고 생각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우리가 변화시킨 것에도 초점을 좀 맞추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싶고, 문제는 계속 쌓여가는 것 같아서 답답해요."권복희: "우리가 작은 변화를 주목하지 못하는 야박함이 있는 것 같아요. 중요한 영향력을 가졌어도 이걸 내부의 자부심으로 연결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시민사회의 아쉬운 부분 중 하나죠."전환의 길? 의미와 방향을 가진 대화부터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겨서 진행된 '대담한 대화'의 화두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만큼 쌓인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대화 중간 자주 나온 이야기 중 하나는 성토의 대상이 된 '선배들'과 함께 대화했다면 더 좋았겠다는 의견이었다. 요즘 청년세대는 선배들과 대화하기 싫어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선입견이다. 신진 활동가들은 누구보다 대화에 목말라했다. 다만 문제는 대화의 화두,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다.서민영 "조직 내에서 소통을 많이 해야 해요.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워크숍 같은 것으로는 안 돼요. 인간적인 고민을 터 넣고 소통할 수 있는 유대감이 필요해요."  ▲ 서민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활동가 서민영 활동가는 대학시절 YMCA활동으로 시민운동을 시작해 이제 5년 차 활동가가 되었다. ⓒ 손우정    조선희: "그냥 유대감을 나누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한데, 아무리 워크숍을 가고 대화를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예요. 그냥 '저 사람은 나와 다르구나'하고 인정하는 것이 필요한데, 같이 일하는 사람이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잘 인정하지 못해요. 우리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많이 이야기해야 조직에 대한 애정이 생기지, 그냥 대화만 한다고 되나요?"권복희: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에 대한 대화를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이슈 중심으로 싸우기만 했죠.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해요. 시민사회와 세대가 다 변화하고 새로운 세대는 계속 등장하고 있는데 우리 방식은 변하지 못하고 있어요. 성찰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해요."이들의 대화가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모두를 대표할 수는 물론 없다. 아마도 이들의 평가와 해석에 반론도 많을 것이다. 청년 활동가들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진 것도 아니며, 이런 인식 차이와 갈등이 시민단체에만 고유한 것도 아니다.그러나 지금 시민단체, 사회적 세대 갈등의 저변에는 단순한 '생각의 차이'가 아니라 '문화적 차이'가 깔려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생각의 방식, 평가의 관점이 다르다. 같은 장(field)에 있다고 생각했던 공간의 문법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이를 좁힐 방법은 분명한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해 보려는 노력으로 새로운 문법을 만드는 것뿐이다. 비록 몇 번의 실패와 좌절, 마음의 상처가 예고되어 있더라도. * 이 글은 이날의 대화를 축약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시민사회 전반에 대한 이들의 신랄한 대화 전문을 읽고 싶으시면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십시오. 대담한 대화 전문 읽기 
[함께 안전] 좀 더 죽음을 존중했으면 합니다
겨울은 많은 것이 움츠러드는 계절입니다. 마음도 몸도 말이죠.  돈은 벌고 싶지만 일은 하고 싶지 않은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누군가는 노동을 형벌에 빗대어 말했다고 하죠. 왜 매맞는 일은 우선과 나중이 있을 뿐 일까요. 이직이나 신규채용에도 찬바람이 불고, 숨만 쉬어도 늘어나는 지출에 아득한 연말입니다. 아늑한 구석에서 컨텐츠를 찾아 헤매던 중 친구의 추천으로 드라마 하나를 보게되었습니다. <언내추럴>이라는 일본 드라마인데요,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는 부검의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제목에서도 나타나듯이 이 작품은 ‘부자연스러운 죽음’의 인과와 맥락을 부검을 통해 밝혀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강조합니다. 범죄 피해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나, 진실의 힘 같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라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할 만한 작품이에요.  세상에는 다양한 삶 만큼 다양한 죽음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태어나고 죽습니다. 알고 있지만 항상 외면하는 진실이지요. 이 드라마에 나오는 등장인물이 다음과 같은 대사를 합니다.  “죽는 것엔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없습니다. 어쩌다 목숨을 잃지요. 그리고 우리는 어쩌다 살고 있는 겁니다. 어쩌다 살고 있으니까 죽음을 불길하게 여겨선 안 돼요.”   유독 마음에 남는 말이었습니다. 아프지만 직면해야하고, 불편하더라도 기억해야 하는 것이 죽음의 존재니까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추모 공간을 혐오시설로 취급하거나 죽음을 터부시하는 일이 흔하지요.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채 쉽게 망자를 오해하거나 비난하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은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일이기에 누구나 존중받아야 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어쩌다보니 사는 우리들이 먼저 떠난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제대로 애도하는 일일 겁니다.  사람들이 좀 더 죽음을 존중했으면 합니다. 죽음을 무겁게 여기지 않는 것은 곧 생명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군가 다치거나 죽는 일이 벌어졌을 때 그 규모를 숫자로 판단합니다. 숫자는 목숨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버립니다. 상대적으로 큰 숫자 옆에 있을 때는 특히 더 가벼워지죠. 예를 들어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조금씩 감소추세이긴 하나 매년 1천 명 가까운 삶이 산업재해로 마감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프는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그려져있습니다. 하지만 저 안에 내가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숫자가 참 부조리하게 느껴집니다. 나의 삶과 모든 희망이 끝나고 거대한 숫자에 편입되어 잊혀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공허해지죠.  9월말 기준 산재 사망자 495명…중대재해감축 로드맵 시행 후 51명 줄어 중대재해감축 로드맵 1년…“정책효과 여전히 미흡”    사실 정말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특정 업종이나 직무에 사고발생율이 높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죽거나 다쳤을 때 같은 문제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대처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고율이라는 수치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일하다 죽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는 거죠. 어려운 일일까요? 하지만 마땅하고 당연한 목표가 아닌가 싶습니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안전 문제를 바라보면 좋겠어요. 뻔한 말이지만, 나의 일이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재해·위험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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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 정치를 한다면
[스포츠 티키타카] 박지성이 정치를 한다면 언젠가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를 받았더니, 어디 어디 언론사 기자라며, 최근 운동선수가 TV 예능에 나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었다. 은근히 내가 조금 비평적으로 말해주기를 기대했던 것 같았는데, 나는 그의 기대를 무시하고 “좋은 현상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우리의 통화는 길지 않았다. 이후, 그 기자가 지칭한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여전하고, 심지어 유사한 프로그램이 더 생겼다. 이제, 국대(국가대표)와 선출(선수출신)의 유튜브 또한 낯설지 않다. 기자의 의도는 대충 알만하다. 우리가 통화했던 그때도 그러했지만, 여전히 몇몇 체육계 원로들은 선수의 외도(?)에 매우 비판적이다. 메달을 따고 유능했던 선수가 현장에서 후배 선수를 양성하기도 바쁘고 힘들 판에, 대중 앞에서 품위를 버리고 웃음과 조롱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기존 체육인의 자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소위 체육인의 다양한 사회진출에 박수를 보내는 것은, 그들이 체육인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체육인이기 전에,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생애 어떤 단계에서든지, 자신의 진로와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체육인이 체육계를 떠나는 것은, 또는 체육계 이외의 사회로 진출하는 이유는,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만은 아니지만,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유가 뭐든, 그들의 판단과 결정에 무슨 얘기를 덧댈 수 있을까? 우리는 누구나 사회 어느 영역에 도전하고 진출할 수 있고, 있어야 한다. 체육인도 마찬가지고, 오히려 체육인이라 더욱 그렇다. 그들이 가진 인생의 경험과 과정이, 개인뿐 아니라 사회가 얻고 배울 수 있는 콘텐츠로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국대와 선출의 경험은 소설로, 예술로, 학문으로, 사진으로, 오페라로, 예능으로, 교육으로, 산업으로, 외교로, 정치로 등등, 거의 모든 영역으로 연결될 수 있다. 내년 총선에 맞물려, 어제, 박지성 디렉터(전북 현대모터스FC)가 특정 정당의 영입 인사로 거론된 듯하다. 기본적으로 체육인의 사회 모든 영역 진출에 찬성인 나는, 박지성 디렉터의 정계 진출 또한 적극 찬성한다. 여전히 그의 유명세와 경험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매우 중요한 조건이 전제된다. 누구든 정치를 하려면, 우리 사회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좋은 정치인에게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과정을 거치고, 결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박지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어떤 누구도 준비 없이, 자격 없이 경기장에 들어가지 않음을 선출과 국대는 누구보다 잘 안다. 불행하게도, 많은 선출과 국대는 보통의 사회적 경험에서 격리된 채 성장한다. 대부분의 선수는 보통의 사회적 관계 형성 방식에 서툴고, 정치에 필수적인 사람과의 효과적 소통 능력을 훈련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선출이 정치에서 배제되어야 할 이유를 나는 찾지 못한다. 우리가 사랑했던 선수가 정치에서 더럽혀질까 두려운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준비된 사람이라면 막을 이유 없다. 판단은 우리 몫이다. 이대택 |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기본적으로 인간사회의 거의 모든 것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인간의 몸과 스포츠에 대해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소비했기에, 여기에 대해선 특별히 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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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안전]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로 살아가기
*대체텍스트 있음 우리나라가 2014년부터 꾸준하게 유지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국제노동기본권 등급이다.  No guarantee of rights노동권 미보장 나라 5등급인 ‘No guarantee of rights’를 벗어난 적이 없다. 유일하게 5등급의 하위인 5+등급은 대부분 내전으로 법치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국가가 받는다. 사실상 우리는 최하위를 받은 것이다. 국제노동조합총연맹은 노동기본권 지표 보고서를 통해 등급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다. 올해는 단체행동권 침해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Right to free speech and assembly 언론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 침해작년 6월 전국공공운수노조는 최저임금제와 같은 기본안전운임제 확대를 요구했다. 청와대 주변 시위 허용 방침 이틀 만에 경찰은 이들의 시위를 금지했다. 그리고 몇 달 뒤 정부는 이들의 총파업을 막기 위해 개별 운전자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긴급법을 발동시켰다.  Violent attacks on workers 노동자에 대한 폭력올해 1월 18일, 경찰과 국가정보원이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단체가 아닌 개인 간부가 대상이었는데, 경찰 수백명이 동원되어 10시간동안 진행되었다. 혐의는 국가보안법 위반이다. 해당 활동가들이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을 당해 하부망을 조직했다는 주장이었다. Right to civil liberties 자유에 대한 권리작년 5월 민주노총 윤택근 수석부위원장이 체포되었다. 총파업을 주도한 혐의였다. 기준이 모호했던 감염병관리법이 집회 자유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논란과도 이어진다. 국제운수노동자연맹은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위반이라며 직접 적극 개입하기도 했다.  Union busting 노조 급습작년 6월 전국은행연합회가 세 명의 한국금융산업노조 전직 간부를 해고했다. 2017년 단체교섭 원상회복을 요구하기 위해 한국금융투자협회 사무실을 항의 방문한 사건 때문이었다. 해당 노동자들은 이미 기소되어 징역형과 집행 유예를 선고받았지만, 전국은행연합회는 재발 방지를 위해 이들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Prosecution of union leaders for participating in strikes 파업에 참여한 노조 간부 기소작년 대우조선해양은 파업을 진행한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를 상대로 470억 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파업은 하청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작되었다. 이들은 10년 이상 경력이라도 계약직이란 이유로 최저임금만을 받으며 일해야 했다.  2015년 어느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광화문역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의경 컨테이너 맞은편 좁은 도보. 낡은 돗자리 몇 개를 덧댄 바닥에 남루한 차림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피해 돌아가려 길을 건너다 방향을 바꿔 그들의 돗자리로 다가갔다. 털썩 주저 앉으며 물었다.     “여기 왜 앉아 계시는지 궁금해요.” 무작정 곁으로 온 초면의 청년에게 찬 데 앉지 말라며 자신들의 방석을 전부 내어주시던 그들은 강원도 삼척에서 온 동양시멘트 하청노동자였다. 나는 이 돗자리에서 어디에서도 자세히 듣지 못한, 하지만 너무나 알고 있어야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화 도중 한 행인이 “힘내십시오!” 한마디 건네며 지나쳤다. 그러자 한 분이 벌떡 일어나 그 행인에게 뛰어가서는 허리 숙여 감사인사를 하고 음료수 한 병을 건넸다.  이 장면을 오래도록 또렷이 기억하고자 한다. 그들이 요구한 건 시멘트 대기업의 몰락이 아니었다. 그저 중학생이 된 딸내미에게 떡볶이 사 먹으라 용돈을 주고, 내일 회사에서 잘리진 않을까 걱정하지 않으며 잠드는 밤을 바랐다. 이런 당연한 권리를 위해 투쟁할 수 있는 방법이란 보안직원을 앞세운 꽉 닫힌 본사 건물 앞 길바닥에서 먹고 자는 것 뿐이었다.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고 누군가의 작은 이해와 응원만으로도 힘을 내어 변화를 만드는 노동자의 움직임은 여전히 단단하다. 그들의 돗자리에 찾아가 앉지 않으면 듣지 못할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프랑스 청소노동자들이 파업 투쟁을 하자 파리 시민들은 치워지지 않은 쓰레기를 모아 시청 앞에 쌓아 올렸다. 이는 파업을 진행한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파업의 원인을 제공한 고용 측에게 문제 해결을 촉구한 유명한 일화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대학 청소노동자 파업 당시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빗자루는 알고 있다> 중) 우리는 노동기본권을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거나 응원 한 마디를 건넨 적은 언제일까 떠올려본다. 늦어진 출근길에 욕설을 내뱉거나 찢어지는 스피커 음향에 귀를 틀어막진 않았는지. 그리고 상상한다. 치워지지 않은 쓰레기로 덮인 길거리를 마주한 우리는 과연 누구를 탓했을까? 2015년 동일한 주제와 제목으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때도 여전히 나는 노동기본권 최하위 국가에서 살고 있었다. 당시 5등급의 이유는 교직원노조의 법외노조 통보,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반려, 철도파업에 대한 정부의 태도, 삼성의 무노조 정책이었다.  8년이 지나가는 오늘 반추하니, 놀랍게도 우리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물론 아직도 출발선 전이지만. 전국교직원노조는 법외노조 처분 위법 판결을 받았고 전국공무원노조는 9년만에 설립신고증을 교부 받았으며 삼성 임원진은 무노조 경영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우리의 일터가 수많은 투쟁으로 더 안전하게 바뀌고 있다. 그 작지만 거대한 변화의 가치를 잊지 않아야 한다. 다른 일터가 무사(無事)하지 않다면 나의 일터도 무사하지 않다. 그들의 일상이 위험하다면 우리의 일상도 위협받을 수 있다. 우리 모두 똑같은 권리를 가진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나의 안전한 일터를 위해서는 쓰레기가 가득한 거리에서 파업 중인 노동자를 비난하지 않는 시선이 필요하다. 쓰레기를 시청 앞으로 쌓아 올려 서로를 지지할 수 있는 일상 속 연대가 필요하다.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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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자동화 시대의 미디어와 공론 형성"
2023년 11월 21일 화요일 저녁, 참여연대에서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자동화 시대의 미디어와 공론 형성”이라는 주제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논의했습니다. 이번 논의는 ‘대담한 대화’ 주최로 참여연대,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진보네트워크센터 구성원들이 함께 했습니다. 활동가와 변호사, 연구자 등이 모여 알고리즘을 통한 자동화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더 많은 시민과 나누기 위해 논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했습니다. 자동화된 의사결정, 시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알고리즘은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유튜브, 넷플릭스의 콘텐츠 추천부터 티맵, 카카오맵 등 길 찾기 애플리케이션까지 많은 분들이 사용하고 계실 텐데요.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는 이 일들에는 알고리즘이 우리의 결정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자동화된 의사결정’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알고리즘들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요?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시민들이 인식하고 있지 못한 ‘자동화 된 의사결정'들이 민주주의를 점차적으로 좀먹어 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논의에서는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화된 의사결정 사례들을 공유하고, 어떻게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했습니다. 논의 과정에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자동화된 의사결정의 사례들이 언급됐는데요. 대표적으로 소셜커머스 기업 쿠팡의 가격정책이 있습니다. 쿠팡은 자사의 멤버십 서비스 쿠팡와우를 구독하고 있는 이용자와 그렇지 않은 이용자에게 같은 물건을 두고 다른 가격으로 판매해 논란이 되었는데요. 멤버십 서비스를 구독하지 않은 이용자에게는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이미 멤버십 서비스를 구독한 이용자에겐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례가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자동화된 의사결정이 알고리즘, 인공지능의 등장 이전에도 존재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보험의 경우 연령이 낮은 남성에게 더 비싸게 적용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논의를 통해 자동화된 의사결정은 우리 삶의 여러 분야에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이 생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실제 사례를 정리해 알고리즘 팁스와 같이 ‘시민들이 자동화된 의사결정 목록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알고리즘은 영업 비밀일까? 반면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주제도 있었는데요. 바로 기업의 알고리즘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서입니다. 알고리즘이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의견과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으로 나뉘었습니다.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의견은 기업의 알고리즘은 영업 비밀일 수 있지만 언제나 무조건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알고리즘이 시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적절한 범위 내에서 공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독점 플랫폼 규제법 등 세계적인 알고리즘 규제가 투명성과 공정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무를 부과하는 방향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영업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알고리즘 자체만으로는 영업 비밀로 볼 수 없고, 알고리즘을 기업의 영업 비밀로 규정할 경우 문제점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현재도 개인정보,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정보공개청구, 소송 등에서 공개하지 않는 정보들이 있는데 알고리즘을 영업 비밀로 규정할 경우, 알고리즘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핵심이라는 시각이었습니다. 알고리즘을 기업의 영업 비밀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두 의견 모두 기업의 알고리즘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사회적 논의가 시급합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챗 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은 우리 삶에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동시에 인공지능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규제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전사회적으로 시급하게 논의해 나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대두했습니다. 이번 논의에서도 디지털 기술의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규제에 대한 논의는 현상을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하는데요. 이번 논의에서는 규제의 도입 이전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발전 속도를 고려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현재의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심지어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조차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건데요. 이를테면 검색 알고리즘을 개발해 도입한 기업에서도 특정 키워드의 검색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의 알고리즘 공개와 관련해서도 비슷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에서도, 알고리즘이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알고리즘들이 얽히고 복잡해지기 때문에 알고리즘을 모두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하더라도 해석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우려였습니다.이와 같은 고민들을 바탕으로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 방향이 논의되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이는 앞서 이야기 된 논의와도 관련지어 고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 발전 속도는 빠르지만 제도의 규제는 느리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고려 했을 때, 시민들이 자동화된 의사결정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번 논의를 진행하며 여러 관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보다 많은 시민사회 구성원들이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사회변화를 함께 톺아보며 연결과 협력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습니다. 알고리즘 등은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는 시민의 일상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고 정치, 사회, 문화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기업은 기술적 측면만을 고려하는 경향이 확연히 강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시민사회에서는 기술적 이해 없이 디지털 변화에 따른 정치사회적 문제들을 따라잡기 어려워하는 상황에 처해 있기도 합니다. 학계와 언론 및 미디어뿐만 아니라 시민사회가 알고리즘과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에 대해 이해하고 관련하여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시민들에게 알리는 시민사회의 역할에 있어 다방면의 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한 번의 논의로 바로 정답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등장과 발전에 학계와 언론계, 시민사회가 함께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이 글은 대담한 대화 홈페이지에도 동시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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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게 더 가혹한 기후위기
1. 기후위기, 이젠 지구온난화가 아닌 지구열탕화 기후위기란, 기후변화가 극단적인 날씨뿐만 아니라 물 부족, 식량 부족, 해양산성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붕괴 등 인류 문명에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하여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이 필요한 상태를 말합니다. 즉, 우리가 생성하는 온실가스를 당장 감축 시키지 못한다면 우리는 붕괴되어가는 생태계 속에서 결국은 다 사라진다는 결말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머지 않았다는 것에서 우리는 그 심각성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초래한 기후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요? 현재도 선진국들의 자본창출로 인해 초래된 무책임한 환경오염의 피해는 후진국들이 받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미래에는 우리의 다음세대, 청소년 및 아동이 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이들을 명백한 기후약자이며 머지않아 생명을 위협받게 될 존재들입니다.  2. 청소년 환경 운동가 청소년 기후 행동에 관한 논문과 자료들을 통해 한국 청소년들의 기후행동 행보/현황을 확인 후, ‘청소년기후행동’과의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국내 유일한 청소년 기후행동 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와 기성세대의 변화를 촉구하며 결석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되기도 한 청소년 중심 환경운동단체입니다.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로부터 시작된 청소년 환경운동이 한국에서도 저변을 넓혀 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내용 (청소년 기후 행동 김보림님, 윤현정님) 청소년기후행동, 단체에 대한 소개 - 2018년 작은모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결석시위나 여러 캠페인 등에 참여하면서 점차 규모가 확대 되었습니다. 현재 활동하는 학생수는 대략 천여명 정도이고 나이는 13-18세 사이가 대부분입니다. 기후 활동가로 활동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 "올해 우리나라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 피해 사례들을 뉴스로 접하면서 기후변화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일이고 나나 내 가족도 얼마든지 겪게 될 수도 있다라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지금 환경오염 의 심각성은 너무 막대하기 때문에 당장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러면서 내가 지금 당장 실천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기후행동을 하는데에 있어 느낀 학생으로써의 벽이 있다면? - "일단 사회적인 시선 자체가 그렇게 긍정적이진 않아요. 학교에서만 해도 결석시위한다고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하면 반려되는게 대부분이고 학생들이 시위한다는 것 자체가 학교 안에 부정적인 선동을 일으킬 것을 우려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입시교육에 굉장히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애초에 이 문제는 학생이 감당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희가 활동하면서 환경 관련 책임자나 정치인들을 뵐 때가 있는데 두가지 반응이 있는 것 같 아요. 학생인데 이런일을 하는게 멋지고 기특하다고 하거나, ‘너네가 뭘 안다고’라는 뉘양스로 반응 하는 것같아요. 사실 우리가 이 일을 하는게 칭찬 받을게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기특하다고 칭찬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우리를 이 문제의 당사자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인 것 같아요." - "학생들이 기후위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요. 학교에서 한번도 가르쳐주지 않아요. 학교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만 가르쳐주지, 어떤 일이 초래될 것이고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줄지에 대해서는 가르쳐주질 않으니 환경오염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았던 것같아요." 청년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취약계층의 한 세대로써 환경에 관련된 사회적 정책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보았으면 좋겠어요. 평소 다른 뉴스거리에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국민청원까지 갈 때도 있잖아요. 그것처럼 기후위기에 관련된 문제들 또한 예민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좋겟어요. 그러한 작은 관심이 결국은 변화를 만들어 나갈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들은 이러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자신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보호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대학가서 실천해라, 나중에 커서 기후학자로 좋은 역할을 해라.” 등이었죠. 하지만 기후는 이들을 여유롭게 기다려주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청소년들은 “나의 미래가 사라지고 있는데, 그때가 될 때까지 이를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라고 주장합니다. 청소년이 가장 큰 당사자이고 그런만큼 가장 앞에 서서 목소리를 내야하는 주체임이 분명한데 그들이 참여 할 수 있는 여지를 가로막히는게 가장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부정적인 사회적 분위기와 여러 어려움들 속에서도 청소년 운동가들은 계속해서 의지와 신념을 나타냅니다. 그레타 툰베리의 1인 시위가 전 세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일깨운 일종의 방아쇠 역할을 한것처럼, 한 사람의 작은 목소리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후운동가들은 그러한 효과를 기대하며 희망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3. 교육의 중요성 청소년 시기의 교육은 가치관이나 정체성 형성에 매우 맞닿아 있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변화되고 있는 환경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기후위기에 관한 실직적 현황과 문제의 심각성을 청소년에게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야만 앞으로 이 시대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들이 기성세대가 초래한 사회적 허점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을 가짐으로써 이를 개선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해외의 사례를 봐도 교육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국내에도 '환경 교과'가 있지만 선택 과목이라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육되지 않습니다. 숭문중학교의 환경 교사가 서울에 있는 중고등학교의 유일한 환경 교사라는 점이 환경 교육이 선택되지 않는 현실을 알려줍니다. 해외의 많은 나라들은 초중고 학생들에게 환경교육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일주일에 1시간씩 기후환경 수업을 하고 학교마다 한 명의 환경 교사가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환경이 중고등학교 필수 과목이며 고등학교에는 환경융합 필수 과목을 만들었습니다. 덴마크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소속되어 있는 프로그램 Eco Campus에서는 중등부터 고등 교육까지 환경과 관련된 중요한 이슈를 해결하는 능력, 시스템 사고, 미래 결정 능력 및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난제를 다루는 것을 학습합니다.영국의 에코스클은 교육을 통해 더 환경 효율적이게 되는 것, 환경적 이슈를 아이들이 인지하는 것, 그리고 환경을 위해 긍정적 행동 변화를 아이들이 직접 실행하고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합니다. 위의 모든 해외 국가의 교육에선 학생들이 직접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 환경적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한국도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선택과목"의 형식으로 환경 교육을 할 것이 아니라, 필수과목으로 실습 위주의 교육을 해야 합니다. 4. 결론 현재 시점에도 기후위기로 인해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일상을 빼앗긴 기후약자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과 아동은 이전의 우리가 경험했던 자연을 더 이상 경험 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후진국에 비해 비교적으로 큰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올해만 해도 많은 것들이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폭염, 장마 등). 이러한 정황으로만 보아도 청소년 기후운동가들이 촉구하는 정책 변화와 위기 대책방안을 실행하라는 목소리는 매우 타당하고 자신의 인권을 보호해달라는 울부짖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 는 것은 그들의 인권과 정체성을 외면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그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감정적 요소는 간절함이었습니다. 그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간절함이죠.  학생 신분으로써 그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의 한계, 사회적 위치, 연령으로 초래된 설득력의 부재 등이 그들이 환경운동을 하는데에 마주하는 큰 과제이자 이슈였습니다.  기후위기의 최대 피해자인 청소년들이 겪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 우리 사회와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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