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시민사회 활동가들, 시민사회의 현실에 대해 논하다

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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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대화'는 한국사회의 성찰과 진전을 위한 사회적 대화 프로젝트입니다. daehwa.xyz

이 글은 대화 참여자들의 주장을 압축하여 재구성한 것으로 오마이뉴스에 2023년 11월 21일에 발행된 글입니다.




▲ 시민사회 현실에 대한 3인의 대화 시민사회의 현실에 대한 난상토론을 위해 3명의 시민사회 활동가가 모였다. ⓒ 손우정

 
변화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시민사회단체는 이전과 결이 다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치열했던 1980년대를 뒤로하고, 계급보다는 생활을, 민중보다는 시민을 중심으로 한 일상적 민주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활발하게 전개된 시민운동은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주체로 자리 잡았다.

일부 시민운동 출신 인사는 정치권으로 나가기도 했고, 작은 생활 속 이슈만이 아니라 낙천낙선 운동, 정치개혁 운동으로까지 확장됐다. 노무현 정부 시기부터는 보수적 시민운동도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시민사회의 분화와 함께, 시민운동도 다양화, 세분화되었다. 사실상 하나의 이름, 하나의 성격으로 불릴 수 있는 시민사회, 시민운동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시민운동도 사회의 다른 여러 분야와 마찬가지로 세대교체를 경험하고 있다. 여전히 시민운동을 이끌고 있는 간부들은 격렬한 학생운동의 경험과 민주화 시대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지만, 새롭게 유입되고 있는 활동가들은 소위 'MZ적 감수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거대한 시대의 변화가 우리 사회 곳곳에 반영되며 충돌하는 중이다. 시민단체에서는 이 충돌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을까?

다양한 의제를 둘러싼 논쟁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는 '대담한 대화'에서는 이질적 세대가 각축하는 시민운동의 현실을 들여다보기 위해 세 명의 활동가를 초대했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5년 차 활동가인 조선희 활동가(민주언론시민연합, 이하 '민언련')와 서민영 활동가(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이하 '연대회의'), 그리고 벌써 18년 차 활동가가 된 권복희 대표(민주시민교육 곁, 이하 '곁')다. 이들의 대화를 축약하여 싣는다.

"경험과 세계관 모두 다르다"

연대회의 교육위원회에서는 지난 7월 19일부터 8월 20일까지 전국 시민사회운동 활동가 101명을 대상으로 시민운동의 현실과 과제를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설문 결과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저연차 활동가(5년 미만)와 중견 활동가(5~20년), 임원급 활동가(20년 이상)의 응답이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조선희(민언련 활동가, 5년 차): "임원급이나 20년 차 이상의 활동가와 저연차 활동가의 차이는 어쩌면 당연한 것 같아요. 악을 상대하는 방식이랄까?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파악하는 방식, 세계관이나 가치관, 경험이 전부 달라요. 5060세대는 2030세대의 문제인식이 안일하거나 얕다고 보시는 것 같아요. 거악과 싸우고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게 우선이라고 보시니까. 반면에 2030 세대는 '내부의 민주주의부터 정립해야, 외부를 향한 활동도 정당성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해요. 40대의 존재는 그동안 좀 간과해 왔던 것 같은데, 50대, 60대의 지지자나 후원자라고 생각했었어요."

권복희(곁 대표, 18년 차): "네? (우리 세대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어요. 우린 낀 세대예요. 영향력 있던 시절의 선배(50~60대), 청년 후배 사이에 끼어있죠. 다만 선배들이 '야'라고 하면 '어'라도 대답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문화가 있긴 해요. 거절을 잘 못하는 세대이기도 하고. 선배들과 다른 방식으로 활동하고 싶지만 여러 상황으로 어렵기도 하고, 항상 조심스러워서 소통을 잘 못하는 세대일 수는 있어요."

서민영(연대회의 활동가, 5년 차): "40대 활동가 선배들을 보면, 대부분 학생운동 경험을 공유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뭔가 그 윗세대와 끈끈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여요. 옛날에 전통적인 운동했던 분들이 그러지 않나요? 선후배가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고, 막 토론하다가도 선배 그룹이 딱 등장해서 뭐라고 말하면 싹 정리되는."

조선희: "맞아요."(웃음)

권복희: "아니라니까요!"

서민영: "나쁘게 보인다기보다는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요. 2030 세대는 뭘 하려면 일단 설득이 되어야 하는데, 선배들은 설득 과정 없이 뭔가 확 모이는 것 같은? 물론 경험에서 나오는 차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잘 이해가 안 되는 측면이 있어요."

조선희: "설문 결과를 보고 좀 복잡한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시민사회의 가능성 같은 질문에 40대에 해당하는 선배들이 가장 부정적이잖아요. '아, 이분들이 많이 지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에는 그냥 이분들이 60~70대의 지지그룹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와 잘 대화하면 이해의 폭을 넓힐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권복희: "우리는 소위 586으로 불리는 선배 세대를 이해는 하지만 경험이 달라요. 그런데 청년 활동가들은 우리와 선배들을 다 같이 묶어서 비판하는 것 같아요.

 

▲ 권복희 민주시민교육 곁 대표 권복희 대표는 흥사단 인턴으로 시작해 이제 18년 차 시민운동가가 되었다. ⓒ 손우정

   
86세대(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1960년대생)와 97세대(1990년대에 대학을 다닌 1970년대생)는 학생운동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지만 일정한 '단절'이 존재한다. 당사자들은 그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지만 이후 세대의 눈으로는 같은 그룹, 혹은 서로를 지지하는 그룹일 뿐이다. 그만큼 86·97세대와 이후 세대의 간격은 86세대와 97세대의 간격보다 더 크다. 그래서 여기저기 불협화음이 들린다.

조선희: "생각해 보니까 우리가 반성할 점도 있는 것 같아요.(웃음) 선배들에게 '비민주적'이라고 지적할 때가 있는데, 이 말을 너무 쉽게 썼다는 생각도 들어요. 선배들은 이 말을 굉장히 공격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이시더라고요. 우리 세대가 적절한 언어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더 많은 언어가 필요한 건 사실이에요."

서민영: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상급자는 직급과 경험에서 오는 권위가 있잖아요? 그래서 권위가 있다고 했더니 '내가 권위적이라고?' 하면서 굉장히 놀라고 당황하더라고요.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권복희: "권위는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권위적이라는 말은 우리에겐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돼요. 저도 '민주시민교육 한다는 사람이 그래도 되냐?'는 말을 들으면 굉장히 상처받거든요. 생각해 보면 그 말을 했던 분도 적절한 언어를 찾지 못해서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이디어 내면, "네가 책임질 수 있어?"

'적절한 언어'의 사용,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오해와 실수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차차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제는 '서로 다른 생각'이 원하는 만큼 교통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새로운 세대는 기성세대가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세상의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시민운동의 정체를 낳는다고 보고 있다.

서민영: "시민운동의 방식이 잘 안 변해요. 늘 농성, 단식, 삭발... 물론 이런 방식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니까 계속하는 것이라고 이해는 하는데, '계속 반복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이번엔 단식했으니까, 다음은 누가 삭발할래?' 같이 거의 매뉴얼처럼 움직인달까? 시민들이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움직일까 싶고, 너무 갇혀 있는 느낌이에요. 낙천·낙선 운동하면 잡혀간다고 겁주는데, 저는 잡혀가면서까지 운동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진짜 무서워요."

권복희: "선배들은 학생운동 하면서 구속과 수배를 불사했기 때문에 그렇지만,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서 (사기업 취직 대신) 공익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 같아요. 그런데 예전에는 단식하고 삭발하고 행진하는 방식을 통해서 실제로 많은 걸 바꾼 경험이 있어서 새로운 운동 방식을 생각하거나 시도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은 예전과 같은 효능감이나 확장력이 없는데도요. (시민사회가) 의제도 주체도 다양해졌으니까 운동 방식도 다양해질 수 있는 논의와 시도를 계속해야죠."

조선희: "문제가 터지면 자동으로 '기자회견 열자'고 해요. 그럼 금방 열어요. 그런데 기자는 안 와요. 토론회도 입장이 다른 사람과 해야 의미가 있는 건데, 너무 비슷한 사람들하고만 해요. 입장이 다른 사람을 부르자고 하면 당황하는 경우도 있어요."

새롭고, 세련된 방식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실패의 가능성이 공존한다. 대신 기존방식은 안전하다. 그래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은 섣불리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어렵다. 그래도 누군가 실패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도전하지 않는다면 변화가 있을 리 없다. 이들은 제안이라도 충분히 해봤을까?

조선희: "우리에게 결정권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회의는 대부분 실무자를 정하고 업무를 나누는 시간이에요. 새로운 시도나 아이디어를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에요."

 

▲ 조선희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조선희 활동가는 5년 차 민언련 활동가다. ⓒ 손우정

   
서민영: "아이디어를 내면, '네가 의견 냈으니까 실현 가능하게 책임져'라는 식이에요. 의견을 내면 같이 고민해 주지 않고 '제안서 만들어와' 이런 식이면 또 의견을 내기 힘들어요. 나도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그래서 젊은 활동가들은 동아리나 책모임 같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많이 해요. 조직 내에서 소화를 못 하니까."

권복희: "시민단체 처장들이나 팀장들은 다들 너무 바빠요. 새로운 것보다 당장 지금 하는 일을 책임지는 게 중요한 사람들이죠. 나를 포함해 처장님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난 (새로운 방식을) 잘 모르니까 확신이 안 서,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하는데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할 것 같아요."

"사회적 영향력? 생각하는 의미가 서로 달라"

새로운 세대는 기존의 시민운동이 정체되어 있다고 느끼고, 시민운동의 사회적 영향력이 줄었다는 평가도 많다. 그런데 연대회의가 진행한 설문조사 중 의외의 부분은 시민단체의 사회적 영향력이 높다는 것에 동의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물론 40대의 긍정 응답 비율은 가장 낮다. 여기에는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이 섞여 있다.

 

▲ 2023년 시민사회단체 현황조사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에서 2023년 7월 19일부터 8월 20일까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1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사회적 영향력 부분에서 40대 활동가의 응답이 가장 낮다. ⓒ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권복희: "86세대에 해당하는 20년 차 이상은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한 경험을 이미 해 봤어요. 그런데 우리 세대는 윗세대가 영향력을 행사할 때 지원만 했지, 우리가 한 일로 느끼지는 못했어요.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니까 (40대가) 낮게 응답한 것 같아요."

서민영: "사회적 영향력을 서로 다른 의미로 이해하는 것 같아요. 선배들은 사회적 영향력이라고 하면 어떤 결과가 바뀌는 것으로 생각하잖아요? 우리는 이걸 '내 친구들이 알고 있느냐'로 판단해요. 우리의 주장이 널리 알려지면 영향력이 있다고 보는 거죠."

조선희: "전 5년 차 미만 활동가들이 사회적 영향력이 높다고 응답한 건, 현실에서 그런 걸 경험해 봤다기보다 희망이나 기대가 섞인 결과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일반회사에 취업할 수도 있었지만, 시민운동을 선택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어요. 그런데 우리 활동이 아무런 영향력도 없다고 하면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영향력을 경험할 틈이 없었던 것 같아요. 어떤 일이 끝나면 평가해서 '아, 이런 영향력이 있었구나'하고 느껴야 하는데 바로 다음 이슈로 넘어가기 바빠요."

서민영: "평가 자체를 잘 안 해요. 단순히 바빠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성과에 대한 피드백이 없으니까, 활동가들이 쉽게 지치는 것 같아요. 힘들게 뭘 마치고 나면 '수고했다'하고 끝. 한 시간만이라도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었고 어떻게 하면 더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활동의 의미를 더 잘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건 개인의 몫으로 남겨 놓는 거죠."

조선희: "변화보다는 남아있는 문제에 더욱 집중하는 것도 문제 같아요. 우리 단체에서 지원해서 포털에 이태원 참사 2차 가해 댓글을 막는 일을 한 적이 있어요. 처음에는 많이 참여 안 했는데, 두 번째 할 때는 1차에서 참여 안 한 곳들이 많이 참여했어요. 3차 때는 2차 때 안 한 곳이 또 많이 참여하고. 아주 작고 소소하긴 하지만 이런 작은 변화도 분명히 영향력인데, 조직에서는 성과를 강조하기보다 '아직 동참하지 않은 언론사'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결과가 쓰였어요. '우리 조직은 이런 작은 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나? 너무 작은 변화라고 생각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우리가 변화시킨 것에도 초점을 좀 맞추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싶고, 문제는 계속 쌓여가는 것 같아서 답답해요."

권복희: "우리가 작은 변화를 주목하지 못하는 야박함이 있는 것 같아요. 중요한 영향력을 가졌어도 이걸 내부의 자부심으로 연결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시민사회의 아쉬운 부분 중 하나죠."

전환의 길? 의미와 방향을 가진 대화부터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겨서 진행된 '대담한 대화'의 화두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만큼 쌓인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대화 중간 자주 나온 이야기 중 하나는 성토의 대상이 된 '선배들'과 함께 대화했다면 더 좋았겠다는 의견이었다. 요즘 청년세대는 선배들과 대화하기 싫어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선입견이다. 신진 활동가들은 누구보다 대화에 목말라했다. 다만 문제는 대화의 화두,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다.

서민영 "조직 내에서 소통을 많이 해야 해요.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워크숍 같은 것으로는 안 돼요. 인간적인 고민을 터 넣고 소통할 수 있는 유대감이 필요해요."

 

▲ 서민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활동가 서민영 활동가는 대학시절 YMCA활동으로 시민운동을 시작해 이제 5년 차 활동가가 되었다. ⓒ 손우정

   
조선희: "그냥 유대감을 나누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한데, 아무리 워크숍을 가고 대화를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예요. 그냥 '저 사람은 나와 다르구나'하고 인정하는 것이 필요한데, 같이 일하는 사람이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잘 인정하지 못해요. 우리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많이 이야기해야 조직에 대한 애정이 생기지, 그냥 대화만 한다고 되나요?"

권복희: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에 대한 대화를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이슈 중심으로 싸우기만 했죠.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해요. 시민사회와 세대가 다 변화하고 새로운 세대는 계속 등장하고 있는데 우리 방식은 변하지 못하고 있어요. 성찰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이들의 대화가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모두를 대표할 수는 물론 없다. 아마도 이들의 평가와 해석에 반론도 많을 것이다. 청년 활동가들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진 것도 아니며, 이런 인식 차이와 갈등이 시민단체에만 고유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 시민단체, 사회적 세대 갈등의 저변에는 단순한 '생각의 차이'가 아니라 '문화적 차이'가 깔려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생각의 방식, 평가의 관점이 다르다. 같은 장(field)에 있다고 생각했던 공간의 문법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이를 좁힐 방법은 분명한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해 보려는 노력으로 새로운 문법을 만드는 것뿐이다. 비록 몇 번의 실패와 좌절, 마음의 상처가 예고되어 있더라도.




* 이 글은 이날의 대화를 축약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시민사회 전반에 대한 이들의 신랄한 대화 전문을 읽고 싶으시면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십시오. 
대담한 대화 전문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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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을 남길까말까 하다가 한 마디 남겨요. 별반 다르지 않은 글을 십수년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보고 있네요. 그 시절 선배들을 성토하던 세대가 어느덧 성토 대상이 되었다는 게 다르달까요. 그 시절에도 선배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더 윗 선배들을 성토하기도 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적잖이 실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달라지지 않는 문화 속에 많은 이들이 시민사회를 떠났고 또 한편에서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른 시도를 해보는 그룹들도 많이 생겨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 글을 읽고나니 시민사회에는 정말 희망이 없는건가 싶은 마음이 들어 씁쓸함이 남네요.
이런 대화가 늘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세대간에 서로를 대상화 하며 일반화 하며 규정짓는 식의 대화가 늘어나는 것은 결국 편견을 강화하고 대화를 단절시키게 되는 것 같아요. 이 글을 읽어보면 진솔하게 자리 잡고 대화를 나눠보면 생각보다 간극을 좁히고 함께 무언가를 다시 해보자는 마음이 들 수 있을 것만 같아요.

같은 직군으로 정말 공감하며 읽었어요. 다양한 활동가들끼리 모여 노동과 활동에 대해, 특히 당연한 마음으로 쌓은 조직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서로의 노력을 존경하다가 놓친 날카로운 질문도 많고, 가치에 대한 고집으로 놓친 변화의 기회도 아주 많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