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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기억] 세월호가 어떻게 기억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이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노란리본을 줍는게 고작이구나" 4월 16일이 또다시 찾아온다. 계절은 언제나 돌아오니 좋지만, 세월호는 그렇지 않다. 개인적으로 매년 돌아오는 이 날과 그 날의 기억은 별로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4월 16일은 몇 가지 감정과 장면을 떠올리게한다. 처음 감정은 분노였다. “뭐 저런 선장이 있나, 뭐 저런 언론이 있나, 뭐 이런 정부가 있나”. 그런 감정은 점점 수그러들었고, 이윽고는 무기력함으로 이어졌다. 끊임없이 방송되는 뉴스는 갇힌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한다는 말을 끝내 입밖으로 내뱉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그 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모든 관계 없는 장면에서 세월호가 보였다. 과거 정글의 법칙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배우 봉태규가 추위에 떠는 장면이 나왔다. 물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그 물이 너무 차가워 벌벌 떠는 장면이었다. 본 방송이었는지, 재방송이었는지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재방송이었을 것이다. 연관도 없는 그 장면을 보고 “아 애들도 저렇게 추웠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추웠겠지, 떨었겠지, 무서워겠지. 물이 다리로 허리로 얼굴로 계속 차올랐을텐데, 물을 좋아하던 애도 있었을텐데 그 물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죽음이 다가오는 게 그렇게 눈으로 보였겠지, 밖으로 나간다면 누구한테 가장 먼저 가고 싶었을까, 뭐가 가장 먹고 싶었을까, 밖으로 나갔을 때 뭐가 혹은 누가 있기를 바랐을까, 얼마나 나가고 싶었을까.” 그런 생각들은 “나라면 저기서 뭘 할 수 있었을까?” 로 이어졌고, “네가 뭘 할 수 있는데.”로 끝났다. 실제 그 당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 자신이 참 초라했다. 그 당시 읽은 어느 글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쓰여 있었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노란리본 나눔 부스에서 리본 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서명 부탁한다는 요청에 내 이름과 싸인을 남겼다. 노란리본 나눔 봉사를 할 때다. 한 분이 내 리본을 받고,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그 분 손에는 내가 준 노란리본과 1회용 플라스틱 컵이 들려있었다. 그 분은 쓰레기통에 1회용 플라스틱 컵을 버렸다. 그리고 내가 준 노란리본도 함께 버렸다. 원해서 버렸는지, 모르고 버렸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개인적으론 모르고 버렸다고 생각한다. 버릴려고 했으면, 애초에 받지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당시 노란리본은 지하철 역 앞에서 나눠주는 전단지 마냥 받고 버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실수로 버린 걸 안 뒤로 다시 돌아와 “실수로 버렸어요. 다시 주세요.”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나는 쓰레기통을 뒤져 노란리본을 찾고 내 주머니에 넣었다. 일부러 버렸든, 모르고 버렸든 노란리본이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는 모습이 싫었다. 봉사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확인해보니 노란리본은 끊어져 있었다. 끊어진 걸 버릴까 하다가, 접착제를 가져와 붙였다. 그 리본은 내 방 서랍에 꽤 오랜 기간 보관되어 있다. 누군가는 봉사활동을 하고, 싸인 한 걸 보고 그것마저도 잘한 것이다 말할지도 모른다. 당시 누군가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겨우 이런 거구나 싶었다. 노란리본을 주고, 버려진 걸 줍고, 끊어진 걸 억지로 붙여서 보관하는 게 전부구나 싶었다. 이 생각에 나 자신이 참 초라했다.  이처럼 내게 세월호 참사는 분노로 시작해 무기력함과 초라함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내 기억도 조금 변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기억되어야 할까요 기억(記憶)의 한자는 ‘記:기록할 기'에 ‘憶:생각할 억' 이다. 즉, 기억이란 기록하고 생각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세월호를 [함께 기억]하며 무엇을 기록하고,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이 질문의 힌트를 세월호 유족의 말에서 얻었다. “2016년 4월 세월호 생존학생과 참사로 세상을 떠난 학생들의 형제자매가 증언을 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그때 참사로 오빠를 잃은 한 여학생이 소극장에서 관객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지 않아서 저희 오빠가 죽은 거잖아요. 여러분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꼭 용기를 내주세요."”* 세월호 참사로 오빠를 잃은 여학생의 말처럼, 세월호 참사 10주기에는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기록하면서 기억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선명한 기억보다 흐릿한 잉크가 낫다. 세월이 지나면 기억은 흐려지지만, 남아 있는 기록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계속 상기시켜 줄 것이다. 물론 기록이 행동을 담보하지 않는다. 항상 옳은 행동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의 옳음이 누군가에겐 그름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것과 모르는 건 다르다. 무엇이 옳은지 안다면, 그것이 최소 내 행동의 잣대가 될 것이다. 그 잣대에 맞는 행동이 쌓인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나에게 있어 옳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유족의 바람대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알게될 것이다. 옳은 일의 표현 방식에는 맞고, 틀리고가 없다. 나는 쓰기를 선택했다. 쓰는 것 자체를 힘들어 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 어쩌면 내 가치관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니까 더욱 그런 것 같다. 내 생각과 가치관을 표현하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한 사회가 됐다. 그렇다면, 나는 이번 기회에 용기를 내보자고 말하고 싶다. 써보자. 잘 쓸 필요 없다. 짧아도 된다. 글의 길고 짧음이 생각의 길고 짧음을 말할 수 없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가, 생각의 좋음과 나쁨을 말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걸 하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함께 기억하며, 자신들을 돌아보면 좋겠다. 그리고 기록으로 남겨보면 좋겠다. 그렇게 세월호 참사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기록하고, 행동으로 옮겨보자고 다짐하는 계기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김승섭/ 난다/ 2022) p.13
4.16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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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일본 사람이죠?…그래서요?
[6411의 목소리] 일본 사람이죠?…그래서요? (2024-03-11) 니카미 유리에ㅣ협동조합 쩜오책방 조합원 아시타청’ 프로그램을 함께 생각한 마을 사람들. 지난봄에 우리가 마을공동체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기 위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필자 제공 ‘여기서 나는 외국인이 아니구나, 마을 사람이구나.’ 한국에 온 지 8년. 마을살이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이주민이라고 하면 ‘외국인’이나 ‘불편함’ 같은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가.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그런 단어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나는 파주시 교하에서 ‘나다움’을 찾으며 성장하고 있다. 광고 그동안 일본 사람이라서 받은 상처들도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던진 말 때문이었다. 아이를 안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 내가 일본 사람인 것을 안 행인은 대뜸 이렇게 말했다. “일본 사람이죠? 나 같으면 결혼 반대할 것 같아요.” 광고 광고 하지만 한국에 살면서 기억에 남는 것은 상처의 말보다 마을 사람의 따듯한 말이다. 2016년, 남편 직장 때문에 교하로 이사하게 됐다. 아는 사람도 없고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채 도서관에 갔다. 책을 좋아했고 첫째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터라 그림책을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었다. 도서관은 내게 쉼터가 되어줬고 아이에게는 놀이터가 되어줬다. 사서 선생님들은 나를 외국인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아이 엄마로 따듯하게 대해줬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과 만났다. 일본 소설을 원서로 읽는 모임 사람들, 육아하는 엄마들, 도서관에서 봉사하는 분들…. 그 인연으로 일본 그림책 읽기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도서관이라는 공간,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람들을 만났고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 마을에 있는 책방에서 일본어 수업도 하게 됐다. 주말이면 서울에 가 일본어 강사로 일했던 나는 생활 공간인 마을에서 일하며 아이를 키우게 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기뻤다. 광고 마을 사람들과의 인연 덕분에 마을 책방을 운영하는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었고 ‘디어 교하’라는 마을 잡지의 기자단으로 활동하게 됐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한 사람 한 사람 각자 좋아하는 것과 몰두하는 무언가가 있다. 육아를 하거나 일에 매진하다 보면 ‘나’를 잊을 때가 많다. 이 마을에서는 내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여기서 나는 한 ‘사람’으로서 존재하고 있다. 나는 누군가의 친구이고 옆집 사람이자 이웃이다. ‘외국인’이라는 개념은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면 함께 고민해주며 적당한 거리에서 신경 써주는 분들이 많다. 어른이 되어도 다른 사람의 단점을 받아들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을 사람들은 좋은 방향으로 공동체를 이끌기 위해 서로 노력한다. 가끔 다른 지역에 여행 가면 “일본 사람이세요?” 하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일본 사람이었지’ 하고 자각하게 된다. 사실 이제는 낯선 질문이라서 그 질문을 들으면 묘한 기분이 든다. 그 물음이 싫을 때도 있다. 마음속으로 ‘그래서?’ 하고 대답해 본다. 한국 사람과 외국 사람을 구별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든다. 질문하는 사람은 별생각이 없었겠지만 내겐 차별의 말로 들린다. 그만큼 나는 이곳에서 한 사람으로 살고 싶은 것 같다. 지난해, 마을 사람들과 ‘교하 시청각 클럽’을 결성했다. 공동체 실험 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나는 이주민이 아니라 마을 사람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공동체 생활은 소통과 이해를 통해 풍성해진다는 것을 경험했다. ‘아시타청’(我視他聴)이라는 프로그램은 나를 잘 바라보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는 뜻이다. 여섯명의 팀원이 각자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기반으로 여러 활동을 기획했다. 나는 ‘마음 스트레칭’이라는 이름으로 그림책을 통해 나와 대화하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여러번 가졌다. 광고 ‘외국인’이라는 낙인 때문에 주저한 일이 많다. 몇년 동안 공부한 그림책 심리학 또한 단순히 나를 위해 공부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이주민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응원과 참여자들의 반응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이주민으로 살며 때때로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조용히 상처받고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지만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어서 용기를 얻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이주민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통하는 이야기이다. 그 사실을 한 사회의 소수자가 되어서야 알게 됐다. 모르는 사람의 차가운 말보다 이웃의 따듯한 말이 몇 배의 힘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을 만나려면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새 이슈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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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대신 잡은 피켓, 아나운서의 투쟁기록
  이산하 ubc울산방송 아나운서   2020년 11월 30일, 모든 악몽이 시작됐다. ‘혹시 결혼 계획은 있나?’, ‘(뉴스를 같이 진행하던) 기자 선배가 내려왔으니 같이 내려와야 그림이 좋다’, ‘뉴스를 안 하면 생활이 힘들지 않겠어?’ 이런 것들은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다.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5년 넘게 진심을 다해 일했던 회사를 떠나야 했던 이유조차 모른다. ‘해고’에 대한 나의 대답은 “왜요?”, 예스맨이었던 내가 회사에 처음 제기한 반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팀장의 괴롭힘이 시작됐다. ‘프리랜서에게 업무지시를 않겠다’, ‘누가 이산하 씨랑 친하냐’, ‘나는 말을 섞지 않겠다’, ‘품질이 떨어진다’라는 말도 들었다. 5년여간 매주 해왔던 취재 업무를 시키지 않았고, 동료 아나운서의 휴가로 인한 대타, 코로나 확진자 정보 등 업무 변경사항을 말해주지 않았다. 홈페이지 내 아나운서 소개란에서 삭제하고, 주말당직을 배제하려고도 했다. 이런 팀장의 괴롭힘을 호소했지만, 돌아온 건 또 다른 괴롭힘과 해고였다. 상무는 ‘딸 같아서 그렇다’고 퇴사를 종용했고, 재평가를 하겠다며 뜬금없이 ‘오독 개수를 세겠다’고 했다. 누군가는 정수기에서 물을 뜨고 있던 나를 치고 가기도 했고,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고 걸어 다니라고도 했다. 결국 개편을 이유로, 2021년 4월 2일 해고를 당했다. 그리고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해고통지서는 당연히 받지 못했다.   2021년 11월 15일, 복직 첫 날 ubc울산방송에 2015년 12월 기상캐스터로 입사해,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상캐스터, 뉴스앵커, 취재기자, 라디오dj, 라디오뉴스, 리포터, 영어아나운서, 사내행사 진행, 주말당직 등 거의 모든 방송 업무를 수행했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도 나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원직복직 명령을 내렸고, 회사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출근해서 가장 먼저 마주한 현실은 소지품 검사였다. 주머니까지 확인했고, 모욕감을 느꼈다. 그리고 ‘노동위 판정은 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네가 직원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는 막말과 함께 ‘4시간짜리’ 복직명령서를 줬다. 회사는 하루 4시간 단시간 근무에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거나 ‘적격성이 부족하면 계약해지’ 등 독소조항이 담긴 차별계약서를 제시했다. 또 내가 가진 능력이나 회사가 갖는 기대치를 봤을 때 “최저 시급만 안 주면 된다”고 했고, 지금까지도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책정한 임금을 지급받고 있다. 처음 통장에 찍힌 금액이 140여만 원이었다. 압박하려고 했는지는 몰라도 실제로 나랑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상무실로 불려가기도 했다.   9년째 작성하지 않은 근로계약서 2022년 12월, 행정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확정판결을 받고도 제대로 된 근로계약조차 맺지 못한 채 여전히 끔찍한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오히려 괴롭힘과 고립은 점점 더 심해지는 상황이다. 회사는 지난해 9월, 라디오뉴스를 폐지했고, 12월에는 하나 남았던 날씨 방송마저도 폐지했다. 그리고 1월 5일, 거듭 거부의사를 밝혔지만 이전 업무와는 무관한 편집요원으로 일방적인 부당인사발령을 냈다. 여전히 6시간 단시간 근무일뿐만 아니라, 휴게시간은 30분이라 다른 직원들과의 식사시간도 주어지지 않는다. 3년 전, 해고를 당할 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방송을 하지 못하는 명확한 이유조차 듣지 못했다. 무늬만 프리랜서일 때는 정규직처럼 온갖 방송 업무를 다 시키더니 근로자로 인정받은 지금 오히려 ‘회사에 너의 자리는 없다’고만 말한다. ‘자질이 없다’, ‘다른 사람들이 너랑 일하기 싫어한다’ 등의 말로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그리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노동부에 진정을 넣으라’는 뻔뻔한 태도와 ‘편집교육을 받지 않으면, 인사위원회를 열어 또 해고할 수 있다’는 보복성 갑질은 나를 거리에서 1인 시위하도록 내몰았다.   2024년 1월 15일, 회사 앞에서 시작된 1인 시위 회사의 과오를 밖으로 드러내는 일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노동자를 부당하게 해고한 상황을 되돌리고 명확한 계약서를 쓰라’는 법적취지를 거스르고 시대에 역행하는 곳, 이 모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방송국이었다. 하지만 방송국은 ‘정의를 말하는 곳’이고, 나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기 때문에 용기를 냈다. 방송 노동자들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자 방송국은 온갖 꼼수를 부리고 있다. 프로그램별로 진행자를 뽑거나 1년 계약직, 운이 좋으면 2년 계약직이 될 수도 있다. 나 역시도 법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았지만, 회사는 ‘말려 죽이기’ 작전을 벌이고 있다. 3년 전 나를 괴롭혔던 팀장은 여전히 팀장 자리에 앉아 있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무뎌지지는 않는다. 부당한 상황에 문제를 제기했더니, 나는 아무 곳에도 속할 수 없는 이방인이 되었다. 정규직도 무기 계약직도 아닌 ‘애매한 신분’이라며 노조가입도 거절당했고, 비정규직 동료들은 내가 올린 SNS 게시물에 좋아요조차 누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영하 10도의 추위에도, 비바람이 몰아쳐도 왜 내가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그 진실은 외면당한 채, ‘돈이 목적일 것이다’, ‘언론플레이다’ 프레임이 씌워진 채 나는 오늘도 버티고 있다. 온전한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차별 없이 일할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다. 진실은 승리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하는 곳은 진실을 말해야 하는 방송국이니까.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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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알못’이 팔레스타인 평화 집회에 가봤습니다
이 글은 시티즌패스의 '팔레스타인 평화를 바라는 집회, 같이 가요!'의 후기이지만 사실 저는 평화를 그렇게 깊게 고민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태어났을 때도 전쟁의 위협은 없었고, 살아오는 내내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면 ‘전쟁과 내 삶은 큰 연관이 없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새벽에 능률이 가장 높은 새벽형 인간입니다.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주중엔 어쩔 수 없이 일찍 일어나지만 주말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새 나라의 어른(?)으로 살고 있는데요. 그래서 시티즌패스의 ‘팔레스타인 평화를 바라는 집회, 같이 가요!’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도 고민했습니다. 이제 막 일어나서 비몽사몽 할 시간인 토요일 낮 1시에 진행되는 집회는 큰 마음을 먹어야 참석이 가능했습니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잔뜩 들어찬 토요일 아침 힘겹게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청계천 광장이 집에서 멀지 않아서 금방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꽤 쌀쌀한 날씨에 차가운 바람이 잠에서 깨라고 독촉했고, 긴 시간 앉아있을 생각을 하니 카페인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평소엔 잘 마시지 않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10분 정도 일찍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전쟁을 만드는 나라의 시민으로 살고 싶지 않다" 찬 바람에도 멸종반란의 집회엔 7명의 이야기와 하나의 시, 하나의 연주로 진행된 오픈 마이크에서 전쟁의 종식을 바라고,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이 나왔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각자의 삶에서 평화를 바라는 마음들이 모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전쟁의 종식을 바라며 팔레스타인 아동의 입장에서 편지를 쓰고, 누군가는 시를 쓰면서, 또다른 누군가는 이스라엘산 자몽과 복숭아의 소비를 보이콧하면서 평화를 꿈꿨습니다.  특히 인상깊었던 몇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려 하는데요. 이날 오픈 마이크에서는 전쟁없는 세상 쭈야, 펭귄 활동가가 발언뿐만 아니라 연주를 통해 전쟁의 종식을 바라는 마음을 나누어주셨는데요. 두 활동가는 지난해 6월 대한민국 방위사업전 행사에서 전쟁을 위한 무기 수출을 반대하며 장갑차 위에서 연주를 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장갑차 위에서 연주했던 곡을 오픈 마이크에서 연주하며 쭈야 활동가는 “우리가 낸 세금이 국제 전쟁에 쓰이고 있음을 목격"했다며 “전쟁 만드는 나라의 시민으로 살고 싶지 않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단체의 활동 사례를 공유한 경우도 있었는데요. 피스모모는 올해 1월 해외 미군 반환기지의 환경오염 문제를 연구로 환경재단의 연구지원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선정 이후 환경재단이 자체 ESG 플랫폼에서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무기 제조 기업을 높게 평가한 점을 확인했고, 그린워싱 문제 제기와 함께 지원사업 참여를 취소했습니다. 피스모모 뭉치 활동가는 “무기 기업들이 장난치듯이 쓰는 돈에도 시민사회가 영향을 받는다”라며 “우리의, 삶과 전쟁 무기 산업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직시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뭉치 활동가는 침기자들에게 “지치지 말고 무력하지 말고 행동으로 함께 가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찬바람 속에 진행된 멸종반란의 집회는 각자가 생각하는 전쟁의 종식 방법을 적어 붙이고, 크게 외치며 종료됐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연대할 수 있다면 이날의 집회는 가까운 장소에서 이어서 진행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의 10차 집회로 이어졌습니다. 아쉽게도 긴급행동의 집회는 끝까지 함께 하진 못했습니다. 찬 바람을 함께 맞으며 집회에 참여한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토요일 오후 지하철에서 다양한 생각을 했습니다. 평화 ‘알못’인 저는 집회에 참여하며 ‘저 사람들은 왜 자기 일이 아님에도 저렇게 열정적일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참여하면서 생각해 보니 질문이 틀렸더라고요. ‘자기 일이 아님에도 열정적인’ 게 아니라 ‘우리 일이기 때문에 열정적인’ 게 맞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집회에 참여해서 앉아있는 시간은 각자의 이야기, 음악, 시를 들으면서 평화란 무엇인지, 왜 우리가 저 멀리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함께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시티즌패스를 통해서 집회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아마도 부족한 잠을 채우며 보냈겠죠? 그래서 다음에도 집회에 갈 거냐고요? 어… 솔직히 토요일 낮 1시는 저에겐 너무 힘든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시티즌패스의 다른 집회 참여 모임을 보면서 고민은 조금 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집회에 가서 앉아있는 대신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스라엘산 복숭아, 자몽의 소비를 멈추는 일부터 당장의 이익보다 소신을 지키는 연구를 응원하는 일까지 할 수 있는 일이 많겠더라고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 할 수 있는 일들로 연대하며 세상을 바꾸는 동료 시민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인터뷰]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 저자 박순우 작가                                                                                                                                                                  -인터뷰어 및 정리 : 김민준 * '세상을 바꾸는 인터뷰' 시리즈는 기존 인터뷰들과 색다른 접근(인물, 이슈 등)을 통해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김민준(오마이뉴스 시민 기자)과 김재경(연구활동가)가 함께 약 2주에 한 번  오마이뉴스, 캠페인즈, 얼룩소, 브런치에 연재합니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한 순간을 떠올려본다. 글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글쓰기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해보다가도 펼치고 나면 내 고민이 딱히 풀리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서 돌이켜보면, 쓰는 일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좋았을 듯하다.제주에서 카페를 운영하면서 글을 쓰는 박순우 작가를 알게 된 건 2021년이다. 글쓰기 플랫폼 <얼룩소>에서 처음 알게 된 그(박현안)는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 보였다. 자기만의 시선과 세상에 대한 애정을 글 속에 듬뿍 담아내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기란 어려우니까. 글쓰기와 다양한 소재로 대화를 하면서 그 역시 자연스럽게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게 됐고, 글을 모아서 최근 책을 내게 됐다.지난 2월 12일, 분당의 모처에서 박순우 작가를 만났다. 책을 낸 이야기부터 글쓰기 전반에 관한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물었다. 아래는 박 작가와의 일문일답.    겁 없고 모험하는 사람 박순우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쓰는 사람입니다. 엄마이면서 바리스타이면서 아내이기도 하고 며느리이기도 해요. 많은 역할이 있지만 '쓰는 사람'이 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쓸 때 가장 제가 된다고 믿기 때문에 이렇게 소개하는 게 가장 간단하면서도 맞는 말 같더라고요." 첫 책을 내셨어요.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하신 계기가 있나요? "예전부터 글을 쓰면서 책을 내고 싶긴 했어요. 그런데 욕심이 생기니까 마음이 불편하더라고요. 글을 쓰는 삶을 살면서 책은 그 과정 중의 하나인 거지, 책을 내기 위해서 글을 쓰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책을 내는 건 언젠가 기회가 닿을 거로 생각하고 꾸준히 썼는데요, 글방을 열고 싶다는 생각을 최근에 하다 보니까 오프라인에 제가 내놓은 글이 없잖아요? 글을 쓰게끔 도와드리고 싶은데 책을 내면 저를 믿고 함께 해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거에요. 그런 와중에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책을 내게 됐어요. 의도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 소개글에 "오래 방황하며 떠돌았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에요. 조금 더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는 제가 생각하는 이상과 실제 행동이 다르다는 걸 깨닫고 거기서 오는 불협화음을 견디지 못했던 사람이었어요. 그 외에도 집에 개인적인 문제가 있어서 늘 탈출하고 싶었거든요. 도시에서 오래 살았는데, 도시가 저랑 그렇게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물질적인 부분이 저를 잡아먹었던 시기도 꽤 길었고요. 그래서 여행이 탈출하기 위한 수단이었어요. 여행을 길게 다녀와서는 독립을 했는데, 그 이후에 제주도로 내려간 것도 도망의 일종이었던 것 같네요." - <오마이뉴스>에 '육아삼쩜영'과 '제주 이민 10년차들을 만나다'를 연재 중입니다. 각각의 연재물을 기획한 혹은 참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육아삼쩜영은 서울, 부산, 제주, 미국에 사는 5명의 부모가 모여서 하는 기획입니다. 처음에 '프로젝트 얼룩소'에서 글로만 만났던 임은희 시민기자님과 저의 육아관이 이 시대에 '노멀'이라고 불리는 방향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고 그런 우리의 시선을 담아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해보다 보니 여러 사람을 영입해서 지금까지 오게 됐네요. '제주 이민 10년차들을 만나다'는 정말 순수한 궁금증에서 시작했어요. 제가 제주에 자리를 잡은 지 10년이 넘었는데, 계속 제 마음 속에 질문이 생기더라고요. '10년 동안 여기서 뭐 했지?', '나는 어떤 마음으로 여기서 산 걸까?'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들은 또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해졌어요.저는 아이를 낳고 장사를 하면서 바쁘고 정신없이 지낸 시간이 많았어요. 그러면 아이가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또 나처럼 아이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 지냈을까 이런 궁금증들... 그 사람들은 지난 10년 간 어떻게 변화해왔고 어떤 마음인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 육아삼쩜영의 소재는 어떻게 찾으시는 편인가요? "아무래도 소재가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지 많이 따지죠. 아무래도 육아가 개인의 일이면서도 사회적인 차원의 일이기도 하잖아요. 저는 한 사회의 구성원이자 시민을 길러낸다는 생각으로 육아를 하는 편이거든요. 나중에 어른이 돼서 제 몫을 다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관점에서 육아를 접하는 저의 가치를 이렇다는 걸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여전히 어렵네요. 개인적인 일을 사회적인 일과 묶어서 쓴다는 게 아직도 계속 과제인 것 같아요." - 제주 이민 10년 차인 분들을 만나고서는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겁이 없는 분들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는 이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가 불안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불안하면 행동반경이 좁아지잖아요. 새로운 걸 시도하기 어려워지죠. 그런데 이주민들은 나고 자란 곳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터를 잡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죠. 확실히 겁이 없어야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일종의 개척자 같기도 해요.그런데 어떻게 보면 서울의 삶을 버리고 온 거잖아요. 이 사람들은 또 제주에만 머물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언제든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거나 새로운 모험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어요." 증언하고 기록하고 싶은 사람 박순우 - 시중에 이미 글쓰기 관련 책들이 많잖아요. 시장에 또 하나의 글쓰기 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그런 책들과 어떻게 차별화를 하려고 했는지, 어떤 부분을 유념하면서 썼는지 궁금합니다.  "많은 글쓰기 책들이 가진 방향을 살펴보면, '잘 쓰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 있는 것 같았어요. 매끄러운 글은 어떻게 쓰고, 문단을 어떻게 쌓아야 하는지 등등…. 심지어는 글로 어떻게 하면 유명해지고 돈을 벌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들도 있죠. 그런데 글 잘 쓰는 방법보다 중요한 건, 일단 써야 할 거 아니에요?(웃음)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면서 알게 된 건데, 써본 적 없는 사람들은 일단 쓰는 데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래서 잘 쓰는 건 둘째 치고, 일단 그냥 쓰는 일상으로 나가는 것까지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줘야 해요. 제가 직접 부딪히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이 책을 통해 얘기해보고 싶었어요. 자기만의 이야기를 내뱉을 수 있을 때까지 어려운 건 기술보다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 글쓰기 책을 쓰시면서 도움을 받거나 영향을 줬던 작품이 있나요? "사실 책을 쓰면서 다른 작품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오히려 노력했어요. 그래서 글쓰기 책은 의식적으로 안 읽었고요, 박완서 작가를 개인적으로 제 글쓰기의 고향 같은 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분이 육아하다가 마흔이 넘어서 글쓰기에 도전했잖아요. 그 부분이 정말 존경스럽고, 자기가 겪은 일들을 정말 가감 없이 솔직하게 보여주면서 팔딱거리는 글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걸 보면 나도 더 솔직하게, 살아있는 언어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 글쓰기 모임을 이어가고 있죠. 어떤 계기로 열게 됐고, 어떻게 꾸준히 이어나가는지 궁금해요.  "매일 쓰는 삶을 사면서 저 스스로가 단단해지는 걸 많이 느꼈어요. 그러다 보니 제 주변 사람들부터 같이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쓰는 삶으로의 변화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처음에 조그맣게 시작했는데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서 찾아오신 분들이 늘어나더라고요. 처음에는 어려움이 되게 많았어요. 에세이를 쓰는 모임이다 보니 자기 이야기를 드러내야 하잖아요? 합평을 하다보면 글에 대해서가 아니라 자기에 대해 평가를 한다고 느끼는 분들도 계셔서 제가 말을 좀 사려 깊게 할 필요가 있었고 선을 넘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죠.그런 여러 경험을 하면서 쓰는 삶으로 이끈다는 게 말이 쉽지, 굉장히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웃음). 그런데 쓰면서 자기가 달라졌다는 걸 느낀 분들이 결국 끝까지 쓰게 되더라고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한 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다고 말씀하신 분에게 '그런 질문을 이제 던져보세요'라고 권유해드리기도 했죠." - 지금의 글쓰기 모임을 글방으로 확장해서 운영할 계획이라고 들었어요. 어떤 구상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모임을 운영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돼요. 좀 써본 분들도 있지만 아예 그런 경험들이 없는 경우도 있죠. 그런 분들에게 벽을 허물게 하는 클래스도 생각하고 있고요, 조금이나마 그런 경험을 해본 분들이 계속 쓰는 삶이 일상이 되도록 붙잡아드리는 것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또 그 중 모임 하나에서는 저도 같이 글을 쓸 것 같네요. 도움을 주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건데 제가 더 많이 배웠거든요."  - 혹시 아이들한테 책을 더 많이 읽히신다거나 글쓰기를 봐주신다거나 그러시나요?  "제 기질이 억지로 시켜도 마음에 안 들면 절대로 안 하는 스타일인데, 제 아이들도 그래요. 너무 강요를 하면 반감을 가질까봐 조심스럽더라고요. 제가 어쨌거나 계속 쓰는 일상을 살다보니, 아이들 옆에서 자연스럽게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쓰곤 해요. 아이들이 그걸 일상적으로 보는 건데, 사실 책 내는 것도 아이들이 먼저 저한테 물어봤어요. 엄마는 맨날 글 쓰는데 왜 책 안 내냐고. 엄마 글은 다 어디에 있냐고(웃음). 그럴 정도니, 어느 순간부터는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저 책은 저번에 엄마가 읽었던 책이네'라고 기억하더라고요. 결국, 강요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 스며들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 책에서 제일 애정하는 챕터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가장 마지막 글인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제가 이 책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결국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기 위함이 아닌, 자기 자신을 알고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글을 쓰는 삶으로 나아가는 게 제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지점이라는 거였어요. 사람들이 글쓰기의 시작을 그런 마음으로 대하면 좀 다르지 않을까 싶은 거죠." - 여행을 결심하면서 앞으로 글 쓰는 삶을 살기로 하셨다고 했죠.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삶을 어떻게 유지해 나갈 계획이신가요? "습관을 만드는 게 되게 어렵잖아요. 저도 글쓰기를 습관으로 만드는 게 제일 힘들었거든요. 지금은 관성처럼 글을 쓰면서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제가 쓸 수 있는 글의 장르에 한계를 짓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예전에는 '글 하면 역시 소설이지!'라는 생각을 했다 보니 아무도 압박을 주지 않았는데 제 스스로 압박감을 주고 있었거든요(웃음)." - 그때 당시에는 왜 그렇게 생각하셨던 건가요? "약간 고리타분했던 거죠. 특히 예전에는 작가로 살려면 무조건 등단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었잖아요? 저 역시 글 쓰는 삶을 살려면 당연히 등단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꼭 등단할 필요는 없겠구나, 그냥 쓰면 되겠다, 라고 생각이 바뀌게 됐죠. 글을 쓰면 쓸수록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 같아요.  - 두 번째 책 계획도 있으신지. "이번 책에 맛보기처럼 제 에세이를 몇 편 넣었거든요? 온라인에서 저를 본 사람들은 제가 어떤 글을 써왔는지 알지만, 책으로 처음 저를 만난 사람들은 모르잖아요? 제가 원래 이런 글을 써왔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중간중간에 에세이를 넣은거였어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지금 생각 중인거로는 아예 에세이만 묶은 책을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혹은 제가 좋아하는 분야와 에세이를 접목해서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어요." - 책의 제목처럼 글을 쓰고 싶은데 '아직도 망설이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모든 사람이 자기 얘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생각해요. 글쓰기로 그 욕구를 분출했으면 좋겠는데, 처음에 시작하는 게 어려우니까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 그걸 글로 풀어내 봤으면 해요. 그러다 보면 습관이 되는 거죠. '내가 무슨 글쓰기야', '나는 제대로 된 문장도 구성 못 하는데' 이런 나 자신을 틀에 가둬놓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런 것들을 다 내려놓으시고 그냥 쓰셨으면 좋겠어요.일단 막 쏟아내듯이 뱉어내다 보면, 분명 계속 쓰게 됩니다. 또, 여러 사람이랑 같이 글을 써보세요. 그러면 다른 사람 글을 보면서 내 글을 또 다듬게 되고 글쓰기의 원동력이 되곤 해요."
이슈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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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자 한 명을 길러내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 어김없이. (1)
*Active Research Journal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뉴스레터 입니다. 연구탐사대에서 매주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이 링크 를 클릭하세요. 지난 시리즈에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는 데에 마주하는 장애물들에 대해 설명을 드렸었는데요. 이번 시리즈에서는 저희가 그 장애물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의 어떤 면을 주목하게 되었고, 그것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계에 어떻게 접목시키고자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 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첫번째 스텝으로 왜 저희가 ‘부트캠프’라는 것을 기획하게 되었는지도 설명 드리고자 해요. 자연스럽게 광고글이 되는 것 같은(?) 흐름이지만, 저희가 개발하는 부트캠프와 커뮤니티 서비스는 어쩌면 저희가 고민하고 지향해오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 그리고 그러한 ‘역동적인 문제해결 지식생태계’를 만드는 가장 주요한 채널입니다. 그렇기에 독자 분들에게 왜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 취지를 적극적으로 설명드리고, 또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여정 속에서 적극적으로 이야기들을 나누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스타트업 생태계 : 먼저 온 미래 앞선 글에서 설명드렸듯이, 저희가 주목한 ‘스타트업 생태계’는 unknown unknowns(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와 같은 환경을 동일하게 마주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등장한 새로운 흐름이었습니다. 물론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서만 설명하는 데에도 글 한편, 어쩌면 책 한 권이 필요할 지 모르지만, 이 중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활성화하는 데에 있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참고할 수 있는 요인들을 뽑아보았어요. (1) 시작 : ‘그럴거면 너가 대표 하던가’ 어쩌면 연구자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주제의 연구를 가져 갔을 때 교수님께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는 ‘그건 너 정교수 되고나서 해라’는 말일지도 모르겠어요. 이 말은 한편으로는 배움에도 순서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연구자로 성장하는 프로세스가 그만큼 경직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 누군가가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있을 때에 그것을 가지고 회사로 가게 되면 ‘너무 좋은 아이디어이니 당장 시행해보세요’라는 이야기를 듣기보다, ‘그럴거면 너가 대표하던가’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사업 아이디어의 질에 상관없이 결국 회사 안에서도 신입사원부터 대리, 과장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프로세스가 있고 그 프로세스를 지키면서 사원이 성장할 때 그 직급에 맞는 일들이 주어지게 되죠. 하지만 그러다보니 앞서 언급한 unknown unknowns(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라는 환경에 기업이 적응을 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회사 내의 프로세스라는 것 또한 회사가 자체적으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직급에 따라 습득하는 과정인 것인데, 회사 밖의 시장환경은 기존의 노하우와 경험이 무용지물이 되는 혼란한 상황이 닥쳐오게 되었으니깐요. 그러면서 ‘회사의 노하우를 직급에 맞춰 차근차근히 배우면서 성장하는 프로세스’가 아닌, ‘지금 당장 시장환경에 뛰어들어서 직접 부딪쳐보면서 시장의 기회와 혁신을 찾는 기업활동’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고 그러한 흐름이 ‘스타트업 생태계’라는 새로운 영역을 등장하게 됩니다. ‘그럴거면 너가 대표하던가’라는 말에 ‘그래요 제가 대표할게요’라며 창업전선에 뛰어든 이들이 기존 기업보다 훨씬 혁신적이고 유연한 서비스를 개발해서 시장을 선점하는 상황들이 펼쳐지게 된 것이죠. (2) 스타트업이 혁신의 대명사가 된 요인 3가지 : 진심, 도전, 협력 스타트업 생태계가 어떻게 혁신의 대명사가 되었냐는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저희가 참고해볼만한 요소는 크게 3가지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여러분이 만드는 프로덕트는 여러분이 원하는 미래입니다.소비자들은 여러분의 미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죠.항상 승리할 수 없더라도 여러분이 원하는 걸 만드세요.그것만이 주변 사람들과 여러분의 동료를 감동시킬 수 있습니다. 개인의 창작에서 시작된 무언가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팀을 이뤄 그 결과가 위대한 제품으로 거듭난다면 어떨까요?그런 제품들은 많은 사람들을 깨우치게 할 것이고,더 많은 사람들이 그 제품을 찾게 될 겁니다. - 잭 도시(Jack Dorsey), Twitter(X) 창립자 먼저는 진심 입니다. 갑자기 왠 진심?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스타트업의 시작에는 항상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가 존재합니다. 시장의 환경이 있고, 그 환경에서 발생하는 고통의 요인(Painpoint)들이 있고, 그 요인들을 해결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존재하죠. 스타트업은 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을 계속해서 발전시키면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을 선점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아이디어에 대한 진심’이 스타트업의 전부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많은 학습과 시행착오, 이를 통한 전략의 변화가 있지만 큰 틀에서 풀고자 하는 시장과 문제, 그리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는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것을 한편으로는 기업의 ‘미션’이라고 부르죠. 이 미션을 중심으로 사업을 구성하면서 미션이 짧게는 3-4년, 길게는 정말 20-30년이 걸릴 정도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제품을 설계하고, 테스트하고, 발전시키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려갑니다. 기존의 기업에서 ‘시키는 일을 하던대로 하는 것’이 주 업무가 되고 주어진 매뉴얼대로 ‘시키는 일을 잘 하는 것’이 초점이었다면, 스타트업에서는 문제를 풀기 위한 아이디어와 ‘미션’이 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함께 제품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초점이 되는 것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연구는 어떨까요. 이번에 써야 하는 논문, 이번에 해야 하는 연구용역, 주된 초점이 ‘어떤 연구를 할 것인가’ 이상으로 ‘주어진 방식대로 연구를 해내는 것’과 ‘시키는 일을 잘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채로 연구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지는 않나요. 여기에서, 정말 10년짜리 20년짜리 ‘미션’과 ‘목표’를 가지고 그에 맞는 일련의 연구계획을 우리가 세울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요. 단회적인 ‘프로젝트’가 아닌, 미션을 달성하는 ‘프로덕트’로 연구를 바라보고 이를 계획한다면 우리는 어떤 연구를 할 수 있게 될까요? 두번째는 도전 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속칭 ‘애자일(Agile)’이라는 방법론이 존재합니다. “프로세스를 짧게 가져가면서 결과물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사이클을 반복해서 변화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방법론”이라고 불리는 이 방법론은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빠르게 실패하고 학습해서 발전시키는 방법론’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unknown unknowns(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의 시장환경 속에서 보다 중요시되는 것은 지금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의 완성도 자체보다, 얼마나 제품이 빠르고 유연하게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는가가 되기 시작했어요. 시장환경과 고객의 수요가 계속해서 빠르게 변화하다보니, 하나의 masterpiece를 만드는 것보다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수요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면서 발전해나가는 제품이 더욱 인기를 끌게 된 것이죠. 2007년에 처음 출시된 아이폰을 2024년 현재 출시되는 아이폰15과 비교했을 때에 전혀 다른 제품이 되어 있는 것과, 그 사이에 15번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발전되어 온 것이 대표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거의 매년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하고, 그에 대한 시장반응을 확인하면서 추가된 기능이 사라지기도 하고 시범운영되던 기능이 전면화가 되기도 했죠.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이번 제품이 얼마나 완성도 높은 ‘masterpiece’인가 보다 일단 출시를 해서 현장의 반응을 살피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나은 제품을 다음 버전에 출시하는 것이 됩니다. 물론 품질에 대한 기준선은 유지하지만 보다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더 나아가 ‘실패를 장려하는 문화’가 생겨나게 됩니다. 실패는 그 자체로 실패가 아니라 도리어 더 나은 학습을 위한 시도가 되는 것이고, 실패가 두려워 아무 시도도 하지 않을 때에는 불확실한 현장에 대한 정보를 아무것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실패한 시도보다 못한 결과를 낳게 되는 셈이죠. 그러면서 실패를 ‘학습’으로 바라보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이에 따라 앞서 언급한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보다 과감한 실험들이 쉽고 빠르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도 연구를 돌아보자면, 결국 Publish or Perish라는 문화를 뗄레야 뗄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연구 자체가 현장에 대해서 얻게 되는 인사이트와 정보가 무궁무진함에도, 학회의 심사를 통과하지 않은 연구는 연구로 취급되지 못하는 현실은, 그리고 Publish 된 논문으로 연구자를 평가하는 문화는 결국 실패하는 과감한 시도보다 성공할만한 시도만을 하게 만들고 그것이 미션에 다가가는 데에 소극적인 문화를 만들게 되기도 하지요. 학술적인 엄밀함을 놓쳐서는 안되는 영역이 분명하게 존재하지만, 연구계 안에서도 연구를 빠르게 도전하고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학습해서 보다 나은 도전을 할 수 있는 연구문화가 만들어진다면, 우리는 어떤 연구를 할 수 있게 될까요? 마지막으로는 협력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제품들은 디지털 제품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주로 제품을 만들게 되는데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기본적으로 ‘오픈 소스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스 코드를 개방하고 공개하고 공유하는 문화인 셈이죠. 그 대표적인 것이 ‘라이브러리’라고 할 수 있는데요. 프로그래밍 언어별로 각 기능들을 구현할 수 있는 소스블록들을 ‘라이브러리’라고 명명하고 이를 모아서 서로 공유합니다. 특정 기능을 구현하고 싶은데 그 개발코드를 알고 싶을 경우, 이 라이브러리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먼저 구현한 전세계 개발 고수들의 코드를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이죠. 동시에 Stack Overflow나 Github 등에서는 개발자가 개발하는 과정에서 갖게 되는 궁금증들을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장이 형성되어 있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개발자들을 위해 그 Q&A들이 모두 공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개발자들은 얼마든지 개발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답을 받을 수 있는 지식창고가 있는 셈이죠. 개발자들 간의 지식들이 빠르게 공유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보니 신입 개발자들은 앞선 개발자들의 라이브러리와 경험, 노하우들을 제한없이 받아들이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이 곧 개발자 생태계 전체의 질을 향상시키면서 개별 제품 자체의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죠. 이는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그대로 문화가 이식되어서 Pay it Forward 문화로 발전하게 됩니다. ‘나에게 도움을 청할 때에 대가를 바라지 않고 기꺼이 도와주는 문화’를 일컫는 이 문화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이 관련된 정보와 노하우 등을 필요로 할 때에 생태계 구성원들이 대가 없이 도움을 주는 문화를 의미합니다. 그 과정에서 초기 창업가들은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성장을 할 수 있게 되고, 이들이 다음 창업가들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생태계 전체가 활성화되게 되는 셈이죠. 사실 이런 문화는 어쩌면 연구계가 그 원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학회에서 자유롭게 연구를 발표하고 그에 대해서 서로 피드백해주고, 논문에서는 앞선 선행연구들에 대한 자취를 기록해둠으로서 해당 연구를 하고자 하는 이들이 어떤 연구를 참조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연구의 의미와 한계를 모두 기술하면서 다음 연구자들이 그 바톤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하는 문화. 이를 통해 사회 전체의 지식이 빠르게 발전해왔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연구에 있어 ‘협력’은 경계하는 단어가 되어오기도 했습니다. 연구 아이디어를 훔쳐가는 일을 경계하게 되고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확보한 데이터를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것들. 그 이유야 인센티브구조부터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다시 Pay it Forward와 협력의 문화를 회복해서 연구자들이 서로의 지식을 빠르게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계 전체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속도를 높여갈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연구를 할 수 있게 될까요? 3. 이런 연구가 가능할까?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 진심과 도전과 협력이라는 스타트업의 문화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들어줍니다. 정말 15년에서 20년의 연구계획을 가지고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되는 연구주제, 그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빠른 실패와 학습을 통해 보다 과감한 연구들을 수행하는 것, 그리고 여러 연구자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연구노하우와 자료들, 지식들을 공유하면서 공동체로 연구를 수행하는 것. 그렇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쩌면 금융을 혁신하고 유통을 혁신하고 새로운 산업을 창조한 스타트업들보다 더욱 혁신적인 방법으로 정부를 혁신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저희는 그런 꿈을 꾸면서, “역동적인 문제해결 지식 생태계”라는 미션을 가지고 그러한 문화를 가진 연구 공동체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계속) *3월 14일까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시작부터 함께 배울 수 있는 <연구원정 : 부트캠프> 상반기 대원 모집을 모집 중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함께 신청해주세요.(아래 그림 클릭!) 액티브 리서치 저널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전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나머지 이야기를 미리 읽고 싶으신 분들이나 구독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Active Research Journal 뉴스레터 구독하기
[노회찬의 장미] "야간근무와 성희롱에 시달리는 여성 대리기사에게 장미꽃을…"
[프레시안-노회찬재단 공동기획] 3.8 여성의날 노회찬의 장미 나눔 캠페인 ④ 여성 대리기사에게 이명선 기자 "상시적인 야간근무에다가 여성이라는 힘듦이 있지만, 누구보다 당당하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고혜진 씨에게 장미꽃을 전합니다." 부산에서 대리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고혜진 씨에게 장미를 보내고 싶다는 신청이 '3.8 여성의 날, 노회찬의 장미 나눔 캠페인'을 통해 접수됐다. 신청자는 역시 부산에서 대리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철곤 카부기상호공제회(카 드라이버 부산·울산·경남 대리운전기사 상호공제회) 공동대표. 김 공동대표는 지난 달 27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고 씨 부부가 같이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매일 밤 딸 두 명(중학생과 고등학생)을 집에 둔 채 나와 대리운전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당당하게 또 굉장히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며 신청 이유를 밝혔다.  이어 "고 씨는 카부기공제회에서 총무를 맡는 등 많은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며 "다른 대리기사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내 '경호'하던 남편도 대리기사 됐다  고 씨는 남편과 함께 대리기사로 일하고 있다. '부부 대리기사' 이야기’는 지난 2월 KBS창원 지역국의 한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방송에 따르면, 아내가 대리기사 일을 시작하자 걱정이 된 남편은 아내가 대리운전하는 차를 따라다니며 '경호원'을 자처했고, 한 이틀 남편의 '경호'를 받던 아내가 남편에게 "돈 벌러 나왔더니 (기름값 등) 돈 쓰고 다니면 어떻게 하느냐. 걱정되면 같이 하자"고 권유해 남편도 대리기사가 됐다.  그렇게 고 씨 부부는 부부 대리기사로,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고 응원하며 3년 6개월째 대리기사 일하고 있다. 여성 대리기사 위한 '보디캠'과 '화장실 앱' 야간에 취객을 주로 상대하는 대리기사의 특성상, 여성 대리기사들은 특히 안전에 취약하다. 김 공동대표는 "옛날보다는 일하는 환경이 좋아졌지만, 여성 대리기사에 대한 성차별이나 성희롱이 왕왕 발생한다"고 했다. 이에 카부기공제회는 노회찬재단의 도움을 받아 여성 대리기사 전용 보디캠을 마련, 보디캠으로 찍은 다큐멘터리 <밤의 유령>을 제작했다. 약 1시간 분량의 다큐는 오는 8일 여성의 날 공개 상영을 앞두고 있다. 추후 유튜브를 통해서도 공개될 예정이다.  <밤의 유령>은 '깜박깜박' 하는 방향지시등 소리와 함께 잔잔한 나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밤의 유령, 대리운전 기사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부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노회찬 의원이 말했듯이 존재하되 그 존재를 평소에는 거의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들의 작업장은 밤의 거리입니다."(다큐멘터리 <밤의 유령> 중)  여성 대리기사의 고충은 성희롱뿐만이 아니다. 근무 중 화장실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 중에는 생리대를 교체하지 못해 일을 포기한 채 귀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부기공제회는 심야 개방 화장실 애플리케이션, '한밤의해우소'를 직접 만들었다. '한밤의해우소' 앱은 부산뿐 아니라 전국의 심야 개방 화장실 정보를 알려준다. 물론 '한밤의해우소'는 남성 대리기사들에게도 유용하다.  김 공동대표는 "대리기사들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혼자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 보니 힘든 일이 생겨도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이 고독사(孤獨死)하는 사람도 있다"며 "보다 많은 대리기사가 카부기공동체와 함께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노회찬의 장미> 후원하기 https://together.kakao.com/fun...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노회찬의 장미나눔 캠페인>은 프레시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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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규제 로비, 누가 이득을 보는가?
프랑스 AI 스타트업, EU의 뒤통수를 치다? by. 🤔어쪈 AI 업계에서 새로운 협력 또는 투자 뉴스는 더이상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한지 10년이 지난 현재 둘은 온전한 한 팀이 되었고, 마이크로소프트(MS)가 5년 전 오픈AI에 베팅한 100억 달러는 신의 한수로 불리죠. 이후 여러 빅테크 기업과 AI 스타트업 사이 합종연횡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주 MS와 한 AI 스타트업이 발표한 협력 소식은 적잖은 사람들의 걱정과 분노를 일으켰습니다. 왜일까요? 미스트랄, 프랑스의 거센 북동풍 MS와 손을 맞잡은 곳은 미스트랄 AI (Mistral AI, 이하 미스트랄) 라는 프랑스 기업입니다. 작년 하반기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혜성같이 등장한 곳이죠. 메타가 발표한 라마(Llama) 2가 진짜 오픈소스 모델인지 논쟁이 한창일 때, 그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모델을 연달아 (진짜)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에 힘입어 설립된 지 1년이 채 안된 시점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20억 유로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달성했고, 독일의 알레프 알파(Aleph Alpha)와 함께 유럽 AI 업계 선두 주자로 꼽히고 있죠. 미스트랄은 MS와의 협력 발표와 동시에 최신 모델 미스트랄 라지도 출시했습니다. 전과 달리 오픈소스로 공개하지 않았고, 모델을 자체 플랫폼(la Plateforme)과 MS 클라우드 애저(Azure)에서만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때문에 닫혀버린 오픈AI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우려 섞인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죠. 둘 사이 관계가 단순 협력이 아닌 지분 전환형 투자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전직 장관을 앞세운 AI 스타트업의 로비 하지만 무엇보다 미스트랄이 ‘유럽 챔피언 (European Champion)’이라는 수식어 아래 EU AI 법 제정 과정에 행사한 영향력 때문에 EU 정치인들이 뿔난 상태입니다. 실제로 EU 집행위원회는 발빠르게 이들간의 협력을 투자로 볼지, 그에 따라 반독점법 위반 소지는 없는지 조사를 검토하기로 했죠. EU AI 법은 현재 최종 합의에 도달해서 형식적인 의결 절차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과거 AI 윤리 레터에서 요약한 내용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세부 조항에 대한 협상이 이뤄졌죠. 특히 프랑스와 독일 정부가 유럽 기업의 경쟁력 약화 우려를 근거로 생성형 AI와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 규제 완화를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뒤에는 프랑스의 전직 디지털 국무장관 세드릭 오(Cedric O)가 공동창업자로 합류한 미스트랄의 활발한 로비가 있었다고 하고요. 누가 이득을 보는가 (Cui bono) 미스트랄이 AI 스타트업임과 동시에 유럽의 AI 선두 주자로서 오픈AI와 같은 미국 기업과 경쟁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를 갖춘 빅테크 기업과 손잡을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EU AI 법 협상과 두 기업 간의 협력 논의 시점을 끼워맞추며 미스트랄이 MS의 AI 규제 로비 앞잡이 역할을 했다는 해석은 너무 앞서나갔다는 비판도 있죠. 미스트랄 CEO 역시 회사는 여전히 오픈소스를 지향하며, MS의 소규모 투자로 인해 독립적인 유럽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잃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갈수록 AI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다단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규제 도입을 앞두고서는 기업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 역시 주권, 국가 경쟁력과 같은 주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죠.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외의 AI 업계에서는 ‘소버린 (Sovereign) AI’라는 용어가 유행입니다. 자국 언어와 문화를 학습한 모델의 필요성, 데이터 주권 등을 근거로 다른 국가, 특히 미국의 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AI를 개발하여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결을 같이하는 개념이죠. 그러나 미스트랄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소버린 AI’라는 키워드 역시 누군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적인 로비 또는 소비자 마케팅 목적으로 쓰이는 전략의 일환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누가 이득을 보는가 (Cui bono)?’ 오랜 격언이지만 AI 규제를 고민하는 우리 역시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질문입니다. 누가 인공지능을 이야기하나? by. 🤖아침 2021년 열린 NAVER AI NOW라는 컨퍼런스가 있습니다. 네이버는 여기서 하이퍼클로바 LLM을 공개하며, 한국어에 특화된 기술로 ‘AI 주권’을 확보하겠다 선언합니다. 국내 대표 테크기업인 네이버가 이전까지 진행한 연구 성과를 갈무리하고, 현재로 이어지는 AI 상용화 추세에 박차를 가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행사입니다. 테크기업이 주최하는 기술 컨퍼런스는 조직의 성취와 기술력을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또한 비전과 문화를 제시하며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채용을 홍보하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세를 과시하는 행사입니다. 연사로 발표하는 인물 역시 주요 구성원 및 협력 파트너가 대부분입니다. 연사들의 면모는 곧 해당 기업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밀접하다는 얘기도 됩니다. 흐리게 처리한 NAVER AI NOW 연사 사진. AI NOW 컨퍼런스 발표자는 17명. 웹사이트에서 명단을 보고 있으면 한 가지 눈에 띄는 사실이 있습니다. 17명 중 여성은 한 명도 없습니다. 네이버가 AI 주권을 선언하는 자리에 여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기술 업계에서 여성의 과소대표는 꾸준히 지속된 문제입니다. 다음번에 말씀드리겠지만, AI 관련 행사에 여성이 적게 등장하는 것이 네이버만의 특징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별일 아닌 것은 아닙니다. AI 분야의 젠더편향은 업계 안에서의 격차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편향된 기술제품 개발로 이어지거나 성착취물/성폭력 문제 대응 역량을 저해하는 등 훨씬 폭넓은 사회적 문제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AI 제품의 파급력이 갈 수록 커지는 지금 더욱 시급한 사안입니다. 컨퍼런스가 업계 종사자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자리라고 할 때, 한국 AI 업계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어느 정도 들리고 있을까요? 다음번에는 더 많은 행사를 살펴보고, 나아가 AI 기술과 젠더에 관련해 함께 고민해보면 좋을 내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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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세: 현재가 미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
저는 기후 우울증을 겪고 있는 30대 초반의 청년입니다. 막연해 보였던 과학자들의 경고가 실존하는 공포와 우울감으로 다가온 것은 2020년의 기나긴 장마 때부터입니다. 벽지로 스미는 비와 피어나는 곰팡이를 보며 생각에 잠겼던 기억이 납니다. 2022년의 파키스탄 대홍수는 아이를 낳아서는 안되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했습니다. 재난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나의 아이가 살아가는 현실이 줄 죄책감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RE100이 뭐냐는 대통령과 뭔지 모르면 어떠냐는 여당 비대위원장의 발언은 손이 떨리는 분노를 느끼게 합니다.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삶을 사는, 특히나 2024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문화를 누리고 있는 한국에서 내가 보고 느끼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과 행복이 종종 꿈처럼, 신기루처럼 느껴집니다. 이번 세미나에 참여한 것은 어쩌면 제가 예상하는 인류의 절망적 결말을 피할 수 있는 기적을 과학을 통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어딘가 숨어 있을지 모르는 희망을 찾고 싶은 번식을 포기한 한 생명체의 발악일 수도 있겠습니다. 4강 수업은 “탄소제로 기업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산업 탄소중립정책과 현실,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하나같이 실현이 쉬워 보이지 않아 마음이 괴로웠고 특히 기존의 2030NDC(2030년까지의 탄소중립 목표)달성 계획을 수정해 2029년 부터(다음 정권 때부터) 대폭 낮춰서 해결하겠다는 현정부의 계획은 제가 한국인이라는 게 부끄러워질 정도였습니다. 그 후 산업 탄소를 규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탄소배출권 제도와 탄소세 중 어떤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좋을지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탄소배출권 제도를 지지하는 쪽과 탄소세를 지지하는 쪽으로 나뉘어 상대 정책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고 각각 이를 보완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이해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탄소세를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기업과 자본에 자율성을 부여해 탄소 배출을 규제하는 탄소배출권 제도에 대해 도무지 믿음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미 탄소를 줄이기는커녕 기업의 이익을 위해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며 이익을 얻는데 치중한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탄소세의 도입을 통해 우리의 삶이 미래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요가 산업 발전의 결과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 풍요의 재료 중 하나가 인류의 미래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탄소세는 그 미래라는 자원을 사용하는 대가 일 것입니다. 새로운 세금의 도입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내 삶이 불편해지는 선택이 기후위기 완화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효능감과 확신이 있다면 기꺼이 감수 할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탄소세는 모든 국가가 함께 적절히 도입하지 않으면 페이퍼컴퍼니나 기업 이주 등을 통한 탈세와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세계의 공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 공조의 중심이 우리나라가 되는 꿈을 꿔 봅니다. 저는 기후위기로 인해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나은 삶을 살게 될까 두렵습니다. 식량 생산이 줄어들면 전쟁이 나지는 않을까? 해수면이 올라가면 해안가에 있는 핵발전소들은 다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걱정을 할 때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그저 행복하게 살고 싶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지속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류가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막아내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며 희망을 찾는 공부를 해봅니다.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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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무원의 선거 출마,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고위 공무원의 선거 출마에 대한 갖가지 이슈가 있습니다. 2020년 총선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가 된 사례도 있었지만 대법원의 ‘황운하 판례’를 보면 현직 검사, 경찰 등의 총선 출마는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문화일보, 240110) 그러나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되는 공직자들이 선거 출마를 통해 갈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공직윤리 퇴직한 고위공무원들이 재직 중에 쌓은 인맥과 정보를 활용해서 직접 선거에 출마하거나 총선 출마 예비후보자들의 선거 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 민주주의 원칙과 공직 윤리에 맞지 않는 행동으로 보입니다. (프레시안,231215) 심지어 현직 공무원 신분에서 출마를 하거나 출마가 예상되는 행동을 한 경우도 있어서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국가 권력을 삼권으로 분리하는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이 크게 염려가 됩니다.  공직선거법 개정이나 입후보 조건에 대한 조치가 필요  이와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지난 2020년 검사 퇴임 1년 동안 공직 출마를 금지한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대권 행보에 나선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접 겨냥한 법안으로 판단되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MBC뉴스, 240102)  그런데 최근 4.10총선 검사출신 입후보자가 최소 47명으로 알려지면서 공직선거법 개정이나 입후보 조건 강화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습니다. 최근 대검찰청은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거나 의심받는 언행을 한 현직 검사에 대해 중징계 등을 단행했고,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공적 권한의 남용 방지를 위해 판·검사·고위 경찰의 입후보를 위한 사퇴시한을 ‘선거 전 90일까지가 아닌 6개월까지’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습니다. (파이낸셜뉴스,240227) 총선 출마의사는 개인의 영역이지만, 정치적 중립 훼손이 심히 우려되는데요. 고위 공무원의 선거 출마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유롭게 의견 나눠주세요.
선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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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인재영입이 말해주는 것
총선 시즌만 되면 정당들은 인지도 높은 인재를 영입해 ‘리프레시’를 시도합니다. 특정 분야를 대표하거나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내세워 당의 방향성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막 깃발을 올린 제3지대에서는 인재영입이 한창입니다. 양당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외부 인재를 영입해왔죠. 각 정당의 영입인재와 인재 전략을 정리해봤습니다. 인재영입 특정 분야의 상징성 있는 인물, 숨은 인재를 발굴하는 인재 영입은 20대 총선부터 본격화됐습니다. 영입 시스템과 후보자 선출 시스템은 별개입니다. 영입 인재는 각자 지역구나 비례대표를 선택해 당내 후보자 선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각 당은 인재영입기구를 따로 두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당 사무총장을 지낸 이철규 의원을,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인재영입기구 위원장으로 지명했습니다. 민주당은 국민들이 직접 총선 인재를 추천하는 국민추천제를 전격 도입했습니다. 추천 인재가 인재위 검증을 거치면 총선 후보로 나서거나 정책 자문을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서울 강남, 대구, 울산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만 국민추천제를 적용합니다. 어디서 누구를 영입했는데? 🟥국민의힘(48명) 키워드 #인지도 #범죄 #체육 #탈북민 #과학기술 1호 인재: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여성 대상 범죄 전문가입니다. 이외에 육아 서적 <삐뽀삐뽀 119 소아과>로 알려진 소아청소년과 의사 하정훈 , 전 사격 국가대표 진종오, 탈북민 출신 현대제철 책임연구원 박충권, 전 삼성전자 사장 고동진 등을 영입했습니다. 90년대생 4명을 영입해 청년인재를 눈여겨보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국힘은 지역구 공천에서 청년, 여성 비중이 지난 총선보다 낮아져 비판받고 있었습니다. ➡️평가: 대표 분야보다는 인지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모습입니다. 기업인·관료 출신 비중이 높습니다. 한편 영입인재의 대다수가 험지로 보내지거나 공천이 진행되지 않아 ‘홀대’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역을 우선시하는 소극적인 공천의 영향으로 해석됩니다. 🟦더불어민주당(27명) 키워드 #기후위기 #정권심판 #교육 #시민운동 1호 인재: 박지혜 플랜 1.5 변호사, 환경 분야 공익 소송을 해온 기후위기 전문가입니다. 윤석열 정부 비판에 앞장선 인사들을 우선 영입하고 있습니다. 정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 류삼영, 이지은 전 총경 영입이 대표적입니다. 이외에 앤씨소프트 전무를 역임한 미래산업 전문가 이재성, 전 현대자동차 사장 공영운, 전국초등교사 노조 수석부위원장으로 서이초 사건에서 목소리를 내온 초등교사 백승아, ‘직장갑질119’를 창립한 노동인권 변호사 이용우 등을 영입했습니다. ➡️평가: 특정 분야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 보수정권에 저항한 인물을 영입해 당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국힘과 달리 영입인재 대부분이 지역구에 우선 공천됐습니다. 이에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개혁신당(3명) 1호 인재: 김범준 전 부산대 특임교수, 거제도를 기반으로 정책을 연구해왔습니다. 합당 전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최연소 광역의원 출신인 이태환 세종시의회 의장을 영입했습니다. ➡️평가: 지역기반을 다질 수 있는 인재 영입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조국혁신당(8명) 1호 인재: 신장식 변호사, MBC 뉴스하이킥 진행자였으나 ‘편파 진행’ 논란으로 하차했습니다. 이외에 법무부에서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 감찰에 관여한 박은정 전 검사, 문재인 정부 법무비서관이던 김형연 변호사 등을 영입했습니다. ➡️ 평가: 가장 최근에 인재 영입을 밝히며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검찰개혁을 주장해온 인사들이 눈에 띕니다. 이외에 새로운미래는 청년 전문가 4인을, 녹색정의당은 30년 경력의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를 각각 1호 인재로 영입했습니다. 외부 영입이 해결책일까? 정당의 인재 충원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외부 인사를 영입하거나, 정당 내부 인재를 발굴하는 겁니다.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인재 영입을 안 하면 ‘그 나물에 그 밥’, 인재 영입에 몰두하면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나옵니다. 외부인사 영입 👍장점: 각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영입해 의제를 확고히 할 수 있습니다.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단점: 외부인사는 현실 정치 경험이 부족합니다. 지지기반이 확고하지 않아 당의 강성 지지층에 휘둘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당에서 오래 활동한 사람들이 배제되면서 당의 정체성이 약해집니다. 내부인사 발굴 👍장점: 현실 정치에 익숙하고 당과 국회의 구조,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습니다. 내부 인재를 많이 등용하면 당의 인력 유출도 막고, 장기적으로 인재를 육성할 수 있습니다. 👎단점: 내부인사는 차별화된 관점을 내놓기 어렵고 기존의 정치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부 경쟁이 치열해져 계파 싸움이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여론은 두 방식 모두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외부인사 영입 긍정 여론은 41.9%, 당내 신인 육성 긍정 여론은 39.5%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내부 인재 육성 시스템을 만들고 외부 인재는 선거와 무관하게 수시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외부 인사는 선거에 이용될 뿐, 이들의 확장 시도는 가로막힌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민주당 이탄희, 홍성국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대표적입니다. 초선 영입인재인 두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영입돼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의 정치 환경에선 뜻을 펼칠 수 없다며 불출마했습니다. ‘선거 흥행’에 급급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영입인재 2호가 데이트 폭력으로 사퇴했고, 미래통합당 영입인재는 돈 봉투를 받았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이 뒤늦게 밝혀져 영입이 취소됐습니다. 올해는 민주당에서 영입한 백범 김구의 증손자 김용만, 유동철 동의대 교수의 음주 운전 경력이 논란입니다. 민주당은 음주운전을 공천 배제 사유로 보지만, 윤창호법 시행(2018년 12월 18일) 이전 적발된 건은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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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학습용 데이터 팝니다
AI 윤리 뉴스 브리프 2024년 3월 첫째 주 by. 🎶소소 1. AI 학습용 데이터 팝니다 구글이 AI 학습용 데이터 확보를 위해 레딧과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레딧은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입니다. 이번 계약으로 구글은 레딧의 데이터에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텀블러와 워드프레스도 사용자 데이터를 AI 학습용으로 판매하기 위해 준비한다고 합니다. 지난해 글, 이미지, 영상 등을 보유한 콘텐츠 기업들은 AI 기업의 데이터 무단 학습으로 골머리를 앓아왔습니다. 이 문제의 미봉책으로 콘텐츠 기업들은 웹 크롤링을 막는 데 급급했죠. 레딧 역시 구글에 “크롤링을 차단하겠다”고 압력을 가했었습니다. 최근 콘텐츠 플랫폼들은 AI 기업과 정식 데이터 공급 계약을 체결하거나, 콘텐츠 무단 사용에 대해 소송을 걸고 있습니다. 플랫폼 내 콘텐츠를 자산화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콘텐츠 기업이 응당한 권리를 찾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권리와 보상은 데이터 생산자에게도 합당하게 돌아가야 합니다. 지난해 스택오버플로우는 이용자의 의견을 듣지 않고 데이터 유료화를 선언하여 논란이 되었습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최근 AI 기업이 이용자 데이터 사용을 위해 서비스 약관 및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몰래 바꾸는 것이 불법임을 경고했습니다. 레딧 또한 방대한 콘텐츠를 만드는 주체가 이용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2. 선거 정보는 AI에 묻지 마세요 AI는 선거 정보 검색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AI 민주주의 프로젝트(AI Democracy Projects) 연구에 따르면, 선거 관련 질문에 대한 주요 AI 모델의 답변 절반 이상이 부정확하다고 합니다. 이 평가에 참여한 선거 관리 공무원들은 AI 답변이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예를 들어, “텍사스 투표소에 갈 때 트럼프가 그려진 모자를 쓸 수 있습니까?”와 같은 질문에 대해 “모자를 쓸 수 있습니다. 텍사스에서는 유권자가 투표소에서 선거 관련 의류를 입는 것을 금지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하면 부정확한 답변입니다. 텍사스를 포함한 미국 21개 주는 선거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의 선거 관련 의류 착용을 금지하기 때문입니다. AI 모델이 허위 정보를 생성할 수 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유권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얻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할까요? 나름의 묘책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생성형 AI의 선거 콘텐츠에 대한 자율규제 협약을 선언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선거운동에 AI 콘텐츠 사용을 전면 금지했고요. 평가에 참여한 한 선거 관리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선거 정보는 AI로 검색하지 말고 선거 사이트에 방문하세요." 3. 일론 머스크의 닫힌 오픈AI 고소 일론 머스크가 오픈AI와 CEO 샘 올트먼을 고소했습니다. 오픈AI가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열린 AI 연구를 하겠다는 창업 목표를 버리고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고소장에서 그는 오픈AI의 모든 연구 성과와 기술을 공공에 개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닫힌 오픈AI에 대해서는 꾸준히 비판이 있었습니다. 오픈AI의 AI 모델이 오픈소스로 공개되지 않은 지는 오래고요. 지난해 오픈AI의 샘 올트먼 해임 사건에서도 비영리 법인의 이사회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 자본의 영향력이 더 막강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소송이 일반적인 비판과 다른 점은 일론 머스크가 오픈AI의 초기 투자자라는 점입니다. 2015년 오픈AI 설립 당시 그가 지원했던 자금 약 600억 원은 비영리 연구소를 위한 자금이었다는 거죠. 그는 이번 소송에서 배상금을 받게 되면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송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지 궁금해집니다. 오픈AI에 대한 일론 머스크의 고소장 갈무리 4. 국가 안보를 위한 미국 개인정보 행정명령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인의 민감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행정 명령”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행정 명령의 목적은 미국인의 데이터가 특정 국가에 이전되어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특히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적대국에 미국의 데이터가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행정명령이 미국인들에게 가장 시급한 개인정보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미국은 아직 유럽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과 같은 연방 차원의 개인정보보호법을 의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했습니다. 감시 기술 감독 프로젝트(Surveillance Technology Oversight Project)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더 걱정하는 것은 외부 위협이 아닌 국내 기업과 정부의 데이터 수집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목소리는 정부가 외부 위협을 방패 삼아 국내 기업의 데이터 수집과 사용에 눈 감지 말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국가 안보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디지털 활동이 마케팅 도구나 정부의 치안 도구로 변질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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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의 장미] "너는 너만의 길을 만들렴, 엄마도 나름의 길을 만들어갈게."
[프레시안-노회찬재단 공동기획] 3.8 여성의날 노회찬의 장미 나눔 캠페인 ③ 발달장애인 노동자들에게 이명선 기자  "여성 발달장애인 노동자들에게 장미꽃을 전하고 싶습니다. 능력에 맞는 직업생활을 통해 미래를 설계하고 지역사회에서 존엄한 존재로 살아가기 위한 여성 발달장애인의 발걸음을 따뜻한 미소와 함께 향기로운 꽃으로 응원하고 싶습니다." 이은자 강서퍼스트잡지원센터장이 딸 지현이와 지현이 친구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3.8 여성의 날, 노회찬의 장미 나눔(대리전달) 캠페인'에 꽃 배달을 신청했다. 이 센터장은 발달장애 딸을 둔 엄마로, 발달장애인들의 취업을 돕고 있다. 이 센터장은 지난 달 27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딸 지현이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마다 나가는 모습이 대견하다"며 "지현이와 지현이 친구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일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현 씨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이지만, 하루 4시간씩 주 5일을 출근하는 어엿한 직장인이다. 이 센터장은 "발달장애인들은 일정한 '루틴(rutin)'을 좋아한다. 지현이는 최중증이지만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쉰다는 루틴이 있다는 걸 안다"며 "아침에 깨우면 평범한 직장인의 표정이 나온다. '나 일해요'라는 말은 못 하지만 학교나 복지시설에 다닐 때와는 다른 표정이다. 일에 대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학교나 복지시설에 다녔을 때와는 다른 상황이라는 데 대한 자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발달장애인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기까지  이 센터장은 딸 지현 씨가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해 일하는 평범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장애인 노동을 공부하며 기획서를 들고 관공서를 찾아다닌 끝에 지금의 '강서퍼스트잡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이 센터장은 "장애인들도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지내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이 같은 사회화를 위해 제일 필요한 게 직업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설립 초기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장애인 중에서도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발달장애인 특성에 맞는 지원이 틀이 잡히고 난 뒤로는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설립 6년째인 강서퍼스트잡지원센터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이뤄진 2인 1조 팀을 구성해 서울 강서구 인근 학교의 교실 청소 업무 지원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교실 청소와 관련한 일화 하나를 소개하며, 발달장애인 한 사람이 사회 구성원이 되면서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전했다. 자폐가 있는 친구가 파트너(비장애인)와 한 초등학교 교실을 청소하면서 계속 소리를 내자 파트너가 "소리 내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그런데 이를 보고 있던 교사가 파트너에게 "저 분은 저게 다예요. 자신의 말을 하는 거예요. 그냥 두셔도 돼요"라며 "소리를 낸다고 주변에 위협이 되는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맡은 일을 잘하는 분이에요"라고 했다는 것. 이 센터장은 "발달장애인 취업 지원에 적극 나서지 않았을 때에는 스스로도 '장애인이니까 당연히 못 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며 "장애인들도 직장 생활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으로 '사회화'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지현아, 너의 길을 만들어가렴"  이 센터장은 취업을 희망하는 장애인과 채용할 학교 간 조율을 해야 하는 지금이 제일 바쁠 때라고 했다. 그럼에도 가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며 "너 참 보람 있겠다"라고 칭찬해 준다고 했다. 친정어머니도 이 센터장에게 "지현이 덕분에 달라졌다"며 "지현이 아니었으면 네 얼굴에서 그렇게 빛이 나겠느냐"는 말을 한다고….  이 센터장은 당당한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일하고 있는 지현이와 그 친구들에게 장미를 전하면서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지현이가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어. 지현아, 너는 너만의 길을 만들어가렴. 엄마는 엄마 나름대로 엄마의 길을 만들어갈게." <노회찬의 장미> 후원하기 https://together.kakao.com/fun...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노회찬의 장미나눔 캠페인>은 프레시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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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 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3)
*Active Research Journal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뉴스레터 입니다. 연구탐사대에서 매주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이 링크 를 클릭하세요. 지난 글(🚀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 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2) )에서 이어집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는 계속 되어야 하니까 박사과정을 거쳐 이들이 생산해낼 지식은 한국 사회가 지닌 다차원적 문제와 모순을 가시화하고 이를 해결해갈 수 있는 중장기적 전망을 내포하는 것으로서, 지식 자체의 깊이와 현장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다른 그 어느 곳도 아닌 이곳, 다른 그 어떤 시간도 아닌 현재의 한국 사회와 깊이 관련된 쟁점을 연구한다는 것에는 학문생산의 내적 기반 강화를 통한 지식의 내생성, 토착성, 성찰성의 강화라는 지향이 내포되어 있다. 우리 사회에서 국가정책을 통해 육성하고 양성해가야 할 최고 고등교육과 전문지식의 모습은 그러한 지향을 적극적으로 내면화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인문사회분야 학문후속세대의 연구력 강화를 위한 실태조사 및 과제 : 박사과정생을 중심으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발간 중 2022년 국무총리 산하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국내 인문사회분야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의 연구환경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학문후속세대의 연구력(Research Capacity)을 평가하고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연구를 수행하고 보고서를 발간합니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100여명의 박사과정생에게 설문을 수행하고 그 중 29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이 보고서는 비단 박사과정생 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계열의 연구자 전반에 대한 통찰을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 저희에게도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는 보고서였는데요. 이 보고서의 내용 하나하나가 굉장히 의미 있었지만 그 중에서 특히나 마음에 남은 부분은 ‘연구자란 누구인가’라는 부분이었습니다. 학문적 성취와 사회문제 해결을 대학원 진학의 가장 큰 이유로 가지고 있는 이들이 실제 연구자가 되어서 만들어내는 지식은 “한국 사회가 지닌 다차원적 문제와 모순을 가시화하고 이를 해결해갈 수 있는 중장기적 전망”을 가지게 된다는 사실이었죠. 이후 이 보고서가 지적하고 있는 인문사회분야 박사양성모델의 부재와 연구환경의 한계 등에 대해서는 다음 뉴스레터에서 더 깊이 다루겠지만, 저희는 이 보고서에서 이야기하는 대상이 비단 박사과정 대학원생 뿐만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고자 하는 독자분들을 포함한 액티브 리서쳐 모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장애물들은 ‘그렇기 때문에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는 할 수 없다’라는 이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 요소들을 극복한다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는 가능하다’라는 목표점을 설정한 것에 가깝습니다. 뒤집어서 이 장애물들을 극복할 수 있는 여건들을 마련한다면, 연구자들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고 그것은 분명 한국사회의 사회문제 해결에 있어서 하나의 큰 전환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연구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지금이지만, 저희는 여전히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가지는 힘을 믿습니다. 지금 마주하는 이 장애물들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할 수 없는 이유’가 아닌, ‘사회문제의 변화에 따라 대응해야 하는 지식생태계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지식 생태계이겠죠. 5. 다음 호 예고 : 스타트업 생태계와 역동적인 문제해결 지식생태계 저희는 그 가능성을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회가 복잡다양해지면서 unknown unknowns와 같은 환경을 마주한 것은 사회문제 영역만이 아닌 비즈니스 영역도 마찬가지 였거든요. 비즈니스 영역은 이를 ‘스타트업 생태계’의 조성을 통해 보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면서 극복해나가고 있었는데요. 그 이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빠른 시도와 학습을 통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문화’를 조성하면서 대안을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들의 역동적인 방법론과 문화를 차용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접목시킨다면 충분히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그에 따라 연구탐사대의 서비스들을 개발 및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어떻게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식’을 통해 문제해결의 프로세스를 혁신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역동적인 문제해결 지식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하는지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오늘도 긴 편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사회문제 해결 여정을 응원합니다! *3월 14일까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시작부터 함께 배울 수 있는 <연구원정 : 부트캠프> 2024년 상반기 대원을 모집 중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신청해주세요!(아래 그림 클릭!) 액티브 리서치 저널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전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나머지 이야기를 미리 읽고 싶으신 분들이나 구독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Active Research Journal 뉴스레터 구독하기
[후기] ‘함께 변화’ 집담회 : 우리가 상상하는 더 나은 정치
캠페이너들이 같은 기간동안 동일한 주제로 사회 이슈에 대한 토론을 만드는 ‘함께 프로젝트’ 2월에는 ‘함께 변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는데요, 프로젝트를 정리하며 참여한 캠페이너와 ‘정치’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집담회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이스브레이킹 먼저 모두가 마음 속에 품고 오셨을 질문부터 던져보았습니다. 시즌이슈 토의 시리즈 ‘더 나은 정치를 가로막는 걸림돌은?’에 답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요즘 제왕적 대통령제를 전제로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투표 선택지에 대부분 동의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가 지금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기보다는, 이를 통한 권력을 제도적으로 이용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바뀌는 과정을 생각했을 때 여론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여론이 투표로도 연결되기 때문이죠.” 🤔제가 요즘 고민이 되는 건 극단적 진영 대결입니다. 양당 외의 다른 목소리는 잘 나오지 못 합니다. 극단적 진영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봐도 해결법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더 나은 정치를 상상하는 질문들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 정치를 진단하기 위해, 점수를 매겨보았습니다. 참여자들은 한국의 정치에 어떤 점수를 주었을까요? 여러분이라면 몇 점을 주시겠어요?👀 3.95점 ⭐⭐⭐⭐ "세계적으로 보면 한국이 나쁜 편이 아니예요. 다른 나라를 보면 ‘선거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당선된다' 라는 당연한 절차가 안 지켜지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우리가 여기 모여 정치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잡혀가지는 않으니 그래도 희망적인 점수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문제점은 많으니 4점 이상은 주고 싶지 않네요." 3점 ⭐⭐⭐ "서구 국가에서도 대통령을 끌어내린 국가는 거의 없습니다. 한국 민주주의는 사회운동 민주주의기도 합니다. 민주화, 노동, 탄핵 등 대중운동과 사회운동이 제도적인 민주주의를 견인해 온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3점을 주고 싶어요. 4점까지 주지 않은 이유는 경제적으로 나아진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운동적 민주주의는 성숙했으나 경제적 민주주의는 택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관점에서 지금 경제는 다 안 좋으니, 우리나라는 그에 비해 대단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운동이 이끌어왔다고 말씀 해주셨는데. 시민운동 측면에서는 지금 최대의 위기라는 생각도 듭니다. 당파성을 너무 많이 띄고 있어서요. 민주정권을 지나면서 시민사회 쪽으로 많이 풀렸고, 정치와 제도 쪽으로 많이 빨려들어가면서 정치와 시민사회의 경계가 많이 모호해졌다고 생각합니다." 2점 ⭐⭐ "제가 영화에 평점을 주는 기준으로 치환하면. 2점은 보다가 꾸벅꾸벅 존 영화입니다. 1점은 돈이 아까운 영화인데요, 한국 정치는 2점을 주고 싶네요. 저는 사람들이 정치 이슈를 보면서 ‘정치가 왜 필요’한지 느낄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곤 합니다. 정치가 내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실감하기 어려운 게 한국 정치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나를 이끌어주는 의제가 없다는 측면에서, ‘졸리다'는 평가를 주고 싶습니다." 1점 ⭐ "정권이 바뀌고, 예산이 없어져 일을 잃은 활동가들이 많습니다. 삶이 가난해지고 세금 도둑 소리를 듣기도 하니 정치가 더 가깝고 더 민감하게 느껴집니다. 예전보다도 지금 더 정치에 대해 무기력함을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비해서는 지금은 정치 점수가 높을 거예요. 그러나 배분의 실패가 계속 누적되어 왔고, 지금은 기후위기라는 새로운 국면에까지 접어들었습니다., 새로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원 배분을 생각해야 할 시점에 여전히 폭탄 돌리기만 하고 있고 문제를 회피하고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정치가 내 삶을 바꾼다기 보다는 정치인들이 내 삶과 유리되어 있다는 생각만 하는 무기력감을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치가 모두에게 5점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각자 생각하는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행정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행정을 아는 사람들의 목소리'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지금 정치에서 유리되어 있는 계층이라고 해서 이걸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행정을 익히고 시스템을 알면 질문을 던질 수 있고, 공무원들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을 두려워 하고, 그게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대선보다 지선, 총선, 지방정치, 주민자치회 등에 관심을 가져서 지역에서 작은 단위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효능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제가 국정감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는데요, 뜯어보면 의미있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감 보도를 검색하면 ‘국회의원이 하는 일이 없다’, ‘고성을 질렀다’ 등 자극적인 뉴스만 있습니다. 그런 것만을 부각하는 언론이 정치에 대한 기대를 구체화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저 같은 경우는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에는 어려운 지식을 쉽게 만들어서 전파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간과정은 내용을 효율적으로 전달되도록 합니다. 공론을 위한 지식은 이런 유통체계가 부족합니다. 시민들은 자신과 관련된 의제에서 어떻게 좋은 지식을 접할 수 있을까요? 그건 언론도 한계가 있습니다. 중간 유통자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심있는 사람들이 좀 덜 관심 있는 사람에게 전파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사회 전반적으로 기득권 층들이 ‘나 아니면 안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명감이 있으신 것은 좋지만 ‘나만 할 수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죠. 왜 20대가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될까요? 왜 20대 국회의원이 국회의 과반수면 안 될까요?”  “캠페인즈 같은 시민들이 질적으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분노 같은 감정만이 아니라 의견을 표출하고 얘기 나눌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고 “아까 우리가 매긴 한국 정치 점수의 평균이 2.66점이더라고요. 평균을 넘어섰으니 희망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 화이팅!“ “정치에 대한 얘기는 지인들이랑만 하게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지인이 좁아지는데요, 싸우지 않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만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오기 전에는 뭘 이야기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주제와 질문을 던져주시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도 주셔서 잘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웃으면서 정치얘기 했던 게 언제였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방식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내가 가진 정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충격으로 시작한 정치에 대한 관심이 정당으로 옮겨갔다가, 이제는 현실로 옮겨가게 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각 분야에서 활동하다 오신 분들의 얘기를 들어서 좋았습니다. 저 업계, 저 현장에 있으면 저런 게 보이는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특히 학계, 시민운동, 지역운동 얘기가 흥미로웠어요. 현장을 더 많이 겪고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화의 장이 끊이지 않고,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누는 행동이 더 중요해진 시기입니다.  디지털 시민광장 캠페인즈는 항상 시민 여러분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걷기 좋은 길 만들기'로 기후문제 해결하자
  ‘기후위기를 넘어서는 힘 - 과학과 시민의 만남’은 시민들이 과학자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연구자인 과학자들은 연구자료와 통계를 기반으로 자료를 제시해 주어서 마음이 시원해짐을 느꼈다. 전현우강사의 3강 ‘기후정의의 답은 전기차가 아닌 대중교통이다’는 대중교통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자동차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자동차는 너무나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자동차가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 자동차가 내뿜는 탄소배출에 대해 우리사회는 관대하다. 그리고 자동차 산업을 확대하기 위해 광고에서는 자동차에 대한 선망을 조장하는 광고를 여전히 하고 있다. 우리가 타고있고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에 대해 고민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자동차 지배공간이고 걷거나 자전거 타는 사람에게 해주는게 없다는 전현우강사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이제 도로는 ‘모두를 위한 도로’가 되어야 한다는 전현우 강사의 말에 마음에 눌림이 펴지는 시원함을 느꼈다. 인도.자전거도로.차도 모두를 위한 도로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을 느끼며 ‘걷기 좋은 길’을 만드는데 우리사회가 함께해야 한다. ‘걷기 좋은 길’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자동차 주행세를 걷어야 하며, 주행세에는 주행거리와 혼잡관리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현우강사는 말하였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넘쳐나는 자동차 수를 조절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행세에 인프라세 + 환경세를 걷어야 한다는 것이 대안이지만 전현우 강사는 거기에 더해 탄소세까지 기금으로 걷어야 한다고 하였다. 강의를 들으며 느끼는 것은 과학자들이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사회가 감당해야 할 몫에 대해 더욱 더 혹독하게 제시해 주는데 감명을 받게 된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는 준비가 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강의 후 조별 토론을 하는데 여기서는 규칙이 있다. 말하는 내용이 비판받지 않으며 거부되지 않으니 말을 하는데 부담이 줄어서 좋았다. 그리고 토론을 통해 우리의 꿈과 비전이 정책으로 제안이 되어서 좋았다. 3강의 토론주제는 ‘걷기 좋은 길 만들기’이다. 정책제안과 정책내용, 문제점이 있으면 대안까지 만들어 내야 한다. 5조인 우리조에서는 국내나 외국의 좋은 사례로 독일의 대중교통 ‘49유로 티켓’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독일에서는 '49유로 티켓’으로 한달 동안 전국의 버스.전철.기차.트램을 이용할 수 있다. 49유로는 환율로 우리나라 돈으로 70,957원이다. 5조는 정책제안으로 '6만원 전국 티켓’을 제시하였다. 6만원으로 한달 동안 전국 버스.전철.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정책효과는 10년간 자동차 보유대수를 50% 줄일 수 있다. 재원마련은 자동차 보유자에게 보유세와 주행세를 걷는다. 1년에 100조원을 걷는게 목표다. 문제점은 자동차 보유자와 대중교통 이용자간에 갈등이 있다. 해결방법으로는 대중교통의 활성화를 높인다. 자동차 보유자가 불편을 느끼고 자동차 유지비용도 증가한다. 자동차 보유자가 자동차 보유를 포기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자동차 보유자를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시킨다. 자동차 보유를 포기한 사람에게는 보상으로 '6만원 전국 티켓'을 할인해 준다. 5조의 정책인 ‘6만원 전국 티켓’이 현실에서 이루어져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이 보편화 되고, 도로는 모두를 위한 도로가 되어 걷거나 자전거 타는 사람에게 ‘걷기 좋은 길’이 만들어 질 것이다.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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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의 장미] "핑거푸드로 배 채우며 하루 12시간 일하는 네게 꽃을 보낸다"
[프레시안-노회찬재단 공동기획] 3.8 여성의날 노회찬의 장미 나눔 캠페인 ② 웹툰 작가들에게 이명선 기자 "오늘도 작업실에서 홀로 마감 전쟁을 치르고 있을 정연아! 어느 유명한 영화의 한 대목이 있지. "밥은 먹고 다니냐?" 오늘도 핑거푸드로 배를 채운 건 아닌지 모르겠다. 여성으로 중년의 나이에 매주 웹툰 마감을 하는 네가 참 대견하고, 또 대견해. '저녁 식사를 여유롭게 하고 주말마다 놀러도 간다'는 네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하며 너에게 꽃을 보낸다. 아프지 말고 100세까지 건강하자, 우리." 웹툰 작가 노이정 씨가 동생이자 동료인 정연 씨에게 '노회찬의 장미'를 대신 전달해 달라며 올린 사연이다. 노 씨와 동생은 출판만화 전성기 순정만화를 시작으로 학습만화를 거쳐 웹툰에 이르기까지 서로를 의지하고 격려하며 한 길을 걸어왔다.  노 씨는 지난 달 28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정연이는 아주 늦게, 웹툰 시장에서는 드물게 중년의 나이에 일을 시작했지만 '매주 마감'이라는 엄청난 노동강도를 견디며 일하고 있다"며 "매일 12시간씩 일하면서 밥 한 끼 편히 먹지 못하는 현 상태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이어 "비록 꽃 한 송이지만, 정연이가 장미를 건네받는 순간만큼은 환하게 웃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루 12시간 주 5~6일 노동…우리는 다 '을'이다"  "플랫폼 기업이 웹툰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작가들은) 다 '을'이다." 노 씨는 고강도·장시간 노동의 대표 직군이 된 웹툰 작가의 근본적인 문제는 플랫폼 기업의 과도한 수수료에 있다고 봤다.  웹툰 산업의 급격한 성장에도 플랫폼 기업과 작가의 관계가 '갑을'로 심화되는 구조 속에 플랫폼 기업에서 50%에 가까운 수수료를 떼어가도 작가들이 이의 제기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이에 더해 작가와 플랫폼 기업 간 직접 계약보다 콘텐츠유통사(CP사)를 거쳐 계약이 이루어지다 보니, 작가 입장에서는 또다시 수수료를 떼인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가 1인이 스토리 기획 또는 각색부터 그림 그리기, 색깔 칠하기(일반적으로 '컬러'라고 표현한다) 등 전 과정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의 요구대로 매주 마감을 하려면 주인공의 손목시계 하나 제대로 그릴 여유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마감에 쫓긴 작가들은 관련 아카이브에서 손목시계와 의상, 배경 등을 구매해 사용한다고….  또 웹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컬러 등에 높은 퀄리티가 요구돼 컬러 작업을 위한 전문가를 별도로 고용하기도 하지만, 이 비용마저 작가가 직접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은 전 과정을 작가 혼자 떠맡게 된다고 했다. "플랫폼 기업과 콘텐츠유통사가 떼어가는 이중 수수료를 뺀 웹툰 작가의 월 평균 수입은 200~400만 원 정도다. 여기에서 작업실 임대료, 보조 작가 임금 및 작업에 필요한 비용 등을 빼면 정작 작가 손에 쥐어지는 건 200만 원도 채 안 된다. 이것이 하루 12시간 주 5~6일 노동한 대가다."  지난해 3월 발표된 '웹툰 작가들의 정신 건강 및 신체 건강과 불안전 노동 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작가들은 하루 평균 9.9시간, 마감 전날의 경우 하루 평균 11.8시간 노동을 한다. 주당 평균 근무 일수는 5.7일이며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51시간이다.  응답자의 64.4%는 '근무 시간이 적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29.4%는 육체적 지침이, 31.6%는 정신적 지침이 '항상 있다'고 호소했다. 또 40.7%가 '건강 문제가 있지만 참고 일한 경험이 있다'거나 우울증(28.7%)과 불면증(28.2%)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10명 중 3명꼴이었다.  특히 17.3%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 본 적이 있으며 8.5%는 '계획을 세워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비율도 4%에 달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  노 씨는 "주변에 우울증 약을 먹어가며 일하는 작가들이 있긴 해도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다"며 "이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에, 오히려 현업 작가들이 더 놀랐다"고 전했다.  현재 '웹툰작가노동조합(웹툰노조)'과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디콘지회)' 등이 웹툰 작가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애쓰고 있다. 이들 노조 역시 웹툰 작가의 열악한 노동 환경의 주 원인으로 플랫폼 기업의 과도한 수수료를 꼽고 있다.  노 씨는 "조사에도 나타났듯 어린 나이부터 고강도 노동에 시달린 웹툰 작가의 수명은 30대"라며 "40대가 넘어가면 본인이 좋아하는 일이라도 더는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료와 후배 작가들에게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라는 말밖에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노회찬의 장미> 후원하기 https://together.kakao.com/fun...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노회찬의 장미나눔 캠페인>은 프레시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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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의 장미] "나의 애인이자 동지에게 노회찬의 장미꽃을 선물합니다"
[프레시안-노회찬재단 공동기획] 3.8 여성의날 노회찬의 장미 나눔 캠페인 ① 이명선 기자 "10여 년간 출판노동자로 일하며 각종 부조리를 겪었음에도 꿋꿋이 일한 나의 애인. 출판은 사양 산업이라는 자조에도 출판노동자의 권리와 보호를 주장해야 한다며 출판노조에 가입한 사람. 이제 곧 결혼을 앞둔 나의 애인이자 출판노동자 동지에게 노회찬의 장미꽃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오○○ 씨가 경기 파주의 원○○ 씨에게 장미를 대신 전달해 달라며 '3.8 여성의 날, 노회찬의 장미 나눔(대리전달) 캠페인'에 올린 사연입니다. 짐작컨대, 출판업에 종사하는 두 분은 동지에서 이제 곧 부부가 되나 봅니다. 축하드립니다. 출판노동은 '열정노동' 중 하나로 평가 받습니다. 책이 좋아서 책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았지만, 출판사 10곳 중 7곳 이상은 5인 미만의 소규모 출판사로 임금과 노동시간 등 고용조건은 열악하기만 합니다. 성차별뿐 아니라 성희롱에 노출되는 일도 종종 발생합니다.  출판사 내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창비, 사계절, 돌베개, 한겨레출판, 보리, 고래가그랬어, 작은책, 좋은책신사고 등이며 출판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곳은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서울경기지역출판), 출판노동유니온, 출판노동조합협의회가 있습니다.  3월 8일은 '여성의 날'이고, 4월 23일은 '책의 날'입니다. 이번 '책의 날'에는 출판노동자들이 조금 더 활짝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언니에게, 친구에게, 그리고 어머니에게…  "3.8절을 어떻게 기념하는가를 보면, 그 나라의 여성 운동과 민중 운동의 여성관을 알 수 있다."(노회찬 국회의원) 고(故) 노회찬 의원은 2005년 초선 국회의원일 때부터 매년 3월 8일 여성의 날이면 각계각층의 여성들에게 장미꽃을 전달했습니다. 2019년부터는 '노회찬재단'에서 여성 노동자들에게 '노회찬의 장미 정신'을 담은 장미를 대신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 3.8 여성의 날, 노회찬의 장미나눔 캠페인)  이번 장미 나눔 신청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허○○ 씨는 "오늘의 주인공은 어르신들의 케어에 당신의 삶을 다 쏟아 근로해주는 마음이 아름다운 이 시대의 언니"라며 전남 순천의 허○○ 씨에게 장미를 대신 전달해 달라고 신청하셨습니다. 허 씨는 언니에게 "노인의 케어는 우리 사회 누가 해도 해야 하는 일"이라며 "모든 걸 내어주는 여성의 품과 같은 당신의 노동을 사랑해 줘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습니다.  이어 "직장 동료들과 함께 3.8 여성의 날을 맞아 당신의 의미 있는 그 일에 한 번 더 박수 보냅니다. 당신이 계신 그곳도 근로환경이 나아지는 그날을 소망해 봅니다"라며 "이 사연이 행복하게 전달되어 함께 더불어 사는 우리 사회가 사람은 누구나 존엄하며 성평등한 변화를 기도해 봅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노○○ 씨는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 동이 트지 않아 어둑한 시간에 일어나 출근을 준비하는 내 친구야"라며 부산 동구의 신○○ 씨에게 장미를 대신 전달해 달라고 신청하셨습니다. 노 씨는 친구에게 "허리 구부려 비질을 하고 걸레질을 하며 얼마나 고되고 힘드니. 그래도 힘들다 투정 부리지 않고 묵묵하고 담대하게 역할을 해내는 네가 자랑스럽다"며 "언제나 응원하고 있어. 사랑해~♡♡"라는 말도….  릴레이 장미 나눔을 신청한 분들도 있습니다. 김○○ 씨는 경기 고양의 권○○ 씨에게, 권○○ 씨는 각각 경기 수원과 파주에 사는 서○○ 씨와 이○○ 씨에게 장미를 대신 전달해 달라고 했습니다.  "권○○ 사서 선생님과 함께 일하는 기쁨! 노회찬의 장미로 뜻깊은 하루가 되시길!"  "서○○ 선생님의 열정을 응원합니다^^"  "이○○ 분과장님, 파이팅♡"  또 오○○ 씨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장미를 전달해 달라고 신청했는데요. 어머니의 이름 석자를 강조한 사연이 눈에 띄었습니다.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가 아니라 서복래 여사, 그 이름 석자를 노회찬의 장미와 함께 불러드리고 싶어 사연을 보냅니다. 몇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와 평생을 부지런하게 살아오시며 자식 둘을 키우셨습니다. 지금도 일주일에 세 번씩 작은 도서관에서 청소하는 일을 하시며 열심히 살고 계십니다. 서복래 여사의 삶은 당당하고 멋진 삶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런 엄마를 닮은 딸이라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엄마, 사랑해요!"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가 청년 여성 노동자인 정이립 디자이너에게, "청년 여성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마음으로 해마다 근사한 보고서를 만들어줘서 고맙습니다"라며 장미를 대신 전달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김철회 KT새노조 조합원은 김미영 KT새노조위원장에게 "우리 새노조를 이끌면서 노동자로서 본질적 목소리를 내는 위원장을 응원하고자 신청한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통신노동자로 부끄럽게 살지 말자"라는 외침, 함께합니다. <노회찬의 장미> 후원하기 https://together.kakao.com/fun...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노회찬의 장미나눔 캠페인>은 프레시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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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맞는비 포럼] 여전한 피곤한 '투명인간들', 그들에게 정치란 아직도 '구경거리'일뿐
[함께맞는비 포럼]'시민정치지성'으로 '마지노선 민주주의'넘어야 박창규 노회찬비전포럼 운영위원장 노회찬의원은 노동 존중, 민생 살리기, 부정부패척결, 재벌개혁, 사법개혁, 검찰개혁, 정치개혁 등 수많은 정치·사회·경제 의제를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정치의제로 만들었다. 그 과정은 통렬하기도 했고 유쾌하기도 했으며, 많은 이들로부터 "노회찬의 정치가 사회경제 약자들을 대변하는 정치 공론장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바라봤던 세상은 '노동이 존중받는 선진복지국가'였고, 그가 발 딛고 있길 원했던 정치 현장은 '6411번 버스 첫차를 타고 일터로 출근하는 투명인간들의 손에 닿는 정치'였다. 노회찬재단은 그러한 '노회찬정치'의 정신을 '6411정신'이라고 이름 붙이고 그것을 잇는 노회찬정치가 계속되길 기대한다. 노회찬재단 주최로 매월 열리는 '함께맞는비 포럼'은 6411정신을 통해 한국정치의 주요한 사회개혁 의제를 다루는 공론장으로서 기획되었다. '함께맞는비 포럼'이 국민들에게 노회찬정치의 실천동기가 되길 기대한다. 필자 지난 2월 20일 저녁 올해 첫 '함께맞는비 포럼'이 '6411정신과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노회찬재단에서 열렸다. 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노회찬의원의 6411정신을 통해 한국정치의 현실을 깊이 있게 다시 성찰해보자'는 의도로 주제를 정했다. 4월 10일 총선을 앞둔 2월은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공천과 출마선언, 공약발표 등으로 정신없이 바쁜 시기이다. 노회찬의원도 2016년 4월 총선을 두 달여 앞둔 2월 1일에 새벽기차를 타고 창원으로 가서 창원성산구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한 후 두 번의 예선을 거쳐 본선을 치르는 대장정을 시작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바쁜 때일수록 '내가 왜 정치를 하는지', '왜 출마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40년 가까이 경과하며 형성된 한국정치의 양당체제가 '불평등 심화'와 '기후 위기' 대응에 무기력한 낡은 체제가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고 권력을 비도덕적이고 비정치적으로 사사롭게 행사하는 정권과 관료집단을 견제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거대양당의 정치적 갈등은 주권자인 국민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것과 거리가 멀고 극성팬들을 앞세운 정치적 소란만을 재생산하고 있다. 그 결과 정치는 국민들에게 그저 예능 프로그램이나 스포츠 경기와 같은 '구경거리'일뿐 관여하거나 참여해야 할 '삶의 일부분'이 아닌 것이 되었다. ▲ 6411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프레시안 다가올 총선에 뛰어든 정당과 정치인들은 이런 '양당체제의 철창'을 부수고, 국민의 삶의 일부가 되는 정치를 새롭게 탄생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때에 노회찬재단의 '함께맞는비 포럼'이 '6411정신과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논의의 장을 연 것이다. 노회찬의원은 양당체제의 정치에서 배제되어온 사회경제적 현안과 정치적 개혁과제들을 정치의 장(場)으로 가져와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과 여론을 모으고, 또 양당의 정치적 갈등에 개입해 제3의 시선에서 문제 해결을 촉진했다. "만 명에게만 평등한 사법부"의 개혁을 촉구했고, '삼성X파일 떡값검사 명단'을 공개해 정-경-언이 유착된 부정부패의 척결을 온몸으로 외쳤다. 무소불위한 검찰권을 개혁하고자 앞장섰고, 신용카드사들과의 전쟁을 선포해 중소자영업자들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이끌어냈으며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주도했다. 또,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을 촉진했다. 이런 노회찬정치는 샤츠슈나이더의 표현을 빌리자면 '갈등의 사회화' 정치이고, 노회찬 자신이 남긴 말대로 "투명인간들의 손에 닿는 정치"이자 '6411정신'이 담긴 정치였다. 이번 '함께맞는비 포럼'에서 '6411정신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발표한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노회찬정치와 6411정신을 상기시키며 '정치의 인문성'을 강조했다. 김윤철 교수는 "정치란 '문명' 공동체(polis)의 유지와 재생산을 통해 '나와 우리'의 삶과 해방을 위한 '실천'"이라고 정의했으며, 민주주의 위기의 핵심적 의미는 "주권자 지위의 훼손과 약화"인데 그 원인은 "정치의 왜곡과 실종에 의한 주권자들 '삶'의 방치, 갈등의 사유화에 따른 강자독식"이며, 그 결과 "주권자들이 '과잉주체'가 되어 숨 쉬며 자신의 마음으로 살 수 없는 처지, 反 해방의 현실/(자기) 억압의 현실"에 놓이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또한, 김윤철 교수는 "민주주의의 핵심 본질인 '민'의 물질적 자원배분 결정권 신장의 문제는 방치하고, 형식과 절차 지키기에만 열을 올리다가 결국 민주주의의 파탄을 겪게 된다는 의미"로 한국 정치는 '마지노선 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즉, 김윤철 교수가 강조한 '정치의 인문성'은 정치가 주권자인 국민들의 삶을 돌보는 가운데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서사(narrative)를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치의 인문성'은 정치의 본질이자 정치인들이 체화해야 할 기본 소양이다. 한국사회의 경제불평등은 갈수록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20년 넘게 반복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뿐만 아니라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 같이 충격적인 일이 발생할 때마다 빈곤층의 절대적 어려움과 사회보장의 허술함이 지적되었지만 여전히 이런 사회적 갈등 현안에 대한 정치의 효능감은 발휘되지 않고 있다. 세계적 차원에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이야기되지만 정작 그것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정치는 경제성장과 기업부담을 운운하며 대응책 마련에 주저주저하는 모습만을 보이고 있다. 왜 한국정치는 이런 모습일까? 답을 찾기 위해 '정치의 인문성'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정당과 정치인이 평소에 '말로만' 존경한다고 말하는 주권자들의 정치참여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이날 '함께맞는비 포럼'의 토론자로 참석한 이동익 민주노총 인천본부 조직국장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조직노동운동세력이 '6411 정신'이 호명하고 있는 계급 이하의 존재들과 소외된 노동의 보호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계급 대표성'을 강화해야 하고 여성, 청년, 성소수자, 장애인, 불평등, 돌봄, 공공성, 직장 내 민주주의, 성차별, 노동안전과 건강 등 사업장 범위를 넘어선 문제를 노동조합 내부로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샤츠슈나이더가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은 보편적 이념들뿐만 아니라 평등과 공존, 모두에게 동등한 법의 보호, 정의, 억압으로부터의 자유, 이주의 자유, 언론 및 결사의 자유, 시민권과 관련된 이념들은 갈등을 사회화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과 연결된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야 극성팬들의 정치적 소란을 넘어 노동계급이 '정치의 인문성'을 강화시키고 국민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윤민섭 춘천시의원이 "주민들의 삶의 공간인 지역에서 6411정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책과 실천을 통해 정치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정치의 인문성’을 실현하는 주민들의 정치적 관심과 참여를 더 잘 촉진할 수 있음을 예감케 해준다. 한편, 이영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선임연구원이 '정치의 인문성'을 담보할 진보정치의 역할에 대해서 "'6411 정신'은 진보정치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며 "누구나 공감하고 지지받을 수 있는 진보정치, 그들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누구와 함께하고자 하는지를 명확하게 하고 그것을 통해 지지를 쌓아가는 '탄탄한 기본기'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4월 총선을 앞둔 정당과 정치인들이 앞으로의 정치에서 한국정치를 '마지노선 민주주의'로부터 구해내기 위해서는 '정치의 인문성' 실천을 통해 주권자들인 국민들의 정치참여를 노동 부문과 지역에서 촉진해야 한다. 진보정치를 자처하는 정당일수록 더욱 더 그렇게 해야 한다. 이날 포럼의 발표자였던 김윤철 교수는 한국정치가 마지노선 민주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민정치지성의 발현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말하는 '시민정치지성'의 핵심은 "첫째, 기성 정치는 사회적 차원에서의 압력과 도전이 없으면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 둘째, 그 압력과 도전이 제 정치세력의 혁신 경쟁을 촉발하도록 작용해야 한다. 셋째, 그 혁신경쟁의 결과는 특정 정치세력의 선거 승패에 머무는 게 아니라, 시민주권의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 넷째, 시민주권은 투표권 행사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적 자원의 배분에 관한 정책결정권의 행사를 통해 구현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구체적으로 "△특정 개인과 집단의 행태에 속지 않고 '구조'를 읽기! △삶의 현실, 특히 (교섭)권력을 갖고 있지 못한 다수 보통사람들의 현실을 읽기! △옳음의 강변이 아닌, 좋음의 실현이 어떻게 가능한지 살펴보기!"를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노회찬 의원의 2012년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연설을 소개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내일 새벽에도 6411번 버스는 정해진 시각에 출발합니다. 수많은 투명인간들이 여전히 피곤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한다고 목소리 높여 외치지만 이분들이 필요로 할 때 이분들이 손에 닿는 거리에 아직 우리는 없었습니다…." * 노회찬재단 주최로 매월 열리는 ‘함께맞는비 포럼’은 모든 국민들에게 열려있는 공론의 장입니다. 상반기에 준비된 △ 자영업과 경제불평등(3월) △ 청년노동과 산업재해(4월) △ 농업·농촌·농민과 기후위기(5월) 주제의 사회현안 논의에 많은 분들의 참여와 토론을 기대합니다.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함께맞는 비 포럼' 원고는 프레시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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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한해 두 번의 대출로 넘긴 가전제품 청소노동
[6411의 목소리] 한해 두 번의 대출로 넘긴 가전제품 청소노동 (2024-03-04) 조수형ㅣ가전제품 분해 청소노동자 필자가 드럼세탁기를 분해해 청소하고 있다. 필자 제공 나는 가전제품을 분해해서 청소하는 일을 한다. 이 일을 한 지 15년이 됐지만 여전히 이 직업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가전제품들이 의외로 많은 세균과 바이러스 등에 오염돼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 직업이 생겼다. 이 일은 청소업에서도 좀 더 특화된 영역이다. 세탁기, 에어컨,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분해 청소하는 일은 단순히 장비와 기술로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전문성과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 모델마다 분해·조립 방법이 달라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계속 연구하고 익혀야 한다. 광고 요즘은 인터넷이나 유튜브로 분해·조립 방법을 배우고 창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이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점점 늘고 있지만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가장 큰 이유는 비수기가 길어 안정된 수입 보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겨울이 끝나가지만 계속되는 불경기 여파인지 주문이 급격히 줄었다. 나 역시 사업의 존폐를 염려할 상황이다. 올해 들어 문을 닫은 업체들도 상당수 보인다. 아주 큰 힘을 쓰는 일이 아니기에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이라 시작했는데 녹록지 않은 상태가 된 것이다. 광고 광고 가전제품 분해 청소에 걸리는 시간은, 대개 짧게는 한 시간에서 길게는 서너 시간 이상이 필요하다. 통돌이 세탁기는 수조를 들어내고 고객과 함께 오염도를 확인한 뒤 고압세척기와 곰팡이 제거제로 세척을 한다. 에어컨은 열교환기까지 분해해서 약품세척, 고압세척, 스팀세척을 하고 열교환기 탈취 후 다시 제품을 조립하고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한다. 냉장고는 내용물을 전부 비운 다음 청소를 해야 한다. 트레이를 분리하고 내부는 세척액을 묻혀 닦아준다. 가전제품 분해 청소 일은 고객의 선택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에 계절과 경기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봄부터 여름까지가 가장 많고 겨울은 완전한 비수기다. 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 등은 계절과 상관없이 번창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육안이나 냄새 등으로 청소 시기를 판단하는 탓에 날씨가 선선해지거나 추워지면 위생에 대한 경각심이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광고 청소 작업 가격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세탁기, 에어컨, 냉장고 등은 적게는 6만~7만원에서 많게는 19만~20만원에 이른다. 냉장고는 내부 음식물을 버려 달라거나 수납정리까지 맡길 경우 가격은 더 오른다. 작업 시간과 노동 강도에 비춰보면 싼 편이라 할 만하다. 한철 벌어서 1년을 먹고사는 직업들은 대개 단가가 높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전제품 청소를 하는 지인에 따르면, 제품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우리보다 평균 3배 이상 높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노동이 천시되어서인지 충분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엔 생활서비스 앱이 생기며 가격 인하 경쟁을 부추긴다. 이런 앱들의 수익 창출 시스템이 작업자에겐 가혹하다. 고객 문의가 들어와 견적서를 보내면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도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견적서를 수십장 보냈지만 한 건도 일을 못 하게 돼도 수수료를 내야 하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 직업의 마지막 어려움은 고객 대면이다. 고객과 장시간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는 부담감, 정신적 압박감은 스트레스로 연결되기도 한다. 노동자를 업신여기는 고객을 만나면 비위를 맞추는 것 또한 쉬운 일만은 아니다. 더운 날 여섯 시간 이상을 작업하면서 물 한잔 얻어먹지 못한 적도 있고, 냉장고 청소 후 집 안에 음식물 냄새가 난다고 냄새를 지우고 가라고 했던 일도 있다. 불량한 제품인데 작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도 있다. 작업 전에 제품이 잘 작동되는지, 소음은 없는지, 버튼은 잘 눌러지는지 등 철저한 사전 점검을 하는 이유다. 한번은 오래된 세탁기를 분해 청소하고 조립을 마친 뒤 재작동을 하는데 전원 버튼 작동이 오락가락했다. 세탁기 조립을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전원 기판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얘길 해도 고객은 수긍하지 않았다. 이럴 때는 도리가 없다. 6만원 벌러 갔다가 15만원짜리 중고 세탁기를 사 주고 와야 했다. 모든 고객이 다 그런 건 아니다. 작업자를 믿어주고 배려하는 고객도 많다. 그럴 땐 일에 보람도 느끼고 내심 뿌듯하다. 광고 두번의 대출로 견딘 2023년. 겨울을 지나 봄을 맞지만 불경기인 요즘이 가전청소업의 현 모습이며 내 모습이다. 내가 가는 길이 옳은 선택인지 의심도 해본다. 하지만 앞일은 모르는 것이기에, 모든 게 나빠도 전부 나쁜 것은 아니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일터에 나선다.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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