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노회찬의 장미] "핑거푸드로 배 채우며 하루 12시간 일하는 네게 꽃을 보낸다"

20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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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재단은 6411 버스 속의 사람들처럼, 지치고 힘들 때 함께 비를 맞고 기댈 수 있는 어깨가 되겠습니다.

[프레시안-노회찬재단 공동기획] 3.8 여성의날 노회찬의 장미 나눔 캠페인 ② 웹툰 작가들에게

이명선 기자


"오늘도 작업실에서 홀로 마감 전쟁을 치르고 있을 정연아! 어느 유명한 영화의 한 대목이 있지. "밥은 먹고 다니냐?"

오늘도 핑거푸드로 배를 채운 건 아닌지 모르겠다. 여성으로 중년의 나이에 매주 웹툰 마감을 하는 네가 참 대견하고, 또 대견해.

'저녁 식사를 여유롭게 하고 주말마다 놀러도 간다'는 네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하며 너에게 꽃을 보낸다. 아프지 말고 100세까지 건강하자, 우리."

웹툰 작가 노이정 씨가 동생이자 동료인 정연 씨에게 '노회찬의 장미'를 대신 전달해 달라며 올린 사연이다. 노 씨와 동생은 출판만화 전성기 순정만화를 시작으로 학습만화를 거쳐 웹툰에 이르기까지 서로를 의지하고 격려하며 한 길을 걸어왔다. 

노 씨는 지난 달 28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정연이는 아주 늦게, 웹툰 시장에서는 드물게 중년의 나이에 일을 시작했지만 '매주 마감'이라는 엄청난 노동강도를 견디며 일하고 있다"며 "매일 12시간씩 일하면서 밥 한 끼 편히 먹지 못하는 현 상태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이어 "비록 꽃 한 송이지만, 정연이가 장미를 건네받는 순간만큼은 환하게 웃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루 12시간 주 5~6일 노동…우리는 다 '을'이다" 

"플랫폼 기업이 웹툰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작가들은) 다 '을'이다."

노 씨는 고강도·장시간 노동의 대표 직군이 된 웹툰 작가의 근본적인 문제는 플랫폼 기업의 과도한 수수료에 있다고 봤다. 

웹툰 산업의 급격한 성장에도 플랫폼 기업과 작가의 관계가 '갑을'로 심화되는 구조 속에 플랫폼 기업에서 50%에 가까운 수수료를 떼어가도 작가들이 이의 제기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이에 더해 작가와 플랫폼 기업 간 직접 계약보다 콘텐츠유통사(CP사)를 거쳐 계약이 이루어지다 보니, 작가 입장에서는 또다시 수수료를 떼인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가 1인이 스토리 기획 또는 각색부터 그림 그리기, 색깔 칠하기(일반적으로 '컬러'라고 표현한다) 등 전 과정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의 요구대로 매주 마감을 하려면 주인공의 손목시계 하나 제대로 그릴 여유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마감에 쫓긴 작가들은 관련 아카이브에서 손목시계와 의상, 배경 등을 구매해 사용한다고…. 

또 웹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컬러 등에 높은 퀄리티가 요구돼 컬러 작업을 위한 전문가를 별도로 고용하기도 하지만, 이 비용마저 작가가 직접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은 전 과정을 작가 혼자 떠맡게 된다고 했다.

"플랫폼 기업과 콘텐츠유통사가 떼어가는 이중 수수료를 뺀 웹툰 작가의 월 평균 수입은 200~400만 원 정도다. 여기에서 작업실 임대료, 보조 작가 임금 및 작업에 필요한 비용 등을 빼면 정작 작가 손에 쥐어지는 건 200만 원도 채 안 된다. 이것이 하루 12시간 주 5~6일 노동한 대가다." 

▲ 웹툰 작가 노이정 씨의 작업실. ⓒ노이정

지난해 3월 발표된 '웹툰 작가들의 정신 건강 및 신체 건강과 불안전 노동 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작가들은 하루 평균 9.9시간, 마감 전날의 경우 하루 평균 11.8시간 노동을 한다. 주당 평균 근무 일수는 5.7일이며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51시간이다. 

응답자의 64.4%는 '근무 시간이 적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29.4%는 육체적 지침이, 31.6%는 정신적 지침이 '항상 있다'고 호소했다. 또 40.7%가 '건강 문제가 있지만 참고 일한 경험이 있다'거나 우울증(28.7%)과 불면증(28.2%)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10명 중 3명꼴이었다. 

특히 17.3%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 본 적이 있으며 8.5%는 '계획을 세워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비율도 4%에 달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 

노 씨는 "주변에 우울증 약을 먹어가며 일하는 작가들이 있긴 해도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다"며 "이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에, 오히려 현업 작가들이 더 놀랐다"고 전했다. 

현재 '웹툰작가노동조합(웹툰노조)'과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디콘지회)' 등이 웹툰 작가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애쓰고 있다. 이들 노조 역시 웹툰 작가의 열악한 노동 환경의 주 원인으로 플랫폼 기업의 과도한 수수료를 꼽고 있다. 

노 씨는 "조사에도 나타났듯 어린 나이부터 고강도 노동에 시달린 웹툰 작가의 수명은 30대"라며 "40대가 넘어가면 본인이 좋아하는 일이라도 더는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료와 후배 작가들에게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라는 말밖에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노회찬의 장미> 후원하기 https://together.kakao.com/fun...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노회찬의 장미나눔 캠페인>은 프레시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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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글로라도 현장의 사정을 알게 되었네요. 다음에는 꽃 뿐만 아니라 우울증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선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노동조합의 건강한 투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