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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성착취물 논의, 어디로 흘러가는가
AI 윤리 뉴스 브리프 2024년 9월 첫째 주by 🤔어쪈 1. 딥페이크 성착취물 논의, 어디로 흘러가는가 지난주 AI 윤리 레터에서 소개한 딥페이크 성착취물 보도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후속 논의가 한창입니다. 이 문제는 사실 이미 수차례 일어난 바 있고, 분명 우리는 더 크게 터질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일종의 산업이라고 해도 될 만큼 규모와 체계를 갖춰나가는 모습도 경악스럽지만, 충분히 예견 가능한 일이었기에 어쩌면 그 시장의 주된 참여자와 피해자 모두 학생이라는 점 때문에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지역자치단체와 정부 부처는 즉각적인 대응을 위한 피해 신고와 삭제 조치에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경찰과 검찰 양 수사기관 모두 엄정한 단속과 수사, 처벌을 약속했습니다. 정치권 역시 여야를 불문하고 관련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등의 법제도 마련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텔레그램과 같은 성착취물 유통 채널이 될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딥페이크 탐지, AI 생성 콘텐츠 내 워터마크 삽입 등의 기술적 조치 역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문제인만큼 관련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다각적이고 단계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레터에서 지적했듯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그저 AI 기술을 악용하는 일부에 의한 역효과 내지는 부작용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AI 기술은 분명 이러한 문제가 보다 쉽게 발생하고 만연해지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불안 과장, 과잉 규제 운운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범죄 방조와 다를 바 없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2. 초지능 AI 규제 법안과 AI 하이프의 상관관계 지난 반년간 AI 업계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여 주지사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프론티어 인공지능 모델법 (Frontier AI Model Act, 이하 SB1047)’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AI 모델 개발자로 하여금 모델 학습 전 ‘비상 정지’ 기능을 도입하고 안전성 시험을 통과해야만 배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미국 내 상대적으로 강력한 규제를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법안을 둘러싼 논의를 들여다보면, 과도한 규제가 빅테크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과 오픈소스 등에서 일어나는 혁신을 저해한다는 전형적인 비판을 넘어 생각해볼만한 논쟁 지점들이 있습니다. SB 1407이 주목하는 위험은 AI가 대량살상무기를 만들거나, 핵심 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공격을 가하는 상황 등에 해당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불필요하진 않겠지만 얼마나 현실적인지 의문을 제기해볼 수 있겠죠. 또한 다목적·다용도의 AI 모델에 대한 규제가 이를 활용하는 자에게 적용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AI 모델 개발자에게 적용되어야 하는지 역시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SB 1047의 내용은 분명 그간 초지능이 가져올 위험을 강조해 온 AI 하이프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법안이 AI로 인해 이미 발생중인 피해를 경감하거나 방지하는 다른 어떠한 규제보다 가장 빠르게 초당적 지지를 얻었다는 점은 못내 씁쓸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앞서 던진 질문들과 더불어 AI 하이프에 열심히 바람을 불어넣고 규제가 필요하다던 기업들이 돌아서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모순적인 모습과 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입법을 추진하는 주 의회의 추진력 등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3. AI 교과서 사업이 참고해야 할 LA의 오답노트 정부가 AI 디지털교과서 사업을 계속해서 강행 추진하는만큼 역풍도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사업 유보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참여인원이 5만명을 넘어 교육위원회에 회부되었고, 정기국회 및 국정감사를 앞두고 ‘AI 디지털교과서 중단 공동대책위원회 (이하 공대위)’가 출범하여 국회에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레터에서 여러 차례 다뤘던 AI 디지털교과서의 검증되지 않은 효과성, 학생과 교사 개인정보를 포함한 교실 데이터 수집과 활용의 적절성 등이 주된 우려입니다. 한편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공교육 관할 구역인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우리나라 AI 디지털교과서와 매우 유사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가 곤혹을 치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지난 3월 LA 통합교육구는 AI 학습 플랫폼 에드(Ed) 출범을 알리며 한국 교육부가 AI 디지털교과서 사업 추진 근거로 언급했던 것과 거의 동일한 내용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에드 개발을 담당한 스타트업이 수개월만에 파산하고, 데이터 유출 및 부적절한 활용에 대한 논란이 일며 모든 장점이 무색해지고 말았습니다. 약속했던 기능들 역시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거나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지적입니다. LA 사례는 공대위에서 제기하는 문제들이 단순 기우가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지적임을 보여줍니다. AI가 개인화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교육 일선의 문제들을 단번에 해결하는 마법의 단어처럼 여겨지곤 하지만 그런 건 각종 AI 과장 광고에서나 주장할 법한 이상적인 일입니다. 단순히 신기술 도입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하나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AI 기술이 아니라 교육 현장의 학생, 교사, 학부모와 같은 사람들과 교육이라는 제도 그 자체입니다. 4. AI 법이 있지만 시행까진 시간이 남아서 지난달 EU AI 법이 발효되어 조항에 따라 내년 또는 내후년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최초로 AI 전 분야를 포괄하는 법안인 만큼 그 내용을 어떻게 해석할지, 또 법규 준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적잖은 혼란이 예상되고 있죠.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여 EU는 AI 법 적용을 준비하기 위한 자율적인 협정인 AI Pact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AI Pact는 AI 개발 기업 등 법 적용 대상이 제도 이행을 준비할 수 있도록 실천 사례 등을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법적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각종 실천에 대한 자율 규제를 이끌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조직의 AI 거버넌스, AI 리터러시 촉진 전략 등 경영 차원의 내용부터 합법적인 AI 학습 데이터 확보 방안, AI 시스템에 대한 인적 감독 메커니즘 등 실무적인 내용까지 폭넓은 항목을 담고 있습니다. EU는 AI Pact 참여 기업을 계속해서 늘리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아직 그 목록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최근 독일의 대표적인 AI 기업 알레프 알파(Aleph Alpha)가 투명성과 법률 준수를 내세운 모델을 출시한 것이 이러한 노력의 일환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입법 논의를 미루기만 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참고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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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회장은 셜록의 입을 막지 못했다 [이상한 학교의 회장님 10화]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74)을 만났다. 지난 30일 이 회장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우촌초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에 관한 업무상횡령, 강요죄 등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서는 이 회장에게 물었다. “회장님이 고소하신 내용 무혐의 나온 거 알고 계시죠? 스마트스쿨 비리 보도한 기자들 계속 고소하시는데, 이유가 뭔가요?”“….” “반론 취재에 응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까?”“….” 회장님은 침묵을 지켰다. 법원 건물을 나서자, 한 남자는 이 회장의 머리 위로 우산을 펼쳐 그늘을 만들었다. 회장님은 기자의 연이은 질문에도 오직 앞만 보고 걸었다. 회장님은 의전을 받으며 벤츠 마이바흐 차량에 탈 때까지, 기자의 질문에는 한 마디도 답하지 않았다. 이 회장이 늘 이렇게 말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역시 서울북부지법에서 만난 나에게 경고했다. “(도를) 지나치지 마세요. 후회하지 마시고.” 그의 경고는 빈말이 아니었다. 이 회장은 나를 경찰에 고소했다. 사유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이다. 하지만 사건은 지난달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으로 끝났다. 고소장을 받은 지 4개월 만이다.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이 회장의 악연(?)은 지난 1월 시작됐다. 셜록은 ‘이상한 학교의 회장님’ 프로젝트를 통해 이 회장의 비리 의혹을 보도했다. 학교법인 일광학원을 설립하고 우촌초등학교를 인수한 이 회장. 그는 우촌초 스마트스쿨 사업 예산을 약 24억 원으로 부풀리고, 미리 섭외된 업체가 입찰되도록 ‘옥중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2019년 교직원 6명이 서울시교육청에 비리를 제보하면서 사업은 무산됐다. 하지만 제보자들은 보복성 징계를 받고 학교에서 쫓겨났다. 지난한 소송 끝에 유일하게 복직한 이양기 전 교감은, 복직 이후에도 크고 작은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 공익제보자들을 향한 불이익은 5년째 지속되는 중이다.(관련기사 : <“무릎 꿇고 빌게 될 것” 회장님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 회장과 일광학원 측은 자신들에게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에게 ‘고소 공격’을 퍼부었다. 공익제보자들은 물론, 스마트스쿨 의혹을 보도한 방송사 기자들도 고소장을 피할 수 없었다. 이 회장은 서울시교육청 감사관도 고소한 바 있다. 이른바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허물을 감추기 위해 법을 무기 삼아 휘두르는 모습.언론 보도에서 비일비재하게 접하는 소식이다. 내게도 법을 들먹이며 경고를 날리던 ‘회장님’, ‘대표님’들은 이규태 회장 말고 더 있었다. 지난 4월 보도한 ‘사채왕과 새마을금고’의 주인공 김상욱.(관련기사 : <새마을금고 뱅크런의 진실, ‘사채왕 리스트’에 있다>) 지난 7월 그의 재판을 방청하러 갔다. 법정 밖에서 만난 그의 변호인은 말했다. “셜록 기자들, 고소했습니다!” 김상욱이 구속되기 전, 그는 셜록에게 “나도 피해자”라며 언성을 높이다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다시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보내왔다. 김상욱 일당의 ‘아지트’이자, 자기 아들이 운영하는 카페에 찾아온다면 “건조물 침입 등으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 상가분양 피해 문제를 알린 ‘유령타운의 비명’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역시나 비슷한 일이 있었다.(관련기사 : <‘축구장 4배’ 유령타운… “어시장에 바닷물도 안 나왔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 시행사 대표의 입장을 묻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첫 번째 기사가 보도된 뒤, 시행사 대표는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언론중재위원회나,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운운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규태 회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이 회장과 일광학원 측 반론을 듣기 위해 우편∙전화∙문자 메시지∙방문 등 23차례나 접촉했지만 아무 답변도 받지 못했다. 이 회장은 내내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보도가 시작되니 명예훼손으로 나를 고소했다. 혹시라도 조사 결과 기소라도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고, 이번처럼 ‘혐의 없음’으로 끝난다 해도 이들에게는 손해볼 게 없는 장사다. 조사를 받으러 경찰서를 오고 가면서 ‘피의자’들이 받을 심리적인 압박만으로도 상대를 충분히 괴롭힐 수 있으니까. “일광학원은 공익제보자들에게 반복적인 부당징계를 내리고 민·형사고소를 진행했으며, 우촌초등학교를 감사한 서울특별시교육청 측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일광학원의 비리 사실을 보도한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집요한 보복행위를 반복해 왔다. 이번 고소 역시 공익제보에 대한 보복행위 및 입막음 소송의 일환으로 판단된다.”(지난 7월 10일 참여연대 논평) 다시 8월 30일 서울북부지법 법정 앞. 이규태 회장은 재판이 끝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회장과 함께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우촌초 교직원이 말했다. “회장님, 어디로 가세요? 저 학교 갈 거니까 이렇게 같이 (가시죠).” 이 회장은 현재 일광학원이나 우촌초에 아무 직책이 없다. 2015년 임원취임 승인이 취소되면서 이사장직을 박탈당했다. 공식적으로 학교와 아무 관련 없는 ‘외부인’인 이 회장이 여전히 우촌초에 드나드는 걸로 짐작할 수 있는 대화다. 이 회장은 드나드는 학교에, 정작 ‘들어가야 할 사람들’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바로 우촌초 공익제보자들이다. 최은석 전 교장, 이양기 전 교감, 전 교직원 유현주, 박선유 씨. 이 중 지금 학교로 복직한 사람은 이양기 전 교감이 유일하다.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행정소송이 진행되는 등, 다른 이들도 복직을 바라고 있다. 지난 7월 15일 시사저널은 이규태 회장을 인터뷰하고, <[단독인터뷰] 사학비리로 낙인찍힌 ‘클라라 회장’…”혐의 벗을 근거 있다”> 기사를 보도했다. “2018년 11월 출소 후 언론과 공식 대면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해당 인터뷰에서, 이 회장은 “학교를 믿고 따르는 구성원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억울한 부분을 소명하고 싶습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의 첫 문장은 이렇다. “사실 여부를 떠나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누구를 향한 사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 회장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면, 그 말을 제일 먼저 들어야 할 사람은 분명히 정해져 있다. 아직도 온갖 소송과 재판으로 법원을 드나들며, 학교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는 공익제보자들. 오늘(4일)은 우촌초 공익제보자들이 스마트스쿨 비리를 폭로한 지 1947일째 되는 날이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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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 취업한 고교생, 1년 만에 간이 녹았다 [열아홉, 간이 녹았다 1화]
크리스마스 캐럴 대신 아우성이 울려 퍼지는 병원 응급실. 그 틈에 이제 겨우 스무 살이 된 김선우(가명) 씨가 있었다. 그는 엄마 이하영(가명) 씨에게 몸을 지탱한 채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올리고 있었다. “당장 간 이식하지 않으면 아드님 죽을 수도 있어요.” 졸음이 쏟아지는 순간에도 날카로운 의사의 목소리가 귓가에 꽂혔다. “몸이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건 (2021년) 10월쯤이에요. 그때 부딪힌 적도 없는데 몸에 멍이 들기 시작한 거예요. 그런데 제 성격이 워낙 덜렁대니까 그냥 어디 부딪혔겠지, 하고 넘어갔죠.” 선우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20년 10월, 반도체 후공정 업체 ‘스태츠칩팩코리아’에 입사했다. 집은 울산, 회사는 인천에 있었다. 그는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화학물질 가득한 작업장. 3교대 근무. 열아홉 고등학생 선우 씨는 그해 모교의 ‘1호’ 취업생이라는 자부심으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몸에서 이상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건 입사한 지 1년 만인 2021년 10월. 몸에 멍이 들기 시작했다. 음식을 먹으면 메스꺼워 구토가 시작된 것도 그때부터다. 먹은 음식을 다 토해도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은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저 교대근무에 누적된 피로 탓이라고 여겼다. 코피를 쏟는 날도 있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지혈이 안 돼 회사 인근 이비인후과에서 코 혈관을 지졌다. 다음 달에도 코피가 쏟아졌다. 공장 안 화장실에 앉아, 반쯤 남은 두루마리 휴지 한 통을 다 뜯어 썼다. 그래도 코피가 멎지 않았다. 선우 씨를 찾는 파트장의 전화. “코피가 멈추지 않는다”고 대답했지만, 빨리 복귀하라는 말만 돌아왔다. 그렇게 두 시간이나 지났다. 그제야 코피는 간신히 멎었다. 얼굴에 묻은 핏자국을 마저 닦아내고 자리로 복귀했다. 잠이 쏟아졌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 잠을 자고 싶었다. “선우야, 너 얼굴이 좀 누런 것 같다. 병원 가봐야 되는 거 아니야?” 결혼기념일을 맞아 울산 본가에 온 선우 씨에게 엄마 하영 씨가 말했다. 최근 한 달간 극심한 피로에 시달렸던 선우는 일 때문에 피곤할 뿐이라고 답했다. “엄마의 촉이라는 게 있잖아요. 오랜만에 아들이 집에 와서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까 이상해요. 너무 노래. 근데 선우도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하지, 애 아빠는 둔감하니까 그런 거 잘 모르겠다고 하지…. 그때 같이 병원 가자고 못했던 게 제일 후회돼요.” 몸이 지쳐도 주기적으로 통장에 찍히는 급여를 보면 ‘그래도 할 만한 일’이라고 여겼다. 일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1년이 넘은 스무 살짜리 사회초년생은 요령 없이 버틸 뿐이었다. 한 달이 지난 12월 23일, 교대근무를 하던 동료도 선우 씨를 걱정했다. 황달이 있는 것 같으니 병원을 가보라는 말. 그저 피곤해서 낯빛이 안 좋다고 하기에는 눈자위까지 너무 노랗게 변했다. 밤 10시를 넘긴 시간. 회사 주변에 그 시간에 문을 여는 병원은 없었다. 선우 씨는 두 달째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렸다. 새벽조, 주간조, 야간조 어디에 투입되든 눈뜨는 게 힘겨웠다. 이튿날 오전 병원에 가려 했지만, 늘어진 잠으로 갈 수 없었다. 이튿날 오후 누렇게 뜬 얼굴로 출근했다. 상사는 선우 씨의 안색을 살피더니 병원에 가라고 조퇴를 시켜줬다. 뜻밖의 배려. 평소 같으면 ‘열이 없으면 감기에 걸려도 출근하라’던 상사였다. 선우 씨는 그제야 병원을 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가까운 내과로 향했다. 의사는 황달을 치료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며, 근처에 있는 인하대학교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피 검사를 마친 선우 씨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대학병원은 평일 오후에도 환자들로 북적였다. 순서가 되려면 30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그때 간호사가 선우 씨 이름을 불렀다. 앞서 방문한 환자들을 뒤로하고 진료실로 먼저 들어갔다. “당장 입원 안 하면 죽을 수도 있어요. 바로 입원하세요.” 선우 씨는 그제야 심각성을 느꼈다. 의사는 일반인의 정상 간 수치(ALT)가 40IU/L 이하인데, 선우 씨의 간 수치가 2236U/L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혈소판도 말썽이었다. 당시 선우 씨의 혈소판 수치는 혈액 1㎕(마이크로리터)당 5000개. 정상인들의 혈소판 수치가 1㎕당 15~40만 개 사이인 것을 고려하면 현저히 부족한 수치였다. 코피가 한두 시간씩 멈추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엄마, 나 몸이 안 좋아서 병원 왔는데 당장 입원해야 될 것 같대.”“몸이 안 좋아? 입원해야 되는 거면 여기 내려와서 입원해도 되지 않아?” 전화로 다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은 현실감이 없었고, 졸음이 쏟아지는 것 말곤 통증도 없었다. 간 수치가 정상의 약 56배 이상 나왔다는 것도, 혈소판 수치가 80배 적게 나왔다는 것도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몸이 많이 좋지 않은가 보다 할 뿐이었다. 엄마의 말에 선우 씨는 비행기를 타고 울산 본가로 갔다. “이 몸으로 여기까지 왔어요?” 울산대학교병원 의사는 혈액검사 결과지를 보고 질겁했다. 간 이식이 필요할 만큼 심각한 수치였다. 의사의 말에 하영 씨는 눈앞이 노래졌다. 그렇다고 당장 입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의사는 “아직 우리 병원은 간 이식을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며, 부산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가보라고 권했다. 하영 씨는 옆에서 눈을 껌뻑이며 졸음을 참는 아들을 차에 태웠다. 한시가 급했다. 하지만 도로는 북새통을 이뤘다. 그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거의 다 왔어, 선우야. 조금만 버텨. 괜찮지?” 평소 4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 꽉 막힌 도로 위에 두 시간을 넘게 갇혀 있었다. 금방이라도 잠에 빠질 것 같은 아들을 보면 조급해졌다. 초행길, 꽉 막힌 도로, 옆자리에는 쓰러져가는 아들까지. 운전대를 잡은 하영 씨의 손이 덜덜 떨렸다. 혹여나 아들이 눈을 감으면 다시 깨어나지 못할까봐…. 부산에 진입해 가장 가까운 소방서를 찾았다. 하영 씨는 ‘미친듯이’ 뛰어 들어가 소리를 질렀다.  “제발 우리 애 좀 도와주세요!” 엄마의 외침에 구조대원들은 선우 씨를 구급차에 태웠다. 사이렌을 울리니 꽉 막혀 있던 도로에도 숨통이 트였다. 하영 씨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당시는 코로나19 위기대응 수위가 높던 때.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을 찾아가도 대기 환자들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잘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휴가를 낸 의사들도 많았다. 하영 씨의 속이 타들어 갔다. 선우 씨는 구급차를 타고 세 번째로 찾아간 병원에서 겨우 병상에 누웠다. 그마저도 치료가 아닌 ‘응급조치’였다. 하영 씨는 서울로 가야 아들을 치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2021년 12월 27일 새벽 6시, 선우 씨를 사설 구급차에 태웠다. 서울에 있는 ‘빅5’ 병원 중 하나인 A 병원으로 향했다. “예약 안 하셨으면 진료받기 어려우세요. 오늘은 돌아가시고 예약하신 날 방문해주세요.” 기대와 달리 병원의 대처는 냉담했다. 하영 씨는 속이 뒤집혔다. ‘절차’대로 하라는 말. 혈액검사 결과지를 들이밀어도 같은 답이 돌아왔다. 병원 인근 숙소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남는 방도 없었다. 택시에 선우 씨를 태우고 또 이동했다. 겨우 찾은 모텔 방에 아들을 눕혔다. 하영 씨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이른바 ‘잘사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아는 병원 없냐, 아는 의사 없냐, 제발 도와달라. 당장 아들을 치료할 수만 있다면 못할 일이 없었다.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뿐이라고 생각했다. 모자는 이튿날 ‘절차’대로 예약 진료를 받았다. 당장 입원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 하지만 이번에는 남은 병실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병원에서는 해가 바뀌고 1월 10일이나 돼야 자리가 생길 거라고 했다. 서울 외곽까지 범위를 넓혀봐도, 선우 씨가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은 없었다. 수소문한 끝에 한 곳을 찾아냈다. 경기 부천시에 있는 병원이었다. 선우 씨는 그곳에서 일주일간 머물렀다. 혈소판을 수혈받고, 코피가 흐르면 ‘땜질’을 했다. 치료가 아니라 ‘조치’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2021년 마지막 날, 드디어 대학병원 특실에 자리가 났다는 연락이 왔다. 지옥 같던 ‘병원 뺑뺑이’는 8일 만에 막을 내렸다. 병원에서 맞는 새해. 그래도 이제는 치료에만 전념하면 좋아질 거라 여겼다. 하영 씨는 ‘이젠 다 잘될’ 거라며, 아들의 걱정까지 떠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어머님, 지금 선우 씨가 너무 위험해요. 피가 안 멈추고 간 수치가 너무 안 좋아요. 바로 병원으로 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 불안한 일상은 금세 무너졌다. 가족들은 울산의 집에서 서울의 병원까지, 350㎞ 거리를 단숨에 달려갔다. 당시 선우 씨는 간 이식 대기자 ‘0순위’였다. 장기 기증자가 나타나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이식받는 사람. 그만큼 상태는 위중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장기 기증자는 쉽사리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선우 씨는 간성혼수에 빠졌다. 혼수상태에 빠진 채 열흘이 지나자 주치의가 말했다. 염증 수치가 높아져 다른 장기에 영향을 주고 있으니 위독하다고. 몸에서 간을 먼저 떼어내는 게 좋겠다고 말이다.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거예요. 어떻게 부모가 자식을 포기해요. 그(간을 떼어낸 뒤) 4일 동안 기증자가 안 나타나면 우리 애는 그대로 죽는다는데. 도저히 안 된다고, 죽어도 못한다고 싸웠죠.” 병원에서는 선우 씨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주치의는 잠든 선우 씨에게 ‘마지막 배웅’을 하라며, 가족들에게 면회 기회를 주곤 했다. 하영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간절히 기도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는 매일 병원 가까운 절로 향했다. “아들을 살려달라고, (간을 기증해줄) 뇌사자가 나타나기를 기도하는 게… 누군가 죽어야 우리 선우가 사는 거잖아요. 그런데도 엄마니까 그런 기도를 할 수밖에 없는 마음이죠. 그게 스스로도 너무 괴로운 거예요.” 입원 20일 만에 기증자가 나타났다. 밤까지 기도를 올리던 하영 씨는 한달음에 병원으로 향했다. 그런 그를 반기는 건 병원의 낯선 공기였다. 의료진은 선우 씨의 이식 수술을 두고 찬반 토론을 했다. 의료진 10명 중 수술을 반대하는 사람은 8명. 수술 성공 확률이 30%로 너무 낮다는 이유였다. 생존 가능성이 더 높은 다른 대기자에게 이식하는 게 맞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엄마 하영 씨의 귀까지 전해졌다. 그 말이 가슴에 비수처럼 박혔다. 가족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했다. 수술에 호의적인 의료진 두 명이 “그래도 아직 스물한 살이고 젊은데, 회복이 빠를 수 있으니 한번 해보자”고 밀어붙였다. 가족들의 호소와 의료진들의 설득 덕분에 선우 씨는 2022년 1월 19일 자정이 가까운 시간 수술대에 올랐다. 10시간이 넘는 수술 끝에 선우 씨의 간이 몸 밖으로 나왔다. 의료진은 “간이 완전히 녹아내려 형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직검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완전히 손상됐다. 간이 녹아버린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의미였다. 이 사실은 훗날 선우 씨 가족에게 또 한 번의 절망을 안겨주게 된다. 수술이 끝나고 긴 잠에서 깬 선우 씨. 수술 전 약 2주 동안의 기억이 사라졌다. 간 손상이 심해 뇌의 인지기능도 떨어졌다. 배에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십자 모양의 수술 자국이 남았다. 커다란 흉터는 통증만큼이나 큰 충격이었다. “제 청춘을 빼앗긴 기분이죠.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왜 하필 내가 아파야 하는 걸까. 저는 그냥 취업을 빨리 하고 싶었던 건데.”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을 알고 있던 선우 씨는 일찍 철이 들었다. 빨리 돈을 벌어 부모님 걱정을 덜어드리고 싶어서 마이스터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등급생 중 ‘1호’로 서둘러 취업했다. 첫 월급을 받은 때부터 매달 부모님께 용돈을 드렸다. 그 보람은 선우 씨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선우 씨는 수술 4개월 뒤인 2022년 5월 회사를 나왔다. 회사를 퇴사한 과정에 대해서는 선우 씨와 사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선우 씨는 “사직서와 같은 문서에 서명한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고, 회사는 “사직을 권고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 당장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없는데, 돈이 계속 나가니까 죄송하고 눈치 보이죠. 생활에 제약도 많고, 친구들처럼 놀지도 못하고. 회복하더라도 약값은 계속 평생 나가니까 그것 때문에 산재 신청을 한 건데, 만장일치로 기각됐더라고요.” 그해 9월에는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기 위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신청서’를 제출했다. 답변을 듣기까지 1년 하고도 8개월이 더 걸렸다. 결과는 ‘불승인’. 2024년 5월에 나온 답이다. “산재 승인 안 되면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판정위원) 전원 불승인이라고 하니까 화가 나는 거예요. 제가 사업장에 문제가 있다고 (근로복지공단에) 말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제 의견은 하나도 반영이 안 돼 있고, 그냥 회사가 하는 말만 있더라고요.” 반도체 공장에 들어간 열아홉 고등학생 선우 씨는 1년 만에 간이 녹아내렸다. 평생 약을 복용해도 언제 또 건강이 악화될지, 재수술을 몇 번이나 하게 될지 알 수 없다.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반도체 소년’. 그는 가혹한 세상에 홀로 내던져졌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스태츠칩팩코리아의 반론을 듣고자 지난달 19일부터 약 30차례 전화 연결을 시도했다. 지난달 30일 인사팀 직원과 연락이 닿았다. 그는 “사건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추후 연락 줄 것을 요청했지만, 3시간 뒤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안내드리기 어렵다, (산재와 관련한 일은) 근로복지공단 쪽에 문의해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시 총무팀을 통해 연결된 안전팀 관계자는 “연중 2회 안전교육을 수행하고 있다”는 등 약 40분간 안전관리 방침에 대해 설명했지만, “자신이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비보도를 요청했다. 또 한 번 인사팀 임원급 관계자에게 연락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불승인) 판단에 이견이 없다”며, “회사는 절차에 따랐을 뿐 특별히 근로자(김선우 씨)와 분쟁적인 이슈는 없었다”고 답했다. 그리고 지난 2일 안전팀 관계자는 기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김선우 씨에게) 사직을 권고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회사는 ‘김선우 씨에게 헌혈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사내에 공지해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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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딥페이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았다
꺼진뉴스 다시보자 vol. 12 이 코너의 제목은 ‘꺼진뉴스 다시보자’지만, 이번 호에서 다시 보고자 하는 뉴스는 꺼진 뉴스가 아닙니다. 먼저 한국을 태우고 있는 딥페이크 성착취와 연결해 이른바 ‘성산업’을 생각하는 기획 보도를 가져왔습니다. 지난 주에는 23명이 사망하는 화재 사고가 난 아리셀의 대표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구속됐죠. 아리셀 참사 유족을 돕고 있는 이주민 활동가를 인터뷰한 기사를 다음으로 보여드립니다. 그리고 불씨가 꺼지지 않게 전력을 다하는 법조 전문 독립언론 <코트워치>도 소개해 드립니다. 조금 버거우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자, 불길을 마주하러 가 볼까요? ⓒ한겨레 & 곽진산 기자 1. 연재·기획: 30조 성산업 불패의 공범들 "30조~37조원 규모로 추산됐던 성매매 산업을 지탱하는 주범은 성구매자와 성매매 알선자이지만, 주변에 기생하며 이익을 얻는 공범들의 존재도 만만치 않다. 성매매 장소 제공자와 성매매 대리 예약자 등이 그 주인공이다. ✍🏻 한겨레 탐사팀, <한겨레>  한창 공개 중인 <30조 성산업 불패의 공범들>을 소개해 드리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딥페이크 성착취가 한국을 태우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 ‘성폭력은 타인이 존엄을 갖춘 인간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라는 의견을 접했는데요, 그런 모습을 가장 강렬하게 경험하는 곳이 성매매 업소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석유를 부은 듯 꺼질 줄 모르고 타오르는 성착취란 불을 같이 지켜보고, 불을 끌 방법을 생각하기 위해 이 기획 보도를 소개합니다. <30조 성산업 불패의 공범들>의 좋은 점은 ‘건물주’에 주목했다는 점입니다. 언론이 기존 성산업을 보도할 때 주로 주목했던 판매자와 구매자 대신 다른 축에 주목했고, 성산업은 공간을 소유한 사람이 묵인하며 자라 왔다는 점을 알렸기 때문입니다. 성착취 산업 또한 공간이 없으면 존속할 수 없습니다. 주인의 거부 한 번이면,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해바라기센터 옆에 성착취 공간이 운영되는 어이없는 일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뉴스 보러 가기🔥 2. 인터뷰 : “그들의 울분과 절망…고스란히 옮기고 싶었다” ⓒ경향신문 "통역이란 원래 “오버하지 않고 정제된 감정으로 말만 옮겨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참사의 상처를 가까이서 접하다 보니 “유가족들이 뭔가를 표현하려고 해도 황망하고 언어를 상실한 상태라고 판단했다”며 “담담하게 내용만 전달할 게 아니라 울분, 분노, 절망까지도 고스란히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편향적인 통역사는 ‘명예 유가족’이 되었습니다. 화성 아리셀 참사 유가족의 통역을 맡고 있는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 소장의 이야기입니다. 목이 메어 울음을 터뜨리는 유가족을 대신해, 정부를 향해 질타하고 유가족의 울분, 분노, 절망을 옮깁니다. “언어를 상실한 상태”에 놓인 유가족에게 필요한 건 정제된 감정으로 옮겨진 말이 아닐 거란 생각에서입니다. 혹자는 이러한 편향을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우리 사회와 언론이, 아리셀 참사에 편향적이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는데요. 아리셀 참사 이후 일주일 뒤, 시청역에서 일어난 사고에 우리는 더 공감하고, 울분을 토하고, 분노하진 않았는지, ‘이주노동자’의 일이라는 생각에 아리셀 참사에 무심하지는 않았는지 말입니다. 이주노동자를 가시화하겠다는 박 소장의 다짐이 어쩐지 더 결연하게 들리는 요즘입니다. 박 소장의 인터뷰는 지금껏 비가시화하며 일관했던 이주노동자 문제를 머지 않아 눈 앞에서 마주할 한국 사회에 꼭 불 붙어야 할 목소리 중 하나입니다. 뉴스 보러 가기🔥 3. 독립 언론 : 오송참사 첫 판결 "2023년 7월 15일 발생한 미호강 범람은 피고인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지 자연재해로 인한 것이 아닙니다.” (2024. 5. 31. 전OO 현장소장에 대한 선고) ✍🏻 최윤정 기자, <코트워치> 이번 코너는 불 붙일 매체를 소개해 볼게요. 한 사건의 1심 재판부터 최종심까지 따라가는 독립언론, <코트워치>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사회의 모든 갈등과 과제가 사법부로 모이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문제들이 모두 소장으로 제기되고 법대로 판단한 결과만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요. 전에 소개드린 <자꾸 법원이 특종을 한다>(시사IN) 기사에도 이 문제점이 잘 드러나 있죠. 기소발, 최종 판결 기사는 넘쳐나지만 모순되게도 법정 공방 과정을 담은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독립언론 <코트워치>는 이 공백에 주목합니다. 올 5월에 나온 오송참사 최종 판결을 기억하시나요? 재판부는 ‘미호강 범람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라고 못 박으며 책임자에게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했죠. 곧 공개될 코트워치의 프로젝트 <오송참사 첫 판결>은 최종 판결로 이어진 4개월 동안의 재판 과정을 담는다고 합니다. 미호강의 범람을 막지 못했던 ‘임시 제방의 높이’가 주요 쟁점이 된 재판 현장도 읽어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기사를 쓰는 동안 사건에 머무르고 다시 새로운 뉴스를 찾아 떠나길 반복합니다. <코트워치>의 강점은 법정 취재를 바탕으로 한 사건을 깊이 있게,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다는 데에 있지 않을까요. 법원발 특종이 강세한 언론 환경에서 <코트워치>가 만들어갈 변화가 기대됩니다. 뉴스 보러 가기🔥 에디터가 남긴 편지 안녕하세요 독자님, 어떤 편지를 띄울지 고민하다 그간 제 머릿속을 장악한 단어를 풀어보려 해요. 바로 ‘딥페이크 성범죄’입니다. 사진 한 장이면 성착취물이 뚝딱 만들어지는 세상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 소식을 접하고 크게 분노했지만 머리를 한 대 맞은 것만큼의 충격을 받진 않았습니다. 딥페이크 텔레그램방에 22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는 소식에도 덤덤했어요. 전국에서 택시를 목격하는 수만큼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가해자와 함께 일상을 살아간다는 사실, 한편으로 믿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니 ‘딥페이크 성범죄’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오래된 문제의 또 다른 형태에 가까웠죠. 일전에는 N번방과 지인능욕방이, 웹하드 카르텔이 있었습니다. 방을 운영했던 가해자가 처벌받았을지 몰라도 성착취를 ‘놀이 문화’즘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은 뿌리 뽑지 못했습니다. 성착취물을 시청하고 소지해도 처벌받지 않기에 가해자들은 성착취물을 콘텐츠로 소비했죠. 심지어 돈으로 교환되는 수익구조가 만들어질 때까지 어떤 조치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무수한 실패가 모여 오늘의 ‘딥페이크 성범죄’까지 왔습니다. 더해진 문제라면 기술을 빌려 더 빠른 속도로 광범위한 피해를 만든다는 점입니다. 지인의 셀카를 저장해 성착취물을 만들고 학교, 지역, 직장 등의 카테고리로 분류해 판매하는 과정은 상상하는 것만으로 고통스럽습니다. 지난한 성착취의 계보를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요? 당연한 얘기를 끊임없이 하는 게 힘들지만, 당장 반대할 수 있는 것은 반대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먼저 ‘조심하라’는 말은 듣지 않겠습니다. 피해 예방법으로 여성들에게 프로필 사진을 내리라 권유합니다. 낮에 귀가하고, 긴 바지를 입는다고 여성이 안전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피할 수 없는 범죄를 여성의 조심성과 연결 짓는 이 말은 결국 여성의 일상을 옥죕니다. 딥페이크 범죄를 즉각 수사하고, 소지하고 공유한 가해자까지 처벌해 ‘놀이’가 아닌 ‘범죄’라는 메시지를 각인시키는 게 먼저여야 합니다. 한편으로 ‘딥페이크 성범죄’를 기술 발전이 낳은 그림자로 규정하는 흐름은 경계하고 싶습니다. 교육부가 디지털 규범 및 윤리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해법을 제시했지만 오로지 기술 발전과 교육 간의 공백에서 출발한 문제는 아닙니다. 여성을 인격과 감정을 가진 사회 구성원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각이 딥페이크 성범죄를 가능하게 했으니까요. 무엇보다 일시적인 성폭력 예방 교육보다 “너네들 얼굴로는 성착취물을 만들지 않는다”는 교실 속 폭력이 용인되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부디 딥페이크 성범죄의 다음은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폴라리스도 위 이슈를 추적하며 독자님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2024. 09. 02.에디터 해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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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여자 좋아하세요?
꺼진뉴스 다시보자 vol. 11 언론을 향한 비관론이 횡행합니다. 언론이 ‘민주주의의 수호자'라거나 ‘권력의 감시자'라고 불리던 시절은 끝났죠. 기자는 ‘기레기’로 격하된지 오래입니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함께 일하는 폴라리스 에디터 분들은 성실히 기사를 찾습니다. 좋은 기사를 만나면 신나서 단톡방에 공유해주고요. 저는 간간히 답신으로 펭수가 엉덩이를 흔드는 ‘흥 폭발’ 이모티콘을 보냅니다. 비관론에 안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제가 폴라리스를 소중히 여기는 이유입니다. 이번 호 폴라리스는 총 네 편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BBC코리아 기사는 빛나는 취재원이, 3개월 간 바다를 누빈 한국일보 기사는 성실하고 집요한 취재가 눈에 띕니다. 한겨레21 칼럼은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 모두가 생각해보면 좋을, 첨예한 문제를 다루고요.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기획은 언론의 의제 설정이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기자 다섯 명으로 구성된 셜록은 기자상을 여러 번 탈 정도로 탐사-르포보도에 능하죠. 네 편의 기사를 읽은 후, 독자님들은 언론에 대한 희미한 희망을 찾게 되실까요? 비관론 속에서도 희망의 실마리가 보이는 그 날까지, 폴라리스의 항해는 계속 됩니다! ⓒBBC News 코리아 #1. 영상: '휠체어 타고 바다 수영해요'...학생들이 만든 제주도 첫 무장애 해수욕장 “저희가 직접 해보니깐 더 알겠는 거예요. 저희보다 더 영향력 있으신 어른들이 해낼 수 있었던 일인데, 그럼 더 빨리 실행이 됐을 수 있는데 왜 안 하셨을까. 저희가 피땀 눈물 흘려가며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저희 사례 참고하셔서 많이들 해주세요. ✍🏻 기획 이선욱, 영상 최유진 <BBC News 코리아> “하나, 둘, 셋” 하고 외치자 수중 휠체어가 미는 힘을 받아 데굴데굴 모래 위를 달립니다. 물에 첨벙 들어가더니 금새 안정적으로 둥둥 뜹니다. 물속에서 뜰 수 있는 수중 휠체어는 방향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고, 파도를 느끼며 떠다닐 수도 있습니다. 교통약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해 표선고등학교의 인권 동아리 ‘이끼’ 부원들이 기획한 프로젝트입니다. 당초 해수욕장 장애인주차구역 증설로 시작했던 프로젝트는, 장애친화적이지 않은 해수욕장 환경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전환됐습니다. 모래사장에서 이동이 가능한 휠체어를 발견한 게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그 휠체어를 처음 봤을 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라고 학생들은 말했습니다. 지원금을 받아 수중 휠체어 2대와 매트를 구입하고, 표선 해수욕장에서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은 “고작 수능 예제문제 풀고있어야 할 고3들이 나서서 하고 있는데 어른분들이 뭘 못하시겠어요” 라고 합니다. 고작이라고 하기엔 이들은 어른들도 하지 못한 제주도 조례도 개정하려고 합니다. 수중 휠체어 구입을 위해 공적 지원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죠. 경험하지 못한 불편함을 기꺼이 상상하고 해결하려는 학생들의 마음을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영상 보러 가기🔥 ⓒ한국일보 유대근 기자 (조업 과정 중 그물에 딸려온 쓰레기의 사진을 찍어 포토 모자이크 기법으로 물고기를 형상화했다.) #2. 연재ㆍ기획 : 추적 - 지옥이 된 바다 "기자님, 아무 어촌이나 가서 어선을 하루만 태워달라고 해보세요. 어떤 배라도 상관없어요. 해양 쓰레기 문제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후세들은 완전히 망한 거예요."  ✍🏻 유대근 기자, <한국일보> 태평양 어딘가에 떠다닌다는 쓰레기 섬, 플라스틱 쓰레기에 찔려 죽은 해양 동물들.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압니다. 해양 쓰레기는 해수면 온도를 높이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죠. 하지만 당장 눈 앞에 보이지 않는, 쓰레기 섬과 바다거북의 죽음을 또 잊어버리고 맙니다.  한국일보는 비가시화된 해양 쓰레기 문제를 심층 취재 했습니다. 첫 번째로 주목한 건 뱃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뱃사람들에게 해양 쓰레기는 일상의 문제였습니다. 유대근 기자는 베테랑 어부들과 함께 배에 올라타 망망대해로 향해 보고 들은 것을 생생히 기록했습니다. 풍선처럼 부푼 그물 자루에서 쏟아진 쓰레기 더미, 태연하게 쓰레기 틈에서 고기를 골라내는 외국인 선원, 폐그물로 가득 채워진 200L 포대….  사실 문제는 더 복잡합니다. 어부들이 바다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일보는 이 지점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다음 챕터인 ‘늙은 어부의 고백’은 멸종위기종 몽크물범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한중일 어부를 추적했습니다. 결론은 해양 쓰레기 문제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딱 잘라 나눌 수 없다는 겁니다. 달리 말하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거죠. 바다에 떠다니는 폐기물은 어민만 위협하지 않습니다. 어선이나 여객선에 걸려 배가 고장나면 대형 인명피해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는, 그 순간이 머지 않았습니다. 기사 보러 가기🔥 ⓒ에스투(S2)엔터테인먼트 #3. 비평ㆍ칼럼 : 섹시한 여자는 잘못이 없다 "이성애가 여성주의에 반하는 것 또한 아니다. 여성이 이성에게 자신의 성적 매력을 어필하고자 하는 욕망에 솔직하려는 노력은 분명 또 다른 여성주의적인 고민이다. 이성애자 여성이 남성에게 성적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것 또한 잘못이 아니다. 그것이 바로 이성애 여성의 중요한 정체성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연혜원 ‘퀴어돌로지’ 공저자·사회학 연구자, <한겨레21> 예쁜 여자를 좋아하세요? 섹시한 여자, 귀여운 여자, 청순한 여자. 매력있는 여성에게 붙는 키워드는 외모와 상관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여성의 미와 성은 페미니즘에서 아주 복합적인 논의 대상입니다. 메일 게이즈, 코르셋 담론은 여성의 미와 성이 남성의 시선 하에 구성되어 착취되는 문제를 부각합니다. 미디어는 성상품화 등 왜곡된 여성의 이미지를 재생산하는 대표적인 수단입니다. 뒤틀린 여성의 미와 성은 나이, 지위, 직업을 막론하고 많은 여성들을 옥죄고 있습니다. 외모 강박과 식이장애는 물론, 운동선수의 활동성 강화 대신 신체부위를 부각하는 유니폼과 같이 왜곡된 성과 미는 여성이 능력을 발휘하는 데에 장애물이 되곤 합니다. 하지만 여성의 미와 성은 단순한 억압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성범죄와 성상품화 등, 욕망이 늘 여성에게 불쾌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죠. 여성에게는 불필요하게 욕망의 대상이 되지 않을 자유도 있지만, 욕망되고 싶은 자유도 있습니다. 또 욕망되는 여성성은 이성애자 남성만의 것이 아니죠. 섹시한 여성은 여성, 그리고 또다른 존재들에게 사랑스러운 것이기도 합니다. 어떤 외모와 신체의 여성들은 욕망의 대상에서조차 비켜간 무성적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조롱받기도 하죠. 그런 여성들이 스스로를 성적 존재로 어필하는 전복의 행동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연일 강력한 젠더폭력 사건이 이어지고, 젠더 감수성 향상보단 여성혐오의 강화를 지켜보게 됩니다. 여성으로 존재함 자체가 위험으로 여겨지는 상황에 많은 여성들이 남성에게 성적인 여성이 되는 것 그 자체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 『퀴어돌로지』 저자 연혜원 씨는 잠시 숨을 돌리기를 권합니다. 비판의 화살이 남성에게 욕망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또다른 바람직한 성 수행 방식의 고정틀을 만드는 일입니다. 남성의 착취적인 시각으로 구성된 성을 답습하는 것도 문제지만, 욕망적인 존재가 되는 것을 금기시해서도 안 됩니다. 성과 미는 그자체로 비판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됩니다. 비판과 행동의 방향은 여성을 착취하는 사람들과 구조에게 향해야죠. 지치고 분한 시간이지만, 투쟁의 방향은 항상 점검되어야 합니다. 기사 보러 가기🔥 ⓒ셜록 #4. 독립언론/인터뷰 : 반도체, 말기암, 불승인… 나는 홀로 ‘마지막’을 준비한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그 현장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죽기를 바라는 건 아닐까? 문서로도 남아 있지 않는 그곳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리 문제가 있던 곳이라도 ‘문제 없는 작업장’이 될 수 있잖아요. ✍🏻 김연정 기자, <셜록> 혹시 이런 이야기 들어보신 적 있나요? “개가 사람을 문 건 사고다. 사람이 개를 문 건 사건이다. 언론은 사건을 다룬다.” 언론 보도는 ‘비일상적 사건’을 다룹니다. 뉴스의 조건은 새로운 것이니까요. 뉴스의 조건을 곱씹을 때면 질문 하나가 떠오릅니다. ‘비일상이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에, 언론은 무엇을 보도를 해야 할까?’ 일터가 노동자를 병들게 하는 것. 유방암에 걸리고 파킨슨병에 걸리는 것. 그렇게 누군가가 죽고, 죽음 이후에도 기업의 책임 인정과 보상은 없는 것. 모두 ‘사건’으로 여겨져야 마땅한 ‘비일상’입니다. 동시에 어느 순간 익숙해져 버린, 일상이 된 비일상이기도 합니다. 이런 시대라서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기획은 귀합니다. 산재 피해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다시 ‘사건’으로 공론화하고, 구조적 문제까지 지적하거든요. 한국은 산재 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평균 214일이 걸립니다. 산재 인정 범위도 무척 협소하고요. 기사에 나오는 최 씨는 4년이 걸려 불승인 판정이 나왔죠. 이의제기 후 심사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질병으로 산재를 신청한 뒤 결과를 받아보기 전 사망한 노동자는 최근 5년 간 111명에 달한다고 해요. 기사는 말합니다. “유해물질 가득한 연구실에서 그녀를 지켜 줄 ‘우산’이 있었다면 최씨의 삶은 지금과 달라졌을까.” 이 문장을 읽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일터에는 그녀를 지켜줄 우산이 없었으니, 우리 사회라도 그녀를 지켜줄 우산이 되어야 한다고. 가랑비에 옷 젖듯 타인의 고통에 무뎌지는 시대입니다. 작은 우산을 건네는 마음으로, 폴라리스 독자님들께 기사를 건넵니다. 기사 보러 가기🔥 에디터가 남긴 편지 안녕하세요, 비평/칼럼을 맡은 에디터 ‘푸릇’입니다. 이번 호 에디터레터에서는 젠더 관련해서 기사 하나를 더 소개하려 합니다. 계간 ‘홀로’ 발행인 이진송 씨가 성노동자에 대해 쓴 글입니다. 현재 여성들 사이에서는 성노동자들*에 대한 강렬한 비난 여론이 형성돼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아프리카 BJ 과즙세연 씨가 있었는데요. 그녀는 선정적인 방송을 진행하며 수익을 얻는 ‘벗방’ BJ입니다. 이른바 ‘개저씨’의 표상이 된 하이브 방시혁 의장과 베벌리 힐스에서 목격된 후 SNS상에는 그녀의 방송클립이 일파만파 퍼졌습니다. 과즙세연 씨가 출연한 넷플릭스 예능 ‘더 인플루언서’가 전파를 타며 성노동자들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 불붙었습니다. 과즙세연 씨를 비롯해 여성 인플루언서들이 조회수를 위해 신체를 부각한 사진을 올리는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여성 시청자들은 이들을 비판하며 메이크업 아티스트 ‘리사배’, 틱톡커 ‘케지민’ 등의 크리에이터들을 연호했습니다. '열심히, 정당한 방법으로 일하는 여성'들을요. 이처럼 현재 많은 여성들에게 성노동자의 이미지란 ‘남성에게 눈이 멀어 여성운동의 장애물이 되기를 자처하는 적’인 듯 합니다. 여성들이 분노할 사건들이 많긴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밴드 그룹 QWER에서 활동하는 쵸단 씨도, BJ 시절 방송에서 성폭행 교수 퇴출운동을 한 모교 학우들을 모욕한 것이 드러나 비판받았죠. 여성들이 그들에게 이렇게 화가 난 이유도 이해가 가고, 저 역시 BJ들의 언행에 아찔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녀들이 가장 전면에서 돌을 맞아야 하는 존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성노동자들보다 먼저 성산업이 있었고, 폭력적이고 여성혐오적인 왜곡된 이미지에 대한 수요가 있었습니다. 이들이 성산업의 활발한 플레이어처럼 보일지라도, 자본주의와 여성혐오가 결탁한 성산업이 근본이자 선행한 문제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 안에서 발생하는 착취의 문제도요. 디지털 성노동자들로 운을 뗐으니, 엑셀방의 사례를 들자면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것은 포주 방송인입니다. 성매수자들의 후원 금액 순위가 엑셀에 고스란히 표시되는 시스템에서 성노동자들은 자극적으로 경쟁하며 몸과 마음이 피폐해집니다. 퇴출되지 않고 살아남아 계속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요. 성노동자들은 연대할 수 없는 존재일까요? 올해 초 파주 용주골의 여성 성노동자들은 ‘여성친화도시를 만들겠다’는 미명 하에 하루아침에 살던 곳에서 쫓겨났습니다. 시의 제대로 된 안내도 없었고, 아이를 키우고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그녀들에게 넉넉한 지원도 없었습니다. 취약하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성노동뿐이던 그녀들에게 이러한 조처는 다시 성노동의 굴레에 빠지게 하는 짓이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성노동자들에 대한 어떤 이해도 대책도 수립하지 않고 그저 없어져야 할 존재로만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어떤 비판도 하지말자는 게 아닙니다. 가장 전면에서 돌을 맞아야 하는 것이 성노동자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비판의 대상은 성산업을 유지시키는 포주와 신용구조, 매수자여야 합니다. 여성들의 불안함을 증폭시키는 불법촬영과 딥페이크 범죄 및 모든 젠더폭력 가해자들과 공모자들, 나몰라라하고 있는 경찰, 검찰, 국가. 피해자들을 공동체에서 내모는 방조자들. 페미니스트들의 비판을 수용하지 않고 조롱으로 일관하는 왜곡된 성인식을 가진 남성들이어야 합니다. 어려운 문제에 쉬운 비판을 선택해선 안 됩니다. 페미니스트들은 근간을 흔드는 아주 어려운 문제를 다루고 있기에, 어렵고 힘들더라도 우리의 비판과 행동은 더욱 집요하고 심도 있어야 합니다. *성노동자: 에디터는 이 글에서 ‘성노동자’라는 용어를 택했습니다. ‘매춘’이 폭력인지 노동인지는 여성주의의 중요한 토론 주제 중 하나입니다. 에디터는 ‘성노동자’라는 용어를 사용해 성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피해자, 계몽의 대상으로 보기보단 이들을 노동하는 주체요, 노동 과정에서 권리와 존엄성을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부각하고자 했습니다. 2024. 8. 26. 에디터 푸릇🌿 드림 만든 사람들: 모래🏖️, 푸릇🌿, 산호🐠, 만쥬🌰 답장하기 폴라리스 구독하기 지난 폴라리스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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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번영하는 교사, 행복한 교실: 교사 번영 연구의 현재와 미래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지난 3주간 교사의 번영에 대한 연구를 위해 번영이 무엇인지, 학술 동향은 어떠한지, 해외에서의 교사번영 측정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 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심층적으로 Thriving 이라는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그리고 교사의 번영(teacher thriving)에 대해서는 어떤 연구가 논의되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선 thriving이라는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 Thriving에 대한 이론적, 개념적 논쟁을 다루고, Thriving을 촉진하는 요인들에 대한 문헌을 검토하며, 향후 연구 방향에 대한 권고를 제시하고 있는 Human Thriving(Brown et al., 2017) 연구를 참고하여 설명 드리겠습니다. 'thriving'에 대한 개념은 우리 삶에서 중요하지만, 학문적으로는 비교적 최근에 주목 받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00년에 긍정심리학이 등장하면서 이 분야 연구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thriving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은 주로 두 가지 질문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thriving'이 정확히 무엇인가? 어떤 요인들이 'thriving'을 촉진하는가? 'thriving'의 정의에 대해서는 학자들 간에 아직 완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학자들는 '위기나 도전에 맞서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 하고, 또 어떤 학자는 '활력과 배움을 동시에 경험하는 심리 상태'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체로 'thriving'은 단순히 잘 지내는 것을 넘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thriving'을 촉진하는 요인들도 많이 연구되었습니다. 개인의 낙관적 태도, 종교나 영성, 적극적인 성격 등 개인적 특성과 함께 가족이나 직장 동료의 지원, 적절한 도전을 제공하는 환경 등 외부 요인도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음은 교사의 번영에 대해 어떤 연구들이 논의되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교사의 일에서의 번영에 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COVID-19 팬데믹은 교사들의 번영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 되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지원뿐만 아니라 학생들과의 의미 있는 상호작용이 필수적임을 강조합니다(Anjum et al., 2021).  인도의 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번영이 개인의 에너지 관리와 스트레스 조절 능력에 크게 좌우되며, 자기 관리 기술이 교사의 번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합니다(Chaudhry & Chhajer, 2023).  심리적 자본이 번아웃 예방과 교사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는 연구는 교사들이 자기효능감과 회복탄력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Anjum et al., 2021).  중등학교 교사들의 번영과 웰빙을 탐구한 연구에서는 긍정적 감정과 관계가 번영에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하며, 이러한 요소들이 PERMA 모델을 통해 구체화됩니다(Nichols, 2022).  번영, 직무 만족도, 번아웃 증상 간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는 활력과 학습의 균형이 교사의 번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히며, 이 균형이 무너질 경우 번아웃 위험이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Keith, 2021).  번영을 활력과 학습으로 정의하고, 사회적 맥락이 번영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한 연구는 교사 번영을 위한 긍정적인 사회적 환경의 중요성을 부각시킵니다(Spreitzer et al., 2005). 각 연구들은 교사 번영의 여러 측면을 탐구하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지만, 번영의 복잡성을 반영하는 통합적 모델이 부족하며, 교사들이 처한 다양한 환경적 요인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연구는 교사 번영의 개인적, 사회적, 조직적 요인들을 통합적으로 다루고, 실제 교육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전략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4주간 살펴본 내용을 바탕으로 이제 연구 주제에 대한 계획서를 작성해보려 합니다. 이를 통해 교사의 번영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이해와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 2024.9.2.  HWANG SOO JUNG,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향후 작성자의 학술적 연구를 위한 초안으로, 작성자의 허락없이 복사, 인용, 배포,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 [부록] 참고자료  Surviving but not thriving: Comparing primary, vocational and higher education teachers’ experiences during the COVID-19 lockdown 논문주제: 2020년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한 교육 시스템의 다양한 수준에서 교사들이 겪은 경험을 비교 연구 특히, 초등교육, 직업교육 및 고등교육에서 원격 교육이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 및 디지털 도구의 사용에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분석 대표 이론 및 방법론: 비교 교육 연구의 틀을 사용하여 교사들의 주관적인 경험을 해석적 접근 방식(interpretative approach)을 통해 질적으로 분석 반구조화된 인터뷰(semi-structured interviews)가 사용 교사와의 상호작용, 디지털 도구의 사용, 그리고 원격 교육에 대한 적응 등의 주제를 다룸 대표선행연구: Holmberg (1983, 2005): 물리적 거리에 있는 학습자와 교사 간의 개인적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러한 관계가 학습자의 동기와 학습 성과에 필수적임을 주장 Moore and Anderson (2003): 교사와 학습자 간의 심리적 거리를 의미하는 "거래적 거리(transactional distance)" 개념을 소개, 교육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제시 Shin (2003): "거래적 존재(transactional presence)" 개념을 통해, 학습자가 교사와 기관에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를 성공적인 원격 교육의 중요한 요소로 설명 연구주제와의 연결성 교사의 번영(번영감)이 단순히 기술적 도구의 숙달에 있지 않으며, 교사와 학생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핵심임을 강조 디지털 도구를 성공적으로 활용하더라도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이 저하되거나 부족할 경우, 교사들은 자신의 역할에 대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남 교사의 번영이 기술적 역량보다 학생들과의 관계와 상호작용의 질에 더 크게 의존함을 시사 논문링크 :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10639-021-10616-x Enhancing psychological well-being of school teachers in India: role of energy management, thriving, and stress 논문주제: 인도의 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관리, 번영(Thriving), 스트레스가 심리적 웰빙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 팬데믹 이후 교육 환경에서 교사들의 심리적 웰빙을 향상시키기 위한 주요 요인들을 분석하며, 특히 에너지 관리가 교사들의 번영과 스트레스 수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중점적으로 연구 대표 이론 및 방법론: 직무 요구-자원 이론(Job Demands-Resources Theory) 양적연구: 설문조사를 통해 데이터 수집 계층적 회귀 분석(Hierarchical Regression Analysis)을 활용하여 변수간 관계 검 대표선행연구: Spreitzer et al. (2005): 번영(Thriving) 개념을 제시하며, 이는 개인이 직장에서 활력을 느끼고 지속적인 학습을 경험하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설명 Ryan and Frederick (1997): 에너지 관리가 개인의 심리적 웰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을 제시 Lazarus and Folkman (1984): 스트레스에 대한 이론적 개념을 개발하고, 스트레스가 심리적 웰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강조 연구주제와의 연결성: 에너지 관리가 교사의 번영 상태를 증진시키고 스트레스를 줄임으로써 궁극적으로 심리적 웰빙을 향상시킨다고 주장 번영은 교사들이 직무에서 활력과 학습을 동시에 경험하는 상태를 의미하며, 이는 높은 수준의 직무 만족과 심리적 웰빙과 연결 따라서 교사들이 직무에서 번영을 경험할 때, 그들은 더 높은 수준의 직무 몰입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으며, 이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와도 긍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음 논문링크 :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psychology/articles/10.3389/fpsyg.2023.1239587/full Thriving at Work: The Effect of Psychological Capital on Teachers' Burnout Symptoms 논문주제: 교사들의 번아웃 증상에 대한 심리적 자본(Psychological Capital)의 영향을 분석 심리적 자본이 교사들의 번아웃 빈도와 강도를 어떻게 감소시키는지에 대해 연구하며, 교사들이 직장에서 번영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대표 이론 및 방법론: 심리적 자본 이론(Psychological Capital Theory): 심리적 자본은 자신감(자기효능감), 낙관주의, 희망, 회복탄력성이라는 네 가지 주요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요소들이 직장에서의 번아웃을 줄이고, 교사들이 더 긍정적인 직무 수행을 하도록 돕는다고 가정 양적 연구: 설문조사, 상관분석, 회귀분석 대표선행연구: Luthans et al. (2007): 심리적 자본의 구성 요소인 자기효능감, 낙관주의, 희망, 회복탄력성의 개념과 측정 도구를 개발하며, 이러한 요소들이 직무 만족도와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 Maslach and Jackson (1981): 번아웃 증상을 감정적 소진, 비인격화, 개인 성취감 저하의 세 가지 요소로 정의하고, 이를 측정하는 도구를 개발 Youssef-Morgan and Luthans (2013): 심리적 자본 이론을 통해 긍정적인 조직 행동과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조직 내에서의 성과와 개인의 웰빙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제안 연구주제와의 연결성: 교사의 번영(Thriving)과 심리적 자본 간의 밀접한 연관성을 밝힘 높은 수준의 심리적 자본을 보유한 교사들은 번아웃 증상을 줄이고, 직장에서 더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번영할 가능성이 높음 심리적 자본이 교사의 직무 만족도와 전반적인 웰빙을 증진시킬 수 있음을 시사 심리적 자본의 네 가지 요소 중 희망과 자기효능감이 교사의 번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로 인해 교사들은 직무에서 더 큰 성취감을 느끼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 논문링크 : https://www.humapub.com/admin/... Secondary Teacher Thriving: Investigating Secondary Teacher Well-Being and Contributing Factors to Thriving 논문주제: 미국 중등학교 교사들의 번영(Thriving)을 조사하며, 번영에 기여하는 요소들과 교사들의 웰빙을 분석 eligman의 PERMA 모델(Positive Emotion, Engagement, Relationships, Meaning, Accomplishment)을 사용하여 교사들의 번영 상태와 이를 예측하는 요인들을 파악 대표 이론 및 방법론: PERMA 웰빙 모델에 기반: 긍정적 감정, 몰입, 긍정적 관계, 의미, 성취라는 다섯 가지 요소를 통해 개인의 웰빙을 평가 양적연구: 설문조사, 단일 표본 t-검정, ANOVA, 다중 회귀분석 등 활 대표선행연구: Seligman (2011): PERMA 웰빙 이론을 제시하며, 이 모델을 통해 개인이 어떻게 번영할 수 있는지를 설명 Schreiner (2010): 번영 개념을 대학생들에게 적용하여, 번영이 단순한 학업 성취를 넘어서는 개념임을 논의 Coffey et al. (2016): PERMA 요소들이 대학생들의 신체적 건강과 성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였으며, 이는 교사들에게도 유사한 적용이 가능함을 시사 연구주제와의 연결성: 교사의 번영이 단순히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 PERMA 모델의 요소들—특히 긍정적 감정, 몰입, 그리고 긍정적 관계—가 교사의 번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을 밝힘 교사들이 직업적으로 만족감을 느끼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교사로서의 역할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함을 의미 번영 상태는 교사들의 심리적 웰빙을 향상시키고, 교사의 번아웃을 방지하는 데 기여 논문링크 : https://www.proquest.com/docview/2773957845?pq-origsite=gscholar&fromopenview=true&sourcetype=Dissertations & Theses Teachers’ Thriving, Job Satisfaction, and Burnout: A Polynomial Regression with Response Surface Analysis 논문주제: 교사들의 번영(Thriving)과 직무 만족도, 번아웃 증상 간의 관계를 분석 번영의 두 가지 구성 요소인 활력(Vitality)과 학습(Learning)의 조합이 교사들의 직무 만족도와 번아웃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교사들이 직무에서 번영하고 있는지, 아니면 소진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데 초점 대표 이론 및 방법론: Socially Embedded Model of Thriving at Work : 활력과 학습이 직장에서의 번영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임을 제안 연구 방법론으로는 다항 회귀 분석(Polynomial Regression)과 반응 표면 분석(Response Surface Analysis)이 사용 활력과 학습의 조합이 교사들의 직무 결과에 미치는 비선형적 영향을 시각화 대표선행연구: Spreitzer et al. (2005): 번영 개념을 제시하며, 직장에서의 활력과 학습이 개인의 성장과 직무 만족도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설명 Maslach and Jackson (1981): 번아웃 증상을 감정적 소진, 비인격화, 개인 성취감 저하의 세 가지 요소로 정의하고 이를 측정하는 도구를 개발 Porath et al. (2012): 활력과 학습의 조합이 직무 성과와 조직 몰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를 통해 번영의 중요성을 강 연구주제와의 연결성: 활력과 학습의 조합이 교사들의 번영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 활력과 학습이 모두 높은 수준에 있을 때 교사들은 더 높은 직무 만족도와 낮은 번아웃 증상을 경험 활력과 학습 간의 불일치가 클 경우, 특히 활력이 낮고 학습이 높은 경우, 교사들은 감정적 소진과 비인격화를 더 많이 경험할 수 있음 교사들이 번영하기 위해서는 활력과 학습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 → 교사의 웰빙을 촉진할 수 있 논문링크 : https://www.proquest.com/docview/2577749403?pq-origsite=gscholar&fromopenview=true&sourcetype=Dissertations & The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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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내돈내산 디지털 다운로드 게임, 있는 줄 알았지만 원래 없는 내 소유권을 찾아서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여러분, 디지털 다운로드형 게임을 돈 주고 구매한 여러분들에게 그 게임의 소유권이 없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제 연구 주제는 이런 문제 의식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저는 연구자이기도 하지만 한 때는 일주일 중 7일, 하루 잠자는 시간만 빼고 전부 게임에 투자할 정도로 헤비유저이기도 했는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게임 이용약관은 로딩되어 화면에 보이자마자 바로 제일 아래로 스크롤을 내려 이용약관 동의에 체크한다음 최대한 빠르게 넘기는게 제 맛 아니겠어요? 그런데 여러분이 읽지 않고 넘기셨던 그 이용약관에 여러분에게는 구매한 디지털 다운로드 게임에 대한 이용권만 보장하고 있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게임 소비자가 스팀이나 플레이스테이션네트워크, 닌텐도 이숍 등에서 다운로드 게임을 구입할 때, 게임사와 소비자는 구매계약을 맺게 됩니다. 그런데 이 구매 계약이 평소 우리가 물건 살 때와는 다른거죠. 예를 들어볼까요? 제가 볼펜을 한 자루 샀습니다. 물건을 고르고, 구매 의사를 밝힌다음, 돈을 내고 물건을 들고 나오면서 이렇게 말할 수 있죠. '이 볼펜은 이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이 과정을 법적으로 이름을 붙이면  '구매 계약의 체결'이며, '소유권의 이전'입니다. 이 볼펜은 제 것이 되었으니, 제가 쓸 수도 있고 친구에게 선물로 줄 수도 있고 중고거래로 팔 수도 있죠. 혹시나 이 볼펜이 두 번 다시 구할 수 없고 값어치가 엄청난 한정판이라면 자식에게 상속할 수도 있겠죠. 이것은 법적으로 '재산행위' 입니다. 매매, 상속, 대여, 증여 등이 여기에 해당되죠.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죠. 위에서 구매한 볼펜을 제 친구가 빌려갔습니다. "쓰고 돌려줄게."라고 했고, 제가 "준다"는 말은 하지 않았죠. 그럼 당연히 친구는 그 볼펜을 사용한다음 저에게 돌려주겠죠? 혹시나 안 돌려주면 여러가지 경우가 있을 겁니다. 일단 친구는 저에게 사과를 해야 할테고, 타당한 이유를 대며 용서를 구하던지 새 볼펜을 사서 원래 빌린 볼펜 대신 가져다 주던지 해야겠죠. 아니면 저와 친구는 대판 싸워 의가 상하거나요. 여기서 문제의 요지는 볼펜은 제 물건이기 때문에 친구에게는 마음대로 처분할 권리가 없다는 겁니다. 제가 그 친구가 빌려가는 것만을 허락했으니 친구의 친구에게 마음대로 줄 수도 없고, 허락한 범위 내에서만 쓸 수 있겠죠. 소유권은 저에게 있으니까요.    자, 이쯤하니 상황 파악이 한 눈에 되시죠? 여러분의 디지털 다운로드 게임은 지금 제가 친구에게 빌려준 볼펜과 같은 처지입니다. 게임 소비자가 내돈내산 한 다운로드형 게임, 그 디지털 데이터는 게임 소비자의 소유권은 인정되지 않고 오로지 '이용권'만을 인정합니다. 이에 따라서 이용자 간 교환이나 거래를 막을 수도 있었던 것이고 사용기한을 제한할 수도 있었던 것이죠. 그렇기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게임의 가치가 훼손되더라도 소비자는 가치를 보전받지 못합니다. 환불도 받기 힘들수도 있고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려면 현실을 들여다보면 되는데요. 여러분이 게임서비스 제공 플랫폼인 '스팀' 이용자라서 거기서 게임을 하나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죠. 해당 게임이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전용 게임기에 들어가는 CD(게임팩)로도 구매할 수 있고, 간편하게 디지털 다운로드로도 구매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해봅시다. CD로 샀다면 그 게임을 좀 즐기다가 중고거래로 팔 수 있겠죠. 아니면 친구에게 빌려주거나 자녀에게 물려줄 수도 있을 것이구요. 그렇지만 내 스팀 ID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다운로드형 게임을 다른 친구의 ID로 옮겨주거나, 중고거래로 팔았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들어보신 적 없으시죠? 할 수 없으니까 들어보신적이 없는겁니다. 최근 외국에서 실제 이 문제가 발생했는데요, 스팀 이용자 한 명이 운영진에게 자신이 사망할 경우 스팀 계정과 계정에 담긴 게임들을 유언을 통해 상속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1]  그러면 이용약관을 바꿔서 소유권을 지금이라도 인정하면 되는 것 아니냐?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문제가 간단하지 않습니다. 먼저 왜 이런 식의 이용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겠죠. 이것은 '소유권'의 개념과 관련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소유권의 개념은 '물권' 즉, 물건에 대한 권리입니다. 실재하는 물건에 발생하고, 그 물건을 사용, 수익, 처분할 권리이죠.(민법 제211조 등) 그런데 대부분의 법학 연구에서는 디지털 데이터의 특성이 물권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데이터는 물리적인 물건이 아니고 복제 및 배포가 가능하다는 특성이 있어 물건과 같은 '배타적'인 상태가 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소유권의 기본 요건인 "사실상의 지배나 점유나 소유권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이동진, 2018; 오병철, 2021; 김상중, 2023 등) 디지털 데이터의 소유권 문제를 다루는 연구는 이미 많이 진행돼 왔습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우리나라에서 소유권이라는 것은 민법을 기본으로 하고 그 민법의 소유권이라는 것이 물건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죠. 디지털 데이터는 물건이라고 보기가 어려우니 어떻게 소유권을 인정할지가 많이 연구된 것입니다. 데이터 자체가 제공자에게 어떠한 대가(내가 원할 때 이용을 할 수 있게 하는 이용권)를 요구하는 채권으로 기능한다는 견해(권영준, 2021; 김진우 2021), '데이터권'의 개념을 따로 수립하여야 한다는 견해(오병철, 2021), 게임 디지털 콘텐츠가 재산법적 측면에서 그 개념과 가치가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견해(이권호, 2007) 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이루어진 연구들에서도 서비스 제공자와 게임 소비자 간 이용약관을 바탕으로 계약관계를 면밀하게 살펴 본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한 소유권은 '배타적'이어야 한다고 했는데, 대부분의 게임 서비스는 그 게임이 복제된 데이터라고 하더라도 이용자의 ID별로 관리하기 위해 고유값을 별도로 매기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술적인 방법이 배타적 권리 보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는 고려된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러한 연구에서 소유권을 논하는 것은 사실상 사업자 간 또는 이용자가 만들어낸 데이터(SNS상의 이용자가 작성한 글 이라던지, 포털 사이트에 이용자가 찍어 올린 사진 등)와 사업자 간 권리를 따져보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인 것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게임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사 간의 이용권(채권) 구매 계약을 소유권(물권) 구매 계약으로 변경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권리를 찾을 방안을 탐구하기 위해 앞으로 연구를 진행해나가 보려고 합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 논문과 다양한 다운로드형 게임 이용약관, 이에 대한 판례를 긁어 모아 분석해봐야겠죠. 디지털 자산 상속을 위한 특허를 텐센트가 확보했다는데, 그 부분도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2] 또한 어떠한 법 제도를 두어야 소비자의 소유권을 보장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얻고자 하는 답은 이겁니다! 현재의 다운로드형 게임 이용권 계약을 소유권 계약으로 변경할 수 있는 논리를 찾아내고, 이를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서비스 이용계약의 표준 약관을 제시해봅니다. 또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로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도록 법조항 신설도 제안을 해야겠죠. 이를 통해 제한적이더라도 소비자들의 소중한 게임을 권리를 이전하거나 상속할 수 있도록 하는것이 목표입니다. 특히 지금까지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관련 규정들은 사업자 위주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소비자들을 단순 이용자가 아닌 경제주체로 인정하게 하고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해서 정책 방향을 소비자 위주로 변화시키고 싶습니다. 지난 5주간,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와 함께 제 연구문제에 대해 연재해 왔습니다.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는 연구계획서를 만드는 과정을 밟는 훈련을 위한 수업이었는데요, 그 여정을 이 글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그 동안 제 연구 주제의 탐구 과정을 흥미있게 보아주신 시티즌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연구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현기호, "'스팀 계정 상속 불가'에 이용자 "게임 소유권 침해" 반발", 이코리아, 2024.5.29. https://www.ekoreanews.co.kr/n...[2]홍성일, "'디지털 자산도 상속 받는다' ... 텐센트, 관련 특허 획득, 더구루, 2021.7.16. https://www.theguru.co.kr/news... ⓒ 2024.9.1. LEEMINJI,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향후 작성자의 학술적 연구를 위한 초안으로, 작성자의 허락없이 복사, 인용, 배포,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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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네트워크를 통한 소셜섹터 기업 사회적 가치 측정 시도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오늘은, 원데이 클래스의 마지막 마무리입니다. 5주동안 사회문제 해결 연구를 위한 연구계획을 쌓아왔습니다. 앞으로 제가 계속 이어갈 연구는 네트워크 분석을 통한 소셜섹터 기업의 사회적 가치 측정 연구입니다. 이해관계자를 통해 소셜섹터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여, 소셜섹터 기업의 사회성과 평가 모형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소셜섹터 기업은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경영활동을 통해 사회전반에 긍정적 변화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소셜섹터 기업의 성과를 평가하는데 있어 사회성과는 재무적 성과만큼이나 중요한 요인이죠. 사회성과 평가에 대한 논의는 환경문제, 사회문제 등에 따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함께 소셜섹터 뿐 아니라, 사회전반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셜섹터 기업은 각각의 기업들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가 상이하고, 또한 조직 규모와 자원에 한계가 있어 선행연구들에서 자주 활용되는 화폐화 측정은 이들의 사회적 가치를 왜곡하여 측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때문에 소셜섹터 기업의 미션과 가치를 적절히 확인하는 평가모형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연구는 사회성과 프레임워크를 활용하여 소셜섹터 기업의 목표와 가치에 따른 사회적 가치 측정 모형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소셜섹터와 이해관계자 먼저 소셜섹터 기업과 이들의 이해관계자에 대해 먼저 살펴봅니다. 소셜섹터 기업은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경영활동을 하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소셜벤처, 자활기업 등을 의미합니다. 소셜섹터 기업은 영리성과 공공성(비영리성)의 스펙트럼 사이에 위치한 다양한 형태를 가진 기업입니다(Alter, 2007). 사회가 발달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개인 뿐 아니라 조직도 다양한 형태의 협력이 필요한 구조입니다(박희봉, 2002). 소셜섹터 기업은 사회변화를 목표하기에 이해관계자와의 관계가 기업 활동과 성과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칩니다. 이때, 기업의 이해관계자는 직원, 주주, 소비자, 타 기업, 정부, 지역사회, 환경 등이 될 수 있습니다. 이해관계자는 소셜섹터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성과를 경험하는 대상이며 동시에, 이들과의 네트워크가 소셜섹터 기업의 성과를 위한 자원입니다. ☑️변화이론을 통해 보는 사회적 가치 사회적 가치란, 조직활동을 통해서 사회전반에 기여하는 유무형의 가치를 뜻합니다. 사회적 가치는 부가적인 가치, 임팩트, 지속가능성 등의 용어와 혼용하여 사용되며, 학술적으로 명확한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통상적으로 사회적 가치는 경제적 가치로 표현하기 어려운 비재무적 가치입니다. 공공재, 공유재, 가치재 등과 관련되며 환경, 사회문제 해결 등을 사회적 가치의 예로 삼고 있습니다(라준영 외, 2023). Mulgan(2010)은 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접근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개인, 지역사회, 환경, 조직, 프로그램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비재무적 영향력으로 정의합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는 이해관계자가 삶의 변화를 통해 경험하는 가치를 사회적 가치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는 변화이론(Theory of change, TOC)을 통해 구조화됩니다. 기업이 자원을 투입(input)하여 경영활동을(과정, process) 하고, 산출(output)됩니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인 결과(outcome)를 창출하고, 이는 장기간 사회에 축적되어 사회변화를 일으키는 영향력(impact)이 됩니다. 변화이론을 통해 이러한 흐름에 따라 많은 선행연구들은 기업의 사회적가치 측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출에서 결과, 임팩트로 이어지는 논리적 근거를 추적하는 것이 어려워, 사회적 가치를 임팩트로 측정하는 것에 몇몇 혼란이 발생합니다. 때문에 많은 선행연구들에서 결과(outcome)를 임팩트의 대리변수(proxy variable)로 사용하거나 결과와 임팩트(impact)를 혼용하여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Ebrahim & Rangan(2014)는 모든 조직이 사회성과를 평가하는데 있어 임팩트를 측정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조직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상태에 따라 측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미시적이고 즉각적인 결과를 조직의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경우, 애초에 임팩트에 달하는 성과를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사회적 가치를 결과 범위에서 측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입니다. 반대로, 더 넓은 범위, 장기간의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조직은 임팩트까지 범위를 확장하여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야 한다는 것 입니다. 즉, 사회적 가치를 조직의 미션, 규모 등에 따라 산출, 결과, 임팩트로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위해, 조직의 특성과 현 상태를 분석할 수 있는 사회성과 프레임워크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사회성과 프레임워크(Framework of Social performance) Ebrahim & Rangan(2014)의 사회성과 프레임워크(Framwork of social performance)에 따르면, 조직의 미션을 분석하고 운영방식을 분석하면, 이들이 창출하고자 하는 가치(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를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조직의 규모(scale)와 범위(scope)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규모와 범위의 확장을 Ebrahim & Rangan(2014)은 조직의 사회성과 확장으로 정의하였습니다. 규모는 조직이 목표하는 활동영역의 규모를 뜻 합니다. 어떤 기업은 지역사회 안에서 활동할 수 있고, 또 어떤 기업은 국가단위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규모는 공동체, 지역, 국가, 국제 단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또한 범위는 논리모형에 따른 산출(output), 결과(outcome), 임팩트(impact)를 의미합니다. 조직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일련의 활동을 구분한 것입니다. 어떤 기업은 즉각적인 결과물을 창출하는 활동을 목표할 수도 있고, 또 어떠한 기업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사회변화를 목표할 수도 있습니다. Ebrahim & Rangan(2014)은 조직의 미션에 따라 범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주장하였습니다. 즉, 모든 조직이 장기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개별 기업의 목표에 맞지 않은 성과를 제시하기 위해 사회성과를 왜곡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또한 규모와 범위는 개별 조직의 역량 뿐 아니라, 타 조직과 협력을 통해서도 확장가능합니다. 이러한 협력관계도 사회성과 프레임워크 안에 포함시켜 확인할 수 있습니다(Ebrahim & Rangan, 2014). 사회성과 프레임워크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소셜섹터 기업을 분석하고, 역량에 따른 사회성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직의 미션과 목표에 적절한 사회적 가치 수준을 제안할 수 있어 사회적 가치 측정 모형의 여러 한계를 극복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 이해관계자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적 가치 측정하기 다만, 사회성과 평가는 평가 자체에 목적을 두는 것 뿐 아니라, 활용에도 목적이 있습니다. 조직의 성장 정도를 측정하고 이후 전략 수립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외부에 성과를 증명하여 자원을 확보하는데 활용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질적으로 성과의 정도 확인하고, 정량적으로 비교가능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본 연구에서는 소셜섹터 기업의 이해관계자가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경험하였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면, 성과를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하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그래서 본 연구에서는 Ebrahim & Rangan(2014)의 사회성과 프레임워크를 활용하여 실질적으로 이를 측정하는 평가 도구를 제안하는 것을 목표합니다. 규모와 범위에 따른 이해관계자를 확인하고, 사회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이들이 경험하는 사회적 가치의 정도를 확인하고자 합니다. 예를들어, 소셜섹터 기업이 활동하는 영역이 지역사회라면, 공동체 또는 지역 단위의 규모를 가질 것 입니다. 또한, 협력조직들과 협력을 통해서 이는 여러 지역, 국가 단위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른 네트워크의 개수와 확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범위의 경우, 조직의 활동에 따른 산출, 결과, 임팩트 성과를 확인하고 이를 경험하는 이해관계자들을 특정할 수 있습니다. 그에 따른 관계의 강도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회 네트워크 분석을 통한 사회적 가치 측정 시도는 사회성과 프레임워크의 한계를 보완하며, 소셜섹터가 목표하는 사회성과를 적절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치며, 본 연구는 이해관계자를 특정하고, 이들이 경험하는 사회적 가치를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선행과정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개별 단위의 기업 측정연구를 통해, 소셜섹터의 사회성과 평가 모형에 대한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꾸준한 시도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를 통해 소셜섹터 기업의 조직 미션과 특성에 따른 체계적 성과평가 모형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조직전략 수립과 자본조달, 소셜섹터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길 바랍니다. 참고문헌 라준영, 오준환, 유미현, 정솔, 옥현민. (2023). 사회적가치는 어떻게 측정하는가: 화폐적 측정기법 랜드스케이프. 사회적가치연구원 박희봉. (2002). 사회자본이론의 논점과 연구경향. 정부학연구, 8(1), 1-44. Kim Alter. (2007). Social Enterprise Typology, Social enterprise in context. Ebrahim, A. and Rangan, V.K. (2014), “What impact? A framework for measuring the scale and scope of social performance”, California Management Review, Vol. 56 No. 3, pp. 118-141. Mulgan, G. (2010). Measuring social value. 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 8(3), 38-43. ⓒ date. YJ, Ro.,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향후 작성자의 학술적 연구를 위한 초안으로, 작성자의 허락없이 복사, 인용, 배포,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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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손실에도 뒷짐만… ‘검은물’ 담합 손놓은 기관들
감사원이 29일 ‘검은물’ 담합 사태 관련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에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기관은 4곳. 한국농어촌공사, 평택시, 충북개발공사, 경상북도개발공사(손해 비용 순)다. 이들 기관은 ‘검은물’ 담합 업체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라는 조달청의 안내에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로 인한 추정 손해 비용은 약 4억 2698만 원이다. 지난해 7월 경기 시흥시 주민들의 공익감사청구 이후 13개월 만에 나온 결과. 하지만 감사원은 후속조치로 각 기관에 ‘주의’ 조치를 내리는 데 그쳤다. 이로써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제기한 형사고발 사건의 수사 결과가 더 중요해졌다. 사건의 시작은 시흥 은계지구였다. 경기 시흥시 은계지구에서는 2018년 4월부터 수돗물에 검은색 이물질이 나온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입주 5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조사 결과, 검출된 이물질은 상수도관 내부에 코팅된 플라스틱 계열의 물질(액상에폭시 등)로 드러났다. 문제의 상수도관을 납품한 회사는 이미 4년 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업체였다. 공정위는 2020년 3월, 13개의 상수도관 업체가 사전에 담합해 서로 합의된 기준에 따라 이윤을 배분한 사실을 밝혀냈다. 업체들의 ‘검은 담합’으로 인해 검증되지 않은 상수도관이 각지에 공급된 것이다. 실제 담합 업체들은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물품(상수도관) 품질에 차이가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문제의 상수도관 업체들이 사전에 납품기관에 부정한 청탁을 한 정황도 포착됐다. 담합 업체 중 한 곳의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영업추진업체들은 수요기관을 통해 누가 입찰 참여사로 결정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거나, 적어도 자신들은 입찰 참여자에 포함되도록 수요기관에 영업을 하는 것입니다.”(공정위 의결서 2019입담1496 발췌) ‘검은물’ 피해로 고통받은 시흥시 주민들은 지난해 7월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를 접수했다. 담합 업체에 대한 마땅한 조치를 취하거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LH 등 공공기관 ▲조달청 ▲시흥시 등 지자체 ▲공정거래위원회를 대상으로 조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공익감사청구에 대해 일부 감사실시를 결정했다. 감사원이 감사를 결정한 사항은 ‘한국농어촌공사 등 6개 기관이 조달청으로부터 안내 공문을 받고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경위’였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그중 4개 기관(한국농어촌공사, 평택시, 충북개발공사, 경상북도개발공사)에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문제를 확인했다. 조달청이 각 기관에 안내를 통보한 시점(2020년 9월)에 이미 소멸시효가 지났거나, 이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기관은 감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4개 기관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발생한 추정 손해 비용은 총 4억 2698만 원. 한국농어촌공사 약 3억 4167만 원, 평택시 약 4733만 원, 충북개발공사 약 3080만 원, 경상북도개발공사 약 717만 원이다. 감사원은 해당 기관들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사유에 대해 “(각 기관별) 소송 담당자가 소송제기 업무를 소홀히 하거나 인사이동 시 사무인계·인수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관리자도 소송제기 업무의 지도·감독을 철저하지 않은 데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사원은 문제가 된 4개 기관 소속 담당자 6명에게 각각 주의 조치만 내렸다. “(각 기관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라는 조달청의 안내 공문을 받고도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될 때까지 업무를 소홀히 하여 손해보전에 필요한 채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소송제기 업무 등을 철저히 하고 관련자들에게는 주의를 촉구하시기 바랍니다.”(감사보고서 중) 공익감사청구 대표자인 서성민 변호사는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2020년 3년 (공정위 발표 이후) 대대적인 언론보도를 통해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상수도관 업체들의 입찰 담합 사실 및 불량 상수도관 납품 가능성을 인지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수돗물 이물질 민원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않은 것은 위법 부당한 사무 처리입니다.감사원이 이 부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줄 것을 바랐지만, 미흡한 조사와 아쉬운 결과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아직 길은 열려 있다. 셜록과 서성민 변호사가 직접 형사고발에 나섰기 때문. 셜록은 서 변호사와 함께 지난해 9월 LH 등 기관의 임직원 및 공무원들과, 불량 상수도관 납품업체 임직원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관련기사 : <[액션] ‘검은물’에 숨은 검은 의혹… 셜록이 검찰에 고발>) 사건을 담당한 강남경찰서는 올해 6월 28일 임직원 및 공무원들에 대해 각하 처분을 하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검찰청(검사 선현숙)은 지난달 12일 강남경찰서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과 강남경찰서의 수사에 대응하면서 앞으로 그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기사형 광고’, 사기성 사업에 악용
* 2편 빠르게 읽기 경찰 수사 중인데 “지속 가능 발전” “사회 공헌” 기사형 광고 낸 조선일보  탈퇴 원하는 투자자에 “최고 권위 중앙, 조선에 기사 나간 회사, 걱정 말라”  조선일보, 취재 시작하자 “총 6회 (기사형 광고) 요청 들어왔는데 다 취소” ‘Advertorial’ 표기했지만…독자는 “광고인 줄 처음 알았다” 해외에선 ‘광고’ 표기 명확히 안 하면 과징금 1억 원 넘게 엄격 제재 “최고 권위 중앙・조선일보가 회사 소개, 걱정 안 하셔도” “대한민국 최고 권위와 발행부수를 내는 중앙, 조선일보에서 4면 전면 광고식으로 회사를 소개하는 기사가 나갔습니다. 이 두 신문사 발행부수를 합치면 200만 부가 넘고 수십 년간 정통 국가를 대변하는 언론이란 인정을 받는 곳입니다. 회사 출발 4년 5개월 만에 인정을 받은 것입니다. (중략)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지난 2023년 10월 12일 서울 서초구청이 이른바 ‘폰지사기’ 혐의를 받는 시더스그룹 영농법인에 대해 법원에 해산명령을 청구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의 지역별 관리자(폼장)가 이틀 뒤인 14일 투자자인 회원들에게 보낸 공지문 중 일부다. 투자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최고 권위와 발행부수를 내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서 자사를 상세하게 소개할 정도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회사가 인정을 받은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래는 실제 이 공지문이 언급한 시더스그룹 관련 홍보 기사다. 같은 해 7월 중앙일보에 4면에 7건, 8월에는 조선일보에 4면에 8건, 두 신문 합쳐서 무려 15건의 기사형 광고가 나갔다. 서초구청은 이 공지문의 주장과는 달리 시더스그룹의 위법행위를 발견해 법원에 해산명령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시더스그룹은 홈페이지에 자사가 ‘농⋅수⋅축산물에 특화된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이라고 소개한다. 포털 사이트 블로그 등에 올라온 투자자 모집 글에 따르면 선수금을 입금하면 블록체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는 ‘해피캐쉬’ 앱을 통해 선수금의 2.6배를 가상자산 형태로 지급한다고 한다. 그리고 매일 이 자산의 0.2%를 추가로 주는데, 이 가운데 80%는 출금 가능한 ‘해피캐쉬’로, 20%는 자체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쇼핑캐쉬’ 형태로 지급하며 출금하지 않고 재투자하면 3배로 불려준다는 내용 등이 적혀 있다. 투자금 액수에 따라 출금 가능 금액이 정해져 있으며, 출금 가능 횟수도 제한된다. 시더스 측에 따르면 현재 회원은 22만 명이다. 서초경찰서는 같은 해 10월 17일 시더스의 이러한 영업 방식을 다단계 금융사기 이른바 ‘폰지사기’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사기 혐의로 수사하는데 조선일보는 ‘유망 산업’으로 소개⋯투자자 혼란 이처럼 서초구청의 해산명령 청구, 경찰 수사 착수 소식이 알려진 이후에도 조선일보는 그 해 11월 1일,  <‘스마트팜 융복합단지’ 시더스팜월드로 유통⋅생산 통합⋯여러 글로벌 기업과도 업무협약>(이미혜 객원기자)이라는 제목으로 시더스그룹을 홍보하는 기사를 실었다.  “지역 자생 시스템 실현으로 지역사회에도 공헌하는 단지 조성”, “농가와 소비자 직접 연결로 농가 소득 증대와 농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방침”,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업무협약으로 글로벌 진출 추진” 등 사업의 긍정적 측면과 전망으로 한 면 전체를 채웠다. 경찰 수사 등에 관한 언급은 없다.  시더스그룹의 기부 행사를 홍보하는 기사도 나왔다. 기호일보는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 사랑의 물품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2023년 10월 19일 디지털뉴스부)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휴스템코리아 부천본부가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랑의 기부 물품을 전달했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시점은 ‘최근’이라고만 적었다.  경상일보는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 저소득층 위한 장학기금 기탁>(2023년 10월 29일, 현재 삭제)이라는 기사에서 “여주시에 위치한 장학기금 행사에서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는 5000만 원의 기부금을 여주시인재육성장학회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역시 기금 전달 날짜는 본문에서 찾을 수 없다. 그런데 이 기금 기탁 행사는 한 달 전인 9월 25일 열렸다. 이미 서울경제(2023년 9월 27일)와 한국경제(2023년 9월 26일) 등이 당시에 보도한 바 있다. 투자자 현혹하는 ‘기사형 광고’⋯ 조선일보는 “대행사가 주는 대로 썼을 뿐” 해산 명령 청구, 경찰 수사 착수 등은 잠재적 투자자가 실제 투자 실행 여부를 판단할 때 매우 중요한 정보다. 하지만 이런 리스크는 배제하고 긍정적 전망, 미담성 내용으로만 채운 조선일보 등의 기사형 광고는 시민들을 현혹시키고 막대한 재산 손실로 이끌 수 있다. 기사 형식으로 위장한 이런 광고는 작성 기자 이름까지 있지만, 보통 사실 확인 등의 취재 과정은 거치지 않고 나온다. ‘뉴스어디’는 조선일보 측에 “해당 기업의 사기 혐의가 문제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기사형 광고 게재 기준은 없는지?” 등을 질의했다. 조선일보 측은 시더스그룹이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뉴스어디가 취재 과정에서 질의를 하자 확인했다며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그냥 전면 기사식 광고다. 대행사에서 의뢰를 받아서 그냥 광고로 생각하고 게재한다. (중략) 확인 절차는 거치지 않는다. 총 6회를 해달라고 요청이 왔는데 일단 다 취소는 해놓은 상태다”조선일보 광고국 한 달 전 열린 장학기금 행사를 날짜도 없이 기사화한 경상일보 역시 대행업체의 글을 그대로 실었고, 사전에 거르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인정했다. “사기 관련해서 댓글이 2개 정도 달려서 확인을 해보니까. (중략) 문제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삭제하고 대행업체에 통보했다. 장학금을 지급하는 게 나쁜 문제가 있나, 기자로서 그런 의심을 하기가 조금 무리가 따르다보니”“처음부터 필터링이 됐어야 하는데, 저희들 입장에서도 좀 개선돼야 할 문제다”경상일보 배OO 기자 “이게 사기면 조선일보가 왜 실어주냐고 하더라” 조선일보 등은 사기 범죄 혐의를 받는 업체를 홍보하는 ‘기사형 광고’를 두고 “광고일 뿐”이라며 검증 절차는 없다고 말하지만, 투자자들은 이것을 광고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는 언론사가 쏟아내는 장밋빛 전망 기사나 봉사활동 등 미담성 홍보 기사를 보며 시더스그룹을 향한 의심을 거두고 투자금을 그대로 두기도 한다. 김영수(가명) 씨는 2020년쯤 시더스그룹에 투자를 권유를 받았지만 사기성이 짙어 보여 거절했다. 얼마 전 후배 어머니가 그 회사에 투자 중인 걸 알고 탈퇴를 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4개월 만에 연락 온 후배 어머니는 이 회사에 해산명령이 청구됐다는 뉴스를 보고 김 씨에게 ‘터질 게 터진 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회원에서 탈퇴하기 위해 후배 어머니가 관리자(폼장)를 만나는 자리에 동행했는데, 그때 만난 관리자가 종이 신문 하나를 내밀었다고 했다. 바로 앞서 언급한 조선일보 8월 9일 자 신문으로, 4면에 걸쳐 게재된 총 8개 기사에는 이 기업이 국내외 기업과 MOU를 체결했다는 소식, 시더스그룹 회장 인터뷰 등이 실려 있었다. 시더스그룹 폼장이 꺼내든 이 기사는 중앙일보가 2023년 7월 11일 게재한 기사형 광고와 제목부터 내용까지 유사하다. 중앙일보 <상생형 생산・소비 시스템 ‘스마트팜’ 통해 농업 환경 개선에 앞장>(박지원 중앙일보M&P 기자), 조선일보 <상생형 생산・소비 시스템에 스마트팜 접목⋯농업 환경 개선에 앞장>(문미영 객원 기자)은 첫 문장이 각각 “최근 기후변화・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농업 분야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와 고령화 등 인구・사회학적 요인 때문에 농업은 기존 ‘노동 집약’ 방식을 벗어나 ‘기술집약’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등으로 제목부터 내용까지 비슷하다.  이외에도 <국내 식재료 활용, 전문 인력 양성 등 ‘상생’과 ‘윈윈’으로 사회적 가치 높여>(박지원 중앙일보M&P 기자), <국내산 식재료 활용, 전문 인력 양성⋯‘상생’과 ‘윈윈’으로 사회적 가치 높여>(이보라 객원기자) 등도 마찬가지다. 경찰 수사 등으로 투자자들이 탈퇴를 고민할 때 기사 형식을 갖춰 기사처럼 보이는 기사형 광고가 사기 혐의 기업의 ‘신뢰’를 담보하는 근거가 된 것이다. “폼장이 어머님하고 제 앞에 내민 지면 광고는 조선일보 기사였죠. 조선일보에 소개된 회사다. 우리 회사가 실체가 없고 이게 사기라면 왜 조선일보에서 우리 기사를 실어주겠느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거죠”“50대도 젊은 거 같아요. 이 시더스 하는 분들이 이제 60대, 70대 이런 분들이 주다…(투자자 또는 투자자 가족 등이 모인 톡방에서) 부모님을 설득하는데 설득이 안 된다. 비전 없고 실체 없고 사기 회사가 어떻게 조선일보에 기사가 날 수 있냐, 메이저 언론에 기사가 날 수 있냐, 이런 식으로 반박하니까”김영수(가명) 김 모 씨(61)는 관리자인 친구 소개로 시더스그룹에 투자했다가 최근 경찰 수사 소식을 듣고 탈퇴했다. 친구에게 투자금은 괜찮냐고 물었지만 구체적인 설명 없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만 말해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친구는 김 씨에게 이 기업의 기부 소식을 여러 차례 공유했다. “기부하는 기업이 사기를 벌일 리 없다”는 것이다. 김 씨의 친구를 통해 투자한 다른 지인들의 투자금액은 6000만 원, 2000만 원, 1500만 원 등 다양하다. 김 씨는 탈퇴 후 친구와 사이가 나빠져 친구 번호를 지웠다고 했다. “인터넷(기사에) 기부를 했다고 그러고, 여름에 수재민 그것도 시더스에서 기부를 했어요. 인터넷에 나와요. 인터넷에 봤을 때는 어쨌든 현혹되게 돼 있는 거 같아요”(기자: 그런 기사를 친구분께서 공유해주신 건가?)“예예, 공유하죠”김 모씨, 61세 언론사만 아는 ‘advertorial’ 표기⋯ “광고인 줄 처음 알았다” 시더스그룹 지역별 관리자(폼장)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조선일보의 기사형 광고를 접한 김영수 씨(가명)는 기사형 광고를 기사로 오인하는 걸 막기 위해선 ‘광고’라는 표기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유튜브는 발빠르게 유료광고 포함 배너도 붙이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사형 광고는 ‘광고’임을 명시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이미 2006년 당시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기사형 광고 가이드라인’ 심의 기준에 적시돼 있다. 2009년 신문법 개정으로 없어지긴 했지만, 2007년부터 기사와 광고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을 경우 2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었다. 정규 언론사가 독자 눈에 띄지 않게 ‘Advertorial section’ 같이 영문으로 광고 표기를 하는 탓에 유튜브보다 못한 수준으로 인식되는 셈이다.  “요즘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유튜버들이 이거는 광고라고 얘기를 하고 진행을 하는데…기사형 광고라든지 그런 부분을 표기해주는 게 당장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유튜브 유료광고 포함 배너 등은 발빠른 조치잖아요”(기자: 유튜브보다 언론사가 더 이전에 광고 표기 시작했다. 여기 애드버토리얼이라고 적어뒀다)“처음 알았다. 광고라고 적혀있네요. 한번도 이런 걸 볼 생각조차 못 해봤어요”김영수(가명) 한국은 ‘광고’라고 명확하게 표기하는 대신 ‘advertorial’ ‘promotion’ 등 영문으로 광고임을 ‘꼼수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글자 크기도 본문보다 작거나 같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기사형 광고심의규정 심의세칙 제2조는 “‘스폰서특집’, ‘스폰서섹션’, ‘Promotion’ 등과 같이 기사로 오인할 수 있는 표시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해두고 있지만, 독자가 오인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광고’라고 쓴 표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편집기준 제2조에서는 “면별 안내가 없는 전면 크기 기사형 광고나 전면 미만 크기의 광고는 광고 외곽선 및 광고란 상단에 광고 본문 글자보다 크게 “광고” 표시를 하여야 한다”고 권고하지만 역시 이를 지키는 언론사는 거의 없다. 줄어들지 않은 기사형 광고⋯ 해외에선 엄격한 제재와 언론사 자정 노력 병행 해외 언론은 기사형 광고라는 사실을 독자에게 명확하게 고지한다. 어기면 처벌도 무겁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22년 발간한 <기사형 광고 현황과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뉴욕타임즈는 ‘PAID POST(돈 받고 쓴 기사)’라는 문구를 기사형 광고 상단에 본문보다 더 큰 글씨로 표시하고 고정한다. 기사로 오인하지 않게 하기 위해 날짜도, 기자 이름도 적지 않는다.  독일은 광고와 기사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을 경우 최대 10만 유로(약 1억 39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2017년 미국 방송통신위원회(FCC)는 후원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프로그램을 방송한 방송사에 1330만 달러(약 175억)의 벌금을 부과했다.  1편 읽기 ① “2억원 웃돈 기대, 탁 트인 한강 조망” 기사⋯ 사기 아파트 광고였다 취재 박채린(rin@newswhere.org)사진 최윤정(코트워치, yoon@c-watch.org) * 이 기사는 뉴스어디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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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과 현실의 간극 줄이기
가상과 현실의 간극 줄이기: 로봇학습 데이터 수집 by 🧙‍♂️텍스 최근 들어 AI 하이프(hype)는 슬슬 로봇 하이프로 옮겨가는 듯 보입니다. 이번 주 기사들은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개발하기 위해 모션 캡처와 VR 기술을 활용하여 인간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직군을 채용하는 사실을 다루었습니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이 실제 현실에서 인간의 작업을 대체하는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겠다고 주장합니다. 회사들의 일방적인 주장은 기사 형태로 그대로 공유됩니다. 정말 인공지능 로봇은 우리의 삶에 빠르게 등장할까요? 현실 세상에서 로봇을 작동시키려면 많은 고려를 해야합니다. 로봇은 로봇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고, 로봇을 둘러싼 환경을 이해해야하고, 목적에 따라 자기 행동을 계획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전적인 로봇은 이를 모두 수학과 물리 문제로 정리하여 해결하였고 이를 통해 정교한 조작이 가능함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고전 방법론의 경우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약간의 불확실성에도 대응하기 어렵기에, 불확실성이 가득 찬 공장 혹은 물류창고 밖에서 로봇을 작동시키기는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근 10년간 기계학습 (Machine Learning) 분야의 발전은 현실의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인식 (Recognition)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로봇학습 (Robot Learning)을 통해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이 공장 밖에서 동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로봇학습은 학습이기에 당연하게도 데이터가 중요합니다. 오늘 글에서는 그중에서 로봇 학습용 데이터 수집 방법인 시뮬레이션, 모션 캡처, 원격 조작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1. 시뮬레이션 (Simulation) 시뮬레이션을 통하면 그래픽스로 구성된 가상 세계에서 로봇을 동작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상 세계에서는 다양한 로봇 형태 및 목적하는 시나리오를 다 서술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로봇 학습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시뮬레이션을 통하면 현실적으로 데이터 취득이 어려운 코너 케이스 등의 시나리오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성 보장을 위한 꾸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가령 자율주행 시나리오에서 ’고라니가 차량을 덮치는 것’과 같은 한문철 TV에 나올 법한 교통사고 등의 특이한 데이터는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얻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은 현실의 복잡한 특성을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로봇학습을 위해서는 이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추가적인 데이터 혹은 알고리즘을 요구로 합니다. 다만, 시뮬레이션-현실 차이가 줄어들수록 강점이 매우 커지기 때문에 많은 테크 기업들은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로봇 시뮬레이션을 하기 위한 프레임워크 ISAAC SIM, 메타는 실내에서 동작하는 로봇을 만들기 위한 시뮬레이터인 Habitat을 진행입니다. 2. 모션 캡처 (Motion Capture) 모션 캡처 기술은 모션 캡처 슈트에 표시된 랜드마크를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하여 사람의 행동을 3차원 공간에 데이터화하는 기술입니다. 기존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비디오 게임 등의 캐릭터를 움직이는 데 적용되었고 현재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움직일 수 있는 학습 데이터로 용도가 확장되는 중입니다. 기존 정교한 모션 캡처 기술은 숙련된 배우가 모션 캡쳐 슈트를 입고 행동을 해야하기에 데이터 취득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만,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모션 캡쳐 비용을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카메라 한 대로 찍은 동영상 한대에서 사람의 행동을 뽑아내는 기술 또한 많은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많아진 버튜버 또한 모션 캡처 기술이 저렴해지고, 성숙하면서 나온 흐름 중 하나입니다. 기업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힘쓰는 이유는 데이터 취득의 용이성에 있습니다. 모션 캡처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실제 사람과 캐릭터의 골격을 조율해주는 모션 리타게팅 (Motion retargeting) 과정이 필수적인데,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과 형태가 유사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습니다. 즉, 가상-현실 차이가 작은 것이죠. 실제로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 1세대의 경우 키 173cm, 몸무게 73kg이며, 오픈AI가 투자해서 유명해진 피규어AI의 피규어01은 160cm, 60kg로 성인의 신체와 비슷한 키와 몸무게를 가지고 있습니다. 데이터 취득을 위해 다양한 모션 캡쳐 방법이 활용될 수 있습니다. (1) 모션 캡쳐 슈트를 사용하는 방법은 매우 정교하며 이미 상업적인 솔루션이 있습니다. 테슬라는 이 셋팅에 VR 장비를 이용해서 시선과 손의 움직임을 더해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2) 실제 작업 공간에 복수의 카메라를 부착하면 모션 캡쳐 슈트 없이도 어느 정도 사람의 행동을 데이터로 취득할 수 있습니다. 물류 창고, 공장 등과 같은 곳에서 작업을 촬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온라인상에는 사람을 피사체로 한 수많은 동영상이 있습니다. 이 동영상을 활용하여 로봇학습에 쓸 모션 데이터를 취득할 수 있습니다. 3. 원격 조작 (Tele-operation) 원격 조작은 로봇을 동작시켜서 데이터를 취득하는 방법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두 방법 대비 고품질의 로봇학습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장점이 큽니다. 가상-현실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로봇을 직접 동작시켜야 하다 보니 숙련이 필요하고 데이터 규모를 키우기 힘든 단점이 있습니다. 로봇학습은 아니지만 원격 조작은 자체는 다양한 용도로 이미 사용되고 있습니다. 외과 수술에서 다빈치 로봇 등을 사용하여 정교한 외과 수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율주행을 보완하는 용도로 원격주행 또한 사용 예정입니다. 현재 자동차의 원격 운전은 내년 초 서비스를 목표로 논의 과정에 있으며, 관제센터에서 배달 로봇의 원격 제어 또한 당연히 언급되고 있습니다. 통신만 가능하면 직접적으로 로봇이 동작가능하기 때문에 원격 조작은 우리 생활 속에서 로봇 작동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용자의 직접적인 원격 조작으로 데이터 규모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지만, 반대로 원격 조작이 가능한 로봇 플랫폼이 현실에 널리 도입되면 대규모 실사용 데이터를 학습 데이터로 바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들 입장에서는 원격 조작 로봇으로 시작해서 로봇 플랫폼 확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일 것입니다. 이는 동시에 원격 조작 취득 데이터의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또한 만들 것입니다. 다시 또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 사용자와 창작자의 소외 로봇학습을 위한 정형화된 방법은 없기에 기사들의 호들갑보다는 인공지능 로봇의 등장은 늦어지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챗GPT와 같은 챗봇과 비교했을 때 현실에서 작동하는 로봇은 훨씬 더 높은 사회적 장벽이 있습니다. 챗봇의 환각이나 비윤리적 발화로는 직접적으로 상해를 입을 확률은 낮고 사용자가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 로봇의 오작동은 누군가에게 상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춘추전국시대인 로봇 학습 방법들이 현실에서 검증되기까지는 인공지능 로봇의 등장은 온라인 미디어상의 검색엔진이나 챗봇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AI에서 발생했던 학습 데이터 문제는 로봇 영역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라이버시와 저작권 이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직장 내 CCTV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영역에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만, 사측에서 작업 중 모션 캡처 데이터 수집을 위해 영상 촬영을 강제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테슬라가 이용자의 운전 데이터를 가지고 오토파일럿을 학습했다면, 운전 데이터는 일종의 원격 조종 데이터로 활용된 샘입니다. 이 경우 로봇 학습 데이터 활용에 대해 운전자의 동의를 구해야하지 않을까요? 모션 캡처를 위해 온라인 상 동영상을 활용하는 것은 또 어떨까요? 로봇학습은 생성형AI와 달리 온라인 상 동영상이 학습에 쓰였는지 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다가올 로봇 학습 시대에 상황과 맥락은 달라지겠지만, 학습 데이터 취득 및 활용에 이용자와 창작자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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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마케터의 도파민 터지는 사회변화 캠페인 기획법
‍ 전직 마케터의 도파민 터지는 사회변화 캠페인 기획법 👉🏻 긴 글은 PDF로도 받아볼 수 있어요 ‍ 📣 모두가 '캠페인' 하는 시대 ‍ 캠페인이라는 단어를 보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기업에서 하는 광고 캠페인이나 브랜딩 캠페인도 있고, 비영리 조직이나 공공기관에서 하는 공익 캠페인도 있습니다. 정치인이나 정당에서 하는 정치 캠페인도 있어요. ‍보통 영리 목적의 ‘마케팅 캠페인’과 공익을 위한 ‘사회변화 캠페인’이 많이 다르다고들 생각합니다. 주체나 메시지의 목적만 봐도 다른 점이 정말 많죠. 그런데 이 둘을 모두 경험한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비슷한 점이 많았어요. 자동차 브랜드의 마케팅 캠페인을 예로 들어볼까요? 이 캠페인은 시승 신청을 위한 개인정보 수집이 목적일 때가 많았는데요. ‘어떻게 하면 자동차 구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쉽고 간단하게 개인정보를 입력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시승 신청 사이트와 홍보 콘텐츠를 기획했습니다. 몇년 뒤 대선을 앞두고 기후, 청년, 소수자 인권 등에 대한 대선 후보의 공약과 입장을 요약한 ‘대선 캐비닛’ 콘텐츠를 알리는 캠페인을 했는데요. 마찬가지로 ‘어떻게 하면 대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쉽고 간단하게 이메일 주소를 입력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구독 페이지와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두 가지 캠페인은 운영 주체와 궁극적인 목적, 대상과 규모까지 모두 달랐지만, 소식을 받아볼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다는 점에서는 아주 유사하죠. ‍ ✅ 마케팅 캠페인과 사회변화 캠페인의 공통점 1) 먼저,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진행한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알릴지, 사회문제와 활동을 알릴지 차이일 뿐이죠. 2) 알리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도 비슷해요.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캠페인이 많습니다. 마케팅 캠페인은 주로 ‘구매' 행동을, 사회변화 캠페인은 ‘참여’ 행동을 유도하죠. 3) 행동 변화를 넘어서 ‘팬’을 만들기도 합니다.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충성 고객이 필요하고, 비영리 조직이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지하는 회원들이 필요하니까요. ‍ 이 공통점들은 바로 캠페인을 하는 목적이자 본질이기도 한데요. ‘캠페인’의 어원은 전쟁 용어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사회 이슈와 운동, 그리고 이를 알리기 위한 캠페인과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 이 경쟁 상황 속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알리고, 변화시키고, 연결되는 것이 바로 ‘캠페인’인 거죠. ‍‍ 🌊 ‘사회변화’ 캠페인 물결 속에서 ‍검색창에 ‘캠페인’을 입력하면, 초록색 이미지가 가득합니다. 연관검색어로 ‘환경’과 ‘공익’ 등이 보여요. 이제는 기업들도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익 캠페인을 하고, 반대로 비영리 단체들도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을 시도합니다. 아예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는 소셜 섹터의 비중과 영향력도 점차 커지고 있어요. ‍ ESG 경영과 가치소비, ‘브랜드 액티비즘’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 속에서 기업과 단체는 모두 사회변화 캠페인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는 아직도 남아있고 더 많은 사람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런 캠페인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기획하는 사회변화 캠페인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우리의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고, 그들의 인식과 행동에 변화를 만들고, 사회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 🏄 ‘뼈케터’의 캠페인 기획 노하우 저는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설득 커뮤니케이션’에 매료되었어요. 그래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하고, 광고연합동아리에서 활동하고, 광고회사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디어를 만들고 파는 일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잘 팔리는 기획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 왔어요. 어느새 ‘뼈케터’(뼛속까지 마케터)라는 별명이 생겼습니다. 사회변화 캠페인을 할 때도 마케터의 시선과 태도를 적극적으로 적용했던 거죠. 마케팅의 기본 개념인 STP 전략, SWOT 분석, 4P 기획부터 AIDMA, AISAS 등 소비자 행동 모델과 퍼널 전략까지 활용해 왔습니다. (이중 모르는 개념이 있다면, 검색해 보고 공부하며 적용해 보길 추천 드립니다.) ‍특히 캠페인의 메인 컨셉을 도출하기 위해 아이디어 발상법을 꼭 적용했습니다. 세상에 많은 크리에이티브 개발법이 있는데요. 당연히 정답은 없지만, 여러 이론을 살펴보고 실제로 시도한 결과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했어요. 정보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숙성의 시간을 거쳐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다음 구체화를 하면서 실행하는 과정이죠.‍ ‍ 기획 과정의 예시로 실제 진행했던 캠페인을 소개하려 합니다. 가장 최근에 청소년기후행동과 함께 기후 헌법소원을 위한 국민참여의견서를 모으는 캠페인을 기획했어요. ‘말풍선 보내기’라는 컨셉을 중심으로 ‘기후대응 이의있음! 우리의 말은 헌법재판소로 간다'는 슬로건을 뽑았습니다. 이 메시지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 1) 수집과 분석 기획에 앞서 다음 세 가지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 📌 캠페인 내용과 관련된 정보 저는 기후단체에서 활동했던 경험도 있고 비건 유튜브를 운영하며 IPCC 기후보고서를 다뤄왔기 때문에, 기후 이슈에 관한 배경지식이 있었어요. 최근 기후 이슈들을 다시 살펴보며 이해도를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기후 헌법소원 소송에 대한 자료를 공부했죠. 국민참여의견서 캠페인을 시작한 배경과 목적부터 보도자료, 변론요지서 등을 꼼꼼하게 파악했어요. 기후 이슈를 다루는 소셜 계정을 탐색하며 콘텐츠 내용과 구성을 수집했습니다. ‍ 📌 캠페인 형식과 관련된 참고 자료 캠페인 기획에 참고할 만한 국내외 캠페인 케이스와 웹사이트를 모아 서로 공유했어요. 주제와 무관하게 다양한 형식의 캠페인을 함께 살펴보며, 우리 상황에 맞게 어떤 부분을 참고하고 어떤 부분을 다르게 해야 할지 이야기했죠. ‍ 📌 관련 없어 보이지만 연결할 수 있는 것들 함께한 팀원들과 소통하는 슬랙방 중에 ‘짤방 공유방’이 있었어요. ‘짤방 공유방’에서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밈을 틈틈이 공유했죠. 이후 구체화 및 실행 단계에서 콘텐츠에 활용되었습니다. ‍ 광고회사에서는 마케팅 전략을 짜기 위해 자사, 타사(경쟁사), 시장 상황, 잠재 소비자 등을 분석한 팩트북을 만들곤 합니다.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생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조합만 있을 뿐이죠. 자료를 분석하며 어떤 전략이 필요할지 방향을 잡습니다. ‍‍ 2) 발산과 수렴 먼저 어떤 톤앤매너와 컨셉을 가진 캠페인이 필요한지 고민했습니다. 국민참여의견서를 모으는 이유는 단순히 권위 있는 전문가의 의견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도 함께 듣기 위한 거였어요. ‍구체적으로는 청년과 더불어 어린이, 청소년, 중년, 노년 모두 자신만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거주지나 직업, 정체성의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야 했어요. 그러려면 이 소송의 맥락을 쉽게 전달하고, 간단하지만 솔직하게 의견을 낼 수 있는 판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어렵고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편안하고 재미있는 톤앤매너가 필요했어요. ‍그렇다고 너무 착하기만 한 이미지나 투쟁적인 이미지도 지양했습니다. 대신 헌법소원까지 했고, 단순히 좋아요나 후원이 아닌 ‘의견서’까지 받기로 한 결정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광기와 진심을 담았어요. 처음 보는 사람들도 ‘와 이건 함께 해야 해!’라고 느끼길 바랐습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며 아이디어를 나누었어요. “국민참여의견서를 작성해서 제출해 주세요, 하면 어렵고 막막하게 느껴지잖아요. 단어도 익숙하지 않고, 나 말고 더 똑똑한 사람이 써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좀 있거든요. 근데 이 의견서를 글로 쓰는 게 아니라, 말로 하게 하면 어떨까요? 모든 글은 ‘말’에서 시작하니까요.” “글 대신 말이 좋겠어요. 직접 말하는 것보다 더 편한 건 ‘채팅’인 것 같아요. 이 의견서를 재판장님에게 보내는 ‘말풍선’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때요? ‘아니 근데 재판장님, ~ 한데요. ~한 판결을 내려주세요’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는 거죠.” “사람들이 만든 말풍선들이 헌법재판소로 슝 보내지거나, 그 주위를 둘러싸는 이미지가 생각나요. 지도에서 헌법재판소 위로 메시지 알람이 마구 쌓이고, 의견서를 전달한 후에는 읽음 처리가 되는 거죠!” 회의 때 나누었던 이야기를 재구성했어요. 머릿속에 그림이 딱 그려지지 않나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처음부터 이 컨셉이 뚝딱 나오지는 않았어요. 여러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발산하는 회의를 했죠. 이때 처음부터 완벽한 아이디어를 내려고 하거나, 현실적인 조건을 생각하면서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 안에서만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떠오르는 생각을 가감 없이 다 던질 수 있어야 새로운 생각을 연결할 수 있어요. ‍ 3) 구체화 그렇게 발산, 수렴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후대응 이의있음! 우리의 말은 헌법재판소로 간다”라는 메인 슬로건을 정했습니다. 캠페인 사이트는 메신저로 대화하듯이 이야기를 나누면 자연스럽게 헌법재판소에 보내는 말풍선 형식의 의견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구성했죠. 덕분에 어린이부터 중년과 노년,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분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었어요. ‍ 채팅과 말풍선이라는 컨셉을 살려 홍보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참여를 독려하기도 하고, 공개변론일에 정부와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나눈 대화를 채팅으로 재구성해서 알리기도 했습니다. 이때 참여 유도 메시지에서 기존에 공유했던 밈과 짤들을 적절히 활용했어요. 온라인 캠페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캠페인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더 긴 글을 쓰고 싶은 분들을 위해 글쓰기 키트를 기획하고 함께 글을 쓰는 자리도 마련했어요. 동시에 이 글쓰기 키트를 온라인에 게시해서, 어디서든 글쓰기 모임을 열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서울부터 제주까지 그야말로 전국구에 있는 많은 다양한 분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었어요. 🌝 ‘즐겁게’ 일해야 하는 이유 ‍마케팅 캠페인과 사회변화 캠페인이 비슷하다고 했지만, 다른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영리 기업의 마케팅을 주로 하다가 사회변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겪은 실무적 어려움과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나눠볼게요. 우선, 예산의 한계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기업도 ROI(광고 지출 대비 수익률)를 계산하면서 돈이 되는 마케팅만 하려고 하는데, 사회변화 캠페인의 성과는 금전적인 수익이 아니잖아요. 경제적인 부분과 더불어 인력이나 시간 등 여러 리소스가 부족한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뭔가를 만들거나 행사를 열면 필연적으로 쓰레기가 생기게 되는데, 이게 정말 큰 딜레마입니다. 많은 캠페이너가 캠페인을 물리적으로 경험하게 할 수단을 고민할 때마다 어려움을 마주합니다. 어떻게 하면 쓰레기가 되지 않을 유의미한 굿즈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떤 공간을 만들고 어떻게 행사를 기획해야 폐기물이 덜 나올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게 되죠. 게다가 공익을 위한 캠페인임에도 보수적인 조직이 주체가 되거나 협업의 대상이 되면 처음 목표와 달리 타협을 하거나, 메시지를 둥글게 깎아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후대응 이의있음’ 지하철 광고를 할 때도, 캠페인 슬로건을 그대로 쓰지 못했어요. 논쟁적인 의견광고라는 이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죠.‍ ‍ 이런 어려움 속에서 실무자들이 지친다는 문제도 있어요. 지난 몇 년 동안 번아웃을 겪는 활동가와 기획자, 창작자들을 봐왔습니다. 한국의 많은 사회문제는 죽음, 폭력, 차별 등의 문제를 갖고 있는 데다가, 혐오세력의 악플이나 공격에 대응해야 하는 때도 있으니까요. 그럴수록 함께하는 동료와 많이 이야기하면서 지치지 않게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돌봄과 나눔이 가능한 관계에서 더 많은 아이디어와 가능성이 열립니다. 회의 시작 전후로 일상을 나누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서로 무엇을 바라는지 욕망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고민을 나눌 때 많은 문제가 해결되니까요. ‍ 즐겁게 해야 한다고 해서, 모두의 감정이 꼭 밝고 행복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분노로 흥분하거나, 슬픔을 나누며 기획할 때도 있고, 답답한 마음이나 불안한 마음으로 몰입할 때도 있죠. 중요한 건 그 감정을 없는 것 취급하거나 무시하면서 일하는 게 아니라, 동료와 마음을 나누고 솔직한 연대를 쌓으며 일하는 거죠. 재밌다고 평가받는 캠페인과 콘텐츠 뒤에는 늘 동료와의 공명이 있었습니다. 제 2회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 PM을 맡았을 때, “퀴어 퍼레이드는 보이지 않은 곳에서 하라”는 정치인의 발언이 있었어요. 동료와 함께 분노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발언을 향한 반발심으로 공명하며, 어떻게 하면 퀴퍼를 더 잘 보이게 할 수 있을까? 인스타그램에서만 하던 온라인 퀴퍼를 바깥으로 꺼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퍼레이드를 여는 공간 말고도 여기저기 마구 보이게 하고 싶은데… 하며 아이디어를 모았어요. ‘우리의 퍼레이드는 막을 수 없고, 어디서든 열릴 수 있다’는 뜻을 담아 “우리는 어디서든 길을 열지”라는 슬로건을 뽑았습니다. 지하철 광고로 마음을 표현하는 팬덤 문화와 영리기업의 온오프라인 통합 캠페인들을 떠올리며, 오프라인 연계 광고 캠페인을 제안했죠. ‍ 그렇게 옥외 광고를 위한 펀딩 사이트를 열었고, 며칠 만에 1차 목표액인 천만 원을 달성했어요. 빠르게 늘어가는 펀딩금액을 보면서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총 2천 만 원의 광고 예산으로 서울과 부산, 대구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에 우리의 존재를 드러냈어요. 광고회사 업무 경험을 활용해서, 제한된 예산 내에 최대한 많은 공간에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미디어믹스를 구성하고 집행했는데요.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하는 퍼레이드 장면을 여러 공공장소에 내보냈을 때의 그 짜릿함은 잊을 수 없습니다. 이후 이 광고는 아르코미술관 기획전에 전시되어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었어요. ‍ 광고 매체뿐 아니라, 퀴어 퍼레이드를 지지하는 커뮤니티의 힘도 적극 활용했습니다. 포스터를 신청한 분 모두에게 포스터를  보냈습니다. 학교 게시판부터 동아리방, 음식점과 카페, 미용실, 친구 집 대문, 국회의원실까지. 퀴어프렌들리한 공간마다 포스터가 붙었어요. 기획자로서 메시지와 매체가 일치할 때 큰 쾌감을 느끼는데요. 어디서든 길을 열겠다는 슬로건과 실제로 다양한 공간에 우리의 존재를 드러냈던 캠페인 방법이 일치해서 즐겁고 감사했습니다. ‍ 🔥 캠페인 ‘성공의 기준’을 고민해야 할 때 ‍ 그렇다면 제가 했던 캠페인은 과연 ‘성공적인 캠페인’일까요? 많은 사람이 참여하면 성공일까요? 후원금을 많이 모으면 성공일까요? 재미있다고 평가받거나, 소셜 섹터에서 이야기되면 성공인 걸까요? 아니면, 법과 제도를 변화시켜야만 성공일까요? 물론 캠페인 성공의 기준은 캠페인의 목적과 규모에 따라 달라집니다. 정량적으로는 콘텐츠 도달, 캠페인 참여, 웹사이트 방문이나 팔로워 수, 관련 키워드 검색량 등을 측정할 수 있고요. 참여자들의 피드백이나 후기, 이슈와 관련된 사람들의 인터뷰나 자체적인 회고를 통해 정성적인 결과를 얻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회변화 캠페인이 성과 측정에 어려움을 겪어요. ‘사회변화’ 캠페인인 만큼 결국 ‘변화’를 이끌었느냐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인데요. 이를 측정하기 위한 수단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보통 캠페인은 짧은 기간 진행하는 데 반해, 사회는 천천히 변화합니다. 그렇다고 기업에서 하듯이 장기간 조사를 염두에 두면서 리서치 회사에 큰 비용을 주고, 대중의 인식과 행동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경우는 드물죠. 게다가 실제로 유의미한 사회변화가 있더라도, 마케팅 캠페인과 달리 하나의 이슈에 하나의 캠페인만 실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중 어떤 캠페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차지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런 성과 측정의 어려움은 꽤 심각한 문제입니다. 성과를 알기 어려운 캠페인은 계속해서 필요한 리소스를 획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요. 사회변화 캠페인의 숫자는 늘고 있지만, 진짜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을 가진 캠페인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동시에 그린워싱과 같은 ‘허울’ 뿐인 캠페인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했다’는 데에만 의의를 두는 캠페인을 기획하느라, 진정한 변화를 만들 기회와 가능성은 고려되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실무자로서 ‘단 한 명이라도 이 캠페인(콘텐츠)으로 삶이 바뀌었다면, 성공한 거지!’하고 생각하는 순간도 있지만, 캠페인을 하기 전과 후의 세상이 아무 변화가 없는 것 같아 무력감을 느낄 때도 많아요. 이렇게 성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면 당연히 지치게 됩니다. 일을 쉬거나 그만두는 경우도 생겨요. 그렇게 사회변화 캠페인 실무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는 것은 점차 어려워지죠. 사회변화 캠페인이 지속하고 확장하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이 이 캠페인들의 성과 측정 방법을 더 고민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조사와 분석에 필요한 자원을 지원할 수도 있고, 시상을 하거나 성공 사례를 나누는 자리와 지면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더 많은 사회변화 캠페인이 가시적인 성과를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많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 🤝 경계를 넘나드는 ‘연결’을 꿈꾸며 ‍ 마치 사회변화 캠페인의 전문가인 것처럼 글을 썼지만요. 제목에서 밝혔듯 저는 사회변화 캠페이너로 쭉 커리어를 쌓아온 게 아니었습니다. 광고AE, 마케터, 프로젝트 매니저, 제작자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여러 일을 해왔습니다. 동시에 비건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영화도 만들고, 글방에 다니면서 소설과 에세이도 썼고요. 독서모임과 회고모임도 하고, 전시와 영화제도 다니고, 그림과 타투와 타로도 배우고, 요즘엔 윤리학과 법 공부도 하고 있어요. 직장인과 활동가 사이, 기획자와 제작자 사이에서 그 어디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한 채, 정체성의 경계에 서 있다는 감각으로 일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이런 복합적인 정체성 덕분에, 저만의 시선을 가지고 사회변화 캠페인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었어요. 솔직히 저보다 기획 잘하는 사람, 콘텐츠 잘 만드는 사람, 사회변화 캠페인에 대한 전문 지식이 많은 사람은 많을 겁니다. 그렇지만 광고홍보학과 문학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에서 여러 브랜드 마케팅을 하다가 미디어 스타트업에서 캠페인과 콘텐츠를 만들고, 비건 지향을 하면서 오픈 퀴어로 살아가는 여성 청년 캠페이너는 많지 않죠. ‍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과 취미, 관심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직업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변화 캠페인 기획에 더 많이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들만 사회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편견을 버리고, 사회운동은 활동가들만 하는 거라는 구분 짓기를 그만두고,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것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을 넘어서길 바랍니다. 누구나 자신이 바라는 세상을 위해 사회변화 캠페인을 기획하고 참여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변화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더 많은 경계에서 협업이 필요합니다. 여러 조직과 개인이  만나고 섞이기를 바랍니다. 시인이자 카피라이터인 함민복 시인은 <모든 경계에서 꽃이 핀다>고 했는데요. 우리 더  기웃거리고 딴짓하면서, 이곳저곳의 경계에서 만나요! 글 | 장은나 ‘비건먼지’ 유튜브와 팟캐스트 운영자이자, 프리랜서 캠페인 기획자.비건 퀴어 페미니스트 정체성으로 글을 쓰고 영화를 제작한다.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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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A 초등학교, 97.4%의 다문화 학생
목차 들어가며 이주배경아동 이주배경아동? 다문화아동 아니야? 어떤 아이들이 이주배경아동이야? 불가피한 이주 확대 한국의 인구 공백을 메우는 이주민 이주배경학생의 증가와 다원화 이주민다방문지역 소재 학교 증가 적극적인 정부 대응의 필요성 유럽의 국가적 문제 : 이민 2세대·3세대의 불평등 호소 한국 정부 : 임시방편의 이민 정책 마치며 :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다문화 존중 방법 들어가며 작년 여름, 물과 불, 마치 F와 T 커플의 사랑을 보여줬던 영화 <엘리멘탈>이 한국에서 큰 흥행을 이끌었습니다. 영화의 피터 손 감독님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이민 2세대였는데요. “어릴 적 나는 나의 부모가 이민자라는 것을 몰랐다. 너무 순진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다른 문화권에서 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 가족이 아웃사이더라는 것을 알았다.” - 씨네 21 인터뷰, 피터 손 이민자로 살아가며 느꼈던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를 담은 영화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저 또한 한국에서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학교에 한 명씩은 꼭 이주배경학생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다문화사회로 점차 접어들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이주배경아동·청소년들이 한국에서 어떤 경험을 쌓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에 오늘은 정부가 이주민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이주배경아동·청소년의 현황은 어떤지, 한국은 어떤 미래를 마주하고 있는지에 대한 제 고민을 담아보았습니다. 1. 이주배경아동 1) 이주배경아동? 다문화아동 아니야? ‘이주배경’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신가요? 익숙지 않은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당연합니다. ‘이주배경’이라는 단어는 이전부터 곳곳에서 쓰였지만, 교육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건 2023년 10월이었거든요. 교육부는 2024년부터 다문화라는 명칭 대신 이주배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현장에서의 혼란이 있을 수 있어 여전히 ‘이주배경’과 ‘다문화’라는 용어를 병용하고 있습니다. 단어 ‘다문화’를 더 깊이 생각해 봅시다. 다문화(多文化)는 “한 사회 안에 여러 민족이나 여러 국가의 문화가 혼재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국가나 사회를 지칭할 때, 다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에게 ‘다문화’라는 특징을 부여하는 것은 부정확해 보이기도 하네요. 그 사람이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보긴 어려우니까요.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에는 “우리와 다른 민족·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가정”이라는 뜻이 담겨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우리와 다른’인데요. 다문화 가정이라고 이름 붙임으로써 타자성을 강조하게 되는 것이지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서도 이주를 하나의 특성으로 간주하며 ‘children in the context of international migr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2) 어떤 아이들이 이주배경 아이들일까?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에 따르면 이주배경청소년이란 “부모 혹은 본인이 이주의 경험을 지닌 9세에서 24세 이하의 연령에 속한 사람”을 뜻합니다. 결국 ‘이주배경’ 아동 혹은 청소년들은 이주의 경험을 1번 이상 겪은 아동 혹은 청소년인 것입니다. ‘이주의 경험’이 있다는 1개의 특징으로 범주화한 것이기에, 이주배경학생이 “-한 학생”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이주를 언제 왔는지, 어디에서 이주를 왔는지, 부모님도 이주의 경험이 있는지, 이주를 온 장소가 어딘지 … 등등. ‘어떤’ 이주의 경험이 있는지에 따라, 겪고 있는 상황과 필요한 지원도 다르겠지요. 그 때문에 많은 집단에서는 대 개국적과 자녀의 출생 국가에 따라 이주배경청소년을 세분화하기도 합니다. 이주배경청소년을 이주배경청소년을 지원하는 무지개청소년센터,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에서는 국제결혼가정자녀(다문화청소년, 중도입국청소년), 외국인가정자녀(무국적자, 난민 포함), 북한이탈배경청소년(남한출생, 제3국출생 포함) 등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류마저도 부처마다 천차만별인데요. 그야말로 ‘다양한 이주의 경험’이기 때문에 사실상 분류가 무의미하기도 합니다. 예를 한 번 들어볼까요? 결혼이민지와 한국인 사이에 자녀가 태어난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자녀는 결혼이민자 본국에서 성장합니다. 이후 부모는 서로 이혼하게 되고, 결혼이민자는 다시 한국인과 재혼하게 되어 자녀가 한국으로 입국하게 됩니다.  이때 자녀가 겪을 수 있는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로 중도입국했기에 한국어능력이 부족합니다. 두 번째로 한국의 학교 시스템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공교육에 진입하는 과정도 어려울 수 있죠. 세 번째로 새로운 가족에 적응이 어렵습니다. 네 번째로 한국문화 자체도 낯설어 정체성 혼란이 일어나거나 많은 스트레스가 발생합니다. 결국 국제결혼가정 자녀이지만 중도입국자녀로서 살아가는 위 상황에서는 다층적인 어려움이 혼재됩니다. 2. 불가피한 이주 확대 1) 한국의 인구 공백을 메우는 이주민 최근 핫한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에서 제 눈에 훅! 들어온 장면이 있었는데요. 바로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입니다. 농업이나 어업에서 농장주나 선장은 한국인이지만, 그 외의 사람들이 대부분 이주노동자로 구성된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오히려 한국인들로만 구성된 일자리를 보는 게 더 드문 일인 것이죠. 1차 산업에서의 노동 인구 고령화와 노동 기피 현상으로 인해, 이미 오래 전부터, 농촌과 어촌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10년 전부터 이미 이주노동자 고용제도를 실시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계절근로자 제도’는 파종기, 수확기 등 계절성이 있어 단기간·집중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농어업 분야에서 합법적으로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장호원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제 삼촌께서도 계절근로자 제도를 이용하여 이주노동자 1명을 고용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이주노동자 고용제도는 ‘고용허가제’입니다. 인력을 구하지 못한 300인 미만의 제조업 등의 한국기업에 외국인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입니다. 계절근로자 제도는 최대 8개월 근무할 수 있지만, 고용허가제의 경우 재고용까지 한다면 4년 10개월간 근무할 수 있습니다. 최근 정부는 2024년 이주노동자 고용 허가 규모를 16만 5천 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2023년보다 37.5% 늘어난 규모인데요. 일자리의 빈 곳이 많으며 현장에서의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내린 결론임을 설명했습니다. 지방의 인구 소멸 또한 이주민들을 해결책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지난 2022년 10월부터 ‘지역특화형 비자’를 신설하였는데요. 이는 지방의 인구 감소 지역 거주와 취업을 조건으로 외국인에게 비자를 발급해 주는 것입니다. 배우자 및 미성년자녀와 함께 들어와 살 수 있지만, 2년 동안 거주지가 제한됩니다. 2년 이후에는 이주가 가능하지만, 동일 광역자치단체의 인구 감소 지역으로만 이주가 가능합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정부가 노동력 부족 문제와 지방 인구 소멸 문제를 ‘이주민’을 통해 해결하고자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이주민이 ‘중요’한 것에서 더 나아가 ‘필요’한 것이죠. 한국에서 이주민들의 확대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2) 이주배경학생의 증가와 다원화 2024년 1월 기준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44만 명이 넘습니다. 이주민들의 증가는 이주배경학생의 증가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10년간 이주배경학생 수는 매년 1만 명 이상 증가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주배경학생 수는 2019년 13만 7천 명에서 점차 증가하여 2023년 18만 1천 명을 초과했습니다. 전체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2023년 521만 명에 달했는데요. 때문에 2023년 기준 전체 학생 대비 이주배경학생의 비율은 3.47%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위 그래프는 유형별 다문화학생의 비율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최근 두드러지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로 전체 이주배경학생 중 국내 출생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감소하였습니다. 2018년 기준 국내 출생 이주배경학생은 82.1%이지만, 2018년을 기점으로 80% 이하로 감소하였고 2023년에는 71.7%까지 하락했습니다.  두 번째는 외국인가정 이주배경학생의 비율 증가입니다. 중도입국 이주배경학생은 2013년 8.8%에서 2023년 6.0%로 적은 감소를 했지만, 외국인가정 이주배경학생은 2013년 9.0%에서 2023년엔 그의 두 배가 훌쩍 넘는 22.3%까지 상승하였습니다. 위의 그래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내출생 이주배경학생들이 여전히 높은 비율을 갖고 있지만 10년 전에 비해 다원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이주민다방문지역 소재 학교 증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밀집’이라는 말이 이주민/외국인과 함께 쓰일 경우,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이에 필자는 ‘이주민 다방문 지역’으로 표기합니다. 다만 통계자료 이용 시에는 해당 통계에서 사용된 명칭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에서도 대림동은 H-2 비자, 다시 말해 동포 비자를 받은 이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기도에서도 평택과 같은 곳은 제조업 회사가 많은 곳으로,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합니다.  이처럼 이주노동자들은 제조업이 밀집해 있는 곳에 있게 되고, 계절 근로자는 농어업이 발달한 곳에 거주합니다. 결혼이민자들의 경우에도 대다수 청년 인구가 부족한 지역에 거주합니다. 또 정부에서는 지역특화형 비자를 부여하여 특정 인구 소멸 지역에 이주민이 거주하도록 하고 있죠. 이와 같은 상황에 더해, 같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이주민 밀집 지역은 총 57곳으로 시 25개(43.9%), 군 18개(31.6%), 구 14개(24.6%)입니다. 이는 전체 시·군·구의 약 25.7%에 해당하며, 최초 조사 시점(2006년) 대비 약 2,850% 증가하였습니다. 교육부에서는 ‘전교생 100명 이상, 이주배경학생 재학 비율이 30% 이상’인 경우를 밀집학교로 분류하고 있는데, 2018년~2023년 사이 전체 학교 수가 1.57% 증가한 데 비해 이주배경학생 밀집학교의 수는 278.26%로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이주민다방문지역의 학교는 이주배경학생들을 위한 교육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데요. 중도입국 이주배경청소년이 증가하고 있지만, ‘’어학 능력 부족’, ‘한국어  교육 능력 부족’, ‘다문화교육 설계의 어려움’ 등 교사의 다문화교육 역량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주배경학생의 낙인효과나 차별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이주배경학생 중심 교육으로 인한 비이주배경학생 역차별이 있기도 합니다. 이주배경학부모를 위한 교육 지원 역시 필요하나, 실제 지원은 되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이주배경학생의 비율이 높은 지방의 경우, 지역 사회에서의 교육 연계가 더더욱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3. 적극적인 정부 대응의 필요성 1) 유럽의 국가적 문제 : 이민 2세대·3세대의 불평등 호소 한국보다 먼저, 이주민들과의 공존하고자 했던 나라들이 있습니다. 프랑스는 19세기 후반부터 많은 이주민이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프랑스 산업화에 따라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그 자리를 많은 이주민들이 메꾸게 됩니다.  독일도 마찬가지인데요. 한국에서 독일로 광부나 간호사로 파견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1950년대 후반부터 많은 노동자가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또한 제2차세계대전 이후 그들의 옛 식민지에서 적극적으로 노동자를 끌어들였지요. 그리고 시간이 훌쩍 흘러, 이주민들은 그 나라들에 터를 잡고, 자녀가 태어나고, 또다시 그들의 자녀가 태어납니다. 2023년 7월, 작년 이맘때쯤 프랑스 전역에서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이 시위는 알제리계 이민자 소년 ‘나엘’이 경찰에 의해 사망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교통 검문을 받던 나엘이 차를 탄 채로 출발하려 하자, 경찰은 나엘을 향해 총을 쐈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경찰은 나엘이 경찰을 향해 차를 몰았다고 주장했지만, 현장 영상이 퍼지자, 과잉 진압으로 사망함이 드러났죠. 사람들은 이것이 단순히 과잉 진압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합니다. 프랑스의 이민자 차별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프랑스는 19세기 후반부터 적극적으로 이민자를 유입합니다. 유엔에 따르면 2020년 프랑스 전체 인구의 13%가 이민자들인데요. 혹자는 프랑스의 성장에 이민자들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합니다. 이민자들의 값싼 노동력과 이민 가정의 높은 출생률, 이민자 출신 문화계 인재들 등. 부족한 일자리와 인구 감소 문제에 해결책으로서의 역할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나엘’의 사망 사건처럼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적인 차별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요. 실제로 이민자 청년들의 평균 실업률은 프랑스 전체 평균 실업률에 비해 두 배가 넘었으며, 사회적인 차별과 학업 실패 등으로 부모 세대의 가난을 대물림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민자가 프랑스 문화에 통합되어야 한다’는 프랑스의 이민 원칙은, 선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충돌을 만들었습니다. 이주민이라는 정체성이 있는 1세대와는 달리, 이민 2세대와 3세대들은 그곳에서 나고 자란 ‘국민’이라는 의식이 강합니다.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프랑스에서 학교를 다녔으며, 주변 친구들이 모두 프랑스인이며 프랑스어를 쓰는 2세대와 3세대들은, 부모세대부터 이어져 온 차별에 반발합니다. 이들의 불만은 점차 유럽의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고, 많은 국가가 이주민과 선주민의 대립을 줄이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 한국 정부, 임시방편의 이민 정책 지역특화형 비자 혹은 외국인 고용허가 제도를 살펴본다면, 정부는 이주민을 ‘노동력 대체제’ 혹은 ‘인구소멸 방지 대책’으로 도구화하여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부는 2023년에 발표한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에서 ‘국민과 이민자가 함께 도약하는 미래지향적 글로벌 선도국가’를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통합]과 [인권]의 정책은 과거에 비해 후순위로 밀렸지만 [경제]의 정책은 이번 정부에 급부상했습니다.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이민자와 우리 경제에 필요한 이민자 유치와 육성이 그에 해당하는 내용인데요. 한국이 당착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이주민을 바라본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문제가 파생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대부분의 정책들에서도 ‘우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체류기간을 늘려준다’ 혹은 ‘우리가 필요하기에 정주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식의 접근을 볼 수 있습니다. [경제] 분야에만 집중한다면 이주배경청소년 혹은 결혼이민자와 같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주민들의 상황이 악화할 수 있습니다. ‘제 7차 청소년정책 기본계획’에도 이주배경청소년에 대한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며, 다문화와 관련된 교사 연수 참여 실적도 저조한 상황이죠. 현재 다문화가정 자녀의 대학 이상 취학률은 40.5%로 한국 전체 평균인 71.5%에 비해 월등히 낮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 우리는 유럽의 선례들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2021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구 자녀의 평균 연령은 10.7세입니다. 이는 아직 한국에서 유럽의 사례 같은 이민 2세대와의 갈등이 가시화되지 않은 시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선 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도입국 이주배경학생이 많아지고 청소년기 자녀 수가 크게 증가하였으므로, 한국에서도 이주민들의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마치며 :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다문화 존중 방법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다문화 교육 방법은 무엇인가요? “한국에서는 젓가락과 숟가락을 사용하지만, 미국에서는 포크와 숟가락을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한복을 입지만, 일본에서는 기모노를 입는다.” 이것은 다문화 교육이 아닌, 국제이해교육입니다. 다양한 국가의 문화를 가르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교육이 바로 진정한 다문화 존중 방법이겠죠. 오랜 이민의 역사를 가진 호주에는 이백 개 이상 국가 출신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 사회 국가입니다. ‘다채로운 국가, 호주에서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진행할까’,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호주에서는 학생의 다양성을 고려하기 위해, 선생님들의 다양성에 대한 계획장애 학생의 요구 충족, 영재 학생들의 요구 충족, 영어가 제2 언어 또는 사투리인 학생들의 요구 충족, 그리고 관할권과 자료로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신의 문화→가족의 문화→친구의 문화→지역 사회의 문화) 보자마자 눈에 딱 들어온 단어는 ‘자신의 문화’였는데요. 레벨1부터 레벨 6까지, 자신의 문화에서 가족의 문화 그리고 친구의 문화, 마지막으로 지역 사회의 문화까지 내 세계를 확장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결국 다시 말해, 다문화라는 것이 인종 다양성만을 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친구네 집 문화와 우리네 집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배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다문화 교육의 첫 걸음입니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고, 당장 옆에 있는 내 이웃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게 어떨까요? 한 명, 한 명이 존중받고 다채로운 세상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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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카티를 입은 어린이
로카티가 뭐냐구요? 아마도 길을 오가며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가슴팍에는 “R.O.K.A”가, 왼쪽 소매에는 태극기가, 등에는 큰 글씨로 “KOREA ARMY”가 새겨져 있는 (주로 검은색이 제일 흔한) 반팔 티셔츠죠. 인터넷을 찾아보니 최소 2019년부터는 이미 유행이 시작된 듯합니다. 젊은 남성들이 주로 입고 다닐 땐 소위 ‘깔깔이’처럼 군대에서 입던 편한 옷 제대 후에도 그냥 입는다는 느낌이었죠. 그러다 언젠가부턴 같은 또래의 여성들도, 나아가 조금 더 어린 중고등학생들까지도 이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 된 것 같았죠. 물론 통기성이 좋다든지, 빨래 후에 잘 마른다든지 하는 기능적인 칭찬도 들어보았고요. 비슷한 디자인의 로카 후리스(플리스) 집업도 겨울이 되면 종종 눈에 띄곤 했습니다. 처음엔 PX에서나 판매하는 사제 군용 물품이었던 것이, 언제부턴가는 인터넷 어디에서나 구입할 수 있는 흔한 아이템이 된 겁니다. 온라인에는 PX 제품을 선물 받은 후기나 인터넷 구입 후기, 심지어 업체로부터 제품을 협찬받은 광고성 후기도 적지 않게 보입니다.     얼마 전, 한 열한 살 어린이가 이 ‘ROKA’ 옷을 상하의 세트로 입고 나타나서는 제게 자랑을 했더랬어요. 아빠가 새로 사주셨는데, 사람들이 많이 입는 그 인기 있는 옷이라면서요. 입어보니 너무 시원하고 멋있다면서 잔뜩 신이 나서 조잘거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종종 짓궂을 때가 있습니다. 이어질 상황을 조금은 예상하면서 “거기에 써진 글자가 무슨 뜻인지 알아?”하고 물었죠. 어린이는 입은 옷을 잠깐 내려다보다가 저를 보고는 뭐냐고 되물었죠. 저는 ‘ROKA’를 풀어서 써주면서 이건 ‘군대’를 뜻하는 거라고 설명해 주었어요. 역시나, 조금 전까지 신나있던 어린이는 조금 덜 신난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열한 살 어린이는 그 무엇보다도 너프건(장난감 총)을 제일 좋아했던 일고여덟 살에도 군대에 가는 것만큼은 무서워했던 남자 어린이거든요.  물론 어린이는 금세 다시 ‘아빠가 사준 맘에 드는 선물’에 기분 좋은 어린이로 돌아왔습니다. 흔들리던 눈동자와 끝이 흐려진 말은 다행히도 잠깐이었어요. 그렇지만 어린이의 머릿속에서 군대나 군인은 마냥 좋아하기 어려운 무언가임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사실 어린이는 그동안 종종 제게 묻곤 했습니다. 어떤 나라는 왜 전쟁을 시작했는지, 그 전쟁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전쟁은 어떤 것인지, 군인은 무엇인지 같은, 매우 어렵지만 중요한 질문들을요. 꼭 무언가를 묻지 않더라도 어린이는 자기가 본 재미있고 흥미로운 혹은 무서운 이야기들을 제게 나누어주기도 했어요. 여러 번의 대화가 쌓이고 쌓이면서 저는 어린이가 들어왔을, 그리고 접해왔을 전쟁과 군대의 모습들을 어렴풋하게나마 가늠할 수 있게 됐습니다.  조금 더 어렸을 적 어린이는 너프건을 정말 정말 좋아했었습니다. 장난감 상자에 제 몸만큼이나 커다란 ‘멋진’ 총들이 가득했어요. 그때만 해도 장난감의 세계에 무지했던 저는 이 어린이를 통해 장난감의 세계가 얼마나 ‘고도화’ 되어있는지, 얼마나 ‘진짜같은’ 무기를 추구하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비싼지도 알게 됐죠. 어린이는 새로운 총이 생길 때마다 이번 총은 탄창을 채우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탄환을 얼마나 많이 넣을 수 있는지, 얼마나 빨리 연발이 가능한지 같은 이 총의 ‘멋진’ 점들을 제게 설명해 주곤 했어요. <귀멸의 칼날>이 유행하던 무렵에는 플라스틱부터 대나무까지 온갖 종류의 ‘멋진’ 칼들도 등장했습니다. 만화에 나오는 검술을 따라 하거나 칼춤에 가까운 움직임을 몸소 보여주기도 여러 번이었죠. 이 작은 어린이의 세계에 수많은 ‘멋진’ 것들이 상대를 다치게 하고 죽이는 무기들을 원본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린이는 동시에 알았습니다. 남을 다치게 하거나 무엇이든 죽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나쁜 일인지를요. 그래서 열심히 탄창을 채우다 말고도 짓궂은 제가 “그걸로 누구 쏠 거야?” 물으면 어린이는 놀라서 손사래를 쳤던 겁니다. 이 어린이는 어쩌다 어깨 한 번만 잘못 부딪혀도 화들짝 놀라서 ‘미안해요’를 내뱉는 선하고 바른 어린이였어요. 남에게 나쁜 말을 해서는 안 되고, 남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되고, 남과 싸워도 안 되고, 남을 때려도 안 된다는, 어른들은 쉽게 모른 척하는 사람의 도리를 잘 알았으니까요. (비록 장난감이더라도) ‘무기’를 좋아하면서, 폭력과 힘의 논리에서는 가장 멀리 서 있었습니다. 그런 어린이는 요즘 들어 고민투성입니다. 점차 학년이 올라가면서 친구들 사이에 생겨나는 힘의 질서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듯해요. 힘이 세거나 덩치가 커서, 목소리가 커서, 성격이 거칠어서, 여러 이유로 다른 친구들을 압도하는 친구를 보게 된 겁니다. 가끔은 그 친구들이 무섭거나 두렵다고 느끼면서도 또 그런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요. 교실에서의 에피소드를 말해줄 때면, 어린이는 몇몇 친구들의 행동이 과하다고 토로하면서도 어딘가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친구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함께 털어놓아요. 그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어린이의 마음에 생채기가 늘어났고요. 어떨 때는 자신이 속상했던 경험을 말하다가, 또 그렇게 자기를 속상하게 만든 친구들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니라고 대신 변명하기도 합니다.  어린이의 혼란에는 폭력과 힘, 위계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순이 그대로 녹아있는 듯합니다. 싸우지도 말고, 때리지도 말고, 다치게 하지도 말라다가, 맞고 오지도 말고, 맞느니 차라리 때리라든가, 지고 오는 꼴은 보이지 말라는 식인 것이죠. 그러다 보니 자신의 약함을 드러낼 수는 없고, 강자의 위세에 반기를 들기도 어렵습니다. 평화는 좋고 전쟁은 나쁜 거라면서, 전쟁이 난다면 절대 이겨야만 합니다. TV에서 유튜브에서 전쟁의 소식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어디에선가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죽고 있지만 내가 사는 세상만큼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어 보이고, 그러면서도 폭력의 이미지는 도처에서 발견됩니다. 어린이는 TV도 유튜브도 익숙하니까요.  ROKA의 뜻을 들은 어린이는 군대에 간 자신을 상상했습니다. 머뭇거리는 것이 당연하죠. 어린이는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나중에 크면 (싫어도) 군대를 가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군대는 싫은 곳, 무서운 곳이라고 여기게 됐습니다. 동시에 ‘모름지기 진짜 남자라면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라는 말도 함께 들었죠. 군대를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군대는 안 갈 수 없는 곳이 아니냐는 체념 섞인 말을 꺼낼 때도 있었습니다. 만화, 애니, 영화에 나오는 무기들은 갖고 싶고 써보고 싶은 멋진 장난감이지만, 그건 장난감일 뿐입니다. 정말로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일은 상상만 해도 두렵죠. 그런데 군인은 적을 죽여서 전쟁에 승리해야 하는 사람이고요. 이 어찌 혼란스럽지 않을까요.  그래서 말인데요. 로카티를 입은 어린이가 ‘ROKA’의 뜻을 알게 되더라도 멈칫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날은 올 수 있을까요?     /김엘림언론정보학과 북한학에 발을 담그고 미디어, 사회, 젠더, 통일, 평화 같은 것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평화를 더 배워보겠다며 시작한 국제정치학 공부 중에 전쟁과 젠더의 교차에 눈길이 머무르면서, 6.25 전쟁기 여성의 전쟁 경험을 연구했다. 피스모모 평화페미니즘 연구소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웹진 <다양성+Asia>에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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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어버린 대전, 꺼져버린 재미!
잠들어버린 대전, 꺼져버린 재미! - 의아한 대전 0시축제 2024.08.28. 여러분, 0시축제 가보셨나요? 혹시 어땠나요? 띠모도 모니터링 하면서 0시축제를 다녀왔는데요. 지난해와 비슷한 콘텐츠와 다른 지역 축제와 다를 것 없는 축제 운영 등이 큰 흥미를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어요.  대전0시축제는 "잠들지 않는 대전, 꺼지지 않는 재미"를 컨셉으로 2년째 진행해오고 있는데요. 현재 0시축제는 사실 2022년 0시뮤직페스티벌이 그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과거의 영광, 대전역 0시축제 2009년, 이장우 시장이 대전 동구청장이던 시절 대전역 0시축제를 동구에서 개최했어요. 당시 대전역 일원에서 펼쳐졌던 0시축제는 동구청장 재선에 실패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했는데요. 이장우 시장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으로 당선이 됐죠. 그러면서 대전0시뮤직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축제를 진행했어요. 2022년에는 지금보다 규모는 훨씬 작았어요. 중구 대흥동 우리들공원에서 연예인 무대공연이 진행되기도 했고요. 이때부터 매일 매일 새로운 연예인들을 부르기 시작한거죠. 대전시 축제로 부활한 0시축제는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어요. 과거-현재-미래 다 잡을거야! 대전 0시축제는 옛충남도청부터 대전역 앞까지의 도로를 막고 진행되는 축제인데요. 2024년 8월 9일부터 17일까지 9일간 진행된 0시축제! 대전의 대표 축제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로 시작했어요. 이미 축제 규모, 교통통제부터 대표 축제가 되어버렸죠. 하지만 지난 축제부터 어디선가 본 듯한 부스, 연예인으로 메우는 빈약한 콘텐츠 등은 계속해서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어요.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는 님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0시축제 콘텐츠 이야기 띠모에게 들려주세요! 그럼.. 0시축제 예산은 얼마야? 2024년 본예산은 언제 세운다고 했었죠? 2023년 연말에 집행부에서 세운 다음 의회 승인을 받아야 2024년 예산안 성립이 된다고 했었는데요. 이걸 본예산이라고 해요. 2024년 0시축제 본예산은 29억이었어요. 여기에 별도로 0시축제 교통통제 용역 4억 5천, 0시축제 자매우호도시 초청 행사 예산 1억6천5백만원 등이 책정되어 있었죠.그리고 2024년 대전시는 추경을 통해 0시축제 예산을 13억 추가했어요. 0시 축제 본예산 29억에 13억 추가 돼 42억이 됐죠. 기본적으로 축제를 운영하기 위한 예산이 42억인거에요. 이 예산에 매일 매일 초청한 가수 등 연예인 섭외 비용도 다 포함되어 있어요. 예산 30억 이상은 중앙투자심사를 받아야 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맞아요. 지자체의 자체 재원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대규모 재정이 투여되는 겅우, 투자 심사를 받도록 되어 있어요. 지난해 국세가 덜 걷힌 영향으로, 대전시도 2024년 본예산을 축소해서 편성했죠. 재정여건이 쉬운 상황은 아닌만큼, 투자 사업 등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요.대전 0시축제는 지난해 10월, 이 중앙투자심사를 조건부 추진으로 통과했어요. 여기서 투자 심사를 받아야 하는 항목은 별도로 있는데요. 행정안전부 장관 심사를 받아야 하는 항목이 있어요.  - 총사업비 200억원 이상의 투자사업- 외국의 자본이 도입되는 총사업비 10억원 이상의 투자사업- 총사업비 30억원 이상 홍보관 사업과 공연·축제 등 행사성 사업- 채무부담행위, 보증채무부담행위, 예산 외 의무부담에 따른 지자체 부 담의 대상 사업(나라살림연구소 2023년 지방자치단체 중앙투자심사 결과 분석 중 정리 표 발췌) 그러니까 30억 이상의 축제를 진행하려면 심사를 받아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지난해 2023년과 2024년 0시축제 본예산은 29억으로 편성됐어요. 그런데 0시축제 예산을 29억으로 편성한 것이 중앙투자심사를 피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는데요. 본예산을 29억으로 맞추고, 다른 부서에 0시축제 사업 예산, 용역 등을 편성 한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었어요. 이후 대전시는 0시축제 본예산을 더 편성하기 위해 중앙투자심사를 받았고 지난해 10월 조건부 추진으로 통과됐어요.  그렇다면 그 조건이 뭘까요? 나라살림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중앙투자심사 결과 중 조건부 추진 결정은 해당 조건이 공개가 안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어요. 시민의 알권리 차원에 굉장히 필요한 일이나, 행안부를 비롯한 지자체에서 공개가 안되고 있다라는 거죠. 이 조건이라는 것이 행안부가 먼저 공개하지 않더라도, 각 지자체가 공개하는 것도 맞지 않을까요? 대전시는 0시축제가 어떤 조건을 달성해야 30억 이상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게 먼저라고 봐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해서 30억 이상의 사용되는 알 수 없는 0시축제 예산을 살펴볼 테니까요. 0시축제인지예산을 만들어봐요 성인지예산을 알고 계신가요? 성인지예산은 대전시 예산 중 사업의 집행 과정과 결과, 직·간접적으로 성평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 예산을 말해요. 즉, 성인지 예산은 성평등 정책 등 별도의 사업 예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 정도는 알고 계시죠?그런데 이런 사업 이름에 0시축제가 안 들어가는 예산들도 많이 있어요. 하나 예를 들면, 0시축제 기간에 중앙시장 먹거리 존 가보셨나요? 중앙시장 먹거리존에서는 다회용기 대여 시스템을 운영했는데요. 이 예산은 다회용기 재사용 촉진 사업 등의 이름으로 진행됐는데요. 0시축제에서 다회용기 지원사업은 약 2억원 가량의 예산이 들어간 사업이에요. 하나 더 찾아보면 0시축제 연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대전부르스 가요제도 진행됐어요. 사업 명에 0시축제는 찾아볼 수 없죠. 하지만 0시축제 기간 때 대전시 예산 1억을 투입해 진행 되는 사업이에요. 이러한 예산이 0시축제와 무관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자세히 찾아보지 않으면 0시축제 예산인지 아닌지 모르는거죠. 이 외에도 대전시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도 행사에 참여 했는데, 이 예산은 대전시 예산이 아닌걸까요? 총 예산액이 얼마인지 한데 모아 확인 하는 작업도 필요해요. 성인지예산처럼 0시축제인지예산을 우리가 만들어서 총 0시축제의 직,간접적 예산이 얼만지 확인해보는 건 어떨까요?여러분이 알고 있는 0시축제 예산이 있다면 별도로 아래 링크를 통해 예산을 알려주세요! 오늘은 0시축제 예산을 간략하게 알아봤는데요. 0시축제는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는 축제예요. 그래서 30억 이상 쓰기 위해 중앙투자심사도 받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예산 수립부터 결산까지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죠. 그 길이 더 나은 축제를 만들어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0시축제 환경 모니터링도 진행했는데요. 모니터링 결과는 아직 취합중이에요. 결과가 나오면 공유할게요. 2024년 0시축제는 끝났습니다. 내년에 또 축제를 할 텐데...... 0시축제 예산 사용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다양한 시민이 참여 할 수 있는 기획을 하길 바라요. . . 29억이라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축제, 이렇게 진행되어도 괜찮을까요?  띠모의 제안대로 '0시축제 인지예산'제도라도 도입해야하는 건 아닐까요?  여러분의 지역에도 이렇게 큰 지역 축제가 있나요? 띠모는 너무 궁금합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이 글은 뉴스레터로 발행된 지난 띠모크라시의 일부입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띠모크라시 모아보기🧡 띠모크라시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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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범죄, 텔레그램이 문제가 아니다
2024년 8월, 한국 사회는 텔레그램을 통한 딥페이크 범죄의 확산으로 큰 충격에 빠졌다. 'N번방 사건’ 이후 또다시 텔레그램을 이용한 성범죄가 대규모로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중·고등학생이 더 많은 비중으로 가담한 것으로 알려지며, 사회적 충격은 더욱 컸다. 피해자들의 얼굴과 개인 정보가 무단으로 합성된 음란물이 유포되었고, 이로 인해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텔레그램의 폐쇄와 여러 법적 대응이 논의되고 있지만, 과연 이러한 조치들이 딥페이크 범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텔레그램은 결국 여러 가지 음란물 유통망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텔레그램, 시민과 '범죄자' 모두에게 안전한 메신저 우선, N번방 사건부터 이번 딥페이크 범죄까지 왜 ‘텔레그램’이 화두에 오르게 됐는지 알아보자. 텔레그램은 강력한 보안성으로 유명한 메신저다. 특히 자체 개발한 MTProto 암호화 프로토콜을 통해 메시지 전송의 효율성과 보안을 동시에 제공한다. 이 프로토콜은 마치 특별한 암호를 사용하는 것과 같아서, 텔레그램 사용자들이 주고받는 메시지를 다른 사람들이 읽을 수 없게 만든다. 쉽게 말해, 비밀 편지를 주고받는 것처럼 안전하게 대화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텔레그램의 '비밀 채팅' 기능은 엔드투엔드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다. 이는 메시지가 보내는 사람의 휴대폰에서 받는 사람의 휴대폰으로 직접 전달되는 것과 같다. 중간에 있는 텔레그램 서버(큰 컴퓨터)조차도 그 내용을 볼 수 없게 만드는 기술이다. 마치 봉인된 편지를 전달하는 우체부가 편지 내용을 볼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보안 조치는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범죄자들이 법의 감시를 피하는 데에도 악용될 수 있다.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의 말대로, 범죄자에게는 안전하면서 정부에게는 개방적일 수는 없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딥페이크 범죄에서도 텔레그램의 이러한 특성이 악용되어, 범죄자들이 쉽게 법적 제재를 회피하고 피해를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었다. 텔레그램 폐쇄, 딥페이크 범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어 텔레그램은 그동안 사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창업자 파벨 두로프는 여러 차례 정부의 요청에 맞서 사용자 데이터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해 왔다. 이는 텔레그램이 다른 메신저와 차별화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동시에 심각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법적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텔레그램 폐쇄는 일시적으로 범죄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텔레그램을 폐쇄한다고 해서 불법 음란물을 보려는 욕구와 만드려는 욕구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즉, 텔레그램을 폐쇄하면 범죄자들은 다른 암호화 메신저나 다크웹과 같은 대체 플랫폼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오히려 범죄 수사에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할 수도 있으며, 텔레그램 폐쇄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시사한다. 만약 텔레그램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이번 딥페이크 사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인터넷 검열이 강화되며 국가 권력이 개인의 자유를 더 크게 침해할 것이다. 또한, 텔레그램 폐쇄는 수많은 정당한 사용자들에게도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많은 사용자들이 텔레그램의 강력한 보안성과 편의성, 그리고 다양한 기능을 이유로 선택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범죄와 무관하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텔레그램을 폐쇄하면 프라이버시 보호와 자유로운 의사소통이라는 텔레그램 사용자의 권리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 블록체인 기술: 딥페이크 범죄 방지의 새로운 전략 정리하자면, 딥페이크 범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텔레그램을 폐쇄하거나 범죄자들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속적으로 발생할 딥페이크 음란물 범죄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딥페이크 음란물의 생산부터 유통까지의 과정을 원천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기술적 해법이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정보를 중앙에서 관리하지 않고 여러 사람의 컴퓨터에 나누어 저장하는 기술이다. 이는 마치 학급 일기를 한 명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반 친구들 모두가 똑같은 내용의 일기를 가지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모든 참여자가 같은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그 정보를 몰래 바꾸거나 지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콘텐츠가 생성될 때마다 그 기록이 저장되어 누가, 언제, 어떤 콘텐츠를 만들었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다. 이는 마치 SNS에 단 댓글이 사용자 계정과 작성 시간, 내용이 남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이러한 기록을 중앙 서버가 아닌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유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생성부터 유통까지 추적이 용이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콘텐츠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로 만든 딥페이크 영상이 있다면, 그 영상을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는지, 누가 해당 영상을 가지고 있고 누구에게 보냈는지 모두 기록이 남는다. 이렇게 되면 AI가 생성한 딥페이크 영상이나 허위 정보의 유포를 정부나 기업이 사전에 막을 수 있고, 음란물을 퍼뜨린 사람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범죄가 일어나더라도 빠르게 범인을 잡고, 가짜 영상을 지울 수 있게 된다. 사회적 문제 해결, 제도를 뒷받침하는 기술과 함께해야 결론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은 딥페이크 범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기술을 통해 콘텐츠의 생성, 유통, 소비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AI가 생성한 결과물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디지털 콘텐츠의 진위를 확인하고 조작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으며, 이는 딥페이크 범죄를 예방하고 대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텔레그램 폐쇄나 딥페이크 기술 자체에 대한 비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직시하고**,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블록체인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딥페이크로 인한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동시에 첨단 기술의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건강한 디지털 사회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 우리의 미래 세대가 기술의 발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이점을 충분히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한국 사회를 위해 지금 우리의 현명한 선택과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이 기사는 필자의 아이디어를 통해 여러 생성형AI를 활용해(ChatGPT,Claude,Perplexity AI) 작성한 후, 필자가 직접 퇴고하여 완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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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나이 들어 아이들 돕는 보람…‘학교보안관’ 만한 일이 있을까
나이 들어 아이들 돕는 보람…‘학교보안관’ 만한 일이 있을까 (2024-08-26) 이상인 | 서울 원광초등학교 학교보안관 보안관실 안에서 지나가는 학생들과 대화하는 이상인 학교보안관. 필자 제공 나는 초등학교 학교보안관이다. 아침 7시30분이면 보안관 복장에 멋진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교문에서 교통정리를 하면서 학생들을 맞이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우리 학교는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학교로 등교 시간은 오전 8시50분까지지만 맞벌이 부부를 위한 돌봄 교실이 있어서 이른 시간부터 등교하는 학생들이 있다. 나머지 학생들은 대개 지척의 학교를 걸어서 8시30분부터 50분 사이에 집중적으로 등교를 한다. 이때 나는 인사를 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안녕”, “안녕하세요”, “○○ 왔구나”, 이름을 아는 아이는 가능하면 이름을 붙여서 인사를 하고, 모르는 아이도 아이가 인사를 하기 전에 내가 먼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안녕하세요”라고 소리 내어 인사를 한다. 광고 아이들과 늘 밝게 인사를 하다 보니 전직 경찰관인 내가 보안관이 된 뒤 달라진 게 있다. 얼굴에서 근엄한 표정이 사라지고 아이들처럼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활짝 웃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면 입에서도 인사말이 저절로 나온다. 그동안 고개만 끄덕하던 우리 아파트 경비아저씨에게도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한다. 아침 등교 맞이가 끝난 9시부터는 차 한잔을 할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잠시도 방심은 금물이다. 차를 마시거나 전화 통화를 할 때도 눈은 연신 정문·후문·모니터 이 세 방향을 교차하며 주시해야 한다. 외부 방문자가 오면 방문록을 작성하고 방문증을 패용시켜 교내로 들여보내고, 학생들도 조퇴를 하면 담임이 작성한 조퇴증을 확인하고 내보낸다. 보안관의 확인 없이는 누구도 학교를 들어가거나 나갈 수 없다. 얼마 전에는 2교시가 막 시작된 10시쯤 4학년 한 학생이 보안관실 앞을 ‘쓱’ 지나 정문 쪽으로 성큼성큼 가고 있었다. 그 학생은 발달장애가 있어서 특별히 잘 돌봐야 하는 친구다. 급히 뛰어가서 막무가내로 집에 가겠다는 아이를 달래놓고 담임선생님께 전화했더니 바로 뛰어 내려오셨다. 1교시 수학 시간에 산만하여 꾸지람을 좀 했더니 2교시 때 화장실을 가겠다 하고는 집으로 내뺀 모양이란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혼자 집으로 간다며 거리를 헤맸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선생님도 나도 연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교 시간이 되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학급이 교실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을 따라 보안관실 앞 공터까지 온다. 거기서 선생님은 간단한 알림 전달도 하시고 저학년은 손을 맞잡거나 안아주기로 인사를 하시고, 고학년은 하이파이브나 목례로 작별인사를 한다. 이때부터 아이들은 운동장과 교문 주위를 자유롭게 움직이는데 보안관에게도 중요한 시간이다. 학교보안관의 임무 중 하나가 학교폭력 예방이기 때문이다. 매일 작성하는 학교보안관 근무일지에도 폭력예방, 상담활동 등의 관련 항목이 있다. 경찰에서 스쿨폴리스를 해본 내가 보기에 우리 학교는 아이들끼리 심한 폭력은 눈에 띄지 않지만, 장난이 심하여 친구에게 불편감을 주는 경우는 가끔 본다. 그래서 내 나름의 방식대로 예방책을 시행 중이다. 우선, 유난히 날뛰거나 장난이 심한 아이는 이름을 외운 뒤 눈에 뜨일 때마다 불러서 알은체를 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경미할 때 미리 개입하기다. 광고 광고 6학년의 한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몇번 권투 흉내를 내며 빈주먹을 날리거나 툭툭 치는 모습을 보고 “○○야, 상대가 싫다고 하면 폭력이 되는 거야”라고 하는 식이다. 녀석이 요즘은 내 눈치를 은근히 본다. 성공하고 있다는 징조다. 초등학교의 학교보안관 제도는 서울과 강원도만 있는 제도로 학교별로 2~3명이 근무한다. 비슷한 제도로 중·고등학교의 배움터지킴이와 경찰의 아동안전지킴이가 있지만, 처우 면에서 4대 보험에 가입되고, 주 40시간 근무와 5년간 또는 70살까지의 근로가 보장되는 등으로 학교보안관이 좀 낫다. 특히 시니어 일자리 중에서 어린아이들과 대화하고 웃고 직접 도와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보람은 말할 수 없이 크다. 당신은 1학년 꼬마들이 선생님을 따라서 병아리 떼처럼 재잘대며 졸졸 줄지어 걸어가는 모습을 뒤에서 물끄러미 본 적이 있는가? 얼마나 정겨운지. 손자·손녀 같은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소리 지르며 신나게 공을 차는 모습은 또 어떤가? 물이라도 갖다주고 싶지 않은가? 이 모든 것이 학교보안관이면 매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노동X6411의 목소리X꿋꿋프로젝트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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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성착취방의 톱니바퀴, AI
AI 윤리 뉴스 브리프 2024년 8월 다섯째 주by 🤖아침 1. 산업화하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한국의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유통망에 관한 한겨레 보도가 지난주 나왔습니다. 여성의 얼굴 사진을 넣으면 나체 딥페이크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불법합성물 제작 서비스와, 지인의 사진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공통 지인을 표적 삼아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는 익명 커뮤니티에 관한 내용입니다. 중요한 보도이니 읽어보길 권합니다. [단독] 딥페이크 텔레방에 22만명…입장하니 “좋아하는 여자 사진 보내라” (한겨레 2024-08-22) [단독] ‘○○○ 능욕방’ 딥페이크, 겹지인 노렸다…지역별·대학별·미성년까지 (한겨레 2024-08-22)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유포에 참여하는 인원의 규모(제작용 텔레그램 채널 한 곳에만 22만명이 참여), 조직적인 범죄 양상(여성 지인 사진을 바치는 ‘면접’ 시스템) 등 충격적인 면모가 많지만, 이 사안을 접하는 입장에서 화나는 이유 하나는 이것이 너무나도 예견 가능한 일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미지 합성·생성을 쉽게 만드는 AI 기술이 기존의 성착취 구조와 만나 발생시킬 증폭 효과에 관해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업계나 정부산하기관 자료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대상 AI 윤리 교재에서도 딥페이크의 해악을 경고합니다. 이런 논의가 선언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의 해악을 해소·예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실천을 고민해야 합니다. “유포 목적 없다”…만들어도 시청해도 처벌 피하는 딥페이크 (한겨레 2024-08-22) “대학에서, 알고 지내던 이들이…내가 알던 세상은 완전히 무너졌다” (한겨레 2024-08-22) 더 읽어보기 음란물은 딥페이크의 부작용이 아니라 순기능 (2024-07-03) 2. AI 이미지, 안 속을 자신 있나요? 생성형 AI의 주요 위험 중 한 가지는 사실과 구분하기 어려운 허위정보입니다. 최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AI 생성 이미지를 이용한 선전으로 문제를 일으켰는데요. 민주당 대선 후보이자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를 공산당원으로 묘사한 이미지,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을 지지하는 것처럼 합성한 이미지 등을 SNS에 게시한 것입니다. AI 이미지라고 따로 명시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가짜 이미지에 현혹되는 사람이 바보라고 생각하나요? 생성 이미지와 실제 사진을 구분하기란 의외로 까다롭습니다. 한번 직접 체험해보시죠. 여기 실제 곤충을 찍은 사진과, AI로 생성한 곤충 이미지를 하나씩 보여주는 퀴즈가 있습니다. AI 이미지를 클릭하면 점수를 얻고, 실제 사진을 하나라도 클릭하면 거기서 끝입니다. 25초 동안 가장 많은 점수를 따면 됩니다. https://huggingface.co/spaces/... 설령 내가 개인적으로 AI 이미지를 잘 구분할 수 있다 해도, 수많은 팔로워를 가진 정치인이 허위 이미지를 마음껏 활용하고 플랫폼이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이미지가 갖는 힘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허위정보의 폐해, 현재진행형입니다. 3. AI 위험 분류체계, 통합할 수 있을까? MIT 컴퓨터 과학 및 인공지능 연구소(CSAIL) 기반의 학제간 연구그룹인 퓨처테크(FutureTech)에서 ‘인공지능 위험 저장소’(AI Risk Repository)를 발표했습니다. 인공지능 위험에 관련된 기존 연구논문 43건을 메타분석하여 통합 분류체계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크게는 위험의 주체/의도/발생시점에 따른 분류와, 차별/프라이버시/허위정보/오남용/인간-컴퓨터 상호작용/사회경제 및 환경적 피해/시스템 안전 등 도메인에 따른 분류라는 두 체계 안에서 세부 항목이 있는 형식입니다. 연구팀 측에서는 이것이 ‘기존 AI 위험 프레임워크와 분류체계를 종합 검토하여 각각의 위험을 추출하고 데이터를 공개하는 최초의 사례’라고 주장하는데요. 분석 대상이 된 논문도 문헌 검토 기반의 자료가 많다는 점에서 꼭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메타-메타분석이라고 한다면 맞는 말일까요. 자료의 주 타겟은 정책입안자, 위험 평가 주체, 연구교육자 및 산업계라고 해요. AI 거버넌스와 법규제 관련 논의가 본격화하고 이론적 틀을 제시하는 노력도 활발한 이 시기에, 일종의 ‘완전판’ 프레임워크를 제시함으로써 담론적인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시도로 읽을 수도 있어 보입니다. 저자들도 명시하듯 40여 개 문서를 단 한 명의 전문가가 검토했다는 점에서 ‘종합적’인 자료로서는 한계가 있지만요. 4. 이미지 생성 AI 기업 저작권 침해 소송 본격화 개인 창작자들이 스태빌리티 AI 등의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 기억하시나요? 깃헙 코파일럿 관련 소송, 오픈에이아이 챗지피티 관련 소송과 더불어 생성형 AI 시대의 중요한 재판 중 하나인데요. 이 사건을 다루는 미국 법원에서 AI 기업의 저작권 및 지적재산권 침해가 의심된다고 보아, 소송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로 판결했습니다.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증거 제시에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작년에 법원이 해당 소송의 일부 주장을 기각하며 원고측에게 저작권 침해 근거를 보완해오라고 지시한 것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번 판결은 원고 측 입장에서 중요한 진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미지-텍스트 데이터셋인 라이온(LAION) 시리즈에 원고의 저작물이 포함되었으며, 그 데이터를 학습한 이미지 생성 모델인 스테이블 디퓨전이나 그 모델을 활용한 서비스가 저작권을 침해했는지 따져볼 여지가 있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니까요. 이 재판의 향방에 따라서 스테이블 디퓨전 모델이나 라이온 데이터셋을 활용한 다른 서비스 또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상 대다수의 이미지 생성 관련 기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겠죠. 사건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더 읽어보기 깃허브 코파일럿 소송에서 저작권법 쟁점 기각 (2024-07-22) 창작자 생태계 상상하기: 스태빌리티 AI 집단소송 기각에 부치는 글 (2023-11-15)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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