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연구원정]내돈내산 디지털 다운로드 게임, 있는 줄 알았지만 원래 없는 내 소유권을 찾아서

202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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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여러분, 디지털 다운로드형 게임을 돈 주고 구매한 여러분들에게 그 게임의 소유권이 없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제 연구 주제는 이런 문제 의식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저는 연구자이기도 하지만 한 때는 일주일 중 7일, 하루 잠자는 시간만 빼고 전부 게임에 투자할 정도로 헤비유저이기도 했는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게임 이용약관은 로딩되어 화면에 보이자마자 바로 제일 아래로 스크롤을 내려 이용약관 동의에 체크한다음 최대한 빠르게 넘기는게 제 맛 아니겠어요? 그런데 여러분이 읽지 않고 넘기셨던 그 이용약관에 여러분에게는 구매한 디지털 다운로드 게임에 대한 이용권만 보장하고 있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게임 소비자가 스팀이나 플레이스테이션네트워크, 닌텐도 이숍 등에서 다운로드 게임을 구입할 때, 게임사와 소비자는 구매계약을 맺게 됩니다. 그런데 이 구매 계약이 평소 우리가 물건 살 때와는 다른거죠. 예를 들어볼까요?

제가 볼펜을 한 자루 샀습니다. 물건을 고르고, 구매 의사를 밝힌다음, 돈을 내고 물건을 들고 나오면서 이렇게 말할 수 있죠. '이 볼펜은 이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이 과정을 법적으로 이름을 붙이면  '구매 계약의 체결'이며, '소유권의 이전'입니다. 이 볼펜은 제 것이 되었으니, 제가 쓸 수도 있고 친구에게 선물로 줄 수도 있고 중고거래로 팔 수도 있죠. 혹시나 이 볼펜이 두 번 다시 구할 수 없고 값어치가 엄청난 한정판이라면 자식에게 상속할 수도 있겠죠. 이것은 법적으로 '재산행위' 입니다. 매매, 상속, 대여, 증여 등이 여기에 해당되죠.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죠. 위에서 구매한 볼펜을 제 친구가 빌려갔습니다. "쓰고 돌려줄게."라고 했고, 제가 "준다"는 말은 하지 않았죠. 그럼 당연히 친구는 그 볼펜을 사용한다음 저에게 돌려주겠죠? 혹시나 안 돌려주면 여러가지 경우가 있을 겁니다. 일단 친구는 저에게 사과를 해야 할테고, 타당한 이유를 대며 용서를 구하던지 새 볼펜을 사서 원래 빌린 볼펜 대신 가져다 주던지 해야겠죠. 아니면 저와 친구는 대판 싸워 의가 상하거나요. 여기서 문제의 요지는 볼펜은 제 물건이기 때문에 친구에게는 마음대로 처분할 권리가 없다는 겁니다. 제가 그 친구가 빌려가는 것만을 허락했으니 친구의 친구에게 마음대로 줄 수도 없고, 허락한 범위 내에서만 쓸 수 있겠죠. 소유권은 저에게 있으니까요.   

자, 이쯤하니 상황 파악이 한 눈에 되시죠? 여러분의 디지털 다운로드 게임은 지금 제가 친구에게 빌려준 볼펜과 같은 처지입니다. 게임 소비자가 내돈내산 한 다운로드형 게임, 그 디지털 데이터는 게임 소비자의 소유권은 인정되지 않고 오로지 '이용권'만을 인정합니다. 이에 따라서 이용자 간 교환이나 거래를 막을 수도 있었던 것이고 사용기한을 제한할 수도 있었던 것이죠. 그렇기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게임의 가치가 훼손되더라도 소비자는 가치를 보전받지 못합니다. 환불도 받기 힘들수도 있고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려면 현실을 들여다보면 되는데요. 여러분이 게임서비스 제공 플랫폼인 '스팀' 이용자라서 거기서 게임을 하나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죠. 해당 게임이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전용 게임기에 들어가는 CD(게임팩)로도 구매할 수 있고, 간편하게 디지털 다운로드로도 구매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해봅시다. CD로 샀다면 그 게임을 좀 즐기다가 중고거래로 팔 수 있겠죠. 아니면 친구에게 빌려주거나 자녀에게 물려줄 수도 있을 것이구요. 그렇지만 내 스팀 ID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다운로드형 게임을 다른 친구의 ID로 옮겨주거나, 중고거래로 팔았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들어보신 적 없으시죠? 할 수 없으니까 들어보신적이 없는겁니다. 최근 외국에서 실제 이 문제가 발생했는데요, 스팀 이용자 한 명이 운영진에게 자신이 사망할 경우 스팀 계정과 계정에 담긴 게임들을 유언을 통해 상속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1] 

그러면 이용약관을 바꿔서 소유권을 지금이라도 인정하면 되는 것 아니냐?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문제가 간단하지 않습니다. 먼저 왜 이런 식의 이용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겠죠. 이것은 '소유권'의 개념과 관련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소유권의 개념은 '물권' 즉, 물건에 대한 권리입니다. 실재하는 물건에 발생하고, 그 물건을 사용, 수익, 처분할 권리이죠.(민법 제211조 등) 그런데 대부분의 법학 연구에서는 디지털 데이터의 특성이 물권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데이터는 물리적인 물건이 아니고 복제 및 배포가 가능하다는 특성이 있어 물건과 같은 '배타적'인 상태가 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소유권의 기본 요건인 "사실상의 지배나 점유나 소유권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이동진, 2018; 오병철, 2021; 김상중, 2023 등)

디지털 데이터의 소유권 문제를 다루는 연구는 이미 많이 진행돼 왔습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우리나라에서 소유권이라는 것은 민법을 기본으로 하고 그 민법의 소유권이라는 것이 물건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죠. 디지털 데이터는 물건이라고 보기가 어려우니 어떻게 소유권을 인정할지가 많이 연구된 것입니다. 데이터 자체가 제공자에게 어떠한 대가(내가 원할 때 이용을 할 수 있게 하는 이용권)를 요구하는 채권으로 기능한다는 견해(권영준, 2021; 김진우 2021), '데이터권'의 개념을 따로 수립하여야 한다는 견해(오병철, 2021), 게임 디지털 콘텐츠가 재산법적 측면에서 그 개념과 가치가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견해(이권호, 2007) 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이루어진 연구들에서도 서비스 제공자와 게임 소비자 간 이용약관을 바탕으로 계약관계를 면밀하게 살펴 본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한 소유권은 '배타적'이어야 한다고 했는데, 대부분의 게임 서비스는 그 게임이 복제된 데이터라고 하더라도 이용자의 ID별로 관리하기 위해 고유값을 별도로 매기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술적인 방법이 배타적 권리 보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는 고려된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러한 연구에서 소유권을 논하는 것은 사실상 사업자 간 또는 이용자가 만들어낸 데이터(SNS상의 이용자가 작성한 글 이라던지, 포털 사이트에 이용자가 찍어 올린 사진 등)와 사업자 간 권리를 따져보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인 것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게임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사 간의 이용권(채권) 구매 계약을 소유권(물권) 구매 계약으로 변경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권리를 찾을 방안을 탐구하기 위해 앞으로 연구를 진행해나가 보려고 합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 논문과 다양한 다운로드형 게임 이용약관, 이에 대한 판례를 긁어 모아 분석해봐야겠죠. 디지털 자산 상속을 위한 특허를 텐센트가 확보했다는데, 그 부분도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2] 또한 어떠한 법 제도를 두어야 소비자의 소유권을 보장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얻고자 하는 답은 이겁니다! 현재의 다운로드형 게임 이용권 계약을 소유권 계약으로 변경할 수 있는 논리를 찾아내고, 이를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서비스 이용계약의 표준 약관을 제시해봅니다. 또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로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도록 법조항 신설도 제안을 해야겠죠. 이를 통해 제한적이더라도 소비자들의 소중한 게임을 권리를 이전하거나 상속할 수 있도록 하는것이 목표입니다. 특히 지금까지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관련 규정들은 사업자 위주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소비자들을 단순 이용자가 아닌 경제주체로 인정하게 하고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해서 정책 방향을 소비자 위주로 변화시키고 싶습니다.

지난 5주간,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와 함께 제 연구문제에 대해 연재해 왔습니다.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는 연구계획서를 만드는 과정을 밟는 훈련을 위한 수업이었는데요, 그 여정을 이 글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그 동안 제 연구 주제의 탐구 과정을 흥미있게 보아주신 시티즌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연구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현기호, "'스팀 계정 상속 불가'에 이용자 "게임 소유권 침해" 반발", 이코리아, 2024.5.29. https://www.ekoreanews.co.kr/n...
[2]홍성일, "'디지털 자산도 상속 받는다' ... 텐센트, 관련 특허 획득, 더구루, 2021.7.16. https://www.theguru.co.k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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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추석 연휴에 할 게임을 다운로드 형식으로 구매했는데요. 연구계획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저는 게임을 '구매'한 게 아니라 '돈 주고 빌린' 정도가 되겠네요. 연구결과가 기대됩니다. 계획들과 마찬가지로 결과도 많은 시민들과 함께 공유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