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에서의 이슬람 복장 착용, 금지해야 할까요? (익명/중복투표)

🔎 무슨 일이야?

프랑스 정부가 개학을 앞두고 학교에서의 ‘아바야’ 착용을 금지하기로 했어요. 아바야란, 이슬람 전통 복장 중 하나로 몸 전체를 덮는 긴팔 원피스 형태의 옷입니다. 프랑스 교육부 장관 가브리엘 아탈(Gabriel Attal)은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아바야는 학교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교내 착용을 금지한다고 밝혔어요. 방송 인터뷰에서도 “교실에서는 학생을 보고 그 종교를 식별할 수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고요. 

이런 결정을 두고 프랑스 사회에서는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프랑스 사회를 오랫동안 관통해온 ‘정교 분리’ 원칙을 지키는 방법이었다는 의견과, 이슬람 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바야를 착용한 여성(히잡은 별개로 아래 드레스만 해당) 출처:Pexels

🤔 학교에서 왜 아바야를 입으면 안되는 거야?

프랑스가 교내에서 종교적 복장을 금지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명 ‘정교분리’라고도 하는 라이시테(laïcité) 원칙을 알아야 합니다. 현 사안은 물론, 프랑스 사회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이기도 하죠.

라이시테(laïcité)는 프랑스 대혁명에서 비롯한 ‘자유, 평등, 박애’ 만큼이나 프랑스 사회를 관통하는 주요한 이념입니다. 라이시테는 ‘세속주의’, ‘종교중립성’, ‘정교(政敎)분리’ 등으로 번역되는 프랑스어 단어입니다. 특정 종교의 우위를 거부하고, 사적 영역에서 개인의 종교 활동은 인정하지만 공공장소에서 종교적 의식과 표식은 제한하는 원칙을 의미해요. 라이시테 원칙은 1905년 법으로 제정되었고, 이후 프랑스 헌법에도 삽입되었는데요. 프랑스 정부는 라이시테를 종교 사이의 갈등을 예방하고 사회통합에 다가가는 원리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출처: 오정은. (2021). 프랑스 라이시테(Laïcité)의 역설 - 종교중립 원칙의 무슬림 차별 -. 통합유럽연구, 12(1), 105-126.

과거 가톨릭 세력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견제하기 위한 시도에서 시작된 라이시테는, 정치와 교육처럼 중요한 공적 영역에 대한 종교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19세기 가톨릭 사립학교 위주였던 프랑스 교육이 20세기 자유주의와 세속주의 중심의 공교육 체계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종교적 상징물을 교육 현장에서 착용하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되었던 것입니다.  

❌ 학교에서의 아바야 착용은 금지되는 게 마땅해!

-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지!

프랑스는 이러한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정치나 교육 등 공적 영역에서  종교적 소속을 드러내는 상징이나 복장의 착용을 금지해왔습니다. 큰 십자가, 유대인의 모자 ‘키파;. 이슬람 머릿수건인 ‘히잡’이 이에 해당하죠. 2004년에는 <정교분리 원칙의 적용에 있어, 공립 중고등학교에서 종교적 외양을 드러내는 옷이나 상징의 착용을 포괄하는 2004년 3월 15일의 법>을 제정해 공립학교에서 히잡을 착용한 학생들을 퇴학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이로 인해 히잡 착용 금지를 거부하고, 히잡을 착용한 채 등교한 두 명의 여학생이 퇴학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죠. 프랑스는 이어서 2011년 공공장소에서 니캅이나 부르카를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했고, 2022년에는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이 머리부터 발목까지 온몸을 가리는 이슬람식 여성 수영복 부르키니(부르카와 비키니의 합성어)를 공공장소에서 착용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어요. 

니캅을 착용한 여성 (출처: Unsplash)

- 프랑스적 가치의 수호야!

프랑스 내 이슬람 구성원은 약 570만 명으로, 프랑스 전체 인구의 약 9%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프랑스 정부가 라이시테 원칙을 인용하며 단계적으로 히잡, 키파 등을 금지해왔던 것처럼, 아바야 규제 역시 최근 아바야 착용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사회변화를 반영한 결정이었다는 것입니다. 실제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Le monde)에 따르면 2022-2023학년도 '세속주의 위반' 신고 건수는 총 4,710건으로, 이전 학년도의 2,167건 대비 120% 증가했습니다. 

정부와 교육계, 우파정당은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 입니다. 올리비에 베랑 정부 대변인은 BFM TV에 출연해 아바야는 "명백한 종교적 의복"으로, 이를 착용하는 것은 "정치적 공격, 정치적 신호"라며 정부의 아바야 금지 방침을 옹호했습니다. 프랑스 자율노조연맹(UNSA) 전국학교장조합(SNPDEN)의 브뤼노 봅키위츠 사무총장은 "지침이 명확하지 않았는데 이제 명확해졌기에 환영한다"고 밝혔고요. 우파 야당인 공화당(LR)의 에릭 시오티 대표는 "우리는 학교에서 아바야를 금지할 것을 거듭 촉구해왔다"며 "우리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준 교육부 장관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연합뉴스, 2023.08.29)

😕 학교에서 아바야 착용 금지는 너무해!

- 이슬람 혐오 아냐?

프랑스 사회에서 이슬람 혐오는 주요 사회문제이기도 합니다. 프랑스 사회 내 이슬람 이민자들의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소요사태나 테러 등 관련 사회문제가 불거지기도 했고요. 앞서 언급한 ‘2004년 법’을 통해 종교적 상징물 착용을 금지한 것은, 무슬림 출신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프랑스 사회에서 무슬림이 제 2의 종교로 자리잡는 것에 대해 위협을 느끼면서, 라이시테 원칙을 프랑스 사회로부터 배제하기 위한 장치로 작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출처: 박선희. (2014). ‘2004년 법’과 프랑스 라이시테 원칙 적용의 문제점. 유럽연구, 32(2), 295-315.

좌파 성향 정당들은 이번 결정에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회당과 프랑스공산당은 정교분리원칙을 준수했다며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였지만, LFI와 녹생당은 아바야 착용 금지 결정이 위헌적이라며 "이슬람 혐오적"이라거나 "낙인찍기"라고 비난했어요. 장뤼크 멜랑숑 LFI 대표는 "여성 복장을 둘러싼 터무니없고 인위적인 종교 전쟁으로 인해 새 학기의 시작이 정치적으로 양극화한 것을 보는 게 슬프다"며 "분노하기보다는 단결하는 진정한 세속주의"를 촉구했습니다. 같은 당 소속 클레망틴 오탱 하원의원도 이번 정부 결정은 "위헌적이며 세속주의의 기본 원칙에도 반한다"면서 "무슬림에 대한 강박적 거부 증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극좌성향의 마뉘엘 봉파르 하원 의원은 소송을 제기하겠다고도 했어요. (연합뉴스, 2023.08.29)

- 복장에 대한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지 마, 아바야는 그냥 긴 드레스일 뿐이야!

‘아바야가 정말로 눈에 띄는 종교적 복장인가?’에 대해서도 뚜렷한 합의가 없습니다. 그간 히잡을 금지해왔던 것과 달리, 왜 지금에서야 아바야를 규제하냐는 의문이 비롯된 지점인데요. 지금껏 아바야가 종교적 복장으로서 규제 대상이 되지 않았던 것은, 아바야의 형태 때문입니다. 검소한 복장을 추구하는 이슬람교 신념에 맞춘 헐렁하고 긴 원피스 디자인이기 때문에 단정한 롱드레스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아바야는 뚜렷한 규제 없이 회색지대에 놓여있었습니다. 아바야는 얼굴에 두르는 히잡과 다르며, 그것을 긴 드레스와 어떻게 구분할 것이고, 아프리카의 의상도 긴 드레스 같은 것이 많은데 그것은 왜 금지하지 않냐는 반문도 있고요. 프랑스 사회에서도 아바야를 종교적 복장이라고 볼 수 있느냐에 대해 이견이 분분합니다. 아바야가 정말 이슬람 복장이었다면, 모든 이슬람 사람이 그것을 착용해야 할 것인데, 아바야를 입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고, 팔과 다리를 제외하고 온 몸을 덮는 헐렁한 긴 원피스가 오히려 편한 디자인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Franceinfo, 2023.08.28)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학교’에서의 ‘아바야 착용 금지’, 과연 프랑스가 프랑스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내린 결정일까요? 교묘한 형태의 이슬람 차별일까요? 투표와 댓글을 통해 마음껏 의견을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