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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 증원, 타협 가능할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의대 증원에 관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의대 2000명 증원은 최소한의 규모라며, 의료계에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대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는데요. 대국민 담화 다음 날에는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부가 의대 증원에 대해 의료계와 타협의 여지를 열어 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정부와 의료계는 언제쯤 타협에 이르게 될까요? 그때까지의 의료 공백에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 걸까요? 정부의 의대 증원 윤석열 정부는 지난 10월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했습니다. 27년 동안 동결되었던 3,058명인 의대 정원을 2025년 입시에서 2,000명을 더 늘리기로 한 겁니다. (이전 담소 참고) 의사협회(의협)은 이에 강경 반대하며 전공의와 의대 교수의 집단 사직을 전개했습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벌써 45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대 두 번째 최장 기록인데요. 의료 공백으로 인한 피해 건수도 600건을 넘어섰습니다. 정부 VS 의료계 입장 핵심 요약 ✅ 정부: 의사 수가 너무 부족해 정부는 2035년을 기점으로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왜 하필 2000명이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의 정책 결정 영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의사 수 자체도 적지만, 의사 인력이 수도권과 돈 되는 과들에 집중돼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의대 증원 이외에도 ‘지역 필수 의사제’, ‘지역 수가’ 등으로 지역 의료와 필수 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 (비판) 굳이 2000명 증원을 밀어붙여야 해? 정부가 인용한 연구들은 대부분 연간 500~1000명 규모의 점진적 증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당장 2000명 증원은 의료계의 반발도 크고, 의대 교육의 질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 의사들: 의사 수 안 부족해 필수·지역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의사 근무여건 악화와 정부의 정책 부재 때문이라고 봅니다. ➡️ (비판) 의사 집단의 이익만 생각하는 거 아니야? 그동안 필수 의료 과의 수가를 낮춘 게, 의협의 책임이기도 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건복지부는 의협에게 수가 책정의 근거를 일부 맡겨왔는데, 그간 의협이 업무 산출량을 개원의에게 유리하게 산정했다는 겁니다. 장기간 이어지는 전공의 파업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습니다. 협상은 언제쯤 될까?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의협은 정부의 기존 입장을 반복했을 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증원 숫자를 논의하지 않는다면 협의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길어질수록 초조해지는 건 여당입니다. 한때 윤 대통령의 ‘의대 증원’ 추진은 지지율을 높이는 긍정 평가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물러섬 없는 정부의 강경한 입장에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아졌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57.2%가 의대 정원을 증원하되 규모와 시기를 조정한 중재안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의료 공백에 대한 대응을 두고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7.5%였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장은 대국민 담화가 있기 전에 윤 대통령에게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유연한 자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국민 담화 직후에도 “숫자에 매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대위장 역시 전공의들에게 비공개 면담을 제안했습니다. 여당 내부에서 타협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자 윤 대통령은 2일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집단행동을 벌이는 전공의와 의대생 96%는 의대 정원을 ‘줄이거나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의료 개혁에 대한 사회적 협의체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각 계와 협의하겠다며 환자•병원 단체, 의대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의료 공백은 어떻게 채웠어? 의사 집단행동으로 중증응급질환을 치료하는 병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진료제한’이라고 뜨는 권역응급의료센터는 15곳으로 늘었습니다. 지난 1일을 기준으로 중증 응급환자는 전주 대비 9.1% 증가했습니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해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1️⃣ 공중보건의&군의관 배치 정부는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상급종합병원과 공공의료기관에 군의관과 공보의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1일 공보의와 군의관 154명이 파견됐습니다. 오는 7일로 파견 기간 종료가 도래하지만, 응급의료 대응을 위해 이중 110명은 근무 기간을 1달 연장하고 44명은 다른 인력으로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공중보건의는 의사 등이 36개월간 군복무를 대신해 농촌지역 보건소나 국공립 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제도입니다. 전문의 자격이 있는 공보의는 437명으로 전국 221개 수련병원에 배치하기엔 부족합니다. 공중보건의 차출로 지역의료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받습니다. 한국농어민당은 공보의 차출이 “밑돌 빼서 윗돌 막는 꼴”이라며, 정부 대책이 지역의료 공백을 자초한다고 비판했습니다. 2️⃣ PA 간호사 확대 PA(진료지원) 간호사란, 의사의 업무를 일부 위임해서 대신하는 간호사입니다. 주로 수술방에서 필수의료 전공의의 업무(수술 부위 봉합, 튜브 삽관 등)를 대신 해왔습니다. PA 간호사는 국내에서 법적 근거가 없어 불법의 경계에 서 있습니다. 비공식적으로는 현재 5000명 가량의 PA 간호사가 있다고 비공식적으로 추산됩니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PA 간호사 업무 확대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전공의가 떠난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PA 간호사 제도화’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신규 PA 간호사 인력을 늘리기 어려워, 현장에서는 PA 간호사들이 과중한 업무와 불법 의료행위로 내몰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경력이 없는 신규 간호사를 PA 간호사로 배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될 동안, 열악한 지역 의료로 인한 문제는 방치되고 있습니다. 지난 30일 충북 보은에서 3세 여아가 상급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역에 제대로 된 종합병원이나 응급 의료기관이 있었다면 그곳에서 바로 필요한 처치를 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2022년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 결과 충북은 인구 천 명당 의사 수가 전국에서 14위에 그쳤고, 10만 명당 치료 가능했던 사망자 수는 17위로 꼴찌였습니다. 의사 수가 적어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도민이 그만큼 많다는 얘깁니다. 전공의 이탈로 병원 매출이 줄어들어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 병원도 있습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등 대형 병원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간호사 무급 휴가 연장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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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의 언론과 시민단체 탄압, 많은 민주주의 지표 하락 이끌어
 윤석열 정권 3년차, 민주주의 평가하기②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선행 게재되었으며, 이후 얼룩소에 동시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 1편에서 우리는 민주주의 지수를 분석하는 이유와 분석을 위해 V-Dem 지수를 사용하는 이유,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권 동안 자유민주주의 지수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보았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권하에서 자유민주주의 지수는 문재인 정권 때보다 크게 하락하여 10년 전 박근혜 정권 때와 같은 점수를 기록하였다. 2편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지표들의 하락이 윤석열 정권 동안 자유민주주의 하락에 영향을 주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자유민주주의 지수를 구성하는 수많은 세부 지표 중 임의로 지표를 선정하여 분석할 경우 공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분석에서는 스테판 하가드와 로버트 카우프만이 2021년에 발표한 연구 ‘Backsliding’에서 러시아 푸틴 정권, 미국 트럼프 정권 등의 민주주의 퇴행 사례를 살펴볼 때 활용한 네 가지 지표를 똑같이 활용하고자 한다. 스테판 하가드와 로버트 카우프만의 연구에 따르면, 민주주의가 퇴행한 여러 사례에서 이 네 가지 지표가 공통으로 하락하였다. 네 가지 지표는 각각 ‘시민단체 억압 지표(CSO repression)’ / ‘선거관리기관 자율성 지표(EMB autonomy)’ / ‘정부 미디어 검열 지표(Government censorship effort - Media)‘ / ’고등 법원 독립성 지표(High court independence)’,이다. 이 그래프는 중앙에서 멀어질수록 지표 점수가 높아 민주주의 점수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이를 참고하여 2021~2023년 사이 네 가지 지표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고등 법원 독립성 지표를 제외하고 나머지 지표들은 2021년에 비해 2023년에 크게 하락하였다. 고등 법원 독립성 지표의 경우, 2021년부터 0.02점 하락하는 것에 그쳐,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부터 나머지 3가지 지표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시민단체 억압 지표, 2016년 이후로 최저 시민단체 억압 지표는 2021년 3.87점에서 2023년 2.93점으로 약 1점 가까이 하락했다. 0에 가까울수록 정부가 시민단체를 심하게 탄압한다는 의미다. V-Dem 지표 설명을 덧붙이면 4점의 경우 시민 단체의 조직이나 의사 표현이 자유롭고 정부의 제재를 받을 위협이 없음을 나타낸다. 3점의 경우 정부가 시민 단체의 활동과 표현을 억제하며, 시민단체가 정부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경우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벌금 등의 물질적 제재를 가하는 단계다. 윤석열 정권이 집권한 2년 사이에 약 4점에서 3점 아래로 급격하게 내려간 셈이다. 윤석열 정권에서 시민사회가 느끼는 탄압이 실제 지수로도 나타났음이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의 노조 때리기, 예산 삭감 역시 지수에 반영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아직까진 괜찮아 보이는 선거관리기구 자율성. 하지만… 선거관리기구 자율성은 2021년 3.63점에서 2023년 3.05점으로 약 0.58점 하락했다. 이 점수가 낮을수록 선거관리기구(한국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앞서 인용한 연구 Backsliding에 따르면, 선거 관리 기관의 자율성은 정치 시스템이 민주적이라고 간주되기 위해 최소한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표 설명에 따르면, 이 점수가 3점에 가까우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식으로 선거관리기구가 집권 정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2023년 국정원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전날 선관위 시스템이 해킹에 취약하다고 지적한 사건 등이 점수 하락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보도로 인해 전용기를 못 탄 MBC 기자들, 정부 미디어 검열 지표의 급락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논란 이후 MBC 기자들이 전용기에 탑승하지 못한 일, ‘더 라이브’ 등 시사 프로그램 폐지 등 수많은 언론 탄압 사건이 정부 미디어 검열 지수 하락에도 드러났다. 정부 미디어 검열 지표는 낮을수록 정부가 신문/방송 등의 미디어를 더 많이 검열함을 나타내는데, 2021년 3.78점에서 2023년 2.24점으로 약 1.54점 하락했다. 이 지표에 대한 설명을 보면 3점을 기록할 경우 정부가 민감한 이슈에 대해 간접적으로 언론을 검열한다고 평가하고, 2점을 기록할 경우 정부가 민감한 이슈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론을 검열한다고 평가한다. V-Dem 지표에 따르면 정부는 민감한 이슈에 대해 점점 언론을 직접적으로 검열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 동안 후퇴한 민주주의, 야당과 시민도 책임이 있다. 윤석열 민주주의 성적표 시리즈의 1편과 2편을 모두 본 독자라면, 필자가 일부러 윤석열 정권 동안 내려간 민주주의 지수와 지표를 선별하여 보여주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찾아본 민주주의 지수와 지표 중 상승한 것을 찾지는 못했다. 오히려 2021년보다 하락했음에도 소개하지 않은 민주주의 지수와 지표가 많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한 2년 동안 여러 방면으로 민주주의는 후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데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지 못한 야당의 책임,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에게 투표로 권력을 부여한 시민들에게도 분명 민주주의가 후퇴하게 만든 책임이 있다. 내일부터 실시(사전투표 5~6일)될 총선에서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이유다.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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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이 AI를 말할 곳은?
오늘은 평소와 조금 다른 형식의 글을 보냅니다.   한국 여성이 AI를 말할 곳은? 기술 콘퍼런스는 흥미로운 행사입니다. 행사에서 다루는 최신 기술 지식도 흥미롭지만, 그 행사가 수행하는 역할도 그렇습니다. 특히 기업이 주최하는 콘퍼런스/서밋은 조직의 세를 뽐내는 자리이고, 조직의 인재 즉 구성원이 전면에 나섭니다. 마이크를 쥔 연사는 전문가이자 에반젤리스트가 되는 셈입니다. 일반 참여자 입장에서 본다면 연사들은 멘토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AI 업계는 여성 구성원이 적은 편이고, 그마저도 기술 행사에서는 과소 대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젠더 편향은 단지 업계 내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관점이 다양하지 못하면 많은 사람에게 적용되는 기술의 위험을 감지하고 그에 대응하기도 어렵습니다. 편향된 제품 개발이나 기술 오남용 문제와 업계 내 젠더 편향은 무관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AI 분야 기술 행사 발표자의 면모는 AI 업계의 젠더 편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사회적 영향이 큰 기술이 충분히 다양한 관점에서 고려되고 있는지 나타내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2021년 열린 NAVER AI NOW라는 컨퍼런스가 있습니다. 네이버는 여기서 하이퍼클로바 LLM을 공개, 한국어에 특화된 기술로 'AI 주권'을 확보하겠다 선언합니다. 국내 대표 테크기업인 네이버가 그간의 연구 성과를 갈무리하고, 현재로 이어지는 AI 상용화 추세에 박차를 가한 상징적인 행사인데요. 테크기업이 주최하는 기술 컨퍼런스는 조직의 성취와 기술력을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또한 비전과 문화를 제시하며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채용을 홍보하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세를 과시하는 행사입니다. 발표하는 인물 역시 주요 구성원 및 협력 파트너가 대부분입니다. 연사들의 면모는 곧 해당 기업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밀접하다는 얘기도 됩니다. AI NOW 컨퍼런스 발표자는 17명. 웹사이트에서 명단을 보고 있으면 한 가지 눈에 띄는 사실이 있습니다. 17명 중 여성은 한 명도 없습니다. 네이버가 AI 주권을 선언하는 자리에 여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도 있습니다. 남성(man)만으로 구성된 패널 집단인 '매널(manel)', 남성만으로 구성된 컨퍼런스인 '맨퍼런스(manference)' 등입니다. AI 관련 행사에 여성이 적게 등장하는 것이 네이버만의 특징은 아닙니다. 컨퍼런스가 업계 종사자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자리라고 할 때, 한국 AI 업계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어느 정도 들리고 있을까요?  그래서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열린 행사 14건을 살펴봤습니다. 국내 AI 행사의 성비는 얼마나 균형 잡혀 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를 개선할 수 있을까요? 다음 페이지에서 읽어보시죠. 👩‍💻「한국 여성이 AI를 말할 곳은?」 읽으러 가기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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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서 의제가 실종된 이유와 이민자에 대한 고민
정쟁만 있고 의제는 없는 이번 선거에 대해 그 이유를 한 번 고민해본 적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정답은 찾지 못하였지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든 생각은 ‘실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2016년 총선 때에는 ‘청년’이 의제였습니다. 청년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반영이 되지 않은 시기였고 청년 후보라고 나온 이들은 40세가 넘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부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청년기본법이 제정되었으며, 진짜 청년 나이대인 국회의원도 등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청년의 삶이 그다지 나아진 것 같지 않습니다. 청년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은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을 하였고, 청년이 직접 정책을 제안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정책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청년수당, 청년센터 등 제안 정책이 막상 실현되어도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기도 했습니다. 재작년부터 큰 이슈로 뜨고 있는 전세 사기 피해자의 50% 이상이 2030 청년이었지만, 정부는 이들을 구제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정치권은 계속 청년을 위한 정책을 하겠다고 부르짖지만 여전히 청년세대의 목소리는 기성세대 목소리보다 작습니다. 담론의 당사자인 청년의 입장에서 이러한 현실은 정치에 대한 관심을 사그라들게 만듭니다. 청년 외에도 다양한 의제가 있었습니다. 여성, 환경, 기본소득 등 2010년대 후반부터 과거에는 대중적이지 않았던 의제들이 대중화되었습니다. 여성 의제는 우리의 실생활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지만(몰카 범죄, 성범죄가 ‘범죄’임을 인식하도록 함) 이에 대한 백래시는 엄청 납니다. 레디컬 페미니스트의 행동을 일반화하면서 페미니즘을 혐오하는 현상이 생겨나고, 대다수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정치인들은 더 이상 ‘여성’을 의제로 하지 않습니다. 한편으로 ‘페미니스트’ 의제로 정치인이 된 이들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환경 의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개인의 노력이 지구를 고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됨에 따라 약해졌습니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체감하지만, 금세 무기력해집니다. 많은 이들이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강력한 운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기본소득도 한때 혁신적인 의제였으나, 완전하지 않은 기본소득(청년수당, 재난지원금 등 소득기준 없이 지급되었던 소득)이 지급된 후, 그 정책은 단지 삶에 약간의 도움을 주는 복지 정책이 되었습니다. 기본소득만으로는 지금의 경제 문제들을 해소할 수 없음을 경험한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실망들이 모여 의제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지 않았나 추측합니다.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의제들이 선거 후에는 지속적으로 실망을 안겨주니, 사람들도 더 이상 의제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이러다 영영 의제가 사라지는 선거만 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두렵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우울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최근 주변 친구들에게 투표를 할 건지 물어본 적이 있는데요, 친구들이 하나같이 ‘남들은 안할 것 같은데 나는 할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무엇을 보고 후보를 뽑을 것이냐는 질문에 ‘지역을 위해서 일할 것 같은 사람’이라는 뻔한 답변을 받았지만, 중요한 것은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2030 청년의 투표율은 점점 오르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누군가가 ‘실망하지 않을, 그러면서도 매력적인 새로운 의제’를 띄우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그 의제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렵겠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이민자와 관련해서 최근 큰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위 기사는 극우성향 정당 자유통일당의 총선 후보자와 자국민보호연대라는 단체가 이주노동자들을 강제 검문·체포하는 활동을 했다는 기사입니다. 저는 이 기사를 처음 접하고 나서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불법이민자’를 직접 잡아서 경찰서에 넘기는 행위를 총선 전략으로 세웠다는 것과 그것을 실행하는 단체 이름이 ‘자국민보호연대’라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비인간적 행위를 총선전략으로 선택했다는 것은 사람들이 암암리에 가지고 있는 이민자 혐오를 이용하겠다는 것이고, ‘자국민보호연대’라는 이름을 사용했다는 것은 이민자를 자국민의 적으로 보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전형적인 약자에 대한 혐오입니다. 경제가 불안정해지고 삶이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되는 어떠한 집단을 혐오하게 되는데, 앞으로의 혐오 대상이 ‘이민자’가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과거부터 여러 나라에서 이어져온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는 이민자가 많지않아 정책적인 고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면서, 마치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을 간 것처럼,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들어오고 있어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민자들은 한국에서 고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제도에 의해 불법체류자가 되고, 실생활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사실 작년까지 크게 관심을 가져보지는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가을에 두바이에 가게 되면서 이민자를 자국민과 차별하는 것이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두바이가 속해있는 아랍에미리트는 80%가 이민자로 구성되어있는데 2021년 이전까지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거의 내주지 않았습니다(21년도부터 부동산을 보유하거나 과학자, 의사, 엔지니어, 예술가, 작가 등 특별한 재능과 직업을 가질 때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음). 그래서 온갖 복지혜택은 20%의 자국민만 받고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은 모두 이민자가 하고 있으며, 자국민은 주로 편안한 일자리를 얻습니다. 이 사실을 처음 인지하였을 때, ‘이민자 문제’가 얼마나 큰 문제인지 깨달았습니다. 그 나라 경제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80%가 정치적 권리를 가질 수 없다니,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리트만큼 자국민이 적지는 않으나 이민자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2015년 1,711,013명이었던 외국인주민 수는 2022년 2,258,248명으로 증가함). 이들은 우리나라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치적, 경제적으로 차별당합니다. 정치적 권리가 없으며 수혜의 대상으로만 인정됩니다. 신체적으로 힘든 일을 주로 하며, 비자가 끝나 불법체류자가 되면 그나마 있던 보호망도 잃은 체 저임금으로 착취당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시민권이 없다면 차별은 계속될 것입니다(물론 시민권 획득이 충분조건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생김새, 말투 등에 의해 시민권을 획득했더라도 차별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시민권 획득은 정치적 권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두바이에 같이 간 지인에게 너무 심각한 문제이지 않냐고 물어보자 “어쩔 수 없지 뭐. 자국민이 먼저지”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지인에게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주는 방법을 고민해봐야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했을 때, 그 지인은 절대 그러면 안된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너무나 단호하여 당황한 기억이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국제결혼 했지만 남편이 아기 태어난지 일주일 만에 죽어서 한국 국적을 따지 못한 여성에 대한 영상을 보았는데 많은 댓글들이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주면 도망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늦게 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이 문제를 다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두가 이민자 친구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집단에 대한 혐오는 그 집단의 구성원을 직접 만나고 이해했을 때 해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친구가 이민자일 때, 이민자에 대한 차별을 목격하면 함께 분노하겠죠. 다만 이민자와 친구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정책입안자 분들이 고민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이민자 권리를 확대하는 캠페인을 하거나, 공론장 논의 주제로 띄우거나, 관련 컨텐츠 등을 만드는 활동이 있을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이민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의제를 어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유통일당과 같은, 인권에 대한 아무런 의식도 없고 타인에 대한 혐오로 가득한 극우 정당이 득세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비닐하우스 밖 가설건축물은 괜찮다? 위험천만 이주노동자 주거권
[22대 총선] 여기, 주거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있어요! 2024 총선주거권연대 연속기고 네 번째, ‘집이 아닌 곳’에 사는 이주노동자 이야기 노동, 빈곤, 종교, 청년, 주거시민단체 등은 부동산 정책만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무분별한 부동산 규제 완화를 저지하고 주거불평등 심판, 온전한 주거권 실현을 위해 ‘2024 총선주거권연대’를 출범하였습니다. ‘2024 총선주거권연대’는 주거권 역행 후보 선정, 주거 분야 공약 평가 활동에 이어 주거 정책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속기고를 진행합니다. 벌써 3년 전이다. 2020년 12월 경기도 포천 한 농장 기숙사로 쓰는 비닐하우스에서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 속헹씨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비전문취업비자(E-9)를 받고 입국해 고용노동부가 지정 알선한 농장 기숙사에서 사망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무거웠던 건 2016년, 아니 훨씬 전부터 많은 인권활동가들이 이런 비극을 경고했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 14일 김삼화 당시 국민의당 의원,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익법재단 공감,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함께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농업 분야 이주노동자 주거환경을 다룬 영상물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가 상영됐고, 고용노동부 또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1년이 지난 2017년 12월 22일, 고용노동부는 ‘농업 분야 외국인노동자 근로환경 개선방안’ 대책을 발표했다.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사용하는 사업장은 신규 외국인력 배정을 중단(‘18.4월 배정 시부터)하고, 기 제공된 사업장은 자율개선기간 내 숙소를 개선하지 않은 경우 외국인 노동자 사업장 변경을 허용(‘18.2월 고시개정 예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더 이상 정식건축물이 아닌 가설건축물 기숙사 제공이 금지된다는 소식에 시민사회 단체들은 환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고용노동부는 비닐하우스를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 기숙사 제공에 대해서는 계속 허용했다. 2019년 1월 15일 외국인고용법 개정으로 ‘사용자가 외국인근로자에게 기숙사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100조에서 정하는 기준을 준수하고,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라는 규정(법 제22조의 2 제1항)이 신설되었지만,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없는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의 기숙사 제공은 계속 허용되었다. 제도개선과 법개정이 이루어졌음에도 속헹씨 사망을 막아내지 못했다. 속헹씨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고용노동부는 부랴부랴 2020년 12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아래와 같은 방침을 발표했다. “농촌 등에서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조립식 패널 등 가설건축물을 주거시설로 이용하는 등 근로자의 안전과 인권침해 등이 우려됨에 따라 앞으로는 농축산업 외국인근로자의 주거시설 개선을 위해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고용허가를 불허하기로 결정(제28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20. 12. 23.))하였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처럼 소중한 생명을 잃고서야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런 의문이 남는다. 이제 이주노동자의 주거권 문제는 모두 해결된 것일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라는 말처럼 비닐하우스 밖에 있는 가설건축물, 지자체에 신고가 된 임시숙소 등 가설건축물은 이번 대책에도 빠졌다. 결국 이주노동자는 위험천만한 기숙사에서 계속 거주할 수 밖에 없다. 세계인권선언 제25조는 모든 사람이 “의식주, 의료 및 필요한 사회복지를 포함하여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안녕에 적합한 생활 수준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고 천명하고 있다. 한국이 1978년 기압한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 제5조에서도 ‘(d)기타의 민권’에서 ‘(iii)주거에 대한 권리’를 명시한다. 인종과 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주거에 대한 평등하게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회보장에 관한 국내법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주거권에 대한 언급이 없다. 고용허가제도는 외국인이 4년 10개월 동안 임시적으로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일을 하도록 하는 제도로 고용노동부가 사업장 알선부터 변경까지 독점하고 있다. 한시적 합법노동자인 이주노동자에게 주거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사용자에게만 떠넘길 문제도 아니다. 적절한 기숙사를 제공한 사용자에게 외국인 고용을 허가하고, 기숙사 설치 및 운영에 대한 예산을 국가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22대 국회에서는 이주노동자가 기숙사에서 사망하는 이런 비극을 막아내도록 디테일을 살려 제대로 된 입법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이 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주노동팀장, 최정규 변호사가 작성하였습니다.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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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택한 청소년들에게 ‘집’을 달라
[22대 총선] 여기, 주거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있어요! 2024 총선주거권연대 연속기고 세 번째, 거리를 택한 청소년들의 이야기 노동, 빈곤, 종교, 청년, 주거시민단체 등은 부동산 정책만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무분별한 부동산 규제 완화를 저지하고 주거불평등 심판, 온전한 주거권 실현을 위해 ‘2024 총선주거권연대’를 출범하였습니다. ‘2024 총선주거권연대’는 주거권 역행 후보 선정, 주거 분야 공약 평가 활동에 이어 주거 정책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속기고를 진행합니다. 청소년 시기에 집을 나와 거리에서 생활하는 삶은 어떤 것일까? 오늘의 잠잘 곳을 마련하고자 노력해야 하고 안정적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매일의 쓸 돈을 마련해야 하는 생활. 늘 불안하고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는 거리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낫다고 판단할 때 청소년들은 거리로 나온다. 반대로 얘기하면 그들은 집에서 거부당하거나 생존을 위해 돌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오늘의 잠잘 곳 마련을 위해 친구집, 여관방, 피씨방, 찜질방 그도 안되면 거리를 택하는 그들은 “홈리스 유스(Homeless Youth)”이다. 청소년들은 왜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청소년들이 탈가정한 이유를 살펴보면, 집에선 인간답게 살 수 없었기 때문에 그 환경에서 탈출한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가정을 탈출”한 것이다.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2021년 위기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집을 나오게 된 이유'(복수응답)에서 ‘가족과의 갈등'(69.5%)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안에는 부모로부터의 학대도 있고, 쫓겨난 경우 등이 숨어있기도 하다. 한국사회의 아동학대 문제는 심각하다. 우리는 뉴스에서 주로 학대로 인한 끔찍한 영아 사망 사건들을 접하게 되는데 실제로 아동학대 피해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연령대는 13-15세로 중학생 시기이다. 학대는 어느날 갑자기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유아기부터 지속되어 오는 경우가 많다. 중학생 나이가 되었을 때 학대 피해 아동은 더이상 참지 않고 생존을 위해 가정을 탈출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탈가정 청소년의 문제를 “청소년 비행”의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아동학대” 문제의 연장선에서 바라봐야 하며 청소년 개인의 일탈행동이 아닌, 가정의 불화와 부모의 학대, 학대에서 아동을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아동학대 피해 상황에서 주변에 의해 발견된 아동은 부모로부터 분리되어 위탁가정이나 시설보호체계로 들어가게 된다. 시설에서 자라 성인이 된다면 자립준비청년이 된다. 그렇게 시설과 같은 국가가 정한 보호체계 안에 있어야만 지금의 자립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시설을 이용하지 않거나 못하는 청소년이 거리에 나오게 된다면 보호체계의 사각지대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왜 시설로 가지 않는가? 거리로 나온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청소년 쉼터”이다. 쉼터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이 시설을 가지 않고 거리에 남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쉼터에 가면 우선 친권자에게 연락을 하게 되어 있다. 미성년은 친권자의 동의 없이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로부터 도망쳐 나오거나 부모에게 연락하고 싶지 않은 청소년들은 자연히 쉼터를 피하게 된다. 또한 집단생활인 시설은 각종 규제와 규율이 엄격할 수 밖에 없다. 개인의 시간과 공간이 허락되지 않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시설을 피하게 되는 청소년들이 생겨난다. 쉼터들은 청소년의 개인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이전의 문제가 되었던 행동들로 인해 쉼터로부터 거부당하는 청소년들도 많다. 여기서 “시설”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시설 외에 “여러 명이 공동으로 집단생활을 하는 곳”하면 어떤 곳이 떠오르는가? 군대, 교도소 같은 곳이다. 시설은 그런 곳이다. 전쟁 이후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이 너무 많을 경우, 그들을 모두 모아 한 곳에서 숙식을 하도록 만든 것이 시설이다. 몇몇 해외 복지국가에서는 더이상 시설에서의 집단적 보호를 금하고 있다. 물론 아동 경우도 시설에서 성장하는 것을 지양하고 가정적 환경에서 자라도록 하고 있다. “아동 탈시설” 정책이 이미 보편화 된 것이다. 한국사회는 장애인의 탈시설 정책이 가장 진전된 상태이나 아동 청소년의 경우 여전히 시설에서의 보호가 가장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시설 보호가 종료되어 자립한 청년들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사실 이들의 문제는 18세에 갑자기 자립을 지원하는 정책만이 아니라, 시설의 보호 자체를 다른 대안으로 바꿔야 해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거리 청소년들이 시설에 가지 않는 것은 그들이 특별히 자유로운 영혼들이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당연한 욕구인 것이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냐? 현재 한국사회는 장애인들이 더 이상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독립 주거에서 살도록 하는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활동지원사들이 이들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노숙인의 자립에 시설에서의 보호가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주거우선지원(Housing First)” 정책을 펼치고 있다. 자립이 준비되면 주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주택을 가장 먼저 제공해야 자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시설에 들어가라 하지 말고 지역사회에서 살수 있도록 해야 하며, 자립을 먼저 하라고 하지 말고 주거를 먼저 제공해야 한다. 장애인과 노숙인에게 지역사회에서 혼자 살거나 주거’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듯이, 청소년에게도 “지역사회에 주거”를 제공하되 “촘촘한 삶의 지원”이 당연히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이 가정에 있거나 시설에 있는 경우만을 상상한다. 최근 아동복지법이 바뀌면서 시설에서 중도퇴소한 청소년도 자립을 지원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일부지만 거리에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정책적 혜택이 돌아가리라 기대하였으나, 정부는 아동복지시설에서 타 관할시설(소년원, 치료시설 등)로 옮겨져서 중도퇴소한 청소년만을 그 대상으로 삼았다. 청소년이 시설도, 가정도 아닌 거리에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정책 대안이다. 청소년은 성인의 보호 하에 있어야 한다는 전제는 현재 엄연히 존재하는 “거리의 청소년”들을 부정하는 것이며 그들의 존재를 보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오히려 청소년들을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 답은 이미 정해져있다. 가정도 시설도 아니라면, 집을 주는 것! 그리고 이들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원이 함께 되는 것! 그리고 이 사회가 미성년인 청소년이 독립된 주거를 가질 수 없다는 오래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많은 청소년의 문제는 해결점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유원선(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활동가)님이 작성했습니다.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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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번째 자취방, 벽지를 하나씩 떼어보다 충격
[22대 총선] 여기, 주거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있어요! 2024 총선주거권연대 연속기고 두 번째, 월세살이 청년의 이야기 노동, 빈곤, 종교, 청년, 주거시민단체 등은 부동산 정책만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무분별한 부동산 규제 완화를 저지하고 주거불평등 심판, 온전한 주거권 실현을 위해 ‘2024 총선주거권연대’를 출범하였습니다. ‘2024 총선주거권연대’는 주거권 역행 후보 선정, 주거 분야 공약 평가 활동에 이어 주거 정책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속기고를 진행합니다. 평생 월세사는 사람, 평생 전세사는 사람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사는 공연예술가입니다. 현재 옥탑방에서 월세로 거주하며 연극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연극을 하게 된 이유는 연습실을 빌릴 돈도 공연장 대관을 할 돈도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옥탑에서 먹고 자면서 종종 워크숍, 연습, 공연을 합니다. 작업과 생활을 하는 만큼 이 곳은 애정을 가지고 가꾸는 공간입니다.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총 세 번 자취방을 옮겼습니다. 이전의 집에서 불편하고 부당한 상황도 마주했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이곳은 거쳐 갈 집일 뿐이고, 언젠가 살기 좋은 ‘진짜 내 집’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것들을 미뤄왔습니다. ‘언젠가 내 집을 가지게 된다면 그때 열심히 꾸며야지’라는 생각으로 인테리어도 하지 않고 제대로 된 가구도 사지 않았습니다. 공연 일을 하고 살아야겠다고 결심한 이후, 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절대 혼자 힘으로 서울에 집을 살 수 없을 거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치솟는 매매가를 보면서 일반 직장을 다니는 사람도 사기 어려운 집을, 적은 수입을 가진 프리랜서인 제가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자리를 잡는다고 해도 그럴 것입니다. 아마 저는 평생을 세입자로 살 것입니다. 그래서 제 소유의 집이 아니더라도, 인테리어를 하고, 작업과 공연 공간으로 꾸미며 작당 모의를 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세입자로 살 것 같으니, 이에 맞는 생활 방식을 찾아야겠다는 저의 결심과는 달리, 세입자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저조합니다. 부동산 중심입니다. 집은 그저 재물로 여겨집니다. 집값 상승과 하락에 대한 이야기, 재개발과 이에 따른 이익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정부는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실거주 의무 유예’와 ‘1기 신도시 특별법’ 등이 통과되는 것을 보면 그러합니다. 집을 소유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익을 가질 수 있게 하느냐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월세와 전세는 자가를 소유하기 전까지의 임시 상태로 보는 듯합니다. 그러나 통계청의 ‘2022년 주택소유통계’에서 국민 주택 보유 현황을 보면, 유주택자 비율은 국민 평균 30.6퍼센트에 불과하며, 20~30대는 8.8퍼센트에 그칩니다. 국민 중 70퍼센트가량의 사람들이 집을 소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평생 월세 사는 사람도, 평생 전세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논의는 언제 이루어질까요. 내가 거쳐온 자취방 저의 첫 자취방은 주택을 개조한 다세대주택이었습니다. 4평이었고, 침대와 옷걸이, 작은 책상을 놓고 나면 아주 좁은 바닥 공간만 남는 곳이었습니다. 빨래건조대를 놓으면 그 공간마저 사라졌습니다. 방이 너무 작아 답답한 나머지, 집에서는 잠만 자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카페나 도서관에서 보냈습니다. 두 번째 자취방은 연식이 있는 오피스텔이었습니다. 대로변과 지상으로 다니는 지하철역 바로 옆에 지어져서, 아침부터 밤까지 지하철과 도로 소음 때문에 창문을 열 수 없었습니다. 언제나 창문 새시에는 시꺼먼 먼지가 묻어있었습니다. 또, 집 안에 세탁기가 없어 오피스텔 5층에 있는 공용 세탁기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넓은 평수에 만족하고 살고 있습니다만,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집을 구할 때는 몰랐던 곰팡내가 진동합니다. 에어컨 위쪽에 곰팡이가 펴있어서 곰팡이 제거제를 뿌렸는데 벽지가 녹아내렸습니다. 벽지를 하나씩 떼어보니 이미 그 자리에는 벽지가 4겹 정도 붙어있었습니다. 곰팡이가 생길 때마다 제거하지 않고 위에 벽지를 덧붙인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알고 보니 집의 벽지는 전부 두꺼운 단열 벽지였습니다. 벽지는 제대로 시공이 된 것이 아니라, 기존 벽지 위에 단열 벽지를 붙여놓은 상태였고 중간중간 제대로 밀착되지 않아 붕 떠 있었습니다. 단열 벽지를 살짝 떼서 들춰보니 안쪽에는 곰팡이가 가득했습니다. 아마 곰팡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벽지 위로 올라오지 않도록 단열벽지로 막아버린 듯했습니다. 이를 집주인에게 말하고 벽지 시공을 다시 해달라고 하자, 거부하며 벽지를 떼지 말라며, 어떤 집에 가든 벽지 뒤에는 곰팡이가 가득하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임대주택의 품질 문제는 개인이 잘 알아보지 못한 책임 혹은 돈을 모아 더 비싼 집으로 가면 해결되는 문제로 여겨집니다. 분쟁 상황 또한 자취하면 한번은 겪게 될 통과의례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는 세입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로,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넘겨서는 안 됩니다. 임대주택은 잠깐 거쳐 가는 공간이 아닙니다. 세입자 또한 잠깐 머무르는 상태가 아닙니다. 여건상 돈을 모아서 더 좋은 집으로 갈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가능한 여건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원합니다. 따라서 민간임대주택의 품질 기준을 도입하고, 세입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평생 세입자여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집이 세입자의 건강, 안전, 생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법상 최저주거기준 외에 사람이 살기 적합한 집을 판단하는 기준이 부재합니다. 최저주거기준은 가구원수 당 바닥면적과 부엌 등 필수시설만을 나열하고 있을 뿐이며, 그 면적도 매우 비좁습니다. 적절한 주거에는 더 많은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위생·환경·안전·에너지효율 등 구체적인 임대주택의 품질기준을 도입해 주십시오. 또한 기준 충족 여부 관리, 정보 제공을 위해 모든 민간임대주택에 등록의무를 부여해 주십시오. 세입자를 나쁜 위생과 부당한 상황에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국가는 취약한 주거 상황을 현장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분쟁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세입자를 보호해야 합니다. 주택의 상태를 관리하고 감독할 공적 조직이 필요합니다. 지자체마다 주택임대차 감독 행정을 담당할 주거감독관 제도를 도입해 주십시오. 평생 월세 사는 사람도, 평생 전세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평생을 세입자로 살 것입니다. 저 또한 언젠가 살기 좋은 ‘진짜 집’에 살게 될 것을 꿈꾸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가를 소유하는 것만이 주거에서의 최종 목표가 아닙니다. 월셋집도, 전셋집도 소중한 나의 공간입니다. 세입자와 임대주택은 미완의 존재이자 공간이 아니기에, 세입자인 상태에서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게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 글은 박혜연(서울 사는 공연 예술가, 월세살이 청년)님이 작성했습니다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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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만 찾아오는 쪽방촌... 우리를 병풍 삼지 마십시오
[22대 총선] 여기, 주거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있어요! 2024 총선주거권연대 연속기고 첫 번째, 동자동 쪽방 주민의 이야기 노동, 빈곤, 종교, 청년, 주거시민단체 등은 부동산 정책만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무분별한 부동산 규제 완화를 저지하고 주거불평등 심판, 온전한 주거권 실현을 위해 ‘2024 총선주거권연대’를 출범하였습니다. ‘2024 총선주거권연대’는 주거권 역행 후보 선정, 주거 분야 공약 평가 활동에 이어 주거 정책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속기고를 진행합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이 노래 어렸을 때 다들 불러보셨죠? 제가 특별히 ‘두꺼비 사랑’이 남다른 것도 아닌데, 이 나이가 되어서 이렇게 애타게 이 노래를 부를 줄은 몰랐습니다. 왜 이 노래를 했는지는 아시나요? 도대체, 사람 살기에 적합하지 않고 열악하기 짝이 없는 이 쪽방을 언제 새집, 공공임대주택으로 바꾸어 줄 겁니까? 알을 품은 두꺼비가 독사를 만나 싸우다가 잡아먹히면 죽기 전에 뱃속에서 독을 쏘아 독사도 죽게 만든답니다. 그러면 두꺼비 알들이 두꺼비 어미와 독사를 먹이 삼아 튼튼히 자란다고 합니다. 마치 이 이야기 속 ‘두꺼비 집’처럼, ‘헌 집’, ‘쪽방’에 살던 많은 주민의 희생이 따르고 있습니다. 이제 ‘새 집’, 공공임대주택이 나올 때가 되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이 속히 지어지지 않으면, 헌 집, 쪽방에 사는 주민들은 다 죽고, 다 떠나게 생겼습니다. 이게 말장난, 거짓말이 아닙니다. 2021년 2월 5일, 정부에서 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한 이래로, 지금까지 88명의 동자동 쪽방 주민들이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병상에 누워 위독한 가운데 하루하루를 버티고 계신 주민들도 있습니다. 3년간 동자동을 아예 떠나 서울의 다른 동네로, 심지어 저 멀리 지방으로 이사 나간 주민들도 있습니다. 동자동에 살다 이사 가서 거기서 돌아가신 주민들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니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언제 개발이 되냐? 되긴 되는 거냐?” 동자동 주민들이 자주 묻는 말입니다. 동자동 주민들은 사실, 기다리는 게 일인 사람들입니다. 잘 기다립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누추하고 작은 방에 누구라도 찾아오나 사람을 기다립니다. 행정관서에 뭘 신청하고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병원에 가서 진료 차례와 의사를 기다립니다. 쪽방상담소 온기창고에서 물건 타려고 줄 서서 기다립니다. 그래도 그건 몇 달, 며칠, 몇 시간이죠. 그런데 공공주택사업을 발표한 이래로 첫 단계인 지구지정조차, 무려 3년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입니다. 이거 어쩌자는 겁니까? 동자동 주민들을 위해 한다는 공공사업이라면서 주민들 다 떠나고 다 죽은 뒤에 하려는 겁니까? 3년이 지나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꿈쩍도 안 하고 있으니 동자동 주민은 분노합니다. 평온한 주민들 마음 들뜨게 해놓고, 말 없는 정부의 모습이, 또 말로만 공약하는 정치권의 모습이 한심합니다. 다 그만두고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하루 속히 시행하십시오. 약자들을 병으로 쓰러지게 하지 말고 좋은 환경에서, 깨끗한 새집에서 맘 놓고 살 수 있게 빨리 지구지정 하십시오. 정부는, 이번 총선에 나오는 후보들, 정치권은 자기들 필요할 때만, 이런 선거 있을 때만 쪽방에 찾아옵니다. 자기들 얘기만 하고, 사진 찍으러 올 거면 차라리 오지 마십시오. 가난한 이들을 병풍 삼지 말고, 주민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할 수 있는 일을 행동으로 보여주십시오. 다른 것 필요 없습니다. 우리 동자동 주민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조용히 가만히 기다리기만 한다고 이뤄질 수 없는 게 공공주택사업이구나, 우리의 주거권은 우리 힘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것이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공공주택사업을 통해 동자동에 공공임대주택이 지어져서 기분 좋게 입주하는 그 날까지 계속 목소리 낼 것입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이 노래를 계속할 것입니다. 이 글은 차재철(동자동 쪽방 주민,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교육홍보이사) 님이 작성했습니다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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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공약, 국민에게 ‘힘’이 될 수 있을까?
🌪️총선이 성큼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각 정당은 공식 선거운동에 나섰고 후보자들이 나와 토론회를 여는 모습도 보입니다. 제일 재밌는 것 중 하나가 싸움 구경이라지만, 선거철 후보들의 입씨름을 보는 마음은 그리 유쾌하지 않습니다. 하나뿐인 표를 어디에 던져야 할지도 고민이고 어디에 투표한들 좋은 변화가 있을지 불안하기도 합니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가져와 봤어.”라며 갖가지 공약을 쏟아놓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시민을 위해 뛰겠습니다”라며 입바른 소리를 하지만... 과연 이번엔 믿어도 될까요?🤔 정말 나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 존경하고 나를 위해 일해줄 후보라면 나와 닮은 점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장 둘러보았을 때 제 삶을 이해할 것 같은 후보는 보이지 않습니다. 후보들의 평균 나이는 작년보다 높아졌고, 여성 후보의 비율은 줄었습니다. 다양한 삶은 끼어들 틈을 잃고 절박한 의제들이 외면받는 것 같다고 느끼는 건 저 하나뿐일까요? 허울좋은 단어로 길어진 고속열차가 달리는 동안 걸어서 이동하는 수많은 사람은 잔상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질 것만 같습니다. 🏃‍♂️🏃‍♂️🏃‍♂️ 저는 벌써 다리가 아프네요. 나열하기에 끝도 없을 문제들이 한국인의 삶을 짓누르고 있는 지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캠페인이 한창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이 복합적 위기들은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 시민이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결국은 정부와 정치권이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문제들이다. 정부와 21대 국회는 대부분의 미래 의제들에 대해 눈을 감고 입을 닫아 대안을 생산하지 못했다.  미래 의제가 사라진 선거, 괜찮은가요? (참여연대 2024.03.29) 그래서, 뭘 하시겠다고요? 👀 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각 정당의 공약을 둘러보니 나열한 순서에 따라 어떤 분야를 우선하고 있는지 알 것 같은데요. 1호 공약이 아무래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의제일 테니까요. 재미있게도 국민의 힘에서 발표한 1호 공약은 가족, 육아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지만요. 여가부 폐지를 염두에 둔 듯 해당 부처의 업무를 흡수하는 ‘인구부’를 신설한다는 내용이 눈에 띕니다. 일터와 가정에서 ‘모두 행복’할 수 있게 하겠다면서 여성/가족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는 폐지하겠다는 기조가 참 아이러니합니다. 국민의힘 '저출생' 총선 1호 공약…부총리급 '인구부' 신설 (노컷뉴스 2024.01.18)  우편으로 오는 공보물이 아닌, 선관위 홈페이지와 각 정당의 보도자료를 찾아 읽으면서 공약을 정독한 건 처음이었는데요. 매 호마다 다른 작성자에 의해 쓰인 티가 많이 난다는 걸 느끼면서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로 느껴진 감상은 답답함, 실망감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제목에는 청년의 행복, 희망 같은 것을 적었지만, 세부 내용을 읽다 보면 반가운 변화나 희망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지원을 확대하고 이것저것 바꾸겠다고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제 삶에 적용될지 그려지지 않는 것도 같습니다. (글쎄요, 아무래도 공약에 기술된 청년은 결혼을 준비하는 청년, 여성은 일도 하고 아이도 낳는 여성이었달까요) 저출생 등 주요 의제에 관해 여야의 주요 공약을 비교하는 기사도 읽어봤지만, 글에 인용된 전문가 역시 ‘아쉽다’는 평을 내놓았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여야 정책의 차별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청사 세종 이전이나 차별금지법, 경제민주화 등 논쟁적인 공약도 적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날 통화에서 “정치인들이 큰 어젠다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측면도 있고, 한국 사회가 고도화·선진화돼서 선택지가 좁아진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여야가 띄운 총선 화두는 ‘저출생과 기후위기’ (경향신문 2024.03.14)  휴, 저의 힘은 안 되어주실 모양😅 제 눈앞의 여러 문제를 ‘국민의 힘 총선 공약’이라는 채에 걸러보았는데, 걸러지는 것 없이 후두둑 제 몫으로 남은 것 같습니다. 가진 것 없이 먹고 살아야 하는 저의 주거 문제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혼자서도 잘 살고 싶은 저의 노후는 어떻게 상상해야 할까요? 🤯 ‘청년 없는 총선’이 맞는 것 같아서 한숨이 조금 나오지만, 투표를 포기할 순 없고요. 남은 시간 동안 작고 소중한 제 표 하나가 어디로 향해야 할지 고민해 보려 합니다.. 총선을 앞두고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이라면,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각 정당의 공약을 통합 조회해 보시길 권합니다. 묘하게 재미있는 시간일 수도 있어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정당까지 줄지어 총 59개 정당이 표시되어 있는데요. (선관위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정당의 버튼은 비활성 되어있습니다) 분석이 포함된 정보가 필요하다면 총선을 위해 작성된 여러 읽을거리를 함께 참조해도 좋습니다.  📌그래도 들여다 보자! 총선 공약 바로가기 📌 🔎22대 총선 관련 캠페인즈에서 더 읽기🔎 총선 저출산 공약, 함께 비교해볼까요? - 지은의 투표 | 캠페인즈  제22대 총선 친환경선거만들기 캠페이너 | 디지털 시민 광장, 캠페인즈  🤝총선, 인재영입이 말해주는 것 - 애증의 정치클럽의 토론 | 캠페인즈  요즘 핫한 동물권, 총선에서도 핫할까? - 진솔의 토론 | 캠페인즈 
대통령의 민생토론회와 대파 한 단
총선을 약 일주일 앞둔 유권자로서 요즘 고민이 많다. 정정, 고민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참담한 심정이다. 역대급 고물가 시대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청년 유권자로서,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선거철 중 여러 측면에서 어지러움을 느끼는데, 그중 하나가 윤석열 대통령의 유해한 선거 유세 방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식에는 유례없는 독특함이 있다. 특유의 불통과 몰아붙임이 선거철 공세와 맞물려 그 정체성이 또 한 번 확인되고 있다.  그 대통령의 선거 유세 방식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지역 곳곳을 돌며 민생토론회를 총 스물네 차례 진행했다. 취임 극초기인 2022년 5월부터 11월까지 약 반년간 실시한 도어스태핑 이후 최다로 진행되는 연속적 언론 노출이다.  총선 시즌에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스물네 차례 진행하는 것이 상식적인가 하는 물음에 참고하고자 역대 대통령의 사례를 찾아봤다. 보도된 뉴스 기사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 중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각각 선거 두 달 전, 지방 방문 횟수는 각각 3회, 8회였다고 한다. (2024.03.07. 중앙일보.) 민생토론회 횟수가 잦다 보니 너무 많은 공약과 내용이 쏟아져서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방식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토론회의 의도와 내용이다. 우선 스물네 차례나 민생토론회를 진행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없이 명백한 선거 개입이다.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공직선거법 제85조 1항 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서울 수도권뿐만 아니라  수원, 부산, 울산, 충남, 대구, 전남 등 전국 곳곳을 돌며 이른바 ‘지역 숙원사업’을 해결하겠노라 유세활동을 벌인 것이다. 애초에 이런 활동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제지해야 하는 일이었으나, 선관위는 직무 유기로 일관하고 있다. (2024.03.27. 참여연대 성명서) 선거법 위반이라는 형식적 문제와 더불어 그 내용과 방식도 심히 문제적이다. 4/2 뉴스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로 GTX 조속 개통 및 의료개혁 등 240개 과제를 도출했다고 한다.( 2024.04.02.뉴시스) 윤 대통령은 “빠르게 행동하고, 벽을 허물자”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특유의 몰아붙이기 방식이다.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한 내용에는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 그린벨트 해제,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대형마트 영업규제 개선, 늘봄학교 전국 초등학교 확대 등의 정책이 포함된다. 그린벨트를 해제에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완화, 거기에 신공항 신사업단지 건설계획을 얹는다. 각 영역의 환경단체, 시민사회단체에서 요구하는 ‘기후공약’과는 거리가 먼 행태다. 또한 국가장학금, 주거장학금, 연구생활장학금 등 각종 장학금 지원 정책을 실시하겠노라 이야기하지만,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한 언급은 없다.  민생에 대해 대파 한 단 만큼의 감각도 없는 권력 현실 가능성을 떠나서 윤 대통령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이번 총선이 윤석열 대통령 임기 2년 차에 맞이하는 총선이라는 점, 시민들의 현 정권에 대한  ‘무능’과 ‘후퇴’라는 평가가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위기감이 들고 정권 영향력에 대한 심각성을 느낀다 해도, 민생에 대한 상식적 감각이 있다면 이렇게까지 폭주하긴 어렵다. 즉,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무감각한 상태’에서 본인이 휘두를 수 있는 칼을 최선을 다해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대파 한 단에 875원인 상황을 보고 ‘합리적’이라고 하는 모습에서 민생 삶에 대한 무지를 확인할 수 있지 않는가.  윤 대통령의 선택적 추진력은 위협적이다. 대통령은 ‘민생’을 앞세워 폭주 중이고, 양당은 모두 이 사태를 막지 못하고 있다. 거대 야당은 22대 총선 이후에 현재 국면을 어떻게 바꿀지 시간을 앞서 이야기한다. 그러나 흘러가는 그 시간 동안 후퇴한 정책들과 피해 입은 민생은 어떻게 보상을 받을 수 있나.  무기력한 당신, 혼자가 아니다 이번 총선이 흔히 이야기하는 ‘정권 심판’이라면, 심판은 단연 유권자의 몫이다. 그러나 ‘심판’은 이후에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적 가정이라는 점에서 현 총선의 ‘정권심판론’은 적절하지 않다. 위성정당이 판을 치며 의원 비례성은 아작나고, 진보 가치와 소수자의 목소리가 국회의 문턱을 넘기는 요원해졌다. 지역구에 투표할 만한 후보가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이런 상황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세요’라는 메시지는 오류 같다. 그러나 받아들여야만 하는 오류다. 이번 총선에 좌절감과 무기력을 느낀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어렵지만 함께 흘러가는 시간을 받아들이고 이 순간을 역사의 한 점으로 만들자. 방법은 하나뿐이다. 할 수 있는 최선의 표를 던지자. 최선이라고 여길 수 있도록 성실하게 준비하자. 
새 이슈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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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자활근로자의 노동은 노동이 아닌가요
자활근로자의 노동은 노동이 아닌가요 (2023-10-22) 이종천 | 자활노동자 삼색 볼펜심을 보디에 하나씩 꽂고 각각 스프링을 끼운 뒤 디바이더를 삽입해 볼펜심들을 나눈다. 그 뒤에 선축을 조립하고 마지막으로 볼펜을 쥐면 손에 닿는 라바라는 고무를 끼운다. 이렇게 볼펜 한자루가 조립된다. 필자 제공 오늘도 오전 9시에 출근해 작업 책상에 앉는다. 옆자리 동료와는 눈인사나 대화도 없이 바로 볼펜 조립을 시작한다. 내가 하는 일은 검정, 파랑, 빨강 볼펜심에 스프링을 끼우고 볼펜 본체에 끼워 넣어 조립한 뒤 제대로 조립이 되었는지 딸깍딸깍 작동해보고 바구니에 담는 일이다. 이렇게 온종일 작업해서 한 사람당 하루 볼펜 400~500개가량을 만든다. 단순 작업이라 일은 쉬워 보이지만, 일하는 환경까지 수월하지는 않다. 50분 작업에 10분 휴식 주기로 돌아가는 근무시간. 화장실도 가고, 담배도 한대 태우고, 작업시간 중이라 받지 못했던 전화 통화라도 할라치면 휴식시간 10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특히 10년 전 위암 수술을 받고, 올 초에는 대장, 소장 협착으로 절개 수술을 받았던 나는 물이나, 커피 같은 걸 조금만 잘못 마셔도 바로 설사를 하는데, 작업시간 50분을 참다가 휴식시간 10분 안에 해결하려면 여간 고통스럽지 않다. 그렇게 철저히 시간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휴식시간 10분에서 1분이라도 늦으면 ‘지시 불이행’이라며 징계를 받기 때문이다. 물론, 징계라고 해서 무슨 큰 제재를 가하는 건 아니지만, 감독관의 눈이 늘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광고 나는 2년차 자활노동자다. 정확한 사업 명칭은 ‘자활 근로 참여자’. 노동자(근로자)가 아니란 얘기다. 그러나 자활 근로 참여자도 엄연히 법정 근로시간인 하루 8시간 일한다. 그렇게 한달을 일하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120만원 남짓. 자활 근로 참여자는 노동자가 아닌 참여자이기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최저임금이나 4대 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 저소득 취약계층의 자활과 자립을 위해 마련된 자활센터 사업장은 만기 5년짜리 한시적 일자리다. 5년을 채우면, 더 일하고 싶어도 떠나야 한다. 5년간 일한 데 대한 퇴직금은 물론 없다. 퇴직이 아닌 참여 종료이기 때문에. 내 나이 60이다. 1989년부터 알루미늄 업계에서 30년간 일했다. 품질관리 기사로 시작해 관리팀장, 공장장을 거쳐 개인사업까지 그야말로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 그 결과 완성차 대기업에도 내가 생산한 제품을 여럿 납품했다. 그러나 내리막은 한순간이었다. 한번 삐끗한 사업은 다시 살아나지 못했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가진 것이라곤 몸뚱어리 하나 딱 남게 된 나는 닥치는 대로 일하기 시작했다. 한여름에 가로등 세우는 현장 일은 물론 아파트 경비, 지하주차장 관리원 등으로 열심히 일했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고된 노동으로 건강이 나빠지며 그마저도 모두 그만두게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깨 골절 수술까지 받게 되면서 먹고살 길이 막막해졌다. 하지만 죽으란 법은 없는지 거주지 행정복지센터에 신청해 일정 정도 생활비를 지원받고 치료도 받을 수 있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다. 광고 광고 3개월이 지난 뒤 구청에서 연락이 왔다. 수급자 신분이 유지되려면 자활센터에서 근무해야 한다고. 나 또한 일하고 싶었기에 잘된 일이라고 여겼다. 나처럼 자립 의지는 있으나 여러 상황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노동자로서 일할 기회를 준다니 너무도 감사한 일이었다. 누구든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쓸모와 노동의 가치를 확인하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채울 기회라니, 그것을 또 공적으로 지원해주다니, 참으로 좋은 제도 아닌가. 그러나 한달, 두달 일을 해나갔지만 나는 자존감을 얻지 못했다. 자립과 자활을 돕기 위한 것이라던 나의 일이 정작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노동자로서 사회 구성원의 일원이 되고 싶어 참여한 자활사업이지만, 정작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또 한번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현실이 서럽다. 정부가 취약계층에 ‘희망’을 준다며 일자리 늘리기에 열을 올리면서 정작 보호받아야 할 이들의 권리는 왜 보호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다가오는 2026년이면 나도 참여 기간이 종료돼 더는 이곳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때까지 나는 이곳에서 노동 아닌 노동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과연 나는 이 사회의 일원인 노동자로서 내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고 있는지, 값싸게 빼앗기고 있는 것인지 헷갈려 하면서.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새 이슈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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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10년 후퇴한 윤석열 정권의 자유민주주의
윤석열 정권 3년차, 민주주의 평가하기①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선행 게재되었으며, 이후 얼룩소에 동시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 우리가 특정 정권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경제 성장이 얼마나 됐는지 평가할 수도 있고, 외교 문제를 얼마나 잘 헤쳐 나갔는가, 복지를 기준으로 얼마나 잘 분배했는가, 과학 기술을 얼마나 발전시켰는가 등 우리는 중요하고 다양한 분야의 업적을 기준으로 삼아 정권의 실적을 평가한다. 그 다양한 분야 중 필자는 윤석열 정권 3년 차의 ‘민주주의’에 대한 성적을 매기고자 한다. 민주주의 평가는 다수 시민의 뜻이 공정하게 정치에 반영되고 있는가를 보는 것으로, 특정 정권에서 다양한 사회 문제가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해 해결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민주주의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건 민주주의 데이터를 참고하는 것이다. Freedom house나 Economist 등 다양한 기관에서 민주주의 지수를 정리하여 공개하고 있는데, 그중 이번 분석에서는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의 V-Dem 연구소가 관리하는 ‘V-Dem(Varieties of Democracy) Index(이하 V-Dem)’가 민주주의 평가에 있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어 사용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해 윤도원 정치체제 연구자는 ‘V-Dem은 정치 체제나 민주주의를 연구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대부분 다루고 있는 좋은 데이터’이며, ‘정치 체제나 민주주의 관련 분야 연구에서 최근 가장 많이 쓰이는 데이터가 V-Dem’이라며 V-Dem 지수에 대해 좋게 평가했다. 이번 연재에서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1편에서는 윤석열 정권 3년 차의 자유민주주의 지수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이루어진다. 2편에서는 더 나아가 자유민주주의 지수를 구성하는 세부 지표들과 독재화(Autocratization)와 관련된 세부 지표들을 분석하고 평가한다. 모든 분석은 민주화 전후 변화를 비교하고자, 가능한 한 1986년부터 2023년까지 데이터를 분석하였음을 밝힌다. 또한, 연재에 사용된 모든 그래프는 V-Dem 그래프 툴 홈페이지(https://www.v-dem.net/graphing/graphing-tools/)를 활용하여 제작하였음을 미리 밝힌다. 윤석열 정권의 자유민주주의, 10년 전 박근혜 정권 시절로 후퇴해 V-Dem 대표적으로 다섯 가지 민주주의 지수(숙의/평등/자유/선거/참여)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자유민주주의 지수(Liberal Democracy Index)’를 통해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유는 2가지인데, 우선 2024년 V-Dem 연구소에서 출간한 ‘민주주의 리포트 2024’에서 주로 활용한 지수가 자유민주주의 지수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 등 중요한 연설에서 ‘자유’,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해 온 만큼, 자유민주주의 지수가 실제로 잘 나왔는지 확인하는 게 다른 민주주의 지수를 확인하는 것보다 더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정권의 2023년 자유민주주의 지수를 살펴본 결과, 0.6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에 비해 0.13점 하락한 것으로, 민주화 이후 가장 크게 하락한 것이다. 민주화 이후 자유민주주의 지수가 0.6점 이하를 기록한 건 노태우 정권과 박근혜 정권으로, 2014년 0.6점을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점수가 0.6점을 기록했다. 즉, 윤석열 정권이 집권한 2022-2023 사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10년 전으로 후퇴했다. 윤석열 정권하에 민주주의 지수가 하락한 것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V-Dem 연구소의 ‘민주주의 리포트 2024’에서 사용된 ‘독재화’라는 표현을 강조하여 기사를 작성했다. 이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관련 설명에 따르면 ‘독재화’는 ‘선거민주주의(Electoral Democracy Index) 점수가 최소 0.1점 이상 하락’했음을 나타낸다. 즉,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가 이전에 비해 유의미하게 후퇴했음을 나타내긴 하지만, ‘윤석열 정권이 독재자 같은 통치를 하고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V-Dem 리포트에서 한국의 2023년 민주주의 상태는 여전히 ‘자유민주주의’로 분류되어 있다. 이는 V-Dem에서 정치 체제를 구분하는 네 가지 기준(자유민주주의 / 선거민주주의 / 선거권위주의 / 폐쇄적 권위주의) 중 가장 높은 민주주의 단계이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 상대적으로 낮은 민주주의 점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윤석열 정권 이래로 지속해서 모든 민주주의 지수가 하락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특별한 변화 없이 2024년이 지나가면 한국의 민주주의 평가는 더 내려갈지도 모른다. 세부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가 후퇴했는지는 2편에서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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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봇이 직원 팁 뺏어도 된다던데요?
AI 윤리 뉴스 브리프 2024년 4월 첫째 주 by. 🤔어쪈 1. 미국의 AI 정책이 기업보다 정부를 먼저 규제하는 이유 AI 윤리 레터에서도 두 번에 걸쳐 다뤘던 미국 백악관의 AI 행정명령, 기억하시나요? 작년 11월, 6개 원칙 아래 정부 부처별 할 일 목록을 발표했었죠. 그 중 우리나라 기획재정부에 해당하는 예산관리국(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 OMB)에 내준 숙제, 정부의 효과적이고 책임있는 AI 활용 방안이 기한에 맞춰 제출되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연방 부처에서 활용하는 AI 기술이 권리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그에 따른 사전 및 운영 중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예컨대 법 집행 과정에서 활용하는 얼굴인식 프로그램은 사전 영향평가를 통해 편향성을 충분히 완화하고, 도입 이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하죠. 물론 불명확한 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구체적인 용어 정의와 행동 지침에 더해 부처별 최고 AI 책임자를 지명하여 해당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어 기존 원칙에서 행동으로 한발 나아갔다는 평입니다. AI 윤리 레터에서도 수차례 지적했듯, 정부는 AI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AI 기술을 행정에 도입하는 공급자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AI 기업들에게 안전성을 주문하고 책임을 묻는 것 이상의 자기규율이 요구되는 이유죠. AI 정책의 규제 대상으로 보통 기업을 떠올리기 쉽지만, 서비스 이용자 및 소비자를 넘어 모든 시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부 역시 규제 대상으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2. 챗봇이 직원 팁 뺏어도 된다던데요? 작년 10월, 미국 뉴욕시는 책임있는 AI 활용을 주도하는 도시가 되겠다며 시정에 AI 기술을 대대적으로 활용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뉴욕 내 사업자에게 제도 및 정책 정보를 제공하는 ‘마이시티 챗봇(MyCity Chatbot)’도 함께 발표했죠. 시에서 직접 도입한만큼 신뢰성이 중요한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탐사 보도 전문 지역 언론에서 살펴본 결과, 챗봇을 곧이곧대로 믿다간 범법 행위를 저지르기 십상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직원이 받은 팁 일부를 챙겨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챗봇은 뉴욕시 공식 정책 문건까지 인용하며 가능하다고 답했지만 이는 명백히 불법입니다. 아직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했는지는 불분명한 상황인데요. 이러한 문제제기에 해당 챗봇은 테스트 운영 중이므로 중단하기보다 계속해서 개선하겠다는 말뿐인 뉴욕시가 에어캐나다의 전철을 밟는 것처럼 보이는 건 저뿐일까요? 마이시티 챗봇은 접속 화면에서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 AI 서비스로 구현되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다만 뉴욕시는 챗봇 개발과 운영에 있어 MS가 정확히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함구하고 있다고 하죠. 우리나라 정부 부처 역시 너나 할 것 없이 AI 도입을 서두르는 모습인데요. 뉴욕시 사례를 본보기 삼아 보다 책임있는 자세를 취해주길 바랄 따름입니다. 3. 방통위도 가세한 국내 AI 법 제정 움직임 지난 목요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발표한 2024년도 업무계획에는 예년과 달리 인공지능이 수차례 언급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서비스 이용자보호법’을 제정하겠다는 계획이 눈길을 끄는데요. 부처 전체의 한해 계획을 담은 문서인만큼 상세한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습니다. 신뢰성 보장과 역기능으로부터의 이용자 보호를 위해 ‘고영향 인공지능서비스 구분, 위험성 관리, 분쟁조정 등’의 관리체계를 수립하겠다고 한 것을 보면 아무래도 EU의 AI 법을 참고한 듯 보여요. 입법과 별개로 AI 생성물 표시제를 도입하고, 생성형 AI 피해 예방 및 대응을 위해 자율 가이드라인과 전담 신고창구를 마련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크게 AI를 기술로, 미디어로,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서비스로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각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AI 거버넌스를 주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처마다 서로 담당하겠다고 손을 드는 와중에 국회에서는 인공지능법안이 1년 넘게 계류 중인 상황이죠. 다가오는 총선 이후 이 구도가 어떻게 재편될지도 관건입니다. 4. AI 학습 데이터 출처, 공개해야할까? 생성형 AI 서비스 개발을 위해 원 저작자 허락없이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는 행위가 저작권 침해인지를 두고 소송전이 한창이죠. 이에 앞서 학습 데이터 출처를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최근 EU에서 의결한 AI 법에서도 학습 데이터 상의 저작물 정보 고지 조항이 가장 많은 관심과 함께 로비 대상이 된 바 있죠.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국가에서는 명확한 제도가 없어 여론의 향방 역시 중요한데요. 미국에서 진행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이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했습니다. 54%의 응답자는 AI가 다른 이의 작업을 바탕으로 결과물을 생성하므로 데이터 출처를 언급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14%는 이미 온라인 상에 있는 정보이므로 필요없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잘 모르겠다는 사람이 무려 30%를 넘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겠네요. AI가 생성하는 콘텐츠 종류를 특정한 경우, 특히 언론과 예술 분야에서 출처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의견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조사는 학습 데이터 공개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대신 ‘참고한 자료 출처를 명시해야 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아마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이다보니 생성형 AI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기는 어려웠겠죠. 학습 데이터 출처 정보 제공을 꺼리는 입장에서는 AI의 ‘생성’이 반드시 학습 데이터를 ‘참고’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할 여지도 있어 설문 결과의 파급력은 제한적일 수 있겠습니다.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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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격자는 밖으로: 대한민국 낙천낙선운동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 지난 1월 3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이하 2024 총선넷)'가 '다시 한번, 기억 약속 심판'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식을 가졌다. 90여 개의 시민 조직이 참여한 2024 총선넷은 혐오 정치를 종식시키고 희망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낙천낙선 활동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대한민국 시민사회가 이뤄온 낙천낙선운동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 *본 글에서는 낙천낙선운동을 처음 시작한 진보 진영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다룬다.▲ 2024총선시민네트워크 출범식 모습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제공 낙천 그리고 낙선 지난 3월 한 달간 뉴스에서 자주 등장한 단어는 아마 '공천'일 것이다. 데이터 분석 서비스 'Sometrend'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공천' 키워드 언급은 2,145건으로, 단순 계산 시 하루 평균 71.5건, 시간당 세 번씩 뉴스에서 다뤄졌다. 공천이란, 정당이 선거 출마자를 당의 후보로 공식 추천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성찰' 정당 소속 '박성장'이 선거에 출마하려면, 공천을 받아야 '성찰당의 박성장입니다'라고 소개할 수 있다. 공천에서 떨어지면 선거를 포기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한다. 낙천낙선운동은 바로 이 공천에서 시작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낙천(공천에서 탈락시키기) 운동은 부적격자를 사전에 정당 밖으로 나오지 못 하게 하는 것이며, 낙선(후보자를 탈락시키기) 운동은 이미 후보로 등록된 사람을 선출하지 않는 것이다. ▲ 지금도 쏟아 지고 있는 ‘공천’ 키워드 ⓒ성찰과성장 감시에서 낙천낙선으로 대의민주주의(의회정치)에서 정당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다. 정당은 다양한 사회적 이해관계를 하나의 정치적 의제로 집약하여 유권자가 자신의 의견을 정책과정에 반영시킬 수 있게 한다. 또한 정당 활동을 통해 유권자가 정치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시민 참여가 촉진되고, 민주적 참여 방법에 대해 배우게 된다.그런데 이런 정당 시스템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 할 때, 정당의 역할을 대체하려는 새로운 흐름이 생겨난다. 이미 유럽(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는 1970년대부터 유럽의 시민사회는 기성 정당 체제(위계적이고 비민주적인 대의 방식)에 비판을 제기하며, 새로운 정치 이슈를 제안해왔다(Lawson and Merkl, 1988; Dalton and Keuchler, 1990).이런 세계적 흐름 속에서 등장한 것이 2000년 ‘총선시민연대’다.  잠시 세기말로 눈을 돌려보자. 1999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등 중앙시민단체를 주축으로 ‘국정감사 모니터 시민연대(이하 국감연대)’가 결성됐다. 목적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평가였다. 하지만 국회 14개 상임위원회 중 9개 상임위가 국감연대의 방청을 불허하고, 2개 상임위는 부분 방청만 허용했다. 국회의 입장은 시민이 감히 국회의원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 변호사 출신 의원은 “시민단체가 무슨 권력 집단이냐? 아예 완장 차고 교통단속도 하지 그러냐.”라며 비꼬았다(참여연대 2012).상임위 회의실에 입장조차 못 한 국감연대는 좀 더 근본적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실무자를 중심으로 낙천낙선 운동팀을 꾸렸다. 여성단체연합,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이 주축이 돼 2000년 총선시민연대를 결성했다. 총선시민연대는 2000년 1월 1차로 66명을, 2월 2차로 42명의 공천 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부적격 기준은 부패 행위, 선거법 위반, 헌정파괴 반인권 이력 등이었다. 총선시민연대가 부적격자로 판단한 102명 중 64명은 결국 당의 추천을 받아 총선 후보로 공천되었다. 2000년 4월, 총선시민연대는 64명에 출마자 22명을 더해 86명의 낙선 대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최종적으로 86명 중 59명(68.6%)이 낙선되는 성과를 얻었다. 시대별 낙천낙선 운동 낙천낙선운동은 16대(2000), 17대(2004), 19대(2012), 20대(2016) 총선에서 이뤄졌다. 18대와 21대 총선은 연대 조직이 결성되지 않았다. 이 운동은 각 시기의 쟁점에 맞춰 부적격자 기준을 조정했다. 구성 조직이나 세부 방향에 차이는 있어도 핵심은 낙천낙선운동이었다. 현직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17대 총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찬성투표 의원들이 낙천낙선 대상에 추가되었다. 또한 ‘비례대표 부적격 후보’도 개별적으로 별도로 발표했다. 17대 총선에서 낙선 대상자 63%를 낙선시키는 성과를 얻었다(206명 중 129명 낙선).18대 총선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반대 운동을 펼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는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 등으로 인해 진보 진영 시민사회가 결집하는 총선 대응 조직은 꾸려지지 않았다. 각 단체에서 개별 대응하거나 분야별(2008총선미디어연대)로 대응 조직이 꾸려졌다.19대 총선에서는 ‘2012총선유권자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낙천낙선운동이 개진됐다. 해당 시기의 뜨거운 쟁점이었던 한미자유무역협정, 의료 민영화 등이 부적격자 기준이 되었다. 19대 총선에서는 낙선 후보 55명 중 15명(27%)만 낙선하는 아쉬운 성과를 얻었다.20대 총선은 비극적인 세월호 참사 이후 치러진 첫 총선이었다. 부적격자 기준에 세월호 참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기준 등이 추가되었다. 또한 시대 흐름에 맞춰 ‘3분 총선’ 등 온라인 환경을 적극 활용했다. 2016총선넷이 추린 집중심판대상자(낙선명단) 35명 중 15명(42.9%)이 낙선했다.21대 총선에서는 18대 총선처럼 범연대 조직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경실련이 '21대 총선 후보 선택 도우미(vote2020.ccej.or.kr)' 사이트를 통해 특정 후보자에게 ‘낙선’ 표시를 달았고, 환경운동연합은 각 당의 환경 공약을 평가하여 등급을 매기는 등 단체마다 개별 대응했다. 성과 그리고 과제 2000년에 시작된 낙천낙선운동은 높은 낙선율로 시민운동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성과를 보였다. 이 운동을 주도한 총선시민연대는 낙선 대상자의 67%를 낙선시키며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특히, 수도권에서 비적격 판정을 받은 20명 중 19명을 낙선시키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 운동은 권력 감시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형태의 정치운동으로 발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그러나 이 운동에는 명확한 한계도 있었다. 단순히 인물 교체에만 초점을 맞추며 근본적인 정치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 강한 당파성으로 인해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점,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네거티브 운동이라는 비판이 그것이다. 이러한 비판을 수용하여, 2004년 총선부터는 긍정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한 당선 운동도 등장했다.▲ 2024총선넷에서 선정한 ‘최악의 후보’ ⓒ2024총선넷 누리집 갈무리한편 2024년 총선시민네트워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 운동이 과거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구체적인 정치 개혁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시민사회와 정치권 사이의 건설적인 대화와 협력의 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단순히 부적격자를 배제하는 것을 넘어, 유능하고 도덕적인 인물들이 정치에 참여하도록 격려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신뢰와 참여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해나가길 기대한다.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의 노력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동력이 되길 바란다.참고문헌 참여연대 누리집 경실련 누리집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누리집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정치] 의정 감시에서 업그레이드된 정치 참여 시민운동, 낙천낙선 운동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요?>, 2020.10.13. 강창구, <안산 시민 70% 시민단체 낙천ㆍ낙선운동 공감>, 연합뉴스, 2000.12.16. 김호경, <20대 총선 낙천·낙선 운동 본격화…공천 부적격자 기준은?>, 동아일보, 2016.2.23. 손봉석, <20대 총선 낙선·낙천운동 위력은?…16·17대 총선은 낙선운동 성공률 60% 넘어>, 경향신문, 2016.3.23. 김태진, 이수현, <시민단체 '총선 사이트'는 낙천·낙선운동 버전?>, 매일신문, 2020.4.29. 조재연, <보수·진보 시민단체 4·15 총선 낙천·낙선운동 시동>, 문화일보, 2020.2.21. 김현철, <‘낙선운동 합법’ 2024 총선넷 “혐오정치 끝내고 희망정치로”>, 인천투데이, 2024.1.31. Lawson, Kay and Peter Merkl, eds. 1988. When Parties Fail.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Dalton, Russell and Manfred Kuechler. 1990. Challenging the Polit cal Order.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대안을 배달해드립니다 - 창작그룹 '성찰과성장'글 작성 및 편집 : 박배민성찰과성장.com
"제 보증금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임차인 울리는 주거 문제야말로 '사회 문제'
“주거 문제는 사회 문제”라는 외침이 여전히 필요한 사회   김지선 나눔과 미래-성북주거복지센터 활동가   서울살이 10년, 8번의 이사 학업을 위해 서울로 간다는 기쁨도 잠시, 서울에서 1인 가구로 방을 구해 사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보증금이 저렴한 편이고 식사도 해결할 수 있어 덜컥 계약해버린 반지하 하숙집은, 여름에 벽면 가득 곰팡이가 피는 위험한 공간이었다.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도 거주할 수 있어 선택하게 된 원룸텔은 잠을 자는 것 외 다른 생활은 상상하기 어려운 비좁고 어두운 곳이었다. 첫 전셋집이었던 투룸 빌라 역시 자고 나면 머리맡에 곰팡이가 생기는 공간이었다. 좀 더 나은 주거환경을 찾아 이사에 이사를 거듭하다 보니, 지난 10여 년 동안 8번의 이사를 경험했다.   주거 정책의 제안과 개선 활동 :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주거분과 이는 나만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에서 독립하여 살아가는, 또는 독립을 고민하는 청년 다수가 겪는 문제였다. 그만큼 주거 문제를 향한 관심을 넘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려는 청년들이 많았다. 이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서울시의 청년참여 기구(거버넌스)인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의 주거분과였다. 서울청년 정책네트워크는 사회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겪어 온 청년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기반해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거나 기존의 정책을 개선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청년월세지원사업’, ‘청년주거상담센터’와 같은 정책들이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를 통해 제안되었다.   주거 정책의 전달 활동 : 주거복지센터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주거분과가 주거 문제와 관련된 의제를 설정하고 정책을 제안 또는 개선하는 일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주거복지 센터는 정책의 전달체계로서 각종 주거서비스를 제공하고 주거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원을 조직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당사자와의 상담과 사례관리를 기반으로, 문제를 겪는 가구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주거 정책 정보의 제공과 연계, 주거 위기에 처한 가구를 위한 주거비 지원, 주거 정책 접근성을 높이고 자원을 연계하기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에 힘쓸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주거권을 옹호하기 위한 각종 활동에도 참여한다. 한편, 필자가 소속된 사단법인 나눔과미래는 서울 성북과 종로 지역의 주거복지센터를 위탁 운영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주거권이 시민들의 당연한 권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만성적 주거불안에 노출된 시민들 지난 5여 년 동안의 활동을 통해 주거의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시민들을 만나면서 많은 이들이 임대차 계약부터 퇴거 후 이사의 전 과정 에서 만성적 주거불안에 시달리고 있음을 느꼈다. 임대인과 공인중개사에 비해 임차인이 가진 정보와 권한이 부족해 불리한 계약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도 않았는데 임대인이 퇴거 요구를 하지는 않을까, 이러한 주거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나 혼자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밖의 수많은 주거불안이 시민들 삶에 내재해 있었다. 2022년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전세사기’는 오랜 시간 반복되고 축적되어 온 우리 사회의 만성적 주거 문제가 말 그대로 ‘폭발’한 것이었다.   “주거 문제는 사회 문제”라는 외침이 여전히 필요한 사회 시민들의 겪고 있는 여러 층위의 주거불안을 한 번에 다 나열하기 어려운 만큼, 이를 해소하는 방법 역시 하나의 글에 담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많은 시민이 공통으로 말하는 주거불안 중, “주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이 나에게 있고, 나 혼자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주거 문제는 해결을 위해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을까? 이번 전세사기에 대한 행정과 의회의 대응을 살펴보면, 아직도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민의 주거불안이 임차인과 임대인이 가진 정보와 권력의 차이, 주택임대차보호법·최저주거기준을 포함한 법적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 공공임대주택 공급보다는 대출에 의존하는 정책, 주택 형태(다세대, 다가구, 아파트 등)와 점유 상태(임차, 자가소유 등)에 따른 주거환경의 격차 등을 포함하는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발생하고, 그렇기에 공공이 주거 문제에 대해 책임지고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외침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필요함을 간절히 깨달았다. 주거불안을 일으키는 구조적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주거 문제는 사회 문제”라는 대전제에 대한 공감과 설득이 필요하다. 그 필요성을 깊이 새기며, 오늘도 주거 문제 당사자들을 만나는 현장에서 ‘혼자가 아니다’,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보자’ 마음을 전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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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유권자에게 ‘평화’를 제안합니다
<사진=pexels> 22대 총선에 관한 여러 소식 중 단연코 눈에 띄는 건 ‘기후위기’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기후목표정상회의에 불참하는 등 무관심한 행보를 보였으나, 여야를 포함한 대부분의 정당이 총선 10대 의제 안에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민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기후 국회’를 만들고자 결의하는 가운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평화를 함께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군대, 온실가스 배출량의 사각지대 올해 ‘지구종말시계’의 초침은 ‘자정까지 90초’로 유지한다고 합니다. 전 세계는 사람과 자연이 지구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안으로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각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딱 한 분야 ‘군사 부문’을 제외하고 말이죠. 각국의 군사기지와 군사 활동에서 유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파악할 수조차 없습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는 군사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국가별 배출량 집계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015년 파리협정 당시에는 군사부문의 탄소배출량 보고를 각국의 ‘자발적 선택사항’으로 두어 문제가 되었습니다. 국제적 책임을 위한 과학자들(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 SGR)은 “군수산업과 군사활동으로 인한 탄소 배출이 전 세계 배출량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며 다른 분야가 탄소 배출 저감 조치 등 들이는 노력이 무색하게 “군수분야의 탄소 배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대다수의 국가가 군사부문의 탄소배출량을 ‘국가 안보’ 상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으며, 이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와 통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보고할 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2022년 녹색연합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한국의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기준 약 388만 톤 CO₂-eq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배출량은 전국 783개 공공기관의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이렇듯 군대는 기후위기 대응의 사각지대라 불립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앞으로 1.5℃이상 높아지면 지구 상에 더이상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이 도래할 거라 예측합니다. 많은 시민들이 정부와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만, 군대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막대한 군사비를 줄여 사람과 지구에 2021.04.26 용산 전쟁기념관 앞. 세계군축행동의 날 퍼포먼스 <사진=2021 세계군축행동의 날 캠페인> 전 세계는 2022년에만 2조 2,400억 달러(약 2,980조 원)를 군사비로 사용했습니다. 환산하면 전 세계가 1분당 56억 원, 1초당 1억 원을 군사비로 사용한 셈입니다. 세상이 막대한 군사비를 지출한 만큼 안전해졌냐는 물음에 쉽게 ‘그렇다’는 대답을 내놓기 어렵습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군비증강 추세를 보이기 시작해, 세계 각국이 더 많은 무기를 사들이고 팔았습니다. 작년 10월부터 본격화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과 확전 우려로 세계는 다시 ‘전쟁’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각국의 군비증강은 군비경쟁을 부추겨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안보딜레마를 야기시켜 오히려 세계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군사비를 줄여 사람과 지구에 사용하자는 외침이 절실한 시기입니다.    발전도상국이 2030년까지 파리협정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조 1천억 달러가 필요합니다. 세계가 작년 한 해 군사비를 지출하지 않았다면 그 돈을 발전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을 위해 사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무모한 상상을 해봅니다.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전쟁 준비에 몰두하느라 지출한 군사비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한국은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군사비를 많이 지출하는 국가이지만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평가에서 전체 67위 중 64위를 기록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사용 부문, 재생에너지와 기후정책 부문에서 ‘매우 저조함’ 평가를 받았으나 한국의 2024년 탄소중립예산은 목표로 계획된 17조 2,414억보다 낮은 14조 5,181억 원이 책정되는 것에 그쳤습니다. 탄소중립기본계획에 따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계획에 차질을 빚을 거라 예측되는 상황입니다.  반면 2024년 한국의 국방예산은 59조 4,244억 원으로 작년 대비 더 상승했습니다. 국가 세수 부족으로 재난 안전, 성평등 등과 관련한 예산들이 줄줄이 삭감되는 가운데 국방예산만은 정권을 막론하고 매년 고공행진 중입니다. 군사비를 삭감하여 기후위기 대응에 사용하고, 대화와 협력을 통한 단계적 군축을 실시할 때 비로소 시민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후정의 없이 평화 없고 평화 없이 기후정의 없다 2022.09.26 군대와 전쟁, 그리고 탄소 배출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사진=참여연대> 4월 10일, 총선을 단 10여 일 앞둔 현재 ‘기후 유권자’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습니다. 기후정치바람은 2023 기후위기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통해 기후 의제에 관심이 높고, 이번 총선에서 정치적 견해가 다른 후보여도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 올바르게 제시되었다면 투표하겠다(62.5%)는 이들을 기후 유권자로 호명했습니다. 유권자의 3명 중 1명(33.5%)인 이 기후 유권자들은 산업계 지원 중심의 기후정책이 아닌, 산업 전반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 및 제도 구축과 이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후 유권자에게 제안합니다. 기후위기에 맞서고자 한다면 평화롭게 살 권리에 대해서도 동시에 질문하자고 말입니다. 2023년 기준, 한반도 일대에서 1.5일에 한 번꼴로 군사훈련이 실시되었습니다. 무력 충돌 위험성은 높아지고 전쟁 위기가 고조되며 시민들은 평화롭게 살 권리를 일상적으로 침해 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한 표로 기후 국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시민의 평화롭게 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라고 당당히 요구해야 합니다. 이번 총선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 달성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들 합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 계획’에 군사 부문의 배출량을 제외하고서는 제대로 된 감축이 될 리 없습니다. 배출권 금액 하락으로 기후위기 대응 기금은 감소했고, 국가 세수 부족 상황에서 지금처럼 군사비에 천문학적 금액을 들이고서 기후위기 대응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국가 안보라는 허울 아래 기후위기에 대응할 시간과 돈이 새어 나가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품어야 합니다. 나아가 더 많은 기후 유권자가 국회와 국방부에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투명하게 보고하라고 촉구해야 합니다. 군사비를 삭감하여 우리가 함께 살아갈 지구를 위해 사용하자고 외쳐야 합니다. 기후정의 없이 평화 없고 평화 없이 기후정의는 없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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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핫한 동물권, 총선에서도 핫할까?
동물권이란  동물권(動物權, 영어: animal rights)은 비인간동물 역시 인간과 같이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 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지니고 있다는 개념이다.  위키백과  나는 어린 시절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어린이였던 나는 동물이 귀여워서 좋아하였다. 하지만 세상에는 가여운 동물들이 많았고 그 가여운 동물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그래서 그 시절 어린 내가 할 수 있는 실천부터 했다. 간식을 챙겨 다니거나 로드킬 당한 동물들의 사체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 묻어주었고, 길을 배회하는 길 개들을 집으로 데려와 밥과 물을 주었다. 내 손에 닿는 따뜻하고 보드라운 감촉이 좋아서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동물을 만지는 행위는 하지 않으려 애썼다. 지금 나의 동물권에 대한 관심은 어릴 적 동물을 가여워한 마음부터이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동물학대들 오랜 시간 비인간 동물을 향한 혐오 범죄 뉴스들을 매일 접하고 있다. 생각지도 못하게 잔인한 방법으로 비인간 동물들을 죽이고 학대한다. 그 방법은 날로 악해지고 있다. 법적제재가 연약한 만큼 그들은 더욱 당당해진다. 그뿐 아니다. 전시 동물의 비위생적인 상태와 동물 특성에 맞지 않는 생활공간으로 고통받고 있다. 관리 또한 미비하여 작년은 얼룩말 ‘세로’의 동물원 탈출과 올해는 생태체험장 ‘타돌이’의 탈출 기사가 크게 났다. 하지만 이 문제를 재미난 해프닝 정도로 기사들이 도배 되었고, 이들이 나오게 된 경위와 탈출 후 다시 잡혔을 무력감 같은 감정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세로의 탈출 이후 해당 동물원에는 세로를 보기 위한 인파로 북적거렸으며 그 수는 평소 방문객의 수를 뛰어넘었다.  이에 “스타탄생”이라는 기사도 여럿 났다.   얼룩말 세로를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들이다. 대부분 인간 중심적인 해석으로 세로를 보고 있으며 그것을 인간의 흥미유발로 휘발시킨다.  또한 지금까지 동물을 전시하고 체험까지 할 수 있는 동물원 생태체험장을 운영할 수 있는 법적 단계가 매우 쉬웠기 때문에 아무나 만들 수 있었다. 따로 관리감독도 미비했기에 폐관을 하고도 전시동물을 보살피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의 뉴스를 왕왕 볼 수 있었다. 지난 2월 대구의 한 동물원의 경우 자금을 이유로 닫은 이후  최소한의 관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다치고 아픈 동물들의 울음 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최소한의 관리도 되지 않고 불만 켜져있는 실내동물원> <관리가 전혀되지 않는 모습> 또한 번식장의 동물들은 최소한의 삶을 영위하기에도 부족한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번식장 같은 경우는 허가 번식장과 무허가 번식장으로 크게 나뉘는데 그 형태는 별반 다르지 않다. 뜬 장에서 오물의 악취와 발이 빠진 채로 이동은 커녕 제대로 서있을 수도 없는 환경에서 살아간다.식용개를 사육하는 사육장  뜬 장에 갇혀 7시간을 보낸 기자르포를 본 적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체적 불편함은 당연하고 심리적 불안감이 심하였다고 했다. 직접적인 경험으로 뜬 장에 있는 강아지들이 가질 심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농장 동물과 비인간 동물 관련 행사와 축제의 실태까지 얘기하자면 비인간 동물의 사회적인 문제는 무궁무진하다. 총선과 동물권 4월 다가올 이번 총선이 이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동물권 감수성이 높아진 만큼 총선에 동물 관련 공약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각 정당들의 공약들을 살펴보면 대략 이렇게 정리된다.  더불어 민주당은 당차원에서 동물학대 행위자 사육권 제한, 반려동동물 공장 제한, 농장동물과 동물원 시설 개선 등을 발표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해결 될 가능성이 있는 과제들이다. 물론 반대 세력이 있고 기존의 업자들의 반발이 예상 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섬세하게 법제화 시킨다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녹색정의당은 펫숍 금지, 동물보건소 설치, 동물 학대 축제 폐지, 야생동물의 삶터 존중 같은 공약을 발표했다.  동물권과 복지에 조금 더 중점을 두었다. 환영 할 만한 공약이 눈에 들어오는데 야생동물 삶터 존중에는 도시에 인간과 공존하는 길고양이나 비둘기도 포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든다. 인간과 가까운 환경에 사는 동물들이기에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렸지만 이미 도시가 그들의 삶터가 되었고 함께 살아가야 할 방법을 모색해야한다.  국민의 힘은 후보 개인이 공약을 발표했다.  각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면 공통으로 반려동물 보건소 건립, 24시간 응급 공공 동물병원 설립,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 등이 있다. 반려동물 공약이 주를 이룬다, 동물권 그 자체로의 공약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정이 많아진 만큼(600만에 이른다.) 그에 맞추어 나온 공약임을 알 수 있다.문제들은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대처 방법이나 제도적인 방향은 보수적인 수준이라 생각한다. <동물자유연대제공> 그렇다면 우리는 만족해야할까? 먼 나라 코스타리카에선 2016년에 이미 버려진 개를 위한 생추어리가 만들어져 좋은 자연환경에 살며 사회화 훈련을 받고 입양을 기다린다. 스페인의 투우 역시 폐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도 사지말고 입양, 산천어 축제 반대, 소싸움 무형문화재 지정 저지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모두 법제화가 된다면 조금 더 빨리 없어질 수 있는 학대이다. 모란시장의 식용개 판매를 몰아내고 개식용 금지법안이 통과 된 만큼 이제는 다음 단계에 성큼성큼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도 있다. 번식장에서 태어난 동물들을 사지 않고 입양하는 것, 전시 동물들이 있는 공간을 소비하지 않는 것, 동물학대 축제를 소비하지 않고 반대하는 것 그리고 동물권을 이야기 할 때 인간중심적인 생각인지 고민하는 것 이다. 그리고 비인간 동물들이 있던 자리 원래 살아가야 하는 곳에 살아가게 하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동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권리를 주장하고 원한다. 하지만 아직 동물을 소유물로 여기거나 물건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 해도 우리의 목소리를 포기하거나 낮추거나 이쯤 하면 됐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에 나는 반대한다. 비인간 동물을 위한 완벽한 방법이 있다면 끝까지 싸워야 한다. 방법을 강구하고 지금도 열심히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연대를 보내며 지지 않음을 결속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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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이 외면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란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 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 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 상태, 사회적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 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ㆍ예방(차별금지법안)”하는 법안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번번이 무산되어왔다. 일부 개신교 단체의 반대 입김이 거센 것이 주 원인으로, 일부 개신교계에선 성경을 근거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서 성소수자를 떼어내고 싶어한다. 한국은 모두가 알듯 정교분리 사회로 성경의 뜻을 따를 필요가 없다. 그러나 백보 양보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일부 개신교인의 성소수자 차별을 박해(?)하기 때문에 그들의 차별할 자유(?)를 침해한다고 봐 보자. 음… 동성애라는 잘못을 잘못이라 외치지 못하게 되어 답답한 가슴. 애타는 마음. 그 외에 무엇이 있을까.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 그건 사람을 미치게 만들긴 한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데, 이웃이 미칠 지경이라니 그 지점에서 생각해볼 의의는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한 번 짚고 넘어가보자. 동성애가 정말로 세상을 잘못 돌아가게 하는가? 동성애를 악마화하지 못하면 모두가 동성애를 하게 되는가? 역사상 인류에 동성애자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는 사실, 그러니까 동성애자 때문에 세상이 잘못 돌아가는 거라면 세상이 잘 돌아간 적 없이 현재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잊어두자. 그런데 동성애가 세상을 잘못 돌아가게 하기란 아무래도 힘든 것이, 동성애자란 무릇 힘이 없다. 일부 개신교인들이 어떤 무시무시한 모습을 상상하고 있을진 모르겠으나 동성애자들이 할 수 있는 사회적 활동이라야 기껏 퀴어 퍼레이드 참가하기, 혼인신고서 내고 불수리 통지서 받기 정도인데, 여기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세상이 바뀐다면? 이제 뒤집어지는가? 아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여파로 혼인평등법까지 제정된다면야 ‘혼인신고서 내고 불수리 통지서 받기’가 ‘혼인신고서 내고 기뻐하기’ 정도로 바뀔 수는 있겠다. 행복한 동성애자들이 조금 늘 뿐으로, 뭐 그리 크게 바뀌는 건 없다.  행복한 동성애자들이 늘어난다고 해서 모두가 동성애를 하게 될까? 이제 동성애가 차별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성애자가 돌연 동성애자가 되는 일이 과연 있을까?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있을 것이다. 차별이 사라진다면 동성애가 잘못인 줄 믿고 있던 디나이얼 동성애자가 디나이얼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려움으로 가려져있던 본래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된다니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일부 개신교인들이여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된다. 이성애자는 언제나 다수일 것이다. 동성애를 터부시하는 세상에서도 동성애자들은 존재하는데, 하물며 이성애를 터부시하지도 않는 세상에서 이성애자가 이성애자의 자리를 벗어날 일이 얼마나 있을까. 이성애자를 우습게 보지 말고 안심하자. 행복한 동성애자들이 늘어나는 건 그저 행복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일일 뿐, 세상이 뒤집어지는 일은 아니다. 무엇을 걱정하는건지 모르겠다. 동성애가 그렇게 솔깃하단 말인가? 부추기면 막 동성애 할 것 같고? 차별만 없으면 나도 동성애자 될 것 같고? 그래요…?  종교의 이름으로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부조리하지 않은지, 또 나의 기준은 나의 기준일 뿐이지 않은지는 차치해두고서 동성애를 악마화하지 못하면 세상이 잘못 돌아가게 되는가를 생각해봤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한다고 처벌을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알고보면 동성애를 악마화 할 길이 아주 막히지는 않는다. 슬프게도. 차별금지법에서 처벌성을 갖는 행위는 보복성 불이익 조치를 행했을 때로 한정된다. 풀어 말하자면 "공공영역에서 피해자가 차별 행위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거나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좌천을 시키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등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면 형사처벌 대상(차별금지법, 말 잘못하면 감옥 가? [오해와 진실 편] | 닷페이스)"이 된다는 것. 다시말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도,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 차별에 대한 일부 개신교인들의 권리(?)는 지켜진다는 것이다. 그렇든 저렇든 어쨌든 저쨌든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안된다는 외침이 크게 들리는 세상 속에서, 이번 총선에 차별금지법을 공약한 정당은 녹색정의당과 진보당, 노동당, 새진보연합이 있다(정당정책). 작고 소중한 당들. 거대 양당은 언제나 그렇듯 관심이 없다. 여론을 시끄럽게 만드는 소수자 문제는 무시하는 게 표에 이득이라는 심산이 아닐까. 실제로 민주당은 여성 정책으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이라는 진보적 행보를 보였지만 일각에서 논란이 일자 공약을 철회했다(‘비동의 강간죄 공약’ 착오로 넣었다는 민주당). 논란이 일면 꼬리를 내린다. 각종 차별로 인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사람들이 기울어지다 못해 떨어져 죽고 있는데, 여전히 기득권의 목소리에 집중할 뿐 사람이 죽고 산다는 문제의식이 없다.   그런데 거대양당의 문제의식 부재도 무색하게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70프로 가까이가 찬성([사설] ‘사회적 합의’ 확인된 차별금지법, 더 미룰 이유 없다 - 경향신문)으로, 국민적 합의는 이미 이루어져 있다. 어떤 정치인들은 그저 겁을 낼 뿐이다. 혹시 모를 표를 잃을 것에 대해서. 그에 반해 성소수자는 소수니까 잃어도 되는 표, 혹은 어차피 들어올 표로 세는 곳도 있겠다. '니들이 거길 찍겠어? 더 힘들어질텐데.' 울며 겨자먹기로 거대 양당 중 조금 더 진보적인 당에 표를 주는 성소수자들도 실제로 많다. 그러나 이제는 성소수자들이 거대 정당에도 웃으며 기꺼이 표를 주는 사회가 되어도 좋지 않을까. 앞서 말했듯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도 차별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는 그 행위를 처벌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가. 우리 사회는 아직 차별을 차별이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정체성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면서도 그 정체성으로 인해 자신의 권리에 해를 입었다고 믿으며 자신의 믿음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그렇다. ‘난민이 들어오면 우범지역이 된다’, ‘동성애를 막지 못하면 우리 아이가 동성애자가 된다’, ‘중국인이 많아지면 공산주의에 먹힌다’, ‘전라도 사람들은 뒤통수를 친다’, ‘여자들은 쉬운 일만 하려고 든다’....등등등. 우선은 나의 언행이 '차별'이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무엇이 차별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선 처벌성이 없는 법률로라도 차별 금지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거기에 어떤 정체성은 빼고 어떤 정체성은 넣어야 한다는 기준을 세운다면, 어떤 정체성은 차별해도 괜찮다는 용인이 된다. 차별금지법의 의미가 사라진다. 그래, 여전히 극렬하게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 정치인들이 이 세력에 거스르는 것은 꽤나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제도가 먼저 미래를 향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이미 사회적 합의가 어느정도 이루어져있다면 더욱 그렇다. 모든 국민이 동의하는 법안은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정말로 옳은지, 무엇이 정말로 합리적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차별은 사람을 죽이고, 인권은 생명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되새기면서. 차별은 결코 합리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는 사실을 직시하면서. 그리고 차별금지법 하나 생긴다고 세상이 그렇게 크게 변하지도 않는다는 것에 안심하면서.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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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번역가는 최저 시급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
프리랜서 번역가는 최저 시급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   저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서 아이를 양육하는 한부모입니다. 지금은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있지요. 제가 번역하는 만화책·웹툰 분야는 대부분 건당으로 번역료가 책정되고, 시급으로 따지면 평균 7천 원 정도입니다. 아직은 한 달에 30만 원 정도를 받고 있지만, 열심히 지원서도 넣고 작업도 하며 조금씩이나마 근무 시간과 소득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제가 가까운 목표로 잡은 월 평균 소득은 90만 원인데요, 200만 원도 아니고 100만 원도 아니고 90만 원인 이유는, 제가 생계급여 수급자이면서도 근로 능력이 있는 조건부 수급자이기 때문입니다. 근로 능력이 있는 수급자는 월 90만 원 이상의 소득이 있어야 자활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도 자격을 유지할 수 있거든요.   시급으로 환산했을 때 적게는 4천 원, 많게는 1만 원 정도를 받으면서 한 달에 90만 원을 벌 바에야, 차라리 최저임금이 보장되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100만 원을 버는 게 낫지 않나 하는 궁금증이 생기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구하려 해도 일터에서 짜주는 일정대로 근무하면서 주말과 야간에도 필수로 나와야 하거나, 아이가 학교에 가기 이전 시간 및 학원이 끝나고 집에 온 이후 시간과 근무 시간이 겹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던 시절, 혼자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사정을 미리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말하고 평일 오전~오후 시간대 근무만 했던 시기도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몇몇 직원들은 저의 사정을 알고 있음에도 ‘저 사람만 힘든 마감과 주말 근무를 안 한다’는 불만의 눈길을 보내더군요. 그래도 제 개인의 사정일 뿐이니 불공평하다고 여기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저는 그 직원들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고 그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만회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직원들의 불만은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결국 함께 일하기 어려운 수준의 괴롭힘까지 도달하게 되어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누군가를 돌봐야 해서 취업을 못 하거나 일을 그만둔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돌봄 노동을 하며 근무 조건을 다 충족하는 일자리에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에 공감하실 거예요.   그나마 저는 일본어를 전공했고, 번역 회사에서 일했던 경력도 있어서인지 이력서를 넣었던 몇몇 회사에서 번역일을 제안받아 조금씩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경력이 없거나 짧은 프리랜서 번역가가 받을 수 있는 번역 단가는 심각하게 낮은 상황입니다. 온전히 자판을 치는 시간만 10시간이 넘어도, 제 수중에는 7만 원 정도가 떨어지죠.  다른 번역가보다 번역 속도가 느릴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제가 10시간 정도 자판을 두드려서 번역하는 양은 7,000자 내외입니다. 저도 다른 번역가분들의 번역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번역 관련 사이트에서 하루 평균 4,000~5,000자 정도를 번역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글을 봤던 기억이 있어서 그래도 평균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지요. 아무튼 하나의 작업을 위해 10시간을 일한다면 7만 원을 받는 셈입니다.    작성자의 작업 환경 하루에 4,500자를 번역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래도 1자당 25원은 받아야 회사에서 번역했을 당시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 달에 20일 일하면 세전 225만 원을 받는 셈이지요. 회사에 있을 때는 번역과 관련 없는 업무도 있었기에, 일감만 꾸준히 있다면 같은 시간 내에 작업할 수 있는 분량은 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훨씬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프리랜서가 받을 수 있는 번역료는 그 절반도 되지 않지요. 심한 경우 문고판 소설 한 권(300페이지 내외)의 번역을 11만 원에 할 수 있겠냐고 제안받았을 정도이니 어마어마하지요?  그럼에도 제가 번역일을 하는 이유는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이고, 무엇보다도 집에서 작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 학원에 있는 시간에 일하며 중간중간 아이를 돌볼 수 있으니까요. 회사에서 9시부터 6시까지 일하는 사람들보다 더 짧은 시간 내에 더 많은 분량을 번역해도, 집에서 편하게 일하면서 교통비도 안 들고 출퇴근 시간도 없으니, 프리랜서는 절반도 되지 않는 급여를 받아 마땅할까요?   새벽에 일어나 아이를 깨워 대충 씻기고, 7시 반이 되기 전에 어린이집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선생님이 출근하시면 아이를 인계하고 부랴부랴 출근하는 아침. 오후 6시가 되자마자 뛰쳐나와도 8시가 넘어서야 아이가 기다리고 있는 어린이집에 도착하는 저녁. 어쩔 수 없는 야근 때문에 야간연장반이 끝나는 오후 9시 30분 전에 어린이집에 도착할 수 있을지 마음 졸이다 겨우 선생님이 퇴근하시기 전에 도착하며 안도하는 밤. 아마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은 모를 것입니다.  회사에 입사하고 3개월이 지나, 육아기 단축 근로를 이용해 2시간 일찍 퇴근하게 되었을 때는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기도 했습니다. 비록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난이도와 분량의 일을 더 짧은 시간 내에 끝내고 퇴근하면서도 괜히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느낌에 주눅 들긴 했지만요. 그나마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직장 생활은,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아이의 틱 증상과 급격하게 나빠지는 저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으로 인해 입사 1년을 조금 앞두고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만약 제가 꾸역꾸역 직장을 다녔다면,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제가 출근하는 7시 반 이전부터 저녁 8시까지, 혼자서 시간에 맞춰 학교와 학원을 전전해야 했을 거예요. 그래도 제가 가장이니 무리해서라도 직장을 계속 다녀서 경력과 급여를 올렸어야 생활이 점점 나아지지 않았겠느냐고 묻는다면, 그 말도 맞습니다. 주변에 도움받을 곳 하나 없이 혼자 아이를 양육하면서 직장 생활을 하는 분도 분명히 계실 거예요. 하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저와 아이의 상태는 몰라보게 호전되었기 때문에, 돌이켜 생각해 봐도 그땐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옳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회사를 그만두었을 당시 급하게 구했던 프리랜서 번역일은, 230페이지 내외 만화책 1권을 번역하는 단가가 18만 원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받았던 파일은 이전에 번역하던 사람이 중단한 도서였기에 전 번역자가 기재한 캐릭터의 말투와 용어를 맞추기 위해 시간을 내서 여러 권의 만화책 파일을 읽어야 했습니다. 또 PDF 파일로 받은 만화책 이미지에 있는 모든 말풍선과 글자에 숫자를 써서, 어떤 말풍선이 어떤 문장과 일치하는지 표기해야 했고요.  회사에서 사용했던 익숙한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작업에 익숙해지는 시간도 걸렸습니다. 결국 아이를 돌보며 틈틈이 일련의 작업을 해서 일주일 동안 겨우 18만 원을 벌었던 거죠. 그 후 몇 권의 만화책을 더 번역했지만 작업 시간이 조금씩 줄었을 뿐, 제가 받을 수 있었던 돈은 최저 시급의 1/4 수준이었습니다. 일한 시간 대비 단가가 너무 낮아서 그만두려고 한다고 담당자분에게 연락했을 때, 담당자분은 제게 ‘모든 만화책 번역가가 이 정도 금액을 받는다. 그래서 다들 본업이 있지 전업인 사람은 없다. 번역만으로 생활하려는 생각은 접는 게 좋다.’ 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인터넷에 있던 누군가의 기록을 보니, 2009년에도 만화책 한 권을 18만 원에 번역했다고 되어있더라고요! 정말 놀랍지 않나요? 이런 상황이 비단 저만 겪는 일은 아닐 겁니다. 번역하는 사람들만 겪는 일도 아닐 테고요. 프리랜서는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니까요. 그저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사람이 있을 뿐이지요. 그래도 프리랜서들이 ‘스스로’ 회사에 소속되지 않는 것을 ‘선택’했으니 감수하는 게 맞을까요?   저는 예나 지금이나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나은 선택을 해나가며 살고 있습니다. 저작권 문제 등으로 작업물을 받기 전에는 정확한 난도를 가늠할 수 없기에, 가끔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어려운 작업임에도 낮은 단가로 일을 받기도 하지요. 그렇게 받은 시급 2천 원, 5천 원 수준의 일을 10시간씩 하고 나면, 가끔은 ‘내가 겨우 이 돈을 받으려고 이 분야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단가가 낮은 일을 아예 안 받을 수도 없지요. 거의 모든 회사에서 비슷한 수준의 단가로 일감을 제공하기도 하고, 아쉬운 소리를 했다가는 소중한 거래처를 잃을지도 모르니까요. 그저 묵묵히 조금이라도 더 일해야 단가를 1원이라도 높일 수 있고, 제가 ‘월 9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으니까요.   저를 포함해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어떤 의제를 더 많이 이야기하자고 말해야 할까요? 정치도 경제도 잘 모르는 저는, 어떤 정책을 제안하고 어떤 논의들이 오가야 이런 상황이 더 나아질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여기서나마 조심스럽게 제 이야기를 꺼내 보게 되었습니다. 그저 회사에 소속되어 정규직으로 일하는 분들이 같은 작업을 할 때 걸리는 평균적인 시간만큼이라도 최저 시급을 적용해서, 상식적인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출퇴근도 안 하고 교통비도 안 들고 얄미운 직장 선배나 동료도 없이 편하게 일하면서……. 제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걸까요?  
양질의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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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2000명이면 문제 해결 가능할까요?
당장 내년부터 의대 정원이 2000명 증원됩니다. 의대 증원 이슈는 예전부터 지속되었는데 이번처럼 강경한 정책 집행은 없었기에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 2월 20일부터는 의사들의 진료 거부로 인한 의료공백도 지속되면서 환자들의 피해도 커져가고 있고, 의대생의 절반 정도는 휴학을 하고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까지 이어지면서 의료 공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의사의 수는 정말 부족한 것인지, 수를 늘리면 정말 문제 해결이 가능한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의대 증원 2000명은 의사 부족 해소를 위한 최소한의 숫자일 뿐  이미 의사 수는 부족한 상태    정부는 인구당 의사가 많은 “주요국들은 우리보다 먼저, 더 많이 늘리고 있기에 우리는 2035년이면 의사가 부족해진다”라고 주장합니다. 통계자료를 보면 OECD 평균 의사 수에 비하면 끝에서 두 번째 수준이고, 국민 대다수의 의견이기에 더 이상 물러설 수 없기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겁니다.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수도권 원정 치료, 지역 간 의료 격차 등의 문제는 의대 정원이 27년 동안 늘지 않았기 때문  정부는 “보건 위기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지금이 의료개혁을 추진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다"라며 정책을 제출했습니다. 의대 정원은 늘지 않았을 뿐 아니라 2006년에는 감축되기까지 했기에 여러 문제들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사회 각층과 130차례 이상 소통의 결과이며, 의료계의 오랜 요구인 필수의료 수가도 개선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한 총리는 “1조 원을 들여 필수 의료 수가를 인상하고, 향후 5년간 10조 원 이상을 의료개혁 4대 과제 수행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합리적 증원안 가져온다면 논의할 의향 있어 윤 대통령은 “증원 규모에 대한 구체적 숫자를 제시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의료계는 근거도 없는 인원수를 제시하고 있고, 이전에 351명 정원 감축에 찬성한 것이 심각한 의사 부족 사태를 초래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점진적 증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집단행동 철회와 통일된 방안을 제안한다면 협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협의할 문제들에 대한 논쟁 아닌 논의 필요    왜 2000명인 건가요?  성균관의대 교수들은 의사의 수가 적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증원 수준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대부분 350명에서 500명 정도 증원할 필요를 느낍니다. 그리고 그래서 비대위는 “현 사태를 초래한 책임이 급격한 의대 증원 정책을 발표한 정부, 의대증원에 반대로만 일관해온 의료계에 있다”라고 지적합니다. 소아과 의사 부족은 잘못된 정책 누적의 결과일 뿐, 새 정책이 아닌 기존 정책 개선이 우선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을 통해 기피과의 필수의료 인력이 늘어나는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에 반하여, 소아과 전공의들은 사직하면서 호소문을 냈는데요. 왜냐하면 “원가보다 낮은 수가, 환자수 감소로 인해 예견된 사태인 소아과에 대하여 정부는 해결책 모색은 하지 않고, 실효성 없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아진료는 장시간 많은 인력과 기술을 요하지만 수가체제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기에 “저평가된 수가개선을 위하여 특수성에 맞는 정책과 보상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의료 재정 붕괴의 위험, 과도한 부담이 국민에게 전가될 우려 의료계는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은퇴하는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의사 수가 급증하면 의료 수요가 증가하고, 국민의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봅니다. 2007년 건강보험공단 연구보고서에서 “인구 1000명 당 의사 1명 증가시 의료비는 22%늘어난다”라는 것이 근거인데요. 건보 재정이 악화되어 진료비 폭증으로 국민의 요양급여비가 증대되고 의료 재정이 붕괴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최악의 경우엔 의료민영화가 진행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의료교육 부실화로 질 하락 우려 의학 교육은 이론보다는 임상교육, 실습이 중요한데요. 갑자기 늘어나는 2000명의 학생을 위한 인프라가 단기간에 마련되는 것은 어려울 것 으로 보입니다. 한 전공의는 “이미 카데바(교육용 시체) 1구 당 학생이 10명이고, 현미경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어서 의료의 질이 하락할 우려가 있습니다.  의료계와 정부의 입장을 살펴보니 의사의 수가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2000명이란 숫자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몇 명이 적정한가’에 대해서 강대강 기조로 논쟁이 지속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국민들의 모습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잘못된 기준, 과학적 근거, 다수결 등 여러가지 근거에 대해 서로 인정을 못하면서 다소 감정적인 대응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나비효과로 인해 부동산, 입시 등 여러 가지 이슈로 모두가 혼란한 상황이 가중되는 것 같습니다. 더 이상의 피해와 혼란이 없도록 속히 원만한 협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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