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기후 유권자에게 ‘평화’를 제안합니다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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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활동가
혼란 속에 묻혀버린 '내 이슈' 시민 이슈 구조대가 꺼냅니다!

<사진=pexels>

22대 총선에 관한 여러 소식 중 단연코 눈에 띄는 건 ‘기후위기’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기후목표정상회의에 불참하는 등 무관심한 행보를 보였으나, 여야를 포함한 대부분의 정당이 총선 10대 의제 안에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민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기후 국회’를 만들고자 결의하는 가운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평화를 함께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군대, 온실가스 배출량의 사각지대

올해 ‘지구종말시계’의 초침은 ‘자정까지 90초’로 유지한다고 합니다. 전 세계는 사람과 자연이 지구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안으로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각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딱 한 분야 ‘군사 부문’을 제외하고 말이죠. 각국의 군사기지와 군사 활동에서 유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파악할 수조차 없습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는 군사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국가별 배출량 집계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015년 파리협정 당시에는 군사부문의 탄소배출량 보고를 각국의 ‘자발적 선택사항’으로 두어 문제가 되었습니다. 국제적 책임을 위한 과학자들(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 SGR)은 “군수산업과 군사활동으로 인한 탄소 배출이 전 세계 배출량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며 다른 분야가 탄소 배출 저감 조치 등 들이는 노력이 무색하게 “군수분야의 탄소 배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대다수의 국가가 군사부문의 탄소배출량을 ‘국가 안보’ 상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으며, 이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와 통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보고할 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2022년 녹색연합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한국의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기준 약 388만 톤 CO-eq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배출량은 전국 783개 공공기관의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이렇듯 군대는 기후위기 대응의 사각지대라 불립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앞으로 1.5℃이상 높아지면 지구 상에 더이상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이 도래할 거라 예측합니다. 많은 시민들이 정부와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만, 군대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막대한 군사비를 줄여 사람과 지구에

2021.04.26 용산 전쟁기념관 앞. 세계군축행동의 날 퍼포먼스 <사진=2021 세계군축행동의 날 캠페인>

전 세계는 2022년에만 2조 2,400억 달러(약 2,980조 원)를 군사비로 사용했습니다. 환산하면 전 세계가 1분당 56억 원, 1초당 1억 원을 군사비로 사용한 셈입니다. 세상이 막대한 군사비를 지출한 만큼 안전해졌냐는 물음에 쉽게 ‘그렇다’는 대답을 내놓기 어렵습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군비증강 추세를 보이기 시작해, 세계 각국이 더 많은 무기를 사들이고 팔았습니다. 작년 10월부터 본격화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과 확전 우려로 세계는 다시 ‘전쟁’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각국의 군비증강은 군비경쟁을 부추겨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안보딜레마를 야기시켜 오히려 세계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군사비를 줄여 사람과 지구에 사용하자는 외침이 절실한 시기입니다.   

발전도상국이 2030년까지 파리협정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조 1천억 달러가 필요합니다. 세계가 작년 한 해 군사비를 지출하지 않았다면 그 돈을 발전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을 위해 사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무모한 상상을 해봅니다.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전쟁 준비에 몰두하느라 지출한 군사비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한국은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군사비를 많이 지출하는 국가이지만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평가에서 전체 67위 중 64위를 기록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사용 부문, 재생에너지와 기후정책 부문에서 ‘매우 저조함’ 평가를 받았으나 한국의 2024년 탄소중립예산은 목표로 계획된 17조 2,414억보다 낮은 14조 5,181억 원이 책정되는 것에 그쳤습니다. 탄소중립기본계획에 따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계획에 차질을 빚을 거라 예측되는 상황입니다. 

반면 2024년 한국의 국방예산은 59조 4,244억 원으로 작년 대비 더 상승했습니다. 국가 세수 부족으로 재난 안전, 성평등 등과 관련한 예산들이 줄줄이 삭감되는 가운데 국방예산만은 정권을 막론하고 매년 고공행진 중입니다. 군사비를 삭감하여 기후위기 대응에 사용하고, 대화와 협력을 통한 단계적 군축을 실시할 때 비로소 시민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후정의 없이 평화 없고 평화 없이 기후정의 없다

2022.09.26 군대와 전쟁, 그리고 탄소 배출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사진=참여연대>

4월 10일, 총선을 단 10여 일 앞둔 현재 ‘기후 유권자’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습니다. 기후정치바람은 2023 기후위기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통해 기후 의제에 관심이 높고, 이번 총선에서 정치적 견해가 다른 후보여도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 올바르게 제시되었다면 투표하겠다(62.5%)는 이들을 기후 유권자로 호명했습니다. 유권자의 3명 중 1명(33.5%)인 이 기후 유권자들은 산업계 지원 중심의 기후정책이 아닌, 산업 전반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 및 제도 구축과 이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후 유권자에게 제안합니다. 기후위기에 맞서고자 한다면 평화롭게 살 권리에 대해서도 동시에 질문하자고 말입니다. 2023년 기준, 한반도 일대에서 1.5일에 한 번꼴로 군사훈련이 실시되었습니다. 무력 충돌 위험성은 높아지고 전쟁 위기가 고조되며 시민들은 평화롭게 살 권리를 일상적으로 침해 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한 표로 기후 국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시민의 평화롭게 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라고 당당히 요구해야 합니다.

이번 총선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 달성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들 합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 계획’에 군사 부문의 배출량을 제외하고서는 제대로 된 감축이 될 리 없습니다. 배출권 금액 하락으로 기후위기 대응 기금은 감소했고, 국가 세수 부족 상황에서 지금처럼 군사비에 천문학적 금액을 들이고서 기후위기 대응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국가 안보라는 허울 아래 기후위기에 대응할 시간과 돈이 새어 나가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품어야 합니다. 나아가 더 많은 기후 유권자가 국회와 국방부에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투명하게 보고하라고 촉구해야 합니다. 군사비를 삭감하여 우리가 함께 살아갈 지구를 위해 사용하자고 외쳐야 합니다. 기후정의 없이 평화 없고 평화 없이 기후정의는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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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혹은 군축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에게 평화는 돈이 된다라는 말을 가끔 하는데요. 본문에 있는 글을 읽어보니 평화를 추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네요.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인간의 욕구와 위기감에 어떻게 접근하고 설득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김수현 비회원

제기하신 문제의식과 제안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녹색정의당은 현 상황에 대해 "정치·군사 대결이 심화하면서 기후위기, 한반도 비핵화 등 강대국 간 협력의 요소로 천명한 사안들마저 묻히는 형국. 기후위기 극복 위한 탄소배출 보고에 군사 부문은 예외, 자율로 규정. 전쟁과 무기 증산으로 탄소의 대량 배출"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녹색 평화를 위한 한반도-동아시아-세계의 다차원 협력을 공약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쟁 방지-기후협력을 위한 '녹색 평화 6자회담' 제안, 추진' 공약에서 "기후위기 극복 탄소감축에 군사 부문 활동도 포함-군사 분야 탄소배출 보고 의무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이 더 큰 목소리가 되어 실제 정책을 바꿀 수 있도록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총선을 보면서 무기력을 많이 느꼈는데, 이 글을 읽고 마음을 다잡아보고자 합니다.. ㅠ 정말 중요한 일을 위해 알맞은 인물과 정당에 투표를 해야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유권자 모두 화이팅입니다!!

생각도 못해본 관점이에요. 모든 나라가 군사비용을 기후위기 대응에 돌리면 얼마나 많은 게 달라질까요! 누군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겠지만 말 그대로 기후가 위기인 만큼, 이제는 세상이 급진적으로 바뀌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