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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문제는 사회 문제”라는 외침이 여전히 필요한 사회
김지선 나눔과 미래-성북주거복지센터 활동가
서울살이 10년, 8번의 이사
학업을 위해 서울로 간다는 기쁨도 잠시, 서울에서 1인 가구로 방을 구해 사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보증금이 저렴한 편이고 식사도 해결할 수 있어 덜컥 계약해버린 반지하 하숙집은, 여름에 벽면 가득 곰팡이가 피는 위험한 공간이었다.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도 거주할 수 있어 선택하게 된 원룸텔은 잠을 자는 것 외 다른 생활은 상상하기 어려운 비좁고 어두운 곳이었다. 첫 전셋집이었던 투룸 빌라 역시 자고 나면 머리맡에 곰팡이가 생기는 공간이었다. 좀 더 나은 주거환경을 찾아 이사에 이사를 거듭하다 보니, 지난 10여 년 동안 8번의 이사를 경험했다.
주거 정책의 제안과 개선 활동 :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주거분과
이는 나만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에서 독립하여 살아가는, 또는 독립을 고민하는 청년 다수가 겪는 문제였다. 그만큼 주거 문제를 향한 관심을 넘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려는 청년들이 많았다. 이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서울시의 청년참여 기구(거버넌스)인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의 주거분과였다. 서울청년 정책네트워크는 사회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겪어 온 청년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기반해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거나 기존의 정책을 개선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청년월세지원사업’, ‘청년주거상담센터’와 같은 정책들이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를 통해 제안되었다.
주거 정책의 전달 활동 : 주거복지센터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주거분과가 주거 문제와 관련된 의제를 설정하고 정책을 제안 또는 개선하는 일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주거복지 센터는 정책의 전달체계로서 각종 주거서비스를 제공하고 주거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원을 조직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당사자와의 상담과 사례관리를 기반으로, 문제를 겪는 가구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주거 정책 정보의 제공과 연계, 주거 위기에 처한 가구를 위한 주거비 지원, 주거 정책 접근성을 높이고 자원을 연계하기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에 힘쓸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주거권을 옹호하기 위한 각종 활동에도 참여한다. 한편, 필자가 소속된 사단법인 나눔과미래는 서울 성북과 종로 지역의 주거복지센터를 위탁 운영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주거권이 시민들의 당연한 권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만성적 주거불안에 노출된 시민들
지난 5여 년 동안의 활동을 통해 주거의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시민들을 만나면서 많은 이들이 임대차 계약부터 퇴거 후 이사의 전 과정 에서 만성적 주거불안에 시달리고 있음을 느꼈다. 임대인과 공인중개사에 비해 임차인이 가진 정보와 권한이 부족해 불리한 계약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도 않았는데 임대인이 퇴거 요구를 하지는 않을까, 이러한 주거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나 혼자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밖의 수많은 주거불안이 시민들 삶에 내재해 있었다. 2022년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전세사기’는 오랜 시간 반복되고 축적되어 온 우리 사회의 만성적 주거 문제가 말 그대로 ‘폭발’한 것이었다.
“주거 문제는 사회 문제”라는 외침이 여전히 필요한 사회
시민들의 겪고 있는 여러 층위의 주거불안을 한 번에 다 나열하기 어려운 만큼, 이를 해소하는 방법 역시 하나의 글에 담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많은 시민이 공통으로 말하는 주거불안 중, “주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이 나에게 있고, 나 혼자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주거 문제는 해결을 위해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을까?
이번 전세사기에 대한 행정과 의회의 대응을 살펴보면, 아직도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민의 주거불안이 임차인과 임대인이 가진 정보와 권력의 차이, 주택임대차보호법·최저주거기준을 포함한 법적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 공공임대주택 공급보다는 대출에 의존하는 정책, 주택 형태(다세대, 다가구, 아파트 등)와 점유 상태(임차, 자가소유 등)에 따른 주거환경의 격차 등을 포함하는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발생하고, 그렇기에 공공이 주거 문제에 대해 책임지고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외침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필요함을 간절히 깨달았다.
주거불안을 일으키는 구조적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주거 문제는 사회 문제”라는 대전제에 대한 공감과 설득이 필요하다. 그 필요성을 깊이 새기며, 오늘도 주거 문제 당사자들을 만나는 현장에서 ‘혼자가 아니다’,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보자’ 마음을 전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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