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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복지 태도(Welfare Attitudes)”를 둘러싼 학술생태계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 연구 키워드로서의 “복지태도(Welfare Attitdes)” “복지태도(Welfare Attitdes)”는 개인이 복지제도 전반에 가지는 생각, 의견 및 태도(이홍기·박영준, 2015)를 말합니다. 이는 복지정책의 확대, 복지재원를 위한 증세, 정부의 복지 책임 등에 대한 개인의 선호와 행동 양식으을 포함하며, 미시적 및 거시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아 형성됩니다.  한 사회의 구성원이 어떤 복지태도를 공유하느냐는 복지국가 발전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한국의 낮은 복지수준이 유지되는 원인 중 하나로 국민들의 낮은 복지태도를 가정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심층적 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 “복지태도”를 둘러싼 국내 학술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본격적인 문헌조사와 연구를 시작하기에 앞서,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복지태도에 대한 학술 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복지태도와 관련된 연구는 주로 사회복지학에서 다뤄지지만, 사회학, 사회과학 일반, 정치외교학, 행정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복지학 분야에서는 사회복지연구, 비판사회정책, 사회복지정책 등의 학술지를 통해 관련 논문이 자주 발표되고 있습니다.  복지태도는 ‘복지의식(welfare consciousness)’이라는 용어와 함께 종종 혼용되고 있습니다. 복지의식이 복지에 대한 감정, 인상, 가치, 신념을 의미한다면, 복지태도는 이에 기반을 둔 행위지향 및 행동성향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김영순·여유진, 2011). 복지의식과 비교할 때, 복지태도는 인접 학문분야와의 초학제적 연구가 더욱 중요합니다. 복지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국내 연구에서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서구의 고전적 이론과 실증 연구 결과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연구 결과는 매우 다양한 양상과 일관되지 않은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이현우·박시남, 2016; 이민호, 2021). 👱🏻‍♂️ Key scholar in Welfare Attitudes 한 사회의 구성원이 일정한 복지 태도를 가지기 위한 전제 조건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의 조건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전체 구성원이 복지에 대한 기초적인 관심과 논의를 형성할 수 있는 상태일 것입니다. 한국에서 본격적인 복지 확대가 시작된 시점은 2010년 무상급식 제도 도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복지태도에 관한 연구도 주로 2010년 이후 활발히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김영순·여유진, 2011). 서구 사회는 한국보다 복지국가의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 졌기 때문에, 복지태도에 대한 연구 또한 더 많은 데이터와 연구결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구 학자들의 주요 논문과 저서를 통해 개념의 기초를 학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런던정경대학 사회정책학과의 리처드 티트머스(Richard Titmuss) 교수는 복지국가 연구의 선구자로, “Essays on the Welfare State(1958)"에서 복지태도에 대한 초기의 논의를 다루었습니다. 또한, "The Gift Relationship: From Human Blood to Social Policy(1970)" 에서는 이타주의와 사회적 연대가 복지태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스웨덴 우메오대학 사회학과의 “스테판 스발포르스(Stefan Svallfors)” 교수는 복지태도 연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주요 학자입니다.  “Worlds of welfare and attitudes to redistribution: A comparision of eight western nations(1997)” 는 가장 인용수가 많은 논문으로, 서구 8개에서 복지체제의 특성이 재분배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한 대표적인 연구입니다.  ✍🏻 앞으로 살펴 볼 주요 논문들 윗 문단에서 언급했듯, 복지태도 연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논문 중 하나는 스테판 스발포르스(Svallfors, S, 1997)교수님의 “Worlds of Welfare and Attitudes to Redistribution: A Comparison of Eight Western Nations(1997)"입니다. 이 논문을 통해 복지태도에 대한 기초 이론과 서구 복지국가 간의 태도의 특징과 발전경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한국사회복지학에 실린 한상윤·남석인(2023)교수님의 “국내 복지태도 영향요인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은 한국 복지태도 영향요인에 대한 연구의 진척 상황과 특징, 한계를 살펴볼 수  있는 유용한 자료로, 연구 주제 구체화를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더불어, 한국정치학회보에서 발표된 김항기·권혁용(2017)교수님의 “부동산과 복지국가: 자산, 부채, 그리고 복지태도”는 정치외교학에서 복지태도의 연구하는 주요 관점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것입니다. 아울러, 한국사회학에 게재된 양종민, 김도균(2022)교수님의 “가계자산과 복지태도: 자가소유와 자산규모의 상호작용 효과를 중심으로”는 한국의 특징적인 사적 보장체제를 독립 변수로 설정한 연구로서, 필자의 복지태도 연구에서 독립변수를 설정하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이홍기·박영준, 2015, “가구의 경제적 수준이 복지인식에 미치는 영향: 정치태도와 교육수준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비판사회정책, 48 한상윤·남석인, 2023, “국내 복지태도 영향요인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 한국사회복지학, 75(2) 김영순·여유진, 2011, “한국인의 복지태도: 비계급성과 비일관성 문제를 중심으로”, 경제와 사회, 91 이현우·박시남, 2016, “복지확대에 대한 태도 결정요인 분석: 개인이익을 넘어서”, Oughtopia, 3 1(1) 이민호, 2021, “한국 복지태도 변화에 관한 연구: 복지태도 결정요인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정책 , 28(1) * ⓒ 2024.8.9. KIM DAHYEON,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향후 작성자의 학술적 연구를 위한 초안으로, 작성자의 허락없이 복사, 인용, 배포,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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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지속가능성을 위한 곳곳의 기록들, 사회적가치 측정 방법론 연구동향파악하기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파리 올림픽을 즐기고 계신가요? 파리 올림픽은 “탄소중립 올림픽”으로 불립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처음으로’ 친환경을 키워드로 삼고 여러 시도를 하였다는 것 만은 사실입니다. 그만큼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사회에 당면한 여러 사회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입니다. 투입 대비 산출만 집중해도 되었던 과거에서, 이제 우리는 하나의 행동을 하기 위해 더 많은 것들을 고민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 이어서, 본격적으로 사회적가치를 둘러싼 학술생태계가 어떻게 조성되었는 가를 조사하였습니다. 소셜섹터의 사회적가치 측정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으려면 먼저, ‘사회적가치’ 측정 연구가 지금까지 어떻게 연구되어왔는가를 살펴야 합니다. 🔎비슷한 듯 다른 사회적가치 사회적가치 측정도구에 관한 논문과 보고서들을 찾다보면, 사회적가치의 정의와 측정 목적, 측정 대상부터 정의하고 출발합니다. 선행연구마다 조금씩 다른 점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지난 글에서 소셜섹터 기업들은 사회문제를 기업활동으로 해결하고, 사회적가치 실현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사회문제는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아동노동착취를 사회문제라고 생각하지만, 환경오염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또 누군가는 환경오염 또한 우리 사회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사회적가치란, 장기적으로 우리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무형의 가치이기 때문에 때에 따라, 관점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고 받아들여집니다.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사회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같지만, 이러한 측면이 때때로 혼란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전체의 흐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회적가치 측정 모형에 관한 체계적 문헌연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누가, 어떤 연구를 했을까? 연구를 이어가기 위해 지난 연구원정 Track2에서는 저만의 학술지도를 그렸습니다. 사회적가치를 연구하는 학과, 학회, 연구소, 논문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꽤 넓은 지도를 그릴 수 있었습니다. ‘사회적가치’를 키워드로 국내외 학회 및 학과를 정리한 지도 ⓒ필자 본인 제공 ‘사회적가치’, ‘임팩트’, ‘ESG’ 등을 중심으로 국내외 자료들을 수집하였습니다. 지도를 그려보니 다학제적인 성격이 강한 분야라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사회적 가치 측정에 관한 연구는 소셜섹터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연구주제였습니다. 또한 기업, 공공기관, NGO 등 다양한 형태의 조직들의 사회성과가 연구되고 있었습니다. 관련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먼저, 학계, 연구대상 등에 따라 몇몇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적가치에 대한 키워드는 학계별로 차이를 보였습니다. 먼저, 경영학계에서는 ESG, CSR이라는 용어를 더 자주 사용하였고, 최근에는 지속가능성을 주요 키워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같은 경영학연구이지만, 소셜벤처, 벤처 투자, 임팩트 투자 등에서는 (소셜) 임팩트로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국내 사회적경제, 공공기관, 중간지원조직 등을 다루는 연구에서는 사회적 가치 또는 사회적 성과라는 키워드를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해외 사회복지학, 경영학 등에서는 sustainability가 가장 폭넓게 사용되는 키워드였습니다. 투자와 리스크 관리를 다룬 연구에서는 ESG를 중심으로 연구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social impact, social performance, social value 등이 있었습니다. 경영학, 행정학, 사회학, 사회복지학 등에서 사회적가치 측정에 관한 내용을 많이 다루고 있었습니다. 경영학에서는 사회성과가 재무성과에 기여하는 정도, 지속가능경영, 윤리경영 등을 목적으로 ESG 등 같은 사회적가치 측정 방법론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공급망에서의 사회성과 창출에 대한연구도 최근의 화두였습니다. 또한, 사회적 가치 측정과 함께 연결되어 ‘그린워싱(Green washing, 위장환경주의)’에 대한 내용을 기업가정신, CSR 등과 함께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린워싱은 가치를 창출하지 않았거나 또는 부(-)의 영향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가치를 창출한 것처럼 거짓으로 꾸며낸 것을 말합니다. 그린워싱 이슈는 한편으로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가 불투명하고 신뢰성이 낮아 발생하는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성과 평가를 통해 가치 창출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사회적 가치 측정 방법론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회복지학에서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혁신으로 사회적가치 측정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 학술지들에서 저개발국가의 지원 및 개발을 주제로 NGO들의 사회성과에 관한 연구도 있었습니다. 행정학, 사회학 영역에서는 social capital(사회적자본)을 사회적 가치와 연결지어 연구되고 있었습니다. 측정 방법론에 집중한 연구는 경영학 분야에서 많이 찾을 수 있었습니다. 국내는 ‘사회적가치와 기업연구’, ‘전략경영연구’ ‘대한경영학회’. ‘밴터창업연구’ 등에서 관련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목적과 필요에 맞게, SK 사회가치연구원, 한국사회적기업 진흥원 등 개별 조직에서 방법론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습니다. 국외의 경우 ‘Journal of sustainable finance & investment’, ‘Public Money & Management’ 등에서 방법론 연구와 효과성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었고, IMP, SROI, BIA, GIIRS 등 여러 연구소, 이니셔티브 등에 의해 방법론이 개발되어 왔습니다. 📚앞으로 학습계획 사회적가치 측정 모형에 관한 체계적 문헌연구를 목표하는 만큼, 학술지도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방법론에 관한 선행연구를 리뷰하고, 분석을 위한 몇가지 기준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이전 글에서 이야기한 정성화와 정량화 지표와 같이 흩어져 있는 사회적가치 측정 도구들을 구분하고 분석할 기준들이요. 학술지도를 그리면서 앞으로 리뷰할 자료들도 함께 찾았습니다. 2005년부터 2024년도까지 많은 선행연구들이 있었습니다. 구체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분야이고 또 앞으로 계속해서 연구되어야 하지만, 돌 하나씩 쌓다보면 언젠가 길이 만들어지리라 생각합니다. * ⓒ 2024.8.6. YJ, Ro.,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향후 작성자의 학술적 연구를 위한 초안으로, 작성자의 허락없이 복사, 인용, 배포,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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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게임 소비자의 디지털 재화 소유권, 어디까지 논의되었을까?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지난 글에 이어, 이번에는 연구주제에 대한 학술동향에세이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앞선 글에서 살펴보았듯, 게임 이용자의 연령이 높아지고 구매액이 커지면서 게임 소비자의 권리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아이템이나 디지털 다운로드 콘텐츠 등 디지털 재화는 소비자가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소유권'이 아닌 '이용권'을 가지는 것에 불과하여 양도, 매매, 상속 등의 재산행위가 불가능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할 방안을 찾고자 연구주제는 "게임 소비자의 디지털 재화 소유권(또는 이용권) 보호를 위한 법정책 연구"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주된 키워드는 "디지털 재화, 소유권, 약관, 개인정보, 디지털 정보의 경제적 가치, 게임 아이템"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선정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게임 소비자의 디지털 재화에 대한 소유권 인정이 가능한지 여부를 살펴보고, 어떻게 이용권 계약을 소유권 계약으로 변경하여 게임 소비자의 소유권을 보장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것이 제 연구의 주된 목적입니다.    이와 관련된 선행연구들을 몇 가지 들어본다면, "온라인게임 아이템의 재물성에 대한 재검토"(유인창, 2013), "게임아이템거래와 청약철회권"(고형석, 2018), "데이터와 사법상의 권리, 그리고 데이터 소유권(Data Ownership)"(최경진, 이유림, 이규만, 2019), “제3의 재산으로서 데이터의 체계적 정립”(오병철, 2021), "데이터 경제를 위한 데이터 소유권의 문제 - 데이터산업법 제정 등에 의한 잠정적 정리와 데이터의 민사법적 보호를 중심으로 -"(김상중, 2023)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디지털 재화의 경제적, 법적 가치를 파악하고 보존하고자 하는 관점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재(화)"라는 기본 개념은 그 범위와 정의가 완전히 확립되지는 않고 학자간의 논의가 이루어지는 중이나 이미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또한 "데이터법"에 대한 연구도 이미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생산자나 유통자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특히 디지털 데이터를 재가공하거나 경유하는 플랫폼으로써의 성질을 가진 사업자들의 법적 권한을 연구하는 방향이 중심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 아이템 및 디지털 다운로드형 게임 콘텐츠 소유권'에 대한 논의는 공급자 입장에서 문제가 되는 사항에 대해서 파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따라서 아직 산업적으로 공급자 중심의 디지털 재화의 가치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 소비자 권리에 대한 논의는 부족해 보입니다. 저의 연구주제의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관련 학술 분야를 찾아본다면, 여러 분야를 초학제적으로 살피기보다는 법학 내에서 분화된 세부 분야를 살펴보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해당 문제가 디지털 재화의 소비 문제이기 때문에 경제학과 일부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법학 세부 분야에서는 민법, 법경제학, 기타 데이터 관련 법률을 중심으로 하고 경제학에서는 디지털 경제에 관한 논의를 중심으로 저의 학술 지도를 그려나가보려고 합니다. 일차적으로 게임사와 게임 소비자간의 관계를 살피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민법과 법경제학의 관점을 빌려와야 합니다. 먼저 '소유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정리한 뒤, 제가 논하고자 하는 게임 아이템이나 디지털 다운로드 게임 콘텐츠가 소유권의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계약과 관련된 법률적 원칙들을 바탕으로 하여 게임사와 소비자 간 디지털 재화에 대한 소유권이나 이용권이 어떠한 형태로 계약되어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법경제학 관점에서 계약에 따른 손해배상 관계를 논해볼 수 있습니다. 이로써 현재 게임사와 게임 소비자간의 거래 형태를 기존 법 개념을 통해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기타 데이터 관련 법률 들에 기초하여 "데이터"에 대한 개념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데이터와 관련된 법은 대체로 어떠한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가, 데이터 귀속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검토합니다. 그리고 "데이터 거래 계약"에 대한 기본 사항을 파악하고, 이와 게임 데이터는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논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경제학의 관점에서도 "디지털 재(화)"의 개념, 디지털 경제, 가격결정방식"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경제학에서 바라보는 디지털 재화와 법에서 바라보는 데이터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어떻게 디지털 재화 소유권 개념에 적용시킬 수 있는지를 살필 수 있습니다. 현재는 이러한 연구와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연구자는 오병철 교수로 파악됩니다. 제가 파악한 오병철 교수의 디지털 재화 관련 가장 오래된 연구는 ”디지털 정보재의 매매에 관한 고찰”(2002)로 지금처럼 디지털 재화에 대한 논의가 격화되기 전부터 연구를 이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디지털정보계약법>(법문사, 2005), “정보사회에서의 민법의 주요문제와 과제”(2007)를 저술하였으며 최근 연구로는 “제3의 재산으로서 데이터의 체계적 정립”(2021)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파악하여 그려본 학술지도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다음과 같은 연구들을 더 살펴 볼 예정입니다. 민법의 전통적인 관점에 따른 소유권과 계약을 정리한 연구들을 살펴 제 연구의 가장 기초를 다집니다. 그리고 데이터 관련 법률들과 경제학의 관점에 따라 "디지털 재화"의 개념을 파악하여 정리하고, 연구의 대상으로 하고자 하는 '게임 아이템'과 '디지털 다운로드 게임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재화의 범위를 어떻게 확정할지를 검토합니다. 그리고 데이터법과 데이터 거래 계약을 분석한 연구들을 검토하여 일반적인 데이터 계약의 형태를 정리해 볼 것입니다. 그리고 데이터 귀속의 문제를 다룬 연구들을 검토하여 관련 학설들을 파악해 볼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하여 결과적으로 논문의 가장 중심이 되는 논의사항인 '디지털 재화의 이용권 구매계약을 소유권 계약으로 변경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검토와 어떻게 그러한 형태로 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 2024.8.9. LEEMINJI,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향후 작성자의 학술적 연구를 위한 초안으로, 작성자의 허락없이 복사, 인용, 배포,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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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당하고 우울증까지… 회사는 ‘해고’를 통보했다 [회사에 괴물이 산다 10화]
[지난 이야기] 보육교사 이정윤(가명)은 어린이집 원장에게 초과근무 문제 등 ‘바른말’을 했다가 미운털이 박힌다. 원장은 그가 ‘불편하다’며 계속 퇴사를 강요한다. 전 교사들에게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 설문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이정윤을 압박하기도 했다. ‘퇴사를 결정짓지 않으면 퇴근 못한다’고 잡아둔 날도 있었다. 이정윤은 공황발작이 시작됐다. 예전에 이정윤이 일하던 어린이집 원장은 그를 위해 추천서를 써줬다. 추천서 속에서 이정윤은 “밝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야기할 줄 알고”, “부모님과 소통할 때에도 배려와 공감의 태도를 유지하려 노력”하며, “유아의 개인적 발달과 어린이집 교육방향에 맞는 해결책을 모색”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같이 일하기 불편한 사람’, ‘장점이 없는 사람’, ‘동료들도 모두 싫어하는 사람’이란 비난을 듣고 있다. 이 극단적인 온도차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2022년 2월 말, 원장은 보직 변경을 통보했다. 담임교사에서 보조교사로. 이정윤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고 그 사실을 원장에게 알렸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에 이정윤은 깜짝 놀랐다. 이정윤이 노조에 가입했다고, 원장이 지역 어린이집 원장단체 회장에게 알렸다는 거다. 이정윤은 한 달 전 보육교사 노조에 가입했다. 계속된 퇴사 압박을 혼자 버텨내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 개인정보보호법은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 등을 민감정보로 규정하고, 정보주체 동의 없이 이를 처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 보조교사 생활은 한 달간 이어졌다. 그리고 3월 말 이정윤은 다시 담임교사가 됐다.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원장과 합의했기 때문이다. 저를 향해 많은 교사들이 말했습니다. “어린이집은 원장이 사장이다. 직원을 자르는 것은 사장 마음이다.” “어린이집 교사가 노조 가입이라니, 빨갱이다.” “선생님(이정윤) 때문에 다른 교사들이 불편하다.” 어느새 저는 어린이집에 있어서는 안 될 ‘악의 축’이 돼 있었습니다.(이정윤 중앙노동위원회 최후진술 2024. 7. 5.) 2022년 8월 22일, 원장이 이정윤과 또 다른 동료교사 한 사람을 교무실로 불렀다. 이번에는 사표가 아니라 경위서를 쓰라는 지시였다. 두 사람은 6월에 말다툼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두 달이 넘게 지나서 경위서를 쓰라고 한 거였다. 다음 날 이정윤은 경위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2주쯤 더 지난 9월 6일. 원장은 다시 이정윤을 불러 문서 한 장을 내밀었다. ‘확인서’라는 제목의 문서. 이미 경위서를 썼던 그 일, 약 3개월 전 말다툼에 관한 거였다. 이미 원장이 문구를 써둔 확인서에 서명을 하라고 했다. 원장과 부원장은 서명을 하지 않으면 교무실에서 나갈 수 없다며 강요했다. 고함을 치고 책상을 두드리는 태도에 이정윤은 공포를 느꼈고, 결국 마지못해 서명을 했다. “이걸 받지 못하고는 선생님들 나갈 수가 없어요. 이 자리에서. 아니, 선생님이 지금 이 자리에서 쓰셔야 된다고요! 이거는 쓰실 수밖에 없어요.”(부원장 B 대화 녹취록 2022. 9. 6.)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경위서를 다시 써오라는 지시. 이번엔 ‘확인서’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정윤은 그날 확인서를 제출했지만,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계속 다시 써야 했다. 원장과 부원장은 고쳐 써야 할 곳, 삭제해야 할 곳을 직접 ‘첨삭’했다. 다시, 다시, 다시. 제출과 반려를 매일 반복했다. 8월 23일, 9월 6일, 9월 7일, 9월 8일, 9월 13일, 9월 14일, 무려 6차에 걸쳐 확인서(경위서)를 제출했다. 원장이 미리 문구를 써둔 확인서에 서명도 했으니, 하나의 사건으로 모두 일곱 번의 확인서를 제출한 셈이다. 원장이 요구한 건 경위서도 확인서도 아닌, 사실상 ‘반성문’과 다름없었다. ‘반성문 다시 쓰기’는 그 뒤에 또 있었다. 9월 16일, 이정윤이 돌보던 아이가 콧등이 쓸리는 일이 있었다. 연고를 바르고 나니 아이의 코는 이상 없는 상태로 돌아왔다. 부모에게도 알렸지만 괜찮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런데 사흘 뒤에 문제가 생겼다. 원장이 이정윤을 불러 호통을 치고, 이번에도 확인서를 쓰라고 지시했다. 역시나 계속해서 반려되고, 계속해서 다시 써야 했다. 9월 20일, 9월 21일, 9월 23일, 9월 27일, 10월 5일. 5차에 걸쳐 확인서를 다시 써서 제출했다. 같은 일은 다음 달에 또 일어났다. 11월 4일 원장은 이정윤을 불러 ‘시말서’를 쓰게 했다. 이번에는 하루 전 현장학습에서 짜증을 내며 “아이 씨”라고 상스러운 말을 했다는 게 이유. 이정윤은 그런 말은 안 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원장과 부원장은 ‘동료교사들이 들었다’며 이정윤을 몰아세웠다. 그날 이정윤은 1차 시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원장은, 원장 본인이 직접 문구를 쓴 시말서를 이정윤에게 내밀며, 서명하라고 했다. 억울하다고 말해도 소용없었다. 그들은 “(상스러운 말을) 안 했다는 걸 증명해보라”고 다그치고, “교회 다닌다며? 정말 양심이라는 게 있어?”라고 비아냥거렸다. 이번에도 역시 ‘서명하지 않으면 집에 갈 수 없다’고 윽박질렀다. “오늘 이거 지금 사인 안 하면 선생님(이정윤) 못 가.”“(서명)할 수 없으면 그냥 오늘 여기 계속 있는 거야. 집에 가지 말자, 우리.” (부원장 B 대화 녹취록 2022. 11. 4.) 실랑이는 약 두 시간이나 이어졌다. 날카로운 음성과 책상 두드리는 소리. 이정윤에게 또 공황발작이 시작됐다. 손발이 떨리고 꼬였다.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 원장 : “그게 불미스러운 행동이 아니야? 어디다 대고서는 거짓말하고 있어?”이 : “거짓말 안 했습니다.”원장 : “어디다 대고 어거지 하고 있어!” (원장 A-이정윤 대화 녹취록 2022. 11. 4.) 이정윤은 보육교사 노조의 지부장, 함미영에게 SOS를 쳤다. 함미영은 바로 어린이집으로 두 차례 전화를 걸었다. 그 뒤에야 이정윤은 교무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날 밤, 이정윤의 머릿속에 처음으로 ‘내가 죽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죽고 싶어서 죽는 게 아니에요. 그때는 아무 생각 안 들어요. 그저 너무 지치니까 이제 다 내려놓고 쉬고 싶다…. 제 존재를 계속 부정당했잖아요. 결국 ‘내가 사회 부적응자인가? 정말 내가 문제 있는 건가?’ 하면서 자신을 놓게 되더라고요.”(이정윤 인터뷰 2024. 6. 21.) ‘반성문 다시 쓰기’가 또 시작됐다. 11월 11일 2차, 11월 21일 3차, 11월 25일 4차까지 제출했다. 2차부터는 시말서가 아니라 ‘확인서’로 이름이 바뀌었을 뿐이다. 대법원은 “시말서가 단순히 사건의 경위를 보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죄문 또는 반성문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업무상 정당한 명령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두6605 판결). 이정윤의 정신건강은 급격히 나빠졌다. 도무지 잠을 자지 못하니, 일상을 버틸 수가 없었다. “사람이 잠을 너무 못 자니까 환청이 들리고 헛것이 보여요. 집 안에 있는데 웬 남자들이 서 있어요. 그림자가 보여요. 저희 집이 2층인데, 창문에 블라인드를 다 해놨거든요. 가끔 남편이 환기도 시키고 빛도 들어오게 한다고 블라인드를 걷으면, 제가 ‘여보, 저기(창 밖에) 원장이 서 있어!’ 그런 얘기를 자꾸 했어요.”(이정윤 인터뷰 2024. 6. 21.) 2023년 3월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 물류센터에서 새벽일을 하던 함미영이 ‘마지막 인사’ 메시지를 받은 바로 그날. 그날도 이정윤은 ‘내가 없어지면 다 끝난다’고 생각했다. 그즈음 충남 계룡시의 한 보육교사가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다. 유가족은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정윤은 숨진 보육교사가 꼭 자기 같았다. 이정윤은 사선에 서 있었다. 한 발짝 차이로 삶과 죽음이 나뉜 그날 밤. 함미영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이정윤의 집으로 출동해 그의 안전을 확보했다. 살아서 견딜 수도, 죽어서 끝낼 수도 없는 고통. 결국 입원을 결정했다. 이정윤은 2023년 3월 6일부터 17일까지 12일간 녹색병원에 입원했다. 병명은 적응장애와 ‘상세불명 기원의’ 위장염 및 결장염. 온갖 검사를 다 해봤지만 신체적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정윤은 이른바 ‘반성문’ 사건으로 처음 죽음을 떠올린 2022년 11월부터 녹색병원으로 옮겨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때부터 담당의사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알았다. “(의사) 선생님이 저랑 상담을 하시더니, 제 남편하고 통화하고 싶대요. 나중에 들었더니, (의사가) 폐쇄병동(보호병동) (입원을 권하는) 얘기를 했대요.”(이정윤 인터뷰 2024. 6. 21.) 입원해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약을 먹고 잠드는 일밖에 없었다. 죽음조차 떠올릴 수 없는 지독한 무기력. 이정윤은 ‘적응장애’를 진단받았다. “일상생활 기능장애 동반되어 업무 수행이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는 소견이 붙었다. 이어 ‘중증의 우울에피소드’ 진단이 더해졌다. 진단서에 적힌 치료기간은 계속 길어졌다. 3월 초 병원에 입원하면서 처음으로 냈던 무급 병가(휴직)를 두 차례 연장해야 했다. “우울증에 걸리면 ‘뭘 하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없거든요. 아무것도 안 해요. 살림도 안 하고 운동도 안 하고 밥도 안 먹고 소파에 누워만 있어요. 제 생활반경이 딱 거실 소파밖에 안 됐어요. 가끔 속에서 천불이 나면 아이스크림을 정말 미친 사람처럼 퍼먹는 거야. 다른 식사는 아예 안 하고, 먹는 건 딱 아이스크림 하나였어요.”(이정윤 전화 인터뷰 2024. 6. 15.) 세 번째 휴직 연장을 요청한 때가 2023년 7월 4일. 다시 한번 “중증의 우울에피소드”를 진단받은 날이었다. 하지만 원장은 휴직을 승인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건을 붙였다. “녹색병원이 아닌 다른 종합병원에서 ‘취업치료가 어렵다’는 진단서를 발급해서 전달 주시면 (…) 고려해보도록 하겠습니다.”(원장 A 문자메시지 2023. 7. 5.) 당시 이정윤은 이미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한 상태였다. 그는 녹색병원도 종합병원이라며, 산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휴직처리 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더 이상 답변은 없었다. 그리고 같은 달 31일. 이정윤은 어린이집이 보낸 서류 한 장을 받아들었다. 해고통지서였다. 취재 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사진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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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으로 장례 준비하는 법
100원으로 장례 준비하는 법 고이장례연구소 송슬옹 대표 ‍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한 적 있으세요?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이고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가기 마련인데요.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오늘 소개할 고이장례연구소의 송슬옹 대표는 치열한 진심으로 장례를 연구하며, 이 질문에 "장례 과정에는 따뜻함 하나만 있으면 된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개인의 고유한 경험과 이야기에 주목합니다. 장례가 단순한 의식을 넘어 고인의 삶을 총체적으로 기리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동시에 현 상조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투명하고 합리적인 시장을 만들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송슬옹 대표가 꿈꾸는 정직한 장례 시장과 새로운 장례 문화에 관한 이야기, 함께 살펴보시죠! 🗺️ 진심을 배우는 업(業) ‍ | 어떤 계기로 상조 산업에 관심을 가지셨어요? 아버지가 장례지도사로 활동하셨어요. 그러다 보니 어린 시절부터 장례에 익숙해지면서 죽음을 필연적이고 객관적인 현상 자체로 받아들였죠. 직접적인 관심을 두게 된건 저 역시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경험한 후였어요. 스무 살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 과정에서 장례에 문제의식을 느꼈죠. 절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오신 분들은 누구신지 왜 오시는지조차 몰랐어요. 모든 의례가 저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형식이었죠. ‍게다가 할머니가 입원해 계신 병원에 자주 찾아뵙지 않았던 터라 당신이 돌아가신 뒤 커다란 죄책감과 우울을 마주했어요. 미안하고 고마웠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일상으로 돌아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거죠. 처음 경험한 죽음을 어떻게 소화해야 하는지도 몰랐고요.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었던 순간은 할머니의 첫 기일이었어요. 가족과 함께 울면서 할머니의 삶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죠.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이 보고 느꼈던 할머니의 모습을 듣다보니 당신의 삶이 총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할머니를 더 잘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었죠. ‘장례식 때 이랬어야 했는데’ 싶더라고요. 치유는 의미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장례식의 본질이 형식보다 의미에 가까워야 하는 이유죠. 지금의 장례식은 이와 거리가 멀고요. 장례를 더 의미 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산업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 | 장례지도사를 꿈꾼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대학을 오래 다니면서 휴학을 3년 했고, 그동안 스타트업 2곳에서 일했어요.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을 통해 성장의 순간에는 늘 고객이 있음을 체감했어요. 저의 꿈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무얼 원하고 어떤 지점에서 어려워하는지 살펴야 함을 몸으로 배웠죠. 우선 고객과 가까이에 있으면서, 내가 진심으로 해보고 싶었던 장례지도사를 해야겠다 싶었어요. ‍이후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 서울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장례지도사는 기본적으로 프리랜서로 일하는 구조라, 고객을 직접 데려오기가 참 어려워요. 어떻게 고객을 데리고 올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제가 알고 있는 장례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지식인 답변을 시작했어요. 한 달간 매일 답변을 달았죠. 그렇게 하다가 처음으로 장례 상담 요청을 받았어요.   ‍ | 첫 번째 고객을 지식인 활동 중에 만나신 건가요? 맞아요. 제가 평생 장례지도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이기도 해요. 처음 맡은 장례이다보니 마음에서 우러나 했던 일들이 있었어요. 그분들에게도, 저에게도 정말 중요한 일인 만큼 잘 해드리고 싶었죠. 장례 전에 필요한 것, 장례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의 세세한 내용을 담은 가이드와 손편지를 전해드렸어요. 또, 제가 만약 이분들의 가족이라면 뭐가 필요할지 생각해봤어요. 빈소를 차리지 않고 가족끼리만 하는 장례였는데요. 보통의 장례에서는 가족들이 고인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입관식 때 조문객으로부터 헌화를 받아요. 그런데 ‘우리 아빠만 받지 못하면 씁쓸하겠다’고 짐작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가족분들이라도 따로 헌화할 수 있도록 꽃을 한 송이씩 준비해뒀어요. 이런 작고 사소한 부분들을 알아봐 주셨고, 감사함을 표현해주셨죠. 마지막 날 화장터에서는 관이 들어가고 고인의 아내분께서 무너지셨는데, 그 감정이 저에게까지 전이된 나머지 저 또한 화장터가 떠나가도록 울었어요. 상주분께서는 오히려 저를 위로해주셨고요. 그때만큼은 저도 이분들의 가족이었고, 이 가족의 장례지도사였던 거예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당시 여자친구이자 현 아내에게 ‘나 평생 장례지도사 해도 되겠다’고 말했어요. 서울대 출신이라는 학력 필요 없고, 이게 가장 행복하다 싶었죠. 그간 많은 걸 팔아보았음에도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고 판매했을 때 너무 행복했고 커다란 만족감을 느꼈어요. ‍‍ |  장례지도사에서 고이장례연구소 창업으로 나아간 계기가 궁금해요. 제가 경험한 장례는 다른 거 필요 없이 따뜻한 마음 하나만 있으면 되는 서비스였어요. 저도 이 일을 더 잘하고 싶으니 기존 회사들을 찾아가 배우려 했죠. 장례식장 알바를 뛰기도 하고, 상조 회사에도 프리랜서로 영업하러 다녔어요. 그런데 당시 채용을 위해 만났던 한 상조회사의 대표님께서 ‘여기 전쟁터야. 이 시장은 저가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상조 산업은 기본적으로 하청이 반복되는 구조로, 고객을 미리 설득해 기존 상품에서 다른 옵션을 더 팔아 돈을 벌고 있었어요. 추가 옵션을 팔지 못하면 장례지도사 개인은 돈을 벌지 못했고, 마케팅비도 굉장히 많이 들었죠. 상조 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어요. 제가 꿈꿨던 특별한 장례는 나중의 일이구나 싶었어요. 지금은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상태였으니까요. 장례 서비스는 따뜻한 마음 하나만으로도 부족한데, 무언가를 더 팔려는 마음이 이 자리에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이걸 바로잡야겠다 결심한 뒤로는 구조 자체에 화딱지가 나더라고요. 장례지도사들이 무언가를 팔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회사로서는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죠. 잘못된 시장을 바로잡고 좋은 장례 서비스를 시장 내에 표준화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서 이를 실현할 수단인 비즈니스로 고이장례연구소를 시작했습니다. 🔬 본질에 집중하는 장례 ‍ | ‘고이’라는 이름이 굉장히 잘 어울려요. 고이는 한글로 ‘편안하고 순탄하게’라는 뜻이에요. 여러 개 중 하나를 고른 방식은 아니었고,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를 어떤 말로 표현할까 고민하다 자연스레 튀어나왔어요.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일은 돌아가신 분을 잘 보내드리는 것, 그게 다구나, 그래서 고이구나 싶었죠. ‍‍ | 왜 ‘연구소’라는 명칭을 사용하세요? 저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동시에 기준을 제시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가운을 입는다고 연구가 아니라 업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게 연구인 것 같아요. 더 나은 장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회사였으면 해서 연구소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그리고 이름에 상조가 들어가지 않았으면 했어요. 상조만으로는 우리의 비즈니스를 설명하기 어려우니까요. 말이 주는 힘은 대단히 크다고 생각하는데, 상조 산업에 묶이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더 큰 꿈을 갖고 있고, 더 많은 걸 하고 싶거든요(웃음). ‍ | 지금의 장례·애도 문화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희는 지금까지 투명하고 정직한 장례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달려왔어요. 다른 시장은 가격을 정찰제로 운영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장례는 부르는 게 값인 시장이었어요. 노잣돈이나 수고비를 요구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 잘못된 지점을 하나씩 바로잡는 일이 가장 시급했죠. 지금은 이걸 비즈니스로 해결하고 있는 과정이에요. 앞으로의 3년은 상조 산업의 더 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해요. 상조 회사는 고객이 회사에 미리 맡겨 놓은 돈인 ‘선수금’을 갖고 있는데요. 올해 3월을 기준으로 상조 업계 선수금 총합이 9.5조 원에 달해요. 그런데 상조 회사는 이 돈으로 대주주 펀드에 출자하거나 관계사 대여금, 주식 매입 등으로 자금을 운영하는 등 고객이 낸 돈을 임의로 운용해왔죠. 이에 대한 특별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꾸준히 제기됐어요. 실제로 2022년, 업계 10위권이었던 ‘한강라이프’가 폐업, 도산하면서 위험이 현실화된 적이 있고요. 운용을 무리하게 하다가 투자 손실을 본 상조 회사도 있었어요. 고객이 서비스를 해지하면 위약금을 주거나 환급을 진행해야 하는데 지급능력을 상실한 상황이 된 거예요 지급도 못 하고 폐업한 상황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이 떠안죠. 이런 문제를 바로잡고자 해요. ‍ | 복잡해보이는 문제 같은데요. 고이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시나요? 상조 회사의 본질은 장례 서비스잖아요. 그런데 지금의 상조회사는 가전제품이나 상품을 주겠다며 미리 고객을 데려오죠. 고객은 혹해서 가입하고요. 정작 메인 비즈니스인 장례는 하청이 얽힌 구조이니 돈을 벌지 못하고 있으니, 선수금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상조 회사들은 결국 금융업을 하는 거예요. 혹은 장례 마케팅을 하는 정도거나요. 저는 이게 본질에서 크게 벗어난다고 봐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장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매일매일 다른 노력을 하는 게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고이에서 출시한 서비스가 바로 ‘100원 상조’예요. 장례 준비에 100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었죠. 3만 원씩 낼 필요 전혀 없고, 별도의 운용 없이 100% 예치하고, 중간에 해지해도 100%를 다 돌려 드리고 있어요. 다행히도 100원 자체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도 있고, 고이가 이걸 왜 하고자 하는지까지 이해해주시고 가입한 분들도 계세요. 선한 가치가 순환한다고 믿어요. 더불어 그간 정규화되지 않았던, 오프라인에서 사람이 하던 일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자동화하고 스케일업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 결과로 정보의 데이터화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혁신을 일궈내고 있습니다. ‍ | 고이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고객이 원하는 건 제대로 된 장례예요. 그러니 서비스의 본질인 가격과 품질로 승부하고 있죠. 상조회사의 서비스 평균 가격은 500만 원인데, 저희는 가격을 50%로 낮췄어요. 고이가 싸게 파는 게 아니에요. 상조회사는 구조적인 이유로 비쌀 수밖에 없지만, 저희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 비용을 줄였다는 점이 포인트죠. 가격은 따라 할 수 있어도 구조는 따라 하기 어렵다고 봐요. 서비스의 품질을 증명할 방법은 후기라고 할 수 있어요. 후기 등록률은 저희가 내세우는 지표 중 하나에요. 타 상조 회사의 고객 수 대비 후기 통계가 0.05%인 데에 반해, 고이는 30~50%를 기록하고 있어요. 후기를 요구하거나 이벤트를 진행하는 액션은 따로 없었음에도 말이죠. 고이를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장례식을 마칠 때까지, 마음이 전달되는 후기를 써주시는 거죠. ‍ 🖼️ 존재를 입체적으로 기억하려면 ‍ | 시장의 투명성 문제를 해결한 이후, 하고 싶은 일이 있으세요? 궁극적으로는 색다른 장례 문화를 제안하고 싶어요. 작년에 한 고객님께서 언니의 장례식을 특별하게 준비하고 싶다며 고이를 찾으셨어요. 한 달 동안 핀터레스트로 사진을 주고받으며 언니분이 좋아했던 꽃과 장식에 관해 이야기 나눴죠. “국화꽃은 싫다”, “언니는 이런 제단 꽃을 좋아하지 않았다”라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많이 썼어요. 교수이셨던 고인의 제자들은 고인을 기리기 위해 영상을 직접 제작했는데요. 그 영상을 커다란 TV로 재생하면서 조문객들이 고인의 삶을 기억할 수 있게 했어요. 그분을 향한 추모의 마음을 갖고 빈소로 들어가고, 상주님과 마음을 다해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말이죠. 이야기가 깊은 장례였어요.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해왔던 특별한 장례식의 모습이 바로 이거구나 싶었어요. 고인의 이야기가 식장에 흘러넘치는 것, 가족분들이 이분을 잘 추모할 수 있는 것. 웃긴 얘기일 수 있지만, 그 장례식은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시장은 잘못된 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이라면, 문화는 개선보다 제안의 측면인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을 보편적으로 누렸으면 좋겠다 싶죠. 장례에 대한 개인의 니즈는 고인을 좀 더 입체적으로 생각하고 바라볼 수 있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 고이가 정의하는 진정한 추모란 무엇일까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웃음). 다만 제가 하고자 하는 건 고인이 잘 기억되게 하는 것, 남은 가족들이 잘 회복해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그것만 생각합니다. ‍ | 슬옹님 본인 장례식은 어떤 모습이길 꿈꾸세요? 저는 제가 주인공인 장례를 생각하고 있어요. 집들이 형식이었으면 좋겠고요. 결혼 후 2개월 동안, 저와 아내가 친했던 친구들을 3~4명씩 주말마다 초대했어요. 동반자로서의 모습, 친구나 동료로서의 모습이 모두 다르잖아요. 그래서 우리 남편, 우리 아내 이런 면도 있었구나- 하면서 더 풍성한 행사가 되더라고요. 각자에게 소중했던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정말 의미 있었어요. 연작처럼 이어갔던 집들이는 주인공이 우리였고, 초대받은 사람들도 모두 축하하러 발걸음 해줬어요. 얼마나 고맙고 행복해요. 장례도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죠. 저는 노쇠하기 전, 죽음의 문턱을 넘기 전 제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어요. 이번 주에는 고등학교 친구들을 불러서 같이 놀러 가고, 다음 주에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맛있는 식사를 하는 등 떠날 준비를 하는 거죠. 형식은 중요하지 않아요.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 팀 고이의 목표와 계획이 있다면? 고이는 장례의 품질 개선에 집중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들을 기획 중이에요. 당장은 매일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고요. 오늘 실패하면 내일 다르게 해보고, 또다른 도전을 하며 고이답게 나아가려 합니다. ‍ 글 | 문지원 ‍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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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CTeC컨퍼런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숙의
TICTeC Conference(이하, 틱텍 컨퍼런스)는 시민이 공공 시설 문제를 신고하고 정부가 이를 신속하게 정비하는 오픈 플랫폼 ‘픽스마이스트리트(FIX MY STREET)'로 잘 알려진 공익 개발자 그룹 ‘마이소사이어티(mySociety)’가 주최하는 글로벌 시민 기술 컨퍼런스입니다. 2019년에 시작해 시민 기술의 다양한 활동 사례, 리서치,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장으로 자리잡은 틱택 컨퍼런스는 올해 6월 12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런던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올해는 ‘위협받는 기후, AI 및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거대한 글로벌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 기술이 발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55개 세션에 걸쳐 진행되었는데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크루들도 온라인으로 참여해 글로벌 시민 기술의 동향과 국내외 사례, 현장 경험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참여한 크루들이 틱택 컨퍼런스의 주요 내용과 인사이트, 그리고 빠띠와의 활동 접점을 엮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빠띠는 시민의 목소리를 모아내는 디지털 플랫폼 데모스X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질문으로부터 출발한 생각이 디지털 플랫폼에 모여 제안, 투표 그리고 대화의 형태로 널리 퍼져나가길 바라고 있죠. 이 과정에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파트너들도 함께 참여합니다.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전문가 집단, 시민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정치/정책 관계자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렇게 우리 사회의 여러 구성원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함께 논의하는 과정을 데모스X에서는 ‘숙의'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숙의는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문제는 하나지만 시민의 의견과 생각은 정말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문제 해결의 과정에 연관되어 있는 이해당사자들도 많습니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는 민주주의를 위한 숙의 과정에 여전히 많은 도전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데모스X팀 크루들은 이번 틱텍 컨퍼런스에 참여했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숙의' 세션을 통해 시민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숙의의 사례들을 만나봤습니다.    발제 1: 효과적인 참여를 위한 대규모 온라인 참여와 시민회의의 결합 첫 번째 발표는 독일 베르텔스만 재단의 Forum Against Fakes 사례였습니다. 베르텔스만 재단은 독일의 연방 내무부와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언론사와 함께 허위 정보에 대한 정책 실행 방안을 모색하는 시민회의를 진행합니다. 통상적으로 시민회의는 오프라인 현장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명확한 조건이 존재합니다. 시민회의가 효과가 있으려면 가시성, 신뢰성 그리고 많은 사람의 참여가 필수죠. 그리고 단점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현장 참여자가 무작위로 골라지고, 적극적인 참여 의사가 있는 시민이어도 참여할 수 없는 문턱이 생기죠. 그래서 베르텔스만 재단은 기존의 시민회의에 온라인 참여를 결합합니다. 그럼 시민회의 현장 참여자보다 훨씬 더 많은 시민이 함께할 수 있고, 자연스레 더 강한 정치적 신뢰성을 가지게 됩니다. 이날 발표자였던 Stefan Roch는 시민회의와 온라인 참여의 결합을 Zipper Participation으로 소개했습니다. 두 개의 참여 방식을 평행적으로 결합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과 단계가 있다고 설명했죠. 전체 과정은 3단계로 나뉘는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시민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단계에서의 온라인 참여에서는 시민들의 제안과 아이디어를 모으고 그룹화합니다. 이렇게 정리된 의견들은 첫 번째 오프라인 시민회의 토론의 재료로 사용되죠. 각 단계가 진행되면서 시민들의 토론과 투표로 제안들이 구체화되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10개 제안과 28개의 조치로 정리됩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마지막엔 가중치를 부여한 투표를 통해 상위 제안을 도출합니다. 공동 발표자였던 Dr. Dominik Hierlemann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여러 시사점을 던졌습니다. Zipper Participation을 통해 유의미한 시민참여 숫자를 확보했고 독일 연방정부에 정치적 영향력을 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이런 과정을 보도하는 미디어가 늘어나면서 더 큰 차원의 공적 토론이 오가는 중이라고도 밝혔죠. 하지만 여전히 고민은 남아있다고 합니다. 온라인 참여가 넓어지고 길어질수록 시스템을 관리하는 데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특히 외부의 정치적 공격과 허위 정보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합니다.    발제 2: 평화를 증진하는 시민 기술: 분쟁의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얻은 교훈 두 번째 발표는 영국의 Build Up 사례였습니다. 발표자로 나선 Helena Puig Larrauri는 3가지 사례를 통해 분쟁 지역에서 숙의를 위한 시민기술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소개했습니다.  첫 번째 사례는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 파소입니다. 이곳에서는 허위 정보와 악성루머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약 일주일 동안 온라인 시민참여 플랫폼인 Pol.is를 통해 공적 대화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표현의 자유처럼 극명하게 갈리는 주제도 있었지만, 디지털 교육처럼 의견 합치가 잘되는 주제도 있었다고 합니다. 두 번째 사례로는 서아프리카의 기니비사우를 소개했습니다. 기니비사우에는 지역 분쟁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는 모니터링 그룹이 있습니다. 활동가들이 취합한 정보는 PDF 파일 형식의 보고서로 제작되어 지방정부에 시민 의견으로 전달되었죠. 하지만 이러한 활동은 큰 비용과 먼 거리로 인해 자주 수행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Build Up은 왓츠앱 채널을 개설하고 정보를 정리한 후, 시민이 왓츠앱에서 분쟁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면 답을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더 나아가 Pol.is를 이용하여 지방정부가 보고서를 읽고 어떤 대안을 마련하면 좋을지 물어보는 의견 수렴도 진행했습니다. 마지막 사례로는 수단을 소개했습니다. 수단은 오랜 내전을 겪고 있는 북아프리카 국가입니다. 현재는 두 군부가 평화 협상을 진행 중이고, 시민들은 그 협상 테이블에 시민들의 의견도 개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이를 위해 시민이 참여하는 대규모 컨퍼런스를 계획합니다. 사전에 왓츠앱 채널을 구독하면 컨퍼런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중의 의견이 필요한 질문을 Pol.is에 업로드한 후, 왓츠앱 구독자들에게 발송합니다. 이러한 과정으로 시민들은 평화 협상 과정에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게 됩니다. Helena Puig Larrauri는 발표를 마무리 하며 모든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분쟁 지역은 비민주적인 상황에 놓여 있고, 디지털 기술에 익숙지 않은 시민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특히 모두가 익숙한 페이스북 또는 왓츠앱 대신 새로운 플랫폼에서 대화를 나누게끔 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Helena는 인상 깊은 질문을 컨퍼런스 참여자들에게 던졌습니다. “기존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어떻게 숙의와 토론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 어떤 디지털 공간이 갈등 사회에서 숙의를 촉진할 수 있을까?”라고요. 지구 반대편, 우리에겐 낯선 국가에서의 경험이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 던지는 뼈아픈 질문이었습니다.    발제 3: 디지털 참여와 시민 배심원단의 결합으로 기후 변화와 지역 여행에 관한 포괄적 권고안 만들기 세 번째 발제는 영국의 사례였습니다. 2023년 Shared Future는 영국의 랭커스터에서 지역 기후 참여 프로그램의 하나로 커뮤니티 탐험, 시민참여 플랫폼 Pol.is 그리고 시민 배심원단으로 구성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시민들에게 던졌던 질문은 "랭커스터 지역의 주민으로서 어떻게 하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동시에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까요?" 였습니다. 전체 프로젝트는 해당 이슈를 구체화하면서 시작합니다. 2020년 랭커스터 환경 시민 배심원단에서 나왔던 주제를 선정합니다. 이어서 Pol.is를 통해 지역의 교통 문제에 대한 의견을 시민들로부터 받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시민 배심원단으로 활동했던 활동가를 교육해 지역사회 주민들을 인터뷰하는 커뮤니티 탐험가를 배치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Pol.is를 통해 모인 주민 의견과 커뮤니티 탐험가들이 모은 주민 의견이 시민 배심원단 워크숍에서 소개되고 숙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발표자였던 Rowan Harris는 프로젝트를 통해 배우게 된 점을 소개했습니다. 첫 번째는 Pol.is를 통한 주민 의견 수렴이 꼭 대표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소셜 미디어나 기술 접근성이 낮은 주민들을 1대1로 찾아가서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제안이었죠. 두 번째로 주민이 응답할 질문을 짜는 것에 매우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합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자유'에 관련된 질문에 사람들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했습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민주주의 틱택 컨퍼런스를 통해 숙의를 위한 시민 참여의 다양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간 빠띠가 만들어왔던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숙의를 이미 다양한 국가에서 많은 단체들이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죠.  컨퍼런스의 다양한 사례처럼 빠띠의 디지털 플랫폼 데모스X에서도 온오프라인 시민 참여의 장을 열고 있습니다. 일상의 질문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시민제안과 투표, 다수의 시민이 한곳에 모여 토론하는 시민회의 그리고 삼삼오오 동네에 모여 소소한 대화를 이어가는 시민대화까지. 데모스X를 통해 누구나 안전하고 즐겁게 시민으로서 자기 의견을 이야기 나눌 수 있습니다. 일상의 문제를 질문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며 다른 생각을 가진 많은 시민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곳. 디지털 기술을 통해 더 많은 시민이 숙의에 참여할 기회를 얻는 곳. 빠띠가 꿈꾸는 민주주의는 데모스X에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글 | 김태환 빠띠 데모스X팀 크루 변화를 만드는 질문과 대화, 사람을 모으는 시민 대화 플랫폼 demosx.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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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명 교사 개인정보 유출한 교육부, 개인정보보호 대책 없으면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유예해야
AI 디지털교과서 개발과 보급에 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입니다. 오픈넷은 AI 디지털교과서 사용이 초래할 수 있는 개인정보유출 문제에 주목해 왔습니다. 아래의 논평은 지난 5월 20일 교육부가 AI 디지털교과서 적용을 위한 교사연수 준비 과정에서 교사들의 개인정보를 '실수'로 유출한 사건에 맞춰 AI 디지털교과서의 개인정보보호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1만명 교사 개인정보 유출한 교육부, 개인정보보호 대책 없으면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유예해야 지난 5월 20일, 교육부 주최로 개최된 AI 디지털교과서 적용을 위한 교사연수 준비 과정에서 교육부의 실수로 연수대상자로 선정된 교사 1만 여명의 성명, 학교, 휴대폰 번호가 포함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 수집을 필요로 하는 AI 디지털교과서 개발과 실행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부처로서 자격미달을 스스로 증명하는 사건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교육부가 AI 디지털교과서의 상용화를 개인정보보호 대책을 완비한 이후로 유예할 것을 촉구한다. AI 디지털교과서는 서책형 교과서를 디지털화한 것이 아닌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사용하는 ‘교육용 플랫폼’이다. “AI에 의한 학습 진단과 분석”을 하고 “개인별 학습 수준과 속도를 반영한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는 “학생의 관점에서 설계된 학습 코스웨어(Courseware, 교과과정(Course)과 소프트웨어(Software)의 합성어)”로 정의하고 있는 AI 디지털교과서는 공공(교육부와 한국교육진흥원 등)이 제공하는 AI 디지털교과서 포털과 민간(AI 디지털교과서 개발업체)이 제공하는 교과별 AI 디지털교과서 그리고 학습데이터 허브로 구성된다. 포털은 학생과 교사가 디지털교과서로 접속할 수 있는 통로이자, 학생 개인의 교과목과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는 책장이면서, 학생은 개인별 맞춤 학습 지원을 받을 수 있고 학부모는 자녀의 학습현황을 파악할 수 있고 교사가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통합 대시보드로 기능한다. 통합 대시보드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학생이 교과서를 활용하며 학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학습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물이다. 학습데이터는 학습데이터 허브로 보내져 민간 개발업체에 의해 데이터 분석과정을 거쳐 포털의 통합 대시보드로 전송된다. 디지털교과서는 학생, 학부모, 교사는 물론 민간 개발업체와 교육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의 다양한 주체가 접근 가능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것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2023년 발간한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에서 디지털교과서의 개발 방향을 “국가적 차원에서 데이터 기반의 교육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의 기능을 충족함으로써 전체적인 교육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플랫폼으로서 AI 디지털교과서의 핵심 구동 요건은 학생이 학습 과정 중에 생산하는 학습데이터, 즉 개인정보이다. 교과서가 수집할 학습데이터는 학습 시간, 콘텐츠 수행도, 콘텐츠 메타데이터, 학습계획 달성도, 접속시간, 형성평가 성취도, 추가 학습 진행도, 질의응답 정도, 커뮤니티 참여도, 학습 정서, 학생의 전학 등의 항목으로 구성될 것이라 가이드라인은 밝혔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수집된 학생들의 개인정보는 1. 학생들의 학습 이해도의 특성 분석을 기반으로 현재 수준을 진단하고 개인의 능력, 목표에 맞는 적절한 학습 콘텐츠를 추천하고 학습경로를 제시하기 위한, 2. 학생들의 학습 패턴(관심사, 선호도 등) 및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적절한 학습 콘텐츠를 제시하기 위한, 3. 학생들의 개념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AI 튜터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4. 학습 패턴 및 활동 분석으로 추가 학습 요소 등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시하기 위한 분석 데이터로 활용된다.  디지털교과서로 수집할 학습데이터의 범위와 함께 수집은 최소한을 원칙으로 한다고 가이드라인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 교육부의 교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벌어진 이상 AI 디지털교과서가 상용화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아동의 개인정보 유출 및 오남용의 가능성을 염려할 수밖에 없다. 교육환경에서 수집되는 아동의 개인정보는 디지털인권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성인의 개인정보보호보다 더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지난 3월 20일 오픈넷이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주최한 세션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정책의 프라이버시와 감시 이슈”에서 발제를 맡은 정현선 교수는 “AI 디지털교과서의 서비스에 포함된 정보 가운데, 특히 ‘학습 태도’, ‘관심사, 선호도’, ‘학습활동 상태’, ‘학업 정서’ 분석은 교육 환경에서 사람의 감정을 추론하는 AI 시스템을 작동하는 것으로, EU 「인공지능법」에서는 고위험(high-risk)으로 분류되는 민감 정보에 해당”하므로 취급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지적했다. 토론을 맡았던 손주은 역시 ‘아동의 신원, 학습 활동, 위치, 의사소통, 감정, 건강, 사회적 관계에 대해 수집한 데이터는 가명화, 익명화 등의 비식별처리를 하더라도 조합을 통해 특정 아동을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디지털교과서는 학습자(는 물론 교사와 학부모)가 디지털교과서 포털에 간편하게 로그인하기 위해 지문과 안면 이미지 역시 수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디지털교과서의 상용화는 필연적으로 정부부처가 민간업체를 통해 국가의무교육의 대상인 전체 아동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게 될 것임을 뜻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개인정보보호 감시감독 체계가 교과서의 개발과 병행해 수립되어야 하고 그 절차 역시도 투명하게 대중에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조언해왔다. 정현선 교수는 위의 발제에서 ‘아동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시행령 등 법규 마련 및 개발사에 대한 관리 감독과 규제 장치를 마련하고 시행해야’ 하고, ‘이를 위한 조사 연구, 학생과 학부모, 교사 및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 예산과 인력 확보가 시급히 요구’되며, ‘조사 연구와 입법 및 관리 감독은 독립적인 기관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인력 및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이드라인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을 기술 점검, 기술 관리의 주체로 명시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시스템(소관 부서, 업무 내용, 필수 인력의 수 등)에 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번 교사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형성된 국민들의 우려를 잠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진흥원은 디지털교과서가 수집할 개인정보 관리와 감시, 감독 체계에 대한 청사진을 미리 공개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의 상용화로 그 역할에 있어 큰 전환을 맞게 될 것이다. 교육부는 개인정보처리자로서 개인정보 및 정보보안 체계를 감시감독할 책임이 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개인정보가 없이는 구현이 불가능한 AI 디지털교과서의 상용화는 학습 포털에 방대한 양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개인정보가 축적되고 가공, 편집 등의 처리가 불가피하다. AI 디지털교과서가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양은 지금까지 교육부나 일선 학교가 그간 수집해왔던 정보의 양과 비교하지 못할 양일 것이다. 늘어나는 개인정보의 규모에 따라 교육부의 책임은 앞으로 더욱 강화되어야 것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미숙한 업무처리로 1만 여명에 달하는 개인교사들의 민감한 정보를 유출하고 말았다. 이 사건은 교육부가 AI 디지털교과서의 개인정보보호 체계를 감시감독할 능력이 있는가를 근본적으로 의심하게 만든다. 오픈넷은 교육부가 학교 현장을 안심시킬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의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기 전까지 AI 디지털교과서의 개발을 유예할 것을 촉구한다. 사단법인 오픈넷2024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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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미래’에도 끝나지 않은 산유국의 꿈
*이 글은 피스모모의 대안언론 '더슬래시 Theslash.online' 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2024년 대왕고래 프로젝트, 1976년 영일만 석유 소동, 1851년 소설 ‘모비딕(Moby Dick)’  지금 한반도 해역은, 협정 기한이 도래하는 제주도 남쪽의 한일공동개발구역(7광구),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일컬어지는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8광구, 6-1광구)의 석유·가스 개발계획으로 해양 유전 자원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특히 대통령의 첫 국정브리핑에 느닷없이 등장한 시대착오적인 산유국론은 48년 전 이미 같은 장소에서 석유가 발견됐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 장면을 소환시켰다. 1976년과 2024년의 이 두 장면은 마치 오마주처럼 매우 닮아 있어 상당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프랑스 계몽주의 작가 볼테르(Voltaire)의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반복하는 것이다.”란 말이 이 상황을 잘 설명해 주는 듯했다.  그리고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1851년 출간된 소설 <모비딕>을 떠오르게 했다. 이 소설은 1820년 11월 20일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포경선 에식스호가 커다란 향유고래에 받혀 침몰한 사건을 바탕으로, 선원이었던 작가 자신의 경험을 더해 창작된 것이다. 당시 시대 배경을 살펴보면, 근대로 접어들면서 기름의 수요가 계속 증가했지만, 석유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석탄으로는 충분하지 않던 시기였다. 그때 고래기름이 대중화되면서 포경 산업이 급속히 발전했다. 특히 18세기부터 최상의 품질을 가진 기름을 얻을 수 있는 향유고래가 집중적으로 포획되었다. 향유고래의 머리에서 나오는 경랍은 품질 좋은 양초의 원료로 주목받아 높은 가격에 팔렸다. 향유고래로 인생 역전을 노리던 소설 속 선원들은 오늘날 산유국의 꿈으로 기대에 부풀어 있는 대한민국 상황과 참 많이도 닮아 있었다.   <동해 석유 탐사 현황>    결론적으로, 두 이야기의 결말은 다음과 같다. 1976년 발견된 기름은 원유가 아닌 정유로 밝혀지면서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고, 소설에서는 거대한 흰 향유고래 모비딕을 향한 집념이 헛된 꿈처럼 파멸로 끝나고 만다. 그렇다면 2024년 이야기는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서로 다른 미래, 꿈, 기회, 가치 2023년 발간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에서 과학자들은 오늘날의 기후위기를 ‘도착한 미래’라고 설명한다. 이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 대응이 필요한 현재의 문제로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19세기 석유가 발견되면서 포경 산업은 이내 사양산업이 되었지만, 지금은 석유와 가스가 사양산업임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산유국 카드를 꺼내 든 것은 포스트 오일(Post-oil) 시대로 전환해야 하는 지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정부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다. 2004년 동해 가스전으로 우리나라는 95번째 산유국이 되었지만, 2021년 모두 고갈되었다. 산유국의 자리를 다시 이어가고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동해에 매장된 석유와 가스의 가치를 최대로 환산했을 때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에 달할 것이라고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미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셈법이다. 설사 시추에 성공해 2035년에 본격적으로 생산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유럽연합(EU)이 그해부터 전기차 외의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석유의 가치는 하락할 것이며, 상품성도 지금만큼 높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바라볼 필요도 없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세계적으로 화석연료를 줄이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 5천억 원의 시추 비용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다. 시추가 성공하더라도 실제 생산까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며, 실패할 경우 엄청난 매몰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막대한 재정을 재생에너지와 같은 지속 가능하고 미래 지향적인 분야에 투입하는 것이 누가 봐도 더 합리적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시간은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의사 결정은 언론에 의해 추동되고 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서로 다른 미래를 그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경로 의존적인 관성 때문일까, 아니면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혹은 상상력의 부재에 기인한 것일까.   커먼즈의 가치 재구성: 해양보호구역(Marine Protected Area; MPA) 북한의 석탄(화석연료)을 채굴하지 않고 땅속에 그대로 두는 것이 경제적·환경적으로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강조하면서, 커먼즈로서 그 가치를 관리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한 연구위원의 발언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여전히 지구의 자원을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한 예로, 친환경 사업으로 분류되는 바이오산업의 바이오(Bio)는 원래 생물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미국의 한 기업이 바이오산업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면서, 생물학적 연구나 생명공학과 관련된 다양한 산업을 아우르는 용어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바이오의 원래 의미로 되돌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는 지극히 인간 중심주의적인 시각으로 자연을 자원화하는 행위로, 대표적인 예가 자원 외교이다. 자원 외교는 해외 자원개발을 의미하며, 사실상 이는 개도국과 자연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또 다른 형태의 식민주의와 다름없다. 기후위기 시대에도 자원 채굴은 계속되고, 고려되고 있다. 포항 영일만 석유 시추의 경우에도 시기에 대한 쟁점은 있을지언정, 그 누구도 그대로 두자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 이는 시추로 인한 바다 생태계 파괴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기도 한다.   인간의 오만함을 버리지 않는 한 기후위기 해결은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다크 생태학(Dark Ecology)의 입장에 동의하며, 다른 존재들에 대한 상상력을 통해 이들과 교류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다. 로빈 월 키머러의 책 <향모를 땋으며>에서 언급된 것처럼, 우리는 지구로부터 계속적으로 무엇을 얻기 위해 우리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위해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태도 전환이 요구된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지구 시스템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하는 ‘도넛 경제(Doughnut Economics) 실험이 암스테르담, 브뤼셀, 오스틴을 비롯한 여러 도시와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해양 관련해서도 고무적인 움직임이 있다. 2023년 9월에 타결된 국가관할권 이원지역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이용(Biodiversity Beyond National Jurisdiction; BBNJ) 협정이 그것이다. 유엔 BBNJ 협약은 공해에 서식하는 해양생물의 다양성을 보존하고 해양 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이용하기 위한 국제 협약이다. 정부 간 회의가 2018년부터 다섯 차례 진행되었지만, 일부 국가가 해양 보전보다는 해양 유전자 자원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함에 따라 조약 체결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20년 가까운 논의 끝에 타결되어 2030년까지 공해를 포함한 전 세계 바다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어획량, 항로, 심해 광물 채굴 등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된다면 전 세계 바다의 61%를 차지하는 공해는 천연 탄소 흡수원으로서 지구의 탄소 순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해양을 자원화가 아닌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접근하고, 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커머닝(Commoning)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필요한 때이다. 이러한 접근이 공해뿐만 아니라 각 국가의 영해에도 적극 확대·적용되기 위해서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자는 목소리가 더욱 커져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지연기후적응 리빙랩 연구사업단 연구원, 콜렉티브 '조목조목' 일원.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연구와 예술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지자체, 기업, 시민 각 수준에서의 기후적응대책 및 전략을 연구하며, 특히 리빙랩 방법론에 집중하고 있다.기후변화와 관련된 다양한 공연, 워크숍, 전시를 꾸준히 열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에너지_보이지 않는 언어>, <가덕도를 아십니까>, <미래의 실험실>, <기후언어사전> 등이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실질적인 적응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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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세계가 만드는 탈핵 탈송전탑 운동 - 밀양
*이 글은 피스모모의 대안언론 '더슬래시 Theslash.online' 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전기 뒤에 숨은 것들 전기는 모두를 연결시킨다. 내 손의 핸드폰부터 지역과 지역을 잇는 철도까지 모두 전기로 작동한다. 자동차, 철강, 반도체와 같은 거대 규모의 산업들이 움직이기 위해서도 반드시 전기가 필요하다.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수많은 톱니바퀴들 중에서 전기는 가장 중요한 축 중에 하나이다. 사람들은 전기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동하고 소비되는지 이해할 필요가 없었다. 전기는 물이나 공기처럼 아주 당연한 것이었다. 이해할 필요가 없던 이야기들을 세상으로 꺼낸 사람들이 있다. 신고리 핵발전 단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송전하기 위하여 건설된 76만5000볼트 송전탑를 막기 위해 싸워온 밀양 할매, 할배들, 그리고 ‘밀양의 친구들’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이라고 불리는 싸움을 올해로 19년 째 계속하고 있다. 송전탑은 완공되었고 전기가 흐른지도 10년이지만 한국전력과 합의하지 않고 살아가는 140여 세대의 주민들이 있다.  치열한 싸움이었다. 치열했던 만큼 상처도 깊고 컸다. 송전선로 노선을 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설명을 듣지도 못하고, 의견을 내지도 못했던 주민들은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정확한 송전탑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송전탑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가까운 곳에 세워졌다. (2005년 환경영향평가 주민 설명회에는 밀양 5개면 경과지 주민 21,069명 중 126명만 참여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공사를 막아서면서 대화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산을 올라 용역들과 부딪히며 공사를 막았다. 언론도, 세상도 전혀 관심이 없는 깊은 산 속에서 젊은 용역들은 늙은 노인들을 조롱했다. 모욕 속에서도 주민들은 매일 산을 올라 옷을 벗고 저항하거나, 엔진톱에 맞서 나무를 끌어안으며 싸웠다. 외로운 투쟁이 계속 되었다. 2012년 1월 16일, 산외면 보라마을에 살던 이치우 어르신은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겠다.” 라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분신했다. 그렇게 밀양의 투쟁은 전국에 알려졌다.  저항이 거세질수록 국가는 더욱 강하게 국책 사업을 밀어붙였다. 13차 공사가 시작된 2013년 10월부터 6.11 행정대집행이 있었던 2014년 6월까지 38만 명의 경찰이 밀양 4개면 마을로 투입되었다. 경찰은 한전의 공사 자재와 차량을 원활하게 통행시키기 위해 밀양의 모든 길을 통제 했다. 한 사람에게 수십 명이 달라붙었다. 경찰 여섯 명이 사람 한 명을 들어 수십 명의 경찰이 서로 팔짱을 낀 감옥에 넣었다. 그러면 카메라가 일거수일투족 채증을 했다. 공사에 필요한 모든 것들의 이동이 끝날 때까지 사람들은 그 속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경찰의 폭력 때문에 사람들은 계속해서 쓰러졌다. 100여 건이 넘는 응급후송이 있었다. 가족이 산 속에서 쓰러져 의식이 없는데도 얼굴조차 보러 갈 수 없게 막았다. 나는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것은 그럴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밀양에서 처음 알았다. 너무 분하고 억울한 시간 속에 있다 보면 목숨까지 거는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2014년 6월 11일, 경찰 2,000명이 송전탑 부지에 만든 농성장 4개를 하루 만에 철거한 날이다. 할매, 할배들은 옷을 벗고, 쇠사슬로 서로의 몸을 묶어 저항했지만 경찰은 단도와 절단기를 앞세워 농성장을 뜯고, 사람들을 끌어냈다. 해도 해도 너무 했다. 밀양 사람들이 이렇게 목숨을 걸고 싸우자 사람들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가 무엇을 짓밟고 오는가.    작은 세계를 지키는 존재들 기후위기의 시대에 에너지 전환은 뜨거운 감자다. 세계가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들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움직이던 산업 구조를 전기화해서 파국을 막을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런데 11년 동안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활동가로 살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마을들은 기후위기라는 말이 나오기 전부터 파국을 강요 당했다는 것이다. 국가, 기업, 자본과 같은 힘이 있는 집단들에게는 값싼 전기와 안정적인 공급은 항상 가장 중요한 과제였고, 그렇기에 방해가 되는 이들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삭제시켜 왔다. 작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시골에 사는 우리도 살고, 도시에 있는 너희도 함께 살자.”라고 아무리 외쳐도 돌아오는 대답은 공익을 위한 선택이니 감수하라거나, 다수의 안녕을 위해 희생하라는 말이었다. 말 뿐인가. 돈으로 마을을 갈라치고, 경찰의 몽둥이로 사람을 내리쳤다.  밀집된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들, 그 어떤 동의도 없이 세워지는 초고압 송전탑 같은 에너지 부정의에 맞서는 싸움은 밀양 이전에도 있었다. 지금은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 밀집도를 가진 지역에서 발전소 유치 운동을 하는 주민들도 동네에 생기는 첫 핵발전소를 막기 위해 피를 흘리며 싸웠고, 전국 40,000여개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마을마다 크고 작은 싸움들을 해왔다. 불평등하고 폭력적인 전력 체제에 저항했던 작은 세계들은 끊임없이 파괴되고 위기 속에 놓였다. 전체의 위기가 아니었을 뿐이다. 마을공동체는 돈으로 산산조각 났다. 밀양의 목소리가 세상을 울릴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이들이 쌓아온 투쟁의 맥락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난 6월 8일, 행정대집행 10년을 맞아 전국 15개 지역에서 22대의 버스가 출발했다. 223개 단체, 1,500여명의 사람들이 다시 타는 밀양 희망버스에 올랐다. 첫 일정으로 5개 마을에 있는 송전탑 아래에서 집회를 열었다. 그리고 영남루 맞은편에 모두 모여 <윤석열 핵폭주 원천봉쇄 결의대회>를 열었다. 종일 많은 비가 오는 와중에도 다들 울고 웃으며 하루를 보냈다. 집회를 준비하는 입장이었지만 놀라웠다. 10년이 지났는데도 밀양을 찾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10년 전 함께 산을 지켰던 사람들과 10년 만에 밀양을 처음 찾는 사람들이 함께 탈핵 탈송전탑 운동의 자리로 모인 이유가 뭐였을까.  6.11 행정대집행 전날 밤, 농성장에 고립된 사람들이 굶는 것이 걱정되어 밤새 김밥을 말았던 할머니들은 이번에도 밀양을 찾는 이들을 위해 밭에서 오이를 수확해 간식으로 내고, 마을 투쟁기금으로 떡을 시켰다. 밥도 못 먹고 뛰어 다니는 기획단을 위해 김밥을 말았다. 멀리서 새벽부터 오는 이들에게 꼭 밥 한 그릇을 먹여 보내자는 어른들의 말 때문에 800인분이 넘는 묵밥을 준비하게 되었다. 괴로웠던 그 날에도, 10년이 지난 후에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건 주변 사람들을 다정하게 돌보는 마음이다. 8일에 거의 모든 주민들이 울었다. 그들이 흘렸던 울음은 분하고 억울해서가 아니라 반갑고 고마워서 흘린 눈물이었다.  밀양 덕분에 만나게 된 좋은 친구들이 있다. 이번 희망버스도 그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밀양의 친구들과 펼쳐나갈 탈핵 탈송전탑 운동을 그린다. 윤석열 정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으로 핵진흥 정책을 펼친다.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과 신규 핵발전소 추가 건설을 동시에 추진한다. 우리는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며 맞설 것이다. 에너지 생산, 수송, 소비 전반의 에너지 정의를 세울 것이다. 나는 친구들과 함께 밀양 할매, 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단호하게 맞서면서도 다정하게 돌보며 만들어 가볼 생각이다. 나중에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싸운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작은 세계가 우리들에게 가르쳐준 것들을 새기며.               /남어진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집행위원. 밀양에서 작은 목공소를 합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활동가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먹고 사는 일도, 마음이 사는 일도 어렵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에너지 생산, 수송, 소비 전반의 걸친 부정의를 바로 잡는 탈핵 탈송전탑 운동을 동료들과 즐겁게 펼쳐보려 애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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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라는데 왜 버텨”… ‘싫은 사람’ 설문 후 퇴사 강요 [회사에 괴물이 산다 9화]
띵똥-. 문자메시지 알림음이 울린다. ‘이 시간에 누구지?’ 그날 밤 함미영은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었다. 보육교사 노동조합의 ‘전’ 지부장. 잠시 어린이집 일을 쉬던 그는 이따금 물류센터에서 야간 알바를 했다. 3월 초, 이른 봄의 밤공기는 아직도 차가웠다. 대부분 사람들은 한창 단잠에 빠져 있을 시간. 갑자기 울린 스마트폰 알림. 불길함이 확 끼쳤다. 이 시간에 오는 연락은 ‘한가한’ 일일 리가 없다. 바로 전화기를 꺼내들어 메시지를 읽었다.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다 내려놓고 싶습니다. … 안녕히 계세요.”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보육교사 이정윤(48, 가명). 종종 함미영에게 어린이집에서 ‘당한’ 일들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던 사람. 메시지를 보고 함미영은 깜짝 놀랐다. 이정윤이 가끔 탄식처럼 내뱉던 ‘극단적인’ 말들이 떠올랐다. 설마. 함미영은 재빨리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원이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함미영은 바로 112를 눌렀다. 이정윤의 집으로 출동해달라 부탁했다. 짧은 통화를 마치고 밤하늘을 올려다 봤다. 눈을 뜬 채 악몽을 꾸는 기분이었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경기 광주시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 이정윤의 일터다. 2019년 12월 개원한 이 어린이집에는 14명의 보육교사가 소속돼 있다(2024년 4월 기준). 이정윤과 같은 ‘개원멤버’들의 고생이 컸다. 개원 전 15일가량은 무보수로 일했다. 개원 업무와 어린이집 평가인증(평가제) 준비, ‘열린어린이집’ 준비까지 겹쳐 업무량은 살인적으로 늘었다. 어린이날 행사, 산타 행사, 물놀이 행사 등 어린이집 행사도 유난히 많았다. 법으로 정해진 하루 한 시간의 휴게시간을 제대로 못 쓰는 건 당연(?)했다. 대개는 저녁도 먹지 않고 야근을 했다. 밥 먹는 시간을 아껴서 조금이라도 더 일찍 집에 가려고. 하지만 너무 늦게까지 일이 이어지면, 사발면에 김밥을 먹으면서 일했다. 그도 아니면 일거리를 집에 가져가서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평일에 못다 한 일은 휴일에 나와서 끝내야 했다. 교사들은 지쳐갔다. 가족과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교사들끼리는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정작 원장 앞에서는 말 한마디 하기 어려웠다. 이정윤은 달랐다. 입바른 소리는 늘 그의 몫이었다. ‘업무량을 줄여달라, 초과근무 수당을 달라’ 요구하는 그를, 원장은 눈엣가시처럼 여기기 시작했다. “원장님이 이정윤 교사를 심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일하는 동료교사들은 부당함에 대한 요구를 하는 이정윤 교사가 옳다고 생각하지만 원장님과의 갈등을 보면서 이정윤 교사를 피하게 되고 (…) 다른 교사들의 경우 원장의 부당함에 뒷담화를 할지언정 원장의 눈에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동료교직원 문원정(가명) 사실확인서 중) 그 사이 시청도 업무 과중과 초과근무 수당 미지급 문제를 알아차렸다. 2020년 6월 현장방문에서 문제가 지적됐고, 1년 뒤 지도점검에서 또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그에 따라 2021년 7월 어린이집은 약 1년 전부터 누적된 초과근무 수당 미지급분 약 400만 원을 뒤늦게 지급해야 했다. 초과근무 기록조차 남기지 않은 개원 초기 수당은 포함되지 못했다. 원장의 ‘불편한 심기’가 누구를 향했을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다른 교사들에게 그것은 하나의 ‘메시지’였다. 어린이집의 공기는 묘하게 변해갔다. 동료들 역시 이정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일이 많아서 힘들다’는 불만은 어느새 ‘이정윤 하나 때문에 어린이집이 시끄러워진다’는 비난으로 바뀌었다. 이정윤은 ‘모두의 적’이 됐다. “열악한 업무환경에 대해 함께 불만을 이야기했던 교사들은 원장님이 제게 가하는 행위를 보며 입을 다물었고 방관자가 됐습니다. (…) 공포의 학습효과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도 나를 따돌린 적이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원장 눈 밖에 날 사람과 가까이 했다간 자신도 낙인찍힐 것 같은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임을 압니다.”(이정윤 중앙노동위원회 최후진술 2024. 7. 5.) 어느 날부터 원장은 ‘퇴사’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불편하게 계속 간다? 그러면 선생님(이정윤)하고 같이 못 갈 거고(고용할 수 없다는 뜻). 선생님에 대해서 뭐가 장점인지. 선생님이… 선생님이랑 같이 근무할 뭘 줘야 말이지? 어? 선생님이 뭘 잘했어요? 뭘 잘했어? 선생님이?”(원장 A 대화 녹취록 2020. 12. 16.) 사태가 심각해지기 시작한 건 2020년 12월이었다. 내년도 반 배정을 위한 교사 면담. 원장은 그에게 퇴사하라고 언성을 높였다. ‘불편하다, 장점을 알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어떤 핑계를 갖다 붙여도, 그저 ‘네가 마음에 안 드니까 눈치껏 알아서 나가라’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원장의 말은 이정윤의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정윤은 작은 수첩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매일 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출퇴근 시간부터, 하루 종일 무슨 일을 얼마나 했는지 모두 기록했다. ‘나는 당신이 말하는 것처럼 무능한 사람이 아니야,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야’라는 걸 입증하고 싶었다. 그리고 원장과의 대화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원장의 퇴사 강요는 이때부터 약 14개월 동안, 녹음된 것만 해도 여덟 번이나 된다. 원장이 퇴사를 강요하면, 이정윤이 이유를 반문하며 항변하고, 마치 돌림노래처럼 반복됐다. 불 같은 압박, 아니면 얼음 같은 냉대였다. 이정윤은 ‘투명인간’이 됐다. 출퇴근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것은 물론, 업무 보고에도 원장은 대꾸하지 않았다. 매일 모멸감이 쌓여갔다. “싫다고 이제. 같이하고 싶지 않아 한다고.”“그런데 왜 버티고 있냐고? 왜?” (원장 A 대화 녹취록 2021. 11. 30.) 한 해가 지나, 다시 연말. 2021년 12월 원장은 새로운 근거(?)를 내밀었다. 다른 교사들에게 ‘짝꿍교사(공동담임)를 같이 맡고 싶지 않은 사람’ 이름을 쓰라는 설문조사를 한 거다. 결과는 뻔했다. 원장은 설문조사 결과 이정윤의 이름이 나왔다며 또 퇴사를 요구했다. “이정윤 교사는 운영자인 원장님 입장에서는 불편한 교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 원장님과 갈등이 생겨서 힘들어하는 이정윤 교사에게 몇몇 동료교사들이, 보육현장은 변하지 않으니 원장님 운영방침에 따르거나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동료교직원 임은주(가명) 사실확인서 중) 무슨 ‘마피아게임’인가. 동료들의 손가락총에 따라 한 사람의 일자리를 뺏다니. 사실 해고할 명분이 확실하다면, 굳이 이정윤에게 사표를 쓰라고 강요할 필요도 없다. 원장이 교사 설문조사 결과까지 들고 나온 건, 오히려 그만큼 해고의 명분이 없다는 반증이다. 원장 : “(원을) 운영하는 건 나야! (…) 안 된다고 이야기하면 안 되는 거지!”이정윤(이하 이) : “근데 제가 왜 퇴사해야 되는지 이유를 명확히 얘기 안 해주시는데….”원장 : “아이, 진짜 이 사람이!” (원장 A-이정윤 대화 녹취록 2021. 12. 8.) 퇴사가 아니면 보직 변경을 선택하라고 했다. 보직 변경은 담임교사에서 보조교사로 ‘강등’되는 걸 뜻했다. 급여상 불이익을 보는 건 당연. 이정윤은 퇴사도 보직 변경도 원치 않는다는 뜻을 계속 밝혔다. 원장은 점점 언성을 높이고, 손으로 책상을 내려치기도 했다. “그때 너무 비참했거든요. 어떻게 내가 싫다고 사람들한테 그런 설문조사를 받을 수 있지? 어떻게 사람이 사람한테 저렇게 함부로 할 수 있지? 정말 매일매일이 지옥이었어요. 괴롭힘 당하고 (공황 발작이 나타나면) 약을 털어 먹어요. 그런데 그걸 또 다 토해요. 그러면 빨리 (구토를 멈추는) 다른 약을 또 먹고…. 아이들한테 그런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았거든요. 혹시라도 옷을 버릴까봐 (출근할 때) 항상 여벌옷을 갖고 다녔어요. 토하면서 (용쓰다가) 소변이라도 나올까봐 속옷까지 다 챙겨서…. 정말 비참하다….”(이정윤 인터뷰 2024. 6. 21.) 이정윤은 2021년 6월부터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고 있었다. 불면증과 공황장애 증상 때문이었다. 처음 ‘정신과’를 찾아가기는 쉽지 않았다. ‘의지가 약한 사람들이나 가는 곳 아냐? 왜 혼자 못 이겨내?’ 하는 편견이 있었다. 그 고통이 자신의 일이 되기 전까지는. 거듭된 퇴사 강요와 따돌림을 겪으면서 증세는 점점 심해졌다. 혼자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었다. 일터를 떠날 수도 없었다. 약을 먹으며 ‘지옥’ 같은 날들을 견디는 수밖에. 새해가 다가올수록 원장의 퇴사 압박은 강도를 더해갔다. 아마도 새 학년도가 시작되기 전에 이정윤을 정리(?)하고 그 자리에 새 교사를 채용하기 위함인 듯했다. “선생님(이정윤)이 운영자야? 어디 이야기를 하면 하나하나 듣는 게 아니고 하나하나 따져! (…) 항상 거기다 대고 꼬박꼬박 말대답 하고! 말대꾸 하고! 거기다가 꼬박꼬박 납득이 안 된다고 그러고! (…) 주임선생님. 들어와 봐요.”(원장 A 대화 녹취록 2021. 12. 30.) 원장은 동료교사까지 불러놓고 그 앞에서 계속 이정윤을 압박했다. 이정윤은 울음이 터졌다. “언제까지 그러실 건데요. 저 원장님 볼 때마다 심장이 벌렁벌렁해요. 제가 (집에서) 잠이나 자는 줄 아세요? (…) 저는 저대로 살아야 되는데 어떡해요, 원장님. 도대체 뭘 얼마나 제가 잘못했다고. 하루아침에 지금 나가라는 거잖아요.”(이정윤 대화 녹취록 2021. 12. 30.) 다음 날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2021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원장은 막 퇴근하려는 이정윤을 교무실에 앉혀놓고 또 한 번 퇴사를 강요했다. 책상을 두드리고 고함을 쳤다. 원장 : “선생님(이정윤)이 (의사)결정자야? 선생님이 원장이야! 왜 이렇게 버릇없어!” (…)이 : “제가 퇴사할 만한 어떤 중대한 잘못을….”원장 : “내가 얘기, 이 씨.” (원장 A-이정윤 대화 녹취록 2021. 12. 31.) 압박이 계속됐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이정윤에게 ‘뭔가’가 느껴졌다. “저는 먼저 알아요. 딱 (공황발작) 증상이 올 때 전기처럼 뭔가 오는 느낌이 있어요. 저는 경련으로 먼저 오거든요. 손발이 이렇게 뒤틀린다고 해야 되나, 막 꼬여요. 제 의지하고 상관없이 손이 꼬이고 몸이 막 덜덜덜 떨리거든요.”(이정윤 인터뷰 2024. 6. 21.) 또 울음이 터졌다. 공황 증상도 시작됐다. 이정윤은 퇴근하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이 : “원장님 저… 가고 싶어요. 저 지금 토할 것 같다고요. 지금 숨이 안 쉬어진다구요. 그만하세요, 좀, 원장님.”원장 : “물 한잔 마시러 갔다 와.”이 :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원장님, 됐어요. 저 갈 거예요. (…) 저 퇴근하고 싶어요. 저 퇴근할거예요. 저, 지금, 지금….”원장 : “난 결정짓고 가야 되겠어!” (원장 A-이정윤 대화 녹취록 2021. 12. 31.) 이정윤은 교무실을 뛰쳐나왔다. 기다리고 있던 남편과 함께 바로 정신과 병원으로 향했다. 취재 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사진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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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효과일까 브뤼셀 장벽일까
브뤼셀 효과일까 브뤼셀 장벽일까 by 🍊산디 미국은 군사력과 기술력으로, 중국은 ‘일대일로’로 대표되는 대규모 투자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또 다른 주요 행위자, EU는 규제를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독특한 전략을 펼치고 있죠. EU는 ‘브뤼셀 효과(Brussels Effect)’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설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브뤼셀 효과는 EU가 정책 환경을 선도함으로써 전 세계 시장 행위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EU의 포부이자 실제 현상입니다. 지난주에 소개드렸던 정당한 이익의 법리도 EU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로부터 영향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인공지능 법을 논의에 자주 등장하는 위험기반 접근(risk-based approach)이 EU 인공지능 법(AI Act)을 토대로 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EU는 단일 유럽 시장을 달성하고 유럽의 소비자와 환경을 보호하는 두 가지 목표를 위해 움직입니다. 1990년대 이래 수십 년간 상품과 서비스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단일 시장을 조성하고, 유럽 전역의 소비자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을 해왔죠. 이들은 전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기업에 큰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아누 브래드퍼드(Anu Bradford)는 그의 저서에서 브뤼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었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합니다. 시장 규모: 유럽 시장은 규모 면에서 클 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시장이기도 합니다. 다양성이 높고 구매력이 높을뿐더러, 영향력 있는 소비자가 많아 사업자가 실질적인 수요를 찾기 용이합니다. 높은 규제 역량: EU 집행위원회는 높은 정책 전문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학력 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활동해 온 전문가들이 모여있다 보니 회원국 일반에 적용 가능한 정밀한 정책 설계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하네요. 유럽 집행위원회의 예산이 적다는 사실 또한 모든 역량을 규제에 쏟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엄격한 기준: 유럽 시민들의 소비자 및 환경 보호 요구로 인해 EU 규제 기준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EU는 만장일치가 아닌 가중 다수결(qualified majority)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규제 수준을 낮추지 않아도 새로운 규제를 다른 국가에게 설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정된 정책 대상: EU의 규제 프레임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즉, EU 소비자에게 상품 및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은 소재지와 무관하게 규제 대상이 됩니다. 이로써 규제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표준화를 통한 비용 절감: EU는 대규모의 법적, 기술적 표준화를 이룸으로써 기업이 EU의 규제를 준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입니다. 기업은 일단 EU의 규제를 따르면 EU 회원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나 규제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죠. 기업에게도 EU의 규제를 준수하는 것이 효율적인 전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지금, 브뤼셀 효과가 지속될 수 있을지 회의하게 되는 사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메타는 멀티모달 AI 모델(가상 비서)을 EU 시장에 제공하지 않기로 하는가 하면, 애플은 아이폰15부터 장착되는 AI 기능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EU 시장에서는 서비스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런 결정은 부분적으로 EU AI 법의 범용AI모델(General Purpose AI, GPAI)에 대한 별도 규제에 근거합니다. AI 법은 GPAI 학습에 활용된 데이터의 목록을 공개하고 저작권자가 요청할 경우 해당 데이터를 학습 데이터셋에서 삭제하는 것, 적대적 테스트를 시행하는 것, 사건 발생 시 이를 추적하고 문서화할 것 등을 요구합니다.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 Act, DMA)도 규제 장벽으로 거론됩니다. DMA의 상호호환성 규정을 준수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AI 기업들은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여 독자적인 AI 기술을 개발하고, 그것의 성능을 높여 최대의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안전성과 기업 정보 공유는 뒷순위에 있죠. 이런 와중에 EU의 규제를 준수하려면 기업은 적지 않은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만약 범용AI모델을 제공하는 빅테크가 EU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다른 사업자와의 호환성을 위해 기술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하며,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학습 데이터 리스트를 공개하고 삭제 요청에 대응해야 하고, 규제기관에게 기업 경영과 AI 모델에 대한 정보들을 제출해야 하며,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시 대대적인 조사, 언론 보도와 함께 AI 상품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낮아지고, 적용되는 법에 따라 전 세계 매출액의 최대 7%~10%에 이르는 과징금을 내야 합니다. 기업들의 입장도 이해가 되기는 합니다. 규제는 비용일 수 있고, 한정된 자원을 ‘경영자가 원하는 대로’ 배분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죠. 기업은 본래 수익을 좇습니다. 그러니 기업이 비겁하다는 비판보다 필요한 것은 이러한 정책 환경이 어떤 효과로 이어질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AI 기업들이 EU에 서비스를 출시하는 걸 꺼리는 모습입니다. 아무리 EU라도 EU 소비자가 없는 기업을 규제할 권한은 없습니다. 세계화를 향유했던 EU 브뤼셀 효과는 빠르게 블록화하는 오늘날에도 계속될 수 있을까요? 규제로 인해 EU 소비자의 후생이 저해되는 것은 아닐 것일까요? 혹은, 비유럽 국가 소비자들의 데이터로 ‘안전’해진 서비스를 EU가 체리피킹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요? EU를 피하는 기업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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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꼭 해야 하는 걸까요?
2024 파리 올림픽이 흥행중입니다. 한국이 늘 강세를 양궁 종목에서는 다시 한 번 금메달을 수확했고, 유도, 탁구, 사격 같은 종목에서도 메달 소식이 들렸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오히려 “올림픽을 꼭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계 올림픽과 동계 올림픽 모두 4년마다 열리고, 매번 개최지가 변경됩니다. 올림픽 개최지 선정은 IOC 위원회에서 결정되고요. 그 말은 즉 4년마다, 혹은 그 이상의 기간마다 올림픽을 개최하기로 한 국가는 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 라고들 말합니다. 그만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현장이고, 올림픽을 여는 나라는 세계에 ‘잘 보여야’ 합니다. 그 ‘잘 보이는’ 것이란 무엇일까요? 아마 ‘정리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것입니다. 세계에 보여주는 그 정리된 모습이란, 잘 정리되고 깔끔한 경기장과 그 주변의 모습, 멀끔한 도시의 경관을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올림픽을 하려면 적은 공간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 종목의 경기장을 준비해야 하고, 그 넓이는 무척이나 클 것입니다. 그러면 그 경기장과 선수들이 머물 공간, 그리고 기타 부대 공간을 만드는 데 있어, 엄청난 필지가 필요할 것이고, 엄청난 예산이 소요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탄소가 배출될 것입니다. 파리 올림픽이 개최되면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에어컨 사용을 줄이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제공한다고 해서 논란 아닌 논란이 일었는데, 사실 탄소는 그 부분이 아니라 올림픽 자체를 준비하기 위한 부분에서 애초부터 많은 양이 배출되었을 것입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에어컨 사용을 줄이고 채식을 준비한다고 해서 탄소배출 저감의 효과가 없지는 않았겠지만, 그것으로 기존에 배출된 탄소를 상쇄하기엔 어림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선 많은 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땅에는 본래 사람이 살고 있었고, 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흙이 있었고, 거기에 따른 동물들도 살고 있었을 것입니다. 거기 있던 사람들, 동식물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그러한 부분들은 보도되지 않았고,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거기 살던 사람들과 다른 생명들은, 아마 자신의 집과 삶의 공간들을 잃지 않았을까요? 그 생명들의 댓가는 그러면 누가, 어떻게 지불할까요? 아니, 지불하긴 할까요? 집을 잃어버린 사람들, 식물과 동물들에게 무언가 보상 혹은 배상이 이루어지긴 할까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텐데, 저는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비단 파리 올림픽뿐만 아니라, 이전의 올림픽들에서 그러한 보상 혹은 배상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는 근거를 말입니다. 특히 파리는 쉽게 ‘집시’라고 불리는 보헤미아인들이 많이 사는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빈민이 많은 도시이기도 하죠. 그 빈민들은, 보헤미아인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올림픽을 파리 전역에서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파리나 프랑스, 넓게는 유럽 내의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자의였는지 타의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찌 되었건 그들의 존재는 올림픽에서 볼 수 없었습니다. 이름없는 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제가 찾아보진 못했지만, 올림픽에 필요한 공간을 마련하면서 거기 살던 사람들에 대한 무언가 댓가가 주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동식물들은요? 거기 살던 동식물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아마 아무도 모르게 죽었을수도 있습니다. 나무는 뽑히거나 베어지고, 동물들은 살처분을 당하면서요. 파리올림픽을 벗어나,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이야기를 잠깐 해 보겠습니다. 여러분, 가리왕산을 아시나요? 가리왕산은 올림픽이 열린 평창과 정선에 걸쳐 있는 산입니다.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스키 슬로프 공사 때문에 가리왕산에 있는 수백년 된 원시림이 모조리 베어진 적이 있습니다. 정부와 강원도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2014년 1월 가리왕산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서 해제했고, 중봉에 활강 스키 경기장을 지었습니다. 협의대로라면 올림픽이 끝난 후 산을 복구해야 했지만 강원도는 곤돌라 존치를 요구했고, 2021년 6월부터 생태 복원 계획을 수립하는 기간동안 곤돌라 운행을 허가했습니다. 그리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전두환과 노태우 정부는 ‘미관’을 위해 판잣집 같은 빈민 주거시설을 모두 ‘청소’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 빈민들은 정부에 의해 어디론가 사라지거나, 강제로 주거지를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그나마도 서울에서 계속된 도시개발 사업으로 인해 빈민들의 주거지는 계속해서 사라졌습니다. 저는 ‘다른 올림픽이라고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파리의 보헤미안이나 도쿄의 홈리스들, 그리고 그 외의 이름붙여지지 않은(un-named) 존재들은 안녕할까요? 사라졌다면, 과연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또 숲을 이루고 그 안에서 생태계를 이루고 살던 식물들과 동물들은 또 안녕할까요? 올림픽, 거대한 정치적 행위 올림픽은 사실 “우리는 올림픽을 할 수 있을만큼의 국력이 된다”는 메시지가 담긴, 무척이나 정치적인 행위입니다. 세계인의 축전이라는 말 뒤에, 정치적 아젠다와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1968년 멕시코 시티 올림픽에서는 미국의 육상선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의미로 시상대에서 고개를 숙이고 한쪽 손을 높이 드는, 이른바 ‘블랙 파워 살루트(Black Power Salute)’를 했다가 다음날 메달을 박탈당했고, 육상선수 자격도 정지당했던 적이 있습니다. 시상대에서 야유를 받은 건 물론이고요.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1년 미뤄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었던 2020년에는, 벨라루스에서 세계 육상 챔피언 출신 마리나 아르마소바가 대선 불복 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선수촌에서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또 국민의힘 국회의원인 진종오 의원은 현역 사격선수이던 2020 도쿄올림픽에서 이란의 자바드 포루기 선수를 두고 “테러리스트가 1등을 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까?”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알제리의 복싱선수 이마네 칼리프를 두고 ‘염색체 논쟁’이 오갔습니다.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갖추고 있다고 한들, XY염색체를 가지고 있는데, 그를 ‘여성’으로 인정할 수 있냐는 논쟁이었는데, 이를 두고 많은 인터섹슈얼,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와 여성에 대한 혐오를 담은 발언들이 오갔습니다. 그리고 지난 도쿄 올림픽 때는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를 두고 엄청난 여성혐오 발언이 오갔고, 심지어는 “안산 선수의 금메달 박탈 청원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있었습니다. 안산 선수가 숏커트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고, ‘웅앵웅’이나 ‘오조오억’ 같은 ‘남혐’ 표현을 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그 근거였습니다. 이번 올림픽에 안산 선수가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심지어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양궁의 임시현 선수에게는 “턱에 난 상처를 시술할 것이냐?” 라는 여성혐오적 발언이 있었던 인터뷰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팔레스타인에도 운동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침공과 ‘인종 청소’로 인해,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거나, 부상을 당하거나, 집을 잃고 망명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 중에서는 당연히 올림픽을 목표로 하는 운동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팔레스타인 선수들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시오니즘(Zionism)’이라는 이름의 파시즘 때문일 것입니다.  올림픽을 아무리 ‘세계인의 축제’ 라고 한들, 정치적 아젠다가 오가고, 인종적, 국가적, 성차별적 논리가 오가는데, 이것을 과연 ‘세계인의 축제’ 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인종, 국적, 성별, 정치적 성향, 외모, 평소 행실이 지배적 아젠다를 거스르지 않는 ’정상성’이라고 불리는 것을 가진 이들의 축제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올림픽이라는 행사를 위해 사라진 이들, 그 과정에서 공격받은 이들, 슬픈 이들이 이 모두 안녕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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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산재 또 승소… ‘법정고문’은 7년으로 족하다 [그녀의 우산 8화]
파킨슨병 진단을 숙명으로 인정하기엔 서른세 살은 너무 젊었다. 뇌신경계 파괴로 몸이 굳어가는 와중에 생각은 자꾸 20대 첫 직장 시절로 돌아갔다. 신호영(가명, 48세) 씨는 그때 그 공장에서 LED 제품을 만들었다. 나이 마흔이 넘어서야 어렴풋이 생각했다. ‘혀마저 굳어가는 내 병은 그 공장에서 얻은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아닐까….’ 법원은 그 추측이 맞다고 다시 한 번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구회근 재판장)는 지난 7월 25일,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이 신호영 씨에게 내린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산재가 아니라는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을 뒤집은 또 한 번의 판결. 산재 신청 이후 7년 만이다. LED 생산 공장에 취업한 지 22년, 파킨슨병 진단받은 지 15년 만의 일이다. 신호영 씨는 어느덧 5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누구보다 이 소식을 기다렸을 호영 씨에게 7월 31일 전화를 걸었다. 앉는 것도 힘들어 거의 누워 생활한다는 신 씨 대신 그의 모친 김정혜(가명, 72세) 씨가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도 공단이 상고 안 할까요? 나는 잘 모르겠어요. 한 번 데인 적이 있으니까….” 근로복지공단이 다시 상고를 결정한다는 건, 사건이 대법원까지 간다는 의미다. 큰 기대가 없다는 다소 힘 빠지는 반응. 가만 들여다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번 2심 재판부의 판결은 환영할 만한 것이지만 사실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신 씨의 발병 원인과 업무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 역시 신호영 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판결의 핵심 요지를 보자. “비록 의학적으로는 현재까지 이 사건 상병(파킨슨병)의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 원고가 이 사건 각 사업장에서 근무할 당시에 다수의 유기용제 및 유기화합물에 직간접적-복합적으로 노출된 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 내지 촉진되었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서울행정법원 2020구단51146 일부) 이 판결이 나온 때는 2023년 6월 7일, 싸움은 이때 끝나야 마땅했다. 판결 당시 이미 신 씨의 투병 생활은 16년째로, 거동이 어려운 상태였다. 그와 가족에게 산재 인정과 요양급여는 시급한 문제였다. 다른 하나는 근로복지공단도 1심 판결을 받아들여 ‘항소를 포기하겠다’고 법무부에 밝혔었다는 점이다. 법정 다툼을 멈추고 신 씨의 산업재해를 인정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법무부가 ‘항소를 진행하라’고 지휘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현 국민의힘 대표인 한동훈이었다. 공단이 ‘항소 포기’를 밝히면 법무부도 이를 받아들이는 게 관례였다. 2021년과 2022년, 공단의 ‘항소 포기’ 의견에 법무부가 항소 이행을 지시한 사례는 없다. 하지만 이수진 당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2023년에만 신 씨를 포함해 ‘반대 사례’가 네 건이나 나왔다. 어쨌든 공단은 자기 의지와 반대로 항소를 했다. 그것도 항소 기한 마감 날 늦은 오후에 말이다. 아들 신 씨를 간병하는 모친 김정혜 씨는 당시 기분을 이렇게 표현했다. “항소도 마감 날짜에, 마감 시간에 딱 맞춰가지고 했는데, 얼마나 잔인합니까. 안쓰러운 사람들한테 (기계적으로) 항소한다는 건 진짜 피해자들을 죽이는 일이죠! (이름이 근로’복지’공단이라면서) 무슨 이런 ‘복지’가 있어요!” (김정혜 씨 인터뷰 2023. 10. 17.) 의지도 의미도 없는 항소. 공단 측은 항소이유서도 4개월 후인 10월 23일에야 접수했다. 신 씨의 안타까운 시간만 속절없이 흘렀다. 김정혜 씨는 “근로복지공단이 불쌍한 산재 피해자를 도와주지 못할망정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난해 10월 인터뷰에서 말했다. 당시 기준으로도, 산재 판정을 기다린 지 이미 6년째. 간병인을 들일 여력이 안 돼 일흔 넘은 노모가 간병을 도맡고 있었다. 신 씨가 공단에 산재를 신청한 때는 2017년. 공단의 불승인 결정 → 행정소송 제기 → 1심 승소까지 6년이나 걸렸다. 이번 2심 판결까지 따지면 7년 세월이다.(관련기사 : 법원은 산재 인정, 공단은 불복 항소… “죽어야 끝날 일인가”) 공단이 2심 판결마저 불복해 대법원으로 사건을 끌고 가면? 해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투병 중인 신 씨와 가족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다. “몸이 성한 사람도 10년 가까이 재판을 하면 힘든데, 몸 아프고 생계도 막막한 사람들은 재판이 길어지면 어떻겠어요? 환자도 힘들고, 돌보는 나도 힘에 부치죠.” 김정혜 씨가 2심 승소에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다. 기자는 신호영 씨에게 심정을 직접 듣고 싶었으나 그의 건강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작년 10월에 만났을 때도 신 씨는 인터뷰 도중에 잠들기도 했다. 요즘은 하루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내고, 혀마저 굳어가고 있다. 앉아 있는 것도 어려워 옆으로 고꾸라지는 일도 잦다. 넘어진 아들을 일으켜 세우는 건 모친 김정혜 씨의 몫이다. “옆으로 넘어져도 혼자 못 일어나요. 그러다 질식해 죽을 수도 있으니까, 제가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죠.” 법원의 1·2심 판결은 신 씨에게만이 아니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세계 1위권의 첨단산업을 보유한 한국사회에 주는 의미가 크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활동가인 이종란 노무사의 말을 보자. “산재는 보통 피해자가 상병과 작업장의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되는데, 어떤 유해물질이 있는 작업환경에서 일했는지 노동자들은 잘 모르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이번 판결은 첨단산업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헌법상의 의무를 다한 판결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이종란 노무사 전화 인터뷰 2024년 7월 31일) 이어 이 노무사는 그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직업병 관련 연구가 없거나 부족한 경우가 많고, 그 발전 속도가 빨라 취급 물질이 빈번하게 바뀌고 있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작업환경에 대한 조사와 안전관리 매뉴얼이 신설되는 등 조사부터 예방책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노무사의 평가대로 최근 법원의 판결은 산업발전 상황을 따라가는 모양새다. 대법원은 이미 판례로 첨단산업분야의 산재 판정 방향을 잡아놨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 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이른바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 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7년 8월 29일 선고 2015두3867) 공은 다시 근로복지공단으로 넘어갔다. 신 씨 모친 김정혜 씨는 이런 당부를 했다. “이번에는 소송이 끝이 나서 겨우 버티고 있는 지금 상황이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그냥 딱 ‘남들처럼만 살고 싶다’는 상상을 해요. 돈 걱정 없이 치료에 전념하는 거, 간병인 몇 시간이라도 불러서 마음 편히 있는 거, 고등학교 올라간 손주 학원도 보내고 싶고, 며느리도 좀 숨 돌렸으면 좋겠고…” 산재 다툼만 7년. 이 싸움은 이쯤에서 끝날까 아니면 더 연장될까. 근로복지공단은 아직 상고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또 잔뜩 희망고문을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상고를 신청할 수도 있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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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CTeC컨퍼런스] 시민참여와 의회감시
TICTeC Conference(이하, 틱텍 컨퍼런스)는 시민이 공공 시설 문제를 신고하고 정부가 이를 신속하게 정비하는 오픈 플랫폼 ‘픽스마이스트리트(FIX MY STREET)'로 잘 알려진 공익 개발자 그룹 ‘마이소사이어티(mySociety)’가 주최하는 글로벌 시민 기술 컨퍼런스입니다. 2019년에 시작해 시민 기술의 다양한 활동 사례, 리서치,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장으로 자리잡은 틱택 컨퍼런스는 올해 6월 12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런던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올해는 ‘위협받는 기후, AI 및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거대한 글로벌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 기술이 발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55개 세션에 걸쳐 진행되었는데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크루들도 온라인으로 참여해 글로벌 시민 기술의 동향과 국내외 사례, 현장 경험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참여한 크루들이 틱택 컨퍼런스의 주요 내용과 인사이트, 그리고 빠띠와의 활동 접점을 엮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빠띠 솔루션팀은 시민참여와 의회감시 세션에 참석했습니다. 미국, 태국, 브라질에서 시민 참여와 의회 감시를 위한 다양한 도구들을 개발하여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구들은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도구를 만들고 운영하는 빠띠 솔루션팀에서 그 사례를 살펴보고, 솔루션팀이 개발한 원스톱 디지털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발제1: 미국 DC inbox 린지 코맥 교수는 미국 스티븐스 공과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며, DCinbox.com이라는 독특하고 중요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DCinbox는 미국 국회의원들이 유권자에게 보내는 공식 이메일 뉴스레터를 온라인으로 아카이브 한 데이터베이스로, 15년 이상에 걸쳐 거의 20만 개의 뉴스레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2008년 코맥 교수가 뉴욕 대학교 대학원 재학 중 시작했습니다. 그는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공식 이메일 뉴스레터가 디지털 형태로 보존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과거 우편물로 보냈던 의회 소통 자료들은 의회에서 프린트하여 아카이브 되었기에, 디지털로 만들어진 이메일 뉴스레터는 그에 맞는 디지털 아카이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적은 예산으로 조교 4명과 함께 많은 시간을 들여 작업했으며, 별도의 지메일 계정을 만들어 국회의원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아카이브했습니다. DCinbox 웹사이트에서는 키워드 검색이 가능하며, 정당, 성별, 기간 등을 조건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의원들은 뉴스레터를 통해 위원회 활동과 투표 내용을 전달하며, 때로는 매우 정치적인 내용을 담기도 합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뉴스레터는 스타일 면에서 차이가 있는데, 민주당은 주로 텍스트를 사용하고 공화당은 인포그래픽이나 이미지를 많이 사용합니다. 이는 아카이빙 과정에서 어려움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DCinbox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여러 흥미로운 시사점이 드러났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뉴스레터를 더 자주 발송하지만, 코로나19 기간 동안에는 두 정당의 발송 빈도가 비슷했습니다. 여성 의원들이 남성 의원들보다 투표 내용을 더 많이 공개하는 경향이 있으며, 코로나19 기간 동안 가족과 학교를 언급하는 빈도도 여성 의원들이 더 높았습니다. 이는 정당 차이와 상관없이 나타난 현상이었습니다. 또한, 코로나 사망자 수가 많은 지역구의 의원들이 코로나에 대해 더 자주 언급했습니다. '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다양한 의견을 보인 반면, 공화당은 의견의 수가 적고 보수적이었습니다. 지구의 날은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훨씬 많이 언급했으며, 농촌 관련 이슈는 미국 중서부의 캔자스 지역 의원들이 많이 언급했습니다. '무법'에 대한 공화당의 언급 빈도는 트럼프 재임 기간에는 낮았다가 오바마와 바이든 재임 기간에 증가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2021년에 급격히 언급 빈도가 늘었고, 주로 공화당에서 언급했습니다. 코맥 교수는 DCinbox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도 진행했습니다. 정당별 상위 키워드를 추출하여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도구인 미드저니로 이미지를 만들어보는 실험을 했습니다. 공화당의 상위 10개 키워드에는 거의 매일 바이든이 포함되어 있는 반면, 민주당은 바이든이나 오바마를 거의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에 대한 언급 빈도는 양당에서 비슷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뉴욕타임스의 기사 작성이나 학술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DCinbox 프로젝트의 주요 목적은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공식 디지털 소통 자료를 보존하는 것입니다. 의원들이 국회를 떠나면 뉴스레터 내용이 사라지기 때문에 이를 캡처하여 보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정치적 대표성, 공중 보건 정보 보급, 국회의원들의 의사소통 방식 등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코맥 교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DCinbox 데이터에서 시사점을 찾아내고, 다른 연구자들이 이 공개 데이터를 활용하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내년에는 호주로 가서 비슷한 디지털 아카이브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정보에 입각한 시민권과 정부 책임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민주주의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발제2: 태국 WeVis 태국의 시민 활동 조직인 WeVis는 "We visualize data for democracy"를 의미하며, 5년째 민주주의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태국은 88년간 13차례 이상의 쿠데타를 겪었고, 2014년 쿠데타 이후 2019년에 총선거를 실시했습니다. 이러한 복잡한 정치적 배경 속에서 시민 기술(Civic Tech)은 아직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 10명 중 1명 정도만이 이를 인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WeVis의 멤버 타니사라 루앙데이는 원래 저널리스트였으나, 데이터와 기술을 다루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시민 기술(Civic Tech)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2019년 총선거를 앞두고 WeVis는 새로운 젊은 유권자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디자이너, 저널리스트, 개발자, 연구자, 학생들이 모여 자원은 부족했지만 각자의 기술을 활용하여 elect.in.th 웹사이트를 개발했습니다. 이 웹사이트는 정치와 선거 관련 정보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군사정부 하에서 정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거나 정부 데이터를 감시할 권한이 없었던 상황에서, 이 웹사이트는 유권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 역할을 했습니다. WeVis의 목표는 선거 전에 더 생산적인 대화와 토론을 촉진하여 유권자들이 정보에 기반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놀랍게도 태국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2천만 명이 이 웹사이트를 방문했으며, 이는 WeVis에게 큰 자부심을 안겨주었습니다. 선거 이후 WeVis는 의회 감시 활동으로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경험과 자원은 부족했지만, 영국의 TheyWorkForYou와 미국의 GovTrack 등을 참고하여 theyworkforus.wevis.info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이 플랫폼은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습니다. 또한 법안을 감시하는 wevis.info/law-watch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공약 이행을 추적하는 wevis.info/promisetracker도 개발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한 웹사이트 제작을 넘어 대중에게 정치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2023년 총선거에서는 많은 언론, 경제계, 정당이 WeVis의 데이터베이스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선거 이후 WeVis는 기존 시스템을 통합하여 parliamentwatch.wevis.info를 출시했습니다. 이 플랫폼은 의원별 투표 현황, 입법 과정, 선거 공약 이행 추적 등 종합적인 의회 감시 기능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태국에서 이러한 활동을 하는 것은 여러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정보 요청 시 대부분 종이로 자료를 받아야 했고, 때로는 CD로 자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투표 기록은 수기로 작성된 것을 OCR 기술로 처리해야 하는 등 데이터 수집과 처리에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또한 태국의 법은 시민의 정보 제공 권한을 제한하고 있어, WeVis는 법률 개정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다행히 올해 관련 법률이 개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태국에서 시민 기술(Civic Tech)는 아직 시작 단계에 있어 의회나 다른 기관으로부터 거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WeVis는 시민 참여와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자신의 정치 성향과 비슷한 의원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열린 국회 위원회에 참여하여 국회 데이터 개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WeVis는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식을 공유하며 민주주의 데이터 표준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프로젝트를 오픈소스로 개발하여 공개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WeVis의 활동은 정치가 정치인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들의 노력은 태국의 정치적 투명성을 높이고,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촉진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시각화와 기술을 활용하여 복잡한 정치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제공함으로써, 일반 시민들도 정치 과정에 참여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WeVis의 사례는 시민 사회와 기술의 결합이 민주주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모델입니다. 그들의 활동은 정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며, 시민들의 정치 의식을 고취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WeVis는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다른 국가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하여 태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전역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발제3: 브라질 Querido Diário 렌과 줄리오는 브라질의 정책 정보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렌은 20년 이상의 개발 경험과 웹 스크래핑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며, 줄리오는 열린 지식 재단의 프로그램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해결하고자 한 문제는 브라질의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1862년부터 발행된 관보가 여전히 주요 정책 정보 소스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2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그 형식과 내용이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관보는 계약 현황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형식이 바뀌지 않았고, 구조적인 데이터 포맷이 없이 대부분 PDF 파일로 제공되어 검색이 불편했습니다. 또한, 각 도시마다 별도의 관보를 발행하여 통합 검색이 불가능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렌과 줄리오는 'Querido Diário'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queridodiario.ok.org.br 웹사이트를 통해 서비스되며, 모든 지자체 도시 웹사이트의 문서를 수집하여 한 번에 검색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사용자는 키워드를 입력하고 도시와 기간을 선택하여 쉽게 정보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파이썬의 scrapy 라이브러리를 사용하여 'spider'라고 하는 스크래핑 봇을 만들었습니다. 이 봇은 각 도시마다 하나씩 매일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대부분의 관보가 PDF 파일이기 때문에, 이를 텍스트로 변환한 후 검색 엔진에 인덱싱하여 검색을 통해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지자체별 메타데이터를 추가하여 더욱 정확한 검색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수집된 데이터는 API를 통해 제공되며, 소스 코드도 공개되어 있어 누구나 프로젝트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브라질에는 5000개의 도시가 있어 모든 도시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큰 도전이었기 때문에, 학교, 활동가, 언론인, 공무원, 개발자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만들었습니다. 학교와 활동가들은 데이터를 이해하고 커뮤니티에 전파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학교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R&D와 연구 논문 작성도 진행됩니다. 언론인들은 수집된 공식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공무원들은 이를 의사 결정에 활용합니다. 개발자들은 오픈소스와 데이터 공개를 통해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합니다. 현재 프로젝트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7개의 연구 그룹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5개의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GitHub에서 1000개 이상의 별을 받았으며, 20개 이상의 데이터 저널리즘 기사가 작성되었습니다. 온라인 채팅 메신저 디스코드에는 1500명 이상의 멤버가 있고, GitHub 기여자는 100명이 넘습니다. 현재 402개 도시의 57만 개 문서를 수집했으며, 이 과정에서 1개의 잘못된 데이터를 발견하여 수정했습니다. 'Querido Diário' 프로젝트의 성공을 바탕으로 교육 주제 프로젝트와 맞춤 보고서 제공 프로젝트 등 후속 프로젝트도 진행 중입니다. 대학교와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관련 주제로 글을 작성하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향후 개선 방향으로는 쿠버네티스를 사용한 인프라 확장, 연말까지 수천 개의 지자체로 수집 범위 확대, 그리고 관보를 다른 데이터와 함께 분석하여 더욱 유용한 정보를 발굴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브라질의 정책 결정 과정을 더 투명하고 접근 가능하게 만들어, 시민 참여와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국내 사례 웹 2.0 구호아래 크레이티브 커먼즈 운동이나 RSS로 개방, 참여, 공유 정신이 점점 널리 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국내에서는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소셜이노베이션캠프36과 같은 해커톤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왔습니다. 의회 감시를 목적으로 하는 국내 사이트 로는 의안을 검색하는 “대한민국 정치의 모든 것, 포커”가 있었으며,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서비스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2013년에 공공데이터 개방 정책을 적극 추진하여 투명성을 높여가기 시작하였습니다. 2014년 4월 이후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참여한 사례가 있습니다. 국회의원에게 촉구하는 “응답하라 국회의원”과, 국회의원과 선거 정보를 제공하는 “정치넷” 등이 있습니다. 정부의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를 만들어서 공직자 재산을 신고하고 1993년부터 관보로 공개하였고 2000년대에 들어서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였지만 데이터를 처리하고 활용하기 어려운 방법만 계속되고 있어서 NPO 정보공개센터와 인터넷신문 뉴스타파에서는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 웹으로 재배포하고 있습니다.  빠띠와 민주주의 빠띠는 2016년 더 나은 민주주의 플랫폼(이하 더민플)을 시작하며 민주주의 가치 실현을 위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초기에 빠띠는 서울시와 협력하여 "민주주의 서울" 시스템을 개발했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소스코드를 공개하여 투명성을 높였습니다. 빠띠의 주요 목표는 온라인 공론장 형성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더민플을 통해 모인 활동가들이 민주주의에 필요한 기술을 실험하고 발전시켰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가브크래프트'가 탄생했고, 이는 현재 '캠페인즈'로 발전하여 서명, 촉구, 목소리 모으기 등 다양한 시민 참여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빠띠는 시민들의 참여 욕구와 기술적 한계 사이의 간극을 인식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 하지만, 기술적 장벽으로 인해 아이디어 단계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빠띠는 '믹스온'이라는 원스톱 디지털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믹스온은 코딩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이 도구를 통해 사용자들은 간편하게 나만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제안, 투표, 실행, 모임, 소식 등의 기능을 선택적으로 사용하여 홈페이지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멀티사이트와 비공개 사이트 생성 기능도 제공합니다. 믹스온의 장점은 단순한 홈페이지 제작 도구를 넘어섭니다. 이 플랫폼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으며, 게시글 작성과 동시에 뉴스레터 발송과 친구톡 전송이 가능한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빠띠는 믹스온을 통해 비영리 조직의 디지털 전환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시민 참여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관심 있는 단체나 개인은 contact@mixon.io로 연락하여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글 | 김성준 빠띠 솔루션팀 크루  원스톱 디지털 솔루션 mixon.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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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개발 경쟁이 초래한 인터넷 장벽
AI 윤리 뉴스 브리프 2024년 8월 둘째 주by 🤔어쪈 1. 현실화되는 인터넷 장벽 웹사이트 운영자는 콘텐츠를 AI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장벽을 세우고, AI 기업들은 눈에 불을 켠 채 학습 데이터를 찾아다니며 장벽을 뚫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하는 모습은 어쩌면 예견된 미래일지 모릅니다. AI 기업들은 크롤러를 이용하여 인터넷 상의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그 정도가 과하다는 웹사이트 운영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하루에만 10TB를 다운로드하며 오픈소스 문서 저장소에 한달 5000 달러 이상의 웹 호스팅 비용을 물리는가 하면, 크롤러명을 바꿔가며 차단을 우회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온라인 상에서 크롤링 금지와 콘텐츠 유료화가 갈수록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은 구글과의 독점 콘텐츠 제공 계약 이후 구글 검색 엔진 외로 크롤링을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했습니다. 앞으로 레딧에서 작성되는 콘텐츠는 레딧에 직접 접속하거나 구글 검색 엔진으로만 접근이 가능하게 된 것이죠.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 빙과 같은 다른 검색 엔진과의 충돌도 있었습니다. 검색 엔진을 통해 온라인 정보 접근이 용이해지면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진 robots.txt 파일명으로 유명한 크롤링 관련 규약이 AI로 인해 무너지고 있는 걸까요? 이전 레터에서 우려했던 상황은 다행히도 AI 기업들이 검색과 AI 학습 등 목적 별로 다른 크롤러를 이용하는 움직임이 자리잡아 크게 문제로 대두되진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불신이 축적된다면 인터넷의 개방성을 더이상 당연하게 여길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입니다. AI 기술 개발을 위해 우리는 무엇까지 희생해야 하는 걸까요? 🦜더 읽어보기 닫힌 오픈AI를 다시 여는 방법 (2024-07-24) 2. EU AI 법 발효 이후 더 시끄러워질 우리나라 지난 3월 유럽의회에서 가결된 인공지능법(AI Act, EU AI법)이 드디어 발효되었습니다. EU AI 법의 대부분의 조항이 시행까지 2년의 유예 기간을 가지기 때문에 곧바로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인권 침해 등 심각한 위험성을 가진 AI 시스템은 곧장 6개월 후부터 금지되며, 1년 뒤엔 생성형 AI와 같은 범용 목적의 AI 시스템에 대한 정보 공개 및 저작권 준수, 위험 평가 의무가 부과됩니다. EU 집행위원회가 2021년 처음으로 법안을 제안한 이래 유럽에서 관련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우리나라 역시 입법 논의로 들썩였는데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22대 국회 개원 두 달 만에 6건의 AI 법안이 발의된 상황 속에서 무엇보다 정부의 추진 의지가 강해보입니다. 부처간 협의를 통해 마련된 AI 기본법 정부안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밝혔고, 그에 앞서 대통령 직속의 민관협의체인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대통령령을 의결하며 마중물을 붓는 모습입니다. 최근 레터에서도 다뤘듯 국내 AI 기본법 논의가 산업 진흥에만 초점을 맞추고 각종 위험 통제를 위한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축소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는 ‘시민단체 반대 의견’에는 귀를 닫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중입니다. 국가인공지능위원회와 같은 정책 논의 테이블에 누구를 앉히는지, 기업과 같이 특정 집단이 과대대표되지는 않는지 감시와 참여가 필요합니다. 🦜더 읽어보기 이 주의 정책 카드: 유럽연합 AI법(EU AI Act) (2023-06-19) EU AI법, ‘글로벌 표준’과 국경의 문제 (2024-03-18) 3. AI 버블 우려, 세번째 AI 겨울? AI 가성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습니다. 두달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벤처캐피털 세콰이어캐피털은 전세계적으로 AI에 투자된 금액을 6000억 달러로 추정하고, 이게 회수가 가능한 수치인지 의심을 표했습니다. 이어 지난 레터에서 다룬 것처럼 골드만삭스 등의 투자회사 역시 회의적인 시각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고 있습니다. AI 분야에 거품이 심하게 꼈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주식 시장 역시 크게 영향을 받은 모습입니다. 사실 AI가 약속한 것은 직접적인 수익이 아닌 생산성 향상이기 때문에 투자이익률이 곧장 숫자로 잡히진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과연 생산성 향상에는 도움이 되고 있을까요? 최근 진행된 설문결과에 따르면 꼭 그렇진 않은 것 같습니다. 기업 경영진은 생성형 AI가 생산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관련 기술을 도입했지만 직원들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설문에 응한 실무자 중 절반은 여전히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모르며, 오히려 도입 후 생산성이 저하되고 업무 부담만 가중되었다고 답한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반응이 이제 막 개발중인 기술에 너무 빨리, 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감을 계속해서 부풀려온 AI 업계와 이에 반응해 쏟아져나온 수많은 AI 하이프 뉴스, 또 그에 비례하여 투자된 막대한 자원을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AI 겨울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최근 소식들이 결코 좋은 신호로 보이진 않았을 것입니다.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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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 소셜섹터의 사회적 성과 평가 연구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장마와 폭염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사회에는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환경문제 뿐 아니라, 인권, 노동 환경, 불평등, 저출생 등이 있습니다. 미래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 글에서는 소셜섹터 기업들의 사회적가치 측정모형에 대해 고민합니다. 소셜섹터 기업들이란,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영역의 기업들을 이야기합니다.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이 있습니다. 소셜섹터 기업들은 기업 활동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가치 실현을 목표로 합니다. 사회적가치와 경제적가치라는 이중 목표를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소셜섹터 기업의 성과측정은 왜 필요한가요? 기업이 활동할 때에는 자금 확보가 중요합니다. 영업활동을 통해 얻는 이익이 있고, 또 같은 사회 문제에 공감한 이들에 의한 기부도 있을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이나 개인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투자는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보통 투자자들은 투자 대비 더 높은 이익을 원합니다. 임팩트 투자자들은 소셜섹터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동의를 하여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다른 투자 기회를 대신하여 소셜섹터에 투자하기도 합니다. 또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을 모두 얻으려는 목적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때 투자자들은 어떤 소셜섹터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결심을 할까요? 성과가 좋은 기업에 투자하려고 할 겁니다. 투자한 기업이 실패하길 바라는 투자자는 없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또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소셜섹터 기업에서 좋은 성과란 무엇일까요?  먼저 경제적 성과를 말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이익은 바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기업의 경영성과를 파악하고 다른 기업들과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성과는 어떠한가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사회적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경영학에는 유명한 문장이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 입니다. 소셜 섹터 기업들은 사회 문제 해결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합니다. 그런데 창출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면 성과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성과는 관리할 수 없고, 또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다양한 국내외 기업, 연구소, 이니셔티브, 행정기관 등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여러 툴(Tool)을 만들었습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한 ESG, 임팩트 투자를 위한 IMP 등이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가치지표(SVI), 사회적가치연구원의 사회성과인센티브(SPC) 등이 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사회적가치 측정 지표는 크게 정량적 지표와 정성적 지표가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예시들은 모두 정량적 지표에 해당합니다. 정량적 지표는 다시 화폐화와 점수화 지표로 나뉩니다. 이러한 방법론들은 각각의 강점과 약점이 있습니다. 먼저, 정량적 지표는 수치화하여 비교 가능하고 측정이 비교적 간편합니다. 반면에 무형의 사회적 가치를 수치화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할 수 있고, 자의적으로 측정될 위험이 있습니다. 정성적 지표는 보다 자세히 가치를 설명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듭니다. 또한 비교가능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임팩트 투자와 같이 글로벌 환경에서는 화폐화된 측정지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보다 작은 지역사회나 취약계층 지원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정성적 지표를 통해 보다 현상을 면밀히 분석하길 요구합니다. 이렇듯 사회적가치 측정은 기업의 특성과 목표하는 가치, 환경 등에 따라 여러 요구가 있습니다. ✏️연구탐사대에서, 최근 사회적가치 측정에 관한 연구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다양한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지만, 평가의 투명성, 객관성, 비교가능성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욕구를 채우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지난 몇년간 개발되어온 사회적가치 측정 도구들의 현황과 흐름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흩어져 있는 정성화, 정량화 지표를 추합하고 각 모형들의 한계를 파악, 제안점을 찾고자 합니다. 기존의 연구들을 통해 통합된 모델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공통의 언어로 기업들의 사회적 성과를 이야기하고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소셜섹터 생태계의 확장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중요한 문제입니다. 연구의 축적을 통해 사회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 ⓒ 2024.8.6. YJ, Ro.,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향후 작성자의 학술적 연구를 위한 초안으로, 작성자의 허락없이 복사, 인용, 배포,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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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살인 청년’ 강도영 씨 가석방으로 출소 [누가 아버지를 죽였나 19화]
‘간병살인’ 청년으로 알려진 강도영(가명) 씨가 만기 약 9개월을 앞두고 7월 30일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강 씨는 뇌출혈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홀로 돌보다 생활고에 시달려 끝내 부친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지난 2021년 5월 구속됐다. 강 씨는 살인 고의가 없었다며 유기치사를 주장했으나, 1심-2심 재판부는 모두 존속살해 혐의를 적용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강도영 씨의 사연은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2021년 11월부터 진행한 프로젝트 ‘누가 아버지를 죽였나’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관련 기사 보기 – “쌀 사먹게 2만원만.. 22세 청년 간병인의 비극적 살인] 강 씨의 부친 고 강영식(가명. 당시 56세) 씨는 지난 2020년 9월 목욕탕에서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강영식 씨는 응급 수술을 받고 의식을 찾았지만, 사지 마비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콧줄을 통한 경관급식으로 식사를 했고, 대소변 처리 역시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강영식 씨는 뇌출혈 전문병원과 요양병원에서 약 8개월 치료를 받았으나 건강은 회복되지 않았다. 간병비 포함 치료비 약 2000만 원이 아들 강도영 씨에게 청구됐다. 입대를 위해 대학 휴학 상태였던 강 씨(당시 22세)에겐 돈이 없었다. 강 씨의 삼촌이 직장에서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아 치료비를 댔다. 강영식 씨는 계속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으나, 아들 강도영은 더는 돈을 구할 수 없었다. 강도영 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어머니와 헤어졌다. 엄마의 거주지는 물론 생사도 모른다. 강 씨는 2022년 4월 23일 아버지를 퇴원시켜 집에서 홀로 돌봤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을 내고 살던 집의 월세는 아버지 입원 직후부터 밀리기 시작했다. 도시가스, 인터넷, 휴대폰이 요금 미납으로 차례대로 끊겼다. 강 씨는 “쌀 사먹게 2만 원만 빌려달라”는 문자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내는 처지가 됐다. 결국 강 씨는 5월 초부터 아버지를 안방에 방치했다. 아버지의 시신은 5월 7일 안방에서 발견됐다. 강도영 씨는 집에서 체포돼 구속됐다. <셜록> 보도 이후 많은 시민이 돌봄과 간병 살인, 특히 ‘영 케어러(young carer)’ 문제에 관심을 갖고 ‘강도영 구명운동’에 나섰다. 당시 김부겸 국무총리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개 사과를 하고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영 케어러 실태조사에 나서는 등 관련 대책 정비에 나서기도 했다. [관련 기사 보기 – ‘강도영 선처 6천명 탄원.. 총리, 장관, 대선후보도 관심] 구속된 강도영 씨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힌 시민도 많았다. 특히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은 2021년 11월부터 월 1회 강 씨를 면회하며 심리, 생활지원을 해왔다. 전태일의 여동생 전순옥 전 국회의원은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강도영 씨를 수차례 직접 만나는 등 강 씨가 ‘전태일-이소선 장학재단’ 제1호 장학생으로 선발되는 데 힘을 보탰다. “강도영 씨의 사연을 처음 접했을 때 ‘타인의 도움이 없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하는 감정이 먼저 들었다. 오빠 전태일도 22세 때 사망했는데, 오빠 생각도 많이 났다. 오빠가 외로웠을 때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런 생각도 많이 했다. 강도영 씨가 사회에서 잘 적응해 살 수 있도록 계속 힘을 보탤 생각이다.” 전순옥 전 의원이 지난 7월 말 <셜록>과의 통화에서 한 이야기다. 출소한 강도영 씨는 고향 대구광역시의 한 친구 집에서 머물고 있다. 곧 살아갈 집을 마련해 독립할 예정이다. <셜록> 역시 강도영 씨의 생활을 지원할 예정이다. 박상규 기자 comune@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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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사회적 연대(Social Solidarity)와 복지수준의 상관관계 비교연구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 더불어 살아가는 감각, “사회적 연대(Social Solidarity)” 오늘날 한국 사회가 겪는 사회문제는 무수히 많고 심각하여, 이를 모두 나열하는 것도 쉽지 않고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저출산, 노인 빈곤, 자살, 청년 니트, 고독사 등 ‘삶의 질’과 ‘웰빙(Well-being)’을 저해하는 많은 지표에서 OECD 국가 중 한국은 최악의 순위를 오랜 기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표만으로도 한국에서의 생존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고질적인 사회문제가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채 잔여 한다는 것은 곧 병리적인 사회구조가 존재함을 의미합니다. 한국 사회의 문제는 사회 불평등과 삶의 불안정성에서 비롯됩니다. ‘사회복지(Social Welfare)’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완화하고 경제체제를 유지하는 수단이지만, 한국에서는 분절된 노동시장이 노동의 불평등과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낮은 수준의 복지가 이를 충분히 보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더 평등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 복지를 발전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완벽한 정책 아이디어가 있다면 모든 사회문제가 사라질까요? 사실, 그런 만병통치약은 존재하지 않으며, 시민들의 조직화된 힘과 참여 없이 복지 발전은 실현될 수 없습니다. 실현되어서도 안 됩니다. 결국, 복지를 발전시키는 동력의 근간은 ‘사회적 연대 (Social Solidarity)’입니다. 사회적 연대란, 사회적으로 타인과 나의 삶이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모이고 목소리 낼 수 있는 힘을 말합니다. ⏳ 왜 연대하지 않는가: 경제•정치•복지의 역사적 산물 한국은 서구에 비해 시민 간 연대의 경험이 적어 복지제도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왜 한국 사회는 비교적 낮은 사회적 연대를 공유하며, 그로 인해 복지의 발전이 더뎠을까요? 한국인들은 이기적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요? 연대는 이타심뿐 아니라 이기심과도 연결된 개념이며, 유전학적으로 설명하기에는 더욱 적절하지 않습니다. 선천적 요인이 아니라면 후천적 요인에 가까울 것입니다. 각 사회의 연대의 수준과 특징은 경제, 정치, 사회적 역사에 의해 형성됩니다. 한국의 경우, 정치체제 측면에서 해방 이후 독재와 권위주의가 지속되면서 시민들의 자유가 억압되었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노동과 복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경제체제 측면에서는 1960년대부터 경제 성장에 집중하면서 사회적 웰빙보다는 개인의 성공과 경제적 성과가 강조되었습니다. 1990년대 이후에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형 경제체제로 전환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노동시장 이중구조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복지체제 측면에서는 1970년대의 급속한 경제성장이 공적 복지를 대신할 정도로 빈곤과 불평등을 완화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여전히 공적 복지보다는 경제 성장과 개인의 성공을 통해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민주화와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복지제도는 느리게 시작했지만 빠르게 발전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 사회의 낮은 연대와 복지 수준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각적이고 포괄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 🧶  사회적 연대와 복지수준의 상관관계 비교연구 ’사회적 연대가 높은 사회는 복지 수준도 높을 것이다. 반대로, 연대가 낮은 사회는 복지 수준도 낮을 것이다.’ 이 두 변수의 상관관계를 검토하기 위한 비교 연구는 한국 사회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를 시작하기에 앞서, 다음 두 가지 문제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첫째, 비교 연구의 대상 국가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산업화된 모든 나라를 연구하기는 어려우며, 너무 적은 수의 나라를 연구하는 것도 적합하지 않습니다. ‘에스핑-안데르센(Esping-Andersen)’의 ‘복지국가 유형화 이론’은 복지국가 연구에서 가장 신뢰성 있는 이론이지만, 아시아 국가를 포괄하지 못한 서구 중심적 접근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 이론을 참고하여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를 추가하는 방법이 적절할 것입니다. 둘째, 연대와 복지의 수준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사회적 연대는 사회적 참여도, 정치적 관심도, 복지 및 증세 태도 등 다양한 하위개념을 포괄합니다. ‘복지 태도 (Welfare Attitude)’ 라는 하위 개념으로 좁힘으로써 연구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복지 수준에 대해서는 'GDP 대비 사회지출' 등의 양적 지출 뿐만 아니라 질적인 제도의 정합성 및 포괄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사회적 연대를 증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은 제가 사회정책과 복지국가 연구를 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질문입니다. 각 사회마다 고유한 역사적 유산을 가지고 있고, 끝없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는 시대에서 '연대'는 계속해서 탐구되어야 하는 주제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 ⓒ 2024.8.5. KIM DAHYEON,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향후 작성자의 학술적 연구를 위한 초안으로, 작성자의 허락없이 복사, 인용, 배포,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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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 유튜버 고소? 명품백 받은 죄인부터 잡아가라” [우상의 정원 17화]
“탄핵이 필요한 거죠” 대통령 풍자 노래를 만들었다가 고소당한 가수를 만나러 가는 길. 지난 16일, 그의 작업실이 있는 서울 마포구로 향했다. 4층 상가 건물로 들어가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회색 현관문 앞 초인종을 누르자, 그가 나왔다. 가수 백자(본명 백재길, 52세)다. 백자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민중가요 노래패 ‘우리나라’의 멤버이자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일명 ‘촛불가수’로도 알려진 싱어송라이터. 백자는 작업방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2평 크기의 작업방은 컴퓨터 책상으로 이미 절반은 차 보였다. 그 옆으로 마이크와 통기타가 세워져 있었다. 벽 곳곳에는 공연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책장에는 유튜브 ‘실버 버튼’도 전시돼 있었다. 유튜브 본사가 10만 이상 구독자를 보유하는 채널에게 주는 상. 백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수 백자tv’의 구독자 약 18만 명이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유튜브 수익 창출이 안 되고 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진보 유튜버들 대부분이 그런 상황이에요. KTV 쪽에서 진보 유튜버들을 상대로 계속 유튜브에 신고하고 있지 않습니까. 윤석열 정부가 ‘길들이기’를 하는 거라고 봅니다.” 백자는 한국정책방송원(KTV)으로부터 형사고소를 당했다. 한국정책방송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으로 ‘KTV국민방송’을 운영하고 있다. 두 번째다. KTV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민간인을 고소한 사례는. KTV는 지난 2월 8일, 한 영상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제목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직원이 부릅니다. 변진섭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윤석열 대통령이 드리는 설 명절 인사!>. 영상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직원, 그리고 대통령실 합창단 ‘따뜻한 손’이 가수 변진섭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라는 노래를 함께 부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로부터 5일 뒤. 가수 백자는 이 영상을 가져와 풍자 영상을 만들었다. 제목은 <대통령실이 부릅니다. ‘탄핵이 필요한 거죠~’>. 그는 본인 유튜브 채널에 해당 영상을 올렸다. 풍자 영상은 백자의 윤석열 대통령 성대모사로 시작한다. 윤석열 대통령(백자 더빙) : “그러나 저러나 우리 이 실장도 감옥에 가셔야지.”이관섭 비서실장 : “저는 뭐 상황 봐서.” 이후 백자는 개사한 노래를 더빙으로 불렀다. 원곡 가사에서 ‘사랑’을 ‘탄핵’이나 ‘특검’으로 바꿔, ‘윤석열의 탄핵이 필요한 거죠’와 ‘김건희의 특검이 필요한 거죠’로 불렀다.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와 관련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디올백 받고서 입 닫을 때’ 등의 가사도 언급했다. “앞서 가신 장모님과 뒤에서 따라 들어갈 마누라 마누라 짐 싸~한동훈 똘마니도~ 구속이 필요한 거죠 (짐 싸)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디올백 받고서 입 닫을 때그 순간이 바로 김건희의 특검이 필요한 거죠나라는 망해도 맨날 지각 술이나 처먹고 나뒹굴 때그 순간이 바로 윤석열의 탄핵이 필요한 거죠탄핵이 필요한 거죠 탄핵이다!” “당시에 명품백 논란이 불거졌는데 김건희가 사과를 안 했거든요. 사과는 안 하면서 대통령이 대통령실 직원들이랑 나와서 춤추고 노래 부르니까 열 받는 거죠. 풍자 만화를 그리시는 ‘오뎅’ 작가님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해서 쓰신 가사를 재밌게 봤거든요. 여기에다가 앞뒤에 ‘탄핵’ 가사를 더 붙여서 더빙으로 노래를 불러본 거죠.” 당시 설 인사 메시지로 대통령실이 공개한 합창 영상은 논란이 되기에 충분했다. 영부인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 논란이 한창 뜨거웠던 시기와 겹치기 때문. 예능 프로그램 ‘SNL코리아’ 시즌5(쿠팡플레이)에서는 합창 모습을 재연하며 풍자하기도 했다. 노래를 같이 부르던 한 출연자(권혁수)가 혼자 튀는 모습을 보이자 경호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입을 틀어막고 그를 끌고 나갔다. 윤 대통령은 과거 대선후보 시절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치 풍자는) SNL의 권리”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말은, 정치 풍자는 ‘SNL만의’ 권리라는 뜻이었을까. 백자의 풍자 영상에 대해 KTV는 발 빠르게 조치했다. 백자가 올린 풍자 영상을 유튜브에 곧바로 신고했다. 영상 공개 2일 만이다. 사유는 저작권 침해. 그에 따라 해당 영상은 2월 16일 삭제됐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KTV는 형사고소까지 강행했다. 올해 3월 가수 백자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세종남부경찰서에 고소했다. “윤석열이 대선주자로 언급되던 시기(2020년)에 ‘춘장 트롯’이라는 풍자 노래를 만들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KTV뿐만 아니라 어디 기관로부터도 풍자 노래를 갖고 신고를 당한 적은 없습니다. 국가나 공공기관이 민간인을 상대로 (풍자를 이유로) 형사 고소했다는 걸 들어본 적도 없었고요. 당연히 대통령실 합창 영상은 공적 영상이라고 생각하고 풍자 영상을 만들었던 거죠. (이번 형사고소는) KTV의 과잉 충성 아니면, 의도적으로 저를 괴롭히고 싶었던 거라고 봅니다.” KTV가 2007년 설립 이후 저작권법 위반으로 민간인을 형사고소한 사례는 현재까지 총 두 건. 모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다. KTV는 가수 백자를 고소하기에 앞서, 지난해 11월경 유튜버 ‘건진사이다’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고소했다. ‘건진사이다’는 주로 영부인 김건희 씨에 대한 풍자 영상을 올렸다.(관련기사 : 김건희 저격 고소당한 유튜버 “채널 폐쇄 목적 확실”) 가수 백자는 정보공개를 통해 고소장을 받아냈다.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고소취지와 사건 경위 정도였다. 고소인과 고소인의 법률대리인에 대한 정보는 모두 가려져 있었다. “피고소인(가수 백자)은 고소인(KTV)이 제작하여 유튜브 채널에 게재한 영상을 복제 가공하여 피고소인의 유튜브 채널에 게재함으로써 저작권법을 위반하여 고소인의 저작재산권,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고소장 고소이유 요지) 고소장 전문 15장 중 10장은 아예 ‘백지’였다. 유튜버 ‘건진사이다’가 받은 고소장과 비슷했다. ‘건진사이다’의 경우 고소장 전체 15쪽 중 12쪽이 아예 생략된 채 전달됐다. 영상 제목에 쓴 영부인 김건희 씨 이름마저 다 가렸다. “처음에는 경찰청에서 저에 대해 통신조회를 했다고 문자가 왔어요. 기분이 몹시 나쁘더라고요. ‘완전히 나를 감시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요. 당시만 해도 왜 통신조회를 했는지 예상을 전혀 못 했죠. 이후에 KTV에서 고소한 걸 보고 ‘이것 때문에 알아본 거구나’ 알게 된 거죠.” 가수 백자와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민중가요 가수로 활동해왔다. 2009년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에서 ‘다시 광화문에서’라는 노래를 부르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촛불행동 주최로 열리는 ‘촛불대행진’에도 적극 참여해 ‘촛불가수’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다. 지난 13일 열린 ‘제98차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 현장에서는, KTV로부터 고소당한 풍자 노래를 직접 불렀다. “윤석열 정부 이후 이번 사건까지 포함해서 세 번째 경찰 수사를 받게 됐습니다. 저는 정말로 (이런 행태가) 국가적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중대 범죄도 아닌데 경찰들에게도 시간 낭비, 인력 낭비하는 겁니다. 사실 진짜 죄 지은 놈들을 잡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몰래 명품백 받고 이런 죄인들을 잡아가야죠.” 사실 윤석열 정부의 ‘입막음’ 논란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먼저, ‘윤석열차’ 논란이다. 지난 2022년 한국만화진흥원이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 작품 속 달리는 열차 정면에는 윤석열 대통령 얼굴이 그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풍자했다는 해석이 나오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주최 측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가상연설 영상’이 긴급차단 되기도 했다. 논란이 된 영상은 지난해 11월 23일 틱톡에 올라온 <가상으로 꾸며본 윤대통 양심고백연설>이라는 제목의 영상.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지난 2월 23일 통신소위 임시회의를 긴급하게 열고 해당 풍자 영상에 대해 통신사에 접속 차단을 요구했다. ‘입틀막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강성희 당시 국회의원(진보당, 전주을)은 지난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대통령경호처 경호원들에 의해 사지가 들리고 입이 틀어막힌 채 끌려나갔다. 카이스트 졸업생 신민기 씨도 학위수여식에서 R&D(연구개발) 예산 관련 구호를 외치다가 경호원들에게 제압을 당했다. 역시 입이 틀어막히고 사지가 들린 채 퇴장당했다. “‘입틀막’에 이은 ‘유틀막’(유튜브 입틀막) 아닌가요. 윤석열 정부에서 다 같은 한 맥락으로 사건들이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듣기 싫은 소리는 ‘절대 듣지 않겠다’ 그런 거죠. ‘꼴도 보기 싫다’ 이런 것 같아요.” 백자는 8월 1일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제가 올린 대통령실 합창 풍자 영상을 오픈 소스로 열어놨거든요. 다른 유튜버들이 이 영상에서 (가사가 뜨는) 자막을 그대로 쓰면서 음성만 다시 새롭게 부르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영상들은 KTV가 문제를 안 삼았는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KTV가 저를 본보기로 삼아서 본때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KTV의 ‘유틀막’은 가수 백자만 겪은 일이 아니다. 그동안 KTV는 개인 유튜버들을 유튜브에 꾸준히 신고해왔다. 양문석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안산시갑) 자료에 따르면, KTV는 지난해부터 올해 4월 총선 직전까지 개인 유튜버를 대상으로 총 55건의 삭제 신고를 했다. 이중 약 70%인 38건이 영부인 김건희 씨 관련 영상. 나머지 17건은 윤석열 대통령 관련 영상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관련 유튜브 영상 삭제 요청은 특정 시기에 집중됐다. 하종대 한국정책방송원 전 원장이 취임한 2022년 10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것. 하 전 원장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캠프 출신이다. 특히, 유튜브 영상 삭제 요청이 올해 총선 직전까지만 이뤄진 사실이 밝혀지면서, ‘KTV 총선 개입’ 의혹도 제기됐다. KTV가 지난해부터 올해 4월 총선 직전까지 총 55건의 영상 삭제 요청과 2건의 형사고소를 진행했던 것. 총선 이후로는 단 한 건의 영상도 삭제 요청을 하지 않았다. 이에 양문석 의원실은 “선거 개입을 위한 부정적 여론 차단 즉 여론조작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양 의원실은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윤석열 대통령이 ‘기소당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절단난다’는 발언을 한 것처럼, 유튜버들을 고소로 위협하고 비판과 풍자를 차단하려 했다. 이는 ‘입틀막’ 시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셜록은 KTV에 반론을 요청했다. KTV는 지난 22일 답변을 보내왔지만, 가수 백자 고소장에 적힌 고소이유 요지, 즉 “백자가 저작권법을 위반해 KTV의 저작재산권,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을 반복했을 뿐이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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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간호사에게 존엄한 돌봄을 기대하려면
간호사에게 존엄한 돌봄을 기대하려면 (2024-08-05) 신이령(가명) | 간호사 지난 2월2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나의 간호사 인생은 10년 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첫 직장은 서울 대형 병원으로 산부인과에 지원했다. 생명이 시작되는 순간을 함께하고 싶었다. 그러나 암 환자가 대부분인 부인과 여성 암 병동에 배치돼 수많은 임종을 함께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1년간 생리가 나오지 않았다. 동기들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다. 신규 간호사가 겪는 일종의 증후군이었다. 시간이 지나 생리를 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화장실을 갈 짬이 없어서 때로는 바지에 피를 흘려가며 일했다. 일이 너무 많아서 부끄러워할 겨를도 없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10년이 지난 현재 지방 공공병원에서 4년째 일하고 있다. 나와 내 동료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암물질로 지정한 교대근무를 하면서, 수많은 감염병에 노출되어 있지만 여전히 휴식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 자주 끼니를 거르며 일한다. 너무 오래 서 있어서 생기는 하지정맥류나 화장실을 가지 못해 생기는 방광염, 불규칙적 생활로 생기는 위염이나 불면증, 환자를 옮기다 생기는 근골격계 질환은 흔한 직업병이다. 환자의 치매나 섬망 증상으로 인해 위험한 상황이 생긴다. 우리는 폭행, 폭언, 성희롱에 너무 쉽게 노출된다. 하지만 아파도 선뜻 쉬기가 어렵다. 간호사는 여유 인력이 없어서 누군가 병가에 들어가면 다른 간호사가 쉬는 날을 반납하고 나와야 한다. 우리 간호사들은 서로서로 대체해 가며 일한다. 현 의료보험 시스템은 일부 질병군의 포괄수가제(미리 정해진 일정액의 진료비를 지불)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의료행위에 대해 행위별 수가제(의료 서비스별로 수가를 정하여 진료비를 지불)를 채택하고 있다. 나도 근무마다 환자에게 사용한 재료대나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를 전산에 입력하는 작업을 한다. 간호 행위에 대한 수가는 거의 산정되지 않아 수익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그래서 병원 입장에서는 간호사의 노동보다는 자판기 커피가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할지도 모른다. 간호사는 많을수록 적자가 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최소 인력이 있는 것이 당연시된다. 간호대학의 증원으로 매년 간호사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아프고 소진된 간호사는 언제든지 소모품처럼 대체된다. 베테랑 간호사가 신규 간호사로 대체된다면 병원 입장에서는 인력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 이득이다. 그래서 현장은 바뀌지 않고 연차가 있는 간호사는 병원을 떠난다. 광고 대형 병원은 비용 문제로 정규직 의사 또한 충분히 뽑지 않기에, 정규직 의사의 업무가 비정규직 의사인 전공의(인턴과 레지던트)에게 온다. 과로에 시달리는 인턴과 레지던트의 업무는 다시 간호사에게 온다. 임상병리사의 일도, 방사선사의 일도 인력 부족을 이유로 때로는 간호사에게 온다. 간호사는 병동에서 환자를 돌봐야 하지만 약물 운반이나 검체 이송을 하는 경우도 있다. 간호사의 일이 넘치면 간호사의 일은 다시 간병인이나 보호자에게로 간다. 나는 매일 환자와 보호자에게 “저희 같은 일반 병동 간호사는 많으면 20명 넘는 환자를 담당하고 있어서 모든 것을 다 도와드릴 순 없어요. 환자분 같은 경우는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꼭 상주하셔야 해요”라며 양해를 구한다. 나는 여유가 있다면 한번이라도 더 환자에게 다가가 ‘직접 간호’ 시간을 늘린다. 직접 간호란 환자와 직접 접촉하며 이루어지는 간호를 말한다. 간접 간호는 환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지만, 투약 준비, 처방 확인, 기록 등 전산 업무로 근무시간 내에 해야 하는 일들이다. 직접 간호 시간이 늘어나면 환자를 가까이서 자세히 볼 수 있기에 환자 상태 변화를 빠르게 알 수 있고, 보호자나 간병인에게 위임했던 업무를 직접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환자들이 자신의 요구를 쉽게 말할 수 있다. 치료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가능하다. 나는 병원에서 가장 약자인 환자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순간은 의료인이 따뜻하게 설명하고 반응하며 눈을 맞춰주는 때라고 믿는다. 인간 대 인간으로 나누는 따뜻한 접촉이 사람들에게 위안이 된다면 간호사는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을 직업이다. 우리는 모두 연약하게 태어나 일시적으로 독립적인 존재가 되었다가 최후에는 다시 돌봄이 필요한 존재가 된다. 그래서 당신은 언젠가 간호사와 만날 것이다. 나는 당신이 브이아이피(VIP) 병동이나 1인실에 있지 않더라도 존엄한 돌봄을 받았으면 좋겠다.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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