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TICTeC컨퍼런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숙의

202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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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들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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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CTeC Conference(이하, 틱텍 컨퍼런스)는 시민이 공공 시설 문제를 신고하고 정부가 이를 신속하게 정비하는 오픈 플랫폼 ‘픽스마이스트리트(FIX MY STREET)'로 잘 알려진 공익 개발자 그룹 ‘마이소사이어티(mySociety)’가 주최하는 글로벌 시민 기술 컨퍼런스입니다. 2019년에 시작해 시민 기술의 다양한 활동 사례, 리서치,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장으로 자리잡은 틱택 컨퍼런스는 올해 6월 12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런던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올해는 ‘위협받는 기후, AI 및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거대한 글로벌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 기술이 발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55개 세션에 걸쳐 진행되었는데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크루들도 온라인으로 참여해 글로벌 시민 기술의 동향과 국내외 사례, 현장 경험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참여한 크루들이 틱택 컨퍼런스의 주요 내용과 인사이트, 그리고 빠띠와의 활동 접점을 엮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빠띠는 시민의 목소리를 모아내는 디지털 플랫폼 데모스X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질문으로부터 출발한 생각이 디지털 플랫폼에 모여 제안, 투표 그리고 대화의 형태로 널리 퍼져나가길 바라고 있죠. 이 과정에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파트너들도 함께 참여합니다.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전문가 집단, 시민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정치/정책 관계자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렇게 우리 사회의 여러 구성원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함께 논의하는 과정을 데모스X에서는 ‘숙의'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숙의는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문제는 하나지만 시민의 의견과 생각은 정말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문제 해결의 과정에 연관되어 있는 이해당사자들도 많습니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는 민주주의를 위한 숙의 과정에 여전히 많은 도전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데모스X팀 크루들은 이번 틱텍 컨퍼런스에 참여했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숙의' 세션을 통해 시민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숙의의 사례들을 만나봤습니다. 

 

발제 1: 효과적인 참여를 위한 대규모 온라인 참여와 시민회의의 결합

첫 번째 발표는 독일 베르텔스만 재단의 Forum Against Fakes 사례였습니다. 베르텔스만 재단은 독일의 연방 내무부와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언론사와 함께 허위 정보에 대한 정책 실행 방안을 모색하는 시민회의를 진행합니다. 통상적으로 시민회의는 오프라인 현장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명확한 조건이 존재합니다. 시민회의가 효과가 있으려면 가시성, 신뢰성 그리고 많은 사람의 참여가 필수죠. 그리고 단점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현장 참여자가 무작위로 골라지고, 적극적인 참여 의사가 있는 시민이어도 참여할 수 없는 문턱이 생기죠. 그래서 베르텔스만 재단은 기존의 시민회의에 온라인 참여를 결합합니다. 그럼 시민회의 현장 참여자보다 훨씬 더 많은 시민이 함께할 수 있고, 자연스레 더 강한 정치적 신뢰성을 가지게 됩니다.


이날 발표자였던 Stefan Roch는 시민회의와 온라인 참여의 결합을 Zipper Participation으로 소개했습니다. 두 개의 참여 방식을 평행적으로 결합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과 단계가 있다고 설명했죠. 전체 과정은 3단계로 나뉘는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시민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단계에서의 온라인 참여에서는 시민들의 제안과 아이디어를 모으고 그룹화합니다. 이렇게 정리된 의견들은 첫 번째 오프라인 시민회의 토론의 재료로 사용되죠. 각 단계가 진행되면서 시민들의 토론과 투표로 제안들이 구체화되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10개 제안과 28개의 조치로 정리됩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마지막엔 가중치를 부여한 투표를 통해 상위 제안을 도출합니다.

공동 발표자였던 Dr. Dominik Hierlemann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여러 시사점을 던졌습니다. Zipper Participation을 통해 유의미한 시민참여 숫자를 확보했고 독일 연방정부에 정치적 영향력을 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이런 과정을 보도하는 미디어가 늘어나면서 더 큰 차원의 공적 토론이 오가는 중이라고도 밝혔죠. 하지만 여전히 고민은 남아있다고 합니다. 온라인 참여가 넓어지고 길어질수록 시스템을 관리하는 데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특히 외부의 정치적 공격과 허위 정보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합니다. 

 

발제 2: 평화를 증진하는 시민 기술: 분쟁의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얻은 교훈

두 번째 발표는 영국의 Build Up 사례였습니다. 발표자로 나선 Helena Puig Larrauri는 3가지 사례를 통해 분쟁 지역에서 숙의를 위한 시민기술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소개했습니다. 


첫 번째 사례는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 파소입니다. 이곳에서는 허위 정보와 악성루머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약 일주일 동안 온라인 시민참여 플랫폼인 Pol.is를 통해 공적 대화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표현의 자유처럼 극명하게 갈리는 주제도 있었지만, 디지털 교육처럼 의견 합치가 잘되는 주제도 있었다고 합니다.

두 번째 사례로는 서아프리카의 기니비사우를 소개했습니다. 기니비사우에는 지역 분쟁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는 모니터링 그룹이 있습니다. 활동가들이 취합한 정보는 PDF 파일 형식의 보고서로 제작되어 지방정부에 시민 의견으로 전달되었죠. 하지만 이러한 활동은 큰 비용과 먼 거리로 인해 자주 수행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Build Up은 왓츠앱 채널을 개설하고 정보를 정리한 후, 시민이 왓츠앱에서 분쟁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면 답을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더 나아가 Pol.is를 이용하여 지방정부가 보고서를 읽고 어떤 대안을 마련하면 좋을지 물어보는 의견 수렴도 진행했습니다.

마지막 사례로는 수단을 소개했습니다. 수단은 오랜 내전을 겪고 있는 북아프리카 국가입니다. 현재는 두 군부가 평화 협상을 진행 중이고, 시민들은 그 협상 테이블에 시민들의 의견도 개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이를 위해 시민이 참여하는 대규모 컨퍼런스를 계획합니다. 사전에 왓츠앱 채널을 구독하면 컨퍼런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중의 의견이 필요한 질문을 Pol.is에 업로드한 후, 왓츠앱 구독자들에게 발송합니다. 이러한 과정으로 시민들은 평화 협상 과정에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게 됩니다.

Helena Puig Larrauri는 발표를 마무리 하며 모든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분쟁 지역은 비민주적인 상황에 놓여 있고, 디지털 기술에 익숙지 않은 시민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특히 모두가 익숙한 페이스북 또는 왓츠앱 대신 새로운 플랫폼에서 대화를 나누게끔 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Helena는 인상 깊은 질문을 컨퍼런스 참여자들에게 던졌습니다. “기존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어떻게 숙의와 토론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 어떤 디지털 공간이 갈등 사회에서 숙의를 촉진할 수 있을까?”라고요. 지구 반대편, 우리에겐 낯선 국가에서의 경험이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 던지는 뼈아픈 질문이었습니다. 

 

발제 3: 디지털 참여와 시민 배심원단의 결합으로 기후 변화와 지역 여행에 관한 포괄적 권고안 만들기

세 번째 발제는 영국의 사례였습니다. 2023년 Shared Future는 영국의 랭커스터에서 지역 기후 참여 프로그램의 하나로 커뮤니티 탐험, 시민참여 플랫폼 Pol.is 그리고 시민 배심원단으로 구성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시민들에게 던졌던 질문은 "랭커스터 지역의 주민으로서 어떻게 하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동시에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까요?" 였습니다.


전체 프로젝트는 해당 이슈를 구체화하면서 시작합니다. 2020년 랭커스터 환경 시민 배심원단에서 나왔던 주제를 선정합니다. 이어서 Pol.is를 통해 지역의 교통 문제에 대한 의견을 시민들로부터 받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시민 배심원단으로 활동했던 활동가를 교육해 지역사회 주민들을 인터뷰하는 커뮤니티 탐험가를 배치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Pol.is를 통해 모인 주민 의견과 커뮤니티 탐험가들이 모은 주민 의견이 시민 배심원단 워크숍에서 소개되고 숙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발표자였던 Rowan Harris는 프로젝트를 통해 배우게 된 점을 소개했습니다. 첫 번째는 Pol.is를 통한 주민 의견 수렴이 꼭 대표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소셜 미디어나 기술 접근성이 낮은 주민들을 1대1로 찾아가서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제안이었죠. 두 번째로 주민이 응답할 질문을 짜는 것에 매우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합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자유'에 관련된 질문에 사람들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했습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민주주의

틱택 컨퍼런스를 통해 숙의를 위한 시민 참여의 다양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간 빠띠가 만들어왔던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숙의를 이미 다양한 국가에서 많은 단체들이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죠. 

컨퍼런스의 다양한 사례처럼 빠띠의 디지털 플랫폼 데모스X에서도 온오프라인 시민 참여의 장을 열고 있습니다. 일상의 질문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시민제안과 투표, 다수의 시민이 한곳에 모여 토론하는 시민회의 그리고 삼삼오오 동네에 모여 소소한 대화를 이어가는 시민대화까지. 데모스X를 통해 누구나 안전하고 즐겁게 시민으로서 자기 의견을 이야기 나눌 수 있습니다.

일상의 문제를 질문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며 다른 생각을 가진 많은 시민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곳. 디지털 기술을 통해 더 많은 시민이 숙의에 참여할 기회를 얻는 곳. 빠띠가 꿈꾸는 민주주의는 데모스X에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글 | 김태환 빠띠 데모스X팀 크루

변화를 만드는 질문과 대화, 사람을 모으는 시민 대화 플랫폼 demosx.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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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잘 활용할 수 있는 시민이 없다면 기술의 가치는 크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적당한 기술을 바탕으로 변화를 시민들이 함께 만들 수 있다면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세션 속에서 소개된 사례들을 한국에 비추어 생각해보게 되네요.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시민은 꽤 많은 것 같지만, 민주적으로 대화하고 숙의하는 데에 참 안 익숙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걸 디지털 세상에서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 같기도 하구요. 데모스X가 그걸 현실화 해나가는 중요한 시작 같습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