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즈팀 영상을 통해 직접 캠페이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최근 이강인, 김민재 등 한국 축구 선수들의 유럽 강팀 이적이 연이어 등장했습니다. 이후 유튜브에선 한국 선수들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영상이 늘어났는데요. 일부 영상에선 일본, 중국 등과 연결시켜 혐오를 조장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강인 네이마르 친한 척 마케팅이죠? 일본기자 질문에 PSG 엔리케 감독 반응 ㄷㄷ / 네이마르 일본 노쇼 이유’라는 이름으로 53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숏폼 영상의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해봤습니다.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혐오 감정 유발
먼저 영상 내용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해당 영상은 이강인 선수의 소속팀인 파리 생제르망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인터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인터뷰 중 받은 질문과 답변을 보여주며 아래와 같은 자막이 발언의 번역인 듯 나옵니다. 내용을 같이 확인해보시죠.
(일본 기자) 요즘 이강인, 네이마르 둘이 왜 이렇게 친한 척 하죠? 솔직히 이강인 우리 일본의 미토마 선수보다 이룬것도 없는데, 그냥 아시아 마케팅 때문에 친한 척 하라고 지시한거죠?
(엔리케 감독) 뭐라고요? 갑자기 그런 질문을 왜… 제가 팀 성적이 아니라, 팀 매출을 위해 그런 지시를 했다는 말씀인가요? 어이가 없네요. 대체 어느 감독이 그런 지시를 할까요? 저는 팀 성적이 우선입니다. 그리고 미토마? 선수? 대체 누구길래 갑자기 우리팀 차기 에이스 이강인과 비교하죠? 정말 존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네요. 일본에서 네이마르를 출전 안 시키길 잘했네요. 더 할 말 없습니다.
텍스트로 보면 굉장히 자극적인 대화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일본 기자가 이강인 선수에 대한 공격성 질문을 하자 엔리케 감독이 기자의 질문을 질타하는 내용인데요. 한국 선수와 일본 선수의 비교, 일본 기자의 한국 선수 공격 등 일본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일으킬 수 있는 내용입니다. 과연 이 영상은 사실일까요?
손쉽게 확인이 가능한 원본 영상
팩트체크의 출발은 원본 영상을 찾는 겁니다. 우선 생각나는 대로 검색을 해보죠. 가장 기본적으로 인물과 상황을 조합한 ‘루이스 엔리케 언론 인터뷰(luis enrique press conference)’를 유튜브에서 검색해봤습니다.
어렵지 않게 원본 영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원본 영상의 11분 45초를 보면 검증 대상 영상과 같은 장면이 등장합니다. 검증 대상 영상과 비교해보면 엔리케 감독의 복장, 테이블에 놓인 유니폼, 앞좌석에 앉은 기자 등이 일치합니다. 이 영상은 프랑스의 언론사 카날 플러스에서 올린 영상입니다. 원본 영상을 찾았으니 이제 발언 내용만 확인하면 됩니다.
카날 플러스 영상에는 친절하게도 자막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저는 프랑스어를 할 줄 모릅니다. 그래서 자막 내용을 챗 GPT를 통해 번역해봤는데요. 완벽한 문장은 아니지만 대략적인 대화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챗 GPT의 번역에 따르면 엔리케 감독은 PSG 소속 선수인 음바페의 잔류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후 선수단의 구성, 계약이 종료된 선수 등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했습니다.
사실 해당 영상은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 영상이었습니다. 카날 플러스 영상 제목부터 ‘PSG의 새로운 감독인 루이스 엔리케의 취임 기자회견’이라는 걸 통해서 쉽게 확인 가능합니다. 이강인 선수의 PSG 이적은 엔리케 감독의 취임 이후에 성사됐기 때문에 검증 대상 영상 속 질문과 답변은 나올 수 없었습니다. 검증 대상 영상은 명백한 허위정보였습니다.
중요한 건 정보를 의심하는 자세
검증 결과보다 중요한 사실이 조금 더 남아있습니다. 바로 왜 이런 영상이 만들어졌는가입니다. 검증 대상 영상을 올린 ‘헤웨축구 갤러리’ 채널의 정보를 보면 “영상은 전부 픽션이며, 국뽕티비를 즐겨 시청하고, 맹신하는 사람들을 풍자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라는 설명이 적혀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채널에 공개한 영상 ‘음바페? 클롭? 일본기자? 국뽕 가짜뉴스. 아직도 속고 계신가요?’ 등을 보면 해외축구를 소재로 만들어지는 허위정보를 직접 지적하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허위정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유럽의 주요 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을 다룬 허위정보 영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JTBC ‘이강인 감싸는 음바페?…1100만 명 속은 '가짜' 영상’ 등을 통해 문제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검증 대상 영상을 처음 접했을 때 ‘조금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허위정보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해당 채널의 영상 댓글을 확인해보면 역시 정보의 진위를 가리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반응이 다수입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허위정보는 의도적으로 확산되기도 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확산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정보를 받아들일 때 의심하고,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면 허위정보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 결과물은 팩트체크 그룹 K.F.C.의 바다, 정기훈, 수호 캠페이너의 협업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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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4스포츠, 대중문화의 소식을 전하는 영상은 다른 국가를 비난하게 하는 허위정보가 유난히 많은 것 같아요. 외국 오디션, 토크쇼 클립을 자주 보는 편인데, 한국인 출연자가 나오는 클립은 특히나 내용을 듣고 쓴 것이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뜬금없는 '국뽕'식 자막이 나오더라고요. 편하게 시청하려고 보는 자막, 클립영상이다보니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지 않는 시청자도 당연히 이해가 갑니다. 번역이 어려운 언어를 사용하는 영상은 더욱 분별이 어렵고 난감해서 어느 정도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