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칼부림과 같은 흉악범죄, 처벌 강화가 답인가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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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사회에 관심이 많은 연구활동가


신림 칼부림 사건부터 서현역 칼부림까지 보도되고, 다양한 칼부림 위협까지 등장하면서 시민들은 불안함에 떨게 되었다. 이런 흉악범죄가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는 '처벌 강화'이다. 죄인들이 강화된 형량을 보고 범죄를 저지르기를 주저하게 되는 '예방 효과'가 있으며, 죄인에게 정의로운 처벌을 내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여야 역시 너도나도 칼부림 사건을 두고 '형량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주장에는 한 가지 큰 문제가 있다. 형량 증가의 예방 효과는 유효한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1. 통계와 신문 기사 분석

법무부 법무백서


우선, 범죄 발생 건수를 보자. 법무부가 매년 발행하는 법무백서에 따르면, 흉악범죄의 발생 및 검거 추이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크게 변화가 없었다. 특히 성폭력을 제외한 다른 흉악범죄는 꾸준하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성범죄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은 결코 가볍게 볼 사회적 문제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번 칼부림과 연관된 범죄는 꾸준하게 감소하고 있음이 나타난다(당연하지만, 인구 10만명당 발생 건수로 본다면 10년 전후 통계는 더 크게 감소할 것이다. 한국 인구는 최근에 감소세다).

또한, 형량을 높이거나 강력한 처벌에 따라 강력범죄가 줄지 않았거나 줄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기사는 꾸준히 나왔다. 위 기사의 경우, 재복역자의 72%에 해당하는 인원이(2010년 기사) 1~10년 형기의 중/단기 복역자 사이에서 나왔으며, 그 중 10년 이상의 형을 받는 인원이 50%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흉악범의 형량을 늘려 사회에서 격리시켜도, 경범죄를 일으킨 범죄자가 흉악범이 되는걸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선 형량 증가가 아닌 범죄자 재사회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당시 이인식 법원행정처 판사는 주장했다. 또한, 기사의 박용철 서강대 법대교수는 "사후 처벌적인 형사정책과 범죄억제 효과는 관련성이 낮다는 게 형법학계의 공통된 시각"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기사의 경우, 한국의 법정 형량 중 유기징역 상한이 독일,영국,스위스,오스트리아,네덜란드,프랑스,일본,스페인 등의 주위 국가보다 높음을 지적한다. 법정 형량 뿐만 아니라 실제 재판에서의 강력범죄에 대한 양형도 2010년 평균 형량이 120.7개월이었으나 2017년에는 177.6개월로 증가하였음을 언급하였다. 또한 이 기사에서는 가장 엄한 법 개정이 이루어진 성범죄가 의미있게 감소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형량 증가와 범죄 예방의 연관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2. 논문 분석


그렇다면 논문은 어떨까. 필자가 검색을 잘 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관련 논문이 그렇게 많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연성진의 '처벌의 범죄억제 효과에 관한 연구'에서는 흥미로운 점을 두 가지 볼 수 있었는데, 하나는 범죄자들이 생각했을 때 엄벌의 범죄억제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과반이었다는 점이다(대체로 아니다 27.8% + 전혀 아니다 33.5% = 61.3%).
이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으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범죄를 저지를 때 형량을 생각하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거나, 들키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거나, 혹은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에는 형량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죄인을 엄하게 처벌하는 엄벌주의가 재범을 막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응답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뒤에 제시된 다중회귀분석 결과에서도 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에 동의하는 정도와 향후 범죄가능성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두 번째로 흥미로운 점으로 다중회귀분석에 따르면 죄인들의 처벌받은 경험이 향후 범죄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처벌받은 경험으로 인해 죄를 다시 저지르지 않게 되는데, 이는 형법이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보다, 형범의 적용을 받은 경험효과가 범죄의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홍문기. (2017). 사형제도의 위하력 효과에 대한 연구의 최근동향: 미국에서 발표된 선행연구를 중심으로. 형사정책연구, 28(1), 205-235.


가장 강력한 엄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사형 제도'의 억제 효과는 어떨까. 홍문기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논문에 따르면, 우선 한국 내에서의 사형제도에 대한 논문의 경우 한국이 최근 사형제를 집행 및 선고하지 않아 제대로된 데이터 기반의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 추론에 의한 연구나 해외 연구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의 최근 연구 동향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연구 시기나 연구방법론에 따라 사형제도의 예방 효과에 대한 주장이 갈린다는 점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사형제도와 같은 강력한 제도가 범죄 예방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도 없고, 미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흉악범죄에 대한 엄벌이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불가능하다.


이종혁. (2022). 강벌주의 입법과 형사정책 경향에 대한 연구. 아주법학, 16(2), 7-29.


마지막으로 필자의 의견과 가장 가까운 주장을 하는 논문이 있어 논문의 결론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 역시 칼부림 등의 흉악범죄에 경악하기도 했고, 그들에게 사회에서 합당한 벌을 내려야 한다는 점에는 매우 동의한다. 하지만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한 흉악범죄, 그리고 이에 대한 언론의 보도에 의해 감정적으로 형벌이 정해져서는 안된다. 국가의 권력은 국가 내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인 폭력을 가할 수 있지만, 이 말은 즉 형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국가 내에서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폭력이 가해진다는 것과 같다. 형벌권의 기준을 마련하고 행사하는 과정에서 책임원칙, 비례원칙과 같은 형법의 중요한 기본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행해질 수 있는 형벌권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이미 강경대응에 따른 중학생 피해자가 발생한 상황이다. 인구가 밀집되는 곳에 치안을 증대시키는 것은 좋지만, 근본적으로는 범죄를 일으킬 필요가 없게 만드는 사회 안전망, 사회적 자본 형성이 흉악범죄를 줄이는 해결책이다. 여야는 근거 없는 흉악범죄 형량강화라는 해결책으로 불안해하는 시민 여론에 편승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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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도 이 부분은 제가 확실한 연구 및 인터뷰를 보지 않아 조심스럽게 답변드립니다만, 감옥에 있는 게 편한 사람의 비중을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진짜 감옥이 편한 사람이 많은가에 대해 확실하게 보지 않고 말하기는 조심스러운 내용이구요. 하나 더, 범죄자 교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랑 감옥에 가는게 나은 세상인 문제는 형량을 늘릴 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 해결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왜 이루어지지 않는지 보고 바꿔야 하고, 감옥에 들어가는 게 나은 세상이라면 그들을 품을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쉬운 이야기들은 아닙니다 ㅎㅎ
김연도 비회원

범죄예방에 효과가 있는가에 대한 점은 이해했지만
교화가 유의미하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징역살고 나와서 피해자에게 찾아간다는 이슈도 있고,
애매하게 10~20년 받아서 인생이 꼬이면
어차피 인생 망한거 그냥 감옥에 있는게 편해서 들어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사형까지는 복구불가라 쳐서 반대해도 가석방없는 종신형 정도의 엄벌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리디아lydia 동의합니다..!
적어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매우 공감이 됩니다. 다만, 소위 '법이 개판'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국민들의 기대와 맞지 않는 형량이 정해지는 사례들을 뉴스로 많이 접해오다보니, 국민들이 사법기관을 신뢰하지 못하기에 감정적으로 격앙된 반응도 나오게 되는 듯 합니다. 무섭고 두려운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딱히 없기도 하니까요. 다들 머릿속으로는 예방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나, 어쩌면 학자들의 이야기로만 다가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무엇보다 많은 긍정적 사례를 국민의 이해에 맞추어 설득하는 과정이 끈질기게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zzanimi 엄벌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나름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유들이 있지만, 기존 연구들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듯한(범죄 억제 가능 vs 범죄 억제 안됨)상황이라면 접근에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ㅎㅎ
안 그래도 최근 뉴스 기사들 댓글란에 '사형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 형량을 미국처럼 100년씩 줘야 한다' 등의 내용이 많이 달려 있어서 고민하던 참이었습니다. 과거에도 사형 제도나 강경 진압 등으로 억울하게 죽거나 다친 사람들이 분명 있었고, 이번에도 마지막에 첨언해주신 것처럼 중학생 피해자가 나온 상황이지요. 형량 증가나 처벌 수준 강화가 흉악 범죄 예방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결과가 있다니 '정말로 형량이 늘어나면 범죄율이 낮아질까?' 하는 궁금증이 해결되었습니다:)

@goodbookkr 어떤 종류의 패널티가, 어떤 이익이 있을까요?

@도란 이전에 글을 쓰며 찾아봤던 내용인데 흥미로웠습니다. 연구설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면 학계에서도 근거로 쓰기 어렵습니다. 우발적 범죄나 형량을 고려히지 않는 범죄는 막을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감사해요!

물론 예방할 수 있는 제도와 사회안전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흉악범죄 형량 강화가 예방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네요... 중요한 자료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확실한 패널티를 부여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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