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 출처: 한겨레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둘러싼 공방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영부인 특혜 vs. 민주당 고속도로 게이트’로 여야 양측이 팽팽히 맞서면서 갈등이 극에 치닫고 있는데요. 애초 논란의 시작은 국토부가 올해 5월 말부터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을 기존 양평군 양서면이 아닌 강상면으로 변경하는 안을 추진하였는데 강상면에 영부인 일가의 땅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에 논란이 되었습니다.
논란이 쉬이 가라앉지 않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민주당은 자신 있으면 국토부 장관인 저를 고발하라. 그 결과 제가 이 사건 전에 김 여사 땅이 그곳에 있단 걸 조금이라도 인지했거나, 노선에 관여한 사실이 있다면 장관직뿐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의혹에 강경한 입장을 밝히며 1조 7천억 원 규모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종점 변경안은 이전 정부부터 진행된 것이라며 ‘민주당 고속도로 게이트’라고 역공하며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의혹과 쟁점이 무엇인지 정리해보았습니다.
원안 수정은 불가피 하였나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교통 혼잡이 심한 수도권 제1고속도로와 국도 6호선 교통량 분산을 위해 추진된 경기동부권 주민들의 숙원사업입니다. 원래 추진하고 있던 원안과 변경안의 차이는 경로에서 양평 JC의 위치가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되고, 강하IC가 추가된 것입니다.
국토부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원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양평에서 고속도로를 오르내리는 진출입로(IC)가 없는 점’을 꼽았습니다. 양평군민들의 이용이 어렵게 설계되었기에 편의를 위해 바꿨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로 고속도로의 종점이 양서면(원안)에서 강상면(수정안)으로 옮겨지고, 강하IC를 추가하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환경적인 문제도 있었습니다. 원안에서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광주시 남종면 일대는 팔당 상수도 보호구역과 철새도래지역이 있는데 변경안에서는 철새도래지역보다 아래로 지나가고, 상수도 보호구역의 경계선을 지나는 노선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국토부는 대안노선이 사업비에도 큰 변동이 없는데 반해 교통 수요 측면에서도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변경안은 올해 5월 8일 전략환경영향평가 준비 과정에서 공개되었습니다.
하지만 양평군의 요구로 종점을 변경했다는 국토부가 10일에는 설계회사의 제안으로 종점 변경을 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의혹이 더해졌습니다. 2017년 사업 계획 단계부터 2021년 예비타당성조사까지 일관됐던 고속도로 종점(양평군 양서면)을 설계 회사가 기술적 이유를 들어 착수 두달 만에 종점 변경안을 제시하자 바로 국토부가 수용했다는 것입니다. 국토부는 거기에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있는 줄도 몰랐고, 예타 노선 변경은 일반적이라고도 해명했습니다.
종점 변경안에 대한 영부인 특혜 여부 사실인가
영부인 일가는 실제 양평군 강상면에 1만2500평에 달하는 땅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 여사의 땅이 가장 많고, 김 여사의 형제자매, 모친 최은순씨까지 소유자입니다. 다만, 상속받거나 오래전 매입한 땅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강상면 병산리 토지 대부분이 대통령 재산공개 당시 알려졌던 필지로, 1987년 김 여사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김 여사가 상속받은 땅입니다. 이외 다른 땅은 김 여사의 가족회사 명의로 2016년~2019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강상면 병산리 땅 관련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형질변경 등 행정 절차를 통해 강상면 병산리 1002-21번지 지역 개별공시지가가 2003년 4790원에서 2020년 26만 8700원으로 56배나 상승했고, 양평군 특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대통령실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선산 보유 및 이를 관리하기 위한 극히 일부 토지의 형질 변경은 모두 적법하게 이루어졌고, 어떠한 특혜도 없었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반박했습니다.
종점 변경 후 김여사의 특혜 여부 관련하여 원희룡 장관은 본인의 유튜브를 통해 "김 여사 일가의 땅은 이미 중부내륙고속도로 인근에 있고, 이곳에 생기는 것은 분기점(JC)인 만큼 진출입로가 없어 특혜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중부내륙고속도로에 있는 남양평IC와 새로 생길 JC가 가깝다는 점도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주장에 원 장관은 "조금만 가면 남양평IC가 있지 않냐. 여기에서 고속도로를 타면 지금보다 좋아지니 특혜라고 주장한다"며 "좋아지는 거 맞는데 기존에 있던 양평IC를 타고 서울로 가든, 남양평IC로 서울에 가든 이 집만 좋아지나? (JC가 들어설) 이곳 보다 멀리 있는 곳들이 더 효과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의혹 진상규명 TF 소속 최재관 민주당 여주·양평 지역위원장은 “김건희씨 일가 땅 분기점이 500m 떨어져 있는데 먼지만 나지 값이 안 오른다는 건 말도 안된다”며 반박했습니다. 이에 여권에서는 오히려 민주당 소속 정동균 전 양평군수가 땅을 산 시점을 이야기하며 ‘민주당 양평 군수 게이트’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인근에 땅을 보유하고 있는 김부겸 전 총리, 유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원안 노선 인근에 땅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문제 제기하였습니다.
해당 주민들의 입장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원안과 변경안과 관련해 주민들의 의견은 분분합니다. 원안을 찬성하는 양서면 주민이 있는 반면 소음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변경안에 대해서도 IC추가에 찬성하는 반면 "주민들 의견조차 듣지 않고 노선을 변경해 반감이 크다"며 "변경된 새 노선에 문제가 있다면 원안대로 하면 될 일인데 백지화하는 건 정치적인 행동이다"며 격분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극심한 교통지옥에 시달리고 있던 주민들은 사업 재추진 그 자체에는 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고속도로가 놓이면 20분 만에 서울에 이동할 수 있다는 꿈을 품고 있던 그들에게 정치싸움으로 백지화가 된 계획은 큰 허망함을 안겨주었습니다.
주말마다 교통지옥을 겪는 것도 모자라 한 주민은 119가 골든타임에 도착하지 못해 서울 병원으로 이동하지 못하여 지난해 남편이 숨졌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기도 하였습니다. 당분간 논란은 쉬이 가라앉을 것 같지 않은데요.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지역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만큼 정쟁화만 되어 실질적으로 고속도로를 사용할 당사자인 지역민들이 불편함과 절망감을 겪는 일은 지양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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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기사:
1. 양평 고속도로·김건희 여사 땅…팩트만 추렸습니다/ KBS뉴스
2. 서울~양평고속도로 쟁점 빅4…"예타 노선 조정은 일반적"
3. [사설] 양평고속도로, 사실관계 명확히 밝히고 재추진해야
4. ‘장관유튜버’ 원희룡, 양평고속道 1타강사로 컴백
코멘트
6국책사업의 진행 절차 와 내용을
모르는 정치인들의 정쟁일 뿐입니다. 예비타당성심사-타당성조사-기본계획-기본설계-실시설계-지적고시-사업인가고시-토지등보상-공사발주-입찰-계약-공사진행-준공 과정으로 완공됩니다. 예비타당성심사에서는 투자효율(B/C)를 보는 것입니다
예타를 통과하기위해 노선을 축소하거나 사업비도 적게 계상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로실시설계 와 지적고시가 되어야 노선이 확정되는 것이며 그전에는 검토안일 뿐 확정된 노선이 아니며
언제든지 최적안이 도출되면 변경될 수 있는 것입니다~
지역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공론장의 정기 개최가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 저는 이 문제와 함께 지역소멸도 논의되었으면 좋겠어요. 서울에 가지 않아도 어느 지역에서도 의료시설 등의 생활시설이 충분하게 제공되길 바랍니다.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길에 많이 보이는 현수막들 보면 어느덧 이게 '정쟁'처럼 비춰지고 있더라구요. 뉴스에서도 연일 민주당 거론이 되고 있고... 정쟁이 아닌데 정쟁으로 몰아가며 언론들이 본질을 흐리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