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 그리고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2025-01-20)
지난 16일 경남 거제도 한화오션 사내 선각삼거리에서 하청노동자들이 노동3권 보장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20일로 농성 69일째를 맞는다. 이김춘택씨 제공
이김춘택 |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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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이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2024년 한해 동안 현대중공업은 5795억원, 삼성중공업은 4770억원, 한화오션은 16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흑자는 갈수록 더 커져 2026년에는 현대중공업 1조6283억원, 삼성중공업 1조1980억원, 한화오션 9748억원의 어마어마한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소 직접생산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하청노동자의 살림살이는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20~30년을 일한 숙련노동자가 최저임금보다 1천~2천원 정도 더 받는 저임금 구조는 그대로이고, 오히려 하청업체는 2024년이 가장 힘들고 어렵다며 임금체불까지 발생하고 있다.
하청노동자는 이 같은 현실을 ‘풍년에 보릿고개’라고 말한다. 이렇다 보니 불황기에 조선소에서 쫓겨난 하청노동자들이 호황기가 되어도 다시 조선소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젊은 노동자는 조선소를 기피하고 있다. 하청노동자 저임금을 계속 유지하려는 정부와 재벌기업은 모자라는 노동자를 다단계 하청 물량팀과 저임금 이주노동자로 채우고 있다. 이 같은 고용구조 악화는 조선소 현장을 더 위험하게 만들어 중대재해가 급증하고 있다. 2024년에만 노동자 28명이 조선소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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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과 차별 그리고 죽음이 늘 곁에 있는 위험한 현장, 한국 조선업 초호황 뒷면의 어두운 현실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오직 유일한 해답은 ‘노동조합’이다. 하청노동자가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고 투쟁해 스스로의 힘으로 잘못된 현실을 바꾸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런데 막상 하청노동자가 어렵게 노동조합을 만들어도 커다란 벽에 부딪히게 된다. 하청노동자의 임금, 고용, 복지, 안전 등 노동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권은 원청 기업이 가지고 있는데, 원청은 전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고 현행 노동법은 원청의 교섭 거부를 용인해왔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으로 이름 붙여진 노동조합법 2조, 3조 개정은 그래서 필요하다. 하청노동자가 진짜 사장 원청과 단체교섭을 할 수 있게, 하청노동자도 헌법이 부여한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게 법을 바꿔야 한다. 2022년 여름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파업투쟁이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노동조합법 2조, 3조 개정도 힘을 얻게 됐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어렵게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에 대해 두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헌법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헌법이 부여한 노동자의 권리를 앞장서 가로막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은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노동자 시민이 이에 맞서 싸우면서 탄핵 광장이 열렸다.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3일 밤에 한겨울 추위를 견디며 21일째 노숙농성과 파업 중이었고 14일째 단식투쟁을 하고 있었다. 파업을 하면 영장 없이 체포하고 처단한다는 포고령 발표를 들으며 무섭기도 했지만,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도 다음날부터 광장에서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시민들과 함께했다.
참 다행스러운 일은 탄핵 광장의 깃발이 점점 더 많아지고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탄핵 광장에 나선 시민들이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 차벽에 막힌 전봉준투쟁단 농민들과 밤새 연대해 길을 열어낸 이후, 그동안 힘들게 싸워온 노동자 투쟁에도 관심을 갖고 연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31일엔 그 남태령 시민들이 천리 먼 거제도까지 찾아와 하청노동자와 연대하며 2025년 새해맞이를 함께 하기도 했다.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는 49일 동안의 단식투쟁을 끝내고 지금은 서울 장교동 한화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거제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매서운 서울 추위를 천막 하나로 견디면서, 한화오션의 노조탄압·노조혐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탄핵 광장에 나가 수많은 시민과 함께 “윤석열 파면”을 외치며, 동시에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노동조합법 2조, 3조 개정”을 외치고 있다.
광장에 넘쳐나는 연대가 더욱 크고 넓어지기를 소망한다. 윤석열 파면 이후에도 조선소 하청노동조합 푸른 깃발이 무지개색 깃발과 함께 그리고 각자의 절실한 마음을 담아 만든 다채로운 깃발과 함께 펄럭이기를 소망한다. 대통령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를 보다 정의롭고 평등하게 바꿀 수 있기를 소망한다. 하청노동자도 실질적인 노동3권을 가지고 진짜 사장 원청과 당당하게 단체교섭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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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3“윤석열 파면”과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한국 조선업의 초호황 뒤에 숨은 현실은 여전히 하청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위험한 노동환경.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자의 권리를 가로막고 있지만, 거리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노동3권을 위한 싸움은 단지 조선소에만 있는 게 아니다. 결국,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연대가 필요하다!
이번 시기에 시민들은 국가의 시스템을 망친 자에게는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연대를 다시 배운 것 같습니다. 더 다양한 연대가 우리 광장을 채우면 좋겠습니다.
"광장에 넘쳐나는 연대가 더욱 크고 넓어지기를 소망한다."
더 나은 민주주의는 결국 사회의 구성원들이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진전시켜 나가는 것이며, 광장의 목소리들을 더욱 잘 들리도록 하고 사회에 인입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그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