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고, 퍼트리고, 해결합니다'

그날은 한국노총으로부터 머리끈을 선물받은 날이었다. 기쁜 마음에 끈을 머리에 두르고 ‘아모르파티’에 맞춰 춤을 췄다.

‘윤석열 퇴진. 퇴진, 퇴진, 퇴진해!’

그때 등 뒤에서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에 나뒹구는 누렇고 반투명한 액체. 날달걀이었다. 달걀이 날아온 곳은 바로 뒤인 3차선 도로. 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범인은 차창을 올리고, 수많은 차들 틈에서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걸 내가 겪는구나.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고 듣기만 했는데, 제가 겪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광장균 씨가 달걀을 맞은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셜록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20일 ‘달걀테러’의 피해자를 만났다. 그는 ‘광장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건이 있은 지 8일 만이었다.

그는 명확한 장소와 시간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신빌딩 앞이었다. 윤석열 체포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린 곳. 오후 6시가 넘어 어둠이 깔린 도로에서 그는 ‘윤석열 OUT 내란당 OUT’ 피켓을 들고 있었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던 그는 테러의 표적이 됐다.

“일단 현장에 계신 다른 자원봉사자님께 차량들 번호판 좀 찍어달라고 말씀드렸어요. 블랙박스 요청해서 범인 꼭 잡아내야겠다고 생각해서.”

두려움보다 범인을 꼭 색출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달걀테러를 당한 사람이 또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 전 ‘오픈 마이크’에서도 달걀테러를 당했다고 발언한 사람이 있었다. 광장균 씨는 지속적으로 혐오를 표출하는 이들의 폭력을 끊어내겠다고 결심했다.

“(달걀을 던진 사람이) 그냥 시민은 아닐 것 같았어요. 윤석열 지지자 아니면 극우세력일 거라고 생각했죠.”

순간 머릿속에, 과거에 우연히 본 한 오픈채팅방이 떠올랐다.

지난 5일 ‘계란테러’를 주도한 오픈채팅방이 개설됐다 ⓒ광장균 제공

“(탄핵) 찬성 집회 가서 계란 던지고 튈 사람들 구함. (…) 지방 사는데 내일 갈려고 함. 고딩만 와라. 남자다. 적어도 중3 이상만.”(‘달걀테러’ 오픈채팅방 소개글)

지난 5일 한 카카오톡 유저가 오픈채팅방을 만들었다. 윤석열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달걀을 던질 사람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달걀테러를 당한 후, 광장균 씨는 오픈채팅방에 들어갔으나 이미 채팅방은 사라진 뒤였다.

달리던 차량에서 날아온 날달걀의 잔해를 시민들이 치우고 있다 ⓒ정현(가명) 씨 제공
“맞아요. 그 ‘퍽’ 소리가 정신을 번쩍 들게 하더라고요.”

비슷한 경험을 한 정현(가명) 씨가 맞장구쳤다. 대학교 휴학 중인 그는 지난 6일 집회에 참여했다가 달걀테러를 당했다.

그는 손에 5미터짜리 깃대를 쥐고 있었다. 깃발에는 ‘이것은 미래를 되찾는 이야기’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주변에는 깃발을 들고 있던 사람 3명과 멜로디언을 불던 사람 1명이 더 있었다.

집회가 막 해산되기 시작하던 오후 3시 35분쯤.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차도에서 날아온 날달걀이었다. 다행히도 맞은 사람은 없었다. 도로에 떨어진 달걀은 50cm 정도 기다란 자국을 남겼다. 

정현 씨는 “직접 맞은 게 아니니까 (경찰에) 신고를 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도로에 들러붙은 날달걀의 잔해를 치우는 것도 촛불시민들의 일이었다.

두 사람이 각각 테러를 당한 지점은 불과 열 발자국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셜록
“처음 욕을 들었을 때는 기분 나빴는데, 이제는 좀 익숙해졌어요.”(광장균 씨)
“사실 집회 하다 보면 차에서 소리 지르는 사람도 많아요. ‘빨×이 새끼야’ 소리 지르거나 경적을 울리기도 하고요.”(정현 씨)

집회 현장에는 촛불시민을 향한 혐오 표현과 폭력이 빈번했다. 누군가가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것도 이젠 ‘지나칠 수 있는 일’이 됐다. 육교 위에서 물을 뿌리고 침을 뱉는 것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달걀테러가 있던 날, 이들의 바로 뒤에는 펜스를 정리하던 경찰이 있었고 한국노총 트럭 뒤에도 경찰이 있었다. 그들은 가까이에 있었지만, 극우세력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물을 뿌리면 맞아야 했고, 달걀을 던져도 맞아야 했다. 광장균 씨는 그 다음을 걱정했다. 그들이 달걀이 아닌 돌을 쥘지도 모른다고.

집회 현장에는 경찰 기동대가 있었다. 하지만 극우세력이 펜스 너머에서 깃대로 사람 머리를 때리거나, 펜스를 넘어와 욕설과 협박을 해도 이를 만류하거나 제지하지는 않았다. 광장균 씨는 “경찰이 수수방관하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달걀테러 이후 광장균 씨는 경찰의 대처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광장균 씨 엑스(전 ‘트위터’) 캡처
“경찰들 초동 대처가 미흡한 게 아쉽기는 해요.”

집회 현장에서 극우세력의 폭력 양상은 이렇게 변했다. 처음에는 욕설과 협박이었다.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시민을 지켜달라”는 광장균 씨의 말에, 경찰은 “죄송하다, 충돌이 일어날 수 있으니 일단 펜스 안에 계셔라” 하고 답할 뿐이었다.

경찰의 방관은 그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폭력의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 이번에는 물리적인 폭력이었다. 깃대와 물, 침, 달걀 등이 넘어왔다. 이번에도 이들을 말리는 경찰은 없었다.

폭력의 조짐이 보였을 때 싹을 자르지 못하자 그들의 ‘광기’는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윤석열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되고 구속까지 이르자, 그들은 격분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지난 19일 새벽 온 국민이 경악하며 지켜봤다.

지난 14일 윤석열 지지 집회에 모인 시민들 ⓒ셜록

윤석열을 지지하는 시위대는 지난 18일 윤석열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서울서부지방법원(이하 ‘서부지법’) 앞에 모였다. 이들은 “구속영장을 기각하라”고 외쳤다. 그들 중에는 법원 담장을 넘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차량에도 위해를 가했다. 서부지법을 떠나던 공수처 차량 2대를 막아 세웠다. 그들은 차량 문 손잡이를 부수고, 타이어에 펑크를 내고, 유리창을 부수고, 욕설을 내뱉었다. 차 안에는 공수처 검사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윤석열이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되자, 극우세력은 더욱 폭주했다. 100여 명이 법원으로 난입했다. 이들은 건물 외벽과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가 출입문, 각종 집기 등을 부쉈다. 경찰이 이를 저지하자, 그들은 소화기를 뿌리고 돌을 던지는 등 경찰을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51명이 부상을 당했고, 이중 7명은 머리·눈두덩이·이마 등이 찢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폭력 사태가 있었던 18일과 19일, 극우세력 총 90여 명이 연행됐고, 그중 우선 66명에 대해 20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윤석열 지지 집회 현장 ⓒ셜록

이후 폭도들의 ‘무도함’에 날개를 달아주는 세력들도 등장했다. 윤상현 국회의원(국민의힘, 인천 동구미추홀구을),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었다.

윤상현 국회의원은 지난 18일 서부지법에 방문했다. 그는 “서부지법 담을 넘고 연행된 17명이 곧 훈방될 것”이라며, “애국시민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했다. 폭력 사태를 ‘십자군’, ‘성전(거룩한 사명을 띤 전쟁)’ 등으로 표현했다. 논란이 일자, “폭력 사태를 옹호하려 쓴 글은 아니”라며, 두 단어가 포함된 문장을 삭제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폭도들을 두둔했다. 그는 20일 비대위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언론은 시민들이 분노한 원인은 살펴보지도 않고 폭도라는 낙인을 찍고 엄벌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민주노총 앞에서 한없이 순한 양이였던 경찰이 시민들(극우세력)에겐 한없이 강경한, ‘강약약강’의 모습을 보인다”고 궤변을 늘어놨다.

달걀 테러가 있었던 지난 12일 현장 ⓒ광장균 제공

폭동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았다. 욕설에서 물 뿌리기, 침 뱉기, 달걀 던지기로 폭력의 불씨가 몸을 키우는 동안, 공권력이 그들의 폭력을 외면했기 때문에 초래된 일이다. 

광장균 씨는 달걀테러 직후 용산경찰서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달걀을 직접 맞은 경우라면 폭행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형법 제260조에 따르면 사람의 신체에 폭행을 가한 행위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폭행죄는 신체를 접촉해야만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고통을 주려는 유형력을 행사했다는 것만으로도 폭행죄가 성립될 수 있다.

용산경찰서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광장균 씨는 20일, “1차선에 있던 차량에서 달걀을 던지는 듯한 모습이 포착돼 번호판을 조회해 공문을 보낼 것”이라는 수사관의 말을 전해왔다. 그는 끝으로 “저를 포함해 세 명의 피해자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달걀테러 당한 분들이 있다면 함께 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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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던지기, 폭력의 시작? 😱 시위 현장에서 일어난 '달걀 테러'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었어요. 혐오와 폭력은 점점 커지고, 경찰은 방관만 했죠. 이건 그냥 '계란'이 아니라, 폭력의 도화선이 될 수 있어요! 🥚🔥 #윤석열체포 #달걀테러 #폭력불씨 #집회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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