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겨울밤을 뒤흔든 12.3 계엄 내란 사태부터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 체포영장 집행까지 숨가쁘게 연말연시가 흘러갔습니다. 계엄령이 선포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혼란과 폭거에 맞서 시민의 용기와 연대가 분출하는 것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시민들은 길거리만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서도 활발히 목소리를 냈는데요. SNS를 통한 발언은 물론이고 시민사회, 언론, 개인이 만든 다양한 디지털 활동이 내란-탄핵 시국에 창의적이고 시의적절한 개입을 해왔습니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모아봤습니다.
# 그날 밤, 빠르게 모은 지혜
계엄선포 당일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소식을 접하고 국회 앞으로 달려가 계엄군과 대치한 시민들의 모습이라면, 현장에 나오지 못한 많은 시민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했는데요.
전국역사교사모임은 계엄 다음날인 12월 4일 오전 8시 반에 "12.3 사태: 어젯 밤 이야기"라는 제목의 수업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이번 계엄 진행과정과 계엄령의 정의, 대한민국 역대 계엄령, 이번 계엄령의 문제를 다루는 자료를 발빠르게 공개하여,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디지털 시민 광장 빠띠에서는 쏟아지는 비상계엄 관련 뉴스를 시민들이 시민이 함께 큐레이션하며 타임라인 형태로 정리했습니다.
# 더 넓은 오프라인 광장 만들기
시민의 목소리는 여의도, 광화문, 남태령, 그 너머로 이어지는 광장의 공간에서 울려퍼졌습니다. 집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 중 하나는 구호를 담은 팻말이죠. 민주주의 구하는 페미-퀴어-네트워크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위 피켓을 디자인해 온라인 배포하고 공동 액션을 기획했습니다.
추운 날씨에 인파가 몰리는 집회 현장에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활동도 활발했습니다. "시위/집회 목록"을 모아 제공하는 페이지가 제작되는가 하면, 시민이 함께 만드는 "2024 시민 광장 가이드"는 SNS 등으로 전파되는 정보를 한 문서에 모았습니다. "집회에서 만나요 : 혐오하는 사회, 집회하는 소수자를 위한 대항 가이드북", "2024 디지털 보안 가이드" 등 보다 안전한 집회 참여를 돕는 온라인 배포 자료도 이목을 끌었습니다.
민주주의 구하는 페미-퀴어-네트워크 제공 구글 드라이브 갈무리
# 지켜보고 있다
내란 발발부터 탄핵소추로 이어지는 기간 동안 국회의원, 특히 표결에 불참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 많은 이들이 주목했습니다. 이들의 행동을 기록하고 그들을 압박하는 활동도 활발했는데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투표에 함께해야 할 의원들", "윤석열 체포를 가로막으러 나온 국민의힘 의원들" 지도를 제작해 탄핵소추 및 윤석열 체포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여준 행보를 시각화했습니다.
그밖에도 "국민의힘 탄핵안 불참자 리스트", "국회 101", "내란105적" 등 국회의원에 주목하는 다양한 디지털 시민 활동이 등장할 정도로 많은 관심이 쏠린 주제였습니다. 행보를 기록하는 것뿐만 아니라 탄핵을 촉구하기 위해 의원들에게 항의문자를 보내기 쉽게 만드는 페이지(민주노총, 녹색당) 또한 여럿 만들어졌습니다.
# 누가 어디서 무엇을?
지난 주말 구속되어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윤석열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고, 수사 기관도 다양하기 때문에 누구의 어떤 혐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은데요. 이를 보다 쉽게 정리하는 활동을 소개합니다.
"12·3 내란 대인수사 현황판"은 인물별로 주요 수사 현황과 관련 기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의 "윤석열 내란 수사를 기록하다" 페이지는 시간순-수사기관별로 주요 진행상황을 요약해 제공합니다.
# 진실 혹은 거짓
계엄 선포 및 그 이후의 과정에서 또 하나의 특징은 윤석열과 그 지지자들이 대놓고 거짓을 사실인 것처럼 주장한다는 점입니다. 그에 대응해 이러한 주장을 검증하는 팩트체크 활동 또한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팩트체크]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문 뜯어보기"는 2024년 12월 12일 담화문 전문 중 헌법/법률에 위배되는 내용, 거짓된 내용, 검토가 필요한 내용을 시각적으로 강조하고 반박 내용과 근거를 제시하는 페이지입니다.
디지털시민광장 빠띠에서도 #비상계엄팩트체크 활동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빠띠 디스코드 채널에서 제보-검토를 거쳐 시민팩트체커 커뮤니티 K.F.C.가 검증을 진행합니다.
# 이 모든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수많은 상황에 개입하고 대응하는 일뿐만 아니라, 이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 또한 중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디지털 시민 활동 모두 이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텐데요. '기록'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는 활동으로는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기록과정보·문화연구모임의 "12.03 계엄사태와 민주주의 위기 - 수호와 성숙을 위한 아카이브"가 있습니다. 집회 및 시민기록, 사건일지, 담론, 매체, 공적 인물 등 각종 기록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제공합니다.
한편 언론과 소셜 네트워크 기반으로 유통되는 선동 메시지를 분석하는 활동도 있습니다. 인터넷 기사와 극우 유투버들의 영상을 모니터링/아카이브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서부지방법원 습격 사건에서 본 것처럼 음모론과 폭력 선동이 활성화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고려할 때 더욱 중요해 보이는 활동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협업, 기록 정리, 시각화 등 디지털 시민 활동은 공동체의 연대를 만들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시민 기술의 힘을 보여줍니다.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의 느슨한 연대를 더욱 촘촘하게 만드는 다양한 노력의 일환인 셈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활동을 포함해 더 많은 활동 목록은 빠띠 공익데이터 [내란에 맞서는 디지털 활동] 데이터셋 및 구글 시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목록에 추가되면 좋을 디지털 시민 활동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코멘트
1내란과 관련해서 이루어지는 여러 디지털 시민 활동을 확인 할 수 있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