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와 관련한 현재 정치 상황과 참고할만한 역사적 사례에 대한 명쾌한 정리, 이를 바탕으로 한 제3지대의 공통적 성공 요인에 대한 분석과 이를 바탕으로 한 현재 제3지대 관련 시도에 대한 장애물과 과제 제시 등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네요. 좋은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저는 제3지대라는 말보다는 '제3의 정치성'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은데요. 선거때마다 벌어지는 제3지대와 관련한 일들에도 불구하고 한국정치체제는 실질적인 양당제라고 생각합니다. 강력한 힘을 가진 양당이 있고, 대부분의 제3지대와 관련된 시도는 양당제로 재환원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시해주신 세 사례의 성공이나 열린우리당의 등장 등 형식적으로 때로는 급진적인 변화가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이념이나 비전의 차이가 아닌 공유되는 인물들간의 외피 변화에 불과한 경우가 대다수였던 것 같습니다. 실질적인 양당제가 '이것 아니면 저것'을 구조적으로 강제한다면, 이것과 저것이 아닌 민의는 대의되지 않고, 이와 관련된 사회적 불만의 에너지가 시공간적 맥락에 따라 모양을 달리 할지라도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힘을 제3의 정치성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정치성은 시민정치적 힘으로 발현되고, 때로는 제도화 된 정치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잠재적인 정치를 지칭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인물과 지역중심 요인만으로는 제3지대의 지속가능성의 확보가 어렵다는 분석에 동의할 뿐만 아니라, 좀더 적극적으로 언제나 양당제 정치체제를 넘어 한국사회의 구조적/제도적 변화를 염두에 두지도 않고 있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누가 될 것인가?, 누가 혹은 어떤 세력이 주도할 것인가?’ 등의 질문과 관련되는 인물 중심의 집단/세력간에 권력을 쟁탈하기 위한 ‘선거 실리주의' 경향이 지배적인 것 같습니다. 현재 제3지대의 공통점은 ‘합리성'과 ‘원칙'에 대한 강조, 중도-무당층을 노린 전략 등으로 말씀해 주셨는데, 많은 분들이 현실정치에서의 당연한 선택처럼 생각 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관점과 시도 자체가 제3의 정치성을 실제로 중요하게 여기며 한국사회의 양당제를 넘어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이 부재함을 증명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3번 질문에 답하자면 제3지대 세력들이 거대양당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빠르게든 느리게든 다시 양당으로 환원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번 질문에 대해 말하자면 좀더 심층적인 차원에서는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적절한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심층적인 틀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나름대로서의 정치적 성공을 거둔 이후에 한국사회에 특정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1번 질문에 대답하자면 한국 정치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너무 많습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후정의정치가 필요합니다. 지구적인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는 방안 또한 시급하게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젠더 불평등, 소수자의 권리 보장 등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그리고 인구위기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경쟁지상주의의 각자도생 사회에서 시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외에도 여러 이슈들이 있겠습니다. 4번 질문에 답하자면 이러한 이슈들과 관련하여 제3지대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정치인/정치세력들의 관점은 다양함을 넘어서 복합적으로 대립적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빅텐트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지지자들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지지를 모으고 어려울 것이라는 어려움을 많이들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치적 양극화에 따른 끝없는 적대 속의 양당제에 대한 환멸이 더 커서 혹여 일시적인 ‘빅텐트'의 정치적 성공을 이끌어 낸다고 하더라도, 그 일시적 성공 이후의 갈등과 분열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요원한 것 같지만.. 제3의 정치성의 실현은 새로운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구축 및 지속적인 활동, 이와 연결된 대한 강력한 시민적 지지의 형성이라는 방향을 지향할 때에 그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현재의 시공간적 맥락에서는 이러한 방향은 지금 당장의 현실적 정치에서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가능성이 적어 보일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