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연구원정] 이 시국에 전세사기 연구를 논한다는 것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 *본 게시물을 보기 전, 앞선 게시물을 보고 오시면 이해가 더욱 쉽습니다.1편)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2편) 전세사기를 제대로 연구하려면 먼저 고려할 것들3편) 전세사기 연구의 선배님, 주거불안 당사자에 대한 연구들 Intro : 엄중한 이 시국에 ‘연구’라는 수단이 갖는 힘이 무엇일까? 이 글을 쓰는 12월 14일 저녁, 저의 SNS와 채팅 목록에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로 온통 기뻐하고, 안도하는 글이 넘쳐납니다. 저도 전세사기 피해자이기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12.3 내란사태가 이렇게 한단락 넘어가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다들 12.3 이후로 불면의 밤을 지새던 날에서 벗어나 잠이라도 잘 주무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12월 3일 이전에도 대통령 탄핵촉구 집회가 열린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집회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면서도 끝내 집회 현장으로 몸이 움직이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탄핵 이후의 세상이 그려지지 않아서’였습니다. 2016년 겨울 촛불집회로 인해 세상이 뒤집혔다고 생각했지만, 그 후로 우리의 정치, 사회, 일상은 그다지 달라진 점 없이 더 나빠진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죠.  지금도 저는 양가적인 마음입니다. 일단 내란범에 대한 조속한 탄핵과 엄중처벌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이 있는 반면, 우리의 분투가 그저 정권교체로 그치지 않기 위해 어떤 고민과 노력이 있어야 하는가 짚어보기엔 모든게 너무 급박하다는 인상도 받습니다. 지금은 이렇게나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탄핵을 외치지만, 개별 의제로 들어가면 서로 너무 다른 위치에 있다는걸 실감합니다. 특히, 12.3 계엄선포 이후 장애인 단체의 활동과 발언에 대해 민주당 및 다른 시민들이 보인 반응은 의미심장합니다. (링크)  저의 주관심사인 전세사기, 주거, 부동산 문제에 대해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시끄러운 상황에 대중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 전세사기 예방과 세입자 권리보장을 위한 법안이 발의되었다가 임대인과 공인중개사의 집단 반발에 철회된 적이 있습니다. (링크) 새로운 반응은 아닙니다. 지난 2년 넘는 전세사기 대란 속에서 ‘전세사기는 사인 간 거래에서 발생한 문제일 뿐, 국가의 책임은 없다’는 공직자의 발언과 ‘사업실패로 돈을 못 돌려준거지 사기는 아니’라는 악성임대인의 말을 숱하게 들어왔고, ‘전세사기는 이전에도 있었고, 잘 피하지 못한 임차인 탓’이라는 사회적 시선도 있었습니다. 최근의 법안 철회는 끝내 그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기존의 관성이 벽같이 단단할 때, 이걸 넘는다는 것은 참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벽을 넘는 것은 그저 뜨거운 감정만으로 호소할 것이 아니라, 냉철한 분석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문제의  당사자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꾸준히 설득하며,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때 변화는 일어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연구’를 배워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난 12주간 연구원정을 통해 전세사기와 주거문제를 다루는 활동가로서의 뜨거운 열정은 유지하되, 우리가 넘어야할 문제를 정의하고, 대안을 탐구하는 방법론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전세사기를 포함한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연구를 통해 이후에 우리가 집중해야할 대상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라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럼 지난 12주간의 연구방법론 학습을 통해 나온 결과물을 소개하겠습니다. Part 1. 연구개요 1. 연구제목 : 전세사기 피해당사자 조직운동이 국가의 제도변화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 2. 초록 2020년대 집단적인 전세사기 사건으로 인해 대규모 주거불안이 발생했으며, 전세사기 피해당사자들은 조직을 꾸려 대응했다. 이런 조직적인 운동은 전세사기와 관련된 국가의 제도 전반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 연구에서는 전세사기 피해당사자 조직의 활동을 담은 보도자료와 인터뷰 내용을 분석하고, 시기에 따라 금융/부동산/행정 관련한 정부방침 및 법안을 다룬 공식문건 분석을 통해 관련 제도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정리하고자 한다. 또한, 전세사기 문제는 한국의 도시화 과정에서 발생한 주거불안 당사자운동의 대표적인 사례인 철거민 운동과 비교할 때 어떤 유사성과 차이점, 의의가 있는지 비교분석하여 한국사회의 주거권 운동 관점에서 지니는 함의를 고찰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적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에 당사자들이 조직을 결성하여 문제해결을 위해 목소리 내는 것은 시민운동 차원에서 어떤 의의를 지니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3. 문제제기와 연구필요성 저 자신이 전세사기 피해자입니다. 2021년 11월 입주한 전셋집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계약사항 불이행 및 임대인 연락두절, 세무서 압류로 인해 전세사기 범죄현장이 되었습니다. 전세사기를 인지한 이후 마주한 부동산 시스템과 국가의 제도는 허술하기만 했고, 피해를 입은 임차인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였습니다. 현행법을 아무리 충실히 따르더라도, 임차인에게는 보증금을 회수할 방안도, 범죄자인 악성임대인을 처벌할 방안도 마땅치 않았던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게 고립된 피해자들은 정보를 공유하거나, 경찰에 대한 수사의뢰를 용이하게 할 목적으로 피해자 모임을 구성하기 시작했으며, 국가를 대상으로 대책마련을 요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세사기 피해자의 연이은 사망 소식, 시민사회의 조력 등이 존재했으며,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는 이런 동력을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정 및 국가 전반의 제도적인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이런 변화는 전문가 집단이나 정부관료, 정치인의 선제적인 대응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피해자로서 문제해결을 위해 조직적인 대응을 지속한 결과며, 이는 철거민 운동으로 대표되는 한국사회의 주거권 운동의 관점에서도 새롭게 평가할만한 사건입니다. 정책과 제도의 변화는 여러 이해관계자의 정치에 따라 좌우되는만큼, 전세사기 피해당사자의 활동과 조직적인 운동은 제도변화에 가장 중요한 동력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전세사기 문제의 심각성을 다룬 정량적 분석과 예방대책을 다룬 법적/문헌적 검토에 비해 당사자 조직운동에 대해서는 별다른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시민사회 활동가가 아닌 평범한 시민이자, 전세사기 피해자라는 당사자로서 제도변화를 이끌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 사례를 통해 전세사기 관련 제도변화를 조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Part 2. 선행연구 검토 1. 이론적 배경 도시화 & 도시개발 도시화와 수도권의 대도시 개발 과정은 중산층을 위한 도시로 개편되는 동시에, 기존 무허가정착지의 철거민의 존재는 지워지는 과정으로 진행되었음을 지적한다. 대표 논문 1960년대 후반 서울 도시근대화의 성격 - 도시빈민의 추방과 중산층 도시로의 공간재편 - (박홍근, 2015) 서울 대도시권 신도시 개발의 성격 - 광주 대단지와 분당 신도시의 비교 연구 (한상진, 1992) 주거약자 철거민으로 대표되는 도시빈민은 주거권 보장을 기치로 내걸고 생존권을 위해 조직적으로 투쟁했다. 이 과정에서 철거민을 포함한 다양한 주거불안 계층의 조직적인 운동을 통해 일부 요구안은 정책적으로 수용되었음을 확인했다. 대표 논문 서울시 철거민운동사 연구 - 철거민의 입장을 중심으로 - / 김수현(1999) 1970~80년대 시흥 지역 도시빈민 운동의 성장과 진화 (이동원, 2024) 1971년 광주대단지 사건 연구 (김수현, 2006) 주거정치 한국의 주택공급 체계와 주택을 둘러싼 주거정치의 전개양상을 살펴보며, 사적 소유권의 민주화를 통한 생존주의 주거전략이 지배적으로 자리잡은 사회가 되었음을 지적한다. 대표 논문한국의 주거정치와 계층화 : 자원동원형 사회서비스 공급과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탄생, 1970-2015 (김명수, 2018) 재난 거버넌스 & 시민운동 기존의 자연재해 관리 및 복구가 주를 이룬 재난관리 시스템을 넘어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재난 거버넌스’를 제시하고, 이 때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는 시민을 ‘재난 시티즌십’의 관점에서 조망하고 있다. 대표 논문 재난 관리, 재난 거버넌스, 재난 시티즌십 (이영희, 2014) 가습기살균제 참사 대응 시민운동 (이철재, 구도완, 2020) 재난 거버넌스의 정치적 동학_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중심으로 (임기홍, 2020) 2. 선행연구의 한계 박홍근(2015)은 1960년대 서울의 도시화 과정을 군사정권에 의한 근대화의 일환으로 벌어진 대규모 국가주도 사회건설 사업으로 해석하며, 시민아파트 사업 및 광주대단지 이주와 같은 도시빈민의 추방을 통해 중산층을 위한 도시로의 재편이 이뤄졌다고 분석한다. 특히, 한상진(1992)은 서울 대도시권의 폭발적인 성장과 이를 제어하기 위한 균형적인 국토 계획의 부재 속에 광주 대단지 운동이 촉발되었다고 분석하며, 김수현(2006)은 국가의 주먹구구식 행정에 의해 이주된 철거민과 전매입주자 집단이 광주 대단지 도시봉기를 불러왔음을 역설한다. 이에 대해 김수현(1996)은 무허가 정착지의 발생배경과 철거민 운동사를 조망하며, 정부가 무허가 정착지의 순기능을 이해하고 공공임대주택이 무허가 정착지를 대체하기 전까지는 주민을 보호하는 정책을 펼칠 것을 주장한다. 한편, 김명수(2018)는 한국 고유의 주택체계와 주택공급연쇄론을 제시하고, 1970년대 이후 주거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을 종합적으로 망라한 한다. 그리고, 시대별로 제기된 주거생존권 요구는 행정당국의 진압과 일부 제도적 타협을 계기로 힘을 잃었다고 분석하며, 이후 자가소유주택의 확대와 주택금융의 등장 흐름에 맞춰 주거정치는 자가소유자 중심의 생존주의적 주거전략에 좌우됨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전의 연구는 주택의 상품화와 금융화 이후 세입자의 주거불안, 구체적으로 전세시장의 금융화에 따른 주거불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망하지는 못한다. 도시개발이 이뤄지며 물리적 공간재편으로 인해 철거민으로 대표되는 주거약자의 대응과 한계에 대해 다룬 연구들은 존재하지만, 2008년 이후 본격적으로 금융화되기 시작한 전세시장과 세입자의 주거불안을 연결지어 분석하기에는 한계를 지닌다. 또한, 철거민의 물리적 공간재편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타 지역의 주민에게는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최근의 전세사기는 전국적으로 유사한 양태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가진다. 그런 점에서 이 연구는 2020년대의 대표적 주거불안 사례인 ‘전세사기’가 촉발한 보편적인 세입자의 주거불안과 당사자 조직인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의 대응을 살펴보고, 1970년대 이후 도시화 과정에서 발생한 주거정치의 관점을 적용할 때 어떤 의의와 과제를 지니는지 탐구해보고자 한다. 한편, 이영희(2014)는 세월호 참사를 분석하면서 기존의 국가 관료에 의한 자연재해 관리·복구 관점에서 더 나아가 ‘재난 시티즌십’을 주창한다. 이는 재난 관련 의사결정에 대한 참여의 권리와 더불어 그러한 참여를 내실 있게 할 수 있는 학습과 성찰, 그리고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의 재난 위험 문제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여 등을 총망라한 개념으로, 자연적·사회적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에 시민의 주체적인 당사자활동을 효과적으로 설명한다. 또한, 이철재 외 1명(2020)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응한 시민운동을 정리하며 사회적 재난의 당사자인 피해자조직을 비롯한 여러 시민조직들의 활동을 주목한다. 전세사기 또한 국가의 제도적 미비가 대규모 피해를 양산한 측면이 있는 점에서 사회적 재난이라는 공감대가 있는 상황에서 이전의 사회적 참사와 시민운동의 관점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의 당사자 조직운동은 어떤 함의가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Part 3. 연구설계 및 연구계획 1. 연구가설 : “전세사기 피해당사자 조직의 활동으로 인해 국가의 부동산 관련 제도에 변화가 일어났다.” 위 가설은 두가지 파트로 나뉩니다. 1) 피해당사자 조직의 활동이 어떤 것이었는지2) 국가의 부동산 제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 이 두가지를 보려면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의 활동 및 국가의 여러 기관에서 발행한 공식문서를 통해 제도변화 전후를 비교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연구전략 1. 데이터 수집 및 유형 분석 1) 피해자대책위 활동 관련 문건 (보도자료, 회의록, 발언문, 피켓, 현수막, 자료집 등) 전세사기 시민사회대책위 보도자료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 블로그 2) 피해자대책위 인터뷰 (녹취파일, 인터뷰내용 정리) 녹취록 원본파일 확인 인터뷰 정리된 내용으로 아카이브 3) 정부 및 국가 주요기관의 전세사기 관련 문건 (보도자료, 설명자료, 지침 등) 정부 (국토부) : 국토부 보도자료 및 설명자료 페이지 검색 국회 : 국가법령정보시스템, 의안정보시스템 수사기관 : 검찰 발표자료 페이지 검색 법원 : 대국민 법원서비스 페이지 지자체 : 피해지원센터 전담 페이지 및 지자체 소식 / 조례제정 내용 4) 기타 기관 전세사기 관련 보고서 인용 언론보도 인용 2. 내용 기록 1) 구글 드라이브에 파일 업로드 및 스프레드시트로 위치 아카이브2) 문서 작성 및 피해자대책위 및 시민사회대책위 교차검증3) 시간의 흐름에 따른 분석 전세사기 사건 발생일시 피해자대책위 활동 국가기관 대책/입장 발표 제도 변화내용  3. 연구일정 및 예산 1. 연구일정 2. 연구예산 별도 연구예산 없음 피해자대책위 인터뷰는 이미 진행 Part 4. 결론 1. 예상 연구결과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의 결성 이전, 정부는 전세사기 예방에만 초점을 맞춰 대책을 발표했고, 각 기관에서도 비용 감면 및 절차 간소화 등의 간접적인 지원이 주를 이루었다. 피해자들의 연이은 사망 소식과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의 결성에 따른 창구 단일화, 시민사회와 정치권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및 관계기관의 대책수립 등 제도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 확인된다.  2. 예상하는 연구 의의 본 연구를 통해 전세사기 문제를 경험한 피해당사자의 조직적인 대응활동을 통해 국가의 여러 제도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을 입증했다. 문제와 현상에 대한 분석 이전에 피해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문제해결의 시발점이며, 피해당사자가 그저 수동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변화를 이끌어내는 주체로서 역할한다는 점은 시민운동의 관점에서도 주목할만한 지점이다. 또한, 철거민운동 이후 소강기에 들어간 주거권운동 관점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과 당사자조직의 대응은 보편적인 주거권 보장요구가 다시 점화되는 계기로 볼수있을 것이다. 다만,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 활동을 통해 제도적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을 확인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위한 지원, 가해자 엄중처벌, 전세사기 예방 및 부동산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까지 충분히 만들어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 현재까지의 제도변화가 실효성이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기도 하고,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있기 때문에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에 대한 연구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연구원정을 마치며 12주간 연구를 배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연구논문에 대한 문법을 배우고, 연구를 설계하고, 앞으로 어떻게 연구를 수행할 것인지 짚어보느라 머리를 쥐어짜야했고, 다른 일과 병행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연구라는 방법론이 문제를 더욱 깊고,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이제 뜨거운 마음으로 모인 광장의 시간을 지나, 차분히 변화를 만들어가도록 함께 노력할 시간이네요. 저도 연구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꿈꿔보겠습니다.
[연구원정]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자본조달이 소셜섹터기업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 🚀 지난 글 [연구원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새로운 금융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에서 이어집니다. 많은 분들이 지난 몇일을 혼란과 불안 속에서 생활하였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일상은 일상대로 계속 굴어가야겠지요. 모두 일상을 잃지 않고 끝까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연구원정은 이번주를 마지막으로 연구계획서 작성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관심을 갖고 피드백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며, 끝까지 연구로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연구원정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섹터기업은 현대의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창출하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으로서 소셜섹터기업은 생존과 지속가능성에 필요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수년간 소셜섹터기업의 자본조달 다각화에 대한 고민은 현장과 학계에서 지속되고 있습니다. 10여년 간의 공공재원 확대 노력은 소셜섹터기업의 양적 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하였으나, 재원 다각화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비한 실정입니다. 지난 연구원정에서는 국내 소셜섹터기업의 자본조달 현황과 한계를 연구하며, 민간 재원조달 수단으로 크라우드 펀딩 활용에 주목하였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이미 벤처기업 연구에서 자본조달 수단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제공할 수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다만, 사회미션을 추구하는 소셜섹터기업에는 실질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때문에 지난 12주 동안 크라우드펀딩의 유형, 주체, 그리고 플랫폼의 역할 등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습니다. 최종적으로 본 연구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자본조달이 소셜섹터기업의 생존에 재무적/비재무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확인하고자 생존 영향요인 연구를 목표하고 있습니다. 📚이론적 논의 크라우드펀딩이란,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은 특정 목적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지원하고자 기부 또는 특정한 형태의 보상, 의결권 교환 등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는 자본조달 방식입니다(Mollick, 2014). 보다 좁은 의미에서 기업가 개인 또는 단체가 표준중개자 없이 인터넷을 통해 상대적으로 많은 개인에게 비교적 적은 금액을 조달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크라우드펀딩의 유형은 일반적으로 1) 기부형, 2) 리워드형, 3) 대출형, 4)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으로 구분합니다. 참여하는 주체는 기업가(자금수요자), 후원자/투자자(자금공급자), 플랫폼제공자(중개자)가 핵심 이해관계자로 구성하며(Moritz & Block 2016), 넓은 범위에서 자본시장, 공공기관을 포괄합니다(Mochkabadi & Volkmann, 2020). 크라우드펀딩은 벤처창업가의 자본조달 어려움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이미 연구되어왔습니다. 초기 창업가들은 자본조달을 시도할 때 몇가지 장애물을 접하게 됩니다. 예를들어 담보 자산의 부재, 정보비대칭성, 지속가능성 입증의 어려움 등으로 인하여 대출기관에게 많은 자금을 조달받기 어렵습니다(Kirsch et al., 2009; Kumar & Agrawal, 2024). 실제로 많은 벤처기업의 초기 자본조달은 창업가 자신의 신용, 가족 및 지인으로부터의 차입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크라우드펀딩은 인터넷을 통해 창업가와 투자자간의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금융방식과 다른 형태의 자본 접근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벤처기업이 처한 상황의 대안 중 하나로 제안해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크라우드펀딩은 기업의 제품(또는 서비스)의 라이프사이클에서 제품 개념화, 제품 기획 등과 같은 초기 설계 단계에 자본조달 수단으로 적절합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기업은 소비자과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홍보 및 사전 시장조사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다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형태를 통해 초기 사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전성민, 2014). De Luca, et, al.(2019)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자본조달의 이점을 재무, 전략, 마케팅, 인적자원 관리 등에 따른 여러 차원으로 개념화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크라우드펀딩이 갖는 이점은 재무적 효과 뿐 아니라 비재무적 효과 또한 포괄함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크라우드펀딩과 소셜섹터? 선행연구에 따르면, 소셜섹터기업은 벤처기업과 비슷한 문제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한 자본조달이 소셜섹터기업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곽관훈, 2013; 이선희 외, 2020; Kim & Moor, 2017). 또한, 크라우드펀딩이 가진 대중적인 성격이 소셜섹터기업의 제품(및 서비스)을 설득하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Lehner(2013)은 크라우드펀딩이 담보를 요구하는 기존의 투자형태와 달리 기업의 아이디어, 핵심 가치, 기업의 정당성 등을 중요하게 인식하며, 대중의 일상적인 가치를 반영하고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등의 혁신적인 요소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소셜섹터기업의 자본조달 활용에 적절하다고 보았습니다. 전성민(2014)는 크라우드펀딩의 펀딩방식이 소액투자가 일반적이고 투자이익이 많지 않기 때문에,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는 투자자(후원자)들은 사회적가치 실현을 중요하게 고려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크라우드펀딩이 지향하는 바가 소셜섹터기업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구질문과 가설 선행연구를 통해 본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연구질문을 내놓았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자본조달은 소셜섹터기업의 생존에 어떻게 작용하는가.’ 자본조달 성공여부가 아닌 기업 생존에 초점을 둔 이유는 다양한 민간재원 조달을 시도한 소셜섹터기업이 지속가능하게 경영되는 가를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전성민(2014)는 크라우드펀딩 결과의 성공여부가 기업이 목표하는 프로젝트의 최종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됨을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앞서 정리한 선행연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크라우드펀딩이 갖는 비재무적 효과 또한 기업에게 주요한 효과가 될 수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여 크라우드펀딩의 활용 자체가 소셜섹터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어떠한 효과를 제공하는가에 초점을 두고자 연구계획하였습니다. 본 연구의 가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설 1. 크라우드펀딩의 재무적 이점이 소셜섹터기업의 생존에 정(+)의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설 1-1.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가 성공할수록 소셜섹터기업의 생존에 정(+)의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설 1-2.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 성공금액이 초과할수록(높을수록) 소셜섹터기업의 생존에 정(+)의 영향을 미칠 것이다.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 뿐 아니라 그에 따른 조달 금액의 차이는 소셜섹터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크라우드펀딩의 재무적 이점은 프로젝트 성공/실패 여부 뿐 아니라 달성 금액에 따른 효과도 가설로 설정하였습니다. 가설 2. 크라우드펀딩의 비재무적 이점이 소셜섹터기업의 생존에 정(+)의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설 2-1.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홍보가 소셜섹터기업의 생존에 정(+)의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설 2-2.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시장조사가 소셜섹터기업의 생존에 정(+)의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설 2-3.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고객기반구축이 소셜섹터기업의 생존에 정(+)의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은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펀딩기간동안 투자자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대중 노출을 통해 홍보효과과 소비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자원낭비를 피하고 생존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비재무적 효과를 갖습니다(De Luca, et, al., 2019). 따라서 본 연구에서 크라우드펀딩의 비재무적 이점은 플랫폼과 SNS를 통한 프로젝트 광고와 같은 홍보효과(Macht & Weatherston, 2014), 사전 시장검증, 소비자 반응 테스트, 제품 승인 등의 시장조사효과(De Luca, et, al., 2019), 실시간 소통 기능, 타켓그룹 정의, 고객 서비스 평가 등의 고객기반구축(Green et, al, 2015)효과가 소셜섹터기업의 생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가설을 설정하였습니다. 본 연구의 종속변수는 기업생존여부(휴·폐업 여부)로, 콕스 회귀분석을 통해 분석하고자 합니다. 통제변수는 산업분야, 기업규모, 자본금, 플랫폼 종류, 크라우드펀딩 유형, 사업지역, 조직 유형 등 입니다. 또한, 본 연구는 크라우드펀딩 참여 경험이 있는 소셜섹터기업을 대상으로, 크라우드 펀딩 성공여부, 기업정보, 생존여부, 비재무적 효과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자 합니다. 🚀지금부터는 연구실행 본 연구의 연구결과는 크라우드펀딩의 재무적 이점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비재무적 이점이 소셜섹터기업의 생존에 긍정적으로 작용함을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통제변수로 활용된 크라우드펀딩 유형, 플랫폼 유형, 참여 기업 유형 등에 따라 나타나는 다른 특성을 확인하고 소셜섹터기업 자본조달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본 연구는 소셜섹터기업의 민간 재원조달 다각화에 대한 아이디어로 크라우드펀딩의 효과성을 증명하는 것을 목표합니다. 따라서, 이후 과정은 크라우드펀딩의 이점에 대한 보다 면밀한 요인 분석을 통해 연구의 깊이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참고문헌 곽관훈. (2013). 금융소비자 보호와 크라우드펀딩 (Crowdfunding) 의 활성화-" 사회적 경제 (Social Economy)" 관점에서의 접근. 금융소비자연구, 3(2), 27-50. 이선희, 이상윤, & 윤찬민. (2020). 크라우드펀딩팀 다양성이 크라우드펀딩성과에 미치는 영향. 신산업경영저널, 38(1), 71-95. 전성민. (2014).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의 벤처창업 활용에 관한 연구: 정보재 (Information Goods) 를 중심으로: 정보재 (Information Goods) 를 중심으로. 벤처창업연구, 9(1), 97-105. De Luca, V. V., Margherita, A., & Passiante, G. (2019). Crowdfunding: a systemic framework of benefits. International Journal of Entrepreneurial Behavior & Research, 25(6), 1321-1339. Green, A., Tunstall, R. J., & Peisl, T. (2015, May). The benefits of crowdfunding for early-stage entrepreneurs: Between finance gap and democratic involvement. RADMA. Kim, H., & Moor, L. (2017). The case of crowdfunding in financial inclusion: a survey. Strategic Change, 26(2), 193–212. Kumar, A., & Agrawal, G. (2024). A review of research on entrepreneurship and crowdfunding: insights from bibliometric analysis. Kybernetes, 53(9), 2824-2853. Lehner, O. M. (2013). Crowdfunding social ventures: a model and research agenda. Venture Capital, 15(4), 289-311. Macht, S. A., & Weatherston, J. (2014). The benefits of online crowdfunding for fund&dash;seeking business ventures. Strategic Change, 23(1&dash;2), 1-14. Mochkabadi, K., & Volkmann, C. K. (2020). Equity crowdfunding: a systematic review of the literature. Small Business Economics, 54, 75-118. Mollick, E. (2014). The dynamics of crowdfunding: An exploratory study. Journal of business venturing, 29(1), 1-16. ⓒ date. YJ, Ro.,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향후 작성자의 학술적 연구를 위한 초안으로, 작성자의 허락없이 복사, 인용, 배포,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연구원정] 4. 전담간호사의 역할갈등 감소와 직무만족 향상을 위해 시작합니다.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 [연구원정] 전담간호사의 역할갈등 감소와 직무만족 향상을 위해 한걸음 나아갑니다 역할갈등과 직무만족 사이에서 어느 날, 후배 전담간호사와의 대화 중 한마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우리가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게 느껴질 때마다 힘들어져요. 결국 아무도 우리를 지켜주지 않잖아요.” 후배의 이 말에는 현실의 무게가 담겨 있었습니다. 전담간호사로 일하며 역할 갈등은 자주 느끼는 감정이었습니다. 상급종합병원의 긴박한 환경 속에서 의사, 환자, 그리고 의료팀 사이를 오가며 때로는 기대와 요구가 충돌하는 한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면서도 스스로 “진정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지 의문을 가질 때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라는 현실은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혔습니다. 역할의 모호성과 과중한 업무, 때때로 협조 부족으로 인한 갈등은 직무만족을 저하 시켰습니다. 법적 보호의 부재 속에서 전담간호사는 의료현장에서 점점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만 5천 명이 넘는 전담간호사가 활동 중이며, 의대증원 이슈로 전공의 공백이 발생한 이후 그 수는 더욱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의료현장의 업무환경은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내부 규정에 의존한 채 명확하지 않은 업무 체계와 각 직종 간의 갈등이 전담간호사들의 역할 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2024년 8월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이 진료지원업무의 법적 근거 마련을 포함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행령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전담간호사들은 법적 보호를 기대하면서도 여전히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야 하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역할의 불확실성을 더 심화시키고, 이는 직무만족을 낮추는 주된 요인이 됩니다. 스스로 만드는 길: 회복탄력성과 잡크래프팅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선행연구를 통해 확인한 회복탄력성과 잡크래프팅은 전담간호사들에게 필요한 생존 전략이자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의사가 하는 일을 대신하는 존재”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환자 중심의 관점으로 역할을 재정의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업무에서 의미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은 직무만족을 높이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선행연구 결과에 따르면 회복탄력성과 잡크래프팅은 직무만족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저는 전담간호사의 역할갈등, 회복탄력성, 그리고 잡크래프팅이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근무 중인 전담간호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계획 중입니다. 단순히 통계적 결과를 도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담간호사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과 프로그램 개발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 법적 보호와 명확한 업무 체계를 통해 전담간호사가 자신의 역할에 만족하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이 연구가 단순히 학문적 결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전담간호사들이 “나는 이 일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며 자신의 역할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꿈꿉니다. 더 이상 법적 보호의 부재 속에서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안전한 환경에서 최상의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담간호사가 자신의 역할을 자랑스럽게 수행하며 국민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작은 한 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연구는 이렇게 진행할 계획입니다. 2024년 8월 간호법이 통과되고 2025년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 근무중인 전담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역할갈등과 회복탄력성, 잡크래프팅이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계획입니다. 향후 이를 바탕으로 전담간호사의 직무만족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전담간호사 정책 마련에 기초자료를 제공할 것입니다.  [참고문헌] 간호법(법률)(제20445호)(20250621)                                                                                                                            김병관,정원희. (2024). 국내 전담간호사의 역할갈등 개념분석. 간호행정학회지, 30(2), 141-151. 민지현, 서민정, & 하영미. (2024). 임상전담간호사의 역할갈등, 전문직 자율성, 잡 크래프팅이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 직 업건강연구, 6(2), 83-94.                                                                                                                                                  정호선, 최소영 (2020). 전담간호사의 역할갈등과 소진 간 관계에서 회복탄력성의 매개효과. 간호행정학회지, 26(2), 142-150.  류점란, 최은정 (2023).  전담간호사의 역할갈등과 회복탄력성이 이직의도에 미치는 영향. Nursing and Healthcare Science, 22(1), 21-30.  김소선, 유미정 and 김아인. (2022). 대학병원 임상전담간호사의 역할 경험. Korean Journal of Adult Nursing, 34(1), 15-26.  이영희. (2024). 국내 전문간호사 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도전. Journal of Korean Academy of Nursing, 54(3), 297-299.  문혜경. (2020). 전담간호사 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통합적 연구. 문화기술의 융합, 6(3), 159-166.                                      
[연구원정] 수도권 2030 남성 내 남성성 영향 요인의 탐색적 연구 : 젠더 폭력 관련 인식과 태도와의 상관 관계 중심으로
*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 해당 글은 기존의 작성되어 게시된 글과의 연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이전 글들을 확인해주세요!물론...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지만, 각자의 글 속의 요소들이 내용들이 어떻게 수렴되었는지 확인하는 재미도 있으실거예요! 1. [연구원정] 젠더 기반 폭력 예방을 위한 긍정적 남성성엔 어떤 것들이 영향을 미치게 될까?2. [연구원정] 젠더기반폭력과 남성성의 요즘 연구는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3. [연구원정] 젠더 기반 폭력과 긍정적 남성성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좀 더 들여다 보았습니다. 사회문제와 연구가 무슨 상관일까? 연구는 학술적인거고, 때론 사회현상을 너무 늦게 포착하는 방법이지 않을까하며, 대학원 학위 논문 쓸 때, 참고할 연습해야지 하며 시작한 연구원정을 마무리해가며 연구계획서를 쓰는 마지막까지 왔습니다. 그 과정을 하며 다른 동료들이 보고 있는 사회를 향한 다정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면서도, 내가 보지 못했던 사회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내가 보고 있는 사회문제의 지지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동료들 덕분에..마무리 할 수 있었단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서도 저희 게으름을 성찰하는 시간들을 보내며, 과정을 연구계획서란 거창한 말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코멘트는 늘 환영입니다. 감사합니다. (참고, 연구계획서라고 하지만 기존의 연구 계획서, 학술적 문법과 상이할 수 있다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2024년을 살아가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을 보면 정말 많은 변화의 시간과 하수상한 시대를 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중에 제가 이 연구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딥페이크 성적불법합성물'을 제작, 소지, 유포하는 범죄가 발생했던 장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실은 딥페이크 성적불법합성물의 경우, 최근만의 특별하게 발생된 사건은 아니였습니다. 딥페이크 등의 기술을 활용한 포르노, '야동' 등의 이름의 연예인(유명인) 합성물이 오랜 역사동안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사회적으로 기사에 언급되는 교제폭력, 교제살인, 스토킹, 군대 내 성폭력 사건 등 끊임없이 발생하는 성범죄를 목격하게 됩니다. 우리는 아는 것처럼 기사를 통해 공론화가 된 사건 외에도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직장 내 성희롱, 범죄 위험 등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장면들을 보다가 저에게 질문이 생겼습니다. 많은 젠더 폭력의 원인을 남성성(남성문화 등)에서 찾고 그것에 동의하는 입장에서 궁금해졌습니다. 왜 어떤 남성이 갖고 있는 남성성은 젠더 폭력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게 되고, 어떤 남성의 남성성은 젠더 폭력을 근절 시키기 위한 남성성으로 되는 것일까. 그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경험,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요인 등 구조적인 요소들이 있을까?란 질문 속에서 연구주제를 찾게 되었습니다. 수도권 2030세대 남성 내 남성성 영향 요인 탐색적 연구 - 젠더 폭력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중심으로 1. 서론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 즉 젠더 기반 폭력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2년 여성폭력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여성의 38.6%가 평생 한 번 이상의 젠더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갈은 해 성폭력 사건 발생 건수는 31, 996건으로 하루 평균 86건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소속 지부의 상담 사례 및 언론 모니터링을 통해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83명에 달하며, 살인 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177명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범죄의 상당수는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암수 범죄'로 남아 있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수치는 성폭력이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여성의 안전과 인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존 연구에서는 다양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젠더 폭력의 개념과 대응을 분석하며, 현행 법률의 한계와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 개별법의 한계를 젠더 기반 폭력이 많은 부분 복합적 피해/유형으로 발생한다는 특징에서 한계를 찾으며 법제도에 있어 포괄적인 법제도 정비가 필요한 지점을 지적합니다. 즉 젠더 기반 폭력 발생 이후 가해자 처벌, 피해자 보호 등의 관점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젠더 기반 폭력 예방의 관점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해보게 됩니다. 많은 젠더 기반 폭력의 발생 원인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남성성의 특징에서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전통적인 남성성은 여전히 사회적 규범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젠더 폭력과 깊은 연관성을 보여줍니다.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즉, 강인함, 지배력, 감정 억제 등으로 대표되는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속성은 젠더 기반 폭력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변화하는 남성성 연구에 따르면, 남성성의 규범에 대해 강하게 동의하는 남성일수록 가정폭력이나 교제 폭력을 수용하는 경향이 높았습니다. 또한 2021년 조선일보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상 1,500명 중 응답자의 42%는 '가정 내에서 남성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남성성의 규범은 여성에 대한 통제와 지배로 연결되며, 젠더 기반 폭력의 위험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남성들의 남성성에 대한 인식을 분석하고, 그것이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것이 젠더 기반 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적 자료를 생성하는데 기초적인 작업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2030세대는 디지털 문와 변화한 사회적 환경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여전히 전통적 남성성 규범에 이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주요한 정책적 대상으로 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어떠한 남성성을 내면화하고 있는지, 그것이 젠더 폭력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본 연구는 남성성 재구성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젠더 폭력 예방 교육 또는 정책 수립 시 남성들의 인식 변화를 위한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젠더 기반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해체하고 건강하고, 평등한 남성성을 확립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한 기초 자료를 구성하는 것에 그 목표를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이론적 논의 및 선행연구 검토 1) 개념 및 이론 본 연구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2030세대의 남성들의 남성성 형성 영향 요인과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인식 및 태도 간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탐구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성역할 이론과 코넬의 남성성 이론을 중심으로 남성성 형성 매커니즘을 설명하고, 이러한 이론들이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태도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논의하고자 합니다. 가. 성역할 이론(Gender Role Theory) 성역할 이론은 Bem(1981)과 Eagly(1987) 등의 연구에서 제안된 개념으로, 사회가 남성과 여성에게 기대하는 특정 행동과 태도가 어떻게 학습되고 내면화되는지를 설명한다. 젠더 도식 이론(Gender Schema theory)을 통해 개인이 사회적 경험과 문화적 규범을 바탕으로 성별에 맞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남성은 어릴 때부터 ‘강인함’, ‘지배력’, ‘감정 억제’와 같은 전형적인 남성적 특성을 학습하게 됩니다. Eagly(1987)은 사회적 역할 이론을 통해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이 사회적 역할과 직무 분업에 의해 강화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성역할 규범은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의 태도와 행동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남성에게 울지 말고 강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문화는 감정 표현을 억제하고 공격적 대응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역할은 젠더 기반 폭력을 정당화하는 태도로 연결될 수 있으며, 남성이 폭력적인 행동을 통해 통제 메커니즘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하여, 젠더 기반 폭력과의 상관 관계를 갖습니다. 나. 남성성/들 코넬(Raewyn W. Connell, 1995)은 ‘남성성/들(Masculinities)’이라는 개념을 통해 남성성이 단일한 형태가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코넬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유형의 남성성을 범주화하여 제시했습니다. 헤게모니적 남성성 (Hegemonic Masculinity): 사회에서 가장 지배적인 형태의 남성성으로, 힘, 지배력, 감정 억제를 강조한다. 이는 다른 남성성과 여성성을 지배하고 정당화하는 역할을 한다. 공모적 남성성 (Complicit Masculinity):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직접 수행하지는 않지만, 그 혜택을 누리는 남성성이다. 소외된 남성성 (Marginalized Masculinity): 인종, 계급 등 다른 사회적 요인 때문에 지배적 남성성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남성성이다. 저항적 남성성 (Subordinate Masculinity): 동성애자 남성처럼 헤게모니적 남성성에 도전하고 저항하는 남성성이다. 헤게모니적 남성성은 젠더 기반 폭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Connell과 Messerschmidt(2005)는 남성들이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특히 여성에 대한 지배와 통제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가정폭력이나 교제 폭력은 남성의 권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헤게모니적 남성성의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다. 젠더 기반 폭력과의 연관성 성역할 이론과 코넬의 남성성 개념은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태도를 설명하는 중요한 이론적 틀을 제공합니다. 성역할 이론에 따르면, 전통적 성역할을 내면화한 남성일수록 여성에 대한 폭력적 행동을 정당화할 가능성이 높으며(Bem, 1981), 코넬의 헤게모니적 남성성 이론 역시 남성들이 사회적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젠더 기반 폭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Connell, 1995)한다는 점에서 젠더 기반 폭력과의 연관성을 이론적으로 확인됩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성역할 이론과 코넬의 남성성 개념을 바탕으로 수도권 20~30대 남성들의 남성성 형성 요인과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인식 및 태도 간의 관계를 분석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남성성의 재구성이 젠더 폭력 예방과 젠더 평등 사회 구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자 합니다. 2) 선행연구 검토 및 한계 가. 선행연구 검토 남성성 형성과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인식 및 태도 간의 관계를 탐구한 기존 연구들은 주로 전통적 남성성의 부정적 영향을 중심으로 정신건강, 웰빙, 삶의 만족도, 젠더 기반 폭력 등 개별적인 관계를 규명하고자 했습니다. 정병삼(2011)의 연구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남성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분석했다. 그는 한국의 남성성이 유교적 전통과 가부장적 가족 구조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남성은 집안의 가장으로서 권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를 받습니다. 이러한 기대 즉,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남성들로 하여금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때로는 힘과 지배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을 강화시킵니다. 그 결과 이러한 남성성은 가족 내에서 폭력적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젠더 폭력을 강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한유진과 김민지(2022)의 연구에서 남성성이 젠더 기반 폭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긍정적 남성성이라는 개념을 제안합니다. 긍정적 남성성이란, 전통적 남성성의 부정적 특성인 지배와 폭력 대신 책임감, 연대감 그리고 공감 능력을 강조하는 남성성입니다. 이들은 성평등 교육과 남성성 재구성 프로그램이 남성들 사이에서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남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젠더 폭력 예방 교육에 참여한 사람들은 여성에 대한 공감 능력이 높아지고 폭력에 대한 수용도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또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2023)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해 사회적, 문화적, 정책적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연구에서는 미디에서의 성차별적 표현, 법제도적 미비, 가정 내에서의 권력 불균형 등이 젠더 폭력을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처럼 폭력 발생 후 대응 뿐만 아니라 가해자 재교육, 미디어 규제, 법적 보호 강화 등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남성성과 젠더 기반 폭력 간의 관계와 남성성 형성에 미디어 노출, 교육 노출 경험 등이 종체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 선행연구의 한계 그러나 이러한 선행연구들에도 몇 가지 한계가 존재합니다. 첫째, 대부분의 연구가 피해자 지원과 가해자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 예를 들어, 젠더 폭력의 피해자 보호나 법적 대응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었지만, 남성성 자체가 폭력적 태도를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폭력의 근본 원인을 해소하기 위한 접근이 미흡했음을 의미합니다. 둘째, 남성성 형성과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많은 연구가 이론적 분석에 머물러 있거나, 제한된 사례를 대상으로 하여 진행된 연구였습니다. 예를 들어, 남성성에 대한 연구는 주로 대학생 집단이나 특정 직업군에 국한되었으며, 수도권에 거주하는 20~30대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인 연구는 거의 없는 것도 포함이 됩니다. 이 연령대의 남성들은 사회 진출과 개인적 성숙을 동시에 경험하는 시기로, 이 시기의 남성성 인식은 젠더 평등 사회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셋째, 기존 연구들은 남성성의 다양한 유형과 그 영향을 구체적으로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헤게모니적 남성성, 소외된 남성성, 공모적 남성성 등 남성성의 여러 유형이 젠더 폭력에 어떻게 다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체적 구분 없이 남성성을 단일한 개념으로 다루면, 남성성 재구성 전략을 세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으며 보다 실증적이고 효과적으로 젠더 기반 폭력 예방에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자 함에 연구의 필요성이 있습니다. 즉, 수도권 20~30대 남성들을 대상으로 남성성의 유형을 구분하고, 각 유형이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젠더 폭력 예방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 정책 수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참고문헌 Bem, S. L. (1981). Gender schema theory: A cognitive account of sex typing. Psychological Review, 88(4), 354-364. https://doi.org/10.1037/0033-295X.88.4.354 Connell, R. W. (1995). Masculinities. Berkeley, C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Connell, R. W., & Messerschmidt, J. W. (2005). Hegemonic masculinity: Rethinking the concept. Gender & Society, 19(6), 829-859. https://doi.org/10.1177/0891243205278639 Eagly, A. H. (1987). Sex differences in social behavior: A social-role interpretation. Hillsdale, NJ: Lawrence Erlbaum Associates. Eagly, A. H., & Wood, W. (2012). Social role theory. In P. A. M. Van Lange, A. W. Kruglanski, & E. T. Higgins (Eds.), Handbook of theories of social psychology (pp. 458-476). Sage Publications. UN Women. (2020). What is gender-based violence? Retrieved from https://www.unwomen.org/en/what-we-do/ending-violence-against-women/faqs/types-of-violence 정병삼. (2011). 한국 사회의 전통적 남성성과 젠더 갈등. 한국사회학, 45(3), 123-145.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3). 젠더기반폭력으로서 친밀 관계 폭력의 개념화와 대응 방향 모색. Retrieved from https://www.kwdi.re.kr/research/projectView.do?idx=130873&page=1
윤석열의 정치는 시작도 없이 끝났다 [윤석열을 감옥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대한민국 헌법 속의 대통령이 아니다.”(이화여자대학교 윤석열 퇴진 시국선언 12. 6.) 민주주의는 ‘말’에서 자란다. 때로는 말의 잔치가, 때로는 말의 전쟁이 되기도 하는 것. 말이 오고 가는 가운데 정치가 일어난다. 대화하고 교섭하고 주장하고 반박하고, 더 많은 국민들을 설득한 쪽이 명분을 갖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 그게 민주주의 정치의 기본이다. 윤석열은 처음부터 ‘말로 합시다’보다 ‘법대로 합시다’를 너무 좋아했다. ‘만사법통’이라 해야 할까. 모든 것은 법을 통해 해결하려 했다. 대화도 없고, 타협도 없다. 국민을 설득하는 정치는 사라지고, 상대를 수색하고 수사해서 죄인으로 만드는 단죄만 남았다. 내 편 아니면 다 ‘나쁜 편’. 어퍼컷 세리머니만 해도 터져나오는 박수와 환호에 취한 걸까. 벌거벗은 임금님을 향한 비웃음과 손가락질을 자신만 몰랐다. 자신에게 박수 치지 않는 사람은 다 ‘나쁜 편’이 됐다. 직언하는 사람에게는 책상을 치며 ‘격노’를 반복할 뿐. 검사 시절,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하면 검사가 아니라 깡패”라고 장담하던 사람. 돌이켜 생각하면 그 말은, 언제든 자신은 깡패가 될 수도 있다는 협박이었을지 모른다. 법으로 골탕 먹이고, 법으로 잡아들이고, 법으로 길들이는 데 그는 전문가였다. 민중들에게도 ‘법’이라는 이름의 칼날을 휘둘렀다. ‘건폭’이란 오명을 뒤집어쓴 한 건설노동자는 제 몸에 불을 당겨 저항하기도 했다. 일하다 다친 노동자들은 ‘나이롱 환자’로 취급했다. “엄정한 법 집행”으로 위장하고, 민중의 삶을 비참과 굴욕의 진창으로 처박았다. “심각한 직업병 고통에 신음하며 병들고 죽어가는 것에는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 반도체 자본의 이윤몰이에 희생되어온 산재노동자들은 윤석열 정부하 근로복지공단에서 줄줄이 산재불승인의 고통을 당해왔다.”(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성명 12. 4.) 윤석열은 혐오의 뿌리에서 자라난 유해수목이다. 여성과 남성을, 기성세대와 젊은이를,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아치고, 혐오의 난장판 속에서 기생충처럼 정치적 잇속만 챙겼다. “여성과 장애인 혐오를 발판으로 집권한 윤석열 정권은 군대를 동원해 짓밟으려 했다. 혐오정치의 뒷배는 군사력과 경찰력 외에는 지지기반이 없음을 보여준다.”(3.8여성파업조직위원회 성명 12. 4.) 반면, 자기는 불법만 피해갈 수 있으면 뭐든 해도 된다고 우겼다. 국회가 의결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수십 번 걷어차면서도, 비판 목소리에는 ‘대통령의 법적 권한’이라는 설명밖에 하지 않았다. 법적 책임만 따져대는 통에 정치적 책임은 온데간데없었다. 이태원에서, 장마철 지하도 속에서, 참사 속에 국민들이 죽어나가도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았다. “매일같이 사람들이 죽어갑니다. 대통령실 관저 경호에 동원된 경찰은 이태원에서 159명의 사람들이 스러져갈 때 이를 방치했고, 숨 쉬기도 어려울 만큼 더웠던 작년 여름 오송 지하차도에서 또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우리는 운 좋게도 그 거리에 있지 않았기에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숨을 쉴 수 없습니다.”(숙명여자대학교 학생 2626인 시국선언 12. 5.) 국민의 뜻은 궁금하지 않다. 야당의 주장도 듣고 싶지 않다. 오직 법률을 찾고 판례를 갖다 붙이는 데 몰두할 뿐. 법적 근거만 있으면 무조건 내가 맞다는 생각. 다양한 문장으로 변주됐지만, 결국 ‘법을 잘 아는 내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아라’라는 말만 반복했다. 윤석열이 자나 깨나 외쳐온 ‘법대로’라도 잘 지켜졌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특히 자신과 가족에게 불리한 때는 그 잘난 ‘법’도 소용없었다. 수많은 혐의에도, 유독 그의 가족들만 수사를 피하고 처벌을 피했다. 부인 김건희 씨가 부정하게 받은 고가의 명품가방은, 가까운 사이에 “박절하게” 거절하지 못한 사소한 ‘파우치’로 둔갑했다. “김건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침묵하고 수사를 방해하는 등 공정의 원칙을 훼손하였고, 채상병 사건에 대해 책임자들은 내버려두고 진실을 밝히려고 한 박정훈 대령을 기소하는 등 상식의 원칙을 훼손하였다.”(대한직업환경의학회 시국선언 12. 12.) “공정과 상식”을 돌림노래처럼 부르던 대통령에 의해, 공정은 붕괴됐고 상식은 괴사했다. 입만 열면 ‘법대로’를 외치던 대통령에 의해, 법률은 가장 큰 모욕을 당했다. 존중받아야 할 법은, 국민을 속이고 세상을 어지럽히는 교묘하고 신통한 ‘기술’쯤으로 전락했다. 정치를 할 줄 모르는 정치인. 그의 미래는 예견된 것이었다. 말로도 법으로도 안 통하니, 결국 ‘힘으로’ 하는 방법을 택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그날 밤 일어난 일들을 국민들이 똑똑히 지켜봤다. 국회 운동장에는 헬기가 착륙하고,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에 나타났다. “대한국민이 자랑하던 입헌민주주의가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위기에 처했다. (…) 비상계엄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갖추지 못하여 명백하게 위헌·위법이다.”(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촉구하는 헌법·행정법연구자 선언 12. 7.) 두려움도 잊고 모여든 시민들이 장갑차를 막아섰다. 계엄군을 밀어냈다. 군인들은 총, 시민들은 빈손. 하지만 정의 없는 총은 순수한 분노로 무장한 빈손 앞에서 뒷걸음질 쳤다.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아침을 지켰다. 윤석열이 꾼 독재의 단꿈은 새벽 이슬처럼 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일련의 행위는 헌법과 민주주의,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위협이다. (…) 법치주의는 국민의 신뢰와 헌신 위에서만 유지될 수 있다.”(나라와 국민을 걱정하는 형사법 학자·연구자 시국선언 12. 12.) 45년 만에 역사의 무덤에서 부활한 비상계엄. 윤석열의 계엄 선포문에는 또 다시 ‘반국가세력’이란 말이 등장했다. ‘반국가세력’이란 단어가 가리키는 세력은, 사실 ‘반윤석열세력’이었다. “각하가 곧 국가다”라는 그 옛날의 일그러진 신앙을 떠올리게 한다. “그것의 죄과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지만, 무엇보다도 (…) 자신에게 무조건적이고 자발적인 맹종을 하는 이들만을 국민으로 여기며, 다른 모든 국민들을 반국가세력, 종북세력으로 몰고 갔다는 것입니다.”(윤석열 탄핵 촉구 4대 종단 종교인 시국 기자회견문 12. 13.) 내란의 밤 이후 열흘. 시시각각 드러나는 그날의 진실은 국민들을 분노에 떨게 했다. 지난 7일 1차 윤석열 탄핵안 표결을 집단 보이콧한 국민의힘의 내란 동조 행위와, 지난 12일 일말의 반성도 없이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한 윤석열의 담화는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복지국가는 민주주의와 사회적 연대라는 두 기둥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계엄령을 통해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박탈하고 공론장을 폐쇄하는 등 민주주의와 사회적 연대를 통째로 무너뜨리려고 하였다.”(민주주의와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사회복지·사회정책·보건의료 학회 일동 시국선언 12. 8.) 윤석열의 내란행위는 정치가 아니다. 윤석열이 목 놓아 부르짖는, 대통령의 법적 권한에 따른 ‘통치행위’도 아니다. 폭력은 무엇으로 치장해도 그저 폭력일 뿐이다. 독재는 무엇으로 위장해도 그저 독재일 뿐이다. 민주공화국의 반국가세력은 다름 아닌 윤석열 자신이다. 윤석열의 정치는 한 번도 시작된 적이 없다. 언제나 정치로 ‘위장’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 겨울 내란 사태는, ‘법대로’가 ‘힘으로’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힘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그의 가짜 정치는, 국민이라는 더 큰 힘에 의해 제압당했다. “우리는 국회 앞에 피어난 수많은 빛의 꽃들을 보았습니다. 자신만의 색깔과 모양을 지녔지만 다른 빛을 배제하지 않고 조화로움을 이루며 만들어낸 빛의 향연들을 보았습니다. (…) 전국에서 부처님들이 웃고 춤추고 노래하며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였습니다.”(윤석열 즉각 퇴진·탄핵 촉구 원불교 교무 기자회견문 12. 12.) 2024년 12월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윤석열의 정치는 시작도 없이 끝났다. 민주주의가 이겼다. 역사가 이겼다. 수많은 독재자가 집어삼키려 했지만 끝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던, 이 나라의 유일한 주인인 국민이 이겼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
“윤석열은 태종, 한동훈은 세종”… 더 읽기 힘들었다 [윤석열을 감옥으로 20화]
이 시국에 교보문고에서 <73년생 한동훈>(심규진, 새빛, 2023년)을 샀다. 비상계엄 사태 후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말을 바꾸고, 총리와의 위헌적 공동 국정운영 발표를 한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그후 ‘인간 한동훈’이 더 궁금해졌다. 고난은 서점에서부터 시작됐다. <73년생 한동훈>은 조국 전 의원이 쓴 <디케의 눈물>,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가 쓴 <노무현과 함께한 1000일> 사이에 놓여 있었다. 표지에 ‘한동훈’이 새겨진 책을 사려니 괜히 주변 눈치가 보였다. 응원봉을 든 수만의 시민이 매일 밤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에워싼 채 “윤석열을 탄핵하라”, “국민의힘 해체하라”를 외치는 요즘 아닌가. 책을 집어들기 전 주변부터 살폈다. 보는 사람이 없는 틈에 <73년생 한동훈>을 들고, 재빨리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원이 이상하게 보면 어쩌지?’ 불온서적이나 ‘19금 도서’를 사는 것도 아닌데, 자기검열이 저절로 작동하다니. 망설이다 무인계산대에서 직접 결제하는 방법을 택했다. 책을 가방에 넣고 용산역 인근 스타벅스로 향했다. 지난 11일의 일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카페의 넓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73년생 한동훈>을 올려놓자, 오른쪽에 앉은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내 얼굴을 쳐다봤다. 눈빛이 이상했다. 나는 재빨리 제목이 보지 않게 책을 뒤집었다. 이번엔 옆자리 20대 여성의 눈이 책 뒷표지에 적힌 문구에 고정됐다. “2024년 한국 정치 빅뱅, 신개념 신세대 보수 한동훈이 온다!” 진퇴양난. 난 목에 두른 목도리로 풀어 책을 덮고, 음료를 주문하러 카운터로 갔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본격적으로 인간 한동훈을 탐구하는 시간. 서점에서의 난관, 옆 사람 눈빛에서 느껴진 난처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진정한 난해함은 책에서 튀어나왔다. 저자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교수는 국민의힘 산하 여의도연구원 테이터랩 실장으로 일한 적 있다. 정치적 편향은 예상했으나, 윤석열-한동훈을 향한 찬양고무가 이 정도일 줄이야. 서두에 등장하는 ‘정치인 한동훈’에 대한 설명을 보자. “강남 8학군 출신이고, 경제적, 문화적, 지성적인 결핍 없이 유복한 환경에서 바른 가치관과 반듯한 매너를 체화한 듯 보이는 그의 배경은 분명한 강점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의 최고 아웃풋이라고 할 수 있는 지덕체를 갖췄다는 것이다.” 내용은 이렇게 이어진다. “요즘말로 풀어보자면, 비판적 지성과 젠틀한 인품, 세련된 스타일 모든 면에서 빠질 것이 없는 ‘엄친아’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좋게만 쓰면 오히려 거부감이 드는 법. 계속 읽어야 하나? 일단 페이지를 더 넘겼다. 찬양에 더해 이번엔 한참이나 빗나간 예측이 독서 몰입을 방해했다. 이 책은 2023년 12월 20일 세상에 나왔다. 한국 정치가 워낙 다이내믹해 정국을 예측하는 건 어렵지만, 전문가라면 이걸 감안해 발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책이 나온 그 즈음, 윤석열-한동훈의 브로맨스는 이미 파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한동훈은 최고 권력인 대통령과의 두터운 브로맨스 서사, 1970년대생의 젊음, 이준석이 보여줬던 어떤 말싸움에도 지지 않는 민첩한 언변, 오세훈처럼 신사 같은 매너와 태도, 그리고 홍준표와 같은 확고한 이념적 선명성과 대야투쟁력을 모두 겸비하고 있다. 아마 그 자신도 누구보다 자신의 강점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동훈은 2024년 봄부터 ‘비윤계 핵심’으로 자리매김했고, 비상계엄 사태 후 홍준표 대구시장은 입만 열면‘한동훈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 발간 1년도 안 돼 책 내용이 ‘올드’해지고 말았다. 심규진 교수는 “세종은 과연 아버지 태종으로부터 안전하고 무탈하게 권력을 상속받은 것일까?”라고 물으며, 윤석열을 조선시대 태종, 한동훈을 세종에 비유하면서 권력의 속성을 설명하기도 한다. 심복은 물론이고 외척까지 ‘처단’한 태종의 결단과 덕에 세종이 강력한 왕권을 기반으로 성군이 됐다는 잘 알려진 이야기. 저자는 책에 이렇게 적었다. “사실상 보수진영의 적자, 윤석열의 후계자로 입지가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동훈의 차기 집권은, 역사적인 전례를 찾아 보자면, 태종의 유훈을 물려받은 보수의 ‘세종시대’를 예감케 하기도 한다.” 저자는 윤석열(태종)의 담금질을 견뎌야 한동훈(세종)이 더 좋은 정치인으로 거듭난다고 주장하는 듯한데, 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의 현실은 정반대다. 윤석열은 가족을 처단하긴커녕 “아내 한 명 지키려다 나라를 말아먹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심규진 교수는 ‘리더십이란 스킨십, 배신을 당하지 않는 윤’이란 챕터에서 윤석열을 이렇게 평가한다. “윤석열의 인간미는 넉넉한 낙천성에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시 9수를 해도 낙천적이었고 친구들 술자리며 결혼식 함잽이까지 다 챙겼다는 일화들은 유복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좋은 교육과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난 사람 특유의 ‘안정감’을 나타내는 것 같다.” 아직 ‘어, 이게 뭐지?’ 반문하기는 이르다. 내용은 이렇게 이어진다.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사람, 먹는 거 좋아하는 사람을 미워할 수 없는 한국적 정서도 무시할 수 없다. 시장통을 다니면서 유세를 하던 윤의 시장 먹방을 보면서 뭔지 모르게 힐링되는 느낌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말이다.” 책에는 이런 대목도 나온다. “아울러 윤석열이 가지고 있는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요리 만드는 걸 즐기는 디테일한 감수성과 센스다. 보통 꼰대를 면치 못하는 구태 정치인들은 가부장적 사고에 젖어 있고 군대식 위계 질서에 익숙해 시대 트렌드를 못 따라간다.” 이쯤 왔으면 그만 책을 덮는 게 좋지만 진도를 좀 더 나갔다. 내란수괴 윤석열 때문에 한국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지금, 결국 책에서 이런 내용까지 보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는 미국 순방 당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고 영어 연설을 했을 때였다. 윤 대통령의 정확한 딕션과 화통한 발성은 대중적 관심과 호감을 증대하는 매우 큰 요소이다. 평소 영어 콤플렉스, 미국 콤플렉스가 심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드디어 노인 대통령이 아닌 큰 국제 무대에서 당당하게 기죽지 않게 멋진 연설을 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국뽕’이 찬 것은 당연한 일이다.” <73년생 한동훈>을 어느 정도 읽고 스페인에 있는 저자 심규진 교수에게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냈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심 교수는 페이스북에 ‘광기의 시대’ 등의 글을 올리며 윤석열 탄핵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윤석열-한동훈의 브로맨스는 오래전에 깨졌듯이, 심 교수의 한동훈 찬양도 오래 안 갈 듯하다. 심 교수는 윤석열 탄핵을 찬성한다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을 비판하는 글을 11일 페이스북에 올리며 이런 말도 했다. “사실상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한 군중의 광기가 흘러 넘치는 이 시점에 여론재판식의 탄핵몰이에 찬성하는 것은 정치적 원칙, 도의 그리고 정치적 신뢰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점..”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는 윤석열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다. 국회의 14일 대통령 탄핵안 표결 이후, 태종과 세종으로 비견된 윤석열-한동훈은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정치가 유독 다이내믹한 한국이니 예측이 쉽지 않다. 하지만 <73년생 한동훈>을 쓴 심규진 교수라면, 단순하고 간단하며 아주 거친 예측을 해버릴 것만 같다. 틀리든 맞든, 내용에 깊이가 있든 없든 말이다. 박상규 기자 comune@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연구원정] 교권 침해와 교사 심리적 소진의 구조적 관계 분석
연구 동기와 배경  저는 초등학교 교사로 10년간 재직하며 교직 생활의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한편, 교권 침해 문제의 심각성을 몸소 체험해 왔습니다. 동료 교사들이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이를 견디지 못한 채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사건들을 보며, 교사가 처한 현실이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교육 현장과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최근 서이초 사건이나 군산 무녀도초 사건과 같은 비극적인 사례는 교권 침해가 단순한 개인 간의 갈등 문제가 아니라, 교사의 권리와 역할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시스템적 한계와 직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교사 개인은 물론, 교육 현장 전체의 건강성과 지속 가능성도 심각하게 위협받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루어진 연구들은 교사들의 직무 스트레스나 심리적 소진 같은 단편적인 요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교사 자살과 순직 사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교권 침해와 심리적 소진 간의 구조적 연관성을 체계적으로 규명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연구의 필요성  교권 침해는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시스템과 사회적 환경의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교사들은 학부모, 학생, 학교 관리자, 교육 정책 사이에서 다양한 갈등과 요구를 감당해야 하지만, 정작 이들의 권리와 심리적 복지를 보장하는 체계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교사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수준을 넘어, 교권을 보장하고 교사의 건강한 심리 상태를 유지해야 교육 현장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학문적으로도 기존 연구들은 주로 교사의 개별적 스트레스 요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본 연구는 사례 간 공통된 패턴과 구조적 맥락을 규명함으로써, 새로운 학문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본 연구는 질적 메타종합 방법론(Qualitative Meta-Synthesis)을 통해 교권 침해와 심리적 소진의 구조적 관계를 분석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연구 목적  이 연구는 교권 침해와 교사 심리적 소진 간의 구조적 연관성을 명확히 규명하고, 교사의 순직이나 자살 사건이 단순히 개인적 선택으로 치부되지 않도록 그 원인과 패턴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자 합니다. 특히 교권 침해가 교사의 심리적 고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또한, 교직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는 순직 인정 절차의 한계를 분석하여, 정책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교권 보호와 교사 복지를 강화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연구 질문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주요 질문들을 통해 문제를 탐구합니다 교사의 자살 및 순직 사례에서 교권 침해는 어떤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는가? 교사의 심리적 소진 과정에서 주요 촉발 요인은 무엇인가? 사례 간 공통된 패턴과 구조적 맥락은 무엇이며, 이를 통해 어떤 개선 방향을 도출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단순히 사례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교권 침해와 심리적 소진 간의 구조적 관계를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연구 방법론 본 연구는 질적 메타종합 방법론(Qualitative Meta-Synthesis)을 통해 교권 침해와 교사 심리적 소진의 구조적 관계를 분석합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교사 자살 및 순직 사건을 대상으로, 언론 보도, 경찰 조사 결과, 법적 판결 문서, 정책 보고서 등의 자료를 수집하여 사례 데이터를 질적으로 코딩하고 분석합니다. 특히 Maslach의 심리적 소진 3요인 모델(정서적 소진, 비인격화, 개인적 성취감 감소)을 이론적 틀로 활용하여, 교권 침해가 교사의 심리적 고통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합니다. 데이터 수집은 교권 침해 관련 사례를 중심으로 하되, 사건 발생 배경, 주요 촉발 요인, 구조적 맥락을 고려해 신뢰도 높은 자료를 우선적으로 활용합니다. 기대 효과 본 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의 변화 교권 침해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제작하여 학교 관리자와 교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합니다. 교사의 심리적 고통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할 수 있는 심리 지원 체계를 구축합니다. 관리자와 교사 간의 조직적 지원 시스템을 강화하여 교사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돕습니다. 사회적 논의 촉진 교사 자살 및 순직 사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재조명하여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교권 존중 문화를 통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긍정적인 환경을 제공합니다. 학문적 기여 기존 연구들이 다루지 못한 교권 침해와 심리적 소진 간의 구조적 관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새로운 학문적 관점을 제시합니다. Maslach의 심리적 소진 모델을 교권 침해 사례에 적용함으로써 이론의 유용성을 검증하고, 이를 교육학 및 심리학 연구에 확장합니다. 마무리하며  이 연구는 교권 침해와 교사의 심리적 소진 간의 구조적 연관성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둡니다. 단순히 문제를 진단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의 심리적 고통을 예방하고 교권 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교사의 권리는 곧 교육의 미래입니다.  함께 고민하고 변화의 씨앗을 심어갑시다.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가 이 연구를 더 풍성하게 만들 것입니다. #교권침해 #교사심리건강 #교육현장연구
‘서울의 밤’ 계엄 막아선 시민, 탄핵 역사 기록한다[윤석열을 감옥으로]
“계엄령이 터지고 너무 놀라서 그날 밤 카메라를 가지고 국회로 갔습니다. 차를 타고 가는데, 늦은 밤이라 원활한 도로 위에 차는 없고, 하늘에는 헬기가 떠다니는 거예요.” 아카이빙 홈페이지 ‘이시국닷넷’ 제작자 A 씨(41). 이시국닷넷은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에 관한 시국선언과 탄핵집회 일정 등을 모은 홈페이지로,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 A 씨의 본업은 영상제작자다. 그는 지난 3일 밤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는 뉴스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모이고 있다는 소식에 A 씨는 서둘러 카메라를 챙겨 국회로 향했다. ‘내가 이 길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불안과 두려운 마음을 안고 도착한 국회 앞. A 씨처럼 다급하게 모인 시민들로 이미 가득 차 있었다. 국회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에 속속 도착했고, 비상계엄은 150분 만에 해제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총기를 소지한 계엄군이 시민들과 대체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A 씨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카메라 렌즈에 담았다. “민주화운동, 계엄을 역사로만 배웠는데 나의 일상이 엄청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뭐라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이시국닷넷. 그 이름은 ‘시국선언’에서 비롯됐다. 비상계엄 전후로 각계각층, 전국 각지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A 씨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아카이빙하기 위해 이시국닷넷을 제작했다. 탄핵집회에 2030 여성들을 중심으로 등장한 응원봉과 깃발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언어’도 기록했다.(홈페이지 바로가기 : <이시국닷넷>) “엄중한 분위기에 응원봉이나 케이팝을 통해서 2030들이 자신의 언어로 집회를 만들어가는 점이 인상 깊어서 깃발이나 응원봉도 같이 모아서 기록했습니다.” 이시국닷넷은 ▲집회일정 ▲내란범들 ▲시국선언 ▲전국깃발자랑 ▲셀프시국선언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의원에게 항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매크로 링크도 연결했다. A 씨는 이시국닷넷에 다양한 목소리가 모이길 바라고 있다. 윤석열 탄핵집회는 서울 국회의사당 앞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비상계엄으로 가장 큰 위협을 받은 헌법기관이 국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A 씨는 서울보다 규모는 작지만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탄핵집회와, 각계각층에서 터져나오는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게 목표다. “시민들이 이시국닷넷을 플랫폼으로 활용해서 자신의 활동을 직접 올리고, 그런 목소리가 모이면 나중에 의미 있는 기록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언론이 서울 유명 대학에 비해 지역에서 나오는 시국선언에 크게 주목하지 않잖아요. 소외되는 개인이나 단체가 자신들의 활동을 알릴 창구가 되고 싶습니다.” 현재 이시국닷넷은 A 씨 혼자 운영하고 있다. 코딩 없이 독학해 만든 홈페이지. 제작은 3일 정도 걸렸다. 앞으로 A 씨는 이시국닷넷을 운영하는 작은 팀을 꾸릴 계획이다. 윤석열 탄핵 이후에도 벌어지는 사건을 하나씩 기록해, ‘윤석열 탄핵 아카이브 홈페이지’로 만들어나가려고 한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계엄 겪은 군인들 찾아와…” 시국선언 의사의 호소[윤석열을 감옥으로]
“12월 3일 헌법을 훼손하는 계엄 선포와 협박에 가까운 포고문, 갑작스러운 군대 출동 등으로 큰 심리적 충격을 받으셨을 모든 국민께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헌법 위반과 부당한 권력 행사로 대한민국에 큰 충격을 안긴 현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죄와 더불어, 헌법에 명시된 절차에 의한 직무 정지 또는 사퇴가 이루어질 것을 요구합니다.“(국민공동체 치유와 복원을 바라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일동) 윤석열 내란 사태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까지 나섰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510명은 12일 낮 12시 40분경 시국 선언문을 발표했다. 윤석열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지 약 2시간 만에 나온 선언이다. 12.3 비상계엄 선포로부터는 9일 만이다. 앞서 윤석열은 대국민 담화에서 “계엄은 대통령 고유의 통치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백명재 교수도 이번 시국선언문에 이름을 올린 의사들이다. 이들은 12일 저녁 셜록클럽 ‘굿바이 2024 하림×왓슨’에 연사로 참여했다. 이들은 계엄 선포로 인한 ‘국민적 트라우마’에 대해 설명했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비상계엄령이 처음으로 선포돼서, 그만큼 국민들이 갖고 있는 불안이 큽니다. 사실 트라우마의 가장 좋은 치유는 정의(실현)입니다. 그래야 빨리 회복이 될 수 있어서 (시국선언문을 통해) 상식적인 이야기를 했습니다.“(백종우 교수) 정신의학과 의사들의 시국선언은 이렇게 이어진다. “12월 3일부터 현재까지 온 국민은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방송에 이어, 평화로운 국회에 무장 군인들이 침입하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시민들이 저지하며 대치하는 장면을 온 국민이 목격했습니다. 군부독재와 국가폭력의 역사를 기억하는 많은 국민께서는 그 트라우마를 재경험하며 심각한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동료 시민의 일부를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여 공동체 내의 분열과 적대를 부추기는 듯한 계엄 담화는 국민의 마음에 큰 환멸감과 상처를 남겼습니다. 계엄 포고문에 담긴 온갖 금지와 협박은 선량한 시민들께 두려움과 모욕감을 주었으며, 치료와 돌봄을 본업으로 삼고 있는 의료진에 대한 살벌한 위협에서 그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백종우 교수는 시국선언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비상계엄 당일에 대기를 하고 출동은 안 하셨던 군인 분이 (병원으로) 찾아오셨는데요. ‘내가 왜 이런 직업을 선택했을까, 잘못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도덕적 손상’이라고 볼 수 있죠. 우리(정신과 의사들)도 뭔가를 좀 해야겠다 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단체가 아니라 동의하는 개인들이 연명하는 형식으로 정신과 의사 510명이 하루 만에 사인을 했더라고요.” 백명재 교수는 국군수도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 출신이다. 백 교수는 특수한 조직인 군대에서 군인들의 정신건강이 왜 중요한지 설명했다. “군부대에서 큰 사고가 났을 때 현장에 가서 사고에 노출된 장병들을 돌보는 역할도 했는데요, 각 개인의 회복력, 충격을 받더라도 그 사람이 얼마나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느냐, 이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부대가 얼마나 건강한지, 그리고 그 부대의 사기가 어떤지 이런 것들이 정말 중요합니다.그래서 저도 사고가 난 부대를 가면 먼저 이제 장병들을 (바로) 만나는 게 아니라, 부대 지휘관을 통해서 지금 상황이 어떤지, 그리고 부대 사기가 어떤지 이런 것들을 다 여쭤보거든요. (…) 이번 (계엄령 선포) 사태로 출동한 부대뿐만 아니라 전군의 사기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서 좀 안타깝습니다.” 백종우 교수는 ‘골드워터룰’, 즉 환자를 대면해서 진찰하지 않고 본인의 동의가 없으면 진단하지 못한다는 원칙을 언급하며, 직접적인 진단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조심스럽게 일반적인 의견으로 접근했다. 그는 과거 왕정 시절 사례를 통해 현 시국 상황을 분석했다. “(과거) 왕이 그 자리를 감당하지 못하고 편집증에 빠진 사례들이 있습니다. 누가 나를 죽이려 하는 것처럼 느끼고, 반국가세력들을 끝없이 의심하고, 그걸 또 공격하고. 동시에 무력감을 또 느끼고.그러면서 전체 국민들에 대한 공감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나는 너희들의 마음속을 볼 수 있다’는 식으로. 망상과 현실의 경계에 있게 되는 그런 변화가, 이미 많은 왕들이 겪은 일이긴 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내란 사태에 의해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시민들은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백명재 교수는 휴식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우리가 지금 느끼는 분노나 이런 것들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간혹 본인 스스로 주체를 못하는 분들이 분명히 있습니다.한 분은 밤에 자려고 누우면 (이번 내란 사태가) 너무 어른거려서 잠을 못 주무신대요. 본인 스스로 케어가 안 돼서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분들은 우선 과도하게 유튜브를 본다든지 그런 일을 피하는 게 현재로서는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내란 사태 이후, 정신질환을 뜻하는 단어들이 욕설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었다. 박지원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해남군완도군진도군)도 12일 뉴스1 유튜브 채널의 ‘팩트앤뷰’에 출연해, “무엇보다 시급한 게 정신병자 윤석열을 빨리 체포해야 해요. 그래야 사고를 막을 수 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백종우 교수는 정신장애인들에게 편견과 차별을 조성하는 언어 사용의 위험성에 대한 당부도 빠트리지 않았다. “물론 분노의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런 때에 특정 질병을 이야기하는 것들은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더 쉽게 만드는 일이잖아요. 우리 사회에 큰 도움이 안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일들이 있을 수 있다는 거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나종호 예일대 정신의학과 교수도 12일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이러한 행태를 비판했다. “담화 후에 그(윤석열)를 조현병이나 정신과 환자에 비유하는 글들이 자주 보이는데요.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른 사람에게 아무 피해를 주지 않는 환자분들에 대한 모욕입니다.” 아래는 ‘510명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시국 선언문’ 전문이다. 510명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시국 선언문헌법이 정한 절차에 의한 퇴진만이 국민적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12월 3일 헌법을 훼손하는 계엄 선포와 협박에 가까운 포고문, 갑작스러운 군대 출동 등으로 큰 심리적 충격을 받으셨을 모든 국민께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또한 그 와중에도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용기와 시민의식을 발휘해 주시는 모든 분께 각별한 존경을 표합니다. 헌법 위반과 부당한 권력 행사로 대한민국에 큰 충격을 안긴 현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죄와 더불어, 헌법에 명시된 절차에 의한 직무 정지 또는 사퇴가 이루어질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사회 공동체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정치권은 국민의 요구를 경청하고 수용하여 조속한 수습을 위해 노력해 주기를 바랍니다. 12월 3일부터 현재까지 온 국민은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대통령의 계엄 선포 방송에 이어, 평화로운 국회에 무장 군인들이 침입하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시민들이 저지하며 대치하는 장면을 온 국민이 목격했습니다. 군부독재와 국가폭력의 역사를 기억하는 많은 국민께서는 그 트라우마를 재경험하며 심각한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동료 시민의 일부를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여 공동체 내의 분열과 적대를 부추기는 듯한 계엄 담화는 국민의 마음에 큰 환멸감과 상처를 남겼습니다. 계엄 포고문에 담긴 온갖 금지와 협박은 선량한 시민들께 두려움과 모욕감을 주었으며, 치료와 돌봄을 본업으로 삼고 있는 의료진에 대한 살벌한 위협에서 그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어린이들은 학교가 문을 닫을지, 전쟁이 벌어지진 않을지 무서워하고, 어른들 또한 경제를 걱정하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심란해합니다.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체포계획, 내란 음모 등의 경악스러운 사실이 하나씩 밝혀지는 과정은 그러한 심리적 고통을 가중하고 있습니다. 온종일 뉴스와 유튜브를 시청하며 불면과 불안을 호소하는 분들 또한 늘어나고 있으며, 군인, 경찰 등의 공직자들은 도덕적 손상에 따른 울분과 우울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후진적 쿠데타로 인한 국가 위상 및 자부심의 저하를 안타까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로 인해 현실의 안정과 생업에 대한 위협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신의학적으로 폭력 트라우마 피해자의 빠른 회복을 위해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합니다.첫 번째는 피해자의 신속한 안전 확보이며, 두 번째는 가해자가 응당한 처벌을 받는 정의로운 해결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불안정한 상황은 국민의 트라우마를 강화하고, 미래에 대한 공포를 증폭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재 우리 사회는 정치의 위기가 촉발한 생존의 위기에 더하여, 실존의 위기도 겪고 있는 국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명확하게 헌법에 근거한 단호한 해법만이 우리 국민과 대한민국을 폭력의 트라우마에서 회복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에 우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국민의 심리적 안정, 정신적 충격에 대한 치유를 위해 다음 사항이 조속히 진행될 것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첫째,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현 대통령과 관련자들은 국민에게 정중히 사죄해야 하며, 헌법 절차에 따른 조치에 따라야 합니다.둘째, 집권 여당은 국민의 요구를 경청하여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국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기를 바랍니다.셋째, 현 대통령과 정부가 초래한 의대 증원으로 인한 위기의 해결을 위해서는 의료 전문가에 대한 처단과 같은 위협이 아닌 존중이 필요합니다.넷째, 정치권은 현재 국민이 느끼는 현실적 위기를 최대한 신속히 종식하기 위한 합리적인 결정과 조치를 추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다섯째, 국민의 심리적 충격을 치유하고 사회 통합과 공동체 복원을 도모할 수 있는, 일회성이 아닌 근거 기반의 체계적인 정신건강 정책을 권고합니다. 2024.12.12국민공동체 치유와 복원을 바라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일동 강등현 강선영 강승걸 강은호 강재명 강주연 강지인 강현묵 강희영 강희원 견영기 경현수 고경남 고현민 고혜란 고효정 권만재 권순모 권영숙 권용실 권윤영 권의정 권준수 권태훈 기선완 김가영 김건종 김경미 김경승 김경아 김광현 김기태 김남욱 김대진 김도훈 김동관 김동욱 김명신 김민석 김민섭 김민재 김민혁 김병로 김병수 김상국 김상원 김석주 김석헌 김선영 김선재 김선주 김성수 김성완 김성인 김성재 김성주 김성진 김성환(1) 김성환(2) 김세래 김세웅 김소명 김소원 김소희 김수연 김수형 김승곤 김승우 김양식 김어수 김영만 김용범 김우정 김우진 김우현 김원 김원길 김유채 김은설 김은수 김은영 김은주 김응조 김재성 김재원 김재훈 김정곤 김정심 김정원(1) 김정원(2) 김정유 김정훈 김종원 김종진 김주영 김준원 김지선 김지연(1) 김지연(2) 김지영 김지원(1) 김지원(2) 김지현 김지혜 김지호 김지훈 김진우(1) 김진우(2) 김창근 김채리 김태우 김태형 김태환 김태희 김하연 김학빈 김학현 김한슬 김한이 김현규 김현명 김현수 김현식 김현주 김형준 김혜리 김혜성 김혜영 김호선 김효섭 김효원 김희재 김희진 나경세 나은진 나의현 남예림 남형원 노봉근 노승호 노양호 노진솔 노현래 류재원 류재현 류한결 문덕수 문지현 민성호 박경미 박경원 박명숙 박문희 박민철 박상원 박선영 박성혁 박수현 박신영(1) 박신영(2) 박영록 박영민 박용진 박재섭 박정수 박정재 박준경 박지인 박지훈 박찬호 박창증 박채린 박천일 박철 박한뉘 박한선 박형근 박혜윤 박혜인 방민지 방수영 방연식 방창배 방현숙 방현철 배경열 배선환 배성준 배승민 배종훈 백명재 백종우 백준혁 백현숙 변태웅 서민재 서상혁 서수린 서영수 서용우 서재석 서정석 서주원 서지영 서형석 서화연 석정호 성다원 성덕규 성수정 소기윤 소형석 소희성 손긍정 손석한 손성연 손용표 송영옥 송정민 송정은 송종호 송준미 송지혜 송형석 신다운 신동수 신동준 신상은 신샘이 신영우 신용선 신원철 신의진 신일선 신정욱 신진규 신현우 심세훈 심재광 심진현 안경진 안석균 안연우 안예빈 안은지 안정숙 안주연 안치수 안현웅 양문정 양승헌 양용준 양혜련 양효영 양희정 여정 여철민 여현철 여혜빈 염지원 오강섭 오근 오근영 오대영 오동재 오상훈 오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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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송 고소당한 가수 백자, ‘탄핵캐럴’로 돌아오다[윤석열을 감옥으로]
대통령 풍자 탄핵송을 만들었다가 고소를 당한 가수는 ‘탄핵 캐롤’을 들고 화려하게 돌아왔다. 11일 오후 2시,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용산역에서 가수 백자를 만났다. 백자는 앞으로는 백팩을, 뒤로는 기타 가방을 메고 등장했다. “오늘(11일) 저녁에 춘천 거두사거리에서 비상시국대회가 있거든요. 거기서 또 노래를 불러야 해서.” 가수 백자(본명 백재길, 52세)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민중가요 노래패 ‘우리나라’의 멤버이자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탄핵송 “탄핵이 필요한 거죠”를 부르다, 이제는 탄핵 캐럴 “탄핵이 답이다”를 외치고 있는 가수 백자. ‘탄핵이 답이다.'(탄핵이 다비다) 가수 백자가 캐럴 ‘펠리스 나비다드(Feliz navidad)’를 ‘탄핵이 다비다’로 개사해 만든 노래다. 윤석열의 비상계엄령 선포 다음 날인 12월 4일, 백자가 국회 앞 촛불문화제에서 이 노래를 부르면서 알려졌다. 이제는 전국 각지의 촛불집회에서 ‘탄핵이 다비다’가 울려퍼지고 있다. “계엄 다음 날 촛불문화제에서 ‘탄핵이 다비다’를 불렀는데, 현장 반응이 좋더라고요. 현장에서 젊은 여성들이 많이 나왔고 그분들이 촬영을 정말 많이 해갔어요.” 온라인상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다. 유튜브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영상)에도 올랐다. X(구 트위터)에선 영상 조회수가 907만 회를 넘어섰다. 누리꾼들은 탄핵 캐럴의 중독성과 개사 센스를 극찬했다. 탄핵이 답이다탄핵이 답이다탄핵이 답이다이러다간 나라 망한다 탄핵이 답이다탄핵이 답이다탄핵이 답이다우리 살길 탄핵이 답이다 윤석열 꺼져줘야 메리크리스마스김건희 벌받아야 메리크리스마스국힘당 해체해야 메리크리스마스지금 당장 탄핵해 (탄핵 캐럴 ‘탄핵이 답이다’ 가사 전문) “대전에서 (지난 8일 서광장 시위) 공연 끝나고 많이들 같이 사진 찍자고 오더라고요. 공연 끝나고 내려왔으니까 제가 ‘탄핵 캐롤’ 부른 가수라는 걸 알고 있는 거죠. 다들 그냥 (지나다닐 때는) 잘 몰라요.(웃음)” 노래 ‘탄핵이 답이다’는 어떻게 만들게 된 걸까. “박근혜 정부 시절에 민중가수 연영석 형이 ‘근혜는 아니다’라는 캐럴송을 만들었어요. 당시에 너무 재밌었거든요. 윤석열 정부 들어서고 첫 성탄절 때 ‘뭘 할까’ 고민하다가 먼저 ‘퇴진이 답이다’로 만들었어요. 그 아이디어를 차용해서 작년에 ‘탄핵이 답이다’로 수정을 했죠.” 백자는 ‘촛불가수’로도 알려진 싱어송라이터다. 그는 윤석열이 대선주자로 언급되기 시작한 2020년부터 윤석열과 부인 김건희 씨를 풍자하는 노래를 꾸준히 만들어왔다. 백자는 대통령 풍자 노래를 만들었다가 KTV(한국정책방송원)로부터 형사고소도 당했다.(관련기사 : “풍자 유튜버 고소? 명품백 받은 죄인부터 잡아가라”) 윤석열과 대통령실 직원, 그리고 대통령실 합창단 ‘따뜻한 손’이 가수 변진섭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라는 노래를 함께 부르는 모습을 풍자한 영상을 만들었기 때문. 제목은 <대통령실이 부릅니다. ‘탄핵이 필요한 거죠~’>. 백자는 지난 8월 1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출석해 피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KTV를 통해서 저를 고소한 것도 일종의 ‘입틀막’을 한 거잖아요. 총을 들이대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민주주의를 완전히 훼손하는 일을 한 거죠. 이제는 온 국민들을 대상으로 고소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칼로… (입 막으려 했으니) 시민들이 (계엄을) 막아서 다행인 거지 안 막았으면 큰일 나는 거였습니다.” 윤석열은 지난 3일 오후 10시 30분경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오후 11시 5분경 경찰 병력이 투입돼 국회의사당 출입문이 폐쇄됐다. 백자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국회로 달려갔다. “노래 연습을 하고 집에 가려다가 계엄 소식을 알게 됐어요. 바로 아내랑 아들한테 전화하고. 국회로 모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바로 갔죠. 사실은 그런 생각을 했어요. 결국은 한국 민주주의는 피를 부르는 건가. 피를 원한다면 먼저 가서 흘려야 하지 않나. 그런 마음으로 (국회로) 갔습니다.” 백자의 고향은 전남 장흥군이다.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의 고향과 같다. <소년이 온다>를 쓴 한강처럼, 백자에게도 5.18 광주항쟁의 기억은 남다르다. “5.18 당시에 저를 제외하고 다른 형제들은 전부 광주에 있었어요. 저는 6남매 중에 막내(당시 9살)여서 부모님이랑 시골에서 살았거든요. 당시에 모든 소식이 다 차단됐잖아요. 아버지가 장흥에서 광주까지 걸어갔습니다. 차로 3시간이 넘는 거리를요. 자식들 살아 있나 본다고. 그런 민주화운동 영향을 어려서부터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내 삶에서 민주주의의 어떤 선험적 경험이 있는거죠.”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 이후 백자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거의 매일 촛불집회 현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지난 7일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이 ‘불성립’된 날도, 그는 국회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날 탄핵(안) 통과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국민의힘이 그럴 줄은 몰랐습니다. 완전히 내란범이 된 거죠. 다음 날 대전에 공연하러 갔는데, 젊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더라고요. 사실상 탄핵이 부결됐는데도, 패배감이 전혀 없더라고요. 청년들을 보면서 공연을 하면 에너지가 쫙 몰려오는 게 느껴집니다.” 탄핵 캐럴에 대한 정치권 반응도 뜨겁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국회 앞에서 동료 의원들과 함께 휴대전화 불빛을 흔들며 탄핵 캐럴 ‘탄핵이 답이다’를 불렀다. 서영교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중랑구갑)은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비상계엄 관련 현안질의)에서 탄핵 캐럴 ‘탄핵이 답이다’를 부르며 김선호 국방부 차관을 질타했다. 탄핵 캐럴 챌린지 영상도 등장했다. 젊은 여성 3명이 탄핵 캐럴 ‘탄핵이 답이다’에 맞춰 격정적인(!) 춤을 추면서 챌린지 영상으로 퍼져나갔다. 이재명 대표도 해당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산 정상에서 노래에 맞춰 춤을 추거나,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노래가 울려지는 등 탄핵 캐럴 챌린지 영상이 줄이어 나오고 있다. 백자는 2030 젊은 세대에 고마음을 표했다. “‘젊은 세대는 정치의식도 없고 엉망이다’ 그런 얘기를 그동안 정치권에서 얼마나 많이 이야기했습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거죠. 저는 2030이 이번 계엄을 저지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백자는 윤석열을 향해 한마디를 남겼다. 풍자와 해학은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지은 죄만큼 벌을 다 받고, 감옥에서 거의 (평생) 살아라. 김건희도. (윤석열이) 정치 시작하면서 그토록 얘기했던 공정과 상식, 그게(윤석열이 감옥 가는 게) 가장 공정하고 가장 상식적인 일이니까. 본인이 그토록 바라던 국민대통합은 (계엄령 선포로 아이러니하게) 이뤄졌으니까.”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내가 왜 계엄을 선포했냐면”, 내란죄 자백 선언에 가까웠던 윤석열의 담화.
마침 12월12일이다. 윤석열이 “거대 야당의 국헌 문란에 맞서 헌법의 틀 안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극우 보수 유튜브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평가. 한동훈(국민의힘 대표)은 “내란을 자백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박찬대(민주당 원내대표)는 “추하다 못해 추잡하다”고 평가했다. 신현호(경제평론가)는 “아스팔트 우파에 총궐기하라는 호소”라고 평가했다. 뉴스타파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규정했다. 이게 왜 중요한가. 일단 사고는 쳤고 뒤늦게 명분과 논리를 만드는 모양새다. 윤석열이 아직 상황 판단이 안 되고 있거나 망상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지지자들이 결집할 가능성도 있다. 탄핵안 통과와 별개로 극도의 혼란과 갈등으로 치닫게 될 수도 있다. 세 가지 주장. 윤석열의 담화는 크게 세 가지 주장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 민주당 때문에 국정이 마비될 상황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둘째,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셋째, 정치적 판단이고 합법적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막말. “지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이 된 것이다. 이것이 국정 마비요, 국가 위기 상황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국민들에게 망국의 위기 상황을 알려드려 헌정 질서와 국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것이다.”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인가.” “거대 야당이 거짓 선동으로 탄핵을 서두르는 이유는 단 하나다.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려서라도, 자신의 범죄를 덮고 국정을 장악하려는 것이다. 이야말로 국헌 문란 행위 아닌가.” 팩트 체크. 짧은 담화에 거짓말이 수두룩했다.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아니었다.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명령이 있었고 체포해서 구금하는 계획까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거대 야당이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는 건 윤석열의 판단일 뿐 계엄 요건이 될 수 없다. 애초에 헌정 질서 파괴를 막기 위해 헌정 질서를 더 크게 파괴한다는 자기모순에 빠진 주장이다. “거대 야당이 탄핵 남발로 국정을 마비시켜 왔다”는 주장도 계엄 선포의 명분이 될 수 없다. 이상민(당시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진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등의 탄핵은 절차적 요건을 갖췄고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국회의 권한이다. “헌법의 틀 안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전시나 사변, 국가 비상사태, 공공질서 유지 등 헌법이 정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국무회의 심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고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는 조항도 따르지 않았다. “국회 관계자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도록 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조지호(당시 경찰청장)가 김용현(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를 받아 국회 출입을 통제했고 상당수 의원이 표결에 참여하지 못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두 시간짜리 내란이란 것이 있느냐”는 질문은 내란이 실패한 상황에서 하는 말일 뿐 만약 헬기가 좀 더 일찍 착륙했거나 현장의 군인들이 명령을 거부하지 않고 의원들을 끌어냈다면 한국은 아직 계엄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부정선거나 간첩 운운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 “거대 야당 대표의 유죄 선고가 임박하자 탄핵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것”이라는 주장은 인과관계를 뒤섞은 궤변이다. 애초에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윤석열이고 탄핵은 그 결과일 뿐이다. 이재명(민주당 대표)이 현재로서는 차기 대권에 가장 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과 윤석열의 내란은 무관한 문제다. 탄핵과 조기 대선이 “국정 장악”이고 “국헌 문란 행위”라는 주장은 윤석열 세계관의 한계를 드러낸다. 이 난리를 쳐놓고 그 책임을 묻는 과정을 ‘국헌 문란’이라고 주장하는 멘탈리티는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다. 내가 한 건 “나라를 살리려는 조치”였고 나를 탄핵하려는 건 “헌법과 법체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광란의 칼춤”이라는 주장 역시 상식의 세계와 거리가 멀다. 핵심은 이것이다. 예산 삭감이나 장관 탄핵이 거대 야당의 횡포인지 아닌지 판단이 다를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정치 행위의 영역이다. 상징적으로 병력을 투입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치적 목적으로 군을 동원한 것이 폭동이고 내란이다.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었고 사상자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내란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두 시간짜리 내란도 내란이고 실패했더라도 그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논리적인 모순을 넘어 윤석열의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의심을 해야 할 상황이다. 결론과 전망.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권성동(국민의힘 의원)을 원내대표로 뽑았다. 친윤 중심으로 뭉쳐서 탄핵 국면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한동훈이 “당론으로 탄핵을 찬성하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진종오(국민의힘 의원)이 “탄핵안에 찬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이탈 표가 최소 7명 확보된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서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의원은 조경태와 안철수, 배현진, 장동혁, 김상욱, 김예지, 김재섭, 박정훈, 우재준, 진종오 등 10명이다.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은 조경태와 안철수, 김상욱, 김예지, 김재섭, 진종오, 한지아 등 7명이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오는 토요일(12월14일) 윤석열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과 경찰 등이 수사를 서두르고 있어 빠르면 주말 안에 늦어도 다음 주에 윤석열이 긴급 체포될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 윤석열이 경호처를 내세워 체포를 거부할 수도 있다. 윤석열의 담화문 전문. 12/12(목) 국민께 드리는 말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비상계엄에 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내란죄에 해당한다며,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과연 지금 대한민국에서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벌이고 있는 세력이 누구입니까? 지난 2년 반 동안 거대 야당은,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끌어내리기 위해,퇴진과 탄핵 선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대선 결과를 승복하지 않은 것입니다. 대선 이후부터 현재까지무려 178회에 달하는 대통령 퇴진,탄핵 집회가 임기 초부터 열렸습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마비시키기 위해우리 정부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수십 명의 정부 공직자 탄핵을 추진했습니다. 탄핵된 공직자들은 아무 잘못이 없어도소추부터 판결 선고 시까지장기간 직무가 정지됩니다. 탄핵이 발의되고 소추가 이루어지기 전,많은 공직자들이 자진 사퇴하기도하였습니다. 탄핵 남발로 국정을 마비시켜 온 것입니다. 장관, 방통위원장 등을 비롯하여자신들의 비위를 조사한 감사원장과검사들을 탄핵하고,판사들을 겁박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자신들의 비위를 덮기 위한 방탄 탄핵이고,공직기강과 법질서를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위헌적 특검 법안을27번이나 발의하면서정치 선동 공세를 가해왔습니다. 급기야는 범죄자가 스스로 자기에게면죄부를 주는 셀프 방탄 입법까지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가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아니라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괴물이 된 것입니다. 이것이 국정 마비요,국가 위기 상황이 아니면무엇이란 말입니까?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지금 거대 야당은 국가안보와사회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중국인 3명이드론을 띄워 부산에 정박 중이던미국 항공모함을 촬영하다 적발된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에서는최소 2년 이상 한국의 군사시설들을 촬영한사진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지난달에는 40대 중국인이 드론으로국정원을 촬영하다 붙잡혔습니다. 이 사람은 중국에서 입국하자마자곧장 국정원으로 가서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현행 법률로는외국인의 간첩행위를간첩죄로 처벌할 길이 없습니다.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형법의 간첩죄 조항을 수정하려 했지만,거대 야당이 완강히 가로막고 있습니다. 지난 정권 당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박탈한 것도 모자라서,국가보안법 폐지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간첩을잡지 말라는 것 아닙니까?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장과미사일 위협 도발에도,GPS 교란과 오물풍선에도,민주노총 간첩 사건에도,거대 야당은 이에 동조할 뿐 아니라, 오히려 북한 편을 들면서이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정부를 흠집내기만 했습니다.북한의 불법 핵 개발에 따른UN 대북 제재도 먼저 풀어야 한다고주장합니다.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이고,어느 나라 국회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검찰과 경찰의 내년도 특경비, 특활비 예산은아예 0원으로 깎았습니다. 금융사기 사건,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마약 수사 등 민생 침해 사건 수사,그리고 대공 수사에 쓰이는 긴요한 예산입니다. 마약, 딥페이크 범죄 대응 예산까지도대폭 삭감했습니다. 자신들을 향한 수사 방해를 넘어,마약 수사, 조폭 수사와 같은민생사범 수사까지 가로막는 것입니다.대한민국을 간첩 천국, 마약 소굴,조폭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 아닙니까?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나라를 망치려는반국가세력 아닙니까? 그래놓고 자신들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한국회 예산은 오히려 늘렸습니다. 경제도 위기 비상 상황입니다. 거대 야당은 대한민국의성장동력까지 꺼트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삭감한내년 예산 내역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원전 생태계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체코 원전 수출 지원 예산은무려 90%를 깎아 버렸습니다.차세대 원전 개발 관련 예산은거의 전액을 삭감했습니다. 기초과학연구, 양자, 반도체, 바이오 등미래 성장동력 예산도 대폭 삭감했습니다. 동해 가스전 시추 예산,이른바 대왕고래 사업 예산도사실상 전액 삭감했습니다.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취약계층 아동 자산 형성 지원 사업,아이들 돌봄 수당까지 손을 댔습니다.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혁신성장펀드,강소기업 육성 예산도 삭감했습니다. 재해 대책 예비비는 무려 1조원을 삭감하고,팬데믹 대비를 위한 백신 개발과관련 R&D 예산도 깎았습니다.이처럼 지금 대한민국은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와 폭거로국정이 마비되고 사회 질서가 교란되어,행정과 사법의 정상적인 수행이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국민 여러분, 여기까지는 국민 여러분께서도많이 아시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비상계엄이라는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헌법기관들과 정부 기관에 대해북한의 해킹 공격이 있었습니다.국가정보원이 이를 발견하고정보 유출과 전산시스템 안전성을점검하고자 했습니다. 다른 모든 기관들은 자신들의 참관 하에국정원이 점검하는 것에 동의하여시스템 점검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는헌법기관임을 내세우며완강히 거부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선관위의 대규모 채용 부정사건이 터져 감사와 수사를 받게 되자국정원의 점검을 받겠다고한발 물러섰습니다. 그렇지만 전체 시스템 장비의아주 일부분만 점검에 응하였고,나머지는 불응했습니다.시스템 장비 일부분만 점검했지만상황은 심각했습니다.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하였고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마찬가지였습니다.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하여‘12345’ 같은 식이었습니다. 시스템 보안 관리회사도 아주 작은 규모의 전문성이 매우 부족한 회사였습니다. 저는 당시 대통령으로서국정원의 보고를 받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신뢰할 수 있겠습니까?선관위도 국정원의 보안 점검 과정에입회하여 지켜보았지만,자신들이 직접 데이터를 조작한 일이없다는 변명만 되풀이할 뿐이었습니다. 선관위는 헌법기관이고,사법부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있어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가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스스로 협조하지 않으면진상규명이 불가능합니다. 지난 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도문제 있는 부분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지만,제대로 개선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 국방장관에게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지시한 것입니다.최근 거대 야당 민주당이자신들의 비리를 수사하고 감사하는서울중앙지검장과 검사들,헌법기관인 감사원장을탄핵하겠다고 하였을 때, 저는 이제 더 이상은그냥 지켜볼 수만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뭐라도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은 이제 곧 사법부에도탄핵의 칼을 들이댈 것이 분명했습니다. 저는 비상계엄령 발동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거대 야당이 헌법상 권한을 남용하여위헌적 조치들을 계속 반복했지만,저는 헌법의 틀 내에서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기로 했습니다.현재의 망국적 국정 마비 상황을사회 교란으로 인한행정 사법의 국가 기능 붕괴 상태로판단하여 계엄령을 발동하되, 그 목적은 국민들에게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으로써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의붕괴를 막고,국가 기능을 정상화하고자 하였습니다. 사실 12월 4일 계엄 해제 이후민주당에서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안을 보류하겠다고 하여짧은 시간의 계엄을 통한 메시지가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그러나 이틀 후 보류하겠다던탄핵소추를 그냥 해 버렸습니다. 비상계엄의 명분을 없애겠다는뜻이었습니다. 애당초 저는 국방장관에게,과거의 계엄과는 달리계엄의 형식을 빌려작금의 위기 상황을 국민들께 알리고호소하는 비상조치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질서 유지에 필요한소수의 병력만 투입하고,실무장은 하지 말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있으면바로 병력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있자국방부 청사에 있던 국방장관을제 사무실로 오게 하여즉각적인 병력 철수를 지시하였습니다. 제가 대통령으로서 발령한이번 비상조치는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와국헌을 망가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망국의 위기 상황을 알려드려헌정 질서와 국헌을 지키고회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소규모이지만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이유도 거대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알리고, 계엄 선포 방송을 본 국회 관계자와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하여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지,국회를 해산시키거나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자명합니다. 300명 미만의 실무장하지 않은 병력으로그 넓디넓은 국회 공간을상당 기간 장악할 수 없는 것입니다. 과거와 같은 계엄을 하려면수만 명의 병력이 필요하고,광범위한 사전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지만, 저는 국방장관에게 계엄령 발령담화 방송으로 국민들께 알린 이후에병력을 이동시키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10시 30분 담화 방송을 하고병력 투입도 11시 30분에서12시 조금 넘어서 이루어졌으며,1시 조금 넘어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가 있자 즉각 군 철수를 지시하였습니다. 결국 병력이 투입된 시간은한두 시간 정도에 불과합니다. 만일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면,평일이 아닌 주말을 기해서계엄을 발동했을 것입니다. 국회 건물에 대한 단전, 단수 조치부터취했을 것이고, 방송 송출도 제한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국회에서 정상적으로 심의가 이루어졌고,방송을 통해 온 국민이국회 상황을 지켜보았습니다.자유민주 헌정질서를 회복하고 수호하기 위해국민들께 망국적 상황을 호소하는불가피한 비상조치를 했지만,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안전사고 방지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였고,사병이 아닌 부사관 이상 정예 병력만이동시키도록 한 것입니다. 저는 이번 비상계엄을 준비하면서오로지 국방장관하고만 논의하였고,대통령실과 내각 일부 인사에게선포 직전 국무회의에서 알렸습니다. 각자의 담당 업무 관점에서 우려되는반대 의견 개진도 많았습니다. 저는 국정 전반을 보는 대통령의 입장에서현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불가피하다고설명했습니다.군 관계자들은 모두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이후병력 이동 지시를 따른 것이니만큼,이들에게는 전혀 잘못이 없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말씀드리지만,저는 국회 관계자의 국회 출입을막지 않도록 하였고, 그래서 국회의원과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국회 마당과 본관, 본회의장으로 들어갔고계엄 해제 안건 심의도 진행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내란죄를 만들어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수많은 허위 선동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도대체 2시간 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입니까? 거대 야당이 거짓 선동으로탄핵을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단 하나입니다. 거대 야당 대표의 유죄 선고가 임박하자,대통령의 탄핵을 통해 이를 회피하고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것입니다.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려서라도,자신의 범죄를 덮고국정을 장악하려는 것입니다. 이야말로 국헌 문란 행위 아닙니까?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입니다.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서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회피하지 않겠다고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단 한 순간도 개인적인 인기나대통령 임기, 자리 보전에연연해온 적이 없습니다. 자리 보전 생각만 있었다면,국헌 문란 세력과구태여 맞서 싸울 일도 없었고이번과 같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일은더더욱 없었을 것입니다. 5년 임기 자리 지키기에만 매달려국가와 국민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저를 뽑아주신 국민의 뜻을저버릴 수 없었습니다.하루가 멀다 하고 다수의 힘으로입법 폭거를 일삼고오로지 방탄에만 혈안되어 있는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에 맞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지키려 했던 것입니다. 그 길밖에 없다고 판단해서 내린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습니까?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통치행위입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 야당은 저를 중범죄자로 몰면서,당장 대통령직에서끌어내리려 하고 있습니다. 만일 망국적 국헌 문란 세력이이 나라를 지배한다면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위헌적인 법률, 셀프 면죄부 법률,경제 폭망 법률들이 국회를 무차별 통과해서이 나라를 완전히 부술 것입니다. 원전 산업,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미래 성장동력은 고사될 것이고,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전국의 삼림을 파괴할 것입니다. 우리 안보와 경제의 기반인한미동맹, 한미일 공조는또다시 무너질 것입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하여우리의 삶을 더 심각하게 위협할 것입니다. 그러면 이 나라, 대한민국의 미래가어떻게 되겠습니까? 간첩이 활개 치고,마약이 미래세대를 망가뜨리고,조폭이 설치는,그런 나라가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껏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주도한세력과 범죄자 집단이 국정을 장악하고,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일만큼은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합니다.저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 상황에서나라를 지키기 위해,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비상계엄 조치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고,오로지 국회의 해제 요구만으로통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법부의 판례와헌법학계의 다수 의견임을많은 분들이 알고 있습니다. 저는 국회의 해제 요구를즉각 수용하였습니다. 계엄 발령 요건에 관해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있습니다만, 나라를 살리려는 비상조치를나라를 망치려는 내란 행위로 보는 것은,여러 헌법학자와 법률가들이지적하는 바와 같이우리 헌법과 법체계를심각한 위험에 빠뜨리는 것입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지금 여기저기서 광란의 칼춤을 추는사람들은 나라가 이 상태에 오기까지어디서 도대체 무얼 했습니까?대한민국의 상황이 위태롭고위기에 놓여 있다는 생각도전혀 하지 않았다는 말입니까? 공직자들에게 당부합니다. 엄중한 안보 상황과 글로벌 경제위기에서국민의 안전과 민생을 지키는 일에흔들림 없이 매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2년 반,저는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재건하기 위해불의와 부정, 민주주의를 가장한 폭거에맞서 싸웠습니다. 피와 땀으로 지켜온 대한민국,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에모두 하나가 되어주시길간곡한 마음으로 호소드립니다.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번 계엄으로놀라고 불안하셨을 국민 여러분께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국민 여러분에 대한저의 뜨거운 충정만큼은 믿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내란사태에 묻혀선 안될… 반도체 기업의 ‘입틀막’ [열아홉, 간이 녹았다 7화]
앞서 작성했던 기사가 질긴 인연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11월 기자는 고소당했습니다. 명예훼손 및 허위 사실 유포 등의 혐의였습니다. 내란 사태로 많은 언론의 눈과 귀가 국회와 대통령실로 집중되는 시기에, 기자는 인천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입틀막’ 당해도 여전히 하고 싶은 말이 많았고, 해야 할 일도 많았습니다. 11일 오전 11시 30분 인천 영종도에 있는 스태츠칩팩코리아 앞으로 약 30명의 사람이 모였습니다. 맞은편에는 그 모습을 촬영하는 회사 관계자도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옆구리에 서류 봉투를 끼고 다니면서 기자들에게 접촉했습니다. 봉투 안에 담긴 건 사측의 입장문이었습니다. “회사명이 직간접적으로 노출되거나 사실과 다른 보도로 인해 당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음을 알려드립니다.”(스태츠칩팩코리아 입장문 일부) 기자회견 이후에 입장을 밝힌 것도 아니고, 기자회견 시작과 동시에 ‘법적 조치’를 운운하는 입장문을 배포하는 회사라니. 기자회견을 시작도 하기 전에 ‘기사 쓰면 고소당할 줄 알아라’ 하고 엄포를 놓은 것과 다름 없습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를 상대로 ‘입틀막’ 하던 회사는 다른 언론사의 입까지 틀어막으려 했습니다. 회사의 ‘경고’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오늘(12일) 정오 기준 총 10군데 언론사에서 기자회견에 관한 보도를 했습니다. 그중 회사의 실명을 언급한 곳은 미디어오늘, 한겨레, 인천투데이 3곳이었습니다. 기자는 지난 9월부터 반도체 공장에 취업을 나간 직업계고 학생 선우(가명) 씨 이야기를 보도했습니다. 그는 스태츠칩팩코리아에 입사하고 약 1년 2개월 만에 간 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생사의 문턱을 넘자, 산재 승인이라는 지난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시 그의 나이 만 열아홉이었습니다.(관련기사 : <반도체 공장 취업한 고교생, 1년 만에 간이 녹았다>) 선우 씨는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스태츠칩팩코리아에서 4조 3교대 형태로 근무했습니다. 6일 출근하고 이틀 쉬는 식이었습니다. 6일 근무 중 하루 이상 연장 근무는 필수였습니다. 3년간 함께했던 담임 교사가 소개해준 일터는 이런 곳이었습니다. 그래도 선우 씨는 학교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자에게도, 학교에 대해 취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의사를 밝혔습니다. 사회에 나와 몸이 망가져도 학생들에게 교사는 여전히 애틋한 사람이고, 학교는 따뜻한 공간입니다.  선우 씨와 같은 학생들은 지금도 스태츠칩팩코리아로 출근합니다. 학교가 소개해준 곳이니 안전과 미래가 보장돼 있을 거라고 믿고, 돈을 많이 주니 나쁘지 않은 직장이라고 여깁니다. 실상도 그럴까요. 회사는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이곳에도 유해물질은 가득합니다. 선우 씨는 세정실에 들어가면 독한 화학물질 냄새가 났다고 기억했습니다. 그에게 주어진 건 입술이 비칠 정도로 얇은 덴탈 마스크와 방진복이었습니다. 세척을 하다 보면 소주병을 코에 댄 것처럼 냄새가 심했고, 하루 한두 차례씩 세정실을 사용했습니다. 유기용제가 담긴 통에 손을 넣어 세척하다 보면 비닐장갑은 찢어져 피부가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손이 하얗게 일어나고, 피부 껍질이 벗겨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회사 측은 이를 산재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사후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진실보도를 한 기자를 고소까지 했습니다. 저희 아들이 겪은 일이 모두 가짜라고 말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이것은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기자회견을 위해 울산에서 인천까지 선우 씨의 부모님이 찾아왔습니다. 비록 기자회견이지만 선우 씨를 회사에 보낼 수 없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선우 씨는 지금도 언제 간을 재이식 받을지 모르는 불안을 평생 안고 산다며, “그 억울함과 우울감으로 힘들어 한다”고 전했습니다. 선우 씨는 클라이언트의 주문에 따라 제품을 바꿔가며 일했습니다. 그때마다 새로운 화학물질, 새로운 작업방식이 필요했고, 심지어 회사에 설비를 다시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매뉴얼이나 공정 교육은 없었고, 일을 던져주고 옆에 물어보면서 알아서 해야 한다는 식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선우 씨의 동료들은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하기도 했습니다. 주 단위로 바뀌는 화학제품에 회사가 ‘친환경 제품’이니 안전하다고 강조했지만, 확인할 길도 없습니다.  선우 씨는 역학조사를 진행한 연구원에게 추후 이메일을 보내 회사가 주장하는 내용에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역학조사에 선우 씨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산재 ‘불승인’을 통보받았습니다.(관련기사 : <술 때문에 19살 간이 녹았다? 당신들이 틀린 이유>) 선우 씨는 근무한 지 7~8개월째부터 몸 상태가 악화됐다고 느꼈습니다. 의심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화학물질이 다량 포함된 플럭스를 수동으로 직접 짰던 날. 그날따라 냄새도 심하고 색깔도 평소와 미묘하게 달랐던 날. 그때부터 극심한 피로가 느껴졌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옆에서 근무하던 동료 A 씨는 벽에 기대 졸고 있는 선우 씨를 깨우기도 했습니다. 선우 씨는 전날 잠을 못 자거나 게임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피로 때문에 퇴근하면 지쳐 쓰러지듯 잠들어도 잠은 좀처럼 달아나지 않았습니다. A 씨는 2021년 4월부터 선우 씨를 깨웠다고 기억했습니다. 지난 7월 전북 전주시에 있는 한 페이퍼 공장에서 현장실습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회사는 이때 유독가스 누출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회사에서 노동자가 죽었는데도 회사 책임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왜 현장실습생들이 이렇게 불안전하고 위험한 일터를 마주해야 할까요. 선우 씨의 주치의가 “작업 환경이 의심된다”고 말한 일터에 여전히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당사는 당사에서 근무하였던 직원 김선우 씨의 건강 상태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이라는 입장을 말씀드립니다.”(스태츠칩팩코리아 입장문 일부) 회사는 ‘유감’을 표했습니다. 유감(遺憾)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습니다.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 유감은 상대방의 잘못에 대해 느끼는 감정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사과할 때 쓰는 말이 아님에도 종종 등장하곤 합니다. 심지어 이러한 입장문은 선우 씨의 부모님에게는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입장문 2장을 프린트한 서류를 현장에 왔던 기자들에게 전할 뿐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저와 제 아들은 회사 측에 산업재해 피해에 대한 인정과 진심 어린 사과, 정당한 보상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향후 예방조치가 확실히 이루어질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우리의 요구는 단순히 보상을 넘어서,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회사의 근로환경 개선을 촉구합니다.”(김선우 씨 아버님 발언 중) 이날도 선우 씨는 회사로부터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고, 입장문조차 건네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회사는 선우 씨에 대한 2차가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음주습관’을 지적하다가 이후에는 ‘코로나 백신 부작용’을 이야기했습니다. “김선우 씨는 2021년 4월경 ‘위험한 음주상태’라는 건강검진 결과를 받았고, 2021년 11월경 코로나 19 백신 주사를 맞은 후부터 급격하게 몸이 악화된 후 2021년 12월 간 질환의 진단을 받았다는 점이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스태츠칩팩코리아가 게재를 요청한 정정보도문 일부) 스태츠칩팩코리아는 언론중재위원회(이하 언중위)에 조정신청을 했습니다. 회사가 작성한 정정보도문을 게재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관련기사 : <간이 녹아 사라진 ‘반도체 소년’… 회사는 “술 때문에”>) 기자가 취재한 내용과 완전히 다른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게재할 수는 없었습니다. ‘반론’으로 입장을 싣겠다고 하자, 스태츠칩팩코리아는 이를 거절하고 ‘정정’보도를 고집했습니다. 심지어는 기사의 노출을 막아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조정은 불성립됐습니다. 지난달 28일의 일입니다. 반론 취재 당시 회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게 보도될 만한 일인가요?”, “왜 지금 갑자기 보도를 하려는 건지 이해가 안 됩니다”, “회사에 손해가 생기면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와 같은 말이었습니다. 이들은 회사 이름이 실명으로 보도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 배포한 그들의 입장문에도, ‘실명 보도’를 유의하라는 경고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회사가 이토록 언론의 입을 막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도 매년 수백 명의 직업계고 학생들이 현장실습이란 이름으로 이 회사로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곳이 안전한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또, 선우 씨가 아픈 뒤에 회사는 어떠한 대책을 마련하고 노력했는지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기자에게 고소로 대응했습니다. 향후 민사 소송을 이어가겠다고도 예고했습니다. 스태츠칩팩코리아의 소송대리인은 법무법인 율촌 소속 변호사입니다. 율촌은 과거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 노동자 및 유가족 등과 대립한 적이 있습니다. 고 황유미 씨는 삼성반도체에서 1년 8개월 근무하다가 백혈병으로 사망했습니다. 유가족 등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때 근로복지공단이 소송대리인으로 내세운 법무법인이 바로 ‘율촌’이었습니다. “기자님, 고소 건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저희 때문에 그런 것 같아서 죄송해요.” 선우 씨 가족들은 기자를 만날 때마다 미안함을 전했습니다. 정작 그들은 그 누구로부터도 미안하다는 말을 듣지 못했지만. “교육청과 학교에도 바랍니다. 아들이 생사를 넘나들며 고통을 받았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지만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연락 한번 없었습니다. 취업률에만 신경 쓰지 마시고 실습생들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모니터링을 통해 학생들이 안심하고 건강하게 회사생활을 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김선우 씨 아버님 발언 중) 스태츠칩팩코리아의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사측 입장문 전문을 싣습니다. 당사는 당사에서 근무하였던 직원 김○○의 건강상태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이라는 입장을 말씀드립니다. 2. 그러나 김○○ 씨의 간 질환은 당사의 업무환경과 인과관계가 없고, 이는 근로복지공단의 면밀한 역학조사 결과 명확히 확인된 사실입니다. 역학조사는 수차례 진행되었고, 전문의 등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에 의해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3. 역학조사 당시, 김○○ 씨가 접촉하였던 세척 물질이 물(water)에 불과하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세척 물질로 물 대신 에탄올을 사용하였으나, 에탄올은 손 소독제 등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소독 물질에 불과하여 이 역시 간 질환과 관련이 없습니다. 4. 당사의 업무 환경은 대한산업보건협회의 작업환경측정 결과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특히 김○○ 씨가 근무했던 환경에서 간 질환을 유발하는 인자가 대부분 불검출되었고, 검출이 되었더라도 검출한계 미만 수준에 불과하였습니다. 5. 당사는 매월 2시간씩 법정 교육 및 매년 2회 MSDS 교육을 실시하여 직원들이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6. 당사의 동일한 공정이 운영된 약 20여년 간 김○○ 씨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질환이 발병한 전례가 없고, 김○○ 씨와 함께 근무하였던 100여 명의 직원에 대해서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질환이 발병한 적이 없습니다.(특히 김○○ 씨는 당사에 입사하여 질병휴직을 하기 전까지 1년 2개월 가량 근무하였는데 당사 직원 대다수가 김○○ 씨보다 훨씬 오랜 기간 근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에게서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질환이 발병한 사실이 없습니다.) 7. 당사는 직원들의 안전한 업무환경 조성을 우선 순위로 삼고 노력하여 왔습니다. 향후에도 안전한 업무환경에서 직원들이 근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8. 사실이 위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명이 직간접적으로 노출되거나 사실과 다른 보도로 인해 당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AI 윤리 레터를 읽고 쓰고 나누는 마음
AI 윤리 레터를 쓰는 마음, 읽는 마음, 나누는 마음 by 🥨 채원 추운 연말입니다. AI고 뭐고 당장의 삶이 위태로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마음이 어떤지, 또 이 글을 읽고 나누는 독자의 마음은 어떤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무엇인가에 대해 궁금해하고, 더 잘 알게 된다는 것은, 세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이라고들 합니다. 똑같은 책 한 줄, 뉴스 한 줄, 대화 한 가닥이라도 그 뒤에 숨겨진 맥락과 역사를 알게 되면 다르게 들리기 때문이겠지요. 그것은 AI도, AI 윤리도 예외가 아닙니다. 세상 곳곳에서 AI가 가져올 것이라는 생산성의 혁명, 산업구조의 재편, 창의성의 재정의, 단순반복적인 지루한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이야기합니다.  ‘AI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필연적으로 ‘무엇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AI가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다양한 변화들에 고민하다보면, 결국 생산성이란 무엇인지, 산업 구조가 지금 어떻게 되어있고 어떻게 바뀐다는 것인지, 인간의 창의성이란, 노동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AI가 행하는 차별이 문제라면, 그 차별이 무엇이고, 왜 잘못되어있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물어볼 수 밖에 없습니다. 차별이 무엇인지 이야기하지 않고 어떻게 AI가 재생산하고 악화시킨다는 차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이렇듯 AI 윤리에 대한 질문들은 때때로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질문으로 흘러가곤 합니다. 이러한 거대 담론 앞에서 나라는 개인은 작아지고, 내가 고민하는 문제들은 사소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질문들이 더더욱 중요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과거 정부가, 기업이, 개인이 했던 많은 중요한 결정들이 AI에 의해, 더 정확히는 AI를 만드는 주체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학에서 정치는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는 정의로 일컬어지곤 합니다. 그리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재화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권력인 정부에 의해 주로 배분됩니다. 연금이나 실업급여와 같은 물질적 자원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어디에서 일할 기회, 목소리를 낼 기회, 무언가 배울 기회 같은 비물질적 자원도 포함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들은 점차 AI에 의해 대체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AI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것이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AI 윤리 레터를 구독하고 읽는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이러한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어떤 것일지도 궁금합니다. 챗지피티를 써보고 신기해서 일수도, 엔비디아 주식이 왜 이렇게 비싸졌는지 궁금해서일수도 있겠죠. 그 계기가 무엇이든 함께 AI와 그것을 둘러싼 여러 맥락들을 같이 들여다보는 AI 윤리 레터 공동체에 함께하게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개성만점 수제 응원봉 행진, ‘탄핵의 밤’ 향한다[윤석열을 감옥으로]
이제는 촛불집회가 아니라 ‘응원봉 집회’로 불러야 한다고 했던가. 11일 오후 6시 국회 앞에서 ‘윤석열 탄핵 집회’가 열렸다. 이날도 형형색색의 응원봉이 어두운 밤하늘을 환하게 빛냈다. 세대통합, 남녀노소 불문하고 시민들은 가지각색의 응원봉을 들고 나왔다. 아이돌 팬클럽 응원봉부터 경광봉과 캐릭터 조명까지. 국회 앞으로 뛰쳐나온 이들의 사연이 각각 다르듯이, 응원봉은 각자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수제 응원봉’. 시민들은 직접 만든 개성 넘치는 응원봉을 들고, 거리를 활보했다. 조은아(36) 씨는 아이패드에 응원봉을 직접 그려서 들고 다녔다. 전두환의 얼굴을 바탕으로 놓고 윤석열 얼굴을 그려넣은 그림이었다. 윤 대통령 머리 위엔 수갑이 그려져 있었다. “응원봉이 없으니까 직접 그려본 겁니다. 국민의힘도 (당원들이) 많이 탈당하고 하니까 좀 부끄럽지 않을까요? 저희 지역구 국회의원이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인데요. 그분도 이렇게 (탄핵 찬성으로) 돌아선 걸 보니까, (국민의힘 국회의원) 많이들 (탄핵 찬성 쪽으로) 오실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희망 갖고 있습니다.” 피규어에 전구를 감싼 이색적인 응원봉도 거리를 빛냈다. 피규어는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인기 캐릭터 ‘아스카’. 수제 응원봉의 주인 최지현(24) 씨는 제작 경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집에 있는 가장 공격적인 피규어를 (골라서), 아이돌 응원봉을 가져오는 사람들한테 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스카’는 에반게리온에 나오는 혁명적인 여성이거든요.“ 무엇이 그렇게 최 씨를 화나게 만든 걸까. “(너무 많아서) 고를 수가 없는데…. 일단 부모님 두 분이 광주 출신이거든요. 광주(항쟁 당시의) 운동가들이 버젓이 살아 있는 지금 이 시대에, 그렇게 민주주의를 죽이려 하는 (내란) 행동이 너무 화가 났습니다.그리고 남녀 갈라치기를 이용해서 자기의 권위를 높이려고 하는 것도 짜증이 났습니다. (평일에) 일이 늦게 끝날 때는 새벽에 와서, 국회를 지키고 있는 10대, 20대 분들 간식 주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전통 등불도 등장했다. 박지선(29) 씨는 전통 문양의 등불에 LED촛불을 넣은 응원봉을 들고 돌아다녔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키트로 (등불을) 만들어서 탄핵 피켓을 연결한 거예요. 원래 문화재를 좋아해서 만든 건데요. 저는 응원봉이 없어서 그냥 가지고 나온 거예요. 발광력이 약해서 아무도 관심을….(웃음)” LED 촛불은 흐리게 빛났지만, 박 씨의 발언은 날카롭게 빛났다. “민주주의가 근본인 이 나라에서 너무 근본 없이 하는 그 (내란) 행동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역사의 잘못된 점을 반복하는 그 행위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그 행위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국회로 나왔습니다.” 수제 응원봉과 기성 응원봉의 화합도 찾아볼 수 있었다. 원희(가명, 20대) 씨는 LED 줄조명을 감싸서 만든 수제 응원봉을 들고 있었다. 옆에 있던 친구 재희(가명, 20대)는 기성품인 LCK(League of Legends Champions Korea) 응원봉을 흔들었다. “다이소에서 전구를 샀어요. 그래서 셀카봉에다가 전구를 감았어요. 다들 응원봉을 들고 나오는데, 저는 들 게 없어서 비슷한 거라도 차별화를 주고 싶어서요.“(원희)“계엄령의 무게를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계엄을) 가볍게 여기는 듯해 국회로 나왔습니다.”(재희) 시민단체 쪽도 수제 응원봉을 선보였다. 김은희 ‘온전한생태평화공원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이하 용산시민회의)’ 대표도 수제 응원봉을 들고 나왔다. 일회용 플라스틱 커피컵에 셀로판지를 넣고 손전등을 연결해 만들었다. “응원봉을 대략 40개 정도 만들었는데, 다 주변에 나눠줘서 몇 개 안 남았어요. (당장 현장에) 한 8개 정도 있어요. 이번주 토요일 촛불집회 전까지 90개 더 만들어야 해요.”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국민의힘 당사 앞까지 함께 행진했다. 저마다의 손에 들린 가지각색의 응원봉이 오히려 조화로운 빛을 냈다. 오후 9시가 넘도록 많은 시민들이 집에 가지 않았다. 시민들이 꽉 찬 거리에선 가수 로제의 노래 ‘아파트’가 울려 퍼졌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내란’ 윤석열 변호인단 비용은? “국고 쓰면 위법” [윤석열을 감옥으로 14화]
윤석열이 변호인단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3 내란 사태의 피의자로 내란수괴(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 윤석열이 여전히 법적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 변호사 선임 비용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법조계는 “대통령의 형사사건 법무비용은 사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10일 윤석열이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변호인단을 꾸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김 전 위원장 등 윤석열과 친분이 있는 법조인들에게 지난 9일부터 연락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단은 김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5~6명의 변호사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대통령의 변호사 비용은 국민 세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걸까. 변호사들은 “대통령의 형사사건 법무비용은 사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통령이 개인으로서 꾸린 형사 변호인단이라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대한) ‘변호사 보수규정’이 적용될 수 없습니다. 해당 규정과 별개로 형사사건의 변호인은 대통령 개인 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 거죠. 다른 정치인의 경우에도 본인 형사사건에선 변호사 비용을 사비로 지출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서성민법률사무소 서성민 변호사)“이번 경우는 대통령으로서 적법하게 권한을 수행하다가 발생한 일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대통령 본인이 변호사 비용을 부담을 해야 하는 겁니다. 국고를 쓰면 위법이 되겠죠. 대표적인 예로, 회사 대표이사들이 개인적인 문제와 관련해서 변호사 비용을 회사 돈으로 사용했다면 법원이 횡령으로 보는 판단이 나옵니다.”(법무법인 예율 최용문 변호사) 2016년 탄핵 심판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변호사 선임 비용을 사비로 해결했다. 당시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변호사 비용은 특수활동비가 아닌 사비로 낸다”고 밝혔다. 변호인 선임이 박 대통령 업무 차원이 아니라 박 대통령 개인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의미였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4년 탄핵 심판 당시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선임료를 사비로 지불했다. 이번 변호인단의 중심으로 지목된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김 전 방통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에서 국민권익위원장(2023. 7. ~ 2023. 12.)과 방통위원장(2023. 12. ~ 2024. 7.)을 연이어 역임했다. 지난 대선 때엔 윤석열 캠프에서 정치공작진상규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김 전 위원장은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6년부터 검사로 일했다.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로 시작해 사법연수원 부원장(2008년)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2009년)을 거쳤다. 2011년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을 마지막으로 검사 옷을 벗은 후(2013년)엔, 법무법인 세종에서 고문변호사로 일했다. 이번 변호인단에 윤석열 부인 김건희 씨 변호를 맡았던 최지우 변호사(법무법인 자유)도 거론되고 있다. 최 변호사가 변호인단에 합류할지는 아직 논의 중이다. 법무법인 자유 직원 A씨는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변호인단 합류 여부에 대해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답변했다. 최 변호사는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 출신으로, 김건희 씨가 연루된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등을 대리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KTV의 민간인 형사 고소 사건도 대리하고 있다. KTV(한국정책방송원)는 지난해 11월 김건희 씨 관련 영상을 주로 제작한 유튜버 ‘건진사이다’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고소했다. 2007년 KTV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기자는 변호인단 선임과 관련한 입장을 듣고자 대통령실에도 연락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에게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로 “변호사 선임 비용을 윤석열 사비로 지불하는지” 물어봤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에게도 반론을 요청했다. 김 전 위원장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자메시지로 변호사 비용 문제 등을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편, 경찰 특별수사단은 11일 오전 11시 59분경 용산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최초로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상황이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아이 500일 여행경비로…” 촛불집회 ‘키즈버스’ 뜬다 [윤석열을 감옥으로]
“우리 아이 500일 기념 여행비를 털어 버스를 빌렸습니다. 이 시국에 무슨 여행인가요. 같은 처지인 분들, 바람이라도 피하고, 기저귀라도 편하게 갈아봐요!” 윤석열 탄핵 촛불집회에 ‘키즈버스’가 나타난다. 집회에 참석한 영유아와 보호자를 위한 작은 ‘베이스캠프’가 한 시민의 선의로 생겨날 예정이다. 자신을 ‘16개월 지우맘’이라고 소개한 권순영(44) 씨. 그는 오는 14일 아이들과 함께 국회 앞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시민들을 위해 사비로 45인승 버스를 빌렸다. 10일 직접 만든 포스터로 홍보도 하고, 단톡방을 만들어 함께할 사람들을 모았다. 11일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권 씨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Q. 지난 7일 국회 앞 촛불집회에 다녀오셨나요? “네. 그날 나갔어요. 아기랑 저랑 둘이 갔어요. 애기 아빠는 토요일 날 일을 하거든요. 한 5시 반쯤 도착했던 것 같아요. 집이 서대문인데 거의 2시간 걸려서 도착했어요. 지하철을 타고 당산역에 내려서 걸어갔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가지고 (국회까지 못 가더라도) 근처 어디라도 좀 가보려고 하다 보니까 5시 반쯤 도착해서, 9시쯤까지 있다가 집에 갔어요.” Q. 현장에 어머님처럼 혼자 아기를 데리고 나온 다른 어머님들도 계셨나요? “그때 그걸 살펴볼 여력은 안 됐는데, 제 눈에 띄지는 않더라고요. 어딘가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눈에는 안 띄었어요. 주변에 지나다니시는 분들은 저한테 ‘아기 추워서 어떡해요’ 이런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Q. 그때 상황을 좀 더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집에서 출발한 때부터 밖에서 한 6시간 있었어요. 근데 유아차를 일부러 안 가지고 나왔거든요. (집회 현장에 사람이 많으면) 못 움직일 것 같아가지고. 저는 ‘어딘가 기저귀 갈 곳 정도는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는데 갈 곳이 없었어요. 지하철역 화장실도 줄이 너무 길어가지고, 찾아가는 것도 일이고 줄 서는 것도 일이고. 아기 밥도 먹여야 되는데 사람이 많으니까 식사하는 곳에도 줄을 서 계시고, 카페에도 사람이 가득가득하고, 또 인터넷이 잘 안 돼서 어디 검색해서 가기도 어렵고 그런 어려움이 있었죠.” Q. 결국 기저귀도 못 가셨던 거예요? “다행히 그날 (기저귀가) 빵빵할 정도로 싸지는 않아서, 그냥 버텼어요. 추운데 옷 벗기기도 조금 그래가지고. 집에 가는 길에, 집 근처 지하철역은 좀 한산하니까 거기서 해결하고 집으로 갔죠. 저 같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을 거예요. (다음 주말에도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데) 도저히 그 상황을 다시 반복할 용기가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누가 (아기) 기저귀 갈 곳만 좀 마련해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키즈버스나 키즈천막 같은 것. 누가 (촛불집회) 주최 측에 문의해보라고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집회에는 아이들만 오는 게 아니잖아요. 어르신들도 많고 장애 있으신 분들도 많고 그런데, 아이들을 위한 천막만 마련해달라고 하면 좀 이상할 것 같은 거예요. 우리만 배려해달라는 느낌이 들어가지고. 그럼 (버스보다는) 천막이 좀 저렴하니까 직접 마련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건 또 아이 데리고 가는 엄마 입장에서, 설치하기가 여의치 않을 것 같았어요. 바닥도 깔아야 되고. 이런 생각 끝에 ‘그러면 그냥 버스가 제일 안전하고 편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 거죠.” Q. 그래서 사비를 들여서 버스를 대절해야겠다, 생각하신 거예요? “네. 그거 말고 방법이 없었어요. 모금을 해서 추진하기에는 당장 (돌아오는) 토요일이니까 시간이 그렇게 여유롭지도 않고, 또 혹시 호응이 없을 수도 있잖아요. 일이 복잡해지니까, 그냥 심플하게 ‘내가 하나 빌리고 필요한 사람들한테 같이 쓰자고 해야겠다’ 이 정도의 단순한 생각이었습니다. (집회에 오지 못하는) 시민들이 커피 같은 것도 막 선결제 해주시잖아요. 그런 일들이 너무 많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커피 선결제도 하고 이러는데 나는 내 애 데리고 가는데 버스 하나 빌릴 수 있지’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대단한 시민들이 많아가지고, 별로 망설이지 않고 결정했던 것 같아요 여행은 봄에 가면 되니까요.“ Q. 45인승 버스면 대절 비용도 만만찮을 것 같은데요. “하루 빌리는 데 70만 원이더라고요. 기사님이 추가비용은 안 받으신대요. 원래 기름 값이랑 기사님 식사비 이런 게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냥 기본비용만 받으시겠다고.” Q. 사비로 버스를 대절해서라도 이 집회에 꼭 나가겠다고 생각하신 이유는 뭘까요? “다 비슷한 마음이셨을 텐데, 계엄이 선포된 날 너무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나라가 이렇게 망하려나 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라를 망하게 하려나 보다. 이게 무슨 일일까?’ 이런 생각 때문에 너무 마음이 어수선했어요. 근데 그날은 (바로 국회로 달려갈) 엄두를 못 냈어요. 토요일(7일) 날은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안) 표결하는 날이었잖아요. 일말의 희망 같은 게 있었어요. 그래도 국민의힘 의원들 중에 어느 정도 멀쩡한 사람들은 시민들의 이 분노에 호응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러려면 한 명이라도 더 국회 앞으로 나가야 된다, 그런 생각에 미쳤던 것 같아요. 그런 생각으로 ‘모르겠다, 일단 (아기를 꽁꽁) 싸서 나가보자’ 이런 생각이었죠.” Q. 카카오톡 ‘윤탄핵 촛불 참가한 영아 부모방’ 이것도 어머님이 만드신 거예요? “네. 저 혼자만 쓰려고 버스를 대절하는 건 아니니까.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우리 같은 사람을 위해서 같이 사용하려고 큰 버스를 빌린 거거든요. ‘이런 게 있으니까 필요할 때 오세요, 용기 내서 우리 함께해요’라고 알려야 되잖아요. 그래서 알리게 됐고, 그 단톡방은 원래 집회 현장에서 버스 위치를 좀 안내해드리려고 만든 방이었습니다.” Q. 포스터도 어머님이 직접 만들어서 홍보하셨던 거예요? “네. 제가 그런 일을 하거든요.” Q. 14일에 아기와 함께 집회 현장에 나올 어머님들한테 꼭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집회에 나오고 싶어도 아이가 있으면 생각할 게 너무 많고, 준비할 게 너무 많아서 생각이 복잡해지는 거예요. 몸이 쉽게 무거워지는 거죠. 저한테도 그런 게(키즈버스가) 필요했고 다른 영유아 부모님들한테도 ‘이런 베이스캠프가 있으니까 용기 내서 가자, 그래서 지금 혼란스러운 정국을 국민들이 바로잡는 데 우리도 힘을 보태자, 함께하자’ 이렇게 얘기하고 싶었어요. 다른 분들한테도 용기가 되는 버스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
국회 앞 계엄군 막아선 ‘숨은 조력자’를 만났다[윤석열을 감옥으로]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숨은 조력자’를 만났다. 지난 10일 저녁에도 국회 앞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가 열렸다. 현장 인근, 음식점이 모여 있는 한 상가 건물에 들어갔다. 편의점이나 화장실을 찾은 시민, 경찰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한 상가에 들어갔다. 10평 남짓 작고 아늑한 공간. 사장 A(60대, 여성) 씨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감기 기운에 목소리는 잘 나오지 않았고, 한 손으로 허리를 짚고 있었다. A 씨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날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오후 10시 10분쯤 남편과 가게 문을 닫고 퇴근하려는데, 국회 주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평소와 다르게 국회 주변에는 경찰 버스가 많이 세워져 있었고, 경찰 숫자도 더 많았다. 이상하게 여긴 A 씨는 상가 건물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한 경찰관에게 물었다. “이런 밤중에 무슨 일 있어요?” 경찰관은 A 씨에게 ‘조금 있으면 알게 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A 씨 부부는 다시 가게로 들어왔다. 오후 10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계엄 직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로 향하는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고 “국회 앞으로 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재명 대표 방송을 보고 내가 너무 놀란 거예요. 얼마 뒤에 갑자기 사람들이 벌 떼같이 모였어요. 나도 남편이랑 새벽 4시까지 국회 정문 앞에 있었죠. 그래서 내가 감기도 걸리고 허리가 아파요.” 이날 국회 앞에는 시민 1000여 명이 달려나왔다. 국회의원들은 계엄 해제를 위해 다급하게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국회 담장을 넘어가는 의원들도 있었다. 이후, 총기를 소지한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려고 하자 시민들은 그들을 막아섰다. A 씨는 국회를 지킨 시민 중 한 사람이었다. A 씨의 건강 상태는 일주일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지난 7일에도 시민들과 함께 밤을 지새웠다. “지난 토요일 젊은이들이 우리 가게에서 잠을 자고 갔어요. 가게 문을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열었어. 그래서 제가 계속 아프게 된 거예요.” A 씨의 가게는 탄핵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작은 안식처였다.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안,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가 있던 그날. 100만 명(주최 측 추산)이 국회 정문 앞을 중심으로 대로변을 꽉 채웠다. 오후 5시 국회 본회의가 열렸다. 김건희 특검법 투표를 마치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투표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여당 의원들의 투표를 촉구하면서 약 4시간 동안 투표를 마치지 않고 기다렸다. 그동안 시민들은 국회 정문 앞에서 추위에 떨며 그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100만 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가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면서 인근 편의점 음식은 동났고, 재료가 소진된 주변 식당들도 문을 닫았다. 국회 주변은 사무실이 밀집된 곳이라, 주말에 영업하지 않는 가게도 많았다. 마땅히 쉴 곳이 없던 시민들은 차가운 상가 건물 복도 바닥에 종이 상자 조각을 깔고 앉아서 쉬거나, 바닥에 앉아 컵라면을 먹었다. 지쳐 잠든 사람들도 있었다. A 씨의 가게 영업시간은 원래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지만 A 씨는 가게 문을 닫고 떠날 수 없었다. “젊은 세대가 따뜻한 집 놔두고 집회에 나왔잖아요. 여기 건물 복도에 박스 깔고 잤거든요. 엄마 같은 마음으로 그냥 들어와서 쉬라고 했더니 다 자는 거예요. 그래서 다음 날 아침까지 가게 문을 열어놨죠.” A 씨가 시민들에게 가게를 내어준 이유는 하나였다. 젊은 세대를 향한 고마움 때문이다. “국가의 위기 순간에 젊은 층들이 참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감동했어요. 젊은 친구들이 저렇게 똘똘 뭉치는데 당연히 협조해야지.” A 씨는 오는 14일 두 번째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를 앞두고 걱정이 앞선다. 그날도 국회 앞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모이는 집회가 열릴 것이다. 지난 7일보다 더 추운 날씨가 예상된다. “이번 토요일에 더 춥다고 하니까 그것도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계란을 좀 사서 찜질방 맥반석 계란처럼 구워서 하나씩 주려고.” ※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A 씨는 걱정이 많았다. 여야 할 것 없이 단골 국회의원들도 많은데, 혹시나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가게에 악감정을 품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 마음을 잘 이해하기에 기사에 업종이나 위치를 밝히지 않았고, 가게와 관련된 사진도 싣지 않았다.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양해를 구한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