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두 번째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29분의 담화문에는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는데요. 그 중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의도가 없었다며 그 근거로 계엄령 선포 뒤 병력을 이동시켰다고 발언했습니다. 그 결과, “결국 병력이 투입된 시간은 한두 시간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통령의 담화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계엄선포 당일의 뉴스를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국회 상공에 군 헬기가 목격된 시각은 오후 11시 40분 이후
KBS 뉴스를 살펴보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약 1시간 20분 후인 오후 11시 43경 계엄군 헬기가 서울 상공에 진입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기사에서는 오후 11시 45분경부터 국회 인근 상공에서 약 10대의 군 헬기가 목격됐다는 를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오후 11시47분쯤 헬기 여러 대가 굉음을 울리며 국회 앞 상공에 도착했다고 보도했고, 경향신문은 오후 11시 50분경 헬리콥터 3대가 국회 소통관과 본청 옆으로 헬기가 착륙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라이브 영상 속 시간도 확인했습니다. ‘오마이TV 라이브’는 계엄 당시 상황을 실시간 라이브로 중계했는데요.
이 영상을 기준으로 2시간 57분부터 국회 상공 위 헬기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시간을 확인할 수 없으나 비상계엄 전 방송이 오후 9시에 시작되는 ‘곽수산의 정치 라이브’ 프로그램이였으며 영상 초반 타이머를 고려했을 때, 영상의 10분 41초 시점이 오후 9시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국회 상공 위 헬기는 오후 11시 47분 경 오마이TV라이브에 포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이후, 국회 경내 계엄군 철수가 이뤄져
12월 4일 오전 1시께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통과시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2시간 30여분 만에 끝이 났습니다.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자, 국회 본청으로 진입했던 계엄군 수십여명은 철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채널A는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의 철수가 오전1시 10분부터 이뤄졌다고 보도했고, 뉴스1은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이후, 우원식 의장이 국회 안으로 진입했던 군인들에게 철수를 요구하자 계엄군이 이를 수용해 오전 1시 14분쯤 본관에서 완전히 철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러한 보도를 통해 창문을 깨고, 국회 본관에 진입한 계엄군은 투입된 지 약 40여 분만에 국회 본관에서 철수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계엄군이 국회 밖으로 완전히 철수하기 시작한 시점은 12월 4일 오전 1시 30분경으로 확인되었습니다. SBS 뉴스를 살펴보면 계엄군이 오전 1시 30분쯤 국회 5·6문을 통해 철수를 시작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오마이TV 라이브를 통해 살펴보면 영상 기준 4시간 40분부터 군 병력이 국회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와 동일하게 당시 시간을 역산해보면 계엄군이 국회 밖으로 빠져 나가는 시각이 12월 4일 오전 1시 30분경이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국회를 통제하기 위해 동원된 계엄군 병력이 국회 밖으로 완전 철수하기까지 약 1시간 45분이 소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4일 오전 7시에서야 철수 완료
윤석열 대통령이 담화에서 ‘군 철수’, ‘병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번 검증에선 계엄군의 철수 시점을 주로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12월 3일 국회에 투입된 인원은 계엄군이 전부가 아닙니다. 당일 국회 외곽에는 경찰도 투입돼 국회의원, 시민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12월 12일 공개된 서울 경찰의 무전 녹취록을 다룬 KBS의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12월 3일 밤 10시 47분 국회 출입을 전면 통제했습니다. 해당 녹취록에선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의 표결이 준비되던 4일 밤 12시 34분에 “국회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은 차단”, “다만 군 병력은 진입할 수 있도록 안내하라”는 무전도 확인됩니다.
국회에 투입된 경찰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통과된 후에도 곧바로 철수하지 않았습니다. 경찰버스의 철수를 촬영한 연합뉴스의 사진보도가 나온 시점은 4일 새벽 3시 29분이었고,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4일 새벽 4시 30분 국무회의를 통해 비상계엄이 해제된 후 2시간 30분이 지난 오전 7시가 되서야 철수를 완료했습니다.
계엄군, 비상계엄 선포 이후 선관위 청사 3시간 20분간 점거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엄군이 투입된 곳은 국회만이 아니었습니다.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도 계엄군이 투입되었는데요. 12월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연 비상계엄 사태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한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계엄군이 약 3시간 20분간 선관위 청사를 점렴했다고 발언했습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6분 만인 오후 10시 30분에 계엄군 10여 명이 중앙선관위 청사 내에 투입되었으며, 12월 4일 0시 34분부터 1시 32분경까지 계엄군 100여 명이 추가로 청사에 투입되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또한 12월 4일 오전 1시에 국회에서 비상 계엄 해제 결의안이 가결된 이후 50분 뒤인 1시 50분이 되어서야 선관위에 투입된 계엄군이 모두 철수하였다고 말했습니다.
즉, 선관위에 투입된 군 병력은 3시간 20분 가량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를 점령하고 통제했습니다.
병력 투입 시간 한두 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절반의 사실
정리해보면 12월 12일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에서 나온 병력 투입 시간은 국회에 한정할 때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국회에 투입된 경찰은 훨씬 더 긴 시간 국회에 머물렀습니다. 또한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빠르게 철수했던 건 대통령의 결정이 아니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가 빠르게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가결시켰기 때문입니다. 만약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되지 못했거나 가결이 더 늦어졌을 경우, 계엄군이 투입된 시간은 더 길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회 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 계엄군이 투입된 사실도 간과해선 안됩니다. 선관위 청사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 3시간 20분 동안 군 병력에 의해 통제되었습니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비상계엄 때 병력이 투입된 시간은 한두 시간 정도에 불과하다?’는 절반의 사실로 판정합니다.
이번 검증에선 팩트체커 3명의 중 2명이 ‘절반의 사실’로 판정했고, 한 명의 팩트체커가 ‘대체로 사실이 아님’으로 판정했습니다. ‘대체로 사실이 아님’ 판정의 근거도 함께 공개합니다.
수호: 윤석열 대통령이 담화문에서 선관위를 거세게 비판하는 만큼 선관위 점거도 계엄 및 계엄군의 투입의 핵심 목표에 포함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처럼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은 3시간 이내에 철수했지만 경찰은 더 긴 시간 국회에 머물렀고, 선관위에 투입된 계엄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을 감안할 때 '대체로 사실이 아님'으로 판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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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3“결국 병력이 투입된 시간은 한두 시간 정도에 불과”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회에 직접 투입된 시간이 한두시간에 불과하다고 말했으면 절반의 사실이라고 봐줘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은 실패의 결과에 따른 사실일 거라 생각하지만요. 병력 투입 시간은 종합적으로 봐야하며 드러난 사실들만 더해봐도 훨씬 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알면서도 최소화 하기 위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언급한 투입된 시간도 거짓말에 가깝지만, 투입된 시간만 문제삼고 있는 게 허수아비처럼 느껴집니다. 본질은 국회와 선관위에 특전사를 투입해서 장악하려고 한 시도 자체가 문제라는 것 아닐까요? '2, 3시간 투입했으니 괜찮다'는 주장으로 덮으려는 대통령의 얄팍한 수가 훤히 보여서 더 답답하네요.
특히 선관위 청사를 3시간 이상 점거했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한두 시간'이라는 발언은 매우 부적절해 보입니다. 중요한 사실을 누락한 채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려는 시도 때문에 열 받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