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
[연구원정] 전담간호사의 역할갈등 감소와 직무만족 향상을 위해 한걸음 나아갑니다
역할갈등과 직무만족 사이에서
어느 날, 후배 전담간호사와의 대화 중 한마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우리가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게 느껴질 때마다 힘들어져요. 결국 아무도 우리를 지켜주지 않잖아요.” 후배의 이 말에는 현실의 무게가 담겨 있었습니다. 전담간호사로 일하며 역할 갈등은 자주 느끼는 감정이었습니다. 상급종합병원의 긴박한 환경 속에서 의사, 환자, 그리고 의료팀 사이를 오가며 때로는 기대와 요구가 충돌하는 한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면서도 스스로 “진정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지 의문을 가질 때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라는 현실은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혔습니다. 역할의 모호성과 과중한 업무, 때때로 협조 부족으로 인한 갈등은 직무만족을 저하 시켰습니다.
법적 보호의 부재 속에서
전담간호사는 의료현장에서 점점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만 5천 명이 넘는 전담간호사가 활동 중이며, 의대증원 이슈로 전공의 공백이 발생한 이후 그 수는 더욱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의료현장의 업무환경은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내부 규정에 의존한 채 명확하지 않은 업무 체계와 각 직종 간의 갈등이 전담간호사들의 역할 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2024년 8월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이 진료지원업무의 법적 근거 마련을 포함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행령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전담간호사들은 법적 보호를 기대하면서도 여전히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야 하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역할의 불확실성을 더 심화시키고, 이는 직무만족을 낮추는 주된 요인이 됩니다.
스스로 만드는 길: 회복탄력성과 잡크래프팅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선행연구를 통해 확인한 회복탄력성과 잡크래프팅은 전담간호사들에게 필요한 생존 전략이자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의사가 하는 일을 대신하는 존재”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환자 중심의 관점으로 역할을 재정의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업무에서 의미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은 직무만족을 높이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선행연구 결과에 따르면 회복탄력성과 잡크래프팅은 직무만족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저는 전담간호사의 역할갈등, 회복탄력성, 그리고 잡크래프팅이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근무 중인 전담간호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계획 중입니다. 단순히 통계적 결과를 도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담간호사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과 프로그램 개발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 법적 보호와 명확한 업무 체계를 통해 전담간호사가 자신의 역할에 만족하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이 연구가 단순히 학문적 결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전담간호사들이 “나는 이 일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며 자신의 역할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꿈꿉니다. 더 이상 법적 보호의 부재 속에서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안전한 환경에서 최상의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담간호사가 자신의 역할을 자랑스럽게 수행하며 국민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작은 한 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연구는 이렇게 진행할 계획입니다.
2024년 8월 간호법이 통과되고 2025년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 근무중인 전담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역할갈등과 회복탄력성, 잡크래프팅이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계획입니다. 향후 이를 바탕으로 전담간호사의 직무만족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전담간호사 정책 마련에 기초자료를 제공할 것입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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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현, 서민정, & 하영미. (2024). 임상전담간호사의 역할갈등, 전문직 자율성, 잡 크래프팅이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 직 업건강연구, 6(2), 83-94. 정호선, 최소영 (2020). 전담간호사의 역할갈등과 소진 간 관계에서 회복탄력성의 매개효과. 간호행정학회지, 26(2), 14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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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1생각해보니 그동안 저도 간호인력을 '의사가 하는 일을 대신하는 존재'로 인식했던 것 같네요. 그런 의미에서 이 연구가 인식을 바꾸는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