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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유권자 네트워크 - 지겨운 절망을 넘어, 내일을 위한 투표를!
저는 전세사기 피해자입니다. 또한, 청년 유권자이기도 합니다. 올 1분기 저는 줄곧 답답하고 우울했습니다. 좁게는 전세사기 문제해결에 별 뜻이 없어보이는 정부와 정치권 때문이기도 했지만, 넓게는 선거가 다가오는데 정작 청년은 배제되고 있다는 인상 때문이었습니다. 응원하던 청년 정치인들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공천에서 떨어졌구요. 나이와 관계없이 우리 사회에서 빛과 소금같은 역할을 해온 예비후보들도 응원했는데, 대부분은 정식 후보로 선정되지 않았습니다. 2030보다 60대 이상이 더 많은 첫번째 선거라고 하고, 청년정치인이 역대 최저 인원만 국회에 입성할 것이 유력한데요. 그만큼 저와 같은 청년 유권자들은 누가 내 마음, 우리 세대를 대변해 목소리를 내줄지 도무지 가망이 보이지 않아 답답합니다.  그럼에도 정치가 할 수 있는 일,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기 때문에 도무지 가만히 있을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청년 당사자들과 함께 힘을 합쳐 우리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모였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이태원참사 유가족,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을 지켜봐온 해병대 예비역, 서이초 사건을 겪은 예비교사, R&D 예산 삭감을 걱정하는 이공계 대학생 등이 모여 2030 유권자 네트워크를 만들고 전국 대학가에 대자보를 붙여서 투표하자, 목소리 내자고 외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선거가 권력과 명예의 발판이겠지만, 일상의 안전을 빼앗기고 있는 우리 청년들에게는 유일하게 외칠수 있는 창구일 겁니다. 우리 모두 지겨운 절망을 넘어, 내일을 위해 투표합시다! 2030 유권자 네트워크를 제안 취지문 지금의 무능한 정치는 청년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전세사기로 전 재산을 잃은 청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희생당한 청년, 급류에서 구명조끼도 없이 수색작업을 하다 사망한 해병대도 청년, 빵을 만들다 기계에 끼어 죽은 노동자도 청년, 교실에서 생을 포기한 교사도 모두 청년입니다. 청년들의 죽음 앞에 책임있는 자들은 방관하고 있습니다. 그 어떤 청년의 죽음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사회에서 청년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총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정치권은 사회적 재난으로 인한 청년들의 죽음 앞에 책임있는 반성과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약속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총선에서 청년은 실종되었습니다. 선거는 청년들의 이야기는 없고, 관심 가는 뉴스도 없습니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정치를 모르지 않습니다.  어느 세대보다도 더 높은 투표율이 증명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정치의 무능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무당층’이 되길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치’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현실을 바꿀 수단이 정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선 전에는 청년의 나라를 만들겠다더니 당선 후 온갖 지원책을 없애고, 예산을 축소한 것도 정치였습니다.  R&D 예산 삭감으로 젊은 연구자들과 나라의 미래를 팔아먹은 것도 정치였고, 선거철이 되니 “장학금 주겠다”며 손 내미는 뻔뻔함도 정치입니다.  대한민국 정치가 이정도 수준은 아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슬픔과 좌절을 딛고 일어나 싸웁시다. 우리의 무기는 투표와 참여입니다. 지금의 현실에 실망한 청년의 목소리를 모아 총선에 대응합시다. 윤석열 정권의 2030 세대 피해자들이 동 세대 청년들에게 각자도생을 멈추고, 함께 지금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호소합니다.  윤석열 정권의 가장 큰 피해자인 청년들은 함께 힘을 모아 대한민국이라는 지옥을 바꿔낼 것입니다. 지겨운 절망을 넘어, 내일을 위해 투표합시다.  2024년 3월 28일 2030 유권자네트워크 참가자 일동 /// P.S.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서 여러 대학에 붙은 인증샷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생각보다 많은 대학에서, 여러 학생 분들이 함께해주고 있고 기사도 나오고 있네요.  [기사모음] <3월 21일> [한겨레] “내일을 위해 투표”…동생 숨진 이태원 골목에서 대자보 쓰다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33306.html  [경향신문] “다녀왔다는 이 말, 왜 못 듣게 된 건지…이날이 잊히지 않도록 투표해 주세요”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3212237055#c2b  [뉴시스] 이태원 참사 유가족 "지겨운 절망을 넘어 내일을 위해 투표합시다" [뉴시스Pic]https://news.zum.com/articles/89512221  [오마이뉴스] "지겨운 절망을 넘어서 내일에 투표" 이태원 골목에서 쓰여진 공개대자보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_w.aspx?CNTN_CD=A0003012839  [경향신문] (논설) 언니의 대자보https://m.khan.co.kr/opinion/yeojeok/article/202403211852001    <3월 24일>  [경향신문] 청년을 죽음으로 내모는 정치…바꿔주세요 (1면)https://www.khan.co.kr/politics/election/article/202403242032015  [경향신문] “지겨운 절망을 넘기 위해 ‘대자보’를 붙입니다”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3241738001#c2b    <3월 25일> [경향신문] (사설) 청년 없는 총선, “죽음 내몰지 말라”는 대자보 응답하라https://m.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403251933001#c2b    <3월 27일>  [경향신문] 과학 꿈 다시 펼칠 수 있게, 가장 쉬운 방법은 투표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3272149035  [중도일보] KAIST 물리학과 채동주 씨 "걱정 없이 과학기술 연구할 수 있는 세상, 가장 쉽고 빠른 방법 투표“https://m.joongdo.co.kr/view.php?key=20240327010008832  [디트news24] “과학 꿈꾸는 세상 위해 투표하자” 카이스트에 걸린 대자보https://www.dtnews24.com/news/articleView.html?idxno=768997  <3월 28일> [한겨레] ‘투표’ 대자보에 화답 대자보…“나도 그 물살에 휩쓸릴 수 있었다” (10면)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34087.html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ㅏhttps://omn.kr/2810k
🚀 3년차 스타트업이 연구자 부트캠프 만든 썰 (2)
*Active Research Journal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뉴스레터 입니다. 연구탐사대에서 매주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이 링크 를 클릭하세요. 지난 글(🚀 3년차 스타트업이 연구자 부트캠프 만든 썰 (1) )에서 이어집니다. #2. 부트캠프를 애자일 방식으로 개발하기 위와 같은 계기를 통해 ‘연구자 부트캠프를 만들자’라고 했지만, 3년차 스타트업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연구자 부트캠프 프로그램을 바닥에서부터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희 또한 Beta과정까지 포함하면 5개의 기수가 졸업한 후에야 어느 정도 프로그램이 안정화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동시에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위한 보다 효과적인 커리큘럼을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리뉴얼 또한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 부트캠프가 어떠한 방식으로 개발되게 되었는지를 설명드린다면 연구자 부트캠프의 구성과 취지가 보다 잘 이해되시지 않을까 하여 간략하게 그 과정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0. 시작 : 논문 쓰는 과정 전체를 해킹하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연구탐사대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프로그램은 연구원정 부트캠프가 아닌 ‘연구산악대’라고 불리는 논문리뷰 커뮤니티 서비스였습니다. 일주일에 1편씩 논문을 읽고 리뷰하면서 연구지도를 완성해나가는 챌린지형 프로그램이었죠. 이 당시에는 가장 작은 단위로서 ‘일주일에 1편의 논문을 찾아 읽고 템플릿에 맞춰서 논문 리뷰하기’가 주요 미션이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총 500 여명의 대원들이 1030여편의 논문들을 리뷰했었습니다. 논문리뷰라는 활동은 개개인에게 있어 논문을 찾고 논문의 지식을 습득하고 기록으로 정리하기에는 가볍고 효과적인 활동이었지만, 말 그대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내는 ‘연구’라는 과정에 있어서는 다소 부족할 수 있는 과정이었습니다. 따라서 처음 이 ‘논문리뷰’라는 과정을 시작으로 저희는 ‘논문읽기’가 아닌 ‘논문쓰기’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기본적으로 참고해야 했던 커리큘럼은 당연히 ‘대학원’ 커리큘럼 이었습니다. 대학원이야말로 논문을 쓰고 지식을 생산하는 연구자들을 길러내는 기관이었으니깐요. 하지만 실제 대학원 커리큘럼을 살펴보면서 저희는 대학원의 커리큘럼이 대부분 ‘학과의 핵심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연구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각 연구실별로 도제식 활동을 통해 함께 논문을 써보는 과정으로 훈련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렇다할 표준화된 연구훈련 프로세스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죠. 특히 학과별, 교수님별로 그 편차 또한 컸습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2022년 발간한 ‘인문사회분야 학문후속세대의 연구력 강화를 위한 실태조사 및 과제’라는 보고서에서는 국내 대학원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로 ‘국내 인문사회분야 박사양성모델의 정립’을 들고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어떠한 소양을 갖춘 연구자를 길러내고자 하는지’에 대한 모델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보니 커리큘럼 또한 방향을 잃고 석사과정의 연장선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구실에서 도제식으로 배우게 되는 연구 또한 한정된 개인의 연구습관을 모사하는 방식으로 훈련되다보니 연구방법론이나 연구주제 등에 대해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연구자의 진심을 중심으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커리큘럼을 구성해야 할까?’에 대한 질문을 갖던 중, 저희는 ‘논문 쓰는 과정 전체를 해킹하자’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여러 모양과 방법으로 연구를 수행하지만 결국 연구자들이 생산해내는 지식의 형태는 ‘논문’이라는 형태를 가지고 있고, 논문이 요구하는 형식들을 맞추기 위해서 연구자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룰’이 있었기 때문이죠. 실제 연구방법론과 관련된 여러 책과 지식들에서 이에 대한 학술적 배경들이 나와 있었고, 이를 조합할 때에 저희는 ‘논문 쓰는 과정 자체에 대한 표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결론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연구자 부트캠프의 개발이 시작되었죠. P.S. 저희가 프로그램을 개발할 당시, 연구를 ‘계획’하는 단계까지는 표준화된 프로세스가 구축 가능하고 그것이 큰 의미를 가지지만, 이후 연구를 계획해서 수행하는 단계로 들어오면 연구질문에 따라 데이터, 방법론, 계획 등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표준화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저희는 ‘연구계획’을 수립하는 부트캠프를 먼저 구성하였고, 그럼에도 자신의 주제에 대한 진심과 문제의식에 맞추어 데이터와 방법론을 선택하고 연구를 수행하는 표준화된 프로세스가 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후속 프로그램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1. Beta : 연구자 부트캠프, 가능할까? 저희는 당시 연구산악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원들 중 연구원정 과정에 참여하기 희망하는 대원들을 모집하였고 총 12명의 대원들이 부트캠프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A과정과 B과정으로 나뉘어진 프로그램에서 A과정에서는 연구주제 찾기와 선행연구 학습을 중심으로 연구질문을 만드는 과정을, B과정에서는 양적, 질적 방법론들을 배우고 이를 중심으로 연구계획을 완성하는 과정을 구성하였습니다. 매주 2회의 시간마다 온라인을 통해 세미나가 진행되었고, 주차별로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서 이를 공유하면서 연구를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Beta 과정에서 저희의 화두는 결국 ‘연구자 부트캠프가 정말 실현가능한가’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연구주제찾기부터 선행연구분석, 연구계획까지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구성하였지만 이것을 연구배경이 전혀 없는 대원들이 어느 정도까지 습득해서 어느 수준까지 연구를 할 수 있게 되는가는 실제로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었고, 그에 따라 Beta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많은 부분에서의 수정이 필요했지만 연구자 부트캠프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2회의 세미나 과정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한 경우도 많았고, 커리큘럼이 미처 다 커버하지 못하는 연구의 영역들도 분명하게 존재했지만 본 과정을 통해서 단계마다 과제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연구주제를 발전시켜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저희가 처음 세웠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연구자’가 가지는 잠재력 또한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가덕도 신공항 설립 반대 운동을 하던 중에 이 운동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자 ‘생태학살Ecocide’이라는 개념을 연구하던 대원 분은 관련 대학원에 진학해서 연구를 지속하게 되셨고, 제로 웨이스트샵의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역할을 연구하고자 하는 마케터 출신의 대원분은 부트캠프 이후 석사과정을 지속해서 석사학위논문을 본 주제로 완성하기도 하였습니다. 연구로 발전시키는 과정 자체의 검증일 뿐만 아니라, 이런 부트캠프 방식의 연구가 곧 보다 다양하고 ‘진심이 소실되지 않은 연구’로 이어질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된 자리였죠. 2. 기후위기 1-3기 : 4명의 연구자 이후 커리큘럼을 리뉴얼해서 16주 과정으로 개편하고 본격적으로 광고를 통해 연구원정 1기를 모집했습니다. Beta 과정에서는 기존의 연구산악대 대원들이 대상이기도 했고 완주시 전액환불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었지만, 이제부터는 실제 비용을 지불하고 연구를 배우고자 하는 분들을 모집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총 12명의 대원분들이 1기에 참여해주셨고 16주의 과정을 통해 총 4명의 대원들이 연구계획서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Beta 과정에서는 A과정이 연구질문에 가까운 형태였기 때문에 각자 대원들의 생각은 발전시킬 수 있었으나 뚜렷한 결과물은 보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1기부터는 16주 과정을 통해 연구계획서가 완성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설계되었고 대원들 또한 16주 과정을 통해 연구계획서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최종보고회를 공개보고회로 진행하면서 높은 퀄리티의 연구계획서를 대중 앞에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수료대원들은 Alumni Community를 구성해서 후속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였습니다. 이후 3기에 이르기까지 16주 과정을 기반으로 연구계획서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의 아쉬움은 16주 과정 중에서 연구계획에 대한 파트가 여전히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점과 함께 기후위기 라는 영역에 국한되어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른 파트에 대한 니즈가 계속해서 생기는 와중에 연구자 부트캠프가 ‘기후위기 연구자 부트캠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 부트캠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른 영역에도 본 프로그램을 도입해보는 시도가 필요한 상황이었죠. 3. 기후 1기, 교육 1기, 공공 1기 :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 부트캠프 Ver 1.0 앞선 프로그램을 교훈 삼아 연구원정 커리큘럼의 대대적인 리뉴얼과 함께 주제를 확장한 형태의 대원 모집을 진행하였습니다. 기존에 16주과정 3개 부문(연구주제 찾기, 선행연구 읽기, 연구계획하기)으로 구성된 커리큘럼을 24주 과정 6개 부문(나의 연구주제 찾기, 나만의 커리큘럼 만들기, 나의 연구지도 만들기, 나의 핵심논문 리뷰하기, 나의 연구계획 세우기, 나의 연구 Prototype 만들기)로 확장 보완하였고 기후위기 뿐만 아니라 교육문제, 공공문제에 대한 대원들도 모집을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에 대한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3개 부문 17명의 대원들과 함께 진행하면서 각 영역별로 인원은 줄어들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밀도 있게 커리큘럼의 운영이 가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6개월의 과정이 확실히 체계화되면서 그 난이도 또한 어려워졌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대원들의 숫자 또한 많아졌습니다. 낙오하는 비율 또한 적지 않았구요. 그럼에도 모든 과정을 견디어내고 연구계획서를 완성하신 분들의 이야기는, 그 어느 때보다 순도 높은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의 전범이라 볼 수 있는 연구들이었습니다. 그 연구들을 가지고서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이 이번 2월에 개최되었던 2024 연구원정 LAUNCH Conference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연구자 부트캠프 또한 그 틀을 확실히 갖추기 시작하였고, 영역을 막론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위한 ‘길’을 어느 정도 구성하기 시작하였죠. 사실 영역이 확장되면서 보다 다양한 논의들이 연구 공동체 안에서 오갈 수 있었고, 그에 따라 각 단계들의 의미 또한 더욱 확실하게 커리큘럼 속에 자리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 각 부문별로 기계적으로 4주 과정을 구성하면서 루즈해진 영역이 없지 않았고 중복되어 보일 수 있는 커리큘럼 부분에 대한 효율화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동시에 매주 같은 요일의 세미나가 확정되어 있다보니 해당 요일에 시간을 내지 못하는 이들의 참여가 어려웠고, 주 3회동안 진행되는 세미나 운영으로 인해 운영진의 업무 또한 과중해지고 있었습니다. 세미나 자체에 의존하는 학습모형보다는 연구습관을 기르고 주도적으로 연구를 훈련하는 프로그램의 구성이 시급해졌죠. 4. 연구원정 부트캠프 : 부트캠프는 시작점이다. 그에 따라 이번 모집에서는 총 5개 부문(기후위기, 도시문제, 인권문제, 교육문제, 기타 사회문제)으로 부문을 확장하면서 동시에 매주마다 미션을 인증하는 형태로 운영방식을 전환하였습니다. 부문을 막론하고 자유롭게 일요일 저녁마다 참여하는 위클리 밋업에서 서로의 연구들을 피드백하고 응원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했고, 프로그램 또한 24주 과정을 다시 압축한 16주 과정으로 전면 개편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전체 연구계획 과정을 배우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도록 밀도를 높였습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연구원정 부트캠프가 그저 ‘16주 동안 연구기초를 배우는 과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진행될 ARC(Active Researcher Crew) 과정을 비롯해서 사회문제해결형 연구를 실제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기초훈련과정’이라는 자리가 확실해졌다는 것입니다. 기초훈련을 통해 훈련을 배운 이들은 커뮤니티에 소속되어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게 되고, 연구를 수행하면서 연구를 더 깊이 배워가는 과정 속에 훈련되는 것이죠. 자리들이 선명해지자 저희의 역할 또한 선명해졌고, 이를 토대로 현재 연구원정 부트캠프의 모집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2024년 상반기 연구원정 부트캠프는 총 34명의 대원들과 함께 막을 올렸습니다! ARJ에서도 대원들의 연구여정을 전달드릴 예정이니 계속해서 함께 관심 가져주세요! 5. 소결 : 애자일 방식으로 부트캠프를 발전시킨다는 것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저희는 ‘부트캠프’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이나 경험을 가졌던 것도 아니고, 부트캠프라는 것이 기존에 존재했던 과정이었던 것도 아닙니다. 전혀 존재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 일련의 실험 과정이 필요했고 그 과정을 반복한 후에 보다 나은 형태의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었고, 프로그램 자체가 계속해서 진화하는 프로세스 또한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했던 것은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의 양성’이라는 연구원정 부트캠프의 비전과 ‘부트캠프’라는 방식에 대한 구심점을 확고하게 잡고,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프로그램을 테스트하고 발전시켰다는 점입니다. 물론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부트캠프의 특성상 그 발전속도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매 기수마다 이전 기수의 회고를 바탕으로 절반 정도는 새롭게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발전시키면서 보다 빠르게 원하던 목표에 가까운 부트캠프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저희 나름대로 배운 ‘애자일(Agile)’ 방식이자, 동시에 연구자분들에게 ‘애자일 연구’에 대해 소개시켜드리기 전에 저희 나름대로 수행하면서 터득하게 된 저희만의 ‘애자일 연구’이기도 합니다. #3. 나가며 : 부트캠프 그 이후 연구원정 부트캠프는 올해 중에도 대규모 리뉴얼을 앞두고 있습니다. 비단 논문과정에 국한되어 있던 프로그램에 대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형태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죠. 선행연구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이론적 논의만을 탐색하는 것을 넘어 문제와 관련된 개념, 맥락, 역사, 사례 등을 체계적으로 탐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한편, 그 표현 방식에 대해서도 학술적인 방식의 논문 뿐만 아니라 심층기사, 정책제안서, 무브먼트 기획 등으로까지 다변화할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협력 기관들과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들은 프로그램이 개발되는대로 함께 공유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어쩌면 ‘부트캠프 특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부트캠프에 대해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게 되었는데요. 부트캠프에 대해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께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고 인사이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 호에서는 부트캠프를 넘어 저희가 꿈꾸고 있고 만들어나가고 있는 ‘사회문제를 연구하는 커뮤니티’에 대한 구성, 그리고 사회문제해결의 유니콘이라 할 수 있는 ‘ITT(Indie ThintTank)’에 대해 깊이 있게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보다 길어진 뉴스레터 상 부트캠프를 먼저 소개해드리게 되었고, 다음 호에서 더 깊이 있게 저희의 꿈에 대해 나눠드리고자 합니다. 글을 적으면서 돌아볼 때에 연구원정 부트캠프가 많은 고민과 시도들이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분들의 응원과 관심 덕분에 여기까지 만들 수 있었음을 다시 한번 새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만이 만들어 간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관심 갖고 응원해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과정 속에서도 계속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위해 프로그램들 또한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테니깐요. 관심 갖고 지켜봐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호에서 뵙겠습니다-! *2024년 상반기 연구원정 부트캠프는 총 34명의 대원들과 함께 막을 올렸습니다! ARJ에서도 대원들의 연구여정을 전달드릴 예정이니 계속해서 함께 관심 가져주세요! 다음 기수 알림신청을 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연구원정 부트캠프 알림신청 액티브 리서치 저널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전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나머지 이야기를 미리 읽고 싶으신 분들이나 구독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Active Research Journal 뉴스레터 구독하기
내 이름은 김재경, 시민팩트체커죠.
 ‘명탐정 코난’(이하 코난)은 만화책 기준 올해까지 약 30년째 연재중인 유명한 추리 만화다. 필자는 애니메이션으로 코난을 자주 봤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증거들을 수집해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코난의 모습이 정말 멋있고 재밌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코난 만화에 대한 흥미는 떨어졌지만, 비슷하게 내 눈길을 사로잡는 게 있었다. 바로 JTBC의 ‘팩트체크’코너다. 수많은 가짜 정보(뉴스)를 ‘의심’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에 대해 일반 시민들도 알기 쉽게 근거를 들며 통쾌하게 검증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팩트체크는 멋있고, 나도 따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와중, 캠페인즈에서 시민팩트체커를 모집하고, ‘시민팩트체크 기초 교육’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해 빠르게 신청했다. 나는 전체 교육 중 2회차와 3회차 교육을 들었다. 팩트체크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들 중 인상깊었던 점 3가지를 후기로 남기고자 한다. 우선, 팩트체크 대상을 찾는 건 쉬우면서 어렵다.  팩트체크 교육중에 인상 깊었던 예시가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현장이라며 틱톡에 돌아다니던 영상을 검증한 것인데, 영상 속에 등장하는 호텔을 구글 어스에 검색해 영상과 동일한 구도의 이미지를 찾았던 것이다. 이런 팩트체크의 경우, 크게 품을 들이지 않고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팩트체크 아이템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본격적인 팩트체크를 하지 않을 때는 왠지 많이 본 것 같은 허위정보들은 사실 평소에 꼼꼼하고 비판적으로 여러 정보를 수용하는 태도를 가져야 볼 수 있다는 점을 느꼈다. 실제로 내가 선정하고 준비한 팩트체크 아이템인 ‘의대 정원 확대의 공익성’의 경우, 검증하기가 너무 까다롭기도 하고 이미 검증된 내용도 많아 새로 팩트체크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팩트체크 교육에 참가한 다른 사람들이 준비해온, 재밌거나 검증하기 용이한 팩트체크 아이템을 보며 ‘와 세상은 넓구나’라는 감상이 들었다. 다음으로, 팩트체크의 정의에 대해 보다 명확한 기준을 가지게 되었다. 팩트체크 교육을 듣기 전에는 막연하게 팩트’체크’니까, 단순히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게 팩트체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히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것은 ‘핵심 요약, 배경 확인’에 불과했다. 팩트체크는 1)검증대상이 존재하며 2)객관적인 자료를 활용해 3)사실관계를 검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검증할 대상이 실제로 공익성,중대성,시급성을 가지는지도 판단해야 했다. 예를 들어, 내가 어제 먹은 저녁 메뉴에 대한 팩트체크는 공익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중대사항도 아니며 시급하게 검증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팩트체크는 중립을 지키고 투명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평소 사회문제에 대한 글을 쓸 때도 보다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 의견과 주장을 펼치는 글 위주로 작성해왔다. 이 습관이 팩트체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자꾸 드러나려고 했지만, 팩트체크에는 팩트체커의 입장이 반영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확실히 배워 신경쓰며 팩트체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또한, 팩트체크 과정에서 사용된 근거나 방법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다른 사람이 똑같이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배웠다. 저작권을 지키는 걸 포함해서 이런 원칙들은 평소에 다른 글을 쓸 때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팩트체크는 다른 글 종류와 다르게 사실에 대한 검증을 다루고 있으므로 더 엄격하게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시민팩트체크 교육을 들으며 알게 된 심주형님의 아이템을 가지고 공동으로 팩트체크를 진행하고 있다. 팩트체크 교육을 들으면 팩트체크의 이론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내가 팩트체크를 진행해보고 이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으며, 좋은 동료 팩트체커와 함께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코난처럼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것은 현실에서 어렵겠지만, 가짜 뉴스를 보며 눈살이 찌푸려졌던 경험이 있다면 한 번쯤 가짜 뉴스라는 범인 잡기를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자 한 명을 길러내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 어김없이. (2)
*Active Research Journal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뉴스레터 입니다. 연구탐사대에서 매주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이 링크 를 클릭하세요. 지난 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자 한 명을 길러내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 어김없이. (1) )에서 이어집니다. #2.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꿈은 이렇게 컸지만, 해나가야 할 일은 너무도 많고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도 적었습니다. 지금 당장 개인 혹은 작은 조직에 불과한 우리가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지면서 하나하나씩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보기 시작했습니다. 1. 씨앗은 있다 먼저 확실한 것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씨앗이,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 연구의 역할에 대해서는 앞선 글들에서 소개했던 베버리지 리포트 등과 같은 사례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았고, 동시에 이미 연구 현장에서 사회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씨름하고 있는 많은 연구자분들을 만나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구자 한 분 한 분에 대해서는 천천히 설명 드릴 기회가 있겠지만, 오늘은 ‘연구활동가(액티비스트 리서처, Activist Researcher)’에 대한 개념에 대해 대표적으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연구활동가 연구활동가(액티비스트 리서처, Activist Researcher)는 연구자 중에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와 활동을 병행하는 연구하는 활동가, 활동하는 연구자로 이야기합니다. 이 개념에 대해서 ‘아시아 다음세대 연구자 교류협력 플랫폼 구축방안 연구’라는 연구를 수행한 LAB2050에서는 아래와 같이 액티비스트 리서처의 특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해법을 찾는 연구자: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론과 현실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적극적으로 분석하는 사람. 학계와 시민사회의 협력자: 연구자와 활동가의 간극을 메우고자 하며, 연구와 활동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협력의 주체. 이행기의 청년 연구자/활동가: 학교에 있지만 현장에서 실험하고자 하는 청년 연구자. 활동가이면서 연구를 위해 학교에 가는 것을 고민하는 청년 활동가 활동의 체계적 구축자: 활동의 경험과 깊이를 연구자의 전문성으로 체계화시키고 사회적 임팩트의 지점을 짚어내고자 하는 사람.  ‘N포 세대’를 ‘액티비스트 리서처’로 호명합니다 이와 같이 연구활동가는 ‘연구, 활동, 공론화’에 있어서 셋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셋의 연결과 융합을 주도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렇게 될 때에 이 세 가지의 연결과 융합이 ‘무엇을 위함인가?’라는 질문을 가져갈 수 있겠죠. 이것은 결국 연구, 활동, 공론화가 지향하고 있는 ‘사회문제의 해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음을 알고 또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서울시 청년허브에서 개최한 <아시아의 청년들, 도시 삶의 연구자가 되다>라는 연구활동가 컨퍼런스에는 연구자들이 전체 강연장을 꽉 채울 정도로 많은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실제 LAB2050에 연구를 의뢰한 서울시 청년허브에서는 2019년 AYARF(Asian Youth Activist Researcher Fellowship)이라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진행하기도 했었습니다.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서 연구계 안에도 ‘그냥 연구와 다른 결을 가진 ‘연구활동가(Activist Researcher)’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구나에 대한 감각들이 생겨났던 것을 기억합니다. 다만 AYARF의 경우, 2회 이후 프로그램이 중단되었고 이후 추가적으로 연구활동가를 위한 프로그램들이 등장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나마 ‘연구활동가의 문제해결플랫폼’을 지향하는 LAB2050에서 계속해서 연구활동가의 개념과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계시고, 실제 저희 컨퍼런스에서도 연구활동가의 개념에 대해 발제를 해주신 바 있으십니다. 사회 문제 해결의 삼위일체, 연구활동가 - 윤 형중의 토론 | 캠페인즈 연구활동가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반응하는 연구자들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여러 활동과 사례들이 발굴되었다는 점, 그리고 그 당시의 문제의식과 대안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은 보여줍니다. 연구활동가 : 생태계의 씨앗 저희가 특히 이러한 ‘연구활동가’라는 개념에 집중하게 된 것은, 그 자체로 ‘연구활동가’라는 존재가 가지는 3가지 특성 자체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어 ‘스타트업’이 가지는 3가지 특성과 맞물렸기 때문이었죠. 스타트업에서는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는 3가지 요소로 ‘기획, 개발, 디자인’을 꼽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을 만든다고 할 때에 먼저 그 문제에 대한 ‘기획’이 필요하구요. 그 기획을 실제로 구현해줄 수 있는 ‘개발’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개발된 제품이 소비자에게 원활하게 전달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죠. 세가지 요소의 결합을 통해 스타트업은 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창출합니다. 이 세 가지 요소의 프로세스가 문제해결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활동을 전개해서, 그 전개한 활동에 대한 공론화를 수행하는 3가지 요소의 프로세스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는 결국 스타트업과 연구활동가의 작동원리(Dynamic)가 비슷하지 않을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이는 곧 스타트업 생태계 같은 울창한 숲을 이 작은 연구활동가라는 씨앗 속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죠. 2. ‘길’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씨앗을 어떻게 울창한 숲으로 키워낼 수 있을까요? 그저 연구활동가들이 각자 개인기로 살아남아야 하는 이 삭막한 현장에서 역동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If you want to build a ship, don't drum up the men to gather wood, divide the work and give orders. Instead, teach them to yearn for the vast and endless sea.- 생텍쥐페리, 어린왕자의 작가 그것의 시작은 ‘길’과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비전에 공감하는 연구자들이 모여야 했고, 그들이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할 수 있는 장이 필요했습니다. 그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필요해’라는 이야기에서 끝나서는 안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어야 했고, 그러한 연구가 기존 연구와 다른 점은 무엇이고 그 다른 점을 통해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 확실하게 연구자를 설득하고 예비연구자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야 했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 또한 처음에 이들이 이야기하는 ‘사업’이라는 것은 수백년 전부터 존재하던 돈을 버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고안해낸 ‘스타트업 창업방법론’이라는 것은 기존의 기업과 선명하게 다른 특징들을 가집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예비창업기부터 창업기, 성장기, 도약기와 엑싯 이후까지의 생애주기에 대한 길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처음 창업정보를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각 단계별로 투자의 단계가 다르고, 시드투자부터 시리즈 A,B,C 등 단계별 용어들과 해야 할 일 등이 어느 정도 표준화 되어 있죠. 물론 모든 스타트업들이 이 순서를 따르는 것은 아니고, 이것에 대한 강제성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처음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들어왔을 때에 이러한 나아가야 할 ‘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그 차이가 크게 나게 됩니다. 또한 지원사업들에 있어서도 각 단계에 맞는 필요와 내용들에 대한 지원 등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여러 성공사례들이 축적되면서 그것이 또 다른 기업들에게 Reference가 되어주는 등 그에 맞는 ‘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길’은 의도를 가지고 임의로 닦은 도로라기보다는 모두가 지나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도보와 같은 모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가 녹아들어 있고, 동시에 같은 길을 지나던 이들이 함께 동료의식을 느끼면서 이 길을 끝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돕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게 되는 것이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길의 ‘목적지’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속칭 유니콘(Unicorn)이라 불리는,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기업이 되는것은 모든 스타트업들의 꿈과 같습니다. 그 꿈을 실제로 이루고 산업을 혁신하는 경우들도 많고, 이에 성공한 유니콘 기업들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재투자하는 일들도 많이 일어납니다. 이와 같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심에는 ‘스타트업 창업방법론’이라는 ‘길’이 존재하고 그 길을 중심으로 그 길 위를 나아가는 스타트업들과 그 스타트업들을 돕는 여러 조력자들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 것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는 마치 한 생태계에서 씨앗으로 시작한 생명이 어떻게 거대한 나무가 되는지에 대한 ‘생애주기’를 보여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하는 씨앗의 생명력을 돕기 위해 서로 얽혀있는 먹이사슬과 공존의 상호작용이 생태계를 더욱 역동적이고 풍성하게 하는 것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길’을 찾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연구자가 실제 그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해결에 도움이 되는 자리까지 나아가는 그 길에 대해서 말이죠. 3. 연구원정 부트캠프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의 길 닦기 그 길을 직접 만드는 방법 중에 하나로 저희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 부트캠프’를 개발했습니다. 부트캠프(Bootcamp)라는 것은 원래 신병훈련소를 뜻하는 단어로, 민간인이 신병훈련소를 통해 군인으로 거듭나게 되듯이 부트캠프의 집중훈련과정을 통해 전문기술을 습득하는 교육훈련을 의미합니다. 실제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단기간에 훈련시키는 개발부트캠프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총 16주의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 부트캠프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란 누구인가에 대한 저희 나름의 정의와 필요한 기술들을 중심으로 기존의 연구방법론을 ‘연구자의 진심’을 중심으로 연구할 수 있는 역량개발에 초점을 맞춰서 개발한 프로그램입니다. 연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자신의 연구주제 찾기부터 연구에 필요한 선행연구를 찾고 학습하는 법, 연구가설을 수립하고 연구계획을 세우는 법 등에 대한 활동들을 배우게 되고 이를 토대로 자신만의 연구계획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진행되는 활동은 대학원의 과정과 사뭇 다릅니다. 대학원이 해당 학과의 핵심이론을 공부하는 것에 커리큘럼의 중점을 두었다면, 저희는 자신이 풀어내고자 하는 사회문제에 대해서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이 중에서 자신이 학습하고 연구할 수 있는 주제를 보다 구체화하고 뾰족하게 만들어내는 데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리고 스스로 필요한 논문과 지식을 찾아서 습득하고 정리하고 기록할 수 있도록 관련된 툴들을 제공합니다. 네, 맞습니다. 저희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 방법론’을 저희가 직접 개발하기로 결심했고, 개발한 연구방법론을 가지고 사회문제 해결에 진심인 연구자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교육부의 인가를 받은 정식 학교도 아니고, 저희의 방법론 또한 새롭게 고안한 특출난 방법론이 아니라 연구자들이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는 노하우들을 커리큘럼화 한 과정입니다. 말 그대로 ‘사회문제해결형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이 걸어간 자리들을 ‘길’로 만든 셈이지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희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해서 그러한 연구가 존재하고, 그러한 연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그러한 연구 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 취지에 공감해 준 13명의 사회문제해결형 신진연구자들이 저희와 함께 해주셨고 실제 연구멘토로 함께 활동해주고 계십니다. 2022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연구원정 부트캠프는 2022년 베타테스트를 마치고 2023년 기후위기 1기를 시작으로 현재 기후위기 4기와 공공문제 1기, 교육문제 1기가 활동을 마치고 수료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지금 3월 14일까지 2024년 상반기에 함께 연구를 훈련할 연구대원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아직 새싹 같은 연구자들일지 모릅니다. 부트캠프 또한 ‘연구계획서’까지 만드는 프로그램입니다. 실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그리고 그 연구가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부트캠프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길을 닦기 시작했고, 이 부트캠프를 시작으로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들을 모으고, 예비연구자들을 길러내면서 정말로 사회문제의 대안을 연구할 수 있는 연구공동체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진심, 도전, 협력’의 문화를 가진, ‘역동적인 문제해결 지식생태계’를 말이죠. #3. 나가며 : 연구탐사대를 소개합니다 다음 호에서는 연구원정 부트캠프를 제작할 때에 어떠한 고민과 난관에 부딪쳤는지, 그리고 그것을 나름의 어떤 방식들을 통해 극복하고 있는지에 대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동시에 부트캠프를 시작으로 본격젹인 사회문제 연구 커뮤니티로 구축하고자 하는 ARC(Active Researcher Crew)와 저희가 궁극적으로 양성하고자 하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계의 유니콘 기업인 ITT(Indie Thinktank)에 대해서도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연구원정 부트캠프를 시작으로, 저희가 하고 싶은 일은 정말 많습니다. 이제 막 시작단계이고, 저희의 계획은 1,2년 짜리가 아니라 30년, 50년짜리 계획입니다. 생태계를 일구고자 하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으니 그 정도로 길게 바라보는 것은 당연하게 가져야 할 자세이겠죠.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의 성과와 성패에 좌지우지되기 보다 차근차근히 저희만의 실력을 쌓아나가면서 그렇게 단단한 생태계를 구축해나가고자 합니다.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함께 하실 분들도 너무 환영이구요. 저희와 함께 이런 연구들을 수행해나가실 분들, 연구자들과 함께 협력해서 실제 사회문제 해결에 뛰어드실 분들도 모두 환영입니다. 이번 호에서 미처 설명드리지 못했지만 가장 많은 고민이 되는 ‘자원’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도 저희의 계획을 곧 소개드릴텐데요. 관련해서 이런 생태계를 지지하시는 후원자분들이나 기관, 재단 등도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저희에게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공부하면서 아래 문장이 가장 많이 와닿았었습니다.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속담이라고 하는데요. 정말 좋은 연구, 정말 좋은 연구자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그 연구자가 연구를 끝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공동체와 마을, 생태계가 너무나도 필요합니다. 그런 연구생태계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저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긴 편지 끝까지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호에 뵙겠습니다! *D-1! : 3월 14일(목) 까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시작부터 함께 배울 수 있는 <연구원정 : 부트캠프> 상반기 대원 모집을 모집 중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함께 신청해주세요.(아래 그림 클릭!) 액티브 리서치 저널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전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나머지 이야기를 미리 읽고 싶으신 분들이나 구독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Active Research Journal 뉴스레터 구독하기
bada
시티즌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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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알못’이 팔레스타인 평화 집회에 가봤습니다
이 글은 시티즌패스의 '팔레스타인 평화를 바라는 집회, 같이 가요!'의 후기이지만 사실 저는 평화를 그렇게 깊게 고민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태어났을 때도 전쟁의 위협은 없었고, 살아오는 내내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면 ‘전쟁과 내 삶은 큰 연관이 없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새벽에 능률이 가장 높은 새벽형 인간입니다.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주중엔 어쩔 수 없이 일찍 일어나지만 주말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새 나라의 어른(?)으로 살고 있는데요. 그래서 시티즌패스의 ‘팔레스타인 평화를 바라는 집회, 같이 가요!’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도 고민했습니다. 이제 막 일어나서 비몽사몽 할 시간인 토요일 낮 1시에 진행되는 집회는 큰 마음을 먹어야 참석이 가능했습니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잔뜩 들어찬 토요일 아침 힘겹게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청계천 광장이 집에서 멀지 않아서 금방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꽤 쌀쌀한 날씨에 차가운 바람이 잠에서 깨라고 독촉했고, 긴 시간 앉아있을 생각을 하니 카페인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평소엔 잘 마시지 않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10분 정도 일찍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전쟁을 만드는 나라의 시민으로 살고 싶지 않다" 찬 바람에도 멸종반란의 집회엔 7명의 이야기와 하나의 시, 하나의 연주로 진행된 오픈 마이크에서 전쟁의 종식을 바라고,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이 나왔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각자의 삶에서 평화를 바라는 마음들이 모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전쟁의 종식을 바라며 팔레스타인 아동의 입장에서 편지를 쓰고, 누군가는 시를 쓰면서, 또다른 누군가는 이스라엘산 자몽과 복숭아의 소비를 보이콧하면서 평화를 꿈꿨습니다.  특히 인상깊었던 몇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려 하는데요. 이날 오픈 마이크에서는 전쟁없는 세상 쭈야, 펭귄 활동가가 발언뿐만 아니라 연주를 통해 전쟁의 종식을 바라는 마음을 나누어주셨는데요. 두 활동가는 지난해 6월 대한민국 방위사업전 행사에서 전쟁을 위한 무기 수출을 반대하며 장갑차 위에서 연주를 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장갑차 위에서 연주했던 곡을 오픈 마이크에서 연주하며 쭈야 활동가는 “우리가 낸 세금이 국제 전쟁에 쓰이고 있음을 목격"했다며 “전쟁 만드는 나라의 시민으로 살고 싶지 않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단체의 활동 사례를 공유한 경우도 있었는데요. 피스모모는 올해 1월 해외 미군 반환기지의 환경오염 문제를 연구로 환경재단의 연구지원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선정 이후 환경재단이 자체 ESG 플랫폼에서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무기 제조 기업을 높게 평가한 점을 확인했고, 그린워싱 문제 제기와 함께 지원사업 참여를 취소했습니다. 피스모모 뭉치 활동가는 “무기 기업들이 장난치듯이 쓰는 돈에도 시민사회가 영향을 받는다”라며 “우리의, 삶과 전쟁 무기 산업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직시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뭉치 활동가는 침기자들에게 “지치지 말고 무력하지 말고 행동으로 함께 가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찬바람 속에 진행된 멸종반란의 집회는 각자가 생각하는 전쟁의 종식 방법을 적어 붙이고, 크게 외치며 종료됐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연대할 수 있다면 이날의 집회는 가까운 장소에서 이어서 진행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의 10차 집회로 이어졌습니다. 아쉽게도 긴급행동의 집회는 끝까지 함께 하진 못했습니다. 찬 바람을 함께 맞으며 집회에 참여한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토요일 오후 지하철에서 다양한 생각을 했습니다. 평화 ‘알못’인 저는 집회에 참여하며 ‘저 사람들은 왜 자기 일이 아님에도 저렇게 열정적일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참여하면서 생각해 보니 질문이 틀렸더라고요. ‘자기 일이 아님에도 열정적인’ 게 아니라 ‘우리 일이기 때문에 열정적인’ 게 맞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집회에 참여해서 앉아있는 시간은 각자의 이야기, 음악, 시를 들으면서 평화란 무엇인지, 왜 우리가 저 멀리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함께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시티즌패스를 통해서 집회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아마도 부족한 잠을 채우며 보냈겠죠? 그래서 다음에도 집회에 갈 거냐고요? 어… 솔직히 토요일 낮 1시는 저에겐 너무 힘든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시티즌패스의 다른 집회 참여 모임을 보면서 고민은 조금 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집회에 가서 앉아있는 대신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스라엘산 복숭아, 자몽의 소비를 멈추는 일부터 당장의 이익보다 소신을 지키는 연구를 응원하는 일까지 할 수 있는 일이 많겠더라고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 할 수 있는 일들로 연대하며 세상을 바꾸는 동료 시민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자 한 명을 길러내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 어김없이. (1)
*Active Research Journal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뉴스레터 입니다. 연구탐사대에서 매주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이 링크 를 클릭하세요. 지난 시리즈에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는 데에 마주하는 장애물들에 대해 설명을 드렸었는데요. 이번 시리즈에서는 저희가 그 장애물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의 어떤 면을 주목하게 되었고, 그것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계에 어떻게 접목시키고자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 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첫번째 스텝으로 왜 저희가 ‘부트캠프’라는 것을 기획하게 되었는지도 설명 드리고자 해요. 자연스럽게 광고글이 되는 것 같은(?) 흐름이지만, 저희가 개발하는 부트캠프와 커뮤니티 서비스는 어쩌면 저희가 고민하고 지향해오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 그리고 그러한 ‘역동적인 문제해결 지식생태계’를 만드는 가장 주요한 채널입니다. 그렇기에 독자 분들에게 왜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 취지를 적극적으로 설명드리고, 또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여정 속에서 적극적으로 이야기들을 나누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스타트업 생태계 : 먼저 온 미래 앞선 글에서 설명드렸듯이, 저희가 주목한 ‘스타트업 생태계’는 unknown unknowns(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와 같은 환경을 동일하게 마주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등장한 새로운 흐름이었습니다. 물론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서만 설명하는 데에도 글 한편, 어쩌면 책 한 권이 필요할 지 모르지만, 이 중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활성화하는 데에 있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참고할 수 있는 요인들을 뽑아보았어요. (1) 시작 : ‘그럴거면 너가 대표 하던가’ 어쩌면 연구자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주제의 연구를 가져 갔을 때 교수님께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는 ‘그건 너 정교수 되고나서 해라’는 말일지도 모르겠어요. 이 말은 한편으로는 배움에도 순서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연구자로 성장하는 프로세스가 그만큼 경직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 누군가가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있을 때에 그것을 가지고 회사로 가게 되면 ‘너무 좋은 아이디어이니 당장 시행해보세요’라는 이야기를 듣기보다, ‘그럴거면 너가 대표하던가’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사업 아이디어의 질에 상관없이 결국 회사 안에서도 신입사원부터 대리, 과장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프로세스가 있고 그 프로세스를 지키면서 사원이 성장할 때 그 직급에 맞는 일들이 주어지게 되죠. 하지만 그러다보니 앞서 언급한 unknown unknowns(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라는 환경에 기업이 적응을 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회사 내의 프로세스라는 것 또한 회사가 자체적으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직급에 따라 습득하는 과정인 것인데, 회사 밖의 시장환경은 기존의 노하우와 경험이 무용지물이 되는 혼란한 상황이 닥쳐오게 되었으니깐요. 그러면서 ‘회사의 노하우를 직급에 맞춰 차근차근히 배우면서 성장하는 프로세스’가 아닌, ‘지금 당장 시장환경에 뛰어들어서 직접 부딪쳐보면서 시장의 기회와 혁신을 찾는 기업활동’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고 그러한 흐름이 ‘스타트업 생태계’라는 새로운 영역을 등장하게 됩니다. ‘그럴거면 너가 대표하던가’라는 말에 ‘그래요 제가 대표할게요’라며 창업전선에 뛰어든 이들이 기존 기업보다 훨씬 혁신적이고 유연한 서비스를 개발해서 시장을 선점하는 상황들이 펼쳐지게 된 것이죠. (2) 스타트업이 혁신의 대명사가 된 요인 3가지 : 진심, 도전, 협력 스타트업 생태계가 어떻게 혁신의 대명사가 되었냐는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저희가 참고해볼만한 요소는 크게 3가지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여러분이 만드는 프로덕트는 여러분이 원하는 미래입니다.소비자들은 여러분의 미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죠.항상 승리할 수 없더라도 여러분이 원하는 걸 만드세요.그것만이 주변 사람들과 여러분의 동료를 감동시킬 수 있습니다. 개인의 창작에서 시작된 무언가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팀을 이뤄 그 결과가 위대한 제품으로 거듭난다면 어떨까요?그런 제품들은 많은 사람들을 깨우치게 할 것이고,더 많은 사람들이 그 제품을 찾게 될 겁니다. - 잭 도시(Jack Dorsey), Twitter(X) 창립자 먼저는 진심 입니다. 갑자기 왠 진심?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스타트업의 시작에는 항상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가 존재합니다. 시장의 환경이 있고, 그 환경에서 발생하는 고통의 요인(Painpoint)들이 있고, 그 요인들을 해결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존재하죠. 스타트업은 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을 계속해서 발전시키면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을 선점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아이디어에 대한 진심’이 스타트업의 전부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많은 학습과 시행착오, 이를 통한 전략의 변화가 있지만 큰 틀에서 풀고자 하는 시장과 문제, 그리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는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것을 한편으로는 기업의 ‘미션’이라고 부르죠. 이 미션을 중심으로 사업을 구성하면서 미션이 짧게는 3-4년, 길게는 정말 20-30년이 걸릴 정도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제품을 설계하고, 테스트하고, 발전시키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려갑니다. 기존의 기업에서 ‘시키는 일을 하던대로 하는 것’이 주 업무가 되고 주어진 매뉴얼대로 ‘시키는 일을 잘 하는 것’이 초점이었다면, 스타트업에서는 문제를 풀기 위한 아이디어와 ‘미션’이 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함께 제품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초점이 되는 것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연구는 어떨까요. 이번에 써야 하는 논문, 이번에 해야 하는 연구용역, 주된 초점이 ‘어떤 연구를 할 것인가’ 이상으로 ‘주어진 방식대로 연구를 해내는 것’과 ‘시키는 일을 잘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채로 연구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지는 않나요. 여기에서, 정말 10년짜리 20년짜리 ‘미션’과 ‘목표’를 가지고 그에 맞는 일련의 연구계획을 우리가 세울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요. 단회적인 ‘프로젝트’가 아닌, 미션을 달성하는 ‘프로덕트’로 연구를 바라보고 이를 계획한다면 우리는 어떤 연구를 할 수 있게 될까요? 두번째는 도전 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속칭 ‘애자일(Agile)’이라는 방법론이 존재합니다. “프로세스를 짧게 가져가면서 결과물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사이클을 반복해서 변화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방법론”이라고 불리는 이 방법론은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빠르게 실패하고 학습해서 발전시키는 방법론’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unknown unknowns(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의 시장환경 속에서 보다 중요시되는 것은 지금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의 완성도 자체보다, 얼마나 제품이 빠르고 유연하게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는가가 되기 시작했어요. 시장환경과 고객의 수요가 계속해서 빠르게 변화하다보니, 하나의 masterpiece를 만드는 것보다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수요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면서 발전해나가는 제품이 더욱 인기를 끌게 된 것이죠. 2007년에 처음 출시된 아이폰을 2024년 현재 출시되는 아이폰15과 비교했을 때에 전혀 다른 제품이 되어 있는 것과, 그 사이에 15번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발전되어 온 것이 대표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거의 매년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하고, 그에 대한 시장반응을 확인하면서 추가된 기능이 사라지기도 하고 시범운영되던 기능이 전면화가 되기도 했죠.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이번 제품이 얼마나 완성도 높은 ‘masterpiece’인가 보다 일단 출시를 해서 현장의 반응을 살피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나은 제품을 다음 버전에 출시하는 것이 됩니다. 물론 품질에 대한 기준선은 유지하지만 보다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더 나아가 ‘실패를 장려하는 문화’가 생겨나게 됩니다. 실패는 그 자체로 실패가 아니라 도리어 더 나은 학습을 위한 시도가 되는 것이고, 실패가 두려워 아무 시도도 하지 않을 때에는 불확실한 현장에 대한 정보를 아무것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실패한 시도보다 못한 결과를 낳게 되는 셈이죠. 그러면서 실패를 ‘학습’으로 바라보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이에 따라 앞서 언급한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보다 과감한 실험들이 쉽고 빠르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도 연구를 돌아보자면, 결국 Publish or Perish라는 문화를 뗄레야 뗄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연구 자체가 현장에 대해서 얻게 되는 인사이트와 정보가 무궁무진함에도, 학회의 심사를 통과하지 않은 연구는 연구로 취급되지 못하는 현실은, 그리고 Publish 된 논문으로 연구자를 평가하는 문화는 결국 실패하는 과감한 시도보다 성공할만한 시도만을 하게 만들고 그것이 미션에 다가가는 데에 소극적인 문화를 만들게 되기도 하지요. 학술적인 엄밀함을 놓쳐서는 안되는 영역이 분명하게 존재하지만, 연구계 안에서도 연구를 빠르게 도전하고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학습해서 보다 나은 도전을 할 수 있는 연구문화가 만들어진다면, 우리는 어떤 연구를 할 수 있게 될까요? 마지막으로는 협력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제품들은 디지털 제품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주로 제품을 만들게 되는데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기본적으로 ‘오픈 소스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스 코드를 개방하고 공개하고 공유하는 문화인 셈이죠. 그 대표적인 것이 ‘라이브러리’라고 할 수 있는데요. 프로그래밍 언어별로 각 기능들을 구현할 수 있는 소스블록들을 ‘라이브러리’라고 명명하고 이를 모아서 서로 공유합니다. 특정 기능을 구현하고 싶은데 그 개발코드를 알고 싶을 경우, 이 라이브러리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먼저 구현한 전세계 개발 고수들의 코드를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이죠. 동시에 Stack Overflow나 Github 등에서는 개발자가 개발하는 과정에서 갖게 되는 궁금증들을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장이 형성되어 있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개발자들을 위해 그 Q&A들이 모두 공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개발자들은 얼마든지 개발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답을 받을 수 있는 지식창고가 있는 셈이죠. 개발자들 간의 지식들이 빠르게 공유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보니 신입 개발자들은 앞선 개발자들의 라이브러리와 경험, 노하우들을 제한없이 받아들이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이 곧 개발자 생태계 전체의 질을 향상시키면서 개별 제품 자체의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죠. 이는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그대로 문화가 이식되어서 Pay it Forward 문화로 발전하게 됩니다. ‘나에게 도움을 청할 때에 대가를 바라지 않고 기꺼이 도와주는 문화’를 일컫는 이 문화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이 관련된 정보와 노하우 등을 필요로 할 때에 생태계 구성원들이 대가 없이 도움을 주는 문화를 의미합니다. 그 과정에서 초기 창업가들은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성장을 할 수 있게 되고, 이들이 다음 창업가들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생태계 전체가 활성화되게 되는 셈이죠. 사실 이런 문화는 어쩌면 연구계가 그 원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학회에서 자유롭게 연구를 발표하고 그에 대해서 서로 피드백해주고, 논문에서는 앞선 선행연구들에 대한 자취를 기록해둠으로서 해당 연구를 하고자 하는 이들이 어떤 연구를 참조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연구의 의미와 한계를 모두 기술하면서 다음 연구자들이 그 바톤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하는 문화. 이를 통해 사회 전체의 지식이 빠르게 발전해왔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연구에 있어 ‘협력’은 경계하는 단어가 되어오기도 했습니다. 연구 아이디어를 훔쳐가는 일을 경계하게 되고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확보한 데이터를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것들. 그 이유야 인센티브구조부터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다시 Pay it Forward와 협력의 문화를 회복해서 연구자들이 서로의 지식을 빠르게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계 전체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속도를 높여갈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연구를 할 수 있게 될까요? 3. 이런 연구가 가능할까?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 진심과 도전과 협력이라는 스타트업의 문화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들어줍니다. 정말 15년에서 20년의 연구계획을 가지고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되는 연구주제, 그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빠른 실패와 학습을 통해 보다 과감한 연구들을 수행하는 것, 그리고 여러 연구자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연구노하우와 자료들, 지식들을 공유하면서 공동체로 연구를 수행하는 것. 그렇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쩌면 금융을 혁신하고 유통을 혁신하고 새로운 산업을 창조한 스타트업들보다 더욱 혁신적인 방법으로 정부를 혁신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저희는 그런 꿈을 꾸면서, “역동적인 문제해결 지식 생태계”라는 미션을 가지고 그러한 문화를 가진 연구 공동체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계속) *3월 14일까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시작부터 함께 배울 수 있는 <연구원정 : 부트캠프> 상반기 대원 모집을 모집 중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함께 신청해주세요.(아래 그림 클릭!) 액티브 리서치 저널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전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나머지 이야기를 미리 읽고 싶으신 분들이나 구독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Active Research Journal 뉴스레터 구독하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 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3)
*Active Research Journal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뉴스레터 입니다. 연구탐사대에서 매주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이 링크 를 클릭하세요. 지난 글(🚀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 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2) )에서 이어집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는 계속 되어야 하니까 박사과정을 거쳐 이들이 생산해낼 지식은 한국 사회가 지닌 다차원적 문제와 모순을 가시화하고 이를 해결해갈 수 있는 중장기적 전망을 내포하는 것으로서, 지식 자체의 깊이와 현장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다른 그 어느 곳도 아닌 이곳, 다른 그 어떤 시간도 아닌 현재의 한국 사회와 깊이 관련된 쟁점을 연구한다는 것에는 학문생산의 내적 기반 강화를 통한 지식의 내생성, 토착성, 성찰성의 강화라는 지향이 내포되어 있다. 우리 사회에서 국가정책을 통해 육성하고 양성해가야 할 최고 고등교육과 전문지식의 모습은 그러한 지향을 적극적으로 내면화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인문사회분야 학문후속세대의 연구력 강화를 위한 실태조사 및 과제 : 박사과정생을 중심으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발간 중 2022년 국무총리 산하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국내 인문사회분야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의 연구환경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학문후속세대의 연구력(Research Capacity)을 평가하고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연구를 수행하고 보고서를 발간합니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100여명의 박사과정생에게 설문을 수행하고 그 중 29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이 보고서는 비단 박사과정생 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계열의 연구자 전반에 대한 통찰을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 저희에게도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는 보고서였는데요. 이 보고서의 내용 하나하나가 굉장히 의미 있었지만 그 중에서 특히나 마음에 남은 부분은 ‘연구자란 누구인가’라는 부분이었습니다. 학문적 성취와 사회문제 해결을 대학원 진학의 가장 큰 이유로 가지고 있는 이들이 실제 연구자가 되어서 만들어내는 지식은 “한국 사회가 지닌 다차원적 문제와 모순을 가시화하고 이를 해결해갈 수 있는 중장기적 전망”을 가지게 된다는 사실이었죠. 이후 이 보고서가 지적하고 있는 인문사회분야 박사양성모델의 부재와 연구환경의 한계 등에 대해서는 다음 뉴스레터에서 더 깊이 다루겠지만, 저희는 이 보고서에서 이야기하는 대상이 비단 박사과정 대학원생 뿐만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고자 하는 독자분들을 포함한 액티브 리서쳐 모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장애물들은 ‘그렇기 때문에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는 할 수 없다’라는 이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 요소들을 극복한다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는 가능하다’라는 목표점을 설정한 것에 가깝습니다. 뒤집어서 이 장애물들을 극복할 수 있는 여건들을 마련한다면, 연구자들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고 그것은 분명 한국사회의 사회문제 해결에 있어서 하나의 큰 전환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연구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지금이지만, 저희는 여전히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가지는 힘을 믿습니다. 지금 마주하는 이 장애물들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할 수 없는 이유’가 아닌, ‘사회문제의 변화에 따라 대응해야 하는 지식생태계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지식 생태계이겠죠. 5. 다음 호 예고 : 스타트업 생태계와 역동적인 문제해결 지식생태계 저희는 그 가능성을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회가 복잡다양해지면서 unknown unknowns와 같은 환경을 마주한 것은 사회문제 영역만이 아닌 비즈니스 영역도 마찬가지 였거든요. 비즈니스 영역은 이를 ‘스타트업 생태계’의 조성을 통해 보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면서 극복해나가고 있었는데요. 그 이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빠른 시도와 학습을 통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문화’를 조성하면서 대안을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들의 역동적인 방법론과 문화를 차용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접목시킨다면 충분히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그에 따라 연구탐사대의 서비스들을 개발 및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어떻게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식’을 통해 문제해결의 프로세스를 혁신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역동적인 문제해결 지식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하는지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오늘도 긴 편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사회문제 해결 여정을 응원합니다! *3월 14일까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시작부터 함께 배울 수 있는 <연구원정 : 부트캠프> 2024년 상반기 대원을 모집 중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신청해주세요!(아래 그림 클릭!) 액티브 리서치 저널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전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나머지 이야기를 미리 읽고 싶으신 분들이나 구독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Active Research Journal 뉴스레터 구독하기
[후기] ‘함께 변화’ 집담회 : 우리가 상상하는 더 나은 정치
캠페이너들이 같은 기간동안 동일한 주제로 사회 이슈에 대한 토론을 만드는 ‘함께 프로젝트’ 2월에는 ‘함께 변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는데요, 프로젝트를 정리하며 참여한 캠페이너와 ‘정치’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집담회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이스브레이킹 먼저 모두가 마음 속에 품고 오셨을 질문부터 던져보았습니다. 시즌이슈 토의 시리즈 ‘더 나은 정치를 가로막는 걸림돌은?’에 답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요즘 제왕적 대통령제를 전제로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투표 선택지에 대부분 동의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가 지금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기보다는, 이를 통한 권력을 제도적으로 이용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바뀌는 과정을 생각했을 때 여론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여론이 투표로도 연결되기 때문이죠.” 🤔제가 요즘 고민이 되는 건 극단적 진영 대결입니다. 양당 외의 다른 목소리는 잘 나오지 못 합니다. 극단적 진영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봐도 해결법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더 나은 정치를 상상하는 질문들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 정치를 진단하기 위해, 점수를 매겨보았습니다. 참여자들은 한국의 정치에 어떤 점수를 주었을까요? 여러분이라면 몇 점을 주시겠어요?👀 3.95점 ⭐⭐⭐⭐ "세계적으로 보면 한국이 나쁜 편이 아니예요. 다른 나라를 보면 ‘선거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당선된다' 라는 당연한 절차가 안 지켜지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우리가 여기 모여 정치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잡혀가지는 않으니 그래도 희망적인 점수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문제점은 많으니 4점 이상은 주고 싶지 않네요." 3점 ⭐⭐⭐ "서구 국가에서도 대통령을 끌어내린 국가는 거의 없습니다. 한국 민주주의는 사회운동 민주주의기도 합니다. 민주화, 노동, 탄핵 등 대중운동과 사회운동이 제도적인 민주주의를 견인해 온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3점을 주고 싶어요. 4점까지 주지 않은 이유는 경제적으로 나아진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운동적 민주주의는 성숙했으나 경제적 민주주의는 택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관점에서 지금 경제는 다 안 좋으니, 우리나라는 그에 비해 대단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운동이 이끌어왔다고 말씀 해주셨는데. 시민운동 측면에서는 지금 최대의 위기라는 생각도 듭니다. 당파성을 너무 많이 띄고 있어서요. 민주정권을 지나면서 시민사회 쪽으로 많이 풀렸고, 정치와 제도 쪽으로 많이 빨려들어가면서 정치와 시민사회의 경계가 많이 모호해졌다고 생각합니다." 2점 ⭐⭐ "제가 영화에 평점을 주는 기준으로 치환하면. 2점은 보다가 꾸벅꾸벅 존 영화입니다. 1점은 돈이 아까운 영화인데요, 한국 정치는 2점을 주고 싶네요. 저는 사람들이 정치 이슈를 보면서 ‘정치가 왜 필요’한지 느낄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곤 합니다. 정치가 내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실감하기 어려운 게 한국 정치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나를 이끌어주는 의제가 없다는 측면에서, ‘졸리다'는 평가를 주고 싶습니다." 1점 ⭐ "정권이 바뀌고, 예산이 없어져 일을 잃은 활동가들이 많습니다. 삶이 가난해지고 세금 도둑 소리를 듣기도 하니 정치가 더 가깝고 더 민감하게 느껴집니다. 예전보다도 지금 더 정치에 대해 무기력함을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비해서는 지금은 정치 점수가 높을 거예요. 그러나 배분의 실패가 계속 누적되어 왔고, 지금은 기후위기라는 새로운 국면에까지 접어들었습니다., 새로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원 배분을 생각해야 할 시점에 여전히 폭탄 돌리기만 하고 있고 문제를 회피하고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정치가 내 삶을 바꾼다기 보다는 정치인들이 내 삶과 유리되어 있다는 생각만 하는 무기력감을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치가 모두에게 5점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각자 생각하는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행정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행정을 아는 사람들의 목소리'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지금 정치에서 유리되어 있는 계층이라고 해서 이걸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행정을 익히고 시스템을 알면 질문을 던질 수 있고, 공무원들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을 두려워 하고, 그게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대선보다 지선, 총선, 지방정치, 주민자치회 등에 관심을 가져서 지역에서 작은 단위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효능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제가 국정감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는데요, 뜯어보면 의미있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감 보도를 검색하면 ‘국회의원이 하는 일이 없다’, ‘고성을 질렀다’ 등 자극적인 뉴스만 있습니다. 그런 것만을 부각하는 언론이 정치에 대한 기대를 구체화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저 같은 경우는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에는 어려운 지식을 쉽게 만들어서 전파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간과정은 내용을 효율적으로 전달되도록 합니다. 공론을 위한 지식은 이런 유통체계가 부족합니다. 시민들은 자신과 관련된 의제에서 어떻게 좋은 지식을 접할 수 있을까요? 그건 언론도 한계가 있습니다. 중간 유통자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심있는 사람들이 좀 덜 관심 있는 사람에게 전파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사회 전반적으로 기득권 층들이 ‘나 아니면 안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명감이 있으신 것은 좋지만 ‘나만 할 수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죠. 왜 20대가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될까요? 왜 20대 국회의원이 국회의 과반수면 안 될까요?”  “캠페인즈 같은 시민들이 질적으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분노 같은 감정만이 아니라 의견을 표출하고 얘기 나눌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고 “아까 우리가 매긴 한국 정치 점수의 평균이 2.66점이더라고요. 평균을 넘어섰으니 희망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 화이팅!“ “정치에 대한 얘기는 지인들이랑만 하게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지인이 좁아지는데요, 싸우지 않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만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오기 전에는 뭘 이야기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주제와 질문을 던져주시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도 주셔서 잘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웃으면서 정치얘기 했던 게 언제였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방식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내가 가진 정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충격으로 시작한 정치에 대한 관심이 정당으로 옮겨갔다가, 이제는 현실로 옮겨가게 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각 분야에서 활동하다 오신 분들의 얘기를 들어서 좋았습니다. 저 업계, 저 현장에 있으면 저런 게 보이는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특히 학계, 시민운동, 지역운동 얘기가 흥미로웠어요. 현장을 더 많이 겪고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화의 장이 끊이지 않고,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누는 행동이 더 중요해진 시기입니다.  디지털 시민광장 캠페인즈는 항상 시민 여러분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 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2)
*Active Research Journal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뉴스레터 입니다. 연구탐사대에서 매주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이 링크 를 클릭하세요. 지난 글(🚀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 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1) )에서 이어집니다. 2. 솔루션 공론장의 부재 : 사회문제는 너무 크고 어려운데, 함께 이야기할 공간과 사람이 너무 적다 전체 문제 해결 프로세스를 도식화해보았을 때 사회문제에 대한 연구는 ‘문제확인’에서부터 원인분석과 대안도출까지 이어지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렇게 도출된 대안들은 과거에는 정부와 국회에서 안건들이 논의되면서 법안이 통과되고 정책이 수립되는 방식으로 집행되고 문제를 해결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이 공론장에서 주로 논의해왔던 것은 무엇이 사회문제인지를 발굴하고 드러내고 ‘의제(Agenda)화’하는 것과,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정책들에 대한 감시와 평가였습니다. 그것이 곧 언론의 역할이기도 했죠.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사회문제는 갈수록 복잡다양해지면서 정부 주도로 사회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는 상황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문제를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플레이어들이 함께 입체적으로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대안을 고민하는 공론장이 필요해진 것이죠. 하지만 현재의 공론장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문제제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여전히 ‘솔루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무르익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시 한번 혼란스러운 감정이 밀려왔다. 내가 A와 인터뷰하고 기사를 쓴다고 해서 A의 송두리째 무너진 일상이 회복될 수 있을까? 나는 혹시 공익적인 기사를 쓴다는 명분을 내밀어 나와 A를 동시에 속이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텔레그램 N번방에 있었다>, 오연서 한겨레 기자 기고문 중, 2020년 4월 17일자 Esquire 2020년 사회를 분노케했던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심층 취재했던 한겨레의 오연서 기자님은 취재 과정 내내 위와 같은 질문들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이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하고 그에 대해서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움직이게 하는 것은 언론과 공론장의 역할일 수 있지만, 문제제기와 함께 정부의 행동을 촉구하는, 더 나아가 문제 해결의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상황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취재가 더 이상 불가능해진 탓이 큽니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문제를 공론화하는 취재행위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는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모르는 (Unknown Unknowns)’ 상황 앞에 서게 된 것이죠. 이 상황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문제의 본질과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는 ‘연구’일 것입니다. 하지만 보이는 것처럼 그 연구조차도 어떤 영웅 같은 연구자가 나타나서 사회문제를 명쾌히 정의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까지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이상 아닙니다. 이 지난한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러 배경을 가지고 있는 연구자들이 여러 관점에서 문제를 진단해야 하고, 동시에 이론과 현장의 목소리가 함께 공명하면서 문제의 실체와 대안에 대해 접근해들어가야 합니다. 거기에 기존 사례와 대안에 대한 실험과 케이스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그러한 ‘솔루션 공론장’은 한국 사회에 거의 전무하다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를 ‘정부’ 혹은 ‘국회’로 생각해왔고, 특정 전문가들이 대신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점차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진심’인 시민들이 생겨나고 있고, 이들이 각자의 역할과 전문성을 가지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활동들을 촉진시키고 활동하는 이들을 서로 연결시키면서 ‘협업’을 통해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는 공동체 혹은 공론장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입니다. 3. 자원의 제약 : 이 연구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기존의 문제를 새롭게 개념화한 것이든, 새로운 방법론이든, 혹은 발견해낸 새로운 분야 자체든, 그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를 완벽히 숙지하고, 하나의 가설로 뽑아내고, 이를 경험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시간과, 인지적 투입물, 그리고 연구자원들이 필요합니다.“ - George Stigler, 198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연설 중 마지막으로 연구자들이 마주하는 막막함은 ‘자원의 제약’입니다. 연구를 하려고 하더라도 연구를 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해지면서 연구를 끝까지 해내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이죠. 위 설문조사는 2021년 인문사회계열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탐사대에서 100여명의 연구자들에게 조사한 설문의 일부입니다. 다른 영역보다 ‘진로 및 생계를 위해 하고자 하는 연구를 하기 어려움’이라는 부분의 초록색 막대가 하늘을 솟구치는(…) 것을 보실 수가 있으실 거에요. 모두가 아시는 것처럼 설령 전업연구자라고 하더라도 ‘해야 하는 연구’와 ‘하고자 하는 연구’가 구분되고, 전자를 우선시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우리가 하고자 하는 연구의 주제가 ‘사회문제’라는 것 또한 그 자체로서 가지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결국 ‘개인’의 문제 혹은 나의 업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가 아니라, 말 그대로 ‘공적 의식(Public Mind)’으로부터 출발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죠. 이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엄밀히 말해 연구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더라도 나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해가 되지 않는 주제라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에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 이상으로 필요한 것은 결국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 되겠죠. 연구에 집중할동안 생계를 비롯한 생존에 위협을 받지 않아야 하고 연구와 커리어가 직접적으로 연계되어서 동기부여가 나뉘어지지 않을 수 있는 여건이 연구기간동안 충분히 조성될 때에야 연구는 충분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업에 치여 연구주제가 뒤로 밀리기 일쑤이고, 연구주제를 둘러싼 데이터와 자원들을 확보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으며, 설령 전업연구자라고 하더라도 해야 하는 연구들에 밀려 연구과정이 더딜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연구자 개인의 진심과 개인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과언이 아니겠지요. 따라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정말 사회문제의 대안으로까지 열매를 맺을 수 있으려면 그에 대한 ‘인내자본(Patient Capital)’이 필요합니다. 재정적 지원 이상으로 장기적으로 몰입하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셈이죠. (계속) *3월 1일부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시작부터 함께 배울 수 있는 <연구원정 : 부트캠프> 상반기 대원 모집을 시작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함께 신청해주세요.(아래 그림 클릭!) 액티브 리서치 저널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전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나머지 이야기를 미리 읽고 싶으신 분들이나 구독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Active Research Journal 뉴스레터 구독하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 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1)
2024 LAUNCH 컨퍼런스가 개최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의 끝을 앞두고 있네요. 어느덧 매서운 추위도 잦아들고 조금씩 봄이 찾아오고 있는거 같네요. 💡 아직 못보셨다구요? 발제문을 확인해보세요! 2024 연구원정 LAUNCH Conference | 디지털 시민 광장, 캠페인즈 연구탐사대 또한 컨퍼런스 이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함께 해나가기 위한 여러 서비스들을 개발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3월 중에는 본격적으로 여러 서비스들을 진행하게 될텐데요. 결국 저희에게 남겨진 질문은 ‘그래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부분인 거 같아요. 컨퍼런스와 뉴스레터, 발제문 속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그 자리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자리였지만 동시에 어느 ‘시작’에 대한 부분이 될 테니깐요. 이번 뉴스레터들에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 Active Research를 해내기 위한 ‘How To’에 대해서 하나하나 짚어보면서 지금까지 저희가 나름대로 찾고 또 제안하고자 하는 방향성에 대해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그것들이 곧 저희가 여러분을 초청할 서비스와 커뮤니티의 취지일테니깐요. 0. 그래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는 어떻게 할 수 있는걸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컨퍼런스와 발제문, 그리고 지난 뉴스레터를 통해 어느 정도 설명을 드렸던 거 같아요. 각각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또 소개해드릴 기회가 있겠지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연구가 필요하구나’라는 것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직접 or 지지)하고 싶다’라는 마음들은 모두 가지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라고요? (1) 하지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라는 거창한 단어와 달리, 한 명의 개인 연구자로서 혹은 예비연구자로서 ‘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겠어!’라고 할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는 너무도 막막해요. 사실 이 고민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자를 돕고 싶어!’라고 외쳤던 연구탐사대도 똑같이 마주했던 막막함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길이든 처음 들어서는 길은 낯설고 막막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고자 할 때에 마주하는 막막함들을 찬찬히 고민해보고 정리해보기 시작했습니다. 1. 방법론의 부재 :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먼저 첫번째 마주하는 막막함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라는 막막함이었어요. 사회문제에 대한 뜨거움은 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구’를 해야 한다! 라는 마음까지도 있는데 사회문제를 연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이럴 때에 많은 분들이 그렇듯이 제일 가까이에 있는 선택지는 ‘대학원’입니다. 당연히 ‘연구자를 길러내는 곳’은 ‘대학원’일테니깐요. 사회문제를 연구하기 이전에 먼저 연구를 배우기 위해, 또 연구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합니다. 그리고 연구역량을 기르고 학위를 따서 연구자 혹은 교수가 되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수행하게 되지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학원’은 막상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공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고등교육법상에서 대학원은 아래와 같이 정의됩니다. 💡 고등교육법 제29조의2(대학원의 종류) ① 대학원은 그 주된 교육목적에 따라 다음 각 호와 같이 구분한다. 1. 일반대학원 : 학문의 기초이론과 고도의 학술연구를 주된 교육목적으로 하는 대학원 2. 전문대학원 : 전문 직업분야의 인력양성에 필요한 실천적 이론의 적용과 연구개발을 주된 교육목적으로 하는 대학원 3. 특수대학원 : 직업인 또는 일반 성인을 위한 계속교육을 주된 교육목적으로 하는 대학원 실제 사회문제에 대한 고도화된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를 양성하는 곳은 ‘일반대학원’입니다. 그리고 일반대학원은 법령에서 정의되어 있듯이 ‘학문의 기초이론과 고도의 학술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실제 A 대학 인문사회계열 학과의 대학원 수업을 분석해보았을 때 전체 수업의 90%가 해당 학과의 핵심이론과 핵심논문을 가르치는 수업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각 원생들은 전임교수의 연구실에 배정되어서 도제식으로 연구를 훈련받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행정학과라면 행정학자를, 사회학과라면 사회학자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사회문제는 기본적으로 ‘현상’에 초점을 두고 있고, 그 현상은 여러가지 층위가 쌓여 있는 입체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문제를 본질적으로 이해하고 연구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여러 학문의 지식’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아이러니하게도 특정 사회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진학한 대학원에서 해당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자 혹은 동료는 어느 학과를 가던 극소수가 되고, 배우는 수업에서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기는 어려운 환경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원 공동체의 전체적인 방향성이 ‘학술연구와 학자 양성’에 맞춰져 있다보니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개인기로 해나가기에는 굉장히 힘겨운 환경이 된다는 점입니다.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전문지식들을 쌓는 데에도 도움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고, 문제에 대한 진정성을 공유할 수 있는 동료 혹은 공동체를 만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특히 연구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연구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때에 대학원 공동체에서 주로 받게 되는 피드백은 ‘학술적 엄밀성’과 ‘학술공동체의 기여’에 초점이 맞춰지게 됩니다. 그것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고자 하는 연구자가 중시하는 ‘활용가능성’이나 ‘문제해결에의 기여’와 같은 기준과는 다소 차이가 생기게 되는 것이죠. 더욱이 연구자가 ‘전업연구자(Full Time)’의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일반대학원 상에서는 ‘연구범위가 너무 좁아서 연구자로서의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라는 피드백을 피하기 어렵고, 이러한 고립된 상황 속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홀로 해나가기는 너무도 어려운 상황이 되버리고 맙니다. 이 이야기는 두번째 막막함으로 이어집니다. (계속) *3월 1일부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시작부터 함께 배울 수 있는 <연구원정 : 부트캠프> 상반기 대원 모집을 시작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함께 신청해주세요.(아래 그림 클릭!) 액티브 리서치 저널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전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나머지 이야기를 미리 읽고 싶으신 분들이나 구독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Active Research Journal 뉴스레터 구독하기
[처음 만나는 공화주의]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이익은 공존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에서는 우리나라를 민주공화국이라 설명한다. 진정한 민주주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공화’에 대한 개념이 중요하지만, 민주에 비해 공화를 다룬 글은 많지 않다.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화‘. 창작그룹 ’성찰과성장‘은 [처음 만나는 공화주의] 연재를 통해 ’공화주의‘에 대해 쉽게 풀어보고자 한다. '민주적 공화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3가지 요소가 강조된다. ▲적극적인 시민 참여 ▲기본적인 물질적 보장을 통한 민주적 평등 ▲공동선을 추구하는 정치가 바로 그것이다. 마지막 5편에서는 민주적 공화주의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공동선’에 대해 탐구해본다. 사회적 불신 속 공동선의 가치를 되새기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갈등과 대립, 그리고 불신의 확산은 우리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세대 간, 성별, 정치 진영, 지역 및 사회적 계층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는 다양한 축을 중심으로 깊은 분열을 경험하고 있다. 경제적 불확실성, 국제 정세의 동요, 타인에 대한 이해 부족, 포용의 결핍 등이 이러한 분열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현상을 깊게 들여다보면 공동체적 가치와 공동선의 결핍이 근본적인 문제로 드러난다. 공동선이라는 개념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공동선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공동선은 각 구성원, 계층 간의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 그리고 조율을 통해 형성되고 발전하기 때문이다. 이는 공동체의 현실, 맥락, 그리고 구성원의 다양성에 따라 그 정의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전근대 사회에서는 사람마다 정해진 귀천에 따라 사회가 구성되고 운영되었으며, 이러한 사회적 구조가 당시 공동체의 공동선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모든 인간이 존엄하고 평등하다는 인식이 공동체의 합의된 공동선으로 자리 잡았다. ▲ 패러다임의 변화는 공동선의 변화를 불러온다 ⓒ성찰과 성장 자연 환경에 대한 우리의 태도 역시 공동선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과거에는 자연을 무한한 자원으로 여기고 마음껏 이용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지속 가능한 자연과 지구 생태계를 고려하는 새로운 인식으로 변화했다. 이는 공동체가 공유하는 공동선의 진화를 반영한 것이다. 우리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그토록 분노하는 이유도 전지구적 공동선을 해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공동선은 중요한 것일까?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지향하는 정치공동체는 반드시 공동선을 고민하고 실천한다. 정치체제가 무엇이든지 관계없이 말이다. 공동선이 결여된 사회는 부패와 해체의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오로지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회는 결국 서로를 향한 끊임없는 투쟁의 장으로 전락한다. 이러한 상황은 공동체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며, 결국 사회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이에 비해, 공동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적극적인 실천은 사회의 건강과 지속적인 발전을 보장하는 기반이 된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공동선이 무엇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과 논의, 그리고 그 실현을 위한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공동선: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이익 사이에서   공동선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사전에서는 공동선이 해당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 또는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개념은 어떤 의미일까? 공동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그 유기체 전체에 이로운 것을 의미할 수도 있고, 반대로 구성원 개개인의 이익이 모여 공동선을 형성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공동선이 공동체의 최종 목적지인지, 아니면 번영을 위한 수단일 뿐인지에 대한 질문은 공동선을 둘러싼 복잡한 논의를 잘 드러낸다.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종교적 차원에서 공동선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 가운데, 공화주의에서의 공동선 개념을 짚어 보자. 전통적으로 공동선은 선지자가 자신의 개인적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공동체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발견할 수 있는 '그 무엇'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현대로 넘어오면서, 공동선에 대한 이러한 전통적 시각은 개인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는 비판에 마주한다. 자유주의적 사상이 확산된 현대 사회에서는 비지배의 원칙을 바탕으로 개인의 이익을 출발점으로 삼아 공동선을 모색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제시되고 있다(곽준혁, 2008). 공동선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 중 하나는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개인의 이익을 희생으로 이어 진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공익과 사익은 주종 관계가 아니다. “공동체주의의 관점과 달리 사익은 공익과 부분적으로 겹쳐질 뿐 종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놓지 않아야 한다(구은정 2021). 공익과 사익은 서로 대치해야만 하는 관계가 아니다. 둘의 공존은 가능하다. 어느 한 쪽이 존재하기 위해 다른 한 쪽이 희생해야만 하는 관계도 아니다. ▲ 누군가 얻으면, 누군가는 잃어야 하는 제로섬 게임만이 답일까? ⓒ성찰과 성장 우리가 공동선 개념을 쉬이 받아 들이기 어려운 것은 바로 근대 사회를 구성하는 자유주의적 관점 때문이다. 자유주의적 관점은 제로섬 게임, 즉 한 쪽의 이익이 반드시 다른 쪽의 손실을 초래하는 구조가 기본이다. 제로섬 거래는 상호 작용과 타협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경쟁적이고 대립적인 거래 관계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공익과 사익의 교집합으로서 존재하는 공동선은 다르다. 공동선의 발전이 개인의 이익이며, 개인의 이익이 공동체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이런 관점을 기반으로, 이익을 위한 ‘거래 행위’가 아니라, 서로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호혜적 활동’이 필요하다. 공화주의는 오히려 공화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비-지배’를 기반으로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넓히려고 노력한다. 비-지배는 ‘타인의 자의에 종속되지 않는 상태’라고 정의된다. 조금 어려운 개념이지만, 비유하자면 구성원 간 평등하여 권력, 재력 등으로 서로가 ‘주인과 노예’ 상태에 놓이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자. 여기서 오해하지 말 것은 어디까지나 ‘비지배 기반의 자유’이지, 개인의 무한한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주의적 자유’가 아니라는 점이다. (비지배 기반의 자유 개념은 이 시리즈의 1편을 추천한다. 링크 참고) 공동체 가치만을 우선하여 개인이 가지는 자유의 경계를 설정하는데 실패한 사례가 있다. 이웃 국가 중국이다. 중국은 ‘위(권력층)’에서 설정하고 꽂아 내린 공동선(민족주의, 국가 발전 등)을 개인의 자유보다 우선 순위에 놓으면서 시민의 자유와 공동선의 경계를 설정하는 데 실패했다(Kwak, Matsuda 2015). 공동선이 위에서 내려진 지시로 간주될 경우, 진정한 공동선은 훼손된다. 공동선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가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가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함께 추구해야 할 가치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적 덕성 - 공동선을 향한 사회적 기초  이제 시민적 덕성을 살펴보자. 공동선을 이야기하면서 시민의 덕성을 빼먹을 수 없다. 시민적 덕성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법을 잘 지키는 착한 시민의 차원이 아니라 더 포괄적인 의미를 갖는다. 시민적 덕성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시민적 덕성은 자발적인 ‘행동’을 수반한다. 관심 있는 분야의 집회에 나가 의견을 표명하거나, 귀찮더라도 환경 보호를 위해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등 사익을 넘어 공동체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행위하려는 성향(조일수, 2011)’을 가지고 있다. 또한 나와 다른 의견을 수용하고 경청하는 태도이다. 이는 타인에게 ‘설득 당하려는 의지(구은정 2021)’로 바꿔 말할 수도 있다. 갈등 없는 사회는 없다. 우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크고 작은, 아주 다양한 갈등 상황을 마주한다. 건강한 공동체는 갈등을 외면하고 묵살하지 않는다. 갈등이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인지하고 구성원 간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나간다. 시민적 덕성은 공동선을 위한 전제이다. 중국의 실패 사례처럼, 시민의 덕성이 함양되지 못 하고 강력한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에 묻혀 버린다면 공동선을 찾아내기 어렵다. 시민적 덕성은 강력한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에 묻히지 않고,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의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시민적 덕성 함양은 공동선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만이 아니라,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책임감을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일상 속 실천하는 시민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원동력이다 ⓒ성찰과 성장 우리의 공동선은?  우리가 좇아야 할 공동선은 무엇일까? 성찰과성장에서 ‘이것이 답이다!’라며 제안할 수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공동선은 절대적이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며, 단일한 종교적 진리나 일률적인 도덕 규범으로 정의될 수 없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여 만들고, 시간과 상황에 따라 발전시켜 나가는 동적인 과정이다. 이제 여러분의 몫이다. 우리 사회의 공동선은 공정성, 평등, 상호 존중, 지속 가능성 등의 기본 원칙에 기반해야 한다. 또한 경제적 번영, 사회적 안정, 문화적 다양성, 환경적 지속 가능성 등을 포함하여, 모든 구성원이 누릴 수 있는 복지와 기회의 균등한 분배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결국, 우리의 공동선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공동선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과정은 지속적인 노력과 헌신을 요구한다. 변화하는 시대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여, 모든 구성원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여정이다. 우리 사회에는 저마다의 진실이 존재한다.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가진 우리 모두에게, '처음 만나는 공화주의' 연재가 일상생활과 시민사회 현장에서 활용되어 공동선을 향한 더 깊은 이해와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참고 문헌 곽준혁(2008). “공화주의.” 『한국정치학회 편. 정치학 이해의 길잡이: 정치사상』 (pp.171-205). 서울: 법문사. 구은정. (2021). 탈진실(Post-truth) 시대, 숙의와 공공선. NGO연구, 16(2), 1-38. 조일수. (2011). 공화주의적 시민성에 대한 연구 -아테네적 전통과 로마적 전통의 차이를 중심으로. 倫理硏究, 1(80), 291-316.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드, <의무란 무엇인가>, 2021 Kwak, Jun-Hyeok and Koichiro Matsuda. 2015. Patriotism in East Asia. New York: Routledge.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대안을 배달해드립니다 - 창작그룹 '성찰과성장'글 작성 및 편집 : 김설, 박배민, 신동주 성찰과성장.com
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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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정치적 토양을 만드는 고전의 힘
총선 전야, 격동의 한국정치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정당이 나타납니다. ‘개혁’, ‘새로운’, ‘미래’, ‘민주’, ‘연합’ 등 새롭게 설립된 당명에 사용된 용어도 비슷합니다. 몇 가지 용어가 조합된 정당들은 당명 뿐만 아니라 정체성 또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신당 창당을 발표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다른 정당과 합당을 한다고 합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 셈법은 복잡해지기만 합니다. 2024년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는데 선거구는 획정되지 않았습니다. 전쟁이 시작되었는데 어디에서 누구와 싸워야 하는지도 모르고 눈치만 봅니다. 획정되지 않은 선거구에 출마하는 (예비)후보자들은 지역의 유권자가 누군지도 모릅니다. 제도를 협상하고 공천을 결정하는 정당 지도부의 실체가 더욱 명확해 보입니다. 우리 사회에 선거 제도라는 ‘씨앗’ 자체가 영글지 않았고 이러한 ‘씨앗’이 내려앉기 위한 정치적 토양 또한 척박합니다. 비단 선거 제도에만 한정되어 있는 게 아닙니다. 민주화 이후 정치적 과도기라 불리는 한국 사회의 경우, 하나의 이름으로 오랜 전통을 가지고 뿌리를 내린 제도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는 씨앗을 영글게 만들 수 있고, 다양한 씨앗을 뿌릴 수 있고, 건강한 토양을 만들기 위해 밭을 갈 수도 있습니다. 씨앗을 심고 흙을 덮고 물을 줄 수도 있고요! 결국 우리는 건강한 정치적 토양을 만들기 위해 ‘본질’부터 깊이있게 탐구해야 합니다. 작물이 자라기까지 수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는 농부의 마음가짐과 태도 또한 겸비되어야 하겠죠.   정치를 고전이라는 뿌리에서 시작하는 이유 한국은 정치적 이념에 예민합니다. 정치 교과서를 고르는 것조차 망설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보수일까 진보일까’ 질문을 먼저 던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많습니다. 정치고전은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오래토록 인정받은 책이기에 기본적인 신뢰가 쌓여 있어 입문자들이 접근하기 좋습니다. 혼자 읽기 쉽지 않지만 좋은 해설을 제공하는 자료는 우리 주변에 충분합니다.  무엇보다 ‘개념’의 합의 차원에서 정치고전을 공부해야 합니다. 개념은 공동체의 기본적 합의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논의를 위해서는 개념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죠. 실컷 토론을 했는데 다른 대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이라면 그 논의와 토론은 실패한 것입니다. 공통의 장을 넓히는 작업은 정치 고전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치고전은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나’는누구인지, ‘타자’는 어디까지 인지, 그 사이 경계와 권력은 어떻게 작용하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자연스레 우리를 둘러싼 공동체와 정치의 역할로 의제가 이어지게 돼요. 무엇보다 정치철학은 인간의 존재 자체가 불안하고, 모순적이고, 취약성과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워줍니다. 결국 정치는 인간을 다루는 영역이기에 인간을 이해하는 시도가 이어져야 하고 이를 통해 정치가 작동해야 합니다.  나아가, 인간에 대한 뿌리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되면 현실정치를 바라볼 때 조금 더 객관적인 눈을 가지게 됩니다. 정치적 대상에 대해 감정이나 직관을 앞세우기 보다 기존 체제나 제도의 특성으로 바라보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정치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뿌리부터 시작하는 정치 커뮤니티 폴티  정치 커뮤니티 플랫폼 폴티는 2021년 2월 '정치고전(반복)독서클럽'으로 시작했습니다. 국회 연구원일 때, 담당 박사님이 하시던 정치고전 세미나 예습을 위해 독서모임을 꾸렸습니다. 그때 주변 친구들과 모임을 이어가다 온라인 클럽을 열었습니다. 플라톤의 <국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마이카벨리의 <군주론>, 홉스의 <리바이어던> 등 정치철학을 읽고 정리하며 의견을 공유했습니다. 그러다가 고향인 대구에 와서 오프라인 모임을 열게 되었습니다. 국회에서 일을 할 때와 달리 대구에서 정치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은 굉장히 협소했습니다. 대구에서 오프라인 독서모임을 시작했고, 5개 정당 소속(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전)정의당, (전)기본소득당, (전)녹색당)의 지역 정치인들과 정치고전 토크행사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정치고전(반복)읽기클럽’으로 운영하다가 ‘정치Politics’와 ‘커뮤니티Community’의 합성어인 ‘폴티POLTY’라는 브랜드로 안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건강한 정치적 토양을 만들기 위해 폴티는 정치고전을 기반으로 현실정치와 지역정치를 바라봅니다. 평소 혼자 읽기 어려운 정치고전을 함께 읽고, 폴티가 개발한 자체 노트 및 교재로 정리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정치적 대화를 자유롭고 안전하게 나눕니다.   정치에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선택지 모든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없을 뿐더러 모두가 참여하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손해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면 본인의 분야에 몰두하다가 때가 되면 정치 토론을 하러 가거나 투표를 하러 가야 합니다. 일과 가정, 여가를 누릴 수 없어 삶은 더욱 퍽퍽해질 겁니다. 정치 커뮤니티는 개인과 정치 사이의 공간을 다양하게 채울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에서는 정치 및 정책, 역사, 예산 등 지식을 제공하고, 참여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더욱 풍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과 견해를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고 자신과 다른 정치적 관점을 배우게 됩니다. 폭넓은 시각을 확보해 자신의 관점을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나아가 보다 나은 논의와 결론을 도출하는 기회를 만날 수 있습니다. 폴티는 자신의 영역에서 정치적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건강한 정치 커뮤니티’라는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정치적 논의 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과학자, 개발자, 건축가, 사업가, 디자이너, 운동선수 등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고군분투하던 이들이 정치적 장벽을 만나거나 어떠한 갈증을 느낄 때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커뮤니티 플랫폼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 가까이에 접근성이 높고 안전하고 유익한 정치 커뮤니티가 있다면 사회 구성원은 정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의식을 공유할 수 있고 다양한 의견과 관점이 공동체에서 교환될 수 있어 궁극적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의 뿌리를 잘 가꾸는 일 선거가 끝나도 우리의 삶은 계속됩니다. 개혁과 혁신, 전환을 말하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하지만 오래가는 변화는 하나의 기회로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급속도로 변하는 정치에 대응하는 삶은 여유가 없습니다. 계속되는 삶과 변화 이후의 삶을 인지해야 합니다. 대전환 이후의 삶을 꾸려가야 합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정치의 본질과 가치에 집중해야 합니다. 정치가 더욱 정치다울 수 있도록 살펴야 합니다. 고전이라는 뿌리에서 정치를 시작하는 일은 정치의 기초원리를 그 기원에서 찾고, 이를 통해 본질을 이해하고, 현 시대의 새로운 언어로 우리의 정치를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고전 그 자체를 직접 대면하면 난해한 서술을 오독하기 쉽고 해석 자체를 놓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헤매고 좌절하고 실패하는 경험 또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적절한 가이드와 함께 정치고전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훌륭한 정보와 자료가 많습니다.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가이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좋은 해석을 보면서 고전을 다가가는 접근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고전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를 살피며 우리 앞에 놓여진 정치를 바라보는 시야와 관점을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정치고전을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읽을 수도 있어요! 혼자 읽기 어려운 책을 함께 읽으면 다양하고 풍부한 관점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차이를 느끼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시야를 확장하고 폭넓은 관점을 갖게 됩니다. 정치는 정답을 만드는 과정이기에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면 토론과 논쟁의 기회 또한 만날 수 있어요. 나아가 고전에서 함께 시작했다는 연대감 또한 느껴지기도 하죠. 폴티는 정치고전을 읽으면서 현실정치와 지역정치를 바라보는 시도와 실험을 이어갑니다. 커뮤니티와 세미나, 토크 등을 꾸준히 만들고 있어요. 이론교육이 아닌 토론하는 정치교육을 연구하고 강의를 나가기도 합니다. 정치와 관련한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마음이 맞는 팀과 협업을 하기도 해요. 나아가 정치 혹은 정치학을 깊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사업도 하고 싶습니다. 폴티와 함께 정치고전을 매개로 정치를 말하는 건 어떨까요? 폴티 자세히 보기
[함께 변화] 그래서 명절에 정치 얘기 어떻게 해요?
명절에 오랜만에 친척들과 모이면 주의해야 할 게 있다. 바로 ‘정치 이야기’다. 약삭빠른 정치인들은 전국 각지의 유권자들이 지역별로 섞이는 명절 밥상에 본인들의 이야기를 올리고 싶어 한다. 명절 정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유튜브가 있어서 공유한다. (3:13초부터 보면 더 재미있다.) [문쌤] 명절특강! 세뱃돈 네 배로 받는 가불기... 드디어 공개한다 세뱃돈 이외의 수입을 챙기고 싶은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정치 이야기를 이용하라는 팁이다. 큰아빠와 다른 정치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완벽하게 패배를 인정하면 용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평화로운 가정을 지켜야 하므로 우리 집에서는 어림도 없다. 실제로 몇 년 전 일명 조국사태 때문에 난리 난 적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끼리 조국 교수에 대한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치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 것 같기는 하지만…)  또 내 오래된 친구들 사이에는 명문화된 규율이 있다. ‘정치 이야기 금지’. 시사 이야기는 자주 하지만 그 상황에서 급발진하여 특정 정치 세력을 비난하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경고가 들어온다. 그러면 잠시 흥분했던 침착했던 친구는 다시금 침착한 상태를 유지하곤 한다.  정치 이야기와 관련된 흥미로운 조사를 소개하고 싶다. MBC 패널조사에서 ‘정치 스트레스’에 관해 물었다. 항목은 다음과 같다. “정치 때문에 스트레스받는다.”, “내가 지지한 후보가 졌을 때 화가 나거나 우울하다.”, “정치 이야기 피곤하고, 피하고 싶다.” 조사 결과 '정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79%, '내가 지지한 후보가 졌을 때 화가 나거나 우울하다' 65%, '정치 이야기가 피곤하고 피하고 싶다' 61%로 집계되었다. MBC는 조사 결과에 대해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세 문항 중 하나의 문항에 하나라도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91% 였는데, 4천 4백만 명의 유권자로 환산하면 약 4천 만 명이 '정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겁니다.”  미국심리학회(APA)는 선거철 정치 스트레스 관리법을 이렇게 제시하고 있다.  정치 뉴스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미디어 소비를 제한하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거나, 산책을 하거나, 친구나 가족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십시오. 선거에 관한 토론이 갈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면 아예 참여하지 마세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불안은 생산적이지 않습니다. 선거일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삶은 계속될 것입니다. 투표하십시오. 스트레스가 많은 선거에 참여해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느끼시길 바랍니다. 사실 이 정도로 스트레스를 주는 주제라면 이야기를 안 하는 게 맞다. 몇몇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현상이라면 진작에 다 같이 주의하고 쉬쉬해야 주제여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계속 정치 이야기를 하게 된다. 아니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정치 이야기는 이렇게 하기 어려울까?’ 사실 정치 이야기는 할 수 있다. 그 이야기를 한 이후에 대화 상대와 어떻게 지내느냐가 문제다. 그럼, 질문을 이렇게 바꿔본다. ‘정치 이야기를 한 후에도 어떻게 안 어색해질 수 있을까?’ 혹은 ‘정치 이야기 후에도 어떻게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결국은 서로의 민감하고도 다른 의사를 직면했을 때 그것을 수용하고 지낼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평소에는 세련되게 대화 할수 있는 사람들이 정치 이야기에만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한 APA의 스트레스 관리법을 보면 ‘선거일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삶은 계속될 것입니다.’라는 항목이 있다. 우리는 정치라는 두 글자가 단번에 변화를 이뤄낼 것이라는 기대 혹은 우려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대화 자체가 두려웠던 게 아니었을까? 김민하 작가가 지은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에서 몇 문장을 옮겨본다. “결국 권력과 변화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권력의 선의를 믿거나 사익 추구를 의심하거나 하는 양자택일로 귀격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관점은 마치 정치를 만능 스위치가 존재하는 방에 들어가기 위해 각 세력이 경쟁하는 것처럼 여겨지게 한다.” 정치에 대한 우리의 의견과 선택이 매번 절벽 끝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듯한 위기 상황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닐까? 상대방의 다른 선택과 이야기를 그저 의견으로 받아들일 여유 따위는 우리에게 없다. 이런 양극화된 정치는 계속될 것이다. 이미 너무 많은 정치인이 그 단맛을 보았고 유권자들도 그들에게 길들여졌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의 선택에 더 많은 기대를 걸어야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악순환과 관련된 문장이 있다. “민주주의는 주권자들의 총의를 모아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논의의 장을 여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반대’를 통해 ‘우리 편’을 조직하는 효과적 방식을 찾는 도구로 전락한다. 이것이 온갖 정치적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우리 눈앞의 현실이 변하지 않는 이유다…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만능 스위치를 통해 바꾸려고 했던 현실에 우리가 직접 개입해야 한다. 민주주의란 도구는 여기에 써야 한다.”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 김민하. 이데아) 우리는 정치 이야기를 어떻게 안 어색하게 할까를 고민할 게 아니라, 우리의 대화를 어색하게 만들어버린 정치에 개입해야 한다. 투표 말고는 어떻게 정치에 개입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뉴스부터 읽어보자. 뉴스를 통해 내가 관심 있는 문제를 찾아보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다양한 주체(국회의원, 지방의원, 국기기관, 시민사회단체 등)를 찾아보자. 그들에게 내 이야기를 건의하고 제안해 보자.  시민의 한 표는 작아 보이고 그 표를 받는 세력은 커 보인다. 하지만 정치를 어떤 세력만의 것으로 두지 말자. 정치는 시민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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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공무원 준비생에게 이준석 대표 공약에 대해 묻다
제목 : 소방 공무원 준비생에게 이준석 대표 공약에 대해 묻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연일 논쟁적이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에 이어, 소방・경찰・해양경찰・교정직 공무원의 경우, 군복무를 해야지만 지원할 수 있게 한다는 공약이다. 적용은 2030년부터이며, 이를 통해 감소하는 군복무 인원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공약을 발표하며, “이제 더 많은 여성이 국방의 의무를 담임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자 합니다.” 라고 말했다. 또한, “노량진에서 수험생활 하면서 몇 문제 더 맞고, 덜 맞고로 우열을 가리는 경쟁보다, 국가를 위해 군복무를 자발적으로 한 진정성 있는 사람들로 제한해 경쟁을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경쟁일 것이다.” 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해당 방안이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 병역자원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선 병역제도 개혁이 필요하며 (중략) 여성 신규 공무원 병역 의무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 공약 취지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공감되는 부분은 문제 몇 개 더 맞고, 틀리고로 우열을 가린다는 부분이었고, 의문이 드는 부분은 “국가를 위해 군복무를 자발적으로 한 진정성 있는 사람들로 제한해 경쟁하게 한다.”는 부분이었다. 평소에도 현행 공무원 시험 과목이 직무 수행에 얼마나 필요한지 의문이 있었다. 때문에 자칫 직무에 필요 없는 시험을 위한 성적으로 사람을 뽑는게 적합한 건가 의문이 들었다. 그 점에서 시험 점수 경쟁이 적합하지 않다는 부분에서는 공감했다. 반면, 군복무를 해야지만 소방・경찰・해양경찰・교정 공무원에 지원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의문이었다. 거기에 더해 “자발적으로 한 진정성 있는 사람"이라는 부분은 더욱 그랬다. 나 역시 군복무를 했지만, 자발적으로 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군복무 자발성과 소방, 경찰, 해양경찰, 교정직 근무와의 연관성에 의문이 들었다. 군복무가 해당 직무 근무 능력을 보장한다는 근거는 없다고 생각해서다. 이준석 대표가 활발한 토론을 바랐다. 까짓거 해주겠다고 생각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해당 직무 공무원 준비생들의 생각이 너무 궁금했다. 설날 긴 연휴를 맞아, 노량진으로 가서 공시생 몇 명을 인터뷰 했다. 설 연휴를 노량진에서 보냈다. 공부에 방해될까봐 걱정 했는데, 괜찮다며 인터뷰에 참여해 주고, 외부 게재를 허락해 소방 공무원 준비생 분께 이 글을 빌어 감사드린다. 꼭 합격하셨으면 좋겠다. 인터뷰 내용이다. —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노량진 공시생이다. 현재 소방 공무원 준비 중이다. 원서 접수가 얼마 안 남았다. 합격하고 싶다. Q. 소방공무원을 선택한 이유는 중학생 때 집에 불이 났었다. 그 불로 집이 까맣게 탔었다. 당시 우리 가족 전부 집에 있었다. 새벽에 난 불이라 대피가 어려웠다. 죽는 줄 알았고,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 기침이 계속 났고, 눈이 따가웠다. 뜨거운 화마가 주는 공포에 몸이 얼어서 움직이지 못했다. 공포에 질려본 사람만이, 그 공포가 뭔지 알 수 있다. 정말 무서웠다. 그때 우리를 구하러 와준 게 소방관 분들이었다. 소방관분들이 들어오시는 걸 본 것까지 기억하고 그 뒤론 기억이 안난다. 아마 기절했던 것 같다. 일어나니 병원이었다. 소방관분들이 나를 살려준 거다. 조금만 늦었어도, 난 없을 거다. 그렇게 누군가의 생명을 살린다는 것이 참 멋지고 고귀한 거라는 걸 체험하고 나니,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어릴 때부터 생각했었다. 이젠 이루고 싶다. Q. 큰 일을 겪으셨다. 나였다면 불이 무서웠을 것 같은데, 소방관이 됐을 때 마주할 화마가 무섭지는 않은지 궁금하다 물론 무섭다. 한동안은 작은 불도 무서워했다. 성냥 불, 라이터 불 처럼 작은 불씨도 무서웠다. 그때문에 아버지가 담배를 끊으셨다. 라이터 불과 담배 불이 자식 트라우마 심는 것 같다고. 솔직히 내가 그 화마 앞에서 다시 얼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도 한다. 하지만, 이건 모든 소방관들이 다 겪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소방관이라고 불이 무섭지 않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섭지만, 화마 안에 사람이 있고, 그 속에서 느끼는 공포가 무엇인지 알기에 불에 뛰어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 무서운 불과 마주하고 싸우기에 소방관이 대단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때 느낀 공포를 알기에, 그 공포에서 사람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또 조금이라도 빨리,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훈련하는 게 아닌가 싶다. 격투기 선수들이 항상 훈련을 하듯, 소방관들도 훈련을 한다. 영어로 소방관을 Fire fighter라고 하지 않나. 불과 싸우는 사람들. 이길지 질지 모르지만, 항상 불에 맞서는 사람들. 정말 응원하고 싶다. Q. 말만 들으면 이미 소방관인 것 같다. (웃음)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공부 안 하고 딴짓을 많이 해서 그렇다. (웃음) 사실 뒷 부분에 말한 건 예전에 현직 소방관에게 들은 말이다. 학교 다닐 때 현직에 있는 분들을 학교에 초청해서 강의를 듣는 게 있었는데, 그때 들었던 말이다.  당시 내가 “불이 무섭진 않으신가요?” 라는 질문을 했었는데, “소방관도 불이 무섭습니다.” 라고 하셨다. 또 가족이 있기에 더욱 무섭다고 하셨다. 소방관인 가장은 화재 현장의 사람도 구해야 하지만, 가정도 지켜야 한다고 하셨다. 소방관의 무게를 말씀하려고 하셨던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은 화재 현장에서 하고 있을 순 없다. 현장에선 빠르게 판단해서 움직여야 한다고 하셨다. 찰나의 고민의 순간에 나와 시민, 내 동료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빠른 판단을 하기 위해, 훈련을 계속한다고 말씀하셨다. 혹여나 소방관을 꿈꾸시는 분들이 있다면, 생각 이상으로 혹독하고, 무서운 일이라고 조언해주셨다. 또 그 만큼 값지고, 가치 있다고 하셨다. Q. 소방관에 대한 마음가짐이 남다른 것 같아서 묻고 싶다. 소방관이 되는데 필요한 자격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마음가짐이나, 능력이나 그런 것들. 현직이 아니라서 모르겠다. 현직 소방관에게 묻는 게 확실할 것 같다. (웃음). 뭐 사실 소방관도 어째든 공무원이니, 짤리지 않는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를 거다. 근데 그걸 다 재단할 수 없으니, 나 같은 수험생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 생각으로 판단할 수 없으니, 시험 성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닌가 싶다. 모든 시험이 다 그렇지 않나. 하지만 소방관이라면 어느 정도의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째든 목숨 내놓고 하고, 죄책감도 느끼는 직업이니까. Q. 목숨을 내놓고 사람을 살리는데, 죄책감을 느낀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지금도 종종 보는 웹툰이 있다. <죽음에 관하여>라는 웹툰이다. 거기에 소방관 에피소드가 나온다.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다른 동료를 구하다 사망한다. 눈 떠보니 신이 그 앞에 있었고,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한다. 너라면 어떤 이야기라도 들어주겠다고. 그때 그 소방관이 십 수년 전 자신이 화염 속에 놓고 온 것이 사람인지, 물건이었는지 묻는다. 과거 한 화재 현장에서 물건인지, 사람인지 판단이 안 되 도망치듯 나온 현장이 있었다. 신은 “물건이었어.”라고 말한다. 물건이라는 말을 듣고 소방관은 울며 주저앉아, 내내 마음 속에 품고 살았다고 말한다. 내가 생명을 버리고 도망친 것은 아닌지, 계속 마음에 걸렸다고. 의문이 풀린 소방관은 다시 환생하는 문을 통과한다. 소방관이 가고 나자, 까맣게 그을린 어린이가 신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흔든다. 신은 그 꼬마에게 “이제 그를 용서해. 이런 사람들이야.” 라고 말한다. 소방관이 두고 온 건 물건이 아니라, 어린 아이였고 모두가 해당 사실을 알지만 숨겨줬던 거다. 진실을 알고 싶어 신에게 물었지만, 그 신 마저도 그에게 진실을 숨겨준다. 그가 느낄 죄책감과 소방관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알기에 했던 행동이다. 그 웹툰을 볼때면 소방관이라는 직업과 사명감, 죄책감에 대해 생각한다. 까만 어린 꼬마의 모습처럼, 수 많은 소방관들의 마음도 그렇게 까맣게 그을려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방관도 한 명의 사람이다. 아무리 잘 훈련된 사람이라도 화마 앞에서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싸움에서 이길 순 없다. 때론 질 때도 있다. 또 개인적으론 소방관 자신을 가장 먼저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때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두고 올 수도 있는데, 그것이 소방관에겐 평생의 죄책감으로 남는 게 아닌가 싶다. 그 웹툰의 그 장면을 보면서, 모든 소방관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고,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그런 소방관들을 더욱 알아주고, 지지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고, 소방관이 많아지고 또 소방관을 위한 지원도 많았으면 좋겠다. Q. 최근 정치에서는 소방관 지원 자격을 추가하려고 하고 있다. 군복무를 해야지만, 지원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그런 장벽이 논의 되는 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런 것이 정말 소방관이 되는데 필요한 자격이라고 생각하나? 해당 공약을 봤다. 유튜브에 공약과 취지를 말하는 영상이 있어서 몇 번이나 봤었다. 솔직한 심정은, 군인 수를 채우기 위해 소방관, 경찰관을 이용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소방관과 경찰관이 군인 수 채우는 도구인가? 묻고 싶었다. 군인 수가 부족하다던데, 소방관, 경찰관은 충분한가? 묻고 싶다. 만약 이준석 대표가 군복무 경험이 소방관 업무에 얼마나 필요하고, 어떤 점에서 필요하고 연관되는지 설명하고, 그 필요성 때문에 군복무를 말한 거라면 납득 했을 수도 있을 거다. 일반 사병 경력을 말하던데, 사병들의 어떤 경험이 도움이 된다고 근거로 제시했다면 설득력이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것 마저도 군 경력이 높은 가산 점의 형태로 되어야지, 전제 조건으로 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근거도, 논리도 없이 소방관이 되려면 군대를 다녀와라? 그저 주목 받고, 여성 징병을 위한 수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Q. 현재 군 특수부대 출신은 소방 특채로 뽑는 것으로 안다. 군 경력을 내세우려면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건지? 맞다. 해당 경력들은 분명 소방 현장에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불을 끄는 것만큼이나 사람을 구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다. 간호사, 의사, 혹은 군 특수부대에서 관련 경험을 했다면 그들은 빠르게 소방 현장에 투입돼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해당 직무 들은 특수한 능력이 필요한 만큼, 그런 사람들을 위주로 뽑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거고, 그들의 경력이 그것을 뒷받침 해주는 근거가 되니까. 몇 년 전이다. 소방항공대원 5명이 독도 인근 해상에서 사고로 순직한 일이 있었다. 당시 합동영결식에서 순직한 5명의 동료 소방관들에게 하는 고별사를 본 적이 있다. 보고 많이 울었다. 순직한 분 중 해군해난구조대에서 군 복무 후 소방에 임용되신 걸로 안다. 그런 분도 현장에서 사고로 순직하는 게 소방현장 같다. 사병 경험이 그들에게 준하는 경력을 주는건지 의문이다. 물론 군인도 고귀한 직업이다. 소방관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경찰이 치안을 담당한다면, 군인은 국방을 맡아 외부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군인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군인에 대한 처우와 인식도 안 좋은 것 같다. 이러한 인식 개선과 처우 개선을 말해도 부족할 것 같은데, 그런 공약을 보니 솔직히 후졌다고 생각했다. 감정이입이 돼서 말이 좀 센 거 같다. Q. 솔직해서 좋다. 노골적으로 묻자면, 여성도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한다고 보는지? 사실 이준석 대표는 경찰과 소방을 미끼로 여성 징병을 말하고 싶은 거였다. 이거 정치 인터뷰인가? (웃음) 지극히 개인적으론 여성도 군대에 가고 싶다면 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가는 여성도 있지 않나. 내가 소방관이 꿈이듯, 누군가에겐 군인이 꿈일 수도 있다. 그걸 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월드 인베이전>이라는 영화가 있다. 미국 영환데, 외계인이 전 세계를 침공한다는 내용이다. 거기에 맞서 싸우는 군인들을 그린다. 그 중에는 여성 군인도 있다. 공군인데, 주인공 분대와 합류하면서 분대장이 “싸울 줄 아나?” 라고 묻는다. 그때 그 여성 군인의 답변이 인상 깊었다. “얼굴 반반해서 살아 남은 게 아닙니다.” 라고 말한다. ‘니들이 할 수 있으면, 나도 할 수 있다.’ 라는 걸로 느껴졌다. 그렇게 누군가에겐 군인이라는 직업이 평생의 꿈이자, 사명감 넘치는 직업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중엔 분명 여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이라면 사명감과 나라를 위한다는 마음에서 군 복무를 할 것 같다. 그런 분들의 사기는 조금 더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의무로 복무하는 사람에게 그런 사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의문이긴 하다. 군인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와 지원이 필요할텐데, 그런 게 있나? 라고 물어보고 싶다. 의무로 인원 수를 채우는 게 아니라, 자긍심으로 군에 지원할 수 있게 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재밌었다. 노량진은 분위기가 우중충 한 게 있다. 공시생들만 모여서 그런 것 같다. 잠깐 이지만 분위기 전환도 되고 좋았다. 이제 현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불 조심 하시고, 연휴 잘 보내시라. — 노량진에서 공시생 찾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설날이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건지, 학원에 간 건지, 독서실에 간 건지 찾기가 어려웠다. 공시생을 인터뷰 하는 유튜브도 검색해서 어떻게 찾았나도 살펴보고, PC방에도 가보고, 식당에도 가봤다. 그렇게 만난 공시생들 대부분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시간 아깝고, 본인에게 떨어지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당연할 것이다. 검색해보니 공무원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쉽지 않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며칠간 노량진을 서성였다. 그리고 모 카페에서 우연히 소방 공무원 교재로 공부하는 분을 봤고,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인터뷰 문의를 드렸다. 처음엔 나를 의심스럽게 쳐다 봤으나, 예전에 했던 인터뷰들을 보여드리고, 내가 준비한 질문들을 보여드리자 재밌을 것 같다며 흔쾌히 응해주셨다. 앞서 인터뷰 내용은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해당 인터뷰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는 각자의 생각이니, 내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몇 년 전, 코로나가 아직 한창일 때 집 근처 보건소에 간 적이 있었다.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었고, 검사를 위해서 선별 진료소를 간 거였다. 선별진료소가 있던 게 벌써 몇 년 전이라니 시간이 빠르다. 검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려는데 보건소 근처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봤다. 그 쪽으로 가니 시뻘건 불길에 상점이 불타고 있었다. 불길은 거셌고, 검은 연기는 계속 위로 솟아 오르고 있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창이 깨지고, 깨진 파편이 튀어 나왔다. 당시 찍은 동영상 캡처 사진 그리고 불과 1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방차가 왔고, 이미 준비를 끝 낸 소방관 분들이 내려 신속히 화재를 진압했다. 화재 진압은 순식간이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는 것 같았다. 소방관 분들은 뜨거운 불에 다가가며 물을 뿌리셨다. 멀찍이 서있는 내게도 화마의 뜨거움이 전달 됐다. 방화복을 입었다고 해도 그 뜨거움을 막지는 못할텐데 라며 숨을 죽였던 게 기억난다. 화마(火魔)란 화재를 마귀에 이르는 말이다. 화재 현장이 마치 마귀가 할 퀴고 간 듯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당 화재 현장을 보고 화마가 할 퀸 자국이 어떤 것인지 체감할 수 있었다. 저 안에 사람이 있었다면, 그 공포가 어느정도 일까. 경험하지 못한 나는 감히 상상할 수 없다. 그리고 저 불 속으로 들어가 내가 아닌 남을 구하는 사람들의 심정과 사명감이란 무엇일까도 역시 상상할 수 없다. 확실한 건, 나는 할 수 없다는 점 뿐이다. 그런 사명감 있고, 위험한 직업에 도전하는 한 분과의 인터뷰는 그래서 특별했다. 어느정도 불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불길을 경험하고도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불에 맞서고 싶다는 분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그 분 외에 수 많은 소방 공무원 준비생 분들에게도 동일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준석 대표는 군복무를 해야 공무원 응시 자격을 주겠다며, 공무원 경쟁률에 대해서 말했다. 2023년 소방 공무원 경쟁률은 합계 21.2이었고, 남성의 경우 20.3, 여성의 경우 30.8이었다. 선발 인원 자체에서도 남성은 730명을 뽑고, 여성은 63명을 뽑았다. 여성 지원자는 1,939명이었다. 2023년 경찰 공무원 2차 하반기 경쟁률은 남성이 15.1, 여성이 28.9이었다. 여성 지원자는 10,552명이었다. 이준석 대표는 해당 경쟁률과 지원자를 근거로 연 1만에서 2만 명의 병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지만,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의문이 든다. 얼마전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을 진압하다가 2명의 소방관 분들이 순직했다. 두 사람은 공장안에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갇힌 사람을 구하러 들어간 것이었다. 불행히 들어간 두 사람은 순직했고, 그 안에 그 두 사람이 구해야 할 시민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수색 역시 인원이 부족한 상태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만성적인 인원 부족 상태에, 이준석 대표의 공약이 과연 득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르겠다. 인원 부족에 또 하나의 자격이 있어야만 지원할 수 있다면, 그건 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방, 국방, 경찰 등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정치권에서 해야할 건, 이들이 보다 안전하고 사명감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일 것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다루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세금을 투입해도 아깝지 않은 게 개인적으론 소방과 국방이다.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탐욕과 무능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부디 새로운 정치인들은 그러지 않기를 바래본다. 철골을 엿가락 처럼 휘게 만드는 그 화마 속에서 누구보다 살고 싶었을 문경 화재 공장 순직 소방관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부디 좋은 곳에 가셔서 편안하셨으면 좋겠다. 왠지 그 두 사람은 좋은 곳에 가서도 웹툰의 이야기처럼, “제가 구하려고했던 시민은 무사한가요?”라며 첫 마디를 내뱉을 것 같다. 소방관들은 그런 사람들이니까.
[함께 변화] 내가 돈도 안되는 정치학 대학원을 나왔던 이유
[함께 변화]프로젝트는 우리의 더 나은 일상을 위해 더 나은 정치를 이야기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보통 이런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되면, 저는 프로젝트의 필요성(당위성)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즉, 저는 이번 글에서 '왜 정치가 필요한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해요. 이 주제는 평소 제가 쓰는 글들처럼 다소 딱딱하게, 이론 중심으로 접근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가볍게 '내가 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가'를 친구와 이야기하듯 풀어내고자 합니다. '더 나은 사회'를 꿈꾸며 - 발명가, 기자, 그리고.. 여러분들의 어릴적 꿈은 무엇인가요? 대통령? 운동 선수? 다양하게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발명가'가 꿈이었습니다. 당시 위인전 중 '에디슨'의 이야기를 보고, 와 나도 발명을 멋지게 해서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고 생각했거든요. 한참 과학상자로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중학생 때는 과고를 준비하기도 했지만, 발명가의 꿈을 그만두고 평범하게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고등학생때는 꿈이 기자였어요. 저는 여전히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방향을 잡고 있었는데, 중학생~고등학생을 거치면서 저는 제 어머니께 논술을 배우면서 기자라는 직업이 여론 형성을 통해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 꿈 역시 고3때 접게 되었는데, 당시 교내에 있던 논문쓰기 대회에서 언론의 중립성과 객관성에 대한 글을 쓰던 중 신문 기자가 생각보다 '제약'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에요(프레이밍 이론 / 게이트키핑 이론).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언제나 제 멋대로 사는 걸 되게 중요하게 생각했거든요. 글을 회사와 독자 눈치를 보며 써야 한다니! 제 성격에 맞지 않았어요. 대학교도 적당히 점수 맞춰서 경영학과에 진학했고, 이렇게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꿈은 가슴 속에 묻어두나 했죠. 그러다가 지금은 사라진 '크리에이터 클럽'이라는 곳에서 활동할 기회를 얻었는데, 거기에 있던 사람들은 너무나도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멋지게 사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도 묻어두었던 '사회를 바꾸는 꿈'을 다시 실현하자고 동기 부여가 되었고, 정치학을 복수전공 했습니다. 그리고 졸업이 다가오며 제 진로를 고민하게 되었죠. '돈'이 안되는 정치학 대학원에 들어간 이유 건국대학교 정치학과에서 진로를 고민하면서 교수님들과 진로 상담을 했어요. 대부분 대학생들이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던 시절, 교수님들은 '국내에서 사회를 바꾸기 위한 일을 할 거라면, 국내 정치학 대학원부터 진학해 봐라'라는 공통된 조언을 해주셨어요. 저 역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바꿔야 할 지 모르겠기 때문에 공부를 조금 더 해보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약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연세대 정치학 대학원에 입학했어요.  그래서, 따지고 보면 돈이 되는지 안되는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정치학 대학원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저희 아버지는 공대 박사 출신이신데, 문과 대학원이 일반적으로 랩에 소속되지 않고 돈도 평균적으로 얼마 받지 못한다는 걸 모르셔서 충격받기도 하셨어요. 동료 연구자들도 다들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혹은 저처럼 가정의 지원을 받으며 생활하고 연구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충 생각해봐도 경제학과, 통계학과, 경영학과 같은 학과에 비해 돈이 안될 건 알았지만, 대학원 생활 중이나 대학원 졸업 후나 꽤 막막하다는 건 들어와서 더 체감했어요. 오죽하면 제 지도 교수님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정치학 때려치우고 먹고 살기 위해선 다른 과 공부 빨리 하는 게 낫다'라고 하실 정도로, 정치학은 돈이 되기 어려운 학문이에요.  그래서, 후회하냐고요? 아니요. 저는 대학원에 들어온 덕분에, 그 짧은 2년의 시간동안 정말 많은 발전을 할 수 있었어요. 강제로 많은 논문을 읽고, 간단한 연구들을 진행하면서 국제정치는 물론 국내정치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느 정도 머리에 그릴 수 있게 됐죠. 예를 들어, 독재 정권보다 민주주의 정부가 왜 좋은지 설명할 수 있게 됐어요. 경제 제재를 그렇게 많이 받아도 북한이 핵을 왜 포기하지 못하는지 알게 됐어요. 한국이 왜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할 수 있는지 알게 됐어요. 이런 지식들도 중요했지만, 제게는 사회 문제를 분석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제일 중요해요.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신념을 최소 20년을 넘게 관철해왔고, 그 길이 자연스럽게 '정치학'으로 연결됐다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정치, 그래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해? 그렇게 졸업한 정치학 대학원생이 봤을 때, 정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냐구요? 제 대답은 '그렇다'에요. 물론 정치학과 정치는 조금 달라요. 하지만 정치학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인용하는 이스턴의 정치 개념인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 '은 그 정의부터 결국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일을 뜻해요. 여기에서 '권위적'이라는 말이 어려우실 수 있는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위는 '선거'등으로 발현되는 국민의 힘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캠페인즈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소수자의 권리, 동물권, AI, 교사들의 인권, 저출생 문제 등 다양한 문제에는 다양한 사회적 가치가 포함되어 있어요. 우리는 이 문제들을 정치 - 선거를 통해 뽑힌 공직자들이 여론과 전문성을 고려해 법을 만들고, 그 법과 제도를 실행하고 - 하는 방법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어요. [함께 변화]프로젝트를 포함하여, 캠페이너들의 여러 활동들이 진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해요. 여러분들도 다른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무엇보다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자 '시스템'인 '정치'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함께 변화] 한국 정치에 대한 소시민적 고찰
정치? 잘 몰라요 😐 정치에 아무런 관심이 없던 시절, ‘정치’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양복 입은 어른들이 뒤엉켜 싸우는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청소년이었던 당시 뉴스에서는 국회에서 벌어지는 몸싸움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국회의원은 맨날 싸운다는 인상이 있었죠.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미덥지 않다는 생각은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크게 슬프지는 않았어요. 그들이 열심히 싸우는 것이 제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정권이 바뀐다’라는 것의 의미부터 체감했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쓰는 예산부터 달라졌으니까요. 그리고 대학 입시를 겪으면서 정부 정책에 따라 제게 주어지는 기회가 좁아질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그때는 투표권이 없다는 것이 억울한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투표권을 갖게 된 해에 세월호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이래서 투표를 잘해야 해”라는 정도의 후회(혹은 불평)로 그 일을 뒤로할 수 있을까요? 어른들이 뽑아놓은 대통령이 참사 앞에서 취한 태도는 경악을 넘어 공포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저는 사는 게 무서워졌습니다. 그때부터 사회의 여러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멀게만 느껴지던 정치가 내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정치 이야기 안 좋아합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온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조사부터 쉽지 않았고 생각보다 바뀌는 것이 없었습니다. 수학여행을 갔기 때문에 사고가 난 게 아니지만 수학여행이 사라졌고, 그 배에 탔던 게 잘못이 아님에도 생존자들은 고통스러웠습니다. 만천하에 무능력을 드러낸 정권은 탄핵당하고 다시 한번 정권이 바뀌었지만, 곧 여러 지도자의 추한 모습이 드러나면서 쉴 새 없이 분노가 찾아왔습니다. 실망하기도 지쳐서 잠시 모든 관심을 거두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이 비슷한 이유로 정치를 멀리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하지만 자꾸만 제 삶에 끼어드는 정치의 영향 때문에 마냥 무관심할 수는 없었습니다. 어쩌면 실망하는 일도 의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주주의는 국가의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명시한 것인데, 주인이 자기 것을 잘 살피지 않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책임을 벗어날 수 없을 테니까요. 세월호 참사에서 느꼈던 부채감을 떠올리며 다시 뉴스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눈 비비고 다시 들여다본 정치권은 여전히 싸움판이었지만요. 서로 상대의 부족한 점을 공격하기에 바빴고 중요한 사회 문제는 매번 싸움거리로 전락했습니다. 젠더 이슈나 계층 이슈로 여론이 갈라지고, 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국가원수가 되는 이변까지 보고 나니 문제는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가 너무 많은 게 문제 😵‍💫 무엇이 왜 문제인지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 한국 정치의 문제점으로 자주 언급되는 ‘정치 양극화’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러자 제 경험의 굴곡마다 이게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을 갈라 싸우는 정치인들의 모습,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실감하던 크고 작은 변화들, 끝없는 논쟁에 지쳐 정치와 멀어지는 마음마저 모두 말입니다.  어떤 정치인의 부조리함에 대해 기사가 나면 댓글에는 그의 소속 정당에 대한 비난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그 정당’이라서 문제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다른 당 정치인의 기사를 봐도 정당 거부감을 바탕으로 원색적인 비난이 난무하죠. 편이 갈라져 서로 비난하고 싸우는 동안 정작 중요한 사회 문제는 곪아가는데도 말입니다. 한국행정연구원에서 진행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특정 이슈를 제외하고 이념에 따른 의견 차이보다 정당에 대한 의견 차이가 크게 나타났습니다. 정책보다 정당이 차이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슈에 대한 찬반 논쟁보다 진영 구도로 갈라져 대립하는 일이 많고 우리 편이 하는 말이 맞다는 식으로 싸움이 전개됩니다. 그리고 싸우는 게 일이 된 정치인들의 모습 때문에 모든 정당의 이미지는 다수 국민에게 확실한 호감보다는 확실한 비호감으로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또한 한국 정당정치의 가장 중요한 해결 과제에 대해서 전체 답변자의 약 25%가 ‘거대 양당 중심의 대결 정치적 정치 구도’를 꼽았습니다.  정치양극화 시대 한국 민주주의 발전 방안 연구_발제 (2023.02.27) 한국형 정치 양극화 특징: 그만 좀 싸워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정치 양극화 현상이 문제가 되었지만, 한국은 좀 더 특징적인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거대 양당의 대결 구도가 대표적인 특징인데요.  <한국의 정치 양극화가 가진 특징 13가지> 1. 극단적 당파성에 따른 무책임한 정당정치 2. 정당 내 파벌 양극화 3. 정책이나 이념적 차이보다 권력 이슈로 갈등하는 정치 4. 공존과 협력을 어렵게 하는 혐오의 정치 5. 법안 폭증과 과도한 입법 경쟁 6. 대통령 의제가 갖는 과도한 지배력 7. 대표되지 않는 사회 갈등 8. 정당의 낮은 자율성 9. 열정적 지지자와 반대자가 지배하는 정치 10. 소수 지배의 강화 11. 여론 동원 정치의 심화 12. 양극화된 양당제의 출현 13. 추종과 혐오의 팬덤 정치 국회미래연구원 박상훈 연구위원이 집약한 한국의 정치 양극화 특징은 13가지입니다. 목록만 보면 다소 중복되는 것 같은 항목도 보이는데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열된 단어만 봐도 다소 경쟁적입니다. 사회 문제 해결보다는 권력 쟁취에 목적을 둔 경쟁으로 정치가 오염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한국의 정치 양극화: 유형론적 특징 13가지 (2023.07.03) 선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권한은 매우 큽니다. 선거 한 번에 정세가 크게 바뀌기도 하죠. 힘겨루기에서 진 정당은 많은 것을 잃게 된다는 인식 때문에 선거는 표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됩니다. 정치를 전쟁처럼 이끌다 보니 분열과 혐오가 끊이지 않는 것입니다. 국회의원은 원래 국민을 대표하여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갈등을 부추겨서라도 정권을 얻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혐오 정치, 팬덤 정치 등이 힘을 얻는 데 좋은 수단이 되어 갈등에 불을 지핍니다. 진흙탕 싸움을 보며 누구에게 표를 던질지 고민하다 보니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고른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아요. 윤광일 한국 정당 학회장은 정치의 양극화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다른 정당을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자신과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보는 타자화(othering)와 이들을 싫어하고 불신하는 혐오(aversion), 그리고 심지어는 이들을 도덕적으로 사악한 사람들로 보는 경향인 도덕화(moralization) 현상이 강해 종교 분파 간 갈등과 유사한 분파주의(sectarianism) 특징을 보인다.”  증오 불러내는 정치 양극화, 왜 갈수록 독해질까 (2022.04.24)  다 싸웠니? 이제 할 일을 하자 🤫 여러 학자, 전문가가 정치 양극화 해결을 위한 방안을 내놓았는데요. 문제에 대한 진단처럼 해결 방안도 비슷한 맥락으로 모이고 있었습니다. 개별 기사와 논문에 따라 조금씩 관점이 다르지만 제가 이해한 요점은 ‘정치의 본래 역할에 충실할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기원으로 이야기되는 ‘아고라’의 기능은 ‘공론장’이었습니다. 토론과 협의로 문제를 해결하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의견이 다르다고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논외의 것으로 비난하지 않는 것은 토론의 기본입니다. 물론 여러 주장을 가지고 치열하게 다투게 되겠지만 지금처럼은 안 됩니다.  정치 양극화를 ‘싸우는 정치’로 정의하고 그 대안을 ‘싸우지 않는 정치’로 설정하는 것은 지극히 단순하다. 정치에서는 싸움 그 자체가 아니라 싸움의 방법이 중요하다. 그런 방법 가운데 정치 양극화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해결할 수 없게 만들고, 합의 쟁점으로 다뤄질 문제도 많은데 모든 정치 쟁점을 적대적 싸움의 쟁점이 되게 함으로써 사회를 분열시키고 시민을 사납게 만드는 유해한 싸움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정치 양극화는 싸워서가 아니라 잘못 싸워서 나타나는 문제다. 양극화된 정치,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_국회미래연구원 (2020.12.31)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다소 생경하지만 원래 정치는 갈등을 해소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달해 왔습니다. 갈등을 해소하려면 대화해야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의견을 모아 결정한 것을 잘 수행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론으로는 쉽고 현실에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만 싸우고 할 일을 해야겠죠? 당면한 과제가 너무나 많으니까요. "그놈이 그놈"이라는 이야기로 끝내지 않고 "정치인들이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라며 외면하지 않기 위해 개인적으로도 노력해 보려 합니다. 화낼 일이 많아서 ‘사나운 시민’으로만 머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시간만 지나버리면 수많은 죽음 앞에 또다시 미안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뉴스를 읽고 글을 씁니다. 스스로에게 “다 울었니? 이제 할 일을 하자”라고 하면서요. 시민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지만 할 수 있는 게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좋은 정치인을 뽑는 게 어렵다고 포기하지 마세요. 선거 이후의 국민들 역할이 훨씬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