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야, 격동의 한국정치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정당이 나타납니다. ‘개혁’, ‘새로운’, ‘미래’, ‘민주’, ‘연합’ 등 새롭게 설립된 당명에 사용된 용어도 비슷합니다. 몇 가지 용어가 조합된 정당들은 당명 뿐만 아니라 정체성 또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신당 창당을 발표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다른 정당과 합당을 한다고 합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 셈법은 복잡해지기만 합니다.
2024년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는데 선거구는 획정되지 않았습니다. 전쟁이 시작되었는데 어디에서 누구와 싸워야 하는지도 모르고 눈치만 봅니다. 획정되지 않은 선거구에 출마하는 (예비)후보자들은 지역의 유권자가 누군지도 모릅니다. 제도를 협상하고 공천을 결정하는 정당 지도부의 실체가 더욱 명확해 보입니다.
우리 사회에 선거 제도라는 ‘씨앗’ 자체가 영글지 않았고 이러한 ‘씨앗’이 내려앉기 위한 정치적 토양 또한 척박합니다. 비단 선거 제도에만 한정되어 있는 게 아닙니다. 민주화 이후 정치적 과도기라 불리는 한국 사회의 경우, 하나의 이름으로 오랜 전통을 가지고 뿌리를 내린 제도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는 씨앗을 영글게 만들 수 있고, 다양한 씨앗을 뿌릴 수 있고, 건강한 토양을 만들기 위해 밭을 갈 수도 있습니다. 씨앗을 심고 흙을 덮고 물을 줄 수도 있고요! 결국 우리는 건강한 정치적 토양을 만들기 위해 ‘본질’부터 깊이있게 탐구해야 합니다. 작물이 자라기까지 수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는 농부의 마음가짐과 태도 또한 겸비되어야 하겠죠.
정치를 고전이라는 뿌리에서 시작하는 이유
한국은 정치적 이념에 예민합니다. 정치 교과서를 고르는 것조차 망설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보수일까 진보일까’ 질문을 먼저 던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많습니다. 정치고전은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오래토록 인정받은 책이기에 기본적인 신뢰가 쌓여 있어 입문자들이 접근하기 좋습니다. 혼자 읽기 쉽지 않지만 좋은 해설을 제공하는 자료는 우리 주변에 충분합니다.
무엇보다 ‘개념’의 합의 차원에서 정치고전을 공부해야 합니다. 개념은 공동체의 기본적 합의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논의를 위해서는 개념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죠. 실컷 토론을 했는데 다른 대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이라면 그 논의와 토론은 실패한 것입니다. 공통의 장을 넓히는 작업은 정치 고전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치고전은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나’는누구인지, ‘타자’는 어디까지 인지, 그 사이 경계와 권력은 어떻게 작용하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자연스레 우리를 둘러싼 공동체와 정치의 역할로 의제가 이어지게 돼요. 무엇보다 정치철학은 인간의 존재 자체가 불안하고, 모순적이고, 취약성과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워줍니다. 결국 정치는 인간을 다루는 영역이기에 인간을 이해하는 시도가 이어져야 하고 이를 통해 정치가 작동해야 합니다.
나아가, 인간에 대한 뿌리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되면 현실정치를 바라볼 때 조금 더 객관적인 눈을 가지게 됩니다. 정치적 대상에 대해 감정이나 직관을 앞세우기 보다 기존 체제나 제도의 특성으로 바라보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정치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뿌리부터 시작하는 정치 커뮤니티 폴티
정치 커뮤니티 플랫폼 폴티는 2021년 2월 '정치고전(반복)독서클럽'으로 시작했습니다. 국회 연구원일 때, 담당 박사님이 하시던 정치고전 세미나 예습을 위해 독서모임을 꾸렸습니다. 그때 주변 친구들과 모임을 이어가다 온라인 클럽을 열었습니다. 플라톤의 <국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마이카벨리의 <군주론>, 홉스의 <리바이어던> 등 정치철학을 읽고 정리하며 의견을 공유했습니다.
그러다가 고향인 대구에 와서 오프라인 모임을 열게 되었습니다. 국회에서 일을 할 때와 달리 대구에서 정치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은 굉장히 협소했습니다. 대구에서 오프라인 독서모임을 시작했고, 5개 정당 소속(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전)정의당, (전)기본소득당, (전)녹색당)의 지역 정치인들과 정치고전 토크행사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정치고전(반복)읽기클럽’으로 운영하다가 ‘정치Politics’와 ‘커뮤니티Community’의 합성어인 ‘폴티POLTY’라는 브랜드로 안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건강한 정치적 토양을 만들기 위해 폴티는 정치고전을 기반으로 현실정치와 지역정치를 바라봅니다. 평소 혼자 읽기 어려운 정치고전을 함께 읽고, 폴티가 개발한 자체 노트 및 교재로 정리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정치적 대화를 자유롭고 안전하게 나눕니다.
정치에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선택지
모든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없을 뿐더러 모두가 참여하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손해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면 본인의 분야에 몰두하다가 때가 되면 정치 토론을 하러 가거나 투표를 하러 가야 합니다. 일과 가정, 여가를 누릴 수 없어 삶은 더욱 퍽퍽해질 겁니다.
정치 커뮤니티는 개인과 정치 사이의 공간을 다양하게 채울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에서는 정치 및 정책, 역사, 예산 등 지식을 제공하고, 참여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더욱 풍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과 견해를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고 자신과 다른 정치적 관점을 배우게 됩니다. 폭넓은 시각을 확보해 자신의 관점을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나아가 보다 나은 논의와 결론을 도출하는 기회를 만날 수 있습니다.
폴티는 자신의 영역에서 정치적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건강한 정치 커뮤니티’라는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정치적 논의 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과학자, 개발자, 건축가, 사업가, 디자이너, 운동선수 등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고군분투하던 이들이 정치적 장벽을 만나거나 어떠한 갈증을 느낄 때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커뮤니티 플랫폼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 가까이에 접근성이 높고 안전하고 유익한 정치 커뮤니티가 있다면 사회 구성원은 정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의식을 공유할 수 있고 다양한 의견과 관점이 공동체에서 교환될 수 있어 궁극적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의 뿌리를 잘 가꾸는 일
선거가 끝나도 우리의 삶은 계속됩니다. 개혁과 혁신, 전환을 말하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하지만 오래가는 변화는 하나의 기회로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급속도로 변하는 정치에 대응하는 삶은 여유가 없습니다. 계속되는 삶과 변화 이후의 삶을 인지해야 합니다. 대전환 이후의 삶을 꾸려가야 합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정치의 본질과 가치에 집중해야 합니다. 정치가 더욱 정치다울 수 있도록 살펴야 합니다.
고전이라는 뿌리에서 정치를 시작하는 일은 정치의 기초원리를 그 기원에서 찾고, 이를 통해 본질을 이해하고, 현 시대의 새로운 언어로 우리의 정치를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고전 그 자체를 직접 대면하면 난해한 서술을 오독하기 쉽고 해석 자체를 놓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헤매고 좌절하고 실패하는 경험 또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적절한 가이드와 함께 정치고전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훌륭한 정보와 자료가 많습니다.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가이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좋은 해석을 보면서 고전을 다가가는 접근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고전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를 살피며 우리 앞에 놓여진 정치를 바라보는 시야와 관점을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정치고전을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읽을 수도 있어요! 혼자 읽기 어려운 책을 함께 읽으면 다양하고 풍부한 관점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차이를 느끼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시야를 확장하고 폭넓은 관점을 갖게 됩니다. 정치는 정답을 만드는 과정이기에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면 토론과 논쟁의 기회 또한 만날 수 있어요. 나아가 고전에서 함께 시작했다는 연대감 또한 느껴지기도 하죠.
폴티는 정치고전을 읽으면서 현실정치와 지역정치를 바라보는 시도와 실험을 이어갑니다. 커뮤니티와 세미나, 토크 등을 꾸준히 만들고 있어요. 이론교육이 아닌 토론하는 정치교육을 연구하고 강의를 나가기도 합니다. 정치와 관련한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마음이 맞는 팀과 협업을 하기도 해요. 나아가 정치 혹은 정치학을 깊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사업도 하고 싶습니다. 폴티와 함께 정치고전을 매개로 정치를 말하는 건 어떨까요?
코멘트
3고전... 이라고 하면 굉장히 부담스럽고 딱딱하게 느껴지는데요, 사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치를 생각했을 때 인간을 바라보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정치와 고전은 떼어서 생각할 수 없겠네요.
중요한 책들을 반복적으로 읽는 재미있는 모임을 운영하고 계시네요. 모임 사진도 재미있어 보입니다.
정치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심지어 책을 읽고(!) 모임을 가진다니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 궁금하네요. 꼭 정치나 사회 문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하나의 정보를 공유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폴티에서 이뤄지는 활동들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것 같다는 느낌도 받네요. 폴티의 최종목표(?)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