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608
개
3,341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는 한국사회
최근 30대 네이버 개발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이 ’직장내괴롭힘‘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는데요. ‘고인이 육아휴직 복직 후 차별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족 측 고소장이 접수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열심히 근로감독을 해서 법을 지키는 관행을 만들도록 유도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겨레. 23.04.20)
<OECD 국가별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자 수>
한국은 OECD 가운데 출생률이 가장 낮은 나라로(0.78%), 그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육아휴직’입니다. 육아휴직 제도는 1987년 도입돼 올해 36년째를 맞았지만, 성적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실제 한국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1년 기준 29.3%로 OECD 최하위권을 머물고 있는데요.
물론 한국의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0년 72,967명에 불과했던 수가 2021년 17만 3,631명으로 10년 사이 약 10만명 가량 늘었습니다. 그러나 육아휴직이 ‘근로자의 보편적 권리’로 인식되기엔 아직까지 현실과의 괴리가 있는데요.
1.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
현재 육아휴직 사용은 주로 공무원, 공공기관, 대기업 노동자에게 편중되어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육아휴직을 사용한 노동자 대부분이 규모 300명 이상의 기업체 소속되어 있고, 4명 이하 기업에 소속된 비율은 3.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 육아휴직 사용자의 소속 기업 규모>
또 사용할 수 있다 해도 부당 해고를 겪거나 승진 불이익, 차별 등을 당할까봐 마음 편히 사용할 수 없다는 인식도 있는데요. 실제로 인권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용자의 70%가 배치와 승진에서, 71%가 보상과 평가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실제 사례] (KBS. 23.03.28)
A씨: “임신은 축하하지만 그만두는 것을 한번 생각 해봐라. 배가 불러있는 사람한테 일 시키기 불편하니까 배 부르기 전에 그만둬라.”
B씨 : “배치할 만한 부서가 없다. 없는 자리를 만들어줄 수는 없다.”
C씨: “임신 후기에 단축 근무를 사용한 직원은 늦게 귀한 애를 가진 거라 쓰게 한 거다.”
<육아휴직 사용 불가 이유>
직장분위기나 문화 때문에 신청할 때 눈치가 보인다는 것도 문제인데요.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사용할 수 없는 직장분위기나 문화 때문’이라는 답변이 49.6%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 다음으로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가중’이 23.3%,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가 9.3%, 추가인력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7.7% 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노동 약자’에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실제로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56.8%), 5인미만(62.1%), 월 150만원 미만(55%) 근로자의 경우 절반 이상이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고, 육아휴직과 돌봄휴가 역시 평균보다 더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합니다. (직장갑질119)
2. 제도적 문제와 실효성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을 마친 직원에게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입은 불이익이 육아휴직 때문이라는 걸 스스로 입증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실제로 2021년 육아휴직 사용 후 보복인사 등으로 불이익을 받은 남양유업 피해자 사례가 밝혀져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특히 부당전보를 지시하는 상사의 녹취록 등 물적증거가 공개되었음에도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및 소송에서 패소해 사회적 논란이 됐습니다.
이러한 법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윤미향 의원은 '육아휴직 복직자 부당전보' 남양유업 피해 방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는데요. 육아휴직 복직자에 대한 부당전보 판단근거를 확대하고, 불리한 처우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근로자의 권리 구제를 강화하는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또 현행법은 사업주의 불리한 처우에 대한 판단기준이 모호해 권리구제기관 및 사법기관의 판단이 각각 다르고, 문언상 해석에 혼란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육아휴직 제도 사용으로 차별을 받아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육아휴직 관련 차별 경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참고 넘어감‘이라 대답한 응답자가 57.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사업주의 육아휴직 권리침해 관련 기소의견 송치 건>
간혹 육아휴직 사용 권리침해가 법적인 공방으로 이어진다 해도 방대한 자료를 가진 회사를 상대로 개인이 승소하긴 어렵습니다. 실제로 2020년 육아휴직 사용을 사유로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 대한 기소의견 송치 건수는 단 2건에 불과했습니다. 따라서 육아휴직 사용자를 보호하고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외에도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실제로 2020년 육아휴직 부여 저조 사업장으로 의심되거나 출산, 육아휴직 중 부당해고가 의심되는 사업장으로 선정된 수는 총 364개였지만, 이 중 위반사업장으로 판정된 경우는 29개에 그쳤고, 사법처리 건수는 3건에 불과했습니다.
3. 해외 사례
1) 근로자 손해배상 및 보호방안 (육아패널티_국회입법조사처)
스웨덴의 경우, 육아휴직법 제 22조에 따라 법령을 위반한 사업주는 근로자가 입은 모든 형태의 손해나 손실, 그리고 권리 침해에 대해 보상해야 합니다. 특히 근로자가 육아휴직과 관련된 불이익 조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경우, 불이익을 준 사실이 없거나, 있었다면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음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사업주에게 있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도 ‘사업주의 해고조치가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부당해고였는가’에 대한 증명 의무가 사업주에게 있는데요. 만일 해당 사안이 차별 관련 사안으로 판정되면 근로자는 고용평등법에 따라 복직은 물론 손해배상청구일 이전 6년 기간의 급여에 대해 상한액 제한 없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2) 육아휴직 사용권 보장 (사용권보장_국회입법조사처)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최소 13주 근속한 근로자의 경우 육아휴직 신청 자격이 있습니다. 근로자는 육아휴직 시작일 최소 2주 전에 사업주에게 서면으로 미리 고지하면 되는데요. 이때 사업주의 별도 승인 없이도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어 원하는 때에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사업주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됩니다.
스웨덴의 경우도 사업주에게 최소 2개월 전에 육아휴직 시작일을 고지하면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는데요. 마찬가지로 사업주의 승인 없이 요청만으로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으로 명문화하고 있어 근로자의 자유로운 사용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3) 남성의 육아휴직 의무화 (パパ休暇_厚生労働省)
일본의 경우, 작년 10월부터 ’산후 아빠휴가 제도‘를 시행해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있는데요. 아이 출산 후 8주 동안, 한 번에 최대 4주 총 2회까지 사용할 수 있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사측은 반드시 휴직 신청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신 노사합의를 통해 근로자가 육아휴직 중에도 근무할 수 있게 했는데요. 갑자기 중요한 회의에 참여해야 하거나 휴직자가 아니면 대응할 수 없는 업무가 생겼을 때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또 근속기간 1년 이상이라는 요건을 폐지해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도 육아휴직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육아휴직과 출산휴가와 관련해 직원들의 의향을 확인하는 것을 의무화해 제도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남성 육아휴직 비율을 50%, 2030년에는 여성과 같은 85%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를 위해 지난 4월 1일부터는 10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 매년 홈페이지에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해 그동안 ’사용하기 어려운 분위기‘ 때문에 제도를 이용하지 않은 남성들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아이 낳고 싶은 나라가 실현되려면..
그동안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정부에서 많은 정책을 펴왔지만, 한국은 여전히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출생률은 더 낮아지기만 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을 짚어봤는데요. 제도적 문제도 물론 개선돼야겠지만, 육아휴직을 ‘기본적 권리’로 생각하지 않는 인식의 문제와 차별, 괴롭힘, 갑질, 이기주의 등 잘못된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러려면 한국사회의 불평등 양극화 문제, 과도한 경쟁 사회 등도 함께 해결돼야겠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그간 성장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한국사회가 이제는 성장만큼 ‘파이 분배’와 ‘안전망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사회가 '육아휴직'을 보편적 권리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그래서 아이 낳고 싶은 나라가 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922
노동 4.0이 예측한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
2017년 작성된 독일은 노동 4.0 백서를 통해 기술의 발전과 인공지능의 등장 등 미래에 펼쳐질 변화를 앞두고 노동 시장의 대응 방안을 정리했습니다. 최근 제제 캠페이너님이 정리해주신 ‘독일의 '노동 4.0'을 알고 계신가요?’를 읽어보시면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제제 캠페이너님의 글을 읽으며 노동 4.0의 내용 중 플랫폼 노동 관련 내용을 조금 더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플랫폼 노동 문제를 배달 플랫폼의 사례로 정리하면서 노동 4.0에 등장하는 플랫폼 노동에 대한 설명과 좋은 노동을 위한 질문을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2017년의 독일이 고민한 플랫폼 노동의 미래
독일은 2년간 노동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과 대화, 연구를 진행해 노동 4.0 백서를 마련했습니다. 그 결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노동 형태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플랫폼은 공급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데요. 2017년 독일의 예측은 2023년 한국 사회에서 실현되고 있습니다. 당근마켓을 통해 중고 상품을 구매하던 사람이 자신의 중고 상품을 판매하거나 배달의 민족을 통해 배달 음식을 주문하던 사람이 배달 노동자로 활동하는 사례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노동 4.0은 플랫폼의 등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상도 함께 정리했는데요. “승자 독식 형태의 독점 현상”, “이웃, 동료 간의 협력도 디지털 플랫폼 경제 구조에서는 약화” 등입니다. 특히 플랫폼의 성장으로 발생한 생산 수익의 분배 과정에서 “대규모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의 이윤에 대한 세금 부과”가 필요할 것이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 독일이 예측한 플랫폼의 확산이 2023년 한국 사회에서 등장했듯이, 독일이 우려한 현상도 한국 사회에 나타나고 있을까요? 독일의 해법이 현재 한국 사회에도 필요할까요? 한국 사회의 배달 앱 사례와 함께 살펴보시죠.
배달의 민족으로 입증된 노동 4.0의 예측
음식 배달 앱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일 겁니다.(저도 애용자 중 하나고요) 특히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배달 어플리케이션 시장은 크게 성장했습니다. 배달 앱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분석한 한겨레신문 기사를 보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2021년) 매출은 2조88억원으로, 처음으로 2조원대를 돌파”했습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5654억원)과 비교하면 4배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고요.
물론 올해 발표된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조사 등 배달 앱 이용자 수가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조사를 전달한 매경이코노미 기사를 보면 “점유율 1위 배달의민족”은 “배달 시장 전체 MAU(월별 이용자수)의 66.8%”를 기록했습니다. 경쟁업체인 요기요와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하락했지만 배달의민족은 점유율이 올랐습니다. 3사의 경쟁체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노동 4.0의 우려와 같이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한 플랫폼이 독점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너무 좌절하긴 이릅니다. 노동 4.0에 등장한 우려 외에 비전도 현실화 된다면 그나마 괜찮은 상황이라 할 수 있겠죠. 노동 4.0에선 5가지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는 “경쟁력 있는 임금 체계와 사회 안전망 확보”인데요. “디지털화로 인해 생긴 이익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좋은 노동으로의 통합”, “다양한 노동 유형의 표준화”, “노동의 질 유지”, “공동 결정, 노동자의 참여, 기업 문화를 함께 고려하기”도 비전에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배달 앱 시장의 1인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노동 4.0에서 제시한 비전을 지키고 있을까요?
“9년간 배달비 3000원 동결”, 거리로 나온 노동자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 형제들은 자사 홈페이지에 회사의 비전과 방향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그 중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항목 하단에 담긴 내용이 눈에 띕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아한형제들에게 회사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중략) 우아한형제들은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존중’과 ‘배려’의 협동정신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인간적인 예의를 다 하는 가운데, ‘고객 창출’ 및 ‘고객 만족’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애석하게도 이 비전은 배달의민족 소속 배달 노동자인 ‘배민라이더’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을 이용해보신 분들이라면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서비스 ‘배민1’을 핵심 기능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핵심 서비스를 현실에서 구현되도록 하는 배민라이더들은 정작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민라이더스와 배민커넥터 소속 라이더로 구성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배달 플랫폼 노동조합은 노동절인 5월 1일 노동환경 개선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습니다. 이들은 왜 거리에 나오게 됐을까요?
배달플랫폼 노조가 거리로 나온 이유는 기본 배달료입니다. 배달플랫폼 노조는 기본 배달료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아니 배달료가 이미 5천 원 가까이 되는데 배달료를 더 올리라고?’라는 생각을 하신 분들 계실 겁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조금 더 정확히 설명하면 어플리케이션 배달료에서 배달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비율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쉽게 말해 ‘소비자한테 받는 배달료 엄청 올려서 수익을 늘렸으면 기업이 다 챙기지 말고, 배달 노동자에게도 정당하게 수익을 분배하라’는 겁니다.
지난 4월 19일 열린 파업 찬반투표 돌입 기자회견을 전달한 매일노동뉴스 기사에 따르면 노조는 “배달의민족 영업이익은 4천200억원인데, 라이더는 9년동안 기본료가 3천원으로 동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홍창의 노조위원장은 업주와 소비자가 배달료를 더 내는 것이 아니라며 “배달의민족이 받는 배달비 6천원에서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료 비율을 늘리라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정리해보면 배달의민족은 자사 비전에 “‘존중’과 ‘배려’의 협동정신”, “서로에게 인간적인 예의를 다 하는” 업무 환경을 강조했지만 배달 노동자들에겐 이런 업무 환경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노동 4.0에서 이야기 했던 “디지털화로 인해 생긴 이익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비전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른 4가지 항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이후 거둔 막대한 성공과 이윤은 노동자에게 재분배되지 않고 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간 셈이죠. 우리는 이렇게 막대한 이윤을 독식하는 플랫폼 기업을 이대로 바라만 봐야할까요?
이윤 독식하는 플랫폼 기업, 어떻게 해야할까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큰 이윤을 창출한 기업은 전 세계에서 등장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해외 각국도 기업의 이윤 독식 문제를 고민해야 했고, 미국과 유럽연합은 ‘디지털세’를 해결책으로 꺼냈습니다.
KDI 경제정보센터는 디지털세를 “기업이 디지털 형식으로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얻으면 사업장 소재지와 상관없이 해당 국가가 일정 세율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자는 개념의 조세”라고 설명합니다. 물론 이 세금은 거대 기업이 세계 각국에서 세금을 회피하는 조세회피를 대응하기 위해 도입이 고려되고 있지만, 기업의 이윤 독식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직접적인 도입을 추진중인 곳은 유럽연합인데요. 2020년 9월 5일 파올로 젠틸로니 유럽연합 집행위원은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거대 IT 기업들은 코로나19 위기의 진정한 승리자이므로 유럽에서 합당한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2018년부터 디지털세 도입의 필요성을 짚으며 법안을 제안했습니다.
유럽연합은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디지털세 도입을 위한 절차를 차근차근 밟고 있습니다. 물론 회원국 간 입장차이, 과세 대상이 대부분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 의회에서의 통과 등 걸림돌도 예상됩니다. 하지만 도입에 대한 의사 합치 발표를 하며 필요성은 합의된 상태입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시기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바이든 정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을 시행하면서 유럽연합의 디지털세와 조금은 다르지만 유사한 방향을 가진 조세정책을 마련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디지털세 도입 동향을 다룬 법률신문 기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 사회에서는 이미 플랫폼 기업이 이윤을 독식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급과 소비가 점점 더 플랫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제구조가 갖춰지는 만큼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은 점점 더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앞서 독일이 노동 4.0을 통해 지적한 것과 같이 디지털화로 인해 발생한 이익을 노동자의 임금 상승으로 연결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 사회는 어떤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배달플랫폼 노동조합은 어린이날인 이번 주 금요일 경고파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을 경고하고,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이번 파업에 동참하며 어린이날엔 배달의민족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합니다.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 문제를 고민하는 캠페이너가 계신다면 이번 파업에 동참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노동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