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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외교 vs 굴욕외교? 한일정상회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난 7일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셔틀외교’가 12년 만에 복원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가치외교’를 내세워 일본과 안보, 경제, 글로벌 이슈 등을 협력해나갈 것을 밝혔는데요.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미래 지향적 협력 관계가 확고해졌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대통령이 일본에 저자세로 나가며 통 큰 양보를 한 데 비해 얻은 게 별로 없다는 ‘굴욕외교’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저는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외교는 양면게임’이라고 했던 퍼트넘 교수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 로버트 퍼트넘은 외교는 ‘국가 간 협상인 외부게임’과 ‘국내정치인 내부게임이 동시에 진행되는 양면게임’이라고 말했는데요.   흔히 외교는 국가와 국가 간 협상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국내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대외협상에 성공해도 국회, 기업, 시민단체 등 복잡하게 얽힌 국내 이해관계를 풀어내지 못한다면, 정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동안 한일관계가 진전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 국회, 시민사회의 동의 없이 이뤄진 대표적인 협상이었으니까요. 이번 한일정상회담도 이런 측면에서 우려되는 지점이 많은데요. 국내 구성원들을 충분히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입니다. 평가가 엇갈리는 이번 한일정상회담 관련 주요 쟁점들을 정리해봤습니다.  1. 과거사 문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비롯해 역사인식에 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말씀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한일 공동선언의 표현 대신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위로의 말을 전했는데요.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대단히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다만 이는 정부를 대변한 것이 아닌 총리 개인의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는데요. 과거사 관련 자신의 발언에 대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말로 명확히 이해해도 되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일본 총리 자격이 아니라 '사견(私見)'이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는 일본 내 극우파 지지기반층을 의식해 정부를 대변하진 않았으나 한국 내 여론을 의식해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여야 정치권, 일본 언론은 각각의 입장을 표명했는데요. 1) 시민단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일본 과거사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추구를 위해 610개 시민단체들의 결성체인데요.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입장문을 통해 "일본의 '호응'은 고사하고, 한마디의 사과 표명도 없는 '빈 손' 회담이었다. 다시 한번 윤석열정권 깡통외교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혹평했습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일제강제동원 관련해 기시다 총리의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게 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발언을 두고는 ‘교활한 물 타기 발언’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는 한일 정상회담을 규탄하거나 환영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리기도 했는데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굴욕외교'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5가지 현안에 대한 입장이 분명히 정리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건너편에는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한일정상회담을 환영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는데요,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환영하고 그동안 얼어붙은 한일관계가 풀리기를 기대한다며, 일본과 군사동맹 구축을 통해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 여야 정치권 여야도 극명한 입장차이를 드러냈는데요. 국민의힘은 “한일관계가 진일보했다”고 호평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공허 그 자체”라고 평가 절하했습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양 정상은 지난 3월 합의했던 안보협력 분야와 화이트리스트 원상회복, 정식출범을 앞두고 있는 한일미래파트너십기금 등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한일 간 우호적인 '셔틀외교'로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한일관계의 새 장이 열렸다"고 치켜세웠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한일관계 정상화가 본궤도에 오르게 되었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오염수 방류 문제 외에도 반도체 공급망의 구축, 첨단산업에 관한 공동연구,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등 많은 생산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사에 대해선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와 반성이 없었다는 점을 아쉬워하는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 전향적 해법을 제시했을 때 보다 진전된 입장표명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날로 심각해지는 북핵 위기 앞에서 이제 두 세대에 걸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보편적 인권 문제인 대한민국 역사를 철저히 무시하고 굴욕외교를 계속하겠다며 밀어붙이는 대통령의 입장이 충실히 반영됐다"며, 국민 앞에서 일본 입장을 대변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을 보는 국민은 참으로 참담하고 허망하다"고 논평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에 식민침략에 대한 면죄부 발언을 줬다”며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강제동원 배상 재검토는 언급조차 없었다. 일본의 독도 침탈에 대해서도 한마디 언급을 못 했고, 우리의 외교적·군사적 자주권을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종속시킨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한국정상회담은 “‘물잔은 너만 채우라’는 일본 측의 암묵적 요구에 그대로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셔틀 외교 복원이라고 자랑하지만 ‘빵셔틀 외교’ 같다는 국민 일각의 자조적 힐난에 귀기울여야 한다” 며 지적했습니다.  3) 일본 언론 일본 언론은 이번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입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일관계가 호전되어 협력해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는데요. 다만 강제징용에 대한 니시다 총리의 발언에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렸습니다.   대표 보수언론인 산케이 신문은 “징용에 대해서는 애초에 일본 측이 사과하거나 배상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 세계 2차대전 당시 많은 나라에서 시행한 노동동원에 불과하고 임금도 지급했다. 역사적 사실에 반하는 누명을 쓴 일본이야말로 피해자인데 총리의 발언은 가해자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주객이 전도된 잘못된 발언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는데요. 반면, 대표 진보언론인  아사히 신문은 “과거사 문제는 국민 정서와 정체성과 관련된 민감한 주제다. 조약이나 협정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공감을 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를 직시하는 자세를 계속해서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 요미우리 신문은 “기시다 총리의 유감 표명은 윤 대통령의 정치 결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한국 내 반발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총리는 상대 입장을 배려하는 것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도쿄신문은 “‘마음이 아프다’는 총리의 표현은 그 어느 때보다 감정이 담긴 표현으로 한국 내에서 환영하는 목소리가 많다. 다만 우회적인 표현이 많았다. 보다 직접적으로 반성과 사죄를 보여줌으로써 자국 내 비판을 받을 각오로 대일관계 개선에 나선 윤 대통령의 기개에 부응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습니다.  2.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윤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고 밝혔는데요. 하야시 요시야마 일본 외무상은 “한국 전문가 현지 시찰단 파견, 국장급 협의 등의 기회를 통해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한국의 이해가 깊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시찰단이 오염수의 안전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 ‘보여주기식’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데요. 실제로 작년 3월 대만도 후쿠시마에 8명의 조사단을 파견했지만, 도쿄전력의 안내에 따라 설명을 듣는 수준에 머물렀고, 짧은 기간에 일정을 소화해야 해서 ‘형식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우리 시찰단도 현장 점검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고 실제 체류 기간도 이틀밖에 안되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큰데요. 이 때문에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순 없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자칫 일본에 ‘오염수 방류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요. 지난 2019년 4월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가 타당하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새로운 쟁점을 제기하며’ 다시 WTO에 제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그 새로운 쟁점이 이번 시찰단 파견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 분위기 속에서 일본이 이러한 조치를 바로 취하진 않겠지만 언제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잠재적 현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정부는 2018년 WTO 1심에서 일본에 패소한 바 있습니다. 수입을 규제하는 잠정조치의 적법성을 놓고 다퉜는데, ‘합리적 기간 안에 특정 요건이 충족되면 수입 규제를 해제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WTO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따졌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일본의 손을 들어줬는데요. 때문에 해당 부분을 두고 WTO 상소기구에서 다루게 되면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3. 한미일 공조에 대한 기대와 우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으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데요. 이에 대해 북한의 핵무기 고도 발달과 안보 위협으로 ‘한미일 공조는 불가피하다는 입장’과 ‘동북아 신냉전 구도가 형성될 지도 모르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SNS를 통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며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되고 안전한 인도태평양’을 발전시키고자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울과 도쿄가 긴밀해질수록 미국의 미사일 방어 역량도 강해진다”며 “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져) 북한과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살피는 동맹의 능력을 키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중국의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한국과 일본을 ‘기묘한 침실 파트너’라고 비유하며 비판했습니다. 미국의 대중국 봉쇄 요구에 한국과 일본이 부응한 것이라며 회담 성과를 깎아내렸는데요. “한일 양국이 갑자기 가까워진 것은 두 나라 우파 정당(국민의힘과 자민당)이 이념을 공유하기 때문”이라며, 윤석열 정부와 보수 진영이 권력을 잃으면 바뀔 수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일본과의 관계가 개선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여러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인데요. 무엇보다 국내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대통령의 행보가 우려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임 1년이 다 돼가도록 야당 대표와 단 한 차례의 만남도 갖지 않는 모습, 국내 언론과의 소통은 원천 차단한 채,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만 지속하고 있는 점, 공론화 과정 없이 국가의 중대한 의사결정을 강행하는 모습 등이 그렇습니다. 일본에게 보여준 것만큼, 국내 정치에서도 그러한 양보와 타협, 소통의 자세를 취해나가면 좋을텐데요.  여러분은 이번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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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상회담 총평: 기억할 수 있는 건 모두 잊었다오
어제의 하늘 빛 오늘 또 푸르고 / 어제의 하늘 빛 오늘 또 밝아도 / 어제는 어제, 지난 건 꿈이라오 / 눈짓도 몸짓도 다정한 음성도 / 기억할 수 있는 건 모두 잊었다오  -임선경 작사, 최종혁 작곡, 윤시내 노래 <어제는 어제(1980)> 2023년 5월 7일,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수상과 한국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일본 정상이 한국에 온 것은 12년만이다. 알려진 바로는 윤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한미 정상회담을 할 때 일본에 만나자고 의견을 보내서 시작된 회담이라고 한다. 뭐, 무엇이 되었건 안 만나는 것보다야 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많은 언론이 12년만의 셔틀외교라는 점에 대해 나름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겠지. 한일관계도 물론 좋아지는 게 나빠지는 것보다야 좋을 것이다. 문제는 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좋아지느냐다. 마음 아픈 과거를 잊어야 미래로 간다? 불과 며칠 전 한국에서는 주어와 관련하여 영문법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이 있었는데, 내용은 이것이었다. "유럽은 지난 100년 동안 여러 번의 전쟁을 경험했지만 전쟁 중인 국가들은 미래를 위해 협력할 방법을 찾았습니다,"라고 윤석열 대통령은 말했다. "저는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무언가를 절대적으로 하지 말라고 하는 것, 그리고 그들이 100년 전 우리의 역사 때문에 용서를 위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결정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 설득력 면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Europe has experienced several wars for the past 100 years and despite that, warring countries have found ways to cooperate for the future,” he said. “I can’t accept the notion that because of what happened 100 years ago, something is absolutely impossible [to do] and that they [Japanese] must kneel [for forgiveness] because of our history 100 years ago. And this is an issue that requires decision. … In terms of persuasion, I believe I did my best.” (The Washington Post.2023.04.24.) 독일의 빌리 브란트(Willy Brandt, 1913~1992) 수상이 유대인 사망자들의 위령비 앞에서 무릎을 꿇은 일은 물론 참으로 역사적인 일이고 소중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본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한 적은 없다. 혹 누군가가 일본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했다손 쳐도 그것이 진짜 무릎을 꿇으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사과를 하라는 것이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런 면에서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는 사람이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한국에서 있었던 한일회담에서도 별다를 것 없이 똑같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5월 7일 정상회담 자리에서 “양국이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 협력을 위해 한 발자국도 내딛을 수 없다는 인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겨레.2023.05.07.). 윤 대통령은 이런 류의 이야기를 2023년 들어서 계속 반복하고 있다. 과거를 이야기하면 미래로 못 나아가는 걸까? 좋다 싫다 이전에 이해가 안 간다. 기시다 수상은 식민지 시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私自身、当時、厳しい環境のもとで多数の方々が大変苦しい、そして悲しい思いをされたことに心が痛む思いです 저 스스로는, 당시 엄혹한 환경 하에서 다수의 분들이 매우 힘들고, 그리고 슬픈 생각을 하셨다는 점에 마음이 아픕니다. 일본에서는 이 발언이 꽤 화제가 되었다. 이런 걸 사과이며 역사 인식의 진일보라고 칭찬해주는 한국의 보수언론이나 일본의 진보언론도 문제지만, 일본의 우익, 극우 언론에서는 기시다 수상의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발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무로타니 카츠미(室谷克実)라는 저널리스트는 “내년 한국 총선거나 2027 대선에서 보수파가 지면 한국은 완전히 좌익정권이 된다. 보수파인 윤 정권을 도와야 한다. 이번 서비스는 한국의 여론을 대상으로써는 나쁘지 않다”라 평했고 (夕刊フジ.2023.05.08.) 자민당의 시게키 토시미츠(茂木敏充) 간사장은 “한국측의 적극적인 대응에 맞추어, 일한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라 평했다 (産経新聞.2023.05.08.). 혹 기시다 수상의 발언을 좋은 쪽으로 해석하려고 아무리 기를 쓴 들, 일본 안에서 이런 평가가 나온다면 이것을 진정한 사과라고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다.  남기정 서울대 교수는 이 발언을 두고 “본질을 회피하는 발언”이며  “식민지 시기 있었던 사실에 대한 인정과 책임, 사죄는 없었다”고 평가하고 “일본 정부의 이전 입장을 확인하는 정도”라고 평가했다 (경향신문.2023.05.07.). ‘마음이 아프다’는 이미 고인이 된 아베 신조를 포함해 일본의 전 총리들이 계속 해오던 말이다. 아무 변화가 없는 것이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역시 이 발언에 대해 “외교적인 자리에 나와서 개인적으로 가슴 아프다고 하는 건 책임 회피를 위한 ‘물타기’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경향신문.2023.05.07.)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도 "기시다 총리 개인적으로는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더 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냉정히 보면 '사죄와 반성'이 한마디도 안 나왔다"고 평가하면서 "(기시다 총리가) 사견임을 전제로 얘기했단 점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뉴스1.2023.05.07.) 그런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은 곧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에 참석하면서 원폭 위령비에 참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일본과 관련해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뉴스가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다. 그렇게 안전하면 방류하지 말고 갖고 있으면 될텐데 왜 이렇게 기를 쓰고 방류를 하려는 걸까? 이와 관련해 며칠 전, 일본 외무성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삼중수소량이 한국 고리 원전보다 더 적다는 동영상을 만들었고, 일본의 고노 다로(河野太郎) 디지털상 겸 소비자담당상은 직접 영어로 후쿠시마 원전이 고리원전보다 안전하다고 설명하는 홍보 동영상을 찍었다. 이 와중에 한국 시찰단이 후쿠시마 원전에 가겠다는 결정이 이번 회담에서 나왔다.  기시다 후미오 수상: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 대한 한국 전문가 현장시찰단의 파견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본의 총리로서 자국민 그리고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형식의 방류는 인정하지 않을 것을 (말씀드립니다.) (YTN.2023.05.08.) 이를 두고 외교적 성과라고 자찬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찰단은 검증단과 다르다. 실제로 효력을 지닌 조치가 없다면 그냥 보고 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에 대해선 양국 모두 아무 말이 없고, 그저 “나쁜 일은 안 합니다” 같은 수준의 말만 하고 있다. 앞으로 실무진에서 어떤 회의를 하겠다는 말도 없다. 황당한 일이다.   최지현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시다 총리의 말을 들어보면, 검증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하는 것이고 우리는 시찰만 하고 오는 것으로 읽힌다”고 평가하면서 “자칫 잘못하면 일본의 원자력 오염수 방류를 정당화하는 행위로 시찰단이 오용되고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경향신문.2023.05.07.)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도 8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다른 시각을 수용해서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자세도 아니고, 그냥 한번 둘러보는 걸 허용하겠다는 식이라 (일본에) 면죄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라 말하고, 일본측에서 시찰 가능한 날짜(5/23~24)를 지정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날짜까지 적시한 건 그 날짜에 가능한 사람을 이미 내부적으로 구성해놨다는 의미고, 대개 정부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 문제를 우려하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에게도 가능성을 타진했을까? 만약 했다 해도 기껏 한두명 형식적으로 넣었든지, 저건 지금 짜고 치는 것”이라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2023.05.08.) 미국의 승리?  이번 회담을 두고 블룸버그 통신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The second meeting in two months between leaders of Japan and South Korea after years without a formal summit marks another win for the Biden administration, which has sought to unite the allies to cooperate against North Korea and undercut China’s growing power. 수년 만에 공식 정상회담 없이 두 달 만에 열린 한일 정상의 두 번째 만남은 동맹국들의 대북 공조와 중국의 커지는 힘을 약화시키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또 다른 승리를 의미한다. (Bloomberg.2023.05.07.) 국제 사회의 역학관계가 변화하면서 점점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쪽의 줄에 설 것을 강요받는 분위기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떤 사람들은 두 나라간의 군사 충돌을 이야기하면서 그 때 한국이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논하기도 한다. 개인의 일이건 국가의 일이건 미래야 알 수 없는 것이니 대비를 안 할 수야 없을 것이고,이런저런시나리오를상상해보는것도괜찮다고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약소국이 굳이 편짜기를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한미 정상회담의 후속편이다. 미국도 일본도 중국에 대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내비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등을 돌리지도 않았다. 미국도 여전히 첨예한 사안에 대해선 중국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고, 두 나라 모두 외교 실무진은 물론 국회의원, 시민단체 차원의 교류를 계속해나가고 있다. 통 큰 외교는 도박이다. 그것도 세끗 짜리 패를 손에 들고 상대의 손에 광땡이 없기를 바라는 식의 도박이다. 무슨 가치인지 명확히 설명도 못하는 가치 외교는 이제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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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중 쉬는시간 OR 조기퇴근,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지난 3월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의 내용 중에는 다른 이슈(최대69시간 근로라던가, 근로시간저축계좌제라던가...)에 묻힌 감이 있지만, 아르바이트, 시간제노동자 등 하루 근로시간이 짧은 노동자에게 직접 화두가 될 내용이 있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4조에서는 하루 4시간 일할 때 30분 이상, 8시간 일할 때 1시간 이상 ‘근무시간 중’에 휴게시간을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하루 4시간 일하는 경우 휴게시간 30분이 오히려 불편함을 초래한다는 의견에 따라 근무시간 중 30분 휴식 대신 30분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입법 개선안이 제시되었습니다. 관련하여 2022년 1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근로시간 4시간인 근로자 일 끝나면 휴게 없이 바로 퇴근해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4시간 근로의 경우 노동강도가 세지 않은 분야에서는 사용자와 근로자 합의로 휴게시간을 선택하는 방안 ▴정부기관 청소근로자는 노사 합의로 계속근로 4시간 내에 휴게시간을 부여하는 방안 ▴청사관리 규정에 청소근로자 휴게실 면적을 규정해 청사 설계 시부터 반영하도록 하는 방안 등에 대해 제도개선 검토를 내용으로 합니다. (2022.1.4. 국민권익위원회) 마트에서 주말에 단시간으로 일 했을 때 30분 휴게시간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은 좋았지만, 쉴 곳도 할 것도 마땅치 않아서 푸트코트에 앉아 멍때렸던 기억이 납니다. 판촉 일 특성상 혼자 일하는 것이었고 연락처를 세워 놓고 쉬러 가도록 교육을 받았습니다. 혹시나 고객이 제가 쉬는 동안 구매를 원하면 푸트코트에 앉아 있다가 달려가서 결제했습니다. 실제로 전화가 오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언제나 전화가 올 수 있다는 긴장 상태에 있다 보니 ‘이럴 거면 안 쉬고 말지’하는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그런데 물류센터에서 일한 날을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물건을 들고, 또 옮기느라 흐물거리는 팔다리에 휴게시간 30분은 있어서 좋은 것이 아니라 ‘있어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휴게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휴게공간까지 왔다 갔다 하면 30분 중 절반이 날아가기 때문에 일용직노동자가 계단에 주욱 앉아 –숙련자들은 어디선가 상자를 구해서 깔고 앉기도-있던 장관에 관해서도 할 말이 있지만?)  한편, 시간제근로자가 아닐 때는 어떻게 될까요? 하루에 8시간 일하는 직장인의 경우 통상 휴게시간 1시간은 점심시간입니다. (고용노동부는 4시간 이상 8시간 미만으로 일하며 30분 휴게를 보장받는 노동자에 관한 방안만 발표했습니다. 2022년 국민권익위의 발표 내용도 단시간근로자에 한정하는 내용입니다.) 정책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8시간 일하는 노동자를 기준으로 생각해 본다면, 아마도 현행과 같이 일률적으로 점심시간 1시간을 보장하는 방안, 30분 휴게에 선택권을 두는 위의 안을 일부 절충하여 30분은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시간으로 하고 30분만 근로시간 중 휴게로 보장하는 방안, 휴게시간 전체를 조기퇴근 으로 전환해 일하는 가운데 전혀 쉬지 않는 선택권도 가능하게 하는 방안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쉼’이 보장되지 않으면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는 말,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는 말에 백번 동의하면서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쉼에는 ‘차라리 퇴근을...!’이라는 생각이 앞섭니다. 그렇지만 노동강도가 높은 현장에서 그 쉼이 보장되지 않았을 때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생각하면 휴게시간 보장은 생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또한, 선택권이라는 허울만 남아 실제로 쉼을 선택하려는 사람도 조직문화나 분위기 때문에 다 같이 쉼 없이 일해야 하는 ‘무휴식 무선택권’의 상황이 오지는 않을지 염려가 됩니다.  ?'휴게시간 선택권 강화' 개선안으로 논의를 시작해 보고 싶습니다.  노동자의 휴식은 선택의 문제일까요? 선택할 수 있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여야 할까요?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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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퍼레이드는 안된다는 서울광장,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곳인가?
서울시가 지난 5월 3일 오전, 서울퀴어퍼레이드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했습니다. 결정은 서울시 열린광장운영 시민위원회를 통해 이뤄졌고요. 서울시는 어떤 이유로 불허결정을 내렸을까요? 이에 대해서 백아인 캠페이너님이 ‘서울시, 퀴어축제조직위 서울광장 사용 불허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를 통해 잘 설명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오늘은 서울광장과 서울특별시 열린광장운영 시민위원회의 목적과 역할이 무엇인지, 서울퀴어문화축제의 무대로서 서울광장, 그 관계와 역사를 살펴볼게요.  글을 읽고 서울시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럼에도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개최를 응원하신다면, 댓글로 여러분의 의견을, 응원의 목소리를 표현해주세요. 여러분의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닿아 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모르니까요.? 서울퀴어문화축제란?  서울퀴어문화축제란,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어우러져 즐기는 장을 만드는 것”을 비전으로 삼아 매해 여름 서울에서 개최되는 복합/공개/문화행사입니다. 축제의 주요 행사로는 서울퀴어퍼레이드, 한국퀴어영화제가 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집니다. (출처: 서울퀴어문화축제 홈페이지) 서울시가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열리는 행사 중 하나인 셈이죠. (국내의 퀴어문화축제가 서울에서만 열리는 것은 아닙니다. 2022년까지 전국의 총 9개 지역(서울, 대구, 부산, 제주, 경남, 광주, 전주, 인천, 춘천)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렸어요.)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역사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퀴어축제입니다. 2000년에 ‘퀴어문화축제-무지개2000’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대학로를 주 무대로 거리퍼레이드를 열었고, 연세대학교에서 공연과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이후 ‘퀴어문화축제-무지개OOOO', '퀴어문화축제'라는 명칭을 거쳐 2018년 현재의 ‘서울퀴어문화축제’로 명칭을 변경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죠. 서울퀴어문화축제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를 개최했습니다. 축제 개막식과 퀴어퍼레이드의 무대가 서울광장이었다는 뜻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 비대면 축제를 했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말이죠. 서울광장과 서울퀴어문화축제, 단 한번도 쉽지 않았던 여정  2015 : 서울광장 사용 허가 2016 : 서울광장 사용 허가 2017 : 서울광장 사용 허가 2018 : 서울광장 사용 허가 2019 : 서울광장 사용 허가 2020 : 온라인-비대면 축제 2021 : 온라인-비대면 축제 2022 : 서울광장 사용 조건부 허가 2023 서울광장 사용 불허 2015년부터 2019년, 서울광장 '사용수리를 연기'한 서울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광장 사용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이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2019년 서울시 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서울시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회에 걸쳐 서울퀴어퍼레이드의 서울광장 사용신고 처리를 부당한 이유로 지연시켰음을 지적했습니다. 서울시 인권위원회는 이를 성소수자 차별행위로 보고 서울시장에게 재발방지를 위한 지도와 감독을 권고했어요. (경향신문, 2019.10.23) 인권위가 이러한 판단을 내린 것은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이하 서울광장 조례)에 명시된 예외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가 2015년 부터 서울광장에서 평화롭게 행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서울특별시 열린광장운영 시민위원회의(이하 시민위원회) 심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죠.  서울광장 사용은 신고제가 원칙입니다. 서울광장 조례 6조에 따르면 서울시장은 사용신고에 대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원칙적으로 사용신고를 수리해야합니다. 조례에 명시된 사용신고 수리 예외의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광장의 조성 목적에 위배되거나 다른 법령 등에 따라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   시민의 신체ㆍ생명 등에 침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동일 목적의 행사를 위해 7일 이상 연속적으로 광장을 사용하고, 다른 행사와 중복될 경우.  그리고 해당조항은 또한 “시장은 광장 사용신고자의 성별ㆍ장애ㆍ정치적 이념ㆍ종교 등을 이유로 광장 사용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시합니다. 이처럼 서울시가 서울광장 사용신고 수리를 미루는 대표적인 방식은 예외규정을 적용해 시민위원회에 서울광장 수리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것입니다. 서울광장 조례 제7조에 따라 서울시장은 광장사용신고를 접수받은 경우 원칙적으로 48시간 안에 신고수리여부를 통지해야합니다. 다만, 위에서 적은 6조 각 호의 해당될 때에만 위원회의 심의를 거칠 수 있는 것이죠. 시민위원회의 심의가 진행되는동안 신고수리 통보는 자연스레 지연됩니다. 서울시는 타당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사용신고의 수리를 미루고, 시민위원회의 심의에 수리여부를 판단하게 한 것이죠. 그리고 시민위원회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차례 모두  ‘서울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의 서울광장 사용이 조례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신고처리의 지연은 행사개최에 분명히 영향을 줍니다. 서울광장은 사용 90일 전부터 광장사용 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2개월이나 수리를 미루면 행사개최 한 달 전 개최지가 확정되는 것인데, 공간 활용계획을 사전에 세울 수 없으니 차질이 생길 수 밖에요. *용어 설명 서울특별시 열린광장운영 시민위원회  서울특별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1조에 따르면 시민위원회는 서울광장ㆍ청계광장 및 광화문광장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두는 기관입니다. 이에 따라 시민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세 광장의 운영에 관한 기본계획 및 연간계획에 관항 사항, 광장 운영의 전반적인 기준결정에 관한 사항, 그 밖에 광장의 사용 및 운용과 관련하여 시장 및 위원장이 부의하는 중요사항을 심의합니다.  위원회는 학식과 경륜을 갖춘 학계·전문가·시민 6명과, 서울특별시의회 시의원 4명, 서울시 행정국장과 균형발전기획관 2명의 공무원 총 12명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출처: 서울특별시 홈페이지) 2022년, 서울광장 사용 ‘조건부 허가’를 내린 서울시 코로나 19로 인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퀴어문화축제와 퀴어퍼레이드는 온라인-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2022년 드디어 2년만에 오프라인으로 퀴어문화축제가 다시 개최되었죠. 그런데 이때 서울시는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내립니다. 2022년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7월 12일부터 7월 17일까지 6일간 서울광장을 사용하겠다고 신청했지만, 서울시는 7월 16일 하루에 대해서만 광장사용을 허락했습니다. 축제반대 집단과의 충돌 가능성을 이유로 들면서요. 동시에 ‘과도한 신체노출이나 유해한 음란물을 전시하거나 판매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겁니다. (한겨레 21, 2022.06.17) 2023년,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서울시 그리고 올해, 서울시는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하기에 이릅니다. 대신,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예정 되었던 7월 1일에 서울광장에서는 CTS문화재단의 청소년·청년을 위한 회복콘서트가 열릴 것이고요. 서울광장 조례 6조에 따라 사용일이 중복된 사용신고에 대해서는 ’어린이 및 청소년 관련 행사’를 우선수리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조례에 따른 적법한 조정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반발했습니다. (불허 결정의 구체적인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는 캠페인즈 내 백아인 캠페이너님의 ‘서울시, 퀴어축제조직위 서울광장 사용 불허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를 참고해 주세요!) 서울광장, 누구를 위한 곳인가? 서울광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공익적 행사 및 집회와 시위의 진행 등’을 위해 존재합니다. 이전에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퀴어퍼레이드의 서울광장 사용을 시민위원회에 회부하여 수리를 미룬 것은, 사실 서울시가 서울퀴어퍼레이드를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공익적 행사 및 집회와 시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봤음을 드러냅니다. 수리가 원칙인 서울광장 사용신청에 대해 위원회에 신고수리를 심의하게 한 것 자체가 사용신고를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으로 봤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신고수리의 예외는 광장 조성 목적에 위배되거나, 시민의 신체 및 생명 등에 침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 적용됩니다. 서울시는 과연 퀴어문화축제와 퀴어퍼레이드를 무엇으로 보고 있는 것일까요? 또한 같은 날짜에 ‘기독교 단체’가 ‘청소년과 청년’을 위해 ‘회복’콘서트를 한다는 것에 대해 서울광장 사용 허가를 내준 것 또한 미심쩍은 부분이 많습니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 관계자는 “서울시 예산을 지원받아 CTS 기독교 TV 쪽이 신청했다는 정보도 입수했다”고도 했는데요. 서울시는 이에 “기독교 단체가 신청한 건 맞지만 서울시 예산 지원 여부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기존에 성소수자 혐오 발언으로 제재를 받은 적 있던 기독교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서 그들이 말하는 ‘회복’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더구나, 조례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난데없이 ‘청소년’을 들먹여 활용한 것은 비겁해 보이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방해할 요량으로 이루어진 행사처럼 보이기 참 쉬운 구도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되는데…?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7월 1일 예정대로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개최를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방법을 찾겠다고요. 하지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과연 서울광장에서 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당국의 결정은 ‘불허’이니 오히려 서울광장에서의 축제는  요원해 보이죠. 올해 여름에 우리는 서울광장에 무지개 깃발이 나부끼고,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서울도심을 행진하며 무지개빛의 퍼레이드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을까요? 2023년은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시작된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리고 서울퀴어문화축제는 그간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로 여겨졌던 이들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 등장하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연대하는 장이었습니다. 30여년간 차별과 혐오에 맞서 발전해온 한국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현재 다시 커다란 벽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지지와 연대, 힘과 응원을 보태는 것은 그 벽에 문을 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서울광장에서 보고 싶은 풍경은 무엇인가요? 천만명이 사는 이 거대도시 서울은 과연 어떤 곳이어야 할까요??️‍? (댓글로 여러분의 의견을 마구 나눠주세요!)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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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어린이날 연휴, 배민라이더의 파업
배달 노동자들의 파업 확대   5월 5일 금요일 어린이날, 주말까지 연휴가 이어져 나들이와 여행을 기대하던 가족들은 호우 예보로 대부분 집에 머물게 됐다. 이때 주로 활용하는 것이 음식배달서비스일 터인데, 배달유통시장을 거머쥐고 있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소속 배민라이더들이 현재 배민 본사 앞에서 파업을 진행하면서 서비스가 다소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은 “배달의민족(우아한청년들)과 단체교섭 최종 결렬에 따라 5일 파업을 결정했다”고 4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세계일보 2023.4.29). 민주노총 소속 라이더유니온도 10일 연쇄파업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한국경제 2023.5.5) 배달노동자들의 전반적인 파업 및 항의가 확대 및 강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의 파업 결정 과정에서 노동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한 결과 약 80%의 조합원이 참여하였고 88.1%가 파업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Money S 2023.5.5). 라이더들은 작년 8월부터 4월 초까지 15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고, 결국 최종 교섭까지 결렬되면서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ZDNET Korea 2023.4.28).  배민라이더 파업의 배경과 요구안  파업의 주요 요구안은 9년째 동결되어 있는 3천 원의 배달료를 최저임금과 물가상승에 맞춰 4천 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배달료 인상 없는, 수수료(기본배달료) 1000원 인상을 요구”한다면서, “배민은 겉으로는 상생을 외치지만 4200억이라는 막대한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배민의 작년 매출액은 2조 4049억으로 전년 대비 47% 증가, 영업이익은 4271억으로 흑자전환),  배달노동자들의 복지와 노동환경에 대한 개선은 전혀 없었음을 비판했다.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은 앞선 배달료 동결과 함께 아래의 개선방안을 요구했다.  배달료 지방차별 중단(배민은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수수료를 더 떼어가고 있다. 수도권 3000원, 대구 2700원, 영호남지역 2600원.) 알뜰배달(단건배달과 묶음배달 서비스를 합친 시스템) 도입으로 인한 배달노동자들의 배달료 수입 감소 대처 배달에 따른 고정 인센티브 지급(배민은 이에 대해 교섭 과정에서 라이더가 주 100건의 배달업무를 할 경우 5만원을, 150건을 달성하면 15만원을 추가지급하는 인센티브 요금체계를 제안하기도 했다(ZDNET Korea 2023.4.28)) 전업라이더 중심성 강화       누리꾼들은 혹 배달료 인상이 소비자에 전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배민라이더는 배민이 배달료에서 떼어가는 수수료를 줄이고, “지역마다 차등을 둔 배달비를 통일하고 라이더들에게 돌아가는 배달비를 더 늘려달라”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결코 이것이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배달비에는 음식점 업주와 소비자, 배민이 가져가는 수수료, 배달노동자들의 임금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더해 배민 소속 배민라이더들이 주로 담당하고 있는 것은 단건배달인 배민1 서비스인데 원래 이 시스템은 음식점에 중개수수료를 1000원의 정액제로 받았으나, 현재는 음식값의 6.8%를 받는 정률제로 개편하면서 음식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늘어났다. 이렇게 단건배달비를 올리면서 배민의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배달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임금은 기나긴 교섭 과정을 지났지만 단 한 번도 상승하지 않았다.   그러나 배민은 배달노동자들에게 더 강한 노동강도를 요구하고 위험한 근로환경을 조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배민라이더들은 ‘픽업 알림’을 받는데 이는 “배민라이더가 배차받은 배달 물량을 제대로 받으러 가는지…확인하는 절차”(노컷뉴스 2023. 5.5)다. 이 알림은 이미 배달노동자들이 이동하는 중에 있을 때도 울린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이때 5분 안에 알림확인을 하지 않으면 콜(call)이 취소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알림에 답하기 위해 급제동을 하거나 위험하더라도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여 갓길에 오토바이를 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콜이 취소될 경우 배달노동자들은 플랫폼으로부터 경고를 받거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쉽게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배민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영업방식이 은폐되어 있다면, 비난의 화살은 위험하고 불안정한 노동환경을 조성하는 플랫폼중개기업이 아니라 교통법규를 수시로 무시하는 ‘도로의 무법자’, 속칭 ‘딸배’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의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사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6개월 간 배달 종사자 10명 중 4.3명은 교통사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사고 원인으로는 ‘촉박한 배달시간에 따른 무리한 운전’이 42.8%로 가장 많았다”(노컷뉴스 2023.5.5). 그러나 배달의민족 측에서는 “배차가 이뤄진 후에 15분 이상 지났을 때 라이더의 이상 여부 등 안전을 확인하려는 절차”라면서 현장을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고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안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듯한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배달노동자들의 현실   이번 배민라이더 파업을 조사하면서 여러 기사를 열람한 결과 대부분의 배달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연령대가 노년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중년이거나 젊은 청년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들과 같은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이 선택할 수 있는 소득확보의 경로는 매우 한정되어 있고, 배달 플랫폼 노동을 포함한 일자리들은 매우 위험하고 부당한 노동환경을 노동자가 감내하도록 요구한다.  코로나19 특수로 배달 산업이 호황을 누렸던 맥락 속 배달노동자들이 경험했던 노동강도에 대한 몰이해적인 사고방식이 만연하면서, 그동안에 한국사회에 존재했던 배달노동에 대한 평가절하와 함께 당시 배달노동자들이 얻었던 높은 수입 사이의 괴리(이를테면 ‘그만큼 벌면 이 정도(노동강도와 위험)는 감수해야지’ 하는 식의)는 이번 파업을 두고 누리꾼들의 상반된 반응을 유발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위드코로나가 점진적으로 시행되면서 격리되어 있던 일상이 열렸고, 배달산업의 성장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 배달노동자들이 맞닥뜨린 위험과 부당한 근로조건은 이제야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정체를 겪고 있더라도 이미 한국 사회에 플랫폼 기반의 배달산업은 노동시장의 거대한 한 축을 차지하게 됐기 때문에 배달노동자들의 안전과 노동환경, 배달노동의 메커니즘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과 이해는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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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퀴어축제조직위 서울광장 사용 불허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23년 5월 3일 서울시가 올해 퀴어문화축제를 위한 서울퀴어축제조직위원회(퀴어조직위)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했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퀴어문화축제는 2015년 이래 코로나19 시기에 중단된 것을 제외하면 올해 처음으로 서울광장에서 열리지 못하게 됐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란? 성소수자로서 삶에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공개문화행사입니다. 광장 부스에서 참여 단체들이 준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다채로운 성소수자 이슈를 접할 수 있습니다. 수만명의 참여자들과 함께 신나는 공연 행사를 즐기며 퍼레이드를 위한 흥을 충전할 수도 있습니다. 2000년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시작으로 대구, 부산 제주, 전주, 인천, 광주, 경남, 청주 등 여러 지역에서 매년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아시아에서도 가장 큰 축제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대한민국 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성소수자인권 존중이란 상징성을 갖는 중요한 축제이기도 합니다.   성소수자 인권을 햇볕으로 세상의 편견과 차별, 혐오로 인해 음지에 숨고 자신의 존재 자체에 고통을 겪는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있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이러한 어두움 속의 축축한 이면을 햇빛에 널려 뽀송하게 말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 역시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평등한 권리를 지닌다는 점을 알립니다. 퍼레이드를 통해 성소수자인 자신이 자랑스럽고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존감을 갖게 됩니다.   퀴어문화축제는 단지 성소수자만을 위한 것일까요?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만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의 편견에 맞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며 사회에 만연한 차별 이슈를 걷어내고 적극적으로 삶과 세상의 변화에 동참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결국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성소수자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 자긍심의 무지개를 띄우는 것입니다.   전 세계의 퀴어문화축제 비단 대한민국에서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퀴어문화축제는 미국의 스톤월 항쟁(Stonewall Riots)에서 비롯된 성소수자 운동입니다. 스톤월 항쟁이란, 1969년 6월 28일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 술집 스톤월 인(Stonewall Inn)을 경찰이 급습하는 과정에서 동성애자 집단이 자발적으로 동성애자 반대운동에 맞서 일으킨 항쟁으로,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 대치되지 않고 동등한 입장이란 걸 주장했습니다. 이 항쟁이 자극제가 되어 현재까지 미국 로스앤젤러스와 시카고,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등의 수많은 도시에서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인의 축제로 뻗어가고 있습니다. 왜 서울시는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했는가 서울광장 이용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이루어집니다. 적법한 절차와 요건을 갖추면 사용료를 납부하고 서울시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서울광장 사용을 위해 ‘퀴어문화축제’와 기독교단체 CTS문화재단의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 두 건이 행사 개최 90일 전인 4.3(월), 동시에 광장 사용(6.30~7.1)을 신청하였습니다. 중복신고건에 대하여는 신고 단위들 간 조정절차가 진행되고 조율이 되지 않는 경우에만 광장 운영위에 안건으로 상정됩니다.   서울시는 “관련 조례에 따라 일정 조정을 위해 각 단체에 유선으로 사전 협의·조정하였으나, 두 단체 모두 일정 변경이 어렵다고 회신해 옴에 따라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에 상정함을 양 단체에 통보하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5.3(수)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6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청소년·청년을 위한 회복콘서트’ 사용신청을 최종 수리, 결정하였”다고 설명했습니다.(서울시 설명자료.2023.5.4.) 하지만 퀴어조직위 측은 서울시가 편향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반발했습니다. “해당 조례에 따르면 ‘신고순위가 동일한 경우에는 그 신고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조정한다’는 문구가 있는데, 조정회의도 열리지 않았고 바로 광장운영위에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통보했”으므로, “조례에 어긋나는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2023.5.4.) 한채윤 퀴어조직위 이사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정회의도 열리지 않았고 서울시가 별도 안내도 해주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익명의 조직위 관계자도 한겨레신문에 “서울시 예산을 지원받아 CTS기독교TV 쪽이 신청했다는 정보도 입수했다”고 말했습니다.(한겨례신문 2023.5.3.) 다만 서울시는 앞서 언급한 설명자료를 통해 “CTS문화재단에 ‘청소년·청년을 위한 회복콘서트’를 위해 예산 지원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1. 집회의 자유를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불허’하다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6조 사용수리 2항에 따르면 두 행사의 광장 사용일이 중복될 경우 “신고자들과 협의를 통해 조정”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당사자인 퀴어조직위가 충분하다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제대로 된 조정회의 없이 광장운영위 안건으로 상정됐습니다. 광장운영위는 과반의 참석으로 개의되고 과반의 찬성으로 의결됩니다. 12명으로 구성된 광장운영위가 규정에 따라 7명 출석으로 열린다면 그중 4명의 반대만으로도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서울광장에서 열릴 수 없게 됩니다. 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 ‘불허’는 단지 성소수자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절차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결국 집회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불허입니다. 이것은 곧 어떤 집회도 서울광장에서 적합한 절차를 무시당한 채 거부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 혐오 문화를 부추기다 성소수자 역시 서울시민입니다. 그들이 발언할 권리, 그들이 집회할 권리는 인권에 닿아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인권의식에도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뿐만아니라, 퀴어문화축제는 그동안 편파적이고 차별적이며 주관적인 핑계로 인해, 지속적으로 광장운영위에 안건으로 상정되었습니다. 게다가 신고한 행사 기간이 축소되어 허가되는 등 매해 차별적 행정을 겪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제껏 코로나19시기를 제외하고 퀴어문화축제가 열릴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시민분들과 시민사회단체, 여러 국가의 대사관, 기업 등의 단위들이 서울퀴어퍼레이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캠페인에 참여하였기 때문입니다. 서울퀴어퍼레이드는 다름을 인정하고 차별받지 않을 평등과 자유를 의미합니다. 자존감과 자긍심을 기치로 합니다. 그것을 CTS라는 기독교단체와 맞불을 놓으려는 것은, 마치 퀴어문화와 기독교의 쟁투처럼 여겨지게 하는 효과를 줍니다. 이것은 서로가 혐오와 불신을 갖게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퀴어냐, 기독교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공존을 위해 향해나가야 할 ‘신뢰와 화합의 문화’입니다. 인권과 다름의 인정, 화합의 본질을 찾아 서울시의 서울퀴어축제 서울광장 사용 불허는, 그 점에서 다시 인권과 화합의 본질을 생각하게 합니다. 과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 진정으로 청소년과 소수자를 위한 세상을 향해 무엇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할지 다시 묻는 자리가 됩니다. 집회를 어떻게 가능하게 하고 불가능하게 하는가가 그 사회의 의식과 사회상을 말해 줍니다. 여러분은 서울시의 퀴어축제조직위의 서울광장 사용 불허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댓글로 말해주세요.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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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과 토의로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한 노력, 숙의!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이분법을 넘어 우리는 일상에서 이것인지 저것인지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자주 겪게 됩니다. 이것도 장단이 있고, 저것도 장단이 있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 이것과 저것의 장점을 합친 것 등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을텐데, 그러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것을 추종하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시도들은 저것의 편이 되고, 저것을 추종하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시도들은은 이것의 편이 되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박쥐로, 때로는 회색분자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회는 복잡다단합니다.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이분법은 대체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문제로 인한 갈등 상황을 끝없이 재생산 할 뿐입니다. 복잡다단한 사회는 다층적인 균열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층적으로 접근하여 분석해야 합니다. 다양한 숙의 과정들을 통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늘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공론을 형성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촉진하는 공론장이 필요합니다. 전의 글에서 공론장에 ‘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썼던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 그 이야기를 좀더 해보려 합니다. 토론과 토의와 숙의의 개념의 구분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보고자 합니다.  토론debate,  토의discussion, 숙의deliberation토론(debate)은  특정한 주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 의견 교환을 통해 어느 쪽의 주장이 옳고 그른 지를 따져 각각 자기 쪽 주장을 받아들이도록 상대방 또는 청중을 설득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토론의 주체와 청중들은 토론 과정에서 주제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된다는 점에서, 토론은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토론은 찬성과 반대 입장으로 나누어 대립 관계에서 논쟁을 벌이기 때문에 경쟁적이고, 서로에게 공격적으로 대하기 쉽습니다. 타협, 협의, 조정이 없는 승패에 의한 결정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토론만 강조된다면 적대의 이분법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함정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토의(discussion)는 의견 교환을 통해 어떤 문제에 대해 다양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여 의견의 일치를 이루는 것이 목적입니다. 토의는 [1]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것 자체'와, [2] '협의, 조정, 타협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들의 간극을 좁혀 하나의 안으로 만들어내는 것'으로 단계적으로 구별하여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1] 다음에, 토론이 이루어지고, 그 다음에 [3]이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이지요. 토의는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법이며, 노력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토의는 상호 협동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토의는 옳음을 관철하는데 있어서는 항상 부족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토의는 때로 기계적인 타협에 의한 정당화로 형식화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숙의(deliberation)는 “깊이 생각하여 충분히 의논함”을 의미하며, 토론과 토의를 포괄합니다. 숙의를 다양한 주체의 다양한 논의를 모아 사회의 문제를 민주적으로 풀어가는 것으로 본다면, "시민, 이해당사자, 활동가, 전문가, 국가 등에 의한 깊이 숙고하는 논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숙의에 대한 강조는 토론이 부족/종족주의 혹은 진영론의 재생산에 그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을 요청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숙의는 어떤 면에서 토의discussion의 고도화를 의미하며,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한 제도 변형이라는 정치체제로서의 논의와 관련되어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종합적으로 본다면, "숙의는 토론과 토의를 병행하여 공론을 형성하고 민주적 의사결정으로 나아가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고 제도화로 나아가는 프로세스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일 것입니다. 숙의, 공론장, 민주주의일상에서 토론과 토의는 뉘앙스의 차이는 있지만 구분 없이 혼용해서 쓰이는 것 같습니다. 엄격하게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기기 위한 토론도 중요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의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주체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 될 수 있고, 생산적으로 논의되어 더 나은 답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하는 숙의가 중요하다는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공론장에는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이상의 토의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주체들의 토론과 토의가 모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지성, 집단지성이 형성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에너지가 대의민주주의 정치를 통한 제도변화의 노력들이 형식화 되지 않도록 하는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숙의가 이루어지는 공론장에서 개개인들이 서로 더 많이 배우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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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_제3차 열린소통포럼 ❝아이들의 놀 권리,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를 소개합니다.
내일은 5월 5일 어린이날입니다. 최근 워낙 중요한 이슈가 많아서 공론장에서 다루지 못했지만, 예전에 어린이날을 맞아 빠띠가 개최한 포럼 이야기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아이들의 놀 권리,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진행된 포럼은 놀 권리를 확산하기 위한 방안으로 놀이와 관련한 지역의 우수사례를 찾아보고 전국적으로 확산하자는 정책 제안이 있었고요. 놀이혁신 선도지역 7곳(서울 은평, 경기 안산, 광주 남구, 부산 동구, 전북 전주, 충남 홍성 등)을 통해서 놀 권리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고,또 2021년 12월, 12개의 지자체가 함께 '놀 권리 지방정부협의체'를 구성해 지역에서 놀 권리 정책이 잘 실행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빠띠는 이렇게 제안을 발굴하고 구체화하는, 나아가 정책 제안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그럼 이날의 후기글을 통해 다시 한번 포럼의 주요 내용을 살펴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범정부 대표 공론장 열린소통포럼은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아이들의 놀 권리,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소통의 장을 열었습니다. 5월 26일 개최한 제3차 열린소통포럼에서는 현장 활동가, 정책 전문가와 여러 국민이 참여자로 모여 어린이에게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이날 행사는 행정안전부 한창섭 정부혁신조직실장의 인사말로 시작되었습니다. 한창섭 실장은 지나친 경쟁과 교육열로 한국 아동 삶의 만족도가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언급했는데요. 정부는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아동을 양육의 대상이 아니라 행복할 권리가 있는 주체로 보고자, 2019년 포용국가아동정책을 발표하고, 놀이혁신위원회를 설치하며, 전국 10개 기초단체를 놀이혁신 선도지역으로 선정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정책이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놀 권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더 필요하겠지요.    1부 - 발제 및 질의응답  발제 1. 놀이가 있는 행복한 일상 첫 번째 발제는 사단법인 놀이하는사람들 이수정 대표의 생생한 현장 활동 경험에서 출발한 문제의식과 대안들을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놀이하는사람들은 2008년 놀이할 기회가 없는 아이들의 일상에 놀 틈을 만들고자 출발한 단체로 전국 기반으로 활동하며 놀이마당을 열고 놀이활동가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놀 권리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시간입니다. 이수정 대표는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 ‘씻어야지, 밥 먹어야지’부터 시작해 학교에서의 ‘책 펴야지, 받아써야지’ 방과 후 ‘숙제해야지, 학원 가야지, 일기 써야지’까지 ‘해야지’의 감옥에 온종일 갇혀있다며, 성인에게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선이 있듯이 아이들에게도 학습시간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놀이 공간의 측면에서는 더 다양한 형태의 공간이 등장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양육자와 함께하는 유아 중심의 놀이터뿐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연령과 욕구에 맞는 다양한 놀이 공간과 공터, 바깥 놀이터와 실내 놀이터가 연결되는 놀이터 등을 예시로 들었어요. 이와 더불어 이미 어르신, 청소년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오가는 놀이터를 마을 공유지로써 자리매김해 놀이활동가를 양성하고 놀이터에 배치하는 아이디어도 함께 제안했습니다.  이수정 대표는 공부나 학습, 일과 달리 “놀이는 본질적으로 자기 호기심에서 시작해서 스스로 상상하고 용기를 내서 실행하며 친구들과 협동해 자율적으로 목표를 실행하는 과정”으로 성인이든 어린이 청소년이든 놀이가 없는 삶은 있기 힘들다는 것을 당부했습니다.    발제 2. 놀 권리 2021, 아동의 놀 권리에 관한 고찰 “얼마 전 막 아동에서 성인이 되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김경욱 아동인권운동가는 청소년기에 아동 당사자로서 다른 22명의 구성원들과 함께 제5차, 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놀 권리를 발견하고 함께 이야기하며 기쁨과 좌절감을 함께 느꼈다고 합니다. 권리와 욕구를 함께 발견하는 동시에 현실의 열악함을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지요.  김경욱 님은 놀이의 개념이 야외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혼자만의 시간, 휴식 시간도 포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성인이 일을 마치고 숨 돌리는 시간을 갖듯 어린이도 일과를 끝내고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또한 PC방 출입, 스마트폰 활용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디지털 세대의 새로운 놀이 문화로 이해하고, 청소년에게 더 나은 놀이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를 고민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던졌습니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입시 경쟁에 시달리는 아동들이 학원과 과외 틈에 놀고자 할 때 선택지가 PC방, 코인노래방, 번화가 구경 등에 그칠 수밖에 없는 건 환경의 문제라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김경욱 님은 아동에게 놀 권리가 있다고만 말할 것이 아니라 공교육과 사교육 문제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새로운 사회 환경에서 아동들이 새로운 놀이 문화를 만들어 내고 인정받을 사회적 공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질의응답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발제에 이어 실시간 질의응답 시간에는 아동권리보장원 노하나 아동권리기획부장과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민정 활동기획부장이 함께 자리했습니다. 먼저 코로나 상황 속 아동 놀 권리 실태를 묻는 말에 이민정 부장은 “아이들의 90%가 디지털 기반의 놀이 여가를 보내고 있다”는 최근 조사 결과를 공유했습니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도 건강하게 노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동 놀 권리 문제에서 우선 바뀌어야 할 것에 대한 질문에는 이수정 대표가 인식개선을 꼽았는데요. 오랜 활동을 해보니 “무엇이 우선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놀이도 공부만큼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놀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없이는 놀이 공간도 시간도 계속 줄어들기 때문이죠. 이러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놀이의 결핍으로 일어나는 문제들을 관찰하고 언어화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전했습니다.  아동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통로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언급되었습니다. 아동의 입장에서 발표한 김경욱 님은 “1시간, 2시간도 넘게 이야기할 수 있다”며 포럼과 같은 자리가 부족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했고, 노하나 부장은 아동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실천의 하나로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진행하는 “대한민국 아동총회”를 소개했지요.  더해서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코로나 상황에서 아동 놀이 시설이 먼저 폐쇄되는 사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놀이가 필수적인 삶의 요소로 인정받고, 아동이 놀이를 주도하며, 문제의 대상이 아니라 문제해결의 주체로 서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2부 - 소그룹 토론  1부 발제에 이어 2부 소그룹 토론이 줌 화상회의에서 이어졌습니다. 6개 조에 전국 각지 다양한 참여자들이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활동가들과 함께 놀이 시간, 놀이 공간, 놀 권리에 대한 인식 개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양육자, 놀이 활동가, 교사 등 다양한 입장의 생각이 어우러져 더욱 알찬 토론 시간이었습니다.    놀 시간: 학습 시간 제한, 입시 위주 인식 개선 놀 시간이 없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역시 경쟁 위주의 사회가 많이 언급되었습니다. 한 참가자는 학벌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차별받는 사회에서 아동들이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입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어요. 학습 중심으로 생각하는 부모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도 이야기되었어요. 또한 의무교육, 공교육 과정에 놀이를 필수적으로 반영하거나, 학습 시간에 제한을 두어 아이들의 놀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는데요. 단, 놀이가 학습 도구로 활용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조건도 함께 이야기되었습니다. 더불어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돌봄 및 교육 노동자들의 보호 아래 아이들에게 자율성을 주고 노는 환경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놀이 공간: 아동 접근성을 우선하는 사회 놀이 공간 보장과 관련해서는 기존 공간을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주로 등장했습니다. 학교의 녹지 공간을 활용하거나, 성인 중심으로 운영되는 지역사회 체육시설이 아동 놀 권리를 우선순위에 두고 운영하도록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또한 경로당 등을 활용해 세대 모임과 놀이 공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환경을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나왔어요. 이보다 더 큰 문제 의식으로는 과거 골목길과 도시 자체가 놀이 공간이었듯 지금의 도시도 아이들이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더불어 시설이나 공간적 측면뿐만 아니라 놀이 공간에 아이들의 안전과 놀이를 지지해줄 수 있는 인력이 배치되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인식개선: 양육자가 놀이의 중요성을 알아야 아동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이들은 결국 양육자입니다. 또한 각 아동에 따라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같은 놀이 활동을 적용해서도 안 되고요. 이에 놀이권 인식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부모 대상의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었어요. 성인이 생각하는 놀이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정서적인 놀이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며, 아이를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는 관점을 포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이어서 나왔죠. 또한 아이들이 일단 자유롭게 놀도록 기회를 마련하고 부모가 그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인식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경험도 공유되었어요. 지역사회나 공동체에 아이들에게 놀아도 된다고 독려해주는 어른이 있는지도 인식개선과 놀 권리 보장에 중요한 지점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제도적으로 이런 부분을 만들어 나감으로써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실천도 필요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나가며  열린소통포럼의 소그룹 토론은 서로 다른 경험과 관점을 확인하고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과정입니다. 이날 대화 속에서도 ‘놀이를 통해 배우는 경험’의 공유와 ‘배움이 아닌 놀이 그 자체의 중요성’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토론이 벌어지는 한편, 모든 조에서 놀이 시간을 빼앗는 경쟁 사회의 문제와 양육자 인식 개선, 지자체의 공간 정책 변화의 필요성이 공통으로 이야기되었어요. 다름과 공감이 녹아든 이 날의 대화는 향후 정책에 직접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에 전달될 예정입니다. 
성소수자는 당신 주변에 있습니다
일본에는 부락민(部落民, 부라쿠민)이라는 사람들이 있다. 에도 막부 때 히닌(非人)이나 에타(穢多)라 불렸던 천민들인데, 메이지 유신 이후 사민평등이 이루어진 후 이들이 사는 곳을 미개발부락, 피차별부락 등으로 부르면서 부락민이라는 호칭이 만들어졌다. 메이지 유신 이후 사람들은 히닌, 에타와 이제 같은 급이 되는 것이냐고 불만을 품었다. 이 때 평민이 된 히닌, 에타를 신평민(新平民)이라고 부른다. 새로 만들어진 호적에 과거에 히닌이나 에타였던 사람들에 대해선 신평민이나 구천민 같은 메모가 적혔다. 또, 천민이었던 사람들인데 메이지 유신 이후 사민평등이 이루어지자 이 사람들에 대한 학살(천민사냥, 非人狩り히닌가리)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의 호적에 그런 메모 같은 것이 적혀있지는 않지만, 조금만 공을 들여서 찾으면 그 조상이 부락민이었는지를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리고 특정 지역을 두고 과거에 부락이었다고 말하기도 하고, 특정 성씨가 부락 출신을 뜻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부락이라는 말 자체가 혐오 발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은 이 문제를 동화문제(同和問題)라고 부른다.  우리로 치면 네이버 지식인에 해당하는 야후재팬 치에부쿠로(知恵袋)에 올라온 글이다. 부락 분하고 결혼하신 분 계세요? 제 남친이 부락이에요. 저는 남친과 결혼하고 싶은데, 부모님이 반대해요. 교제도 안 된다고 하면서 올해 안으로 헤어지라고 말씀하세요. 왜 안 되냐고 물어보면 부락이라서, 단지 그것 때문이라서 저는 매일 울고 있습니다. 정말 자상하고 너무 좋아하는 사람인데. 저는 부모에겐 헤어졌다고 말하고 지금부터라도 계속 사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차별을 하는 부모가 싫어요. 제 생각이 잘못된 걸까요? 그렇지만 그 사람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2008.11.16.) 부락 출신 남친과의 결혼을 반대당하고 있습니다. 24세 여성입니다. 남친은 27세로 4년간 교제를 거쳐 프로포즈를 받았기에 올해 안에 결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남친은 야마구치 현의 시골 출신으로 남친 부모님께도 인사를 했고 매우 화기애애한 가정이었고 저를 대환영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부모님에게도 남친을 인사시켰는데 결혼은 반대하십니다. 이유는 흥신소에서 조사해봤더니 남친이 부락 일족(部落一族)이라서 라고 합니다. 함부로 조사했다는 것 때문에도 화가 났는데 요즘 시대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반대를 당했다는 것 때문에 분노를 참을 수 없습니다. (2018.07.04.)  20대 남자입니다. 애인이 부락 출신인 것 같다고 부모가 결혼을 반대합니다. 부모님은 서로를 위해서라고 말씀하시는데 솔직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부락 출신이라는 게 대체 뭔가요? (2021.01.03.) 시마자키 도손(島崎藤村, 1872~1943)이 쓴 『파계(破戒, 1906)』라는 소설이 있다. 주인공 세가와 우시마츠(瀬川丑松)는 부유한 부락민이 제돈을 주고 비싼 여관에 묵었다가 쫓겨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아버지가 말한 계율, 절대 자신의 출신을 말하지 말라는 계율을 떠올린다. 세가와는 부락 출신이었다. 세가와는 소학교 선생님이었다. 그는 남몰래 피차별 부락 해방운동가 이노코 렌타로(猪子蓮太郎)를 사모하며 그의 정보를 스크랩한다. 세가와의 출신을 모르는 주변 사람들은 세가와에게 세가와 선생 같은 상냥한 성품을 가진 지식인은 부락민과는 다르다며 부락민에 대한 혐오의 시선을 드러낸다. 결국 참지 못한 세가와는 아버지의 계율을 깨고 자신의 출신을 밝힌 후 미국으로 떠날 결심을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성소수자의 삶이 떠올랐다. 성소수자에 대해 유화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많다. 아직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은 계속되고 있고 그런 발언을 한 사람들이 딱히 제재를 받지도 않는다. 성소수자에 대해 유화적이라고 말하면서도 동성혼 법제화에는 반대한다는 사람도 있고 자기 주변에는 없길 바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나 일터에서 사적인 정보에 대한 질문을 받는 성소수자들 중에는 당혹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애인 있냐”는 질문을 “밥 먹었냐” 수준으로 하는 사람이 많은 한국에서, 성소수자들은 자기 애인의 성별을 바꾸어 말하거나 애인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불쾌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불쾌함까진 아니더라도 당혹감이나 씁쓸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성소수자임이 밝혀졌다가 왕따나 괴롭힘을 당했고, 그로 인해 해고를 당하거나 퇴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한국의 노동 환경이나 복지가 이성애 중심적이라는 느낌도 많이 받는다. (그렇게 이성애 중심적인데 출생률이 이 모양인 것도 신기하다)  “성소수자는 여러분 주변에도 있습니다” 같은 말은 도대체 몇 년을 해야 그만 하게 되는 걸까.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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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론장을 만드는 집단지성과 인공지능
초거대인공지능 시대의 초입, ‘인공지능은 앞으로 무엇을 대체할까?’를 놓고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쏟아낸다. 기회로 여기든, 위기로 여기든 변화가 일어난다는 전망에 누구나 동의한다. 당장은 인간의 노동 중 대체되거나 사라질 것들을 각자 예측하지만, 한켠에선 기존에 사회를 운영하면서 사용한 여러 과정을 인공지능으로 대입해 보기도 한다. 정치권에서 챗GPT에 정책에 대한 평가나, 상대 진영의 정치인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는 일화가 들린다. 해외에서는 의회의 연설문을 챗GPT로부터 생성해서 발표하기도 했단다. 챗GPT를 이용해 신과 대화해 보라는 서비스가 주는 인상은 흥미롭지만, 어떤 정책이 나은지 평가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초거대인공지능이 내어놓는 답을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 활용해도 되는지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다는 점은 흥미보다는 염려가 앞선다. 집단적 의사 결정에서 인공지능은 공론장의 대안일 수 있을까? 특히나 지난 몇년간 우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벌어진 결과를 부정적으로 경험했다. 상대 진영에 대한 악마화, 서로에게 귀기울이기는 커녕 스스로의 생각을 더욱 강화시키는 필터 버블, 출처를 알 수 없는 허위조작정보와 국가 기관마저도 나선 영향 공작(influence operations),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는 이들의 자살 등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경험한 혐오와 차별, 갈등은 사회가 맞닥뜨리는 여러 복합 위기와 맞물리며, 각자도생의 전략이 더욱 타당하게 느껴지게 만들었고, 우린 집단지성의 실현이라는 인터넷 초창기의 희망 섞인 기대는 어느 순간 잃어버린채 집단이나 공동체에 대한 믿음까지도 잃어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상황에서 인공지능이 내어놓는 답은 다양한 의견이 경쟁하고 협력하고, 조정과 합의를 거쳐야 하는 (그 과정에서 결코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서로 혐오하고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우리는 많이 보았기에) 인간들의 의사결정보다는 누군가에게는 나아 보이기도 한다. 인공지능은 편파적이지도 않고 더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 인간이 만든 문서를 인공지능이 모두(?) 이해(?)해서 요약했다는 답변은 루소가 상상했던 사회의 일반의지처럼도 보이기도 한다. 인공지능이 바꿀 공론장의 미래 하지만 우리가 인간과 인간으로서 구성된 사회를 부정하지 않는 이상, 집단 지성의 발전과 인공 지능의 도입을 결코 앞선 것을 부정하고 새로운 것을 긍정하는 발전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우선 초거대인공지능이 인간이 집단적으로 축적한 데이터로부터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클라우드, 소셜 플랫폼과 빅데이터는 집단지성과 인공지능이 서로 의존하며 상호 발전해 온 기술임을 보여 주는 용어들이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시공간을 가로질러 수많은 연결을 창출해냈고, 이 연결을 통해 생산되는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축적했다. 소셜 플랫폼에 모인 수많은 컨텐츠와 사용자 행위 데이터를 빅데이터로 모아, 네트워크로 연결한 거대한 서버 자원을 통한 후 지금의 초거대인공지능이 답변을 구성하도록 만들어내는데 활용했다. 이렇게 따라가다 보면 인공지능은 오히려 인간 집단지성의 한 유형이자 결과인 것 같고, 블록체인 기술보다 웹3.0이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린다. 또한 인공지능이 기본적으로나 제대로든 작동하기 위해서 (결정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을 논의에서 빼 두더라도) 사람이 할 일은 앞으로도 많다. 지금의 챗GPT로서는 피할 수 없는 환각(Hallucination)을 완화하기 위해 인간의 피드백(RLHF, 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을 거친다. 더 정확한 답변을 위해서는 빅데이터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스몰데이터도 필요하다. 아마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공개된 빅데이터 외에 스몰데이터를 독점 확보함으로써 품질을 높이는 위한 경쟁이 초거대인공지능 기업들간에 치열하게 벌어질지도 모른다. 위키 방식의 집단 편집의 결과물이나 키워드에 기반한 검색 서비스나 커뮤니티 서비스의 활용은 이미 줄어들고 있지만, 거꾸로 초거대인공지능이 제공하는 답변에 들어가기 위한 노하우를 활용하는 컨텐츠 생태계는 활성화될 것이다. 시민사회를 비롯해 스스로의 독창적인 이야기와 경험, 서비스를 발신할 미디어(owned media)는 앞으로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된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측면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본래 민주적인 공론장은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되 소수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가치를 바탕으로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더 많은 참여와 더 나은 숙의는 비록 충분히 실현되기는 어렵지만 사회가 민주주의의 기본으로 인정하는 가치다. 인공지능이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문서로부터 사회 다수의 입장을 요약해낼때 우리는 앞서 언급한 가치가 얼마나 지켜졌는지 알지 못한다. 또한 광범위하게 제시된 의견을 효과적으로 요약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는 소셜 플랫폼이 활성화될때 시민들의 단순 직접 투표로 의견을 효과적이고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 민주적이라고 주장했던 블록체인 기반의 자동화된 분산 조직이 간과하는 바와 같다. 공론장은 참여와 함께 숙의를 통해 경쟁과 갈등, 이해와 조정의 과정을 거치는 사회적인 과정이다. 이 과정을 생략해서는 이해는커녕 동의를 구하기란 어렵고, 소수의견은 묵살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 시민들의 투표, 의견을 데이터로 분석해내는 과정은 중요하지만, 공론장은 최종 결론만을 목표로 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미 활용되고 있는 기술인 혐오 표현 필터링도 마찬가지다. 어떤 표현을 기술적으로 감지할 것인가 혹은 근본적으로 방지할 것인가는 기술 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보다 적극적인 혐오 표현 방지를 옹호하지만, 사실 혐오 표현에 대한 논쟁은 헌법에도 명시한 인간의 기본 권리인 표현의 자유의 보장과 함께 맞물리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다. 더 발전한 기술을 만들기 위해서도 우리 사회가 혐오 표현, 혹은 표현의 자유에 대해 어느 정도 허용하는지 추측할 수 있는 사회적 경험(혹은 논쟁)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으로 가짜뉴스를 잡겠다는 도전 역시 그러하다. 많이 사용되는 용어이지만 가짜뉴스보다는 허위조작정보(dis/mis/mal-information)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이는 의도하거나 의도하지 않거나, 실수이거나 조작이거나 등등 정보가 다양한 이유와 의도, 취약한 상태로 전달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이는 허위조작정보의 의도와 상태에 따라 여러가지 사람의 해석이 경쟁하고 의도가 맞물려 돌아감을, 따라서 단순히 더하기 빼기가 틀린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님을 드러내기도 한다. 허위조작정보의 검증은 사회적인 과정으로 만들어내야 하고, 이 과정에 다양한 검증 도구를 활용하는 식이어야 한다. 조작된 영상 정보, 조작된 데이터의 검출 등 인간의 역량을 벗어난 검증 과정에 기술은 충분히 도구로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공지능이란 최신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의 의도를 은폐한채 또 다른 조작정보를 인공지능을 통해 발신하는 상황을 목도하게 될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여전히 사람과 사람이 협력하는 공론장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여긴다면, 우리는 기술 개발, 사용자 협력, 리터러시와 투명성의 확보 등을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정을 밟아나갈 필요가 있다. 1) 이해와 합의가 일어나는 다양성을 갖춘 공론장의 운영 2) 다양한 자동화 기술의 개발과 활용 3) 사용자 참여에 기반한 적응을 통한 기술 발전 4) 적용한 기술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조치들 사회와 기술의 발전을 위한 시민과 공동체의 성장 아직까지는 무엇이 바람직한지, 우리가 합의한대로 작동하는지를 평가하거나 의사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자, 공동체의 몫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거나 결정이어도 사회의 운영에 활용하려면, 그 과정과 결과를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동의하지 않는 기술이나 체계는 유지되지 못한다. 거꾸로 이해와 판단의 책임을 진 인간에게는 무엇이 윤리적인지, 무엇이 공동체의 가치에 맞는지를 판단하는 시민성의 문제와 시민 역량을 갖추어야 할 책임이 부여된다.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를 앞으로도 유지하겠다면 말이다. 우리는 같은 단어임에도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은 지성으로,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은 지능으로 번역했다. 부지불식간에 인공 지능은 지식에 관한 도구로, 집단 지성은 인간만이 가지는 통찰과 지혜를 기대했던 것일까? 무엇이 가치있는지, 정의로운지, 서로 다른 처지를 이해하고 포용해야 하는지를 집단으로서의 인간은 아직까지는 인간에게 기대하는 것 같다. 다만 한국 사회가 사회의 공공성과 민주주의를 긴 시간 동안 경쟁하고 조율하고 논쟁하며 만들어오지 못했다는 점이 염려스럽다. 정치인들이 쉽게 국민들을 갈라칠 수 있는 까닭 역시 누구의, 누구를 위한 민주주의인지를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한 경험이 아직은 충분하지 않아서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술을 활용한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사회적 배제라는 역효과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환경에 놓여 있다. 이 환경 속에서 우리는 사회와 기술을 동시에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도전임이 분명하지만, 시민과 공동체를 위해서 사회의 필수 인프라로서 좋은 공론장을 더욱 발전시키고, 우리의 집단적 의사 결정을 돕는 인공 지능 역시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 사회를 만들 기회도 역시 우리의 손에 놓여 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 삶에서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는 기준을 둘러싼 논쟁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식의 발전 과정을 되돌아볼 때, 이 것만큼 우리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 또 있을까? 인간의 삶에서 무엇보다 중요 한 주제임에도, 이 문제에 관한 철학적 논의는 여전히 심각한 낙후 상태를 벗 어나지 못하고 있다. — 공리주의.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AICE포럼 후, 랩2050에 기고한 글입니다.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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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늪에 빠진 한국
이례적인 해프닝!?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동맹 70주년, 미국 국빈 방문에서 공동성명과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상회담 전 해프닝이 있었다. 백악관이 엠바고를 걸고 워싱턴 선언 백브리핑을 제공한 것이다. 대통령실도 뒤늦게 엠바고를 걸고 기자들에게 내용을 공개했다. 정상회담을 하기 전 중요 합의의 이름과 주요 내용을 공개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미국이 시작도 전에 다 끝난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니까 이렇게 행동한 것인지. 대통령실 도청에 대해서 항의하지 않았으니 이쯤은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단순 실수였던 것인지 알 수는 없다.(*윤석열 대통령은 NBC 단독 인터뷰에서 친구끼리 스파이(도청) 행동을 하냐는 질문에 대해 일반적으로는 친구끼리 그럴 수 없지만, 국가 관계에서는 서로…(말을 멈추며) 안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현실적으로라고 답변했다.)MBC보도에서 대통령실은 백악관 백브리핑에 대해 엠바고 해제 시간과 관련해 한국, 미국 시간을 혼동한 미국의 실무적 착오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힌 내용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미국과 한국의 시차가 존재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미국 측이 실수했을까. 대통령실이 패싱 당해 핑계를 대는 것일까. 미국의 단순 실수라면 사후에 미국 측에 사과를 요구하거나 항의를 하는 게 상식적이다. 근데, 그러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선 어떤 말이나 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백악관 엠바고 백브리핑에 항의하지 못해 얼버무리며 핑계 댄 거라면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정상회담 시작 전부터 모양 빠지는 일들이 있었다. 내용물이라도 실했으면 좋겠는데. 과연 그런지 살펴보자.한미 정상 공동성명*전문은 대통령실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인도-태평양 지역, 나토와 G7과의 파트너십, 러시아 우크라이나, 북한, 탄소중립, 원자력 에너지 평화적 이용, 디지털 협력 내용이 다뤄진다. 내용들이 구체적이지 않고 원론적인 수준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우크라이나 내용이다. 정상회담 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인도, 재정적 지원만을 고집하긴 어려울 수 있다고 발언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군사적 지원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며 논란이 되었다. 공동성명에도 관련 내용이 나와있다. 미국과 한국이 전력 생산과 송전을 확대하고 주요 기반 시설 재건을 위한 것을 포함해 정치, 안보, 인도적, 경제적 지원 제공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 내용과 유사하다. 회담에 앞서 양국이 합을 맞춘 내용을 보고 윤석열 대통령이 로이터 인터뷰에서 발언을 하는 바람에 안보라는 단어로 표현이 바뀐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단어만 달라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지원 가능성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공동성명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직접 지원 내용은 빠졌지만 여전히 지뢰밭은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NBC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최전방 상황이 바뀐다는 조건을 걸며 무기 지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NBC 영상 2분부터) 인도-태평양 전역에서의 협력 확대 인도-태평양 전략은 아베 정권 때 나왔던 전략이다. 후에 트럼프가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채택했다. 이게 바이든 정부까지 넘어왔다. 중국 압박을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을 기준으로 경제와 안보를 협력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일 3국 협력 중요성도 강조한다.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마찬가지 내용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조치를 환영했다고 나온다. 미국 입장에선 한일 관계가 좋아야 인태전략 컨트롤이 쉽기 때문이다.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관련 진전도 환영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일본에 대한 선제적 지소미아 정상화를 의미한다. 한국과 일본을 통한 완벽한 미사일 정보의 실시간 공유가 이뤄져 결국엔 미국이 받게 되니 미국이 환영할 수밖에 없다. 북한 핵 미사일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대잠전 및 해상미사일방어 훈련을 정례화하고 해양차단훈련 및 대해적 훈련을 재개하며 한미일 3국 훈련을 논의했다고도 나온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라 쓰고 대중국 압박도 할 수 있으니 일타쌍피다.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얻게 되는 건 뭘까? 이런저런 훈련을 하니 한국에도 이득이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어느 국가가 공짜로 훈련을 같이 해주려고 하겠나. 전략 무기들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면 그 비용은 누가 다 지불하게 될까. 2012년 개봉한 <킬링 소프틀리> 영화 마지막 부분에 브래드 피트 대사가 떠오른다.America's not a country. It's just a business. 또한, 한반도에서 한미일 대잠 훈련이나 미사일 방어 훈련이 진행된다면 북한이 가만히 있을까? 오히려, 북한은 군비 투자를 늘리거나 더 도발할 확률이 높다. 한반도에 무기와 훈련이 집중될수록 한반도 평화는 점점 멀어진다. 한국이 얻는 이익은 없다. 인태 전략을 바라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인태 전략을 바라지 않는 중국 중간에서 인태 전략을 지렛대로 사용해 미일중으로 부터 얻어 낼 것은 얻어 내는 외교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철통같은 양자 협력 강화반도체 및 신흥기술에 대한 협력, 사이버 동맹, 우주 동맹, 교육 교류를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 반도체 및 기술 협력 내용이 강조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와 반도체과학법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우려를 완화하는 노력을 평가했다고 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과학법이 기업 활동에 예측 가능한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미국 내 기업 투자를 독려하는 협의를 이어가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이 있다. 회복력 있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유지라는 내용도 나온다. 하지만, 기술 협력, 협의 단어를 제외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겠다는 내용이 없다. * LA타임스 기자와 바이든 대통령 질문 내용 참고 : 오마이뉴스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과학법에 대한 한국 기업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 미국 내 기업 투자를 독려하는 협의를 하는 것인가. 이와 관련해, JTBC에서 보도한 LA타임즈 기자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질문한 내용이 화제다. 기자는 바이든에게 중국에서 반도체 제조를 제한하는 것이 한국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중국과 경쟁 때문에 한국이 피해를 받고 있는데 재선을 위한 카드냐는 질문을 던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투자해서 미국에서 반도체를 제조하며 한국 내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는 답변을 했다. 이런 동문서답은 처음 본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법안들이 중국과 관계된 것이 아니라고도 답변했다. 그렇지 않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북미 지역 내에서 제조된 전기차에 한정해 보조금이 지급된다. 중국산이 들어가거나 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에겐 비상 상황인 것이다. 현대, 기아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반도체과학법은 중국을 뛰어넘는 기술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두 법안 모두 명백하게 중국과 관계되며 한국 기업에게 치명적이다. 질문 자체가 한국 입장에서는 기분 상하는 내용인데, 바이든의 답변은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한국의 피해를 묻는 질문에 중국을 거론한 건 한국 패싱이라 볼 수도 있다.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반도체를 발명했었다며 과거 반도체 시장을 이끌었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도 답변했다. 공동성명문에 나오는 회복력 있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연결되는 답변 내용이다. 즉,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시장을 되찾겠다는 의미다. 일본 극우 세력이 메이지 시대의 영광을 찾고자 했던 것과 비슷해 보인다. 기자 질문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 답변의 80-90%는 미국의 반도체 부흥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한국 피해와 관련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 한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와 반도체과학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반도체과학법과 관련해 한국 기업의 불확실성과 경영 부담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IRA 관련해서는 한국 기업이 세액공제 혜택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미국 상무부에 적극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기술 협력, 협의, 합의 등의 내용이 많이 보인다.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과학법으로부터 한국 기업을 방어할 구체적 대안은 볼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미국에 앞으로 투자 못하니까 법안을 바꿔라는 한마디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불확실성과 경영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은 말 그대로 피해가 있다는 의미다. 피해가 있는 협상이 성공적인 협상인가?  정말 협상 못한다.반도체 관련 참고하면 좋은 내용 : (2분 50초 - 7분 30초) https://youtu.be/u4I4KZ-Vhlg공동성명 내용이라고 하는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한국의, 한국에 의한, 한국을 위한 내용은 1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에서 얻어온 국가의 이득은 무엇인가. 넷플릭스 투자만 남을 것 같다. 하지만,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변상욱 대기자 인터뷰를 참고하면 넷플릭스가 매년 투자해 오던 내용이라고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남는 건 사진밖에 없을 것 같다. 공동성명 내용은 이상이다. 워싱턴 선언은 어떤지 살펴보자.워싱턴 선언워싱턴 선언에도 외교적 결례에 가까운 해프닝이 있었다. 백악관이 워싱턴 선언 내용을 중국에 사전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고 더 신경 써야 하는 국가가 중국이라는 걸 보여준다. 외교부는 워싱턴 선언에 대해 유관국에게 사전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가 중국 측에 관련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정정했다. 이런 정황을 보면, 중국에 사전 설명을 했다는 것이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미국은 한국을 위한 립 서비스를 할 테니 중국에 불편한 내용이 있어도 화내지 말라고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게 아니면 갑자기 중국이 등장할 이유가 없다.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 중인 워싱턴 선언 첫 문단부터 인도-태평양 단어가 나온다. 인도-태평양에서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한다고 나온다. 언제부터인지 한미 사이에 인도-태평양은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가 되었다. 미국이 가장 신경 쓰는 전략이다. 한국이 인태 전략에 발을 넣는 순간, 진퇴양난이다. 미국 말만 계속 듣자니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딜레마에 빠진다. 중국과 뭘 해보려면 인태 전략에서 발을 빼야 하는데 미국이 가만있을까? 한국 정부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 미국 입장에서는 평화와 안정이겠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확장억제북핵 확장억제 내용도 등장한다.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완전히 신뢰하며 한국의 미국 핵억제에 대한 지속적 의존 중요성을 인식한다고 나온다. 미국이 짜놓은 퍼즐에 한국이 하나의 퍼즐 조각으로 들어가는 모양새다. 핵확산금지조약 NPT 의무에 대한 한국과 미국 정부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협정 준수를 재확인하는 내용도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 보수가 외쳤던 한국의 핵 개발, 보유, 무장과는 반대되는 내용이다. 대통령 본인이 주장하던 내용과 다른 내용을 선언 내용에 넣는데 대통령 본인이 최종 합의를 본 것 아닌가. 근데, JTBC가 보도한 18회 국무회의 내용을 참고하면 한국형 확장억제라면서 한미 안보동맹이 핵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자신이 했던 말과 다른 내용이 업그레이드라니. 이해하기 어렵다.한국 핵 보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워싱턴 선언이 (사실)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김준형 외교광장 이사는 외교적으로는 빵점이지만 핵 무장에 반대하는 사람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MBC 뉴스외전에서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은 미국과 협의도 하고 훈련도 하지만 반대급부로 한국이 핵을 개발할 자위권적인 권리를 포기했다는 평가도 했다. 전작권을 내준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남북한 모두가 핵 무장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의 핵무장 포기는 미국 정부의 부담을 덜게 되는 효과도 있어 보인다. 핵협의그룹 NCG네 번재 단락에서는 핵협의그룹 NCG 설립을 선언했다고 나온다. 문재인 정부 때, 항상 발목을 잡았던 워킹그룹이 떠오른다. 핵과 관련된 내용에 있어서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고 미국을 거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략을 신뢰하고, 거기에 지속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나토의 NPG(핵기획그룹)은 미국 내에서 법제화되었지만 한국의 NCP(핵협의그룹)은 협의를 위한 노력을 하는 수준이라는 내용을 언급했다. 미사일 방어체제 MD한미 동맹이 유사시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과 기획이 가능하도록 협력한다는 내용도 나온다. 이는, 어떠한 종류의 핵 전쟁이든 한국이 말려들어 갈 수 있는 내용으로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에 따르면, 전략핵 자산들이 자체 방어 능력이 없어 재래식 무기와 패키지로 지금까지 묶여왔다고 말하며 미국 미사일 방어체제 MD에 한국 재래식 지원이 들어간다면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와 척을 지게 된다는 의미의 내용을 말했다. 만약, 우크라이나에 한국산 포탄이 지원되고 미국 MD 체제에 한국산 재래식 무기가 사용된다면 그 자체가 재앙 아닐까. 그럴 확률이 워싱턴 선언으로 더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한국에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 내용이다.또한, 언급된 미국 전략핵잠수함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는데.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SLBM의 경우 최소 사거리가 4,000km라서 북한에 대한 사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 정도가 사격권에 들어온다면서 사실상 보여주기식이라고 의견을 밝혔다.립 서비스다섯 번째 문단에는 북한의 모든 핵 공격은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에 대한 대응이 한반도에서 벌어진다면 전쟁터가 되거나 핵 공격이 이뤄진 장소로 남게 된다. 대신 미국은 본토에서 떨어진 곳에서 큰 피해를 입지 않는다. 한국을 위한 대응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미국 전략 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증진시킨다는 내용도 나온다. 전략 자산이 한반도에 자주 올수록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긴장은 높아진다. 전략 자산에 대한 비용도 발생한다. 북한의 군비 투자도 늘리는 꼴이 될 테다. 굳이 얻게 되는 걸 따져보자면, 보이지 않는 심리적 안정감 정도지 않을까. 마지막 단락에서는, 미국 전략 사령부와 수행하는 도상훈련을 포함한다는 내용이 있다. 북핵 확산 억제를 하는데 도상훈련이 무슨 상관일까 뜬금없다. 필리핀 루손섬에서 진행되었던 한미일 도상훈련이 연상된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위해 어떻게든 끼워놓고 싶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북핵보다 중-러에 더 신경 쓴 내용 아닌가 싶다. 북한과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와 외교를 확고히 추구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오면서 워싱턴 선언 내용이 끝난다. 앞서, 전략 자산과 훈련을 실시하고 북한에 대한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겠나. 나올 확률은 0%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문장은 립 서비스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내용들에도 불구하고, 김태효 국가 안보실 1차장은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며 지내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입장을 밝혔다. 반면, 미국은 핵공유는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저는 이번 미국 국빈 방문과 정상 공동성명 그리고 워싱턴 선언에 이르기까지 미국이라는 거대한 숲속의 늪에 빠진 한국 외교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7, 8일에는 기시다 총리가 방한한다고 합니다. 한국 외교가 늪에 빠져 잠식될지, 발버둥이라도 치며 빠져나오려고 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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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자정 없이 공론장은 없다
이 게시물은 “유민석, 2019, [혐오의 시대, 철학의 응답], 서해문집”의 1장 ‘존엄한 삶에 대한 확신의 파괴_혐오표현'을 요약 정리한 것에 아주 약간의 의견을 보탠 것입니다. 혐오표현의 정의혐오표현은 “소수자 집단의 특성을 겨냥한 적대적인 표현"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종, 피부색, 국적, 성, 장애, 종교, 성적 지향과 같은 어떤 집단의 특징을 근거로 행해지는 어떤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반감이나 경멸의 소통"입니다.(John T. Nockleby 외) 혐오의 대상은 “소수자 개인이거나 그 개인이 속해 있는 집단(표적 집단)이며, 혐오표현은 “‘그냥 말’이 아니라 여러 감정에 기반한 차별행위이자 폭력행위"입니다. 혐오표현을 좀더 넓게 해석하고자 할 때는 “소수자의 도덕성이나 능력에 대한 의심을 나타내는 표현에서부터 해당 집단에 대한 전형적인 묘사까지, 다양한 의사소통을 아우르고자” 합니다. 이 경우에는 특정 발화가 혐오표현인지 아닌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이 생깁니다. 애매하거나, 이론적 분석이 필요하거나, 특정 맥락속에만 혐오가 되거나 해서 규제의 대상인지 논의의 대상인지 토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많습니다.혐오표현의 종류[1] 모욕의 혐오표현 “모욕 형태의 혐오표현은 ‘특정 집단에 대한 비하, 조롱, 경멸, 무시 등을 드러내는 표현'들"로 모욕 대상을 직접적으로 비하하고 폄하하는 것입니다. “언어로 하는 구타”인 셈입니다. [2] 선동의 혐오표현 선동의 혐오표현은 “표적 집단을 향한 혐오와 차별을 고조시키고 증폭시키는" 행위입니다. “증오의 촉진” 행위인 것입니다. [3] 종속의 혐오표현 종속의 “혐오표현은 기존 권력관계에서 종속된 위치에 있는 청자들을 재종속시키면서 일종의 열등한 지위의 신분을 재생산하는 역할을” 합니다. 종속의 혐오표현은 1) “소수자들이 열등하다가 서열을 매기고”, 2) “그들을 향한 차별을 정당화"하고, 3) “그들에게 부당하게 권력을 박탈"합니다. “혐오표현은 이 3가지 작동방식을 바탕으로 피해자들을 권위와 권력이 박탈된 지위로 종속시키는 행위"입니다. 종속의 혐오표현은 “열등한 신분의 창조” 행위인 것입니다.  [4] 무시의 혐오표현 무시의 혐오표현은 소수자의 위치로 인해 거절이나 항의가 힘든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고, 책임을 돌리고, 침묵시키는 행위입니다. 이를테면 “‘피해자 비난하기'는 또 다른 폭력”이고, “이중으로 침묵시키는 것”입니다. “묵살과 왜곡”의 혐오표현인 것입니다. 책에서 구별하는 혐오표현의 네 종류에 대한 논의는 혐오표현을 특정 개인, 혹은 특정 집단의 불쾌함으로 이해하여 생기는 한계를 넘어, 혐오표현의 판정, 혐오표현의 경중의 정도 등을 판단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토론을 하거나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혐오발화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내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혐오표현에의 대응혐오표현에의 대응은 크게 법적 규제와 대항표현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1] 법적 규제는 “‘혐오표현이 소수자들을 침묵시키며, 침묵당한 소수자들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는 언어철학적 논증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는 ‘차별금지법'의 추진이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관점에서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를 법제화 하고자 하는 시도일 것입니다.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는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규제함으로써 소수자의 안전함을 확보함으로써 자유와 평등을 신장할 수 있지만, 충분한 토의를 통해 혐오표현의 사회적 기준을 확립하고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법 적용 기준에 있어서의 애매모호함으로 인한 잘못된 법 적용의 가능성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혐오표현에 대항하는 대항표현에의 법적규제가 되는 경우도 있으며,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토론의 영역을 법적 규제로 닫아버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2] 대항표현은 “전복하거나 되받아침으로써, 즉 대항표현으로 맞서 싸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대항표현은 개인 차원의 대항표현, 집단 차원의 대항표현, 국가 차원의 대항표현이 있습니다. 공론장에서의 토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공론을 형성하는 것은 시민들 자신에 의한 사회적 기준을 마련하는데 필수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나 활동가나 시민들의 개인적 대항표현은 필수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일입니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저격'은 피하고 싶은 무서운 일입니다. 관련 사회운동조직 등에 의한 집단 차원의 대항표현은 안정적으로 정제된 대항표현을 지속성 있게 발휘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 또한 필요한 일이지만, 힘든 일입니다. 국가 차원의 대항표현은 권위있는 공직자가 혐오표현의 사례를 비판하는 대항표현을 하는 직접적인 방식이나,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차별 대응 특별추진위원회' 등과 같은 활동을 지원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세 가지 차원의 대항표현은 각각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필요한 것입니다. 혐오표현 없는 안전한 공론장의 가능성공론장이 안전하다는 것은 시민 누구나 공격받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여기에서 자유롭게 말한다는 것이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만의 자유가 된다면, 그 자유는 누군가를 공격할 자유가 될 수 있고, 그 공격으로부터 누군가를 안전하지 못하게 만들게 될 것입니다. 혐오표현이 단순의 감정 차원의 혐오의 의미가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 집단의 특성을 겨냥한 적대적인 표현’이라면, 우리는 사회적 소수자가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야 민주주의 사회의 필수적인 전제인 사회 구성원들이 공존하는 집합적인 자유에 가까워질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하지만 안전을 위한 법적 규제는 그 필수적인 필요에도 불구하고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때, 그 법의 빈 공간을 채우는 시민들의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지 않을 때, 국가권력에 의한 통제의 한 방법으로 형식화되거나 악용될지도 모릅니다. 플랫폼에서의 규제 또한 법적 규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비슷한 관점에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잘 작동하는 법적 규제를 잘 만들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법적 규제로만은 채울 수 없는 빈 공간들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개인의/집단의/국가차원의 대항표현 실천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개인은 공론장의 주체로서 ‘토론하는 민주주의’를 통해 민주시민의 역할을 합니다. 집단은 사회운동의 주체로서 ‘활동하는 민주주의'를 통해 소수자들을 대변하고 대항표현 활동의 지속성을 담보합니다. 국가는 촉진과 조정의 주체로서 ‘제도화 하는 민주주의'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들이 안전하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민주주의 사회는 구성원들이 공존하며,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다수의 지지를 점점 확장해 나감으로써 시민지성에 입각한 시민문화를 형성하는 사회일 것입니다. 그렇게 형성된 공론에 입각하여 끊임없이 더 나은 제도의 변형을 이루어 가는 사회일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혐오와 차별 없는 안전한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공론장에서 혐오와 차별이 무엇이고 그 구체적인 기준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힘들고 지난한 논의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모순적인 이 과제는 이론에서의 추상적인 논의와 현실에서의 구체적인 복합적 얽힘의 표현일 따름입니다. 우리는 이 실타래를 풀어야만 합니다. 이 실타래를 한 번에 풀어줄 단 하나의 묘수 같은 것은 찾기 어렵겠지만, 함께 하나씩 풀어가보면 좋겠습니다. 명백한 혐오표현은 즉각 규제해야 하지만, 애매하거나, 토의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더 나은 합의/협의/조정에 이를 가능성이 있거나, 맥락 파악에 따라 이론적인 논증이 필요한 경우 등에는 바로 규제하기 보다는 시민들이, 활동가들이, 전문가들이 함께 토의를 통해 풀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빠띠 캠페인즈가 그런 공간이 될 수 있길 바래봅니다.함께 ‘혐오가 자정되는 공론장’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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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는가?
 ? SNS는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는가?   현재 우리 사회의 갈등은 이념, 세대, 노사, 젠더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표출되고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회에서 갈등의 발생은 필연적이지만, 현재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사회 갈등의 정도는 매우 심각하고 만성적입니다.   한편 이러한 사회 갈등을 SNS가 증폭시키고 확산하고 있다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서울연구원에서 발간한 『서울시 사회갈등 이슈 진단과 정책 시사점』에서는 세대 가치관의 차이가 남녀 간의 가치관의 차이와 중첩되는 20~30대에서 심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밀레니얼 세대의 젠더갈등은 일상생활 영역에서는 물론이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등을 통해 확대 증폭되고 변형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보고서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비대면 소통의 증가가 정보를 편향적으로 습득하거나 끼리끼리 소통함에 따라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를 적대시하거나 아에 대화자체를 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면서 디지털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공론장 활성화를 통해 나타나는 민주주의의 긍정적 측면과 동시에 혐오와 갈등이 심화되는 부정적 측면이 현재 한국 사회를 ‘디지털 갈등사회’로 규정짓게 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조정열 교수는 SNS 발전과 사회갈등에 관한 연구에서 SNS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인 탈맥락화¹, 집단극화², 자기정당화³라는 이론적 개념을 활용해 실제로 SNS가 사회 갈등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증했는데요. 연구 결과 SNS 사용의 증가와 사회갈등에 대한 인식의 확대 사이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와는 무관하게 연구모델로서 사용한 SNS 커뮤니케이션의 세 가지 특징에 대한 개념은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각 특징들의 개념은 다음과 같습니다. ‘탈맥락화(decontextualization)’는 표정, 몸짓, 목소리, 맥락 등이 사라지고 메시지 자체만이 전달되는 현상으로 전후 문맥은 빼버리고 독자를 자극할만한 문구만을 부분 인용하는 사례는 주로 정치성향이 강한 언론에서 자주 쓰였는데, SNS 논쟁에서는 더 많이 자주 활용됩니다. SNS에서 쓰이는 뉴스콘텐츠는 필연적으로 탈맥락화의 과정을 거치는데 해당 뉴스 기사에 대한 전달자의 의지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집단태도극화(group polarization)’는 나와 같은 성향의 의견의 사람과 함께 있으려는 욕구 혹은 성향인 homophily가 특히 SNS 소통방식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는데, 혼자일 때보다 내 편과 함께 있을 때, 그리고 동질적인 집단에 속해 있을 때, 생각과 표현이 강경해지기 쉬워지게 됩니다. 이때 집단태도극화가 나타나게 됩니다.   ‘자기정당화(self-justification)’는 스스로의 판단을 합리화하는 심리적 습관을 말합니다. 대화나 토에서 의견을 표현하고 나면 기존의 태도를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SNS 이용자가 아닌 알고리즘 시스템이 갈등을 증폭시킨다?   국민일보의 알고리즘 관련 탐사보도 1편 ‘극단의 광장에 갇힌 사람들(2020. 12)’에서는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한 극단화 현상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해당 기사에서는 보수, 진보 성향의 유튜브 채널 이용자가 해당 영상을 시청한 다음 어느 채널로 이동했는지 이동 경로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보수 채널 영상을 본 유저들은 또 다른 보수 채널로, 진보 채널 영상을 본 유저들은 또 다른 보수 채널로 이동하는 등 양극화되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이는 자신과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만 소통하면서 점차 편향된 사고를 갖는 ‘에코 체임버’ 현상이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전통 언론 보다 이념적 편향성이 높은 개인 채널, 대안 언론 등의 영상이 더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통 언론은 이슈가 터지면 이를 단순히 전달하는 형태가 많았습니다. 반면 인터넷 매체나 개인 채널은 이를 바탕으로 해석하고 주관적 감정을 지속 배출하는 식으로 영상을 가공하고 있음을 밝히며 이러한 방식은 유저들에게 진영 논리를 지속 주입하는 기제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지적합니다.   해당 기사는 앞에서 살펴본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이라던가, SNS 이용에서 극대화되는 집단태도극화, 자기정당화와 같은 인간 본성의 문제가 아닌, SNS 시스템 중 하나인 알고리즘 문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는 증오의 증폭제? : 테러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인종 차별적인 행동은 변화하는가?    SNS가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가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출처: Catalyst of hate? Ethnic insulting on YouTube in the aftermath of terror attacks in France, Germany and the United Kingdom 2014–2017)   이 연구에서는 서유럽의 테러 사건 이후 특정 종교와 민족에 대해 인과관계를 부여함으로써 인식적 차별, 혐오, 증오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을 소셜 미디어가 촉진하고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즉 현실 사건에 대해 소셜미디어가 증오 및 혐오를 증폭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분석합니다.   연구진은 선행연구의 결과를 인용하면서, 소셜미디어의 에코챔버 효과(반향실 효과)와 익명성이 강조되는 환경이 종종 극단적인 의견을 촉진시키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익명성이 강조되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소셜 미디어의 온라인 환경이 증오 표현 의향을 높이고, 이념적 견해가 다른 그룹 간의 충돌을 발생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인데요. 이를 밝히기 위해 유튜브를 전략적 연구장소로 설정했다고 합니다.   이 연구에서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서유럽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 이후 인종 차별적 발언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지, 테러 공격 전·후에 소셜미디어에서 인종 차별적인 행동이 변화하는지를 조사했는데요. 이를 위해 유튜브 개별 사용자의 ‘댓글 혹은 좋아요’ 데이터를 사용하여 인종 차별적인 발언의 개별 수준 변화를 조사했습니다.   연구 결과 테러 공격 이후 이민 관련 주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증오 발언이 비례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주목할만한 결과는 혐오나 적대적 발언의 증가가 일반적인 사용자의 행동변화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였다는 것입니다. 테러 이전에 댓글을 단 대부분의 사용자는 사건 이후 댓글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혐오적 사용자들이 토론에 참가하여 댓글을 달면서 집단적인 혐오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점입니다. 즉 개인의 변화보다는 인구 구성의 변화(혐오적 사용자 증가)가 집단적인 경향을 변경시키고 있었습니다.   연구의 시사점   이 연구는 SNS가 갈등을 촉진하고 있다고 밝힙니다. 특정 이벤트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거기에 비례해 혐오 발언이 증가하는 것은 예상 가능한 결과로 보입니다. 그러나 혐오에 대한 집단적인 경향을 형성하는 것이 적대적 사용자가 등장하면서 시작된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이 연구의 결과를 놓고 보자면, 갈등과 관련된 SNS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선 혐오 발언을 제재하고 그러한 발언을 하는 사용자를 퇴출 시키는 방식이 주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혐오, 인종차별적 댓글이 자주 노출되게 되면, 일반 사용자들이 그러한 댓글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나가며..   지금까지 SNS와 사회 갈등의 관계에 관한 글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SNS 활동의 특성들 혹은 SNS 알고리즘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확산하고 증폭시키는데 얼마나 기여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SNS는 단순히 현실의 문제, 인간의 본성과 편견 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일 뿐 SNS는 잘못이 없는것일까요? 혹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SNS를 이용해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디지털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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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선언’의 여파,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윤석열 대통령의 5박 7일간의 국빈 방미 일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정부가 밝힌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는 경제안보, 사이버 우주 분야, 에너지 등 다양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4월 26일 한미정상이 발표한 ‘워싱턴 선언’은 단연 화제였습니다. 워싱턴 선언은 확장억제 강화를 중심으로 <한미 핵협의그룹 창설, 핵 전략무기 운영 계획 정보 공유, 공동작전 기획 및 실행방안 정기 협의,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미 전략자산 전개> 등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2023.4.27 윤석열 대통령 한미 정상회담, '워싱턴 선언' 발표, 대한민국 정부 블로그).진일보적인 성과였다는 평이 있는 반면, 갈등을 강화시키는 촉매제가 되었다는 평가도 있는 등 다양한 평가가 있었는데요. 주미대사를 지낸 안호영 경남대 석좌교수는 3가지 포인트로 워싱턴 선언을 잘된 선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1) 미국이 민감한 핵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한 것 (2) 북한에 대한 대응을 `조인트 플래닝`(joint planning·공동 기획)하겠다고 한 점 (3) 확장억제에 대한 공동이행으로 우리 군의 역할이 늘어날 가능성을 꼽았습니다(2023.5.2. "`워싱턴 선언` 3가지 포인트 눈여겨봐야…매우 잘된 선언", 출처 이데일리).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유명한 국제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 케네디스쿨 석좌교수 역시 워싱턴 선언에 대해 "미국 확장억제 강화를 통해 한국의 핵무장을 막았다는 측면에서 오랜 미 국가안보전략의 성취"라며 핵 확산 방지에 미국이 큰 역할을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했습니다(2023.4.30. '투키디데스의 함정' 앨리슨 교수, 워싱턴선언 극찬한 이유, 출처 중앙일보) 반면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는 "미국은 한국에서 나오는 독자적 핵무장론을 무마시키려고 많이 애썼지만 한국이 원하는 핵 공유나 운영에 관한 공동 계획 등을 지원했는지를 살펴보면 변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실효성 부분에서 낮은 평가를 하기도 하였습니다(2023.4.28. 日전문가, 핵협의그룹 창설에도 "미, 한국과 핵 운용 정보공유 어려울것", 출처 뉴시스). 또 중국 내 미중관계 전문가 리칭쓰 인민대 교수는 이번 워싱턴 선언이 북한에 핵과 미사일을 더욱 부추길 동기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이 정치도 차갑고 경제도 냉랭한 ‘정랭경랭’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하였습니다(2023. 5.1 "정랭경열→정랭경랭…한·중관계, 더 차가워질 것", 출처 중앙일보). 실제로 ‘워싱턴 선언’ 이후 중국은 워싱턴 선언이 한국의 비핵화 내용에 맞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북한도 나흘 연속 강렬한 비판을 지속해나가고 있습니다.  ‘워싱턴 선언’에 대한 한미간의 입장차도 있었습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워싱턴 선언에 대해 "미국과 핵을 공유하며 지내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라고 표현했지만, 현지시간 27일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은 워싱턴DC 국무부에서 한국 특파원들에게 "그냥 직설적으로 말하겠다. 우리가 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강화된 약속일 뿐이라며 명확하게 선을 그었습니다(2023.4.28. 미 백악관 관계자 "워싱턴 선언, 핵공유는 아니다"...한국 정부와 입장차, 출처 JTBC 뉴스).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실제 핵공유한다고 한 적 없다“며 미국과의 입장차를 부인하기도 하였습니다(2023.4.29. 대통령실 "실제 핵공유한다 한적 없어…미국과 입장차 아냐", 출처 연합뉴스). 워싱턴 선언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한미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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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는 한국사회
최근 30대 네이버 개발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이 ’직장내괴롭힘‘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는데요. ‘고인이 육아휴직 복직 후 차별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족 측 고소장이 접수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열심히 근로감독을 해서 법을 지키는 관행을 만들도록 유도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겨레. 23.04.20)  <OECD 국가별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자 수> 한국은 OECD 가운데 출생률이 가장 낮은 나라로(0.78%), 그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육아휴직’입니다. 육아휴직 제도는 1987년 도입돼 올해 36년째를 맞았지만, 성적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실제 한국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1년 기준 29.3%로 OECD 최하위권을 머물고 있는데요. 물론 한국의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0년 72,967명에 불과했던 수가 2021년 17만 3,631명으로 10년 사이 약 10만명 가량 늘었습니다. 그러나 육아휴직이 ‘근로자의 보편적 권리’로 인식되기엔 아직까지 현실과의 괴리가 있는데요. 1.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 현재 육아휴직 사용은 주로 공무원, 공공기관, 대기업 노동자에게 편중되어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육아휴직을 사용한 노동자 대부분이 규모 300명 이상의 기업체 소속되어 있고, 4명 이하 기업에 소속된 비율은 3.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 육아휴직 사용자의 소속 기업 규모> 또 사용할 수 있다 해도 부당 해고를 겪거나 승진 불이익, 차별 등을 당할까봐 마음 편히 사용할 수 없다는 인식도 있는데요. 실제로 인권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용자의 70%가 배치와 승진에서, 71%가 보상과 평가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실제 사례] (KBS. 23.03.28) A씨: “임신은 축하하지만 그만두는 것을 한번 생각 해봐라. 배가 불러있는 사람한테 일 시키기 불편하니까 배 부르기 전에 그만둬라.” B씨 : “배치할 만한 부서가 없다. 없는 자리를 만들어줄 수는 없다.” C씨: “임신 후기에 단축 근무를 사용한 직원은 늦게 귀한 애를 가진 거라 쓰게 한 거다.” <육아휴직 사용 불가 이유> 직장분위기나 문화 때문에 신청할 때 눈치가 보인다는 것도 문제인데요.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사용할 수 없는 직장분위기나 문화 때문’이라는 답변이 49.6%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 다음으로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가중’이 23.3%,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가 9.3%, 추가인력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7.7% 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노동 약자’에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실제로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56.8%), 5인미만(62.1%), 월 150만원 미만(55%) 근로자의 경우 절반 이상이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고, 육아휴직과 돌봄휴가 역시 평균보다 더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합니다. (직장갑질119) 2. 제도적 문제와 실효성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을 마친 직원에게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입은 불이익이 육아휴직 때문이라는 걸 스스로 입증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실제로 2021년 육아휴직 사용 후 보복인사 등으로 불이익을 받은 남양유업 피해자 사례가 밝혀져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특히 부당전보를 지시하는 상사의 녹취록 등 물적증거가 공개되었음에도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및 소송에서 패소해 사회적 논란이 됐습니다. 이러한 법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윤미향 의원은 '육아휴직 복직자 부당전보' 남양유업 피해 방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는데요. 육아휴직 복직자에 대한 부당전보 판단근거를 확대하고, 불리한 처우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근로자의 권리 구제를 강화하는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또 현행법은 사업주의 불리한 처우에 대한 판단기준이 모호해 권리구제기관 및 사법기관의 판단이 각각 다르고, 문언상 해석에 혼란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육아휴직 제도 사용으로 차별을 받아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육아휴직 관련 차별 경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참고 넘어감‘이라 대답한 응답자가 57.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사업주의 육아휴직 권리침해 관련 기소의견 송치 건> 간혹 육아휴직 사용 권리침해가 법적인 공방으로 이어진다 해도 방대한 자료를 가진 회사를 상대로 개인이 승소하긴 어렵습니다. 실제로 2020년 육아휴직 사용을 사유로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 대한 기소의견 송치 건수는 단 2건에 불과했습니다. 따라서 육아휴직 사용자를 보호하고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외에도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실제로 2020년 육아휴직 부여 저조 사업장으로 의심되거나 출산, 육아휴직 중 부당해고가 의심되는 사업장으로 선정된 수는 총 364개였지만, 이 중 위반사업장으로 판정된 경우는 29개에 그쳤고, 사법처리 건수는 3건에 불과했습니다. 3. 해외 사례 1) 근로자 손해배상 및 보호방안 (육아패널티_국회입법조사처) 스웨덴의 경우, 육아휴직법 제 22조에 따라 법령을 위반한 사업주는 근로자가 입은 모든 형태의 손해나 손실, 그리고 권리 침해에 대해 보상해야 합니다. 특히 근로자가 육아휴직과 관련된 불이익 조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경우, 불이익을 준 사실이 없거나, 있었다면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음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사업주에게 있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도 ‘사업주의 해고조치가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부당해고였는가’에 대한 증명 의무가 사업주에게 있는데요. 만일 해당 사안이 차별 관련 사안으로 판정되면 근로자는 고용평등법에 따라 복직은 물론 손해배상청구일 이전 6년 기간의 급여에 대해 상한액 제한 없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2) 육아휴직 사용권 보장 (사용권보장_국회입법조사처)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최소 13주 근속한 근로자의 경우 육아휴직 신청 자격이 있습니다. 근로자는 육아휴직 시작일 최소 2주 전에 사업주에게 서면으로 미리 고지하면 되는데요. 이때 사업주의 별도 승인 없이도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어 원하는 때에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사업주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됩니다. 스웨덴의 경우도 사업주에게 최소 2개월 전에 육아휴직 시작일을 고지하면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는데요. 마찬가지로 사업주의 승인 없이 요청만으로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으로 명문화하고 있어 근로자의 자유로운 사용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3) 남성의 육아휴직 의무화 (パパ休暇_厚生労働省) 일본의 경우, 작년 10월부터 ’산후 아빠휴가 제도‘를 시행해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있는데요. 아이 출산 후 8주 동안, 한 번에 최대 4주 총 2회까지 사용할 수 있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사측은 반드시 휴직 신청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신 노사합의를 통해 근로자가 육아휴직 중에도 근무할 수 있게 했는데요. 갑자기 중요한 회의에 참여해야 하거나 휴직자가 아니면 대응할 수 없는 업무가 생겼을 때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또 근속기간 1년 이상이라는 요건을 폐지해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도 육아휴직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육아휴직과 출산휴가와 관련해 직원들의 의향을 확인하는 것을 의무화해 제도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남성 육아휴직 비율을 50%, 2030년에는 여성과 같은 85%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를 위해 지난 4월 1일부터는 10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 매년 홈페이지에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해 그동안 ’사용하기 어려운 분위기‘ 때문에 제도를 이용하지 않은 남성들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아이 낳고 싶은 나라가 실현되려면.. 그동안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정부에서 많은 정책을 펴왔지만, 한국은 여전히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출생률은 더 낮아지기만 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을 짚어봤는데요. 제도적 문제도 물론 개선돼야겠지만, 육아휴직을 ‘기본적 권리’로 생각하지 않는 인식의 문제와 차별, 괴롭힘, 갑질, 이기주의 등 잘못된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러려면 한국사회의 불평등 양극화 문제, 과도한 경쟁 사회 등도 함께 해결돼야겠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그간 성장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한국사회가 이제는 성장만큼 ‘파이 분배’와 ‘안전망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사회가 '육아휴직'을 보편적 권리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그래서 아이 낳고 싶은 나라가 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금기’와 같던 의원 정수, 시민은 열린 마음으로 토론했습니다
지난 4월 1일 (토) 오후 2시, 하자센터 999클럽에서 2024정치개혁공동행동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국회 시민정치포럼은 <해보자! 시민 대토론 “국회의원 수, 늘려? 말어?” – 국회의원 적정 정수 논의를 위한 시민 패널 토론>을 개최했습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에 따라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국회 전원위원회는 4월 10일부터 13일간 선거제 개편안 논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할 선거제 결의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반대로 비례대표 의원을 50명 증원안을 전원위에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동시에 국민의힘 조경태, 이명수 의원 등은 적극적으로 의원 감축 주장하거나 국민 서명을 받고 있기도 하고,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의원 수당을 줄여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국회의원 스스로도 국회의원 적정 정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는 때에, 2024정치개혁공동행동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국회 시민정치포럼은 국회의원 적정 정수에 대한 시민 의견을 직접 청취하고 서로 다른 의견들을 가진 시민들이 토론해볼 기회를 마련해보고자 이번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 날 행사에는 참석한 시민 패널 38명이 성별과 연령, 거주지, 찬반 의견 등을 고려해 8개조 테이블로 나뉘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시민패널들은 질의응답과 상호토론 등을 통해 적정 의원 정수와 역할에 대해 진솔하고 다양한 의견들을 나누었고, 토론을 통해 입장을 정하거나 바꾸는 등 생산적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행사에 앞서 한상희 2024정치개혁공동행동 공동대표는 “민주공화국의 주권은 국민이 가지며, 땅의 주인 또한 국민이다. (~중략) (국회의원들을) 잘 가르쳐서 말이 통하는 친구로 삼거나, 물갈이를 하거나, 제대로 부리기 위한 지혜를 구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인사를 나눴습니다. 국회 시민정치포럼의 대표의원인 정의당 이은주 의원, 책임연구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 소속 의원이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또한 영상 축사를 통해 시민이 직접 국회의원 적정 정수에 대해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빠띠캠페인즈에서 진행된 “국회의원 정원, 늘려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사전 투표를 진행한 결과 누리꾼 214명 중 늘려야 한다가 107명, 늘리지 말아야 한다가 92명, 잘 모르겠다가 10명, 기타 의견이 9명이었습니다. 주요하게는 다음과 같은 의견이 있었습니다. “국회의원 수는 증원해야 합니다. 다양한 역량이 국회의원에게 요구하지만, 국회의원도 사람입니다. 1인분의 양은 분명 정해져 있습니다. 일하는 국회의원들의 업무는 가중되어 입법 공백은 커지고,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정부에 대한 견제도 불가능합니다.” “우리나라에 국회의원 300명은 너무 많다 생각합니다. 국회의원이 늘어난다고해서 양당제가 해소되진 않을겁니다. 지역구를 통합하고 비례대표직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현실성있는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행사에 참석한 시민 패널의 여론 지형을 알아보기 위해 1차 투표를 진행한 결과, 시민 패널 38명 중 늘려야 한다가 21명, 늘리지 말아야 한다는 9명, 투표 미참여는 8명이었습니다. (1차~최종 투표까지, 빠띠의 투표 플랫폼 '빠띠 타운홀' 사용) 이어서 전문가 패널의 발제가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찬성측 전문가 패널인 김찬휘 선거제도개혁연대 공동대표가 나섰습니다. “의협이 의대 증원을 반대하거나, 변협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증원에 반대하는 것처럼 국회의원 또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공급을 줄여 공급자의 힘을 커지도록 하는 것이다. 반대로 공급을 늘리면 수요자 힘이 커진다. 국회의원 수를 늘려 유권자가 부르면 국회의원이 달려올 수 있도록 하고, 국회에서 들리지 않는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늘려야 한다.” “(독일 의회는 100석을 줄였다는 주장에 대해)현재 독일 의회의 의석수를 한국 인구에 적용하면 414석” “13대 국회와 21대 국회를 비교했을 때 34년간 국가 예산은 36배가 증가하고 법안 발의 건수도 26배가 증가했지만 국회의원은 1명 증원되는 것에 그쳤다.” “(저출생으로 인구가 줄어드므로 증원이 필요없다는 주장에 대해)인구수와 의석수는 직접적 비례관계가 없고 제헌국회 당시 인구 2천만 명에 의원 200명이었던 점을 따른다면 5천만 명인 지금 의원은 500석은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반대측 패널로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나섰습니다.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례성과 대표성 향상을 위해 국회의원의 수를 늘리자는 주장에는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증원하자는 주장의 이론적 근거와 타당성이 부족하고,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측면과 국민의 반대가 높으므로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OECD 국가 중 한국보다 국회의원 1인당 대표하는 국민 수가 높은 나라는 멕시코와 일본, 미국밖에 없다는 것은 사실이나 국회의원의 자질이 OECD 평균에 근접한지 의문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수를 늘린다는 것만이 해법인지 잘 모르겠다” “세계적으로도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는 것이 유행이다. 프랑스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멕시코는 3분의 1 감소를 추진했다. 이탈리아 또한 35%를 줄였다. 독일 또한 그렇다.” “국회의원 수를 늘리며 직능 대표성을 보완하기 위해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비례대표를 활용하는 사람은 유권자가 아닌 공천권을 쥐고 있는 자들” “국회의원 증원은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고, 의원 스스로 의정활동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정당 차원에서 공천 기준도 명확해야 하며, 증원은 직능 대표성과 직무수행에 대한 신뢰가 생겼을 때 진행되어도 충분하다” 시민 패널은 전문가 패널의 발제를 듣고난 뒤 질의응답을 거쳐 2차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2차 투표 결과, 시민 패널 38명 중 늘려야 한다가 20명, 늘리지 말아야 한다는 13명, 투표 미참여는 5명이었습니다. 시민 패널은 2차 투표 결과를 확인한 뒤 40분 간 테이블 토론에 임했습니다. 증원에 찬성하는 시민 패널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국회의원 수와 특권은 반비례된다” “민주주의는 다원주의에 기초한다. 국회의원이 적으면 여러 의견을 다 담을 수 없으므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기 위해 증원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의 자질을 갖춘 다음 숫자를 늘린 수는 없다. 일을 시켜봐야 하는데 현 상황만 갖고 더 늘리면 안 된다고 하면 안 된다” “탁한 물이 덜 탁해지기 위해서는 물을 더 부어야 한다” “양당체제가 고착화되고 과다대표되고 있어, 지역구 줄이기 어려우니 소수자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원칙적 찬성” 증원에 반대하는 시민 패널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 역할을 못하고 있어 유보적 반대” “독일도 줄이려고 하는 상황에서 지금의 한국 국회의원은 카피(copy) 입법, 부실 입법 등 문제가 많다. 일을 열심히 하는데도 모자라면 늘려야 겠지만,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이 하는 몫과 분리해서 접근해 국회의원이 가장 집중해야 할 입법 업무에만 집중하도록 하면 된다” “증원을 하는 것보다 국회의원의 자질과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 “지금 50명 늘려봤자 결국 똑같다, 일하는 사람이 왕따가 되는 시점 아닌가” “국회는 이미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고 개선해야 한다” 시민 패널은 단순히 정수 확대와 감축 뿐만이 아니라 현재 국회의원의 역량 부족과 국민적 불신에 대한 대안 마련의 필요성에도 입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현재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객관적으로 분석 및 평가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되어야 하며, 정당의 공천 과정에 있어서도 개혁이 필요하고, 이같은 증원과 감축 논의는 더 많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다수 등장했습니다. 각 테이블에서 나온 토론 결과에 대해 시민 패널이 발표하고 난 뒤에는 시민 패널과 전문가 패널의 최종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1차, 2차 투표에서 늘리지 말아야 한다에 투표를 했다가 최종 투표에서 늘려야 한다에 투표를 한 시민 패널은 “국회의원은 일도 별로 안 하는데 수당은 많이 받아가는 것 같아 수당 인상에는 꼭 반대해왔다. 그런데 구정물을 희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물이 더 필요하다는 말과, 테이블 토론을 통해 증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라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민 패널의 최종 투표가 진행되었습니다. 최종 투표 결과, 시민 패널 38명 중 늘려야 한다가 26명, 늘리지 말아야 한다는 11명, 투표 미참여는 1명이었습니다. 증원에 찬성하는 의견은 직전 투표 대비 6명이 증가했고, 증원 반대 의견은 2명이 감소했으며, 유보적 의견이었던 5명 중 4명이 증원 찬성에 투표했습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장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시민 여론을 거론하며 의원 정수에 대한 논의를 배제하였지만, 행사에 모인 시민패널은 서로 다른 배경과 입장에도 불구하고 정치개혁에 대한 공통적 열망 아래 의견과 바램을 이야기하며 뜨거운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2024정치개혁공동행동,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국회 시민정치포럼은 오늘 이 자리가 더 나은 국회를, 또 더 나은 선거제를 논의하는 데에 있어 특별한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히며 22대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 더욱 다양한 선거제에 대한 논의를 나눌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고 밝히며 참가자들과 기념 사진 촬영 후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선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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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장은 숙의가 필요하다
공론장에서 숙의의 의미 '숙의'는 일반적으로 “깊이 생각하여 충분히 의논함”을 의미합니다. 민주주의와 공론장 등과 관련해서는 deliberation의 번역어이며, 거의 이러한 맥락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deliberation은 숙의뿐만 아니라 토의, 심의로도 번역됩니다. 이는 deliberation에 “어떤 문제에 대하여 검토하고 협의”한다는 의미와, “심사하고 토의”한다는 의미까지 포괄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민주주의를 더욱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한 제도화의 맥락에서 보면, 숙의는 “법원의 배심원, 의회 입법자, 위원회 위원, 혹은 다른 사람들이 이성적 토론 이후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의미합니다(존 개스틸 외, 18).여기서 ‘제도화'를 일단 제외하고,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숙의는 공론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시민, 이해당사자, 활동가, 전문가, 국가 등 다양한 주체가 모여 깊이 숙고하여 논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들리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공론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공론장은 다양한 주체들의 숙의를 통해 공론을 형성하는 공간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와 숙의 공론장제인 맨스브리지는 “반대만 하는 민주주의"를 넘어 “통합하려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통합하려는 민주주의에서 대중은 서로 존중하는 숙의 과정에 참여하며, 서로 경쟁하는 증거들과 주장들의 경중을 잘 판단한 다음 모두를 위한 새로운 결론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차이를 억눌러버리는 은밀한 체제 순응주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존 개스틸 외, 19). 반대와 통합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는 ‘반대가 아닌 통합’ 혹은 ‘순응이 아닌 저항’의 선택을 강요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이야기만 나눈다고 통합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저항만 한다고 더 나은 사회가 도래하는 것도 아니겠지요.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저항은 민주주의 내에서의 제도적 변화를 위한 토의의 제도화와 공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활동의 민주주의와 토의의 민주주의는 둘 다 필요합니다.벤저민 바버는 ‘약한 민주주의’와 ‘강한 민주주의’를 구별합니다. 약한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 제도,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자기 이익을 챙기려고 경쟁하는 것 , 또는 개인적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며, 강한 민주주의는 “개인보다 공동체의 행동에 더 큰 중요성을 두고, 대중이 함께 논의하고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존 개스틸 외, 19). 전자는 다원주의적 접근에 조응하며, 후자는 공화주의적 접근에 조응합니다. 숙의가 이루어지는 공론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민주주의는 후자의 관점과 친화성을 가집니다. 현대의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이며, 대의민주주의는 ‘시민들이 대표자를 선출해 정부나 의회를 구성하여 국가를 운영하는 정치 제도’를 의미합니다. 대의민주주의는 최소한의 필수적인 민주주의 제도를 지칭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것만으로는 선거 때 외에는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제도로서의 공론장을 구축하는 것’과 ‘시민들이 자유롭게 토의하는 시민사회 공론장을 활성화’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가 더욱 민주적일 수 있도록 보완 혹은 변형하는 중요한 일이 됩니다. 숙의는 공론장의 필수 전제이며, 숙의 공론장은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중요한 방법일 것입니다.  숙의의 필요숙의는 여러 차원에서 중요합니다. 이론적인 정합성을 갖추기 위해 학자들 주도로 숙의하여 작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고, 좀더 나은 사회정책을 만들기 위해 정치인, 행정가, 전문가들이 숙의하여 작업을 하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토의하는 과정에서 더욱 깊이 이해하고 성찰하고 정제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시민역량강화 역시 그만큼 중요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공론장은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강화의 공간이며, 민주적 대화라는 문화를 형성해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엘리트에 의한 대의를 넘어 일종의 ‘시민 지성'을 필요로 한다면, 숙의가 이루어지는 공론장만큼 중요한 것을 없을 것입니다. 시민 지성을 형성하는 정부 차원의 제도 공론장이 필요하겠지만, 시민들이 직접 주도적으로 토의를 전개하는 시민사회 공론장 또한 필요하며,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디지털 공론장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사회적 균열이 드러나고 다양한 주체들이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는 현 시대에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활용함으로써 집합적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가장 좋은 수단이 바로 대화와 숙의"이기도 합니다. “신념, 가치, 문화, 혹은 삶의 경험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해결 방안을 찾는 데 숙의가 강하고 좋은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다양한 주체들은 숙의를 통해 합의를 형성하기도 하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고 숙의를 거치며 잠정적인 해결 방안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좀더 포용적으로 변하고 수용성이 높아지게 됩니다(존 개스틸 외, 37).숙의가 있는 공론장이 되기를 바란다.여기에서 서로간의 생산적인 토의가 활성화 되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의견을 나누고 모아가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그 과정에서 빠띠 캠페인즈에 함께 하는 우리 모두가 좀더 많이 알게 되고, 좀더 잘 쓰게 되고, 서로 대화를 잘 나눌 수 있고, 좀더 잘 의견을 모아갈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양한 주체들이 권력에 맞서는 목소리를 내고 있고, 들리지 않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주체들이 복잡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여 새로운 사회계약을 만들어 가야 하는 혼란의 시대입니다. 숙의 공론장이 만능키가 될 수는 없지만 각 집단간의 적대의 재생산에 그치는 것을 넘어 서로간의 간극을 좁혀 좀더 나은 답을 찾아갈 가능성은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함께 ‘숙의가 있는 공론장’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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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4.0이 예측한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
2017년 작성된 독일은 노동 4.0 백서를 통해 기술의 발전과 인공지능의 등장 등 미래에 펼쳐질 변화를 앞두고 노동 시장의 대응 방안을 정리했습니다. 최근 제제 캠페이너님이 정리해주신 ‘독일의 '노동 4.0'을 알고 계신가요?’를 읽어보시면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제제 캠페이너님의 글을 읽으며 노동 4.0의 내용 중 플랫폼 노동 관련 내용을 조금 더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플랫폼 노동 문제를 배달 플랫폼의 사례로 정리하면서 노동 4.0에 등장하는 플랫폼 노동에 대한 설명과 좋은 노동을 위한 질문을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2017년의 독일이 고민한 플랫폼 노동의 미래 독일은 2년간 노동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과 대화, 연구를 진행해 노동 4.0 백서를 마련했습니다. 그 결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노동 형태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플랫폼은 공급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데요. 2017년 독일의 예측은 2023년 한국 사회에서 실현되고 있습니다. 당근마켓을 통해 중고 상품을 구매하던 사람이 자신의 중고 상품을 판매하거나 배달의 민족을 통해 배달 음식을 주문하던 사람이 배달 노동자로 활동하는 사례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노동 4.0은 플랫폼의 등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상도 함께 정리했는데요. “승자 독식 형태의 독점 현상”, “이웃, 동료 간의 협력도 디지털 플랫폼 경제 구조에서는 약화” 등입니다. 특히 플랫폼의 성장으로 발생한 생산 수익의 분배 과정에서 “대규모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의 이윤에 대한 세금 부과”가 필요할 것이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 독일이 예측한 플랫폼의 확산이 2023년 한국 사회에서 등장했듯이, 독일이 우려한 현상도 한국 사회에 나타나고 있을까요? 독일의 해법이 현재 한국 사회에도 필요할까요? 한국 사회의 배달 앱 사례와 함께 살펴보시죠. 배달의 민족으로 입증된 노동 4.0의 예측 음식 배달 앱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일 겁니다.(저도 애용자 중 하나고요) 특히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배달 어플리케이션 시장은 크게 성장했습니다. 배달 앱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분석한 한겨레신문 기사를 보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2021년) 매출은 2조88억원으로, 처음으로 2조원대를 돌파”했습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5654억원)과 비교하면 4배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고요. 물론 올해 발표된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조사 등 배달 앱 이용자 수가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조사를 전달한 매경이코노미 기사를 보면 “점유율 1위 배달의민족”은 “배달 시장 전체 MAU(월별 이용자수)의 66.8%”를 기록했습니다. 경쟁업체인 요기요와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하락했지만 배달의민족은 점유율이 올랐습니다. 3사의 경쟁체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노동 4.0의 우려와 같이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한 플랫폼이 독점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너무 좌절하긴 이릅니다. 노동 4.0에 등장한 우려 외에 비전도 현실화 된다면 그나마 괜찮은 상황이라 할 수 있겠죠. 노동 4.0에선 5가지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는 “경쟁력 있는 임금 체계와 사회 안전망 확보”인데요. “디지털화로 인해 생긴 이익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좋은 노동으로의 통합”, “다양한 노동 유형의 표준화”, “노동의 질 유지”, “공동 결정, 노동자의 참여, 기업 문화를 함께 고려하기”도 비전에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배달 앱 시장의 1인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노동 4.0에서 제시한 비전을 지키고 있을까요? “9년간 배달비 3000원 동결”, 거리로 나온 노동자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 형제들은 자사 홈페이지에 회사의 비전과 방향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그 중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항목 하단에 담긴 내용이 눈에 띕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아한형제들에게 회사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중략) 우아한형제들은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존중’과 ‘배려’의 협동정신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인간적인 예의를 다 하는 가운데, ‘고객 창출’ 및 ‘고객 만족’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애석하게도 이 비전은 배달의민족 소속 배달 노동자인 ‘배민라이더’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을 이용해보신 분들이라면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서비스 ‘배민1’을 핵심 기능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핵심 서비스를 현실에서 구현되도록 하는 배민라이더들은 정작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민라이더스와 배민커넥터 소속 라이더로 구성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배달 플랫폼 노동조합은 노동절인 5월 1일 노동환경 개선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습니다. 이들은 왜 거리에 나오게 됐을까요? 배달플랫폼 노조가 거리로 나온 이유는 기본 배달료입니다. 배달플랫폼 노조는 기본 배달료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아니 배달료가 이미 5천 원 가까이 되는데 배달료를 더 올리라고?’라는 생각을 하신 분들 계실 겁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조금 더 정확히 설명하면 어플리케이션 배달료에서 배달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비율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쉽게 말해 ‘소비자한테 받는 배달료 엄청 올려서 수익을 늘렸으면 기업이 다 챙기지 말고, 배달 노동자에게도 정당하게 수익을 분배하라’는 겁니다. 지난 4월 19일 열린 파업 찬반투표 돌입 기자회견을 전달한 매일노동뉴스 기사에 따르면  노조는 “배달의민족 영업이익은 4천200억원인데, 라이더는 9년동안 기본료가 3천원으로 동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홍창의 노조위원장은 업주와 소비자가 배달료를 더 내는 것이 아니라며 “배달의민족이 받는 배달비 6천원에서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료 비율을 늘리라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정리해보면 배달의민족은 자사 비전에 “‘존중’과 ‘배려’의 협동정신”, “서로에게 인간적인 예의를 다 하는” 업무 환경을 강조했지만 배달 노동자들에겐 이런 업무 환경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노동 4.0에서 이야기 했던 “디지털화로 인해 생긴 이익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비전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른 4가지 항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이후 거둔 막대한 성공과 이윤은 노동자에게 재분배되지 않고 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간 셈이죠. 우리는 이렇게 막대한 이윤을 독식하는 플랫폼 기업을 이대로 바라만 봐야할까요? 이윤 독식하는 플랫폼 기업, 어떻게 해야할까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큰 이윤을 창출한 기업은 전 세계에서 등장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해외 각국도 기업의 이윤 독식 문제를 고민해야 했고, 미국과 유럽연합은 ‘디지털세’를 해결책으로 꺼냈습니다. KDI 경제정보센터는 디지털세를 “기업이 디지털 형식으로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얻으면 사업장 소재지와 상관없이 해당 국가가 일정 세율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자는 개념의 조세”라고 설명합니다. 물론 이 세금은 거대 기업이 세계 각국에서 세금을 회피하는 조세회피를 대응하기 위해 도입이 고려되고 있지만, 기업의 이윤 독식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직접적인 도입을 추진중인 곳은 유럽연합인데요. 2020년 9월 5일 파올로 젠틸로니 유럽연합 집행위원은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거대 IT 기업들은 코로나19 위기의 진정한 승리자이므로 유럽에서 합당한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2018년부터 디지털세 도입의 필요성을 짚으며 법안을 제안했습니다. 유럽연합은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디지털세 도입을 위한 절차를 차근차근 밟고 있습니다. 물론 회원국 간 입장차이, 과세 대상이 대부분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 의회에서의 통과 등 걸림돌도 예상됩니다. 하지만 도입에 대한 의사 합치 발표를 하며 필요성은 합의된 상태입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시기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바이든 정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을 시행하면서 유럽연합의 디지털세와 조금은 다르지만 유사한 방향을 가진 조세정책을 마련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디지털세 도입 동향을 다룬 법률신문 기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 사회에서는 이미 플랫폼 기업이 이윤을 독식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급과 소비가 점점 더 플랫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제구조가 갖춰지는 만큼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은 점점 더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앞서 독일이 노동 4.0을 통해 지적한 것과 같이 디지털화로 인해 발생한 이익을 노동자의 임금 상승으로 연결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 사회는 어떤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배달플랫폼 노동조합은 어린이날인 이번 주 금요일 경고파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을 경고하고,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이번 파업에 동참하며 어린이날엔 배달의민족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합니다.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 문제를 고민하는 캠페이너가 계신다면 이번 파업에 동참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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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포르노 근절화를 위한 교육 제도의 개선,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빈곤포르노. 그 다음 논의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지난해 11월, 캄보디아에서 김건희 여사가 선천성 심장질환 환아의 집을 찾아 껴안고 촬영했던 사진 모두 기억나시나요? 일부 언론과 정치인, 그리고 많은 시민들 사이에서 ‘빈곤포르노'라는 비판을 제기 받았던 사건이었습니다.  ‘빈곤포르노'에 대한 이슈는 이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본 사건을 계기로 한국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면서 많은 관심과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위 사건에 대해 ‘공적인사적모임'에서 캠페인즈를 통해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의 빈곤포르노를 규탄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서명 캠페인을 열었고, 캠페인 종료 시점으로 무려 20,037명이 규탄의 목소리를 내어 동참해주셨습니다.   빈곤포르노란? 빈곤·기아·질병·내전으로 대표되는 부정적 측면만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유발함으로써 모금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방식의 문제점은 특정 국가에 대해 가난하고, 열악하고, 위험한 곳이라는 치우쳐진 선입견을 갖게 하고, 도움을 줘야하는 곳으로만 인식하게끔 만듭니다. 뜨겁게 달궈졌던 비판의 목소리에 이어, ‘빈곤포르노’를 근절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다음 단계를 위한 다양한 개선 방안 중에서도 ‘우리나라 교육제도 개선'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하여 여러분들과 함께 토의하고자 합니다.   <아프리카 인식제고 방안과 우리의 對 아프리카 외교정책에 대한 함의, 아프리카인사이트 연구소> (2020) 제 3장 교육 파트에서 아프리카 등의 특정 국가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습득하고, ‘빈곤 포르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교육 환경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아프리카 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 정책 대안 5가지  1. 다인종, 다국적 사회에 대한 장기적인 준비 필요 -특정한 인종이나 지역에 대한 선입견이 자리 잡기 전인 유치원,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세계시민의식, 문화다양성에 입각하여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는 기초 교육이 마련되어야 한다.   2. 글로벌 역량 평가 기준 도입 -OECD 주관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연구가 다국적, 다인종,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2018년부터 수학, 읽기, 과학 외에 능력 글로벌 역량 분야가 평가를 추가하였다. 글로벌 역량 평가에 대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  1)세계적 및 상호문화적 사안을 설명하는 능력, 2)서로 다른 관점과 시각의 이해, 3)다른 배경을 지닌 사람들과의 효과적인 상호작용, 4)집단 ‘웰빙’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행동하는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 진행  3.  초·중·고등학교 교과 과정 의무화 - 현재 초·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다양한 인종이나 지역에 대해 학습 할 수 있는 컨텐츠는 매우 한정적이다. 특히 아프리카 관련 다양한 콘텐츠의 부족으로 인해 언론과 마디이어에서 큰 파급력을 가지고 노출되는 정보 위주로 아프리카에 대한 제한적 인식을 갖게 된다. 아프리카 각 국가나 주제를 눈높이에 맞게 이해할 수 있는 학습 컨텐츠를 개발하고 정규 교과 과정으로의 도입이 필요하다.   4. 국내 거주 아프리카인 강사와의 협력  -국내 거주 아프리카인이 다양한 국내의 공교육 기관에서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협력하여 제도와 예산 지원을 통해 교육 현장에서 실제로 강의를 할 수 있도록 강사양성 및 활동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5. 세계시민교육 강사양성 및 활용 -아프리카 국가에서 6개월~2년 이상 거주한 경험이 있는 귀국 아프리카 해외봉사단원들이 일선 교육 현장에서 세계시민교육, 다문화 강사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세계시민교육 강사 양성 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 해야 한다. *위의 내용은 *출처: <아프리카 인식제고 방안과 우리의 對 아프리카 외교정책에 대한 함의, 아프리카인사이트 연구소> (2020)를 발췌, 요약한 것임을 밝힙니다.  교육을 통해 건강한 기부문화가 자리잡기 위해서 위에 1~5 중,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나 대안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시나요? 혹은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교육 정책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면 댓글로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빈곤 마케팅, 그 너머에는 우리가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귀기울이지 못한 알록달록한 세상과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가난이 아닌 사람을 이야기하며, 건강한 방식의 기부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캠페인즈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글쓴이: 모두가 안전하고, 존엄한 모금 생태계를 꿈꾸는 윤카인드
새 이슈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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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방의 틱톡규제, 도대체 왜? (feat. 꼬리내린 미국)
? 틱톡이 뭔데? 틱톡은 중국의 ‘바이트 댄스’를 모기업으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이에요. 틱톡에서는 최대 10분까지의 영상을 만들고 업로드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틱톡의 대부분의 영상은 1분 미만의 짧은 영상, 일명 숏폼(short-form)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틱톡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작년 35억회를 넘겼습니다. 전세계 10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초거대 플랫폼 앱이죠. 2021년 9월, 틱톡은 구글보다 많은 방문자수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 틱톡, 뭐가 문젠데? ? ‘중국 공산당에게 개인정보를 넘기는 거 아냐?’ 틱톡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바이트 댄스를 통해 중국 공산당에 전달된다는 의혹이 있었습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즈는 틱톡에 사용자 정보 수집 트래커가 다른 소셜미디어 앱 평균보다 2배 많이 설치되어 있다며, 훨씬 더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보도했어요. (YTN, 2023.02.14)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도 2020년 틱톡에 시정조치를 내리고, 1억 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어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고, 허락 없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국외로 이전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죠. (매일경제, 2020.07.15) 게다가 지난 1월, 프랑스의 정보 및 자유에 대한 국가위원회(CNIL)는 틱톡이 쿠키관련 정책을 어긴 것을 이유로 500만 유로(약 67억)의 과징금을 물었습니다. 쿠키의 목적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쿠키의 수락과 거부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말이죠. (쿠키는 사용자 방문정보를 기억하여 주로 웹사이트 기능 활성화를 위해 사용됩니다.) (동아일보, 2023.01.13) ? ‘청소년 유해 컨텐츠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잖아!’ 뿐만 아니라 틱톡은 미성년자에 대해 유해/음란물 컨텐츠 제재를 잘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일관적으로 받아왔습니다. 지난 2월 틱톡에선 일명 ‘프랑스 흉터 챌린지’가 유행 했어요. 주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퍼졌는데, 스스로 혹은 서로의 광대뼈 부위의 피부를 꼬집어서 인위적인 멍이나 붉은 상처를 만들어 흉터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에요. 프랑스 폭력배의 거친 모습을 따라하는 것이라며 ‘프랑스 흉터’라는 이름이 붙었죠. 이에 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가 틱톡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어요. 자살과 섭식장애 등 유해 컨텐츠에 대해 삭제 조치등을 취했어햐 했는데, 이에 관한 제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죠. ❌ 틱톡 규제에 시동을 건 세계 각국 ? 미국: 틱톡, 중국에서 만들어진 너희는 당최 믿을 수가 없어! 조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400만명에 달하는 연방 공무원들에게 틱톡 사용을 금지한다고 했어요. 연방정부뿐만 아니라 하원은 물론 20개가 넘는 주에서 정부기관이 소유하거나 운용중인 IT 기기에서는 틱톡의 사용과 다운로드가 금지되었고요. 현재는 일명 ‘틱톡 금지법’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시사인, 2023.01.26) 지난 3월 미국 하원에서는 틱톡 CEO 추쇼우추를 상대로 청문회가 있었죠.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틱톡이 미국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감시하며, 이를 중국 공산당에 전달할 우려가 있다며 틱톡 금지에 대한 강한 목소리를 냈어요. 이에 틱톡 CEO는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에 대한 이런 의혹과 논란을 모두 전면 부정했습니다. 미국 사용자의 개인정보는 미국에서 미국인 직원이 관리하며, 틱톡은 정부기관이 아니라며 중국 정부와의 연관성이 없다고 했어요. 오히려 유독 틱톡에만 과한 제재를 건다고 말했죠. 그럼에도 미국에서는 여전히 여야를 막론하고 틱톡규제 찬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 프랑스: 틱톡으로부터 정보를, 아이들을 보호하라! 프랑스가 틱톡을 비롯한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오락성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어요. 공무용으로 사용하는 휴대폰에 앞서 말한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거나,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죠. 프랑스가 이런 규제카드를 꺼내든 가장 큰 이유는 정보보안에 대한 우려 때문이에요. 틱톡과 같은 오락성 앱은 프랑스 정부의 전자기기에서 사용되기엔 충분한 보안조치나 데이터 보호가 되어있지 않다는 이유죠. 이뿐만이 아니에요. 3월 3일 프랑스 하원은 틱톡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에 대해 연령을 확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어요. 해당 법안에 따르면, 15세 미만의 청소년이 틱톡 등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요. 동시에 부모는 15세 미만 자녀의 SNS 계정 정치를 요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원까지 통과하면, 이 규정을 위반한 소셜미디어 기업은 전세계 매출의 최대 1%를 벌금으로 부과하게 됩니다. (연합뉴스, 2023.03.03) ?‍♀️ 너도 나도 틱톡 규제 카드를 꺼낸 세계 각국 유럽의회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역시 전직원의 업무용 기기는 물론, 유럽의회 이메일이나 관련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기기에 틱톡을 다운로드를 금지했어요.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대만, 호주, 뉴질랜드에서도 정부기관에 등록된 전자기기와 공무용 기기에 대해 비슷한 조치를 취한 상황이고요. 인도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틱톡 사용이 이미 전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외 신성모독, 음란물을 이유로 틱톡을 일시금지하는 국가들도 있어요. ? 어? 근데 미국이 갑자기 틱톡 인플루언서를 챙긴다고? 자, 여기 정말 흥미로운 지점이 있어요. 타이밍이 참 묘합니다. 지난 4월 6일 미국 국방부 기밀문건으로 추정되는 문서 100여건이 유포되었어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자료들이었는데요. 이에 미국이 한국을 포함해 주요 동맹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를 도청 또는 감청했다는 논란에 휩싸였죠. 미국의 감청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2013년 10월 미국 국가안보국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의 무분별한 감청행위를 내부 고발한 이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동맹국 정보를 감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당시 독일 총리였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무려 10년 이상 휴대폰을 감청당한 것이 드러났죠. 물론, 그 이후로도 미국의 감청 의혹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0일 돌연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어요. 젊은 유권자를 포섭하기 위한 전략으로서요. 백악관은 그동안 언론대상 백악관 브리핑 룸을 운영해왔는데요, 이 외에 인플루언서 전용 브리핑룸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례없는 일이죠. (매일경제, 2023.04.10) 미국이 도청, 감청 의혹이 불거진 이후, 갑자기 틱톡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틱톡을 재선에 활용하겠다는 선회전략을 펼친 것인데요. 이 타이밍, 참 묘하지 않나요? 개인정보를 중국공산당에 전달할 ‘우려’만으로 틱톡을 확실히 규제하려 들었던 미국이, 감청 논란 이후 갑자기 틱톡을 무려 정치에 적극 활용하겠다니요! ?‍? 소리 없는 총성이 난무하는 외교안보전, 정보를 지켜라! 틱톡에 대한 여러 국가의 제재가 단순히 정보보안에 대한 우려 보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시선도 있어요. 사실 미국의 틱톡규제는 거의 중국 견제와 다를바 없어 보이죠. 하지만, 틱톡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틱톡에 대한 국가적 제재의 확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왜, 이런 규제 흐름은 서방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걸까요? 신냉전 체제에서 틱톡은 과연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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