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는 한국사회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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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 속 숨은 맥락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30대 네이버 개발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이 ’직장내괴롭힘‘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는데요. ‘고인이 육아휴직 복직 후 차별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족 측 고소장이 접수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열심히 근로감독을 해서 법을 지키는 관행을 만들도록 유도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겨레. 23.04.20)

 <OECD 국가별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자 수>

출처: OECD Family database

한국은 OECD 가운데 출생률이 가장 낮은 나라로(0.78%), 그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육아휴직’입니다. 육아휴직 제도는 1987년 도입돼 올해 36년째를 맞았지만, 성적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실제 한국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1년 기준 29.3%로 OECD 최하위권을 머물고 있는데요.

물론 한국의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0년 72,967명에 불과했던 수가 2021년 17만 3,631명으로 10년 사이 약 10만명 가량 늘었습니다. 그러나 육아휴직이 ‘근로자의 보편적 권리’로 인식되기엔 아직까지 현실과의 괴리가 있는데요.

1.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

현재 육아휴직 사용은 주로 공무원, 공공기관, 대기업 노동자에게 편중되어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육아휴직을 사용한 노동자 대부분이 규모 300명 이상의 기업체 소속되어 있고, 4명 이하 기업에 소속된 비율은 3.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 육아휴직 사용자의 소속 기업 규모>

출처: 통계청 


또 사용할 수 있다 해도 부당 해고를 겪거나 승진 불이익, 차별 등을 당할까봐 마음 편히 사용할 수 없다는 인식도 있는데요. 실제로 인권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용자의 70%가 배치와 승진에서, 71%가 보상과 평가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실제 사례] (KBS. 23.03.28)

A씨: “임신은 축하하지만 그만두는 것을 한번 생각 해봐라. 배가 불러있는 사람한테 일 시키기 불편하니까 배 부르기 전에 그만둬라.”
B씨 : “배치할 만한 부서가 없다. 없는 자리를 만들어줄 수는 없다.”
C씨: “임신 후기에 단축 근무를 사용한 직원은 늦게 귀한 애를 가진 거라 쓰게 한 거다.”


<육아휴직 사용 불가 이유>

출처: 고용노동부

직장분위기나 문화 때문에 신청할 때 눈치가 보인다는 것도 문제인데요.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사용할 수 없는 직장분위기나 문화 때문’이라는 답변이 49.6%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 다음으로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가중’이 23.3%,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가 9.3%, 추가인력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7.7% 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노동 약자’에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실제로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56.8%), 5인미만(62.1%), 월 150만원 미만(55%) 근로자의 경우 절반 이상이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고, 육아휴직과 돌봄휴가 역시 평균보다 더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합니다. (직장갑질119)


2. 제도적 문제와 실효성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을 마친 직원에게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입은 불이익이 육아휴직 때문이라는 걸 스스로 입증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실제로 2021년 육아휴직 사용 후 보복인사 등으로 불이익을 받은 남양유업 피해자 사례가 밝혀져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특히 부당전보를 지시하는 상사의 녹취록 등 물적증거가 공개되었음에도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및 소송에서 패소해 사회적 논란이 됐습니다.

이러한 법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윤미향 의원은 '육아휴직 복직자 부당전보' 남양유업 피해 방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는데요. 육아휴직 복직자에 대한 부당전보 판단근거를 확대하고, 불리한 처우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근로자의 권리 구제를 강화하는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또 현행법은 사업주의 불리한 처우에 대한 판단기준이 모호해 권리구제기관 및 사법기관의 판단이 각각 다르고, 문언상 해석에 혼란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육아휴직 제도 사용으로 차별을 받아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육아휴직 관련 차별 경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참고 넘어감‘이라 대답한 응답자가 57.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사업주의 육아휴직 권리침해 관련 기소의견 송치 건>

출처: 고용노동부

간혹 육아휴직 사용 권리침해가 법적인 공방으로 이어진다 해도 방대한 자료를 가진 회사를 상대로 개인이 승소하긴 어렵습니다. 실제로 2020년 육아휴직 사용을 사유로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 대한 기소의견 송치 건수는 단 2건에 불과했습니다. 따라서 육아휴직 사용자를 보호하고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외에도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실제로 2020년 육아휴직 부여 저조 사업장으로 의심되거나 출산, 육아휴직 중 부당해고가 의심되는 사업장으로 선정된 수는 총 364개였지만, 이 중 위반사업장으로 판정된 경우는 29개에 그쳤고, 사법처리 건수는 3건에 불과했습니다.


3. 해외 사례

1) 근로자 손해배상 및 보호방안 (육아패널티_국회입법조사처)

스웨덴의 경우, 육아휴직법 제 22조에 따라 법령을 위반한 사업주는 근로자가 입은 모든 형태의 손해나 손실, 그리고 권리 침해에 대해 보상해야 합니다. 특히 근로자가 육아휴직과 관련된 불이익 조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경우, 불이익을 준 사실이 없거나, 있었다면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음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사업주에게 있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도 ‘사업주의 해고조치가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부당해고였는가’에 대한 증명 의무가 사업주에게 있는데요. 만일 해당 사안이 차별 관련 사안으로 판정되면 근로자는 고용평등법에 따라 복직은 물론 손해배상청구일 이전 6년 기간의 급여에 대해 상한액 제한 없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2) 육아휴직 사용권 보장 (사용권보장_국회입법조사처)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최소 13주 근속한 근로자의 경우 육아휴직 신청 자격이 있습니다. 근로자는 육아휴직 시작일 최소 2주 전에 사업주에게 서면으로 미리 고지하면 되는데요. 이때 사업주의 별도 승인 없이도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어 원하는 때에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사업주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됩니다.

스웨덴의 경우도 사업주에게 최소 2개월 전에 육아휴직 시작일을 고지하면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는데요. 마찬가지로 사업주의 승인 없이 요청만으로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으로 명문화하고 있어 근로자의 자유로운 사용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3) 남성의 육아휴직 의무화 (パパ休暇_厚生労働省)

일본의 경우, 작년 10월부터 ’산후 아빠휴가 제도‘를 시행해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있는데요. 아이 출산 후 8주 동안, 한 번에 최대 4주 총 2회까지 사용할 수 있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사측은 반드시 휴직 신청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신 노사합의를 통해 근로자가 육아휴직 중에도 근무할 수 있게 했는데요. 갑자기 중요한 회의에 참여해야 하거나 휴직자가 아니면 대응할 수 없는 업무가 생겼을 때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또 근속기간 1년 이상이라는 요건을 폐지해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도 육아휴직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육아휴직과 출산휴가와 관련해 직원들의 의향을 확인하는 것을 의무화해 제도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남성 육아휴직 비율을 50%, 2030년에는 여성과 같은 85%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를 위해 지난 4월 1일부터는 10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 매년 홈페이지에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해 그동안 ’사용하기 어려운 분위기‘ 때문에 제도를 이용하지 않은 남성들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아이 낳고 싶은 나라가 실현되려면..


그동안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정부에서 많은 정책을 펴왔지만, 한국은 여전히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출생률은 더 낮아지기만 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을 짚어봤는데요. 제도적 문제도 물론 개선돼야겠지만, 육아휴직을 ‘기본적 권리’로 생각하지 않는 인식의 문제와 차별, 괴롭힘, 갑질, 이기주의 등 잘못된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러려면 한국사회의 불평등 양극화 문제, 과도한 경쟁 사회 등도 함께 해결돼야겠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그간 성장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한국사회가 이제는 성장만큼 ‘파이 분배’와 ‘안전망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사회가 '육아휴직'을 보편적 권리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그래서 아이 낳고 싶은 나라가 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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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제도적으로 육아 휴직을 보편화하는 것은 인구 문제를 둘러싼 문제들 중에서 비교적 쉽게 시행 가능하면서 효과는 확실한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해외 사례도 충분한 만큼 정책 개편이 빠르게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육아휴직이 잘 자리잡아야 가정과 일을 함께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예전보다는 보편화되고 있지만 적어주신 것처럼 분명 사각지대와 실효성 문제는 여전히 있기에 이러한 부분까지 잘 보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도입하면 좋을 제도들이 많네요.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길 기대합니다.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