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노동자들의 파업 확대
5월 5일 금요일 어린이날, 주말까지 연휴가 이어져 나들이와 여행을 기대하던 가족들은 호우 예보로 대부분 집에 머물게 됐다. 이때 주로 활용하는 것이 음식배달서비스일 터인데, 배달유통시장을 거머쥐고 있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소속 배민라이더들이 현재 배민 본사 앞에서 파업을 진행하면서 서비스가 다소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은 “배달의민족(우아한청년들)과 단체교섭 최종 결렬에 따라 5일 파업을 결정했다”고 4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세계일보 2023.4.29). 민주노총 소속 라이더유니온도 10일 연쇄파업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한국경제 2023.5.5) 배달노동자들의 전반적인 파업 및 항의가 확대 및 강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의 파업 결정 과정에서 노동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한 결과 약 80%의 조합원이 참여하였고 88.1%가 파업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Money S 2023.5.5). 라이더들은 작년 8월부터 4월 초까지 15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고, 결국 최종 교섭까지 결렬되면서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ZDNET Korea 2023.4.28).
배민라이더 파업의 배경과 요구안
파업의 주요 요구안은 9년째 동결되어 있는 3천 원의 배달료를 최저임금과 물가상승에 맞춰 4천 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배달료 인상 없는, 수수료(기본배달료) 1000원 인상을 요구”한다면서, “배민은 겉으로는 상생을 외치지만 4200억이라는 막대한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배민의 작년 매출액은 2조 4049억으로 전년 대비 47% 증가, 영업이익은 4271억으로 흑자전환), 배달노동자들의 복지와 노동환경에 대한 개선은 전혀 없었음을 비판했다.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은 앞선 배달료 동결과 함께 아래의 개선방안을 요구했다.
- 배달료 지방차별 중단(배민은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수수료를 더 떼어가고 있다. 수도권 3000원, 대구 2700원, 영호남지역 2600원.)
- 알뜰배달(단건배달과 묶음배달 서비스를 합친 시스템) 도입으로 인한 배달노동자들의 배달료 수입 감소 대처
- 배달에 따른 고정 인센티브 지급(배민은 이에 대해 교섭 과정에서 라이더가 주 100건의 배달업무를 할 경우 5만원을, 150건을 달성하면 15만원을 추가지급하는 인센티브 요금체계를 제안하기도 했다(ZDNET Korea 2023.4.28))
- 전업라이더 중심성 강화
누리꾼들은 혹 배달료 인상이 소비자에 전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배민라이더는 배민이 배달료에서 떼어가는 수수료를 줄이고, “지역마다 차등을 둔 배달비를 통일하고 라이더들에게 돌아가는 배달비를 더 늘려달라”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결코 이것이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배달비에는 음식점 업주와 소비자, 배민이 가져가는 수수료, 배달노동자들의 임금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더해 배민 소속 배민라이더들이 주로 담당하고 있는 것은 단건배달인 배민1 서비스인데 원래 이 시스템은 음식점에 중개수수료를 1000원의 정액제로 받았으나, 현재는 음식값의 6.8%를 받는 정률제로 개편하면서 음식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늘어났다. 이렇게 단건배달비를 올리면서 배민의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배달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임금은 기나긴 교섭 과정을 지났지만 단 한 번도 상승하지 않았다.
그러나 배민은 배달노동자들에게 더 강한 노동강도를 요구하고 위험한 근로환경을 조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배민라이더들은 ‘픽업 알림’을 받는데 이는 “배민라이더가 배차받은 배달 물량을 제대로 받으러 가는지…확인하는 절차”(노컷뉴스 2023. 5.5)다. 이 알림은 이미 배달노동자들이 이동하는 중에 있을 때도 울린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이때 5분 안에 알림확인을 하지 않으면 콜(call)이 취소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알림에 답하기 위해 급제동을 하거나 위험하더라도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여 갓길에 오토바이를 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콜이 취소될 경우 배달노동자들은 플랫폼으로부터 경고를 받거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쉽게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배민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영업방식이 은폐되어 있다면, 비난의 화살은 위험하고 불안정한 노동환경을 조성하는 플랫폼중개기업이 아니라 교통법규를 수시로 무시하는 ‘도로의 무법자’, 속칭 ‘딸배’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의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사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6개월 간 배달 종사자 10명 중 4.3명은 교통사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사고 원인으로는 ‘촉박한 배달시간에 따른 무리한 운전’이 42.8%로 가장 많았다”(노컷뉴스 2023.5.5). 그러나 배달의민족 측에서는 “배차가 이뤄진 후에 15분 이상 지났을 때 라이더의 이상 여부 등 안전을 확인하려는 절차”라면서 현장을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고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안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듯한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배달노동자들의 현실
이번 배민라이더 파업을 조사하면서 여러 기사를 열람한 결과 대부분의 배달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연령대가 노년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중년이거나 젊은 청년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들과 같은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이 선택할 수 있는 소득확보의 경로는 매우 한정되어 있고, 배달 플랫폼 노동을 포함한 일자리들은 매우 위험하고 부당한 노동환경을 노동자가 감내하도록 요구한다.
코로나19 특수로 배달 산업이 호황을 누렸던 맥락 속 배달노동자들이 경험했던 노동강도에 대한 몰이해적인 사고방식이 만연하면서, 그동안에 한국사회에 존재했던 배달노동에 대한 평가절하와 함께 당시 배달노동자들이 얻었던 높은 수입 사이의 괴리(이를테면 ‘그만큼 벌면 이 정도(노동강도와 위험)는 감수해야지’ 하는 식의)는 이번 파업을 두고 누리꾼들의 상반된 반응을 유발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위드코로나가 점진적으로 시행되면서 격리되어 있던 일상이 열렸고, 배달산업의 성장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 배달노동자들이 맞닥뜨린 위험과 부당한 근로조건은 이제야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정체를 겪고 있더라도 이미 한국 사회에 플랫폼 기반의 배달산업은 노동시장의 거대한 한 축을 차지하게 됐기 때문에 배달노동자들의 안전과 노동환경, 배달노동의 메커니즘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과 이해는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코멘트
6플랫폼 노동자들의 불안정 지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서 노동조합이 제안되어 왔는데, 플랫폼 노동의 특성상 조직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죠. 그럼에도 '라이더'를 중심으로 노조를 조직하고 교섭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왔습니다. 이번 파업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져 업계의 선례가 되고, 플랫폼 노동계 전반의 개선과 다양한 조직화 움직임으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배달노동자들이 경험했던 노동강도에 대한 몰이해적인 사고방식"이라는 표현에 매우 공감합니다....
저는 라이더들의 파업이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까 걱정이 들었는데요.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배달료 인상 없는, 수수료(기본배달료) 1000원 인상을 요구"라는 문구에 안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플랫폼이 라이더를 고용한 상황인데,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경향이 크네요. 진짜 상생을 하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국면을 지나 플랫폼 노동자로서의 라이더들의 불안정한 조건이 점점더 드러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존의 노동법으로는 충분히 포괄 할 수 없고 새로운 조건들에 처한 라이더들의 노동조건들에 대해 함께 살펴보면서,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플랫폼 노동에 대한 제도적 대응의 고민까지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9년 동안 모든 비용이 올랐는데, 배달료만 동일한 상황이었군요. 물가 상승과 다른 여건에 맞추어 배달료도 어느 정도 올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시대의 배달 산업 성장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보단 서비스 제공의 밑바탕이 된 배달 노동자와 수많은 자영업자의 공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배달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합니다. 배달의민족의 거대한 이익은 배달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기여를 제대로 평가해서 동등하게 배분되어야 합니다. 이번 파업을 계기로 배달의민족이 배달 노동자 처우 개선과 사회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