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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행복한 연결’…대안학교 교사로 살기
‘행복한 연결’…대안학교 교사로 살기 (2024-11-25) 김수빈 | 대안학교 교사 나는 충남 금산에 있는 한 대안학교의 교사로, 이제 9개월째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안학교 특성상 다양한 활동이 많아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가곤 한다. 그러나 이곳은 내가 간절히 원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선택한 환경이다. 그래서 모든 상황을 물 흐르듯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며, 대안학교 교사로서 성장하고 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스무살 무렵, ‘대안학교’라는 존재가 책을 통해 강렬하게 내 안에 들어왔다. 10대 시절, 대학 입시만을 목표로 성실히 살아왔던 나에게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한문화, 2018)라는 책은 가슴속에 불꽃을 피워냈다. 서점 한구석에서 책을 단숨에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나의 10대 시절에 나를 찾는 여행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명문대를 목표로 문제풀이에 매진했던 내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진정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시간을 보냈다면 어땠을까? 수많은 질문과 아쉬움, 부러움이 마음속에서 일어났다. 그 불꽃은 결국 사랑으로 귀결됐다. ‘나부터 이 교육의 장을 알리자!’ 그리고 ‘나부터 이런 대안적인 환경을 경험해보자!’ 그렇게 나는 20대 초중반을 마음이 끌리는 대로 살았다. 주변에서 “너는 이걸 원해야 해”라고 하는 말에는 귀를 닫았다. 내 마음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그래야만 이전에는 몰랐던 나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면에 귀 기울이며 사는 삶은 생생한 축복이었다. 무엇보다 온전히 살아 있는 감각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광고 나는 내면의 목소리와 세상의 우연을 따라 다양한 공동체를 경험했다. 대안학교의 교사가 된 뒤 내 삶을 돌아보니, 나는 오랫동안 이런 환경을 꿈꿨고, 관련된 책들을 읽었으며, 삶 속의 우연한 기회들로 이 길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왔다. 나에게는 자유를 향한 갈망이 컸다. 획일화된 교육과 서열화된 사회, 입시 경쟁 속에서 힘들었던 청소년 시절, ‘나’로부터 시작하는 대안적인 삶의 모습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확실했던 건, 이렇게 ‘나’를 위해 살아도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명문대에 가야 하고, 좋은 직장을 얻어야 하고, 안정적인 보수를 받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았다. 행복은 어디에나 있으며 그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시선이 중요했다. 이를 얻는 길은 다양했다. 지금 나는 대안학교의 교사이자, 김수빈이라는 개인으로 살아가는 삶이 참 행복하다. “삶을 공유하는 게 교육”이라는 내 멘토의 가르침 아래, 나를 살리는 것들을 학생들과 나눈다. 아침에는 학교 옆 보석사 길을 산책하며 햇볕을 만끽하고, 점심에는 춤동아리에서 학생들과 온전히 자신의 리듬에 집중하는 춤을 춘다. 또 내가 좋아하는 달리기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자신에게 편안한 속도로 달리는 법을 알려주고, 영어 수업을 통해 영어가 두려움이 아닌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을 선사한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누다 보니, 때로 학교의 다른 업무에 지치더라도 나를 다시 살리고 끌어올릴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보며 끊임없이 배운다. 학생들을 자연 속에 풀어놓으면 그들은 알아서 마음껏 탐험하고 모험한다. 발표 시간에는 너도나도 손을 들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어떤 점이 좋았고 왜 좋았는지를 이야기한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거나 방황하는 학생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이곳에 오기 전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연결감을 느끼고 주는 사람이 되어 살아갈 때, 사랑으로 존재할 수 있으며, 이것이 내 삶을 진정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리고 나를 만나는 학생들 또한 삶을 풍요롭다고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이미 학교생활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고 있는 학생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제 막 탐색을 시작한 생들이다. 그들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그저 너로 존재해도 괜찮아, 충분해. 이곳에서 무엇이든 해봐, 늘 지지할게.’ 대안학교에서 나는 교사이자 동시에 배우는 사람이다. 우리는 모두 평생을 배우며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교사와 학생으로 만난 이 시절이 서로의 삶을 나누고 배울 소중한 기회임을 느낀다. 이 만남에 감사하며, 오늘도 나의 길을 걸어간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노동X6411의 목소리X꿋꿋프로젝트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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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비 경쟁 논리에 붙잡힌 AI
AI 윤리 뉴스 브리프 2024년 11월 넷째 주 by 🧑‍🎓민기 AI 기본법, 법안소위 통과 AI 기본법이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연내 제정을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는 평가입니다. 남은 절차는 과방위 전체회의(26일)와 법제사법위를 통과하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입니다. 내용으로는 정부의 AI 산업 발전 지원, 산업 신뢰 기반 조성, 그리고 AI 윤리를 지키기 위한 조항이 있습니다.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에 대한 회의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통과된 안에는, ‘고위험 AI’의 개발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되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대신 생명이나 안전에 관한 AI 기술은 ‘고영향 인공지능’으로 분류해 과기정통부가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시정조치 불이행에 대해 과태료를 매길 수 있도록 한 것이 제재의 전부입니다. AI 기본법 제정 흐름을 감시해왔던 시민단체들은 “심사소위가 이 짧은 시간동안 다양한 쟁점에 대해 충분한 토론을 거쳐 충실한 축조심사를 하였는지 의문”이며 “우리 사회에서 금지하는 인공지능에 대하여 최소한의 규정이라도 두어야 한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AI 진흥에 국가간 경쟁 논리가 도입되면서, 산업계와 국익을 위한 법이라는 주장에 규제 요구는 밀려나고 있습니다. “세뇌나 사회적 점수 평가, 생체인식을 통해 평화와 민주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AI를 금지하자”는 것이 산업계와 정부 주장처럼 과도한 규제일까요? 제재 조항을 뒀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산업진흥에 초점을 맞춰온 과기정통부가 위험한 AI를 제대로 규제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부디 전체회의에서는 이러한 주요 쟁점에 대한 성실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더 읽어보기- AI 법이 없어 못하는 총력전(?) (2024-10-07) 'AGI판 맨해튼 프로젝트', 미 의회 자문기관의 수상한 제안 미국 연방의회 자문기관인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 USCC)가 19일 미국이 AGI 개발에 맨해튼 프로젝트 급의 자금 지원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USCC는 미중 무역 및 경제 관계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입법과 정책을 제안해 왔습니다. 이러한 주장의 핵심 인물은 USCC의 위원이자 팔란티어의 CEO인 제이콥 헬버그입니다. 제이콥 헬버그는 “중국은 AGI를 향해 나아가고 있고, 미국은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에너지 인프라 강화와 데이터 센터 규제 완화를 정책의 예시로 들었습니다. 팔란티어는 빅데이터 정보분석 기업으로, CIA, FBI, 미 국방부의 의뢰를 맡아왔습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는 타격 대상을 지정하는 군사 분야를 포함해, 경제,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정부 기관에서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AGI의 개념이나 달성가능성도 모호한 상황에서, 팔란티어의 기업으로서의 목표와 이번 제안이 과연 별개인지 의심스럽습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중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AI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경쟁국을 배제하려는 “AI 군비 경쟁” 역시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기후위기 해결, 식량 문제 해결 등 전지구적 위기 극복은 뒷전으로 밀려날 우려가 큽니다. 그 대신 끝이 어딘지 모르는 AGI 개발에 천문학적 예산이 쓰이고, 데이터와 연구결과를 비공개하는 게 보편화되는 등 위기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세계적 연구 협력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 맨해튼 프로젝트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사실 나치 독일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났지만, 덩달아 핵무기를 개발한 소련과 미국 사이에 막대한 핵 군비 경쟁과 몇 번의 핵전쟁 위기가 일어났습니다. AI판 맨해튼 프로젝트는 과연 어떻게 다른 결말을 쓰려는 걸까요? 💬 덧붙이는 말- (🤔어쪈) AI 기술을 핵무기에 빗대어 ‘맨해튼 프로젝트’ 비유를 들며 AGI 개발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갈수록 자주 들리는 것 같습니다. ‘소버린 AI’라는 용어 역시 비슷한 논리에 기원을 두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도 드는데 주요 스피커가 다름 아닌 AI 및 테크 업계 임원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AI와 핵무기가 어떤 점에서 닮았고, 또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 아래 Vox 기사를 함께 읽어보실 것을 추천드려요!- AI is supposedly the new nuclear weapons — but how similar are they, really? (Vox, 2023-06-29) 🦜더 읽어보기- 회의주의자로 살아남기 (2024-08-12) 미국 AI 정책의 방향키를 쥔 일론 머스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의 행보가 연일 언론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머스크가 ‘정부효율부 수장’이라는 직함을 받고 트럼프의 측근들을 누르며 경제 정책, 인사 등을 좌지우지하는 2기 행정부 핵심인물로 떠오른 것입니다. 이 소식이 중요한 이유는 머스크가 대표적 “AI 규제론자”로 일컬어지면서도, “xAI”라는 자체 AI 기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머스크는 기술 발전이 인류에게 유익하게 쓰일 것이라고 공언해 왔지만, AGI 등 강력한 AI 출현에 대해서는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트럼프를 지지한 테크 기업인 중 AI 가속주의자가 다수인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이런 양가적 행보와 겹쳐 보이는 것은, 머스크가 대표적 전기차 브랜드인 “테슬라”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겠다는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경쟁사에게 더 치명적일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더 도움이라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즉 머스크가 비슷한 전략으로 AI 진흥과 규제의 방향키를 잡고 자신의 사업에 유리하게 가져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근 머스크는 경쟁상대인 오픈AI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 마이크로소프트를 끌어들이며 공격 수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AI 정책의 방향성을 알기 위해 억만장자의 입에 주목해야 하는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AI 기술 개발의 방향성이 일부 초부자들에게 달려 있는 상황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데이터라는 권리의 회색지대를 침탈하며 막대한 이윤을 쓸어가면서, AI 기술이 낳는 문제 해결에는 무관심합니다. 이들이 말하는 ‘진흥’과 ‘규제’가 과연 기본권과 사회의 가치에 부합하고 제대로 견제받고 있는지 감시의 눈을 떼지 않아야겠습니다. 🦜 더 읽어보기- 트럼프의 시대, AI 규제는 어디로? (2024-11-11) AI와 ‘국익’을 강조하는 소식이 많은 한 주였습니다. 그러나 AI가 기대했던만큼의 생산성 향상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분석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8월 뉴스 브리프에서도 다뤘습니다) 이번달 AI 업계에선 거대 모델 필요성을 담보해왔던 스케일링 법칙이 한계에 부딪쳤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생겨나고 있고요. 지금이야말로 숨을 돌리고, AI에 국가 단위의 막대한 투자와 자원을 쏟아붓는 것이 옳은지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AGI에 대비한 허황된 규제가 아닌, 현재 있는 AI 기술을 민주주의, 지속가능성 등에 맞춰 사용하기 위한 실질적인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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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팩트체크저널리즘은 실패했는가 -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경험과 시민팩트체크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의 창간 탄핵으로 대선 일정이 12월에서 5월로 당겨졌던 2017년은 한국에서 팩트체크저널리즘이 태동했던 해이기도 합니다. 훗날 국내외에서 모범적인 팩트체크 플랫폼으로 인정받은 ‘SNU팩트체크’(2017년 2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출범했고, 팩트체크전문미디어를 표방한 뉴스톱(NewsToF)도 원래 예정(탄핵 전 19대 대선 예정 시기였던 12월)보다 앞당긴 6월 창간했습니다. “뉴스톱은 한국에서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가능한지를 알아보는 실험이기도 하다”. 뉴스톱 창간을 주도한 김준일 당시 대표가 뉴스톱을 소개하는 공적인 자리에서 늘 하던 말입니다. 언론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치 않기에 기성 언론사도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새 언론을 창간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며 말리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김준일 대표가 함께 해보자고 처음 제안을 받은 저도 첫 반응은 “언론사는 사업성이 없다”였습니다. 그런데 김 대표의 ‘팩트체크 전문 매체’라는 제안에 혹했습니다. “팩트(사실)만 전해주는 언론이라면 의미는 물론 가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팩트만 모여 있다면 도서관처럼 유료 레퍼런스로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창간에 동참했습니다.   뉴스톱과 한국 팩트체크의 약진 뉴스톱이 태동한 공간은 김준일 대표 지인의 사무실 한 켠이었습니다. 운영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고, 인건비도 최소화하기 위해 고정적으로 기사를 쓸 내부 팩트체커 2명과 운영 담당 1명 등 총 3명을 공동창립(코파운더) 임원으로 추가 초빙했습니다. 그리고 각계 전문가(해당 분야 연구 혹은 경력 10년 이상 기준)들을 객원 필진으로 초빙해 정기적으로 원고를 받았습니다. (창간 첫 해 십여 명에서 창간 3년 만에 80명 정도로 확대) 팩트체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였고, 한국의 팩트체크를 선점한 효과에 더해 전문가들의 팩트체크라는 독자성은 언론계와 전문가들의 관심을 먼저 불러일으켰고 호평을 받았습니다. 창간 후 2년이 채 안 된 2018년 겨울 뉴스톱은 3개의 언론 관련 상을 수상했습니다. 또한 포털 검색 제휴 매체 지원 조건을 채우고 첫 시도인 2019년 상반기에 바로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촉망받는 신생매체로 인정받던 시기였습니다. 이 기간은 한국의 팩트체크저널리즘도 약진하던 시기였습니다. SNU팩트체크에 이어 방송기자연합회가 주도한 ‘팩트체크넷’이 2020년 출범했습니다. 팩트체크넷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팩트체크’를 표방함으로써 기존 언론사들이 회원사로 참여한 SNU팩트체크와 차별성을 보이며 한국 팩트체크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했습니다. 국내 주요 매체들도 팩트체크 담당 기자를 두거나 팀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었고, 팩트체크 저널리즘 원칙에 부합하는 가치 있는 팩트체크 기사들이 연이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외 팩트체크의 한계와 현재 창간 2년이 채 안 된 매체가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뉴스톱의 외연 확대는 필수였습니다. 외연 확대에 따른 운영비용 증가는 당연했고요. 창간 초기 계획한 수익모델은 광고, 후원, 부가 사업, 유료화 등을 복합적으로 적용해 큰 욕심 내지 않고 꾸준히 운영하는 것이었지만, 계획대로 성과를 내기는 모두 어려웠습니다. 광고기사, 협찬기사, 낚시성기사 등 여러 유혹을 받으면서도 버티어 보았지만 운영은 계속 어려워졌습니다. 뉴스톱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동안 한국의 팩트체크도 위기를 겪었습니다. 팩트체크넷은 3년 만에 해산을 하게 되었고, 네이버의 지원을 받던 SNU팩트체크도 결국 운영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두 플랫폼의 해체 배경에는 일부 정치권의 공격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정치인 발언 검증’이 가장 우선시되는 팩트체크 저널리즘 특성상 정치권의 공격은 필연적입니다. 현재 전 세계 팩트체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현 대통령 당선자는 팩트체크는 왜 자신에게만 집중되냐며, 미국의 유명한 주요 언론이 가짜뉴스 매체라며 공격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 유일의 팩트체크 국제기구인 IFCN(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 회원사들도 대부분 같은 고충을 겪고 있습니다. 재정적인 어려움과 정치권의 공격입니다. 뉴스톱은 결국 2024년 5월 대주주가 바뀌었습니다. 현재 한국언론의 팩트체크기사는 현저하게 줄었고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크게 위축됐습니다. 한국에서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살아날 수 있을까요?   팩트체크 저널리즘과 미디어리터러시 2017년 봄, 국내에서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의문을 제기하는 기자들이 있었습니다. 기자라면 당연히 팩트체크를 해야 하고 그렇게 하고 있는데,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무엇이냐는 것이었습니다. SNU팩트체크와 팩트체크넷 등의 노력과 활약에 힘입어 팩트체크 원칙에 부합하는 기사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팩트체크를 통한 미디어리터러시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팩트체크저널리즘에 대해 혼동하고 있습니다.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무엇이며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7년 동안 팩트체커로만 활동하면서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우선은 IFCN이나 SNU팩트체크 등이 제시했던 팩트체크 형식을 제대로 갖춘 팩트체크 기사입니다. 또 이를 통해 기존 언론이 모든 기사에서 사실 전달에 충실하자는 저널리즘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와 일반대중들은 직간접적인 팩트체크 경험을 통한 미디어리터러시 능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시민팩트체크의 역할과 한계 그리고 기대 IFCN이 제시하는 팩트체크 원칙 중 하나가 출처 공개입니다. 출처 공개는 출처에 대한 신뢰성 확보도 있지만, 공개된 출처를 통해 누구나 팩트체크를 다시 해 볼 수 있게 한다는 목적도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팩트체크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시민팩트체크는 ‘언론 민주주의’라는 중요한 의미를 담을 수 있습니다. 여러 팩트체크 대회를 통해 공개된 시민들의 팩트체크 결과물은 다양한 형태를 보입니다. 기존 팩트체크 기사 형식은 물론, 영상, 논문, 수필, 대본 등 언론이 담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며 다양성이라는 장점을 더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팩트체크 결과물은 질적 수준이 고르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언론기사로 바로 소개할 수 있는 결과물이 있는 반면, 팩트체크 원칙에 많이 어긋난 결과물도 있습니다. 물론 이는 팩트체크 제목을 단 기성 언론기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민팩트체크는 미디어리터러시의 도구로서는 가장 좋은 수단이지만, 팩트체크저널리즘으로서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시민팩트체크는 공론장의 역할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한 이슈에 대해 사실을 모아보고, 그 사실들에 대해 댓글 등을 통해 토론하고 검증해 보면서 미디어리터러시 역량을 키우고 토론과 검증 과정 자체가 팩트체크 결과물로 남는 그런 모습입니다. 현재 한국 팩트체크저널리즘이 위기를 맞은 배경에는 기존 언론의 책임도 큽니다. 시민팩트체크가 언론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언론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해, 한국저널리즘이 온전한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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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과거와 현재
오늘 우리가 논의할 주제는 한국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과거와 현재입니다. 이 주제를 통해 우리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지혜를 얻고자 합니다. 현재 한국의 팩트체크 저널리즘 상황은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어, 미래를 낙관적으로 그리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1.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역사와 국제적 확산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의 중요한 한 축으로, 사회적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약 100여 년 전, 미국 뉴욕에서는 타임지 등 시사 잡지사들이 기사의 사실성과 정확성을 검토하는 팩트체커라는 새로운 직업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사전적 팩트체크이자 내부적 팩트체크의 시초로 볼 수 있습니다.   현대적 의미의 팩트체크는 이미 사회적으로 발화된 내용을 사후적으로 검토하여 참과 거짓을 가려내는 활동으로 발전했습니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반 미국에서 이러한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폴리티팩트, 팩트체크닷오르그, 워싱턴포스트의 팩트체커는 이 분야의 선구자로, 이후 유럽과 중남미 등 여러 대륙과 국가들로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2024년 6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442개의 팩트체크 기관이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국제적으로 확산된 이유는 다양합니다. 첫째, 따옴표 저널리즘에 지친 대중에게 명확히 무엇이 사실이고 참인지를 밝혀주는 새로운 저널리즘이 등장했습니다. 둘째, 대통령 선거와 같은 정치적 빅 이벤트가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성장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셋째,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대중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 방식이 도입되었습니다. 팩트체크 결과를 한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판정 시스템을 도입하고, 대중들이 궁금해할 만한 주제를 발굴했습니다.   또한, 국제적인 연대와 협업이 왕성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중요한 정치 이벤트 시 팩트체커 간의 연대와 협업은 물론, 시민단체, 교육기관과의 협업도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여러 나라 간 장벽을 넘어 연대와 협업이 이루어졌고,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시 주변국들 중심으로 허위 정보를 검증하는 협업도 이뤄졌습니다. 최근에는 팩트체커들과 유튜브가 협업하여 검증된 콘텐츠에 신뢰성을 부여하는 라벨링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라는 리더십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국제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성장이 다소 정체되고, 인공지능의 빠른 확산으로 인한 기술적 도전과 대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여러 나라의 정치권이 팩트체크 저널리즘에 대한 압박과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2024년 6월 사라예보에서 열린 글로벌팩트11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사라예보 선언을 채택했습니다. 선언문은 팩트체커들이 온라인 검열자로 무자비한 공격을 받고 있으며, 팩트체킹은 검열이 아닌 정보를 추가하는 행위로, 정보 생태계를 개선하는 데 필수적임을 강조합니다.   2. 한국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발전과 도전 한국에서는 2009년 중앙일보가 '팩트체커'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외부 전문가들에게 기사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사전적 팩트체크로, 이후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등 다른 언론사로 확산되었습니다. 현대적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2012년 대선에서 오마이뉴스의 '오마이팩트'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슬로우뉴스도 대선 후보 토론회 검증에 팩트체크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2014년 JTBC의 팩트체크는 대중적으로 큰 반향과 인기를 끌었습니다.   2017년 대선을 전후로 SNU 팩트체크센터가 출범하면서 16개 언론사가 회원사로 참여해 안정적으로 팩트체크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더 많은 회원사가 참여하여 30개가 넘는 회원사가 함께했습니다. 2018년 팩트체크 국제컨퍼런스, 2019년 IFCN-SNU 팩트체크센터 워크숍, 2020년 시민 참여 오픈 플랫폼 팩트체크넷 출범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으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2023년에는 글로벌팩트 10을 서울에서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팩트체크 저널리즘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노골화하며 유무형의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2023년 1월 팩트체크넷은 해산되었고, SNU 팩트체크센터는 2024년 8월 무기한 활동 중단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팩트체크 저널리즘에 대한 정치권의 공격은 두 가지 경로로 이루어졌습니다. 하나는 '가짜뉴스'라는 용어로 미디어 생태계 전체를 공격하여 언론의 입을 막고 길들이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팩트체크 활동의 근거가 되는 재정 지원을 차단하고,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국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단순한 위기를 넘어 고사 상태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는 팩트체크가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체적인 예로는 형식적으로 팩트체크가 남아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매우 빈약하며, 예산, 조직, 인력에 대한 투자나 지원이 부족합니다. 또한, 팩트체크의 효능감이 떨어지면서 연성, 가십 위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으며, 진영 논리에 악용하려는 시도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다양한 통계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키워드 트렌드 분석, 구글트렌드 분석, 네이버 데이터랩의 검색어 트렌드 분석,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논문 분석 등이 그 예입니다.   현재 팩트체크라는 이름 아래 활동하는 언론과 팩트체커들이 있지만, 그 이름의 상당 부분은 오염된 상황입니다.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위해 팩트체크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공을 들인 팩트체크 결과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JTBC의 북한군 러시아 파병 관련 영상 검증 사례가 있습니다.   3. 위기 극복을 위한 제언 1) 재정적 독립 추구: 다양한 재원 마련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해야 합니다. 후원자 모델, 스폰서십, 소액 후원, 프로젝트 공모전과 교육 프로그램 제공을 통한 비용 충당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합니다. 팩트체크넷이나 SNU 팩트체크센터의 사례에서 보듯이 예산의 전부를 정부나 특정 민간기업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최대한 다양한 재원 확보를 통한 리스크 헷징이 필요합니다.   2) 대중 속으로: 팩트체크는 시간이 많이 들지만 결과물은 직관적이고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대중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트루스오미터(폴리티팩트)나 피노키오지수(워싱턴포스트의 팩트체커)와 같은 시각적이고 직관적인 레이팅 시스템 도입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일부 외국 팩트체커들이 하는 것처럼 검증 대상 발언자를 직접 초청하여 검증 내용을 제시하고 그 사람의 입장을 듣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하고, 인터랙티브 방식을 통해 언론 수용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3) 연대와 협업: 팩트체크 기관 간의 협업을 시도해야 합니다. 국내 언론사 간, 팩트체커 간 협업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학계(연구소 등)와의 협업 모델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 시야를 넓혀 이슈 중심의 연대와 협업을 모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시아권의 공통된 관심사인 질병, 기후 환경문제, 외교안보사안을 공동 주제로 삼을 수 있습니다. 또한 IFCN 인증사로 가입하여 국제적인 연대를 일상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팩트체크는 방법론적으로 사금 채취와 비슷합니다. 허위정보와 쓸모없는 정보를 버리고 귀중하고 유용한 정보를 가려내는 작업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가성비만을 따지자면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팩트체크는 사회적 신뢰라는 기둥을 쌓아가는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정보, 정치인과 유권자를 바르게 연결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합니다. 단순히 가성비로만 평가할 수 없는 공익적 측면에서 꼭 필요한 사회적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해 본 뒤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을 함께 모색해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팩트체크 저널리즘은 고사 상태의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독립추구, 대중들과의 보다 깊은 신뢰구축, 연대와 협업 강화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토론 발제문(내일신문 정재철).hwpx 토론 발제문(내일신문 정재철).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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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표절 검사’ 추적하는 셜록의 소송, 반전 가능성? [표절검사의 공짜유학]
또 다른 ‘표절 검사’를 찾는 정보공개 항소심 재판에서 반전의 기류가 흘렀다. 법원이 ‘검사들이 쓴 논문 중 일부를 협의를 통해 공개해달라’고 법무부에 제안한 것.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해 6월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전체를 공개하라며 법무부와 법무연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 제6-3행정부(백승엽, 황의동, 위광하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정보공개 소송 항소심 첫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장은 피고 법무부 측에 “수사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논문에 대해서는 공개하는 방안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재판장은 “(재판부가) 논문을 일일이 보고 공개 대상 여부를 판단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원고와 피고가) 서로 협의될 수 있으면 부분 공개가 가능한 논문에 대해서는 공개를 하는 걸로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셜록의 정보공개 청구 기간(2016년 1월~2022년 10월)에 해당하는 논문 전체 수는 약 500편. 법무부 측은 이중 절반 이상을 비공개하고 있다. 그동안 법무부는 “논문을 통해 수사기관의 수사방법이나 관행 등을 유추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범죄자가 수사를 회피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국외훈련 연구논문 전체 공개를 거부해왔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1심 소송 당시, 재판부의 요청에 따라 ‘연구논문’ 전체를 법원에 제출했다. 법무부는 ‘연구논문’ 목록은 서면으로, 논문 전체는 USB에 담아 전자파일로 제출했다. 해당 자료는 그대로 항소심 재판부로 넘어갔다. 이날 재판에서 주심판사도 발언을 했다. 판결문을 직접 작성해야 하는 주심판사는 “1심에서 비공개 열람 (심사를 요청한) 자료가 항소심으로 넘어와 (대략적으로) 살펴봤다”고 밝히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검사 국외훈련 연구) 논문이 이미 많은 부분 (법무연수원 사이트에) 공개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공개된 논문은 어떤 심사를 거쳐서 비공개 결정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논문 제목과 일부 목차만 보고도 공개 여부를 (원고-피고) 쌍방 협의 하에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피고 법무부 측 소송대리인은 “수사와 관련이 돼 있으면 비공개 하고, 예외적으로 (관련성이) 적다고 하면 우수한 논문을 공개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피고 측은 재판부의 일부 논문 공개 제안에 대해 “즉답을 하긴 어렵다”면서 “검찰과 법무연수원 쪽과 협의를 해보겠다“고 답변했다. 원고 셜록 측 소송대리인 박지환 변호사(법무법인 혁신)는 재판부의 제안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피고 측이 제출한) 논문 제목만으로도 (수사와 관련이 없는) 정책적인 내용인지 일부 확인은 가능합니다. 제목에서 난민, 감찰 등 (내용을) 알 수 있어, 전체 내용을 보지 않더라도 대강의 목차만으로도 (논문 일부 공개 여부) 판단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원고는 피고 측과 협의를 통해 원하는 정보들이 공개된다면 이의 없습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측의 협의를 고려해 넉넉히 시간을 두고 다음 재판기일을 잡았다. 다음 재판 기일은 내년 3월 12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셜록은 2022년 12월부터 프로젝트 ‘표절 검사의 공짜 유학’을 집중보도했다.(관련기사 : <유학은 공짜, 논문은 표절… ‘검사’를 고발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외훈련을 다녀와 표절로 의심되는 부정·부실 논문을 쓴 검사들의 문제를 기사 22편을 통해 보도했다. 셜록은 법무연수원 홈페이지(www.ioj.go.kr)에 공개된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발행된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84건에서 부정·부실 의심 논문 5건을 확인했다. 5건의 부정·부실 의심 논문에 지원된 세금은 총 1억 9040만 원에 달한다. 취재 과정에서 법무연수원 사이트에 올라온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이 원본 전체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공개되지 않은 연구논문에는 얼마나 더 많은 문제가 숨어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 이에 셜록은 지난해 6월 또 다른 ‘표절 검사’를 찾기 위한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다.(관련기사 : <[액션] 셜록이 소송을 시작한다… 검사들 ‘표절논문’ 잡으러>) 셜록이 요구한 정보공개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 2016년~2022년 국외훈련을 다녀온 검사가 작성한 연구논문 중 법무연수원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논문을 제외한 나머지 논문 전체② 해당 기간 동안 국외훈련을 다녀온 검사들의 학위취득 현황③ 검사국외훈련 연구결과 심사위원회 성명, 소속 등 지난 3월, 1심 법원은 국외훈련 검사들의 학위취득 현황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1심 법원은 “(학위정보는)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공개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국외훈련 운영성과의 투명성 제고, 국가 예산의 재정 건선성 확보 등의 공익이 보다 크고 중하다“고 봤다. 다만, 1심 법원은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전체와 연구결과 심사위원회 정보에 대한 공개 청구는 기각했다. 이에 원고 셜록과 피고 법무부 측은 각각의 패소 부분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다. 한편, 셜록은 5명의 전·현직 ‘표절 검사’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직접 신고해, 국외훈련비 일부 환수를 이끌어냈다. ‘논문 표절’을 이유로 검사 국외훈련비를 환수한 최초의 사례다.(관련기사 : <[해결] 표절 검사 5명 훈련비 환수… 셜록이 만든 ‘최초’>) 지난달 셜록은 또 한 건의 표절 의심 연구논문을 발견해, 부패행위 및 공익침해행위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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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노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과 그들을 위한 디자인과 교육에 대해 논문으로 나의 연구주제를 찾아보다
들어가며 주제를 지난 트랙에서 좀 더 고민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지난 게으른 연구과정은문제 분석 에세이와 학술 동향 에세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연구 동향 에세이를 위한 세번째 트랙을 밟아오며 연구라는 것은 정말 쉬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하나의 논문을 다 읽는 것도 버겁게 느껴졌다. (물론 일주일에 논문을 두편이나 읽었다고 성취감이 MAX였던 때도 있다.) 새삼 주변의 석박사 친구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내가 연구를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자아성찰(혹은 현타)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연구를 하고싶다는 생각이 여전히 남아있기에 이 지난한 과정을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해나가려고 한다. SLR논문, 주제를 위한 길잡이 SLR(Systematic Literature Review)을 총 세 편을 읽었다. 각각 노년을 대상으로 UXUI관련, 교육 관련, 사용자 중심 디자인과 참여형 디자인 관련으로 하여 논문들을 분석한 논문이었다. 첫번째로 읽은 논문은 Efectiveness of Instructional Strategies Designed for Older Adults in Learning Digital Technologies: A Systematic Literature Review(2022)으로 노년층을 위한 효과적인 학습 전략을 세우기 위한 문헌 분석을 진행한 논문이었다. 관련 논문을 선정하여 그를 기반으로 총 6가지 키워드를 도출했다. 6가지의 키워드는 협력 학습 (Collaborative Learning), 편안한 학습 환경 (Informal Learning Setting), 학습 보조 도구 (Teaching Aids), 적합성 (Pertinence), 수업 설계 (Lesson Design), 피드백 및 평가 제공 (Obtaining and Providing Feedback)으로, 각각에 대한 세부 키워드들을 또한 도출하였다. 논문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 것은 협력학습으로, 참여도 및 멘토링과 세대간 학습 등에 대한 세부 키워드들을 제시하며 학습에서의 함께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고령자가 기술 학습을 더디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개별 학습보다는 협력 학습과 같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연구는 고령층이 독립적인 학습 경험을 선호하므로 개인 맞춤형 학습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하여 어떤 학습방법이 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보였다. 해당 논문을 읽으며 사실 노년을 위한 교육전략과 좋은 교육 전략에서 차이점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년을 위한 교육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해당 키워드들은 좋은 교육 전략으로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니버셜 디자인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소수자를 위한 디자인이 보편적인 디자인이 될 수 있고 그렇기에 노년을 위한 교육 전략이 결국은 좋은 교육 전략을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두 번째로 읽은 SLR 논문은 Bridging the Digital Gap: A Systematic Review on UI/UX Design Considerations for Elderly-friendly Digital Wallets(2023)이었다. 고령자를 위한 디지털 지갑을 디자인함에 있어 필요한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작성된 논문으로, 선행연구문단을 작성함에 있어 어떤 식으로 논문을 찾고 읽고 정리해야할지에 대해 알 수 있었던 논문이다. 이 논문에서는Gerontechnology, 사용자 경험, 인터페이스, UT, 모바일 앱의 장점에 대한 질문들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선행연구에서 찾아 정리하였다. 이 논문은 좀 더 고령자에 포커싱되어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모바일로 한계가 지어져있어 좀 더 포괄적인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에 대한 부분을 채울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세번째로 읽은 SLR논문은  A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on User Centered Design and Participatory Design with older people(2019)이었다. 사용자 중심 설계(User-Centered Design, UCD)**와 참여형 설계(Participatory Design, PD) 방법론이 고령층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한 체계적 문헌 검토 연구로, 앞선 두 논문 대비 조금 오래된 논문이지만 분석 논문의 수가 약 50편으로 큰 규모로 분석한 SLR 논문이라 선택하게 되었다. 논문은 왜 고령층 사용자들이 디자인 과정에서 참여해야 하는지, 사용자 중심 디자인과 참여형 디자인이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와 앞으로의 연구 방향성에 대한 답변을 논문들을 통해 정리하였다. 특히 논문들에서 고령층 사용자 참여는 기술 수용도를 높이고 사용성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그렇기에 교육으로 주제를 포커싱 하든, 디자인으로 포커싱을 하튼 참여형 디자인을 기반으로 연구를 설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고령층의 참여 유도가 어렵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하였던 노년층을 위한 교육에서의 협력 학습 또한 같은 한계점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 세편의 SLR 논문을 읽으면서 앞단에서 충분히 주제에 대한 고민과 수렴의 단계를 거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여러갈래로 뻗혀있어 다양한 SLR논문을 읽어야 했고 이 과정에 꽤나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문들이 정리된 자료를 읽으며 오히려 '협력과 참여'라는 중요 키워드를 도출할 수 있어 더 좋은 연구를 위한 디딤돌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동이 어려운 노년'과 '독거노인'에 초점을 맞춰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손자/손녀들을 통한 배움이 노년의 디지털 교육에 있어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두 대상자는 이러한 효과에서 동떨어진 집단으로 어찌보면 사각지대라 할 수 있었다, 특히 독거노인들의 고독사가 증가하고 고 있기에 이들을 위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었다. Start Paper, 나의 연구의 시작점 SLR논문을 세 편이나 읽었음에도 나의 첫 Start Paper는 SLR논문에서 찾은 논문은 아니었다. 우연히, Start paper가 될만한 것들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논문이었음에도 Start paper로 가장 괜찮을 것 같아 해당 논문으로 연구를 시작해 보고 싶었다. 내가 선정한 Start paper는 Older Adults Imagining Future Technologies in Participatory Design Workshops: Supporting Continuity in the Pursuit of Meaningful Activities였다. 이 논문은 65세 이상의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참여형 디자인 워크숍을 통해 VR, AR, AI와 같은 신기술이 노인들의 의미 있는 활동을 지원할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다루고 있다. Introduction과 선행 연구 문단 (노인과 기술, 나중의 의미있는 삶을 위한 기술)에 대한 부분만 읽었음에도 좋은 논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끝까지 정독하고자 한다. 해당 파트들을 읽고 그 다음 Start paper로 선정한 것은 Exploring the Design of Social VR Experiences with Older Adults였다. 이 논문은 social VR 기술이 노인의 사회적 참여, 회상 활동, 그리고 건강한 노화를 지원하는 도구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로서 이 연구의 선행문단을 읽으며 AR, VR, AI 등의 기술의 활용하여 독거노인과 이동이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겠다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빠르게 연구의 흐름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논문을 정독하고자 하는 욕구와 과제를 빠르게 해야하는 의무 사이에서 내적갈등이 되는 시점이다. 또한 오늘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앞선 부분을 다시 돌아보며 다시 Start paper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디자이너로서 방법론에 조첨을 맞춰 논문들을 찾고 읽고 있었다면 노인이라는 특성에 초점을 맞춰 이 사이클을 다시 진행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며 연구원정 부트캠프는 더블다이아몬드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디자인된 프로그램이다. 더블 다이아몬드 프로세스는 꽤나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프로세스다. 이 프로세스의 특징은 이름은 더블다이아몬드지만 사실 이 다이아몬드는 트리플, 쿼터 등 계속해서 반복된다. 디자인에서 사이클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디자인을 수정 및 보완해 가듯 연구 또한 계속 해나가며 수정 및 보완하고 그 안에서 완성과 완벽 사이의 지점을 찾아가는게 아닌가 싶다. 단순히 12주 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이 다이아몬드를 반복하고 그를 별로 만드는 것이 연구가 아닐까? 나만의 별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을 담으며 이 글을 마친다.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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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가제: 왜 우리는 교회를 가는 걸까? (3)
연구원정 페이지 링크: https://naioth.net/bootcamp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본 게시물을 보기 전, 앞선 게시물을 보고 오시면 이해가 더욱 쉽습니다.1. [연구원정] 가제: 왜 우리는 교회를 가는 걸까? _ 초안2.[연구원정] 가제: 왜 우리는 교회를 가는 걸까? (2) _ 미완 가안:  (ref. 나의 해방일지, jtbc, 16화) 염기정:아니, 사랑은 힘이 나는 일이어야 되는데, 왜?헤어지면 난 행복할까?근데 헤어지는 생각을 하면요막 팔이 저려요. 아, 겨드랑이에 막 전기가 와요아니, 못 헤어지는 건 분명한데 그럼 더 가야 되는데 어떻게 가야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오늘 아침에 일어나 첫 생각은 제발 시간아 멈춰라. 5시에 눈을 떠 지금부터 준비하면 늦지 않을걸 알지만 그냥 시간을 못 본 척 뒤척입니다. 그럼에도 제게 주어진 책임을 모른 척 할 수 없어 결국 준비하지요. 석사를 준비할 때 학부 지도 교수님께서 제게 해주셨던 이야기는 '사람'을 보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퇴사를 준비하며 주변에 지인들은 먼저 이직이 결정되고 떠나라는 조언들을 해주었습니다. 교회는 무엇을 보고 가는 걸까요? 몇주간 지난 나의 고민과 최근에 받았던 질문에 작성한 글들을 보며 순간순간에 '진심'을 쫓아보았습니다. 나는 왜 이 주제로 연구를 하고 싶었던 걸까?작년에 제가 건넨 질문은 '왜 우리는 교회를 가야 할까? >> 왜 사람들은 교회를 떠나는가? >> 왜 교회는 사람들을 공감해주지 못하는가?'사람들이 교회에서 외로움, 고독을 느끼는 데 왜 그럴까 생각을 하였을 때 필립얀시 책을 읽으며 교회에 '공감'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교회 청년부에서 진행된 성경공부 중, 예수님의 마지막- 죽으신 갈보리 언덕에 대한 나눔을 하며 전도사님이 던진 질문으로 '내 삶의 끝자락에서는 '무엇'이 남기를 바라는가?' 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시간에 나사렛- 예수님을 낳을 거야 고지받은(수태고지) 마리아의 이야기를 해주며 '아베마리아(안녕하세요?마리아님.)' 이라는 느낌의 말로, 하나님께 한 가지만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요? 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각각의 질문에 대해 저는 '사랑'과 '하나님, 저와 늘 함께 계시지요.(?) 저 사랑하시죠.(?) 제가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아시죠.(?)' 라고 답변을 했습니다. 저와 같이 늘 의심 가운데 혹은 믿음이 없는 이들에게 '(그럼에도) 왜 나는 교회를 가는 걸까?' 다시 물어보게 됩니다. 9주의 연구원정 가운데 거대 담론을 던지고서 초점을 못 맞추며 이리 저리 헤매이는 저를 보지만 처음 이 질문을 던졌던 나를 다시 발견하고 그 때 확신을 가졌던 '나'와 지금 흔들리며 살아내는 '나'와 만나 이 질문을 다시 정리해봅니다. 1️⃣ 논문을 참고하여 각 용어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는가? (by perplexity) 너무 거대 담론 앞에 어떠한 맥락을 잡고 가야 할지, 막막함 가운데 큰 단어를 갖고 있던 '교회' '공동체' '소외된 사람' '신앙'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기준/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1st.. 논문1) 1 [공감과 동행] 난민에 대한 교회의 디아코니아적인 책임논문2) 2 [공감과 동행] 우리교회 장애인부 이야기논문3) 3 [교계 포커스] 교회가 사회를 공감하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논문4) 4 [교회력을 따라 바울 설교하기 03] 사순절 십자가의 사랑, 가치, 공동체 ## 공동체 정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된 유기적 집단[2]- 구성원들 간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집단[2]- 그리스도의 현실성을 보여주는 모임[2] 사례:- 라우에 하우스: 비헤른이 1833년에 설립한 방치된 아이들을 돌보고 양육하는 공동체[2]- 장애인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모여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교회 내 모임[2] ## 교회 정의:- 그리스도의 몸으로 존재하는 사회적 공동체[2][4]- 세상을 위해 존재하며 타자를 섬기는 사명을 가진 집단[2][4]- 구성원들의 상호 사랑과 섬김을 통해 그리스도를 현실화하는 곳[2][4] 사례:- 라우에 하우스: 비헤른이 설립한 아이들을 위한 공동체 및 디아콘 양성 기관[2]- 장애인부가 있는 교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예배하고 섬기는 공동체[2] ## 소외된 사람 정의:- 교회가 돌보고 섬겨야 할 대상[2][4]- 세상의 고통받는 이들과 연대해야 할 대상[2][4]- 교회의 본질적 사명의 대상[2][4] 사례:- 방치된 아이들: 라우에 하우스에서 돌보는 대상[2]- 장애인: 교회 내 장애인부를 통해 함께 예배하고 섬기는 대상[2]- 난민: 교회가 지원하고 돌보아야 할 대상[1] ## 신앙 정의:- 단순한 개인의 내적 경험이 아닌 삶의 방식[2][4]- 공동체 안에서 실천되고 구체화되는 것[2][4]- 세상을 향한 책임 있는 행동으로 표현되는 것[2][4] 사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삶을 사는 것[4]- 교회 공동체 안에서 서로 사랑하고 섬기는 것[2][4]- 난민과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디아코니아적 실천[1] ## 사랑 정의:- 교회 공동체의 본질적 특성[2][4]- 이웃 사랑, 자기 포기, 타인을 위한 삶으로 표현되는 행위[2][4]- 공동체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끈[2][4] 사례:- 그리스도께서 죄인인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신 행위[4]-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서로를 돕고 존중하는 교회 공동체의 모습[2]- 난민들을 환대하고 지원하는 독일 교회의 모습[1] 2nd... 논문1) 21 공동체 만들기의 정치이념, 담론, 실천논문2) 6 [디아코니아(마지막 회)] 비헤른과 섬김논문3) 27 기독교의 사회적 기능 ## 교회 **정의**: 신앙의 공동체로, 사랑을 나누는 장소[1][2]. **사례**:1. 교회의 역할과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 신앙을 통해 사랑을 나누고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다[1].2. 사랑의 실천이 신앙을 강화시키고, 교회의 역할을 재조명한다[1]. ## 공동체 **정의**: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는 모임[1][2]. **사례**:1. 교회의 역할과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1].2. 소외된 사람들을 포함한 공동체의 실제 사례가 필요하다[1].3. 신앙이 공동체 형성에 미치는 영향과 사랑의 실천 사례[1]. ## 소외된 사람 **정의**: 사회적으로 고립된 개인 혹은 집단[1][3]. **사례**:1. 교회의 역할과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것이 언급됨[1].2. 소외된 사람들을 포함한 공동체의 실제 사례가 필요하다는 주장[1].3. 기독교는 인종, 문화, 성 및 사회적 신분의 구별 없이 모든 사람을 존경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가르침[3]. ## 신앙 **정의**: 신에 대한 믿음과 실천[1][3]. **사례**:1. 교회의 역할과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에서 신앙을 통해 사랑을 나누는 것이 언급됨[1].2. 신앙이 공동체 형성에 미치는 영향과 사랑의 실천 사례[1].3. 칼빈의 "내 심장을 열렬히, 그리고 온전히 주님께 바칩니다"라는 삶의 표어가 기독교적 신앙의 예로 언급됨[3]. ## 사랑 **정의**: 상대방에 대한 깊은 애정과 배려[1][3]. **사례**:1. 교회의 역할과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에서 사랑을 나누는 것이 언급됨[1].2. 신앙이 공동체 형성에 미치는 영향과 사랑의 실천 사례[1].3. 성경의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가르침이 언급됨[3].4. 프란시스코, 콜베, 손양원 등의 실제 사랑 실천 사례가 제시됨[3]. (최종 정리)교회는 신앙의 공동체이며 그리스도의 몸으로 존재하는 사회적 공동체입니다. 사랑을 나누는 장소로서 세상을 위해 존재하며 타자를 섬기는 사명을 가집니다. 구성원들의 상호 사랑과 섬김을 통해 그리스도를 현실화합니다. 라우에 하우스나 장애인부가 있는 교회가 그 사례입니다. 공동체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된 집단으로, 구성원들 간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됩니다. 그리스도의 현실성을 보여주는 모임으로, 서로 소통과 연대를 하며 신앙을 통한 사랑을 실천합니다. 소외된 사람들을 포용하는 특징을 가지며, 라우에 하우스나 교회 내 장애인부가 그 예시입니다. 소외된 사람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개인 혹은 집단을 의미합니다. 교회가 돌보고 섬겨야 할 대상이며, 교회의 본질적 사명의 대상입니다. 방치된 아이들, 장애인, 난민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신앙은 신에 대한 믿음과 실천으로, 삶의 방식이자 공동체 안에서 구체화되는 것입니다. 세상을 향한 책임 있는 행동으로 표현되며, 공동체 형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사랑의 실천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삶, 칼빈의 삶의 표어, 디아코니아적 실천 등이 그 사례입니다.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깊은 애정과 배려로, 교회 공동체의 본질적 특성입니다. 이웃 사랑, 자기 포기, 타인을 위한 삶으로 표현되며, 공동체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끈 역할을 합니다. 신앙을 강화시키는 요소이며, 소외된 사람들을 포용하는 실천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상호 존중, 난민 환대와 지원 등이 사랑의 실천 사례입니다. 교회, 공동체, 소외된 사람, 신앙, 사랑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교회와 공동체 교회는 신앙의 공동체로,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는 모임입니다. 교회는 신앙을 바탕으로 사랑을 나누고,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교회는 더 강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합니다. 소외된 사람과 사랑 교회와 공동체는 소외된 사람들, 즉 사회적으로 고립된 개인이나 집단을 포용하고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기독교의 가르침인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원칙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인종, 문화, 성 및 사회적 신분의 구별 없이 모든 사람을 존경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신앙과 사랑의 실천 신앙은 단순히 믿음에 그치지 않고 사랑의 실천으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칼빈의 "내 심장을 열렬히, 그리고 온전히 주님께 바칩니다"라는 삶의 표어는 기독교적 신앙의 한 예입니다. 또한 프란시스코, 콜베, 손양원 등의 실제 사례는 신앙을 바탕으로 한 사랑의 실천을 보여줍니다. 공동체 형성과 신앙 신앙은 공동체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교회라는 공동체를 이루고, 이를 통해 사랑을 나누고 실천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신앙은 강화되고, 공동체는 더욱 견고해집니다.이러한 관계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교회라는 공간에서 신앙을 바탕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포용하며, 더 강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2️⃣ 선행연구문단 : 나의 선행연구문단을 소개해주세요 3️⃣ 나의 연구질문 : 선행연구문단에서 도출한 나의 연구질문을 소개해주세요. (마무리) 일주일 전 이주일 전에는 어떤 '논문'을 읽어야지 보다 내가 어떤 '질문'을 하고 있지에 초점을 맞추던 한주 였습니다. 이번주 저희 사회문제 팀원들과 만나 그간에 이야기와 각자 삶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우리가 좀 더 거리를 두고 질문을 마주해야 한다는 뉘앙스에 말이 생각납니다. 결국 연구는 자기 감정을 어떻게 잘 포장하는 글이 아닌 어떤 기준으로 구분을 할 것인데? 어떻게 정의할 수 있니?(개념) 말하고자 하는 단어/주제에 차이점/유사점은 무엇인데? 등 객관화 하는 자료와 각 전문가들의 의견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우선 사례 중심으로 찾아 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왜 너는 교회를 가는거야?' 라고 묻는다면, 제가 이 질문을 붙잡고 나아가는 최종 가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교회에 가는 이유는 신앙 가운데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교회 공동체가 세워져 예수님의 사랑을 누리기 위해서 입니다"   (ref. 나의 해방일지, jtbc, 16화)염미정: 해방일지에 그런 글이 있더라염미정의 인생은구씨를 만나기 전과 만난 후로 나뉠 거 같다는구씨: 미투염미정: 나 미쳤나봐 내가 너무 사랑스러워구씨: 한발 한발 어렵게염미정: 미음에 사랑밖에 없어그래서 느낄 게 사랑밖에 없어 많은 이들이 교회의 문을 넘어 갔을 때 '마음에 사랑밖에 없어. 그래서 느낄게 사랑 밖에 없어' 라고 고백 되어지길 바라며 급하게 마무리를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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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3. 전담간호사들의 역할갈등과 발전방향에 대한 선행연구 살펴보기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 🚀 지난 글 [연구원정] 1. 증가하는 전담간호사들의 역할 갈등과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연구원정] 2. 전담간호사들의 역할갈등과 발전방향에 대한 연구동향 살펴보기 에서 이어집니다. “PA간호사 법적 근거 마련···업무 이양, 공유 논의 진행돼야” (더 메디컬, 2024.10.23) https://www.themedical.kr/news... 복지부, 'PA간호사 제도화' 회의 열어…업무 내용·기준 수립 예정 (뉴시스,2024.10.30) https://www.newsis.com/view/NI... 전공의 이탈 9개월째, 간호사에 전공의 업무 떠넘기는 수련병원…"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메디게이트 뉴스, 2024.11.22) https://www.medigatenews.com/news/2525306185 서울시간호사회 “간호법이 남긴 숙제가 많다”(의약뉴스, 2024.11.23) http://www.newsmp.com/news/articleView.html?idxno=244016 상급종합병원 90% 중증·응급 구조전환…서울대병원 등 11곳 추가 (뉴시스,2024.11.19) https://www.newsis.com/view/NI...   지난 2월 의대 정원 확대 이슈로 촉발된 의정 갈등으로 인해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수련병원들은 병상 축소와 비상체제로 운영된 지 벌써 9개월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의료 현장에서 발생한 업무 공백은 주로 간호사들이 메워왔으며, 특히 전담간호사(PA 간호사)들의 역할과 수는 더욱 증가한 상황입니다. 지난 8월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내년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관련 단체와 보건복지부는 진료지원업무 관련 시행령 마련 등 후속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현장에서는 혼란과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목적으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90%가 참여를 신청했으며, 나머지 병원들도 곧 참여할 예정입니다. 이 사업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질환 중심의 ‘중환자 중심 병원’으로서 역할을 확립하고,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관행을 개선하여 ‘임상과 수련의 균형 발전’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병원들은 일반 병상을 줄이고 중환자 및 응급환자 병상을 늘리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42개 병원에서 총 3,186개의 병상을 축소했습니다. 또한,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전문의와 전담간호사 등 숙련된 인력을 중심으로 한 인력 재조정을 추진하고 있어, 전담간호사의 업무와 역할에 대한 논의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 되었습니다. 전담간호사들이 이러한 제도적 변화와 혼란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안전한 간호 및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를 통한 제언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선 두 개의 글에서 전담간호사의 역할 갈등과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관련 연구 동향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관련 선행연구를 보다 구체적으로 검토하며, 연구 문제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SLR : 나의 연구주제에 관한 연구동향은 어떠한가요? 국내 전담간호사의 역할갈등 개념분석(김병관&정원희, 2024) 연구를 통해 전담간호사들의 역할갈등 개념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연구를 통해 확인한 한국 전담간호사들이 경험하는 역할 갈등의 속성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정체성 혼란: 역할이 불분명하여 정체성 혼란을 겪음. 업무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 업무의 강도와 성격이 심리적 부담을 초래함.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법적 책임이 명확하지 않아 불안을 초래함.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전담간호사 역할의 장래성이 명확하지 않음. 상대적 박탈감: 동료와 비교했을 때 평가절하되거나 박탈감을 경험함. 무시감: 조직 내에서 지원받지 못하거나 소외감을 느끼는 경험. 소속감 부족: 의료팀 내에서 고립감을 느낌. <선행 요인> 전담간호사들의 역할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불명확한 업무 경계: 의사와 간호사 간의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음. 업무 지침 부재: 업무 수행을 위한 명확한 지침이 부족함. 과도한 업무와 열악한 환경: 과중한 업무량과 부적절한 근무 환경. 법적 및 행정적 규정 부재: 법적, 행정적 보호 체계가 미흡함. 불공정한 처우와 승진에서의 배제: 승진 기회가 제한되거나 불공정한 처우를 경험함. 업무 성과 측정의 어려움: PA 간호사의 기여를 평가하고 인정하기 어려움. 직무 자율성 부족: 의사결정에서 독립성이 제한됨. 의사 집단의 이익 추구: PA 역할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 중심의 결정. <결과 요인> 역할 갈등이 전담간호사들에게 미치는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직무 만족도 저하: 역할에 대한 만족도와 충족감 감소. 성취감 저하: 성취감과 영향력 감소. 자긍심 저하: 개인 및 직업적 자존감에 부정적 영향. 성장의 한계: 경력 개발과 기술 향상의 제약. 이직 의도 증가: 이직을 고려하는 경향 증가. 심신의 소진: 신체적, 정서적 소진 경험. 직업적 정체성에 대한 회의: 명확한 직업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 좌절감: 해결되지 않은 갈등으로 인해 일반적인 불만과 정서적 고통. Start Paper : 다음과 같은 연구를 살펴보았습니다. 전담간호사의 역할갈등과 전문직 자아개념이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이은수&김세영, 2022) : 전담간호사의 역할갈등과 소진 간 관계에서 회복탄력성의 매개효과(정호성&최소영,2020) : 상급종합병원 외과계 전담간호사의 직무 역할: 내용분석(임현숙외,2023) : 대학병원 임상전담간호사의 역할 경험(김소선외,2023) : Key Paper : 로 다음의 논문을 찾았습니다. 전담간호사의 역할갈등과 회복탄력성이 이직의도에 미치는 영향(류점란외,2023)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며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전담간호사의 역할 갈등은 직무 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역할 갈등이 심해질수록 소진 수준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역할 갈등이 높은 경우 이직 의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반면, 회복탄력성이 높은 전담간호사는 이직 의도가 낮게 나타나, 회복탄력성이 직무 만족과 이직 의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선행연구를 통해 전담간호사의 역할 갈등을 줄이고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향의 정책과 프로그램이 필요함을 알 수 있지만, 관련 연구는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기존 연구들은 대개 한정된 의료기관에서 소수의 전담간호사를 대상으로 수행되어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연구가 2024년 8월 간호법 통과 이전에 이루어져, 2025년 6월 간호법 시행을 앞두고 관련 시행령 마련 등 현재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앞으로 남은 기간 가능한 다수의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전담간호사를 대상으로 역할 갈등, 회복탄력성, 직무 만족 간의 관계를 분석하여, 보다 현실적이고 포괄적인 정책 및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기초자료를 마련해보려고 합니다. 나의 연구질문 : 선행연구를 좀 더 찾아가며 보다 구체적인 연구질문을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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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괴물 부모' 대신 '나쁜 부모'가 될 수 있을까요?
목차 [TRACK 1. 문제분석] ‘서이초 사건’은 왜 일어났는가? 1.1. 몬스터 페어런츠 1.1.0. 용어 정의 1.1.1. 문제 원인 1.2. 가설 수립 - cry for help [TRACK 2. 학술동향] 기존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2.0. 핵심 질문 - ‘괴물 부모’를 이해해야 한다. 2.1. Review Paper - 양육 스트레스 2.2. 선행 연구 분석 2.2.1. Key Words - 양육 모델 Parenting Model (Belsky, 1984) 2.2.2. 한국 현황 [TRACK 3. 연구동향] 나는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 이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3.0. 연구 목적 - 아동이 아닌 부모의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접근한다. 3.1. 기대 효과 -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 3.2. 연구 대상 - 만 4-7세 아동의 부모 3.3. 연구 주제 - ‘괴물 부모’가 될 바에 우리 ‘나쁜 부모’가 됩시다. 0. 들어가기 전에 나는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이 논의는 어디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내 연구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기존 논의의 한계 중 무엇을 돌파할 수 있는가? 연구동향 에세이 [TRACK 1. 문제분석] ‘서이초 사건’은 왜 일어났는가? 다양한 사회적 원인이 있으나 일부 보호자의 강성 민원 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보호자를 몬스터 페어런츠 (モンスターペアレント, parents bullying) 이라 한다. 1.1. ‘몬스터 페어런츠’ 란 무엇인가? 1.1.0. 용어 정의 부당하거나 불가한 요구로 주위 및 교사와 교실을 파괴하는 보호자(向山洋一氏, 2007) 학교 현장에서 교사나 학교의 교육 방침 등에 대해 자기 중심적이고 불합리한 요구를 하는 보호자(wikipedia) 자녀에게 매우 권위적이면서 동시에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보호자(김현수, 2023) 1.1.1. 문제 원인 일부 보호자는 왜, 어떻게 괴물 부모가 되는가? 괴물 부모도 결국 사회적 산물 이다(김현수, 2023). 엄연용, 송원영. (2022). 아동기 자녀를 둔 부모의 양육불안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추후 타국 사례를 더 찾아보자. esp. 일본과 아시아 국가부터 1.2. 가설을 세워 보자. 결국 자기 자신이 너무나 불행하고, 우울하고, 힘들어서 ‘괴물’이 된 것은 아닌가? 자살 사고를 가진 청소년이 직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것처럼 cry for help 괴물 부모도 결국 ‘너무 괴로워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그들의 행동은 ‘나는 너무 힘들었으니 절대 너는 그럴 수 없다.’의 표현형인가? 그들에게서 도망치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에 대응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TRACK 2. 학술동향] 기존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2.0. 핵심 질문 ‘괴물 부모’를 이해해야 그들의 페인 포인트를 찾고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이들을 괴롭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부모에게 양육이란 무엇일까? 양육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일까? ⇒ ‘양육 스트레스 parenting stress’ 리뷰 문서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2.1.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양육 스트레스란 무엇인가?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어떤 것이 있는가? Yuan Fang, Jie Luo, Marloes Boele, Dafna Windhorst, Amy van Grieken, Hein Raat. (2024). Parent, child, and situational factors associated with parenting stress: a systematic review. European Child & Adolescent Psychiatry, 33, 1687–1705. - 개인 리뷰 부모 요소에서는 우울이, 상황 요소에서는 사회적 지지가 양육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단, 해당 연구는 구체적 Action Plan 도출을 목표로 하므로 ‘양육 parenting’ 으로 키워드로 확장하여 추가 탐색하겠습니다. 2.2. 선행연구 분석2.2.1. Key Words Belsky(1984)의 양육 모델 parenting model양육은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되며… 특히 부모 개인의 심리적 자원 이 부모-자녀 관계 스트레스를 대응하는 데에 효과적이다. parental functioning is multiply determined, that sources of contextual stress and support can directly affect parenting or indirectly affect parenting by first influencing individual psychological well-being, that personality influences contextual support/stress, which feeds back to shape parenting, and that, in order of importance, the personal psychological resources of the parent are more effective in buffering the parent-child relation from stress than are contextual sources of support, which are themselves more effective than characteristics of the child. 이러한 Belsky의 관점을 차용하여 양육을 아동 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를 삶의 주체 로 보며 그들의 일상에 양육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양육 부담, 스트레스, 불안 등을 덜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도출하는 것을 연구 목적으로 설정하고자 합니다. 더 읽어볼 자료 양육 모델 parenting model Patterson, G. (Ed.). (1990). Depression and aggression in family interaction. Hillsdale, NJ; Lawrence Erlbaum Associates, Inc. Abidin RR (1992) The determinants of parenting behavior. J Clin Child Psychol 21(4):407–412. 양육 태도 parenting style Baumrind. (1966). Effects of authoritative parental control on child behavior. Baumrind. (1971). Current patterns of parental authority. Baumrind. (1978). Parental disciplinary patterns and social competence in children. Baumrind. (2013). Authoritative parenting revisited: History and current status. 양육 스트레스 parenting stressDeater-Deckard, K. (2004). Parenting Stress. New Haven, CT: Yale University Press. 2.2.2. 한국 연구 현황 Start Paper 1️⃣ 엄연용, 송원영. (2022). 아동기 자녀를 둔 부모의 양육불안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 부모·자녀·환경 요인 중 부모 요인 을 선택하여 연구를 진행한다. 부모 신념 → 이상적인 부모신념 부모 역할 → 수행불안, *유능감 부족 Start Paper 2️⃣ 엄연용, 송원영. (2023). 한국 초등학생 부모를 위한 부모양육불안 척도(KPAS-ES)의 개발 및 타당화. SP1 에서의 결론을 검증한다. 부모역할 → 부모소진 .31*** 부모생활 → 부모소진 .36*** 양육불안 → 부모소진 .43*** Start Paper 3️⃣ 김성아, 김정아. (2023). 서울시 양육자의 정신건강·양육 스트레스 실태분석과 지원방향. 양육지원 서비스 및 프로그램 강화의 필요성 제기 esp. 양육 관련 정보제공 창구 마련, 신뢰할 수 있는 양육 정보와 교육 콘텐츠 개발 및 제공 e.g. 서울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 살펴보기 [TRACK 3] 그래서 나는 어떤 연구를 할 것인가? 3.0. Goals & not Goals 부모를 아동 성장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의 주체로 고려해 그들의 일상에 양육이 미치는 영향과 그 부담을 덜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도출한다. 치료가 아닌 예방의 관점에서의 부모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즉, 괴물 부모가 된 이들에 대한 대처가 아닌 ‘괴물’이 되기 전 선제적 대응을 목표로 한다. 3.1. 기대 효과‘괴물 부모’로 인해 시작되는 교육계 사회문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 3.2. 연구 대상 3.2.1. 조건 대한민국에 거주하며 만 4-7세 어린이를 양육하는 부모 (*어머니를 주 대상으로 고려함) 3.2.2. 근거 B2C 서비스의 형태로 제공할 예정이므로 치료보다는 선제적 대응이 가능한 연령대로 선별한다. 즉, 아동기 이전으로 대상을 구체화한다. 만 6세부터 만 12세로(아동볼봄 지원법, 2021) 교육기관에서 학업 및 학생 역할 수행 가정에서 교육기관과 또래관계로 활동 범위가 넓어지는 시기로 부모들에게는 새로운 부모 역할이 가중된다(정옥분, 2018; Pass, Mastroyannopoulou, Coker, Murray & Dodd, 2017). 3.3. 연구 주제3.3.1. 내용 4-7세 아동 부모들에게  언제, 어떻게 접근해야 “아이들에게 실패할 기회를 달라” 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요? 3.3.2. 참고 문헌조너선 하이트 그레그 루키아노프(2019). 나쁜 교육 “미국 최악의 엄마” 아이 놓아기르기 Free-Range Ki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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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젠더 기반 폭력과 긍정적 남성성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좀 더 들여다 보았습니다.
*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해당 글은 기존에 작성되어 업로드된 글들과의 연속성을 갖습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이전 글들을 보고 해당 글을 읽어주세요![연구원정] 젠더 기반 폭력 예방을 위한 긍정적 남성성엔 어떤 것들이 영향을 미치게 될까? [연구원정] 젠더기반폭력과 남성성의 요즘 연구는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1. 서론1) 연구 주제 소개남성성은 단순히 생물학적 성별에 기반하지 않고, 특정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형성되는 행동 규범과 가치 체계로 정의된다(Connell, 1995). 한국 사회에서 전통적 남성성은 유교적 전통과 가부장적 가족 구조에 기반해 권위와 지배, 경쟁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정병삼, 2011).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 남성성은 젠더 기반 폭력, 젠더 갈등과 같은 부정적인 사회적 결과를 초래하며, 이는 사회적 통합과 젠더 평등(성평등)을 저해한다. 최근 들어 대안적 남성성, 긍정적 남성성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긍정적 남성성은 연대와 책임감을 강조하며, 젠더 평등을 지향하는 새로운 남성성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한유진,김민지, 2022). 본 연구는 긍정적 남성성 형성과 젠더 기반 폭력 예방의 상관관계를 탐구하며, 특히 가족, 또래, 미디어, 교육제도, 정책적 환경과 같은 사회적 요인이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석하고 정책적 함의를 마련하고자 한다.2) 연구 목적과 중요성연구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 째, 남성성의 개념과 역사적 맥락을 분석하고, 젠더 기반 폭력과의 연계를 규명한다. 둘 째, 긍정적 남성성 형성을 촉진하기 위한 사회적 요인의 구체적 역할과 경로를 탐색한다. 셋 째, 젠더 기반 폭력 예방을 위해 실질적인 정책적 교육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 가변하고 있는 남성성에 있어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태도, 반응, 인식 등을 통해 긍정적 남성성을 규정하고, 해당 긍정적 남성성에 영향을 주는 영향 요인 간의 역할, 경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며 정책적 수립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3) 기존 연구와의 차별성기존 연구는 주로 전통적 남성성과 젠더 기반 폭력, '젠더 갈등' 등 부정적 상관관계를 논의하거나 특정 사회적 요인을 개별적으로 분석하였다(정병삼, 2011). 그러나 본 연구는 긍정적 남성성 형성과 이를 촉진하는 사회적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젠더 기반 폭력 예방을 위한 구체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2.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 검토1) 남성성의 개념과 역사적 맥락Connell(1995)은 남성성을 사회적 권력 관계 속에서 형성된 규범으로 정의하며, 이를 지배적 남성성, 협력적 남성성, 배제적 남성성으로 구분하였다. 지배적 남성성은 권력과 지배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이는 가부장적 태도와 젠더 기반 폭력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협력적 남성성은 연대와 책임감을 강조하며, 젠더 평등을 지향하는 대안적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한유정 & 김민지, 2022). 역사적으로 남성성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났다. 산업화 이전에는 생계부양자와 보호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되었으나, 산업화와 도시화 이후에는 경쟁과 성취를 중시하는 남성성이 부각되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성평등 의식이 확산되면서 전통적 남성성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2) 젠더 기반 폭력과 남성성젠더 기반 폭력은 성별 간 불평등한 권력 관계에서 비롯된 폭력의 모든 형태를 포함하며, 주로 여성과 소수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젠더에 기반한 차별과 폭력의 연속선" 연구는 지배적 남성성이 젠더 기반 폭력의 주요 원인임을 보여주며, 협력적 남성성이 이를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정병삼(2011)은 가정폭력과 같은 젠더 기반 폭력이 가부장적 남성성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반대로, 협력적 남성성과 성평등적 태도는 젠더 기반 폭력을 줄이는 데 효과적임을 입증하였다.3) 남성성 형성 영향 요인가. 가족의 영향 : 가족은 남성성 형성의 초기 단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정병삼(2011)의 연구는 가정 내 폭력적 환경이 남성 청소년에게 가부장적 태도를 학습시키고, 폭력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기여한다고 분석하였다. 이 연구는 3년 동안 청소년 500명을 대상으로 종단적 데이터를 수집하여, 가정폭력 경험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남성 청소년의 폭력성과 가부장적 태도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구체적으로, 아버지의 권위적인 태도나 부모 간의 폭력적 상호작용은 청소년에게 남성성을 지배력과 통제력으로 이해하게 만들었다. 반면, 연구는 부모 간 평등한 관계와 민주적인 양육 방식이 청소년에게 협력적이고 성평등적인 태도를 학습하게 만든다는 점도 강조하였다. 이는 가정이 긍정적 남성성을 촉진하는 중요한 환경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나. 또래집단의 역할 : 또래집단은 청소년기와 성인기 모두에서 남성성 변화의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한유정 & 김민지(2022)의 "20대 남성의 성평등 인식: 지배적 남성성 규범과 능력주의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연구는 20대 남성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또래집단에서의 성평등적 상호작용이 긍정적 남성성을 촉진하는 데 기여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전통적 또래 문화에서 권위와 경쟁을 중시하는 태도가 젠더 불평등을 재생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였다. 하지만 성평등을 강조하는 또래집단은 협력과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남성성 모델을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또래 간의 평등한 대화와 비폭력적 문제 해결 방식은 남성 청소년과 성인 남성 모두에게 성평등적 가치와 행동을 내재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 미디어의 영향 : 미디어는 전통적 남성성을 강화하거나 긍정적 남성성을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젠더에 기반한 차별과 폭력의 연속선" 연구는 미디어 콘텐츠가 성역할 규범을 형성하거나 변화를 촉진하는 강력한 도구임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는 TV 프로그램, 광고, 영화 등에서 전통적 남성성을 이상화하는 메시지가 남성의 폭력적 행동과 성역할 갈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고 지적하였다. 반면, 성평등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는 긍정적 남성성을 학습하는 데 기회를 제공한다. 연구는 젊은 남성들이 성평등적 캠페인과 콘텐츠를 소비할 때, 전통적 남성성에 대한 도전과 새로운 성역할 규범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예를 들어, 미디어에서 돌봄과 책임감을 중심으로 한 남성상을 제시하는 캠페인은 남성의 태도와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다.라. 교육제도의 기여 : 교육은 남성성 형성에 가장 체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인이다. "다문화 청소년 종단조사 및 정책방안 연구"는 다문화 청소년 1,200명을 대상으로 성평등 교육이 청소년의 태도 변화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분석하였다. 이 연구는 성평등 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이 성역할 규범에 덜 얽매이고, 협력적 남성성을 학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교육 프로그램의 구체적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로, 성평등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전통적 성역할 규범을 약화시키고, 여성과의 상호작용에서 비폭력적이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성평등적 남성성을 촉진하는 중요한 환경임을 강조한다.마. 정책적 환경 : 정책적 환경은 남성성 형성과 젠더 폭력 예방에서 제도적 기반을 제공한다. "생계부양자모델 전환기의 젠더규범과 출산 의도" 연구는 육아휴직 같은 젠더 평등 정책이 남성의 돌봄 역할을 강화하고, 협력적 남성성을 촉진한다고 분석하였다. 이 연구는 정책이 남성의 행동 변화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다루었으며, 특히 부성휴가를 경험한 남성들이 돌봄과 가족 내 평등한 역할 분담에 더 적극적임을 강조하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성휴가를 사용한 남성의 70% 이상이 긍정적 남성성 태도를 형성했으며, 이는 젠더 기반 폭력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연구 주제와의 함의 이러한 선행연구들은 본 연구의 주제인 긍정적 남성성 형성과 젠더 기반 폭력 예방에서의 사회적 요인의 역할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 각 사회적 요인은 남성성 형성에 중요한 환경으로 작용하며, 특히 가족, 또래 집단, 미디어, 교육, 정책적 환경이 상호작용하며 남성성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이론과 선행 연구를 근거로 하며 설문 문항을 개발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어떤 문항으로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선행 연구 탐색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수정 필요 - 정확하게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병삼. (2011). 가정폭력이 남자 청소년의 가부장적 남성성과 폭력성에 미치는 종단적 영향. 한국청소년연구, 22(1), 5-28. 한유정, 김민지. (2022). 20대 남성의 성평등 인식: 지배적 남성성 규범과 능력주의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문화와 사회, 30(2), 101-161. 젠더에 기반한 차별과 폭력의 연속선. (2018) 다문화 청소년 종단조사 및 정책방안 연구. (2020).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생계부양자모델 전환기의 젠더규범과 출산 의도.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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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새로운 금융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 🚀 지난 글 [연구원정] 소셜섹터기업의 민간재원 활용 모색에서 이어집니다. 🔊들어가며, 본 연구는 소셜섹터기업의 민간재원 자본조달을 목적으로 크라우드 펀딩 활용의 이점을 확인하고, 재원다각화의 도구로서 크라우드 펀딩의 역할을 확인하기 위해 출발하였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디지털 환경에서 기업가와 투자자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기존의 금융방식과 다른 형태의 자본 접근이 가능합니다. 구체적으로 대중의 일상적인 가치와 의견을 반영하고 있으며,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보상시스템을 제공하는 등 혁신적인 요소의 결합으로 이뤄진 자금조달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Lehner, 2013). 때문에 소셜섹터기업에게도 크라우드 펀딩이 기존의 금융과 다른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떤 연구들이 있어왔나요? Moritz & Block의 ‘Crowdfunding: A literature review and research directions’에서는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는 세 주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모아 분석하였습니다. 펀딩을 받고 싶은 기업가, 투자자, 그리고 펀딩을 관리하는 플랫폼(중개자)이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는 주요 행위자입니다. Moritz & Block(2016)는 크라우드 펀딩에 관한 학계의 주요 관심사는 ‘참여하고 있는 기업가와 투자자의 동기’, ‘크라우드 펀딩의 성공요인’, ‘각국의 크라우드 펀딩 법률체계’라고 정리합니다. 실제로 많은 연구들에서 펀딩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 문제, 투자자들의 투자 결정 기준, 제공되는 정보의 종류 등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행위자들 중 중개자, 즉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집중했습니다. 새로운 자본조달 방식으로서 크라우드 펀딩을 연구할 때, 중개소의 역할을 하는 플랫폼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주식형 크라우드 펀딩에 국한하여 연구한 Mochkabadi & Volkmann의 ‘Equity crowdfunding: a systematic review of the literature.’에서는 대부분의 주식형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평균적으로 프로젝트의 약 90%를 거절하고 있다고 합니다(Klöhn and Hornuf 2012; Lukkarinen et, al. 2016). 그 만큼 크라우드 펀딩의 성공여부, 품질관리, 리스크 관리 등에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선행연구들에서는 플랫폼의 형태, 제공 서비스 등에 따라 프로젝트 성공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를 연구해왔습니다. Rossi & Vismara가 연구한 ‘What do crowdfunding platforms do? A comparison between investment-based platforms in Europe.’에서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성공에 기여하는 요인을 찾았습니다. 프로젝트 시작 전(Pre-launch service), 진행 중(Ongoing Campaign service), 이후(Post Campaign service) 서비스에 해당하는 총 16개의 요인들이 프로젝트 성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프로젝트 시작 전에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성공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플랫폼의 펀딩 방식에 따른 성공여부를 분석한 연구도 있습니다(Maeschle, 2012; Wash & Solomon, 2014). 🚩나의 연구질문 선행연구를 통해 보다 뾰족하게 만들어본 연구목표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의 역할이 한국소셜섹터기업의 (보상형 및 기부형) 크라우드 펀딩 성공에 미치는 영향요인 분석입니다. 연구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여전이 존재합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일반금융기관과 달리, 펀딩 자금을 모아두지 않으며, 크라우드 펀딩을 위한 최소한의 금액설정, 성공여부에 따른 보상정책, 각 행위자 간의 관계 등에서 특별한 매커니즘으로 작용합니다(이선희 외, 2020). 그리고 플랫폼은 유형에 따라, 국가에 따라, 또한 플랫폼 자체에 따라 각각 다른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기 때문에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프로젝트 개입 정도도 다양합니다. 때문에, 상이한 플랫폼의 역할을 확인하고 유형화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선행연구에서 펀딩 성공요인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펀딩을 요구하는 기업가의 역량과 투자자의 동기, 플랫폼의 역할 사이에 중복되는 변수들이 나타났습니다. 마지막으로, 크라우드 펀딩의 결과가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프로젝트 성공과 자본조달의 성공은 다른 의미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이후 연구여정은 국내 크라우드 펀딩의 현황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해외 선행연구와 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 그리고 국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보며, 연구를 보다 구체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참고문헌 이선희, 이상윤, & 윤찬민. (2020). 크라우드펀딩팀 다양성이 크라우드펀딩성과에 미치는 영향. 신산업경영저널, 38(1), 71-95. Lehner, O. M. (2013). Crowdfunding social ventures: a model and research agenda. Venture Capital, 15(4), 289-311. Mochkabadi, K., & Volkmann, C. K. (2020). Equity crowdfunding: a systematic review of the literature. Small Business Economics, 54, 75-118. Maeschle, O. (2012). Rationing of excessive demand on crowdinvesting-platforms (Thünen-Series of Applied Economic Theory, Working Paper No 126). Retrieved April 10, 2013, from http://www.econstor.eu/handle/10419/74657* Moritz, A., & Block, J. H. (2016). Crowdfunding: A literature review and research directions (pp. 25-53). Springer International Publishing. Rossi, A., & Vismara, S. (2018). What do crowdfunding platforms do? A comparison between investment-based platforms in Europe. Eurasian Business Review, 8, 93-118. Son Turan, S. (2015). Stakeholders in equity-based crowdfunding: respective risks over the equity crowdfunding lifecycle. Journal of Financial Innovation. Wash, R., & Solomon, J. (2014). Coordinating Donors on Crowdfunding Websites. In Proceedings of the 17th ACM conference on Computer supported cooperative work & social computing (pp. 38-48). ACM. ⓒ date. YJ, Ro.,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향후 작성자의 학술적 연구를 위한 초안으로, 작성자의 허락없이 복사, 인용, 배포,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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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전세사기 연구의 선배님, 주거불안 당사자에 대한 연구들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 *본 게시물을 보기 전, 앞선 게시물을 보고 오시면 이해가 더욱 쉽습니다.1편)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2편) 전세사기를 제대로 연구하려면 먼저 고려할 것들 (들어가기 앞서) 2024년 11월 20일, 대법원에서 중요한 판결을 했습니다. 부산 전세사기 가해자 최모씨에 대해 사기죄 법정최고형인 징역 15년형을 선고한 1심, 2심 판결을 확정한 것인데요. 전세사기 가해자인 최씨가 형이 너무 과하다며 상고한 것을 기각한 것입니다. 이 판결은 향후 전세사기에 대한 형사재판에 주요 판례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대법원에 올라오기 전, 가해자 최씨에게 검찰 구형 13년형보다 더 높은 15년형을 선고한 부산지법 박주영 판사가 작성한 판결문이 화제였습니다. (피해자를 감동시킨 판결문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위 사진 또는 여기 클릭) /// 나이오트와 함께 연구원정을 시작한지도 이제 9주가 흘렀습니다. 연구라는 놀라운 세계를 이리저리 헤매고 있는데, 그럴 가치는 있는 것 같네요. 연구의 광대한 세계 앞에 한없이 겸허해지는 시점입니다. 그렇다면,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를 연구하겠다는 저의 고민은 어떻게 뻗어나가고 있을까요? 전세사기는 최근 몇년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대표적인 주거불안의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예전에도 이런 주거불안 사례들이 있었을까요? 그리고, 그것은 학계의 연구활동과 우리 사회의 부동산 제도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저의 궁금증은 여기서부터 출발합니다. 1️⃣ SLR : 나의 연구주제에 관한 연구동향은 어떠한가요?  주거불안 관련해서 권위있는 연구자의 문헌분석 연구를 찾으려고 애썼지만, 찾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주거학회에서 발간한 디지털 네트워크 분석을 통한 주거 연구 키워드 동향 분석 (이소연, 김명주, 2020)이라는 논문을 보면서 그간의 연구동향을 파악해보려고 했습니다. 지난 캠페인즈 글에서 리뷰했던 한국주택학회의 30년간 연구동향을 텍스트마이닝 기법으로 분석한 연구와 유사합니다.  이 논문에서는 1990년부터 2019년까지 30년간의 주거 관련연구의 동향을 정리하기 위해 키워드 분석방법을 활용합니다. 키워드 등장 빈도와 키워드 간 관계성을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30년간 부동의 연구주제 1위는 ‘공동주택에 대한 연구’였고, 시기에 따라 공동주택의 주거에 대한 세부주제는 달라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1990년대에는 신도시 및 ‘아파트’ 개발과 공급에 따른 물적, 양적 측면에서의 연구가 주를 이루었지만, 200년대 이후에는 ‘아파트’가 공동주택의 하위분류로 포함되고, 건물이 노후함에 따라 유지관리, 커뮤니티 등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진행되었다고 기술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했는데요. 어쩔수없이 통계 확보, 응용이 용이한 대단지 아파트 위주의 공동주택 연구가 주를 이루었겠지만, 빌라나 오피스텔 등 전세사기가 빈발한 비아파트 시장의 형성과 그 과정에 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시간에 따라 연구주제, 핵심 키워드 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개괄적으로 보는 의미는 있었지만 학계 내부에서 개념과 이론이 어떻게 정리되어 왔는지, 또한 어떤 논쟁이 있었는지, 중요한 논문이나 연구자는 어떻게 되는지 등은 확인하기 어려웠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2️⃣ Start Paper : 나는 어떤 논문들을 읽어왔나요?  기존 연구에 대한 문헌분석에서 논의를 더 이어가지는 못했고, 연구원정 4주차 때 학회와 논문을 파악하기 위해 검색하던 중 발견했던 논문들 중에서 흥미로운 논문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읽었던 논문을 소개합니다. 논문 1) 1970~80년대 시흥 지역 도시빈민 운동의 성장과 진화 (이동원, 2024) 핵심내용 : 이 논문은 1977년 복음자리 마을, 1979년 한독마을, 1986년 목화마을로 이어진 시흥지역 도시빈민 정착공동체 운동의 성장과 진화 과정을 조명하면서 ‘도시빈민은 자본주의화, 도시산업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집단이며, 도시빈곤과 빈곤의 재생산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주장을 입증합니다.  평가 & 고민 : 어쩌면 ‘도시빈민’이라는 키워드가 제 연구방향을 잡아가는 실마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이 논문에서 언급된 선행연구를 따라다니며 그간의 도시빈민과 주거불안의 사례를 제대로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논문 2) 1971년 광주대단지 사건 연구 (김수현, 2006) 핵심내용 : 1971년, 현재 성남시 구도심 지역에서 ‘광주대단지 사건’이라는 도시봉기가 일어났고, 그 이면에는 서울에서 무허가정착지 철거민들을 집단이주 시키면서 도시 공간을 재구조화하려는 국가의 의도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광주로 이주한 철거민과 세입자들이 주를 이룬 도시빈민대중은 열악한 현실에 방치된 끝에 자발적이고 미조직적으로 사건을 일으켰으며, 경찰서, 출장소, 관용차량 등 국가장치에 대한 집단폭력을 행사하고 공권력과 대치하는 등 적극적이고 봉기적인 항의양식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도시봉기는 이후 사회운동이 발전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분석합니다. 평가 & 고민 : 광주대단지 사건은 도시화 과정에서 발생한 중요한 사건임에도 생각보다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에서 도시를 어떻게 개발하고, 철거민을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게 치울지 고민했던 모습과 그에 저항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망하며 주거불안-정책 변화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탐색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키워드인 ‘도시화’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논문 3) 1960년대 후반 서울 도시근대화의 성격 - 도시빈민의 추방과 중산층 도시로의 공간재편 - (박홍근, 2015) 핵심내용 : 산업화는 도시화를 통해 완결되지만,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도시화가 산업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측면에서 권위주의 군사정권은 도시화 과정에도 사활을 걸었습니다. 그 결과, 서울의 도시개발 과정에서 서울의 중산층을 위한 시민아파트 사업과 도시빈민을 도시에서 보이지 않게 지워버리는 광주대단지 이주와 같은 행정 집행을 통해 서울은 중산층을 위한 도시로의 공간재편이 일어난다고 분석합니다. 평가 & 고민 : 서울의 도시계획, 도시개발 과정을 통해 정책당국은 주거불안을 어떻게 대처했는지, 그리고 이후의 주거불안 흐름도 어떤 배경에서 생겨나게 된 것인지 맥락 이해에 도움이 된 논문이었습니다. 반세기도 훨씬 더 전의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가 뿌리에 닿은 느낌이었습니다. 논문 4) 서울 대도시권 신도시 개발의 성격 - 광주 대단지와 분당 신도시의 비교 연구 (한상진, 1992) 핵심내용 : 성남시는 광주 대단지 사건으로 대표되는 낙후된 기존 시가지와 분당 신도시 개발로 대표되는 신시가지 개발이 공존하는 이중적 도시 구조를 지니게 되었는데, 이는 서울시에 종속된 기형적 공간 구조 속에 성장해온 실패한 도시 계획의 산물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리고, 중앙 정부 차원의 균형적인 국토 계획이 부재한 가운데 서울 대도시권의 팽창이 제어되지 못한 것도 하나의 배경이 된다고 말하고 있네요. 신도시 개발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울 대도시권의 기능 분산을 근본적으로 모색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담고 있습니다. 평가 & 고민 : 이 논문은 앞선 논문을 읽는데 계속 언급되었던 중요한 논문이었습니다. 앞서 다루었던 광주 대단지 사건과 우리가 흔히 ‘부촌’으로만 알고 있는 분당신도시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그 이면에는 실패한 도시 계획과 균형적인 국토발전 전략의 부재가 있다고 하는 주장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지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무엇보다도, 도시 개발 과정에서 도시빈민과 세입자, 원주민 등 다양한 계층이 어떻게 반응했고, 어떤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논문이었습니다.  논문 5) 서울시 철거민운동사 연구 - 철거민의 입장을 중심으로 - / 김수현(1999) 핵심내용 : 저자는 정부는 철거민들에게 적절한 주거대책을 수립함으로써 그들이 극단화되지 않도록 막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위해 무허가정착지의 순기능을 이해하고, 그 기능을 공공임대주택이 대체할 수 있을 때까지는 정부가 주민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 철거민운동사의 교훈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대체주택인 공공임대주택의 관리, 운영 문제점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결론을 맺습니다. 평가 & 고민 : 철거민으로 대표되는 주거약자들의 현실과 당사자들이 조직적으로 대응한 사례, 정책에 끼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서술하고 있어서 기존에 대표적인 주거불안 당사자였던 철거민의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연구 지형을 조망해보는 논문이기도 했고, 지금 우리가 겪는 주거불안은 이들의 투쟁과도 맞닿는 지점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활동가로서도 흥미롭게 읽었고, 연구자로서도 주요하게 참고하게 될 논문이 될것 같습니다. 3️⃣ Key Paper : 내가 찾아 낸 Key Paper를 공유해주세요. 위 언급한 논문들을 읽다보니 결국 저의 고민에 앞서 매우 심층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분석하신 분의 논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주거정치와 계층화 : 자원동원형 사회서비스 공급과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탄생, 1970-2015 (김명수, 2018) 핵심 내용 : 저자는 약 40년이 넘는 기간의 주택공급과 주거정치의 맥락을 총망라하면서 우리는 왜 세입자들의 보편적인 주거권 운동이나, 대안적 주거형태가 말살된 채로 주택의 상품화, 금융화가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우리는 왜 각자도생의 ‘생존주의 주거전략’을 채택하게 되었는가를 분석합니다. 그 결과, 국가의 주택공급 전략과 도시화 계획에 따라 철거민을 위시한 주거약자는 부분적인 제도변화를 이끌어낸 것으로 타협한 채 밀려났고, 도시의 중산층은 너도나도 자가주택 소유권을 확보하는 것에 몰두하는 흐름이 지배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주택금융이 활성화되며 더욱 가속화되었고, 결국 각자도생을 선택하는 생존주의 주거전략과 자가소유자 중심의 주거정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다만, 이런 식의 주거정치는 주거와 불평등을 둘러싼 분배갈등 속에 사회적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계층화를 조장하는 등 문제를 낳을 소지가 크다고 지적합니다. Key Paper로 선정한 이유 : 시기별 국가의 주택공급 전략, 주거불안 사례, 주택금융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백과사전같은 연구내용이어서 저의 연구방향에 제일 중요하게 참고할 논문이 될것 같습니다. 또한, 박사학위논문에 걸맞는 탄탄한 연구 설계와 분석, 참고문헌 등 연구란 것이 무엇인지를 정말 잘 배울 수 있는 논문이어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평가 & 고민 : 이렇게 체계적인 이론 위에 한국의 도시화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주거불안의 사례와 현재를 조망하는 논문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기쁩니다. 제가 구상하는 연구에서 주요하게 참고할 가장 중요한 논문일 것 같고, 연구방향에 대한 영감과 연구설계에 대한 참고도 가능한 좋은 자료가 될것 같습니다. 시기적으로는 현재의 전세사기 대란은 이 논문이 나온 이후에 발생한 사건으로서 연결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철거민과 도시빈민 등 주거약자에 의한 정책변화 및 주거정치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이 논문의 분량이 워낙 방대하고 전문적인 내용이 많다보니 꼼꼼히 읽고, 정확히 숙지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워낙 잘 쓴 논문인 것 같아서 추가적으로 제가 연구하게 될 주제는 어떤 차별성을 가져야하는가 고민도 되는게 사실입니다.  4️⃣ 선행연구문단 : 나의 선행연구문단을 소개해주세요 앞서 읽은 논문들을 종합하자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박홍근(2015)은 1960년대 서울의 도시화 과정을 군사정권에 의한 근대화의 일환으로 벌어진 대규모 국가주도 사회건설 사업으로 해석하며, 시민아파트 사업 및 광주대단지 이주와 같은 도시빈민의 추방을 통해 중산층을 위한 도시로의 재편이 이뤄졌다고 분석한다. 특히, 한상진(1992)은 서울 대도시권의 폭발적인 성장과 이를 제어하기 위한 균형적인 국토 계획의 부재 속에 광주 대단지 운동이 촉발되었다고 분석하며, 김수현(2006)은 국가의 주먹구구식 행정에 의해 이주된 철거민과 전매입주자 집단이 광주 대단지 도시봉기를 불러왔음을 역설한다. 이에 대해 김수현(1996)은 무허가 정착지의 발생배경과 철거민 운동사를 조망하며, 정부가 무허가 정착지의 순기능을 이해하고 공공임대주택이 무허가 정착지를 대체하기 전까지는 주민을 보호하는 정책을 펼칠 것을 주장한다. 한편, 김명수(2018)는 한국 고유의 주택체계와 주택공급연쇄론을 제시하고, 1970년대 이후 주거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을 종합적으로 망라한 한다. 그리고, 시대별로 제기된 주거생존권 요구는 행정당국의 진압과 일부 제도적 타협을 계기로 힘을 잃었다고 분석하며, 이후 자가소유주택의 확대와 주택금융의 등장 흐름에 맞춰 주거정치는 자가소유자 중심의 생존주의적 주거전략에 좌우됨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전의 연구는 주택의 상품화와 금융화 이후 세입자의 주거불안, 구체적으로 전세시장의 금융화에 따른 주거불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망하지는 못한다. 도시개발이 이뤄지며 물리적 공간재편으로 인해 철거민으로 대표되는 주거약자의 대응과 한계에 대해 다룬 연구들은 존재하지만, 2008년 이후 본격적으로 금융화되기 시작한 전세시장과 세입자의 주거불안을 연결지어 분석하기에는 한계를 지닌다. 또한, 철거민의 물리적 공간재편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타 지역의 주민에게는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최근의 전세사기는 전국적으로 유사한 양태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가진다. 그런 점에서 이 연구는 2020년대의 대표적 주거불안 사례인 ‘전세사기’가 촉발한 보편적인 세입자의 주거불안과 당사자 조직인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의 대응을 살펴보고, 1970년대 이후 도시화 과정에서 발생한 주거정치의 관점을 적용할 때 어떤 의의와 과제를 지니는지 탐구해보고자 한다.  5️⃣ 나의 연구질문 : 선행연구문단에서 도출한 나의 연구질문을 소개해주세요. 이런 과정을 수행하며 저의 연구주제는 이런 식으로 조금 더 구체화되었습니다. (기존) 1970년대 이후 지금(2024년)까지 국내 도시 주거지역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및 주거불안을 경험한 사람들이 당사자 조직(ex :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을 구성하여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응 및 정책개선을 이끌어낸 사례를 탐색하자. (현재) 1960년대 이후 도시화 과정에서 주거불안 당사자들이 처했던 현실과 집단적 대응은 주거권 운동의 관점에서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앞선 사례를 볼 때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집단적 대응이 보편적인 주거권 운동으로 지속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가?  후기 1_연구논문을 열심히 찾다보니 이전에도 주거불안을 느낀 사람들이 존재했고, 개별적인 대응과 조직적인 대응도 나름대로 활발히 일어났던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다수의 국민에게는 자가소유를 통한 주거안정의 실현과 소수의 주거약자에 대해서는 주변적인 지원대책만 잔존하면서 보편적인 주거권 보장 운동으로까지 지속되지는 못했던 것을 알게 되었다.  후기 2_찾은 연구논문을 다시 한번 상세히 읽으면서 이전의 사례들을 좀더 꼼꼼히 숙지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아울러, 과거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을 때 현재의 전세사기 문제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 향후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집단적 대응이 주거 제도개선 등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시민운동으로 지속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고려해야할지 등을 연구해야할 것 같다. [덧붙이며]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를 분석할 때, 조금 더 분명한 이론적 틀거리가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선행연구를 통해 국가의 도시개발 과정이나 주택공급에 대한 이론적 방법론은 봤고, 이전의 철거민 등 주거약자의 사례 또한 과거사례를 기술하는 것들을 보긴 했습니다. 하지만, 전세사기는 도시개발로 인한 물리적 변동에 의한 주거불안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전세사기는 주택의 금융화, 그리고 그것을 촉발한 국가의 정책 실패가 주요 배경으로 지목되는데, 미리 조짐이 있었음에도 막지 못한 일종의 ‘사회적 재난’의 성격도 지닌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혹시 우리가 경험했던 ‘사회적 재난’와 그에 대응했던 피해자, 시민들의 행적을 분석한 방법론을 적용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참사, 그리고 가장 최근의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자연재해와는 다르지만, 국회 차원의 특별법이 통과되고 조사위원회가 통과된 걸 볼 때, 이런 사건들은 어느정도는 사회적 참사라는 공감대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활동은 어떤 이론으로 분석할 수 있는가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분량상 다 적지는 못하겠습니다만,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세월호 참사’를 분석한 논문을 보면 ‘재난 거버넌스’, ‘재난 시티즌십’이라는 이론이 등장합니다. 재난 거버넌스는 국가와 관료, 소수의 전문가 집단에 의한 ‘재난 관리’ 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했습니다. 자연재해를 어떻게 대비하고, 복구할 것인가 정도에 머무르던 ‘재난 관리’ 시스템에서는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이나 시민들의 참여 및 의사결정은 주변적인 위치에 머무릅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당사자들, 그리고 곁에서 함께했던 시민들은 전문성이나 발언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재난 대비-대응 과정에서 배제되기 일쑤라는 겁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참사’나 ‘세월호 참사’는 전통적인 자연재해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고, 기업의 고의적인 귀책과 국가의 방치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는 점과 사안이 워낙 복잡하고 어렵다는 특수성이 존재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논의는 전문성과 권위를 인정받는 소수의 전문가, 관료에게 주도된다는 것이죠. 이에 대응해 피해자들, 시민단체들, 대안적인 전문가들이 공동체의 재난 문제에 더욱 밀접하게 개입하고, 협력적인 의사결정구조에 참여하는 ‘재난 시티즌십’을 지니는 것은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에 우리가 지향해야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위 개념이 전세사기 이슈와 꼭 맞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재난이라는 전세사기 피해를 겪으며 원치 않게 전문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활동하며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들, 즉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가 있습니다. 관료, 학자, 변호사, 공인중개사 모두 자신의 전문 분야만 알 뿐이지, 피해자만큼 입체적이고 두루두루 아는 사람들이 없다는 걸 매일 체감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회적 참사와 마찬가지로 정책 입안이나 제도개선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른다는 한계도 존재하죠. 이런 공통점과 차이점을 감안하여 재난 거버넌스, 재난 시티즌십의 이론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의 활동을 해석하고, 시민운동으로서 평가하는 것은 어떨까 상상해봅니다. 연구와는 별개로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를 인터뷰하러 다니느라 바빴습니다. 전국 동시다발로 발생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각자도생하는 대신 피해자대책위를 조직하고, 공동으로 대응해 문제해결을 할 수 있도록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 매뉴얼>을 연말까지 제작해보려고 하는데요. (매뉴얼 제작 기획안) 지난주부터 대구, 경산, 부산, 경기, 인천의 피해자대책위를 만나서 피해자대책위 활동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으며,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도움을 주고받는 파트너는 어떻게 만나는지, 주의/참고사항 등을 인터뷰하고 있습니다. 일단 인터뷰는 다 했는데, 이제 녹취와 편집의 시간이 다가왔네요. 당장 연구원정과 병행하는게 쉽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를 연구하기 위한 1차 자료를 확보한 셈입니다. 향후 피해자대책위에 대한 질적연구로 소화할 수 있을지 여러모로 고민해보겠습니다.  <관련 논문> 가습기살균제 참사 대응 시민운동_이철재, 구도완 (2020) 재난 거버넌스의 정치적 동학 :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중심으로_임기홍(2020) 재난 관리, 재난 거버넌스, 재난 시티즌십_이영희(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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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아빠를 돌보는 딸… 이 청년에겐 보호자가 없다
서울 성북구 ‘최고 높은 곳’에 사는 부녀. 강하라(31) 씨의 하루는 아빠를 기다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강성종(60) 씨는 아홉 살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졌다. 하라 씨는 스물여섯 살이던 2019년부터 아버지 돌봄을 전담했다. 기자는 지난 14일부터 1박 2일 동안 이들의 일상에 동행했다.(관련기사 : <‘아빠는 아홉 살’… 돌봄청년 하라 씨와 함께한 1박 2일>) 이들은 4년째 상속재산분할 소송을 진행 중이다. 2020년 할머니가 숨을 거두자 친척들은 소송을 걸었다. 할머니가 부녀에게 물려준 언덕배기의 집 때문이었다. 믿었던 가족들에 대한 배신감보다 당장 변호사 비용을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안 그래도 레슨실 월세도 3개월째 밀리고 있는데 상황이 계속 악화되는 것 같아요.” 집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집이 재산으로 잡혀 있어 장애수당도 받을 수 없다. “아빠는 하우스푸어예요. 지적장애인은 가난했을 때 가장 혜택을 많이 줘요. 차상위계층, 기초생활수급자로 살면 연금이라도 나오고 뭐라도 받거든요. 근데 겸업은 안 돼요. ‘딱 100만 원(장애수당)으로 살든가, 일을 해서 100만 원을 벌든가’예요. 밸런스 게임처럼.” 하라 씨의 월 수입이 100만 원이 안 되는 달도 있다. 그런 때는 하라 씨의 노동시간이 더 늘어나기 마련. 하루 14시간씩 일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마케팅 외주를 받거나, 레슨실이 있는 건물 3층에서 사장님 일을 도와주고 알바비를 받는 식이다. “잠을 많이 못 자고 밥을 잘 못 먹거든요. 과로하고 그러니까 호르몬 리듬이 완전 깨졌어요. 그러면서 자궁근종이 생겼어요. 그때 알았어요. 잘 먹고 잘 자야 되는 거구나. 그런데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가 저한테 굉장히 어려운 과제인 거예요.” 과로는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났다. 그는 지난 2월 혈복강 수술을 받았다. 난소 근처에 있던 물혹이 터지면서 간까지 피가 차버렸다. “수술 마치고 제가 비몽사몽할 때, 의사 선생님이 아빠한테 수술 과정을 설명을 했나 봐요. 그런데 아빠는 저한테 그 내용을 전달 못해줬어요. 며칠 뒤에 간호사 선생님한테 여쭤보니까 수술하면서 왼쪽 난소를 절제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하라 씨에게도 ‘보호자’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비혼을 생각했던 하라 씨가 처음으로 결혼을 해야 할까 고민했던 계기이기도 하다. 아빠는 아픈 딸을 위해 미역국을 끓여줬다. 하라 씨는 그때부터 성종 씨가 “아빠 역할을 해주려고 노력했다”고 기억했다. 수술 이후 자궁내막증 치료제를 매일 먹는다. 담당 의사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약물에는 부작용이 있다. 그중 하나가 뼈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기타 레슨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하라 씨에게는 치명적이다. 완경 시기 여성들과 비슷한 골밀도 수치. 그는 올해 골감소증 진단을 받았다. 기타를 두 시간 넘게 잡고 있으면 손이 뻐근해지기 시작한다. “제가 아프거나 다쳤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이나 사람들이랑 소통을 계속해 둬야 해요. 혹시나 아빠나 제가 무슨 일이 생겨서 움직이지 못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려고요.” 하라 씨는 이날도 장애인가족지원센터로부터 ‘장애인 일자리’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면접에 앞서 준비해야 할 서류들을 전달받았다. 서류를 준비하고 이력서를 작성하는 것도 하라 씨의 몫이다. 성종 씨는 지난해 한 중학교에서 청소 노동자로 9개월간 근무했다. 하루 4시간 근무에 월급은 약 100만 원. 아파트에서 3개월간 경비 일을 한 적도 있었다. 다만 장애인 일자리는 같은 곳에서 근무를 연장할 수 없다. 정해진 기간이 만료되면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형태다. 성종 씨의 꿈은 카페 창업이다. 매일 커피를 직접 내려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이 그의 즐거움이다.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취득했지만, 중년 장애인인 그가 취업할 수 있는 카페는 없었다. “제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신체 활동에 문제는 없지만, 일상적인 은행이나 관공서, 병원을 혼자 가지 못합니다. 늘 제가 일하는 시간을 빼서 함께 다녀와야 했습니다. 저도 일하고 쉴 수 있도록 활동지원서비스를 원했지만, 심사 내용을 보면 모두 신체장애인에 맞춰져 있었습니다.”(2024. 10. 29. 국제돌봄의날 기념 증언대회, 강하라 씨 발언문 일부) 강종 씨가 받을 수 있는 복지 혜택은 딱 하나. 보호자 1인을 동반한 지하철 무료 탑승이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를 했다가 과태료를 물기도 했다. 지적장애인은 주차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나마 지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과태로의 절반을 감면해줬다. 하라 씨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러한 혜택(?)조차 받지 못했을 것이다. 성종 씨가 장애 판정을 받을 수 있었던 건 하라 씨 덕분이었다. 2019년 하라 씨가 아빠 성종 씨를 돌보기 시작하면서, 한글 공부도 같이 시작했다. 당시 아빠는 ‘안녕하세요’도 읽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하라 씨는 학습이 더딘 아빠와 병원으로 향했다. 지적장애 판정 검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그 과정도 되게 힘들었어요. 아빠가 글을 못 읽으니까 제가 언어치료 검사, TCI 검사, 기질검사 문항을 다 읽어 줬거든요. 200문항이 넘는 걸 세 시간 동안 다 읽어줬어요.” 검사 결과는 중증 수준의 지적장애. 등급으로 구분하면 2급이었다. 하라 씨는 아빠가 학습을 하기 위해 천 번이 넘는 학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종 씨에게는 활동지원 서비스가 제공되지는 않는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오셔서 질문을 해요. 근데 질문이 ‘혼자 샤워할 수 있는가’, ‘혼자 밥을 먹는가’, ‘외출해서 길을 찾을 수 있는가’ 이런 거예요. 그러니까 모든 질문은 신체 장애인에게 맞춰져 있더라구요. 아니면 지적장애 1급에만 해당되는 거죠.사실 저희 아빠는 이미 천 번을 반복하고 학습해서 (질문 속 행동들을 혼자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거든요. 그래서 안 된대요. 떨어졌어요, 심사에서.” 활동지원사가 없으니 그 자리를 채우는 건 24시간 하라 씨의 몫이다. 오전 9시에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직장을 가질 수도 없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도 사치다. 그나마 집과 가까운 곳에서 기타 레슨 수업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장애인가족지원센터나 지역 복지센터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취업을 위한 면접장이나 병원에 동행하는 서비스 등이다. 다만 이러한 복지 역시 누리는 것도 쉽지 않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자립을 위해 한 장애인복지관에 언어치료를 신청했는데, 4년 전쯤에 400번대 대기표를 받았습니다. 2년 전쯤에는 200번대였으며, 최근에 전화해보니 언어치료 선생님이 퇴사를 하셔서 공석이라 언어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무엇보다 아동 지적장애에 비해 성인 지적장애는 기회가 더 적습니다. 인지치료나 언어치료를 신청해도 아동이 우선이기에 기회도 없고, 치료받을 수 있는 곳도 없었습니다.”(2024. 10. 29. 국제돌봄의날 기념 증언대회, 강하라 씨 발언문 일부) 국가의 ‘돌봄’은 부족했다. 국가의 빈자리는 오롯이 딸 하라 씨의 인생을 ‘갈아넣어’ 채워야 한다. “지적장애는 원래 티가 잘 안 나요. 특히 아빠는 2급인데도 (사회성이) 많이 개발된 거고. 근데 약간 어수룩하죠. 눈치가 없다기보다는 상황 판단 능력이 빠르지 않은 거예요. 물건을 떨어뜨리면 주워야 되는데, 그걸 인식하기까지가 시간이 걸리는 거예요.” 성종 씨는 살갑고 정 많은 사람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왔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일은 손수 만든 커피 나누기.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기자에게 커피를 권했다. 그날 하루 동안 그가 주는 커피를 이미 넉 잔이나 마신 뒤였다. 자기가 내린 커피는 마셔도 잠이 잘 온다며 능숙하게 회유(?)하기도 했다. “괜찮아요. 이거는 마셔도 잠 잘 오는 커피야.” 그의 ‘남다른’ 사회성은 하라 씨와 할머니의 도움으로 길러진 듯했다. 오랫동안 두 사람은 성종 씨에게 ‘할 수 있어’, ‘괜찮아’ 하는 격려를 보내왔고, 그것이 그에게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됐다. 하라 씨의 인생에도 그런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는 ‘보호자’가 있었을까.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살면서 보호자가 있었다고 느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나마 떠오르는 건… 할머니?” 침묵 끝에 이야기가 이어졌다. 하라 씨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양육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 아빠 성종 씨는 아홉 살 딸을 할머니에게 맡기고 건설 현장에서 돈을 벌었다. 하라 씨는 일찍 어른이 됐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막내고모의 미용실에서 일하며 용돈을 벌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사교육 한번 받지 못했다. 이러한 성장기는 그의 가치관에도 영향을 줬다. “제가 태어난 것에 대해 원망한 적도 많았어요. 삶이 너무 힘드니까. 왜 나를 낳기만 하고 제대로 키우지도 않았지? 그런 생각. 그러다 보면 내가 훗날 가정을 이루고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자신이 양육자로서, 배우자로서 괜찮은 사람인가 하는 고민은 하라 씨를 괴롭혔다. 편부 가정이라는 점, 아버지가 지적장애인이라는 점, 아버지를 부양해야 한다는 점 역시 그에게는 ‘결점’처럼 느껴졌다. 다만 유년기의 기억이 언제나 괴로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아빠 성종 씨의 역할이 컸다. “아빠를 계속 돌볼 수 있는 건 과거의 기억 덕분인 것 같아요. 아빠는 주 6일, 7일 근무하면서도 쉬는 날마다 저 데리고 공원에 나가서 놀아줬거든요. 그 기억 속에 아빠가 너무 행복하게 웃고 있어요. 일 때문에 힘들어도 저를 정말 사랑하니까 그랬던 거잖아요.그런 게 (지금 제가 아빠를) 부양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인 것 같아요. 아빠가 잘 살아남았으면 좋겠어요.” 하라 씨는 자정이 돼서야 방문을 닫고 들어갔다. 거실 텔레비전에서는 CTS 기독교 방송 소리가 흘러나왔다. 동시에 작은방 미닫이문 틈으로는 드라마 소리가 들렸다. 성종 씨는 또 동시에 태블릿PC로 유튜브 영상을 보기도 했다. 하라 씨가 이불 속에 누울 때까지, TV 에서 흘러나오는 찬송가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여행 가고 싶더라고요. 사람이 없는 곳으로요. 오히려 혼자 있을 때 세상이 조금 더 자극적이에요. 너무 바쁘면 나뭇잎이 흔들리는 걸 느낄 수가 없어요. 저는 그 버드나무가 바람에 이렇게 흔들리면서 사르륵거리는 걸 좋아하는데….” ‘아홉 살’ 아빠를 돌본 지 5년. 하라 씨에게는 미래를 그리는 일은 사치스럽다. 일상을 버텨내는 것만으로 버겁다. 그는 차라리 회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빠도, 빚도, 잿빛 미래도 없는 곳으로. 하라 씨는 잠에 빠진 뒤에야 ‘자기만의 방’으로 들어갔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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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활용을 결정하는 기술
국방 기술결정론 by 🍊산디 사막 언덕에서 보초를 서던 당신은 한 목동이 양을 몰고 반대편 언덕 위에 올라온 것을 발견합니다. 당신은 테러 조직이 종종 민간인 특히 어린 목동들을 정보원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목동은 몸을 돌리더니 당신이 알지 못하는 언어로 무어라 읊조립니다. 소년은 테러 조직에게 당신의 위치를 알리는 것일까요, 혹은 그저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일까요? 당신의 총구는 목동을 겨누고 있습니다. 이 일화는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소장인 폴 샤레가 쓴 <새로운 전쟁>에 등장합니다. 이라크 전쟁 중 그가 직접 겪은 일이자, 그가 여전히 꾸고 있는 악몽의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는 결국 총을 쏘지 않았고, 목동은 테러 조직의 정보원이 아니었습니다. 폴 샤레는 무고한 민간인의 삶이 자신의 총구 안에 들어왔던 그 순간 자신이 내릴 수 있었던 오판 가능성에 두려워하면서 전쟁터에서 AI의 자율적인 판단은 결코 완전할 수 없음을 역설합니다. 현장의 복잡성과 미묘한 맥락을 AI가 완전히 읽어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백악관은 지난 17일, 바이든과 시진핑이 핵무기 이용은 인간에 의해서 통제(control)되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이 정권 교체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번 합의는 바이든과 시진핑의 마지막 대면 만남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합의가 추가 회담이나 조약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권 교체 전 세계 정세를 안정화하려는 듯한 바이든의 마지막 행보 속에서 그의 움직임은 의미심장합니다. 미래전은 어느덧 현대전이 되었고, 세계는 정보전을 넘어선 지능전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AI는 이미 전쟁에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인간과의 통신이 불가능하게 된 AI 드론이 ‘적’을 판단하여 살상했고, 팔레스타인 전쟁은 감시와 학살의 기술에 힘입어 더 큰 비극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제 AI는 전쟁에서 인간의 의사결정을 보조할뿐 아니라 자율적 의사결정을 통해 공격 실행까지 수행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전쟁 행위자가 되었습니다. 군사적 긴장 상태에서 의사결정 오류는 전쟁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군사적 의사결정이 ‘기계의 속도’로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바둑의 수를 계산하는 AI처럼, AI의 자율적인 결정에 근거해 전쟁이 치러지는 상황을 상상해봅시다. 주식시장과 달리 전쟁에는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서킷 브레이커도 사이드카도 없습니다. 인류는 영문도 모른 채 세계 대전을 치르게 될지 모릅니다. 세계는 전쟁을 규율할 새로운 규칙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AI의 ‘결정’에 대한 인간의 ‘통제’는 특히나 중요한 기제입니다. 이번 합의에서 바이든과 시진핑은 핵무기 사용 여부에 대한 결정을 인간이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The two leaders affirmed the need to maintain human control over the decision to use nuclear weapons). 이는 핵무기 사용을 인간이 ‘결정’하도록 하는 것과 다릅니다. AI가 핵무기 사용을 ‘결정’했을 때, 인간이 그 결정을 중단하는 등의 ‘통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전쟁에서 인간의 역할은 AI의 결정을 ‘통제’하는 데 있습니다. AI에 대한 인간의 통제는 여러 방식으로 설계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지스함은 예상되는 위협의 유형에 따라 함장이 원하는 제어 방식을 선택하고 이를 구현합니다. 거대한 이지스함 전체가 함장의 군사 철학에 따라 구현되는 것이지요. 이지스함에서의 의사결정은 함장과 선원에 의해서 통제되며, 이지스함의 작동은 언제든지 하드웨어 장치에 의해 중단될 수 있습니다. 이지스함의 사례는 함선의 구성원이 기계의 특성을 어떤 철학에 근거하여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폴 샤레는 이를 ‘이지스 공동체’라고 지칭합니다. AI가 미래 경제, 군사력 경쟁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미중 양국의 군사력 경쟁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세계 질서의 균형추가 빠르게 흔들리는 지금, AI 군사 안보는 단순히 ‘효율적’인 살상 기술을 개발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군사 공동체가 어떤 철학을 갖고 AI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도록 할 것인지 논의하고, 점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논의가 뒷받침 되지 않는 AI 국방 담론은 기술결정론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 읽어보기- 민-군 모두의 이중 용도 기술(2024-10-23)- 전쟁과 죽음의 기술(2023-10-30)- 자동화된 아파르트헤이트(2023-05-15)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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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아홉 살’… 돌봄청년 하라 씨와 함께한 1박 2일
낮은 빌딩들 사이 가파른 1차선 좁은 길을 버스가 올라갔다. 서울 성북구 ‘최고 높은 곳’에 강하라(31) 씨가 살고 있다. 아홉 살 지능의 아버지 강성종(60) 씨와 단둘이. 기자는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두 사람과 함께했다. 갈색 벽돌이 겹겹이 쌓인 양옥 주택.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 철문 옆에서 나뭇가지를 치고 있던 강성종 씨를 만났다. 그는 반갑게 미소를 지었다. 반쯤 감긴 눈이 아이처럼 반짝였다. 하라 씨는 줄곧 아빠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 성종 씨가 케이크를 포크로 찍는 순간 하라 씨가 입을 열었다. “아빠, 기자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어?” 하라 씨는 아빠에게 ‘매너’와 ‘주도성’을 가르치고 있다. 성종 씨는 기자가 사간 케이크를 입에 넣으며 멋쩍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우리 딸은 꼭 표현을 하라고 해요.” 지난 10일은 아빠 성종 씨의 생일이었다. 하라 씨에겐 1년에 한 번 때 맞춰 축하하는 것도 버겁다. 적게는 하루 12시간, 많게는 14시간씩 일을 하면, 밤 10시가 훌쩍 지난다. 지적장애인 아버지를 부양하고, 3000만 원이나 되는 빚을 갚으려면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작년에 너무 힘들어서 심리상담을 받았는데, ‘딸 연습’을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빠를 돌보기 시작한 지 4년째였던 지난해. 하라 씨는 휴식이 절실했다. 일과 간병의 굴레는 죽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때 만난 심리상담사가 은인이었다. 그는 하라 씨가 보호자의 역할만 하고 있다며, ‘딸 역할 해보기’를 권했다. 아빠를 통제하고 책임만 지는 게 아니라, 어리광도 부리고 부탁도 해보라는 거였다. 하라 씨가 아버지 돌봄을 전담한 건 2019년부터다. 그전까지는 성종 씨의 노모, 즉 하라 씨의 할머니가 아들과 손녀를 돌봤다. 할머니 건강이 악화되면서 요양을 위해 시골로 가셨고, 이듬해 돌아가셨다. 집에는 단출한 두 식구만 남았다. 처음엔 각자 생활비를 벌었다. 성종 씨는 일용직 건설 노동자로, 하라 씨는 기타 레슨과 각종 아르바이트로. 넉넉한 형편은 아니어도 마주 앉아 밥을 먹을 여유는 있었다. 아빠에게 집안일을 가르치고, 한글 공부도 시작했다. 그때는 ‘그래도’ 견딜 만했다. 불행은 예고 없이 닥쳐왔다. 지적장애인 성종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30여 년간 일용직 노동자로 생계를 유지했다. 긴 세월 ‘막노동’에 몸이 버티지 못했다. 어깨와 무릎의 연골이 찢어졌다. 허리 디스크도 두 군데가 돌출됐다. 그때부터 지적장애인 아빠를 돌보는 건 온전히 하라 씨 몫이 됐다. “기자님, 여기부터가 진짜 영케어러의 일상이에요.” 영케어러(Young-carer). 아픈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이나 청년을 가리키는 말. 하라 씨는 ‘진짜 일상’을 보여주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자세를 고쳐 앉아 성종 씨를 마주 봤다. 오늘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연체된 보험료였다. 성종 씨가 5개월간 미납한 보험료는 82만 3770원. 하라 씨는 절반씩 부담하자고 제안했다. 돈 이야기에 성종 씨이 표정이 굳었다. “아빠가 지금까지 치료받는다고 병원비 많이 썼잖아. 그동안 낸 돈 일부 환급도 받고, 앞으로 나갈 치료비도 생각하면 (보험) 부활 시켜야 돼.” “돈 없어. 놔둬.” “보험 없앨 거야? 그럼 아빠 아프거나 다치면 수술도 못 받아. 100만 원 낼 거, 300만 원 내야 될 수도 있어. 자전거 타다 넘어지면 수술 못 받는다고. 아빠 나이 더 많아져서 보험 들려고 하면 보험료도 더 비싸져. 지금 빨리 반반 내자.” 부녀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하라 씨는 알아듣기 쉬운 말로 설명하려고 애썼다. 성종 씨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돈이 없는데 어떻게 돈을 내냐는 식이었다. 하라 씨는 대안을 제시했다. 두 달치 미납금만 먼저 해결하자는 것. 성종 씨가 입으로 쩝 소리를 내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어떻게 하면 된다고?” 타협 뒤에는 해결할 숙제가 생겼다. 은행 애플리케이션에 들어가 계좌이체를 하는 것이다. 하라 씨는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직접 계좌이체 화면에 접속할 때까지 기다린다. 성종 씨의 손가락이 핸드폰 액정 위에서 방황했다. 서른 번 넘게 해 본 일이지만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오늘은 제 일정이 여유로워서 괜찮아요. 만약 제가 퇴근하고 밤 9시, 10시 돼서 들어왔는데 이런 일들을 밤에 또 해요, 그러면 일이 끝나지가 않는 거죠.” 성종 씨가 계좌이체를 하는 데 걸린 시간 30분. 아빠가 핸드폰을 쥐고 분투하는 동안, 하라 씨는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한다. 성종 씨가 포기하려는 타이밍에 약간의 힌트를 주고 응원을 하는 요령도 생겼다. 출근하기도 전에 하라 씨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은 아빠를 헬스장에 바래다주고 레슨실로 가는 일정이 남아 있었다. 성종 씨는 오전에 10분 운동하고 왔다며 헬스장 가기를 거부했다. 하라 씨는 능숙하게 아빠를 회유(?)했다. 성종 씨가 운동하는 모습을 취재하면 좋지 않겠냐는 말이었다. 성종 씨는 그제야 나갈 채비를 했다. 한 손에는 그가 직접 내린 커피를 챙겼다. 헬스장에 있는 트레이너 선생님에게 줄 선물이다. 부녀의 걷는 모습은 참 재미있다. 토끼와 거북이 같달까. 하라 씨가 잰걸음으로 빠르게 앞서 걸으면, 성종 씨는 뒤에서 느릿느릿 주변을 둘러보며 걷는다. 하라 씨는 이동 중에도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에게 이동 시간은 장애인가족지원센터, 기타 레슨생, 레슨실 사장님과 연락하는 시간이다. 이따금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한숨을 쉬며 성종 씨를 재촉하기도 한다. 역시나 한 쪽 귀에는 전화기를 대고서. 성종 씨는 딸의 한숨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고등학교 동창들과 있었던 일화를 기자에게 들려줬다. 그는 지난 2월 서울 숭인동에 있는 진형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곳은 평생교육시설로, 학급 평균 연령이 67세에 달한다. 동년배들이 대학에 진학한 이야기, 87세 초고령 학생 이야기가 뉴스에 보도된 일은 그의 자랑거리다. “아빠, 나 기자님이랑 레슨실 가 있을 테니까 운동 마치고 7시까지 레슨실로 와. 너무 일찍 오지 말고. 알았지?” 성종 씨는 운동에 흥미가 없는지 헬스장 이곳저곳을 배회했다. 5분 동안 자리를 세 번이나 옮겼다. 처음에는 트레드밀, 다음에는 상체, 다음에는 하체.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헬스장에는 장애인 재활을 돕는 트레이너 선생님이 있다고 해서 등록했다. 그것도 하라 씨의 역할이 컸다. 국제구호개발 단체인 월드비전에서 ‘자기계발비’ 지원을 받았다. 언덕배기 집에 살면서 고도비만에 관절까지 좋지 않은 아빠를 위한 일이었다. PT 20회를 끊고 남은 돈은 언어치료, 인지치료, 재활치료비로 쓰인다. 남은 돈은 이제 겨우 10만 원 남짓이다. 하라 씨가 헬스장으로, 여러 치료센터로 아빠를 보내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가 지금 어디 있는지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 아빠는 동묘 앞 벼룩시장을 즐겨 찾았다. 성종 씨는 고장 난 데스크톱, 노트북, 모니터, CD 등을 ‘바가지를 쓰고’ 비싼 값에 사온다. 그리고 작은 방에 숨겨둔다. 아빠의 ‘보물’을 찾아내 고장난 것을 골라 버리는 일은 하라 씨의 몫이다. 심지어 아빠가 밖에 나가서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은 적도 있었다. 하라 씨는 그를 “어딘가에 꽂히면 완전히 몰두한다”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실종신고를 몇 번 하기도 했다. 지능이 7~9세 수준인 아빠가 밖에서 사고라도 당할까봐 늘 노심초사한다. 다행히 성종 씨는 지인 집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내가 미혼모도 아닌데 왜 이렇게 해야 할까, 그런 생각도 들고, 평범한 가정이 너무 부러운 시기도 있었고…. 그냥 그런 평범한 것들이 좀 부러웠던 거 같아요. 지금은 부러워하진 않아요. 소용이 없으니까.” 하라 씨는 헬스장에 아빠를 데려다 놓고 레슨실로 향했다. 지하철로 네 역 떨어진 곳에 있는 3층짜리 건물. 그곳에 하라 씨의 레슨실이 있다. 이날은 두 타임만 소화하면 퇴근할 수 있는, 비교적 여유로운 일정이었다. 저녁 6시를 조금 넘기자, 갑자기 레슨실 안으로 성종 씨가 들어왔다. 하라 씨는 눈을 질끈 감았다. 수강생에게 복습하고 있으라는 말을 남기고 아빠를 데리고 나갔다. 레슨실 옆 빈 공간에서 성종 씨는 한글 공부를 했다. 3층에 있는 학원 아르바이트생에게 지도를 부탁한 것이다. 하라 씨의 일상은 늘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하라 씨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돌아와 기타 레슨을 이어갔다. “저녁식사는 보통 3층에 계신 학원 사장님이랑 같이 해결해요. 제 사정을 생각해주시는 고마운 분이죠.” 하라 씨는 식비를 쓰지 않는다. 웬만하면 3층 학원 사장님이 끼니를 때울 때 숟가락 하나 더 올려 같이 먹는 식이다. 혹은 운영하는 블로그에 협찬을 해준 식당에서 해결한다. “사람들은 제가 ‘돈미새(돈에 미친 사람)’인 줄 알아요. 근데 상관없었어요. 저는 먹고살려고 하는 거니까.” 레슨이 끝났다. 레슨실 한쪽에 있는 테이블에, 밑반찬 세 개뿐인 조촐한 저녁상이 차려졌다. 성종 씨는 자연스레 식사를 시작했다. 하라 씨는 이날도 쉽게 숟가락을 들 수 없었다. 아직 할 일이 남았다. 하라 씨는 또 다른 일을 준비하고 있다. 기타 레슨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어려웠다. 기타 레슨은 수능시험 직후, 학교 방학 기간, 새해, 졸업 시즌 등이 성수기다. 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수입을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성종 씨 돌봄 비용에 레슨실 월세와 관리비, 병원비, 공과금 등을 내면 남는 게 없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하라 씨를 ‘돈미새’로 만든 결정타는 다름 아닌 친척들이 날렸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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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빅테크와 민주주의 위기 : 사고의 확장은 어떻게 갇히는가
한나 아렌트의 말 독일 출신의 작가이자 나치의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한나 아렌트는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¹을 말했다. 스스로 악한 의도를 품지 않아도 당연하고 평범하다고 느끼는 일 중 무엇인가는 악이 될 수 있으며, 인간은 누구나 그 악의 평범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을 두고 사방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어떻게 누가 봐도 학살하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의심 없이 상관의 명령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할 수 있느냐, 그런 점을 어떻게 인류가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이냐.” 등이었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그에 대한 비판들을 다 읽고 난 뒤 명징하게 들었던 생각은 단순했다. 끼리끼리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 당시 노트에 작성했던 메모를 조금 옮겨보면 이렇다. “아, 끼리끼리가 이렇게 위험한 거구나. 끼리끼리 사이의 대화나 공유되는 정보는 그게 맞냐, 틀리냐가 중요하지 않구나. 그게 맞든 틀리든 상관없이 그저, 내가 속해 있는 공간과 사람들 사이에 좋다고 공유되면 되는 거구나. 또 우리 사이에 공유되는 건 다 맞고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구나.” 또 다른 결론도 있었다.  “소위 권위 있는 사람들의 말이 다 맞는 건 절대 아니며, 권위가 정당성과 동의어가 아니다. 특정 개인이 가진 권위만큼 정당성을 부여받아서는 안 된다.”  아무리 유명한 학자, 정치인, 경제인, 선생님, 직장 상사, 회사의 대표라 할지라도 틀린 점은 반드시 있으며, 항상 맞는 말과 옳은 말은 하는 건 아니다. 또한 대중적인 플랫폼에 많이 공유된 것도 사실이 아닐 수 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내 생각조차 틀릴 수 있다. 중요한 건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럴때 나와 다른 생각과 의견이 궁금해지고, 찾아보고, 만나보고, 대화할 수 있다. 또 그런 부딪힘이 있을 때 비로소 사고의 확장이 나타난다. 만약 아이히만이 상관의 명령이고, 나 말고도 주변에서 다 하고 있고, 주변에서 저 사람 말이 맞고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는 이유로, 히틀러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가스실에서 수십 만의 사람들이 학살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AI는 사고에 결계를 친다 물론 이건 결과론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는 말이다. 나 역시 주변에서 다 맞다고 하는 걸 틀리다 말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런 어려움은 AI 시대인 요즘 특히 더 어렵다. 애초 내 생각이 틀렸나? 라는 생긱조차 하기가 힘들다. AI가 보여주는 콘텐츠들이 마치 온 세상이 "너가 맞아"라고 말해주는 듯한 착각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AI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 AI는 내가 웹상에서 만든 데이터를 수집해, 내 성향과 필요를 파악한 뒤, 알고리즘을 통해 내가 필요한 줄도 몰랐던 정보와 콘텐츠, 제품, 서비스를 보여준다.  이런 AI와 알고리즘을 다루는 건 디지털 플랫폼을 보유한 빅테크들이다. 그들의 강력한 AI와 알고리즘 기술력은 사람들이 그들의 플랫폼으로 모은다. 온갖 정보와 재미가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람들이 모일 수록 그들의 기술은 날로 향상되고, 플랫폼은 날로 커진다. 한편,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찾아주는 편리성은 일말 편리해 보이지만 그 편리성만큼이나 위험하다. 내게 맞춰 정보를 준다는 건, 내가 좋아하는 정보만 준다는 말이고, 내가 싫어하는 것 혹은 내 생각과 다른 것은 차단한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이는 내 사고 범위를 한계 짓는 것과 다를바 없다. 그림에서는 크게 그렸지만, ‘나’는 전체 세계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다. 전체 세계에는 결계가 없다. 즉,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5천만, 전 세계적으로 80억이 넘는 인구가 존재하며 각자의 삶의 배경과 환경, 경험이 모두 다르다. 때문에 전체 세계는 제대로 교류만 한다면 서로 다른 생각의 부딪힘을 통해 지수적인 사고의 확장을 일으킬 수 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한계 없는 사고의 확장이 가능하다. 나와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고, 생각하면서 사고의 충돌이 일어난다면 말이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이런 확장을 얻기가 어렵다. AI와 알고리즘이 내가 원하는 정보만 짧은 글과 영상으로 쏙쏙 뽑아서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정보들은 모두 내 생각과 비슷한 정보를 담고 있다. 이런 매커니즘에서는 다른 생각과 관점을 접할 수 없고, 그 결과 의견 충돌도 그것을 통한 사고의 확장도 일어날 수 없다. 또한, 짧은 콘텐츠에만 익숙해지다보면 긴 호흡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퇴화된다. 사고의 확장은 생각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생각하는 능력을 퇴화시켜 버리니 사고의 확장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빅테크의 AI와 알고리즘은 활용 방식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생각을 차단함으로써 사고 확장에 결계를 치고, 짧은 콘텐츠만 보여줌으로써 생각하는 능력을 퇴화시키기 때문이다. 가장 무서운 건 AI가 내 생각이 맞다고 말해준다는 것 결계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 가장 무서운 점은 빅테크 플랫폼이 모두 "네가 맞아"라는 콘텐츠만 보여준다는 점이다. 아무리 찾아도 내가 원하는 정보만 혹은 내 생각이 합당하다 말하는 콘텐츠만 나온다면, 마치 내가 아는 게 세상의 전부인 양 생각하게 된다. 결계 밖에 무수히 많은 다른 생각이 있음에도, 결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내 눈과 귀에 달콤한 콘텐츠로 장벽을 치니 밖으로 나갈 수도, 나갈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의 위험성은 확증편향이다. 내 생각만 맞고, 옳다는 착각이다. 다른 생각을 접해야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빅테크의 운영방식은 그 기회를 원천 차단하고 결계를 강화한다. 그 결과 다른 생각이 있다는 것도, 다른 생각을 접해야 한다는 생각도 못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내 생각이 세상의 전부가 되는 것이다. 한편, 이를 방치하면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 되고,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 된다. 그리고 결계 밖은 틀린 사람들만 있는 위험한 세계가 된다. 결계 밖의 세상이 이상한 사람들로 가득하다면 나갈 필요가 없고, 그들과 교류할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편향된 세계관이 더욱 좁아지는 것이다. 물론 우연히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마주칠 수도 있다. 돌부리는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있는지도 몰랐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불쾌하듯,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불쾌하다. 더구나 그 사람이, "네 생각은 틀려"라고 말한다면? 불쾌를 넘어 분노할 것이다. 하지만 불쾌와 분노는 내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금세 사라진다. 빅테크 플랫폼에서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주고, 내 생각이 맞다고 말해주는 콘텐츠를 찾아보고 쉽게 안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요즘 빅테크와 그들의 AI, 알고리즘, 플랫폼이 무섭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내 생각만 맞고, 옳다는 편협성을 키우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은 편협성 민주주의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건 편협성이다. 민주주의는 한 가지 생각만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서로 부딪히고, 부딪히고, 또 부딪힐 때 발전할 수 있다. 그런 다양한 부딪힘 속에서 무엇이 사회를 위해서 더 좋은 것인지,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무엇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지 논의되고 관련 제도와 정책이 마련될 수 있다. 좋은 민주주의에는 다양성이 중요한데, 편협성은 그 다양성과는 정반대에 서서 다양성을 폄하한다. 이러한 편협성의 득세를 막고, 다양성의 확대를 만들기 위해선 공론장이 있어야 한다. 공론장이란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고, 모으고, 토론하고, 토의하고, 의견을 나누는 곳이다. 제대로 된 공론장이 있다면, 그 사회의 민주주의는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빅테크가 운영하는 플랫폼은 이런 공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알고리즘을 통한 운영방식이 편협한 생각만을 강화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이 더 확대된다면 다른 의견은 틀리고 필요 없으며, 논할 가치가 없고, 그런 것들을 논하는 공론장 역시 필요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빅테크가 민주주의의 적이 될 수 있는 이유다. 한때 SNS가 다양한 의견이 넘치고 부딪히는 공론장이 될 수 있을 거란 시각도 있었다 페이스북이 처음 등장했을 때,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공론장이 탄생하고 민주주의가 확대될 것이란 시각이 있었다. 더이상 언론사나 정부에서 보여주는 대로가 아니라, 시민이 직접 자신만의 시각대로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필리핀의 언론인 마리아 레사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필리핀 두테르테 정부의 언론 자유 탄압에 맞서 싸운 것을 인정받아 2021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또다른 공동 수상자였던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도 푸틴에 맞서 언론 자유를 위해 싸운 걸 인정받아 수상했다. 페이스북이 새로운 공론장과 민주주의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 생각했던 마리아 레사는, 두테르테 정부의 언론 탄압에 맞서 싸우며 소셜미디어가 여론을 어떻게 조작하는지 몸소 경험했다. 그 뒤 그는 이렇게 말했다.² “소셜미디어는 민주주의가 발생하는 현장인 우리가 공유하는 현실을 파괴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뉴스를 전하는 바로 그 플랫폼이 사실에 대해 편견을 갖게 한다.” “기술은 우리를 거짓말 바이러스에 감염시키고 서로 싸우게 만들며, 두려움과 분노와 혐오를 자극하거나 심지어 불러일으키고, 전 세계 권위주의자와 독재자의 부상을 가속화한다.” “기술 기업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저지하지 않으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공론장이 될 거라 생각했던 소셜미디어는, 공론은 없고 혐오와 가짜뉴스로 사람들을 자극하고 생각을 조장하는 플랫폼일 뿐이었다. 마리아 레사는 페이스북이 그런 조장을 가만히 두며, 오히려 부추긴다고 비판한다. 한편, 페이스북이 그렇게 된 건 돈 때문이다. 플랫폼이 돈을 벌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분노와 선동으로 강한 감정을 자극하는 것”³이다. 사람들은 혐오와 자극적인 콘텐츠에 반응하고 모인다. 사람이 모인 곳에는 광고가 찾아가고, 광고는 수익을 가져온다. 페이스북이 혐오와 가짜뉴스, 조작 콘텐츠를 밀어주고, 방관한 이유다. 마리아 레사는 더는 소셜 미디어가 새로운 공론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지 않는다. 페이스북을 고쳐보려 했지만, 무의미할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있다. 플랫폼이 문제면 플랫폼을 떠나면 되고, AI가 문제면 AI를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럴 수 없다. 오늘날 AI와 플랫폼은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쓸 수밖에 없는 강제적인 기술이 되고 있다. 강제적인 기술이 되어가는 AI와 플랫폼  강제적인 기술이란, 사회 속에서 생활하려면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기술을 말한다. 가령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이 없는 지역의 주민은 개인용 자동차를 쓸 수밖에 없다. 가까운 마트나 병원, 편의시설에 가려고 20km를 걸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변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고 싶지 않아도 사용하게 되는 기술이 강제적인 기술이다. AI와 플랫폼 역시 마찬가지다. 빅테크 중 AI를 상용화 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사회도 AI 개발이 거스를 수 없는 필연인듯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를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개인은 물론이고 회사에서도 소셜 미디어 등 플랫폼 활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예를 들어 보자. 회사원이 있다. 콘텐츠를 만들었다. 콘텐츠를 우리 회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여줘서 유입 시켜야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람들이 자주 쓰는 소셜미디어에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다. 만약 그 플랫폼이 AI를 활용해 광고를 하면 일개 회사원은 일하면서 본인도 모르게 AI를 쓰게 된다. 쓰지 않고 싶어도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쓸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플랫폼과 AI다. 이럴수록 플랫폼과 AI, 알고리즘은 점차 힘을 얻는다. 그들이 힘을 얻을 수록 이용자들은 그들 정책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메타와 구글은 광고 정책을 시도 때도 없이 바꾸며, 어디에 어떻게 문의해야 하는지 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들은 플랫폼의 정책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문의처 찾기보다 적응하는 게 더 빠르고 편하기 때문이다.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플랫폼 정책에 사용자들이 끌려가게 되면, 플랫폼은 그들이 원하는대로 콘텐츠를 유통시킬 수 있다. 자사 기준에 부적절 하다면 지우거나 노출을 제한시키면 그만이다. 이렇게 되면 앞서 말했던 개별 사람들의 사고 확장도, 더 나은 대안과 사회, 환경에 대한 담론도, 자신 생각을 마음껏 이야기하는 공론장도 더는 존재하기 어려줘 진다. 오히려 플랫폼 자체가 일개 개인의 비전과 방향성만 확산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의 비전의 확성기가 된 X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의 일등 공신은 일론 머스크였다. 트럼프 역시 일론 머스크를 “새로운 스타(New Star)”라며 치켜세웠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효율성 위원회에 소속되어 정치권에서도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유세 기간 동안 일론 머스크는 X에서 트럼프 지지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더 나아가 민주당이 이민자들에게 투표권을 주고 있다는 음모론을 퍼트리기고, 트럼프는 총을 맞았는데 왜 해리스는 안 맞냐는 등 믿지 못할 발언을 하기도 했다. 블롬버그는 이런 모습을 “2억 명이 넘는 팔로워를 위한 트럼프 광고판으로 만들었다”며 비판했다. 한편,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트윗이 많이 공유되지 않으면 직원들에게 알고리즘을 고치라고 명령하고, 그렇지 않을 시 해고하겠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실제 직원 한 명은 해고됐다. 당시 머스크의 트윗은 910만 명이 리트윗했는데, 조바이든 대통령의 트윗은 2,900만 명이 리트윗했었다. 이에 대한 불만이었다. 결국, X의 엔지니어들은 알고리즘을 수정해 일론 머스크의 트윗이 가장 우선(first)적으로 보여지도록 수정했다. 일론 머스크의 행동은 권위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비전과 방향성을 위해 수 억 명이 이용하는 플랫폼을 자신의 비전과 방향성만 옳다고 말하는 플랫폼으로 변질시킨 행위다. 이렇게 되면 플랫폼 내에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적어지고, 특정 개인의 비전과 방향에 맞는 콘텐츠들만 남게된다. 남은 이용자들은 특정 개인의 비전과 방향에만 물들 가능성이 커진다. 사실 일론 머스크의 X 사례는 특수한 경우다. 공개적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대중이 모르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 경우는 탈퇴라를 통해 직접적인 저항을 할 수도 있다. 실제 일론 머스크의 이런 행태에 반대해 X를 탈퇴하는 사례도 많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플랫폼과 AI는 강제적인 기술이다. 탈퇴해봤자 또다른 빅테크가 운영하는 플랫폼을 이용해야 하는 건 변하지 않는다. 그저 이 플랫폼은 제발 다르길, 이라고 믿어야 할 뿐이다.  또다른 대안이 있다면 빅테크가 아닌 새로운 기업이 만든 대안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안 플랫폼으로 넘어간다 해도, 그 대안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과 경영진이 앞선 플랫폼들의 문제점들을 동일하게 갖고 있다면 문제는 또 발생할 것이다.  AI, 알고리즘, 플랫폼, 빅테크 비전에 대한 공론이 필요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런 아세모글루와 사이먼 존슨은 AI 등 기술의 발전이 결코 진보와 동의어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이 공유된 번영 즉 모든 사람에게 혜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기술의 발전은 소수의 배만 불리고, 그들의 의제와 비전만 유통되게 만든다며 아래처럼 경고한다.³ 우리가 오늘날 목도하고 있는 것은 공공선을 향해 멈추지 않고 전개되는 진보가 아니라 강력한 테크놀로지 리더들이 공유하는 비전이 발휘하는 영향력이다. 그들의 비전은 자동화, 감시, 대규모 데이터 수집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공유된 번영을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있다. 또한 그들의 비전은 소수 지배층의 부와 권력을 증폭시키는 동시에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데,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회는, 그리고 사회에서 담론의 강력한 게이트기퍼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테크 업계의 억만장자와 그들이 말하는 의제에 홀려 있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새 제품과 알고리즘이 얼마나 놀라운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뿐 아니라 그것들이 사람을 위해 쓰이는지 사람에게 적대적으로 쓰이는지에 대해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한 말 중 중요한 또다른 말은 "테크놀로지는 그것의 기저에 있는 비전과 떨어져 존재하지 않는다"³는 말이다. 이것이 사회 전체가 기술의 비전에 대해 말해야 하는 이유다. 한 사람의 비전만으로 플랫폼이 운영되면 그의 비전과 방향만을 말하는 플랫폼이 되고, AI와 알고리즘이 그 비전과 방향의 확산을 위한 도구가 된다. 하지만 사회 전체가 논의 해서 비전을 만든다면, 사회 전체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AI와 알고리즘을 그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공론화를 해야한다. 당연히 그것을 공론화해서 대화를 할 수 있는 공론장과 플랫폼이 필요하다. 디지털 공론장은 가능할까? 안정감이 다양성의 장벽이 되고 있지는 않나? 플랫폼 스스로 “우리 조직은 민주적인가?”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디지털도 무수한 발전을 이뤘다. 개인적으로 더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광장에 다 같이 모여 공론장을 만들자는 말은 먹히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기술이 발전했다면, 그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게 더 낫다. 때문에 공론장 역시 디지털 공론장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게 가능한가라는 물음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디지털 공론장을 운영하는 플랫폼 역시 추구하는 바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추구하는 것에 맞는 콘텐츠가 가득하도록 플랫폼을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 플랫폼에도 그런 것을 선호하는 유저들이 모일 것이라 생각한다. 안정감이 들기 때문이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구나, 저기는 내 생각을 받아주며 안전하겠구나, 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 안정감이, 생각이 다른 조직과 개인의 참여를 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 환경 옹호 콘텐츠가 절대 다수인 플랫폼에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들어올리 만무하다. 그렇게 되면 결국 결이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커뮤니티 플랫폼이 되지, 다양한 의견들이 모여서 부딪히고, 새로운 대안이 나오는 공론장이 될 수는 없다. 대형 플랫폼이 AI와 알고리즘으로 같은 생각만 보여주는 것처럼, 결이 비슷한 사람들만 모인 곳에서는 내 생각과 같은 이야기들만 마주하게 되고 그결과 다른 것과 부딪힐 때 생기는 사고의 확장은 일어날 수 없게 된다.  진짜 좋은 공론장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환영하고, 오히려 끌어와서 활발한 논의를 만들어 내는 곳이다. 또 진짜 좋은 디지털 공론장 플랫폼은 같은 생각만 모이는 것을 반대하며, 다른 생각을 가진 단체와 개인을 끌어오고, 다른 관점을 가진 단체와 개인이 안심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운영되는 곳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디지털 공론장 플랫폼을 운영하는 조직이 내부적으로 다양성을 존중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조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해 X로 변경하고 난 뒤 보여준 모습은, 다양성을 가장한 개인적 선호를 확산한 것이었고, 민주적이라고 할 수 없는 독선이었다.  만약, 디지털 공론장 플랫폼을 운영하는 조직이 내부에서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고,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그 플랫폼 역시 일론머스크의 X처럼 될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은 특정 개인이나 경영진의 시각에 맞는 사람들과 단체들만 모이게 되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공론이 아닌 자신들에게만 필요한 공론을 확산시키는 플랫폼으로 변질될 것이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처럼, 민주주의 부실성 역시 어느 조직에게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모든 조직과 사람들이, 혹은 최소한 플랫폼을 운영하거나 속해 있는 사람들이 “우리 조직은 민주적인가? 우리 조직은 다양성을 갖추고 있는가?”를 묻고, 사회에 “우는 사회는 지금 민주적인가? 혹은 일부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이끌려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질문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빅테크와 그 경영진들이 기술이 발전이 우리에게 준다고 말하는 실체없는 비전에 눈이 멀어, 실제 벌어지고 있는 피해에 대해서는 제대로 논의를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야말로 개인이, 조직이, 사회가, 내・외부적으로 의사결정을 민주적으로 하고 있는지, 다양성을 받아들이는지, 다양한 목소리를 허용하고 있는지 물음을 던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런 물음을 던지고 확산시키는 데에 AI를 활용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모아서 안전하게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필요로하는 디지털 공론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참고 문헌 ※ 1)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한나 아렌트/ 한길사/ 2016) p.349  2) <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마리아 레사/ 북하우스/ 2022) p.17, 372 3) <권력과 진보> (대란 아세모글루・사이먼 존슨/ 생각의 힘/ 2023) p.45, 57, 517, 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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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15명 연루된 입시비리 사건, 입학생은 처벌 없다? [교수 엄마와 가짜 고대생]
불법 과외생은 ‘부정입학자’가 됐다. 현직 음대 교수한테 불법 성악 과외를 받았고, 그 교수한테 대입 실기시험도 치뤘다. 숙명여자대학교 성악과 부정입학자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숙명여대는 부정입학자들을 입학 취소하지 않았다. 입학취소 근거가 숙명여대 학칙에 명시되어 있는데도. 지난해 경찰 수사부터 올해 1심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숙명여대가 부정입학자들 상대로 진행한 후속 조치는 없다. 교육부도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확정되면” “모니터링할 예정”이라는 소극적인 입장. 교육부와 대학 본부의 방치에, 심사위원을 매수했던 ‘부정입학자’들만 멀쩡히 학교를 다니고 있다. 입시비리 사건의 최대 수혜자인 이들은 형사 처벌도 받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6월, 음대 입시비리 혐의로 17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17명 중 현직 교수인 ‘입시 브로커’를 포함해 대학 교수가 15명이다. 이들은 청탁을 받아 대학 입학 실기평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자신이 과외해준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준 걸로 드러났다.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학부모 2명도 함께 송치됐다. 이 중 한 명이 추○○ 안양대학교 음악과(성악 전공) 교수다. 추 교수는 숙명여대 외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본인의 과외생들에게 최고점을 주는 등 부정 입학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추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1월까지 총 5885만 원의 현금을 챙겼다. 이번 음대 입시비리 사건에서 유일하게 구속 기소됐다.(관련기사 : <심사위원 매수해도… 숙대, 부정입학자들 취소 안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최대 수혜자인 부정입학자들은 피의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왜 그럴까? 최용문 변호사(법무법인 예율)는 부정입학자를 형사 처벌하기 어려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부정입학자도 같이 처벌이 되려면 ‘공동정범’(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 인정돼야 해요. 그러려면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요. 첫 번째로 실행자와 부정입학자가 같이 공모를 하고, 두 번째로 실행 행위를 분담해야 합니다.그런데 현실적으로 부정입학자들이 부정행위나 청탁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면, 수사기관에선 입증하기 곤란할 겁니다.” 지난 2020년부터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보도한 은행권 채용비리 사건에서도 부정입사자는 형사 책임을 지지 않았다. 채용비리로 논란이 됐던 은행들(우리·신한·국민·하나·대구·광주·부산은행) 중 형사 처벌을 받은 부정입사자는 단 한 명도 없다.(관련기사 : <8개월 취재, 보도로 부정입사자 23명 정리했습니다>) 실제 셜록이 보도한 ‘가짜 고대생’이 형사 책임을 진 게 이례적일 정도다. 이해슬(가명)은 ‘교수 엄마’의 권위로 대학원생 제자들을 동원해 만든 ‘가짜 스펙’을 이용해 고려대와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1심 법원은 올해 7월 업무방해 혐의로 이해슬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관련기사 : <교수 엄마 덕에 ‘가짜스펙’… 고려대, 입학취소 안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딸 조민 씨의 경우 역시 이례적이다. 검찰은 조민 씨를 입시비리 주도자로 봤다.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를 보름 앞두고 조민 씨를 뒤늦게 기소했다. 올해 3월, 조민 씨는 서울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려고 거짓 서류를 제출한 혐의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위 사례들처럼, 수사기관이 의지만 있다면 부정입학자의 공모 혐의를 밝혀내는 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실제 이번 음대 입시비리 사건에서도 부정입학자의 공모를 의심할 만한 증거는 이미 나왔다. 경찰은 불법 과외생이 교습비를 교수에게 직접 지급한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공개했다. 불법 과외생 A는 2022년 11월 25일 B 교수에게 교습비로 41만 원을 보냈다. 학생이 불법과외 사실을 알고 적극 관여한 걸로 볼 수 있는 증거. 그럼에도 경찰은 부정입학자들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 검찰로 송치하지 않았다. 교육부도 이번 음대 입시비리 사건을 계기로, 뒤늦게 부정입학생 입학 취소 근거를 마련했다.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2조의4(입학허가의 취소)에선 ▲거짓 자료 제출 ▲대리 응시 ▲학칙으로 정하는 부정행위에 대한 입학허가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이 중 학칙으로 정하는 부정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실효성을 높이고자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부정입사자에 대한 형사 처벌 근거는 마련하지 않았다. “입시 부정에 연루된 교원은 강하게 처벌하고, 예체능 실기고사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여 입시비리를 근절하겠습니다.”(오석환 교육부 차관, 2024. 6. 18.) 형사 처벌은 ‘입학사정관’에 한정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현행법은 입학사정관이 과외 교습 등을 통해 평가 대상 학생과 특수한 관계를 형성한 경우 그 사실을 대학의 장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위반 시 이에 대한 처벌 근거가 없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교육부는 입학사정관이 해당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을 경우 형사 처벌(5년 이하 징역, 5000만 원 이하 벌금)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추 교수 역시 숙명여대 실기시험에서, 심사위원들이 써야 하는 ‘사실확인 및 서약서’를 거짓으로 작성했다. 추 교수는 “직계자녀, 친인척, 지인이 지원했느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음악계도 부정입학자 형사 처벌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 소재 사립대 성악과 소속 C 교수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수사기관은 부정입학자들은 불법행위를 한 게 아니라고 보고 수사를 안 했을 수 있습니다. 교수들이나 학부모들이 입시비리에 관여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지요.하지만 (입시 비리로) 혜택을 받은 건 부정입학자들이잖아요. 불법 과외를 하고 (대입 실기) 심사를 한 교수가 구속돼 (1심에서) 유죄를 받았는데, 그러면 확실하게 부정입학자로 인해 불법 행위를 저지른 걸로 볼 수 있죠.” 추 교수의 불법 과외를 받은 학생 2명은 숙명여대 성악과에 합격했다. 배진명(가명)은 2022학년도에, 홍진명(가명)은 2023학년도에 각각 합격했다. 당시 추 교수가 숙명여대 성악과 입시 외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는데, 이들에게 응시자 중 최고점을 각각 부여했다. ‘부정입학자’ 배진명은 2022년 2월 한 클래식 공연에 소프라노로 참여했다. 해당 공연을 주최한 공연기획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배진명의 프로필에는 “2022학년도 숙명여대 성악과 합격”이란 문구가 여전히 적혀 있다. 1심 법원은 올해 8월 학원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추 교수에 대해 징역 3년과 추징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 추 교수는 1심 판결의 양형에 불복해 항소했다. 추 교수의 항소심 선고기일은 이달 29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장차 예술계에서 재능을 꽃피우겠다는 희망과 열정을 가진 수많은 학생들과 이들을 뒷바라지 하는 학부모들로서는, 피고인의 이와 같은 각 범으로 인하여 아무리 훌륭한 실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돈과 인맥 없이는 대학교 입학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또한 예술가로서 제대로 성장해 나가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극도의 불신과 회의감, 깊은 좌절감과 허탈감을 가지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1심 판결문 양형이유) 훌륭한 실력을 갖추더라도 “돈과 인맥이 없어” 음대 입학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피해자들. 배진명과 홍진명과 같은 부정입학자들은 이들이 정당하게 누려야 했던 혜택과 기회를 가로챘다. 이 뒤바뀐 인생을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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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경쟁, 흐려지는 권리의 경계
AI 윤리 뉴스 브리프 2024년 11월 셋째 주by 🎶소소 1.AI 안전연구소 출범과 국가 간 패권 경쟁 한국 AI 안전연구소가 출범을 준비하며 초대 소장으로 김명주 교수를 임명했습니다. AI 안전연구소는 AI 안전성을 평가하고 AI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를 위해 설립된 기관입니다. AI 안전을 전담하는 기관이 설립되었다는 기대와 함께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의 연구개발이 목적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산하에 설립된 AI 안전연구소가 AI 안전 문제를 사회적 문제보다는 공학적 문제로 협소하게 정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직 출범 이후에도 AI안전에 관한 공학-인문사회과학 학제 간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의 운영이 필요해 보입니다. AI 안전연구소는 AI 안전 정상회담 이후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 영국, 유럽, 일본, 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에 설립되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AI 안전연구소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 AI 안전연구소 네트워크’ 행사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글로벌 안전 표준 확립에 협력하고자 한다는데요. AI 안전이 기술적 안전성 문제를 넘어 국가 간 경쟁의 도구로 자리 잡아가는 가운데, 각국에서 자국 중심의 기술 규제를 선도하고자 하는 욕심이 어떻게 드러날 지 궁금합니다. AI 안전 협력 기조가 트럼프 정부 2기에서도 유지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지난주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모든 AI 규제를 철폐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AI 안전을 지금보다 더 자국 인프라 보호와 타국 견제를 위한 도구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된다며 화웨이 통신장비 수입을 금지하거나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의 중국 판매를 금지했던 것처럼요. 미국의 AI 기술을 보호하고 중국의 AI 산업 성장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AI 안전 또한 오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막 출범한 우리나라의 AI 안전연구소가 글로벌 경쟁 속에서 인간의 윤리적 가치 보호와 기술 진흥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더 읽어보기- 정체를 드러내는 각국 AI 안전연구소들(2024-10-21) 2.오픈AI의 저작권 소송 승소, 좁아지는 저작권자의 권리 오픈AI가 뉴스 웹사이트(Raw Story, AlterNet)에서 제기한 저작권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법원은 뉴스 콘텐츠의 AI 학습으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챗GPT가 뉴스 기사를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훈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성된 응답을 생성한다고 말이죠. 이는 오픈AI가 주장해온 공정 사용(fair use)를 지지하는 논리입니다. 또한 법원은 AI가 학습된 콘텐츠를 그대로 ’복제’해 생성했더라도 이를 오류로 간주하여, 오류가 수정되었다면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오픈AI는 뉴욕타임즈와의 소송사례를 언급하며 뉴스 텍스트를 그대로 복제된 경우가 의도된 기능이 아닌 현재는 재현되지 않는 드문 오류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제 기업은 ‘어떤 데이터를 학습하느냐(저작권 유무)’보다 ‘어떻게 생성물이 데이터를 그대로 복제하지 않게 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판결은 오픈AI 등 생성형 AI 기업을 대상으로 여러 저작권 침해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판결은 AI 학습으로 인한 저작권 침해 및 침해로 인한 피해 입증이 어렵다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판결이 지속된다면 저작권자의 권리 행사는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더 읽어보기- 생성 AI와 창작, 그리고 창작자(2023-11-15) 3.X도 (동의 없이) 퍼가요~ 11월 15일부터 X의 이용약관 개정에 따라 이용자가 게시하는 모든 콘텐츠는 별도의 로열티나 동의 절차 없이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비공개 계정으로 올리는 글, 사진, 비디오 모두 X의 AI Grok에 학습될 수 있습니다. 이용약관에는 사용자가 AI 학습에 자신의 데이터 사용을 거부할 수 있는 옵트아웃 옵션이 명시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현재는 데이터 사용 거부를 설정할 수 있지만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많은 사용자가 X를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 데이터를 AI 학습에 사용하겠다는 플랫폼이 처음은 아닙니다. 메타(Meta)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유사한 데이터 거버넌스 변경으로 논란이 되었습니다. 링크드인도 최근 별도의 고지 없이 사용자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했다가 사용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플랫폼들이 사용자의 데이터 권리를 위해 제공하는 옵션은 옵트아웃 정도입니다. 그나마도 옵트아웃을 위해서는 직접 설정하거나 별도의 양식을 제출해야 합니다. 아직 어떤 플랫폼도 사용자 데이터의 구체적인 보호 조치의 범위와 방식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이용약관의 새로운 평균이 되는 게 아닌지 걱정입니다. 🦜더 읽어보기- 데이터, 어떻게 팔아야 잘 판 걸까? ...팔아야 하는 걸까?(2024-03-25)- AI 학습용 데이터 팝니다(2024-03-04)- 이용자 몰래 데이터를 활용하고 싶은 기업들(2023-08-23)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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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파괴의 청사진 : 트럼프와 Project 2025
트럼프, 에너지 장관으로 기후위기 부정론자 임명 취임도 하지 않은 트럼프의 행보가 연일 언론사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는 벌써부터 내각을 구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에너지 장관(Energy secretary)으로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 리버티에너지(Liberty Energy) CEO를 지명했다. 그가 CEO로 있는 리버트 에너지는 셰일가스 추출 전문 기업이다. 트럼프는 크리스 라이트를 지목하며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이끌어냈으며 세계 에너지 시장과 지정학을 바꿔놓은 미국의 세일 혁명을 시작했던 인물”이라고 아낌없이 칭찬했다. 크리스 라이트가 에너지 장관임으로 임명되기 위해선 미국 상원의 승인을 받아야하지만, 미국 상원 역시 공화당이 승리해 무리없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 라이트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이다. 그는 지난해 자신의 링크드인(LinkedIn)을 통 “기후위기는 없으며, 위기는 기후 변화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퇴보적인 기회 억압 정책뿐이다”¹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기후변화를 빌미로 화석연료 기업을 억압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은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것” 트럼프는 공화당 전당대회부터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그 점에서 그가 기후위기 부정론자를 내각 인사로 임명한 건 특별할 게 없고, 오히려 자신의 공약을 더욱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가 전당대회에서 했던 기후 관련 발언과 공약 몇가지는 다음과 같다. 발언 “풍력은 녹슬고, 폐기물이 나오며 새를 죽인다. 풍력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에너지다.” “바이든의 파괴적인 발전소 규칙을 취소하고, 그가 만든 전기차 의무화를 종식시킬 것. “미래에는 모든 제조 공장, 데이터 센터, 반도체 시설과 조립 라인이 미국에서 건설되기를 원할 것입니다. 미국이 가장 낮은 에너지 비용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모두 미국에 있기를 원할 것입니다.” 공약파리기후협약 탈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 석유・석탄・가스 생산자에 대한 세금 감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승인 가속, 공공토지 석유 채굴, 핵시설을 포함한 수십 개 발전소 건설, 풍력 보조금 중단 외신 언론의 경우 트럼프 공약이 실행될 경우 환경적, 경제적 파장에 대해 분석한 기사를 연일 내놓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출 타격 등 경제적 파장만 주목해서 보도하고 있다. 환경적이든, 경제적이든 실제 트럼프의 공약이 실행될 경우 파장은 클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가장 큰 영향은 환경에 미칠 영향이다. 트럼프는 “풍력은 가장 비싼 에너지이며, 미국이 가장 낮은 에너지 비용을 갖게 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 대표적 재생 에너지인 풍력을 비싼 에너지라고 말하고, 셰일가스 회사의 CEO를 에너지 장관으로 임명한 것을 보면 그에게 가장 싼 에너지는 화석 에너지라는 게 명확하다. 또한, “모든 제조 공장과 데이터 센터, 반도체 시설이 미국에 있고 싶어할 것”이라는 말은 화석 연료로 만들어진 에너지를 기반으로 미국 내 모든 제조 공장과 반도체 시설, AI 데이터 센터를 가동시키겠다는 말이다. 트럼프는 화석연료가 가장 싼 에너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환경적인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화석연료는 가장 값 비싼 에너지다. 에너지의 전 주기적 영향까지 고려했을 때 가장 싼 에너지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다. 트럼프가 비싼 에너지라고 생각한 풍력은 가장 싸다. 에너지별 가격, 미국 원전 182$, 석탄 118$, 태양광 61$, 육상풍력 50$ 가격 경쟁력으로 봐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균등화력발전비용(Levelized cost of Energy Comparsion) 이란 발전소의 건설, 운영, 유지 보수, 연료와 연료비용, 폐기 등 모든 비용을 총 발전량으로 나눈 값이다. 즉, 같은 단위의 발전량당 어떤 에너지원이 가장 비싼지를 알려주는 지표로 발전소의 경제성을 알 수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LAZARD(라자드)가 올해 6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균등화력발전(LCOE) 기준 메가와트시 당 가장 비싼 전력원은 미국 원전으로 182$였다. 그 다음으로 높은 건 석탄으로 118$, 그 다음으로 지열 85$, 복합화력발전 76$, 태양광발전 61$, 육상풍력발전 50$였다. 가격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트럼프가 늘려야 할 건 석탄이 아니라 재생 에너지임을 알 수 있다. 트럼프가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혹은 알고서도 일부러 모른척 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공약집 어디에도 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는 표현은 한 글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그가 내건 공약은 미국의 대표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The Heritage Foundation)’에서 2023년 4월에 발간한 ‘Project 2025(Mandate for Leadership)’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보수주의 싱크탱크 해리티지 재단, 기후변화 부정 해리티지 재단은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성향의 민간 싱크탱크다. 그들은 1981년부터 보수성향 대통령 후보자 혹은 당선인을 위한 Mandate for Leadership(리더십을 위한 지침)을 발표하고 있다. 2025년에 발간한 보고서는 9번째 판이다. 해리티지재단은 “Project 2025 작성에 약 400명의 보수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보고서 발간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집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참여한 400명의 전문가 중 140명이 트럼프 집권당시 주요 요직을 차지했던 사람들로 구성됐고, 트럼프의 러닝 메이트였던 제이디 밴스(J.D Vance)가 프로젝트 2025 리더가 쓴 책의 서문을 썼기 때문이었다. 물론 트럼프는 이에 대해 부인했고, 해리티지 재단 역시 트럼프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일부 내용을 보면 트럼프의 공약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또한 실행되면 환경적으로도 재앙이다 싶은 내용이 많다. 몇 가지만 살펴보면 이렇다. 멸종 위기에 처한 종 보호법(ESA) 폐기 국립 기념물 폐기(National Monuments) : 국립기념물은 국립공원과 비슷한 역할을 하며, 미국 문화유산과 자연보호를 위해 지정한다 석유 및 가스 추출 극대화 대기청법 약화 환경 결정에 있어 지역 사회의 발언권 감소 화학회사 신뢰 강화 RA(인플레이션감축법) 완전 폐기와 청정 에너지 투자 무효화 기후변화 연구기관 12곳 폐기 900페이지가 넘는 내용을 일일이 다 볼 수가 없어서 관심있는 주제만 몇 가지 살펴봤는데, 이게 21세기 정책 제안서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한숨이 나왔던 부분은 해리티지 재단의 제안 중 일부가 실제 트럼프의 공약으로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IRA 법안의 폐기와 석유 및 가스 추출 극대화는 트럼프가 공약으로 말했고, 실제 이행할 것으로 보여지는 것들이다. 트럼프가 프로젝트 2025의 환경 정책을 이행하면 27억 톤의 탄소를 더 배출할 것 미국의 에너지 정책 기업인 에너지 이노베이션(Energy Innovation)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만약 트럼프가 프로젝트 2025의 환경 정책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행할 경우 오는 2030년까지 미국은 현재보다 27억 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이는 인도의 한해 전체 탄소 배출량보다도 많은 수치다. 가뜩이나 탄소 배출이 많은 미국이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게 된다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지구 온도상승을 막자는 파리기후협약은 절대로 달성될 수 없게 된다. 또한, 미국이 앞장서서 하지 않으면 다른 선진국들이 앞장서서 하지도 않을 것이다. 설령 미국 외 다른 나라에서 앞장서서 탄소를 감축시킨다 하더라도, 미국에서 추가되는 27억 톤을 전 세계가 추가로 부담해서 감축시켜야 한다는 말이 된다. 즉, 미국이 만든 탄소 부채를 우리가 갚아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배출하는 것도 줄이기 바쁜데, 남의 나라에서 배출하는 것까지 우리가 대신 감축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27억 톤이라는 숫자는 트럼프가 프로젝트 2025를 정책으로 이행했을 때의 이야기다. 이행하고 하지 않고는 전적으로 트럼프 개인에게 달렸다. 27억 톤의 탄소 배출이 한낱 개인에게 달렸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아무리 생각해도 트럼프의 당선은 비극이다 미국의 대통령과 정책에 주목하는 이유는 미국이 가진 막대한 경제력과 힘, 우리나라와의 이해관계도 있지만, 미국이 환경을 거스르는 정책을 이행하게 되면 그 부채를 전 세계가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열심히 하는데 딴 놈이 잘못해서 내 빚이 느는 것만큼 억울한 것도 없을 것이다. 내가 아무리 탄소 배출을 줄이고, 산업화 대비 1.5도 이하로 온도 상승을 막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일상에서 그렇게 살아가도, 내가 줄이는 것보다 더 많은 배출을 누군가가 하게 되면 내 노력은 헛수고가 된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엄청 친환경적으로 산다는 말은 아니다. 최대한 소비를 줄이고, 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하지만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조금씩 줄여가는 생활을 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에게 주어진 역할은 시민들이 친환경적으로 살 수 있도록 제도와 도시, 인프라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트럼프의 내각 구성을 보면, 자신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철저히 배제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만 내각을 구성하고 있다. 즉, 화석연료를 더 적극적으로 태우고, 기후변화와 위기가 없다는 회의론자들로만 구성되어 4년 내내 집권할 것이라는 의미다. 트럼프에게 직언할 사람도 없고, 공동체의 권한과 발언권을 축소하자는 해리티지 재단와 기후위기는 허구라고 말하는 사람들만 트럼프 주위에 있는 걸 보면, 프로젝트 2025의 청사진 대로 흘러갈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만들어 낼 막대한 환경 부채를 기후위기는 현실이며, 정부 정책과 산업 경영 방식, 개인의 삶이 바뀌어야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더욱 더 지치게 할 것 같아서 두렵다. 아무리 생각해도 트럼프의 당선은 비극이다. 이 글을 미국인이 볼리 없겠지만 만약 본다면 정말 아래 사진처럼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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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촌초 회의 참석 이규태 회장… “남의 집 쳐들어온 것”[이상한 학교의 회장님 16화]
"남의 집에 쳐들어온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누가 남의 집에 쳐들어 왔다는 걸까. 지난 15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종합감사)에서 정효영 서울시교육청 교육행정국장이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74)을 겨냥해 한 말이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13일 이규태 회장이 우촌초등학교(서울 성북구 소재) 운영에 부당 개입한 정황을 보도했다. 이 회장은 지난 3일 우촌초 교장이 주재한 부장급 긴급회의에 ‘초청’받아 참석했다. 안건은 사학수당 지급 문제. 학교가 사학수당을 교원 전원에게 주지 않겠다고 결정한 뒤, 내부 불만이 터져나온 터였다. 사학수당 지급 등 예산 집행은 학교장의 권한이다. 그런데 아무 권한도 없는 전 이사장 이규태 회장이 그 자리에 참석했다. 회의 이후, 사학수당은 공익제보자인 이양기(58) 교사를 제외한 교원들에게 전부 지급됐다.(관련기사 : <‘횡령 혐의’ 이규태 전 이사장, 우촌초 운영 개입 의혹>) 서울시의회 이소라 의원(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이 회장의 우촌초 운영 부당개입 문제를 지적했다. “우촌초는 (이규태) 전 이사장의 손을 떠난 지 오래됐는데, 계속 학교에 출입하면서 운영 관련 부당개입을 한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 의원 말처럼, 이규태 회장은 우촌초 운영에 손댈 권한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이 회장은 2001년 우촌초를 인수한 후, 2010년까지 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하지만 2015년 회계 부정 등의 이유로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임원취임 승인이 취소됐다. 심지어 이 회장은 2021년부터 우촌초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와 관련해 교비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의자’다. “(이 회장의 우촌초 회의 참석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운영에) 개입해서는 안 되고, (이 회장은 학교) 주인이 아니라 그냥 ‘개인’입니다.”(정효영 서울시교육청 교육행정국장) 서울시교육청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정 국장은 “감사실에서 인지해 민원 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단언컨대 교육청에서 (이 회장이 우촌초 운영에 개입하지) 못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촌초는 학교법인 일광학원이 운영하고 있다. 일광학원 이사회는 그동안 이 회장의 측근들로 구성돼 왔다. 하지만 2020년 서울시교육청은 이사회 임원 전원의 취임 승인을 취소했다. 일광학원은 즉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9월 10일에야 일광학원의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정상화를 위해 지난 10월 일광학원 임시이사 8명을 선임했다. 학교 정상화에 속도를 높여야 할 시점에, 여전히 이 회장이 학교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과연 임시이사회가 의미 있게 운영될지 의문이라는 이 의원의 우려에, 정 국장은 “아직 학교 정상화 시작 단계이니 좀 더 지켜봐달라”며 “그런 일 없도록 철저히 지도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날 종합감사에는 우촌초 최은석 전 교장(55)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2019년 우촌초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를 세상에 알린 공익제보자들 중 한 명. 최 전 교장은 공익제보 이후 학교에서 쫓겨나 지인의 공장에서 일하기도 했고, 광주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다 지금은 인천으로 학교를 옮겨 일하고 있다. 우촌초는 서울시교육청과 소송 중이라는 핑계로, 2021년부터 계속 감사를 거부해왔다. 최 전 교장은 지난달 16~22일 성북강북지원청이 4년 만에 진행한 우촌초 종합감사에 대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이규태 회장 측근 위주로 (학교 행정실이) 구성돼 있기 때문에 종합감사도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촌초에는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로 이 회장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직원들이 일부 근무하고 있다. 그들은 우촌초 행정업무와 학교법인 업무 담당자다. 최 전 교장은 우촌초 감사를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 우촌초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공익제보자 또는 전임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 시민감사관을 감사TF 구성원으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우촌초는 감사 자료 제출을 잘 안 하고 파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민감사관이나, 실제로 공익제보자 중 행정실에 근무했던 분들이 모든 일을 소상히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설세훈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은 “학교 운영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볼 수 있는 실질적인 감사TF를 구성해 학교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답했다. 최 전 교장은 서울시의회에 마지막 부탁을 남겼다. 바로 구조금 기한 연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에서 불이익을 받는 공익제보자에게 3년간 구조금을 지급한다. 우촌초 공익제보자들도 3년간 구조금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최 전 교장, 교직원 유현주 씨, 박선유 씨는 구조금이 끊겨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 전 교장은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유현주 씨와 박선유 씨는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 마트 캐셔, 택배 물류센터 일 등으로 5년째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관련기사 : <“무릎 꿇고 빌게 될 것” 회장님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저희가 (공익제보를 한 지) 5년 가까이 되고 있는데, 실제로 3년 동안 구조금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연장이 안 되기 때문에 서울시 조례가 개정돼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같은 경우가 혹시나 또 생긴다면, 공익제보자를 위한 구조금 제도가 (복직) 소송이 끝날 때까지 진행되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소라 의원은 “의회 안에서 함께 논의하고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최은석 전 교장 말고도, 행정사무감사에 출석 요구를 받은 증인은 두 명 더 있었다. 바로 이규태 회장과 우촌초 A 교장. 두 사람은 지난 4일 서울시의회에 ‘불출석’을 통보했다. “공익 제보된 내용으로 형사 재판중이므로 참석하여도 진술을 할 수 없기에 부득이 불출석합니다.”(이규태 회장 불출석 사유서) “2024. 8.경 학교장으로 부임하여 업무 파악 중에 있으며 특히 공익제보(2019년)건에 대하여는 전혀 알지 못하는 관계로 부득이 불출석합니다.”(우촌초 A 교장 불출석 사유서) ‘서울특별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 요구를 받은 증인이 출석하지 않거나 선서 또는 증언을 거부한 경우에는 300만 원 이상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이 회장과 A 교장의 불출석 사유가) 정당한 사유라고 볼 수 없다”며 “이런 식으로 불출석 통보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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