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연구원정] 전세사기 연구의 선배님, 주거불안 당사자에 대한 연구들

202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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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

*본 게시물을 보기 전, 앞선 게시물을 보고 오시면 이해가 더욱 쉽습니다.
1편)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2편) 전세사기를 제대로 연구하려면 먼저 고려할 것들

2024.11.20 전국 최초 전세사기 형사재판 대법원 판결 관련 오마이뉴스 보도

(들어가기 앞서) 2024년 11월 20일, 대법원에서 중요한 판결을 했습니다. 부산 전세사기 가해자 최모씨에 대해 사기죄 법정최고형인 징역 15년형을 선고한 1심, 2심 판결을 확정한 것인데요. 전세사기 가해자인 최씨가 형이 너무 과하다며 상고한 것을 기각한 것입니다. 이 판결은 향후 전세사기에 대한 형사재판에 주요 판례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대법원에 올라오기 전, 가해자 최씨에게 검찰 구형 13년형보다 더 높은 15년형을 선고한 부산지법 박주영 판사가 작성한 판결문이 화제였습니다. (피해자를 감동시킨 판결문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위 사진 또는 여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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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오트와 함께 연구원정을 시작한지도 이제 9주가 흘렀습니다. 연구라는 놀라운 세계를 이리저리 헤매고 있는데, 그럴 가치는 있는 것 같네요.

연구의 광대한 세계 앞에 한없이 겸허해지는 시점입니다. 그렇다면,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를 연구하겠다는 저의 고민은 어떻게 뻗어나가고 있을까요?

전세사기는 최근 몇년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대표적인 주거불안의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예전에도 이런 주거불안 사례들이 있었을까요? 그리고, 그것은 학계의 연구활동과 우리 사회의 부동산 제도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저의 궁금증은 여기서부터 출발합니다.


1️⃣ SLR : 나의 연구주제에 관한 연구동향은 어떠한가요?

 주거불안 관련해서 권위있는 연구자의 문헌분석 연구를 찾으려고 애썼지만, 찾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주거학회에서 발간한 디지털 네트워크 분석을 통한 주거 연구 키워드 동향 분석 (이소연, 김명주, 2020)이라는 논문을 보면서 그간의 연구동향을 파악해보려고 했습니다. 지난 캠페인즈 글에서 리뷰했던 한국주택학회의 30년간 연구동향을 텍스트마이닝 기법으로 분석한 연구와 유사합니다.

 이 논문에서는 1990년부터 2019년까지 30년간의 주거 관련연구의 동향을 정리하기 위해 키워드 분석방법을 활용합니다. 키워드 등장 빈도와 키워드 간 관계성을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30년간 부동의 연구주제 1위는 ‘공동주택에 대한 연구’였고, 시기에 따라 공동주택의 주거에 대한 세부주제는 달라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1990년대에는 신도시 및 ‘아파트’ 개발과 공급에 따른 물적, 양적 측면에서의 연구가 주를 이루었지만, 200년대 이후에는 ‘아파트’가 공동주택의 하위분류로 포함되고, 건물이 노후함에 따라 유지관리, 커뮤니티 등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진행되었다고 기술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했는데요. 어쩔수없이 통계 확보, 응용이 용이한 대단지 아파트 위주의 공동주택 연구가 주를 이루었겠지만, 빌라나 오피스텔 등 전세사기가 빈발한 비아파트 시장의 형성과 그 과정에 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시간에 따라 연구주제, 핵심 키워드 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개괄적으로 보는 의미는 있었지만 학계 내부에서 개념과 이론이 어떻게 정리되어 왔는지, 또한 어떤 논쟁이 있었는지, 중요한 논문이나 연구자는 어떻게 되는지 등은 확인하기 어려웠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2️⃣ Start Paper : 나는 어떤 논문들을 읽어왔나요?

 기존 연구에 대한 문헌분석에서 논의를 더 이어가지는 못했고, 연구원정 4주차 때 학회와 논문을 파악하기 위해 검색하던 중 발견했던 논문들 중에서 흥미로운 논문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읽었던 논문을 소개합니다.

논문 1) 1970~80년대 시흥 지역 도시빈민 운동의 성장과 진화 (이동원, 2024)

  • 핵심내용 : 이 논문은 1977년 복음자리 마을, 1979년 한독마을, 1986년 목화마을로 이어진 시흥지역 도시빈민 정착공동체 운동의 성장과 진화 과정을 조명하면서 ‘도시빈민은 자본주의화, 도시산업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집단이며, 도시빈곤과 빈곤의 재생산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주장을 입증합니다. 
  • 평가 & 고민 : 어쩌면 ‘도시빈민’이라는 키워드가 제 연구방향을 잡아가는 실마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이 논문에서 언급된 선행연구를 따라다니며 그간의 도시빈민과 주거불안의 사례를 제대로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논문 2) 1971년 광주대단지 사건 연구 (김수현, 2006)

  • 핵심내용 : 1971년, 현재 성남시 구도심 지역에서 ‘광주대단지 사건’이라는 도시봉기가 일어났고, 그 이면에는 서울에서 무허가정착지 철거민들을 집단이주 시키면서 도시 공간을 재구조화하려는 국가의 의도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광주로 이주한 철거민과 세입자들이 주를 이룬 도시빈민대중은 열악한 현실에 방치된 끝에 자발적이고 미조직적으로 사건을 일으켰으며, 경찰서, 출장소, 관용차량 등 국가장치에 대한 집단폭력을 행사하고 공권력과 대치하는 등 적극적이고 봉기적인 항의양식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도시봉기는 이후 사회운동이 발전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분석합니다.
  • 평가 & 고민 : 광주대단지 사건은 도시화 과정에서 발생한 중요한 사건임에도 생각보다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에서 도시를 어떻게 개발하고, 철거민을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게 치울지 고민했던 모습과 그에 저항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망하며 주거불안-정책 변화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탐색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키워드인 ‘도시화’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논문 3) 1960년대 후반 서울 도시근대화의 성격 - 도시빈민의 추방과 중산층 도시로의 공간재편 - (박홍근, 2015)

  • 핵심내용 : 산업화는 도시화를 통해 완결되지만,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도시화가 산업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측면에서 권위주의 군사정권은 도시화 과정에도 사활을 걸었습니다. 그 결과, 서울의 도시개발 과정에서 서울의 중산층을 위한 시민아파트 사업과 도시빈민을 도시에서 보이지 않게 지워버리는 광주대단지 이주와 같은 행정 집행을 통해 서울은 중산층을 위한 도시로의 공간재편이 일어난다고 분석합니다.
  • 평가 & 고민 : 서울의 도시계획, 도시개발 과정을 통해 정책당국은 주거불안을 어떻게 대처했는지, 그리고 이후의 주거불안 흐름도 어떤 배경에서 생겨나게 된 것인지 맥락 이해에 도움이 된 논문이었습니다. 반세기도 훨씬 더 전의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가 뿌리에 닿은 느낌이었습니다.

논문 4) 서울 대도시권 신도시 개발의 성격 - 광주 대단지와 분당 신도시의 비교 연구 (한상진, 1992)

  • 핵심내용 : 성남시는 광주 대단지 사건으로 대표되는 낙후된 기존 시가지와 분당 신도시 개발로 대표되는 신시가지 개발이 공존하는 이중적 도시 구조를 지니게 되었는데, 이는 서울시에 종속된 기형적 공간 구조 속에 성장해온 실패한 도시 계획의 산물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리고, 중앙 정부 차원의 균형적인 국토 계획이 부재한 가운데 서울 대도시권의 팽창이 제어되지 못한 것도 하나의 배경이 된다고 말하고 있네요. 신도시 개발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울 대도시권의 기능 분산을 근본적으로 모색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담고 있습니다.
  • 평가 & 고민 : 이 논문은 앞선 논문을 읽는데 계속 언급되었던 중요한 논문이었습니다. 앞서 다루었던 광주 대단지 사건과 우리가 흔히 ‘부촌’으로만 알고 있는 분당신도시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그 이면에는 실패한 도시 계획과 균형적인 국토발전 전략의 부재가 있다고 하는 주장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지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무엇보다도, 도시 개발 과정에서 도시빈민과 세입자, 원주민 등 다양한 계층이 어떻게 반응했고, 어떤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논문이었습니다. 

논문 5) 서울시 철거민운동사 연구 - 철거민의 입장을 중심으로 - / 김수현(1999)

  • 핵심내용 : 저자는 정부는 철거민들에게 적절한 주거대책을 수립함으로써 그들이 극단화되지 않도록 막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위해 무허가정착지의 순기능을 이해하고, 그 기능을 공공임대주택이 대체할 수 있을 때까지는 정부가 주민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 철거민운동사의 교훈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대체주택인 공공임대주택의 관리, 운영 문제점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결론을 맺습니다.
  • 평가 & 고민 : 철거민으로 대표되는 주거약자들의 현실과 당사자들이 조직적으로 대응한 사례, 정책에 끼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서술하고 있어서 기존에 대표적인 주거불안 당사자였던 철거민의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연구 지형을 조망해보는 논문이기도 했고, 지금 우리가 겪는 주거불안은 이들의 투쟁과도 맞닿는 지점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활동가로서도 흥미롭게 읽었고, 연구자로서도 주요하게 참고하게 될 논문이 될것 같습니다.


3️⃣ Key Paper : 내가 찾아 낸 Key Paper를 공유해주세요.

위 언급한 논문들을 읽다보니 결국 저의 고민에 앞서 매우 심층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분석하신 분의 논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주거정치와 계층화 : 자원동원형 사회서비스 공급과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탄생, 1970-2015 (김명수, 2018)

  • 핵심 내용 : 저자는 약 40년이 넘는 기간의 주택공급과 주거정치의 맥락을 총망라하면서 우리는 왜 세입자들의 보편적인 주거권 운동이나, 대안적 주거형태가 말살된 채로 주택의 상품화, 금융화가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우리는 왜 각자도생의 ‘생존주의 주거전략’을 채택하게 되었는가를 분석합니다. 그 결과, 국가의 주택공급 전략과 도시화 계획에 따라 철거민을 위시한 주거약자는 부분적인 제도변화를 이끌어낸 것으로 타협한 채 밀려났고, 도시의 중산층은 너도나도 자가주택 소유권을 확보하는 것에 몰두하는 흐름이 지배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주택금융이 활성화되며 더욱 가속화되었고, 결국 각자도생을 선택하는 생존주의 주거전략과 자가소유자 중심의 주거정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다만, 이런 식의 주거정치는 주거와 불평등을 둘러싼 분배갈등 속에 사회적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계층화를 조장하는 등 문제를 낳을 소지가 크다고 지적합니다.
  • Key Paper로 선정한 이유 : 시기별 국가의 주택공급 전략, 주거불안 사례, 주택금융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백과사전같은 연구내용이어서 저의 연구방향에 제일 중요하게 참고할 논문이 될것 같습니다. 또한, 박사학위논문에 걸맞는 탄탄한 연구 설계와 분석, 참고문헌 등 연구란 것이 무엇인지를 정말 잘 배울 수 있는 논문이어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 평가 & 고민 : 이렇게 체계적인 이론 위에 한국의 도시화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주거불안의 사례와 현재를 조망하는 논문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기쁩니다. 제가 구상하는 연구에서 주요하게 참고할 가장 중요한 논문일 것 같고, 연구방향에 대한 영감과 연구설계에 대한 참고도 가능한 좋은 자료가 될것 같습니다. 시기적으로는 현재의 전세사기 대란은 이 논문이 나온 이후에 발생한 사건으로서 연결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철거민과 도시빈민 등 주거약자에 의한 정책변화 및 주거정치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이 논문의 분량이 워낙 방대하고 전문적인 내용이 많다보니 꼼꼼히 읽고, 정확히 숙지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워낙 잘 쓴 논문인 것 같아서 추가적으로 제가 연구하게 될 주제는 어떤 차별성을 가져야하는가 고민도 되는게 사실입니다.


 4️⃣ 선행연구문단 : 나의 선행연구문단을 소개해주세요

앞서 읽은 논문들을 종합하자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박홍근(2015)은 1960년대 서울의 도시화 과정을 군사정권에 의한 근대화의 일환으로 벌어진 대규모 국가주도 사회건설 사업으로 해석하며, 시민아파트 사업 및 광주대단지 이주와 같은 도시빈민의 추방을 통해 중산층을 위한 도시로의 재편이 이뤄졌다고 분석한다. 특히, 한상진(1992)은 서울 대도시권의 폭발적인 성장과 이를 제어하기 위한 균형적인 국토 계획의 부재 속에 광주 대단지 운동이 촉발되었다고 분석하며, 김수현(2006)은 국가의 주먹구구식 행정에 의해 이주된 철거민과 전매입주자 집단이 광주 대단지 도시봉기를 불러왔음을 역설한다. 이에 대해 김수현(1996)은 무허가 정착지의 발생배경과 철거민 운동사를 조망하며, 정부가 무허가 정착지의 순기능을 이해하고 공공임대주택이 무허가 정착지를 대체하기 전까지는 주민을 보호하는 정책을 펼칠 것을 주장한다. 한편, 김명수(2018)는 한국 고유의 주택체계와 주택공급연쇄론을 제시하고, 1970년대 이후 주거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을 종합적으로 망라한 한다. 그리고, 시대별로 제기된 주거생존권 요구는 행정당국의 진압과 일부 제도적 타협을 계기로 힘을 잃었다고 분석하며, 이후 자가소유주택의 확대와 주택금융의 등장 흐름에 맞춰 주거정치는 자가소유자 중심의 생존주의적 주거전략에 좌우됨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전의 연구는 주택의 상품화와 금융화 이후 세입자의 주거불안, 구체적으로 전세시장의 금융화에 따른 주거불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망하지는 못한다. 도시개발이 이뤄지며 물리적 공간재편으로 인해 철거민으로 대표되는 주거약자의 대응과 한계에 대해 다룬 연구들은 존재하지만, 2008년 이후 본격적으로 금융화되기 시작한 전세시장과 세입자의 주거불안을 연결지어 분석하기에는 한계를 지닌다. 또한, 철거민의 물리적 공간재편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타 지역의 주민에게는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최근의 전세사기는 전국적으로 유사한 양태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가진다. 그런 점에서 이 연구는 2020년대의 대표적 주거불안 사례인 ‘전세사기’가 촉발한 보편적인 세입자의 주거불안과 당사자 조직인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의 대응을 살펴보고, 1970년대 이후 도시화 과정에서 발생한 주거정치의 관점을 적용할 때 어떤 의의와 과제를 지니는지 탐구해보고자 한다.


 5️⃣ 나의 연구질문 : 선행연구문단에서 도출한 나의 연구질문을 소개해주세요.

이런 과정을 수행하며 저의 연구주제는 이런 식으로 조금 더 구체화되었습니다.

(기존) 1970년대 이후 지금(2024년)까지 국내 도시 주거지역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및 주거불안을 경험한 사람들이 당사자 조직(ex :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을 구성하여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응 및 정책개선을 이끌어낸 사례를 탐색하자.

(현재) 1960년대 이후 도시화 과정에서 주거불안 당사자들이 처했던 현실과 집단적 대응은 주거권 운동의 관점에서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앞선 사례를 볼 때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집단적 대응이 보편적인 주거권 운동으로 지속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가? 

후기 1_연구논문을 열심히 찾다보니 이전에도 주거불안을 느낀 사람들이 존재했고, 개별적인 대응과 조직적인 대응도 나름대로 활발히 일어났던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다수의 국민에게는 자가소유를 통한 주거안정의 실현과 소수의 주거약자에 대해서는 주변적인 지원대책만 잔존하면서 보편적인 주거권 보장 운동으로까지 지속되지는 못했던 것을 알게 되었다. 

후기 2_찾은 연구논문을 다시 한번 상세히 읽으면서 이전의 사례들을 좀더 꼼꼼히 숙지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아울러, 과거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을 때 현재의 전세사기 문제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 향후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집단적 대응이 주거 제도개선 등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시민운동으로 지속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고려해야할지 등을 연구해야할 것 같다.


[덧붙이며]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를 분석할 때, 조금 더 분명한 이론적 틀거리가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선행연구를 통해 국가의 도시개발 과정이나 주택공급에 대한 이론적 방법론은 봤고, 이전의 철거민 등 주거약자의 사례 또한 과거사례를 기술하는 것들을 보긴 했습니다. 하지만, 전세사기는 도시개발로 인한 물리적 변동에 의한 주거불안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전세사기는 주택의 금융화, 그리고 그것을 촉발한 국가의 정책 실패가 주요 배경으로 지목되는데, 미리 조짐이 있었음에도 막지 못한 일종의 ‘사회적 재난’의 성격도 지닌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혹시 우리가 경험했던 ‘사회적 재난’와 그에 대응했던 피해자, 시민들의 행적을 분석한 방법론을 적용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참사, 그리고 가장 최근의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자연재해와는 다르지만, 국회 차원의 특별법이 통과되고 조사위원회가 통과된 걸 볼 때, 이런 사건들은 어느정도는 사회적 참사라는 공감대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활동은 어떤 이론으로 분석할 수 있는가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분량상 다 적지는 못하겠습니다만,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세월호 참사’를 분석한 논문을 보면 ‘재난 거버넌스’, ‘재난 시티즌십’이라는 이론이 등장합니다. 재난 거버넌스는 국가와 관료, 소수의 전문가 집단에 의한 ‘재난 관리’ 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했습니다. 자연재해를 어떻게 대비하고, 복구할 것인가 정도에 머무르던 ‘재난 관리’ 시스템에서는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이나 시민들의 참여 및 의사결정은 주변적인 위치에 머무릅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당사자들, 그리고 곁에서 함께했던 시민들은 전문성이나 발언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재난 대비-대응 과정에서 배제되기 일쑤라는 겁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참사’나 ‘세월호 참사’는 전통적인 자연재해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고, 기업의 고의적인 귀책과 국가의 방치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는 점과 사안이 워낙 복잡하고 어렵다는 특수성이 존재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논의는 전문성과 권위를 인정받는 소수의 전문가, 관료에게 주도된다는 것이죠. 이에 대응해 피해자들, 시민단체들, 대안적인 전문가들이 공동체의 재난 문제에 더욱 밀접하게 개입하고, 협력적인 의사결정구조에 참여하는 ‘재난 시티즌십’을 지니는 것은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에 우리가 지향해야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위 개념이 전세사기 이슈와 꼭 맞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재난이라는 전세사기 피해를 겪으며 원치 않게 전문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활동하며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들, 즉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가 있습니다. 관료, 학자, 변호사, 공인중개사 모두 자신의 전문 분야만 알 뿐이지, 피해자만큼 입체적이고 두루두루 아는 사람들이 없다는 걸 매일 체감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회적 참사와 마찬가지로 정책 입안이나 제도개선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른다는 한계도 존재하죠. 이런 공통점과 차이점을 감안하여 재난 거버넌스, 재난 시티즌십의 이론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의 활동을 해석하고, 시민운동으로서 평가하는 것은 어떨까 상상해봅니다.

연구와는 별개로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를 인터뷰하러 다니느라 바빴습니다. 전국 동시다발로 발생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각자도생하는 대신 피해자대책위를 조직하고, 공동으로 대응해 문제해결을 할 수 있도록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 매뉴얼>을 연말까지 제작해보려고 하는데요. (매뉴얼 제작 기획안) 지난주부터 대구, 경산, 부산, 경기, 인천의 피해자대책위를 만나서 피해자대책위 활동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으며,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도움을 주고받는 파트너는 어떻게 만나는지, 주의/참고사항 등을 인터뷰하고 있습니다. 일단 인터뷰는 다 했는데, 이제 녹취와 편집의 시간이 다가왔네요. 당장 연구원정과 병행하는게 쉽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를 연구하기 위한 1차 자료를 확보한 셈입니다. 향후 피해자대책위에 대한 질적연구로 소화할 수 있을지 여러모로 고민해보겠습니다. 


<관련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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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무래도 연구 주제를 뾰족하게 좁히기가 어렵다보니, (하고 싶으신게 너무 많아서) 미싱링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아 보입니다. 만약 논문이나 연구보고서의 형태로 하실거라면 이번 연구에서 다루고 싶은 연구 주제를 조금 더 뾰족하게 다듬어보시면 어떠실지 싶고, 백서 형태라면 지금의 넓은 구조를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어떤 형태로(논문인지, 보고서인지, 백서인지) 내 연구를 정리할지 결정을 해보시는 것도 연구 주제 잡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바쁘신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미 아실 수 있지만 들으면서 계속 생각이 난 책이어서 함께 링크 공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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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고서 정말 '헉' 했습니다 ㅎㅎㅎ 이리 체계적이고 탄탄하게 연구들을 정리해주시다니요! 특히나 철빈님께 선행연구를 분석하는 과정이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부분에서 정말 다행이고 또 이 활동이 의미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되네요.

지금 진행하시는 피해자 대책위 활동과 함께, 해당 내용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연구가 병행되는 것이 철빈님의 활동에 대한 단단한 근거와 함께 깊이 있게 방향성을 가져가실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연구 관련해서도 조만간 따로 연락 한번 드리겠습니다 ㅎㅎ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