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가 논의할 주제는 한국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과거와 현재입니다. 이 주제를 통해 우리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지혜를 얻고자 합니다. 현재 한국의 팩트체크 저널리즘 상황은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어, 미래를 낙관적으로 그리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1.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역사와 국제적 확산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의 중요한 한 축으로, 사회적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약 100여 년 전, 미국 뉴욕에서는 타임지 등 시사 잡지사들이 기사의 사실성과 정확성을 검토하는 팩트체커라는 새로운 직업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사전적 팩트체크이자 내부적 팩트체크의 시초로 볼 수 있습니다.
현대적 의미의 팩트체크는 이미 사회적으로 발화된 내용을 사후적으로 검토하여 참과 거짓을 가려내는 활동으로 발전했습니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반 미국에서 이러한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폴리티팩트, 팩트체크닷오르그, 워싱턴포스트의 팩트체커는 이 분야의 선구자로, 이후 유럽과 중남미 등 여러 대륙과 국가들로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2024년 6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442개의 팩트체크 기관이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국제적으로 확산된 이유는 다양합니다. 첫째, 따옴표 저널리즘에 지친 대중에게 명확히 무엇이 사실이고 참인지를 밝혀주는 새로운 저널리즘이 등장했습니다. 둘째, 대통령 선거와 같은 정치적 빅 이벤트가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성장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셋째,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대중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 방식이 도입되었습니다. 팩트체크 결과를 한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판정 시스템을 도입하고, 대중들이 궁금해할 만한 주제를 발굴했습니다.
또한, 국제적인 연대와 협업이 왕성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중요한 정치 이벤트 시 팩트체커 간의 연대와 협업은 물론, 시민단체, 교육기관과의 협업도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여러 나라 간 장벽을 넘어 연대와 협업이 이루어졌고,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시 주변국들 중심으로 허위 정보를 검증하는 협업도 이뤄졌습니다. 최근에는 팩트체커들과 유튜브가 협업하여 검증된 콘텐츠에 신뢰성을 부여하는 라벨링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라는 리더십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국제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성장이 다소 정체되고, 인공지능의 빠른 확산으로 인한 기술적 도전과 대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여러 나라의 정치권이 팩트체크 저널리즘에 대한 압박과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2024년 6월 사라예보에서 열린 글로벌팩트11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사라예보 선언을 채택했습니다. 선언문은 팩트체커들이 온라인 검열자로 무자비한 공격을 받고 있으며, 팩트체킹은 검열이 아닌 정보를 추가하는 행위로, 정보 생태계를 개선하는 데 필수적임을 강조합니다.
2. 한국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발전과 도전
한국에서는 2009년 중앙일보가 '팩트체커'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외부 전문가들에게 기사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사전적 팩트체크로, 이후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등 다른 언론사로 확산되었습니다. 현대적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2012년 대선에서 오마이뉴스의 '오마이팩트'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슬로우뉴스도 대선 후보 토론회 검증에 팩트체크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2014년 JTBC의 팩트체크는 대중적으로 큰 반향과 인기를 끌었습니다.
2017년 대선을 전후로 SNU 팩트체크센터가 출범하면서 16개 언론사가 회원사로 참여해 안정적으로 팩트체크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더 많은 회원사가 참여하여 30개가 넘는 회원사가 함께했습니다. 2018년 팩트체크 국제컨퍼런스, 2019년 IFCN-SNU 팩트체크센터 워크숍, 2020년 시민 참여 오픈 플랫폼 팩트체크넷 출범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으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2023년에는 글로벌팩트 10을 서울에서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팩트체크 저널리즘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노골화하며 유무형의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2023년 1월 팩트체크넷은 해산되었고, SNU 팩트체크센터는 2024년 8월 무기한 활동 중단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팩트체크 저널리즘에 대한 정치권의 공격은 두 가지 경로로 이루어졌습니다. 하나는 '가짜뉴스'라는 용어로 미디어 생태계 전체를 공격하여 언론의 입을 막고 길들이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팩트체크 활동의 근거가 되는 재정 지원을 차단하고,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국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단순한 위기를 넘어 고사 상태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는 팩트체크가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체적인 예로는 형식적으로 팩트체크가 남아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매우 빈약하며, 예산, 조직, 인력에 대한 투자나 지원이 부족합니다. 또한, 팩트체크의 효능감이 떨어지면서 연성, 가십 위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으며, 진영 논리에 악용하려는 시도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다양한 통계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키워드 트렌드 분석, 구글트렌드 분석, 네이버 데이터랩의 검색어 트렌드 분석,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논문 분석 등이 그 예입니다.
현재 팩트체크라는 이름 아래 활동하는 언론과 팩트체커들이 있지만, 그 이름의 상당 부분은 오염된 상황입니다.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위해 팩트체크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공을 들인 팩트체크 결과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JTBC의 북한군 러시아 파병 관련 영상 검증 사례가 있습니다.
3. 위기 극복을 위한 제언
1) 재정적 독립 추구: 다양한 재원 마련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해야 합니다. 후원자 모델, 스폰서십, 소액 후원, 프로젝트 공모전과 교육 프로그램 제공을 통한 비용 충당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합니다. 팩트체크넷이나 SNU 팩트체크센터의 사례에서 보듯이 예산의 전부를 정부나 특정 민간기업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최대한 다양한 재원 확보를 통한 리스크 헷징이 필요합니다.
2) 대중 속으로: 팩트체크는 시간이 많이 들지만 결과물은 직관적이고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대중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트루스오미터(폴리티팩트)나 피노키오지수(워싱턴포스트의 팩트체커)와 같은 시각적이고 직관적인 레이팅 시스템 도입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일부 외국 팩트체커들이 하는 것처럼 검증 대상 발언자를 직접 초청하여 검증 내용을 제시하고 그 사람의 입장을 듣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하고, 인터랙티브 방식을 통해 언론 수용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3) 연대와 협업: 팩트체크 기관 간의 협업을 시도해야 합니다. 국내 언론사 간, 팩트체커 간 협업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학계(연구소 등)와의 협업 모델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 시야를 넓혀 이슈 중심의 연대와 협업을 모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시아권의 공통된 관심사인 질병, 기후 환경문제, 외교안보사안을 공동 주제로 삼을 수 있습니다. 또한 IFCN 인증사로 가입하여 국제적인 연대를 일상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팩트체크는 방법론적으로 사금 채취와 비슷합니다. 허위정보와 쓸모없는 정보를 버리고 귀중하고 유용한 정보를 가려내는 작업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가성비만을 따지자면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팩트체크는 사회적 신뢰라는 기둥을 쌓아가는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정보, 정치인과 유권자를 바르게 연결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합니다. 단순히 가성비로만 평가할 수 없는 공익적 측면에서 꼭 필요한 사회적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해 본 뒤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을 함께 모색해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팩트체크 저널리즘은 고사 상태의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독립추구, 대중들과의 보다 깊은 신뢰구축, 연대와 협업 강화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코멘트
3정재철 기자님 덕분에 팩트체크 저널리즘에 대해 많은 걸 배웠어요! 특히 대중과의 소통과 연대의 중요성에 공감했습니다. 앞으로 캠페인즈와도 같이 노력해 보겠습니다!
정재철 기자님 덕분에 팩트체크 저널리즘에 대해, 한국의 맥락에 대해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현재 한국사회의 팩트체크가 위기라고 했을 때 필요한 부분들을 재정적 독립 추구, 대중 속으로, 연대와 협업으로 제시해 주셨는데, 깊이 동의합니다. 캠페인즈의 시민팩트체크 또한 말씀해 주신 내용들과 관해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현재 한국의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소식이 안타깝네요. SNU 팩트체크센터의 활동 중단은 정말 큰 손실 같습니다. 하지만 글에서 제시한 것처럼 재정적 독립성 확보, 대중과의 소통 강화, 그리고 국내외 협업을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에 공감합니다.
저는 '사금 채취' 비유가 인상적이었어요. 당장의 효율성만 따지면 힘들 수 있지만, 민주주의와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작업이라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앞으로도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더욱 발전하길 바랍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