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연결’…대안학교 교사로 살기 (2024-11-25)
김수빈 | 대안학교 교사
나는 충남 금산에 있는 한 대안학교의 교사로, 이제 9개월째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안학교 특성상 다양한 활동이 많아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가곤 한다. 그러나 이곳은 내가 간절히 원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선택한 환경이다. 그래서 모든 상황을 물 흐르듯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며, 대안학교 교사로서 성장하고 있다.
스무살 무렵, ‘대안학교’라는 존재가 책을 통해 강렬하게 내 안에 들어왔다. 10대 시절, 대학 입시만을 목표로 성실히 살아왔던 나에게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한문화, 2018)라는 책은 가슴속에 불꽃을 피워냈다. 서점 한구석에서 책을 단숨에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나의 10대 시절에 나를 찾는 여행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명문대를 목표로 문제풀이에 매진했던 내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진정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시간을 보냈다면 어땠을까? 수많은 질문과 아쉬움, 부러움이 마음속에서 일어났다.
그 불꽃은 결국 사랑으로 귀결됐다. ‘나부터 이 교육의 장을 알리자!’ 그리고 ‘나부터 이런 대안적인 환경을 경험해보자!’ 그렇게 나는 20대 초중반을 마음이 끌리는 대로 살았다. 주변에서 “너는 이걸 원해야 해”라고 하는 말에는 귀를 닫았다. 내 마음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그래야만 이전에는 몰랐던 나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면에 귀 기울이며 사는 삶은 생생한 축복이었다. 무엇보다 온전히 살아 있는 감각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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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면의 목소리와 세상의 우연을 따라 다양한 공동체를 경험했다. 대안학교의 교사가 된 뒤 내 삶을 돌아보니, 나는 오랫동안 이런 환경을 꿈꿨고, 관련된 책들을 읽었으며, 삶 속의 우연한 기회들로 이 길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왔다.
나에게는 자유를 향한 갈망이 컸다. 획일화된 교육과 서열화된 사회, 입시 경쟁 속에서 힘들었던 청소년 시절, ‘나’로부터 시작하는 대안적인 삶의 모습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확실했던 건, 이렇게 ‘나’를 위해 살아도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명문대에 가야 하고, 좋은 직장을 얻어야 하고, 안정적인 보수를 받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았다. 행복은 어디에나 있으며 그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시선이 중요했다. 이를 얻는 길은 다양했다.
지금 나는 대안학교의 교사이자, 김수빈이라는 개인으로 살아가는 삶이 참 행복하다. “삶을 공유하는 게 교육”이라는 내 멘토의 가르침 아래, 나를 살리는 것들을 학생들과 나눈다. 아침에는 학교 옆 보석사 길을 산책하며 햇볕을 만끽하고, 점심에는 춤동아리에서 학생들과 온전히 자신의 리듬에 집중하는 춤을 춘다. 또 내가 좋아하는 달리기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자신에게 편안한 속도로 달리는 법을 알려주고, 영어 수업을 통해 영어가 두려움이 아닌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을 선사한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누다 보니, 때로 학교의 다른 업무에 지치더라도 나를 다시 살리고 끌어올릴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보며 끊임없이 배운다. 학생들을 자연 속에 풀어놓으면 그들은 알아서 마음껏 탐험하고 모험한다. 발표 시간에는 너도나도 손을 들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어떤 점이 좋았고 왜 좋았는지를 이야기한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거나 방황하는 학생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이곳에 오기 전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연결감을 느끼고 주는 사람이 되어 살아갈 때, 사랑으로 존재할 수 있으며, 이것이 내 삶을 진정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리고 나를 만나는 학생들 또한 삶을 풍요롭다고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이미 학교생활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고 있는 학생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제 막 탐색을 시작한 생들이다. 그들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그저 너로 존재해도 괜찮아, 충분해. 이곳에서 무엇이든 해봐, 늘 지지할게.’
대안학교에서 나는 교사이자 동시에 배우는 사람이다. 우리는 모두 평생을 배우며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교사와 학생으로 만난 이 시절이 서로의 삶을 나누고 배울 소중한 기회임을 느낀다. 이 만남에 감사하며, 오늘도 나의 길을 걸어간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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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코멘트
1이 글을 읽고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학생들과 함께하는 자연스러운 순간들이 정말 행복과 연결로 가득 차 있네요. “삶을 공유하는 게 교육”이라는 말이 특히 인상 깊어요. 교사와 학생이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이 멋집니다. 앞으로도 행복한 연결을 만들어가시길 응원합니다! 😊